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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난 줄 알았는데 대반전”…룰라 4선에 중남미 우파 돌풍 제동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81) 브라질 대통령이 예상을 뒤엎고 역사적인 4선에 성공했다. 한때 정치 생명이 끝났다는 평가까지 받았던 룰라 대통령이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대해온 중남미 우파 진영의 기세에도 제동이 걸렸다. 26일 로이터·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룰라 대통령이 51.8%를 득표해 48.2%에 그친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을 꺾고 당선됐다. 보우소나루 의원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장남으로, 지난 4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서 룰라 대통령을 제치고 선두에 올랐던 인물이다. 앞서 부친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도 2022년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했다가 룰라 대통령에게 패한 바 있다. 이번 결과는 브라질 정치사에서도 전례 없는 반전으로 평가된다. 1989년 대통령 직선제가 채택된 이후 1차 투표에서 패배한 후보가 결선에서 승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룰라 대통령의 승리는 중남미 정치 지형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최근 중남미에서는 미국의 안보·이민 정책에 호응하는 우파 정부가 잇달아 등장하면서 친트럼프 진영의 영향력이 확대돼왔다. 실제로 지난해 에콰도르와 볼리비아, 온두라스, 칠레에 이어 올해 코스타리카와 콜롬비아 등에서도 우파 후보들이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중남미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에서 좌파 정권이 재집권하면서 이러한 흐름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번 결과가 룰라 대통령의 정치적 생명이 끝났다는 예상을 뒤엎는 동시에 중남미를 휩쓸던 우파 집권 물결을 저지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보우소나루 후보를 지원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미국의 중남미 영향력 확대 구상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룰라 대통령의 역전승에는 전통적인 지지 기반인 저소득층의 결집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선거 막판 대표적인 복지 프로그램인 '보우사 파밀리아' 지원금 15% 인상과 온라인 도박 금지, 가계부채 재조정 등 생활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여기에 룰라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주5일 근무제 도입을 위한 헌법 개정안도 선거 직전 확정됐다. 특히 결선투표를 앞둔 마지막 15일 동안 1차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던 유권자들과 부동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여기에 자신의 전통적인 정치적 기반인 북동부 지역의 저소득층 유권자들이 결집하면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이러한 반전은 룰라 대통령의 정치적 이력을 고려하면 더욱 극적이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대통령을 지낸 그는 두 번째 임기를 마칠 당시 지지율이 83%에 달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이후 부패 스캔들에 휘말려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수감 생활을 했으며, 정치 생명이 끝났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이후 관련 유죄 판결이 무효화되면서 2022년 대선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당시 대통령을 꺾고 재집권에 성공했다. 이번에는 그의 장남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마저 꺾으면서 브라질 최초의 '부자(父子) 대통령' 탄생도 무산시킨 셈이다. 다만 이번 선거는 룰라 대통령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보다 보우소나루 후보에 대한 거부감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룰라 대통령은 세 번째 임기 동안 실업률 하락과 경제성장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지만 물가 상승과 생활비 부담으로 지지율이 이번 임기 중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블룸버그는 특히 플랫폼 노동이 확산하는 경제 환경에서 성장한 젊은 세대에게 룰라 대통령의 전통적인 현금성 복지 정책이 더 이상 충분한 해법이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 역시 급격한 사회·경제적 변화로 룰라 대통령이 새로운 경제 현실에 뒤처졌다는 인식이 확산했다고 전했다. 정치 분석가 토마스 트라우만은 블룸버그에 “이번 선거는 거부의 선거였다"며 “기본적으로 거리의 젊은이들과 소셜미디어, 새롭게 선출된 의원들이 주도한 선거운동이었다. 변화는 공식 선거캠프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금융시장도 예상 밖의 선거 결과에 충격을 받았다. 일본 증시에 상장된 브라질 보베스파지수 추종 상장지수펀드(ETF)는 룰라 대통령의 당선 소식에 이날 아시아 거래에서 최대 16% 급락했다. 보우소나루 후보의 승리와 재정 건전성 회복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룰라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다. 브라질의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82%를 넘어선 가운데 높은 금리와 가계부채 부담이 경제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이번 선거에서 우파 진영이 의회 다수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룰라 대통령의 네 번째 임기는 어느 때보다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코스피 1만2000 외치더니”…골드만이 엔화에 눈 돌린 이유

인공지능(AI) 산업의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글로벌 증시를 짓누르는 가운데,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한국 코스피 지수의 목표치를 대폭 낮추는 동시에 증시 충격에 대비할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 일본 엔화를 지목했다. 2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티머시 모 아시아태평양 주식전략 총괄 등은 전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코스피의 향후 12개월 목표치를 기존 1만2000에서 9000으로 25% 하향 조정했다. 보고서는 지난 6월 고점 대비 코스피가 35% 넘게 폭락한 상황을 반영해 밸류에이션에 보다 보수적인 가정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들어 코스피 목표치를 여러 차례 상향 조정했으며 지난 6월에는 1만2000까지 높였다. 이후 코스피를 포함해 글로벌 증시가 AI 관련주를 중심으로 곤두박질쳤지만 모 총괄은 지난 9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코스피 목표치를 1만2000으로 유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근 AI 투자 열풍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결국 목표치를 하향 조정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골드만삭스는 최근 별도의 보고서를 통해 AI발 증시 충격에 대비할 수 있는 헤지 수단으로 일본 엔화의 투자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거시경제 환경은 여전히 엔화의 추가 약세를 시사하고 있지만, 엔화는 최근 몇 년보다 경기순응적 투자 포트폴리오의 헤지 수단으로 더욱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달러 매도·엔화 매수 포지션은 전반적인 성장 불안이나 특히 광범위한 AI 충격에 대비하는 가장 효과적인 헤지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최근 AI 투자에 대한 의구심으로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는 과정에서 일본 엔화가 전통적인 안전자산의 역할을 다시 보여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22일 글로벌 증시가 AI 관련주 중심으로 급락하자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56.77엔으로 0.9% 가량 급락했다(엔화 강세). 골드만삭스는 또 AI 투자 열풍으로 미국 주식과 달러가 모두 성장 전망 악화에 취약해졌다고 분석했다. AI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가 미국 증시와 달러를 동시에 뒷받침해온 만큼, 투자 열풍이 꺾이면 두 자산이 함께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통화정책 환경이 달라졌다는 점도 엔화의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글로벌 국채금리가 상승하면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확대되면서 엔화 가치가 크게 하락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글로벌 금리가 상승하더라도 엔화 약세 폭이 과거 6~7년과 비교해 제한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골드만삭스는 설명했다. 일본의 통화정책 변화로 엔화의 구조적인 약세 압력이 완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일본은행(BOJ)은 2024년 3월 17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다. 이후 단계적으로 금리를 인상해 지난해 12월 0.75%까지 높였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6월과 9월 두 차례 추가 인상에 나서면서 기준금리는 1.25%로 올라섰다. 이는 1995년 이후 31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운명의 새벽이 온다”…美 빅테크, 돈 잘 벌어도 불안한 이유 [머니+]

이번 주 예정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 전 세계 투자자들이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시가총액 3, 4, 5위를 나란히 차지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모회사 알파벳, 아마존 모두 견조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장의 관심은 실적 자체보다 천문학적인 인공지능(AI) 투자 비용과 수익성 확보 여부에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 증시가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의구심으로 하락 압력을 받고 있는 만큼, 이번 실적 발표가 투자자들의 불안을 잠재우고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알파벳과 MS는 오는 28일(현지시간) 뉴욕증시 장 마감 후 실적을 공개하고, 아마존은 다음 날인 29일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 시간으로는 각각 29일과 30일 새벽이다. 이들 3개 기업은 모두 이번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증권사 찰스슈왑이 집계한 월가 전망치에 따르면 알파벳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2% 증가한 1281억달러, MS는 16.7% 늘어난 907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아마존 역시 12.3% 증가한 2022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빅테크 기업들의 견조한 성장세는 통상 증시 상승의 새로운 촉매제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AI 투자에 따른 막대한 비용 부담과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양호한 실적만으로는 투자자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AI 투자 확대가 대규모 현금을 창출하던 빅테크 기업들의 잉여현금흐름을 마이너스로 전환시킬 만큼 부담을 키웠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짚었다. BNY웰스의 케빈 셰이 수석 주식 애널리스트는 “이번 실적 발표 시즌은 상당히 중요한 분기점"이라며 “시장은 초대형 기술기업들의 성장세가 지속 가능할지에 대해 점점 더 확신하지 못하면서 이들의 성장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 호실적에도 주가 급락한 메타…달라진 분위기 이러한 분위기는 지난주 메타플랫폼스의 실적 발표 이후 나타난 주가 급락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메타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시장 예상을 웃도는 매출을 달성했지만 올해 자본지출 전망치를 기존 1300억~1450억달러에서 1350억~1450억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특히 3분기 잉여현금흐름이 21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대규모 AI 투자에 따른 자금 부담이 부각됐다. 결국 메타 주가는 지난 23일까지 8% 가까이 급락했다. 셰이 애널리스트는 “잉여현금흐름 전망치를 다시 낮춰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AI 투자의 지속 가능성과 추가 자금조달에 대한 의존도를 둘러싼 우려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이러한 우려는 네오클라우드 기업과 시장의 다른 부문으로도 확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잉여현금흐름 전망치가 상향 조정된다면 시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것"이라며 “잉여현금흐름 전망치의 하향 조정이 바닥을 통과했고, 투자 지출 확대 사이클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를 지나왔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존 벨턴 가벨리펀드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현재 투자자들은 설비투자 확대에 대해 전혀 인내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주식시장이 한동안 위험을 외면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 이러한 문제가 시장에 영향을 미치거나 시장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 고유가에 FOMC까지…운명의 한 주 이번 주 실적 발표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AI 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빠르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증시에서는 AI 산업의 성장 가능성 자체보다 막대한 투자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를 둘러싼 의구심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AI 관련 매출이 대규모 투자를 정당화할 만큼 증가하지 못할 경우 오는 2030년까지 3조5000억달러가 넘는 AI 인프라 투자 자산에서 손상차손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추산했다. AI 인프라에 투입한 투자금 가운데 상당 부분을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다음 달 기업공개(IPO)를 앞둔 것으로 알려진 AI 챗봇 클로드 개발사 앤트로픽의 성장세 둔화도 투자심리를 압박하고 있다. 올 3분기 앤트로픽의 매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5%로, 2분기보다 둔화한 수준이다. 이러한 우려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자금 흐름에서도 확인된다. 아전트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제드 엘러브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현재 시장에서는 극단적인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데이터센터 설비투자 관련주와 기술주에서 빠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거시경제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다.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 격화 우려로 국제유가가 지난 4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데다 오는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까지 앞두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은 한층 커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오는 27~2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현 3.75~4.0%인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벨턴 매니저는 “어려운 거시경제 환경과 AI 매출 성장세 둔화, AI 설비투자 증가세의 가속화가 맞물린 상황"이라며 “상당히 어려운 조합"이라고 지적했다. ◇ M7 주가 부진…“저기 매수 기회" 분석도 이처럼 AI 투자에 대한 경계심이 확산하면서 그동안 글로벌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미국의 초대형 기술기업 7곳인 '매그니피센트7(애플·아마존·알파벳·MS·엔비디아·테슬라·메타, M7)'의 주가도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M7 지수'는 올해 들어 6.5%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11%,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가 15%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낮아졌다는 점에서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M7 지수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4배를 밑돌고 있다. 이는 지난 10년 평균인 약 29배보다 낮고, 1년 전 33배와 비교해도 크게 하락한 수준이다. MS와 알파벳 역시 장기 평균보다 낮은 밸류에이션에 거래되고 있으며, 아마존의 PER은 20배 아래로 떨어져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반면 실적 성장 전망은 여전히 견조하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에 따르면 M7 기업들의 올해 이익은 약 3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S&P500 기업 전체의 예상 이익 증가율인 29%를 웃도는 수준이다. 내년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M7 기업들의 2027년 이익 증가율 전망치는 최근 27%까지 상승했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시장에서는 19%에 못 미치는 증가율을 예상했지만 이후 전망치가 빠르게 상향 조정됐다. 그러나 이처럼 높아진 실적 기대치가 오히려 빅테크 기업들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적이 시장 전망에 부합하더라도 AI 투자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피보털 어드바이저스의 티파니 맥기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의 기대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기업들이 기대치를 충족하더라도 시장은 실망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은 기업들이 기대치를 단순히 충족하는 수준이 아니라 압도적으로 뛰어넘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인사이트] 꺼진 성장 엔진과 잠들지 못하는 금리

지난 몇 년간 미국 성장을 이끈 건 AI 인프라 투자 하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냥 엔비디아 칩을 사고 데이터센터를 짓고 전력을 끌어오는 천문학적 CapEx가 GDP를 떠받쳤다. S&P500 이익 증가분의 절반 이상이 Magnificent 7을 포함한 AI 기업에서 나왔다는 통계가 증거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자산 가격이 오르니 소비를 하는, 자산효과에 기대어 만든 성장이었다. 그런데 얼마전 그 믿음에 처음으로 균열이 갔다. 네오클라우드 대장 코어위브의 채권 금리가 15%에 육박했다. 쿠폰 9.625%짜리 2032년 만기 무담보채가 14.8%에 거래된다는 건 채권 가격이 8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는 얘기고, 시장이 신용을 부실 수준으로 본다는 뜻이다. 부채가 350억 달러가 넘는데 그 돈으로 GPU 서버를 사서 빌려주는 모델이니 금리만 올라도 이자를 감당할 수 없는 구조다. DA Davidson의 Gil Luria가 말한 것처럼 AI 사이클이 삐끗하면 코어위브가 제일 먼저 가는 구조다. 여기에 가트너가 결정타를 날렸다. 2030년까지 네오클라우드 업체 80% 이상이 독립 운영을 중단할 것이라는 리포트다. AI 최적화 IaaS 지출은 2027년 660억 달러에서 2030년 1740억 달러로 커지지만, 반도체 세대가 교체되기 전에 투자금을 회수할 속도가 아니라는 계산이다. 데이터센터 주인들이 자본비용과 12% 수익률을 맞추려면 2030년까지 8조5000억 달러를 벌어야 하는데, 가트너가 보는 실제 AI 수익은 3조6000억 달러에 불과하다. 3조5000억 달러가 손상될 수 있다는 경고가 그래서 나왔다. 하이퍼스케일러는 버틸 수 있어도 GPU만 빌려주는 네오클라우드는 버틸 재간이 없다. 그래서 코어위브 -15.5%, 네비우스 -10%, IREN -12%, 코스피 하루 7.15% 폭락, 하이닉스 ADR까지 같이 무너졌다. 여기서 제일 이상한 건 금리다. 지난주 미국 9월 CPI와 PPI는 모두 예상 밖이었다. CPI YoY 3.7%로 예상 3.6%를 넘었고, PPI는 MoM 0.5% 예상이 1.3%로 뛰었고 코어 PPI도 0.3% 예상에 0.7%를 기록했다. 교과서대로면 금리 폭등이 맞다. 실제로 발표 직후 10년물은 5.329%까지 치솟았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10년물이 5.10%까지 내려오면서 13bp가 빠졌다. PPI가 뜨겁다는데 금리가 빠졌다는 건 자산이 SAFE-HAVEN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시장이 느낀 건 물가 부담이 아니라 금리 상승으로 인한 성장 둔화의 공포였다. 외신 헤드라인처럼 AI Credit Fears Eclipse Hot CPI였다. 이게 왜 무서운가. 미국은 수출이 안 되는데도 성장을 했다. 월급이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자산 가격이 오르니 소비를 해왔기 때문이다. GDP 70%인 소비가 자산 가격에 기대어 있는 구조다. 그러니 성장이 멈춰 자산 가치가 꺾이면 곧바로 소비가 꺾이고 GDP가 꺾인다. 약한 고리인 네오클라우드가 먼저 맞았고, 성장이 꺾이면 자산 가격 하락은 순차적으로 올 것이다. 진짜 딜레마는 다음이다. 원래 성장이 꺾이면 금리를 내려 부양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와 인플레가 있다. 브렌트 104달러다. 금리를 못 내린다. 성장이 꺾이는데도 고금리를 유지해야 하는 장기 고금리 시대가 이어질 지 모른다. 성장이 꺾이니 내려야 하는데 고유가와 인플레로 못 내리는 딜레마다. 우리도 금리 상승이 예고된 상황에서 싼 돈 빌려 투자한 부동산이 타격을 받을 것이다. 우리 역시 반도체 주식과 영끌한 아파트로 버텼다. 성장은 꺼졌는데 금리는 잠들지 못하는 아이러니, 이제 한여름 밤의 꿈에서 깰 시간이다. bienns@ekn.kr

“이란 끝장내는 건 쉬워”…트럼프 최후통첩, 국제유가 150달러 찍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협상을 타결할지, 아니면 군사 공격을 재개할지 결정해야 할 시점이 임박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다시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얼마나 더 오를지 관심이 집중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란을 완전히 끝장낼 것인가, 아니면 합의를 이룰 것인가. 그것이 전부"라며 “이란을 끝장내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우리는 장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 이후 이란에 대한 공습을 재개할 수 있음을 여러 차례 시사해 왔다. 미국은 세 번째 항공모함 전단을 포함한 추가 병력도 페르시아만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을 떠나면서 기자들에게 “오늘은 공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당국자들은 중간선거 이후 새 의회가 출범하기 전까지의 기간이 특히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들은 협상을 통한 합의가 전쟁을 끝낼 가장 유력한 방안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이란과 예멘 후티 반군의 위협이 커지자 중동 일부 지역에서 외교관과 군 병력을 감축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당초 사우디아라비아 주재 외교관들의 철수 사실만 인정했다. 그러나 한 미국 당국자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 선박을 겨냥한 이란의 공격이 거세지면서 중동 전역에서 보다 광범위한 인력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이란 역시 미국 중간선거를 전후해 새로운 공습이 시작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의 추가 공격이 현실화할 경우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전역을 겨냥한 보복 공격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이란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 안팎에서 선박을 겨냥한 공격을 확대하고 있다.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중동 전문가인 아슬르 아이든타슈바시는 “모든 징후는 전쟁 재개와 대규모 폭격 작전이 시작될 가능성을 가리키고 있다"며 “다만 정확한 시점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중동 지역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국제유가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유가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지난 23일 배럴당 116.7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한 주 동안 6% 넘게 급등하면서 지난 4월 이후 약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26일 아시아 시장에서는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 등으로 상승세가 다소 진정됐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현재 브렌트유는 배럴당 110.54달러 수준으로 소폭 하락했다. 기술적 지표에서도 단기 조정 가능성을 시사하는 신호가 나타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3일 브렌트유의 14일 상대강도지수(RSI)는 74를 넘어섰다. RSI는 일정 기간 가격 변동의 속도와 폭을 측정하는 기술적 지표로, 일반적으로 70을 웃돌면 과매수 상태로 판단해 가격 조정 가능성을 경계한다. 그러나 국제유가의 상승 압력이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브렌트유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약 90% 급등한 상태다. 특히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다시 격화할 경우 원유뿐 아니라 석유제품의 공급 부족 사태까지 심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로 중동의 핵심 에너지 기반시설이 추가로 파괴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중동 전쟁에 따른 원유 공급 차질이 장기화하거나 에너지 기반시설 피해가 확대되면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지난달 경고한 바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선거 끝나면 가만 안 둬”…트럼프, 이란 대규모 공습 준비하나 [이슈+]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간 전쟁이 8개월째에 접어든 가운데 중동 지역에서 대규모 군사적 충돌이 재개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당초 이번 전쟁이 불과 몇 주 안에 끝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최근에는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 이후 이란에 대한 공습을 재개할 가능성을 거듭 시사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다시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국제유가는 약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중간선거 이후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재개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징후들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이미 세 번째 항공모함 전단과 해군 장병 및 해병대원 1만명을 페르시아만으로 추가 파견했다.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을 재개할 경우 미군 지휘부가 활용할 수 있는 군사적 대응 수단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도 최근 예고 없이 이스라엘을 방문해 총선을 앞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회동했다. 미 국무부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주재하는 일부 비필수 인력과 그 가족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까지 공격 범위를 확대하면서다. 후티 반군은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해 리야드 국제공항과 에너지 시설을 집중 공격했으며, 이 과정에서 수십 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부상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후티 반군이 매우 나쁘게 행동하고 있다"며 “선거가 끝난 뒤에도 나는 그 자리에 있을 것이며,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아울러 미 NBC방송은 최근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란의 보복 공격에 대비해 중동 지역 군사기지에 주둔하는 미군 병력 일부가 철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BC는 이러한 움직임이 지난 2월 말 이란 전쟁 발발 당시 이뤄졌던 병력 및 외교 인력 재배치와 유사하다고 전했다. 이란 역시 미국의 공습 재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규모 보복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이 중간선거 전후로 공습에 나설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으며, 실제 공격이 이뤄질 경우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한 중동 전역에서 보복에 나설 계획이다. 이 소식통은 “미국 중간선거가 끝난 뒤 내년 1월 초 새 의회가 출범하기까지의 기간이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며 “분쟁에서 벗어날 유일한 방법은 미국과 이란 양측 모두 승리를 주장할 수 있는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제이 클레이턴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지난 23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에 보낸 서한에서 “우리는 여러 경로를 통해 이란이 미국 인력을 공격하기 위한 노력을 대폭 강화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미국 시민을 살해하려는 이란의 공격 계획은 중동과 일부 다른 국가에서 이미 상당히 진전된 단계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걸프 지역 국가들 사이에서도 확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UAE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에 따르면 일부 걸프 국가 당국자들은 무력 충돌이 재개될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으며, 전투가 재개될 경우 교전 중단 이전보다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추가 군사행동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지난 22일 기자들에게 “우리는 그들을 아주 심하게 두들겨 팼다. 그리고 조금 더 그렇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중동 전문가 아슬르 아이든타슈바시는 “모든 징후가 전쟁 재개와 대규모 폭격 작전을 가리키고 있다"며 “다만 정확한 시점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분석했다. 최근 외교적 협상을 통해 전쟁을 종식하려는 시도 역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그럼에도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미국이 이번 분쟁을 영구적으로 종식하기 위한 공정하고 명예로운 해결책을 찾으려는 진정성 있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를 확인한다면 이란은 외교에 다시 한번 기회를 줄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현시점에서 진전을 기대할 이유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이전에 공습을 재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공화당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중 적어도 한 곳, 최악의 경우 양원 모두의 다수당 지위를 잃을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 특히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과 미국 내 휘발유 가격 상승이 공화당의 선거 전망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12월물 가격은 지난 23일 배럴당 116.7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주간 기준으로 3주 연속 상승하며 지난 4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는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재차 고조되면서 원유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특히 미국이 중간선거 이후 대이란 군사작전을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유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문제는 중동 정세가 외교적 해결보다는 추가적인 무력 충돌로 기울고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 중동 상황은 지난 2월 이란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과 섬뜩할 정도로 닮아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거가 다가오고 있고, 호르무즈 해협의 심각한 운송 차질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란의 태도도 더욱 비타협적으로 변했다는 점에서 당시와 차이가 있다"며 “그러나 이러한 차이점들은 전투가 재개될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높아졌다는 사실을 가리킨다"고 경고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E칼럼] 잠기는 섬, 솟아나는 섬

한쪽에서는 섬이 잠기고, 다른 쪽에서는 섬이 솟아난다. 남태평양 투발루와 카스피해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새 섬은 땅이 융기한 게 아니라 호수의 물이 빠져 바닥이 드러나며 생겼다. 물이 넘쳐도, 모자라도 삶의 터전은 사라진다. 지구 역사에 늘 있었던 일이지만, 문제는 너무 빨리 진행되고, 원인이 인간이라는 점이다. 투발루의 평균 해발고도는 불과 2m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이곳 해수면은 2023년까지 30년 새 약 15㎝ 상승했다. 이 낮은 나라에서 몇㎝의 차이는 침수의 빈도와 피해 정도를 크게 바꾼다. 투발루는 석호에서 모래를 퍼 올려 바다를 메우고 방어시설을 세우고 있다. 일련의 매립 사업이 마무리되면 주섬에 약 0.21㎢의 땅이 추가된다. 국토가 약 26㎢인 나라가 고향을 지키려고 벌이는 사투다. 이들에게 기후위기는 금세기 말의 전망치보다 오늘 발을 디딜 땅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세계 최대 내륙 수역인 카스피해에서는 거꾸로 물이 줄었다. 카자흐스탄 관할 수역의 수위는 1996~2025년 약 2.45m 낮아졌다. 바다로 나가는 물길이 없는 이곳에서는 기온 상승에 따른 증발 증가에 댐과 취수로 인한 유입량 변화까지 겹친다. 수심이 대체로 3~6m인 북부 연안에서는 조금만 물이 줄어도 해안선이 멀리 후퇴한다. 항만과 어업의 기반이 흔들리고 습지가 줄어든다. 바닷물의 열팽창과 육상 얼음의 융해로 해수면이 오르는 대양과는 조건이 다르다. 같은 온난화가 지형과 물의 순환에 따라 정반대의 풍경을 만든다. 카스피물범의 사정은 땅이 늘어난다고 살 곳이 늘어나는 게 아님을 보여준다. 2021년 수천 마리가 모였던 섬은 이후 육지와 연결됐다. 섬을 둘러싸고 사람의 접근을 막아주던 물의 울타리가 사라진 것이다. 쉴 곳을 잃은 물범은 더 많은 어업과 선박, 석유·가스 사업에 노출된다. 새끼를 낳을 겨울 얼음마저 불안정해진다. 인간이 지도 위에서 새 땅을 발견하는 동안 물범은 제 집을 잃는다. 근본적인 해법은 온실가스 감축이다. 그러나 배출을 줄인다고 내일 당장 수면이 제자리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바다에 축적된 열과 빙상의 느린 반응 때문에 해수면 상승은 오래 이어진다. 감축의 효과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살아야 하므로 적응을 함께 추진하는 수밖에 없다. 투발루의 해안 방어와 안전한 거주지 확보, 카스피해 유역의 물 사용 조정과 물범 피난처 보호가 모두 시급하다. 다만 방조제와 매립으로 커지는 위험을 감당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적응은 감축을 미루는 구실이 될 수 없고, 감축 약속도 당장의 생존을 대신할 수 없다. 이 생존에는 돈과 권력이 필요하다. 영화 〈설국열차〉에서 앞칸 승객들이 호사를 누리는 동안 꼬리칸 사람들은 추위와 굶주림을 견딘다. 같은 열차에 탔다고 같은 재난을 사는 것은 아니다. 기후위기를 일으킨 책임이 없는 물범, 배출에 기여한 몫이 작은 태평양 빈국이 먼저 삶의 자리를 빼앗기는 현실은 그 장면을 닮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을 지킬 자원과 결정권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탄소를 많이 배출한 사회가 감축의 속도를 흥정하는 사이, 협상력이 약한 이들은 살아남을 비용부터 치른다. 그러므로 적응을 각자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주문으로 남겨두면 안 된다. 많은 탄소를 배출하며 부를 축적한 나라들이 감축을 서두르고 취약국의 적응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적응 지원금을 내고 화석연료 사업을 계속 늘린다면, 한 손으로 방조제를 쌓으며 다른 손으로 물을 밀어 넣는 셈이다. 기후협상에 대표를 보낼 수조차 없는 생물들의 서식지도 정책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 방조제의 높이만큼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누가 보호받느냐다. 투발루와 물범에게 함께 버티자고 하면서 앞칸의 생활을 고집한다면, 지키려는 것은 지구인가, 특권인가. bienns@ekn.kr

김정은 “中인민과 싸웠던 영광 영원히 기억” 시진핑 안 만나고 귀국 이례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의 6·25전쟁 참전 기념일을 계기로 랴오닝성 단둥을 방문해 북중 간 혈맹 유대를 재확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김정은의 방중은 지난해 9월 베이징 방문 이후 1년여 만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하지 않고 귀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이 '중국인민지원군 조선전선참전 76돌'(10월 25일)을 하루 앞둔 전날 단둥을 찾아 항미원조기념탑에 헌화하고 항미원조기념관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항미원조(抗美援朝)는 '미국에 맞서 북한을 돕는다'는 뜻의 중국 측 용어로 6·25전쟁 참전을 정당화하기 위한 역사관이 담겨 있다. 보도에 따르면 북측에서는 김여정 총무부장, 조용원 당 비서, 최선희 외무상 등이 수행했고, 중국 측에선 권력 서열 4위인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을 비롯해 왕이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 등 중앙 및 지방 고위 간부들이 영접에 나섰다. 김정은은 참관 과정에서 “우리 인민은 중국인민과 함께 싸웠던 영광의 연대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며 “우리 혁명을 피로써 도와준 중국인민을 향한 영원한 감사를 대를 이어 전해가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기념관을 가리켜 “불패의 조중(북중) 친선에 관한 고귀한 피의 검증"이라고 평가하고, '김일성 사진문헌기념판'을 기증했다. 이어진 왕 주석과의 담화에서도 김정은은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들의 출병지에서 위대한 연대와 역사를 경건히 추억하는 일은 마땅한 도리이자 의무"라며 “피로 맺어진 조중친선의 귀중함을 다시금 새기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아울러 시진핑 주석을 향해 “오늘날 중화인민공화국이 지닌 높은 국제적 권위와 존엄은 습근평(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중국공산당의 현명한 영도를 따라 분투하고 투쟁해 쟁취한 응당한 결과"라며 공적을 높이 평가했다. 왕 주석은 시 주석의 감사 인사를 전달하며 그의 참관에 대해 “전통적인 중조친선과 전투적 우의를 끊임없이 계승·발전시켜나가는 데 있어 매우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고 화답했다. 왕 주석은 시 주석의 특별 지시에 따라 환영 연회도 주재했다. 이후 김정은은 단둥 버스공장을 둘러본 뒤 이달 15일 개통한 신압록강대교를 통해 귀국길에 올랐다. 왕 주석 등의 배웅 속에 다리 중간지점에 다다른 김정은은 “이 다리가 두 나라를 잇고 우리의 마음도 더 굳게 이어주는 역사적 사명을 정확히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김정은의 이번 방중은 2011년 12월 집권 후 6번째이자, 지난해 9월 딸 주애와 베이징 방문 이후 1년여 만이다. 다만 2018년 3월 첫 방중 이후 매번 이뤄졌던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 없이 귀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교근 기자 shin1948@ekn.kr

중국 단둥 찾은 北 김정은…북중 경협 강화 논의할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중국 단둥에서 중국 서열 2위인 리창 국무원 총리를 만났다. 양국의 전통적 혈맹관계를 과시하는 한편, 경제협력 강화 논의가 오갔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부는 김 위원장이 이날 오전 신압록강대교를 통해 중국을 방문한 것으로 파악했다. 평양에서 신의주까지 열차로 이동한 뒤, 전용차로 신압록강대교를 건너 중국 단둥에 도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압록강대교는 북중 최대 교역 거점인 중국 단둥과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를 잇는 왕복 4차로의 총길이 3026m의 교량이다. 지난 2014년 완공됐지만 통관 시설 미비 등의 이유로 개통이 미뤄지다 지난 15일 공식 개통했다. 중국 서열 2위인 리창 총리는 당시 영상 축사를 통해 “양측의 경제·무역 교류를 크게 촉진할 뿐만 아니라 인적 교류를 더욱 긴밀하게 하고, 양국 국민의 정서적 유대도 강화할 것"이라며 “중·조(중·북) 전통 우정을 상징하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해 북·중 무역액은 전년보다 26% 증가한 27억3600만달러를 기록했다. 리창 총리는 이날 베이징에서 단둥 국경까지 직접 내려와 김 위원장을 직접 의전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전해진다. 리창 총리는 중국 경제를 책임지는 최고위급 인사다. 거시경제 운용과 경기 부양, 산업·경제 등 중국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의 무게 중심이 경제협력 강화에 쏠려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방중 시기를 두고서는 중국의 '항미원조 기념일'을 기념하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나온다. 10월 25일은 중국군이 1950년 10월 19일 한국전쟁에 참여해 첫 승리를 거뒀다고 주장하는 날로, 항미원조는 미국에 대항하고 북한을 돕는다는 것을 뜻한다. 올해는 76주년으로, 김 위원장이 단둥에 있는 항미원조기념관을 직접 방문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새벽부터 항미원조기념관 주변에 교통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을 불식시키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사전 예고하지 않았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김정은 北 국무위원장 24일 전격 방중…건재함 과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1년여 만에 전격 방중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신압록강대교를 통해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 도착했다. 해당 매체는 “김 위원장의 방중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내 북미대화 재개를 추진하는 가운데 선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며 “최근 사망설이 돌기도 한 김 위원장이 방중길에 올라 건재를 과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앞서 교도통신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단둥의 일부 지역에서 이날 엄격한 교통 통제가 실시됐으며, 이 지역의 호텔 숙박 예약이 불가능해진 상태라고 보도했다. 오는 25일은 한국전쟁 당시 중국이 북한에 지원군을 보내 참전한 지 76주년이 되는 날이다. 신압록강대교는 북중 최대 교역 거점인 단둥과 평안북도 신의주를 잇는 왕복 4차로·총 길이 3026m 교량이다. 지난 2014년 완공됐지만 북한 측 연결도로와 통관시설 미비 등의 이유로 개통이 미뤄지다 지난 15일 공식 개통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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