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엔화 환율 급락…삼전닉스·AI 랠리 흔들 ‘디레버리징’ 뇌관 [머나+]](http://www.ekn.kr/mnt/thum/202608/rcv.YNA.20260803.PAF20260803067601009_T1.jpg)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일본과 미국이 15년 만에 공동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엔화 방어에 나선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추가 개입 가능성에 힘을 실으면서다. 엔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엔화를 빌려 반도체주를 포함해 글로벌 증시에 투자했던 자금이 다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반면, 구조적인 여건을 감안했을 때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3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한국시간 오전 11시 50분 기준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6.49엔을 기록 중이다. 이날 장중 한때 155.23엔까지 떨어지기도 했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달 29일까지만 해도 163.9엔대까지 치솟으며 1986년 12월 이후 40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30일 159엔대로 급락(엔화 강세)하더니 지난달 31일에는 157엔대로 내려왔고 이날에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엔화 가치는 불과 3거래일 만에 약 4.5% 급등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본과 미국의 공동 개입으로 지난 두 달간 이어졌던 엔/달러 환율 상승분을 모두 되돌렸다고 보도했다. ◇ 美·日 공동개입…트럼프 “우정의 신호" 엔화 강세의 배경에는 일본과 미국의 이례적인 공동 외환시장 개입이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과 일본이 지난달 31일 공동으로 엔화 매수 개입을 실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일본과 미국이 공동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은 15년 만이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시장에서 엔화를 직접 매수했고, 미국 재무부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을 통해 유로화를 매도하고 엔화를 매수하는 방식으로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도 이에 보조를 맞춘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 30일 한국과 일본 외환당국이 동시에 달러를 매도하는 방식으로 시장 안정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문지성 재정경제부 국제경제관리관은 로이터에 “우리는 미국과 일본과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일본은 추가 개입 가능성도 열어뒀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2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지난 금요일(7월 31일) 미국과 일본의 공동 외환시장 개입은 무질서했던 엔화 움직임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였다"며 “미 재무부는 일본 재무성과 일본은행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추가 공동 개입에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엔화의 상당한 저평가를 바로잡기 위한 일본의 단호한 시장 안정 조치와 통화정책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31일 열린 각료회의에서는 베선트 장관 앞에 놓인 메모장에 '할 일' 목록으로 '일본 엔화 50억~100억달러 매수'가 적힌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의 엔/달러 시장 개입을 언급했다. 그는 이날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이 약간의 도움을 원했고 우리는 언제나 일본을 위해 있다"며 “진주만 공습을 제외하면 일본은 항상 우리에게 매우 잘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이본 공동 개입은) 우정의 신호"라며 미국이 무엇을 얻느냐는 질문에는 “재정적인 이익"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외환 정책 실무 책임자인 미무라 아쓰시 재무관은 “이번 공동 외환시장 개입은 일본과 미국 동맹의 결실"이라며 “앞으로도 일본은행의 통화정책과 보조를 맞춰 외환 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이 발언이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일본은행은 최근 기준금리를 1%로 동결한 바 있다. ◇ 다시 고개 드는 '엔캐리 청산' 공포 글로벌 투자자들이 엔화 강세를 경계하는 이유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 때문이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미국 등 금리가 높은 국가의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엔화 약세가 이어질수록 수익성이 커지지만, 반대로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환손실을 줄이기 위해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팔고 엔화를 다시 사들이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스티븐 젠 유리존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보고서에서 “캐리 트레이드는 평소에는 안정적으로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 갑자기 무너질 수 있다"며 1998년 10월 엔캐리 청산 사태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당시 헤지펀드들이 엔캐리 트레이드를 대거 청산하면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30엔에서 112엔 수준까지 급락했다. 2024년 7월에도 일본은행의 '깜짝 긴축'과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동시에 겹치자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2엔대에서 141엔 수준까지 급락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엔화 매수가 글로벌 유동성 축소로 이어지며 8·5 블랙먼데이 사태가 발생했다. 이때 한국 코스피는 하루 만에 8.77% 급락했고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2% 넘게 폭락하며 1987년 이후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소시에테제네랄의 앨버트 에드워즈 전략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엔화에서 '슬로모션 통화위기'의 초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며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인공지능(AI) 랠리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버트파이낸셜의 마크 말렉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 참가자들이 일본이 글로벌 유동성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전문매체 시킹알파 역시 “매파적인 일본은행과 맞물린 엔화 강세는 기술주와 반도체, 신흥국 자산, 가상자산 전반에서 디레버리징(차입 투자 축소)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 “효과는 제한적" vs “이번엔 다르다" 다만 외환시장 개입만으로 엔화 강세를 장기간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이스트스프링 인베스트먼트 롱런 고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엔화 약세의 근본 원인은 일본의 통화 및 재정정책에 대한 구조적인 우려에 있다"며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외환시장 개입만으로 추세를 지속적으로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리드캐피털의 제럴드 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외환시장 개입은 단기적으로만 효과를 낼 뿐 시장 심리를 장기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며 “미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엔화를 계속 떠받친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개입 효과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삭소마켓의 샤루 차나나 수석투자전략가 역시 “공동 개입은 당분간 엔화 약세 베팅의 위험을 높이는 효과는 있지만 강한 엔화 추세를 만들려면 일본은행의 추가 긴축이나 미 국채금리 하락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이번 개입은 엔화 약세 속도를 늦추는 데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반면 미국이 공동으로 참여한 만큼 이번에는 과거와 상황이 다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아스트리스 어드바이저리 재팬의 닐 뉴먼 전략총괄은 “미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했고, 미국이 이례적으로 유로화를 매도한 점은 양국이 환율 흐름 자체를 바꾸기 위해 공조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필요하다면 추가 개입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BBH)의 엘리아스 하다드 글로벌 시장전략 총괄은 “역사가 보여주듯 미국이 참여한 공동 외환시장 개입은 강력한 효과를 발휘했다"며 “투자자들은 당국의 움직임에 맞서기보다 같은 방향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1998년 이후 미국이 참여한 세 차례의 공동 외환시장 개입은 모두 성공적이었다"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의 카막샤 트리베디 전략가 등은 “엔화가 최근 상승분을 다시 반납하기 시작하면 당국이 추가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외환시장 개입은 펀더멘털이 개선될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가이타메닷컴 연구소의 나카무라 쓰토무 애널리스트는 “시장에서는 일본과 미국 당국 모두 엔화 약세를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엔화 약세를 둘러싼 시장 환경도 분명히 달라졌다"고 밝혔다. 이어 “엔화 환율이 159엔 수준까지 반등할 수는 있겠지만 개입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시장 상황에 따라서는 올해 말까지 환율이 150엔 수준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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