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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년 G20 유치 성공…美 ‘보이콧’에도 정상선언문 채택

2028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지가 한국으로 공식 확정됐다. 미국의 '보이콧'과 정상선언문 채택을 둘러싼 갈등에도 회의가 마무리된 가운데, 한국은 G20 정상회의를 18년 만에 다시 유치하며 글로벌 외교 질서의 재편 국면에서 외교적 입지를 한층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정상선언문에는 “우리는 2026년 의장국 미국에 협력하고, 2027년 영국과 2028년 대한민국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한국에서 G20이 열리는 것은 2010년 서울 개최 이후 18년 만이다. 대통령실은 “임기 첫해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 수행,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성공적 개최에 이어 G20 의장국까지 수임해 달라진 우리 위상을 재확인하고 국제사회 연대와 협력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정상선언문은 “G20이 다자주의 정신에 기반해 합의에 따라 운영되고 모든 회원국이 국제적 의무에 따라 정상회의를 포함한 모든 행사에 동등한 입장에서 참여하는 데 대한 우리의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명시했다. 이어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에 따라 수단과 콩고민주공화국, 점령된 팔레스타인 영토(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우크라이나에서 정당하고 포괄적이며 영구적인 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강조했다. 또 정상들은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반하는 일방적 무역 관행에 대응하겠다고 명시하고, 기후 변화 대응 및 재생에너지 확대, 저개발국 채무 부담 해소 등 트럼프 행정부가 꺼리는 의제도 선언문에 포함시켰다. 이번 정상선언문은 이례적으로 회의 마지막 날 폐막 직전에 채택됐다. 미국이 기후 대응 및 교역 규범 관련 문구를 이유로 정상선언문에 반대한 데 따른 결과다. 미국 대표단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아공 정부가 “아프리카너스 백인을 박해한다"고 비판하며 G20 의제와 충돌한 끝에 불참했고, 이후 “미국의 동의 없는 정상선언에 반대한다"며 의장성명만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남아공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겁박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불참하기 때문에 G20의 결과에 대해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미국의 반대에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정상선언문 채택을 강행했다. 올해 G20 회의는 미국·중국·러시아 정상이 모두 불참한 첫 사례다. 중국은 리창 총리가, 러시아는 대통령실 부비서실장이 대신 참석했다. 미국은 대표단조차 보내지 않았다. G20은 전 세계 GDP의 85%, 무역의 75%,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19개국과 유럽연합(EU)·아프리카연합(AU)으로 구성되는 세계 최대 다자 협의체다. 이 대통령은 이같은 복잡한 외교 지형 속에서도 직접 참석하며 다자외교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 21일 밤 요하네스버그에 도착한 뒤 이틀간 연설과 양자회담을 이어가며 다자무역체제 복원과 기후위기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취임식 당시 착용했던 흰색·붉은색·남색 줄무늬 넥타이를 다시 선택한 것도 분열된 국제질서 속 '통합 메시지'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다자무역체제의 신뢰와 기능 회복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갈등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국제경제질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협력이 해법이라는 취지다. 전략적 계산도 깔려 있다. 글로벌사우스(아시아·중남미·중동·아프리카 신흥국)와의 협력 기반을 넓혀 외교 지평을 확장하려는 구상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동시에 2010년 서울 회의 이후 18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열리는 2028년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제사회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실리적 계산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 대통령은 G20 기간 독일·프랑스와 양자 정상회담을 잇달아 개최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프랑스 측에 “EU 내에서 우리나라와 제3위 교역국인 프랑스가 최근 첨단산업과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상호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높이 평가하면서, 양국 기업인 간 교류도 적극 장려하자"고 했다. 이어 “방산 분야 상호보완 협력도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독일과의 회담에서는 약 850여 개 한국 기업이 독일에 진출해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에너지·핵심광물 분야 협력 확대 의지를 밝혔다. 또한 독일 통일 경험을 언급하며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또 이 대통령은 G20 내 중견국 협의체인 '믹타(MIKTA)' 회동을 주재했다. 의장 자격으로 튀르키예·호주·멕시코·인도네시아 정상들을 맞이했다. '다자주의 강화' 내용을 담은 공동언론발표문도 채택했다. 이 대통령은 한-남아공 정상회담과 동포 간담회를 끝으로 G20 일정을 마무리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트럼프, ‘상호관세는 불법’ 최종판결 대비하나…“대체 관세 수단 준비중”

미 연방 대법원이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상호관세가 위법이라는 최종 판결에 대비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대체 관세 수단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미 관리자들을 인용해 “미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는 패소를 대비해 '플랜B' 옵션을 연구해왔다"며 “최대한 빠른 속도로 상호관세를 대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세계 각국에 부과한 광범위한 관세의 적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심리에 나섰다. 그러나 보수 성향의 대법관들마저 미국 정부의 관세 부과 권한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자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소송에서 패소해 상호관세가 무효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여전히 승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패소하더라도 관세 정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최종판결을) 기다리고 있고 좋은 결과가 나오길 희망한다"며 “그러지 않을 경우, 우리는 다른 방법을 찾아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가 행정부에 부여한 비상 관세 권한을 합법적으로 행사했으며, 행정부는 대법원에서 최종 승리를 확신한다"면서도 “행정부는 미국의 역사적인 상품 무역 적자를 해결하고 우리의 국가·경제 안보에 중요한 제조업을 미국으로 복귀시키 위한 새로운 방안을 항상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익명의 한 관계자 역시 “대법원 판결과 무관하게 관세는 트럼프 경제 정책의 핵심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 패소 시 상호관세 대체 수단으로는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301조와 122조, 관세법 338조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다만 상호관세에 비해 관세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며 부과 속도 또한 느리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 등 적절한 조치를 통해 수입을 제한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다. 무역법 301조는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를 허용한다. 외국 정부나 외국 기업이 미국 기업에 차별적인 대우를 할 경우 USTR 조사를 거쳐 대통령이 시행할 수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 이를 근거로 중국에 대해 관세를 부과했다. 세율 상한은 없지만 USTR의 추가 요청이 없을 경우 4년 뒤 자동 폐지되며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다. 무역법 122조는 무역적자 보정을 위해 15% 범위 내에서 150일까지 관세를 부과할 권리를 대통령에게 부여한다. 관세법 338조는 미국과 상거래에서 차별하는 국가의 수입품에 대통령이 5개월간 최대 5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다만 지금까지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어 실제 발동될 경우 새로운 법적 분쟁의 소지가 있다. 블룸버그는 “새로운 관세 부과 조처는 각각의 한계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시행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보이콧’ 美 보란듯…G20 정상회의 첫날부터 ‘남아공 정상선언’ 전격 채택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첫날인 22일(현지시간) 'G20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선언'이 채택됐다. 과거엔 회의 마지막 날인 둘째 날 폐막에 앞서 선언이 채택된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회의를 보이콧하며 정상선언 채택에 반대한 미국에 맞선 결정으로 보인다. 빈센트 마궤니아 남아공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회의장인 요하네스버그 나스렉 엑스포센터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회의를 시작하는 시점에 컨센서스로 정상선언이 채택됐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적으로 선언문은 회의 마지막에 채택되지만 정상선언을 첫 번째 의제로 삼아 먼저 채택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이날 개막식에 이어 세션1 회의를 시작하며 “압도적인 합의와 동의가 이뤄졌다"며 “우리가 시작 단계에서 수행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바로 지금 선언문을 채택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남아공 국제관계협력부(외무부)는 이후 30페이지, 122개 항으로 이뤄진 'G20 남아공 정상선언'(G20 South Africa Summit: Leaders' Declaration)을 공개했다. 이 문서에서 정상들은 “G20이 다자주의 정신에 기반해 합의에 따라 운영되고 모든 회원국이 국제적 의무에 따라 정상회의를 포함한 모든 행사에 동등한 입장에서 참여하는 데 대한 우리의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6년 미국 의장국 하에서 협력하고 2027년 영국, 2028년 대한민국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다"며 2028년 G20 정상회의 한국 개최를 공표했다. 또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에 따라 수단과 콩고민주공화국, 점령된 팔레스타인 영토(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우크라이나에서 정당하고 포괄적이며 영구적인 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 모순되는 일방적인 무역 관행에도 대응하겠다고 천명했다. 아울러 기후 변화의 심각성과 이에 대한 적응 필요성과 함께 재생 에너지 확대를 위한 야심 찬 목표, 가난한 국가들이 겪는 가혹한 수준의 부채 상환 부담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행정부가 꺼리는 이슈를 언급했다. 미국은 남아공이 아프리카너스 백인을 박해한다고 주장하며 G20 의제 등을 두고 갈등을 빚은 끝에 이번 회의에 불참했다. 이후 현지 미 대사관을 통해 “미국의 동의 없는 정상선언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남아공 정부에 공식 전달하며 자국의 합의 부재를 반영한 의장성명만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그러나 “겁박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반발했고 회의 첫날 정상선언을 전격 채택함으로써 아프리카 첫 G20 의장국으로서 글로벌 불평등 해소와 저소득국 부채 경감, 기후변화 대응 강화를 위한 약속 확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G20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85%와 무역의 75%,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19개국과 유럽연합(EU), 아프리카연합(AU) 등 2개 지역 기구로 구성된다. 올해 G20 정상회의는 1999년 창설 이래 처음으로 미국·중국·러시아 3국 정상이 모두 불참하는 이례적인 상황 속에 열렸다. 중국은 리창 총리가, 러시아는 대통령실 부비서실장이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했다. '연대·평등·지속가능성'을 주제로 한 이번 회의는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 '회복력 있는 세계', '모두를 위한 공정하고 정의로운 미래' 등 3개 세션으로 구성되며 23일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23일 폐막식에서 차기 의장국 미국에 의장직을 이양하는 행사는 열리지 않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남아공 대통령실이 G20 의장직 인계를 위해 미국이 제안한 자국 주재 미국 대사대리의 회의 참석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로널드 라몰라 남아공 외무부 장관은 기자들에게 “라마포사 대통령이 미국 대사대리에게 의장국 권한을 이양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G20 회원국으로 여전히 적절한 수준의 대표를 파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국가원수, 장관 또는 대통령이 임명한 특사가 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정부 청사에서 동급 대표 간에 (의장국) 인계가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크리스핀 피리 남아공 외무부 대변인은 AP통신에 “대통령이 대사관 하급 직원에게 (의장) 권한을 이양하지 않을 것임을 미국 정부에 전달했다"며 “일요일(23일) 이양식이 열릴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른바 '트로이카'(G20 작년·올해·내년 의장국)의 일원이 정상회의에 아무 대표단을 보내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오전 요하네스버그 엑스포센터에서 '모두를 위한 공정하고 정의로운 미래'를 주제로 열리는 3세션 회의에 참석한다. 이번 G20 정상회의의 마지막 공식 세션이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기술혁신과 인공지능 전환(AX)에 관한 국제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지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의장국으로서 합의를 끌어낸 '글로벌 AI 기본사회'에 관해서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에는 남아공 현지 동포들과의 오찬 간담회도 예정돼있다. 이 간담회를 끝으로 이 대통령은 남아공 일정을 모두 마무리하고 이번 중동·아프리카 순방의 마지막 방문국인 튀르키예로 출국한다. 튀르키예에서 이 대통령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방산·원자력 분야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李 “성장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부채 관리…WTO 제 역할 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우리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성장 잠재력이 큰 분야에 자원을 집중 배분해서 부를 창출하고, 또 부채 비율을 줄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주요20국(G20) 정상회의 제1세션에 참석해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함께 잘 사는 길로 가기 위한 세 가지 해법'으로 △개발도상국 부채 취약성 완화 △다자무역체제 기능 회복 △개발협력 효과성 제고 등을 위한 노력을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전세계적으로 국가 부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하며 “개도국 경제는 과도한 부채 부담 때문에 성장을 위한 투자 여력이 제한돼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개도국들이 당면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채의 지속가능성' 강화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대한민국은 인공지능 등 미래 성장 분야에 투자해 총생산 증가와 장기적 부채 비율 감소를 도모하는 성과중심 재정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두 번째로는 예측 가능한 무역투자 환경을 위해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가 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내년 아프리카에서 개최되는 WTO 각료회의의 성공을 위해 적극 협력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선도해 온 '투자 원활화 협정'이 내년 WTO 각료회의에서 공식 협정으로 채택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로는 개도국 개발 효과 극대화를 위한 국제 협력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대한민국은 '다자개발은행 개혁 로드맵 평가·보고 체계' 채택을 주도한바 있다"며 “앞으로도 이런 개혁 노력에 동참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日은 군국주의” VS “中대상 범죄 안늘었다”…중일 여론전 격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여론전이 격화하고 있다. 2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주일 중국대사관은 전날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군국주의 국가라고 지적했다. 주일 중국대사관은 “유엔 헌장에는 '적국 조항'이 있다"며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 파시즘·군국주의 국가가 다시 침략 정책을 향한 어떤 행동을 취할 경우 중국·프랑스·미국 등 유엔 창설국은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허가 없이 직접 군사 행동을 할 권리를 보유한다고 규정돼 있다"고 밝혔다. 일본이 대만 유사시를 이유로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경우 중국이 곧바로 무력으로 응수할 수 있다는 주장을 통해 일본을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은 “적국 조항에는 적국을 지칭하는 나라 이름이 기재돼 있지 않다"며 “1995년 유엔 총회에서 이 조항의 조기 삭제를 요구하는 결의가 채택됐고, 일본 정부는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필리핀 중국대사관은 엑스 계정에 다카이치 총리가 평화 헌법을 불태우고 군국주의를 부활시킨다는 내용의 만화를 게재했다. 이 대사관은 “다카이치 총리는 무모한 발언으로 대만 해협에 대한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며 이 경우 중국은 반드시 반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외무성은 중국이 여행 자제령 근거로 제시한 치안 악화는 사실이 아니라는 글을 전날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중국은 “일본에 있는 중국인의 신체와 생명 안전에 중대한 위험이 초래됐다"고 주장했다. 외무성은 “중국이 올해 일본에서 중국 국적자에 대한 범죄가 자주 발생해 안전 우려가 고조됐다고 언급했지만, 그러한 지적은 합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외무성이 별도로 제작한 일본 내 중국인 대상 범죄 통계 문서를 보면 살인 사건 건수는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15건이었으나, 올해는 10월까지 7건이었다. 강도 건수는 2023년 31건, 2024년 27건이었고 올해는 10월까지 21건으로 집계됐다. 중국 정부는 일본 여행·유학 자제령을 내리고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다시 중단하는 등의 보복 조치를 단행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해당 발언을 철회할 때까지 추가 보복 조치를 내놓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 중국동방항공은 내달 1일부터 청두∼오사카 노선 운항을 중단하고, 우한∼오사카 노선은 주 7회에서 4회로 줄인다. 쓰촨항공도 다음 달에 청두∼오사카 노선을 감편한다. 반면 일본은 대만에 관한 기존 입장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누차 강조하면서도 발언 철회 요구는 거부하고 있다. 한편, 이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막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다카이치 총리와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간 만남이 성사될지 주목하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다카이치 총리 발언에 대해 “오해를 부를 수 있다면 향후 매우 신중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며 사실상 되풀이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는 전날도 일본을 향해 “즉각 잘못된 발언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리 총리와 다카이치 총리 간 만남은 예정돼 있지 않다고 거듭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COP30 폐막일정 지연…화석연료 ‘퇴출 시간표’ 타협 난항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nference of the Parties·COP30)가 폐막 시간을 넘겼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COP사무국은 21일(현지시간) 6시 종료로 예정돼 있던 총회 일정을 연장해 당사국 간 합의를 위한 타협을 이어간다고 밝혔다. 유엔 기후총회가 약속된 폐회 시간을 넘기는 건 과거에도 있었다. 2022년 이집트에서 열린 27차 총회는 예정보다 이틀 뒤에 마무리됐고, 2023년 아랍에미리트에서의 28차 총회는 하루 더 진행됐다. 지난해 아제르바이잔에서 펼쳐진 29차 총회 역시 밤샘 회의로 공식 일정을 하루 연장했다. 이번 총회의 최대 쟁점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 단계적 감축과 에너지 전환'을 합의문에 명문화할 수 있을지다. 이 안건은 COP30 개최 전부터 합의 도출 여부를 놓고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아 왔다. 앞서 2023년 COP28 기후 정상회의에서 오랜 논의 끝에 당사국들이 연료 전환 자체에는 뜻을 모았으나, 당시 그 방법이나 시기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지는 못했다. COP30에서는 주최국인 브라질 제안을 계기로 일단 80여개국이 화석연료 퇴출을 위한 시간표 마련에 힘을 모았는데, 이를 두고 산유국 블록을 중심으로는 '비현실적 주장'이라는 취지로 완강한 반대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견 조율에 나선 브라질은 결국 폐회를 목전에 두고 화석연료에 대한 언급을 뺀 합의를 제안했지만, 프랑스·벨기에 등 일부 유럽 국가와 아시아·태평양 도서국 등을 중심으로 반발 의견이 모이는 등 협상 교착 상태인 것으로 외신들은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부 참석자들은 산림 보존 계획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내용이 누락된 것에서도 불만을 표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22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아랍 협상단은 비공개회의에서 해당 지역 에너지 산업을 논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파나마 대표단을 이끄는 후안 카를로스 몬테레이 수석 협상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후 위기 원인을 적시하지 못하는 건 타협이 아니라 (기후위기) 부정"이라며 “화석연료를 COP30 합의에서 제외한다면 협상을 어릿광대 쇼로 전락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AFP는 '화석연료 단계적 폐기'를 빼놓은 초안에 대해 이해관계에 따라 국가 간 격렬한 의견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협상단은 차이를 좁히고 분열된 세계에서도 글로벌 협력의 가능성을 증명하려고 하고 있다"고 짚었다. 브라질 정부에서 기후·에너지·환경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안드레 코헤아 두라구 COP30 의장은 “이것은 우리를 분열시키는 의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라며,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0도 이하로 제한하고 1.5도 이하로 억제하는 데 노력한다'는 일치된 목소리를 담자고 각 대표단에 호소했다고 G1은 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비트코인 시세 ‘크립토 윈터’급 폭락…“그래도 내년 1월까지 오른다”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 시세가 과거 2022년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침체기) 이후 가장 큰 하락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한때 7.6% 급락한 8만553달러까지 급락했다가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비트코인은 이날까지 연속 11거래일 연속 저점 갱신을 기록하며 2010년 이후 최장 연속 하락 기록을 세웠다. 이더리움은 최대 8.9% 하락해 2700달러 아래로 밀렸으며, 기타 알트코인 역시 비슷한 낙폭을 기록했다. 이로써 글로벌 가상자산 전체 시가총액은 4월 이후 처음으로 3조달러 밑으로 내려갔다. 비트코인은 이달에만 25% 급락해 2022년 6월 이후 최대 월간 낙폭을 기록 중이다. 당시 비트코인은 2021년 말 약 5만달러 수준에서 출발했지만, 2022년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기, 가상자산 '테라·루나 폭락', 거래소 FTX 파산 등이 겹치며 1만 6000달러대까지 폭락한 바 있다. 기관투자자들도 비트코인을 외면하고 있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12개 상품에서는 전날 하루에만 9억300만달러가 순유출됐다. 이는 ETF가 첫 등장했던 2024년 1월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비트코인 시세는 친(親) 가상자산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기관투자자들의 매입 확대, 그리고 화폐 가치 하락에 대비해 금·비트코인 등 대체자산에 자금이 몰리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 흐름까지 겹쳐 지난달 6일 12만6198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對中) 100% 추가 관세'를 경고하자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하루 만에 약 190억달러(약 27조원) 규모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강제 청산됐다. 이 충격에서 시장이 회복하지 못하면서 현재 비트코인은 최고가 대비 30% 넘게 폭락했다. 디파이(DeFi) 전문기업 에르고니아의 크리스 뉴하우스 연구 책임은 “강제 청산과 구조적인 ETF 매도 압력이 겹치면서 시장이 극도로 취약한 상황에 놓였다"며 “가격이 안정될 기회가 생기면 즉각적인 매도 물량이 공급되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실제 코인글래스 자료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동안 추가로 20억달러 상당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청산돼 매도 압력이 더 커졌다. 위험자산 전반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점도 비트코인 시세를 짓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가 호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미국 증시는 AI 거품 우려로 전날에도 하락 마감했다. 다만 이날엔 연준과 트럼프 행정부에서 '풋'(풋옵션에 빗댄 시장 대응책)이 나오면서 증시가 반등했다. 헤지펀드 아폴로 크립토의 프라틱 칼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가 극도로 악화했다"며 “투매 물량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어디까지 나올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리서치업체 아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11년부터 비트코인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오웬 건든' 지갑에서 지난달 13억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매도 물량이 나왔다. 전날엔 마지막 물량을 처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K33의 베틀레 룬데 리서치 책임은 “오웬 건든의 매도 자체는 전날 ETF 매도세와 비교하면 큰 의미가 없다"면서도 “OG(오래된 보유자)들이 대규모로 매도하고 있다는 올해의 핵심 테마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스트래티지(전 마이크로스트래티지)와 같이 '비트코인 비축' 전략을 택한 기업들도 압박을 받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트래티지의 기업가치 대비 비트코인 보유 비중을 보여주는 mNAV가 현재 1.2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기업이 보유한 비트코인 가치와 기업 가치의 차이가 크게 없다는 의미로, 시장이 스트래티지의 가치를 비트코인과 비슷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스트래티지가 MSCI USA와 나스닥100 지수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종 결정은 2026년 1월 15일 발표될 예정이다. 시퀀스 커뮤니케이션즈, ETHZillia, FG 넥서스 등 일부 비트코인 트레저리 기업들은 주가 방어를 위해 자사주 매입 재원을 마련하고자 보유 중인 비트코인을 매도했다. 한편, 블룸버그에 따르면 대표적 가상자산 강세론자인 펀드스트랫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톰 리 공동 창립자는 비트코인 시세가 내년 1월까지 15만~20만달러 수준으로 반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 펀드스트랫의 내부 직원들도 이같은 전망을 재확인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리 창립자는 과거 비트코인이 2500달러 수준에 불과했을 당시 2022년까지 5만5000달러 수준으로 폭등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펀드스스탯의 존 바이 매출 총괄은 “(해당 전망 후) 우리는 헤지펀드 고객 11곳을 잃었다"고 말했다. 리 창립자 역시 “사라들은 비트코인을 사기로 생각했었다"며 “우리의 사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엔비디아 ‘AI 거품론’ 불식한 날…‘빅쇼트’ 마이클 버리 작심 발언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시장 전망을 웃도는 호실적을 내놓으며 인공지능(AI) 거품론을 불식시킨 가운데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마이클 버리가 엔비디아와 AI 산업 전반을 겨냥한 비판을 제기해 관심이 쏠린다. 버리는 19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에서 “엔비디아는 2018년 이후 약 2050억달러의 순이익을 냈고, 자유현금흐름(FCF)은 1880억에 달한다"며 “(같은 기간) SBC(주식보상비용)은 205억달러에 달했고, 이를 상쇄하기 위해 무려 1125억달러치 자사주를 매입했지만 발행주식 수는 오히려 4700만주 늘었다"고 적었다. 이어 “SBC 희석을 상쇄하는 데 쓰인 실질 비용은 1125억달러"라며 “결과적으로 주주이익이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라고 주장했다. 버리의 이같은 주장은 엔비디아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이후 제기됐다. 엔비디아의 자체 회계연도 3분기(8∼10월)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한 570억1000만달러를 기록, 시장 전망치(549억2000만달러)를 웃돌았다. 엔비디아는 이러한 성장세가 4분기(11월∼내년 1월)에도 이어지면서 매출액이 65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소식에 엔비디아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5% 가까이 급등했고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반등했다. 그러나 버리가 이같은 발언을 한 배경엔 엔비디아가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SBC와 자사주 매입으로 제한되는 구조를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지금은 AI 열풍으로 엔비디아 실적과 주가가 오르고 있지만 투자열기가 꺾일 경우 투자자들이 구조적인 주주환원 문제를 인지해 주가가 꺾일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버리는 이에 앞서 또 다른 게시물을 통해 AI 산업 전반의 구조를 문제 삼았다. 버리는 블룸버그통신이 제작한 인포그래픽을 공유하며 “아래 기업들은 모두 의심스로운 매출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기업 간 상호 투자 및 거래 구조를 전부 도표로 그리면 읽기조차 힘들 정도로 복잡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역사는 이를 플라이휠이 아니라 사기로 평가할 것"이라며 “최종 수요는 터무니없이 작고, 고객사 간 되주고 돌려받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AI 산업의 매출 구조가 실질 수요가 아닌, 관련된 기업들끼리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인해 시장이 부풀려지는 점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AI 기업들이 서로에게 투자하고 이를 기반으로 매출과 지출을 발생시키는 방식인 '장부상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버리는 또 “1시간 만에 오픈AI의 감사인을 말할 수 있으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이는 AI 업계의 회계감사 체계의 불투명성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블룸버그는 해당 인포그래픽을 활용해 “조 달러 규모로 커진 AI 붐이 기업 간 맞거래로 뒷받침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스타트업 앤트로픽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꼽힌다. 지난 18일 앤트로픽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애저 클라우드 서비스 300억달러 상당을 구매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동시에 엔비디아와 MS는 각각 100억 달러, 50억 달러를 앤트로픽에 투자하기로 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벌써 암초 만난 다카이치…재정악화 우려에 일본 주식·채권·엔화 ‘트리플 셀’

확장적 재정정책과 금융완화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아베노믹스'를 지지해온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출범한지 한달 만에 암초를 만났다. 대규모 추경에 따른 재정 악화 우려와 중일 긴장감마저 고조되면서 일본 주식·채권·엔화 가치가 모두 추락하고 있다. 20일 블룸버그통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이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금리가 한때 1.8%까지 상승해 2008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채권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30년물 국채금리는 전날보다 0.03%포인트 오르며 역대 최고인 3.37%를 찍었다. 5년물 국채금리 2008년 6월 이후 최고인 1.3%로 상승했다. 일본 엔화 환율도 고공행진(엔화 약세) 중이다. 현재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7.47엔으로, 지난 1월 이후 10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엔화 환율이 더 올라 158.8엔 수준마저 넘어서면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일본 증시도 출렁이고 있다.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지난 17일까지만 해도 5만선을 지켰지만 다음 날인 18일 4만8702를 기록하면서 하루 만에 4만9000선까지 내줬다. 전날 종가 기준으로 주간 하락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했던 4월 이후 가장 크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이날엔 엔비디아의 '어닝서프라이즈'에 힘입어 닛케이지수가 장 초반엔 5만선을 회복했지만 오후 들어 4만9000대로 다시 밀렸다. 중국이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을 문제 삼으며 경제 제재로 대응 수위를 끌어올리는 점을 투자자들이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유학 자제를 권고하고 일본 영화 상영을 연기했다. 최근엔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에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지를 통보한 데다 희토류 수출 통제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한 영향으로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화장품 기업 시세이도 주가는 이날 닛케이지수 상승에도 5% 넘게 급락했다. 시세이도 주가는 최근 1주일 만에 20% 가까이 폭락했다. 백화점 체인 이세탄미츠코시홀딩스 주가도 이날 1% 넘게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오는 21일 공개 예정인 종합 경제 대책에서 2025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추가경정 예산안 규모가 커질 가능성에 우려하고 있다. 당초 일본 정부는 경제 대책 규모를 17조엔 가량으로 정했으나 여야와 조율하는 과정에서 21조3000억엔으로 늘어났다. 이를 위해 편성할 추경 예산안 규모는 17조7000억엔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집권 여당인 자민당 내 일부 소장파 의원은 25조엔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T&D 자산운용의 나미오카 히로시 수석 전략가는 “25조엔은 규모가 상당히 클 것이고, 이정도의 수준이 필요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경제 대책 발표 후 주식, 채권, 엔화가 동시에 추락할 위험에 우려된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TD증권의 알렉스 루 거시경제 전략가는 다카이치 정부가 큰 예산을 추구할 경우 장기채 금리는 더 오르고 엔화 환율 역시 달러당 160엔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장기적으로 봤을 때 다카이치 총리의 경기부양책이 일본 자산에 긍정적일 것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캐피탈이코노믹스의 토마스 매튜스 아시아태평양 시장 총괄은 “정부의 지출 확대는 경기를 과열 시킬 수 있고 이는 일본 기준금리 인상의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카이치 총리가 부양책을 시행해 경기가 활성화되면 금리인상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내년에 엔화 환율이 크게 하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원화·엔화 등 환율 방어에 총력”…아시아 외환보유액 8조달러 육박

아시아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액이 올해 들어 크게 늘어나 총 8조달러(약 1경 1700조원)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원화, 일본 엔화를 비롯해 아시아 통화의 전반적인 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각국 당국이 환율 방어에 나설 '실탄'을 충분히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 11개 주요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액은 4000억달러(약 587조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 증가폭은 중국이 약 1410억달러로 가장 컸으며, 일본이 1160억달러로 뒤를 이었다. 한국은 4156억달러에서 4288억달러로 약 132억달러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규모 순으로 보면 중국이 3조3000억달러로 가장 크고 일본(1조3000억달러), 인도(6870억달러)가 2·3위를 차지했다. 대만(6002억달러), 한국(4288억달러), 홍콩(4260억달러), 싱가포르(3922억달러), 태국(2715억달러), 인도네시아(1499억달러), 말레이시아(1238억달러), 필리핀(1097억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올해 첫 9개월 동안 달러 가치 약세로 비(非)달러 자산 가치가 상승했고, 국제금값 시세 랠리도 외환보유액 확대에 기여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BNY의 위 쿤 총 아시아태평양 거시경제 전략가는 “일부 국가에서 시장 안정 차원에서 외환을 소진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충분한 수준"이라며 “대부분 국가의 수입 대비 외환보유액 비율도 매우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인공지능(AI) 거품 논란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9월 이후 달러가 반등하면서 아시아 통화 전반이 평가절하 압박을 받고 있다. 달러 대비 인도 루피화·필리핀 페소화 환율은 최근 두 달 사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한국 원화 환율 역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9년 이후 16년래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특히 인도 루피화 환율의 경우 올해 3% 넘게 급등했다(루피화 약세).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인도산 수입품에 50% 관세를 부과한 데다 인도 증시에서 해외 투자자들이 이탈한 영향이다. 현재 인도중앙은행(RB)은 역내·역외 시장에 개입해 환율이 지난 9월말 기록한 사상 최고치(달러당 88.80루피)를 넘어서지 못하도록 방어에 총력을 가하고 있다. 한국 원화 환율도 지난 한 달간 3.2% 상승(원화 약세)하자 정부는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과 협력해 환율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민연금과 긴밀히 논의해 환율 안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최근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전날 기자간담회에선 “아직 국민연금과 소통할 시간이 없었다"고 했다. 국민연금은 원/달러 환율을 안정화하는 방안으로 전략적 환헤지를 재개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자체 판단에 따라 정해놓은 기준보다 환율이 오르면 보유한 해외자산 일부를 매도하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환율이 1480원대로 오르면 전략적 환헤지 발동 요건이 충족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5거래일 연속 1450원선 위에 마감하자 지난 1월 환헤지에 나선 바 있다. 일본 엔화 환율 역시 현재 달러당 157엔 수준으로 10개월래 최고치를 보이자 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서고 있다. 이렇듯 아시아 주요국들의 통화가치가 추락하자 중앙은행들의 직접 시장개입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이는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관세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를 의식한듯 대만 중앙은행은 최근 미 재무부와 공동 성명을 내고 환율 문제에 대해 조작은 원칙적으로 불가하고 시장에 맡기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트루스소셜에 나열한 8가지 “비관세 부정행위(NON-TARIFF CHEATING)"에서 환율 조작을 가장 첫번째로 적은 바 있다. 미 재무부는 지난 6월 발표한 반기 환율 보고서에서 환율 조작국을 지정하지 않았지만 중국은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국가는 중국, 일본, 한국,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스위스 등 9개국이다. 이와 관련해 MUFG은행의 마이클 완 선임 환율 전략가는 “환율 상승에 대해 점점 더 우려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며 “외환보유액이 1차 방어 수단이 되겠지만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환율 조작에 대한 미 재무부의 인식과 이것이 향후 무역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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