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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트럼프 잇단 군사 작전에도…글로벌 증시는 왜 오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해 출범 이후 세계 곳곳에 군사 작전을 이어가고 있지만 글로벌 증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6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MSCI 세계 주가지수(ACWI)는 전날 1028.02로 오르면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아시아 증시는 전날에 이어 이날에도 강세를 보였다. 한국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1.52% 오른 4525.48에 마감해 사상 처음으로 4500선을 넘어섰다. 코스피는 새해 첫날인 2일 2% 넘게 올라 4300선을 뚫은 것을 시작으로 전날과 이날엔 각각 4400선, 4500선마저 돌파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2.03% 내린 13만5300원으로 출발했지만 0.58% 오른 13만8900원에 상승 마감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4.31% 급등한 72만6000원에 장을 마쳐 '70만 닉스'를 굳혔다. 이날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도 전날보다 1.32% 오른 5만2518.08에 장을 마감해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종전 최고치는 5만2411.34(2025년 10월 31일)이다. 대만 증시도 TSMC 주가 상승에 힘입어 자취안지수가 3만576.30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TSMC 주가는 골드만삭스의 목표 주가 상향으로 전날 5.36% 상승했고 이날도 2.1% 올랐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5% 오른 4083.67를 기록하면서 10년 만에 최고치를 새로 썼다. 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는 올 들어 4% 가까이 올랐는데 이는 첫 집계가 시작된 1988년 이후 가장 강한 새해 첫 4거래일이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금융 시장은 전 세계 군사 작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통적인 접근 방식에 빠르게 익숙해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지난 3일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에 따른 장기적 영향은 수년에 걸쳐 나타날 수 있지만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감지되지 않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글로벌 정치를 규정해 온 규칙 기반 질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탈했지만 투자자들은 이에 빠르게 적응했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이 같은 흐름은 작년에도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해에 소말리아, 예멘, 이라크, 이란, 시리아, 나이지리아를 겨냥한 군사 공격을 명령해왔지만 MSCI ACWI는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이 지수는 상호관세가 발표됐던 작년 4월에 크게 미끄러졌지만 빠른 회복에 성공했고, 지금까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삭소 마켓의 차루 차나나 수석 투자 전략가는 “일반적으로 글로벌 수요, 공급망 혹은 금융 여건에 즉각적인 타격이 없을 경우 지정학적 소식들은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투자자들은 단일 사건이 변동성 급등을 초래할 수 있지만 분쟁이 확대되거나 파급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한 지속적인 실적 하향 조정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이미 깨달았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을 둘러싼 낙관론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도 증시 상승의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JP모건 애셋 매니지먼트의 타이 후이 아시아 시장 수석 전략가는 “투자자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시장을 주도해 온 AI의 발전과 연준의 금리인하 전망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며 “(지난해 미국의) 이란 공습에도 시장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는데 투자자들은 이란산 석유 공급 차질이 다른 지역에서의 산유량 증대로 상쇄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2기 집권 이전에도 지정학적 사건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초기 충격 이후 점차 희석되는 경향을 보여 왔다. 도이치뱅크의 짐 리드 글로벌 거시 리서치 총괄은 보고서에서 “역사적으로 지정학적 충격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대체로 일회성에 그치며 장기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던 게 그 이유 중 하나로 설명했다. 리드 총괄은 우크라이나 전쟁, 1970년대 초반 오일쇼크, 1990년 걸프전 등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던 이유에 대해 “거대한 유가 충격을 초래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 美 마두로 축출, 중국 대만 침공 명분?…손익 따져보니

미국 정부의 베네수엘라 침공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축출을 선례로 삼아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중국은 필요하다면 무력을 통해서라도 대만을 편입시키겠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강조해온 데다, 대만 문제를 '자국 영토 문제'로 규정해 국제법 논란의 여지가 크지 않다고 간주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전략적 초점을 '앞마당'으로 여기는 서반구로 이동시키면서 대중(對中) 견제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단, 경제적·외교적 측면을 감안했을 때 중국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만을 침공할 경우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통 자오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최근 행동을 국제사회가 용인하는 모습을 보면서 중국은 대만에 대한 행동도 세계가 훨씬 쉽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믿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의 제임스 차 교수도 “현재 국제 환경 속에서 미국이 해외 지도자를 납치하는 것은 '힘이 곧 정의'라는 중국의 인식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도 미국의 이번 군사 작전으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국제적 '분쟁 억제 규범'이 취약해질 수 있다며 “공격적 군사개입이 용인된다면 대만 등 다른 곳에서도 그러한 개입이 더욱 쉽게 가능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2024년 미국 대선을 계기로 큰 주목을 받았던 세계 최대 베팅사이트 폴리마켓에서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에 대한 베팅이 최근 소폭 증가했다. '2026년 말까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까'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에 대한 베팅이 지난 2일 최저치인 9%로 떨어졌지만 현재 13%로 반등했다.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선 지난 3일 밤 미국의 마두로 체포가 실시간 1위에 올랐고, 이 주제는 약 4억400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앞으로 대만을 되찾는 데도 같은 방법을 사용하자", “미국은 국제법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데 왜 우리가 신경 써야 하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미국 정부가 '돈로주의'(19세기 미 고립주의를 대표하는 먼로주의에 도널드 트럼프를 더한 합성어)로 불리는 트럼프식 신고립주의 기조 속에서 서반구 패권 강화에 나서고 있는 점도 대중 견제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서반구에서 미국의 지배력은 다시는 의문시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가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해 미국의 군사력을 사용한 것은 서반구로의 '하드 파워' 전환을 확고한 것"이라며 “이는 중국이 제약 없이 부상할 수 있다는 우려를 미 국방부 내부에서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를 포함해 12척 이상의 함정이 지난해 10월부터 카리브해에 배치되어 있다. 이 항공모함은 원래 지중해에서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었고 함정 대부분은 유럽과 태평양 지역에서 동원됐다. 이로 인해 아시아, 유럽 등 다른 지역에서 전력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블룸버그도 오피니언을 통해 “미국이 베네수엘라 문제에 집중할 경우 장기적 지정학적 판도는 중국에 유리하게 기울 수 있다"며 “중국이 대만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에 압박을 강화할 시간과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반구 패권을 강화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는 최근 중국의 대만 포위 훈련에서도 드러났다. 중국은 2022년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지금까지 대만 포위 훈련을 여섯 차례 실시했다. 중국은 매 훈련마다 서방의 비판을 무시해왔지만 이번 훈련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응이 특히 늦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다만 중국이 실제로 대만을 무력 침공할 경우 그에 따른 대가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장 큰 위험은 서방의 제재다. 중국이 대만을 점령하거나 봉쇄할 경우 미국과 유럽 등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와 유사한 수준의 광범위한 경제 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는 부동산 침체로 이미 휘청이는 중국 경제에 추가적인 충격이 될 수 있다. 대만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미국의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출 봉쇄는 최대 구매국인 중국에 국한된 타격이지만, 첨단 반도체 공급 차질은 글로벌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쳐 국제사회의 훨씬 강한 반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중국군은 아직 대규모 실전 전투 경험이 없으며, 미국의 주요 동맹인 일본·호주·한국 등과의 대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으로 일본과 갈등을 빚고 있다. 외교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 사태를 계기로 중국이 구축한 '평화로운 국가'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어서다. ABC방송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5일 베이징에서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첫 공개적 입장을 냈다. 시 주석은 “오늘날 세계는 혼란으로 가득 차 있으며 일방적이고 패권적 괴롭힘이 국제 질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모든 국가는 다른 나라 국민들이 독립적으로 선택한 발전 경로를 존중하고 국제법과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을 준수해야 하며 주요 강대국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국과 아일랜드를 두고 “평화를 사랑하고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국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중국 싱크탱크 중국세계화센터(CCG)의 빅터 가오 부소장은 “중국은 대만과의 통일에 대해 나름의 일정과 논리, 그리고 방법론을 가지고 있다"며 “트럼프의 행동에 휘둘리기보다는 자국의 속도와 논리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 백악관, 김해공항 사진으로 “까불면 다친다” 경고날린 이유는

미국 백악관이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까불면 다친다"는 메시지와 함께 공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진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 김해공항이 사진 배경으로 활용되면서다. 백악관은 마두로 체포 작전이 이뤄진 지난 3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 게시물에 “더 이상 게임은 없다. FAFO"라는 글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계단을 오르는 모습의 흑백 사진을 게재했다. 'FAFO' 문구는 사진에도 큰 글씨로 새겨져 있따. FAFO는 '까불면 다친다'(F**k Around and Find Out)라는 의미의 미국 속어다. 이번 마두로 체포 작전에서 확인된 것 처럼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경우 철저히 응징하겠다는 경고의 의미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는 '돈로주의'(19세기 미 고립주의를 대표하는 먼로주의에 도널드 트럼프를 더한 합성어)로 불리는 트럼프식 신고립주의 기조 속에서 중남미를 아우르는 서반구에서의 패권 강화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전용기에서 콜롬비아, 멕시코, 쿠바 등 서반구 다른 나라에 대해서 심상치 않은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는 콜롬비아에 대해 “아주 병든 나라다. 코카인을 만들어 미국에 파는 것을 좋아하는 역겨운 남자가 이끌고 있는데 그는 아주 오래 그러지는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 뒤 콜롬비아에서도 작전을 할 거냐는 질문에 “좋은 생각"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멕시코가 마약 밀매를 막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면서 “마약이 멕시코를 통해 쏟아지고 있으며 우리는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도 “서반구에서 미국의 지배력은 다시는 의문시되지 않을 것"이라며 돈로주의를 거듭 천명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가 이번 게시물에 김해공장 사진을 활용한 것도 미국의 앞마당 격인 서반구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사진은 지난해 10월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촬영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해공항 공군기지에서 회담을 가졌다. 이 사진은 원래 백악관이 홈페이지 사진 갤러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의 양자회담에 참석했다'는 제목의 게시물을 통해 공개했던 사진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마두로 체포 작전은 '마약과의 전쟁'이 일차적인 이유이지만, 세계 1위 원유 보유국인 베네수엘라에서의 석유 통제권을 회복하고 나아가 서반구에서 단일 패권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으로도 읽힌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 법원에 등장한 마두로 “난 납치된 전쟁포로…결백하다”

미군에 의해 체포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뉴욕 법원에 처음 출정한 자리에서 자신의 모든 범죄 혐의를 부인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정오 맨해튼의 뉴욕 남부연방법원에서 열린 기소인부절차에 출석해 “나는 결백하다. 나는 유죄가 아니다. 나는 품위 있는 사람이다"라고 통역을 통해 말했다. 그는 이어 모국에서 납치돼 이 자리에 왔다며 자신에게 적용된 4개 범죄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주장했다. 기소인부절차는 판사가 피고인에게 유무죄 여부를 묻는 미국의 형사재판 절차다. 마두로 대통령은 마약 테러 공모, 코카인 수입 공모, 기관총 및 파괴적인 살상 무기의 소지 및 소지 공모 등 4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날 함께 법정에 출석한 영부인 실리아 플로레스도 자신을 두고 “베네수엘라의 퍼스트레이디"라며 “나는 완전히 결백하다"고 주장했다. 플로레스의 변호인은 그녀가 미군에 의해 체포될 당시 부상을 입어 치료를 요청한 상태라고 법정에서 말했다. 마두로 대통령 변호인인 배리 폴락 변호사는 “지금은 석방을 요청하지 않는다"라며 보석을 신청하지 않았음을 밝혔지만 추후 신청할 여지를 남겼다. 폴락 변호사는 과거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를 변호한 바 있다. 심리 절차를 마치고 법원에서 나오는 도중 한 남자가 스페인어로 마두로 대통령에게 접근했다. 마도로 대통령은 스페인어로 “나는 전쟁포로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마두로 대통령 부부는 미군의 전격적인 군사작전이 이뤄진 지난 3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안전가옥에서 미군과 미 법무부 당국자에 의해 체포돼 같은 날 미국 뉴욕으로 압송됐다. 뉴욕시 브루클린의 연방 구치소에 수감 중인 마두로 부부는 이날 오전 헬기를 통해 맨해튼으로 이동한 뒤 장갑차량으로 옮겨 타 법원으로 호송됐다. 이날 범죄인부 절차 심리는 앨빈 헬러스타인(92) 예심 판사가 맡았다. 1998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헬러스타인 판사는 마두로 대통령이 연관된 마약 사건을 10년 넘게 담당해왔다. 마두로 대통령 부부에 대한 다음 심리는 오는 3월 17일을 열릴 예정이지만 실제 본 재판 개시까지는 1년이 넘을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韓中 정상, 北 대화 재개 공감대…서해 경계획정 협의 물꼬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현지시간)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평화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양 정상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 필요성에 공감하는 한편, 서해 경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을 고려해 경계획정을 위한 차관급 회담 개최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회담 직후 베이징 현지에 마련된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양 정상은 회담에서 북한과의 대화 재개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위 실장은 이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확인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한중 정상은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창의적 방안을 지속해서 모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시 주석은 '건설적 역할'에 대한 한국 측 당부에 대해 “기본적으로 중국은 지금도 그 같은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해 나가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위 실장은 전했다. 민감한 현안으로 꼽혀온 서해 구조물 문제도 정상 간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양 정상은 서해에 대한 경계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올해부터 경계획정을 위한 차관급 회담을 개최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 위 실장은 이와 관련해 “조심스럽지만 이 부분에서 진전을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문화 교류와 관련해서는 이른바 '한한령 완화' 문제도 거론됐다. 양 정상은 바둑·축구 등 분야부터 교류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드라마·영화에 대해서도 실무 협의를 통해 진전을 모색하기로 했다. 다만 위 실장은 “중국은 여전히 한한령의 존재 자체를 시인하지 않고 있다"며 “오늘도 우스개처럼 '한한령이 있는지 없는지를 따질 필요 없다'는 취지의 대화만 오갔다"고 전했다. 그는 “(한한령 완화 논의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점치기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와 함께 양 정상은 양국 내 혐한·혐중 정서에 공동으로 대응할 필요성에도 공감대를 이뤘다. 양국 우호의 상징으로 꼽히는 판다 추가 대여 문제 역시 실무선에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한중 양국은 올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건립 100주년을 맞아 중국 내 독립 사적지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경제 분야와 관련해서는 중국 측이 통용허가제 도입 등을 통해 한국 기업이 핵심 광물을 원활히 수급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고 위 실장은 밝혔다. 위 실장은 다만 민감한 안보 현안에 대한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과 관련한 대화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주요 국제정세에 대한 언급은 있었다"면서도 “서로 입장을 내고 이해를 표했을 뿐, 입장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았으나 대립적 논쟁이 벌어지진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추진과 관련한 토론 여부에 대해서는 “우리 측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다. 특별히 문제가 불거지진 않았다"고만 답했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도 “중국 측의 새로운 요구는 없었다"며 “이 대통령은 중국중앙(CC)TV 인터뷰에서 밝혔던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기존 입장을 소개했고, 지금도 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정상회담은 애초 예정됐던 60분을 넘겨 약 90분간 진행됐다. 공식 환영식과 양해각서(MOU) 체결식, 국빈만찬까지 포함하면 두 정상은 4시간 이상을 함께 보냈다. 시 주석은 회담 말미에 “이 대통령의 이번 방문이 아주 뜻깊다"며 “'한중 새 시대'의 든든한 기초를 다졌다"고 평가했다. 양 정상은 한중 관계의 전면 복원 흐름에 걸맞게 매년 정상 간 만남을 이어가자는 데 공감했으며, 외교·안보 및 국방 당국 간 소통과 교류를 확대해 역내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기로 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붉은 넥타이 맞추고 셀카까지…이재명·시진핑 ‘거리 좁히기’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5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시 주석과 같은 붉은색 넥타이를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붉은색은 중국을 상징하는 색이자 중국인이 황금색과 함께 선호하는 색으로 알려져 있다. 시 주석은 두 달 전 경북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에도 짙은 붉은색 계열의 넥타이를 맸으나,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선 더불어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넥타이로 바꿔 맸다. 중국 측은 회담 직전 정상회담장인 인민대회당 앞에서 이 대통령을 맞이하는 공식 환영식을 열었다. 단상에는 태극기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나란히 배치됐다. 이 대통령은 시 주석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했다. 아울러 국빈 예우의 일환으로 이 대통령 내외가 환영식장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톈안먼 광장에서 예포 21발이 발사됐다. 정상회담을 마친 뒤 진행된 선물 교환식도 주목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민화 작가 엄재권 씨가 19세기 후반 작품을 재현한 기린도와 국가무형유산 금박장인 김기호 씨가 제작한 전통 금박 용문 액자를 시 주석에게 선물했다.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에게는 칠보 공예 명인 이수경 씨의 탐화 노리개와 뷰티 디바이스, 청나라 초기에 제작돼 간송미술관이 보관하던 석사자상 한 쌍의 사진첩을 전달했다. 두 달 전 경주에서는 이 대통령이 비자나무 원목으로 만든 바둑판과 나전칠기 자개 원형 쟁반을, 시 주석이 중국산 스마트폰 '샤오미 15 울트라' 2대와 옥으로 만든 붓과 벼루를 각각 주고받은 바 있다. 이 대통령은 6일 시 주석과 함께 찍은 '셀카' 사진을 공개하며 친근한 메시지를 전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X(옛 트위터)에 “경주에서 선물 받은 샤오미로 시진핑 주석님 내외분과 셀카 한 장"이라며 사진 3장을 올리고, “화질은 확실하쥬?" “덕분에 인생샷 건졌습니다 ㅎㅎ 가까이서 만날수록 풀리는 한중관계, 앞으로 더 자주 소통하고 더 많이 협력하겠다"고 적었다. 해당 사진은 지난해 11월 경주 APEC 정상회의 때 시 주석으로부터 선물 받은 샤오미 스마트폰으로 촬영됐다. 당시 이 대통령이 “통신 보안은 잘됩니까"라고 묻자, 시 주석이 웃으며 “백도어(비인가 접근 가능 통로)가 있는지 확인해 보시라"라고 농담해 화제가 됐었다. 한편 김혜경 여사는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인민대회당 1층 복건청에서 펑 여사와 차담을 가졌다. 흰색 당의(예복용 저고리)를 입은 김 여사는 이 대통령의 넥타이 색과 같은 붉은색 치마 저고리를, 펑 여사는 보라색 치파오(중국 전통 의상)를 착용했다. 두 여사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으로, 시 주석의 두 달 전 경주 방문 당시에는 펑 여사가 동행하지 않았다. 펑 여사가 먼저 시 주석의 국빈 방한 당시 환대에 감사를 전하자 김 여사는 “여사님도 오실 줄 알고 기대를 했는데, 안 오셔서 많이 서운했다"고 화답했다. 이어 “이렇게 베이징에서 뵙게 되니까 너무 반갑고, 사실 오래 전부터 제가 여사님의 팬"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국민 가수'로 불리는 예술인 출신인 펑 여사는 “2014년 한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아주 아름다운 창덕궁을 찾아갔고, 밤에 동대문 시장을 둘러봤다"며 “한국 사람들의 아주 뜨겁고, 친구를 잘 맞이하는 성격이 저에게 아주 깊은 인상을 줬다"고 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AI가 성장 엔진”…골드만삭스 한마디에 TSMC 주가 급등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대만 TSMC 주가가 5일 폭등했다. 인공지능(AI) 수요에 대한 낙관론이 지속되면서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목표주가를 대폭 상향하면서다. 이날 대만 증시에서 TSMC 주가는 전장 대비 5.36% 급등한 1670 대만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장중에는 한때 6.9% 폭등해 지난해 4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TSMC 주가는 작년에만 44% 급등해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돌파했다. 특히 주말 사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에 대한 전격적인 군사작전을 통해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 자국으로 이송하면서 글로벌 증시에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TSMC의 주가 급등이 아시아 기술주 전반 상승에 일조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실제 이날 삼성전자 주가가 7.47% 급등해 사상 처음으로 13만원대로 올라섰고 SK하이닉스도 2.81% 상승했다. 한미반도체 주가는 무려 16% 가까이 폭등했다. 투자자들은 오는 8일 발표 예정인 삼성전자 실적에 주목하며 기대감에 반도체주를 대거 담는 흐름을 보였다. 일본 AI 관련주인 도쿄일렉트론, 어드반테스트도 이날 7% 넘게 올랐다. 골드만삭스가 올해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예상하면서 TSMC의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35% 상향한 2330대만 달러로 제시한 것이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브루스 루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우리는 AI를 TSMC의 수년 간의 성장 엔진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TSMC가 생산시설 증설을 위해 향후 3년간 1500억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이익률은 오히려 개선되고 있다고 짚었다. 번스타인의 마크 리 애널리스트도 최근 보고서에서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TSMC의 생산능력은 사실상 세계 최고"라며 “올해도 핵심 키워드는 여전히 AI"라고 밝혔다. 그는 또 AI 거품에 대한 우려로 투자자들이 “퀄리티에 집중할 것"을 조언했다. TSMC는 오는 15일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AI 관련주들의 단기적 상승 호재로 작용될 수 있는 이벤트들도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이달 홍콩 증시에 상장을 추진 중인 AI 관련 기업이 약 11곳에 달하며, 공모 규모능 최대 41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아시아 주식이 여전히 매력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시아 기술 기업들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6배 수준으로, 나스닥100의 25배보다 크게 낮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옐런, ‘금리인하 압박’ 트럼프에 경고…“재정우위 위험 커진다”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자 전 미 재무장관은 중앙은행이 미 연방정부의 재정 조달을 돕기 위해 돈을 푸는 이른바 '재정우위'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옐런 전 장관은 4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 연차총회 패널토론에서 “재정 우위의 전제 조건이 분명히 강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부의 채무 상환비용을 낮추기 위해 연준에 금리 인하를 “명시적으로 요구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재정우위 현상은 정부의 재정정책(정부 지출과 이자)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압도하는 상황을 뜻한다. 재정우위 상황에서 중앙은행은 정부의 이자 상환 부담을 낮춰주기 위해 기준금리를 낮추거나 정부부채를 대규모로 매입하는 압력을 받아 물가안정 등의 정책을 독립적으로 펼치기 어려워진다. 대표 사례는 아르헨티나로, 정부는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지출 삭감 등이 아닌 화폐 발행에 나섰는데 결국엔 100%가 넘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통화가치 폭락 등으로 이어졌다. 옐런 전 장관은 다만 현재가 재정우위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그는 “공공부채의 상환비용을 줄이기 위해 금리를 낮추라는 대통령의 전례 없는 압력에 직면해 연준은 물가안정과 고용 극대화라는 책임을 고수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이 재정우위의 길로 갈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위험은 실제적이며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옐런 전 장관은 또한 미국의 공공부채 증가세가 지속 불가능해 보인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정 적자를 현행 GDP 대비 약 6%에서 3% 수준으로 줄이는 상당한 긴축 재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 의회예산처(CBO)에 따르면 올해 연방정부 부채는 GDP 대비 100% 수준인 약 1조9000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비율은 10년뒤 118%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패널토론에 참석한 로레타 메스터 전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트럼프 행정부가 관련 위험을 이해하지 못하는 거처럼 보이는 점이 가장 무서운 부분"이라며 “이전 정부들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책임있게 행동하지 않았지만 벼랑 끝에 서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이번 정부는 이를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로머 UC버클리 교수는 “우리는 현재 재정 문제를 겪고 있으며 우리가 이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연준을 포함해 모든 사람들이 곤경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서로 존중하자”…베네수엘라 권한대행, “美 야만적 행위”에서 태세전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미국에 체포된 이후 대통령직을 사실상 승계한 델시 로드리게스(56)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통령이 미국에 공개적으로 협력을 요청했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미국을 비판하며 석방을 촉구한 로드리게스 권한대행이 하루 만에 입장을 돌연 바꾼 것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로드리게스 권한대행은 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우리는 국제법 틀 내에서 공동 발전을 목표로 하는 협력 의제에 서로 협력하고 지속적인 공동체 공존을 강화할 것을 미국에 요청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께, 우리 국민과 우리 지역은 전쟁이 아니라 평화와 대화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내 꿈은 베네수엘라가 모든 훌륭한 베네수엘라인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위대한 강국으로 부상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주권 평등과 내정 불간섭을 전제로, 미국과 베네수엘라가 균형 있고 상호 존중하는 국제 관계로 나아가는 것을 우선시한다"고 덧붙였다. 로드리게스 권한대행을 포함한 현 베네수엘라 정부는 마두로 대통령이 체포된 이후 미국에 '항전 의지'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로드리게스 권한대행이 미국과 협력할 의사를 비공개로 밝혔다고 전하면서 “그(로드리게스)는 본질적으로 우리가 베네수엘라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로드리게스 권한대행은 마두로 대통령 체포 직후 열린 비상 내각회의에서 “우리의 유일한 대통령은 마두로"라며 마두로 대통령 부부의 석방을 요구했으며 “그의 체포는 야만적 행위이자 납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운영' 발언에 대해선 “베네수엘라는 그 어떤 나라의 식민지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2차 공격 가능성을 언급하자 이번 성명을 통해 태세를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급격한 반전"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옳은 일을 하지 않는다면 매우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고, 아마도 마두로보다 (대가가) 더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전용기에서 재건을 위해 베네수엘라 석유에 대한 “완전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베네수엘라가 “처신을 잘하지 않으면 우리는 2차 공습을 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로드리게스 권한대행은 좌익 게릴라 지도자였던 호르헤 안토니오 로드리게스의 딸로 이른바 '혁명가 집안' 출신의 정치인이다. 그는 우고 차베스 정권 시절 정계에 입문했고, 차베스의 후계자 마두로 정권에서 고속 승진을 이어 나갔다. 정보통신부 장관과 외무장관을 거쳐 재무장관을 지내면서 베네수엘라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석유산업을 관장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 美 마두로 축출, 국제유가 파장 적을듯…내년부터 추가 하락 전망도

미국이 군사작전을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전격 축출하면서 국제유가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글로벌 원유시장이 이미 과잉 공급 국면에 접어든 데다, 베네수엘라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제한적인 만큼 유가에 미치는 직접적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이 중장기적으로 회복될 경우 유가 하방 압력이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의 체포가 글로벌 원유시장에 미치는 단기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분석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창립국인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국가다. 미 에너지정보청(EIA)는 베네수엘라의 확인 매장량이 3030억 배럴로 전 세계의 약 17%를 차지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은 1990년 후반대 하루 350만배럴로 정점을 찍었지만 이후 낙후된 인프라와 미국 정부의 제제 등으로 현재는 전 세계 생산량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베네수엘라산 원유는 대부분 중국으로 수출돼 왔지만 미국 정부가 해상 봉쇄에 나서면서 이달 1일부터 사실상 수출이 중단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이 여파로 베네수엘라 국영석유기업 PDVSA는 일부 합작법인에 원유 생산 감축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원유에 대한 금수 조치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만큼 단기적으로 베네수엘라가 원유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제한될 전망이다. 글로벌 원유시장이 과잉공급 국면에 접어든 것도 유가 상승의 압박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발표한 월간 보고서에서 올해 글로벌 원유 공급이 수요를 하루 384만배럴 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11월 전망치(409만배럴 초과)보다는 낮아졌지만, 세계 원유 수요의 거의 4%에 가까운 규모다. 여기에 OPEC과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는 이날 회의에서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기 위해 올 1~3월 증산을 일시 중단하기로 한 결정을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OPEC+이 다시 감산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으로 전문가들은 원유 시장의 과잉공급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을 유지하고 있다. OPEC+의 주요 8개국은 하루 220만 배럴 감산분을 지난해 9월까지 모두 되돌렸고 165만 배럴의 또 다른 감산분도 지난해 10~12월 매달 하루 13만7000배럴씩 늘렸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닐 시어링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투자노트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베네수엘라의 생산 차질은 다른 지역에서의 공급 증가로 상쇄될 수 있다"며 “글로벌 원유 공급이 향후 1년에 걸쳐 더 늘어나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삭소뱅크의 올레 한센 원자재 리서치 총괄 역시 “베네수엘라와 이란과 관련된 지정학적 갈등과 공급 차질 리스크로 유가가 소폭 오를 수도 있겠지만 글로벌 원유공급이 넘쳐 당분간은 상승 리스크가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베네수엘라 산유량이 중장기적으로 회복될 경우 유가 하락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댄 스트류벤 애널리스트는 이날 투자노트에서 “최근 러시아와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시장 예상을 웃돌고 있는 상황에서 베네수엘라의 장기적 생산 증가 가능성까지 더해져 2027년 이후 유가 전망에 대한 하방 위험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량이 2030년까지 하루 200만 배럴로 늘어날 경우 유가가 배럴당 4달러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RBC 캐피탈의 헬리마 크로프트 원자재 리서치 총괄은 “베네수엘라 정권이 질서있게 이양될 것이란 가정 하에 미국의 제재가 전면 해제될 경우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이 12개월에 걸쳐 수십만 배럴 증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거대한 미국 석유 기업들이 들어가서 수십억 달러를 들여 심각하게 파손된 석유 인프라를 복구할 것"이라며 “(그 회사들은) 그 나라를 위해 돈을 벌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용기에서도 베네수엘라의 매장된 석유 자원이 어떻게 되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우리가 모든 것을 운영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미국 주도로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형 석유회사들이 당장 베네수엘라에 진입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공급 과잉으로 저유가 국면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다양한 요인들이 맞물려 기업들 입장에선 위험이 더 클 것이란 분석이다. 가장 먼저 정정 불안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체포 이후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정상 역할을 대행하게 됐지만 미국과 원만한 협력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가 “처신을 잘하지 않으면 우리는 2차 공습을 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PDVSA에서 관리직으로 근무했던 리노 카리요는 “석유 기업들이 실제로 베네수엘라에 본격적인 투자를 검토하려면 새로운 의회 또는 국회가 구성돼야 한다"며 “지금은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 않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베네수엘라가 과거에 석유 자산을 몰수한 전력도 있다. 현재 베네수엘라에 진출해 있는 미국의 메이저 석유회사는 셰브론이 유일하다. 우고 차베스 정권 당시 베네수엘라가 석유 회사들의 자산을 국유화한 뒤 2007년 베네수엘라에서 철수했다. 이후 코노코필립스와 엑손모빌은 베네수엘라 정부를 상대로 각각 200억달러 이상, 120억달러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일부만 배상받았다. 시설 복구에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싱크탱크 베이커 공공정책연구소의 프란시스코 모날디 중남미 에너지정책 국장은 셰브론, 코노코필립스, 엑손모빌이 향후 10년 동안 매년 100억달러씩 투자해야 베네수엘라 산유량이 과거 정점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석유 부흥 계획은 1000억달러짜리 도박"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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