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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선거 패배에 분노 폭발?”…트럼프 ‘보복 관세’에 촉각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2년 만에 레임덕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3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은 물론 상원까지 탈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정치 세력들이 잇따라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트럼프 시대'가 정점을 지났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오히려 대(對)이란 군사 공격과 글로벌 관세 정책 등 대외 강경책을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의회 장악력을 상실한 트럼프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행정권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기존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1일(현지시간) NBC뉴스가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기를 원한다는 응답은 52%로 공화당(45%)을 7%포인트 앞섰다. 민주당의 우위는 지난달 조사보다 2%포인트 확대됐다. 특히 무당층에서는 민주당이 공화당에 21%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부정평가는 60%로 긍정평가(40%)를 크게 웃돌았다. 부정평가 60%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 차례 임기를 통틀어 NBC뉴스 여론조사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 선거예측기관 디시전데스크HQ는 민주당의 하원 탈환 가능성을 83%, 상원 탈환 가능성을 63%로 봤다. 예측시장 폴리마켓에서는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다수당을 차지할 확률이 70%에 달했다. 이러한 결과들은 미국 중간선거를 불과 이틀 앞두고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통상 집권당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해 의회 장악력을 상실하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도 상당한 제약이 발생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이 두 번째 임기로, 현행 헌법상 3선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의회 다수당 지위를 차지할 경우 레임덕 우려가 더욱 커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포스트가 공개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출마하고 싶지만 헌법 문구가 매우 엄격하다"고 말했다. 미국 수정헌법 제22조는 대통령에 두 차례를 초과해 당선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법안의 통과를 저지하거나 수정을 요구할 수 있으며, 청문회와 자료 제출 요구 등을 통해 행정부에 대한 조사와 감독도 강화할 수 있다. 상원까지 민주당에 넘어갈 경우 장관과 대사, 연방판사 등 주요 고위직 인사에 대한 인준에도 제동이 걸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한층 어려워질 수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적극적으로 활용해온 관세 정책과 군사력을 통한 대외 압박에도 정치적 제약이 가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세계 곳곳서 트럼프 우군 잇단 패배 트럼프 대통령의 레임덕 가능성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미국 밖에서도 그의 정치적 영향력이 약화하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세계 각국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정치 세력들이 잇따라 선거에서 패배한 점에 주목했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했던 트럼프식 포퓰리즘이 점차 힘을 잃고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브라질이다. 지난달 25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좌파 성향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예상을 뒤엎고 역사적인 4선에 성공했다. 룰라 대통령은 '열대의 트럼프'로 불렸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아들 플라비우 보우소나루를 꺾었다. 이는 단순한 정권 재창출을 넘어 중남미에서 미국의 지배력을 확대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에 대한 거부로도 해석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국의 주요 우방인 캐나다와 유럽연합(EU)도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상호 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양측은 최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국방·안보부터 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이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추진하는 이른바 '중견국 전략'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EU는 이번 협력 의제를 설명하면서 “민주주의,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에 대한 존중,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에 대한 약속" 등 양측이 공유하는 가치를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표현이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을 의도적으로 자극하려는 시도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정치 지도자들의 입지가 약화하는 모습이다. 세르비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과 친분이 있는 알렉산다르 부치치가 지난달 25일 총선에서 예상 밖의 패배를 당했다. 앞서 지난 4월 헝가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우군이었던 빅토르 오르반 전 총리가 친EU 성향의 페테르 머저르에게 압도적인 표 차이로 패배했다. 영국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우군인 나이절 패라지가 이끄는 영국개혁당이 여론조사 선두 자리를 노동당에 내줬다. 앤디 버넘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은 EU와의 관계 강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되돌릴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블룸버그는 패라지가 핵심 역할을 했던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같은 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으로 이어진 글로벌 포퓰리즘 확산의 중요한 출발점이었다는 점을 짚었다. 다만 트럼프식 정치 노선이 세계적으로 완전히 힘을 잃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호주와 독일 등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유사한 반이민·우파 포퓰리즘 정책을 내세우는 정치 세력들이 여전히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 레임덕 몰린 트럼프…오히려 관세 정책 드라이브?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국제사회의 긴장이 오히려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내에서 입지가 약화한 것을 계기로 해외 문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재개하거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압박하는 한편, 글로벌 관세 정책을 다시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힌리히재단의 데버러 엘름스 무역정책 총괄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정책 추진에 오히려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 이후 극도로 분노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지도력을 계속 보여줄 기회를 찾을 것"이라며 “무역 정책을 매우 공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완전히 무력화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소식통들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민주당의 의회 장악 가능성에 대비해 수개월 전부터 대응책을 마련해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부터 의회의 승인 없이 대통령의 행정권한만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정책들을 검토해왔으며, 여기에는 관세와 이민, 주거비, 연방정부 지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핵심 광물과 풍력터빈 수입품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러한 준비 상황을 보고받고 관련 논의에 직접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민주당이 추진 중인 '트럼프 관세 폐지법'도 시행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는 데 필요한 상·하원 각각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할 경우 거부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공개된 뉴욕포스트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아마 나는 미스터 비토(거부권)이 될 것"이라며 “한두 달 정도는 거부권을 행사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윌리엄 라인시 비상근 고문은 “민주당은 여러 가지 시도를 하겠지만 어느 정당도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는 다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이 법안(트럼프 관세 폐지법)이 최종 통과되지는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대 세인트루이스 캠퍼스 겸임교수인 밀로스 이브코비치도 “중간선거 결과가 미국 정부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바꿀 정도의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가들은 잘못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와의 무역협상을 미루고 있는 국가들이 “오히려 자신들의 협상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 트럼프 레임덕에도 韓 통상 압박 계속되나 이러한 경고는 미국과 통상 현안을 둘러싼 갈등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부과하려던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미국에 총 3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미국 측은 한국의 대미 투자 약속 이행이 지연되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해왔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사와 규제 역시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를 둘러싼 양국의 입장 차이가 두드러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말 한국이 미국 내 프로젝트에 200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며 이 가운데 알래스카 LNG 가스관 건설에 540억달러가 투입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해당 사업에 대한 투자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으며 경제성과 법적 요건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일 백악관에서 한국의 투자 참여를 성급하게 발표한 것이 아니라면서 “ 그들이 하고싶지 않다면 나로서는 괜찮다. 그들에게 더 많이 청구하면 된다"며 “그들에게 곧 합의하지 않으면 두 배로 올릴 것이라고 전하라"고 주장한 바 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이후 레임덕에 빠지더라도 한국에 대한 통상 압박까지 약화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관세를 협상 수단으로 적극 활용할 경우 대미 투자 이행과 관련한 한미 간 갈등이 다시 격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지면 삼전닉스도 위험?”…美 중간선거가 무서운 이유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을 좌우할 중간선거가 시작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중대한 분수령을 맞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규제 강화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이란 전쟁 확전 위험까지 맞물리면서 이번 선거가 글로벌 증시는 물론 국제유가, 외환시장의 향방을 좌우할 중대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 민주당 '블루 웨이브' 현실화하나 3일(현지시간) 알래스카에서 메인주에 이르기까지 미국 전역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는 하원 전체 435석과 상원 100석 중 35석을 새로 선출한다. 현재 공화당은 상원 53석과 하원 218석을 확보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전반기에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도 의회에서의 공화당 우세였다. 그러나 이란 전쟁 장기화와 국제유가 급등, 높은 생활비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공화당의 의회 장악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024년 대선 당시 큰 주목을 받았던 예측시장 폴리마켓에서는 '블루 웨이브'(민주당의 상·하원 동시 탈환) 가능성이 상당 부분 반영되고 있다. 한국시간 2일 오전 11시 50분 기준,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에서 다수당을 차지할 확률은 70%에 달했다. 미국 선거예측기관 디시전데스크HQ는 민주당의 하원 탈환 확률을 83%, 상원 탈환 확률을 62%로 추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공화당이 이번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가 공개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할 경우 자신이 “미스터 비토(거부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이 법안을 올리면 나는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며 “한두 달 동안 모든 법안이 거부되면 결국 그것이 시간 낭비라는 사실을 깨닫고 협상하러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라건대 그런 상황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민주당의 AI 규제 강화…삼성전자·SK하이닉스 직격탄 우려 이번 선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AI 관련주들이 이미 상당한 하락 압력을 받고 있는 시점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미국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를 계기로 AI 산업의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짙어지면서 글로벌 증시에서는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이어져 왔다. 이런 상황에서 블룸버그통신은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할 경우 AI 산업과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에 대한 감시와 규제가 강화되면서 투자심리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번 중간선거를 앞두고 AI 안전성, 데이터센터 개발, 전력 비용 등이 주요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했다. 민주당이 승리하면 AI 개발업체들이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 공급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도록 하거나 무역·기술 정책에 대한 의회의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 등이 추진될 수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탠다드차타드의 에릭 로버트슨 글로벌 리서치 총괄은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주정부 차원의 규제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이러한 규제가 이미 막대한 부채를 동원해 AI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수익성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데이터센터 건설 비용이 상승하거나 개발이 지연되면 AI 투자 확대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질 수 있다. 특히 한국과 대만은 미국의 AI 투자 확대에 필요한 첨단 반도체와 핵심 하드웨어의 상당 부분을 공급하고 있어 데이터센터 건설 둔화 가능성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레일리언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필립 울 포트폴리오 운용 총괄은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다면 이러한 문제들이 더욱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를 수 있으며, 관련 우려가 AI 주식의 추가 하락을 촉발할 수 있다"며 “AI에 위협이 되는 모든 요인은 한국, 대만, 일본 주식에 대한 투자심리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웰스파고의 권오성 수석 주식 전략가도 민주당이 상·하원에서 확실한 다수 의석을 확보할 경우 반도체주가 하락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공화당이 예상을 깨고 의회 다수당 지위를 유지한다면 기존 AI 산업 육성 정책의 연속성이 확보되면서 한국과 대만 반도체 기업들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민주당이 승리하더라도 AI 인프라에 대한 구조적인 수요는 유지될 수 있으며, 규제 강화 가능성이 곧바로 반도체 수요 감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 美 중간선거 후폭풍…유가·환율 촉각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 변화 가능성도 글로벌 금융시장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이후 이란에 대한 공습을 재개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나고미캐피털의 무라마쓰 가즈유키 투자운용 총괄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 수준으로 상승할 경우 “중간선거 이후 긍정적인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는 기대를 압도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국제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 12월물은 지난달 30일 배럴당 117.64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4월 말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한편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해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에 제동을 걸 경우 미국 국채금리가 하락하고 달러화 강세도 꺾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BNP파리바의 리웨이 다자산 투자 총괄은 분점 정부 체제에서 미국 국채금리가 하락하고 재정정책 확대가 제약을 받을 경우 아시아 수출기업들과 자국 채권이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호주커먼웰스은행(CBA)의 캐럴 콩 전략가는 민주당의 의회 장악이 미국 금리의 상승 압력을 완화해 달러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공화당이 예상보다 많은 의석을 잃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달러화 매도세가 거세지고 안전자산인 일본 엔화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와 끝까지 싸운다”…美·이란, 중간선거 앞두고 일촉즉발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간선거 이후 이란에 대한 공습을 재개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란 최고지도자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비해 전면적인 군사 대응 태세를 갖추고 보복 공격 대상을 확대하라고 명령했다. 미국과 이란이 외교적 해결을 위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양측의 강경한 태도가 맞서면서 중동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한 성명에서 “모든 수준과 유형의 위협에 대해 지리적 제한 없이 즉각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회의에서 군 고위 지휘관들에게 지시했다. 하메네이는 특히 미국과 이스라엘이 보유한 “모든 유형·무형 자산"이 이란군의 공격 사정권에 들어오도록 잠재적인 공격 목표물 목록을 갱신하라고 명령했다. 그는 또 “적들과 강력하게 맞서기 위한 지능적인 전투 준비 태세가 최대한의 억지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라며 신기술을 활용해 군사 역량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적들이 다시 군사적 공격이나 테러 공격을 시작한다면 그 공격이 끝나는 시점과 조건은 이란군과 이란 국민이 결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메네이는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전쟁을 시작한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와 직접 대화를 나눴다고 밝힌 이란 당국자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처럼 이란이 군사적 대응 태세를 강화하는 와중에도 외교적 협상은 계속되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란 대표단이 중재국들과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 카타르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아라그치 장관은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앞서 제안했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7일간의 계획을 이틀로 단축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첫날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면 이튿날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고 선박 통항을 정상화하는 방안이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아라그치 장관은 “우리의 조건에는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MOU) 이후 부과된 제재를 해제하고 역내 미군 병력을 감축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6월 체결됐다가 이후 무너진 휴전 합의를 언급한 것이다. 이어 “우리는 석유 관련 제재 면제 조치를 복원하고 카타르에 보관된 자금을 포함해 동결된 이란의 모든 자금을 해제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재국들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관련한 제안들도 전달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 아라그치 장관은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모흐센 레자이 이란 국가안보 책임자에게 최근 서한을 보낸 사실도 인정했다. 그는 “보다 폭넓은 대화와 상호 이해의 문을 열려는 미국 측의 시도는 긍정적인 조치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미국 역시 외교적 해결을 우선시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열어뒀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이 이란에 대한 공습 재개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 해결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군사적 목표를 추구하기로 결정하든 이를 달성할 수 있는 군사적 역량을 미국이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루비오 장관은 애틀랜타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이란 정권이 기본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선박을 폭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역내 모든 이웃 국가의 에너지 기반시설까지 파괴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점을 한번 생각해 보라. 우리는 이런 행동을 마치 정상적인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것 같다"며 “그러나 이는 정상적인 행동이 아니다. 결코 정상적인 행동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양측이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군사적 충돌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오는 3일 중간선거 이후 이란에 대한 공습을 재개할 가능성에 대비하라고 걸프 국가들에 경고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폭스뉴스도 미 중부사령부가 지난달 29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을 상대로 취할 수 있는 군사적 선택지에 관해 보고했다고 전했다. 이란 측도 미국의 공격이 시작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란 국영 이슬람공화국통신(IRNA)에 따르면 알리 압돌라히 이란군 총참모부 수장은 하메네이와의 회의 이후 “적의 적대적 행동 징후가 확인될 경우 이란군은 공격이 시작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대응 시점과 방식을 스스로 선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글로벌 증시 바닥 아직 멀었다?”…월가 덮친 이중 공포 [머니+]

미국 주요 기술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를 계기로 글로벌 증시 전망이 이전보다 한층 어두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대한 막대한 투자 지출이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의 잉여현금흐름을 악화시키면서 기술주를 중심으로 대규모 매도세가 촉발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중간선거까지 임박하면서 AI 관련주를 둘러싼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가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는 지난 10월 한 달간 6.7% 급락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공포가 금융시장을 뒤흔들기 시작했던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큰 월간 하락 폭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메리프라이즈의 앤서니 사글림베네 수석 시장전략가는 “이는 투자자들이 기업을 더욱 선별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앞으로 모든 하이퍼스케일러가 승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쓰고 있는지, 그 대가로 얼마나 많은 수익을 거두고 있는지, 그리고 매출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만큼 경쟁 우위가 얼마나 견고한지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AI 관련주들은 이번 3분기 실적 발표 시즌 초반부터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메타플랫폼스는 지난달 21일 실적 발표 후 주가가 12% 급락했다.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로 전환된 와중에 올해 자본지출 계획을 대폭 상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레이팅스는 메타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S&P는 메타의 AI 투자 지출이 창출하는 매출이 언제 증가하는 비용을 넘어설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 역시 지난달 29일 13% 폭락하며 상장 이후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다. 핵심 검색 사업의 매출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다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잉여현금흐름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알파벳이 상장 이후 이러한 현상을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구글은 AI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존 검색엔진에 AI 기능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별도의 'AI 모드'까지 출시했다. 이에 따라 AI 검색 이용량은 빠르게 증가했지만, 기존 검색보다 낮은 수익성이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실제로 알파벳 전체 매출에서 검색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분기 55.3%에서 올해 3분기 49.7%로 낮아졌다. 검색 매출 자체는 565억6700만달러에서 633억5000만달러로 약 12% 증가했지만 전체 매출 증가 속도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이는 클라우드 사업의 급성장에 따른 영향도 있지만, AI 검색 확대가 기존 검색 사업의 수익성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더욱 부각시켰다. 블룸버그는 “알파벳은 AI 산업이 가져올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사글림베네 전략가는 “알파벳은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기존 사업을 잠식할 위험에 처해 있다"며 “AI 산업은 이제 실제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매 분기 실적 발표는 AI 투자에 대한 높은 기대가 정당한지를 평가하는 성적표가 될 것"이라며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주가가 크게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마존 역시 시장의 실망을 피하지 못했다. 아마존의 최근 12개월 누적 잉여현금흐름은 424억달러 적자로 전환했다. 1년 전 148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자본지출이 급증한 영향이다. 여기에 핵심 전자상거래 사업인 온라인 스토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한 685억달러에 그쳤다. 성장률이 직전 분기 15%에서 급격히 둔화하면서 최근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만 프라임데이 행사 일정이 지난해 3분기에서 올해 2분기로 앞당겨진 영향도 있었다. 그 결과 아마존 주가는 지난달 29일부터 2거래일 동안 5.6% 하락했다. 이는 지난 7월 이후 최악의 이틀간 주가 흐름이다. 잭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브라이언 멀버리 수석 시장전략가는 “투자자들은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기업에 더 높은 위험을 부여하고 있다"며 “실제 투자자금의 움직임을 통해 기업의 질적 수준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비관론은 안정적인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기업들까지 확산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애저 클라우드 사업에서 예상보다 빠른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고 잉여현금흐름도 186억달러에 달했다. 그럼에도 기술주 매도세를 피하지 못하면서 지난달 30일 하루에만 주가가 1.6% 하락했다. 문제는 이처럼 AI 투자에 대한 수익성 의구심이 커지고 있지만 빅테크들은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투자 지출을 늦출 생각이 없다는 점이다. 메타는 올해 자본지출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으며 향후 지출 의무 규모도 8250억달러까지 증가했다. MS 역시 내년 6월 종료되는 이번 회계연도 하반기에 자본지출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며, 알파벳의 향후 지출 의무는 1조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도 올해 약 22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며 내년에는 이보다도 상당히 많은 금액을 지출하겠다고 밝혔다. 멀버리 전략가는 “올해에만 이미 8000억달러에 달하는 투자 지출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 막대한 지출을 어떻게 수익화할 것인가"라며 “수익화에 성공하더라도 그것이 실제로 플러스 현금흐름으로 이어지는 등 수익성이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오는 3일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가 AI 관련주에 또 다른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빅테크들의 AI 투자에 대한 의구심으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선거 결과에 따른 정책 변화 가능성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월가에서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 가운데 최소 한 곳의 다수당 지위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AI 기술에 대한 규제와 감독 강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주(州)정부들도 지역 주민들의 반발 속에 데이터센터 건설을 제한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아리아나 살바토레 미국 공공정책 리서치 총괄은 “중간선거는 연방정부가 당장 데이터센터를 제한할 위험 때문이 아니라, 2029년 관련 입법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특히 데이터센터 부동산투자신탁(REITs)과 신생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컴퓨팅 연산 능력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FBI, 바이낸스 8.4조 해킹 배후로 북한 지목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63억달러(약 8조4000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탈취한 해킹 사건의 배후로 북한을 공식 지목했다. FBI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바이낸스에서 60억달러 이상의 가상자산을 탈취한 사건의 배후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이라는 사실을 알린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사건 발생 이후 북한이 공격 배후로 거론돼 왔지만 FBI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FBI는 범행 주체로 북한의 정예 해킹조직으로 알려진 '트레이더트레이터(TraderTraitor)'를 지목했다. FBI에 따르면 트레이더트레이터 활동자들은 탈취한 자산을 주로 이더리움(ETH)으로 전환하고 있다. FBI는 향후 탈중앙화금융(DeFi)과 즉시 교환 서비스 등을 이용해 다른 가상자산으로 바꾸는 방식의 추가 자금세탁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이더리움과 비트코인(BTC), 솔라나(SOL) 등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갑 주소를 공개하고 관련 거래 차단을 가상자산 업계에 요청했다. FBI는 “북한의 불법 사이버 범죄와 가상자산 탈취 활동을 식별하고 경감·저지함으로써 가상자산 커뮤니티를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유지하고 있다"며 관련 정보에 대한 제보도 요청했다. 이번 사건 해결을 위해 미 비밀경호국(USSS), 국세청 범죄수사국과도 공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FBI가 탈취 자산이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상자산 지갑 주소를 직접 공개한 것은 북한 해킹조직의 자금세탁 경로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해킹 당시 바이낸스 내부에서는 긴박한 대응이 이어졌다. 현재는 피해 수습에 나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4시20분(미 동부시간) 바이낸스 보안팀이 10억달러가 넘는 자금의 무단 인출을 감지한 뒤 약 100명으로 구성된 위기대응팀이 긴급 화상회의에 들어갔다. 그러나 피해액은 빠르게 불어나 20분 만에 60억달러를 넘어섰다. 바이낸스는 TRM랩스, 체이널리시스, 엘립틱 등 블록체인 분석업체들과 탈취 자금 추적에 나섰다. 해커들은 이 과정에서 탈취한 스테이블코인 일부를 가상자산 대출 플랫폼에 예치한 뒤 이더리움을 빌리는 방식으로 자산을 전환했다. TRM랩스에 따르면 해커들은 결국 약 24억달러 상당의 가상자산을 확보해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바이낸스는 지난달 31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탈취된 자산 가운데 90%에 대한 보전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리플(XRP), 솔라나를 비롯해 테더(USDT), 서클(USDC) 등 거래량 상위 10개 주요 가상자산은 100% 준비금을 확보했다. 아직 충당하지 못한 나머지 10%는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상자산으로, 장내 매수와 장외거래를 통해 순차적으로 확보할 방침이다. 손실 보전에는 바이낸스가 자체 구축한 이용자자산보호기금(SAFU)과 선물 보험기금, 사내 유보금 등이 투입됐다. 바이낸스는 SAFU를 사용한 뒤에도 기금 규모가 10억달러 수준을 유지하도록 회사 자금으로 다시 충당할 계획이다. 바이낸스는 자산 보유 현황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달 31일 오전 9시(한국시간)를 기준으로 자산증명 스냅숏도 반영했다. 이용자들은 영지식 증명(Zero-Knowledge Proof) 연산이 완료되는 오는 3일부터 자신의 자산 보관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중단됐던 출금 서비스는 당초 계획대로 이달 1일부터 재개한다. 바이낸스는 “이용자가 아니라 바이낸스가 이번 자산 탈취로 인한 재정적 부담을 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격은 바이낸스 엔지니어의 해킹된 노트북과 거래 승인 시스템의 허점을 노린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규모는 63억달러로, 가상자산 업계에서 발생한 단일 해킹 사건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빅테크 AI에 올인하더니”…돌아온 건 증시 대폭락 경고 [이슈+]

미국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를 계기로 인공지능(AI) 투자와 수익성을 둘러싼 의구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빅테크들이 AI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이러한 투자를 뒷받침해야 할 기존 핵심 사업의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AI 기술이 기존 사업의 수익성마저 잠식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막대한 투자비용으로 현금흐름까지 악화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31일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플랫폼스 등 미국 4대 하이퍼스케일러의 올해 AI 관련 자본지출은 총 7500억달러(약 100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들 기업은 AI 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례 없는 규모로 부채를 조달하고 주식을 매각하는 한편, 수십억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계약을 잇달아 체결하고 있다. 전 세계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향후 부담해야 할 지급 의무도 수조달러에 달한다. 문제는 이러한 투자비용을 감당해야 할 기존 핵심 사업에서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알파벳의 3분기 실적에서 구글 클라우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3% 급증했지만, 검색 및 기타 채널을 통한 광고 매출 증가율은 최근 5개 분기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광고 사업은 알파벳 전체 매출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핵심 수익원으로, 투자자들도 클라우드 사업의 호실적보다 검색광고 사업의 성장 둔화에 더욱 주목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실제로 구글 검색 매출은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시장 예상치인 14.7%를 밑돌았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CEO)는 검색 이용량이 최근 5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러한 이용 증가가 기대만큼의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지는 못한 것이다. 특히 구글이 AI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검색엔진에 AI 기능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별도의 'AI 모드'까지 출시했다. 그러나 AI 모드 이용이 늘어나면서 기존 검색광고와 비교해 수익화 수준이 낮아지는 문제가 나타났다. 필립 쉰들러 구글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지난 28일 실적 발표 당시 AI 모드를 이용한 검색에 대해 “수익화 수준이 더 낮다"고 인정했다. 막대한 투자비용 탓에 현금흐름마저 악화하고 있다. 알파벳의 3분기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 90억7000만달러로, 2분기 기록한 58억5500만달러의 적자보다 적자 폭이 더욱 확대됐다. 그럼에도 알파벳은 올해 자본지출 전망치를 최대 2050억달러 수준으로 유지했으며, 내년에는 투자 규모가 더욱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아나트 아슈케나지 알파벳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7년 자본지출이 상당히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마존에서도 비슷한 경고 신호가 나타났다. 아마존이 지난 29일 발표한 3분기 실적에 따르면 광고 서비스 사업의 매출 증가율은 11%로 집계됐다. 이는 아마존이 2022년 광고 사업 실적을 별도로 공개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핵심 전자상거래 사업인 온라인 스토어 매출 증가율도 2%에 그쳤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은 최근 5년 만에 가장 빠른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기존 핵심 사업의 성장 둔화와 막대한 AI 투자비용에 대한 우려로 상쇄됐다. 아마존의 최근 12개월 기준 잉여현금흐름 적자는 지난 2분기 말 76억달러에서 3분기 말 424억달러로 확대됐다. 3분기 자본지출만 772억6000만달러에 달하면서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그러나 앤디 재시 아마존 CEO는 올해 22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며, 내년에는 이보다도 상당히 많은 금액을 지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빅테크들의 기존 사업에서 균열이 나타나고 현금 소진까지 가속하자 투자자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로이터 역시 그동안 투자자들이 빅테크의 공격적인 AI 인프라 투자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이제는 그러한 투자로 발생한 성장이 다음 투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는 더욱 확실한 증거를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시노버스 트러스트의 댄 모건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은 이 모든 투자가 도대체 어떻게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의아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반영하듯, 뉴욕증시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모두 하락세를 이어갔다. 알파벳 주가는 지난 29일 12% 넘게 폭락하면서 하루 만에 시가총액 약 5000억달러가 증발한 데 이어 30일에도 1.4% 추가 하락했다. 아마존 주가 역시 30일 1.4% 하락했다. 메타 주가도 지난 21일 실적 발표 이후 12% 가량 떨어졌다. 메타 역시 3분기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 21억20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2012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냈다. 이에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레이팅스는 AI 관련 투자지출 급증으로 재무구조에 대한 압박이 커지자 메타의 신용등급 'AA-'에 대한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S&P는 “메타가 AI 투자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은 다른 경쟁사들에 비해 제한적"이라며 “AI 투자로 발생하는 상당한 매출이 증가하는 비용을 언제부터 웃돌게 될지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빅테크 주가 하락에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S&P500 지수는 이날 1.82% 내린 7580.07에 거래를 마감, 주요 지지선인 100일 이동평균선을 하회했다. 기술주 중심 나스닥100 지수는 장중 4.45% 하락해 기술적 조정장에 잠시 진입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현금 창출 능력을 보여준 MS도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MS는 3분기에 186억달러의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해 월가 예상치를 약 100억달러 웃돌았다. 이에 MS 주가는 실적발표 다음날인 29일 개장 후 급등했지만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30일까지 2% 가까이 하락했다. MS가 9년여 만에 처음으로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 시장에서 250억달러를 조달하려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빅테크 기업들의 외부 자금조달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크다. 구글은 올해 채권 발행과 주식 매각 등을 통해 1400억달러 이상을 조달했으며 메타와 아마존의 자금조달 규모도 각각 625억달러, 98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막대한 현금 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투자를 확대해온 빅테크들이 AI 인프라 경쟁이 격화하면서 외부 자금조달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AI 수요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그리고 AI 기술에 쏟아붓는 막대한 자금이 충분한 투자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기술주 중심으로 이어진 증시 하락세가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확산할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나온다. 밀러 타박의 맷 말리 시장전략가는 “AI 투자에 따른 수익이 그동안 기업들이 약속해온 만큼 클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며 향후 몇 주간 투자자들이 직면할 가장 큰 문제는 미국 증시 내 순환매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AI 관련 기술주가 흔들리더라도 투자자들이 다른 업종으로 자금을 옮기면서 미국 증시 전체의 하락을 방어해왔지만, 이러한 흐름마저 중단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주요 주가지수가 더욱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다면 투자자들이 다른 업종으로 자금을 옮기는 것을 멈추고 현금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특히 투자자들이 이미 1년 넘게 거품에 대한 경고를 들어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책보다 책갈피에 열광”…외신이 본 한국 ‘텍스트힙’의 이면 [이슈+]

한국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독서 열풍이 확산하자 주요 외신이 이를 비중 있게 조명했다. 그러나 정작 책을 읽는 행위보다 관련 상품을 구매하거나 독서 행사에 참여하는 데 더 큰 관심을 보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에 익숙한 젊은층이 독서를 '힙하다'고 받아들이면서 책이 지식 습득의 수단을 넘어 자신의 취향과 정체성을 표현하는 새로운 소비문화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열풍이 실제 독서 습관으로 이어질지, 일시적인 유행에 그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30일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젊은 세대의 최신 유행은 독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온라인 환경에서 성장한 한국의 젊은 세대가 스마트폰을 끊임없이 들여다보는 습관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독서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사회적 활동이자 미적 취향, 나아가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성인 독서율은 하락하는데 20대만 상승…'텍스트힙' 열풍 실제로 한국의 전체 성인 독서율은 감소하는 추세지만 20대를 중심으로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2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의 연간 종합독서율은 38.5%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조사인 2023년보다 4.5%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성인의 연간 평균 독서량도 2023년 3.9권에서 지난해 2.4권으로 1.5권 감소했다. 그러나 20대의 독서율은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만 19~29세의 연간 종합독서율은 2023년 74.5%에서 지난해 75.3%로 0.8%포인트 상승했다. 모든 성인 연령대 가운데 독서율이 상승한 연령층은 20대가 유일했다. 젊은 세대의 도서 구매도 증가하고 있다. 예스24에 따르면 올해 1분기 10~20대의 소설·시·희곡 구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6% 늘었다. 젊은 구매층에서는 최근 2년 동안 두 자릿수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독서 열풍의 전환점 중 하나는 2024년 10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었다.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작품은 수상 이후 일주일 동안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상위 10위 가운데 9개를 차지했으며, 판매량도 100만부를 넘어섰다. 2024년 초에는 영국 일간 가디언이 Z세대(1997~2012년생)의 종이책과 오프라인 서점에 대한 열광을 조명하면서 '텍스트'와 '힙'을 결합한 '텍스트힙'이라는 유행도 대중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오지은 서울도서관장은 “Z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과 함께 살아왔다. 이들에게 디지털 세계는 공기와 같은 존재"라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생각하고 성찰하는 일이 희귀해졌고, 젊은 세대는 이를 오히려 멋진 것으로 여기게 됐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세계 각국의 교육자와 연구자, 문화평론가들이 영상과 AI가 넘쳐나는 미래에 인간의 비판적 사고 능력이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텍스트힙 열풍이 독서의 새로운 미래를 보여주는 사례일 수 있다고 짚었다. ◇책보다 굿즈가 먼저?…독서 열풍의 이면 이러한 독서 열풍은 책을 읽는 행위 자체를 넘어 관련 상품을 구매하거나 각종 행사에 참여하는 등 새로운 문화로 확장되고 있다. 젊은 세대가 독서를 단순한 지식 습득의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는 활동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책과 관련된 굿즈 소비다. 출판사 민음사는 지난 8월 말 편의점 GS25 등과 협업해 고전문학 작품의 표지를 활용한 우유크림빵을 출시했다. 무작위로 제공되는 수집용 책갈피까지 포함된 이 상품은 약 두 달 만에 200만개가량 판매됐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민음사의 팝업스토어에도 16일 동안 2만명이 방문했다. 방문객 대부분은 20~30대로, 책뿐만 아니라 스티커와 책 커버, 열쇠고리 등 다양한 관련 상품을 구매했다. 오 관장은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나타난 소비 행태와 관련해 “젊은 사람들은 먼저 책 커버를 고른 다음 그 안에 들어갈 책을 찾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굿즈가 먼저, 독서는 선택 사항"이라고 짚었다. 독서 모임 역시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을 넘어 외로움을 해소하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교류의 장으로 발전하고 있다. 서울도서관이 지난해 선보인 온라인 독서 모임 '힙독클럽'에는 모집 시작 2시간 만에 1만명이 신청했다. 신청자의 약 82%가 Z세대였으며, 이 가운데 약 절반이 실제로 활동하고 있다. 독서 모임 플랫폼인 트레바리에서는 현재 약 6000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회원들은 책값과 별도로 월회비를 내며, 매달 약 500~600개의 독서 모임이 운영되고 있다. 모임에서는 책을 매개로 가족과 인간관계, 슬픔, 정치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다. 윤수영 트레바리 대표는 “우리 모임에서 많은 부부가 탄생했다.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트레바리는 나이트클럽에서 DJ가 하우스와 테크노 음악을 틀고 참가자들이 책을 읽는 행사까지 개최하고 있다. ◇일시적 유행에 그칠까…AI 시대 독서의 미래 주목 다만 이러한 독서 열풍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블룸버그는 한국에서 유행이 빠르게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만큼 독서 열풍도 1년 뒤에는 다시 과거의 유물처럼 취급되거나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겉치레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독서에 대한 관심은 사라지고 구매한 굿즈만 먼지를 뒤집어쓴 채 남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책방지도에 따르면 한국 독립서점은 지난 3월 기준 처음으로 1000곳을 돌파했지만 신규 개점 증가세는 둔화하고 있다. 2018년 143곳으로 정점을 찍었던 연간 신규 개점 수는 지난해 36곳으로 줄었다. 청계천에서 소설 '데미안'을 펼쳐 들고 있었던 26세 여성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책을 읽는 척하고 있다"며 “스마트폰의 숏폼 콘텐츠에 중독돼 있는데, 순간적인 도파민 자극에서 벗어나기 위해 책을 읽고 일기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독서가 취미가 되고 내 삶을 바꿔줬으면 좋겠다. 어쩌면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독서 열풍이 실제 독서 습관의 정착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책을 읽기 시작한 동기가 무엇이든 독서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사실 자체에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책은 AI 시대에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소중한 자산"이라며 “'책 읽는 대한민국' 독서 캠페인을 통해 국민이 일상에서 다양한 독서 활동에 참여하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오 관장 역시 “AI 시대에 우리는 생각하는 일을 기계에 맡기기 시작했다"며 “인간은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을 보존하고 강화해야 한다. 젊은 세대도 점점 더 그러한 능력을 갈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주식도 코인도 못 믿겠다”…글로벌 투자자들 피난 행렬 [머니+]

글로벌 증시에서 인공지능(AI) 관련주들이 연일 급락하는 가운데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마저 흔들리면서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와 일본 엔화 등 안전자산으로 몰리고 있다.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잇따른 실적 발표로 AI 산업의 막대한 투자 비용과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데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에서 대규모 해킹 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위험자산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장 대비 3.48% 급락한 5730.74에 장을 마감, 2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지수는 전장 대비 2.99% 하락한 5760.35로 출발해 장중 한때 5599.42까지 밀리면서 낙폭을 5.7%로 확대하기도 했다. 코스피가 급락하면서 이날 오전 10시 5분께에는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코스피가 7.57% 급락했던 지난 15일 이후 11거래일 만이다.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날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장 대비 각각 3.02%, 7.08% 내린 22만5000원, 141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코스피는 이달에만 약 16% 급락했다. 장중 역대 최고가인 9385.59(6월 19일)와 비교하면 40% 가까이 하락한 수치다. AI 관련주에 대한 매도세는 아시아 증시 전반으로 확산했다. 일본 반도체 기업인 어드반테스트와 키옥시아는 각각 6%대 하락했으며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 도쿄일렉트론 주가도 5% 떨어졌다.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TSMC 역시 2% 가까이 하락했다. 이처럼 아시아 반도체주들이 동반 급락한 것은 간밤 뉴욕증시에서 미국 주요 기술기업들에 대한 매도세가 거세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2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구글 모회사 알파벳 주가는 12.64% 폭락했다. 알파벳의 3분기 매출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다 잉여현금흐름이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커진 영향이다. 이날 주가 하락률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인텔은 3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향후 실적 전망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23% 폭락했다. 아마존 역시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를 밑돌면서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7.3% 급락했다. 특히 투자자들이 주목했던 잉여현금흐름이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주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는 AI 투자 열풍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페퍼스톤의 크리스 웨스턴 애널리스트는 “시장이 반드시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지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는 만큼 주주들이 충분한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AI 인프라 구축 경쟁이 관련 기업들의 재무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가격 인상이 스마트폰과 개인용컴퓨터(PC) 등 전자기기의 글로벌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대형 악재가 터졌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는 해킹으로 약 63억달러(약 8조4000억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바이낸스는 보안 점검을 진행하는 동안 입출금을 일시 중단하고 영향을 받은 주소의 권한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또한 블록체인 관련 업체들과 협력해 약 3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동결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고는 가상자산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를 급격히 위축시켰다. 비트코인은 해킹 소식이 전해진 이후 급락하면서 약 한 달 만에 8만달러선이 무너졌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한때 7만6000달러선까지 하락한 뒤 오후 4시 16분 기준 7만8290달러 수준으로 소폭 반등했다. 스탠다드 차타드의 제프리 켄드릭 디지털자산 리서치 책임자는 “현재의 부정적인 가격 흐름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동결된 자산이 해제되고 해킹 사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난 이후에야 새로운 가격 지지선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증시와 비트코인 등 위험자산에 대한 불안이 확산하자 투자자들은 미국 국채와 일본 엔화, 스위스 프랑화 등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글로벌 벤치마크 금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약 7bp(1bp=0.01%포인트) 급락한 4.91%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달 10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채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현재 수준에서 거래를 마감할 경우 이달에만 약 38bp 하락하게 된다. 이는 2023년 12월 이후 가장 큰 월간 하락폭이다. 로이터는 위험회피 심리에 스위스 프랑화, 일본 엔화도 강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마크 크랜필드 블룸버그 MLIV 전략가는 “채권이 다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돌아왔으며 미국 국채가 그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며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금요일(30일)에도 추가 하락하면서 지난 9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했을 당시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와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가 투자심리의 향방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대 여론이 확산하면서 오는 11월 3일 예정된 중간선거에서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선거 결과가 향후 AI 인프라 투자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다음 달 17일 예정된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 역시 AI 투자 열풍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할 중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플러드라인스 리서치의 설립자이자 투자전략가인 애나 우는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가 이번 실적 시즌 동안 침체된 시장 분위기를 되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호재도 하락, 악재도 하락”…삼전닉스 덮친 ‘AI 패닉셀’ [머니+]

빅테크의 실적과 투자 전망이 AI 산업의 수익성 논란을 키우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아시아 반도체주에 매도 압력이 집중되고 있다. 인텔의 부진한 실적 전망이 반도체 수요에 대한 우려를 키운 가운데 아마존마저 막대한 인공지능(AI) 투자 부담으로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AI 관련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더욱 악화하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7분 기준 코스피는 전장 대비 5.59% 급락한 56605.82을 나타내고 있다. 지수는 전장 대비 2.99% 하락한 5760.35로 출발한 뒤 낙폭을 빠르게 확대했다. 국내 반도체 '투톱'이 지수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6.47% 하락한 21만7000원, SK하이닉스는 9.11% 폭락한 138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일본 반도체 관련주인 어드반테스트와 키옥시아도 각각 9%대 하락률을 나타내고 있으며 대만 TSMC 역시 2% 가까이 떨어졌다. 아시아 반도체주들의 동반 급락은 미국 주요 기술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계기로 AI 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다시 확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기술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거세게 나타났다. 29일(현지시간)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막대한 투자지출 계획과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매출 실적을 공개한 이후 주가가 12.64% 급락했다. 이는 사상 최대 하락률이다. 여기에 인텔과 아마존이 장 마감 후 공개한 실적과 전망도 투자심리를 더욱 악화시켰다. 인텔은 3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향후 실적 전망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23% 폭락했다. 아마존 역시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를 밑돌자 주가가 시간외 거래에서 7.3% 급락했다. 특히 아마존의 경우 투자자들이 주목했던 잉여현금흐름이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말 기준 최근 12개월간 잉여현금흐름은 424억달러 적자로, 직전 분기 말 기준 76억달러 적자에서 약 5.6배로 확대됐다. 그럼에도 아마존은 올해 자본지출 전망치를 2200억달러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막대한 자금을 AI 인프라 구축에 쏟아붓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현금 창출 능력에 대한 의문은 오히려 커지고 있는 것이다. 알파벳 주가가 폭락한 배경에도 비슷한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알파벳의 3분기 설비투자 규모는 513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이에 따라 잉여현금흐름 적자 규모도 전 분기 58억5500만달러에서 90억6500만달러로 확대됐다. 그러나 알파벳은 올해 연간 설비투자 전망치를 최대 2050억달러 수준으로 유지했으며 내년에는 투자 규모가 더욱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결국 AI 인프라에 대한 천문학적인 투자가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현금 창출 능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최근 실적 발표로 AI 관련 투자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깊어졌다며 막대한 투자지출이 높은 기업가치를 정당화할 만큼 빠르게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인텔의 부진한 전망은 반도체 수요 자체에 대한 불안감까지 자극했다. 인텔은 PC 시장이 올해 12% 위축된 데 이어 내년에도 1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 등으로 PC 수요가 둔화하면서 관련 반도체 시장의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경고다. 플러드라인스 리서치의 애나 우 설립자는 “이번 실적 발표 시즌은 AI 관련 기업들에 가혹했다"며 “AI 거품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기업이 시장의 혹독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조달 비용 상승과 신용 위험이 결국 하이퍼스케일러들로 하여금 인프라 구축 속도를 늦추도록 압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팀 워터러 KCM트레이드 수석 시장분석가는 “AI에 대한 회의론이 오늘도 아시아 기술주와 반도체주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로 남아 있다"며 “아시아 반도체주의 주가 반응은 현재 진행 중인 AI 투자가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속도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에 시장의 관심이 계속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물론 최근 주요 기술기업들의 실적 발표에서 긍정적인 소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SK하이닉스는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기록적인 실적을 발표했고 추가 주주환원 정책까지 공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현금흐름과 견조한 클라우드 사업 성장세를 보여주면서 막대한 AI 투자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새로운 증거를 제시했다고 로이터통신은 평가했다. 그러나 주가는 29일 0.16% 하락하는 등 투자자들의 매도세를 피하지 못했다. 블룸버그는 시장의 눈높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짚었다. 단순히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것만으로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샌디스크는 2027회계연도 1분기 실적에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78% 급증한 110억31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약 107억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샌디스크 주가는 29일 정규장에서 5.3% 하락했고, 실적 발표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도 낙폭이 확대됐다. 한편 향후 글로벌 증시의 향방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는 오는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와 17일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가 꼽힌다. 특히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대 여론이 확산하면서 이번 중간선거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선거 결과가 향후 AI 인프라 투자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대부분 마무리된 가운데 시장의 시선은 이제 AI 반도체 시장의 핵심 기업인 엔비디아로 향하고 있다. 우 설립자는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는 이번 실적 시즌에 시장 분위기를 되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2026 국감] 국정원 北 핵·미사일 전력 증강 추적 중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고도화와 핵물질 증산 등 핵전력 강화에 집중하는 동시에 재래식 무기체계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600㎜ 초대형 방사포의 전방 지역 배치 가능성을 주시하는 한편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국정원은 29일 서울 국정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북한 군사 동향을 보고했다고 여야 간사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국정원은 북한이 화력체계를 사거리별로 보강해 온 가운데 600㎜ 초대형 방사포 등을 전방 지역에 배치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핵전력뿐 아니라 재래식 무기체계까지 강화하며 군사적 대응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사일 기술 개발 움직임도 포착됐다. 국정원은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으며, 이달 초 진행한 원뿔형 탄두 시험에서는 탄두부 경량화를 통해 기동성을 높이려 한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기술적 완성도에 대해서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핵·미사일 전력 증강과 재래식 무기체계 개선을 병행하는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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