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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합의? 신경 안 쓴다”…트럼프 으름장에 글로벌 금융시장 ‘공포’ [머니+]

중동 지역에서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다시 격화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일제히 흔들리고 있다.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이어가자 인플레이션 우려와 주요국 중앙은행의 추가 긴축 가능성이 커졌고, 이에 주식과 채권이 동반 약세를 보였다. 2일 인베스팅닷컴 등에 따르면 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는 이날 2% 가까이 하락해 일주일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99% 내린 6562.72에 장을 마감했다.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08% 내린 6625.47로 출발한 뒤 낙폭을 확대했다. 장 막판에 6558.30(-4.06%)까지 밀린 뒤 소폭 반등한 채 이날 거래를 마쳤다.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모두 4%대 하락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닛케이평균주가)와 대만 가권지수 역시 1~2%대 약세를 보이는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 전반이 위축됐다. 아시아 증시 약세 여파로 글로벌 증시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MSCI 전세계지수(ACWI)도 약 한 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밀렸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또다시 격화하면서 국제유가와 글로벌 국채금리가 빠르게 치솟자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최근 이란을 상대로 군사행동보다 경제적 압박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했지만, 양측의 무력 충돌이 재개되면서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24일 이란 정권의 자금줄을 끊겠다며 2차 제재를 강화한 '경제적 왕따 작전'을 선언했다. 그러나 같은 달 30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투입하기 위한 로켓 발사를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는 이유로 미군은 7월 말 이후 약 한 달 만에 이란을 공습했다. 이에 이란은 요르단 내 미군 주둔 공군기지 2곳을 겨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대응했다. 미군은 이란의 공격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틀 만에 다시 대규모 공습에 나섰다. 중동 지역 미군을 총괄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1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이란의 군사 목표물을 겨냥한 일련의 공습 작전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번 공습에 대해 “현재 기뢰가 없는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추가하려는 이란의 실패한 시도와, 모두 성공적으로 요격된 요르단 미군 기지에 대한 8발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실패한 국가인 이란이 이번 정당한 공격에 보복한다면 훨씬 더 강력하고 높은 수준의 공격을 다시 받게 될 것"이라며 “그 공격이 끝나면 이란 이슬람공화국에는 거의 흔적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새로운 게시물을 통해 “나는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자신들에게 아무런 가치도 없는 합의문에 서명하든 말든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며 “나는 지금 우리의 상황이 훨씬 마음에 든다"고 주장했다. 이란도 불과 몇 시간 만에 보복에 나섰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이란군이 중동 지역의 미군 기지를 겨냥해 이른바 '결정적 작전'을 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요르단과 바레인에 위치한 미군 기지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고, 쿠웨이트 정부는 자국을 향해 날아오는 공격체를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격화하면서 국제유가도 다시 치솟고 있다. 글로벌 원유 가격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2일 장중 배럴당 96.50달러까지 오르며 다시 100달러선을 향하고 있다. 디젤 가격은 4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유럽 천연가스 가격도 202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가 상승은 채권시장에도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글로벌 벤치마크 금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이날 장중 4.81%까지 치솟아 2023년 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유럽, 일본, 호주 중앙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50% 넘게 반영하고 있다. 특히 일본과 유럽에서는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가마자산운용의 라지브 드 멜로 글로벌 매크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글로벌 채권금리는 이미 상승하고 있었고 미국과 이란 간 공격 재개와 이에 따른 유가 상승이 채권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더욱 키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와 같은 높은 채권 금리는 아시아 증시에 분명한 역풍으로 작용한다"며 “특히 미래 이익에 대한 할인율에 민감한 장기 성장주인 기술주가 가장 큰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AI·전쟁·빚 폭탄 한꺼번에”…글로벌 국채시장 ‘패닉’ [이슈+]

글로벌 채권시장의 매도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장기채 금리를 낮추기 위해 국채 바이백(재매입) 확대라는 카드까지 꺼내 들었지만 불과 2주 만에 미 30년물 국채금리는 개입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미국과 이란이 무력 충돌을 재개한 가운데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정부 부채 확대 등에 대한 우려가 겹치면서 미국뿐 아니라 일본과 독일, 영국 등 주요국 국채금리가 수십 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2일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날 5.27%까지 상승했다. 이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지난달 19일 국채 바이백 프로그램 확대를 발표하기 직전 수준이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이는 만큼 국채금리 급등은 채권 매도 압력이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다. 3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아시아 시장에서 5.29%까지 올라 미 재무부의 개입 이전 수준을 넘어섰으며 19년 만의 최고치에 다시 근접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글로벌 벤치마크인 미 10년물 국채금리도 전날 4.79% 수준을 기록한 데 이어 이날 4.81%까지 오르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19일 종가인 4.65%와 비교하면 15bp(1bp=0.01%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4.8%선을 넘어선 것은 2023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전망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도 이달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해 현재 4.40%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2024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수준보다 25bp 높은 3.75~4.00%로 인상할 가능성을 약 68%로 반영하고 있다. ◇ 베선트 '바이백 카드'도 무용지물?…2주 만에 원점 미 재무부의 시장 개입 효과가 빠르게 희석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판테라캐피털매니지먼트의 댄 모어헤드 창립자는 “블러핑이 통하려면 포커 테이블에 앉아 있는 누구도 당신이 블러핑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라야 한다"며 “이번 조치는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달 장기 국채금리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국채 바이백 규모를 최소 두 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발표 직후 국채금리는 일시적으로 하락했지만 글로벌 채권 매도세가 재개되면서 다시 상승했다. 블룸버그는 이를 두고 “세계 최대 채권시장에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지출 확대와 급증하는 자본투자, 좀처럼 꺾이지 않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을 진정시키기에는 예정에 없던 국채 바이백 확대만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마크 카바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미국 금리전략 책임자는 “금리시장은 의미 있는 수준의 금리 하락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만기가 길어질수록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 日 10년물 30년 만에 3%…英·獨도 수십 년래 최고 미국발 국채 매도세는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일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1996년 이후 처음으로 3%를 기록했다. 독일 10년물과 30년물 국채금리는 각각 3.36%, 3.84%까지 올라 모두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5.26%까지 상승해 2008년 이후 최고치를 썼고, 30년물 금리는 5.85%를 기록해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호주 30년물 국채금리도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16년 이후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으며,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주요 7개국(G7) 채권금리도 2000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한국 채권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3년물과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각각 3.92%, 4.41%까지 올라 수년 만의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 美 국가부채 40조달러…“일시적 아닌 구조적 문제" 글로벌 국채 매도세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각국의 막대한 국가부채가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은 최근 수년간 재정적자 확대를 통해 국가부채를 빠르게 늘려왔으며 현재 연방정부 부채는 40조달러에 달한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연간 재정적자가 2조1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본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일본은 선진국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국가부채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공격적인 투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은행은 선진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의 기준금리를 매우 느린 속도로 인상하고 있어 채권 금리가 장기채 중심으로 빠르게 치솟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이 같은 부채 증가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각국 정부가 재정지출 축소 등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선택에 나서지 않는 이상 상황을 되돌리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머서 어드바이저스의 데이비드 크라카우어 포트폴리오운용 부사장은 “이번 현상은 기본적으로 미국 특유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지만 글로벌 흐름이 이를 증폭시키고 있다"며 “핵심 동력은 재정적자 지출과 늘어나는 국가부채에 대한 이자 비용, 미 국채 입찰 구조의 변화"라고 말했다. 여기에 전쟁 여파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공지능(AI)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미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 등도 채권시장에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채권 자경단'이 다시 등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채권 자경단은 정부의 재정정책이나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반발해 국채를 대거 매도함으로써 금리를 끌어올리고 정책 당국에 압박을 가하는 투자자들을 뜻한다. 각국 정부가 국가부채를 줄이거나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응에 나서지 않는 한 재정 건전성을 문제 삼아 더 높은 국채금리를 요구하는 채권 자경단의 압박도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 국채 투매 파장…증시·가계·기업까지 덮친다 문제는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파장이 채권시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채금리는 정부의 차입비용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과 학자금대출, 자동차대출 등 경제 전반의 금리를 결정하는 기준 역할을 한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와 기업이 돈을 빌리고 소비하거나 투자하는 부담이 커지면서 경제성장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10년물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약 6.7%까지 올라 1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부담도 커진다. 국채금리가 상승하면 기존에 발행한 국채의 만기가 돌아와 새 국채로 갈아타는 과정에서 이전보다 훨씬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정부 차입 급증과 국채금리 상승이 맞물리면서 정부가 부담하는 이자 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4%에 달하고 있다. 이는 현재 영국의 국방비마저 웃도는 규모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국채금리 상승의 충격은 주식시장 등 다른 금융시장으로도 번질 수 있다. 통상 국채금리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에서도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주식의 투자 매력은 떨어진다. 현재까지는 기업들의 강한 실적이 증시를 떠받치고 있지만 국채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주식시장에도 본격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러 시장에서 대규모 레버리지를 활용해 투자하는 헤지펀드 역시 압박을 받을 수 있다. KCM트레이드의 팀 워터러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글로벌 채권금리 상승이 이번 주 금융시장의 지배적인 화두로 떠올랐다"며 “글로벌 금리 상승은 경제성장이나 기업 실적 전망에 긍정적이지 않다. 채권금리가 통제되지 않은 채 치솟는 상황에서 위험자산 가격이 안정적으로 상승하는 시나리오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미국서 낳으면 시민권?”…트럼프, 부모 신분까지 확인한다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출생시민권 제한 조치의 집행을 한층 구체화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미 국무부 지침 초안을 입수해 트럼프 행정부가 미성년 자녀의 여권을 신청하는 부모에게 본인의 미국 시민권이나 이민 신분을 증명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지침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6일 서명한 출생시민권 금지 관련 행정명령 2건을 국무부가 실제로 어떻게 집행할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첫 사례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지침 초안에는 “국무부는 신청자가 행정명령 적용 대상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부모 관련 정보와 부모의 시민권 또는 이민 신분을 증명하는 자료를 요구할 것"이라고 명시됐다. 지난달 서명된 행정명령 중 하나는 미국에서 자녀를 출산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입국하려는 것으로 판단되는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다. 원정 출산 목적으로 미국에 입국하려는 경우 비자 발급이 거부되거나 입국이 금지될 수 있으며, 미국에 도착하더라도 추방될 수 있다. 또 다른 행정명령은 적성국 국민이나 외국 테러리스트로 분류된 인물, 외국 공관 또는 국제기구에 고용된 외국인의 자녀에게 미국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도록 연방정부 기관에 지시하는 내용을 담았다. 미 의회가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미국령에서 태어난 아기 역시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국무부 초안이 실제 시행될 경우 미성년 자녀의 여권을 신청하는 모든 부모 또는 법적 보호자는 자신의 시민권이나 이민 신분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현재는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의 여권을 신청할 경우 부모가 자녀와의 친자 관계를 증명하고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을 제시하면 된다. 여권 신청서에는 부모가 미국 시민권자인지를 묻는 항목이 있어 해당 여부를 표시해야 하지만 이를 입증하기 위한 별도의 증빙서류를 제출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앞으로는 미국 시민권자의 경우 유효한 미국 여권이나 출생증명서 등을 제출해야 하며, 외국인은 미국 출입국기록인 I-94 양식이나 영주권 카드 등을 통해 이민 신분을 입증해야 한다. 국무부 지침 초안에 따르면 미 정부는 이렇게 제출된 정보를 토대로 해당 아동이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 시민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지를 판단하게 된다. 출생시민권 제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해온 강경 이민정책의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다. 특히 백악관은 임신한 외국인이 자녀에게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게 할 목적으로 미국에 입국해 출산하는 원정 출산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초 재집권에 맞춰 출생시민권 금지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나 연방대법원은 지난 6월 30일 수정헌법 14조에 따라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할 수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토미 피곳 미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행정부가 미국 시민권의 의미와 가치를 확고하게 보호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며 “여기에는 여권 심사 절차가 이러한 기준을 완전히 반영하도록 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내놓은 새로운 행정명령 역시 법원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흔적도 안 남긴다” 경고…美·이란 전면전 다시 불붙나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 미군이 이란을 상대로 대규모 공습을 단행하자 이란도 중동 지역의 미군 기지를 겨냥해 보복 공격에 나섰다고 밝혔다. 중동 지역 미군을 총괄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1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이란의 군사 목표물을 겨냥한 일련의 공습 작전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방공시설과 레이더 시스템, 해상 전력 및 관련 시설, 기뢰 부설 능력, 통신시설 등을 타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공습은 최근 IRGC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상선과 미군 장병들을 상대로 공격을 시도한 데 따른 조치"라며 “군 통수권자(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작전을 계속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은 지금 이 순간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이란 목표물을 타격하고 있다"며 “이번 공격은 대규모이면서 강력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번 공격에 대해 “현재 기뢰가 없는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추가하려는 이란의 실패한 시도와 모두 성공적으로 요격된 요르단 미군 기지에 대한 8발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보복"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실패한 국가인 이란이 이번 정당한 공격에 보복한다면 훨씬 더 강하고 높은 수준의 공격을 다시 받게 될 것"이라며 “그러나 그것조차 가장 큰 공격은 아니다. 가장 큰 공격은 아직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공격이 끝나면 이란 이슬람공화국에는 거의 흔적도 남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역시 보복 공격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중동 지역의 미군 기지를 상대로 '결정적인 작전'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이란 측은 요르단에 위치한 미군 기지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충돌 격화는 미국과 이란이 약 한 달 만에 처음으로 서로를 공격한 지 불과 하루 만에 발생했다. 미국과 이란은 최근 한 달가량 비교적 잠잠한 상태를 유지해왔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군사 행동보다 이란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기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미군은 지난달 30일 호르무즈 해협의 이란 라라크섬을 타격했다. 이란이 기뢰를 해협에 투입하기 위한 로켓 발사를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이란과의 무력 충돌을 “작은 전쟁"이라고 표현했지만, 현재까지 전쟁이 조만간 끝날 것이라는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로이터통신 역시 “공습 위협과 새로운 경제 제재 모두 이란의 입장을 실질적으로 바꾸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란은 이미 반세기 가까이 강도 높은 경제 제재를 받아왔다. 한편 국제유가는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재개 여파로 급등했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장 대비 4.60% 오른 배럴당 94.65달러에 마감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전장 대비 5.20% 상승한 배럴당 90.2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는 지난 7월 24일, WTI는 7월 23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2거래일 동안 상승률은 각각 5.98%, 8.18%에 달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부동산 불패 호주도 꺾였는데”…한국 집값은 다를까 [이슈+]

집값이 장기적으로 오르며 부동산 투자 불패 신화가 강했던 호주의 주택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정부의 부동산 투자 규제가 맞물리면서 시드니를 중심으로 집값이 빠르게 떨어지고 거래가 급감하고 있어서다. 가계자산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한국 역시 남의 일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30년간 호주 시드니에서 주택을 사는 것은 가장 확실한 투자로 여겨져 왔다"면서도 “이제 이같은 부동산 호황이 위협받고 있으며, 그 충격은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코탈리티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시드니 주택 가격은 지난 2월 고점 대비 약 7% 하락했다. 고가 주택이 밀집한 지역에서 시작된 하락세는 전국으로 확산해 호주 주요 도시 외각 지역의 93%에서 집값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전국 주택가격 지수 역시 지난달 0.9% 떨어지면서 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난 3월 고점과 비교하면 3.6% 낮아졌다. 시드니 집값은 지난 한 달 동안에만 1.4% 하락했다. 거래도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코탈리티의 분기 추정치에 따르면 호주 주택 판매량은 1년 전보다 15.5% 감소했고 최근 5년 평균과 비교해서도 11.5% 낮은 수준이다. 특히 시드니, 브리즈번 퍼스 등에서는 거래량이 전년 대비 20% 넘게 감소했다. 주택이 팔리는 데 걸리는 기간도 길어지면서 시장에 매물이 쌓이고 있다. 코탈리티에 따르면 지난달 30일까지 4주 동안 호주 주요 도시에서의 매물은 1년 전보다 24% 증가했고 최근 5년 평균보다도 8% 많았다. 코탈리티의 팀 로레스 리서치 디렉터는 “시드니가 계속해서 주택시장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다"며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데다 평균보다 많은 매물이 시장에 나온 상황이 호주 최대 주택시장에 더 큰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 주택시장이 위축되기 시작한 배경으로는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정부의 세제 개편이 지목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투자용 부동산에서 발생한 손실을 개인소득에서 공제해주는 '네거티브 기어링'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해당 제도는 내년 7월 시행되며 신규 건설 주택에 한해서만 네거티브 기어링이 적용된다. 내년 7월부터 양도소득세 50% 감면 혜택도 폐지되고 취득원가를 물가에 연동하는 방식과 최저 30% 세율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 같은 세제 개편을 앞두고 부동산 투자자들의 셈법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기준금리 상승도 주택시장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호주중앙은행(RBA)은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4.35%까지 끌어올렸다. 2022년 초까지만 해도 금리는 0.1%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 7월 호주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3.5% 상승해 시장 전망치인 3.3%를 웃돌자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도이체방크 등은 RBA가 이르면 이달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경우 주택 구매자들이 통상 30년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지만 RBA에 따르면 호주는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5%에도 못 미친다. 기준금리 인상이 상당수 주택담보대출 차주의 월 상환 부담으로 빠르게 전이되는 구조다. 호주 부동산 시장 둔화는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5월 이후 호주 주요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신청은 최대 20% 감소했다. 한 대형 은행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시장 상황을 두고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수십 년 전보다 훨씬 구조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부동산 개발업계에서는 이미 대형 부실 사례도 나타났다. 호주의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배슬라그룹은 33억호주달러(약 3조2400억원)의 부채를 안은 채 지급불능 상태에 빠졌다. 이 회사가 사모대출펀드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왔던 만큼 시장에서는 과도한 부채를 떠안은 다른 개발업체들까지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가계 소비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코메르츠방크에 따르면 호주 가계자산의 약 60%가 부동산에 묶여 있다. 집값 하락이 단순한 자산가치 감소에 그치지 않고 소비심리와 내수경기에 직접적인 충격을 줄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호주의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 6월 80.6포인트로 '극도로 비관적'인 수준까지 떨어졌다.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 도메인의 니콜라 파월 수석 주거부동산 이코노미스트는 “사람들은 자신의 재정 상황이나 경제 전반에 확신이 없을 때 부동산처럼 가격이 큰 자산을 거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호주 부동산 시장의 위축은 다른 주요국이 먼저 겪은 부동산 침체와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블룸버그는 “최근 사례를 보면 과열된 주택시장을 진정시키려는 과정에서 장기적인 침체를 겪지 않은 국가는 거의 없다"고 짚었다. 실제로 중국은 경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부동산 위기가 5년째 이어지고 있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큰 주택시장 호황을 누렸던 뉴질랜드 역시 장기적인 부동산 침체에 빠져 경제성장까지 압박받고 있다. 캐나다도 주택 가격이 약 20% 급락했지만 높은 집값 때문에 시장에서 밀려난 상당수 무주택자들에게는 여전히 가격이 충분히 낮아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호주 역시 정책적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집값이 하락하고 있지만 높은 금리로 주택담보대출 비용이 늘어나면서 실수요자의 부담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는 “정책당국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차입 비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경제를 흔들지 않으면서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고 주택 구입 부담을 낮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짚었다. 호주의 사례는 가계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한국 전체 가계자산에서 부동산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65%로 미국(32%), 일본(36%)은 물론 호주(60%)보다 높다. 특히 한국은 다른 주요국과 비교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이용 비중이 높아 기준금리 상승이 가계의 이자 부담으로 빠르게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최영준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국장도 올해 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가계는 여타 국가에 비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의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당국의 정책 유도 등에 힘입어 잔액 기준 2010년 말 0.5%에서 2016년 말 43.0%, 2023년 말에는 51.8%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주요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고정금리 비중은 2022년 4분기 34.9% 수준으로, 멕시코(99.6%)·미국(95.3%)·프랑스(93.2%) 등을 밑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도 긴축 사이클에 들어갔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한은이 오는 11월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린 뒤 내년 2월 추가 인상에 나서 최종금리를 3.5%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가계부채도 사상 최대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포괄적인 가계부채를 나타내는 가계신용 잔액은 지난 2분기 말 2019조8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5조9000억원 증가하며 처음으로 2000조원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가계대출은 1891조3000억원에 달했다. 집값 상승기에 불어난 대출을 떠안은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추가로 오를 경우 주택담보대출 차주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금융위기급 채권 매도?”…글로벌 국채금리 20년 만에 최고 [머니+]

글로벌 국채금리가 약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까지 맞물린 영향이다. 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일본과 호주 국채는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일본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3%선을 넘어서며 1996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호주 10년물 국채금리도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앞서 미국 국채시장에서도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해 1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미국 30년물 국채금리의 경우 지난달 중순 5.34%까지 치솟아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30년물 국채금리는 올해 들어 지난달 31일까지 총 55거래일 동안 5%를 웃돈 채 장을 마감했다. 연간 기준으로 30년물 금리가 5% 이상에서 마감한 날이 이처럼 많았던 것은 2006년 이후 처음이다. 그 결과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전 세계 채권금리는 전날까지 4거래일 연속 상승해 3.72%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중반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와는 정반대 흐름이다. 블룸버그 글로벌 채권 지수는 지난해 6.8% 상승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0.9% 하락했다. 미국과 일본, 영국 등 주요국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정부 지출 확대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투자자들이 장기채를 보유하는 대가로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한 영향이다. 최근에는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잭슨홀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을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이 글로벌 국채금리를 끌어올린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와 소시에테제네랄은 워시 의장의 연설 이후 기존에는 예상하지 않았던 올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새롭게 전망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도 금리 인상 기대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BOJ)이 이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약 92%로 반영하고 있다. 호주에서도 예상보다 강한 물가 지표가 발표되면서 투자자들이 올해 네 번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베팅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다시 격화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가는 점도 채권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퍼스트이글 인베스트먼츠의 이다나 아피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TV에서 “시장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단기 금리가 더 높은 수준으로 갈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중립금리가 어느 수준인지 다시 평가하기 시작했고, 그 수준도 점진적으로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마켓라이브의 마크 크랜필드 전략가는 “주요 10개국(G10) 채권 트레이더들이 일본 국채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호주 국채도 미국 국채 못지않게 일본 국채 흐름의 영향을 점점 더 크게 받고 있다"며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전반에서 끈질긴 인플레이션과 대규모 재정적자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계절적 흐름만 놓고 봐도 채권시장에 대한 압박이 당분간 완화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글로벌 채권 지수는 9월과 10월에 가장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두 달 모두 평균적으로 1% 넘게 하락했다. TD증권의 프라샨트 뉴나하 아시아·태평양 금리 전략가는 “채권시장이 붕괴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끈질긴 인플레이션이 최소한 정책금리가 더 높은 수준에서 더 오래 유지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매우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채권시장 매도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재정건전성 악화와 기간 프리미엄 상승이 계속 시장의 핵심 이슈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특히 연준이 인플레이션 압력에도 불구하고 이달에도 금리를 동결할 경우 장기물 중심으로 국채 매도세가 오히려 더욱 거세질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장기채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더 민감한 만큼 연준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면 투자자들이 장기채 보유에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압박에 ‘백기투항’ 靑 “군사적 기여”…호르무즈 파병, 최우선 방안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사태와 관련한 한국의 비협조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으며 “이 일을 기억하겠다"고 경고하자, 청와대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군사적 기여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그동안 '실질적 기여'라는 표현에 그쳤던 정부가 처음으로 '군사적 기여' 방안을 밝히면서, 1일 개회한 정기국회는 시작부터 안보 현안에 휩싸이게 됐다. 파문의 발단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다. 그는 “미국은 나토와 한국 같은 나라를 돕는 데 수십억 달러를 쓰고 있다"며 “한국의 경우 4만 명의 미군이 그곳에 있어 이란과 관련해 조금만 도와줄 수 없겠느냐고 했더니 안 하는 편이 좋겠다고 답하더라"고 말했다. 다만 실제 주한미군 규모는 약 2만8500명이다. 앞서 지난달 16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란 비핵화 노력 동참 의향을 물었으나 한국이 “사양하겠다"고 답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또한 한미연합훈련 비용의 상당 부분을 미국이 부담하고 있다며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규모 축소를 지시했다고 밝혔는데, 공교롭게도 발언 당일은 한미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가 시작된 날이었다. 동맹 균열 우려가 커지자 청와대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는 글로벌 해상 물류망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통항의 자유를 위한 실질적·군사적 기여 방안은 한반도 대비태세와 국내법상 절차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사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지난 4월 이 대통령이 관련 화상회의에서 '실질적 기여'만 언급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처음으로 '군사적' 기여를 명시했다는 점에서 온도 차가 있다는 평가다. 군 당국에서는 해상초계기와 군수지원함, 기뢰탐지장비 등 투입 가능 자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해부대의 호르무즈 투입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아덴만 해역의 왕건함을 활용하려면 작전 범위와 임무를 새로 설정해야 하고, 해외 파병 성격이라면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2020년 작전 범위를 한시 확대한 전례가 있지만, 이번엔 임무 자체가 미국·이란 간 군사적 긴장과 직접 맞물려 있어 성격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은 원유 수송과 직결돼 한국 선박·국민 안전을 위한 참여 필요성이 있는 반면, 미군 주도 작전에 직접 참여하는 모양새가 되면 이란과의 외교 마찰과 장병 안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 정부의 고심 지점이다. 정기국회 개회와 맞물려 이 사안은 곧바로 여야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청해부대 우회 파병'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여당은 정부의 신중한 기조가 정당하다면서도 한미 공조 파열음을 막을 현실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한국을 공개 저격했다. 정확하게는 이재명 대통령을 향한 비난"이라며 “한미동맹은 그 자체로 국방이고 경제이고 민생이다. 한미동맹 무너뜨리면 국방도 경제도 민생도 온전할 리 없다"고 반발했다. 앞서 이 대통령이 연합훈련 축소 결정에 공감을 표했을 때도 국민의힘은 한미동맹 약화를 우려한 바 있다. 방위비 문제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재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은 2026~2030년 적용돼 호르무즈 기여를 곧바로 증액 협상과 연결하긴 어렵지만, 미국이 군사적 역할과 훈련 비용, 동맹 부담 분담을 함께 제기하며 압박 수단을 넓혀가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외통위·국방위 등에서는 청와대의 의사결정 과정과 국회 동의 여부를 두고 정기국회 내내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어느 수준까지 자산을 제공할지는 미측 협의와 국내 정치권 논의를 거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국민 불만 잠재울지 의문”…외신이 주목한 김용범 사퇴 [이슈+]

이재명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을 설계해온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전격 사퇴하자 주요 외신도 이를 비중 있게 조명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 블룸버그통신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지지하고 인공지능(AI) 호황으로 늘어난 초과 세수를 재원으로 한 '국민배당금제' 구상을 제시했던 김 실장이 이재명 정부의 지지율 하락을 막기 위한 쇄신 과정에서 물러났다"고 보도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실장이 어제 사의를 표명했다"며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오늘 사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도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김 실장이 물러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로이터가 인용한 여론조사는 전날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으로,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1.3%포인트(p) 하락한 38.9%로 집계됐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얼미터는 “집값·전월세 문제로 부동산 민심이 악화한 데다 대법관 후보자 임명 거부를 둘러싼 위헌 논란, 제주 실종 사건으로 불거진 경찰 불신, 유시민 작가 발언을 둘러싼 여권 내부 갈등까지 겹치면서 지지율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정부 초대 정책실장으로 임명된 김 실장은 약 15개월 동안 경제·산업·재정 분야 정책 입안과 국정과제 이행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왔다. 특히 한미 통상협상 등 굵직한 현안을 일선에서 지휘했으며 최근 발표된 정부의 최대 역점 사업인 '3대 메가 프로젝트' 추진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빠르게 도입한 것을 두고 비판을 받기도 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또 “김 실장이 제안한 국민배당금제 구상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며 “정부가 AI 반도체 호황으로 확보한 추가 재원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둘러싸고 시장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고 전했다. 부동산 정책 역시 김 실장이 물밑에서 조율해온 핵심 분야 가운데 하나다.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한 6·27 대책을 시작으로 수도권 135만호 공급을 골자로 한 9·7 공급대책,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은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등이 잇따라 발표됐다. 특히 초고가 주택과 비거주 주택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높이는 방향의 세제 개편안이 나오면서 비거주 1주택자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조치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로이터는 “이 대통령이 주택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해왔지만 많은 근로 가구는 이러한 정책으로 내 집 마련 능력이 영향을 받았다고 호소해왔다"고 짚었다. 로이터는 이어 “문재인 정부 이후 진보 진영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집값 급등을 잡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동산 정책의 실책을 많은 정치 분석가들이 꼽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라시아그룹의 제러미 찬은 이번 김 실장 교체와 2기 내각 구성을 두고 “최근 두 가지 정책 실패인 집값 상승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에 대해 자연스럽게 책임을 물을 만한 인물이 없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대통령이나 정부가 당장 위험에 처했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이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세를 멈출 필요성을 분명히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윤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김 실장이 자진 사퇴했다는 사실은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정치적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실장의 사퇴가 부동산 문제를 둘러싼 국민 불만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로이터 역시 이 대통령이 주요 정책을 둘러싼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려면 단순한 인적 쇄신 이상의 조치가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 사례를 보면 개각만으로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올린 경우는 거의 없다"며 “장관을 교체하는 것만으로 국민에게 정부 정책이 바뀔 것이라는 인식을 주기는 어렵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무선(100%) 무작위 추출 임의번호를 활용한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조사의 응답률은 3.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이며, 정당 지지도 조사의 응답률은 3.7%,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세계 최대 석유 딜”…트럼프, 웃지 못하는 이유는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규모 거래를 통해 베네수엘라 원유에 접근권을 확보했지만 이에 따른 경제적·정치적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베네수엘라가 막대한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낙후된 석유 인프라를 복구하려면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한 데다 미국과 베네수엘라 양국의 정치적 불확실성도 크기 때문이다. 미 백악관은 31일(현지시간) 팩트시트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와의 합의를 통해 확인된 원유 매장량 가운데 650억배럴 이상에 대해 미국이 과반의 통제권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650억배럴은 베네수엘라 전체 확인 원유 매장량으로 추정되는 약 3030억배럴의 20%가 넘는 규모다. 특히 미국 영토 내 확인 원유 매장량인 약 460억배럴보다도 190억배럴가량 많다. 백악관은 이를 “세계 역사상 가장 큰 석유 거래"라고 강조했다. ◇650억배럴 쥔 미국…서반구 에너지 패권 강화 합의에 따라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정부는 베네수엘라 민간 석유기업 '노스 아메리칸 블루 에너지 파트너스'(NABEP)에 17개 유전에 대한 100년짜리 개발권을 부여했다. 해당 유전의 확인 원유 매장량은 약 650억배럴로 추정된다. NABEP는 또 미 국방부 산하 전략자본실(OSC)에 모회사 지분 35%를 제공하고, 미 국무부에는 현재와 향후 생산량의 20%를 생산원가에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기로 했다. 나머지 생산량 80%에 대해서도 미국이 우선매수권을 갖는다. NABEP가 생산한 원유를 다른 국가나 기업에 판매하기 전에 미국 정부가 먼저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백악관은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서반구에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미국 정부는 NABEP의 경영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백악관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NABEP 이사회 멤버 선임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이사회 구성원의 과반은 미국 시민이어야 한다. 미국 정부와 NABEP 간 협정 역시 미국법의 적용을 받고 미국 법원의 관할에 놓인다. 이번 합의로 미국은 베네수엘라 석유를 지렛대로 서반구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주 대륙을 중심으로 한 서반구에서의 배타적 영향력 확대를 골자로 한 '돈로주의'(19세기 먼로주의의 트럼프 버전)를 천명해왔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의 뒷마당에서 외국의 악의적인 영향력을 제거하고 서반구에서 미국의 지배력이 다시는 의심받지 않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번 합의를 정치적 성과로 내세울 수 있다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호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 “미국은 방금 베네수엘라와 세계 역사상 가장 큰 석유 거래에 합의했다"며 “이번 역사적인 거래는 미국의 석유 매장량을 두 배 이상으로 늘리고 미국의 석유 공급을 크게 확대하며 향후 장기간에 걸쳐 모든 미국인의 기름값을 상당히 낮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장에 원유 나오려면 5~7년"…노후 인프라가 발목 그러나 미 경제매체 CNBC는 이번 합의가 실제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 확대와 시장 공급 증가로 이어지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베네수엘라의 석유 인프라가 수년간의 투자 부족과 부실 관리로 크게 노후화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의 현재 원유 생산량은 하루 약 120만배럴로 1990년대 후반 기록했던 하루 350만배럴의 정점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컨설팅업체 리스타드에너지는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량을 과거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오는 2040년까지 약 1800억달러(약 246조원)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NABEP는 베네수엘라에서 석유 생산을 빠르게 확대하기 위해 현지 인프라에 최대 1000억달러(약 137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더라도 실제 증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 국무부 에너지 담당 고위 관료를 지낸 데이비드 골드윈은 이번 합의에 대해 “베네수엘라 생산량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기까지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번 합의에 포함된 유전 상당수가 위치한 '오리노코 벨트'는 생산과 수송에 필요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골드윈은 “이들 유전이 실제 시장에 추가 원유를 공급하기까지는 아무리 빨라도 5~7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생산량을 늘리더라도 수출 과정에서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석유시장 컨설팅업체 리포우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앤디 리포우 회장은 “노후화된 인프라와 정전 문제 등으로 현재 베네수엘라에서 원유를 선적하려는 유조선들이 화물을 싣기 위해 최대 30일까지 대기하고 있다"고 CNBC에 말했다. 골드윈은 “더 많은 생산량을 처리하려면 수출 터미널을 확장해야 한다"며 “누가 해당 프로젝트를 맡을지도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실제 베네수엘라 원유 개발에 어느 미국 석유기업들이 참여할지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현재 베네수엘라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미국 메이저 석유기업은 셰브론이 사실상 유일하다. 셰브론은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와 합작사업을 통해 현지에서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2029년 정권교체 땐 뒤집힐 수도…정치 리스크 여전 정치적 불확실성도 이번 합의의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변수로 꼽힌다. 컨설팅업체 라피단에너지의 밥 맥널리 회장은 이번 합의가 미국과 베네수엘라 양쪽 모두에서 상당한 정치적 위험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는 2028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해 2029년 새 정부가 출범할 경우 이번 합의를 재검토하거나 폐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이 선거를 통해 선출된 권력이 아니라는 점도 이번 합의가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을 키우는 요인이다. 베네수엘라가 오랫동안 석유자원에 대한 국가 주권을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미국에 광범위한 통제권을 넘긴 이번 합의를 둘러싼 정치적·사회적 반발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공화당이 미국 정권을 유지하더라도 향후 베네수엘라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경우 기존 합의를 재검토하거나 뒤집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밥상물가 비상”…글로벌 농산물값 얼마나 올랐길래 [이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이상기후로 글로벌 농산물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주요 농산물 가격이 약 14년 만에 가장 큰 월간 상승폭을 기록할 전망이다. 농산물 가격 상승세가 이란 전쟁으로 치솟은 에너지·운송비와 맞물리면서 글로벌 식품 인플레이션 압박이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3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주요 10개 농산물 가격을 추종하는 '블룸버그 농업 현물지수'는 지난 28일 기준 이달 들어 14% 가까이 상승했다. 이 같은 추세가 이날까지 이어질 경우 2012년 7월 이후 가장 큰 월간 상승폭을 기록하게 된다. 밀은 전반적인 농산물 가격 상승을 견인한 대표 품목으로 꼽힌다. 흑해 지역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상대방의 선박과 항만을 공격하면서 수출에 차질이 빚어지자 밀 가격은 최근 3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우크라이나에서는 수출되지 못한 곡물이 쌓이고 있다. 이에 우크라이나 농업부는 농가들이 2027년 시즌을 위해 올 겨울 재배 면적을 줄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의 수출 차질이 단순한 물류 문제에 그치지 않고 향후 생산량 감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 수위를 더욱 높일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도 공급 불안을 키우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평화협상을 통한 돌파구 마련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하고 군사 공격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수출량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보리와 옥수수, 해바라기유 역시 세계 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담당하고 있다. 문제는 흑해산 곡물 공급 감소분을 메울 만한 뚜렷한 대체 공급처가 없다는 점이다. 농산물 컨설팅업체 락스톡 컨설팅은 이날 보고서에서 흑해 지역의 수출 차질을 다른 국가들이 완전히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아르헨티나산 밀은 품질에 대한 의문이 있고 캐나다는 공급 능력에 한계가 있으며 호주는 수출 여력에 제약이 있다"며 “미국산 밀은 갈수록 가격이 비싼 최후의 공급처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흑해 지역 수출이 다시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시장이 직면한 문제는 단기적인 물류 차질이라기보다 여러 작기에 걸쳐 이어지는 공급 문제가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설탕과 코코아 가격도 이달 들어 20%가량 급등했다. 강력한 엘니뇨의 영향으로 주요 산지의 기상 악화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특히 뉴욕 설탕 선물 가격은 2015년 이후 가장 큰 월간 상승폭을 기록할 전망이다. 주요 설탕 생산국인 인도에서 재고가 빠듯한 가운데 축제 시즌을 앞두고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는 설탕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최근 이례적으로 일부 물량에 대한 무관세 수입까지 허용했다. 또 올여름 폭염으로 미국과 유럽의 옥수수 수확량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여기에 중동 지역에서 다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점도 글로벌 농업 공급망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농업 생산에 필수적인 연료와 비료 공급 차질이 장기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동 지역 미군을 총괄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에서 “임박한 위협"을 가한 이란 혁명수비대의 기뢰 부설 병력을 상대로 “제한적이고 정밀한" 군사행동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미군의 대(對)이란 군사 공격은 지난달 29일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이란도 요르단 내 미군 기지 2곳을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방식으로 보복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인공지능(AI)으로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을 올리며 이란의 원유 수출 핵심 거점인 하르그섬이 초토화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농산물 가격 상승이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식품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일정한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농산물 인플레이션이 이란 전쟁으로 에너지와 운송 비용이 이미 높아진 상황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식품 가격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미국과 이란이 무력 충돌을 재개하면서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가격은 이날 배럴당 90달러 수준으로 상승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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