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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특사, 하마스 고위 관계자 만날 전망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 특사가 조만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고위인사와 만나 가자지구 휴전 이행 문제를 두고 논의할 예정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위트코프 특사는 하마스의 휴전 협상 대표 칼릴 알하야를 조만간 만날 계획이다. 양측 회동 날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계획이 변동될 가능성도 있다. 하마스 휴전 협상 대표단을 이끈 알하야는 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설계한 인물이다. 이번 회동은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깊은 불신으로 휴전 협정 이행이 미진한 상황에서 협정 이행을 본격화 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이 제시한 가자지구 평화구상을 통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에 이어 철군, 통치체제 전환, 항구적 종전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에 강력하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아랍권 우방을 통해 간접 접촉하는 하마스와의 소통엔 한계를 드러내곤 했다. 다만 미국과 하마스 간 직접 접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3월 미국의 인질 대응 특사인 애덤 볼러는 하마스가 억류하고 있던 미국 이중국적 인질 문제 석방을 논의하기 위해 하마스와 직접 대화를 가진 바 있다. 당시 미국과 하마스 간 만남은 1997년 하마스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이후 처음 성사된 만남이었다. 위트코프 특사는 10월 가자지구 휴전 협정 체결 직전 이집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함께 알하야를 만나기도 했다. 또 위트코프 특사는 같은달 미국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알하야를 만났을 때 자신의 아들이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남용으로 숨진 사실을 밝히면서 9월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습으로 아들을 잃은 알하야를 위로했다고 말한 바 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미국 국방차관 “한국은 모범동맹, 나토 외 ‘GDP 3.5% 국방비’ 첫 국가”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전쟁부) 정책차관은 15일 한국이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3.5%로 증액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한국은 정말로 모범적인 동맹국(model ally)"이라고 칭송했다. 이날 콜비 차관은 미국 워싱턴 DC의 앤드루 W. 멜론 강당에서 열린 한국 국경일 및 국군의날 리셉션 축사에서 “한국은 이제 미국의 조약 동맹국 중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 국가로서는 최초로 트럼프 대통령이 헤이그 나토 정상회의에서 제시한 '국방비 3.5%' 기준을 충족하겠다고 약속한 나라"라며 위와 같이 말했다. 한국과 미국은 전날 발표한 한미 정상회담 공동 팩트시트를 통해 한국의 국방비를 GDP의 3.5%로 증액한다는 계획을 공표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이자 안보정책통인 콜비 차관은 “이재명 대통령과 한국이 노력과 재정(투입), 진지함, 헌신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동맹에 대해 콜비 차관은 “이 동맹은 미래 지향적인 동맹"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와 피트 헤그세스 장관 체제의 국방부에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관과 부장관에 이어 국방부 '넘버3'인 콜비 차관은 “이 자리가 사실상 저의 첫 공개석상 발언일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그간 콜비 차관은 대외 행보를 자제해왔던 인물이다. 크리스토퍼 마호니 미군 합동참모본부 차장은 행사에 참석한 참전용사들을 향해 “전 여러분이 쌓아 올린 역사 위에 서 있고, 여러분의 그늘에 서 있다"며 1952년 한국에서 해병대 장교로 복무했던 부친 이야기를 공개했다. 마호니 합참 차장은 “아버지는 군 복무 이야기를 많이 하진 않았지만 두 가지를 말씀하셨다. 하나는 부상 없이 살아서 집에 돌아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한국의 육·해·공군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인한 전투원이라는 것"고 강조했다. 마호니 차장은 “바로 그런 점이 오늘날의 매우 현실적이고 위험하며 역동적인 위협 환경을 떠올리게 한다"며 “이 위협이 가득한 세계는 '좋은 친구(동맹)'를 갖는 것이 얼마나 필수적인지 일깨워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맹은 군사적 파트너십 그 이상이다. 공유된 가치로 하나 된 두 나라가 함께 무엇을 이룰 수 있을지를 증명하는 것"이라며 “같이 갑시다"라고 한국어로 말했다. 취임 후 첫 리셉션 행사를 개최한 강경화 주미대사는 인사말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동맹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이 동맹은 한국의 군사·경제·기술적 역량이 성장하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 동맹"이라고 화답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마이클 디솜브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동아태) 차관보와 존 노 국방부 동아시아 부차관보 및 제임스 워킨쇼 연방 하원의원(민주·버지니아), 라이언 징크 하원의원(공화·몬태나) 등이 참석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트럼프, 민심 의식했나…커피·토마토 등 일부 농산물에 관세 인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인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일부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인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특정 농산물을 상호관세에서 면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지난 4월 2일 국가별 관세인 '상호관세'를 발표했는데 이번에 행정명령을 통해 지정한 품목은 그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 관세 면제 품목에는 소고기, 커피, 토마토, 바나나와 파인애플을 비롯한 열대과일, 견과류, 향신료 등이 포함됐다. 주로 미국에서 부족하거나 재배하지 않는 농산물이다. 이번 행정명령은 미국 동부시간으로 지난 13일 0시1분 이후 수입된 제품에 적용된다. 이미 징수한 관세의 환급이 필요할 경우 적절한 법과 절차에 따라 환급하도록 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생활고에 시달리는 소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돌린 것을 우려한 것 아니냐로 해석된다. 이번 관세 면제가 발표된 배경엔 최근 지방선거 패배 원인 중 하나로 고물가가 지목되고 있다. 실제 9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자료에 보면 소고기와 스테이크 가격 상승률은 전년 동월대비 각각 13%, 1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상승폭은 '40년만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일어난 2022년 이후 최고치다. 미국은 세계 주요 소고기 생산국이지만 지난 몇 년간 소 부족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바나나, 토마토 가격도 같은 기간 각각 7%, 1% 올랐고 가정 내 식품가격 상승률은 2.7%에 달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농산물 가격을 낮추기 위해 전날 아르헨티나,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에콰도르 등 주요 중남미 국가들과 무역협상을 체결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에어포스원에서 취재진에 “관세로 물가가 오르는 경우는 일부 있겠지만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관세 수익을 재원으로 저소득·중산층 미국인에게 2000달러를 내년에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관세를 통해 배당금 형태로 지급할 수 있다"며 “배당금을 지급하고 부채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미국 경제학자들은 관세를 부과하면 소비자 물가가 인상될 수밖에 없다고 계속 지적해왔으나 그간 트럼프 행정부는 수출업자가 관세 인상분을 부담할 것이라 미국 소비자가 피해를 보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 셧다운에 9월 고용지표 발표 지연…10월 CPI는 누락될듯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 여파로 정부 공식 경제지표들이 다음 주부터 다시 발표될 예정이다. 15일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9월 고용보고서가 오는 20일(현지시간) 발표된다. 해당 보고서는 원래 발표일이 10월 3일이었지만, 연방정부 셧다운 탓에 발표가 한 달 넘게 지연됐다. 고용 보고서는 실물경기 동향을 드러내기 때문에 월가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경제지표이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등 경제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 7일 발표 예정이었던 10월 고용보고서 발표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10월 보고서는 실업률 통계가 포함되지 않은 '반쪽 보고서'가 될 전망이다. 비농업 취업자 수를 파악하는 기업조사가 조사 대상 기업들이 관련 정보를 전산 등록하는 형태로 이뤄지는 것과 달리 실업률 통계의 기반이 되는 가계조사는 표본 가계를 대상으로 한 설문 방식으로 이뤄진다. 앞서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전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10월에는 가계 조사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는 반쪽짜리 고용보고서를 받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역시 대면 설문조사가 필요한 소비자물가지수(CPI)의 경우 10월 보고서 발표가 누락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9월 소비자물가 지표는 내년도 연금 지급액 산출에 필수적이라는 점이 고려돼 예외적으로 셧다운 기간인 지난달 24일 발표됐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앞서 12일 브리핑에서 10월 고용보고서와 10월 CPI 보고서가 영원히 발표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레 대변인의 10월 고용보고서 누락 언급은 실업률 통계 부분을 가리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미 상무부는 8월 무역수지 통계를 오는 19일 발표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폭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정책 변경에 따라 큰 폭으로 변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셧다운 종료로 연방정부 업무가 재개됐지만 다수 경제지표는 발표일이 미정인 상태가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노동통계국은 홈페이지 수정 일정 공지에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고 수정된 발표 일정을 확정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라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연준 ‘매파 기류’ 확산…12월 금리인하 ‘기정사실’에서 ‘불확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12월 연방공개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금리 동결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연준 내부에서 커지고 있다. 기정사실로 여겨졌던 내달 금리 인하 가능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고조될 전망이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미 기준금리가 올해 두 차례 인하된 이후 인플레이션 우려와 노동시장 안정화 조짐으로 추가 완화에 침묵하는 연준 위원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어 12월 FOMC 회의에서 반대 의견을 낼 위원들이 10월 당시인 2명보다 더 많을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연준은 10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4.00~4.25%에서 3.75~4.00%로 인하했다. 이때 반대표를 던진 FOMC 의원은 2명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는 '빅컷'(0.5%포인트 인하)을,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금리 동결을 주장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싱크탱크 국제유럽문제연구소(IIEA)가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개최한 행사에 참석해 “금리 인하가 없거나 있다고 말하기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며 “생각은 열려있지만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해 동료들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12월 금리인하가 필요할 수 있다고 언급했던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도 같은 날 블룸버그TV에 출연해 “미국 경제 회복력 때문에 지난달 금리인하에 반대를 했었고 12월 금리 결정에 대한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행사에서도 “인플레이션이 3% 수준으로 여전히 높다"며 “미국 경제 일부는 괜찮을 것으로 보이지만 노동시장 일부는 압박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여기에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도 금리 동결을 선호하는 입장을 잇따라 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올해 FOMC 회의에서 금리 결정 투표권을 행사하는 위원들 사이에서도 매파적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이날 인디애나주에서 열린 공개 행사에서 “우리는 신중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왜냐하면 통화정책이 지나치게 (재정정책에) 동조적이지 않으면서 추가 완화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제한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 역시 공식 경제지표가 없는 상황에서는 천천히 가는 것이 신중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는 전날 “내 기본 전망에 근거할 때 현재처럼 매우 불확실한 환경에서 인플레이션 및 고용 간 위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당분간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는 게 적절할 것 같다"라며 추가 금리 인하에 부정적인 견해를 표한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금리 인하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오스턴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 등은 슈미드 총재, 해맥 총재,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 등이 포함된 매파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에버코어 ISI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이날 투자노트를 통해 “콜린스 총재가 12월 금리인하에 반대하는 명확한 발언을 하기로 한 결정은 제롬 파월 의장이 분열된 연준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를 고조시키며 금리 경로에 대한 추가적인 불확실성을 야기한다"고 밝혔다. 이어 “연준이 금리 인하를 결정한다면 콜린스 총재는 물론 굴스비 총재, 마이클 바 연준 이사 등이 슈미드 총재의 반대표에 합류할 수 있다"며 “연준이 금리 동결을 결정할 경우, 마이런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미셸 보어문 연준 부의장과 함께 완화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도 내달 금리 인하 기대감이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이 12월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47.8%의 확률로 반영하고 있다. 1달전, 1주일 전만 해도 이 확률은 각각 5%, 37% 수준에 불과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한·미 팩트시트 합의] 핵추진 잠수함 국내 건조·핵연료 재처리 美 지지 확보…한화·HD현대 “환영”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공동 설명 자료(팩트시트) 타결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팩트 시트에는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SSN)'의 국내 건조 및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ENR)에 대한 미국의 지지가 명시됐다. 또한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MASGA)'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미 해군 함정을 한국 내에서 건조하는 방안을 모색키로 해 향후 존스법 등 미국 내 법적 장벽을 둘러싼 치열한 협상이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내부 압력 속에서 버티기로 얻어낸 국익 중심 실용 외교의 성과"라고 자평했고, 조선업계는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4일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15분 브리핑을 통해 최근 두 차례의 한미정상회담 합의 사항을 담은 '공동 설명 자료(Joint Fact Sheet)' 작성이 최종 타결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합의를 “우리 경제와 안보의 최대 변수"였던 협상의 타결이자 한미 동맹 르네상스의 문이 활짝 열린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합리적 결단에 감사를 표하며 이번 성과가 상식과 이성에 기초한 최선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수십 년간의 숙원이던 안보 분야의 획기적 진전이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수십 년 숙원이자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필수 전략 자산인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추진하기로 함께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의 지지 확보에 성공했다"고 발표하며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향후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등 후속 협상의 동력을 확보한 것으로, 사실상 '핵 주권' 확보를 위한 중대한 걸음을 내디딘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초기 혼선과 달리 핵추진 잠수함이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것을 전제로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에서 논의하는 이야기는 거론되지 않았다"며 건조국 논란을 일축하고 한국의 기술력으로 국내에서 건조하되 핵연료 공급 등에서 미국의 협력을 받는 방식임을 시사했다. 경제·산업 분야에서는 MASGA 이니셔티브 를 중심으로 한 차원 높은 협력이 합의됐다. 이 대통령은 “과거 미국이 대한민국을 도왔던 것처럼 이제 우리 대한민국이 동맹인 미국의 핵심 산업 재건에 함께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특히 “미국 상선뿐 아니라 미 해군 함정 건조조차도 대한민국 내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책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언급해 주목된다. 이는 미국 본토 건조를 의무화한 '존스법(Jones Act)' 등 미국의 강력한 보호 무역주의 장벽에 대한 예외를 추진하겠다는 의미여서, 향후 미국 의회 및 산업계의 반발 등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팩트 시트 발표가 지연된 이유에 대해 “정말로 중요한 사안임에도 힘의 관계에 의해 일방적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우려됐고, 국제적 역학 관계에 밀려 국익이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가진 유일한 힘은 버티는 것"이었다며 “빨리 합의해라, 상대방의 요구를 빨리 들어줘라는 식의 내부적인 부당한 압력이 협상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라고도 했다. 이는 이번 합의가 미국의 요구와 국내 비판론이라는 이중의 압력 속에서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 원칙을 지켜낸 성과임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외에도 양국은 인공 지능(AI)과 반도체 등 미래 첨단 산업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엔비디아 등 최고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인공지능 세계 3강이자 아시아의 AI 수도로 나아가겠다"며 비전을 제시했다. 이번 한미 팩트 시트 발표에 대해 국내 조선업계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히며 MASGA 프로젝트의 성공적 추진을 다짐했다. 한화그룹은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 시트 발표에 대한 입장' 제하의 자료를 통해 “한미 관세 및 안보협상 팩트시트가 확정된 것을 환영하며, 협상 과정에서 헌신한 정부 관계자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한화그룹은 대한민국 정부의 안보 정책 기조와 결정을 적극 지지하며,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국가적인 방향에 맞추어 나갈 것"이라며 “한미 양국의 동맹과 안보 강화를 위한 결정에 따라 한화오션 거제 조선소 투자·확장은 물론 지역 협력 업체와의 상생을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거제 조선소의 기술과 역량을 미국 필리 조선소 등 현지에도 접목해 최고의 한미 안보 파트너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며 “지난해 필리 조선소를 인수한 한화그룹은 미국 조선업 재건 소요에 맞춰 조선소 추가 투자를 통해 상선은 물론 추후 함정 건조 생산을 위한 인프라를 갖출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HD현대 관계자는 “협상을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은 정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이번 팩트 시트 확정으로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HD현대는 글로벌 1위 조선사로서 MASGA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 해군 함정의 한국 내 건조 추진 발표는 MASGA 이니셔티브에 각기 다른 전략으로 접근해 온 국내 조선업계에 복잡한 셈법을 안겨줄 전망이다. 미국 필리 조선소를 1억 달러에 인수한 '내부자(Insider)' 전략을 택한 한화오션과 미국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 등과 파트너십을 맺는 기술 제휴(Partner) 방향을 택한 HD현대는 상반된 입장에 놓였다. 한화오션은 '한국 건조'가 1억 달러를 투자한 '필리 조선소'의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는 딜레마에 빠졌다. 반면 HD현대는 '한국 건조'가 울산 본사에는 직접적 이익이 되지만, 미국 파트너사와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이중적 입장에 처했다. 양사 모두 MASGA라는 기회를 잡기 위해 '한국 건조'와 '미국 내 파트너십-투자' 사이에서 정교한 전략적 줄타기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관세 15%·핵잠 승인”…한미 팩트시트 뜯어보니 (종합)

한미 관세 협상의 결과물인 미 백악관의 '조인트 팩트시트'가 확정됐다. 미 백악관이 지난달 29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 이후 13일(현지시간) 발표한 팩트시트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지난해 대선 승리와,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으로 대한민국의 민주적인 힘과 회복력이 입증됐다"며 “양국은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 그리고 번영의 연결고리인 한미동맹의 새로운 장을 선포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한미 정상회담 합의사항과 후속 협상 결과를 최종적으로 정리한 공식 문서다. 우선 첨단 산업을 둘러싼 한미 양국의 투자·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백악관은 “한미 정상은 조선, 에너지, 반도체, 제약, 핵심 광물, 인공지능(AI), 양자 컴퓨팅 등을 포함해 경제 및 국가 안보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한 한국의 투자를 환영했다"고 밝혔다. 이 일환으로 한국은 조선업 협력을 위해 1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또 한국이 이번 관세 협상을 통해 약속한 2000억달러 규모의 현금 투자와 관련해 세부 사항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한미 대표단이 서명할 것이라고 백악관은 전했다. 백악관은 이어 “한미 양국은 MOU가 한국 외환시장 안정성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논의했다"며 “MOU 이행 의무가 시장 불안을 초래하지 않도록 양측이 상호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어떤 해에도 연간 200억 달러를 초과하여 자금을 조달할 의무가 없으며 가급적 시장 외의 수단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또 MOU에 따라 원/달러 환율 변동 등 시장 불안이 따를 경우 한국 정부는 조달 규모나 시기 조정을 요청할 수 있고 미국은 이를 성실히 검토하기로 했다. 관세와 관련해 미국은 한국에 대해 상호관세를 적용할 때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 FTA) 또는 최혜국 대우(MFN) 중 높은 세율, 혹은 15%의 세율을 적용한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품목별 관세'와 관련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원목, 목재, 목재 파생품엔 15%의 관세가 적용된다. 또 한국산 수입품 중 한미 자유무역협정 또는 MFN 중 높은 세율이 15% 이상일 경우 품목별 관세가 추가로 부과되지 않고, 반대로 세율이 15% 미만일 경우 품목별 관세가 15%로 조정된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의약품에 대해선 최대 15%를 초과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반도체 및 반도체 제조장비에 대한 품목별 관세의 경우, 앞으로 미국이 다른 나라와 체결할 합의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했는데 비교 대상 국가를 반도체 교역량이 한국 이상인 국가로 한정했다. 아울러 미국은 제네릭 의약품, 의약 원료, 전구체 화학물질, 미국에 없는 특정 자원, 항공기 및 부품 등의 품목에 대해선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양국은 또 상호무역 증진을 위해 한국의 비관세 장벽을 해소하는 데 뜻을 모았다. 이 일환으로 한국 정부는 미 연방자동차안전기준(FMVSS)을 충족한 미국산 자동차에 적용된 '연 5만대 수입 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또 배출가스 인증 과정에서도 미 당국에 제출된 서류 외에 별도의 서류를 요구하지 않는 방식으로 수출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한국은 또 식품·농산물에 대한 비관세 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하기로 했다. 여기엔 승인 절차 간소화, 원예 작물 전용 데스크 설치, 미국산 육류·치즈의 시장 접근 유지 등이 포함됐다. 양국은 또 망사용료와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서 미국 기업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위치 정보, 재보험, 개인정보 등 데이터의 국경 간 이전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지원하기로 했으며, 세계무역기구(WTO) 전자상거래에 대한 관세 면제의 영구화를 지지한다는 입장도 재확인됐다. 한국은 또 경쟁당국 조사에서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권을 인정하고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특허절차조약(PLT) 가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제적으로 인정된 노동권 보호를 위한 협력과 강제노동 근절을 위해 양국이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아울러 한국은 환경법이 무역·투자를 왜곡하지 않도록 했고 WTO 수산보조금 협정을 이행하기로 한다. 백악관은 이어 안보 분야와 관련해 “미국은 핵을 포함한 모든 역량을 활용해 확장억제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며 “양 정상은 핵협의그룹(NCG)을 포함한 협의 메커니즘을 통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또 “이 대통령은 한국이 법적 요건에 따라 가능한 한 조속히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5%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공유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환영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장비 구매에 250억달러를 지출하고 주한미군을 위해 330억달러 규모의 포괄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는 점도 언급됐다. 백악관은 이어 “두 정상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동맹 협력을 계속 이어가기로 약속했다"고 했다. 아울러 “미국의 지원을 바탕으로 한국은 북한에 대한 연합 재래식 방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 필요한 군사 능력을 강화하는 노력을 가속화하기로 약속했다"며 “여기에는 첨단 미국 무기체계 도입과 고기술 무기체계를 포함한 양국 간 방산 산업 협력 확대가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양국은 북한을 포함해 동맹에 대한 모든 역내의 위협에 대한 미국의 재래식 억제 태세를 강화할 것"이라며 “양측은 2006년 이래의 관련 양해를 확인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미 정상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해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이어 “두 정상은 대북 정책과 관련하여 긴밀히 공조하기로 합의하고, 북한이 의미 있는 대화로 복귀하고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포기를 포함한 국제적 의무를 준수하기를 촉구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가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승인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미국은 이를 위해 연료 조달 방안을 포함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할 계획이다. 백악관은 이어 “미국은 한미 원자력 협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천장 없는 원화 환율,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 넘나…“1500원 돌파 가능성도”

미국 달러 대비 한국 원화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약 16년 만에 최고 수준을 향해 고공행진(원화 약세)을 이어가고 있다. 통화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마저 없을 경우 달러당 1500원선 돌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는 관측도 나온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전장 대비 2.0원 오른 1467.6원을 기록했다. 3거래일 연속 상승이다. 환율은 전날보다 3.3원 오른 1469.0원에 출발한 이후 1475.4원을 터치하는 등 오전에 상승 압력을 받았다. 블룸버그통신은 “환율이 2009년 3월 이후 최고치인 달러당 1487.45 수준을 돌파하기까지 약 1% 남았다"고 보도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3개월 간 6% 가량 오르는 등 아시아 중에서 최악의 성과를 기록했다.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증시 투자 확대와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메도세가 환율 상승의 지속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지난 한 달에만 52억달러어치를 순매도했다. 이처럼 원/달러 환율이 오르자 경기 부양을 위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더 복잡해졌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한은이 금리를 마지막으로 내렸던 적은 지난 5월(2.75%→2.5%)이 마지막이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의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를 연속 인하해왔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기준금리가 지난 4월 5.75%에서 지난달 4.75%까지 1.00%포인트 떨어졌다. 일본 엔화, 인도 루피화, 필리핀 페소화의 통화가치가 일제히 하락한 점도 완화 약세에 기여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이날 장중 심리적 지지선인 달러당 155엔선을 넘어섰다. 이처럼 원화 가치가 계속 추락하자 통화당국이 실제 개입에 나설 가능성도 주목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전날 공개된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우리는 변동성을 주시하고 있으며, (환율이) 과도하게 움직일 때는 개입할 의향이 있다"며 구두개입성 발언을 했다. 그는 다만 시장이 글로벌 불확실성에 “지나치게 민감하다"고 주장하면서 원화 약세 흐름을 일축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반면 일본 금융당국은 엔화 약세 흐름에 더욱 경계하는 발언을 했다. 가타야마 사츠키 일본 재무상은 전날 국회에서 “최근 환율이 일방적이고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는 높은 긴박감을 가지고 과도하고 무질서한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우리은행 민경원 연구원은 “엔화 약세에 대해 구두 경고를 내렸던 일본 당국과 달리 이 총재는 다소 신중하고 관례적인 입장을 취했다"며 “당국의 명확한 신호가 없자 달러당 1500원대 진입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말했다. 다만 환율이 1480원 수준에 이르면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헤지를 발동할 가능성도 있어 원화 가치의 추가 약세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략적 환헤지는 환율 방어를 위해 국민연금이 보유한 해외투자 자산의 최대 10%를 매도하는 것이다. 올해 1월 원/달러 환율이 1450원대를 돌파하면서 전략적 환헤지가 발동된 바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 역대최장 셧다운 종료…임시예산안 트럼프 서명 마쳐

역대 최장기로 기록된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사태가 43일째인 12일(현지시간) 종료됐다. 미 하원은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상원에서 넘어온 단기 지출법안(임시예산안) 수정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한 결과 찬성 222표, 반대 209표로 가결했다. 대다수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의 표가 각각 찬성과 반대로 향해지만 민주당에서 6명이 찬성표를, 공화당에서 2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이날 하원에서 통과된 임시예산안은 상원에서 넘어온 것이다. 앞서 상원은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 찬성 60표, 반대 40표로 가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후 10시24분께 하원에서 통과된 임시예산안에 서명했다. 이에 건강보험개혁법(ACA·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에 대한 공화당과 민주당 간 이견으로 지난달 1일 시작된 셧다운 사태가 43일째인 이날 역대 최장 기록과 함께 마침표를 찍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산안에 서명한 뒤 “오늘은 멋진 날(great day)"이라고 밝힌 뒤 사태의 책임이 야당인 민주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민주당)은 2만편 이상의 항공편 취소 또는 지연을 야기했고, 100만명 이상의 공무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하게 만들었으며, 지원이 필요한 수많은 미국인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셧다운을 감수하는 명분으로 삼고 요구한 건강보험개혁법(ACA·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을 두고 “갱단, 교도소, 정신병원 출신 불법 체류자들에게 1조5000억 달러를 지급하길 원했다"며 “민주당 의원들이 정부를 셧다운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늘 우리는 결코 협박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다"며 “다가오는 중간선거와 다른 선거에서 그들(민주당)이 우리나라에 한 일을 잊지 말라"고 국민들에게 당부했다. 셧다운 사태가 중단되면서 연방 공무원들은 13일부터 즉각 업무에 복귀한다. 다만 업무 공백이 긴 만큼 연방 정부의 기능이 온전히 재개되는 데 며칠, 혹은 몇주 걸릴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숀 더피 미 교통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주요 공항의 운항 제한을 해제하는 데 일주일이 걸릴 수 있다고 예상된다고 말했다. 에드 배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자사 항공사가 1년 중 가장 붐비는 추수감사절에 맞춰 정상 운항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수립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 노동통계국(BLS)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비농업 고용보고서가 영원히 공개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미국 CPI와 비농업 고용보고서는 연준이 정책금리를 결정하는 근거로 사용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으로 정식 발효된 이번 임시예산안은 내년 1월 30일까지 기존 수준으로 연방정부·기관의 자금을 임시 복원한다. 의회는 이때까지 현 회계연도(2025년 10월 1일~2026년 9월 30일)에 적용될 예산안의 협상과 표결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다만, 상원 표결에 앞서 공화당과 민주당이 초당적으로 합의한 농무부, 식품의약국, 재향군인부의 예산과 군용 건설 프로젝트, 그리고 의회 자체 예산은 이번 임시예산안을 통해 1년 치가 처리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셧다운 등을 이유로 추진했던 공무원 대량 해고는 중단하고, 민주당이 셧다운 명분으로 삼았던 '오바마 케어' 보조금 연장안에 대한 상원 표결을 보장한다는 내용도 합의안에 담겼다. 이와 함께 셧다운 장기화에 따른 재원 고갈로 지난 1일부터 중단된 저소득층 식비 지원 프로그램(SNAP)의 보조금 집행이 재개돼 올해 회계연도 종료 때까지 중단되지 않는다. 또 연방 공무원들에게 밀린 급여를 지급하고, 셧다운 기간 자체 예산으로 연방정부의 보조금 공백을 메운 주(州) 정부에 자금을 보상하게 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마냥 웃을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 연말 '오바마 케어' 보조금 지급 종료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민주당 간의 신경전은 한층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보조금 지급 종료로 보험료가 폭등한다면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심의 향방을 결정지을 변수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오바마 케어'의 건강보험 혜택이 불법 이민자들과 보험사들에 흘러 들어가고 있다며 보조금 연장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대신 건강보험 개혁안을 제시하겠다는 구상이다. 민주당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는 “이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라며 전면전을 예고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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