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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팔아라” vs “매수하라”…엔화 놓고 월가·日정부 정면승부? [머니+]

미국 달러화 대비 일본 엔화 환율이 1986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은(엔화 약세) 가운데 월가에서는 엔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20여년 만에 가장 유리한 환경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일본 정부는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GPIF)을 앞세워 엔화 방어에 나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엔/달러 환율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 원화가 엔화와 동조화하는 경향이 강한 만큼 월가와 일본 정부의 힘겨루기가 원/달러 환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스튜어트 젠킨스 전략가는 전날 보고서를 통해 주요 10개국(G10) 외환시장에서 캐리 트레이드의 투자 매력도가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근접했다고 진단했다.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통화로 자금을 조달한 뒤 고금리 국가의 자산에 투자해 수익으로 얻는 전략이다. 조달 통화가 약세를 이어가고 주요국 간 금리 차이가 클수록 수익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질 경우 환차손 위험이 확대돼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다. 골드만삭스는 세계 주요 선진국 간 금리 차이가 이례적으로 확대된 동시에 외환시장 변동성은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4%를 웃돌고 있다. 반면 독일은 3% 미만, 일본은 1.4%, 스위스는 약 0.1% 수준에 머물고 있어 선진국 간 금리 격차가 매우 크게 벌어진 상태다. JP모건체이스가 집계하는 외환시장 변동성 지수도 현재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다. 젠킨스 전략가는 “G10 국가들의 금리가 일정한 범위에서 안정되고 금리 차이에 따른 실제 변동성이 낮아진 데다 앞으로도 통화정책 변화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같은 환경이 캐리 트레이드의 높은 수익률과 낮은 변동성을 동시에 가능하게 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G10 외환시장에서 캐리 트레이드는 올해 들어 약 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채권과 금, 비트코인 수익률을 웃돌지만 증시 수익률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아울러 골드만삭스는 장기적으로 엔화를 가장 유망한 캐리 트레이드 조달 통화로 꼽았다.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거시경제 환경에 변화가 없는 한 엔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바클레이스는 현재 외환시장의 안정세가 글로벌 경제의 높은 불확실성과 괴리를 보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자체 모델 분석 결과 외환시장 변동성이 앞으로 더 낮아질 가능성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투자자들이 캐리 트레이드 포지션을 대거 청산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일본은행(BOJ)의 예상 밖 긴축과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동시에 불거지자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2엔대에서 141엔 수준까지 급락했다. 이 과정에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글로벌 유동성 축소로 이어지며 이른바 '8·5 블랙먼데이'를 촉발했고 코스피도 하루 만에 8.77% 급락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세계 최대 연기금인 GPIF의 자국내 투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계는 물론 GPIF를 비롯한 연기금들이 일본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며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GPIF는 운용자산이 293조6000억엔(약 2728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연기금 중 하나다. 일본은 현재 1조2000억달러(약 1800조원) 규모의 미국 국채를 보유한 최대 해외 투자국이며 일본 자금 약 5조달러(약 7512조원)가 해외 금융시장에 투자돼 있다. 시장에서는 GPIF가 해외 자산 비중을 줄이고 일본 국채와 주식 등 국내 자산 비중을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현실화할 경우 일본 국채에 매수세가 몰려 엔화 매도 압박이 줄어들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실제로 관련 발언이 전해진 직후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62.4엔에서 161.3엔 수준까지 급락했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도 전날 2.9%대로 199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뒤 이날 11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 국채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블룸버그의 마크 크랜필드 전략가는 “최근 몇 달 동안 외환시장에서는 GPIF가 자금을 일본으로 되돌리는 것이 엔화를 지지할 가장 강력한 요인이라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왔다"며 “GPIF가 보유한 막대한 해외 자산이 엔화로 환전될 경우 엔화에 지속적인 상승 압력이 형성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이와증권의 쓰보이 유고 수석전략가도 “운용자산 규모를 감안할 때 GPIF의 자산 배분 변경 가능성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사안"이라며 “가타야마 재무상의 발언은 일본 국채와 엔화, 주식이 동시에 강세를 보이는 '트리플 랠리'를 뒷받침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합의 끝났다”고 선언한 트럼프…美·이란 MOU ‘새판짜기’ 수순? [이슈+]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재개되면서 지난달 18일 발효된 종전 양해각서(MOU)가 중대 기로에 놓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합의가 “끝났다"고 선언했지만 공식적으로는 폐기하지 않아 MOU 체제는 갈수록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사안에 정통한 미국 관계자는 최근 양국간의 군사 충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이란 간 실무 협의는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미국은 여전히 이란과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이 상선을 공격했다며 이틀 연속 공습을 단행했고, 이란도 중동 지역 미군 기지를 겨냥해 보복 공격에 나서면서 커졌던 전면전 우려를 일부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서명한 종전 MOU에 대해 “끝난 것으로 본다"고 밝혔지만 협정을 공식 폐기하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미군의 대(對)이란 해상 봉쇄 금지 등 일부 조항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국제유가는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이번 주 급등했지만 지난 4월 기록했던 고점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문제는 MOU가 내세웠던 핵심 목표가 사실상 모두 좌초됐다는 점이다. MOU는 모든 적대행위 중단과 대이란 제재 완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골자로 했지만 현재까지 어느 것 하나 온전히 이행되지 못했다. 양국이 향후 60일간의 후속 협상에서 논의하기로 했던 이란 비핵화 문제 역시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한 상태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이 공격을 주고받고, 미국이 이란 원유 재제를 다시 부과하자 MOU를 통해 약속된 후속 종전 협상의 개최 여부는 더욱 불확실해졌다.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모나 야쿠비안 중동프로그램 디렉터는 “MOU는 점차 무너지고 있다"면서도 “양측 모두 전면전으로 복귀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완전히 붕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컨설팅 업체 옵시디언 리스크 어드바이저스의 브렛 에릭슨 대표 역시 “현재 내용 그대로라면 이번 MOU는 사실상 죽은 문서"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향후 미국과 이란이 협상을 재개하더라도 기존 MOU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합의를 토대로 논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톰 워릭 선임연구원은 “앞으로도 이번 MOU가 협상의 기반이 될지는 알 수 없다"며 “양측 모두 자신들의 입장이 옳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기존 합의를 수정하려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MOU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양국의 힘겨루기를 촉발했고, 지난 2주 동안 두 차례나 무력 총돌로 번지는 결과를 낳았다"며 “갈등의 핵심은 5항에 있다"고 보도했다. 이 조항에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운송을 정상화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취한 뒤, 오만과 협력해 향후 해협의 운영·관리 방안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같은 문구는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을 중재한 당국자들에 따르면 협상 당시 양측은 일단 합의를 성사시키기 위해 모호한 표현을 수용했다. 그러나 합의 이후 양국의 해석은 크게 엇갈렸다. IRGC는 해당 조항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국제 항로인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독점적 통제권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산 원유 판매 허가를 취소하고 이란을 겨냥한 공습에 나선 것도 이러한 해석 차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양국은 MOU 제5항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란은 이날 북동부 마슈하드의 이맘 레자 성지에서 매장식을 열고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시신을 안장했다. 이로써 이달 4일 시작돼 테헤란을 필두로 이란 주요 도시와 이라크 내 시아파 성지를 도는 방식으로 진행된 장례식은 엿새 일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미국, 이스라엘과 전쟁 첫날이던 올해 2월 28일 수도 테헤란의 관저에서 이스라엘 표적 공습을 받아 일가족 12명과 함께 숨졌다.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이날 장례식을 끝내는 매장식까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한마디에”…골드만삭스, 국제유가 급등 가능성 경고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재개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에 다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율리아 제트코바 그릭스비 등 애널리스트들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중동 산유국들이 지난 한 달 동안 생산이 중단했던 유전을 재가동했지만 호르무즈 해협에서 차질이 발생할 경우 원유 생산 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6월 기준 페르시아만 지역의 원유 생산량이 전쟁 이전보다 하루 약 1050만배럴 적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앞서 미국은 최근 상선 3척을 공격한 이란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지난 7일부터 이틀 연속 공습을 단행했다. 이에 이란도 중동 지역 미군 기지들을 겨냥한 보복 공격에 나서며 양국 간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됐다. 이번 충돌은 미국과 이란이 종전 이후 후속 협상을 가까스로 이어가던 가운데 발생했다. 당초 양국은 9일 하메네이의 장례 일정이 마무리된 뒤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이란 핵 프로그램 폐기 등 핵심 쟁점을 논의하기 위한 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직접 서명했던 종전 양해각서(MOU)에 대해 “끝난 것으로 본다"고 선언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 시설이 불타는 사진을 올린 뒤 “이번 공습은 어제 이란의 선박 공격에 대한 보복"이라며 “비슷한 일이 또 발생하면 대응 수위는 훨씬 더 강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양국 간 협상이 사실상 전면 중단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양국의 무력 충돌이 격화되면서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운항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는 “이란의 최근 상선 공격은 호르무즈 해협 통과 위험이 여전히 높은 수준임을 보여준다"며 “현재 휴전 상태가 불확실한 만큼 선사들이 운항을 주저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단기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수송량을 제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된 이후 첫 10일 동안에는 수송량이 전쟁 이전의 80% 이상까지 회복됐었다. 이에 골드만삭스는 국제유가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원유 시장에 공급 과잉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주목했었다. 그러나 최근 이란의 상선 공격 이후 페르시아만 지역의 원유 수송량은 전쟁 이전 대비 약 70% 수준까지 다시 감소했다. 골드만삭스는 이에 따라 원유 수송과 국제유가 모두 상·하방 위험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MOU에 따라 재개되고 선사들에 대한 안전 보장이 강화되는 동시에 이란산 원유 수출을 허용하는 새로운 제재 면제 조치가 시행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수송은 이달 말까지 정상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협상이 결렬되고 유조선 공격이 더욱 확대될 경우 원유 수송량은 추가 감소하고 국제유가는 다시 큰 폭의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9일 한국시간 오후 5시 기준 배럴당 77.26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브렌트유는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재개되면서 최근 장중 배럴당 80달러를 다시 돌파하기도 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궁지에 몰린 트럼프”…출구 없는 이란 전쟁 장기화하나 [이슈+]

미국과 이란이 무력 충돌을 재개하면서 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제가 흔들리는 가운데 이번 이란 전쟁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동 지역에서 미군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8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업적 화물운송과 무고한 민간인 선원들을 공격하는 이란의 군사역량을 추가로 약화하기 위해 7월 8일 이란을 향한 추가 공습을 완료했다"며 “이란 해안선을 따라 배치된 방공 시스템, 해안 감시 자산, 미사일·드론 저장시설, 해군 자산, 군사 보급 기반시설 등 약 90개의 이란 군사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군은 경계태세와 치명적 위력을 유지하며 군 통수권자가 명령하는 작전을 집행할 수 있도록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습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튀르키예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이란에 대한 추가 군사행동 가능성을 시사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오늘 밤 다시 이란을 강력하게 공격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전날에도 이란을 공습하는 한편, 이란이 국제시장에 원유를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던 제재 예외 조치를 철회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을 겨냥한 공격을 이어가는 이란에 대한 대응 조치다. 이란도 맞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미국의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전날에 이어 9일에도 쿠웨이트와 바레인의 미군 기지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란 최고지도자의 군사 고문인 모흐센 레자이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침략자와 그 공범들은 가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과의 종전 협상 대표를 맡고 있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도 “미국은 아직도 괴롭힘과 약속 파기가 더 이상 대가 없이 넘어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우지 못했다"며 “공격하면 공격받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뿐인 헛된 행동을 멈춰야 한다"며 “호르무즈 해협은 미국의 위협이 아니라 이란의 조치에 의해서만 계속 열려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그는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들이 우리를 공격하면 우리는 훨씬 더 강하게 되갚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면적인 군사작전이 재개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모르겠다"면서도 “만약 벌어진다면 매우 빠르게 끝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란은 합의를 원하고 있지만 합의를 맺을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며 “그들이 실제로 합의를 지킬지도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도 이란 내 시설이 불타는 사진을 올리며 “이번 공습은 어제 이란이 선박을 공격한 데 대한 보복"이라며 “이런 일이 또 발생한다면 대응 수위는 훨씬 더 강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절차를 시작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지 3주가 넘었지만 이번 충돌은 트럼프 대통령이 체면을 지키면서 전쟁을 마무리하려는 구상이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지를 다시 보여준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선택지가 제한적인 만큼 이번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보복과 재보복을 넘어 대규모 군사 충돌로 확대될 경우 전면전으로 번질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빠르게 끝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현재 배럴당 78달러대로 급등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다. 반대로 미국이 한발 물러설 경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영향력을 언제든 행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공화 양당 행정부에서 중동 협상을 담당했던 애런 데이비드 밀러 전 협상가는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었다"며 “군사적으로든 외교적으로든 이란으로부터 의미 있는 성과를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조너선 패니코프는 “상황이 다시 전면전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앞으로의 기본 상태는 '관리되는 불안정성'이다. 즉, 영구적인 출구 없이 충돌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와 중간선거 등을 의식해 전쟁을 조기에 끝내려는 점을 이란이 약점으로 보고 미국을 상대로 협상력을 높이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존 앨터먼 중동 담당 선임연구원은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장기전에 휘말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과 걸프 국가들이 지역 정상화를 원한다는 사실을 간파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며칠간 군사행동을 이어가더라도 결국 걸프 국가들이 중단을 요구할 것으로 이란은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E칼럼] 이란 종전협상 배경이 된 미국의 셰일혁명과 달러 패권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 그리고 백악관에서 들리는 소식은 미국과 이란의 종전협상이 쉽지 않음을 말해준다. 파키스탄에서 있었던 종전협상 MOU 체결 때에도 양측은 몇 차례 옥신각신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협상장에 다시 마주 앉았다. 도대체 무슨 이유가 있는 것일까? 작년에 출간된 에드워드 피시맨의 Chokepoints라는 책은 이런 점에서 중요한 맥락을 짚어 준다. 비핵화와 금융제재 해제를 둘러싼 이란과 미국의 협상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2001년 9·11 사건으로 미국은 테러조직과 적성국가에 대한 금융제재를 강화하였다. 재무부 산하에 TFI(Terrorism and Financial Intelligence Division)를 새로 설립하였고 금융제재를 담당하였던 OFAC(Office of Foreign Asset Control)를 이에 편입시켰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 참석하면서 통합적으로 얻을 수 있게 된 정보를 통하여 TFI는 이후 탄탄한 금융제재 인프라를 구축하게 되었다. 한편, 미 의회는 이스라엘 로비단체 AIPAC(American Israel Public Affairs Committee)의 강력한 로비로 이란 중앙은행을 제재 대상에 포함하는 법을 만들어서 금융제재의 효과를 극대화하였다. 본래 오바마 행정부는 금융제재에 따른 이란의 원유 수출 감소로 국제유가가 200달러 이상 급등할 것을 우려하여 이란 중앙은행은 금융제재에 포함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때마침 진행된 미국의 셰일혁명으로 급증한 미국의 원유 생산이 이란의 석유공급 감소를 상쇄하여 국제유가는 안정세를 유지하였다. 이란은 2005년 강경파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선출되고 또 2009년에 재선되면서 핵개발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미국은 강력한 금융제재 수단으로 전 세계 주요 은행들을 설득하여 이란과의 거래를 대부분 차단하게 되었다. 결국 2013년 협상파 루하니가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 압승하면서 이란의 민심은 금융제재 완화와 경제문제 해결에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후 2015년 P5+1(미·중·러·불·영+EU)과 이란의 포괄적인 협상(JCPOA)이 타결되었다. 그러나 이 협정은 오바마 정권 말이어서 그 힘을 잃고 말았다. “다음 대통령이 트럼프가 되면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컸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금융제재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컸기 때문에 막상 금융제재를 완화한다고 하여도 각국 은행들은 여전히 이란과의 거래를 기피하였다. 그 결과 협정의 효력이 지속될 수 없었다. 이란과의 종전협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느냐는 여러 조건에 달려 있다. 이스라엘의 강력한 반발, 이란 강경파의 보이콧 그리고 올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 나타날 수 있는 트럼프 정부의 조기 레임덕 현상 등은 부정적 요인이다. 반면 이란의 어려운 경제 상황과 정권의 안정을 위해 이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 아직 반 이상 남은 트럼프의 임기 그리고 이란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의지 등은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란과의 종전협상 MOU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 중 하나는 최소 3천억 달러를 이란의 재건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정도 큰 금액을 투자하기 위해서는 여러 국가가 나설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가장 먼저 미국의 은행과 기업이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 미국이 나서지 않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이란에 대한 투자에 다른 국가가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업과 은행이 참여하는 것을 전 세계 금융기관들은 미국이 이란에 대한 금융제재를 조금씩이나마 해제하기 시작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수 있게 만드는 것은 결국 금융제재 해제를 통해 제공할 수 있는 돈이다. 이란이 보유하고 있는 천연가스와 원유는 외국인 투자를 불러들일 수 있는 힘이다. 그러나 이 역시 미국의 금융제재 해제가 전제되어야 한다. 셰일혁명으로 에너지와 달러패권을 동시에 장악한 미국의 힘이 이란 종전협상의 가장 큰 배경이다. 조성봉

“삼전·SK하이닉스에만 거래 몰려”…코스피 흔드는 레버리지 ETF [머니+]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열풍이 과열되면서 해당 ETF와 이를 추종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거래대금이 국내 증시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CLSA증권 코리아는 레버리지 ETF 상장 하루 전인 지난 5월 26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의 거래대금이 국내 증시 전체 거래대금의 31%를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레버리지 ETF 거래대금까지 합산하면 이 비중은 6월 말 84%까지 치솟았고 전날에도 73%를 기록했다. 세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던 한국 증시에서 쏠림 현상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더욱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이례적인 현상은 금융당국이 위험성이 큰 금융상품의 출시를 허용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야당 일각에서는 해당 ETF의 상장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는 지난 5월 말 개인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상장됐다. 그러나 이후 시장 변동성을 키웠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 상품은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한때 3배 이상 급등하는 과정에서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 랠리에 베팅하려는 개인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최근 AI 투자 확대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의문이 커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공급망 관련 소식이 나올 때마다 큰 폭으로 흔들리고 있다. 실제로 종가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역대 최고가인 36만2500원(6월 18일)에서 전날 27만7500원으로 23% 하락했다. SK하이닉스 역시 291만9000원(6월 22일)에서 207만6000원으로 29% 가까이 급락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레버리지 ETF의 변동성이 더욱 확대돼 투자자들의 손실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일에는 유가증권시장이 장중 20분간 거래를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가 올해 들어 여섯 번째 발동됐다. 이는 2000년 이후 발동된 전체 서킷브레이커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이언 샘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레버리지 ETF가 목표 수익률을 유지하려면 누군가는 주가가 오를 때 해당 주식을 더 많이 사들이고, 주가가 하락할 때는 더 많이 팔아 일정한 레버리지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며 “개인투자자들의 거래와 레버리지 ETF가 만들어내는 변동성은 한국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근본적이고 막대한 불확실성이 초래하는 변동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융당국이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를 허용하기 전부터 투자자들과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우려를 제기해 왔다. 글로벌 AI 투자 열풍이 꺾일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오히려 국내 증시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코스피 시가총액의 54%를 차지하고 있다. 당국은 당초 이 상품을 통해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자금을 국내 시장으로 유도하고 원화 약세를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했지만 최근에는 부작용을 인정하며 유감을 표명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CLSA증권 코리아의 심종민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그리고 이들을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로 거래가 집중되면서 단기적인 가격 변동성이 더욱 확대됐고 최근 몇 주간 시장 폭과 투자심리에 부담을 준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다만 현재는 구조적인 하락세의 시작보다 강세장 국면에서 나타나는 조정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한편, 9일 코스피는 이틀 연속 급락을 딛고 7500선 수준으로 회복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0시 22분 현재 코스피는 전날보다 3.73% 오른 7516.81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장 대비 각각 3.51%, 8.29% 급등했다. 미국과 이란이 다시 충돌하면서 국제유가가 치솟았지만 투자자들은 AI 낙관론에 다시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수요예측에 공모 물량의 7배가 넘는 청약이 몰렸다는 블룸버그 보도가 투자심리를 일부 되살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ADR 공모에 글로벌 장기투자 펀드와 기술 분야 전문 펀드, 국부펀드, 아시아 전문 글로벌 투자자 등의 수요가 대거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노무라증권의 이토 다카시 수석 전략가는 “중동 상황은 여전히 우려 요인이지만 시장은 이를 주식시장에서 완전히 빠져나와야 할 시점으로 받아들이지는 않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AI와 반도체 관련주에는 계속 투자할 수 있다는 논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이란과 휴전 끝”…국제유가 폭등·나스닥 선물 급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MOU)에 따른 임시 휴전이 끝났다고 선언했다. 블룸버그통신, NBC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내가 보기에는 이제 시간 낭비일 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나는 그들과 상대하고 싶지 않다. 그들은 쓰레기(scum) 같은 사람들"이라며 “쓰레기가 무엇인지 아느냐. 그들은 쓰레기다. 병든 사람들이다. 병든 지도자들의 지배를 받고 있으며 잔인하고 폭력적인 사람들이다. 만약 그들이 핵무기를 갖게 된다면 반드시 사용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미국 대표단이 이란과 대화하는 것을 허락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겨두면서도 이란과 협상이 재개될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이 대화를 계속할 수는 있겠지만 시간 낭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거짓말만 하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이 이란에 대한 새로운 공습을 감행하고, 이란산 원유 판매를 허용했던 제재 면제 조치를 철회한 직후 나왔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3척이 공격을 받았고 미 중부사령부는 그 배후로 이란을 지목해 80개가 넘는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이 주장한 배경에는 이란과의 후속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무력 공방까지 재개된 데 따른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그들에게 가서 장례식을 잘 치르라고 했지만, 그들은 그러는 대신 어제 선박들을 향해 로켓을 발사하기 시작했다"며 “그래서 우리는 어젯밤 그들을 매우 강하게, 아주 강하게 타격했다. 20배에서 120배는 더 강한 대응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이란은 MOU에 따른 후속 협상을 재개했지만 이란이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을 치르면서 협상이 다시 중단된 상태다. 중재국인 카타르는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 다음 협상 일정을 잡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격화하자 종전을 위한 후속협상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해당 발언이 나오자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한국시간 오후 6시 15분 기준,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6.45% 급등한 배럴당 78.94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이와 동시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휘청이고 있다. 같은 시각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선물은 -1.38%, S&P 500 선물은 -1.12%, 나스닥100 선물은 -1.63% 등 뉴욕증시 3대 지수 선물은 모두 하락세다. 국내 반도체 '투 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애프터마켓에서 각각 26만2500원, 198만5000원에 거래되는 등 낙폭을 키우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반도체 열풍 식었나”…코스피 약세장 부른 ‘중국행 머니무브’ [머니+]

글로벌 투자자금이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을 이끌었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아시아 메모리 반도체주에서 중국 기술주로 이동하고 있다. AI 투자 수혜를 앞세워 급등했던 메모리 반도체 업종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진 반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중국 기술주가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35% 하락한 7246.79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2.66% 내린 7452.48로 출발한 뒤 장 초반 반등을 시도했지만 매도세가 확대되며 낙폭을 키웠다. 이로써 코스피는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인 9114.55(6월 22일) 대비 20% 이상 하락하며 기술적 약세장에 진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코스피 급락의 배경으로 반도체주에서 중국 기술주로의 자금 이동을 지목했다. 투자자들이 그동안 AI 투자 확대의 최대 수혜주로 꼽혔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주를 차익 실현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중국 기술주를 매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업종의 주가가 급등한 가운데 AI 투자 확대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을지를 둘러싼 의문이 커지자 중국 증시를 중심으로 순환매가 나타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실제로 홍콩H지수(HSCEI)는 이날 장중 한때 4.5% 급등하며 2025년 4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홍콩 증시에서 알리바바는 13% 이상 급등했고 텐센트도 4% 넘게 올랐다. 리드캐피털의 제럴드 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한국과 대만을 중심으로 한 AI 랠리가 다소 피로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대규모 조정을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며 “다만 투자자들이 쏠림 리스크를 점점 더 의식하기 시작한 만큼 지금은 비중을 재조정하기에 적절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 증시와 다른 글로벌 증시 간 성과 격차가 유난히 크게 벌어지면서 중국 주식의 투자 매력이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며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중국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비중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AI 기업들의 자체 반도체 개발 소식이 이러한 흐름에 힘을 보탰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AI 시스템 구동을 위한 자체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도 또 다른 중국 AI 기업 즈푸가 급증하는 AI 수요와 미국의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AI 반도체 설계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의 스티븐 쩡 애널리스트는 “지정학적 여건을 고려할 때 딥시크는 자체 반도체 개발 과정에서 중국 현지 반도체 업체들과 협력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분명한 호재"라며 “이번 소식이 중국 반도체 업종에는 뚜렷한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한국 증시는 반도체 '투 톱'의 약세에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6.25%, 5.68% 급락하며 코스피 하락을 주도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전날 발표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9배 급증했음에도 주가가 이틀째 하락한 것은 시장의 눈높이가 이미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앞으로도 실적 증가세가 기대치를 지속적으로 충족할 수 있을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회의론을 보여준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이언 샘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최근 변동성 확대의 상당 부분은 AI 산업을 둘러싼 근본적인 불확실성에서 비롯되고 있다"며 “AI 수요 증가로 반도체에 대한 실제 수요는 매우 강력하지만, 현재 약 1조달러 규모의 설비투자가 소수의 초대형 빅테크 기업들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이들 기업의 투자가 예상보다 지속되지 못할 경우 시장의 하방 위험도 상당히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다시 부각되면서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켰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이란의 상선 공격에 대한 보복 공습을 단행하고 이란산 원유 제재도 복원했다. AT글로벌마켓의 닉 트위데일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는 “지난 몇 주 동안 AI와 기술주 투자심리가 시장 움직임을 지배해왔지만 이제 투자자들은 다시 지정학적 긴장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게 됐다"며 “향후 추가 확전이 나타날 경우 지정학적 리스크가 시장 심리를 지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李대통령, ‘韓-나토 방산 파트너십 2.0’ 제안…‘K-방산’ 세일즈 재도전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튀르키예 앙카라를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유럽 방산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최근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에 실패한 직후, 세계 최대 규모의 나토 시장을 겨냥해 방산 외교에 다시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8일(현지시간) 청와대와 외교 당국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나토 방산포럼 기조연설에서 무기체계를 사고파는 현재의 거래 방식을 넘어 공동 연구·개발(R&D)과 생산, 운용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는 '한-나토 방위산업 파트너십 2.0'을 공식 제안했다. 완제품 판매 단계를 넘어 공급망과 기술 협력까지 함께 구축하는 방식으로 유럽 방산시장에 참여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캐나다 잠수함 수주 과정에서 이른바 '나토의 벽'과 상호운용성의 한계를 절감했다"며 “이번 파트너십 2.0 제안은 우리 방산의 접근 방식을 전환해 나토 표준의 중심부로 직접 들어가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번 순방의 가장 구체적인 성과로는 한-나토 간 조달기본협정 체결을 위한 공식 협상 개시가 꼽힌다. 협정이 체결되면 연간 15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나토 공동조달시장에 국내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법적·행정적 기반이 마련된다. 협력 분야도 확대돼 한국은 기존 탄약·우주 사업에 이어 방산 원자재 다국적 협력사업에도 옵서버(참관국)로 신규 참여하게 됐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현지 브리핑에서 “나토 동맹국들은 이제 우리를 역외 파트너가 아니라 안보와 산업 기반을 함께 강화할 수 있는 협력자로 주목하고 있다"며 “방산과 혁신을 아우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기반을 실질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조달시장 진입이라는 제도적 성과 못지않게 나토 표준에 맞춘 상호운용성 확보가 시급한 과제라고 보고 있다. 무기체계 운용 기준이 맞춰져야 공동 개발·생산은 물론 유지·보수(MRO) 시장까지 협력을 넓힐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나토 표준 인프라와 우리 무기체계 간의 상호운용성이 증명되어야만 실질적인 수출 여건 개선과 추가 수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노르웨이·네덜란드·루마니아 정상들과 잇달아 양자회담을 갖는다. 이들 국가는 한국과 방산 또는 첨단산업 협력 가능성이 큰 나라들로, 회담에서는 방산을 비롯해 인공지능(AI), 에너지, 원전 등 전략산업 협력 확대 방안도 함께 논의될 예정이다. 이 같은 행보의 배경에는 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존 2%에서 2035년까지 5% 수준으로 늘리기로 합의한 점이 자리한다. 전 세계 국방비의 55%를 차지하는 시장이 팽창하는 시점에, 공급망 안정성과 생산 역량을 검증받은 한국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부각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방산업계에서도 유럽이 한국 방산기업의 주요 수출시장 중 하나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나토와의 밀착이 가져올 외교적 부담도 함께 거론된다. 안보 협력이 깊어질수록 러시아와 중국이 이를 대서방 안보 연대 강화로 받아들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당장 이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살상무기를 제외한 1억 달러(약 1300억원) 규모의 포괄적 패키지 지원을 약속한 상태다. 서방 진영은 한국의 탄약 생산 및 방산 역량이 우크라이나 전선에 기여하기를 은연중에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국방연구원 관계자는 “나토 표준에 맞춘 상호운용성을 확보하면 무기 판매를 넘어 공동조달과 유지·보수(MRO), 성능개량 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다"며 “개별 계약이 아니라 나토 공급망에 편입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의미"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지원과 전후 재건 협력 방안도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이상무 기자 rokmc@ekn.kr

“끝장을 보겠다”…美·이란 다시 충돌, 국제유가 급등 [이슈+]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추가 공습에 나서고 원유 판매 제재 면제까지 철회하면서 가까스로 유지되던 양국 간 종전 합의가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 국제유가가 보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잠잠해지던 인플레이션 공포도 조금씩 커지는 모습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동 지역에서 미군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상업용 선박을 이란이 최근 공격한 데 대한 즉각적인 대응으로 정밀유도무기를 동원해 80개가 넘는 목표물을 타격하며 이란을 향한 공습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중부사령부는 이번 작전에서 이란의 방공 시스템과 지휘통제망, 해안 레이더 기지, 대함 마시일 전력, 호르무즈 해협과 그 인근에 배치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소속 소형정 60여척 등을 타격했다고 설명했다. 중부사령부는 또 이란이 최근 상선 3척을 공격했다며 “이란의 공격은 정당화될 수 없으며 위험했고 휴전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미 재무부는 이란산 원유의 생산, 인도, 판매를 허용하기 위해 지난달 21일자로 발급했던 60일짜리 임시 일반면허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개방하는 조건으로 미국이 제공했던 핵심 경제적 이익을 박탈하기로 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이번 조치가 지난달 17일 양국이 체결한 종전 양해각서(MOU)를 최대 위기로 몰아넣었다고 전했다. 미국과 이란이 60일 안에 영구적인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진행 중이던 후속 협상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에 대한 공격 중단과 이란산 원유 판매를 60일간 허용하는 조치는 MOU의 주요 내용에 속한다. 양측은 MOU 위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고 있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상선 공격이 휴전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란을 배후로 지목했다. 이날 합동해상정보센터(JMIC)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한 위협 수준을 '심각'으로 다시 격상했다. 미국의 한 정부 관계자는 “이란이 합의에 따른 혜택을 누리려면 먼저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다만 그는 양국 협상단이 최종 합의를 위해 여전히 성실하게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며 미국이 종전 협상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란은 반격에 나섰다. 악시오스는 이란군이 바레인을 향해 드론 공습을 감행했다고 보도했다. 쿠웨이트군도 적대적인 미사일과 드론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방공망을 가동했다고 밝혔다. 미국과의 협상을 이끈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엑스를 통해 “괴롭힘과 강압의 시대는 끝났다"며 “그런 방식으로는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으며 우리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도 “단호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국간 갈등 고조는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과 수출이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 MOU 체결 이후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고 미국이 이란산 원유 판매를 허용하자 글로벌 원유시장에서 공급 부족 우려가 완화됐고, 국제유가도 전쟁 이전 수준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다시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란이 고강도 대응에 나서거나 미국이 추가적인 조치에 나설 경우, 이미 전망이 밝지 않았던 양측의 후속 협상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60일간의 후속 협상에서 핵심 쟁점인 이란 비핵화가 짧은 기간 안에 타결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달 말에도 이란의 상선 공격에 대응해 미국이 이란 군사시설을 공습하고, 이란이 중동 내 미군 기지를 겨냥해 반격하는 일이 연이틀 이어졌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4월 말부터 하락세를 이어오던 국제유가도 반등하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한국시간 기준 8일 오후 1시 9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76.10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브렌트유는 한때 배럴당 76.60달러까지 치솟으며 지난달 24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2일 기록된 저점(배럴당 70.14달러)과 비교하면 약 8.5% 상승한 수준이다. 유가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도 재차 커지고 있다. 최근 온스당 4200달러까지 반등했던 국제 금값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현재 4130달러 수준으로 밀렸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시장에서 연준이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전날 25.7%에서 현재 29.4%로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미국과 이란의 종전 후속 협상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반응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라피단그룹의 밥 맥널리 대표는 “원유 제재 면제 철회는 휴전이 시장이 생각했던 것만큼 견고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안일한 시장에 경고하는 신호"라며 “시장도 다시 지정학적 위험을 가격에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싱크탱크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의 데이비드 셴커 연구원은 미국의 이번 조치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좌절감을 보여준다"며 “이란이 순순히 합의를 이행할 것이라는 기대 자체가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전쟁은 계속해서 길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우리는 합의를 이루거나 아니면 끝을 낼 것"이라며 “우리는 1시간 안에 이란의 교량을 무너뜨리고 에너지 공급망도 마비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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