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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등과 급락이 하루 간격으로 반복되며 국내 증시가 극심한 변동성 장세에 빠졌다. 코스피가 장중 8% 넘게 급락하면서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가 잇따라 발동된 가운데, 인공지능(AI) 반도체 중심의 상승 흐름이 꺾이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17.12포인트(1.31%) 내린 8813.18에 개장했다. 이후 낙폭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이날 낮 12시 10분 12초부터 20분간 유가증권시장 매매거래를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발동 당시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731.97포인트(8.19%) 급락한 8198.33을 기록했다. 앞서 오전 11시 12분 12초께에는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5% 이상 하락하면서 프로그램 매매를 일시 중단하는 매도 사이드카도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 해제 이후 코스피는 낙폭을 조금 출여 전장 대비 5.81% 하락한 8411.20에 거래를 마감했다.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각각 5.30%, 8.36% 내렸다. 이번 급락은 불과 하루 전의 상승세를 뒤집은 것이다. 전날 코스피는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긍정적인 실적 전망과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기대감에 힘입어 5.42% 상승 마감했다. 그러나 이날은 애플의 제품 가격 인상과 오픈AI의 기업공개(IPO) 연기 가능성이 투자심리를 급격히 위축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25일(현지시간) 맥북과 아이패드, 홈팟 스피커, 헤드셋 비전 프로 등의 가격을 인상했다. 다만 아이폰과 애플워치, 에어팟 가격은 바뀌지 않았다. 애플은 “AI 데이터센터의 급속한 확장으로 메모리와 저장장치 수요가 비정상적으로 급증했다"며 “부품 가격이 이처럼 빠르고 큰 폭으로 상승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블룸버그통신에 설명했다. 하지만 애플 주가는 6.12% 급락했다. 칩플레이션(반도체 인플레이션) 여파로 소비자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관측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이 전자제품 판매 둔화로 이어질 경우 그동안 이어졌던 반도체 슈퍼사이클도 예상보다 빨리 꺾일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롬바르드 오디에의 이호민 전략가는 이날 코스피 하락을 두고 “IPO 연기 가능성과 애플의 가격 인상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며 “이 같은 요인들은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를 둘러싼 기존 논란에 더욱 불을 지폈다"고 분석했다. IG인터내셔널의 파비앙 입 시장분석가는 “세계 최대 부품 구매 기업 중 하나인 애플조차 비용 상승을 흡수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수요의 가격 탄력성과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높은 수익성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픈AI의 IPO가 연기될 가능성이 제기된 것도 최근 기술주 변동성이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오픈AI의 최대 투자자 중 하나인 일본 소프트뱅크 주가는 이날 일본증시에서 134% 가까이 폭락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이 단기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삭소마켓의 차루 차나나 수석 투자전략가는 “메모리 반도체 트레이드는 여전히 이어질 여력이 있지만 순풍은 일부 기업에만 불고 역풍은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오늘의 강한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이 내일의 AI 투자 전반을 둔화시킬 위험이 있다"며 “시장은 이미 이러한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이어질수록 기업과 소비자들의 비용 부담이 커져 AI 투자 확대 속도가 둔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극심해진 국내 증시의 변동성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2000년 이후 코스피에서 발동된 11차례의 서킷브레이커 중 무려 5차례가 올해 발생했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지난 2거래일 동안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보다 5배 가량 높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이호민 전략가는 “당분간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레버리지 트레이드가 이를 주도할 것으보인다"고 전했다. 그래스호퍼자산운용의 대니얼 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뚜렷한 방향성 없는 변동성 장세는 트레이딩에 있어 고통스러운 환경"이라며 “기술주 비중을 늘리기 전에 조정이 어디에서 일어나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신용거래를 활용한 개인투자자들의 공격적인 매매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열풍이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코스피의 장중 변동성이 과거 미국 밈주식 열풍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온라인 매체 제로헷지는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국내 증시가 8% 넘게 급락하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소식을 전하면서 “MSCI가 한국을 신흥국지수(EM)에 유지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꼬집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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