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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안산다”더니…AI 비관론자, SK하이닉스까지 담았다

30년 넘게 투자업계에 몸담은 베테랑 펀드매니저가 인공지능(AI) 관련주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인 입장을 뒤집고 삼성전자 등을 대거 사들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그 배경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2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492억달러(약 200조원)를 운용하는 미국 자산운용사 GQG파트너스의 창업자 라지브 제인은 그동안 외면해왔던 기술주를 최근 다시 사들이기 시작했다. GQG파트너스가 이달 초 홈페이지에 공개한 '신흥시장 주식 펀드 포트폴리오 업데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해당 펀드의 정보기술(IT) 업종 비중은 35.10%에 달했다. 3개월 전 11.07%, 12개월 전 9.30%와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준으로, 그동안 유지해왔던 기술주 비중축소 기조에서 상당 부분 벗어난 셈이다. 특히 한국 주식에 대한 투자 전략이 완전히 뒤집혔다. GQG 신흥시장 펀드의 한국 주식 비중은 3개월 전 0%에서 지난달 말 15.40%로 치솟았다. 1년 전 비중도 0.32%에 불과했다. 대만 주식 비중도 1년 전 8.22%에서 지난달 말 14.86%로 높아졌다. 최근 3개월간 개별 종목의 비중 변화를 보면 이 같은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삼성전자는 0%에서 8.45%로, SK하이닉스는 0%에서 5.30%로 각각 확대됐다. 이 기간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이 2%포인트 이상 늘어난 종목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증가폭이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해당 펀드에서 대만 TSMC(9.65%)에 이어 두 번째로 비중이 큰 종목으로 올라섰다. SK하이닉스도 5.30%로 브라질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6.78%)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의 비중을 합치면 13.75%에 달한다. 이 같은 급격한 포트폴리오 변화는 제인이 그동안 AI 투자 열풍에 강한 의구심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GQG파트너스는 2024년부터 기술주 비중을 공격적으로 줄이는 동시에 유틸리티와 필수소비재 등 방어주로 자금을 옮겼다. 자인은 지난해 AI 투자 붐을 두고 “스테로이드를 맞은 닷컴 버블"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AI 관련주가 예상과 달리 강한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제인의 판단은 펀드 수익률에 부담으로 돌아왔다. AI 랠리로 글로벌 증시의 시가총액이 수조달러 불어나는 동안 기술주를 외면한 GQG파트너스의 주요 펀드 수익률이 크게 뒤처졌다. 실제로 보고서에 따르면 GQG 신흥시장 펀드는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5.41%의 수익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MSCI 신흥시장(EM) 지수는 24.08% 올라 수익률 격차가 18.67%포인트에 달했다. 보고서는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요인 중 하나로 '한국 주식 비중축소'를 꼽았다.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투자자들도 등을 돌렸다. GQG파트너스에서는 지난해 하반기에만 120억달러가 빠져나갔고, 올해 들어서는 지난달까지 추가로 240억달러가 유출됐다. 지난해 중반 이후 빠져나간 자금만 모두 360억달러에 달한다. 그럼에도 자인은 지난 7월 말까지 기존의 AI 비관론을 고수했다. 그러나 이후 기업들의 AI 수요와 기술주 밸류에이션을 재평가하면서 돌연 입장을 바꾸기 시작했다. 자인은 7월 말 GQG 홈페이지에 게재한 글에서 기업들의 AI 수요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이익률이 예상보다 견조하게 유지되는 데다 기술주 밸류에이션도 개선됐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결국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시장과 데이터가 아니라 실제 우리 앞에 놓인 시장과 데이터에 맞서고 이에 반응해야 한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모순적으로 보이는 편이 낫다"고 밝혔다. 자인은 지난달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도 기술주에 대한 태도를 바꾼 이유로 밸류에이션 개선과 강한 컴퓨팅 수요, 그래픽처리장치(GPU) 가격 반등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분명히 과소평가했던 부분들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이틀 연속 하락 마감했다. 한국 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장 대비 0.27% 내린 6870.81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에도 코스피는 2.7% 내렸다. 삼성전자는 0.93% 오른 반면 SK하이닉스는 0.17% 내렸다. 추석연휴 이후 첫 거래일인 전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5% 가량 급락한 것이 과도했다는 관측에 반발 매수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AI로 8100조 벌어야 본전”…삼성전자 주가 괜찮을까 [이슈+]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이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인 데이터센터 건설 투자를 정당화하려면 오는 2031년까지 연간 6조달러(약 8100조원)의 매출을 기록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2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는 이날 발표한 연례 글로벌 기술 보고서에서 현재 소비자 및 기업용 AI 서비스가 2031년까지 창출할 수 있는 연간 매출이 최대 1조8000억달러(약 2400조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나머지 4조2000억달러(약 5700억원)에 달하는 새로운 매출원이 추가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자율기계와 로봇공학 등 아직 초기 단계인 분야뿐 아니라 신약 개발, 정신건강, 에너지 생산 등 새롭게 떠오르는 산업에서 이러한 매출이 창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보고서의 수석 저자인 데이비드 크로퍼드 글로벌 기술·미디어·통신 부문 회장은 “AI 산업에 필요한 것은 모바일과 클라우드가 가져온 혁신을 능가하는 혁신의 물결"이라고 밝혔다. 이어 “AI 인프라는 현재 실제 수요보다 훨씬 앞서 구축되고 있다"며 “이를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지원하려면 전 세계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약 1%포인트 추가로 올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AI 개발과 투자가 현재와 같은 속도로 지속 가능하려면 앞으로 넘어야 할 장애물이 상당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모회사 알파벳, 아마존, 메타플랫폼, 오라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가 요구하는 막대한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데이터센터에 수조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의 규모와 건설 비용은 대략 12~16개월마다 두 배씩 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엔비디아 등이 공급하는 반도체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네트워크 장비를 비롯한 각종 부품 가격도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가 5조~6조5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아울러 데이터센터 건설과 컴퓨팅 자원 확충, AI 가속기와 메모리 반도체 업그레이드 등을 모두 포함한 연간 AI 인프라 투자액은 2031년 최대 1조5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보고서는 AI 산업의 수익성을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격화하는 가운데 공개됐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베인은 AI 인프라의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직원 생산성 향상을 뛰어넘는 수조달러 규모의 새로운 매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판론자들은 기술 제조업체와 AI 개발업체 간 상호 의존 관계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관계가 AI 산업에 대한 높은 기대를 끌어올리고, 높아진 기대가 다시 더 큰 규모의 자금 투입을 요구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데이터센터 개발업체들은 이미 변압기 부족과 용수·전력 공급 제약에 직면하고 있다. 여기에 지역사회의 거센 반대까지 겹치면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미국에서는 올해 2분기에만 지역사회의 반대 등으로 인해 총 680억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중단되거나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공개된 베인의 보고서는 최근 글로벌 증시의 주요 불안 요인으로 떠오른 'AI 거품론'에도 다시 힘을 실을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글로벌 빅테크들이 AI 인프라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장기간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커졌고, 이를 바탕으로 주요 AI 관련주들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왔다. 국내 증시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인 AI 수혜주로 꼽힌다.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고 이는 국내 반도체 '투톱'의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실제로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6월 장중 37만45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반도체 업황의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우려가 확산하면서 7월 한 달간 20% 넘게 급락했다. 이후 반등에 성공했지만 최근에는 25만~28만원대 박스권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AI 산업이 현재의 막대한 인프라 투자에 걸맞은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빅테크들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둔화하고, 결국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과 주가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아직까지 실제 AI 반도체 수요가 꺾이고 있다는 뚜렷한 신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김태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기획팀 부사장은 HBM이 글로벌 D램 업체들의 전체 웨이퍼 생산능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내년에 약 30%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비중은 약 20% 수준으로, HBM 수요가 당분간 견조할 것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김 부사장은 또 HBM과 범용 D램이 동일한 웨이퍼 생산능력을 두고 경쟁하는 구조라며, HBM 생산을 확대할 경우 범용 D램 공급이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한국의 도쿄해상 노린다”…은행·보험사, 해외 인수전 본격화

국내 은행과 보험사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해외 투자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금융업계의 핵심 타깃이었던 내수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데다 급속한 고령화마저 겹친 탓이다.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다양한 투자처를 물색하면서 국내 금융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 투자가 잇따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2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금융사들은 최근 미국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보험사와 자산운용사, 은행, 소매금융사 등에 대한 지분 투자와 인수합병(M&A) 기회를 잇따라 검토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삼성그룹 계열 금융사들이다. 삼성생명은 미국 자산운용사 프린시펄파이낸셜그룹 지분 10%대 중반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 규모는 최대 6조원(44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 블룸버그는 삼성생명의 투자가 실제로 성사될 경우 그동안 국내 금융사들이 주로 공략해온 신흥 아시아 시장이 아닌 미국 시장에 대규모로 베팅하는 상징적인 거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화재도 해외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화재는 지난 2019년 영국 로이즈 시장의 전문보험사 카노피우스그룹에 1억5000만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지난해 지분율을 40%까지 끌어올렸다. 최근에는 보유 지분을 최대 9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P글로벌레이팅스의 에밀리 이 아시아태평양 금융기관 평가 담당 디렉터는 “삼성화재의 자본력은 향후 2년간 점진적인 해외 사업 확장을 추진할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은행과 증권사들도 해외 투자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JB금융그룹은 최근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으로부터 KB부코핀파이낸스 지분 85% 인수 승인을 받았다. KB국민은행은 베트남 테크콤뱅크를 잠재적인 투자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블룸버그에 “테크콤뱅크는 검토 중인 여러 잠재적 투자 대상 가운데 하나"라면서도 “현재 구체적인 지분 인수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도 해외 투자 기회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진출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투자은행(IB) 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통상 연간 두 차례 정도 한국을 방문하던 한 글로벌 금융업계 고위 관계자는 올해 들어 이미 다섯 차례 한국을 찾았으며 연말 이전에 다시 방문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의 카우스투브 쿨카르니 아시아태평양 투자은행 총괄은 “더 많은 한국 은행과 보험사들이 해외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블룸버그는 한국 금융사들의 해외 인수합병 자체가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잠재적인 투자 규모가 과거와 다르다고 평가했다. 특히 낯선 해외 기업을 단번에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기보다는 먼저 소수 지분을 취득하거나 파트너십을 맺어 현지 사업에 대한 경험을 쌓은 뒤 단계적으로 투자를 확대하는 방식을 검토하는 금융사들이 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은 일본 금융사들의 해외 진출 경험을 적극적으로 참고한 결과로 풀이된다. 일본 금융업계는 현재 한국이 겪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저성장과 고령화, 내수시장 포화에 대응하기 위해 수십 년 전부터 해외 사업을 확대해왔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도쿄해상홀딩스가 꼽힌다. 도쿄해상은 잇따른 해외 인수를 통해 내수 중심 보험사에서 글로벌 보험사로 탈바꿈했으며 현재 해외 사업이 전체 이익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많은 한국 보험회사들이 일본 금융사들을 연구하면서 어떻게 하면 '한국의 도쿄해상'이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 금융사들의 해외 진출 경험이 모두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과 스미토모미쓰이파이낸셜그룹(SMFG) 등 일부 일본 은행들은 동남아시아 금융회사들을 높은 가격에 인수했다가 이후 해당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대규모 손상차손을 반영해야 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시행착오 사례가 있다. 국민은행은 2018년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현 KB뱅크) 지분 22%를 인수한 뒤 2020년 경영권을 확보했지만, 유상증자를 통해 2021년 3935억원, 2023년 7090억원을 투입해 경영 정상화에 나섰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경험이 국내 금융업계의 해외 투자 전략을 보다 선별적으로 바꾸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은 10년 넘게 동남아시아에서 사업 기반을 구축해왔으며 인도와 베트남 등은 높은 성장 잠재력 덕분에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으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에는 단순히 해외 사업의 외형을 키우기보다 실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더욱 무게를 두는 분위기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국내 금융주들이 수익성 개선과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등에 힘입어 투자자들로부터 재평가를 받고 있는 점도 해외 투자에 대한 눈높이를 높이고 있다. 해외 진출 역시 단순한 외형 확대가 아니라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종민 CLSA증권 서울 리서치 총괄은 “국내 시장이 성숙했고 인구구조도 악화하고 있어 한국 금융사들에게 해외 진출은 사실상 피하기 어려운 선택이 되고 있다"면서도 “역사를 보면 단순히 해외에서 성장을 사들이는 방식은 자본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은 수익성에 집중해야 한다"며 “주주들은 금융사들이 해외에서 무작정 '복권'을 사듯 투자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가 걷어찬 평화안”…호르무즈 교착에 美 경기침체 경고등 [이슈+]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국제유가와 미국 국채금리가 동시에 급등하고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란 모두 합의가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전쟁이 장기화할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고유가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높아질 경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의 고삐를 더욱 당길 수 있다는 전망까지 겹치면서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글로벌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전장 대비 9bp(1bp=0.01%포인트) 오른 5.25%를 기록해 19년 만에 최고치를 새로 썼다. 30년물 미 국채금리도 5.57%까지 뛰어 200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 역시 4.93%에 육박하며 심리적 저항선인 5%에 바짝 다가섰다. 국채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미 국채금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말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상승 흐름을 이어왔지만 최근 한 달 사이 오름폭이 더욱 가팔라졌다. 고유가 장기화로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가 커지면서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됐고, 투자자들이 채권을 보유하는 대가로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기 시작한 영향이다. BMO캐피털마켓의 이언 링겐 미국 금리전략 책임자는 “통화정책이나 경제지표가 유가 변동보다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쳤던 시기도 있었지만, 이란과의 전쟁이 글로벌 경제에 가져올 잠재적 파장이 거시경제 내러티브를 주도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협상 교착…유가·美 국채금리 동반 급등 이날 미 국채금리가 급등한 것은 호르무즈 해협이 조만간 재개방될 것이란 기대가 약해지면서 국제유가가 오른 영향이 컸다. ICE선물거래소에 따르면 브렌트유 11월물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1% 가까이 오른 배럴당 105.2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란 당국자들은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전에 미국과의 적대 행위를 끝내고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는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 비공개적으로 비관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란과 미국은 최근 유엔총회를 계기로 뉴욕에서 진행한 협상에서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이란 측은 특히 중간선거가 끝난 뒤 양국 간 충돌이 한층 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란은 외교를 통한 문제 해결 의사가 있다고 지속적으로 밝혀왔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합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백악관도 이란에 대해 비슷한 수준의 불신을 갖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협상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미 악시오스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이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구체적인 조치에 나서는 것을 조건으로 대이란 제재를 완화하고 동결된 이란 자금을 해제할 의향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악시오스가 방금 '트럼프가 이란에 제재 완화와 동결 자금을 제안했다'는 기사를 내놨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나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제안하지 않았다"며 “악시오스의 기사는 다른 대부분의 기사와 마찬가지로 사기다. 그들은 이 가짜 기사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이란이 제시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이른바 '7일 계획'도 거절한 바 있다. TD증권의 프라샨트 뉴나하 아시아태평양 금리전략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를 위한 이란의 제안을 거부한 것이 국제유가의 재상승을 이끌고 있으며 미 국채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고유가에 연준 추가 긴축 우려…美 경제 부담 가중 문제는 이러한 교착 상태가 장기화할수록 미국 경제가 받는 부담도 커진다는 점이다. 국채금리 급등은 기업과 소비자의 차입 비용을 높이는 것은 물론 미국 정부의 자금 조달 부담까지 키우면서 경제 전반에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기업과 가계의 금융비용이 더 높아지면서 경기 하방 압력이 한층 강해질 수 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이미 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을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연준이 오는 10월과 12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추가 인상할 가능성을 각각 70%, 58%의 확률로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는 현재 3.75~4.0%에서 연말 4.25~4.5%까지 50bp 오르게 된다.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가 최소 4.5~4.75%에 도달할 가능성도 85%에 달한다. 시장이 올해 말까지 두 차례의 추가 인상뿐 아니라 내년에도 최소 한 차례 이상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는 의미다. 일부에서는 내년에 세 차례까지 금리가 오를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 장단기 금리차 축소…경기침체 경고등 다시 켜지나 연준의 이 같은 긴축 전망은 미 국채 수익률 곡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10년물과 2년물 국채금리 격차는 한때 17bp까지 좁혀져 2025년 초 이후 가장 작은 수준을 기록했다. 장단기 금리 차가 계속 축소되면 어느 순간 10년물 금리가 단기물 금리보다 낮아지는 이른바 '장단기 금리 역전'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전통적으로 경기침체의 대표적인 선행지표로 여겨져 왔다. 실제로 1960년대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최근 8차례 경기침체에 앞서 모두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에버코어ISI 전략가들은 최근 2년물과 10년물 미 국채금리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는 데 대해 “과거 연준의 금리 인상 과정에서 나타났던 장단기 금리 역전 직전의 흐름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과거 장단기 금리 역전 이후 경기침체가 발생하기까지 평균 약 15개월이 걸렸다고 분석했다. 2019년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과 겹치면서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지 약 5개월 뒤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진입했다. 다만 에버코어는 장단기 금리 역전이 반드시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실제로 1998년과 2022년에는 금리 역전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가 현실화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역설적으로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는 것 역시 국채시장에는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고용과 소비, 기업 투자가 강한 흐름을 유지하면 연준이 경기 둔화를 크게 우려하지 않고 추가 긴축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프린시펄애셋매니지먼트의 시마 샤 전략가는 “경제의 회복력과 투자 수요가 유지된다면 국채금리가 추가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 산하 이트레이드의 크리스 라킨 전략가도 “연준이 이중책무 가운데 물가 안정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이번 주 발표될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 금리와 에너지 가격이 시장을 좌우하는 더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가짜뉴스 당장 내려라”…트럼프, ‘이란 제재완화’ 강력 반박

미국이 이란에 제재 완화와 동결자금 해제에 나설 의향이 있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당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악시오스가 방금 '트럼프가 이란에 제재 완화와 동결 자금을 제안했다'는 기사를 내놨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나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제안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악시오스의 기사는 다른 대부분의 기사와 마찬가지로 사기"라며 “이는 오직 그들의 '트럼프 정신이상 증후군'을 충족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이 가짜 기사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악시오스는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이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구체적인 조치에 나서는 것을 조건으로 대이란 제재를 완화하고 동결된 이란 자금을 해제할 의향이 있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카타르와 파키스탄이 이번 주 미국과 이란 간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다시 중재에 나선 가운데 이 같은 미국 측 입장이 이란에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과 이란은 핵심 쟁점을 놓고 여전히 상당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이란은 협상의 초점을 호르무즈 해협과 미국의 해상 봉쇄 문제에 맞추기를 원하는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이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양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이란이 제시한 협상안을 거부한 이후에도 이번 제안이 외교적 돌파구 마련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카타르와 파키스탄 측 중재자들은 이날 뉴욕에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과 만나 최근 며칠간 논의해온 카타르 측 중재안을 협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카타르 측 중재자들은 이후 이날 늦게나 다음 날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과도 만나 돌파구 마련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됐다. 사안에 정통한 미국 당국자는 악시오스에 협상이 “긍정적이고 건설적"이라며 이란이 “핵 문제에 대해 유연성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양측은 여전히 약속 이행 시점과 어느 쪽이 어떤 조치를 먼저 취할지를 놓고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며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합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운항은 계속 늘고 있고 봉쇄와 제재는 이란의 입지를 계속 약화시키고 있다"며 “미국의 입장은 매일 강해지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절대로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목표에 인내심을 갖고 전적으로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백악관이 이란의 약속을 여전히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란이 지난 7월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을 공격해 앞서 체결한 양해각서(MOU)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번에는 이란이 진지하다는 보장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자신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협상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코스피 대신 중국?”…760조 큰손들, 4년 만에 ‘셀 차이나’ 멈췄다 [머니+]

코스피가 추석 연휴를 마친 직후 2% 넘게 급락한 가운데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은 수년간 이어온 '탈(脫)중국' 흐름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성장 기대와 상대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을 바탕으로 중국 증시의 투자 매력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70% 내린 6889.74로 마감했다. 이날 하락으로 코스피는 4거래일 만에 다시 7000선 아래로 내려왔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코스피가 추석 연휴 이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를 추종하는 '아이셰어즈 MSCI 한국 ETF'(티커명 EWY)는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0.82% 올랐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가 장기간 휴장할 경우 연휴 기간 EWY의 움직임이 이후 코스피의 향방을 가늠하는 지표 가운데 하나로 활용돼왔다. 과거 연휴 기간 EWY와 코스피가 대체로 비슷한 방향성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이날 국내 증시 역시 오름세를 나타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미국 국채금리 급등 등의 악재가 더 크게 작용하면서 코스피는 예상과 달리 급락했다. 코스피는 지난 7월 급락 이후 반등에 성공했지만 지난달 중순부터 6400~7100선 사이를 오가는 박스권 장세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투자자들은 중국 주식에 대해서 지난 수년간 이어온 비중 축소 움직임을 멈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약 2800개 글로벌 펀드를 분석한 결과, 액티브 롱온리 펀드들은 지난 6월부터 중국 주식 비중을 '벤치마크 중립'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4년 동안 이어졌던 중국 증시의 '비중 축소' 기조가 사실상 끝난 셈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들 펀드가 보유·운용하는 중국 주식 규모는 총 5620억달러(약 763조원)에 이른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변화에 대해 “글로벌 펀드들이 중국 증시의 매력적인 밸류에이션과 AI를 비롯한 성장 산업의 실적 개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 증시에 대해 전면적인 강세론으로 돌아섰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중국 주식을 지속적으로 줄여왔던 매도 흐름이 대부분 마무리되면서 시장 반등을 가로막던 주요 장애물 하나가 사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츠의 게리 탄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매도 압력이 바닥에 가까워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포지셔닝에서 실제 기업 실적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자사가 중국 주식을 선별적으로 추가 매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시장의 투자 환경이 개선되기 위해 글로벌 투자자들이 반드시 노골적인 강세론자로 돌아설 필요는 없다"며 “단순히 중국 주식 비중을 더 이상 줄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자금 흐름 지표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감지된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에 따르면 중국과 홍콩 주식에 투자하는 ETF에서는 지난 7월 19억4000만달러가 순유출됐지만 8월에는 1900만달러가 순유입됐다. 반면 중국을 제외한 신흥시장 펀드에서는 자금 유출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한국 증시에서도 외국인 매도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7월 유가증권시장에서 8조6221억원어치 순매도했지만 지난달에는 9조7943억원, 이달 들어 이날까지 15조4267억원을 팔아치웠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레베카 신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주요 신흥시장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자산 배분 비중이 줄어든 시장이지만, ETF의 구조적인 중국 비중 축소도 이제 바닥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비중 축소를 만들어낸 요인들의 힘이 약해지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증시의 낮은 밸류에이션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요인으로 꼽힌다. MSCI 중국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0.2배로, 최근 10년 평균인 11.7배를 밑돌고 있다. 투자자들은 특히 중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기술 산업과 연관된 일부 종목들의 실적 개선에 주목하고 있다. 상하이증권보에 따르면 상하이증권거래소 상장사들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7.6% 증가했다. 부동산과 소비 관련 산업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지만 기술 하드웨어와 신경제 관련 기업들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HSBC홀딩스의 헤럴드 판데르린더 아시아태평양 주식전략 총괄은 “중국의 미래를 사야 한다"며 하드웨어 기술과 바이오제약을 선호 업종으로 꼽았다. 그는 반면 소비 산업과 부동산에 대해서는 “중국의 과거"라고 평가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AI로 10억명 죽을 수도”…트럼프, ‘속도조절론’ 아모데이와 담판

인공지능(AI)의 위험성을 둘러싼 전 세계의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와 단독 회동에 나서면서 주목받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모데이 CEO를 백악관 만찬에 초청했다. 두 사람이 비공개로 일대일 회동을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만찬은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이 오는 29일 백악관에서 주요 AI 기업 CEO들과 별도 회동을 갖기에 앞서 이뤄지는 일정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카고 인근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 골프대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모데이 CEO가 최근 주장한 이른바 'AI 속도조절론'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며 “나는 '가자, 그리고 이기자'는 쪽"이라고 말했다. 그는 AI의 잠재력에 대해서도 “AI는 실제로 인터넷보다 더 크다"며 “우리가 앞서고 있고 수조달러 규모의 시설들을 건설하고 있는데 왜 그것을 포기해야 하느냐"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만남이 특히 주목받는 것은 AI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과 규제 필요성을 둘러싸고 그동안 정반대에 가까운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아모데이 CEO는 오래전부터 첨단 AI가 인류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특히 지난 12일 공개한 글을 통해 최첨단 AI 모델의 개발 속도를 늦추겠다고 약속하는 동시에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AI 속도조절론을 본격적으로 공론화했다. 아모데이 CEO가 제안한 AI 개발 속도 조절 방안에는 경쟁자인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스페이스XAI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도 지지 의사를 밝혔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도 최근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AI는 10억명의 사망을 초래하는 사건을 촉발할 만큼 분명히 강력하다"며 “인류 전체가 사망하는 상황까지 가기는 매우 어렵겠지만, 악의를 품은 사람들이 최신 AI 도구들을 결합해 사용하는 것만큼 강력한 무기는 지금까지 없었다"고 경고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AI가 인류에 실존적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사기"라고 일축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아모데이 CEO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면서 AI 개발 속도를 늦추거나 새로운 안전장치를 도입하는 데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AI를 미국 경제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AI 개발 속도를 늦추는 규제가 미국의 경쟁력 자체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보는 셈이다. 그러나 최근 인간의 의도나 통제 범위를 벗어난 AI의 돌발 행동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안전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오픈AI의 AI 에이전트가 챗GPT 개인 이용자의 이미지 53장을 외부로 무단 유출한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23일에는 오픈AI 시스템이 호주의 공공보건 서비스 웹사이트에 무단 접근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달 중순까지 오픈AI가 파악한 AI 에이전트의 의도하지 않은 행동은 약 24건에 달하며 새로운 사례가 계속 발견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로이터에 전했다. 앤트로픽과 구글, 메타 역시 자체 조사 과정에서 AI 에이전트가 개발자의 의도와 다른 행동을 한 유사 사례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는 잇따른 보안 사고가 발생하자 가장 성능이 뛰어난 AI 모델들에 대한 훈련을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AI 관련 사고가 잇따르면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세계 지도자들과 미국 의원들, 기술업계 경영진 및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AI 안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AI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아모데이 CEO와 기술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속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만찬에서 어느 정도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향후 미국의 AI 정책 방향을 가늠할 주요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경유 수출금지 진지하게 검토”…동맹국 비상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경유(디젤) 가격을 잡기 위해 미국산 경유 수출 금지 카드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란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미국이 사실상 글로벌 경유 시장의 핵심 공급자 역할을 맡은 상황에서 미국산 경유마저 끊길 경우, 주요 동맹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시카고 인근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 골프 대회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기자와 만나 경유 수출 금지 가능성에 대해 “그렇게 하면 자동차용 휘발유 가격이 다소 오르는 결과로 이어질 때가 있다"며 “그래도 매우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있고, 시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유 수출 금지에 따른 부작용을 감안하더라도 실제 시행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가 90일간 경유 수출을 중단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아직 공식적인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실제 시행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졌다. 백악관 역시 경유 수출 금지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일주일 동안 단기적인 미국산 경유 수출 금지가 가져올 파급 효과를 분석해 왔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해당 방안을 상당히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 美 경유값 사상 최고…중간선거 앞두고 정치 부담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미국 내 경유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기준 미국 전국 주유소의 경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6.47달러로 역대 최고가인 6.52달러(9월 22일)에 근접해 있다. 특히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생활비 부담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경유 가격마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경유는 농기계뿐 아니라 화물열차와 트럭, 배송 차량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돼 미국 경제 전반의 물류비와 생산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경유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농업·운송·제조업 비용을 끌어올려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키울 수 있다. 이에 미국 농업 지역을 중심으로 경유 수출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백악관의 한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주유소에서 기름값이 내려가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며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최후의 경유 공급자'로 부상한 미국 문제는 현재 미국이 글로벌 경유 시장에서 핵심 공급국으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미국과 전쟁 중인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데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정유시설에 피해를 입은 러시아가 경유 수출을 금지하면서 글로벌 경유 공급망이 급격히 빠듯해졌다. 이에 미국산 경유를 찾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미국의 경유 수출량은 지난달 주간 기준 하루 약 200만배럴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중남미와 유럽 국가들의 미국산 경유 의존도가 크게 높아진 상태다. 에너지 분석업체 케이플러와 보텍사에 따르면 이달 들어 미국산 경유와 유사 연료를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는 농업 강국 브라질로 나타났다. 칠레와 멕시코, 영국, 네덜란드도 미국산 경유의 5대 수입국에 이름을 올렸다. S&P 글로벌에너지의 윌리엄 오닐 등 애널리스트들은 “미국산 경유 공급이 갑작스럽게 완전히 끊길 경우 가격이 급등하고 소비자와 기업들의 비용 부담도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산 경유를 직접 수입하지 않는 국가들 역시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의 수출이 막히면 브라질과 유럽 국가들이 제한된 대체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에 나서면서 글로벌 경유 가격 자체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유값 상승은 물류비와 생산비를 끌어올리면서 글로벌 경제 전반에 연쇄적인 비용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 '동맹 중시' 바이든과 다른 트럼프…부작용에도 강행할까 그러나 경유 수출 금지가 미국에서도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경유 수출을 막으면 단기적으로 미국 내 공급이 늘어나 가격을 낮출 수 있지만, 정유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돼 원유 정제량 자체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정유업체들은 원유를 정제해 경유뿐 아니라 휘발유와 항공유 등 다양한 석유제품을 함께 생산한다. 이에 경유 수출 제한으로 정유사들이 가동률을 낮출 경우 휘발유를 비롯한 다른 석유제품의 공급까지 감소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용 휘발유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언급한 점도 이 같은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유업계를 대표하는 미국연료석유화학협회(AFPM)의 제프 무디 부회장은 “경유 수출 금지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며 “미국의 연료 생산 감소와 공급 부족, 에너지 안보 약화, 미국 소비자들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전혀 없기 때문에 민주당과 공화당 행정부 모두 반복해서 연료 수출 금지를 포기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조 바이든 전 대통령도 재임 당시 연료 가격이 급등하자 해외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결국 시행하지 않았다. 당시에도 업계에서는 수출 제한이 미국 내 가격을 오히려 끌어올리는 동시에 유럽과 중남미 동맹국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의 피해보다 미국 내 가격 안정을 우선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클리어뷰 에너지파트너스의 케빈 북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 관계에 대해 같은 시각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라며 “'미국 우선주의'를 기준으로 결정을 내릴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추석 연휴 분위기 좋았는데”…트럼프, 코스피 발목 잡나 [머니+]

4거래일 연속 오르면서 7000선을 지켜낸 코스피가 추석 연휴 직후에도 상승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3일 코스피는 전장 대비 0.90% 오른 7080.92로 마감했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1.94% 오른 7153.99로 출발해 장 초반 1%대 상승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상승폭이 줄어드는 '전강후약' 장세가 펼쳐졌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선제적인 차익 실현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가 다시 문을 여는 오는 28일 코스피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가 개인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아이셰어즈 MSCI 한국 ETF'(티커명 EWY)가 주목받고 있다. 80여개 국내 우량주로 구성된 EWY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를 추종한다. 국내 증시가 명절 연휴 등으로 장기간 휴장할 경우 연휴 기간 EWY의 움직임이 이후 코스피의 향방을 가늠하는 지표 가운데 하나로 활용돼왔다. 2023년부터 지난해 추석 연휴까지 총 일곱 차례의 설·추석 연휴를 살펴보면 네 차례에서 EWY와 연휴 직후 코스피의 방향성이 일치했다. 지난해 설 연휴(2025년 1월 25~30일)의 경우 코스피는 연휴 전 마지막 거래일인 1월 24일 2536.8에 거래를 마쳤다. 이후 EWY가 1월 24일부터 30일까지 1.13% 하락하자 코스피도 연휴 직후 첫 거래일인 1월 31일 0.77% 내린 2517.37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는 25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2024년 설 연휴(2월 9~12일)에는 EWY가 1.85% 상승했고 코스피 역시 연휴 직후 0.91% 오르며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2023년 추석 연휴(9월 28일~10월 3일)의 경우 EWY는 1.46% 급락했다. 코스피도 연휴 직후인 10월 4일 2.41% 떨어진 2405.69를 기록하며 반년여 만에 2400대로 밀렸다. 같은 해 설 연휴(1월 21~24일)에도 EWY와 코스피가 각각 0.74%, 1.39% 상승했다. 반면 일부 연휴에서는 EWY와 코스피의 흐름이 엇갈렸다. 올해 설 연휴(2월 14~18일) 당시 EWY는 0.78% 하락했지만 코스피는 연휴 직후인 2월 19일 3.09% 급등하며 사상 처음으로 5600선을 넘어섰다. 지난해 추석 연휴(2025년 10월 3~9일)에도 EWY는 10월 2일부터 9일까지 0.12% 하락했지만 코스피는 연휴 직후 첫 거래일인 10월 10일 1.73% 상승한 3610.60에 거래를 마쳤다. 2024년 추석 연휴(9월 14~18일) 역시 EWY가 연휴 기간 0.06% 하락한 반면 코스피는 9월 19일 0.21% 오른 2580.80에 마감하며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이번 추석 연휴 동안에는 EWY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EWY는 지난 23일 185.65달러에서 25일 187.18달러로 0.82% 올랐다. 과거 흐름만 놓고 보면 이번 추석 연휴 직후 코스피가 상승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글로벌 증시가 인공지능(AI) 관련주 중심으로 오른 것도 낙관론에 힘을 실어준다. S&P500 지수와 기술주 중심 나스닥 종합지수는 지난 한 주간 각각 1.21%, 2.06% 올랐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6% 넘게 급등했다. 다만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이어지고 있는 매도세는 국내 증시의 상승 흐름을 제약할 수 있는 변수다. CNBC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글로벌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25일 5.23%까지 치솟으며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4.8%를 밑돌았지만 불과 몇 주 만에 0.4%포인트 이상 급등한 것이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미 국채시장의 평균 금리도 5.1%까지 상승해 2023년 기록한 고점인 5.12%에 바짝 다가섰다. 2006년과 2007년에 기록한 고점과도 비슷한 수준이다. 이러한 흐름은 좀처럼 꺾이지 않는 인플레이션 탓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된 영향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연준이 오는 10월과 12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추가 인상할 가능성을 각각 64%, 51%가량 반영하고 있다. 이는 연준이 이달 공개한 점도표를 통해 제시한 '연내 1회 추가 인상' 전망보다 매파적인 수준이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뉴욕에서 열린 행사에서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메시지를 두고 “인플레이션을 2%까지 낮추지 못한다면 자신은 실패한 것이라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윌밍턴트러스트의 윌 스티스 선임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현재 5.2% 안팎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5.5%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금리가 이를 넘어설 경우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경기와 주식시장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월가의 대표적인 강세론자로 꼽히는 야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대표도 CNBC 인터뷰에서 현재 5.2% 수준의 국채금리가 주식시장이나 경제를 꺾을 정도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금리가 6%까지 오른다면 모두가 걱정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야데니 대표는 국제유가가 최근 배럴당 100달러선 위로 올라선 점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유가가 높은 수준을 장기간 유지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쉽게 떨어지지 않을 수 있고,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추가 긴축에 나설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이 제시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7일 계획' 평화안을 거절하면서 고유가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다시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떠나면서 기자들과 만나 “그들이 제안을 했지만 나는 거절했다"며 “그들은 크게 지고 있기 때문에 해협을 즉각 개방하는 내용의 합의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 역시 합의하는 것을 좋아한다"면서도 “하지만 그 합의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 25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은 카타르를 통해 미국에 구체적인 7일 계획을 전달했다"며 “필요한 조건이 충족되면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재개될 수 있으며, 7일 이내에 정상적인 해상 통행이 복귀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측 제안을 거부하자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여기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 이란에 대한 폭격을 재개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이란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결국 추석 연휴 기간 EWY 상승은 코스피에 긍정적인 신호지만, 미 국채금리와 국제유가라는 만만치 않은 변수가 동시에 놓여 있는 셈이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 협상 추이 역시 연휴 직후 글로벌 금융시장과 코스피 방향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극진한 환대에도”…미중 정상회담, 핵심 현안선 ‘온도차’

미국과 중국이 정상회담 이후 나란히 성과를 부각했지만 희토류와 인공지능(AI), 대만 등 핵심 현안을 둘러싼 양측의 시각차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백악관은 지난 25일(현짓간) 공개한 팩트시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존중과 공정성, 상호주의를 바탕으로 전략적 안정성을 도모하는 건설적인 관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중국도 26일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양국이 '존중·공정·대등에 기반한 중미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며 정상회담의 '8대 성과'를 발표했다. 중국은 특히 지난 5월 정상회담 당시 사용했던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라는 표현에 '존중·공정·대등'이라는 문구가 추가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가시적인 결과물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과시한 우호적인 분위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항에 직접 나가 시 주석을 영접했고, 백악관에서는 전투기를 동원한 공식 환영식을 여는 등 방미 기간 내내 이례적인 수준의 예우를 했다. 무역 분야에서도 일정 부분 진전이 있었다. 양측은 300억달러 규모의 비민감 품목에 대해 낮은 관세를 적용하는 방안과 양국 무역위원회·투자위원회 가동을 성과로 제시했다. 지난 5월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마련된 협의 틀을 토대로 후속 논의를 이어간 결과다. 다만 구체적인 현안으로 들어가면 양측의 발표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나타났다. 백악관은 희토류 등 핵심 광물 공급망과 관련해 중국 측과 협의를 계속하고 있으며 적정 수준의 공급 회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이 발표한 성과에는 희토류 문제가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은 중국이 무역 갈등 과정에서 희토류 수출 통제를 활용해온 만큼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주요 과제로 보고 있다. 백악관이 공개한 관세 인하 대상 품목과 중국의 미국산 석탄 구매 계획 역시 중국 측 발표에서는 빠졌다. AI 분야에서도 양국은 대화를 지속하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협력 방안까지 합의하지는 못했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AI 대신 '슈퍼지능'(SI)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했으며 11월까지 후속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도 AI의 위험과 혜택을 논의하고 관련 사건에 대한 소통 채널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지만 'SI'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AI 규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엇갈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규제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현 상태 그대로 두고 싶다"고 밝힌 반면 시 주석은 AI가 “인간의 통제 아래 있어야 한다"며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 회담에서 “중국과 미국 모두 AI 대국으로 경쟁이 존재하지만 협력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중국보다 AI 분야에서 앞서 있다며 “선두를 달릴 때는 서로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 법"이라고 했다. 대만 문제도 정상회담에서 논의됐지만 양국의 공식 성과 발표에서는 제외됐다.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미국이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입장을 유지해달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문제를 논의했다고 확인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입장을 전달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란 문제에서는 두 정상이 이란의 핵무기 보유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에 반대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다만 중국의 대이란 군사·경제 지원 중단 등 구체적인 조치는 합의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 백악관은 러시아와 북한, 이란 등 국제 현안도 논의됐다고 밝혔지만 중국 측 발표에서는 러시아와 북한 관련 내용이 빠졌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오는 11월과 12월 다시 만날 예정이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11월 18∼19일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초청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11월 중국에서 다시 만나고, 이후 12월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또 만날 것"이라며 중국 방문 계획을 공식 확인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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