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만 걱정했는데”…美 주택시장에 무슨 일이 [이슈+]](http://www.ekn.kr/mnt/thum/202610/news-p.v1.20261021.d3dc14f1527f49d0aadc65757ecbce79_T1.png)
인공지능(AI) 산업의 수익성을 둘러싼 거품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 주택시장의 침체가 심화하면서 미국 경제의 또 다른 위험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 반등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긴축을 예고하고 있어 주택시장의 부진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주택 매매계약은 체결됐지만 거래가 최종 완료되지 않은 주택을 집계하는 9월 잠정주택판매지수는 66.0으로 전월 대비 7.3% 급락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월가에서는 전월 대비 0.4% 감소를 예상했지만 실제 감소 폭은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다. 전년 동월과 비교해서도 11.3% 하락했다. 여기에 미 상무부에 따르면 9월 민간주택 착공 건수는 계절조정 연율 기준으로 전월 대비 5.2%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0.4% 감소를 예상했지만 실제 감소 폭은 이를 크게 넘어섰다. 주택 건축허가 건수 역시 전월 대비 0.2% 감소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는 2% 증가였지만 실제로는 감소세를 나타낸 것이다. 특히 단독주택 건축허가 건수는 84만5000건에 그쳐 지난 8월보다 4% 줄었다. 이는 202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잠정주택판매지수뿐만 아니라 주택 건설업체들의 체감경기도 1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악화한 상태라고 미 경제매체 CNBC는 전했다. 미국 주택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가장 큰 원인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가파른 상승이다. NAR의 로런스 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모기지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9월 주택시장 여건이 악화했다"며 “고용 증가와 소득 상승이 주택 구매를 뒷받침할 수 있지만 주택 구매 여력은 모기지 금리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미 연준의 경제 데이터베이스(FRED)에 따르면 대표적인 주택담보대출인 30년 만기 고정금리 모기지의 평균 금리는 지난달 7%를 넘어섰고, 지난 8일에는 7.4%까지 치솟았다. 이는 2023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모기지 금리는 2023년 10월 고점을 찍은 이후 올해 2월까지 대체로 하락세를 보였지만, 이란 전쟁 여파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지면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연준은 지난달 약 3년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연 3.75~4.0%로 끌어올렸다. 물가 상승 압력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가운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주택시장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문제는 미국 주택시장의 침체가 앞으로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로니 워커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2027년에는 최근 모기지 금리의 반등으로 다시 부각된 주택 구매 여력 악화 문제가 점점 더 지배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주택시장 활동을 더욱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모기지 금리가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경우 주택 거래량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최근 금리 상승세로 인해 앞으로 몇 달 동안 기존주택 판매가 더욱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현재 미국 주택담보대출 이용자의 95% 이상은 현행 시장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은 상태다. 특히 전체 대출자의 65%는 현재 시장금리보다 최소 2%포인트 낮은 금리를 적용받고 있다. 이는 기존 주택 소유자들이 집을 팔고 다른 주택으로 이사할 경우 지금보다 훨씬 높은 금리로 새롭게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기존 주택 소유자들이 이사를 포기하고 현재 거주하는 주택에 머무르면서 거래가 위축되는 이른바 '록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골드만삭스는 앞으로 3개 분기 동안 미국의 주거용 투자가 각각 2.5%, 4%, 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모기지 금리가 하락하지 않을 경우 감소 폭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워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몇 년 동안 주택시장은 주택 구매 여력 악화로 상승이 제한되는 동시에 만성적인 주택 공급 부족으로 추가 하락도 억제되는 상황이 이어졌다"며 “2027년에는 주택 구매 여력 악화에 따른 부담이 더욱 커지면서 시장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흐름은 연준에도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연준은 주택시장 침체에 대응해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차입 비용이 낮아지면서 주택 구매 수요를 촉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연준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우선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특히 9월 주요 물가 지표들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오는 12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연 4.0~4.25%로 인상할 가능성을 76.1%로 반영하고 있다. 내년 12월까지 기준금리가 최소 한 차례 추가 인상될 가능성도 87%에 달한다. 이 가운데 내년 말 기준금리가 연 4.5~4.75%에 이를 확률은 29.1%로 가장 높다. 주택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연준의 긴축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FWDBONDS의 크리스 럽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정책 방향을 180도 전환해 신규 주택의 구매 비용을 낮추지 않는다면 주택시장은 깊은 잠에 빠져들 것"이라며 “아직 겨울이 오지도 않았지만 주택시장은 이미 꽁꽁 얼어붙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이미 정점에 가까워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모기지 금리가 연준의 실제 기준금리 인상 폭보다 훨씬 빠르게 상승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모기지 금리가 이미 연준의 단기 기준금리 인상 폭보다 훨씬 많이 상승한 만큼 이제 정점에 가까워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주택 구매자와 판매자들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일 때까지 거래를 미루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 경제의 또 다른 성장 동력인 AI 산업을 둘러싼 거품 우려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거물인 켄 그리핀 시타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거의 확실히" AI 거품의 한가운데에 있다며 “미국 기업들이 AI 모델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은 매우 불균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들이 앤트로픽과 오픈AI에 지불하는 비용을 언급하면서 AI 도입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에 비해 실제 생산성 향상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AI 산업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미국 경제의 성장세를 뒷받침하고 있지만, 주택시장 등 금리에 민감한 산업의 부진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AI 투자마저 둔화할 경우 미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한층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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