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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성장 엔전”…골드만삭스 한마디에 TSMC 주가 급등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대만 TSMC 주가가 5일 폭등했다. 인공지능(AI) 수요에 대한 낙관론이 지속되면서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목표주가를 대폭 상향하면서다. 이날 대만 증시에서 TSMC 주가는 전장 대비 5.36% 급등한 1670 대만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장중에는 한때 6.9% 폭등해 지난해 4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TSMC 주가는 작년에만 44% 급등해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돌파했다. 특히 주말 사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에 대한 전격적인 군사작전을 통해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 자국으로 이송하면서 글로벌 증시에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TSMC의 주가 급등이 아시아 기술주 전반 상승에 일조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실제 이날 삼성전자 주가가 7.47% 급등해 사상 처음으로 13만원대로 올라섰고 SK하이닉스도 2.81% 상승했다. 한미반도체 주가는 무려 16% 가까이 폭등했다. 투자자들은 오는 8일 발표 예정인 삼성전자 실적에 주목하며 기대감에 반도체주를 대거 담는 흐름을 보였다. 일본 AI 관련주인 도쿄일렉트론, 어드반테스트도 이날 7% 넘게 올랐다. 골드만삭스가 올해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예상하면서 TSMC의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35% 상향한 2330대만 달러로 제시한 것이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브루스 루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우리는 AI를 TSMC의 수년 간의 성장 엔진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TSMC가 생산시설 증설을 위해 향후 3년간 1500억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이익률은 오히려 개선되고 있다고 짚었다. 번스타인의 마크 리 애널리스트도 최근 보고서에서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TSMC의 생산능력은 사실상 세계 최고"라며 “올해도 핵심 키워드는 여전히 AI"라고 밝혔다. 그는 또 AI 거품에 대한 우려로 투자자들이 “퀄리티에 집중할 것"을 조언했다. TSMC는 오는 15일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AI 관련주들의 단기적 상승 호재로 작용될 수 있는 이벤트들도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이달 홍콩 증시에 상장을 추진 중인 AI 관련 기업이 약 11곳에 달하며, 공모 규모능 최대 41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아시아 주식이 여전히 매력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시아 기술 기업들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6배 수준으로, 나스닥100의 25배보다 크게 낮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옐런, ‘금리인하 압박’ 트럼프에 경고…“재정우위 위험 커진다”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자 전 미 재무장관은 중앙은행이 미 연방정부의 재정 조달을 돕기 위해 돈을 푸는 이른바 '재정우위'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옐런 전 장관은 4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 연차총회 패널토론에서 “재정 우위의 전제 조건이 분명히 강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부의 채무 상환비용을 낮추기 위해 연준에 금리 인하를 “명시적으로 요구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재정우위 현상은 정부의 재정정책(정부 지출과 이자)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압도하는 상황을 뜻한다. 재정우위 상황에서 중앙은행은 정부의 이자 상환 부담을 낮춰주기 위해 기준금리를 낮추거나 정부부채를 대규모로 매입하는 압력을 받아 물가안정 등의 정책을 독립적으로 펼치기 어려워진다. 대표 사례는 아르헨티나로, 정부는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지출 삭감 등이 아닌 화폐 발행에 나섰는데 결국엔 100%가 넘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통화가치 폭락 등으로 이어졌다. 옐런 전 장관은 다만 현재가 재정우위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그는 “공공부채의 상환비용을 줄이기 위해 금리를 낮추라는 대통령의 전례 없는 압력에 직면해 연준은 물가안정과 고용 극대화라는 책임을 고수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이 재정우위의 길로 갈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위험은 실제적이며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옐런 전 장관은 또한 미국의 공공부채 증가세가 지속 불가능해 보인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정 적자를 현행 GDP 대비 약 6%에서 3% 수준으로 줄이는 상당한 긴축 재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 의회예산처(CBO)에 따르면 올해 연방정부 부채는 GDP 대비 100% 수준인 약 1조9000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비율은 10년뒤 118%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패널토론에 참석한 로레타 메스터 전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트럼프 행정부가 관련 위험을 이해하지 못하는 거처럼 보이는 점이 가장 무서운 부분"이라며 “이전 정부들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책임있게 행동하지 않았지만 벼랑 끝에 서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이번 정부는 이를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로머 UC버클리 교수는 “우리는 현재 재정 문제를 겪고 있으며 우리가 이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연준을 포함해 모든 사람들이 곤경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서로 존중하자”…베네수엘라 권한대행, “美 야만적 행위”에서 태세전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미국에 체포된 이후 대통령직을 사실상 승계한 델시 로드리게스(56)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통령이 미국에 공개적으로 협력을 요청했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미국을 비판하며 석방을 촉구한 로드리게스 권한대행이 하루 만에 입장을 돌연 바꾼 것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로드리게스 권한대행은 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우리는 국제법 틀 내에서 공동 발전을 목표로 하는 협력 의제에 서로 협력하고 지속적인 공동체 공존을 강화할 것을 미국에 요청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께, 우리 국민과 우리 지역은 전쟁이 아니라 평화와 대화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내 꿈은 베네수엘라가 모든 훌륭한 베네수엘라인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위대한 강국으로 부상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주권 평등과 내정 불간섭을 전제로, 미국과 베네수엘라가 균형 있고 상호 존중하는 국제 관계로 나아가는 것을 우선시한다"고 덧붙였다. 로드리게스 권한대행을 포함한 현 베네수엘라 정부는 마두로 대통령이 체포된 이후 미국에 '항전 의지'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로드리게스 권한대행이 미국과 협력할 의사를 비공개로 밝혔다고 전하면서 “그(로드리게스)는 본질적으로 우리가 베네수엘라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로드리게스 권한대행은 마두로 대통령 체포 직후 열린 비상 내각회의에서 “우리의 유일한 대통령은 마두로"라며 마두로 대통령 부부의 석방을 요구했으며 “그의 체포는 야만적 행위이자 납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운영' 발언에 대해선 “베네수엘라는 그 어떤 나라의 식민지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2차 공격 가능성을 언급하자 이번 성명을 통해 태세를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급격한 반전"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옳은 일을 하지 않는다면 매우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고, 아마도 마두로보다 (대가가) 더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전용기에서 재건을 위해 베네수엘라 석유에 대한 “완전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베네수엘라가 “처신을 잘하지 않으면 우리는 2차 공습을 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로드리게스 권한대행은 좌익 게릴라 지도자였던 호르헤 안토니오 로드리게스의 딸로 이른바 '혁명가 집안' 출신의 정치인이다. 그는 우고 차베스 정권 시절 정계에 입문했고, 차베스의 후계자 마두로 정권에서 고속 승진을 이어 나갔다. 정보통신부 장관과 외무장관을 거쳐 재무장관을 지내면서 베네수엘라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석유산업을 관장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 美 마두로 축출, 국제유가 파장 적을듯…내년부터 추가 하락 전망도

미국이 군사작전을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전격 축출하면서 국제유가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글로벌 원유시장이 이미 과잉 공급 국면에 접어든 데다, 베네수엘라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제한적인 만큼 유가에 미치는 직접적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이 중장기적으로 회복될 경우 유가 하방 압력이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의 체포가 글로벌 원유시장에 미치는 단기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분석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창립국인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국가다. 미 에너지정보청(EIA)는 베네수엘라의 확인 매장량이 3030억 배럴로 전 세계의 약 17%를 차지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은 1990년 후반대 하루 350만배럴로 정점을 찍었지만 이후 낙후된 인프라와 미국 정부의 제제 등으로 현재는 전 세계 생산량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베네수엘라산 원유는 대부분 중국으로 수출돼 왔지만 미국 정부가 해상 봉쇄에 나서면서 이달 1일부터 사실상 수출이 중단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이 여파로 베네수엘라 국영석유기업 PDVSA는 일부 합작법인에 원유 생산 감축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원유에 대한 금수 조치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만큼 단기적으로 베네수엘라가 원유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더욱 제한될 전망이다. 글로벌 원유시장이 과잉공급 국면에 접어든 것도 유가 상승의 압박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발표한 월간 보고서에서 올해 글로벌 원유 공급이 수요를 하루 384만배럴 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11월 전망치(409만배럴 초과)보다는 낮아졌지만, 세계 원유 수요의 거의 4%에 가까운 규모다. 여기에 OPEC과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는 이날 회의에서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기 위해 올 1~3월 증산을 일시 중단하기로 한 결정을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OPEC+이 다시 감산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으로 전문가들은 원유 시장의 과잉공급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을 유지하고 있다. OPEC+의 주요 8개국은 하루 220만 배럴 감산분을 지난해 9월까지 모두 되돌렸고 165만 배럴의 또 다른 감산분도 지난해 10~12월 매달 하루 13만7000배럴씩 늘렸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닐 시어링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투자노트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베네수엘라의 생산 차질은 다른 지역에서의 공급 증가로 상쇄될 수 있다"며 “글로벌 원유 공급이 향후 1년에 걸쳐 더 늘어나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삭소뱅크의 올레 한센 원자재 리서치 총괄 역시 “베네수엘라와 이란과 관련된 지정학적 갈등과 공급 차질 리스크로 유가가 소폭 오를 수도 있겠지만 글로벌 원유공급이 넘쳐 당분간은 상승 리스크가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베네수엘라 산유량이 중장기적으로 회복될 경우 유가 하락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댄 스트류벤 애널리스트는 이날 투자노트에서 “최근 러시아와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시장 예상을 웃돌고 있는 상황에서 베네수엘라의 장기적 생산 증가 가능성까지 더해져 2027년 이후 유가 전망에 대한 하방 위험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량이 2030년까지 하루 200만 배럴로 늘어날 경우 유가가 배럴당 4달러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RBC 캐피탈의 헬리마 크로프트 원자재 리서치 총괄은 “베네수엘라 정권이 질서있게 이양될 것이란 가정 하에 미국의 제재가 전면 해제될 경우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이 12개월에 걸쳐 수십만 배럴 증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거대한 미국 석유 기업들이 들어가서 수십억 달러를 들여 심각하게 파손된 석유 인프라를 복구할 것"이라며 “(그 회사들은) 그 나라를 위해 돈을 벌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용기에서도 베네수엘라의 매장된 석유 자원이 어떻게 되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우리가 모든 것을 운영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미국 주도로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형 석유회사들이 당장 베네수엘라에 진입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공급 과잉으로 저유가 국면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다양한 요인들이 맞물려 기업들 입장에선 위험이 더 클 것이란 분석이다. 가장 먼저 정정 불안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체포 이후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정상 역할을 대행하게 됐지만 미국과 원만한 협력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가 “처신을 잘하지 않으면 우리는 2차 공습을 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PDVSA에서 관리직으로 근무했던 리노 카리요는 “석유 기업들이 실제로 베네수엘라에 본격적인 투자를 검토하려면 새로운 의회 또는 국회가 구성돼야 한다"며 “지금은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 않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베네수엘라가 과거에 석유 자산을 몰수한 전력도 있다. 현재 베네수엘라에 진출해 있는 미국의 메이저 석유회사는 셰브론이 유일하다. 우고 차베스 정권 당시 베네수엘라가 석유 회사들의 자산을 국유화한 뒤 2007년 베네수엘라에서 철수했다. 이후 코노코필립스와 엑손모빌은 베네수엘라 정부를 상대로 각각 200억달러 이상, 120억달러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일부만 배상받았다. 시설 복구에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싱크탱크 베이커 공공정책연구소의 프란시스코 모날디 중남미 에너지정책 국장은 셰브론, 코노코필립스, 엑손모빌이 향후 10년 동안 매년 100억달러씩 투자해야 베네수엘라 산유량이 과거 정점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석유 부흥 계획은 1000억달러짜리 도박"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E칼럼] 베네수엘라 공습 이후, 한국의 에너지 전략은 안전한가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2026년 새해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라는 충격적인 소식과 함께 시작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말부터 베네수엘라를 오가는 제재 대상 유조선에 대한 압박을 가했으며, 이 과정에서 일부 유조선이 미군에 의해 압수되기도 했다. 그러다 새해 첫 토요일 새벽 2시경(현지시각) 미국이 결국 '확고한 결의(Absolute Resolve)'라는 작전명에 따라 주요 시설에 대한 공습을 단행하였고, 불과 몇 시간 뒤 트럼프 대통령이 본인의 SNS인 트루스 소셜을 통해 마두로 대통령과 영부인을 국외로 이송하고 있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공개하였던 것이다. 물론 이번 작전의 명분은 베네수엘라가 마약 수출을 통해 미국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지만, 이를 통해 전 세계는 에너지와 안보가 여전히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과 마두로 대통령 신병 확보는 단순한 군사 행동이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 나타난 서반구(West Hemisphere)에서 중국 영향력 견제와 미국의 에너지 패권 유지 전략의 연장선에서 읽을 수 있다. 베네수엘라의 원유 매장량은 약 3,030억 배럴 정도로 전 세계 매장량의 17%를 차지할 정도의 압도적인 규모다. 그러나 미국과의 대립과 국제 제재 속에 생산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생산량은 2024년 기준으로 하루 85만여 배럴 정도에 머물러 세계 주요 산유국 반열에서는 한참 뒤로 밀려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사회주의 정권이 강탈해 간 미국의 석유 시설을 되찾겠다"며 “우리(미국)가 안전하고 적절하며 현명한 (정권) 이양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우리가 나라(베네수엘라)를 운영(run)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역에서의 석유를 둘러싼 영향력 변화는 글로벌 석유 공급은 물론 이를 둘러싼 지정학에도 모두 큰 의미를 갖는다. 다만 이번 사건이 국제 유가에 미친 영향은 지금까지는 제한적이며, 향후 유가 전망에 대해서도 급등할 것이라는 관측과 그렇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는 최근 글로벌 석유 시장이 구조적으로 공급 과잉 국면에 놓인 측면이 있기에, 단기적 지정학 충격이 곧바로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지 않는 환경이 형성돼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석유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재확인됐지만, 시장은 이를 이미 상당 부분 가격에 내재화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한편 이러한 현실은 작년 브라질 벨렘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의 분위기와도 맞닿아 있다. COP30에서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은 끝내 합의문에 명시되지 못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의 반대뿐 아니라, 성장과 에너지 접근성을 중시하는 개발도상국들의 반발 역시 컸다. 이는 탈(脫)화석연료가 기술적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경제·발전 단계가 얽힌 복합적 과제임을 다시 한번 드러낸 장면이었다. 결국 에너지 전환은 더 이상 직선적인 경로를 따르지 않으리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했다. 이처럼 석유 패권을 놓지 않으려는 강대국의 움직임과 에너지 전환의 현실적 제약이 동시에 나타나는 국제 환경 속에서, 한국은 다음 두 가지 구조적 조건을 거듭 상기해야 한다. 첫째, 한국은 에너지 '섬'이라는 점이다. 유럽연합(EU)처럼 국가 간 전력·에너지망을 통해 충격을 분산시킬 수 있는 구조가 아닌 한국은, 에너지 안보의 부담을 사실상 홀로 감당해야 한다. 둘째, 한국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수출 중심 경제 구조란 점이다. 따라서 정부의 역할은 외부에서 발생하는 충격이 국내 경제와 산업을 직격하지 않도록 완충 장치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지난해 이재명 정부는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상향 조정하며 국제적 기후 대응 노력에 부응하려 하고 있다. 이는 분명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동시에, 석유와 가스를 둘러싼 미국과 주요 산유국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전략적 움직임 역시 냉정하게 관찰해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서반구에서 미국이 에너지와 안보를 결합해 영향력 회복에 나서는 상황에서, 한국의 대중국 외교 또한 에너지·공급망·안보 환경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며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완벽한 균형을 잡기 어려운 시대다. 그러나 한국 같은 구조적 제약이 큰 국가일수록, 에너지 전략은 이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불확실한 국제정세 속에서 충격을 관리할 수 있는 국가 역량을 갖추는 데 맞춰져야만 할 것이다. 임은정

마두로 축출이 ‘美 우선주의’라는 트럼프…중간선거 앞두고 자충수되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군의 군사 작전에 의해 전격 체포됐다. 집권 2년 차를 맞아 국정 전반에 대한 지지율이 저조한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식으로 정국 전환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대외 개입을 자제하겠다고 공언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와 배치되는 만큼 이번 조치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오히려 지지층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하고, 미국이 이 나라를 일시적으로 운영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특히 “안전하고 적절하며 현명한 (정권) 이양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우리가 나라(베네수엘라)를 운영하겠다"며 “다른 누군가가 정권을 잡는 것을 원치 않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지상군 주둔이 “약간 필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베네수엘라에 병력을 배치할 가능성도 열어두기도 했다. 이런 방침은 과도한 외교 개입을 비판하고 대외 분쟁을 피하겠다고 공언해온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눈에 띄는 방향 전환이라고 로이터통신은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이라크 전쟁과 같은 개입주의와 결별하고 미국 국내 현안에 집중하겠다는 미국 우선주의 공약을 앞세워 권력을 잡았다. 실제로 1기 집권 때 해외 주둔 미군을 줄이고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시작했지만, 작년 초 2기 임기 시작 후에는 개입주의로 선회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취임 당시까지만 해도 “우리는 시작하는 전쟁이 아니라 끝내는 전쟁으로 성공을 측정할 것"이라며 해외 개입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시리아·이라크·이란·예멘·소말리아 등에 대한 군사 작전을 단행했고 덴마크령 그린란드와 파나마 병합에 대한 욕망도 드러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베네수엘라 공습이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의 연장선이라고 주장했지만 공화당 사이에선 대통령이 경제 문제에 집중할 것이란 희망이 꺾이고 있다고 로이터는 짚었다. '트럼프의 책사'로 불렸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처음엔 이번 작전을 “눈부신 야간 공격"이라고 평가했다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회견에 “이라크 전쟁의 실패를 떠올리게 한다"며 거리를 뒀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 마가(MAGA) 진영 주요 인사였으나 최근 대통령과 관계가 멀어진 공화당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마가 지지자들이 다른 나라의 정권교체를 위한 전쟁을 끝낸다는 생각으로 트럼프에 투표했으나 착각이었다"며 공개 비판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민주당은 즉각 비판에 나섰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마두로는 불법 독재자지만 의회 없이 군사 작전을 개시하고 연방 차원의 사후 계획이 없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꼬집었다. 여론조사에서도 개입 반대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로이터·입소스 조사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력 사용을 지지한 미국인은 약 20%에 불과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 마두로 축출에 갈라진 중남미…좌파 “주권 침략” vs 우파 “독재 정권 붕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군사작전을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하자 중남미 국가들은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중남미 전반에서 이른바 '블루 타이드(우파 물결)'가 뚜렷해지자 우파 정권들은 미국의 조치를 지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남미 반미(反美) 국가 콜롬비아가 미국의 마두로 대통령 체포에 가장 강력히 비판했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은 “콜롬비아 정부는 베네수엘라와 라틴 아메리카의 주권에 대한 침략을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콜롬비아는 또 중국과 러시아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유엔 안보리는 오는 5일 오전 10시(한국시간 6일 자정) 긴급 회의를 열 예정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스테판 뒤자리크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의 공격과 마두로 대통령 체포가 국제법 규칙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우려를 표했다. 뒤자리크 대변인은 “베네수엘라의 상황과는 별개로 이런 전개는 위험한 전례가 된다"면서 “사무총장은 유엔 헌장을 비롯한 국제법을 모두가 완전히 준수하는 것의 중요성을 계속해서 강조한다"고 밝혔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국제법과 유엔 헌장의 원칙 및 목적을 존중하고, 베네수엘라 정부와 국민을 대상으로 한 모든 공격행위를 중단할 것을 긴급 촉구한다"고 밝혔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도 미국의 행동이 “용납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며 이번 사태를 “미국이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에 개입한 가장 암울한 순간들"에 비유했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도 이번 공격을 “베네수엘라 국민에 대한 국가 테러"라고 규정했다. 반면 좌파 정부가 우파 정권으로 교체된 중남미 국가들은 환영의 입장을 냈다.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소식이 전해진 새벽 X에 “자유가 전진한다! 자유 만세!"라고 썼다. 밀레이 대통령은 또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선거를 조작했던 독재자 정권의 붕괴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선거에서 크게 패배했지만 그는 권력에 집착했다"며 “오늘의 이 소식은 자유 세계를 위한 훌륭한 소식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달 칠레 대통령선거 결선에서 승리한 강경 보수 성향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당선인은 소셜미디어에 “마두로의 체포는 남미 지역에 중대한 희소식"이라며 “라틴 아메리카 정부는 마두로 정권의 모든 기구들이 권력을 포기하고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적었다. 중도 우파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마약 차비스타(차베스 지지자들) 범죄자들에게 때가 다가오고 있다"며 “그들의 구조는 전 대륙에 걸쳐 붕괴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남미를 제외한 다른 국가들도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의 조치를 '패권적 행태'라 부르며,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미국이 주권 국가에 대해, 그리고 한 국가의 대통령에 대해 무력을 사용한 것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며 미국에 국제법 준수 및 타국 주권·안보 침해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에서 미국의 공격을 “깊은 우려와 규탄을 불러 일으키는 행위"라 규정하고, “이념적 적대감이 실용주의를 압도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X에 “(트럼프) 대통령, 자유와 정의를 위한 당신의 용감하고 역사적인 리더십을 축하한다"며 “당신의 단호한 결의와 용감한 군인들의 훌륭한 행동에 경의를 표한다"고 적었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미국의 지원이 필요한 만큼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정책 고위 대표는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과 통화했다며, 베네수엘라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에 “EU는 거듭해서 마두로의 정당성 부족을 언급하고 평화로운 전환을 옹호해 왔다"며 “어떤 상황에서든 국제법 및 유엔 헌장의 원칙이 존중돼야 한다. 우리는 자제를 촉구한다"고 적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베네수엘라 국민 편에 서서 평화롭고 민주적인 전환을 지지한다. 어떤 해법이든 국제법과 유엔 헌장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X에 영국은 마두로 정권의 종식에 “눈물 흘리지 않는다"며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희망하며 미국과 상황 전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李 방중·마두로 축출 의식? 北, 새해 첫 무력시위

북한이 4일 오전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7시 50분께 북한 평양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수 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일본 방위성은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추정 물체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쪽에 낙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군 당국은 사거리 300~1000㎞ 수준의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지난해 11월 7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이번 발사는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3박 4일 일정의 중국 국빈 방문길에 오르는 날 이뤄졌다. 5일 열릴 예정인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북한 비핵화 문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인 만큼, 북한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군사적 존재감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이번 미사일 발사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미 성향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전격적으로 체포해 미국으로 이송했다고 발표한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북한이 미국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국가 지도자에 대한 강경 조치를 예의주시하며, 자국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보유한 '다른 차원의 군사적 대상'임을 과시하려는 무력시위 성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베네수엘라 사태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위기 인식을 자극해 군사력 고도화를 더욱 가속화할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전날 전술유도무기 공장을 시찰하고 생산량 확대를 지시했다고 4일 보도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北, 李 방중 당일 탄도 미사일 도발…‘마두로 축출’ 파장 속 존재감 과시

북한이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당일인 4일 오전 동해상으로 탄도 미사일을 기습 발사했다. 올해 첫 무력 시위로,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존재감을 과시하는 동시에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두로 축출 작전'에 대한 반발 심리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동해상으로 미상의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해 11월 7일 단거리 탄도 미사일(SRBM) 발사 이후 약 2개월 만의 도발이다. 일본 방위성은 해당 발사체가 일본의 배타적 경제 수역(EEZ) 바깥쪽에 낙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군 당국은 비행 거리와 고도 등을 분석해 사거리 300~1000km 수준의 단거리 SRBM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도발은 시점이 절묘하다는 평가다. 이재명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3박 4일간의 국빈 방문을 위해 이날 출국했다. 오는 5일로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정세 안정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북한이 회담을 앞두고 자신들의 전략적 가치를 부각하고 협상력을 높이려는 '몸값 높이기' 전술을 구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 정세와 맞물린 대미(對美) 메시지 성격도 짙다. 이번 발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 작전을 통해 반미 성향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전격 축출했다고 발표한 직후 이뤄졌다. 북한 입장에서 베네수엘라는 대표적인 반미 우방국이다.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 개입으로 마두로 정권이 무너진 상황에서 북한은 탄도 미사일 발사를 통해 '우리는 베네수엘라와 달리 확실한 군사적 타격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며 미국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의 '힘을 통한 평화' 기조와 서반구 개입 강화 움직임(돈로주의)에 맞서 핵·미사일 능력을 앞세운 강대강 대치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뺏긴 기름 되찾겠다”…트럼프, 마두로 축출 뒤엔 ‘美 석유 메이저’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전격 체포하고 '직접 통치'를 선언한 결정적 배경에는 미국 석유 기업(Oil Majors)들의 이권 회복과 에너지 패권 확보라는 철저한 경제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3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체포 직후 가진 기자 회견에서 이번 군사 작전의 목적이 단순한 독재자 축출을 넘어 과거 베네수엘라 좌파 정권에 의해 축출됐던 미국 에너지 기업들의 '귀환'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시절부터 이어진 베네수엘라의 석유 국유화 정책을 직접적으로 겨냥했다. 그는 “우리는 거기(베네수엘라)에 많은 석유를 갖고 있었는데 그들은 우리 회사들을 쫓아내고 우리의 권리를 박탈했다"며 “우리는 그것을 되찾고 싶다(We want it back)"고 직설적으로 밝혔다. 이는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의 문을 다시 열어 엑슨모빌·셰브론 등 미국 거대 석유 기업들이 주도권을 쥐게 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과거 차베스와 마두로 정권은 다국적 석유 기업의 자산을 몰수하거나 강제 국유화하며 미국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미국 석유 기업들이 베네수엘라로 진출해 낙후된 인프라를 재건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실상 미국의 군사력이 '장벽'인 마두로 정권을 제거하면 미국의 자본과 기술력이 진입해 석유 생산을 정상화하고 그 이익을 미국으로 가져오겠다는 '선(先) 군사 개입, 후(後) 경제실익' 전략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에 친미 정권이 들어서기 전까지 미국이 나라를 직접 운영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석유 시설 보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나라(베네수엘라)에는 엄청난 에너지(자원)가 있고 그걸 보호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그 에너지는 우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베네수엘라의 치안 부재나 정권 이양기의 혼란 속에서 유전 시설이 파괴되거나 중국·러시아 등 경쟁국으로 이권이 넘어가는 것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결국 트럼프가 내세운 '돈로주의(Don-roe Doctrine·트럼프+먼로주의)'의 실체는 서반구의 에너지 자원을 미국의 통제 하에 두겠다는 자원 민족주의의 확장판인 것이다. 미국 정부가 노골적으로 '석유 이권'을 거론하자 미국 내에서는 이번 작전이 2003년 이라크 전쟁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시 부시 행정부 역시 대량살상무기 제거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중동 석유 패권 장악이 목적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날 워싱턴DC 백악관 앞과 뉴욕 타임스 스퀘어 등지에서는 “석유를 위한 피는 안 된다(No Blood for Oil)", “석유 전쟁 반대" 등이 적힌 피켓을 든 시위대가 트럼프 행정부를 규탄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등 야당 인사들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고통스럽게 깨달았듯이 군사력만으로는 안정을 가져올 수 없다"며 석유 확보를 명분으로 한 무리한 개입이 장기적인 수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미국의 에너지 안보와 국익을 위한 결정적 조치"라며 지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베네수엘라 유전을 둘러싼 미국 내 정치적 갈등과 국제 사회의 파장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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