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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최대 경제국인 인도네시아 증시가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가운데 세계 주요 주가지수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처하면서 주식·채권·통화 가치가 동반 추락하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실제로 주요 글로벌 주가지수에서 제외될 경우 대규모 외국인 자금 이탈이 불가피해 금융시장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종합지수(JCI)는 이날 장중 5% 넘게 폭락하며 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앞서 지난 16일에도 JCI는 11.6% 폭락하며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약 28년 만에 가장 큰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이틀에 걸친 폭락으로 인도네시아 증시의 올해 하락률은 43%에 달한다.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는 이날부터 개별 종목 거래 제한을 강화해 올해 말까지 하루 최대 하락폭을 15%에서 7%로 축소했다. 인도네시아 증시의 충격은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이날 미국 달러 대비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환율은 달러당 1만8040루피아까지 올라 지난 6월 기록한 사상 최고 수준인 1만8190루피아에 근접했다. 인도네시아 국채 10년물 금리도 지난 16일 7.169%에서 이날 7.4%까지 상승해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채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이 이처럼 요동치는 직접적인 원인은 세계 주요 주가지수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주가지수 산출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인도네시아 증시의 투자 적격성과 관련한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유로 기존 신흥시장(EM) 지위에서 독립시장으로 재분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지난 16일 발표한 바 있다. 앞서 MSCI는 지난 1월 인도네시아를 신흥시장보다 한 단계 낮은 프런티어시장(FM)으로 강등할 가능성을 경고했으나, 이번에는 두 단계에 걸친 강등 조치를 한꺼번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1989년부터 MSCI 신흥시장 지수에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확정되면 약 37년 만에 신흥시장 지위를 잃고 글로벌 주요 투자지수에서도 제외될 수 있다. 현재 독립시장으로 분류된 국가에는 레바논과 짐바브웨 등이 포함돼 있다. 과거 아르헨티나는 2021년 자본 통제를 이유로,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금융 제재로 독립시장으로 재분류됐다. 미래에셋증권 인도네시아 법인인 미래에셋 세쿠리타스의 룰리 아리아 위스누브로토 리서치 총괄은 “MSCI의 이번 발표는 우리가 생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MSCI는 내년 4월까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같은 해 6월에 인도네시아의 증시 지위를 최종 결정을 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가 해당 지수에서 제외되면 이를 추종하는 글로벌 펀드들이 보유 주식을 매도해야 하는 만큼 대규모 자금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 로이터는 “프런티어시장으로 강등되는 경우와 달리, 독립시장으로 재분류되면 프런티어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들의 상쇄 매수 수요가 발생하지 않아 신흥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이 빠져나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인도네시아가 MSCI 주요 지수에서 완전히 제외되면 해당 지수를 기계적으로 추종하는 패시브 투자자금 약 56억달러(약 7조 4500억원)가 유출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JP모건은 패시브 자금 유출 규모를 48억달러(약 6조 3900억원)로 예상했으며, UBS는 액티브 투자자들이 추가로 최대 150억달러(약 20조원)를 회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와 UBS의 전망치를 단순 합산하면 잠재적인 자금 유출 규모가 200억달러(약 26조 6400억원)를 넘어설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은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들어 인도네시아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48억8000만달러(약 6조 5000억원)를 순매도했다. 현재 추세가 이어지면 최소 16년 만에 최대 규모의 연간 외국인 자금 유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번 MSCI의 강등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이에 따른 충격이 인도네시아 경제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의 발전용 석탄과 팜유, 니켈 수출국이자 구리와 커피의 주요 공급국이다. 그러나 원유 순수입국인 만큼 최근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수입 비용 증가로 이미 경제적 부담이 커진 상태다. 여기에 글로벌 투자지수 퇴출로 외국인 자금조달 여건까지 악화하면 기업 투자와 정부 재정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제 여건을 둘러싼 우려는 이미 국제신용평가사들의 평가에도 반영되고 있다. 무디스와 피치는 올해 인도네시아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잇따라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MSCI의 이번 조치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드라자드 하리 위보워 인도네시아 경제조정부 차관은 “MSCI가 높은 명성을 갖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고 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도 맞다"면서도 “그러나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MSCI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뉴버거버먼에서 신흥시장 주식펀드를 공동 운용하는 후안 토레스는 “인도네시아의 시장 행태와 구조가 정말 짐바브웨와 동급인가"라며 “주주에 대한 대우가 아시아를 포함한 다른 많은 신흥시장보다 정말 나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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