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못 막았다”…침묵 택한 ‘워시 연준’, 긴축 시동거나 [머니+]](http://www.ekn.kr/mnt/thum/202606/rcv.YNA.20260618.PAP20260618210301009_T1.jp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골적인 금리 인하 요구에도 불구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물론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특히 취임 후 첫 통화정책회의를 주재한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신호를 최소화하는 이른바 '침묵 전략'을 선언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투자자들은 연준이 다시 긴축 기조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 속에 이르면 당장 다음달부터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연준은 17일(현지시간) 워시 의장 취임 후 처음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3.5~3.7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연준은 지난해 세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씩 인하했지만, 올해 들어 1월, 3월, 4월에 이어 이번에도 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는 상단 기준, 1.25%p로 유지됐다. 한국은행이 다음 달 16일 예정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75%로 0.25%p 인상할 경우 한미 금리차는 1.0%p로 줄어들 전망이다. ◇ 금리 동결했지만 점도표는 '매파' 이번 금리 동결 결정이 예상됐던 만큼 시장의 관심사는 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치를 보여주는 점도표에 쏠렸다. 그러나 연준 위원들은 향후 통화정책에 대해 이전보다 매파적 전망을 내놨다.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의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3.8%로 집계됐다. 지난 3월 점도표의 3.4%보다 0.4%포인트 높아진 수준이다. 이는 연내 최소 한 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3개월 전까지만 해도 금리 인하가 예상됐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연준의 매파적 기류는 성명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연준이 지난 4월 FOMC 당시 발표한 성명에는 “연방기금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에 대한 추가 조정의 정도와 시기를 고려하는 데 있어"라고 밝히면서 금리 인하 사이클이 아직 종료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번 성명에는 이 문구가 통째로 사라졌다. 연준은 또 경제 상황 전반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성명은 “경제 활동은 견고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며 “생산성 증가와 자본투자가 강하고 고용 증가세는 노동력 증가 속도에 맞춰 유지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최대 고용과 2% 물가 목표 달성에 강하게 전념하고 있다"는 기존 문구는 “위원회는 물가 안정을 달성할 것"이라는 표현으로 대체됐다. 정책 우선순위를 인플레이션 대응에 두겠다는 셈이다. 워시 의장은 기자회견에서도 “연준은 물가 안정을 이룰 것"이라며 “이 약속은 강하고, 만장일치이며, 명확하다. 5년간 놓쳤던 중요한 메시지를 이제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우선 목표는 의회가 부여한 임무인 물가 안정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다음달 금리인상 가능성"…2년물 美국채금리 급등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드러나자 글로벌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미 국채금리는 최대 13bp(1bp=0.01%포인트) 올라 2025년 4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보인 반면 30년물 국채금리는 인플레이션이 장기적으로 억제될 것이란 전망에 하락했다.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2% 하락했는데 워시 의장의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낙폭이 확대됐다고 CNBC는 보도했다. 월가 '신채권왕'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 캐피탈 최고경영자(CEO)는 “워시 의장은 물가 안정을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말하고 있다"며 “올해 1분기만 해도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완화적 통화정책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장기채를 보유해야 할 이유가 더 커졌다"며 “워시 의장이 물가 안정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그는 실패한 의장이라는 점을 스스로 선언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미 기준금리가 다음 FOMC(7월)에 0.25%p 인상될 가능성을 27.8%로 반영했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이 확률은 8.5%에 불과했다. 또 9월에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가능성은 49.0%, 0.5%포인트 인상될 가능성은 13.2%로 반영되고 있다. 9월에 금리 인상이 유력하다고 예상하고 있는 셈이다. ◇ “연준 힌트 없다"…워시의 '무거운 입' 아울러 워시 의장은 연준의 소통 방식과 정책 운영 체계의 변화도 예고했다. 통화정책 행보에 대한 선제안내(포워드 가이던스)를 중단하겠다고 언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워시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선제안내가 “현재의 정책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며 “우리가 다음에 무엇을 할지에 대해 어떠한 선제안내를 줄 수 없다. 다만 좋은 소식은 6주 뒤에 회의가 다시 열린다는 점"이라고 했다. 워시 의장은 앞서 상원 인준 인사청문회에서 연준의 선제 안내가 정책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2021년 인플레이션 급등 당시 연준이 스스로 제시한 정책 경로에 묶여 상황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FOMC 성명의 단어 수가 지난 4월 300단어를 넘겼지만 이번에는 약 130단어로 축소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워시 의장은 ““우리가 판단하는 사실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를 두고 “단순한 지도부 교체를 넘어선 전환점"이라며 “미국 통화정책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릭 라이더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에는 다르다"라며 “투자자들은 앞으로 연준의 시그널에 덜 의존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시 의장은 또 ▲연준 커뮤니케이션 ▲대차대조표 ▲기존 데이터 출처 활용 및 의존 ▲전환기 시대 생산성과 일자리 ▲인플레이션 프레임워크 등 5개 핵심 영역을 검토하는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 워시에 관대한 트럼프?…“괜찮다" 한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준의 금리 동결 결정에 대해 “괜찮다. 어쨌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믿기 어렵다. 이런 결정은 계속해서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으며 매우 이례적"이라면서도 “지금 연준에는 매우 훌륭한 사람이 있다. 나는 그가 원하는 방향을 따르겠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파월 전 의장을 향해 '투 레이트' 등의 표현을 써가며 압박했던 것과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일각에선 연준의 다음 행보가 금리 인상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매크로폴리시 퍼스펙티브스의 줄리아 코로나도 설립자는 “만약 워시 의장이 매파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던 투자자라면 이번 기자회견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그것이 정말 그의 의도였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워시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문제이기 때문에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고 직접 말하지는 않았다"며 “대신 '물가 안정은 우리의 책무이며 반드시 이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오션파크자산운용의 제임스 세인트 오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워시 의장은 시장에 연준의 물가 안정 의지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안심시키는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반발을 사지 않으려 했다"며 “그런 의미에서 그는 스스로를 특정 정책 방향에 가둬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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