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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말 한마디에…국제유가 급락하고 증시 폭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대화를 나눴다는 언급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순식간에 요동쳤다.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는 폭등했고 국제유가는 빠른 속도로 1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자신이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미국과 이란이 지난 2일 동안 중동지역의 적대 행위를 완전하고 전면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매우 유익하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는 점을 전하게 되어 기쁘다"며 “심층적이고 자세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바탕으로 이란의 발전소와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모든 군사적 공격을 5일간 유예하도록 국방부에 지시했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대화가 이번 주 내내 지속될 것이며 이란 측과 회담 및 협상 결과에 따라 군사행동 재개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발언은 이란에 48시간 이내에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고 경고한 뒤 나왔다. 중동 전쟁이 확산될 것이란 우려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린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해당 발언이 나오자 뉴욕증시 3대 지수는 2% 넘게 폭등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08달러 수준에서 순식간에 91.89달러까지 급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야간 거래에서 달러당 1486원 수준까지 하락했다(원화 강세). 다만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현재 이란과 미국 사이에 어떠한 대화도 없다고 보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게시물은 “심리전"이라고 주장했다. 이란 사법부가 운영하는 미잔통신도 이란 외무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에너지 가격을 낮추고 군사 계획을 실행할 시간을 벌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긴장 완화를 위한 지역 국가들의 제의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우리의 답변은 명확하다"며 “우리는 이 전쟁을 시작하지 않았고, 중재 요청은 미국으로 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이란 매체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일축하자 증시는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고 국제유가는 낙폭을 소폭 줄였다. 이날 오후 9시 38분 기준,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선물은 +1.68%, S&P 500 선물은 +1.56%, 나스닥100 선물은 +1.51% 등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99.43달러로 소폭 반등했고 원/달러 환율은 현재 야간 거래에서 달러당 1490.78원을 보이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하락장 온다고 했지?”…코스피 급락 ‘블랙먼데이’ 또 예측한 족집게 [머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48시간 최후통첩' 여파로 23일 아시아 주요 증시가 일제히 급락한 가운데, 이 같은 '블랙 먼데이' 가능성을 사전에 경고한 전문가 발언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인베스팅닷컴 등에 따르면 한국시간 오후 5시 57분 기준 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는 전장 대비 3.47% 하락한 229.81를 기록 중이다. 이는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 1월 2일 이후 최저 수준으로, 추가 하락 시 연초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게 된다. 이날 하락세는 한국 증시가 주도했다.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49% 급락한 5405.75에, 코스닥 지수는 5.56% 내린 1096.89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일본 닛케이225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전장 대비 3.48% 하락한 5만1515.49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5% 넘게 급락하며 5만688.76까지 밀렸지만 5만선을 지켜냈다. 대만 가권지수는 2.45% 하락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CSI300지수, 홍콩 항생지수도 3% 안팎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호주 S&P/ASX200 지수는 장중 2% 하락하며 기술적 조정 국면에 진입했지만 이후 반등에 성공하며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뉴욕증시 3대 지수 선물도 일제히 하락세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선물은 -0.39%, S&P 500 선물은 -0.54%, 나스닥100 선물은 -0.75% 등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중동 전쟁 장기화 우려가 투자 심리를 급격히 위축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48시간 이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을 경우 이란의 발전 시설을 타격하겠다"고 경고했고, 이에 이란은 해협 봉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픽텟자산운용의 크리스토퍼 뎀빅 선임 투자자문가는 “지금은 낙관할 수 있는 시점이 아니다"며 “최근 전개되는 모든 상황이 사태의 추가 악화를 가리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증시 하락을 사전에 경고한 발언도 주목받고 있다. JP모건 수석 전략가 출신인 마르코 콜라노비치는 전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이번 48시간 시한은 블랙 먼데이와 맞물려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1일에도 “블랙 먼데이를 피하려면 이란이 협상 의지가 강하다는 신호가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실제로는 유가가 먼저 배럴당 150달러 수준까지 오르기를 원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증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월가에서 대표적인 증시 비관론자인 콜라노비치는 과거 정확한 시장 예측으로 '간달프'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는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공포로 시장이 무너지던 시기 증시 반등을 정확히 예측해 명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2년부터 시장 흐름과 엇갈린 전망을 이어다가 결국 2024년 7월 JP모건에서 퇴사했다. 일각에선 글로벌 증시가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IG의 알렉산더 바라데즈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는 “시장이 현재 투매(capitulation·무조건적 항복) 단계에 가까워지고 있을 수 있다"며 “그동안 미국 증시는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여왔지만, 가장 강했던 구간마저 흔들리기 시작하면 더 광범위한 시장 움직임을 촉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바닥이 없네”…올해 상승분 반납한 국제금값, 어디까지 떨어질까 [머니+]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4주째로 접어든 가운데 대표적 안전자산인 국제 금값이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쟁 장기화 조짐과 인플레이션 압박 우려가 겹치면서 금 시세는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수준까지 떨어졌고, 추가 하락 가능성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국제 금 6월물 선물 가격은 한국시간 오후 4시 32분 기준, 전장 대비 9% 가량 폭락한 온스당 4167.11달러를 기록 중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금값이 지난 한 주에만 약 11% 급락하며 1983년 이후 최대 주간 낙폭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 주 들어서도 개장 직후 4500달러선이 빠르게 무너지며 하락 폭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특히 금값이 지난해 말 4341.10달러로 마감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 하락으로 올해 연간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전환된 상태다. 통상 금융시장 불안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하면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유입되지만, 이번 중동 전쟁에서는 정반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졌고, 이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됐기 때문이다.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금은 금리가 상승하거나 고금리 기조가 유지될수록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 전쟁 장기화 가능성 역시 금값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48시간 이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을 경우 이란의 발전 시설을 타격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이란은 해협 봉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귀금속 전문 매체 킷코에 따르면 나티시스의 버나드 다다 애널리스트는 “에너지 시설이 추가로 파괴되고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금 가격은 온스당 4000달러 초반까지 하락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에너지 가격이 고착화되면서 연준 역시 금리 인상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급락으로 금이 과매도 구간에 진입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블룸버그는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 내 다른 자산 손실을 메우기 위해 금을 강제로 매도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웨인 고든 UBS 자산관리부문 투자 자문가는 “금 가격 급락의 규모 자체는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하락 속도는 과거보다 훨씬 빠르다"고 평가했다. BNP파리바의 데이비드 윌슨 원자재 전략 책임자는 “현재와 같은 거시경제 충격 국면에서 금의 움직임은 분명한 선례가 있다"며 “2008년, 2020년, 2022년과 같은 위기 초기에는 투자자들이 달러 확보를 위해 자산을 매도하면서 금값이 하락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에는 모두 금값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금의 14일 상대강도지수(RSI)가 30 아래로 떨어졌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일반적으로 RSI가 30 미만이면 과매도 구간으로 해석돼 기술적 반등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헤지펀드 등 투기 세력의 금 순매수 포지션은 7주 만에 최대 수준으로 증가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역대급 오일쇼크” 경고…골드만삭스, 국제유가 전망치 상향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역사상 최악의 에너지 위기가 초래됐다는 경고가 잇따라 제기되는 가운데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국제유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댄 스트루이벤 등 애널리스트들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올해 브렌트유 평균 가격을 배럴당 85달러로 전망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인 77달러에서 상향 조정된 수치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연평균 가격 전망치도 기존 72달러에서 79달러로 높였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공격으로 촉발된 전쟁이 4주째에 접어들면서 에너지 시장은 극심한 혼란에 빠진 상태다. 이란이 원유 수송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한 데 이어 무력 충돌 영향으로 중동의 주요 에너지 시설이 잇달아 타격을 입었다. 이로 인해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가격은 이미 전쟁 이전보다 50% 넘게 상승한 상태다. 이런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요구하며 48시간의 최후통첩을 보냈고 이란은 타협은 없다며 보복을 예고했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국제유가 전망치는 앞으로도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골드만삭스의 이번 보고서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량이 6주간 정상 수준의 5%에 머무른 뒤 한 달에 걸쳐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란 시나리오를 전제로 했다. 이 시나리오에서 중동 지역의 원유 생산 차질 규모는 현재 하루 1100만배럴 수준에서 최대 1700만배럴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됐다. 골드만삭스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원유 공급 충격은 정책당국과 시장으로 하여금 중동 지역에 생산과 여유 생산능력이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는 구조적 위험과 에너지 인프라의 취약성을 인식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란 전쟁이 당장 끝난다고 가정해도 에너지 시장이 정상화하기까지 4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분석했다. 전쟁 여파로 멈춰선 에너지 생산·운송·정제 등 사이클을 재가동하는 과정에서 연쇄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호주 ABC 등에 따르면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23일 호주 캔버라 내셔널 프레스 클럽에서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며 “지금 당장 평화가 찾아와도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이어 1970년대 두 번의 오일쇼크 당시 “글로벌 원유 손실량이 각 하루 500만배럴에 달했다"며 “현재 우리는 하루 1100만 배럴의 공급을 잃은 상태로, 두 차례의 대형 오일쇼크를 합친 것보다도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가스 시장은 750억 입방미터의 공급을 잃었다"며 “이번 사태로 인해 약 1400억 입방미터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韓 사랑한다”…싸늘한 파병 여론, 李대통령 선택은 [이슈+]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동맹국들을 향한 중동 파병 압박이 이어지자 한국 정부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최근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자위대의 직접 개입에 선을 긋는 동시에, 대미(對美) 투자라는 '선물 보따리'를 제시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을 피해 이번 회담에서 사실상 승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한국은 파병 반대 여론이 우세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역할 확대를 재차 요구하자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적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 日, 파병 대신 '경제 카드'…정상외교로 압박 돌파 23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파병 요청으로 인해 “매우 어려운 회담"이라고 직접 언급할 정도로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 회담에서는 일본의 대미 관계를 부각시키는 동시에 군사적 개입에는 선을 긋는 전략을 구사하며 외교적 기민함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 평화헌법 9조의 제약을 근거로 자위대의 직접 파병이 어렵다는 입장을 설명했다. 대신 일본은 대규모 경제·에너지 협력안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를 얻고 양국 간 경제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실제로 미 백악관이 공개한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일 정상은 일본의 대미 투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총 730억달러(약 109조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구체적으로 미국 에너지기업 GE 버노바와 일본 히타치가 400억 달러(약 60조원)를 투입해 테네시주와 앨라배마주에 소형모듈원자로(SMR)를 건설하기로 했다. 아울러 일본은 펜실베이니아주와 텍사스주에 330억 달러(약 49조원)를 투자해 천연가스 발전소 건설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번 대미투자 규모는 지난달 발표된 1차 프로젝트 규모인 360억달러(약 54조원)의 두 배 이상이다. 일본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낮추는 대신 미국에 5500억 달러(약 819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또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은 이란 미사일·드론을 방어하기 위해 중동에서 수요가 많은 SM-3 요격미사일 생산량을 빠르게 4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또 회담 이후 미국의 에너지 생산 확대를 지원하고 원유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일본 내 미국산 원유 비축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미 국가안보회의(NSC) 출신 미라 랩 후퍼 아시아그룹 선임 고문은 “일본은 자국 안보를 강화하는 동시에 미국에도 더 많은 기여를 하고 있으며, 중동에서도 건설적인 역할을 수행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 특유의 '스킨십 외교'도 부담 완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이름으로 부르며 친근감을 표시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많이 존경한다", “일본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선거"라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도중 일본의 진주만 공습을 언급하며 다카이치 총리의 표정이 굳어지는 장면도 있었지만, 이는 곧 수습됐고 일본 언론 역시 전반적인 긍정적 분위기에 주목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유라시아그룹의 제러미 챈 선임 애널리스트는 “이번 정상회담 이후 미일 동맹이 더욱 공고해졌다"며 “다카이치 총리 입장에서는 완전한 승리에 가까운 결과"라고 평가했다. ◇ “한국도 역할해야"…트럼프, 동맹국 참여 재차 압박 이렇듯 일본이 호르무즈 파병을 사실상 거부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초점을 한국으로 전환하면서 군사적 지원에 대한 기대를 드러났다. 그는 지난 20일 백악관에서 '여전히 한국이 미국을 지원하길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나는 한국을 사랑한다. 우리는 한국과 훌륭한 관계다"며 “우리는 한국을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해협을 이용하는 나라들이 관여한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한국·일본 등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하는 국가들이 해협 통행 정상화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서로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본은) 군함 대신 외교를 택했고 이란은 일본 선박의 통과를 허용하겠다고 했다"며 “우리가 군함을 보낸다면 이란은 우리를 적국으로 분류하고 우리 선박의 호르무즈 통과를 막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파병이 오히려 에너지 수송로를 끊는 것"이라며 “외교로 에너지를 지키는 자가 이긴다. 서희의 외교담판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트럼프 대통령의 파병 요구에 호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는 군사·경제·통상을 결합한 '패키지' 방식"이라며 “파병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이는 경제·통상 분야의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수영 의원은 “대미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고 목소리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조정훈 의원은 “파병이 곧 국익"이라고 주장했다. ◇ 반대 여론 60% 넘어…정부, 동맹과 민심 사이 '고심' 국내 여론도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파병에 반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지만 한미동맹이란 외교적 명분과 실익 등을 둘러싼 국민들의 인식 차이가 엇갈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9일 발표한 '미국의 해군 파병 요청 관련 긴급 현안 조사' 결과(표본오차 95%·신뢰수준 ±3.1%포인트)에 따르면 응답자 60.9%가 파병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20대(48.6%)와 30대(46.6%)에서 찬성 응답이 많았다. 반면 40대(66.3%), 50대(74.4%), 60대(64.7%) 등 40대 이상 중장년층에서는 반대 의견이 강했다. 또 파병 결정 후 에너지 및 수출입로 확보 등 경제적 실익에 대해서는 47%가 '도움될 것', 47.3%는 '도움 안 될 것'으로 답해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한국갤럽이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 95%·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도 '파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55%, '파견해야 한다'는 응답은 30%였다. 정부는 일단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규탄하는 주요7개국(G7) 성명에 동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적 지원 요구는 비껴가면서 상징적 차원에서 미국을 지지하고 안전과 평화를 촉구하는 취지로 풀이된다. 우리나라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함께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재개를 위해 결집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마르크 뤼터 NATO 사무총장은 22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출연해 “좋은 소식은 목요일(지난 19일) 이후 22개국의 그룹, 대부분 나토 회원국이지만 일본, 한국, 호주, 뉴질랜드,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이 “호르무즈 해협이 가능한 한 즉시 자유롭고 개방되도록 만들겠다는 그(트럼프 대통령)의 비전을 실행하기 위해 함께 모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제59차 중앙통합방위회의를 주재한다. 중앙통합방위회의는 매년 국가 방위 요소별 주요 직위자들이 모여 통합방위 태세를 평가하고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이 에너지 안보 위기 대응 방안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 파병 가능성에 언급할지 주목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인사이트] 트럼프, BTS, 그리고 K방산

말은 마음의 거울이자, 그 사람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보여주는 창이다. 공적인 위치에 있는 이들의 언어는 개인 차원을 넘어 그 조직과 국가의 격조를 결정짓는다. 최근 전해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새로울 게 없긴 하여도, 그 일관성에 재삼 놀라고 또 '경탄'하게 된다. CNN의 에런 블레이크 기자가 지적했듯, 트럼프 대통령의 언어가 금도를 넘은 지 오래다. 그는 로버트 뮬러 전 FBI 국장의 사망 소식에 “죽어서 기쁘다"고 환호하는가 하면,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등 고인이 된 정적들을 향해 저급하고 몰지각한 비난을 쏟아냈다. 블레이크 기자는 “수년간 이어온 저급한 발언들의 정점"이며 “이제는 단순히 막말하는 수준을 넘어 죽음을 노골적으로 축하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더 큰 비극은 트럼프의 천박한 언어가 실제 행동과 일치를 이룬다는 점이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권력자의 언어가 타인의 삶을 파괴하는 행동으로 이어진 사악한 언행일치의 심각한 사례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1865년 3월 4일, 남북전쟁 막바지에 행한 제2차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 “누구에게도 악의를 품지 말고, 모든 이를 향한 자애로운 마음으로(With malice toward none; with charity for all)"이란 유명한 말을 남겼다. 트럼프는 모두에게 악의를, 자신에게만 자애로운 언어를 구사하는 듯하다. 국가 간의 이해관계가 얽힌 방산 수출 현장은 다른 의미에서 언어의 품격이 시험대에 오르는 곳이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원유 공급 협상 과정을 설명하며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원유 수급과 방산을 계속 연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성과를 과시하기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은 바람직한 태도다. 중동의 비극적인 전쟁 상황 속에서 우리 무기의 경이적인 요격률과 방산 대박을 찬양하는 보도가 자칫 초상집 옆에서 잔치를 벌이는 형국이 될 수 있다는 한겨레신문의 관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한겨레가 사실 확인의 어려움과 인도주의 관점을 들어 보도를 절제한 것은 언론의 기능과 품격이 만나는 지점을 보여준다. 확인되지 않은 승전보를 옮기기보다, 왜 우리가 이 시점에서 침묵하거나 신중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더 나은 보도가 될 수 있다. 보도하지 않은 이유를 보도하는 제3의 길이 언론에게 적절한 타협안이 된다. 대중문화 예술인으로서 BTS가 21일 공연에서 보여준 태도 또한 긍정적이다. 그들은 화려한 조명 아래서 그들의 아미뿐 아니라, 슈가와 지민 등이 직접 언급했듯 공연의 안전을 위해 헌신한 경찰과 서울시 관계자들에게 거듭 사의를 표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한 이들의 존재를 인정하는 감사의 언어는 공동체에 대한 존중이자 품격의 발로다. 만일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더 바랄 것이 없어진다. 트럼프가 천박한 말과 사악한 행동의 일치를 보여주었다면, 반대로 품격 있는 언어에도 상응하는 행동이 따라붙는다면 더 아름다운 모습이 되지 않을까. 따뜻한 감사의 말을 넘어, 광화문이라는 공공의 장을 활용한 BTS가 공공의 가치를 위해 뭔가 실제적인 행동까지 보인다면 무대의 상업적 품격이 무대 밖에서 인격적이고 실천적인 품격으로 완성된다. 품격 있는 언어는 단순히 미사여구를 늘어놓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타인의 슬픔에 공감할 줄 알고, 자신의 성과 앞에서 겸손하며, 보이지 않는 곳의 헌신을 기억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사회의 지도층이 내뱉는 말은 신중해야 한다. 그만큼 의무가 따르지 않지만 스타들의 말에도 품격이 서리면 좋다. 내뱉는 말의 격이 곧 삶의 격이 되고, 그 격조가 다시 행동으로 순환하는 사람을 뉴스에서 더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bienns@ekn.co.kr

[EE칼럼] 재생에너지는 산업 연료이고 안보 자산이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반감을 자주 드러냈다. 법원의 저지를 받기는 했지만, 수억 달러에 달하는 해상풍력 발전 사업을 무산시키려 했고, 육상풍력 발전 사업도 막으려 했다. 다른 국가들에게 화석연료로 회귀하도록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영국을 향해서는 “나라 곳곳에 풍력발전기가 설치되어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태양광 패널에 대해서도 경관을 해치는 흉물, 매우 비효율적인 것이라고 비난했고, 세기의 사기극이라고까지 불렀다. 그는 화석연료를 우선시 하며 태양광 프로젝트 수백 건의 최종 승인을 막았다. 그러나 최근 기류가 변하고 있다. 미국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인해 큰 폭의 전력수요 증가를 겪고 있다. 기술 기업들은 전력 부족으로 인해 투자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여기서 재생에너지의 실용적 가치가 부각되었다. 화석연료나 원자력 발전소는 건설에 긴 시간이 소요되지만, 태양광과 풍력은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내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효율적인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구글은 미시간주 남동부에 계획된 1GW 규모의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20년간 2.7GW 규모의 태양광, ESS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두 번째 계기는 지정학적 위기와 에너지 안보이다. 미국의 이란 공격이 이를 부각시켰다. 에너지를 외부의 장거리 운송이나 분쟁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것은 국가 안보에 치명적일 수 있다. 반면 태양과 바람은 특정 국가가 독점할 수 없으며, 운송로 봉쇄 위험에서도 자유롭다. 이번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급등이 글로벌 시장을 흔들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많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그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기반인 MAGA 진영도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미국 국토안보 보좌관인 스티븐 밀러의 아내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추종자인 케이티 밀러는 최근 “태양에너지는 미래의 에너지이다. 우리는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 태양광 발전을 빠르게 확대해야 한다."라는 글을 올렸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토니 파브리치오 공화당 여론조사 전문가 등 트럼프의 주요 측근들도 전력수요 급증과 에너지 가격 부담이 유권자들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름에 따라 태양광발전 홍보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어조조차 바뀌었다. 그는 미국의 에너지 비용 인하를 최우선 과제로 삼으면서, 태양광 발전이 해결책의 원동력이 될 수 있고 또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변화의 징후는 그동안 중지시켰던 여러 대규모 프로젝트의 허가 절차를 재개한데서 나타났다. 태양광발전을 전력망에 기생하는 존재라고 비판했던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역시 어조를 바꿨다. 그는 태양광 발전이 전력망에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하는 상업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정책 기조의 변화는 통계로 증명된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2026년 미국은 역대 최대 규모인 약 86GW의 발전 설비를 새로 추가할 계획이다. 이는 2025년의 53GW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주목할 점은 그 구성이다. 신규 설비의 절반 이상(43.4GW)이 태양광이며, 배터리 저장장치(24.3GW), 풍력(11.8GW)이 그 뒤를 잇는다. 천연가스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은 약 6.3GW이다. 재생에너지가 미 전력망 확충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이러한 변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재생에너지는 더 이상 탄소중립의 수단이라는 명분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전력수요가 폭증하는 시대에 재생에너지는 선택이 아닌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재로 재정의되고 있다. AI 산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산업 연료이자, 지정학적 리스크로부터 국가를 지키는 안보 자산인 것이다. 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속도와 자립에 있다. 우리처럼 화석연료 매장량이 부족한 국가들에게 있어 태양광과 풍력이 이를 적극적으로 담당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조차 실용적인 해답을 찾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우리도 이미 수립된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할 때, 비로소 AI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에너지 자립이라는 국가적 숙제 해결을 위해 한발짝 더 나아갈 수 있다. ekn@ekn.co.kr

‘작전 축소’ 하겠다더니…트럼프, 하루만에 “발전시설 날리겠다” 발끈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이 4주째에 접어들며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루 만에 상반된 메시지를 내놓았다.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축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압박 수위를 끌어올린 것으로 해석되지만 무력 충돌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현 시점에서 48시간 이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위협 없이 완전히 개방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이란의 주요 발전시설을 타격할 것"이라며 “가장 큰 발전소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하루 전과는 정반대의 메시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군사적 목표 달성에 매우 근접했다"며 중동에서의 군사 작전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를 두고 전쟁 수위를 다시 끌어올린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중동 전쟁이 트럼프 대통령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와중에 주요 에너지 시설이 잇따라 피격되며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이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글로벌 석유·가스 수송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여파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지난 20일 배럴당 112.1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 급등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하며 통화정책 경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에도 불구하고 매파적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미 국채 금리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3.9% 수준으로 올라서며 지난해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글로벌 채권시장의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금리도 4.39%로 지난해 8월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국채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TD증권의 제나디 골드버그 미 금리 전략 책임자는 “이란을 둘러싼 충돌이 격화되고 장기화되면서 미 국채 시장은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은 더 이상 올해 금리 인하를 반영하지 않고 있고 오히려 일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반영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국채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준의 정책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값도 크게 흔들렸다. 지난 20일 4월물 국제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4574.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값은 지난주에만 11% 급락하며 1983년 이후 최대 주간 낙폭을 기록했다고 CNN은 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연말 목표치를 기존 7500에서 7200으로 하향 조정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공급 충격이 기업 수익성과 경제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연말까지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경우 S&P500 주당순이익(EPS) 컨센서스는 2~5% 하향 조정될 것"이라며 “유가 상승폭이 더 커질 경우 하락 압력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이번 전쟁이 4주째에 접어들었음에도 뚜렷한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AFP통신은 “중동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지만 명확한 출구는 여전히 부재하다"며 “미국의 목표와 이란의 버티기 능력 모두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제니퍼 웰치 등은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선택지가 제한된 상황"이라며 “이란 지도부를 겨냥한 공격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제와 미국의 요구에 대한 저항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선택지는 두 가지로 좁혀진다"며 “군사 작전을 종료해 긴장을 완화하거나, 이란의 굴복을 유도하기 위해 충돌을 더욱 격화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현금 확보해라”…중동전쟁 장기화에 금융시장 ‘패닉셀’ 나올까 [머니+]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4주차로 접어드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시장이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전쟁 장기화 조짐에 원유 공급 차질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지면서 주식·채권·금 전반에서 '패닉셀'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주식 비중 축소와 현금 확보를 권고하고 나섰다. 21일 인베스팅닷컴 등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96% 내린 4만5577.47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51% 하락한 6506.48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2.01% 급락한 2만1647.61에 각각 마감했다. 이날 하락으로 뉴욕증시 3대 지수는 4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며 모두 연중 최저 수준으로 밀렸다. ◇ 엇갈린 메시지에 불안 증폭…전쟁 장기화 우려 확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이란 공습을 결정했지만, 그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은 하나의 낙관적 시나리오를 주목하면서 움직여 왔다.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조기에 개방돼 원유 공급 차질이 제한적일 것이고, 이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들도 통화 완화 사이클을 재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했었다. 그러나 중동 에너지 시설이 잇따라 피격되는 등 무력 충돌 여파가 확대되는 상황에 전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불안을 키웠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이란과) 휴전을 하고 싶지 않다"며 “상대방을 박살낼 때는 휴전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렇게 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이란의 테러 정권에 대한 중동에서의 대규모 군사적 노력을 점차 축소하는 것을 검토하는 가운데, 군사적 목표 달성에 매우 근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출구 전략을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반대된다는 측면이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관리들은 백악관이 이란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을 점령하려는 계획에 무게를 두고 중동에 2000명 이상의 해병대를 추가로 파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을 상대로 전쟁 직전까지 협상 의지를 밝히다가 기습적으로 군사작전에 돌입했던 전례를 고려하면 이번 발언 역시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신호로 해석된다. ◇ 브렌트유 100달러대…금리 인하 기대감 '소멸' 이 같은 불확실성을 국제유가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6월물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2.53% 오른 배럴당 106.4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 연중 최고치이자 2022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배럴당 98.32달러를 기록하며 100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RBC캐피털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현 시점에서 이번 충돌이 제한적 국면에 그칠 것이라는 신호는 전혀 없다"고 평가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중동 지역에서 하루 약 1000만배럴 규모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며, 이번 사태가 글로벌 원유 시장에 역대 최대 수준의 공급 충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가 추가 상승 가능성도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공급 차질이 4월 말까지 이어질 경우 사우디아라비아가 유가 180달러 돌파를 기본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투자자들도 유가의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브렌트유에 대한 자산운용사들의 주간 순매수 포지션은 7만7672건 증가해 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급등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하며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경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전혀 인하하지 않을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실제로 미 국채 금리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3.9% 수준으로 올라서며 지난해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글로벌 채권시장의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금리도 4.39%로 지난해 8월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국채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TD증권의 제나디 골드버그 미 금리 전략 책임자는 “이란을 둘러싼 충돌이 격화되고 장기화되면서 미 국채 시장은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은 더 이상 올해 금리 인하를 반영하지 않고 있고 오히려 일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반영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국채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인 요아힘 나겔 분데스방크(독일 중앙은행) 총재는 블룸버그에 “더 제약적인 통화정책 기조가 필요해질 수 있다"고 말하면서 이르면 내달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연준의 정책 경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값도 흔들렸다. 이날 4월물 국제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4574.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값은 이번 주에만 11% 급락해 1983년 이후 최대 주간 낙폭을 기록했다고 CNN은 전했다. 시버트 파이낸셜의 마크 말렉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 주는 시장이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한 전환점"이라며 “이번 충돌은 종료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운 장기전일 뿐 아니라, 중동 에너지 인프라 전반에 대한 직접 공격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확산됐다"고 진단했다. ◇ “이제 시작"…증시 추가 하락 압력 커진다 문제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앞으로 추가로 위축될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는 점이다. 고유가의 여파는 가계 소비와 기업 수익성, 금융 여건, 환율, 통화정책 등 다양한 방면에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가계는 연료비 증가로 다른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고, 기업은 비용 상승 압박을 흡수하거나 소비자에게 전가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디젤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실물경제 전반에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시장의 경우 금리 인하를 전제로 형성된 밸류에이션이 되돌려질 가능성이 있고 신흥국 시장에서는 자국내 정책 대응으로 상쇄할 수 없는 자금 유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골드만삭스의 크리스티안 뮐러-글리스만 자산배분 리서치 책임자는 “이번 금리·에너지 충격이 지속되거나 심화될 경우 자산 전반의 성장 기대는 더 약세 방향으로 재조정될 수 있다"며 “현재 시장은 성장 둔화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프리야 미스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번 사태는 역사상 가장 큰 에너지 충격 중 하나로, 이를 완화할 뚜렷한 정책 대응 수단이 제한적인 만큼 경기침체 위험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기업과 가계의 재무 건전성이 충격을 흡수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주식과 신용시장이 지나치게 견조한 모습을 보여왔다"고 말했다. 이에 소시에테 제네랄(SG)은 글로벌 주식 비중을 5%포인트 줄이고 원자재 비중을 같은 폭으로 확대했다. BCA리서치는 고객들에게 현금 비중 확대와 주식 비중 축소를 권고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향후 3개월 동안 현금 비중을 '비중 확대(Overweight)'로, 신용자산은 '비중 축소(Underweight)'로 조정하고 기타 주요 자산군은 '중립'으로 유지할 것을 제시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 LNG 조용히 웃나”…트럼프가 키운 에너지 대란 [이슈+]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시설이 피격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 대란 우려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20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란은 이스라엘이 자국 가스전을 공격한 데 따른 보복으로 지난 18∼19일 세계 최대 LNG 생산시설인 카타르 라스라판 단지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로 인해 카타르 LNG 수출 용량의 17%가 손상됐다고 사드 알 카비 카타르에너지(QE) 최고경영자(CEO)가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카비 CEO는 이어 “시설 복구 과정에서 연간 1280만톤 규모의 LNG 생산이 향후 3~5년간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 이탈리아, 벨기에, 중국 등으로 향하는 LNG 장기 공급 계약에 대해 최장 5년간 불가항력을 선언해야 할 수 있다"며 “이달 초 선언된 불가항력은 단기 공급 계약에 한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가항력 조항은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계약 이행이 불가능할 경우 책임을 면제하거나 이행을 유예하는 장치다. 블룸버그통신은 “중동 전쟁 발발 3주 만에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이 전반적으로 흔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동 주요 에너지 인프라 피격과 세계적 에너지 운송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휘발유, 항공유, 경유 가격이 급등하고 화물 운송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LNG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원자재로 지목됐다. LNG는 석탄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가교 연료' 역할을 하는 데다 비료·섬유 공장의 동력원은 물론 취사·난방에도 사용된다. 그러나 석유와 달리 글로벌 전략 비축이 없고, 주요 수입국이 장기 계약을 통해 적시에 수입해 소비하는 구조가 굳어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LNG 시장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카타르발 공급 차질이라는 이중 악재를 동시에 맞은 셈이다. 이에 따라 올해 예상됐던 글로벌 가스 공급 과잉 전망도 사실상 뒤집힐 가능성이 커졌다. 블룸버그는 올해 초 “사상 최대 규모의 신규 LNG 공급이 본격화되면서 2030년까지 수입국 우위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2030년 사이 연간 약 3450억 입방미터(㎥) 규모의 신규 LNG 수출 설비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번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충돌이 이러한 흐름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공급 차질이 한 달을 넘길 경우 “빠르게 공급 부족으로 전환된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트레이딩 업체 데이븐포트 에너지의 토비 콥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가 가장 먼저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공급 차질이 수개월 이어질 경우 가격 지표가 다시 급등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시아 신흥국 전반에서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아시아는 카타르산 LNG의 약 80%를 수입한다. 특히 카타르 의존도가 99%에 달하는 파키스탄은 4월 중순부터 발전용 가스 부족 가능성을 경고한 상태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LNG 운임이 두 배 이상 뛰자 베트남과 필리핀은 가격 안정 시까지 구매를 중단했다. 유럽과 아시아 선진국도 예외는 아니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대만은 4~5월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했고, 한국은 대체 가스 확보에 나서면서 석탄 발전의 운영 한도를 올렸다. 그러나 진짜 위험은 가스 재고를 다시 채워야 하는 시점부터 시작된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프란치스코 블랑치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 총괄은 “유럽은 이번 혹한기로 재고가 매우 낮은 상태로, 향후 2~3개월 내 이를 다시 채워야 한다"며 “가스가 부족한 만큼 수요 배분과 같은 조치가 더욱 필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가스인프라스트럭처유럽(GIE)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유럽연합(EU)의 가스 재고율은 28.93%로 지난 5년 평균치인 41.62%를 크게 밑돌고 있다. 통상 EU의 가스 재고율은 3월까지 하락한 뒤 4월부터 10월 말까지 상승하는 흐름을 보인다는 점에서, 이번 여름 재고 확보 과정에서 공급 압박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유럽과 아시아가 제한된 공급을 두고 경쟁하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LNG 가격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수준으로 재차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가스연맹의 메넬라오스 이드레오스 사무총장은 “가격이 급등하면 부유한 국가는 계속 구매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국가는 시장에서 밀려난다"며 “호르무즈 해협에서 사라진 공급을 대체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라이스태드 에너지 역시 겨울 대비 재고를 확보하는 시점에 LNG 가격이 2022년 고점까지 오를 경우 유럽과 아시아 일부에서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번 사태로 세계 1위 LNG 수출국인 미국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 관계자들은 아시아 국가들이 이미 미국산 LNG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대만은 6월 이후에 대한 물량을 미국으로부터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알래스카 LNG를 포함해 비현실적으로 여겨졌던 프로젝트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더그 버검 미 내무부 장관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은 항상 있었다"며 “일본까지 운송 기간이 중동은 24~28일이지만 알래스카는 8일에 불과하고, 이 중 절반 이상은 미국 영해 내에서 이동한다"고 강조했다. 미 LNG 개발업체 벤처글로벌의 마이클 사벨 CEO 역시 “글로벌 LNG 공급의 핵심은 미국과 카타르였다"며 “우리는 여전히 공급 여력이 있고 추가 공급도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리서치 업체 MST마키의 사울 카보닉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가스 위기는 미국의 수출 수익을 증가시키고 가스 기반 제조업과 일자리를 미국으로 끌어들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 역시 또 다른 수혜국으로 꼽힌다. 러시아는 서방 제재 속에서도 중국으로 LNG 수출을 확대하고 있으며, 최근 발표된 중국의 5개년 계획에는 '중-러 중앙 노선 천연가스관' 건설의 가속화가 포함됐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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