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급등한 에너지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이 기존에 약속한 전략비축유 가운데 아직 방출하지 않은 1억배럴을 조속히 시장에 공급하기로 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에너지 가격 안정에 사활을 걸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압박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IEA는 이날 이사회 회의를 마친 뒤 발표한 성명에서 회원국들이 미이행 비축유 물량인 1억배럴의 방출 속도를 높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경유 2000만배럴을 가능한 한 신속하게 방출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앞서 IEA 회원국들은 지난 3월 국제유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원유와 석유제품을 합쳐 총 4억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합의했다. 현재까지 실제 방출된 물량은 3억3000만배럴에 달한다. 주요 7개국(G7)은 이달 초 최대 1억배럴을 추가로 방출하기로 합의했다. 유럽연합(EU) 측은 해당 물량이 지난 3월 합의한 방출 계획 가운데 아직 이행되지 않은 부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이 기존에 합의한 비축유 방출만으로는 에너지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앞서 블룸버그는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IEA 회원국들에 최소 1억배럴의 비축유를 추가로 방출할 것을 비공식적으로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 3월 합의한 미이행 물량의 방출을 완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최소 1억배럴을 더 시장에 공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이날 회의에서 추가 방출을 공식적으로 제안하지 않았다. 유럽 측은 현시점에서 추가 비축유 방출이 적절한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IEA 회원국들은 기존에 약속한 비축유의 방출을 서두르기로 했지만, 미국이 요구한 새로운 1억배럴의 추가 방출에 대해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에너지부는 성명을 통해 “경유에 초점을 맞춘 추가 조치들을 검토하고 있으며 실행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공급 차질을 최소화하고 에너지 가격을 낮추기 위한 기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유럽 국가들에 지속적으로 책임을 묻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G7 발표 이후 IEA에 가입한 모든 유럽 국가들이 지난 3월 약속한 비축유 방출을 즉각 완료하고 추가 물량도 방출하기로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유럽 국가들에 비축유 방출 확대를 압박하는 것은 이란 전쟁과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으로 글로벌 경유 공급이 빠듯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산업과 운송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경유의 공급난이 심화하면서 경유 가격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에 미국 정부는 유럽 국가들에 에너지 시장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유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산 경유의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경유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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