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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은 보조금, 한국은 세금 감면…K칩스법, 효과 있을까

한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입한 K칩스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적인 지원방안이 마련됐다.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K칩스법은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는 환영하면서도, 실제 산업 발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보조금 제도는 도입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아쉬움도 나타내고 있다. 2일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K칩스법의 핵심은 반도체를 포함한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시설투자 세액공제율 인상이다. 이번 법 개정으로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세액공제율은 기존 15%에서 20%로, 중소기업은 25%에서 30%로 각각 5%포인트씩 상향 조정됐다. 이는 기업들의 투자 부담을 줄이고 더 많은 시설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또한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지원도 강화됐다. 신성장·원천기술 및 국가전략기술 R&D 세액공제 적용 기한이 2029년 말까지 5년 연장됐고, 반도체 R&D 세액공제는 2031년 말까지 7년 연장됐다. 이는 기업들의 장기적인 연구개발 계획 수립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국가전략기술의 범위도 확대했다. 인공지능(AI)과 미래 교통수단도 국가전략기술에 포함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는 반도체 산업과 연관된 신기술 분야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러한 K칩스법의 도입 배경에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치열한 경쟁 구도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미국의 CHIPS Act와 중국의 대규모 반도체 산업 지원책 등 주요국들의 공격적인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미국의 CHIPS Act는 2022년에 제정돼 약 793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 대출, 세액공제, R&D 지원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는 2022년부터 2031년까지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비해 한국의 K칩스법은 규모면에서는 작지만, 세액공제와 우대 대출을 결합한 프로그램으로 발전해왔다. 세제 혜택 확대를 통해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고 R&D 활동을 지원하는 제도로 직접적인 지원은 아니지만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요한 장치라는 평가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도 포함돼 있어, 반도체 산업 생태계 전반의 균형 있는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K칩스법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이 세제 혜택 외에도 상당한 규모의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지원 정책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들은 세제 관련 입법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현재 시스템 반도체 시장의 점유율 하락 문제가 심각하고, 주력 분야인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저가 전략으로 인한 DRAM 가격 하락, R&D 투자 부족, 전문 인력 부족 등의 문제가 많다. 이는 이번 K칩스법과 더불어 산업 전반의 혁신과 구조 개선을 필요로 한다는 분석이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의 경우, 한국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2023년 2.3%에서 2025년 2%, 2027년에는 1.6%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한국 반도체 산업 구조가 가진 취약점을 드러내는 것으로, 산업 구조의 다각화와 고부가가치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가 주도해야 할 R&D 투자 측면에서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 미국 기업들이 매출의 약 20%를 R&D에 투자하는 반면, 한국 기업들은 약 9%만을 투자하고 있어 혁신 역량 강화를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K칩스법이 R&D 세액공제 기간을 연장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기업들의 자발적인 R&D 투자 확대를 유도할 수 있는 추가적인 정책적 지원이 요구된다. 전문 인력 양성 또한 중요한 과제다. 반도체 산업의 급속한 발전과 기술 고도화로 인해 고급 인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현재의 교육 시스템으로는 이를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산학협력 강화, 해외 인재 유치, 재교육 프로그램 확대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로벌 협력 강화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의 국제 협력 네트워크 구축은 매우 중요하다. 기술 제휴, 공동 연구 개발, 인력 교류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 요구된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K칩스법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지만, 산업의 구조적 문제 해결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보다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와 업계는 K칩스법의 효과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산업 구조 개선, R&D 투자 확대, 인재 양성, 글로벌 협력 강화 등 다각적인 접근을 통해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국가 AI 컴퓨팅센터, 유치 경쟁 과열에 ‘본말전도’ 우려

정부가 2조5000억 원을 투입해 추진하는 '국가 AI 컴퓨팅센터' 설립을 두고 지자체 간 유치전이 가열되고 있다. 광주, 대구, 포항 등 주요 도시들이 저마다 최적의 입지 조건을 내세우며 경쟁에 나선 가운데, 사업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지난 1월 22일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와 민간이 공동 출자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2027년까지 1엑사플롭스(EF) 이상의 컴퓨팅 성능을 갖춘 AI 컴퓨팅센터를 조성하는 것이 골자다. 수도권 전력난 해소와 지역 균형 발전을 고려해 센터는 비수도권에 구축될 예정이다. AI 컴퓨팅센터는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컴퓨팅 자원을 제공해 AI 연구개발(R&D), 초거대 AI 모델 개발, 국산 AI 반도체 활용 등을 지원하는 핵심 인프라다. 정부는 이를 통해 글로벌 AI 경쟁에서 한국이 상위 3대 국가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 발표 이후 주요 지자체들은 앞다퉈 적극적으로 유치전에 나선 모습이다. 먼저 광주광역시는 국가 AI 데이터센터 운영 경험을 내세우고 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4269억 원을 투자해 AI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를 조성한 데 이어, 2029년까지 9000억 원 규모의 AX 실증밸리 확장 사업을 추진 중인 곳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AI 산업은 속도전이며, 기존 AI 데이터센터 운영 경험이 있는 광주가 국가 AI 컴퓨팅센터를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광역시도 경제자유구역인 수성알파시티를 기반으로 유치 경쟁에 나섰다. 2008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이 지역은 규제 특례와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AI 컴퓨팅센터 유치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주장이다. 포항시는 지난해 10월 경상북도에 유치 제안서를 제출하고, 포스코홀딩스, 삼성, LG, 구글, AMD, KT 등과 협력해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포항은 포스텍 등 우수한 연구기관과 안정적인 전력 공급 능력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AI 가속기센터 구축 계획도 내놓았다. 전라남도는 해남군 남쪽 목포에 건설 중인 친환경 스마트도시 '솔라시도'를 후보지로 제안하며 재생에너지 활용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들이 국가 AI 컴퓨팅센터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선 정부가 대구모 투자를 통해 민관 합작 투자를 통해 센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은 지역 경제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예산 투입은 지역 내 건설 및 관련 산업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삼성전자와 SK, 네이버, 카카오, 이동통신사 등 대기업들의 참여가 예상되는 만큼, 일자리 창출과 함께 지역 기술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AI 컴퓨팅센터가 구축되면 연구소와 기업 등에 GPU 자원을 제공하게 되어, 이는 지역 내 AI 관련 스타트업과 연구 기관의 유치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이러한 복합적인 효과를 고려하면, 지자체 입장에서는 국가 AI 컴퓨팅센터 유치가 지역 발전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사업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자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국가 AI 컴퓨팅센터 설립이 본래 목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I 컴퓨팅센터는 단순한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한국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전략적 거점이라는 점 때문이다. 각 지자체가 경제적 효과를 앞세워 유치전에 몰두하면서, 정작 중요한 AI 기술 발전 논의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AI 인프라 구축에 가장 필요한 것은 전력 공급 안정성과 인프라 구축 용이성, AI 연구 인력 및 기업 집적도, 초고속 네트워크 연결성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지자체들이 강조하는 논리는 주로 기존 투자 내역과 행정적 지원 수준에 맞춰져 있는 상황으로, AI 생태계 전반을 고려하기보다, 유치 자체를 목표로 내세우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가 AI 컴퓨팅센터 설립은 한국의 AI 경쟁력을 결정할 중요한 프로젝트"라며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과열될수록, 사업의 본질이 흐려질 위험도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정치적 논리가 아닌 기술적 필요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신속하고도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롯데, 렌탈 사업 매각 임박…어피니티, ‘렌터카 공룡’될까

롯데그룹의 사업 재편 전략이 국내 모빌리티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롯데는 다음 달 11일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니티)와 롯데렌탈 매각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28일 밝혔다. 매각 대상은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 56.2%로, 매각 금액은 1조6000억원이다. 롯데렌탈의 매각 대금 100% 기준으로는 2조8000억원이다. 롯데와 어피니티는 지난해 12월 6일 구속력 있는 양해각서(바인딩 MOU)를 체결한 후 약 2달간의 실사 과정을 거쳤다. 본계약 체결과 함께 어피니티는 롯데렌탈에 약 2000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유입된 자금은 대주주 변경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 등에 활용될 계획이다. 이번 거래의 핵심은 어피니티의 '볼트온(Bolt-on)'(유사기업인수합병) 전략에 있다. 어피니티는 지난해 8월 SK렌터카를 82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롯데렌탈까지 손에 넣으며 국내 렌터카 시장의 1위(롯데렌탈, 21%)와 2위(SK렌터카, 15%) 업체를 모두 보유하게 됐다. 단순 합산 점유율은 약 36%에 달하며, 장기 렌터카 시장에서는 점유율이 절반 이상으로 상승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편, 이번 매각은 롯데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유동성 위기설 속에서 비핵심 계열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이번 매각을 통해 유입된 자금을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의 재무구조 개선 및 호텔 경쟁력 강화에 투입할 예정이다. 롯데는 향후 그룹의 4대 신성장 동력 중 하나인 모빌리티 분야를 전기차 충전과 자율주행 등 기술 기반 사업 중심으로 발전시켜 나갈 방침이다. 어피니티는 롯데렌탈 인수 후 3년간 SK렌터카와 별도 법인으로 운영하고, 이 기간 동안 롯데 브랜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단기적으로 두 회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 합병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업계 관계자들은 어피니티가 두 회사를 합병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보고 있다. 차량 구매 및 운영 효율성 강화, 데이터 기반 차량 라이프사이클 관리 등에서 통합 운영의 장점이 높기 때문이다.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단순 합산을 가정해 연간 매출액은 약 4조원을 초과하며, 국내 렌터카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배력을 확보하게 된다. 다만 롯데렌탈과 롯데오토케어 노동자들은 매각에 따른 고용 불안을 우려하고 있다. 어피니티는 롯데렌탈 직원들의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기로 했으나, 향후 SK렌터카와의 합병 가능성으로 인한 인력 감축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향후 노사 관계의 변화도 주목된다. 이번 거래로 어피니티는 두 회사의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서비스 가격을 인상하거나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향후 공정거래위원회 등 규제 당국의 감시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합병으로 인한 시장 점유율이 약 36%에 달하더라도, 법적으로 독과점 규제를 받는 기준인 50%에는 미치지 않아 규제 측면에서 큰 장애물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기아 PBV에 삼성 스마트싱스 연동… ‘맞춤형 IoT 솔루션’ 제공한다

기아가 삼성전자와 손잡고 PBV 비즈니스 고객의 이용 경험 혁신에 나선다. 기아는 24일 스페인 타라고나의 타라코 아레나에서 열린 '2025 기아 EV 데이' 행사장에서 '기아 PBV-삼성전자 IoT 솔루션 기반 B2B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고 27일 밝혔다. 행사엔 김상대 기아 PBV비즈니스사업부 부사장, 박찬우 삼성전자 B2B통합오퍼링센터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은 제품과 서비스, 플랫폼의 경계를 넘어 고객에게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양사의 공동된 목표 아래 이뤄졌다. 양사는 지난해 9월 '현대차그룹-삼성전자 기술 제휴 및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이번 협약을 통해 개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했던 기술 협력의 범위를 B2B 사업자 고객으로까지 확대하게 됐다. 협약에 따라 양사는 기아 PBV와 삼성전자의 AI B2B 솔루션 '스마트싱스 프로(SmartThings Pro)'를 연동한다. 이를 기반으로 B2B 고객의 PBV와 차량 외부의 비즈니스 공간이 연결되고 자동화 제어가 가능해진다. 즉, 고객이 '스마트싱스 프로' 기반으로 상황에 따라 필요한 루틴을 설정하면 PBV 내부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IVI(In-Vehicle Infotainment)'에서 입력한 목적지에 따라 루틴이 실행되고, 주행 중에도 쉽고 안전하게 외부 사업장 통합 관리와 모니터링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베이커리 매장을 운영 중인 소상공인 고객이 목적지를 인근 도매시장으로 입력하면 사전에 설정된 영업 루틴에 따라 '재료 구매 모드'가 실행되고, 구매한 재료를 신선하게 운반할 수 있도록 차량 내부 냉장시설이 자동 세팅된다. 재료 구매 후 목적지를 매장으로 입력하면 '출근 모드' 실행으로 매장 도착 전 에어컨, 사이니지, 오븐, 조명 등이 작동된다. 또한 운전 중에도 IVI를 통해 재고 현황과 같은 필요 업무 리스트를 미리 제공받으며 직원 없이도 영업 준비를 할 수 있다. 영업 종료 후에는 목적지를 집으로 입력해 '퇴근 모드'를 실행한다. 미리 공조장치가 작동된 PBV 차량을 타고 귀가하며 매장 내부 기기들의 전원이 꺼지고 에너지 절감 및 보안 관리가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카메라를 통해 이상 행동이 감지되거나 기기가 고장 나는 등 유지 보수 필요한 상황에 대한 실시간 알림도 운전 중 편리하게 IVI로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소상공인의 경우 '무인 영업 모드'를 실행해 별도 직원 없이도 PBV를 활용한 시설 운영이 가능하다. 운전 중에도 IVI를 통해 객실 내외부의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투숙객의 예약 정보를 확인해 원격 체크인 및 체크아웃을 진행할 수 있다. 그 결과 고객은 다양한 비즈니스 환경에 최적화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받을 수 있으며, 업무의 편리함은 물론 영업환경의 생산성이 향상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양사는 PBV 내부에 무선 제어가 가능한 '플러그 앤 플레이(Plug & Play)' 환경 조성을 위해서도 협력한다. 이를 통해 고객은 PBV 차량 내 IVI, 태블릿 등을 활용하여 센서류, 조명, 스마트플러그 등 개인이 소유한 IoT 기기를 손쉽게 통합 제어하고 에너지 관리 등의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양사는 이번 파트너십에 기반한 서비스를 자영업자·소상공인 고객을 대상으로 먼저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PBV 특화 IoT 제품군 △B2B 사업자의 요구에 맞춘 결합 상품 개발 등에도 힘쓰며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 창출, 글로벌 시장의 B2B 고객까지 확보한다는 목표다. 기아는 이번 삼성전자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PBV 고객의 차량 이용 경험을 외부 영역으로 확장하고 다양한 소상공인 고객의 비즈니스 환경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하여 '차량 그 이상의 플랫폼(Platform Beyond Vehicle)'이라는 비전 달성에도 기여할 예정이다. 김상대 기아 PBV비즈니스사업부 부사장은 “기아 PBV와 삼성전자 AI B2B 솔루션 스마트싱스 프로 기반의 사업 협업으로 비즈니스 고객의 차량 이용 경험을 PBV 외부의 IoT 생태계까지 확장하고 새로운 고객 가치 발굴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찬우 삼성전자 B2B통합오퍼링센터 부사장은 “AI B2B 솔루션 스마트싱스 프로와 기아 PBV가 만나 비즈니스 고객들에게 매장과 모빌리티가 연결된 새로운 일상을 선보이겠다"며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B2B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기반으로 최적화된 매장 통합 관리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카카오, AI 경쟁력 높이기 속도…카나나엑스·알파 CPO조직으로 통합

카카오가 카카오톡 기반 사업 영역을 최고제품책임자(CPO) 조직으로 통합한다. 기술 및 서비스 영역으로 나뉜 인공지능(AI) 조직을 합쳐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는 핵심 사업별 역량 결집을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고 27일 밝혔다. 카카오톡과 다양한 서비스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사용자 중심 혁신에 속도를 더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토대로 사업 성장을 본격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해 정신아 대표 취임 직후인 4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AI 중심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첫 번째 조직개편은 조직 구조와 직제를 간소화하는 게 골자였다. 기존 5단계(부문장·실장·팀장·파트장·셀장)로 운영되던 관리자 직급을 2단계(성과리더·리더)로 개편했다. 두 번째 조직개편은 AI 개발 역량을 분야별로 끌어내기 위한 조치였다. 이에 따라 AI 서비스 기획을 담당하는 '카나나 엑스'와 서버에 필요한 언어모델을 지원하는 '카나나 알파'를 조직했다. 당시 최고AI책임자(CAIO) 단일 체제에서 프로덕트 오너(PO)·펑션 오너(FO) 투톱 체제로 바꾸고 이상호 전 CAIO가 카나나 엑스 PO를, 김병학 카카오브레인 각자대표가 FO 직책을 겸직토록 했다.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카나나'로 통합했다. 김병학 성과리더와 김종한 성과리더 공동으로 조직을 이끈다. 카나나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흩어져 있던 조직을 통합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기술 역량을 결집함으로써 카나나 개발 속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신설된 CPO 조직은 토스뱅크 대표를 역임한 홍민택 CPO가 맡는다. 홍 CPO는 토스뱅크 초대 대표로서 신규 시장 개척과 비즈니스 구조 혁신을 통해 흑자 전환, 1천만 고객 달성 등의 성과를 낸 서비스 전문가로 꼽힌다. 홍 CPO는 사용자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전문성을 토대로 카카오톡의 성장동력을 강화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AI 스튜디오를 신설해 AI 신규 사업 기회와 AI 서비스의 기술 협력 기반을 마련하고, 오픈AI를 비롯한 파트너들과의 시너지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카카오는 이날 자체 개발 거대언어모델(LLM) 카나나 라인업의 연구 성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초거대 언어모델 '카나나 플래그'는 글로벌 최고 수준의 한국어·영어 성능을 보였다. 한국어 대화 실력을 따지는 벤치마크(성능지표) '로직코' 기준 9.524를 기록, LG의 엑사원 3.5(9.202)보다 뛰어났다. 영어(와일드벤치 기준)의 경우 69.84로 구글 젬마2(54.14)보다 15점 가량 높았다. 다만 코딩·수학 분야 성능은 경쟁사의 AI 모델보다 다소 떨어졌다. 회사는 경량 언어모델인 카나나 나노 2.1B 모델을 오픈소스로 개발자 커뮤니티 '깃허브'에 배포했다. 연구자·개발자가 활용하기 적절한 크기의 모델로, 온디바이스 환경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증류·업스케일링 등 최신 AI 학습 기법을 사용해 타사의 비슷한 모델보다 개발 비용을 50% 정도 아꼈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롯데, 유동성 ‘수술’ 나서… 건설 본사 사옥까지 매각

롯데그룹이 유동성 확보를 위한 대대적인 자산 매각에 나섰다. 이른바 '수술'에 가까운 이 구조조정이 펼쳐지는 중이다. 최근에는 롯데건설도 서울 서초구 잠원동 본사 사옥 매각을 추진하며 재무건전성 강화에 동참했다. 27일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최근 전 롯데그룹 계열사는 사업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며 비핵심 사업과 자산 매각을 적극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렌탈을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매각했으며, 이달 들어서는 롯데웰푸드 증평공장, 롯데케미칼 파키스탄 법인, 코리아세븐 ATM 사업을 정리했다. 또한 비효율 점포 정리에 나선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롯데지주와 주요 상장 계열사들은 27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IR 데이'를 개최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기관투자자 등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롯데는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한 강도 높은 전략을 공개했다. 2024년 말 기준 롯데그룹의 총 자산은 183조원, 매출액은 80조원으로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나, EBITDA(감가상각 전 영업이익)는 6조원대로 2019년 대비 2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특히 화학군의 수익 감소가 대부분으로 체질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롯데그룹은 올해 중점 추진 전략으로 △포트폴리오 리스트럭처링 △본원적 경쟁력 강화 △글로벌 사업 확장 △신성장 사업 육성이라는 4대 전략을 제시했다. 현재 롯데쇼핑과 호텔롯데는 자산재평가를 통해 각각 8조7000억원, 8조3000억원의 자산이 증가했다. 이를 통해 부채비율은 롯데쇼핑이 190%에서 129%로, 호텔롯데는 165%에서 115%로 대폭 축소됐다. 롯데건설은 PF 우발채무를 2022년 6조8000억원에서 2024년 3조7000억으로 크게 줄였으며, 2025년에는 2조원대로 낮출 계획이다. 현금성자산도 1조4000억원을 확보해 재무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회사채 재무특약 조건 미준수 문제에 직면했으나, 은행 보증과 월드타워 담보 제공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사채권자 집회를 통해 관련 조항을 제거하고 재무 리스크를 해소하는 데 성공했다는 게 롯데 측의 설명이다.. 이어 롯데웰푸드는 Health & Wellness 분야 강화와 인도 시장 진출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2028년까지 매출 5조5000억원, ROE 8~10%, 글로벌 매출 비중 35%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Zero 탄산 라인업 확대와 해외법인 경영 개선에 나서고 있으며, 롯데쇼핑은 백화점 핵심상권 강화와 그로서리 사업 확장으로 2030년 매출 20조3000억원, 영업이익 1조3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Asset Light 전략을 통한 비핵심 사업 축소와 2차전지 소재, 수소에너지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본사 사옥 매각 검토와 함께 '유휴자산', '사업토지' 등 자산 효율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6년까지 부채비율을 150%로 낮추고, 경상이익도 1000억원 이상 추가 증가시킬 계획이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中 로보락 ‘보안 논란’…삼성·LG, 주도권 탈환 ‘기회’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던 중국 로보락이 이용자 개인정보 공유 논란 등으로 소비자 신뢰도에 타격을 입는 모습이다. 이에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이 시장 주도권을 되찾을 기회를 맞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로보락 제품에 대한 사용자 데이터 공유 문제가 불거지면서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보락은 중국 사물인터넷(IoT) 기업 '항저우투야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에 한국 사용자 개인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고 적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로보락 측은 “로봇청소기가 수집하는 영상 데이터와 오디오 데이터 등은 서버에 저장되지 않으며, 제삼자에게 제공되지 않는다"고 해명하며 “한국 법률을 엄격히 준수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 분위기다. 로보락 제품의 데이터 공유 정보를 접한 소비자들은 “중국 제품을 믿고 쓰기 어렵다", “개인정보 유출이 이미 발생한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 로보락은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40%가 넘는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소비자 신뢰도 하락과 함께 점유율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최근 저사양 인공지능(AI) 모델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중국의 딥시크가 정보 유출 우려로 각국에서 사용 금지 조치를 받으며, 로보락을 비롯한 중국산 로봇청소기 업체들에 대한 '백도어'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백도어란 인증을 받지 않고 망에 침투할 수 있는 수단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경계심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로봇청소기 선택 시 보안성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기업은 스마트 가전 전반에서 보안성을 강조해 왔으며, 로봇청소기에도 이를 반영해왔다. 삼성전자는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에 자체 보안 솔루션 플랫폼 '녹스'를 적용해 악성코드 감염, 불법적 접근 등의 위협으로부터 기기를 보호하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LG전자도 엄격한 품질·보안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최고 수준의 보안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신제품에 'LG 표준 보안개발 프로세스(LG SDL)'를 적용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선보일 신제품에서 데이터 암호화, 로컬 AI 처리 방식 적용 등을 통해 보안성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사는 올해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구체적인 출시 시점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확인 불가"라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상반기 내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로봇청소기 신제품 출시를 앞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기존 기조대로 보안성과 개인정보 보호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운다면, 향후 시장 구도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로보락이) 보안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 번 논란이 일면 그 제조사의 제품 사용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며 “(삼성·LG 등) 국내 기업이 보안 기능을 중국 제품 대비 차별화 요소로 삼고 강화된 솔루션을 적용한 신제품을 내놓을 경우, 국내 기업의 점유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블랙웰’의 힘…엔비디아, 연매출 114% ‘폭증’

엔비디아(NVIDIA)가 AI 열풍을 타고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데이터센터 부문이 전년 대비 142% 성장하는 폭발적 실적을 견인한 가운데, 블랙웰 아키텍처는 출시 첫 분기만에 14조원의 매출을 올리며 시장을 장악했다. 엔비디아는 27일 오전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2025 회계연도 4분기(2024년 11월~2025년 1월)에 매출은 393억3100만달러(약 52조5000억원)로 전년 대비 78%, 전 분기 대비 12%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연간 매출은 1304억9700만달러(약 174조5000억원)로 전년 대비 114% 늘었다. 데이터 센터 부문이 실적을 견인했으며, 블랙웰(Blackwell) 아키텍처 기반 제품이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AI 연산을 위한 고성능 컴퓨팅 수요가 급증하면서 데이터 센터 부문의 매출은 356억달러(약 47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93%, 전 분기 대비 16% 증가한 수치다. 연간 기준으로 데이터 센터 매출은 1152억달러(약 153조9000억원)로 전년 대비 142% 늘었다. 게임 부문 매출은 25억4400만달러(약 3조4000억원)로 전년 대비 11%, 전 분기 대비 22% 감소했다. 전문 시각화 부문 매출은 5억1100만달러(약 7000억원)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으며, 자동차 부문은 5억7000만달러(약 7조6000억원)로 103% 성장했다. 이익률도 개선됐다. 4분기 영업이익은 240억3400만 달러(약 32조원)로 전년 대비 77% 증가했고, 순이익은 220억9100만달러(약 29조5000억원)로 80% 늘었다. 연간 영업이익은 814억5300만달러(약 109조원), 순이익은 728억 8000만 달러(약 97조8000억원)로 각각 147%, 145% 증가했다. 희석 주당순이익(EPS)는 4분기 0.89달러(약 1200원), 연간 2.94달러(약 4000원)를 기록했다. 특히 블랙웰의 성과가 실적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블랙웰 아키텍처 제품이 출시 첫 분기 만에 110억달러(약 14조7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엔비디아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시장에 자리 잡았다.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인 AWS,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오라클 등이 엔비디아의 GB200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 엔비디아의 최신 GPU 기술인 블랙웰 아키텍처는 이전 세대인 호퍼 아키텍처 대비 큰 폭의 성능 향상을 이뤄냈다. 블랙웰은 AI 추론 작업에서 최대 25배의 성능 향상을 제공하며, 대규모 AI 추론 작업에서 에너지 사용량을 25배 절감했다. 또 5세대 NVLink 기술을 통해 GPU 간 통신 속도를 1.8 Tb/s까지 끌어올려 대규모 AI 모델 처리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이러한 혁신으로 블랙웰 아키텍처는 최대 10조 개의 매개변수를 가진 AI 모델의 실시간 추론을 가능하게 했다는 설명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는 “추론 AI가 또 다른 확장 법칙을 추가함에 따라 블랙웰에 대한 수요가 놀랍다"며 “학습을 위한 컴퓨팅 증가는 모델을 더 스마트하게 만들고 장기적 사고를 위한 컴퓨팅 증가는 답을 더 스마트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는 AI 기술의 새로운 발전 방향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AI는 '학습'과 '추론' 단계를 거치는데, 기존에는 '학습' 단계 개선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추론' 단계에서도 컴퓨팅 파워를 늘리면 AI 성능이 크게 향상된다는 새로운 '확장 법칙'이 발견됐다. 쉽게 말해, AI가 답변할 때 더 오래, 더 깊이 '생각'하게 해주면 훨씬 더 똑똑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아이디어는 2024년 말부터 여러 AI 회사들이 실험하기 시작했다. 특히 2025년 1월 중국의 딥시크(DeepSeek)가 이 방법으로 만든 AI를 공개해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엔비디아의 블랙웰 GPU는 이 두 단계 모두에서 성능을 크게 높였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블랙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이유다. 한편 엔비디아는 AI PC 시장 성장과 함께 차세대 RTX 50 시리즈 출시로 장기적인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 부문 성장도 기여했다. 엔비디아의 DRIVE 플랫폼이 현대차, 토요타 등 주요 자동차 기업의 차세대 자율주행 시스템에 채택되면서 빠른 성장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공급망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AI 가속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생산이 제한됐다. 특히 게임용 GPU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게임 GPU 공급 부족 문제는 엔비디아의 생산 우선순위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엔비디아는 높은 수익성을 가진 데이터 센터용 AI 칩 생산에 우선순위를 두었고, 이는 게임용 GPU 생산에 영향을 미쳤다. 또 대만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TSMC의 생산에 차질이 생겨 엔비디아의 전반적인 칩 공급에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엔비디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 능력 확대와 공급망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전망도 밝다. 엔비디아는 2026 회계연도 1분기 매출을 430억달러(약 57조4000억원)로 예상하고 있다. AI 시장 확장이 지속되면서 데이터 센터 부문 성장은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글로벌 경기 변동성과 AI 반도체 시장 내 경쟁 심화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엔비디아는 현재 AI 가속기 시장의 70~95%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경쟁은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AMD와 인텔이 AI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를 추격하고 있으며, AMD는 2024년 데이터 센터 GPU 매출이 20억 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스타트업들이 AI 추론 시장을 중심으로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엔비디아의 경쟁 우위는 종합적인 AI 생태계와 CUDA와 같은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있지만, 기술 발달에 따라 경쟁 구도가 변할 가능성도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AI 혁신을 주도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것을 매번 재확인하고 있다"며 “ 데이터 센터와 AI 컴퓨팅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는 가운데, AI PC, 자율주행, 산업용 AI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향후 성장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39조원 시장 잡아라”…삼성·LG ‘프리미엄 빌트인’ 정조준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계가 '프리미엄 빌트인 주방가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급성장하는 이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려는 전략이다. 26일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마켓인사이트(GMI)에 따르면 2023년 179억달러(약 26조원)에 이르던 전 세계 프리미엄 빌트인 주방가전 시장은 오는 2032년 274억달러(약 39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빌트인은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집 안에 붙박이로 설치하는 형태를 뜻한다. 최근 소비자들은 가전제품을 선택할 때 기능뿐만 아니라 디자인과 조화로움도 중요한 요소로 고려한다. 특히, 주방 인테리어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고급 트렌드인 '키친테리어'가 주목받으며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의 인기가 커지고 있다. 고급 트렌드 특성상 대부분의 제품이 고가인 만큼, 소득 수준이 높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좁은 집안 구조로 인해 빌트인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의 전체 가전 시장에서 빌트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이상이다. 미국에서는 주택 시장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진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뉴욕무역관은 “미국인들은 주로 개인주택에 거주하며, 기능과 심미성 모두 높은 수준의 제품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빌트인은 주방 설계 단계부터 가전의 위치와 디자인을 고려해 통일된 마감과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향후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가전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유럽과 미국을 '기회의 땅'으로 보고, 해당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두 회사는 지난해 밀라노 주방 가전 전시회를 통해 유럽 프리미엄 빌트인 주방가전 시장에 진출했으며, 현재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주방·욕실 전시회 'KBIS 2025'에 나란히 참가해 미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럭셔리 브랜드인 '데이코'와 'SKS'를 내세워 고급화를 지향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품 마케팅 포인트 역시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데이코 프리미엄 빌트인 라인업 중 하나인 냉장·냉동고의 내부 전면을 최고급 메탈 소재로 감싸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데이코의 30형 '인덕션 프로레인지' 상단 쿡탑은 고급스러운 무광 디자인에 긁힘 걱정 없는 안티 스크래치 글라스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LG전자는 SKS의 '히든 인덕션'을 “단순한 제품을 넘어 주방 공간 내 전체적인 인테리어를 위한 가전 솔루션"으로 제시하며, 프리미엄 고객을 위한 맞춤형 주방 가전 경험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다만, 프리미엄 빌트인 주방가전 시장 내 경쟁자가 많다는 점은 국내 기업들이 해당 시장을 공략하는 데 있어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보쉬, 지멘스, 밀레, 미국에서는 서브제로 앤 울프 등과의 경쟁이 예고된다. 이들 업체들도 현지 소비자들의 디자인 선호에 맞춘 고급화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국내 업체들이 단순히 고급스러움과 디자인만을 강조하는 것보다는 차별화된 기능을 내세워야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프리미엄 브랜드를 통해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럭셔리 가전을 지향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지만, 이는 이미 경쟁사들도 추구하는 바"라며 “국내 업체들이 고급스러움을 유지하면서 제품 내 인공지능(AI) 기능을 강화하거나 연결성을 높이는 등 차별화된 기능을 추가해야 해외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中 초대형 TV 존재감↑… 삼성·LG ‘최종 방어선’은 AI·OLED

저가·물량공세를 퍼붓던 중국 TV 업체들이 초대형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삼성·LG전자를 위협하고 있다. 기술력 측면에서 한국 제품을 빠르게 따라오면서 점유율이 4년만에 3배 이상 뛰었다. 우리 기업들은 프리미엄 시장을 '최종 방어선'으로 삼고 대응책 마련에 열중하고 있다. 26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중국 가전업체 TCL과 하이센스의 75인치 이상 초대형 TV 시장 매출 기준 점유율은 지난해 각각 15%, 14.6%로 집계됐다. 2020년만 해도 5.1%, 4.2%에 불과했지만 4년만에 3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1위 삼성전자(28.7%) 및 2위 LG전자(15.1%)와 격차도 크게 줄었다. 전체 TV 시장 구도를 보면 중국 업체들의 초대형 분야 약진이 특히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TV 매출 점유율 28.3%를 차지해 왕좌를 지켰다. LG전자가 16.1%로 뒤를 이었다. TCL과 하이센스가 세력을 키워가고 있긴 하지만 점유율은 각각 12.4%, 10.5% 수준이다. 중국 업체들의 주무기는 가격 경쟁력이다. TCL·하이센스 초대형 TV 가격은 성능이 비슷한 삼성·LG전자 상품의 절반 가량에 책정돼 있다. 이들은 쿠팡 등 온라인 채널을 적극 확용해 한국 내 영업활동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소형·저가 제품 분야에서는 중국 TV가 이미 전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TV 시장 규모를 출하량 기준으로 분석하면 TCL·하이센스·샤오미가 31.3%로 삼성·LG전자(28.4%)를 앞질렀다. 2020년에는 중국이 24.4%, 한국이 33.4%였다. 중국산 '물량 공세'에 한국 제품이 설 자리를 잃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오는 배경이다. 우리 기업들은 일단 부가가치가 높은 프리미엄 시장을 사수하며 차별화를 꾀한다는 구상이다. 옴디아 자료를 보면 지난해 2500달러(약 358만원) 이상 고가 TV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매출 기준 점유율이 49.6%에 달했다. LG전자는 30.2%를 차지했다. TCL과 하이센스의 성적은 각각 1.6%, 0.9%에 불과했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무대에서도 삼성은 '비전 AI'를 공개하며 고급화 전략을 구사했다. 비전 AI는 기존 TV 역할을 확대해 사용자의 니즈와 취향, 의도를 미리 파악해 스스로 스마트한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구독 서비스 '삼성 아트 스토어' 저변도 늘린다. 기존에는 라이프스타일 TV '더 프레임' 고객에게만 제공하던 혜택을 올해는 네오(Neo) QLED 모델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고도화 카드를 꺼냈다. LG 올레드 TV의 작년 출하량은 약 318만대로 전세계 시장 점유율 52.4%를 차지했다. LG전자는 최대 4K·144Hz 영상을 지연 없이 전송하는 차별화된 무선 솔루션을 제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알고리즘과 유기 화합물 적층 구조를 바꾼 새로운 밝기 향상 기술 등도 신제품에 녹여 넣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중국 제품 기술력이 한국산을 따라오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판매 라인업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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