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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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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씨 40도 시대의 도시 생존학…물·숲·바람길 연결해야 산다[기후 신호등]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8.09 06:01

국내 관측사상 최고기온 기록 경남 양산
온난화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도시 폭염’
“폭염은 자연재해이면서 도시설계 결과”
폭염 대응도 도시 경쟁력이 되는 시대
도시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기온을 바꿔

폭염에 달아오른 도로 위 '시원한 물줄기'

▲연일 폭염주의보와 찜통더위가 이어진 4일 부산 부산진청 앞 도로에서 살수차가 뜨겁게 달아오른 도로에 물을 뿌리며 열기를 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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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프리카'의 시대가 끝난 것일까.


올여름 전국에서 가장 뜨거웠던 곳은 오랫동안 폭염의 대명사였던 대구가 아니라 경남 양산이었다. 양산은 지난 2일 42.5℃까지 기온이 치솟으며 국내 기상 관측 사상 최고기온을 거듭 새로 썼다. 반면 매년 폭염의 중심으로 꼽히던 대구와 서울은 최근 최고기온 순위에서 상대적으로 뒤로 밀려났다.


물론 올해 폭염은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의 중첩, 지구온난화, 국지적인 푄 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같은 남부 지역에서도 왜 양산이 유난히 뜨거웠는지, 왜 과거 폭염의 상징이던 도시들이 상대적으로 순위가 내려갔는지는 기상 현상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최근 세계 학계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새로운 답을 내놓고 있다. 폭염은 단순히 기후가 아니라 도시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도시의 녹지와 물, 건물 배치, 도로 재질, 바람이 지나가는 통로까지 모두 기온을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 같은 기후 조건에서도 어떤 도시는 더 시원해지고, 어떤 도시는 더 뜨거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세계 각국의 연구는 이제 폭염 대응의 초점을 '더위를 견디는 방법'에서 '도시 자체를 식히는 방법'으로 옮기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급속한 도시 개발을 겪고 있는 양산은 물론 국내 여러 도시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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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2일 기준. (자료=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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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양산시 주변 위성지도.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이고,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사진=구글 지도)


◇“나무를 많이 심는 것"보다 “어디에 심느냐"가 더 중요했다


대표적인 연구가 중국 베이징에서 나왔다. 중국 칭화대학교 건축학과 연구팀은 지난해 7월 국제학술지 '지속가능한 도시와 사회(Sustainable Cities and Society)'에 발표한 논문에서 도시 녹지의 냉각 효과를 정밀하게 분석했다.


연구 결과. 도시공원과 녹지는 지표면 온도를 2~9℃ 낮추고, 공원 내부 기온도 평균 3℃ 정도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공원을 무조건 크게 만드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공원 면적이 약 114.65 ha를 넘으면 추가적인 냉각 효과는 점차 감소했다. 일정 규모 이상에서는 투자 대비 효과가 줄어드는 이른바 '임계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노인 인구가 많은 지역이나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 녹지를 전략적으로 배치했을 때 폭염 위험을 기존 방식보다 117.41% 더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베이징 도심 2~3순환도로 주변처럼 취약계층이 밀집한 지역에 녹지를 집중적으로 확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제안했다.


이는 한국 도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까지는 도시 전체의 녹지율을 높이는 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졌다면, 앞으로는 폭염에 가장 취약한 지역을 찾아 집중적으로 녹지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폭염 이어지는 여의도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63빌딩 전망대에서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한 여의도 도심이 열기로 가득 차 있다. 온도가 높을수록 붉은색, 낮을수록 푸른색으로 표시된다. (사진=연합뉴스)


◇나무도 너무 많으면 밤에는 오히려 도시를 덥힌다


나무는 무조건 많을수록 좋다는 통념도 최근 연구에서는 수정되고 있다.


중국 상하이사범대학교 연구팀은 역시 지난해 7월 같은 '지속가능한 도시와 사회'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나무의 냉각 효과를 두 가지로 구분했다.


첫 번째는 잎에서 수분을 내보내면서 주변 열을 빼앗는 '증산작용'이다. 사람의 땀이 증발하면서 체온을 낮추는 것과 같은 원리다. 두 번째는 잎과 가지가 햇빛을 차단하는 '차광 효과'다.


연구 결과 증산작용은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 사이 가장 활발했고, 폭염이 심할수록 그 효과가 더 빨리 나타났다. 반면 차광 효과는 정오 무렵 가장 강력했으며 하루 동안 비교적 안정적인 냉각 효과를 유지했다.


그러나 의외의 문제도 발견됐다. 나무가 지나치게 빽빽하면 밤에는 오히려 도시가 더 더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관이 너무 조밀하면 낮 동안 흡수한 열이 하늘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숲 안에 머무는 '담요 효과(blanket effect)'가 발생한다. 마치 담요를 덮으면 체온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강변이나 공원, 도시 바람길 주변에는 키 8m 이상의 활엽수를 우선 심되, 공기 흐름을 막지 않을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제안했다.


이는 도시의 가로수 정책도 단순히 경관이나 녹지 면적을 늘리는 수준에서 벗어나, 바람의 흐름과 열 방출까지 고려하는 정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폭염 속 쿨링포그

▲폭염이 이어진 지난 4일 경기도 광명시 가학동 광명동굴을 찾은 시민들이 동굴 앞에 설치된 쿨링포그가 뿜어내는 물안개를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물과 숲을 연결하고, 도로를 바꾸고, 바람길을 열어라


도시를 시원하게 만드는 해법은 더 이상 나무를 많이 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 각국의 연구는 녹지와 물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하고, 건물과 도로의 재료를 바꾸며,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폭염을 관리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도시를 식히는 또 다른 핵심은 물이다. 그러나 최근 연구는 단순히 분수나 인공호수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물과 녹지가 서로 연결될 때 냉각 효과가 훨씬 커진다는 것이다.


중국 소주대학교 연구팀은 2025년 국제학술지 '랜드(Land)'에 발표한 논문에서 중국 푸저우의 도시 공간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같은 면적이라도 물만 있는 공간보다 물과 숲이 함께 조성된 공간의 냉각 효과가 훨씬 뛰어났다.


나무가 만드는 그늘은 수면의 온도 상승을 억제하고, 잎에서 증발한 수분은 공기를 식힌다. 여기에 물이 다시 주변 공기를 냉각시키면서 두 요소가 서로 상승효과를 낸다.


특히 연구진은 강이나 호수의 경계를 직선으로 만들기보다 굴곡이 많은 형태로 조성할 것을 권고했다. 물과 녹지가 맞닿는 면적이 넓어질수록 냉각 효과도 커지기 때문이다.


작은 연못은 주변 전체를 녹지로 둘러싸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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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식히는 바람길. (자료=챗GPT 이미지)


◇아스팔트도 도시를 식힐 수 있다


도시를 뜨겁게 만드는 주범 가운데 하나는 검은색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들 시설도 도시를 식히는 장치로 바뀌고 있다.


호주 그리피스대학교 연구팀은 지난해 '도시 발견(Discover Cities)'에 발표한 리뷰 논문에서 '쿨 루프(cool roof)'를 가장 경제적인 폭염 대응 기술 가운데 하나로 평가했다.


쿨 루프는 햇빛을 많이 반사하는 밝은색 재료를 지붕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태양열 흡수를 줄여 건물 내부 온도를 낮추고 냉방 에너지 사용도 크게 줄인다. 캘리포니아주는 이미 2010년부터 건축 기준에 쿨 루프를 의무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도로 역시 달라지고 있다. 이란 타브리즈대학교 연구팀은 '글로벌 변화를 위한 감축과 적응 전략(Mitigation and Adaptation Strategies for Global Change)'에 발표한 논문에서 반사율이 높은 포장재를 사용할 경우 도로 표면 온도가 10~25℃ 낮아지고, 냉방 에너지 사용량도 15~30%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도쿄는 이러한 기술을 실제 도심에 적용해 도로 표면 온도를 최대 10℃ 낮추고 여름철 전력 피크도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프랑스 파리 시립대학교 연구팀은 '에너지와 건물(Energy and Buildings)'에 발표한 연구에서 기존 건물에도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루프 워터링(roof watering)' 기술을 제안했다. 이는 지붕에 물을 분사해 물이 증발하면서 주변의 열을 빼앗는 원리를 이용한다.


실험 결과 지붕 표면 온도는 최대 30℃ 낮아졌고, 건물 내부로 전달되는 열도 30~60%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특히 쿨 루프와 루프 워터링을 함께 적용하면 냉각 효과는 더욱 커지고 물 사용량은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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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 루프는 지붕에 흰색 페인트로 태양빛을 반사해 냉방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자료=챗GPT 이미지)


◇AI가 폭염을 관리하는 시대


폭염 대응은 이제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시와 그리스 에게대학교 공동 연구진은 '전기전자공학회 학술지(IEEE Access)'에 발표한 논문에서 도시 전체를 컴퓨터 속에 그대로 구현하는 '그래프 기반 디지털 트윈' 시스템을 제안했다. 구글 솔라(Google Solar)의 태양복사 자료와 오픈스트리트맵의 도로망, 인구 데이터를 통합해 폭염 위험지역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어느 지역의 위험이 주변으로 확산되는지까지 예측했다.


특히 응급차가 고령자 밀집지역에 가장 빠르게 도착할 수 있는 최적 경로를 자동으로 계산하고, 시민들이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쿨 스팟'을 전략적으로 배치하는 기능도 구현했다.


폭염 대응이 더 이상 단순한 기상 예보가 아니라 도시 운영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연구팀은 지난달 국제학술지 '지구의 미래(Earth's Future)'에 발표한 논문에서 빗물 저장시설과 옥상 살수(roof sprinkling)를 결합한 시스템이 도시 폭염 대응의 효과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도시기후모델(CLMU)과 머신러닝 기반 최적화 기법을 활용해 일본 도쿄를 분석한 결과, 빗물을 저장해 폭염 시 지붕에 살수하면 냉방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은 물론 극한기온과 폭염 발생일수, 연속 폭염의 강도까지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빗물 저장조를 지나치게 크게 설치한다고 효과가 비례해 증가하는 것은 아니고, 살수를 시작하는 기온 기준을 적절하게 설정하는 것이 시스템 성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앞으로 기후변화로 폭염이 심해질수록 이러한 빗물 수확·옥상 살수 시스템의 냉각 효과와 에너지 절감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ASIA-WEATHER/JAPAN

▲지난달 15일 일본 도쿄에서 폭염 속 한 여성이 시원한 미스트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대구는 준비했고, 서울도 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변화는 시작됐다. 호주 그리피스대학교 안수현 연구팀이 지난해 '환경(Environments)'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대구는 전국 최초로 폭염 대응계획을 수립하고 도시열섬 대응을 별도 정책으로 추진해 왔다. '푸른 대구 가꾸기' 사업을 통해 54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고, 도시 바람길 숲을 조성해 산지의 찬 공기가 도심으로 흐르도록 유도하고 있다. 도로에 지하수를 분사하는 '클린로드'와 버스정류장의 '쿨링포그'도 전국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운영 중이다.


서울도 3000만 그루 나무 심기 사업아 함께 스마트 그늘막과 클린로드를 확대하고 있다. 다만 대구와 비교하면 쿨 루프 지원이나 폭염 대응을 도시계획과 연계하는 제도는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산도 도시 바람길 분석을 도시계획에 반영하려 하고 있다.


국내 도시들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산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가 도심으로 흐를 수 있도록 도시 바람길을 확보해야 한다. 건물 높이와 배치를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검토하고, 신규 개발지에는 바람길을 의무적으로 반영하는 제도도 필요하다.


녹지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거대한 공원 하나를 만드는 것보다 폭염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작은 녹지와 수변 공간을 연결한 '그린-블루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건물에는 쿨 루프와 옥상녹화를 확대하고, 도로와 주차장에는 반사율이 높은 투수성 포장을 적용해야 한다.


아울러 위성 자료와 기상 정보, 인구 데이터를 결합한 디지털 트윈 시스템을 구축해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이 밀집한 지역을 실시간 관리하고, 폭염 시 응급 대응 체계를 정교화해야 한다.


폭염은 이제 여름철 불편을 넘어 도시의 생존을 좌우하는 재난이 됐다. 이는 앞으로 도시 경쟁력은 얼마나 높은 건물을 세우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시민이 안전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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