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그룹의 물류 계열사 현대글로비스가 '체질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북미·유럽 등에서 거점을 빠르게 확대하는 동시에 초대형 자동차운반선을 도입하는 등 본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동시에 인공지능(AI) 시대를 대비해 신기술을 적극 개발하는 등 미래 영업 환경 변화에도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항만청과 '유럽 완성차 공급망 허브 구축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현지 항만에 자동차운반선(PCTC) 전용 터미널을 마련하기 위한 전초 작업이다. 유럽 완성차 물류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 곳에서 차량 보관 및 출고 전 품질점검부터 내륙운송까지 이어지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게 업체 측 구상이다. 현대글로비스가 유럽에서 단독으로 완성차 물류 전용 항만 거점을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미에서는 물류 거점을 확대하며 세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올해 1분기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와 조지아주 서배너에 각각 복합물류센터와 통합창고를 순차적으로 개소했다. 북미 현지 생산 확대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는 분석이다. LA 복합물류센터는 환적 및 항공 물량 대응에 특화된 복합물류 거점 성격을 지닌다. 서배너 통합창고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가동에 따른 물동량 증가와 인근 지역 비계열 고객사 물량을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생산 연계형 물류 거점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세계 곳곳에 완성차 물류 거점을 구축하며 글로벌 자동차 물류 역량을 높여왔다. 지난 2018년 평택항 자동차전용터미널을 구축했고 2019년에는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 항구 내 완성차 야적장을 추가 확보하면서 100만㎡ 규모 자동차 부지를 전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초로 차량 1만대 이상 운송이 가능한 PCTC를 도입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4월 말 1만800대적 초대형 PCTC '글로비스 리더호'를 완성차 해상운송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자동차 운반선사 중 최초로 1만대적 이상의 PCTC를 도입한 것이다. 해당 선박의 크기는 전장 230m, 선폭 40m에 이른다. 무게는 10만2590t이다. 배 안에는 총 14개층의 화물데크가 있다. 적재공간을 다 합치면 축구장 28개 정도 크기다. 소형차 기준 최대 1만800대의 차량을 실을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번에 도입하는 선박을 포함해 운용 중인 PCTC선대 규모를 2030년 128척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해상 운송하는 완성차 물량 역시 현재 연간 340만대에서 2030년 500만대까지 늘린다는 구상이다. 목표를 실현한다면 현대글로비스는 글로벌 완성차 해상운송 물동량의 약 20% 이상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글로비스는 AI 등을 활용한 신기술 개발에도 열중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AI 기반 선박 적재계획' 수립 기술을 최근 PCTC에 도입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적재계획이란 화물 운송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선박에 화물을 어떻게 배치할지 사전에 설계하는 것을 뜻한다. 현대글로비스의 AI 기반 적재계획 수립 알고리즘에 선박에 실을 차량의 종류와 수량, 선적·양하지 등의 정보를 입력하면 기항 순서와 화물의 중량, 높이를 고려해 최적화 된 선적 위치를 자동으로 도출한다. 현대글로비스는 또 소형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활용해 화물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습도변화와 외부 충격 발생 빈도 등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화물 품질관리를 더욱 고도화기 위해서다. 현대글로비스는 해당 기술을 활용해 운송 중 충격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구간이나 온도와 습도가 변하는 시기 등 화물 품질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사전에 파악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회사는 미래 자율운항선박 시대에 대비해 PCTC 원격운항 기술 검증에도 나섰다. 지난 2일(현지시각)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국제 조선·해양 박람회 '포시도니아(Posidonia) 2026'에서 선박관리 자회사 지마린서비스, 자율운항 솔루션 전문기업 아비커스(Avikus), 한국선급(KR)과 함께 'PCTC 원격운항제어 개념 개발 및 검증을 위한 4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현재 운영 중인 선박 자율운항보조 기술을 원격운항 단계로 고도화하고, 향후 무인 완전자율운항 시대에 필요한 기술과 운영 역량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업계에서는 현대글로비스가 다양한 방식으로 내실을 다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성장을 위한 관건은 영업 활동에 달려 있다고 본다. 물류 경쟁력을 바탕으로 현대차·기아 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고객사로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중국이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 국가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점은 현대글로비스 입장에서 기회 요인이다. 중국 완성차 수출 물량이 늘면 현대글로비스 선대를 활용할 여지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32조785억원, 영업이익 2조1922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완성차 해상 운송 부문에서 현대차·기아를 제외한 비계열 매출의 비중은 약 53%였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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