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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 모니터용 QD-OLED 누적 출하 500만대 달성

삼성디스플레이의 모니터용 퀀텀닷(QD)-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누적 출하량 500만대를 넘어서며 프리미엄 모니터 시장에서 존재감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자사의 모니터용 QD-OLED가 양산 개시 약 4년 만인 지난 3월, 누적 출하량 500만대를 돌파했다고 9일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1년 말 세계 최초로 QD-OLED 양산에 성공하며 프리미엄 모니터 시장에 진입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4년간 연평균 320%를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자발광 모니터 시장의 대중화와 기술 전환을 주도해왔다. 특히 이번 500만대 돌파는 2024년 5월 누적 출하량 100만대를 달성한 이후 2년도 채 되지 않아 이뤄진 성과로, 빠르게 확대되는 글로벌 수요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는 평가다. QD-OLED는 빛 에너지를 흡수해 특정 파장의 빛으로 변환하는 나노미터 단위 반도체 입자인 '퀀텀닷(QD)'을 디스플레이에 적용한 기술이다. 기존 대형 OLED가 별도의 컬러 필터를 통해 색을 구현하는 것과 달리, QD-OLED는 블루 OLED에서 발생한 빛을 QD 발광층이 적색과 녹색으로 변환한다. 이 과정에서 퀀텀닷 특유의 광학적 특성이 구현돼 색 정확도, 컬러 볼륨, 컬러 휘도 측면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 또한 빛을 넓게 분산시키는 특성 덕분에 시야각이 넓고, 응답 속도 역시 우수하다. 이에 따라 액정표시장치(LCD) 대비 동일한 주사율에서도 화면 잔상이 적어 보다 선명한 화질을 구현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에 따르면 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모니터 시장에서 자발광 패널 탑재 제품 비중(매출 기준)은 2024년 22%에서 올해 41%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러한 시장 성장 흐름 속에서 에이서, 에이수스, 델, 레노버, 삼성전자 등 20여개 글로벌 고객사와 협력해 150종 이상의 QD-OLED 모니터를 출시하며 생태계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문자 가독성을 개선한 'V(Vertical)-스트라이프(Stripe)' 픽셀 구조의 34형 360Hz QD-OLED를 선보이며 글로벌 모니터 제조사에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기존 대비 빛 반사를 약 20% 줄이고 패널 경도를 3H 수준으로 높인 저반사·고강도 필름 '퀀텀 블랙(Quantum Black™)'을 개발해 올해 출시되는 신제품 전반에 적용했다. '퀀텀 블랙'은 외부 빛 반사를 최소화해 보다 깊은 블랙 표현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게임 환경에서 사물과 배경의 경계를 보다 선명하게 만들어 공간감과 입체감을 높이고 몰입도를 향상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손동일 삼성디스플레이 대형사업부장(부사장)은 “QD-OLED의 빠른 성장과 높은 점유율은 차별화된 화질과 품질 경쟁력, 안정적인 생산 역량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앞으로도 고객과 시장에 밀착한 기술 혁신을 통해 모니터 시장의 흐름을 바꾸고 기술 전환을 지속적으로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기아 “49조원 투자…2030년 413만대 판매 달성”

기아가 오는 2030년까지 내연기관 신차 9종 출시와 하이브리드 13종 운영 등 완성차 라인업을 강화해 연간 판매량 400만대를 돌파하겠다는 중장기 비전을 제시했다.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대규모 투자를 앞세워 미래사업 중심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2030년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한층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9일 기아는 투자자와 애널리스트 등을 대상으로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데이를 열어 전동화·자율주행·로보틱스를 축으로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하고 미래 중장기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이날 기아는 2026년 335만대, 시장점유율 3.8%를 달성하고, 2030년에 413만대, 시장점유율 4.5%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알렸다. 이를 위해 전동화,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미래 핵심 영역을 중심으로 사업 생태계를 확장하고 새로운 가치 창출 기반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우선 지역별 전동화 전환 속도를 고려해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병행 확대한다. 2030년까지 내연기관 신차 9종을 출시하고, 하이브리드 13종을 운영할 계획이다. 판매 목표는 내연기관 198만대, 하이브리드 115만대다. 이와 함께 한국·중국·인도·멕시코 공장을 신흥시장 수요 대응을 위한 핵심 생산 거점으로 활용해 글로벌 유연 생산체계를 강화한다. 전기차 부문에서는 전환 속도를 한층 끌어올린다. 기아는 현재 11개인 전기차 모델을 2030년까지 승용 2종, SUV 9종, PBV 3종 등 총 14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30년 전기차 판매 100만대, 시장점유율 3.8% 달성을 추진하며 대중화 선도에 나선다. 전기차 공급망 경쟁력도 강화한다. 한국을 전기차 개발·생산의 글로벌 허브로 삼아 전 차급을 생산하고 이를 글로벌 시장에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지역별 전략도 구체화했다. 기아는 2030년 413만대 판매 목표 달성을 위해 미국·유럽·신흥시장별 맞춤형 전략을 추진한다. 미국 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기존 4종에서 8종으로 확대하고, SUV 풀라인업 기반의 볼륨 모델 육성과 픽업 시장 진출을 통해 2030년 102만대, 시장점유율 6.2% 달성을 노린다. 유럽에서는 전기차 풀라인업을 기반으로 판매를 확대하고 PBV 사업과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보강해 2030년 74만6000대, 시장점유율 4.8%를 목표로 한다. 신흥시장에서는 인도를 핵심 거점으로 삼는다. 기아는 인도에서 2030년 41만대, 점유율 7.6% 달성을 목표로 △라인업 10개 확대 △시로스 EV·쏘렌토 하이브리드·카니발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8종 운영 △딜러 네트워크 800개 확대를 추진한다. 재무 목표도 제시했다. 올해는 전년 대비 약 7% 증가한 335만대 판매와 시장점유율 3.8% 달성을 목표로 한다. 친환경차 판매는 전년 대비 45% 이상 늘어난 112만2000대로 설정했으며 이 중 하이브리드 69만1000대, 전기차 40만대를 계획하고 있다. 2026년에는 △매출액 122조3000억원(전년 대비 7.2% 증가) △영업이익 10조2000억원(12.4% 증가) △영업이익률 8.3%(0.3%포인트 개선)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는 2028년 매출 150조원, 영업이익률 9%, 2030년 매출 170조원, 영업이익률 10%, 영업이익 17조원을 목표로 제시했다. 투자도 대폭 확대한다. 올해 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1조2000억원 증가한 10조1000억원이며, 2026~2030년 5개년 총 투자액은 기존 대비 7조원 늘어난 49조원이다. 이 중 전동화·자율주행·로보틱스 등 미래 사업에 21조원을 투입한다.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도 속도를 낸다. 기아는 2027년 말까지 고속도로에서 레벨2+ 자율주행이 가능한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을 선보이고 2029년에는 도심까지 확장된 레벨2++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로보틱스와 PBV를 결합한 신사업도 본격화한다. 기아는 향후 선보일 PBV 모델 PV7, PV9에 현대자동차그룹 로보틱스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과 물류 로봇 '스트레치'를 접목해 연간 2880억달러(약 426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 시장 공략에 나선다. 또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2028년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시작으로 2029년 하반기 기아 조지아 공장(KaGA)에 투입한 뒤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기아는 전기차, 하이브리드, 자율주행, 로보틱스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며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환경에서도 차별화된 전략으로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전국민 데이터 접근성 높인다…어르신은 문자·음성 무제한

앞으로는 이동통신 3사의 모든 요금제에 무제한 데이터가 제공된다. 또 어르신들은 문자와 음성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월 3만원대였던 5G(5세대 이동통신) 최저요금제도 월 2만원대로 더 낮아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9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전담 조직(TF)'에서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통신 3사 요금제 개편 방향을 발표했다. 과기정통부는 데이터 중심의 기본 통신권 보장을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인공지능(AI)·디지털 시대 통신데이터 이용이 필수가 된 만큼, 데이터 중심의 요금제 개편으로 모든 국민의 통신 접근권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이번에 발표된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통신 3사의 모든 롱텀에볼루션(LTE)·5G 데이터 요금제에는 요금 인상 없이 데이터 안심 옵션(QoS)이 포함된다. QoS는 기본 제공 데이터를 소진한 이후에도 약 400Kbps 속도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이는 메신저 이용이나 지도 검색 등 최소한의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수준이다. 새로 나오는 요금제뿐만 아니라 기존 요금제도 적용 대상이다. 이에 따라 올해 1월 기준 약 717만 이용자, 연간 약 3221억원의 통신비 절감 혜택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어르신에게는 음성과 문자가 무제한으로 기본 제공된다. 기존에 음성·문자 제공량에 제한이 있는 요금제에 가입한 어르신에 대해서도 음성·문자를 추가 제공한다. 이를 통해 약 140만 어르신 이용자가 혜택을 받게 되고, 연간 약 590억원의 통신비 절감 혜택이 기대된다. 아울러 현재 250개에 달하는 LTE·5G 요금제는 통합해 절반 가까이로 줄인다. 이에 따라 월 3만원 후반이었던 5G 최저 요금제는 2만원 대로 낮아질 전망이다. 청년이나 어르신(시니어) 등이 받을 수 있는 연령대에 따른 요금 할인 혜택도 이제는 별도 신청 없이 자동으로 적용되도록 했다. 이와 함께 과기정통부는 오는 10월부터 최적 요금제 고지제도도 시행한다. 이에 따라 통신사는 이용자의 데이터 사용패턴 등을 고려해 최적요금제를 주기적으로 안내해야 한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AI·디지털 시대에 데이터 접근권은 국민의 일상생활 영위를 위한 기본권과 연결이 되며, 앞으로 통신 3사의 요금제 개편을 통해 기본통신권이 보장되는 이동통신 생태계를 조성해 나갈 것"이라며 “이른 시일 내에 국민이 요금제 개편에 따른 편익을 체감하실 수 있도록, 통신 3사와 요금제 개편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하여 상반기 중 마무리하겠다"라고 밝혔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풍산 “탄약 매각 안 해” 직후 한화 “인수 검토 중단”…M&A 설 일단락

방산업계 대어급 매물로 거론되던 풍산 탄약 사업부문 인수설이 결국 무산됐다. 풍산 측이 매각 의사가 없음을 공식화하자 유력 인수 후보군으로 꼽혔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즉각 검토 중단을 선언하며 상황 정리에 나섰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풍산은 각각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 확정 공시를 통해 탄약사업 인수·매각 논의가 종결되었음을 밝혔다. 먼저 입장을 낸 쪽은 풍산이었다. 풍산은 올해 3월 5일 한국경제신문이 보도한 '풍산, 탄약사업 판다' 제하의 기사에 대해 이날 16시 49분 최종 부인 공시를 냈다. 서정국 풍산 경영지원실 부사장은 “기업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사업 구조 개편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탄약 사업 매각과 관련해 현재 추진하고 있는 바가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풍산의 확정 공시가 나간 직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16시 49분에 대응 공시를 올리며 발을 맞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당초 방산 경쟁력 강화와 무기·포탄 수직 계열화 등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풍산의 탄약 사업부문을 포함한 다양한 사업 기회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검토해왔다. 그러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이날 공시에서 “풍산 방산부문에 대한 인수 검토는 중단됐다"고 공식 발표하며 인수설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간 방산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이 풍산의 탄약 사업을 인수할 경우 화력 체계의 핵심인 포신(한화에어로스페이스)과 탄약(풍산)을 결합해 강력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해 왔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4월 6일 미확정 공시를 통해 관련 내용을 검토 중임을 시사한 바 있다. 하지만 매각 측인 풍산이 사업권 수호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양사 간의 전략적 판단 차이가 발생하면서 결국 인수 논의는 '없던 일'이 됐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포스코홀딩스, 아르헨티나 염호 리튬 광권 100% 확보

포스코홀딩스가 아르헨티나의 고품질 염수 리튬을 채굴할 수 있는 광권을 100% 확보하는 절차를 완료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7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포스코아르헨티나 법인을 통해 캐나다 자원기업 리튬사우스(LIS)가 보유한 옴브레 무에르토 노스 염호 광권 100% 인수를 마무리했다고 9일 밝혔다. 옴브레 무에르토 노스 염호의 리튬 매장량은 약 158만톤으로 추정되며, 리튬 함량은 높은 대신 불순물 함량이 낮아 고품위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현재 리튬 1단계 현지공장을 상업가동하면서 연산 2만5000톤 규모를 생산중이며, 동일한 규모의 2단계 공장도 올해 하반기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이번 염호 리튬 광권 인수까지 포함해 아르헨티나 현지에서만 매장량 기준 총 1500만톤 규모의 염수리튬 자원을 확보한 것을 계기로 앞으로 최소 300만톤 이상의 리튬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11월 해당 염호의 리튬 광권을 확보하기 위해 약 6500만달러(950억원) 투자 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아르헨티나 정부가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투자기업에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를 부여하는 제도(RIGI)의 연내 승인을 앞두고 있다. RIGI 승인이 성사되면 법인세 인하와 관세 면제 등 세제 혜택은 물론 외환 규제가 완화돼 포스코홀딩스 입장에선 사업 수익성 확대 및 자금 운용의 유연성이 높아질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이주태 포스코홀딩스 사장은 7일 인수 완료 서명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추가 확보한 리튬 자원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대응력과 공급망 경쟁력을 더욱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LG화학, BPA 사업 지분 매각 검토…범용 석화 재편 속도

LG화학이 비스페놀A(BPA) 사업부 매각을 포함한 사업재편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8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BPA 사업부 일부 지분을 매각한 뒤 합작법인(JV)을 세우는 방안을 비롯해 구조 개편을 어떻게 할지 다양한 안을 두고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PA는 폴리카보네이트 수지나 에폭시 수지의 원료로 사용된다. 폴리카보네이트와 에폭시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만드는 데 쓰인다. LG화학은 이날 충남 대산공장에서 국도화학, 삼일회계법인과 BPA 사업부와 관련한 실사를 진행했다. LG화학은 지난해 중국 에스테틱 사업을 비롯한 자회사 4곳을 매각한 바 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미-이란 휴전] 한숨 돌린 산업계…‘업황 회복’ 기대 속 ‘전쟁 불씨’ 우려

미국과 이란이 전쟁 발발 39일만에 휴전에 합의하면서 국내 산업계도 얼어붙은 기업 심리가 회복되길 기대하고 있다. 원유 및 파생상품 공급이 제한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안도 속에서 향후 협상 양상 등을 눈여겨보며 대응책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미국과 이란은 7일(이하 현지시각) 앞으로 2주간 전쟁을 멈추기로 합의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는 조건이다. 에너지 가격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 다음달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은 휴전 사실이 전해진 이후 전장 대비 10% 이상 급락했다. 하락률이 한때 19%를 넘기도 했다.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거래가 역시 전날보다 15% 안팎 떨어졌다. 우리 기업들은 일단 안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협상 시한이 끝나기 직전 양측이 합의점을 찾으면서 종전 가능성도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2월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이후 산업계는 '에너지 대란' 등을 걱정하며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271개 기업을 대상으로 '2분기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전분기 대비 1 포인트(p) 하락한 '76'이 나왔다고 8일 밝혔다. BSI가 기준선인 100 이상이면 해당 분기의 경기를 이전보다 긍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100 이하면 그 반대다. '중동 리스크' 노출도가 높은 정유·석유화학(56)과 철강(64) 등에서 부정적 전망이 많았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지난달 발표한 '4월 전망 BSI' 집계 결과도 비슷했다. 전쟁 발발 이전 조사한 3월 전망 수치는 기준선을 넘긴 '102.7'을 기록했지만 4월 전망치는 85.1로 급락했다. 한경협은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원유 수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기업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휴전 소식이 전해지며 대부분 업종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유가 급등으로 '비상 경영'을 선언했던 항공 업계는 향후 유가 추이 및 연료 수급 상황을 면밀히 확인할 계획이다. 소비심리 위축을 걱정했던 여행 업계 역시 일단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 국면 등을 지켜보며 마케팅 활동을 전개한다는 구상이다. 석유화학 업계는 향후 협상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위기 대응책을 세워놓고 계속해서 바뀌는 정세를 살피고 있다. 정유 업계 역시 대체수급로 확보 등 기존에 준비하던 체질 개선 작업을 계속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는 '슈퍼 사이클'에 찬물을 끼얹을 변수가 하나 사라졌다고 인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동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원유 부산물인 헬륨·브롬 등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었다. 우리 기업들은 반도체 제조에 사용하는 헬륨의 65% 이상을 카타르에서 수입해왔다. 다만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는 산업계 표정이 100% 밝아지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고 중동으로 향하는 수출이나 여객 수요가 정상화돼야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라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중고차 업계는 중동 수출길이 막히면서 현금 흐름에 타격을 입고 재고가 쌓이는 고민을 안고 있다. 우리 정부는 맞춤형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호르무즈 해협에 있는 우리 유조선의 통항 가능 여부를 확인 중이다. 고용노동부는 중동전쟁 일자리 충격을 점검하고 시나리오별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 행동에 나선 사례도 있다. 삼성·SK·현대차·LG·롯데 등 대기업들은 그룹 차원에서 차량 5부제 등을 시행하고 에너지절약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HD현대는 선박 건조 핵심 원재료인 에틸렌, 도료 원료 등을 협력사에 공급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중소 협력사들의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고 경영 안정을 돕기 위해서다. HD현대케미칼을 통해 에틸렌 2000t을 수급해 요청하는 회사에 제공하는 식이다. 에틸렌은 선박 강재 절단 등에 사용된다. 미국과 이란은 오는 10일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만나 전쟁 관련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양측이 서로의 요구를 일정 수준 수용하며 휴전에 돌입한 만큼 종전 관련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미-이란 휴전] 호르무즈해협 열리더라도…정유·석화 ‘중동 의존 줄이기’  급선무

미국과 이란이 2주 휴전에 합의했지만 국내 정유 및 석유화학업계의 시선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 여부에 쏠려 있다. 이번 미-이란 전쟁뿐 아니라 중동 일대 분쟁 또는 지정학적 불안이 발생하면 호르무즈 해협이 언제든 '사실상 봉쇄'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은 정유와 석화업계는 호르무즈의 통항 정상화를 계기로 원유와 나프타 등 핵심 원료 수급처를 다변화하는 전략을 '경영 상수'로 두는 모습이 역력하다. 수급처 다변화 전략은 원료 수급 안정성 확보라는 장점과 국내 산업구조 공급망 변화라는 부작용을 초래하는 '양날의 검'이라는 점에서 정부와 업계의 세밀한 접근이 절실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들과 석유화학사들은 미-이란 전쟁이 2주 동안 멈춘다는 소식에도 대응 기조를 바꾸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더라도 원유와 나프타 등 핵심 원료 수급처를 추가 모색하는 노력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국제유가는 휴전 직후 하락세를 탔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날 배럴당 109.27달러에 마감했지만, 이날 오전 9시 94.76달러로 개장하면서 100달러선 아래로 떨어졌다. 다만 전쟁 직전인 2월 27일 72.48달러에 마감했던 점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 그렇지만 미-이란 전쟁 이후 정유사들과 석화사들은 웃돈을 주고서라도 안정적인 원료 수급처를 찾는데 힘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전략적 요충지로 활용하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의 20%가량이 통과하기 때문에 봉쇄하겠다고 나서면 세계 원유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란은 중국 등 친(親)이란 성향 국가들의 선박을 중심으로 통항을 허용한다거나 친미·친이란 성향별로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부과한다는 등의 조치를 예고하기도 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항행을 보장하는 장치는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제사회는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두 차례의 결의 시도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됐다. 정유업계와 석화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휴전 소식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 발언과 이란의 강경한 태도를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 개방이 확실해지기 전에는 대응 방향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유사들은 중동 변수와 거리가 먼 북미 지역과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UAE), 오만 등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중동 국가들에서 대체 원유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GS칼텍스는 최근 미국산 원유 구매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이날 카자흐스탄산 카스피해파이프라인 컨소시엄(CPC) 원유 8만톤을 전남 여수로 들여왔다. HD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한 다른 정유사들도 미국산 등 대체 원유 확보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석화사들의 경우 LG화학이 이달 11일까지인 대(對)러시아 금융제재 일시 유예를 활용해 러시아산 나프타 2만7000톤을 확보하기도 했지만 추가 확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석화사들은 생산 가능한 기초 유분이 에틸렌과 프로필렌에 한정되지만 그나마 수급이 쉬운 액화석유가스(LPG)라도 원료로 써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정부도 정유사와 석화사들의 수급 문제와 관련한 외교 지원에 나섰다.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달 UAE에서 2400만배럴 원유를 확보한 데 이어 지난 7일 특사 자격으로 카자흐스탄과 오만,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원유와 나프타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국하기도 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유사들이 중질유와 경질유를 적절히 배합해서 쓰고 있지만 주로 중질유를 많이 쓰다 보니 중동 사태에 취약했다"며 “앞으로 경질유로 할 수 있는 나프타 정제 시설을 지원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정유사와 석화사들이 원유와 나프타 수급처를 다변화한 뒤 국내 산업 구조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정유사들은 도입 비율이 높고 중질유에 해당하는 중동산 원유에 정제 설비를 최적화했다. 석화사들은 에틸렌과 부타디엔 등 올레핀의 원료인 경질 나프타와 벤젠·톨루엔·자일렌(BTX) 등 아로마틱 계열에 필요한 중질 나프타를 주력 생산품목에 따라 다양한 비율로 쓴다. 정유사와 석화사들이 원료 다변화 이후 생산 품목의 비중이 바뀌면 일부 품목에서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원유나 나프타, 요소의 높은 중동 의존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중국 요소수 사태 같은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 비춰 핵심 원료 공급망은 지정학적 요인에 취약하다"며 “미국과 이란이 일시 휴전했더라도 제조기업들이 고유가로 인한 생산비용 상승은 견딜 수 있지만 공급망 위기는 여전히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유사들이 오랜 기간 중동산 중질유에 맞춰 정제 설비를 설계·운영해오면서 주요 석유제품부터 부산물까지 뽑아내 고객사에 제공하는 공급망 때문에 국내 산업 구조가 '중질유에 최적화돼 있다'고 봐야 한다"며 “경질유 등 다른 유종을 도입해 원유 수급을 다변화하려면 수급처 확보 뿐만 아니라 정제설비 개조부터 정제 후 공급망에 미칠 영향까지 다각도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정적 원유 수급은 정부나 기업이 외교나 경제적인 면에서 위험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문제라는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음주 비행 없는데 신고 의무화라니”…조종사협회, 김희정 의원 법안에 ‘강력 반발’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항공안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두고 현업 종사자들과 정치권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항공 안전을 위해 음주 처벌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원실 측과 현장의 음주 차단 시스템을 무시한 과잉 규제라는 조종사 단체의 입장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일 김희정 의원은 항공안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헸다. 이번 개정안은 항공 종사자의 음주 행위에 대한 항공사의 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법안에 따르면 항공운송사업자는 항공 종사자 및 객실 승무원이 업무에 종사하는 동안 주류 등을 섭취하거나 사용한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수사 기관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 신고 의무를 위반하거나 거짓으로 신고한 항공운송사업자에게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음주 운항 등으로 벌금 이상의 형이 확정된 날부터 10년 이내에 다시 같은 죄를 범한 경우 해당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한다. 김 의원은 “현행법상 항공사가 자체 음주 측정을 통해 내부 징계만 내리고 수사 기관에 알리지 않을 경우, 해당 종사자가 형사 처벌을 피하게 되는 허점이 있다"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K)는 이번 법안이 항공 현장의 특수성과 기존 안전 시스템의 실효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며 공식 입장을 냈다. 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모든 항공사는 국제 기준에 따라 비행 전 음주 측정을 실시하며, 기준 초과 시 즉시 업무에서 배제한다"며 “이러한 사전 차단 시스템으로 인해 음주 상태에서 실제 비행에 투입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제도가 '사후 처벌'이 아닌 '사전 예방' 중심으로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취지다. 특히 협회는 “단순 적발 단계에서 수사 기관 통보를 의무화하는 것은 예방 중심 시스템과 중복되는 규제"라며 “과도한 형사적 접근은 자발적인 보고 문화와 안전 중심 조직 문화를 위축시켜 장기적으로 안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일선 조종사들의 반발도 거세다. 고경력 기장 A씨는 “김희정 의원실의 법안은 마치 조종사가 음주 비행을 한 뒤에 나중에 적발되는 것처럼 오해하고 있다"며 “실제로 음주 비행을 한 사람은 아예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기장 B씨 역시 현장 측정 시스템의 실정을 언급하며 법안의 비현실성을 꼬집었다. 측정기에서 '페일(Fail)'이 뜨면 그 즉시 팀장과 운항본부장 등 모든 보직자에게 문자가 발송돼 은폐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B 기장은 “술을 마시지 않았어도 가글이나 초콜릿, 구취 제거제 사용만으로도 수치가 감지된다"며 “항공사들은 법적 기준인 0.02%보다 낮은 0.01% 수준의 수치에도 안전을 위해 비행에서 배제하고 자체 징계를 내리는 등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조종사들은 이와 같은 오탐이나 사내 관리 단계의 사안까지 모두 수사 기관에 신고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라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김희정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이 타 운송 수단과의 형평성을 맞추고 공적 감시 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철도안전법에도 동일한 취지의 법안이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라며 “철도 운영자가 종사자의 음주 사실을 적발하고도 신고하지 않아 처벌이 어려웠던 사례가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바 있다"고 밝혔다. 항공 분야에서도 동일하게 신고 의무를 부여해 음주 사실이 내부적으로만 소화되고 은폐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업무 종사 전 적발' 이슈에 대해서도 의원실은 단호한 입장을 견지했다. 관계자는 “법안에 '업무에 종사하는 동안'이라고 명시돼 있으며, 이는 출근 시점부터를 포함하는 개념"이라며 조종사 단체의 '운항 이후 전제' 주장을 일축했다. 이번 갈등은 항공 안전을 위한 '공적 감시 강화'와 현장 시스템의 '예방 문화 존중' 사이에서 발생한 만큼 향후 입법 과정에서 치열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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