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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만의 결실’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엔진 독립·실전 경험은 과제

지난 25일 경남 사천 소재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고정익 생산동에서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 양산 1호기 출고식이 열렸다. 이는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새 지평을 여는 역사적인 행사로 이재명 대통령을 필두로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안규백 국방부 장관 △손석락 공군참모총장 △김종출 KAI 사장을 비롯한 방산업체 임직원 △시험 비행 조종사 등 국가 안보와 과학·기술 분야의 최고위급 인사들, 공군사관생도와 영국·페루·일본·캐나다 등 14개국 주요 외교 사절단 등 500여 명이 참석해 거대한 국가적 성취를 목도했다. 출고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마침내 대한민국은 땅과 바다에 이어 하늘에서까지 우리 기술과 의지로 평화를 지키는 무기를 보유하게 됨으로써 자주 국방의 위용을 떨치게 됐다"고 선언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과거 6.25 전쟁 이후 외국의 원조 무기에 안보를 의존해야만 했던 척박한 역사를 뒤로하고 독자 기술로 최첨단 무기를 직접 만들어 전 세계 국방 수요국들이 앞다투어 찾는 방산 4대 강국으로 도약했다는 강렬한 국가적 자부심의 표출이다. 또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와 LIG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LIG D&A, 구 LIG넥스원)의 천궁 미사일 등을 통해 입증된 지상·방공 무기체계의 세계적 경쟁력이 가장 진입 장벽이 높은 항공우주 영역으로 확장됐음을 시사한다. KF-21은 2001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국산 전투기 개발 프로젝트를 최초로 천명한 이래 2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숱한 기술적 난관과 경제성 논란, 그리고 우방국의 핵심 기술 이전 거부라는 뼈아픈 시련을 극복하고 쟁취해 낸 끈기와 집념의 산물이다. 그 과정에는 정부와 군, 수백 개의 민간 방산 산업체들의 협력이 녹아있다. 독자 개발 전투기로는 최초로 인도네시아와 16대 수출 계약을 확정 지으며 글로벌 무기 공급망에서 대한민국의 입지를 확고히 하는 경제적 쾌거까지 뒤따랐다. 그와 같은 서사만큼이나 KF-21 양산 1호기 출고식은 우리나라가 미국·러시아·중국·일본·프랑스 등 항공우주 강국들에 이어 세계에서 8번째로 4.5세대 이상의 첨단 초음속 전투기를 독자적으로 설계·제작·실증할 수 있는 최정상급 역량을 보유한 국가 반열에 올랐음을 국제 사회에 공식 선포하는 징표이기도 했다. ◇4.5세대 첨단 전투기의 기술적 성취와 성능 지표 KF-21은 현대 공중전의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저피탐(스텔스) 형상 설계 기법과 다차원 센서 융합 기술을 접목한 4.5세대 다목적 전투기다. 현대 과학 기술의 총아인 전투기는 수십만 개의 정밀 부품과 수천만 줄의 소프트웨어 코드가 한 치의 오차 없이 결합돼야 하는 초고난도 시스템 엔지니어링의 정수를 보여준다. 동체의 형상과 제원은 그 전투기가 수행해야 할 전술적 목적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지표다. KF-21은 전장 16.9m, 전폭 11.2m, 전고 4.7m다. 이는 글로벌 베스트 셀러 경량 전투기인 F-16보다 크고 미 해군의 주력인 F/A-18 슈퍼 호넷과 유사한 중형 전투기 체급에 해당한다. 기체의 넉넉한 체급은 향후 이어질 블록(Block) 개량 사업에서 내부 무장창을 신설하거나 대형 외부 연료 탱크, 첨단 전자전 포드를 추가 장착할 수 있는 훌륭한 플랫폼 확장성을 제공한다. 쌍발 엔진의 채택은 KF-21의 특징 중 하나다. 단발기에 비해 애프터 버너 사용 시 4만4000파운드에 이르는 최대 추력을 발휘해 무거운 무장을 가득 싣고도 민첩 기동이 가능하다. 특히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상 해상 상공에서 단일 엔진이 고장 날 경우 조종사의 생존 확률은 급격히 떨어진다. 쌍발 엔진 구조는 하나의 엔진이 피격되거나 고장을 일으키더라도 나머지 엔진으로 기지를 귀환할 수 있는 잉여 추력을 제공해 무기체계의 생존성과 신뢰성을 본질적으로 끌어올린다. 신형 전투기가 설계 수치를 넘어 실제 하늘에서 완벽 작동함을 증명하는 과정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위험을 동반한다. 2022년 7월 19일 시제 1호기가 첫 비행에 성공했고, 같은 해 11월 10일 2호기 비행 등 총 6대의 시제기가 투입돼 고강도 비행 시험을 전개했다. 약 42개월의 기간 동안 진행된 1600여 회의 비행 시험이 진행됐고, 1만3000여 개의 엄격한 시험 조건을 통해 기체의 한계 성능이 철저히 검증됐다. 이 과정에서 초음속 영역에서의 기체 진동 현상과 극단적인 받음각에서의 실속 회복 능력, 급기동 시 발생하는 중력 가속도(G-포스)에 대한 동체 구조물의 피로도 등을 모두 데이터화하고 수정 보완했다. 금번 출고된 양산 1호기는 복좌형(2인승) 기체로 제작돼 초기 운용 인력인 교관 조종사 양성과 부대 전력화 준비 과정에서 핵심적인 훈련·데이터 축적 플랫폼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 핵심 장비 국산화와 AESA 레이더의 진가 2015년 KAI가 주관 업체로 선정되며 본 궤도에 올랐던 한국형 전투기(KF-X) 체계 개발 사업은 초창기 거대한 암초에 부딪혔다. 현대 공중전의 승패를 가르는 4대 핵심 항전 장비인 능동 위상 배열(AESA) 레이더·적외선 탐색 추적 장비(IRST)·전자 광학 표적 추적 장비(EO TGP)·전자전 방해 장비(RF Jammer)에 대해 미국 정부가 기술 이전을 전면 거부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러한 조치는 자국의 첨단 항공 기술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통상적인 수출 통제 조치였으나 당시 국내에서는 독자 개발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심각한 회의론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 위기는 대한민국 방산업계가 핵심 기술의 완전한 내재화를 결단하는 결정적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 하에 한화시스템·LIG D&A 등 국내 최고 수준의 전자·통신 방산기업들이 연구·개발(R&D)에 사활을 걸었다. 그 결과 현재 KF-21 체계 전체의 부품 국산화율은 65%를 넘어 방산 생태계 독립에 불을 지폈다. 불가능에 가깝다고 평가받았던 AESA 레이더의 국산화율은 89%를 기록했다. 이는 기계식으로 안테나를 회전시키며 전파를 쏘던 과거와 달리 기체 기수에 장착된 수천 개의 초소형 송수신 모듈(TRM)이 전파의 위상과 진폭을 전자적으로 조절해 빔을 조향하는 최첨단 장비다. AESA 레이더는 레이더 빔의 방향을 마이크로초 단위로 변환할 수 있어 공중에 떠 있는 수십 대의 적기, 해상 위를 고속으로 기동하는 함정, 지상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 등 다차원적인 표적을 동시에 탐지하고 추적할 수 있다. 또한 적의 강력한 전파 방해 환경 속에서도 주파수를 기만적으로 도약시키며 아군의 유도 무기를 정확히 통제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토록 고도화된 AESA 레이더 기술을 자력으로 확보함으로써 우리 공군은 향후 작전 요구 성능(ROC)의 변화나 새로운 무장 체계의 도입 시 외국의 허가 없이도 자유롭게 레이더 소프트웨어를 수정하고 개량할 수 있는 권한을 쥐게 됐다. 눈이 발달하면 그에 상응하는 신경망과 반사 신경 역시 고도화 돼야 한다.LIG D&A가 담당한 KF-21의 내장형 통합 전자전 장비(EW Suite)의 국산화율은 65%로 전해진다. 이는 적의 대공 레이더 망이 아군 기체를 탐지하려는 시도를 사전에 포착하고, 이를 기만하는 강력한 방해 전파를 방사해 적의 센서를 무력화하는 능동적 생존 장비다. 저피탐 형상 설계가 적의 레이더 반사 면적을 물리적으로 줄이는 '은신'이라면 고성능 전자전 체계는 적의 시야를 강제로 가려버리는 '실명' 타격에 가깝다. 이러한 항전 시스템의 높은 국산화율은 향후 KF-21이 지속적인 진화적 성능 개량을 거치는 데 있어 비용을 절감하고 기술적 유연성을 보장하는 핵심 자산이다. ◇무장체계 통합, 그리고 블록3까지의 진화적 전력화 로드맵 현대의 전투기 개발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돼 한 번의 개발 주기에 모든 ROC를 완벽히 구현하려는 방식은 실패의 위험이 너무 크다는 특성이 존재한다. KF-21은 기술적 성숙도와 공군의 전력화 소요에 맞춰 점진적으로 성능을 개량하고 무장을 추가하는 '진화적 개발(Evolutionary Development)' 블록 로드맵을 철저하게 따르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2026년 상반기 중에 체계 개발을 완료하고, 하반기부터 공군 작전부대에 양산 기체를 순차적으로 인도해 당해 9월부터 실전 배치를 개시할 예정이다. 이는 수명이 다해 퇴역이 시급한 F-4 팬텀과 F-5 제공호의 전력 공백을 신속히 메우기 위한 조치다. 현재 사천 KAI 공장에서 양산 중인 초기 물량은 블록 1에 해당한다. 2028년까지 총 40대가 우선 전력화되는 이 기체들은 적 전투기를 요격하고 영공을 방어하는 공대공 임무에 철저히 집중돼 설계됐다. 블록 1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고성능 공대공 미사일의 성공적인 통합이다. 지난 2024년 5월 8일, KF-21 시제기는 유럽 MBDA의 미티어(Meteor)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딜(Diehl)의 아이리스-T(IRIS-T)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의 첫 실사격 테스트에서 성공했다. 특히 미티어 미사일은 램제트(Ramjet) 추진 방식을 채택해 마하 4 이상의 극초음속으로 비행하며, 회피 기동을 시도하는 적기를 끝까지 추적해 격추하는 '가시선 밖 요격(BVR, Beyond Visual Range)'의 세계 최강 무기다. 이를 안정적으로 기체 센서와 융합함으로써 KF-21 블록 1은 라팔·유로 파이터·F-16 최신형 등 동급 4세대 내지 4.5세대 전투기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교전 교환비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2028년 이후부터 2032년까지 추가로 80대가 양산될 예정인 블록 2 기체들은 공대공 임무를 넘어 지상 및 해상의 핵심 표적을 정밀하게 타격하고 정찰 임무까지 수행하는 다목적 전투기로 진화한다. 이 단계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대한 과제는 바로 국산 공대지 무장 체계의 통합이다. 공군은 F-15K에서 운용하기 위해 독일-스웨덴 합작의 타우러스 미사일 약 260발을 도입해 운용 중이지만 이는 고비용 문제와 기체 통합 시 원제작사의 기술 통제라는 한계가 명확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방사청과 국과연이 주도하는 국내 최초의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인 '천룡' 미사일 통합 사업이 핵심으로 떠오른다. LIG D&A가 체계 종합을 맡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고성능 추진 시스템을 개발하는 천룡 프로그램이 가동됐다. 최근 천룡 미사일은 비행 안전성 검증을 마쳤고 다양한 작전 플랫폼에서 운용 가능하도록 모듈식 연료 설계를 채택해 작전의 유연성을 극대화했다. 방사청은 KF-21 플랫폼이 공대지 무기 통합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해지는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제기를 활용한 체계 통합 시험에 돌입한다. 이후 2028년 체계 개발을 최종 완료하고, 2030년대 초반 초기 작전 능력(IOC) 확보를 거쳐 2031년까지 공군이 요구하는 최소 600발 규모의 천룡 미사일을 대량 생산해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기체 플랫폼과 주력 무기체계를 동시에 국산화하고 동기화하는 이 작업은 전투기 작전 능력을 극대화할 뿐만 아니라 향후 해외 수출 시 막대한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방산 패키지의 핵심 경쟁력이 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되고 있는 블록 3(KF-21 EX) 단계는 KF-21을 5.5세대 이상의 미래전 플랫폼으로 탈바꿈시키는 거대한 도약이다. 현재 4.5세대인 블록 1·2 기체들은 미사일과 폭탄을 날개와 동체 외부 하드 포인트에 장착해 레이더 반사 면적이 늘어나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KAI는 최초 설계 단계부터 이미 기체 동체 중앙 하단에 미사일을 기체 내부로 수납할 수 있는 '내부 무장창(Internal Weapon Bay)'의 공간을 확보하고, 외부 무장을 반매립식으로 장착하는 과도기적 기술을 적용해뒀다. 향후 고성능 센서 체계의 강화와 함께 내부 무장창 기술이 완성되면 KF-21은 적의 방공망에 탐지되지 않고 은밀히 침투할 수 있는 완전한 스텔스 기능을 지닌 5세대 전투기로 진화하게 된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AI)과 고속 데이터 링크 네트워크 중심 전투 능력을 기반으로 복수의 무인 전투기(UCAV)들을 지휘·통제해 함께 교전하는 유·무인 복합 체계(MUM-T)의 모선 역할을 수행하는 5.5세대 개념으로까지 확장될 전망이다. ◇방위산업 생태계의 비약적 발전과 막대한 경제적 파급 효과 항공우주 분야는 기술 집약도가 극도로 높아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미래 전략 산업으로 꼽힌다. 단일 품목 생산에 수십만 개의 부품과 항공전자·신소재·정밀 가공·시스템 소프트웨어 등 최첨단 산업 기술이 융합돼야 해 군사력 강화 외에도 국가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거시적인 전략의 일익을 담당하기도 한다. KAI는 KF-21의 적기 납품과 대규모 양산을 위해 사천 본사에 축구장 3개 크기에 맞먹는 약 2만1000㎡ 규모의 고정익 생산동을 새로이 구축했다. 이곳에는 '동체 자동 결합 체계(FAS, Fuselage Automated Splicing)'가 전격 도입됐다. 전투기의 중앙 동체를 기준으로 전방과 후방 동체를 정밀하게 결합하는 과정은 기체의 공기역학적 밸런스를 결정짓는 핵심 공정이다. 과거 수작업에 의존하던 이 과정을 레이저 측정과 자동 정렬 시스템을 통해 100분의 1밀리미터 단위의 오차까지 통제하며 자동으로 체결하는 혁신 공법을 적용한 것이다. 이를 통해 KAI는 높은 정밀도와 품질의 균일성을 유지하면서도 연간 50대 이상의 대량 생산이 가능한 생산 능력을 증명해냈다. 올해 2026년에만 KF-21 8대와 FA-50 19대 등 총 27대의 고정익 기체를 납품할 예정이고 2027년 31대, 2028년 47대 등으로 점진적으로 생산 물량을 폭발적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러한 대규모 양산 인프라 가동은 체계 종합 업체인 KAI를 정점으로 수백 개의 국내 중소·중견 협력업체들이 레이돔·랜딩 기어·비행 제어 컴퓨터·각종 센서류를 공급하며 탄탄한 산업 생태계를 지탱하고 있다. 부품 수요의 기하급수적 증가는 해당 중소기업들의 시설 투자와 R&D 자생력을 높이는 긍정적 낙수 효과를 창출한다. 산업 생태계의 확장은 필연적으로 대규모 일자리 창출이라는 국가적 호재를 동반한다. 전투기 개발과 생산, 시험 평가, 그리고 향후 수십 년간 이어질 유지·보수·정비(MRO) 단계 전반에 걸쳐 항공 엔지니어·소프트웨어 개발자·정밀 가공 기술자·시험 비행 조종사 등 고도의 훈련을 받은 전문 인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숙련된 기술 인력 양성을 촉진하고 고용의 질을 높이는 데에 절대적으로 기여한다. 특히 KAI 본사와 다수의 협력사가 밀집한 경남 사천시 일대는 사업 관련 인력의 대거 유입과 투자 확대로 인해 지역 경제가 비약적으로 활성화되는 수혜를 누리고 있고, 지역 대학과 연계한 항공우주 특화 교육 프로그램 활성화 등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는 강력한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방산 분야에서 축적된 극한 기술의 민간 파급 효과다. KF-21을 개발하며 체득한 초경량 고강도 복합 소재 가공 기술과 정밀 항법 및 자율 비행 제어 알고리즘, 고성능 센서 융합 데이터 처리 기술 등은 향후 무인기·도심 항공 교통(UAM)·자율 주행 자동차·차세대 로보틱스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미래 산업 분야로 전이돼 대한민국 경제 전반의 파이를 키우는 혁신의 씨앗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 경제학적 관점에서 자체 무기 플랫폼의 보유 유무는 '국가 경제 선택권'과 직결된다. 전투기와 같은 초고가 첨단 무기를 외국에서 도입할 경우 수조 원에 달하는 기체 도입 비용뿐만 아니라 운용 기간 내내 부품 교체와 성능 개량을 위해 원제작국에 천문학적인 유지 보수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 이는 고스란히 막대한 국부의 유출로 이어진다. ◇자주 국방 완성과 글로벌 톱티어 도약을 위한 민관의 핵심 과제 현재 책정된 KF-21 블록 1의 대당 양산 계약 가격은 약 1200억 원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수십 조 원 단위의 국방 예산이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고 고스란히 국내 방산 생태계로 투입됨으로써 내수를 진작하고 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방위산업은 국가 경제 주권을 확립하는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다. 체계 개발비가 8조1000억 원에 달하는 매머드급 국책 사업에서 초기부터 파트너로 참여했던 인도네시아의 분담금 미납 사태는 사업의 안정성을 뒤흔드는 오랜 골칫거리였다. 하지만 치열하고 끈질긴 막후 협상 끝에 우리 정부는 끝없는 분담금 압박으로 자칫 공동 개발국이 이탈해 사업 전반에 불신이 조장되는 리스크를 원천 차단하고, 대신 확실한 16대 양산 물량을 보장받음으로써 조립 라인의 가동률을 끌어올리고 기체의 단위당 생산 단가를 낮추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노렸다. 아울러 동남아시아 최대의 군사 강국이자 비동맹 중립 노선의 핵심 국가인 인도네시아 공군의 주력 기종으로 KF-21을 확고히 자리 잡게 함으로써 향후 수십 년간 이어질 수리 부속과 창정비, 성능 개량 시장을 국내 기업들이 독점적으로 장악하는 '인(Lock-in) 효과'를 거두게 됐다. 이 외에도 인도네시아와의 16조 원대 방산 생태계를 아우르는 수출 성사는 전 세계 잠재 고객국들에게 KF-21 체계의 신뢰성을 입증하는 보증 수표가 됐다. 이처럼 KF-21 양산 1호기는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대한민국 공군 전력의 세대 교체와 글로벌 4대 방산 강국 진입이라는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정부와 방산업계가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 완전한 의미의 '자주 국방'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 과제 해결이 절실히 요구된다. 가장 시급하고 뼈아픈 기술적 아킬레스건은 전투기의 심장인 엔진이다. 현재 KF-21에 탑재되는 엔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의 F414 엔진 기술을 일부 이전받아 국내에서 면허 생산하는 방식으로 조달하고 있다. 비록 면허 생산을 통해 안정적인 부품 조달과 신속한 정비 라인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원천 기술이 없어 제3국으로 기체를 수출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미국의 핵심 부품이 탑재된 무기를 타국에 판매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미 정부와 의회의 엄격한 수출 승인 절차를 밟아야만 한다. 만약 미국의 대외 정책이나 지정학적 이해 관계와 충돌하는 국가에 수출을 시도할 경우 단 하나의 엔진 부품에 대해서라도 승인이 나지 않으면 거부하면 수조 원대의 수출 계약이 허공으로 날아가게 되는 통제 불능의 종속성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재명 대통령이 축사에서 “첨단 엔진 개발에 신속히 착수해 K-방산 경쟁력을 지속 높여가겠다"고 천명한 것은 사태의 시급성을 정확히 인지한 발언이다. 향후 정부는 최소 1만5000파운드 이상의 추력을 내는 국산 터보팬 엔진 독자 개발에 조 단위의 막대한 R&D 예산을 마중물로 투입해야 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민간 방산 기업들은 극한의 온도와 압력을 견디는 터빈 블레이드 신소재와 연소 기술 등 원천 기술 확보에 전사적 역량을 쏟아부어 완전한 엔진 독립 시점을 최대한 앞당겨야만 한다. ◇ K-방산 도약을 위한 범 정부적 '금융 원팀' 지원 따라야 무기체계는 전장에서 완벽하게 작동할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2026년 하반기 공군에 순차적으로 인도돼 실전 부대에서 운용을 시작하면 비행 시험 단계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갖가지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돌출될 수밖에 없다. 극단적인 기상 환경에서의 항전 장비 오류나 기계적 피로도 증가로 인한 부품 마모, 소프트웨어 체계 간의 충돌 현상 등은 필연적으로 나타난다. 성패의 관건은 이러한 문제에 얼마나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다. 공군과 KAI는 실시간 비행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빅데이터 기반의 예지 정비 시스템 고도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부품의 고장 주기를 사전에 예측해 고장이 발생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교체함으로써 전투기가 언제든 임무에 투입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출격률'을 선진국 5세대 전투기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해외 고객들이 전투기를 선택할 때 가격만큼이나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이 바로 원활하고 신속한 후속 군수 지원(PBL, Performance Based Logistics)이다. 아무리 훌륭한 전투기라도 수리 부속이 제때 공급되지 않아 격납고에 주기돼 있다면 무용지물이다. 철저한 공급망 관리를 통해 부품 단종을 사전에 대비하고, 수출국 현지에 긴밀한 정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서비스 경쟁력' 입증이 KF-21 글로벌 진출의 지속 가능성을 판가름한다. 전투기와 같이 단위 계약 규모가 수조 원에서 수십 조 원에 달하는 매머드급 방산 수출은 기업의 영업력을 넘어 국가 대 국가 간의 신용과 경제력이 총력전으로 격돌하는 이른바 정부 간 거래(G2G)의 성격을 강하게 띤다. 수출 대상국인 인도네시아·폴란드 외 개발도상국 등은 천문학적인 도입 대금을 일시불로 지불할 여력이 모자라 수출국에 저리의 장기 금융 대출(융자)이나 대규모 수출 보증을 강하게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 관례다. 이 지점에서 대한민국 정부의 강력하고 파격적인 '방산 금융 지원 정책'이 필수적 타당성을 갖는다. 정부는 최근 글로벌 방산 수출을 획기적으로 견인하기 위해 한국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 등 국책 금융 기관을 동원해 향후 3년 간 방산업계에 1조 원 이상의 자금을 융자·보증의 형태로 지원하는 공격적인 정책을 발표했다. 또한 방산 기업들에게 보다 촘촘한 보증과 공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작년 중 공식 출범시킨 방위산업공제조합의 자본 확충과 역할 강화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 등 글로벌 대형 금융기관들이 환경·사회·지배 구조 경영 기조를 강화하며 무기 수출과 관련된 사업을 '반(反) ESG'로 규정하고 자금 지원을 꺼리는 현상 역시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김규영 HS효성 회장 취임…전문경영인 회장 체제 출범

HS효성이 효성 창립 이후 처음으로 비(非)오너 전문경영인 출신의 그룹회장 체제를 출범시켰다. 2일 HS효성에 따르면, 전문경영인 출신의 김규영 회장이 지난 1일 공식 취임했다고 1일 발표했다. 한양대학교에서 섬유공학을 전공한 김 회장은 1972년 효성의 모태인 동양나이론에 입사한 후 50년 이상 한 회사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생산 현장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고 울산과 언양, 안양 등 효성 주요 사업장에서 공장장을 거쳐 효성 섬유PG 최고기술책임자(CTO)와 효성기술원장 등을 맡아 효성이 개발한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등 핵심 제품의 기술 경쟁력을 키우는 데 기여했다. 중국 총괄 사장도 역임하며 해외 생산과 판매 조직을 직접 이끄는 역량을 발휘했다. 2017년부터는 주식회사 효성 대표이사를 맡아 약 8년간 그룹 경영 전반을 총괄했다. 2022년 부회장 승진 후에는 그룹의 중장기 전략 수립과 경영 체질 개선을 주도했다. HS효성은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대신 전문경영인에게 HS효성 지휘를 맡겨 보다 전문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 체계와 투명하고 건강한 기업 거버넌스를 확립하겠다는 의도"라며 “강한 HS효성을 구현하는 기반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HS효성은 같은 날 LG화학기술원장 출신인 노기수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안성훈 대표 2기 체제를 출범시켰다. 앞서 2024년 7월 효성그룹에서 분할해 출범한 HS효성은 조 부회장과 안성훈 대표가 공동대표로 지주사 체제 구축과 안정화라는 핵심 과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비오너 출신 전문경영인 그룹회장 취임과 안성훈 대표 2기 체제 구축에 따라 조 부회장은 HS효성 전체의 포트폴리오 최적화를 위해 임진달·성낙양 HS효성첨단소재 대표와 함께 HS효성첨단소재 경영에 집중할 예정이다. HS효성은 “(김 회장과 노 대표 선임은) 고(故)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의 기술 DNA와 함께 조 부회장의 경영철학을 반영한 것"이라며 “기술과 품질을 중시하는 HS효성그룹의 이념을 반영하고 기술과 가치경영을 견고히 하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가장 안전한 차”…볼보 전기SUV ‘EX90’ 한국 입성

수입차 볼보가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인기차종 XC90의 동급모델 전기차 'EX90'을 글로벌 출시 1년 10개월만에 한국시장에 선보인다. 지난 10년에 걸쳐 XC90이 볼보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한데 힘입어 EX90으로 국내 소비자에게 준대형 전기 SUV의 새 역사를 쓰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1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EX90 국내 최초 공개 행사를 열고 공식 출시를 알렸다.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는 “2016년 XC90 출시 당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당시 연간 50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이 XC90을 통해 지난해 1만 5000대까지 빠르게 성장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지난 10년간 XC90이 있었다면 앞으로는 EX90이 볼보자동차코리아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90은 2024년 6월 첫 생산돼 글로벌 주요시장에 출시됐으며, 약 1년 10개월 만인 1일 한국시장 입성식을 치렀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이날 행사에서 EX90을 볼보 브랜드 역사상 '가장 안전한 차'로 정의하며 주요 특징을 설명했다. EX90에는 볼보가 자체 개발한 시스템 '휴긴 코어'가 적용된다. 전기 아키텍처, 코어 컴퓨터, 존 컨트롤러, 소프트웨어로 구성된 휴긴 코어 시스템은 EX90 이후 국내에 출시될 볼보 전기차의 기반이 되는 차세대기술이라고 회사는 말했다. 휴긴 코어는 차량 내 다양한 기능을 통합 제어하고, 실내외 첨단 센서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지능형 정보로 빠르게 전환해 안전 및 주행 보조시스템 학습에 활용된다. 또 무선 업데이트(OTA)를 지원해 차량의 기능, 성능, 안전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볼보자동차코리아가 강조한 EX90의 최고 안전성이 현재까지 출시된 모델 중 가장 안전한 차량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EX90가 한층 강화된 충돌 구조와 안전 케이지를 기반으로 설계됐다는 점을 내세워 현존 볼보 모델 중 최고 안전성을 자랑했다. 경량 알루미늄과 보론강(초고강도 강철)을 결합해 사고 시 배터리를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기존 XC90 대비 비틀림 강성이 50%, 충돌 시 에너지 흡수 성능이 20%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차세대 파일럿 어시스트, 파크 파일럿 어시스트를 비롯해 도로 이탈 방지 및 보호 시스템, 사각지대 경보 및 조향 보조, 교차로 경보 및 긴급 제동 지원 등 다양한 안전 기능을 모든 트림에 기본 적용했다. 이윤모 대표도 “볼보는 안전에 대해 진심이며 그 철학은 집착에 가깝다"면서 “EX90은 이러한 철학을 가장 잘 반영한 모델로 브랜드 역사상 가장 안전한 차량"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EX90의 국내 출시 파워트레인은 106㎾h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와 차세대 트윈 모터를 결합한 사륜구동(AWD) 기반 트윈 모터 및 트윈 모터 퍼포먼스로 출시된다. 트윈 모터 모델은 최대 456마력(335㎾)의 모터 출력으로 시속 0km에서 100km까지 5.5초 만에 도달한다. 트윈 모터 퍼포먼스 모델의 경우 최대 680마력(500㎾)의 모터 출력으로 4.2초 만에 시속 0km에서 100km까지 도달할 수 있다. 또 EX90에는 자체 개발한 배터리 관리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800V 배터리 시스템이 적용된다. 이를 통해 최대 350㎾의 급속(DC) 충전을 통해 10~80%까지 약 22분 만에 충전이 가능하다.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최대 625km다. 에릭 세베린손 볼보자동차 최고영업책임자(CCO)는 “우리는 전기차가 미래라고 믿는다"며 “EX90은 전동화 프리미엄의 새로운 시작점으로 전동화 전환이 타협이 아닌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선택임을 보여주는 모델"이라며 신뢰감을 드러냈다. 세베린손 CCO는 “EX90은 실용성 또한 놓치지 않았다. 6~7인승 구성으로 업무와 가족 생활, 주말 레저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다목적 차량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완벽한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90의 판매 가격은 준대형 전기 SUV임에도 기존 XC90 T8(플러그인 하이브리드)보다 낮게 책정됐다고 회사는 밝혔다. '트윈 모터 플러스 트림'이 1억620만원, '트윈 모터 울트라 7인승 트림'은 1억1620만원이며, △트윈 모터 울트라 6인승 1억1820만원 △트윈 모터 퍼포먼스 울트라 7인승 1억2120만원 △트윈 모터 퍼포먼스 울트라 6인승 1억2320만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윤모 대표는 “이번 가격은 글로벌 기준에서도 매우 공격적인 수준"이라며 “이를 위해 본사와 치열한 협의를 거쳤다"며 한국 시장을 고려한 가격 책정임을 강조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올해 500대 판매 달성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연간 2000대 이상을 판매해 베스트셀링 전기차 모델로 만들겠다는 목표이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기자의 눈] 한국 TV산업, 흠집내기보다 응원이 필요한 이유

“경쟁을 두려워해선 나아갈 수 없다", “최상의 솔루션을 선보이기 위해 멈추지 않겠다." 최근 LG전자의 TV 신제품 출시 행사에서 나온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다. 중국 제조사의 거센 공세 속에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LG전자의 '정면 돌파' 의지를 확연하게 읽을 수 있었다. 냉정하게 보면 현재 LG전자의 TV사업 환경은 녹록지 않다. TCL·하이센스 같은 중국 가전업체들은 초대형·초저가 전략을 앞세워 글로벌 TV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며 점유율 상위권(출하량 기준)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미니 발광다이오드(LED)를 기반으로 한 '가성비 프리미엄' 공세까지 더해지며 국내 가전사와 매출 기준 점유율 격차도 빠르게 좁히고 있다. 이는 LG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TV시장 1위를 지켜온 삼성전자 역시 중국의 거센 추격과 가격경쟁 압박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른바 K-TV산업 전반이 구조적 도전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주목해야 할 점은 삼성·LG의 K-가전이 위기를 회피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경쟁을 필연으로 받아들이고 기술 혁신으로 정면 대응에 나서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공개된 LG 올레드 에보(W6)가 상징적인 사례로, 9㎜대 두께에 모든 부품을 내장한 무선 월페이퍼 TV, 4K·165Hz 영상과 오디오를 지연 없이 전송하는 무선 기술,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개인화 콘텐츠 기능까지 더해졌다. TV는 여전히 국내 전자산업의 핵심축이며, 디스플레이·부품·콘텐츠로 이어지는 거대 생태계를 떠받치는 기반산업이다. 특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이 쌓아온 기술 리더십은 여전히 견고하다. 지난해 '글로벌 TV 시장 20년 연속 1위', 'OLED 시장 13년 연속 1위'의 성과를 거뒀다. 안타까운 점은 시장에서 '중국 약진'과 '한국 위기'만을 부각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냉정한 진단과 비판은 필요하지만, 과도한 위기 담론은 글로벌 선도산업의 사기와 도전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생존게임에 내몰린 한국 TV기업에 지금 필요한 것은 성급한 비관론이 아니라 기술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노력에 대한 균형 잡힌 평가다. 무한경쟁을 피하지 않고 부단한 혁신 노력을 기울이는 기업에 응원의 박수를 보낼 때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단독] 에어서울, 마곡 진에어 OC 건물로 임시 본사 재이전…LCC 3사 통합 박차

에어서울이 진에어와의 통합을 앞두고 사무실을 재차 이전했다. 1일 본지 취재 종합 결과 에어서울은 지난 30일부로 서울 강서구 마곡동 774 소재 SH빌딩으로 본사를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공항 근무를 해야 하는 항공기 오퍼레이션 부서와 직원들을 제외한 모든 조직이 기존 사무실에서 옮겨왔다. 앞서 지난해 3월 에어서울은 김포국제공항에 있는 아시아나항공 정비고에서 지하철 5호선 개화산역 인근에 있는 대한항공의 지상 조업 자회사 한국공항 본사로 이전한 바 있었다. 당시 이전의 이유는 정비고가 보안 구역이어서 출입 시 카드를 찍어야 하고, 검색 과정을 거쳐야 하는 등 불편한 점이 있었고, 직원들의 처우를 포함한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함이었다. 에어서울이 입주한 건물은 서울 지하철 5호선 마곡역 3번 출입구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있다. 이곳에는 운항·객실 승무원 등 제반 부서들이 새로이 입주하며, 해당 건물 2개 층을 통 임대한다. 해당 건물은 진에어의 항공기 운영을 담당하는 JOC(Jinair Operation Center) 등 핵심 기능이 5개 층에 걸쳐 있는 곳으로, 이번 이전으로 통합에 더욱 속도가 붙게 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번 이전 역시 에어부산·에어부산과의 통합 저비용 항공사(LCC) 출범의 열쇠를 쥐고 있는 진에어에 따르면 완전 마무리 단계는 아니다. 진에어 관계자는 “에어서울의 이번 본사 이전은 작년 개화산역 근처로 옮겼던 것과 같이 임시 조치일 뿐"이라며 “아직 3사 통합 본사 자리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3사가 통합 저비용 항공사(LCC)를 이루는 시점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을 마치는 올해 12월 이후로, 한진그룹 내에선 내년 3월 경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DART)과 캐치 등에 따르면 직원 수는 △에어서울 430명 △에어부산 1483명 △진에어 2382명 등 총 4295명으로 집계된다. 이 중에는 내근을 거의 하지 않는 운항·객실 승무원 등이 포함돼있으나, 이들을 제외해도 인원이 상당한 만큼 차제에는 이들을 모두 수용하기 위한 통합 사옥 필요성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KG스틸, 중고차 케이카 인수…KG그룹 “통합 모빌리티 구축”

KG그룹이 국내 최대 직영 중고차 플랫폼기업 케이카(K Car)를 인수한다. KG모빌리티의 완성차 사업에 이어 중고차 사업에 진출하면서 자동차 제조와 유통을 아우르는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 있게 됐다. KG스틸은 1일 증권거래소 신고의무 사항 공시를 통해 “지난달 31일 열린 이사회에서 케이카를 인수하기로 결의한데 이어 이날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수금액은 5500억원이며, KG스틸은 케이카 대주주인 한앤코오토서비스홀딩스(유)의 보유 주식수(4882만 848주) 가운데 72.19%(3524만5670주)를 소유하게 됐다. 이번 인수는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와 공동 투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KG그룹 관계자는 “오는 6월 말까지 양수양도 작업을 완료할 것"이라며 “브랜드명 변경 문제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SK엔카와 국내 중고차 1위를 다투는 케이카는 전국 48개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판매 시스템 '내차사기 홈서비스'를 비롯해 차량 매입·판매과 렌터카, 자동차 금융 시장에 걸쳐 수익 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케이카 인수로 KG그룹은 KG모빌리티의 차량 생산 역량과 글로벌 판매∙서비스 네트워크, 케이카의 온∙오프라인 유통 플랫폼을 결합할 계획이다. 아울러 KG스틸도 케이카의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을 기반으로 철강 산업의 경기 변동성을 보완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계획이다. KG그룹 관계자는“제조, 유통, 플랫폼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통합 모빌리티 구조를 통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LIG넥스원→LIG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 사명 변경…“글로벌 방산기업 도약”

LIG넥스원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사명을 'LIG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LIG Defense&Aerospace, 이하 LIG D&A)'로 변경하고, 우주·항공 분야를 아우르는 글로벌 종합방산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LIG넥스원(대표이사 신익현)은 전날 용인 하우스에서 열린 제24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사명 변경 안건을 원안대로 가결했다고 1일 밝혔다. 새로운 사명인 'LIG D&A'는 방위산업(Defense)과 항공우주(Aerospace)의 결합을 의미한다. 지난 50년간 축적해 온 방산 역량에 첨단 우주 기술력을 더해 미래 전장 환경을 선도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회사 측은 이번 사명 변경이 종합 방위 산업체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명확히 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명 변경을 기점으로 LIG D&A는 미래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대폭 확장한다. 그동안 △유도 무기 △감시·정찰 △지휘통제·통신 △항공전자·전자전 등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첨단 무기체계를 개발·양산해 온 역량을 바탕으로 미래 국방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할 방침이다. 특히 뉴스페이스 시대를 선도할 '위성 체계'와 미래 공군 전력의 핵심인 '차세대 항공 무장체계', 현대 전장의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무인 플랫폼' 등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속도감 있게 다각화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에도 사활을 건다. 고도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기존 주력 시장이었던 중동과 아시아를 넘어 유럽·미국·남미 등 신규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여 수출 전략을 다변화할 예정이다. LIG D&A 관계자는 “지난 50년이 대한민국 자주국방의 기틀을 닦는 시간이었다면 향후 50년은 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방위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이번 사명 변경은 기술 혁신을 통해 인류의 안전과 평화를 지키는 글로벌 기술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삼양홀딩스 “공정거래 이슈 재발 방지할 것” [주총 현장]

엄태웅 삼양홀딩스 대표가 “자회사(삼양사)의 공정거래 이슈로 주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되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그룹 차원에서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 도입, 전 사업부문의 영업 관행 및 거래 프로세스 전수조사 등을 추진해 다시는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엄 대표는 31일 서울 종로구 삼양그룹 본사에서 열린 삼양홀딩스 제75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삼양홀딩스의 계열사인 삼양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설탕 담합 조사를 거쳐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밀가루와 전분당도 담합 혐의를 받고 있다. 밥상 물가를 올리는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 같은 사과 메시지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엄 대표는 “기업소명(Purpose) 체계 내재화를 통해 글로벌∙스페셜티 기업 도약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지주회사로서 그룹의 전략과 실행을 연결하고, 변화의 속도를 높이는 중심축 역할을 수행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해도 대내외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고부가 사업 중심으로 수익성을 제고하고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글로벌∙스페셜티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 △현금 흐름 중심 경영 강화 △인공지능 전환 가속화 등 그룹 3대 경영방침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하겠다고도 했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제75기 재무제표 승인과 정관 일부 변경, 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총 5개 안건이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 보통주 1주당 3,500원을 현금 배당하기로 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미-이란전 한달] 홍해도 봉쇄 위기…항공·석화·정유 ‘공급망 셧다운’ 우려로 비상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실질적인 종전 합의 진전이 없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이어 또다른 중동지역 핵심 해상로인 홍해마저 막힐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경제 위기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특히, 수입 원유의 70% 가량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에 따른 원유 수급 차질로 자원안보 위기 경보와 함께 비상경제체제로 돌입한 한국으로선 이란 지지세력인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마저 차단할 경우 수에즈운하를 통한 원유 우회로 및 유럽 수출길이 막혀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마저 봉쇄되면 국내 산업의 젖줄인 원유 수입과 국부 창출원인 유럽 수출에 차질이 빚어지는 '초유의 공급망 셧다운' 사태에 직면하는 것이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 결과에 한 줄기 희망을 걸고 있지만 예측가능한 시기를 알 수 없다는 점에서 3월에 이어 4월까지 국내 경제와 산업계가 감내해야 할 피해와 그에 따른 국민들의 고통도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원유 중동 의존도 70%…가격보다 수급이 진짜 위기 31일 산업계에 따르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이어 예멘 후티 반군의 참전으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수에즈운하의 진출입로에 해당하는 홍해의 해상로를 막을 가능성이 높아지자 국내 기업들도 사태 진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미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중동산 원유 수급 차질은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를 전쟁 직전 배럴당 70달러선에서 3월 내내 120~130달러대 등락을 거듭하며 요동시키고 있다. 유조선이 중동에서 원유를 싣고 국내 항구에 입항하기까지는 약 25일이 걸린다. 사실상의 봉쇄 직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한국으로 향하는 마지막 중동산 원유 운반선으로 불리는 '이글 밸로어 호'는 지난 20일 충남 대산항에 입항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의 주요 산유국들이 원유를 호르무즈 해협이 아닌 우회 수출로인 홍해마저 예맨 후티 반군이 군사적 위협을 가할 경우 원유 수송 지름길마저 잃을 가능성이 높아 우리 기업들이 '원유 공급망 전면 셧다운'을 걱정하는 것이다. 현재 정부와 민간의 국내 비축유 1억 9000만배럴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70여일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수입량에서 수출 석유제품 제조에 쓴 원유를 제외한 순수입만 따지면 208일분이 남은 것으로 계산되지만, 전체 소비량(하루에 280만배럴)을 기준으로 보면 버틸 수 있는 기간이 더 짧아진다. ◇원유 수급 위기에 제조업 원가·공급망 '빨간불' 원유 공급망 셧다운은 국민 실생활뿐 아니라 경제 기반인 기업 생산 전반에 큰 타격을 미친다. 생산 전반의 제조 원가를 끌어올려 국민 소비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원자재 부족 등 국가 제조산업을 지탱하는 공급망 시스템 약화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19일 보고서를 내고 호르무즈 부분 봉쇄와 통항 제한으로 1~3개월의 중기 공급 차질이 생기면 유가는 배럴당 120~160달러로 오를 것으로 분석했다. 액화천연가스(LNG) 가격도 100~140% 상승하고,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운임도 하루에 60만~90만달러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산업군별 생산비 상승률은 △석유제품 60.4% △전력·가스 53.4% △화학제품 10.7% △비금속광물제품 8.6% 등으로 추정됐다. 원자재 가운데 가장 타격이 큰 품목은 중동 수급분이 45%를 차지하는 나프타다. 나프타는 에틸렌과 프로필렌, 벤젠·톨루엔·자일렌(BTX) 등 기초 유분을 생산하는 석유화학 산업의 기초 원료다. 나프타가 없으면 기초 유분뿐 아니라 비닐 장갑과 전기차용타이어, 의료용 호스 등 일상과 산업 전반에 걸친 제품들을 적재적소에 공급하기 어려워진다. 아울러 중동산 수입 비중이 43%와 33%를 차지하는 무수암모니아와 LNG, 웨이퍼 식각·냉각 등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헬륨, 중동지역 제련 비중이 상당한 알루미늄 제품도 공급망 셧다운 영향을 받는 품목으로 꼽힌다. 중동지역의 생산이 멈추면 다른 원산지의 대체원료를 찾는 수요가 늘어나 글로벌 공급가격의 상승이나 또다른 공급 부족 현상마저 초래할 수 있다. ◇원유 확보 나선 정부·정유사…석화사는 가동 중단도 산업계는 최악의 공급망 위기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원료 조달 다변화와 생산 축소 등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휘발유·경유 정유사 공급가를 제한하고 나프타 수출 물량을 국내로 돌리는 등의 정부 조치에도 근본적인 수급 안정화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원유와 나프타 대체 수급처 모색이 대표적이다. 청와대가 나서 주요 우방국이자 방산으로 협력 관계를 다져온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두 차례에 걸쳐 원유 2400만배럴을 확보했다. 러시아산 나프타도 민간과 산업통상부의 수급 노력으로 지난 30일 2만4000톤만큼 충남 대산항으로 들어왔다. 정유사들과 석화사들은 미국산 원유·석화제품 수입을 확대하거나 그동안 러시아-우크라이나전으로 끊긴 러시아산 수입 재개도 검토 중이지만 해결 과제가 만만치 않다. 한국의 원유 수입 2위 국가인 미국은 장거리 운항이 필요해 운임이 더 비싸 다. 러시아산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대러 국제 금융제재를 유예할 길이 열렸지만 단기 처방이라는 한계가 있다. 대체 수급 불확실성에 석유화학 업계는 오는 4월 중순 나프타 공급 차질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대비책을 마련 중이다. LG화학은 나프타 수급 문제로 지난 23일 에틸렌 연산 80만톤 규모의 여수2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롯데케미칼은 4월 예정이던 여수공장 정기 보수를 지난 27일부터 두달 간으로 앞당겼다. 석화사들이 생산중인 공장들도 가동률을 최소 수준인 60%가량으로 낮췄다. 여천NCC의 경우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향후 공급 차질이 생겨도 제품을 계약 내용대로 공급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미리 알리는 '공급 불가항력' 선언을 고객사에 이미 통보했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나프타분해설비(NCC) 보유 석화사가 수급 위기 타격을 가장 먼저 받고, NCC없이 다운스트림 소재만 생산하는 석화사들도 시기의 문제일 뿐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가격 변동성도 커서 실시간으로 나프타 등 원료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수급 문제에 실시간으로 대처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정유사들이 수출 세계 1위를 차지하는 항공유의 공급 불안은 항공업계 수익성과 운항 일정에도 직격타를 날렸다. 정유사들이 원유 도입량 감소에 따라 전체 정제 설비 가동률을 하향 조정하며 항공유 생산량 역시 급감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FSC)들은 유류비에 대한 헷징으로 타격을 방어하고 있지만 저비용 항공사(LCC)들은 당장 4월 운항에 필요한 연료 물량을 확보하는 데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일부 항공사는 해외 공항에서 연료를 평소보다 많이 채워 돌아오는 '탱커링(Tankering)'을 확대하고 있지만, 전 세계적인 유가 급등으로 인해 이마저도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항공유 가격 폭등은 고스란히 유류 할증료 최고치 경신과 노선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기준 아시아 지역 항공유 현물 가격은 전쟁 발발 직전 대비 단기간에 2배 가까이 치솟았다. 이에 따라 국적 항공사들은 미주·유럽 등 연료 소모가 많은 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감편을 단행하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일부 단거리 노선은 아예 운휴에 들어갔다. 치솟은 항공권 가격과 유류 할증료 부담에 여행 및 출장 수요마저 꺾이면서 항공업계는 예상치 못한 최악의 보릿고개를 맞이하게 됐다. 이와 관련, 아시아나항공과 티웨이항공은 비상 경영 체제를 선언했다. ◇중동 긴장 고조에 재차 부각된 K-방산 에너지와 물류, 제조 등 산업 전반이 짙은 먹구름에 휩싸인 가운데 역설적으로 국내 방위산업계는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를 타고 새롭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양상으로 역내 안보 불안이 최고조에 달해 자체 국방력을 강화하려는 중동 및 인접 국가들의 무기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원유 물량을 긴급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K-방산 수출을 통해 다져놓은 탄탄한 신뢰 관계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무인기와 미사일 등 공중 도발 위협이 현실화하면서,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에 대규모 수출 계약을 맺은 중거리 지대공 요격 체계 '천궁-II(M-SAM)'에 대한 주변국들의 추가 도입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또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나 다연장 로켓 '천무' 등 실전에서 성능과 가성비가 검증된 지상 무기체계 역시 새삼 주목받는 분위기다. 증시에서도 방산주들은 유가 폭등과 물류 대란으로 인한 전반적인 하락장 속에서 강력한 방어주 역할을 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지정학적 블록화와 각국의 국방비 증액 기조가 맞물리면서 K-방산의 중장기적인 수주 랠리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그렇다고 방산업계가 마냥 웃을 수만 있는 처지는 아니다. 첨단 무기체계를 적기에 생산하기 위해서는 철강·알루미늄·특수 합금 등 각종 원자재와 반도체 부품이 필수적인데 글로벌 물류 마비와 원자재 가격 급등이 방산 공장의 생산 원가를 끌어올리고 납기 지연 리스크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개방' 한달째 학수고대…“4월 초중순이 변곡점" 산업계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완화·해제 여부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이란 정부가 협상에 나섰다는 소식에 어떤 식으로든 해협 통항 재개가 이뤄지지 않을까 조심스런 기대도 내비쳤다. 사태 장기화가 미국 경제에도 공급망 차질과 물가 상승 압력 등 부작용을 안기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3일 종전 협상을 언급하며 5일 동안 대이란 공격을 중단했다가 이보다 열흘 뒤인 4월 6일로 시한을 연장했다.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압박하는 메시지도 연이어 내놓았다. 이란 정부가 미국의 협상 요청 메시지를 받았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프랑스가 주도해 한국 등 35개국 합참의장이 전투 중단 후 호르무즈 해협 항해 재개를 목표로 모인 회의도 열렸다. 다만 향후 시계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의 협상 소식에도 이스라엘군이 이란 지역 타격을 이어가고 있고, 29일 예멘 후티 반군까지 참전을 선언하면서 중동 전선이 확대되고 홍해까지 운항이 어려워질 조짐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협상 참여로 한국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를 오는 4월까지 이끌어낼 지 여부가 공급망 위기를 피할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한국 정부가 비축유 50~60% 남겨놔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태가 지금부터 한 달 정도 더 이어지면 경제와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항공유 등 한국산 정유 제품을 미국이 수입하는 등의 사례를 봐도 사태 장기화에 따른 주요국 피해는 미국도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이란 공격을 4월 6일까지 유예하겠다고 직접 말한 만큼 곧 협상으로 부분 휴전이라도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늦어도 4월 중순까지 호르무즈 해협 통과 재개 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티웨이항공, ‘트리니티항공’으로 새 출발…사명 변경·지배구조 개편 확정

티웨이항공이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트리니티항공'으로의 사명 변경을 확정 짓고,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이사 보수 한도 삭감 등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31일 티웨이항공은 서울 강서구 공항동 훈련 센터에서 제23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정관 일부 변경 안건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새 상호인 '주식회사 트리니티항공(Trinity Airways Co., Ltd.)'은 향후 국내외 관계 기관의 승인 절차를 모두 마친 뒤 최종 적용된다.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기존 상호인 '티웨이항공'으로 정상 운영된다. 공식 홈페이지 주소와 항공사 코드(TW), 편명은 물론 기존 예약 내역 역시 아무런 변동 없이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사측은 전환기에 발생할 수 있는 고객 혼선을 막기 위해 홈페이지 공지와 회원 대상 이메일 등을 통해 관련 사항을 순차적으로 안내할 방침이다. 상법 개정과 환경·사회·지배 구조(ESG) 모범 규준에 발맞춘 지배구조 개선안도 통과됐다. 기존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바꾸고, 이사회 내 독립이사 의무 비율을 기존 '4분의 1 이상'에서 '3분의 1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또한 이사회 소집 통지 기한을 1일 전에서 7일 전으로 늘리고, 감사위원 분리 선임 대상을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해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한층 강화했다. 경영 환경 악화에 대비한 '책임 경영'의 일환으로 올해 이사 보수 한도 역시 대폭 축소했다. 주총에서 의결된 2026년 이사 보수 한도 총액은 20억 원으로, 전년 한도였던 40억 원 대비 50% 준으로 깎였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사명 변경 추진이 공식화된 만큼 관련 절차를 차질 없이 밟아 고객과 시장의 혼선을 최소화할 것"이라며 “전환 과정에서도 안전 운항과 서비스 품질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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