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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로텍 2026] 창원서 펼쳐진 ‘우주항공기술대전’…로켓·우주·위성 기술 한눈에

30일 경남 창원 컨벤션 센터에서 '제2회 국제우주항공기술대전(AEROTEC 2026)'이 열렸다. 가장 큰 부스를 차린 현대로템은 3m 크기의 디오라마에 엔진 생산 기지와 시험장을 담았다. 모형 건물에 불빛이 켜지고 뒤편 영상이 이어지자 전북 무주에서 추진 기관을 만들고 충남 서산에서 성능을 검증한다는 구상이 드러났다. 옆에 놓인 10톤급·35톤급 메탄 엔진 모형은 재사용 발사체 시장을 겨냥하고 있었다. ◇ 현대로템, '시험은 서산·양산은 무주'…재사용 로켓·극초음속 엔진 개발 무주 항공우주 종합 생산 기지는 현대로템이 23만 평 규모의 부지에 3000억원을 투입하는 사업이다. 발사체·유도 무기용 추진 기관 생산 시설과 연구 지원 시설, 연수원 등을 조성한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기존 서산 시설만으로는 본격적인 양산에 한계가 있어 별도 생산 기지가 필요해 투자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로템이 전국의 수많은 지방 자치 단체들 가운데 무주를 선택한 배경은 지형과 토지 확보 여건이다. 산과 골짜기가 많아 시설을 외부 시선으로부터 가리고 안전·보안을 확보하기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여러 민간 소유자의 토지를 확보할 때 생길 수 있는 소유권 문제와 사업 지연 가능성도 고려했고, 무주가 부지 확보와 추진 속도 측면에서 적합했다는 게 현대로템 측 설명이다. 부스 안내를 담당한 임세림 현대로템 매니저는 “서산 시험장이 1998년부터 추진 기관을 시험·검증해 왔다"며 “추가 구축 중인 제2 연구·시험동이 올해 본격 운영되면 시험 역량이 약 두 배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험은 서산, 양산은 무주'로 역할을 나누는 구상이다. 메탄 엔진 앞에서는 송재강 현대로템 우주모빌리티팀장이 기술 설명을 이어갔다. 두 엔진 모두 다단연소 사이클을 적용하되 35톤급은 산화제 과잉, 10톤급은 연료 과잉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다. 송 팀장은 누리호의 가스발생기 사이클과의 차이를 자동차 연비에 빗대며 효율과 재사용 성능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고 했다. 현대로템은 2006년 국내 최초로 메탄 엔진 연소 시험에 성공했고 지난해 재사용 발사체용 메탄 엔진 기술 개발 과제를 수주했다. 메탄은 연소 시 그을음이 적어 재사용 발사체용 연료로 주목받는다. 35톤급 개발은 현대로템이 총괄하고 대한항공이 터보 펌프를 맡는 등 컨소시엄 방식으로 진행한다. 송 팀장은 “설계·제작·시험 평가에 걸친 개발 경험이 당사 경쟁력"이라며 “1990년대부터 축적한 역량으로 개발 기간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완료 목표 시점은 아직 공개할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도 무기 추진 기관에서는 사거리와 비행 말기의 타격 능력을 강조했다. 강인식 현대로템 정밀유도무기팀장은 KF-21 탑재를 목표로 하는 장거리 공대공 유도탄용 덕티드 램제트 엔진과 극초음속 엔진을 소개했다. 제시한 속도 수준은 각각 마하 4급과 마하 6급이다. 극초음속 엔진은 전투기에서 지상·해상 목표를 타격하는 무기용으로 개발 중이다. 강 팀장은 “고체 로켓이 추진제를 소진하면 남은 운동 에너지로 비행하는 데 비해 덕티드 램제트는 외부 공기를 받아 추력을 발생시켜 사거리와 종말 단계 타격 능력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대로템은 2000년대 초부터 램제트 기술을 축적했고 전시한 극초음속 엔진은 램제트와 스크램 제트 모드를 전환할 수 있다. 해외 사업은 전력화 이후 관계 기관 정책에 따라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 상업 발사·군집 위성으로 우주 사업 확대 한화그룹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를 상업 발사 서비스로 연결하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상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우주사업단장은 “2022년 체계 종합 기업 선정 이후 총조립과 협력 업체 관리 등을 수행해 왔다"며 “반복 발사 경험을 토대로 2028년 이후 상업 발사 서비스를 추진한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발사체연구소에 따르면 민간으로의 기술 이전은 오는 10월 7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진행될 누리호 5차 발사에서 한층 확대된다. 초소형 군집 위성 2~6호와 큐브 위성 10기 등 총 15기를 고도 570km의 태양 동기 궤도로 보낸다. 주 탑재 위성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가 개발한 전자 광학 위성으로, 전시장에 소개된 SAR 군집 위성과는 별개다. 이번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총조립을 주관하고 항우연이 관리·감독과 발사 운용 주관을 맡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발사 준비·운용 참여 인원은 42명으로 4차보다 10명 늘어난다. 저충격 위성 분리 장치를 새로 적용해 여러 위성을 안정적으로 분리하는 기술도 검증한다. 6호기부터는 한화의 단조립 공장에서 조립한 각 단을 해상 운송하고 발사 통제 센터 콘솔 운용도 확대할 예정이다. 누리호의 발사 기회는 국내 부품의 우주 실증으로 이어진다. 항우연 위성우주탐사전자팀은 부탑재 위성인 '국산 소자 부품 우주 검증 플랫폼 2호(E3 Tester-2)'에 6개 기관·기업의 탑재체가 실린다고 밝힌 바 있다. 12U급 큐브 위성에 검증 부품을 모듈 형태로 탑재해 6~12개월간 운용하는 안이다. SK하이닉스는 D램·낸드의 우주 방사선 영향을 확인하고, 인세라솔루션은 레이저 조준용 정밀 조정 거울을 검증한다. 코스모비의 전기 추력기용 할로우 음극과 인터그래비티의 궤도 수송선용 항전 장비, KAIST의 자세 결정·제어 모듈, 모멘텀스페이스의 반작용휠도 시험 대상이다. 국산 부품에 실제 우주 사용 이력을 확보해 신뢰성과 활용 범위를 넓히는 것이 목적이다. 발사 비용을 낮추기 위한 재사용 기술 개발도 진행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발사체 재사용 기술 시연체' 총조립에 착수했다고도 했다. 항우연이 연구를 주관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체계 종합, 비츠로넥스텍이 엔진, 한양이엔지가 지상 시스템을 맡는다. 높이 12.2m, 직경 1.5m인 시연체에는 추력 조절이 가능한 다단 연소 사이클 엔진 한 기가 탑재된다. 추진제는 액체 산소와 케로신이다. 2028년 비행 시험에서 수직 이륙 후 약 90초 안에 고도 500m까지 올라갔다가 수직 착륙하는 것이 목표다. 추력·자세·유도 제어 기술을 검증해 차세대 발사체 1단 재사용의 기반을 마련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궤도 수송선(OTV)과 달 탐사 분야로의 사업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며 누리호 반복 발사와 독자 발사체 개발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한화시스템은 해상도 0.5m급 합성 개구 레이다(SAR) 검증 위성의 실물 크기 모형을 선보였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위성 40기로 군집을 구성해 한반도를 30분 간격으로 관측하고 북한 감시 등에 필요한 정보를 준실시간 수준으로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사업에서 선정되면 제주에 마련한 초소형 위성 생산 시설에서 양산할 계획이다. ◇ KAI, 정찰·수자원 관측에서 6G 통신까지…표준 위성 플랫폼 확장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역시 군집 위성을 통한 관측 공백 축소를 강조했다. 백승명 KAI 우주사업팀 부장은 “초소형 검증 위성 모형을 가리키며 기존 정찰 위성을 보완하는 용도"라고 말했다. 초소형 위성 40기가 배치되면 재방문 주기를 약 2시간에서 28분 수준으로 줄여 북한과 한반도 해역의 감시 공백을 좁힐 수 있다는 것이다. 전시한 '초소형 SAR 위성(Small SAR Satellite)'의 제원은 중량 약 150kg, 궤도 고도 약 500km다. 백 부장은 고해상 모드 0.5m급, 표준 모드 1m급과 광역 관측 모드를 적용하고, 0.45m급 해상도를 검증하는 실험 모드도 탑재했다고 했다. KAI의 또 다른 전략은 위성 본체를 표준화하고 임무에 따라 탑재체를 바꾸는 것이다. 백 부장은 500kg급 표준 플랫폼인 CAS500에 광학 장비나 C대역 SAR을 결합할 수 있다며 구성품의 호환성을 강조했다. 'CAS500-2' 차세대 중형 위성 2호는 국토 관리와 재해·재난 대응을 위한 정밀 관측 위성이다. 중량 약 500kg, 궤도 고도 500km로, 관측폭은 12km다. 전자 광학 카메라 해상도는 흑백 0.5m급, 컬러 다중분광 2m급이다. KAI는 항우연과 1호기를 공동 개발한 뒤 2호기와 후속 위성 개발을 주관하고 있다. 'CAS500-5' 차세대 중형 위성 5호는 홍수·가뭄 등 수자원과 수재해를 관측한다. C대역 영상 레이다로 해상도 10m, 관측폭 120km를 구현하는 설계다. 중량 약 680kg, 궤도 고도 561km이며 임무 수명은 4년이다. 관측에서 통신으로의 확장도 제시했다. '6G COMSAT' 저궤도 통신 위성은 2030년 발사를 목표로 6G 위성 통신 기술을 검증한다. 중량은 약 500kg, 고도 약 888km, 임무 수명은 약 3년이고 위상 배열 안테나·디지털 중계기·위성 간 레이저 통신 장치 등을 탑재한다. 백 부장은 기존 표준 플랫폼의 구성품을 활용하면서 통신 임무와 기동성에 맞춰 탑재체·구조를 조정한다고 했다. 경남 창원=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에어로 “협력사 글로벌 공급망 진출 원년”…해외 거점·기술 지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해외 생산·연구·개발(R&D)·물류 기반을 국내 협력사와 공유하고 현지 정착을 지원한다. 방산 수출국의 현지 생산 요구에 대응하면서 협력사도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도록 사업 기반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9일 경남 창원특례시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에서 '2026년 상생 협력 협의회 경영자 총회'를 열었다고 30일 밝혔다. 이부환 대표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과 59개 협력사 대표 등 90여 명이 참석했다. 통합 법인 출범 이후 최대 규모다. 이 대표는 이날 “올해는 협력사와 함께 글로벌 공급망에 본격 진출하는 원년"이라며 “국내 협력사가 한화의 해외 네트워크를 발판 삼아 세계 시장에서 독자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회에서 제시한 해외 사업 지원 전략은 '동반 진출'과 '현지화'다. 협력사와 해외 거점에 함께 진출하는 동시에, 수출 대상국의 현지 생산 체계에 국내 협력사의 핵심 부품과 기술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전략에는 방산 수출 환경의 변화가 반영됐다. 국내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던 기존 방식만으로는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을 요구하는 주요 수출국의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에 협력사와 함께 해외 공급망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지원 범위를 확장하기로 했다. 지원은 판로 확보부터 현지 사업 정착까지 이어진다. 해외 전시회에 공동 참가해 고객 접점을 늘리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보유한 해외 R&D·생산·물류 인프라를 협력사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수출 금융과 함께 현지 정착에 필요한 인력·기술도 지원한다. 해외에서 지속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도록 창정비·군수 지원(MRO) 사업 참여도 돕는다. 협력사를 MRO 파트너로 지정해 후속 지원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협력사가 주도하는 기술 개발에 대한 지원책도 소개했다. 협력사가 신기술 개발이나 부품 국산화 과제를 직접 제안하면 개발비와 시설 투자를 지원하고 성과가 검증된 경우 양산 참여 우선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앞서 국내외 방산 전시회를 통해 협력사의 해외 영업을 지원해 왔다. 지난해 10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 이어 올해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로사토리 2026'에도 별도 상생 협력관을 마련해 주요 협력사와 주력 제품을 소개했다. 이날 총회에서는 박현도 서강대학교 유로메나(EURO·MENA)연구소 교수의 '글로벌 방산 시장 변화와 수출 전략' 특강과 우수 협력사 19곳에 대한 시상도 진행됐다. 신임 상생협력협의회장에는 박원철 대원기전 대표가 선임됐다. 박 대표는 “협력사 단독으로는 넘기 힘들었던 해외 시장 문턱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함께 넘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자체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방산 공급망의 한 축을 담당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충전기 안 사도 된다…현대차·채비, 3년 쓰면 ‘내 것’ 되는 ‘충전 구독’ 출시

현대자동차가 충전기를 구매하지 않고 일정 기간 이용한 뒤 소유권까지 넘겨받을 수 있는 가정용 충전 서비스를 내놨다. 현대차는 충전사업자 채비와 함께 가정용 전기차 충전 구독 서비스 '마이홈차저'를 30일 출시했다고 밝혔다. 현대·제네시스 전기차를 보유하고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 등 전용 주차 공간을 확보한 고객이 대상이다. 이용 고객에게는 7kW급 완속 충전기와 기본 설치 비용이 지원된다. 월 최소 약정 충전량은 300kWh이며, 충전 요금은 kWh당 245원이다. 최소 약정량을 기준으로 하면 월 이용료는 7만3500원이다. 계약 기간은 36개월이며, 약정 종료 후 충전기를 반납하지 않아도 된다. 기간이 끝나면 별도 비용 없이 사용하던 충전기의 소유권이 고객에게 넘어간다. 채비는 약 140만원 상당의 7kW 충전기와 기본 설치비를 지원하고, 설치 후 2년간 무상 사후관리도 제공한다고 밝혔다. 충전 관련 정보는 채비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충전 이력과 약정량, 잔여 충전량, 남은 이용 기간 등을 볼 수 있으며, 가입 기간은 12월 31일까지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 롱레인지의 전비와 연간 주행거리 2만km를 기준으로 3년간 최소 약정량을 이용하면 기존 현대차 홈충전기 상품보다 67만원, 외부 채비 급속충전기 이용보다 153만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현장]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사라졌다…LG U+ 상담사 옆에 앉은 AI

“내일 일본 출장을 가는데 가장 저렴한 로밍 요금제가 뭐예요?" 30일 서울 금천구 LG가산디지털센터. 고객 역할을 맡은 직원이 전화를 걸자 상담사 모니터에 대화 내용이 실시간으로 문자로 찍혔다. 옆 화면에는 로밍 요금제 정보가 곧바로 떴다. 고객이 데이터 제공량과 사용 기간, 통화료를 잇달아 묻자 질문에 맞는 정보가 차례로 나타났다. 상담사가 별도로 검색할 필요가 없었다. 전화가 끝나자 이번에는 인공지능(AI)이 상담사를 평가했다. 상담 시작 때 이름을 밝히지 않은 점, 대화 중 13초간 침묵한 점, “데이터가 소진되시면"이라는 잘못된 사물 존칭까지 찾아냈다. 이전에는 상담 코치가 녹취를 일일이 들어야 했다. 상담사 한 명당 한 달에 4건 정도에 그쳤던 품질 검수는 AI 도입 후 1600건으로 늘었다. LG유플러스가 이날 공개한 AI 컨택센터(AICC)의 모습이다. AI가 고객 대신 전화를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상담 전과 중, 후까지 개입한다. 단순 문의는 AI 콜봇과 챗봇이 처리하고, 상담 중에는 'AI 상담어드바이저'가 필요한 답변을 찾아준다. 상담이 끝나면 'AI Auto QA'가 상담 내용을 평가한다. AI 콜봇과 챗봇이 처리하는 고객 문의는 연간 약 800만건이다. AI 도입 이후 고객이 기다리는 시간도 줄었다. LG유플러스 고객센터의 평균 상담사 연결 대기시간은 2024년 47초에서 올해 5초로 줄었다. 상담 시간도 같은 기간 16% 단축됐다. 회사는 AI로 확보한 상담 여력을 고령층이나 장애인 등 사람의 도움이 더 필요한 고객에게 돌리고 있다. 65세 이상 고객은 상담사가 우선 응대하고, 청각장애 고객에게는 수어 상담사를 연결한다. LG유플러스는 AI가 얼마나 정확하게 말을 받아 적는지보다 고객의 문제를 실제로 해결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이날 회사가 든 예시는 이렇다. 고객이 “이번 달 요금이 얼마예요?"라고 물었는데 AI가 이를 “이월달 요금이 얼마예요?"로 알아들었다. 열 글자 가운데 한 글자만 틀렸으니 문자 인식 정확도는 90%다. 하지만 AI가 9월 요금 대신 2월 요금을 알려주면 고객 입장에서는 오답이다. 회사는 이런 상담의 고객 체감 품질을 '0점'으로 본다고 했다. AI라고 모든 상담을 맡기는 것은 아니다. 요금 조회나 서비스 가입 같은 정형화된 업무는 AI가 처리하고, 사람의 판단이 필요한 문의는 상담사에게 넘긴다. 권태구 LG유플러스 AICC프로덕트트라이브 PO는 “고객의 불편을 초래하면서까지 AI를 고집하지 않는다"며 “복잡한 문의는 상담사가 전문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AI가 돕는다"고 했다. 기존 콜봇과 챗봇에도 거대언어모델(LLM)을 적용했다. 정해진 질문 순서를 따라야 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대화의 앞뒤 맥락을 읽는 것이 특징이다. 이날 시연에서 고객이 중국 장가계 여행 일정을 중간중간 끊어 말하자 AI 콜봇은 출국일과 귀국일을 파악해 로밍 요금제를 추천했다. “다른 요금제는 뭐가 있느냐"고 되물어도 앞선 대화를 토대로 답했다. 상품을 고르자 실제 가입 절차까지 진행했다. LG유플러스는 LG AI연구원의 '엑사원(EXAONE)'과 글로벌 빅테크의 AI 모델을 함께 사용한다. 고객사가 목적과 업무 지침을 입력하면 AI가 상담 시나리오와 업무 절차를 만들고, 실제 운영과 비슷한 환경에서 이를 검증한다. 서비스 적용 뒤에는 상담 데이터를 다시 분석해 문제점을 찾는다. LG유플러스가 내세우는 차별점은 이 과정을 자사 고객센터에서 먼저 거친다는 것이다. 전국 17개 고객센터에서 연간 수천만 건의 상담이 이뤄진다. 새 기술을 이곳에 먼저 적용하고 상담사와 고객 반응을 살핀 뒤 문제점을 고쳐 기업용 솔루션으로 내놓는다. 회사는 이를 '인소싱 AICC'라고 부른다. 안형균 LG유플러스 엔터프라이즈AI사업그룹장(상무)은 “유플러스가 직접 사용자가 되고 고객과 함께 진화시키는 구조"라며 “현장에서 문제와 요구를 먼저 발견하고 운영으로 검증한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했다. AI는 상담사 평가에도 쓰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올해부터 상담 코치의 평가와 AI 평가를 함께 활용하고 있다. 사물 존칭이나 필수 안내 누락처럼 기계가 일관되게 잡아낼 수 있는 항목은 AI 비중을 높이고, 사람의 판단이 필요한 항목은 상담 코치가 평가하는 방식이다. 도입 초기에는 상담사들의 거부감도 있었다. 'AI가 내 상담을 평가한다'는 부담 때문이었다. 반면 사람이 일부 통화만 골라 평가할 때는 하루 수십 건의 상담 가운데 어떤 통화가 선택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었다. 회사 측은 AI가 더 많은 상담을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면서 이런 불만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의 목표는 AI가 상담사를 돕는 단계를 넘어 스스로 상담을 처리하는 것이다. 회사는 2030년까지 고객의 상담 이력과 가입 정보 등을 토대로 문의 의도를 먼저 파악하는 'AI 네이티브 컨택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목표는 상담 대기시간을 없애는 '제로 웨이팅(Zero Waiting)'이다. 상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AI가 스스로 문제를 찾아 개선하는 기능도 적용한다. AICC 사업도 키운다. 자사 고객센터에서 검증한 기술을 금융 등 다른 산업으로 확대해 2030년까지 AICC 사업 매출을 연평균 50% 이상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다. 안 상무는 “AI 시대 AICC 경쟁력은 기술 자체보다 고객 반응을 얼마나 빠르게 서비스 개선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며 “2030년까지 AICC 사업을 기업 AX 사업의 핵심 성장축으로 육성하겠다"고 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포르쉐·벤틀리, 고성능 럭셔리 ‘전기 SUV’ 맞대결

럭셔리카 브랜드의 전동화가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중심으로 본격화하고 있다. 30일 포르쉐코리아는 포르쉐의 두 번째 순수 전기 SUV인 '카이엔 일렉트릭'을 국내 출시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국내에서 처음 공개한 뒤 전시 투어 등을 진행해 온 모델이다. 국내에는 카이엔 일렉트릭과 카이엔 터보 일렉트릭이 먼저 출시되며 카이엔 S 일렉트릭과 쿠페 모델도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카이엔 일렉트릭은 113kWh 배터리를 탑재해 상온 복합 기준 최대 512km를 주행할 수 있다. 800V 전기 시스템을 기반으로 최대 400kW 충전을 지원하며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16분 이내 충전이 가능하다. 포르쉐 최초로 무선 충전 기능도 선택할 수 있다. 성능도 기존 내연기관 스포츠 SUV에 맞췄다. 카이엔 터보 일렉트릭은 런치 컨트롤 사용 시 최고출력 1156마력, 최대토크 153.0kg·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2.5초 만에 가속하며 최고속도는 시속 260km다. 카이엔 일렉트릭은 최고출력 442마력, 최대토크 85kg·m, 0→100km/h 가속 4.8초의 성능을 낸다. 국내 판매 가격은 카이엔 일렉트릭이 1억4230만원, 카이엔 터보 일렉트릭이 1억8960만원부터다.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중심의 라인업을 이어온 벤틀리도 순수 전기차 시장에 합류했다. 벤틀리는 지난 24일 영국 런던에서 브랜드 첫 순수 전기차 '토르칼(Torcal)'을 세계 최초 공개했다. 토르칼은 컨티넨탈 GT, 플라잉스퍼, 벤테이가에 이어 벤틀리의 네 번째 모델이자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다. 도심형 럭셔리 SUV로 개발돼 기본형과 고성능 모델인 '토르칼 S' 두 가지로 구성된다. 토르칼에는 800V 기반 113kWh 배터리가 탑재됐다. WLTP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최대 600km다. 최대 400kW 급속 충전을 지원해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16분 만에 충전할 수 있으며, 7분 충전으로 약 161km의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성능 역시 럭셔리 브랜드의 고성능 모델에 걸맞게 구성했다. 토르칼은 최고출력 821마력, 최대토크 121.7kg·m를 발휘하며 0→100km/h 가속에는 3.4초가 걸린다. 토르칼 S는 최고출력 888마력, 최대토크 137.7kg·m를 내며 2.9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한다. 최고속도는 각각 시속 250km와 260km다. 영국 판매가는 17만3300파운드(3억 1000만원)부터로, 벤틀리 4개 차종 중 가장 저렴하다. 다만 국내 출시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럭셔리 브랜드들이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SUV에도 고성능 전기 파워트레인을 적용하고 있다"며 “주행 성능과 대형 배터리 등 브랜드가 강조하는 전기차 기술을 보여주기에도 적합한 차급"이라고 말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최수연 네이버 대표, UNGC에 ‘네이버 AI’ 활용 제안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유엔글로벌콤팩트(UNGC)에 네이버의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협업 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네이버웍스와 파파고 플러스 등을 활용해 각국 UNGC 네트워크의 소통과 업무 효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네이버는 최 대표가 지난 19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UNGC 이사회에 참석했다고 30일 밝혔다. 회의에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산다 오잠보 UNGC 사무총장 등이 참석해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기업의 역할을 논의했다. 최 대표는 이사회 참석을 계기로 UNGC 글로벌 네트워크에 네이버의 AI 기반 서비스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네이버클라우드의 업무용 협업 플랫폼 '네이버웍스'와 AI 통번역 서비스 '파파고 플러스' 등이 대상이다. 네이버는 UNGC 본부와 70여개 국가별 네트워크, 참여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활용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국가별 조직 간 소통을 지원하고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AI와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협력 방식과 시기는 UNGC 측과 추가 협의를 거쳐 정할 예정이다. 이번 제안은 UNGC가 추진하는 '2026~2030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UNGC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사업과 경영 활동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최 대표는 “UNGC 활동에 더 큰 동력을 만들려면 국가와 지역 간 장벽을 낮추는 효율적인 협업 체계가 필요하다"며 “네이버의 AI와 디지털 기술이 각국 네트워크의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소통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UNGC는 인권과 노동, 환경, 반부패 분야의 10대 원칙을 토대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지원하는 유엔 산하 이니셔티브다. 100여개국에서 기업과 기관 2만5000여곳이 참여하고 있다. 최 대표는 지난해 9월 한국인으로는 17년 만에 UNGC 이사로 선임됐다. 임기는 3년이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현장] “지금껏 이런 벤츠는 없었다”…서킷에서 깨어난 ‘원 맨 원 엔진’의 진가

그야말로 질주다. 총길이 4.3km의 트랙에 들어서자마자 사방에서 터질 듯한 배기음과 타이어 긁히는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끝이 보이지 않는 서킷 곳곳에는 타이어가 미끄러지며 남긴 검은 자국들이 선명하다. 피트레인 입구, 펄럭이는 AMG 깃발 아래 'AMG GT 55 4MATIC+' 8대가 양쪽 라인에 늘어서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드라이버 시트에 앉아 팔을 뻗는다. 스티어링 휠에 손목이 자연스럽게 닿는다. 딱 맞는 간격이다. 정신없이 서킷을 돌다 계기판으로 시선을 옮기면 시속은 180㎞. 살아있다는 감각이 온몸을 깨운다. 지난 29일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데이'가 열린 경기도 용인시 AMG 스피드웨이와 SUV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찾았다. ◇ 서킷 옆 오프로드 코스…AMG부터 G-클래스까지 한자리 AMG 스피드웨이는 2018년 10월 문을 연 국내 AMG 브랜드 전용 서킷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고성능 AMG 차량의 주행과 교육을 위해 운영하는 곳으로,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한 'AMG 익스피리언스' 프로그램이 이곳에서 진행된다. 입문 과정인 'AMG 디스커버'부터 심화 과정인 'AMG 퍼포먼스', 'AMG 어드밴스드', 야간 주행 프로그램인 'AMG 나이트 서킷' 등이 운영되고 있다. 프로그램은 단순히 서킷을 한 바퀴 도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AMG 디스커버에는 슬라럼과 원선회, 브레이크·차선 변경 등 기본적인 차량 제어 훈련이 포함되고, 퍼포먼스 과정에서는 드래그 레이싱과 코너링, 드리프트, 브레이크·차선 변경 등을 다룬다. 올해 하반기에는 입문 과정에 인근 도로를 달리는 온로드 주행도 추가됐다. 서킷 인근에는 성격이 전혀 다른 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2024년 10월 문을 연 SUV 익스피리언스 센터다. 실제 자연 지형을 활용한 상설 오프로드 코스로, 경사로와 바위·모래·자갈 노면, 나무 범피와 물웅덩이 등을 갖췄다. SUV 코스는 9개, G-클래스 전용 코스는 14개 구간으로 구성돼 있다. 약 30도 경사로를 오르내리거나 바위 구간을 통과하고, 노면에 따라 바퀴별 접지력이 달라지는 상황도 경험하도록 만들어졌다. 운용하는 차량의 종류도 다양하다. 실제로 이날 주차장에는 AMG 차량 수십 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낮고 날렵한 AMG GT 55와 GT 43 뒤로 대형 SUV GLS 580, G-클래스 G 450 d와 G 580, G 63 등이 나란히 자리했다. 퍼포먼스 모델부터 묵직한 SUV까지, 서킷과 험로를 누빌 차들이 한 공간에 뒤섞여 있었다. ◇ 풀숲·돌밭·30도 경사…'오프로드 크롤'로 손 안 대고 편하게 가장 먼저 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에 올라탔다. G-클래스 최초의 순수전기 모델로, 네 개의 전기모터가 각 바퀴를 개별적으로 구동하는 구조다. 평평한 아스팔트가 아닌 바퀴마다 닿는 노면이 달라지는 험로에서 각 바퀴의 구동력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G-클래스 전용 코스의 다양한 장애물을 넘기에는 더할 나위 없었다. G-코스에서는 사이드미러를 바로 스칠 듯 우거진 풀숲이 이어졌다. 바닥에는 축구공만 한 돌들이 빈틈없이 깔려 있었다. 차체가 좌우로 크게 흔들리고 한쪽 바퀴가 들릴 정도의 요철, 온몸이 앞뒤로 쏠리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졌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험로였지만 G 580의 '지능형 오프로드 크롤'을 켜니 수월했다. 로우 레인지가 작동한 상태에서 설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천천히 차를 움직이는 기능으로, 오프로드에서의 크루즈 컨트롤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G 580에는 2㎞/h의 '슬로우 크롤', 보행 속도 수준의 '가변 크롤', 8㎞/h의 '패스트 크롤' 등 3단계가 마련돼 있다. 실제로 오프로드 크롤을 켜자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밟을 필요가 없었다. 스티어링 휠을 꽉 붙잡고 바퀴가 향할 방향을 조절하는 데 집중하면 됐다. 거친 노면에서도 차는 설정된 속도를 유지하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처음에는 움직임이 낯설어 직접 페달을 밟기도 했지만, 몇 차례 장애물을 넘은 뒤에는 오히려 크롤 기능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 이후에는 크롤 기능에 모든 걸 맡긴 채 조향에만 집중했다. 오프로드에 익숙해져 편안해질 때쯤 '사이드 슬로프' 구간에 다다르자 다시 아찔해졌다. 오프로드 콕핏에 표시된 경사도는 30도 안팎까지 올라갔다. 살면서 이런 경사로에 차를 올려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가파른, 평소 도로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각도였다. 사이드미러 너머로는 옆쪽의 길바닥이 시야 대부분을 차지했다. 몸이 옆으로 쏠리자 안전벨트가 가슴 쪽을 강하게 조여왔다. 차가 얼마나 기울었는지 몸으로 고스란히 느껴졌지만, 기울어진 차체를 그대로 유지한 채 천천히 경사면을 통과했다. G 580은 최대 35도의 측면 경사에서도 주행 안정성을 확보하도록 설계됐다. ◇ “한 사람이 한 엔진"…AMG GT 55, 서킷에서 본색 AMG 스피드웨이로 돌아와 다시 AMG GT 55 4MATIC+를 마주했다. 바닥에 붙을 듯 낮게 깔린 차체와 양쪽으로 치켜 올라간 헤드램프, 넓게 벌어진 그릴까지 마치 작은 맹수를 보는 듯했다. 보닛을 열자 엔진 한쪽에 작은 은색 명판이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보니 엔진을 조립한 장인의 서명이 새겨져 있었다. AMG의 '원 맨 원 엔진(One Man, One Engine)' 철학을 보여주는 흔적이다. 숙련된 장인 한 명이 엔진 하나의 조립을 처음부터 끝까지 맡는 방식으로, 엔진에는 이를 담당한 장인의 이름과 서명이 남는다. 서킷 주행은 인스트럭터의 무전과 함께 시작됐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 플러스로 설정하고 서서히 속도를 올리며 트랙에 진입했다. 곳곳에 놓인 색색의 콘이 눈에 들어왔다. 초록색 콘을 기준으로 스티어링 휠을 꺾어 '턴인'하고, 노란색 콘을 향해 코너 안쪽으로 차를 붙이며 '에이펙스'를 노렸다. 인스트럭터의 무전에 따라 직선에서는 속도를 높이다가 코너 앞에서 감속한 뒤 차를 안쪽으로 붙이고, 코너 바깥으로 빠져나오면서 다시 가속페달을 밟는 동작을 반복했다. 시속 100㎞를 넘긴 상태에서 코너를 돌아도 GT 55는 매끄럽게 궤적을 그렸다. 스티어링 휠을 반바퀴 돌리는 만큼 차가 정확하게 따라왔고, 조향 타이밍을 조금 놓쳐 급하게 방향을 바꾸는 순간에도 차체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총길이 4.346㎞에 16개 코너가 이어지는 서킷이었다. 직선 구간에서 속도를 끌어올리면 곧바로 코너가 나타났고, 다시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여야 했다. 직선 구간에서 가속페달을 깊게 밟자 GT 55의 성격이 확실히 드러났다. 4.0ℓ V8 바이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476마력, 최대토크 71.4㎏f·m를 내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3.9초 만에 도달한다. 가속이 붙는 순간 등이 시트에 강하게 밀착되고 뒷목이 당겨왔다. 속도계가 시속 180㎞를 넘어가자 가속감에 계기판을 볼 여유도 없었다. 시선은 앞을 향한 채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로 현재 속도를 확인했다. 차체가 순간적으로 노면에서 붕 뜨는 듯한 느낌이 드는 순간에도 GT 55는 안정적으로 노면을 붙잡았다. ◇ 괴물 같은 성능 뒤에는 '트레이닝'…20년간 정비 인력 500명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날 차량의 주행 성능이 전문 인력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차량 기술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나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메르세데스-벤츠 트레이닝 아카데미에서는 기본적인 차량 정비부터 파워트레인, 전기·전자 시스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차량 진단까지 단계별 교육을 진행한다. 지난 20년간 AMT·AET와 아우스빌둥을 통해 약 500명의 자동차 정비 전문인력을 양성했다. 특히 고전압 시스템을 다루는 인력은 별도의 전문 교육을 거친다. 공현상 메르세데스-벤츠 트레이닝 아카데미 총괄 상무는 “평생 기계만 만지던 사람들이 이제는 전기를 만져야 한다"며 “기계와 전기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기 때문에 전기차가 늘어나면서 교육도 굉장히 많이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전압 전문가 과정은 굉장히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과정"이라며 “차량의 안전뿐 아니라 정비하는 사람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테크니션 교육도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공 상무는 “처음 들어오면 기본적인 교육을 받고, 그다음 시스템 테크니션, 진단 테크니션으로 올라간다. 전국적으로 100명이 채 안 되는 진단 테크니션은 병원 의사와 같은 역할"이라며 숙련된 진단 인력을 양성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기차와 배터리까지 다룰 수 있는 전문 인력 역시 장기간의 교육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초저궤도 위성부터 우주 광통신까지…창원 에어로텍, ‘스페이스 딥테크’ 선보여

미래 우주항공 제조 혁신의 현주소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제2회 국제우주항공기술대전(AEROTEC 2026)'이 10월 2일까지 열린다. 30일 에어로텍에 따르면, 이번 행사에는 현대로템·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국항공우주산업(KAI)·헥사곤 등 179개 기업들이 차세대 항공기 엔진부터 AI 기반 비파괴검사(AI-PAUT) 등 K-스페이스를 견인할 게임체인저 기술들을 선보인다. 관전 포인트는 단연 '차세대 제조 혁신'이다. 특히 방산 공정의 패러다임을 바꿀 '적층 제조(AM)'가 화두로 떠올랐다. 제5회 국방 3D 프린팅 경진 대회에서는 군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국방 제조 혁신을 논의하고 AM 심포지엄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신합금 부품 개발 등 극한의 공정 솔루션을 공유한다. 차세대 안보 전략 자산으로 꼽히는 '초저궤도(VLEO) SAR 위성' 역시 비중 있게 다뤄진다. 글로벌 시뮬레이션 기업 Ansys 등을 필두로 명사 초청 세미나가 열려 VLEO 비행 환경 시뮬레이션 기술 성과를 전격 공개한다. 글로벌 항공우주 매체 에비에이션 위크(Aviation Week)도 테크 트렌드 세미나를 열고 글로벌 우주 기술의 넥스트 스텝을 제시한다. 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를 대비한 생태계 확장도 본격화된다. 이노스페이스·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등 K-발사체 혁신 기업들이 패널로 참여하는 '소형 발사체 포럼'과 UN 국제청년우주위원회(SGAC)가 주관하는 100여 명 규모의 '미래 인재 리더십 포럼'은 우주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아젠다를 도출한다. 여기에 리투아니아·인도의 우주 데이터· 통신 유망 기업들까지 피칭데이에 합세해 국경을 초월한 기술 융합의 장이 열린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김병헌의 체인지] 기업의 시간, 정치의 시간

10월 6일 산자위 국감을 앞두고 국회에서는 다시 '기업인 줄소환'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문제를 놓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부르자는 요구도 나왔다. 1차 명단에서는 빠졌지만 추가 협의 가능성은 남아 있다. 반도체는 물론이고 방산·금융까지 기업 총수들의 증인 신청이 이어진다. 국감철이면 되풀이되는 '기업인 줄소환' 풍경이다.국회의 증인 요구권은 당연히 존중돼야 한다. 소비자 피해나 불공정거래, 산업재해처럼 최고경영자의 결정과 책임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면 총수든 CEO든 국회에 나와 답해야 한다. 1994년 미국 의회가 7개 담배회사 최고경영자들을 불러 세운 청문회가 그랬다. 당시 CEO들은 니코틴의 중독성을 부인했지만 이후 내부자료와 증언들이 공개되면서 담배산업의 책임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은 완전히 달라졌다. 의회의 소환권이 필요한 이유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강한 권한일수록 절제가 필요하다. 미국에서도 기업인 청문회가 정치인을 위한 '극장'으로 흐른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기업 최고경영자를 한 줄로 세워놓고 카메라 앞에서 몰아붙이는 장면이 사실 규명보다 정치인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수단이 되면 의회의 감시권은 힘을 잃는다. 책임을 묻기 위한 소환과 정치적 장면을 만들기 위한 소환은 구별돼야 한다. 우리 국회도 여기서 자유롭지 않다.지난해인 2025년 국감에서는 기업 관계자 증인·참고인이 200명에 육박했다. 전년의 159명을 훌쩍 넘어선 규모였다. 최태원·정의선·정용진 회장 등 주요 총수까지 증인 명단에 올랐고, 이 가운데 일부 인사는 이후 출석 요구가 철회됐다.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꼭 불러야 해서 불렀다면 무엇이 며칠 사이 해소됐는가. 꼭 필요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왜 불렀는가. 올해는 문제가 더 무겁다. 반도체와 AI, 방산은 개별 기업의 사업이 아니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국가의 산업지도와 안보까지 걸린 분야다. 미국 의회가 지난 4월 반도체 생태계를 점검하는 청문회를 열면서 인텔에서는 그룹 총수가 아니라 기업전략 담당 수석부사장을 증인으로 불렀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사안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할 사람을 부르는 것이 청문의 목적이기 때문이다.직함의 높이보다 답변의 정확성을 택한 셈이다. 기업이 반도체 공장 하나를 짓는 결정은 정치권의 구호처럼 가볍지 않다. 수십조원의 자본을 걸고 기술의 미래, 전력과 용수, 인재, 공급망과 시장을 계산한다. 판단이 틀리면 정치인은 다음 선거에서 구호를 바꿀 수 있지만 기업은 엄청난 투자손실을 떠안는다. 기업의 생사를 가를 수 있는 중대한 결정을 어느 지역에 투자했느냐는 이유만으로 여야 정쟁의 소재로 끌어들이기 시작하면 기업은 정치의 부속품으로 전락한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묻는다'는 거대한 명분도 질문이 빈약하면 초라해진다.기업의 투자 판단을 검증하는 것과 정파의 이해관계에 끌어들이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국가에 대한 기여도 국회 안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기술을 개발하고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만들며 해외 경쟁기업과 싸우는 것 역시 국가 경쟁력을 떠받치는 일이다. 특히 반도체·AI·방산처럼 한번의 투자 결정이 10년 뒤 산업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분야라면 정치는 기업의 고뇌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공장 위치 하나를 정하는 데도 인력과 세제, 물류와 공급망, 지정학적 위험을 함께 계산해야 한다. 정치권에는 지역구의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기업에는 생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기업인을 국회에서 보호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부를 때 제대로 부르자는 것이다. 총수를 부르려면 해당 사안에 직접 관여했거나 최종 의사결정권자로서 답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증인 신청 의원이 입증하도록 하는 '직접성 원칙'을 국회 규칙에 담을 필요가 있다. 증인 채택 뒤 철회할 경우에는 신청 의원과 철회 사유를 공개하는 '철회 책임제'도 검토할 만하다. 증인 요구권이 강한 만큼 요구한 의원의 책임도 무거워져야 하기 때문이다.국민도 국감장에서 기업총수를 줄 세우는 광경 자체를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알고 싶은 것은 누가 더 높은 사람을 불렀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밝혀냈느냐다. 국정감사의 수준은 증인석에 앉은 사람의 직함으로 결정되지 않고 질문의 무게로 결정된다.

[기내 절도 ③] 항공사 간 ‘위험 평가·정보 공유’ 과제

전세계 항공업계가 기내 절도 사건의 정보를 공유하고 예방 절차를 개선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항공사별로 접수한 신고를 공통 기준으로 분류하고 익명화한 자료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해외에서는 승객 신고가 지상 연락과 경찰 조사, 피해품 발견으로 이어진 사례도 공개됐다. 국내에서도 현장에서 접수한 신고가 항공사 내부의 위험 평가와 교육, 후속 운항의 대응 절차에 어떻게 반영되는지에 대한 점검 소요가 예상된다. 30일 본지 취재 결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25년 보안 연차 보고서'를 통해 카타르항공은 지난해 12월 카타르 도하에서 기내 절도 대응 워크숍을 열고, 비밀 유지 조건 아래 참가 항공사들과 운항 현장의 정보를 교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워크숍에서는 △승무원 교육 △승객 안내 △업무 절차 개선 △사건 이후 처리와 보고 체계 등이 다뤄졌다. 후속 과제로는 업계 지침 마련과 공통 사건 분류, 익명화된 자료 구축 등이 제시됐다. 항공사별 사건을 함께 분석할 기반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별도 접근 요청이 필요한 제한 배포 자료이기는 하나 IATA는 올해 '기내 절도 관리에 관한 일반 지침(General Guidance on Managing In-Flight Theft)'도 제시했다. 싱가포르항공은 작년 8월 두바이에서 싱가포르로 향하던 SQ495편에서 발생한 절도 사건을 지상 직원과 경찰에 전달했다. 싱가포르 매체 CNA의 보도에 따르면 피해자의 아내는 다른 남성이 남편의 가방을 선반에서 꺼내 옮기는 모습을 보고 승무원에게 알렸다. 남성은 가방을 돌려놓고 자신의 짐으로 착각했다고 주장했다. 가방 안에서 없어진 물품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승무원들은 상황을 확인한 뒤 창이공항 지상 직원에게 연락했다. 경찰 신고가 이뤄졌고 남성은 도착 후 체포됐다. 물품이 제자리에 돌아온 뒤에도 관계 기관의 확인으로 연결한 사례다. 싱가포르항공은 별도로 CNA에 승무원들이 의심스러운 행동을 살피고 관계 당국에 알리도록 교육받는다고 설명했다. 절도 의심 사건이 발생하면 신고하려는 승객을 지원하고 당국의 조사에 협조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스쿠트에서는 승객 신고와 승무원의 협조가 피해 현금 발견으로 이어졌다. 작년 2월 4일 제주에서 싱가포르로 향하던 항공편에서 한 승객은 다른 남성이 자신의 가방을 만지는 모습을 발견했다. 가방을 확인한 결과 현금이 없어진 사실을 알게 됐고, 이 상황은 객실 승무원에게 전달됐다. 다른 승객들도 해당 남성이 가방을 들고 있는 모습을 봤다고 진술했다. 싱가포르 경찰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창이공항 도착 후 공항 경찰은 승무원들의 협조를 받아 남성이 이동했던 곳 인근의 다른 선반에서 미화 885달러를 찾았다. 승객이 가방을 보관한 위치와 현금이 발견된 위치가 달랐던 사건으로, 신고 이후 기내 상황을 확인하고 경찰 조사에 협조하는 과정이 피해품 발견에 기여했다. 이와 같은 대응 경험을 다음 운항의 예방 조치에 활용하려면 항공사 내부의 검토 절차가 필요하다. 현장에서 어떤 정보가 유용했는지, 연락이 지연된 지점은 없었는지, 담당 부서의 역할이 명확했는지를 살피고 그 결과를 교육과 업무 절차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조직 차원의 대응을 설계할 때 참고할 수 있는 틀은 보안 관리 체계(SeMS)다. IATA의 관련 매뉴얼 공개 안내는 책임 배분·위험 평가·보안 보고·의사 소통·점검 등을 주요 구성으로 제시한다. 추가 지침 항목에는 기내 절도도 포함돼 있다. 국내에서 이 같은 접근을 검토한 연구가 나왔다. 권성희 씨는 2024년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경영대학원 석사 학위 논문 'SeMS 국내 도입을 위한 법적 연구'를 통해 내부자 위협·사이버 위협·기내 절도 등을 예방적 위험 관리 대상으로 제시했다. 권 씨는 논문에서 “항공 보안 분야에서 위험 관리는 보안 위협 수준과 취약성 등에 따라 항공 보안과 관련된 활동을 적절히 조정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 절차를 구체화한 해외 지침도 있다. 영국 민간항공청(CAA)의 2025년 '항공 보안 관리 체계 기본체계(Framework for an Aviation Security Management System·CAP 1223)'는 무엇을 언제, 어떤 방법으로 누구에게 보고하는지 명확히 하도록 안내한다. 접수 자료를 분석 가능한 형태로 보관하고 필요한 경우 보고자의 신원을 보호하며 분석 결과를 보고자에게 전달하는 절차도 제시한다. 이 원칙을 적용하려면 객실과 고객 상담 창구 등에 들어온 신고가 보안 부서로 전달되는 기준부터 정립해야 한다. 비행 중 접수된 신고와 하차 후 접수된 신고를 연결하고 같은 사건이 여러 창구에 들어오면 중복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추가 자료가 제출됐을 때 기존 기록을 갱신할 담당자도 필요하다. 신고 이후 절차가 바뀌었다면 현장 직원에게 변경 이유와 내용을 알려야 한다. 사건의 개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더라도 확인된 문제와 수정된 대응 방식을 공유할 수 있다. 직원이 보고한 내용이 실제 검토와 개선으로 이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다. 현장 직원이 우려 사항을 알릴 수 있는 환경도 중요하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2018년 '보안문화 강화 도구집(Toolkit on Enhancing Security Culture)'에서 보고자의 비밀을 보장하는 체계와 보고 방법에 대한 교육을 제시했다. 사건 보고를 조직 개선에 활용하고 보고한 직원의 기여를 인정하는 조치도 포함했다. 절도 의심 신고는 범행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불필요한 보고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분실·절도 의심·경찰 인계 여부를 구분해 기록하고, 확인된 사실에 따라 갱신하며 판단이 어려웠던 사례는 교육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신고 자료의 분류는 이러한 검토를 뒷받침한다. 분실 신고와 절도 의심, 경찰 인계 여부를 나눠 기록하고 이후 확인된 사실에 따라 상태를 갱신하는 방식이다. 항공사 사이의 정보 공유에도 공통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슷한 신고를 서로 다른 명칭과 범위로 기록하면 자료를 모아도 비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유 대상은 사건 양상과 대응 경험 등 목적에 맞게 정하고, 개인을 식별하는 정보의 제공은 별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경찰과 항공사가 함께 범행 양상을 공유하는 교육도 이뤄지고 있다. 홍콩 정부가 2024년 12월 입법회에 제출한 답변에 따르면 현지 경찰은 그해 1∼10월 기내 절도와 범죄 예방 등을 주제로 세미나 38회를 열었고 38개 항공사의 공항 관계자 937명을 대상으로 범죄 동향과 주요 수법을 설명했다. ICAO의 보안 문화 도구집도 직원이 보안 조치를 수행할 시간과 자원을 제공하도록 제안한다. 모의 훈련에서는 대응 능력을 확인하고, 발견된 교훈을 기록해 계획과 절차를 수정하도록 한다. 기내 절도 관찰과 순찰을 강화할 때는 업무량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난기류나 응급 환자 발생에 대비해 사건 확인·기장 보고·다른 구역의 객실 업무를 분담하고, 공항 관계 기관과의 연락은 지상 담당 부서와 연결해야 한다. 착륙 후에는 피해자에게 사건 접수번호와 담당 창구, 추가 자료 제출 방법을 안내해야 한다. 국내 항공사의 대응 수준도 이러한 운영 내용을 기준으로 확인해야 한다. 관련 매뉴얼의 존재에 더해 신고의 보안 부서 전달 기준과 정기적인 사건 검토, 교육·안내를 변경한 사례, 변경 사항의 현장 적용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성과 점검에서는 신고 건수의 증감만으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신고 창구와 안내를 개선하면 이전에 드러나지 않았던 사례가 접수될 수 있다. 운항 규모와 신고 여건의 변화를 함께 살피면서 보고 누락·처리 지연·개선 조치 이행 여부 등을 확인하는 방식이 뒤따라야 한다. 영국 CAA는 자체 보안 관리 체계 지침을 통해 보안 절차가 시행되고 있는지와 그 절차가 효과적인지를 구분해 평가하도록 안내한다. 기내 절도 대응에서도 교육 실시나 신고 접수 실적뿐 아니라 분석 결과에 따라 무엇을 바꿨고, 변경한 조치가 작동했는지까지 확인하는 것이 과제로 남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실제 적용에 참고할 경우 현장에서의 대응 능력 제고가 기대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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