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수요 회복세가 아직 완전히 자리 잡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무공해차 판매 목표를 빠르게 높이며 완성차 업체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차량 수요가 전기차 수요를 여전히 웃도는 실정에도 불구하고 정책은 전기차 중심의 전환을 재촉하면서 시장 상황와 정책 목표 사이의 간극이 커지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 1월 시행한 '연간 저공해자동차 및 무공해자동차 보급목표'에 따르면, 직전 3년간 연평균 판매량이 10만대 이상인 대형 자동차 판매업체의 무공해차 보급목표율은 올해 24%다. 지난해 22%에서 2%포인트(p) 높아졌다. 이후에도 목표율은 점점 높아져 2027년 28%, 2028년 36%, 2029년 43%를 거쳐 2030년에는 50%까지 올라간다. 연평균 판매량 2만~10만대인 중견 판매업체 역시 올해 20%에서 2027년 24%, 2028년 32%, 2029년 43%, 2030년 50%로 목표치가 단계적으로 상향된다. 문제는 정책 속도와 소비자 수요 전환 속도 사이의 차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신차 신규등록 중 하이브리드차는 28만9814대로 전기차 19만8509대보다 1.5배 많다. 하이브리드차는 전년 동기보다 0.6% 감소한 반면 전기차는 113.6% 급증했다. 전기차 전환 속도와 별개로 절대적인 판매 규모에서는 여전히 하이브리드차가 전기차를 앞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무공해차 보급목표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을 대상으로 해, 저공해차인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같은 기준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정부는 무공해차 보급목표 실적을 산정할 때 하이브리드차 1대를 무공해차 0.3대로 환산해 일부 인정하는 제도를 운영해왔다. 올해도 이 기준은 유지되지만, 업체들이 저공해차 판매를 통해 무공해차 목표를 보완할 수 있는 여지는 줄었다. 저공해차 초과실적을 무공해차 실적으로 전환해 활용할 수 있는 비율이 지난해 100%에서 올해 70%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2027년에는 50%로 낮아지고 2028년부터는 완전히 폐지된다. 결국 업체 입장에서는 하이브리드 등 저공해차 판매만으로 무공해차 목표를 충당할 수 있는 폭이 갈수록 좁아지는 셈이다.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의 판매 실적을 놓고 보면 이 같은 간극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현대차의 올해 1~7월 국내 판매량은 36만4826대로 전년 동기보다 11.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기차 판매량은 4만3466대, 하이브리드차는 9만5105대로 집계됐다.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전기차의 두 배를 웃도는 가운데, 전기차가 전체 국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9%에 그쳤다. 전체 국내 판매량에 올해 무공해차 목표율 24%를 단순 적용하면 8만7558대 규모로, 실제 전기차 판매량과 단순 비교하면 4만4092대의 차이가 난다. 무공해차 목표율 자체가 높아진 점도 부담이다. 지난해 목표율 22%를 현대차의 올해 1~7월 판매량에 적용하면 목표에 해당하는 판매량은 8만262대지만, 올해는 목표율이 24%로 높아지면서 8만7558대로 늘어난다. 겉으로 보기엔 2%p 인상에 지나지 않지만, 같은 판매 규모를 가정해도 목표율 인상만으로 충족해야 할 판매량이 7297대, 9.1% 늘어나는 셈이다. 여기에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이어진 노조 파업으로 생산 차질까지 발생하며 부담이 가중됐다. 무공해차 목표율은 높아졌지만 생산·판매 여건은 오히려 악화되면서, 현대차로서는 높아진 목표를 맞추기가 더욱 녹록지 않게 됐다. 같은 24%의 목표율을 적용받더라도 업체별 부담이 같지는 않다. 전기차 판매 비중이 어느 수준까지 올라와 있는지, 전체 판매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목표 달성에 필요한 실제 차량 대수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기아는 올해 1~7월 국내에서 35만383대를 판매했고, 이 가운데 전기차가 8만5444대로 전기차 비중이 24.4%에 달했다. 올해 무공해차 목표율 24%를 이미 웃도는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판매 규모가 작은 KG모빌리티는 같은 기간 국내에서 2만4416대를 판매했으며, 전기차는 5559대로 전체의 22.8%를 차지했다. 특히 판매 규모가 큰 업체일수록 목표율이 조금만 변해도 실제 충족해야 할 차량 대수의 변화 폭이 커진다. 올해 1~7월 판매량을 기준으로 목표율이 1%포인트 높아질 경우 현대차는 목표 기준 대수가 3648대 늘어나는 반면, KG모빌리티는 244대 증가하는 데 그친다. 똑같이 2%p씩 목표율이 높아져도 기아처럼 현재 전기차 판매 비중이 이미 목표율을 넘어선 업체와 현대차처럼 목표율과의 격차가 큰 업체, KG모빌리티처럼 상대적으로 판매 규모가 작은 업체 간에는 실제로 체감하는 부담의 크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부담으로 꼽히는 것은 목표 미달 시 부과되는 보급 기여금이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업체에는 미달분에 따라 부족 차량 1대당 150만원의 보급 기여금이 부과된다. 2028년부터는 300만원으로 오른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0년 보급목표제 시행 이후 지금까지 모든 판매자가 목표를 초과 달성해 실제 기여금이 부과된 사례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제도가 처음 시행됐을 당시의 시장 상황과 목표 수준은 지금과 크게 다르다. 실제 국내 전기차 시장은 2024년 판매량이 전년보다 9.7% 줄어들며 2년 연속 감소하는 등 수요 둔화를 겪었다. 이후 올해 상반기에는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과거 수요 둔화와 캐즘을 겪은 전기차 시장의 회복 속도와 비교해 정책 목표는 훨씬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무공해차 목표율이 연간 2~4%포인트씩 단계적으로 높아졌다면, 올해 24%인 목표율은 내년 28%로 올라선 뒤 2028년에는 36%로 한 해 만에 8%p나 뛰고, 2029년 43%, 2030년 50%까지 높아진다. 전기차 시장이 이제 막 회복세를 보이며 상황이 완전히 안정됐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업체들이 감당해야 할 목표 수준은 오히려 더 가파르게 높아지는 구조다. 정부는 초과실적 거래와 이월·상환 등 목표 미달을 보완할 수 있는 유연성 장치로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보완책이 업체별 시장 상황과 생산·판매 여건의 차이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2024년부터 무공해차 의무판매제를 시행한 영국의 경우, 제도 도입 당시부터 목표 실적 차입 등을 허용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관련 유연성을 추가로 확대했다. 차입분 상환 기한을 더 연장하고, 비무공해차 실적의 전환 기간도 늘렸다. 목표 수준은 유지하면서도 업체들이 실제 시장 여건에 맞춰 목표를 이행할 수 있도록 보완책을 넓힌 것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목표율이 빠르게 높아지는 와중 업체별 경영 상황이나 생산·판매 여건을 반영할 수 있는 폭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목표율 자체는 동일하게 적용되는 만큼 업체별 전기차 판매 비중이나 생산 여건에 따라 체감하는 부담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판매 부진이나 생산 차질, 신차 출시 일정 등 개별 업체가 처한 현실과 관계없이 목표율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상황에서 실적 거래나 이월 같은 사후적인 보완책만으로는 업체별 부담을 충분히 흡수하기 어렵다"며 “업체별 시장 상황과 전환 여건을 고려할 수 있도록 보다 유연한 사전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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