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확 달라진 ‘7 시리즈’…BMW, 신형 모델 사전예약 돌입

BMW코리아가 플래그십 세단 7시리즈의 신형 모델을 국내에 선보인다. 가솔린 모델 1종과 순수전기 모델 3종을 사전예약 대상으로 내놓고 고객 확보에 나선다. BMW코리아는 16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온라인 판매 채널인 BMW 샵 온라인에서 '더 뉴 BMW 7시리즈' 사전예약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모델은 4년 만에 출시되는 7시리즈 부분변경 모델이다. 외관 디자인과 주행 성능, 실내 편의사양 등 주요 항목을 개선했다. 사전예약 대상은 '더 뉴 BMW 740 xDrive'와 순수전기 모델인 '더 뉴 BMW i7 50 xDrive', '더 뉴 BMW i7 60 xDrive', '더 뉴 BMW i7 M70 xDrive' 등 총 4종이다. 가격은 모델에 따라 1억6000만원부터 2억4000만원까지다. BMW는 이번 7시리즈가 가솔린과 디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순수전기차(BEV) 등 다양한 동력원을 갖췄다고 밝혔다. 이 중 순수전기 모델인 i7은 수입 럭셔리 플래그십 전기 세단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한다는 설명이다. 사전예약 고객에게는 보증 연장 혜택이 제공된다. 예약 기간 내 계약하고 올해 12월 31일까지 차량 등록을 마치면 보증 연장 프로그램인 '워런티 플러스 프리미엄'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보증 기간은 총 5년 또는 주행거리 30만㎞까지 늘어난다. 그 외에도 BMW 파이낸셜 서비스 금융 상품으로 출고한 고객에게는 100만원 상당의 GS칼텍스·이마트 모바일 쿠폰을 제공한다. 연내 등록 고객 중 추첨을 통해 선정된 100명에게는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 내 레스토랑 '히노츠키'의 2인 디너 패키지도 증정한다 사전예약은 이날 오후 3시부터 BMW 샵 온라인에서 진행된다. 자세한 내용은 BMW 커뮤니케이션 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오너 경영능력 평가-정의선 ③] 125조·260억달러 투자…‘성과 회수와 지배구조’ 마지막 시험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자동차 본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동시에 로봇과 인공지능(AI), 전기차·배터리, 수소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국내외 투자 규모만 수십조원에 이른다. 경영능력 평가에서 투자 발표 자체는 성과로 볼 수 없다. 계획한 시기에 공장과 연구시설을 완공하고, 투자한 자금이 매출과 이익·현금흐름으로 돌아오는지 확인해야 한다. 정의선 체제의 최종 성적표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이유다. 현대차그룹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국내에 125조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전 5년보다 40% 이상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이 가운데 AI 기반 자율주행과 로봇, 전동화, SDV, 수소 등 미래사업 투자에 50조5000억원을 배정했다. 현대차 단일 법인도 같은 기간 연구개발과 설비, 전략투자에 총 77조3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미국에는 2025년부터 2028년까지 260억달러를 투자한다.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자동차 생산능력 확대,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생산시설이 주요 사업이다. 조지아 메타플랜트에는 이미 자동차·배터리 분야를 합쳐 126억달러가 투입됐다. ◇ '얼마를 쓰느냐'보다 '얼마를 회수하느냐' 국내 125조2000억원과 미국 260억달러를 단순히 합산해 현대차 한 회사의 투자로 봐서는 안 된다. 두 계획은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그룹 계열사의 투자를 포함하고 대상 기간과 사업 범위도 다르다. 일부 사업은 국내 연구개발과 해외 생산시설이 연결돼 있어 중복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투자 규모가 과거보다 크게 늘었다는 방향은 분명하다. 자동차 공장뿐 아니라 배터리 합작사와 철강, 로봇, AI 인프라에 동시에 자금이 들어간다. 투자 기간에는 감가상각비와 연구개발비, 차입 부담이 먼저 발생하고 매출과 이익은 뒤늦게 나타난다. 1편에서 확인한 현대차의 수익성 개선은 이러한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기반이다. 현대차의 연평균 영업이익은 2017~2019년 3조5000억원에서 2023~2025년 13조6000억원으로 늘었다. 문제는 관세와 경쟁 심화로 자동차 이익률이 낮아지는 상황에서도 투자 재원을 안정적으로 마련할 수 있느냐다. 2025년 현대차 매출은 역대 최대인 186조2545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1조4679억원으로 전년보다 19.5% 감소했다. 미국 관세와 판매 인센티브 증가가 수익성을 끌어내렸다. 본업의 이익이 흔들리는 시기에 미래사업 손실과 대규모 설비투자가 동시에 늘어나면 현금흐름 부담도 커질 수 있다. 따라서 국내외 투자계획은 투자액이나 착공 건수보다 가동률과 매출, 투자 후 영업현금흐름으로 평가해야 한다. 미국 공장의 현지 생산 확대가 관세 부담을 얼마나 줄였는지, 배터리 합작사가 안정적인 고객과 수익을 확보했는지, 로봇 투입이 제조원가를 낮췄는지를 구분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 보스턴다이내믹스 가치, 누구에게 돌아가나 자본 배분과 함께 살펴봐야 할 문제는 투자 성과의 귀속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보스턴다이내믹스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인수했다. 이후 증자 과정에서 지분율이 변동했고, 소프트뱅크 잔여 지분 인수 발표 이전 기준으로 HMG글로벌이 56.4%, 정의선 회장이 개인적으로 22.6%, 현대글로비스가 11.25%, 소프트뱅크가 9.65%를 보유했다. HMG글로벌은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가 출자한 미국 법인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7월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9.65%를 추가로 인수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완전자회사로 만들기로 했다. 그룹의 전략적 통제력이 높아지는 동시에 정 회장의 개인 지분율도 20%대에 이르는 구조다. 정 회장은 최초 인수 당시 개인 자금 약 2400억원을 투입했다. 오너가 자신의 자금을 신사업에 투자해 위험을 함께 부담했다는 점은 책임경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향후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하거나 상장할 경우, 그룹 계열사의 자금과 생산시설·데이터를 활용해 성장한 가치 중 상당 부분이 총수 개인에게 돌아간다는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보스턴다이내믹스가 현대차 공장을 초기 고객과 실증 장소로 활용하고,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가 추가 증자에 참여한다면 거래 조건과 가치평가의 투명성이 중요해진다. 상장을 추진할 경우에는 상장 시점과 공모가, 계열사와 정 회장의 구주매출 여부까지 공개해야 소액주주와의 이해상충 논란을 줄일 수 있다. 현재로서는 상장 시점도 확정되지 않았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측은 2027년 상장 가능성을 낮게 봤으며, 아틀라스의 양산과 현장 운용실적을 쌓은 뒤 상장을 검토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상장 기대감보다 로봇의 실제 매출과 수익성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 단계다. ◇ 로봇 전환, 노사관계도 경영능력 평가 대상 로봇과 AI의 생산현장 투입은 기술과 재무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생산직 업무와 고용구조를 바꾸는 만큼 노사관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현대차 노조는 로봇과 AI가 생산인력을 대체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고용안정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생산직 가운데 상당수가 향후 수년간 정년퇴직할 예정이어서 회사는 자연 감소와 자동화를 함께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충분한 협의 없이 로봇 도입을 밀어붙일 경우 생산성 향상분보다 노사 갈등 비용이 커질 수 있다. 정 회장의 실행력이 진정한 경영 성과로 이어지려면 기술 도입 속도뿐 아니라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한다. 미국 투자 확대에 비해 국내 생산과 고용이 위축된다는 인식이 생기지 않도록 국내 투자계획의 집행 상황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 본업은 '합격', 미래투자와 지배구조는 '진행 중' 재무·사업 분석을 종합하면 정 회장 체제의 가장 분명한 성과는 자동차 본업의 수익성 개선이다. 판매량이 감소했는데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고, 영업이익률 개선 폭도 주요 글로벌 경쟁사보다 컸다. SUV와 제네시스, 하이브리드, 북미 중심으로 제품과 시장 구성을 바꾼 결과다. 미래사업에서는 자율주행과 로봇, 차량 소프트웨어 기업을 짧은 기간에 확보해 전략 방향을 구체화했다. 수소사업도 단기 시장 규모에 매몰되지 않고 장기 선택지로 유지했다. 사업을 이해하고 결정을 내리는 속도는 다른 오너 경영인과 비교해 강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반면 투자효율은 아직 점수를 확정하기 어렵다. 모셔널과 보스턴다이내믹스, 포티투닷은 큰 폭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고 국내외 대규모 투자도 이제 집행 단계에 있다. 발표한 투자액이 실제 매출과 현금흐름으로 전환돼야 경영 성과로 인정할 수 있다. 지배구조 역시 남은 과제다. 보스턴다이내믹스에 대한 정 회장의 개인 투자가 책임경영으로 평가받으려면 계열사와 총수 간 이익 배분이 공정하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기업가치가 높아질수록 가치평가와 상장 방식, 거래 조건을 둘러싼 시장의 검증도 강해질 수밖에 없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은 “세계 자동차산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현대차가 상대적으로 좋은 실적을 낸 것은 정 회장이 본업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인 결과로 볼 수 있다"면서도 “보스턴다이내믹스 등을 지배력 강화에 활용하려 한다는 인상을 주면 시장의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 회장의 지난 6년을 전체적으로 나쁘게 평가할 이유는 없지만, 약한 지배구조를 무리하게 보완하려다 시장의 불신을 키워서는 안 된다"며 “본업에서 확인된 경쟁력을 미래사업의 수익성과 투명한 지배구조로 연결하는 것이 다음 과제"라고 평가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채비, 전기차 충전시설 보조사업 4개 부문 선정

전기차 충전 인프라 기업 채비가 정부의 전기차 충전시설 보조사업에서 운영과 제조 분야 모두 사업 수행 자격을 확보했다. 운영사 부문에서는 9년 연속 선정됐으며, 올해 신설된 제조사 부문에서도 선정됐다. 채비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주관하는 '2026년 전기차 충전시설 보조사업'의 4개 부문 사업수행기관으로 선정됐다고 16일 밝혔다. 선정 부문은 급속·중속 충전시설 운영사와 완속 충전시설 운영사, 급속·중속 충전시설 제조사, 완속 충전시설 제조사다. 선정에 따라 채비는 2027년까지 정부 보조사업에 참여한다. 올해 보조사업은 충전시설 운영과 충전기 제조 역량을 나눠 평가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제조사의 기술개발 능력과 충전기 품질·성능을 별도로 평가하도록 제도가 개편됐다. 채비는 운영과 제조 분야의 4개 부문에 모두 선정됐다. 채비는 출력 50㎾부터 350㎾까지 충전기 12종을 직접 생산하고 있다. 완속부터 급속 등 여러 충전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군을 갖추고 현재 약 1만 면 규모의 급속 충전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충전기 제조뿐 아니라 설치와 운영, 유지관리, 장애 대응까지 관련 업무도 수행한다. 최영훈 채비 대표는 “이번 4개 부문 동시 선정과 9년 연속 운영사 선정은 채비가 축적해 온 충전기 기술력과 현장 운영 역량을 보여준 결과"라며 “국내 1위 전기차 충전 기업에 걸맞게 공공 부문에서도 다양한 충전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과 운영 서비스를 고도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한미 재계, 3500억달러 투자 이행 선언…미국은 한국의 비관세장벽 해소 요구

한미 경제계가 3500억달러 규모의 한국 대미 투자계획을 구체적인 사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미국 측은 투자 이행을 촉구하는 동시에 한국 시장에서 미국 기업의 접근성과 공정한 대우를 요구했다. 한국경제인협회와 미국상공회의소는 15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제36차 한미재계회의 총회'를 열고 조선과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AI) 인프라, 에너지, 제약·바이오 등 전략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류진 한경협 회장과 에반 그린버그 미한재계회의 위원장 겸 처브그룹 회장,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 등이 참석했다. 재계에서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성래은 영원무역그룹 부회장,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을 비롯해 SK·현대차·LG 등 주요 대미 투자기업 관계자들이 자리했다. 이번 총회는 한미 정부가 이달 초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 사업 등을 포함한 전략투자 프로젝트를 발표한 이후 처음 열린 양국 경제계 회의다. 한국이 약속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가운데 1500억달러는 조선 분야에 배정돼 있다. 나머지 투자도 반도체와 에너지 등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구체화될 전망이다. 류진 회장은 정부 간 합의로 투자 틀이 마련된 만큼 실제 사업 추진은 기업이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들이 지난해 미국에 투자한 금액은 220억달러를 넘어 최근 10년 연평균 수준을 웃돌았다고 설명했다. 에반 그린버그 위원장도 정부 간 합의를 실질적인 경제적 기회로 전환하는 주체는 기업과 투자자, 근로자라고 밝혔다. 양국 경제계는 미국의 산업 역량 강화와 한국 기업의 사업기회 확대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양측은 공동선언문을 통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투자환경 조성을 양국 정부에 요청했다. 대규모 투자사업의 신속한 인허가와 전문인력의 원활한 이동을 위한 비자제도 개선도 공동 건의사항에 포함됐다. 미국 측은 한국의 투자환경 개선도 요구했다. 스틸 대사는 한미 간 통상·투자 합의를 이행할 시점이라며 한국 시장에서 미국 기업의 접근성과 공정한 대우가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와 시장 진입 제한 등 비관세장벽 개선을 한국 정부에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한국 기업에는 대규모 투자와 조속한 사업 집행을 요구하면서 한국에는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구조가 보다 선명해진 것이다. 향후 양국 협의에서는 미국 내 인허가·비자 문제와 한국 내 디지털·플랫폼·농축산물 관련 규제가 함께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한미 경제계는 텍사스 가스발전 사업을 시작으로 원전과 액화천연가스(LNG), 첨단조선 분야의 후속 투자사업도 발굴하기로 했다. 반도체와 배터리, AI 인프라, 바이오 분야에서는 공급망 안정과 공동 연구개발, 현지 생산 확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이 실제 투자를 집행하려면 사업성뿐 아니라 인허가 기간과 전문인력 확보,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투자 규모를 선언하는 단계를 넘어 사업별 투자 주체와 조건을 구체화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포스코·한화오션, LNG운반선 화물창에 ‘고망간강’ 적용 추진

포스코가 독자 개발한 고망간강의 적용 범위를 LNG 추진선 연료탱크에서 대형 LNG운반선 화물창으로 확대한다. 한화오션과 실증선을 확보해 실제 운항 데이터를 축적하고 해외 기술 의존도가 높은 LNG 화물창 시장 진입을 추진한다. 포스코와 한화오션은 15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이희근 포스코 사장과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고망간강 화물창 실증선 확보를 위한 상호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16일 밝혔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포스코플로우 등 포스코그룹 계열사도 실증선 확보와 운용을 지원한다. 양사는 한화오션을 중심으로 고망간강 화물창을 탑재한 실증선을 건조하고 실제 운항 환경에서 안전성과 내구성, 운용 효율 등을 검증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선주사를 상대로 고망간강 화물창의 운항 실적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 연료탱크 넘어 화물창으로…소재 시장 10배 고망간강은 영하 163도 이하의 극저온 환경에서도 강도와 충격인성을 유지하도록 포스코가 개발한 특수강재다. 고가의 니켈 합금강인 인바(INVAR)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장량이 풍부한 망간을 활용한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고망간강의 적용 대상을 선박 연료탱크에서 LNG 화물 자체를 대량 저장하는 화물창으로 확대하는 데 있다. LNG 추진선의 연료탱크에는 선박 한 척당 약 1000톤의 소재가 사용되는 반면 LNG운반선 화물창에는 1만톤 이상이 투입된다는 게 포스코 측 설명이다. 화물창 적용이 본격화될 경우 고망간강의 선박용 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 있는 구조다. 다만 새로운 소재가 LNG 화물창에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실제 운항 환경에서 성능과 안전성을 입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양사가 이번 실증선 확보에 나선 것도 글로벌 선주사가 요구하는 운항 실적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고망간강 화물창은 별도로 제작한 화물창을 선박에 탑재하는 독립형 구조로 설계된다. 포스코와 한화오션은 LNG 기화율을 고객 요구에 맞게 조절하고, 액체 화물이 출렁이면서 화물창 벽면에 충격을 주는 '슬로싱'에 대한 운항 제약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 10여년 공동개발…누적 51척 적용 포스코와 한화오션의 고망간강 협력은 10년 이상 이어져 왔다. 포스코는 광양 LNG터미널 저장탱크 등에 고망간강을 적용하며 실증을 진행했고, 이후 선박 분야로 적용 범위를 넓혔다. 포스코가 발주한 석회석 운반선에 고망간강을 적용한 데 이어 2021년에는 한화오션이 건조한 초대형 원유운반선과 컨테이너선의 LNG 연료탱크에도 적용했다. 2026년 현재 LNG 연료탱크 등을 포함한 고망간강 적용 선박은 누적 51척이다. 포스코그룹은 이번 사업에 포스코인터내셔널의 LNG 트레이딩·터미널 사업과 포스코플로우의 물류 역량도 연계할 방침이다. 양사는 LNG운반선 화물창 실증 이후 LNG 벙커링선과 부유식 저장·재기화 설비(FSRU) 등으로 고망간강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수소·에탄·암모니아 등 저온 화물 운송 분야도 적용 대상으로 검토한다. 이희근 포스코 사장은 “LNG 화물창을 시작으로 친환경 선박 소재 시장의 글로벌 표준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는 “안전성과 경제성을 갖춘 화물창 솔루션을 제공하고 LNG를 비롯한 다양한 저온 화물 운송 분야로 적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현장] 다이아몬드 그릴에 악기 주행음…벤틀리 최초 전기차 ‘토르칼’ 한국서 첫 선

벤틀리모터스가 15일 서울 성북구에서 첫 순수 전기 SUV '토르칼'을 아시아 최초로 공개했다. 토르칼은 벤틀리의 네 번째 모델이자 첫 순수 전기차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프랑크-슈테펜 발리저 벤틀리모터스 회장 겸 CEO는 “이제 벤틀리는 매우 새롭고 흥미로운 장을 열게 됐다" 며 “토르칼은 브랜드 최초의 전기차이면서도 벤틀리를 정의하는 모든 요소들을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 가장 벤틀리다운 차"라고 말했다. 이어 “벤틀리 특유의 마법 양탄자 같은 승차감으로 직접 운전하거나 탑승하는 순간부터 특별함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 888마력보다 중요한 주행 감각…성능·가속 특성 조율 토르칼의 최고출력은 888마력, 최대토크는 137.7㎏·m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9초다. 듀얼 영구자석 동기식 모터를 적용하고, 800V 전기 아키텍처와 113㎾h 배터리를 탑재했다. WLTP 기준 최대 주행거리는 600㎞다. 다만 벤틀리가 개발 과정에서 주목한 것은 최고출력이나 가속 시간만은 아니다. 프랑크-슈테펜 발리저 CEO는 “최고출력을 네 자릿수까지 끌어올린다고 해서 차가 더 좋은 주행 감각을 갖는 것은 아니다"라며 “출력 자체를 높이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차만의 성격을 만드는 일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전기차는 가속 페달을 밟는 즉시 높은 토크를 낼 수 있지만, 출력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차별화된 주행 감각을 구현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이어 “성능과 출력, 가속 특성을 적절히 조율해 자연스럽고 벤틀리다운 주행 감각을 구현하는 것이 벤틀리 엔지니어와 개발팀 전체의 과제였다"며 “바로 그 점이 토르칼을 다른 전기차와 차별화하면서도 벤틀리 크루가 축적한 엔지니어 역량을 보여주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벤틀리는 토르칼의 주행 성능을 위해 노면 변화에 따른 차체 움직임을 제어하는 풀 액티브 서스펜션과 코너링 시 차체가 기울어지는 현상을 줄이는 액티브 롤 컨트롤 시스템을 적용했다. 별도의 안티롤바 없이 능동적으로 차체의 기울기를 제어하는 방식이다. 후륜 조향 시스템은 뒷바퀴를 최대 5도까지 조향한다. 저속에서는 회전 반경을 11.1mRkwl 줄여 좁은 공간에서의 조작을 돕고, 고속에서는 주행 안정성을 높였다. ◇ 전기차에서도 유지한 그릴…벤틀리 헤리티지 재해석 외관에서는 벤틀리의 디자인 기조를 전기차에 맞게 재해석한 흔적이 두드러졌다.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전면부의 다이아몬드 패턴 그릴이다.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는 냉각을 위해 많은 공기를 흡입하는 그릴이 필요하지 않지만, 벤틀리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디자인 요소를 유지했다. 로빈 페이지 벤틀리 디자인 총괄은 “전기차에서도 상징적인 그릴을 유지할 것인지 고민했다"며 “기능적인 공기 흡입구 대신 하나의 예술 작품이자 상징적인 조형물로 그릴을 재해석했다"고 설명했다. 그릴에는 크기가 다른 다이아몬드 패턴을 적용해 입체감을 살렸다. 전면부 조명과 결합해 빛에 따라 표면의 형태가 달라 보이도록 구성했다. 로빈 페이지 벤틀리 디자인 총괄은 “내연기관차에서는 그릴의 패턴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전기차에서는 빛을 주요 표현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강한 존재감을 유지하면서도 기존 내연기관차와는 다른 모습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차체 측면에도 과거 벤틀리 모델의 디자인 요소를 반영했다. 로빈 페이지 디자인 총괄은 “벤틀리 역사 속 여러 모델에서 토르칼과 비슷한 형태를 발견할 수 있다"며 “과거 모델의 디자인 요소를 세밀하게 살펴보고 이를 토르칼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자인 원칙을 따르는 것뿐 아니라 세부 요소를 어떻게 구현하느냐도 중요하다"며 “벤틀리의 디자인 유산을 현대적이고 진보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실내 역시 전통적인 고급 소재와 디지털 기술을 결합했다. 대시보드에는 곡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실내 디자인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다. 벤틀리는 디지털 화면만으로 실내를 채우기보다는 물리 버튼과 금속 장식 등을 함께 배치해 조작 편의성과 소재의 질감을 살렸다고 밝혔다. 소재 선택에서도 차별화를 꾀했다. 영국 직물 제조사 폭스 브라더스와 개발한 메리노 울 소재를 천장과 시트 뒷면, 도어 등에 적용했다. ◇ 실제 악기로 만든 주행음…오감으로 완성한 럭셔리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에 주행 감각을 전달하는 사운드를 더한 점도 특징이다. 벤틀리는 토르칼에 '벤틀리 다이내믹 심포니'를 적용하고 가속과 주행 상황에 어울리는 소리를 구현했다. 드럼과 비올라, 베이스 기타 등 실제 악기를 활용해 소리를 만들었다. 운전자가 원하면 해당 사운드를 끌 수도 있다. 크리스토프 조르주 세일즈 및 마케팅 총괄 이사는 토르칼의 사운드 시스템에 대해 “토르칼은 완전한 조용함을 추구하는 차가 아니다"라며 “원한다면 소리를 완전히 끌 수 있지만 벤틀리 다이내믹 심포니를 통해 운전자가 차량의 성능과 특성을 느끼고 차와 연결돼 있다는 감각을 얻도록 했다"고 했다. 이를 위해 실내의 다양한 소리에도 소재와 제작 과정을 반영했다. 방향지시등 소리는 장인이 망치로 가죽을 두드리는 소리에서 착안했고, 알림음에는 크리스털 잔에서 영감을 얻은 소리를 활용했다. 사운드 시스템은 기본형에 16개 스피커를 적용했으며, 선택 사양인 네임 오디오 시스템은 28개 스피커와 1780W 출력을 지원한다. 토르칼은 이러한 요소들을 '큐레이션 엔진'을 통해 통합적으로 조절한다. 벤틀리·컴포트·스포츠·리프레시 등 네 가지 모드에 따라 서스펜션과 파워트레인 반응뿐 아니라 조명, 사운드, 공조 설정 등을 함께 바꾼다. 운전자가 원하는 분위기와 주행 특성에 맞춰 차량의 감각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크리스토프 조르주 벤틀리 세일즈 및 마케팅 총괄 이사는 “럭셔리카를 구매하는 이유는 단순히 이동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라며 “차의 아름다움과 소재를 만졌을 때의 감촉, 실내의 정교한 마감, 성능이 전달되는 방식, 사운드 시스템까지 모든 오감을 만족시키는 것이 벤틀리만의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벤틀리는 이날 토르칼의 국내 주문 접수를 시작했다. 공식 판매 가격은 토르칼과 토르칼 S 모두 3억3000만원부터다. 첫 고객 인도는 2027년 말 시작될 예정이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대한항공 3Q 영업익 4212억, 전년 동기비 11.9%↑…‘고유가 뚫고 최대 매출’

대한항공이 고유가에 따른 비용 부담과 원화 약세로 인한 한국발 여객 수요 둔화에도 올해 3분기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해외에서 한국으로 들어오거나 인천을 거쳐 제3국으로 향하는 여객 수요가 늘고, 인공 지능(AI)·반도체 관련 고부가 가치 화물 운송이 성장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증가했다. 15일 대한항공은 올해 3분기 매출 5조448억 원, 영업이익은 4212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1조363억 원(25.9%), 영업이익은 449억 원(11.9%) 증가했다. 당기 순이익은 9297억 원으로 전년 동기 919억 원보다 8378억 원(912.2%) 증가했다. 여객 부문은 해외발 수요 확대가 성장을 이끌었다. 3분기 여객 매출은 2조917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63억 원(20.5%) 증가했다. 유류 할증료와 원화 약세에 따른 여행비 부담으로 한국에서 출발하는 여객 수요는 다소 위축됐다. 반면 해외발 한국행과 인천공항 환승 수요가 크게 늘면서 여객 매출 증가를 뒷받침했다. 대한항공은 여름철 성수기에 맞춰 미주·일본 노선을 중심으로 공급을 확대하며 늘어난 수요를 흡수했다. 화물 부문은 여객보다 높은 매출 증가율을 나타냈다. 3분기 화물 매출은 1조432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56억 원(34.3%) 늘었다. AI·반도체 관련 고부가 가치 화물의 안정적인 운송 수요가 실적을 지탱했고, 지역별 수요 변화에 맞춘 대응도 수익 증대에 기여했다. 4분기에도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연료비 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회사는 내다봤다. 이에 여객 부문에서는 해외발 한국행과 인천 환승 수요를 중심으로 실적을 확대하고 수익성을 높일 방침이다. 화물 부문은 AI·반도체 등 주력 품목의 수요 성장과 전통적인 연말 항공 화물 성수기에 대응한다. 시장별 수요에 맞춰 공급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수익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오는 12월 17일 '통합 대한항공' 출범을 앞두고 안전 체계와 서비스 품질도 재점검한다. 전 임직원이 참여하는 '절대 안전' 체계를 강화하고 고객 서비스 수준을 높여 글로벌 네트워크 항공사로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KT, AI로 고객 분석 8시간→10분…그룹사 AX 성과 한자리에

KT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고객 의견 분석 시간을 8시간에서 10분 이내로 줄이고, 소프트웨어 개발 기간을 30% 단축한 성과를 공개했다. 고객 서비스와 사내 업무뿐 아니라 제조·물류, 통신망 운영까지 AI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KT는 지난 14일부터 이틀간 경기 성남시 KT 판교빌딩에서 '2026 AID-X Day'를 열고 그룹 차원의 AI 전환(AX) 성과를 공유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행사에는 KT와 그룹사들이 참여해 사업, 기술, 업무 등 4개 분야의 AI 활용 사례를 선보였다. 기존에 별도로 진행하던 AI 혁신 사례 발표와 연구개발(R&D) 성과 전시를 하나로 통합했다. KT는 마이케이티와 KT멤버십 앱에 올라온 이용자 후기, 고객센터에 접수된 의견을 AI로 분석하는 기술을 공개했다. 고객의 반복적인 개선 요구를 찾아내는 데 기존에는 약 8시간이 걸렸지만, AI를 도입하면서 10분 이내로 줄었다. 임직원이 일상적인 언어로 질문하면 AI가 필요한 데이터를 찾아 분석하고 그래프와 대시보드까지 만들어주는 'MAGMA BI/DW'도 선보였다. 여러 시스템에서 데이터를 내려받아 직접 가공하던 과정을 AI로 대체한 것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AI를 적용했다. KT는 화면 기획부터 디자인, 코드 생성까지 AI로 연결하는 기술을 4개 프로젝트에 도입했다. 이 가운데 한 프로젝트에서는 개발 기간이 9개월에서 6개월로 약 30% 줄었다. 제조·물류 현장에 투입할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도 공개했다. 로봇이 작업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새로운 작업을 학습하는 '로봇 스킬 플라이휠' 기술이다. KT는 이를 자체 로봇 서비스 플랫폼과 연계해 산업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차량 데이터를 분석해 고장 가능성을 예측하고 정비를 지원하는 AI 에이전트와 도심항공교통(UAM)의 운항 상황을 분석해 관제사의 판단을 돕는 플랫폼도 소개했다. 고객 서비스 분야에서는 마이케이티 앱의 '마이 AI'와 지니TV에 적용할 개인 맞춤형 AI 기술을 선보였다. 자체 AI 모델 '믿:음 K 3.0', 개인별 전문 업무를 지원하는 'KT-Claw', AI 모델 운영 효율을 높이는 '토큰팩토리' 기술도 공개했다. 보안 분야에서는 AI가 웹서비스의 취약점을 찾아 분석하고, 비정상적인 문자 발송과 소액결제 패턴을 탐지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6세대 이동통신(6G)과 양자보안 등 차세대 통신 기술도 전시했다. KT와 KT DS가 공동 개발한 AI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체계 'kode'도 선보였다. AI가 코드 작성과 검증 등 반복적인 작업을 맡고, 사람은 설계 방향과 최종 품질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행사에서는 임직원들이 업무 현장의 문제를 AI로 해결하는 해커톤도 열렸다. 예선을 통과한 32개 팀이 참가했으며, KT는 우수 과제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고 다른 조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옥경화 KT IT부문장(부사장)은 “현장에서 검증된 AX 사례와 노하우를 조직 전체로 확산해 고객과 임직원이 실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혁신으로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같은 바다인데 동해가 수십배 비싸”…대한상의, 규제개선 75건 건의

같은 바다에 해상풍력 발전시설을 설치해도 인근 토지가 어디냐에 따라 공유수면 사용료가 수십 배 차이 나는 등 기업 현장과 맞지 않는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경제계의 요구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역기업들이 제기한 규제합리화 건의과제 75건을 민관합동 규제합리화추진단에 제출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건의는 대한상의가 지난 6~9월 규제합리화위원회와 충남북부·화성·울산·여수·대전 등 5개 지역상의를 돌며 개최한 규제간담회에서 발굴했다. ◇ 섬 있느냐 없느냐에 해상풍력 사용료 수십배 차이 대표적인 건의는 해상풍력 발전시설의 공유수면 점·사용료 산정 방식 개선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해상풍력 발전사업자가 바다를 이용할 때 해당 공유수면과 가장 가까운 토지 가격을 기준으로 점·사용료를 산정한다. 이에 따라 섬이 많은 서해안과 남해안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섬의 땅값이 적용될 수 있지만, 섬이 드문 동해안에서는 가격이 높은 육지 가격을 기준으로 사용료가 결정될 수 있다. 울산지역 기업들은 이 때문에 주변 섬의 유무에 따라 공유수면 사용료가 수십 배 이상 차이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근 땅값 대신 해상풍력 사업의 특성과 실제 바다의 이용가치를 반영한 별도 산정 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 “자격증 5~6개 있어도 겸직 못해"…인력 규제 개선 요구 지역 석유화학업계에서는 안전관리자 선임 규제를 개선해 달라는 요구가 나왔다. 석유화학 공장은 위험물 탱크와 고압가스 설비, 보일러 등에 서로 다른 법률이 적용돼 시설별 안전관리자와 부재 시 업무를 대신할 대리자를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여러 자격을 갖춘 직원도 다른 법령에 따른 안전관리자와 대리자를 겸직할 수 있는 근거가 불명확해 추가 인력을 채용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한 지역 공장장은 “자격증을 5~6개씩 가진 직원을 뽑아도 겸임을 못하고 있다"며 안전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겸직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달라고 요구했다. 조선업계에서는 외국인 일반기능인력(E-7-3) 고용 허용 비율을 현 수준으로 유지해 달라는 건의가 나왔다. 외국인 근로자의 장기근속과 지역 정착을 위해 배우자가 제조업 등에서도 취업할 수 있도록 취업 허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 천막은 되고 강판은 안되고…지자체마다 다른 기준 공장 간이창고에 사용할 수 있는 자재 기준을 통일해 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현행 건축법 시행령상 간이창고는 천막이나 합성수지 등으로 설치할 수 있으며 강판 등 다른 재료는 지자체가 조례로 허용한 경우에 사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같은 용도의 창고라도 지역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자재가 달라진다. 충남지역의 한 기업은 “천막은 태풍이나 폭설에 무너질 위험이 있고 햇빛에 굳어 3~4년마다 바꿔야 한다"며 “500평 규모를 교체하는 데 1억원 이상 든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내구성이 높은 강판을 지역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기준을 개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밖에도 고속·시외버스 차령 연장, 과속방지턱 설치정보 현행화 및 관리체계 개선, 혁신금융서비스 실증과 제도권 전환 연계 절차 마련 등이 건의과제에 포함됐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성장본부장은 “지역은 달라도 인력난과 외국인노동자, 안전관리자 고용 문제는 곳곳에서 반복됐다"며 “여러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는 제도를 고치고 지역별로 현장에 맞게 풀어가는 규제합리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현장] “더빙 작업에만 60명”…K콘텐츠 세계로 보내는 넷플릭스의 힘

한국 드라마에서 여성이 남성을 부르는 '오빠'는 영어로 어떻게 옮겨야 할까. 단순히 'Brother'로 번역하면 등장인물의 관계와 감정이 달라질 수 있다. 세계 각국에서 한국 콘텐츠를 보는 시청자가 늘면서 이처럼 대사 한마디에 담긴 문화적 의미를 전달하는 자막과 더빙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로컬라이제이션 라운드테이블'에서는 K콘텐츠가 언어의 장벽을 넘어 세계 시장으로 확산하는 과정이 소개됐다. 넷플릭스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공동으로 마련한 이날 행사에는 넷플릭스의 글로벌,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미국·캐나다(UCAN) 지역 현지화 책임자들이 참석했다. 캐서린 르타트 넷플릭스 글로벌 콘텐츠 로컬라이제이션 시니어 디렉터는 “로컬라이제이션(현지화)은 제2의 제작"이라며 “훌륭한 이야기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흥행한 배경에는 각국의 언어와 문화에 맞춰 작품을 전달하는 현지화 작업이 있다는 설명이다. ◇ 더빙 한 언어에 60명…세계 122개 협력사 가동 넷플릭스는 현재 36개 언어로 더빙을, 33개 언어로 자막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캐나다, 유럽·중동·아프리카, 아시아·태평양, 중남미 등 4개 지역에서 총 122개 협력사와 더빙 및 자막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르타트 디렉터는 더빙 한 편을 한 언어로 제작하는 데 통상 50~60명이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성우와 번역가뿐 아니라 대본 각색가, 연출가, 음향 엔지니어, 품질 검수 담당자 등이 투입된다. 이를 10개 언어로 확대하면 약 500명이 참여하는 셈이다. 그는 “더빙은 결코 부수적인 작업이 아니다"라며 “참여자들의 이름을 모두 엔딩 크레딧에 올린다면 영화 한 편의 엔딩 크레딧만큼 길어질 것"이라고 했다. 국가별 시청 방식도 달랐다.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전통적으로 더빙을 선호하는 시장이다. 르타트 디렉터에 따르면 이들 국가에서는 전체 시청 시간의 75% 이상이 더빙 콘텐츠에서 발생한다. 반면 스웨덴과 네덜란드, 영국 등에서는 원어 음성을 유지한 채 자막으로 감상하는 방식이 상대적으로 보편적이다. 산더르 반 데르 풀 넷플릭스 EMEA 콘텐츠 로컬라이제이션 디렉터는 최근 젊은 세대의 시청 습관 변화에도 주목했다.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영상을 보는 '멀티태스킹'이 늘면서 자막 선호 국가에서도 더빙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반 데르 풀 디렉터는 “시청자가 화면이 아닌 다른 곳에 시선을 두더라도 소리를 들으며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다"며 “기존에 더빙을 제공하지 않았던 언어로 서비스를 확대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오빠'를 '오빠'로 번역한 이유…문화까지 옮긴다 이날 행사에서는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이 현지화 사례로 소개됐다. 넷플릭스는 오는 11월 6일 공개 예정인 이 작품에 32개 언어의 자막과 18개 언어의 더빙을 제공한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 해설 음성도 10개 언어로 제작했다. 영화의 영어 자막 번역을 맡은 달시 파켓 고려대 교수는 등장인물이 남편을 부르는 호칭을 번역하면서 겪었던 고민을 소개했다. 극중 한 여성이 다른 부부가 서로를 이름으로 부르는 모습을 신기하게 여기는 장면이다. 파켓 교수는 해당 대사를 직역하면 해외 시청자들이 한국에서는 아내가 남편에게 반드시 공손하게 말해야 한다고 오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창동 감독과 제작진의 논의를 거쳐 '남편을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놀랍다. 나는 남편을 항상 오빠라고 부른다'는 취지로 번역하고, 이후에도 '오빠(Oppa)'라는 한국어 호칭을 그대로 사용했다. 파켓 교수는 “한국어 단어를 자막에 그대로 남겨두면 다른 나라와 구별되는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보여줄 수 있다"며 “시청자들이 한국 문화에 대해 성급하고 잘못된 판단을 내릴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존 드미타 넷플릭스 UCAN 글로벌 영어 콘텐츠 프로덕션 시니어 매니저도 “이야기의 배경을 다른 나라로 옮기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라며 “원작이 가진 문화적 특성을 유지하면서 시청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 美서 K콘텐츠 더빙 수요 급증…“AI는 보조 수단" 한국 콘텐츠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해외 현지화 시장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지금까지 200편이 넘는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톱10에 올랐다. 전 세계 넷플릭스 구독자의 80%는 한국 콘텐츠를 시청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니 로스 넷플릭스 UCAN 콘텐츠 로컬라이제이션 디렉터는 “과거에는 일부 팬들이 한국 콘텐츠를 직접 찾아봤지만 이제는 일상적인 대화의 일부가 됐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꼽았다. 이 작품은 공개 후 첫 91일 동안 3억2510만회의 시청 수를 기록했다. 주제곡 '골든(Golden)'도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에서 8주 넘게 1위를 차지했다. 한국 콘텐츠의 영어 더빙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로스 디렉터는 “미국에서 한국 콘텐츠의 영어 더빙 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새로운 제작 방식과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하고 협력 스튜디오 및 현지화 업체와의 네트워크도 확대했다"고 밝혔다. 번역과 더빙에 AI를 활용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전문 인력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날 질의응답에서 넷플릭스 측은 “AI는 창작자와 전문가의 작업을 지원하는 도구가 될 것이며 이들을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섬세한 감정과 표현을 담은 작품은 사람만이 제대로 재현할 수 있다"며 “자막과 더빙은 기술이면서 동시에 예술이다. 현재 AI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넷플릭스는 2024년부터 국내 방송·영상 제작 전문 인력을 대상으로 '프로덕션 아카데미'를 공동 운영하고 있다. 이날 오후에는 서울 홍릉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업계 실무자를 대상으로 현지화 워크숍도 마련했다. 구경본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기반본부장은 “현지화는 단순히 언어를 바꾸는 작업이 아니라 대사에 담긴 감정과 창작자의 의도를 전달하는 과정"이라며 “K콘텐츠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전문 인력과 산업 기반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