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 절도 ②] 한국 공항에 착륙해도 처벌은 별개…국내법 관할 한계 탓](http://www.ekn.kr/mnt/thum/202609/news-p.v1.20260929.f62a9f5c183545dab43434f11cb348fb_T1.png)
국제선 기내 절도는 피의자를 붙잡아 경찰에 인계한 뒤에도 수사와 재판이라는 절차가 남는다. 항공기 등록국·착륙국, 가해자·피해자의 국적이 다르면 사건을 처리할 국가의 관할권부터 확인해야 한다. 피해자와 목격자가 각자의 목적지로 이동한 뒤에는 범행을 입증할 진술과 증거를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이 따른다. 홍콩에서는 피의자를 검거하고도 기소를 철회한 사례가 있다. 홍콩 정부가 2024년 12월 입법회에 제출한 답변에 따르면 그해 1∼10월 기내 절도 혐의로 검거된 4명 가운데 2명에 대한 기소가 증거 부족이나 증인의 홍콩 재방문 거부를 이유로 철회됐다. 나머지 2명은 답변 당시 각각 구금 상태에서 재판을 기다리거나 보석 후 추가 수사를 받고 있었다. 범행을 목격한 사람이 해외에 거주하거나 일정을 마치고 출국하면 후속 조사와 재판에 필요한 협조를 확보해야 한다. 현장에서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했더라도 법정에서 범행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면 처벌로 이어지기 어렵다. 사건 발생지와 피의자 체포 장소가 달라지기도 한다. 싱가포르 경찰이 올해 3월 발표한 사건에서는 2025년 10월 싱가포르에서 자카르타로 향하던 항공편의 절도가 인도네시아 당국에 신고됐고, 피의자는 싱가포르로 돌아온 뒤 체포됐다. 당시 객실 승무원은 한 승객의 수상한 행동을 발견해 피해자에게 소지품을 확인하도록 했다. 현금과 카드가 없어진 사실을 확인한 뒤 기장에게 보고했고, 사건은 인도네시아 당국에 전달됐다. 피해품은 자카르타 착륙 전에 기내에서 발견돼 반환됐다. 피의자는 인도네시아에서 입국을 거부당해 싱가포르로 돌아왔고 창이공항에서 체포됐다. 싱가포르 경찰은 올해 3월 10일 발표에서 형법 제379조와 도쿄 협약법(Tokyo Convention Act 1971) 제3조 제1항에 따라 다음 날 기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피해품 회수와 별개로 형사 절차가 이어진 사례다. 기내에서의 제지와 착륙 후 인계를 다루는 기본 국제 규범은 1963년 도쿄 협약(항공기 내에서 범한 범죄 및 기타 행위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Offences and Certain Other Acts Committed on Board Aircraft))이다. 해당 협약 제6조는 기장이 범죄나 안전·질서를 해치는 행위가 발생했거나 임박했다고 믿을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 때 필요한 범위에서 합리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다. 항공기와 기내 사람·재산의 안전 보호 및 질서 유지·관계 당국 인도 등을 위한 제지 조치가 포함된다. 제9조는 기장이 항공기 등록국 형법상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믿을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사람을 착륙한 체약국의 관계 당국에 인도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가능한 한 착륙 전에 인도 의사와 이유를 알리고, 적법하게 보유한 증거와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다. 신병뿐 아니라 사건 판단에 필요한 자료도 함께 넘기도록 한 것이다. 기장의 제지·인도 권한과 착륙국의 형사 관할권은 별도로 살펴야 한다. 도쿄 협약 제3조는 항공기 등록국이 기내 범죄에 대한 관할권을 확보하도록 하면서도 각국 국내법에 따른 다른 관할권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등록국만 사건을 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2014년 몬트리올 의정서는 종래의 등록국 중심 체계를 보완했다. 2020년 1월 1일 발효된 의정서는 일정한 요건 아래 착륙국과 항공기 운용국의 관할권을 확대했다. 피의자가 탑승한 채 항공기가 착륙한 국가, 승무원 없이 임대한 항공기의 임차인이 주된 사업장 등을 둔 국가에 관한 근거를 마련했다. 관련 국가의 가입 여부와 국내 이행법, 항공편의 출발·도착 관계 및 안전·질서 침해 등 해당 조항의 적용 요건에 따라 실제 적용은 달라진다. 국내 형법은 범행 장소와 항공기·관련자의 국적을 기준으로 적용 범위를 정한다. 제2조는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 발생한 범죄에, 제3조는 대한민국 국민이 국외에서 저지른 범죄에 적용된다. 제4조는 국외에 있는 대한민국 항공기 안에서 외국인이 저지른 범죄에도 국내 형법을 적용하도록 한다. 한국 영공 밖에서 외국인이 범행했다는 이유만으로 국내 처벌 근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외국 항공기에서 한국인이 피해를 본 경우에는 형법 제6조도 검토 대상이다. 국외에서 대한민국이나 대한민국 국민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에게 적용하는 조항이다. 행위지 법률에 따라 범죄가 성립하지 않거나 소추 또는 형의 집행이 면제되는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한다. 별도 검토가 필요한 것은 한국 영역 밖의 외국 항공기에서 외국인이 다른 외국인의 물건을 훔친 뒤 해당 항공기가 한국에 착륙한 경우다. 이런 사건은 대한민국 국민이나 항공기를 연결점으로 삼는 일반 규정만으로 국내 관할권을 설명하기 어렵다. 관련 조약과 특별법 등에 별도 근거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미국은 자국과 연결되는 외국 항공기의 범죄를 처리할 근거를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연방법 제49편 제46501조 제2항은 미국 밖에 있는 외국 항공기라도 다음 예정 목적지나 직전 출발지가 미국이고 실제 다음 착륙지가 미국이면 특별 항공기 관할권에 포함한다. 제46506조는 이러한 관할권 안에서 발생한 절도에 제18편 제661조를 적용하도록 연결한다. 범행 당시의 위치와 관련자 국적 외에도 항공편의 출발·도착 관계 등을 근거로 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 구조다. 우리나라는 도쿄 협약을 비준했지만 2014년 몬트리올 의정서에는 서명하지 않아 체약국이 아니다. 의정서 미가입이 모든 기내 범죄에 대한 국내 관할권 부재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보완을 검토할 대상은 기존 형법으로 포괄되지 않는 사건이다. 의정서 가입과 국내 이행 입법을 검토하며 어떤 범죄와 항공편에 착륙국 관할권을 인정할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관할권과 실제 법 집행의 차이는 국내 선행 연구에서도 지적됐다. 배종인 전 ICAO 대한민국대표부 참사관과 이재운 홍콩중문대학교 법학부 부교수는 2012년 항공우주정책·법학회지에 '기내 난동 승객 관련 도쿄 협약의 개정 필요성과 한국 국내법적 접근의 한계'를 발표했다. 이들은 “도쿄 협약은 등록국에 대한 형사 관할권 행사의 권한을 부여했을 뿐, 실제로 그 권한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여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형사소송법 제212조에 따라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 제213조는 검사나 사법경찰관리가 아닌 사람이 현행범인을 체포했을 때 즉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리에게 인도하도록 한다. 경찰 인계 과정에서는 누가 어떤 행동을 직접 봤는지, 피해품이 어디에서 발견됐는지, 발견된 물품을 누가 보관하다 넘겼는지가 수사 자료가 된다. 형사소송법 제218조는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소유자·소지자·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 등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수사 기관의 증거 확보에 관한 규정이지만 절도 의심 신고만으로 승무원에게 모든 승객의 소지품을 강제로 수색할 권한을 부여한 건 아니다. 수사 결과 범죄 혐의가 인정되면 경찰은 사건과 관계 서류·증거물을 검사에게 송치한다. 형사소송법 제245조의5가 정한 절차다. 제246조에 따라 공소는 검사가 제기하고 수행한다. 재판에서는 제307조에 따라 범죄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로 증명돼야 한다. 경찰 인계·송치·기소·유죄 판단은 각각 다른 단계다. 국내 단순 절도는 형법 제329조에 따라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흉기를 휴대하거나 2명 이상이 합동해 타인의 재물을 훔치면 제331조 제2항의 특수 절도가 성립할 수 있다. 법정형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다. 별도의 '기내 절도죄'가 없더라도 기존 형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 여러 사람이 같은 항공편을 탔다는 사실만으로 합동 범행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이 물건을 훔치고 다른 사람이 망을 봤다면 각자의 역할과 공동 실행 관계 등을 확인해야 한다. 처벌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증거 확보가 어렵다는 문제는 국내에서만 국한되는 건 아니지만 학계에서는 기내에서 확보한 자료가 후속 수사와 재판에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수집·인계되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수진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운항과 교수는 2022년 한국항공경영학회지에 발표한 '기내 불법 방해 행위의 증거물에 관한 항공 객실 승무원의 증명력 확보를 위한 방안 연구'를 통해 기내 흡연 혐의에 대해 증명력 부족 등을 이유로 무죄가 선고된 판례를 분석했다. 절도 판례를 다룬 연구는 아니나 기내 적발을 형사 처벌로 연결하는 과정의 증거 확보 문제를 검토했다. 박 교수는 증거 자료 없이 행위자를 경찰에 인계하면 당사자가 행위를 부인하거나 증거가 부족해 처벌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개선 방안으로는 특별사법경찰리 실무에 관한 교육·훈련, 증거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규정 마련, 현장 대응 절차의 세분화를 제시했다. 기내 절도에서도 피해품 발견과 인계 경위를 남기는 절차가 중요하다. 물품이 피의자의 소지품에서 발견됐는지, 여러 승객이 사용하는 공간에서 발견됐는지를 구분하고 발견 시각과 발견자, 보관자, 경찰 인계 경위를 기록해야 한다. 목격자가 직접 본 행동과 피해자가 물건을 잃어버린 뒤 추정한 내용도 분리할 필요가 있다. 승무원의 대응 권한과 절차를 함께 교육하는 문제도 다뤘다. 박 교수 등이 2019년 발표한 '항공기 내 불법 방해행위 대응 조치에 관한 법적 연구-객실 승무원의 수사 절차를 중심으로'는 항공 안전과 서비스 전문가인 객실 승무원이 수사 절차까지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행위 유형별 적용 법률과 형사소송법상 절차를 익히고 과잉 제압이나 잘못된 조치에 따른 인권 침해를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교수는 “현장에서 객실 승무원에 의한 수사 절차가 적절하지 않다면 법을 강화한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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