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철강산업의 탈탄소 전환을 뒷받침하기 위해 전기요금 부담을 낮출 별도의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정부와 한국전력공사가 추진 중인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화'만으로는 근본적인 업계 부담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 철강산업 영향과 과제' 국회철강포럼 정책세미나에서 “요금을 얼마나 낮추느냐는 관점에서 산업을 위해 어떻게 지원하느냐는 것으로 질문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단순 전기요금 인하 방안을 넘어 대내외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산업 지원체계를 마련함으로써 탄소중립 전환 압박을 받고 있는 철강업계의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철강산업은 대표적인 전력다소비 업종인 동시에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전력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이다. 기존 고로 중심의 생산체제를 전기로와 수소환원제철 등 저탄소 공정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전력 사용을 늘려야 하지만, 높은 전기요금이 오히려 탈탄소 투자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구조다. 정 교수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최종 에너지 소비를 전기화해야 하고 특히 철강산업에서는 탄소 감축을 위해 더 많은 전기 수요가 필요하다"며 “한쪽에서는 전기를 더 많이 쓰라고 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전기요금을 올린다면 이 산업들이 과연 탄소중립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은 단기간 가파르게 상승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2년 1분기 킬로와트시(kWh)당 105.5원에서 2024년 4분기 185.5원으로 75.8% 올랐다. 향후 철강업계의 저탄소 공정 전환이 본격화할수록 전력비 부담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철강산업을 콕 집어 밀착 지원에 나서기도 부담이다. 업계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자칫 '정부 보조금'으로 해석되면서 주요 수출국의 고율 상계관세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전력공사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을 통해 산업계의 전력비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 천현민 한전 요금전략처장은 “산업용 전기요금의 약 10%를 인하하는 수준으로 설계했다"며 “수도권 북부는 킬로와트시(kWh)당 약 6~10원, 중부권은 10~15원, 남부권은 13~18원 정도 전기요금을 인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전은 현행 기본요금·전력량요금·기후환경요금·연료비조정요금에 '지역별 조정요금'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역별 송전비용과 전력자급률을 반영해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 간 요금 격차를 두고, 인구·재정자립도·산업위기 여부 등 균형발전 요소를 추가로 반영하는 방식이다. 포항·광양 등 주요 철강 생산거점이 위치한 남부권은 상대적으로 큰 폭의 요금 인하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천 처장은 “현재 설계안을 미세 조정하고 있다"며 “지방 우대 지수 등이 최종 확정되면 고시와 약관 등을 신속히 개정해 연내 도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지원 방안의 지속 가능성이다. 조윤택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지역별 조정요금 도입에도 전기요금 구조상 전력량요금이나 기후환경요금은 인상될 가능성이 상당히 커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확대와 배출권거래제 비용 증가 등을 거론하며 지역별 요금제를 통한 인하 혜택이 “불과 2~3년 내 다시 되돌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전의 재무 부담도 변수다. 한전은 지역별 요금제 도입에 따른 재무 영향을 약 2조8000억~3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장거리 송전 의존도가 높은 수도권에는 송전비용을 추가로 부과해야 하지만 첨단산업과 중소기업 등의 부담을 고려해 인상분을 한전이 부담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했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한전의 재무 부담에 의존한 요금 인하보다 별도 지원재원을 마련하고, 전력 공급원가 자체를 낮추는 등의 구조적 해법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준호 고려대학교 교수는 “철강업체가 전용 전력구매계약(PPA) 중계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면 발전소와 장기·대량 구매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며 “철강산업 전용 PPA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철강산업특별법(K-스틸법)의 전환기금을 기반으로 국비를 지원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발전 인프라의 효율적인 활용을 통해 한전의 전력구입비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전우영 서울과기대 교수는 “원자력 1기가와트(GW)를 추가적으로 전력시장에서 1년간 더 활용하면 한전의 전력구매 비용을 약 4000억~5000억원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며 “우리가 잘 가지고 있는 원자력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면 한전의 재무적인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유재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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