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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변압기 시장 3조원 ‘쩐의 전쟁’…현지화 ‘필수 전략’ 될까

글로벌 최대 전력인프라 수요처인 미국에서 변압기 시장을 겨냥한 전력기기업체들의 3조원 규모 현지 투자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수급 불균형이 누적되고 있는 현지 시장에서 글로벌 주요 업체들이 앞다퉈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면서다. 미국 연방정부의 현지화 장려 정책과 맞물리며 현지화 전략이 변압기 시장의 주요 승부처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미국 산업정보업체 인더스트리얼 인포 리소시스(IIR)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에선 총 20억달러(2조8000억원) 규모의 전력·배전 등 변압기 생산시설 투자가 진행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해외 기업 중에선 버지니아에 대형 전력변압기 생산시설을 건립 중인 히타치에너지가 4억5700만달러(6400억원)로 투자액 기준 최대 규모를 차지한 가운데, GE버노바 자회사 프로렉GE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전력변압기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1억5000만달러(2100억원) 규모 투자에 나서며 주요 투자기업으로 지목됐다. 국내 업체의 현지 생산시설 투자도 공격적이다. HD현대일렉트릭이 앨라배마에서 초고압 등 전력변압기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2억달러(2800억원) 규모 투자를, 효성중공업은 테네시주에서 1억5700만달러(2200억원) 규모 초고압변압기 공장 증설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이들 국내외 업체 네 곳의 현지 투자 규모만 전체 투자액 비중을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셈이다. 이처럼 민간기업들이 자본을 통해 현지 변압기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미국 연방정부도 정책자금을 통해 업계의 생산시설 현지화를 부추기고 있다. 앞서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전력국(OE)은 지난 10일 자국 배전·전력 변압기 등 전력인프라 설비·부품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3억7500만달러 규모 정책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산 대체 소재와 부품 활용을 확대하고 맞춤형 제작 중심인 변압기 등 전력인프라 설비의 사양을 표준화해 리드타임(수주에서 납품까지 걸리는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이 골자로, 미국의 공급망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현지 생산능력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다. 이처럼 미국에서 민간기업의 현지 생산시설 투자와 연방정부의 정책환경 조성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는 배경엔 변압기 중심의 전력인프라 공급 병목이 자리한다. 미국은 현재 노후 전력설비 교체수요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DC) 등 대형부하 시설 확산에 따라 전력망 확충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 이에 전력망 확충을 위한 필수 설비인 변압기의 미국 시장은 지난 2024년 기준 122억달러(17조2000억원)에서 오는 2034년 257억달러(36조3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늘어나는 수요를 충당하지 못하는 공급 병목에 있다. 일부 고압 전력변압기의 경우 프로젝트 수주 기반 맞춤형 제작 방식으로 공급되는 특성상 리드타임이 최대 4년으로 늘어 수급 불균형이 지속 심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리드타임이 3~6개월 수준에 머물렀던 배전 변압기 역시 최근 2년 주기 장납기 구조로 전환하며 수급 불균형이 확대되는 추세다. 이 가운데 민간기업을 중심으로는 미국 생산시설 투자를 통한 생산슬롯 확보 경쟁을, 미 정부는 자국 내 공급망 강화와 민간기업의 현지화 장려 정책을 펼치며 각각 현지 수주 확대와 공급병목 해소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일각에선 국내외 변압기 업체의 미국 투자 확대 등 현지화 전략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현지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을 가를 변수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20억달러 규모로 투자를 진행 중인 국내외 업체의 생산시설이 오는 2028년을 기점으로 잇따라 건설·증축을 완료할 예정인 가운데, 미국의 자국 공급망 강화·리드타임 단축 노력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으로 수출하려는 업체간 경쟁이 한층 격화할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자국 생산시설 투자 확대를 종용하는 미국이 한시적으로 인하하고 있는 일부 변압기 대상 품목관세(15%)를 재인상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잠재적인 통상 리스크로 지목된다. 지난 4월 품목관세 체계 개편과 함께 진행된 초고압변압기 등 대상 관세율 인하 조치는 내년 말 종료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 업체들의 생산능력 확대가 단기간 공급병목 해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품목관세 등 미국의 통상정책 환경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현지 투자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97개국 3,403편 몰린 AI 영상 공모전…해외 출품 1년 새 20배 이상 증가- 구미·포항·경산 산업 강점 결합…AI·VFX·게임 잇는 '산업형 영상제'로 차별화- 1500억 원 펀드 투자상담·글로벌 바이어 수출상담까지…창작에서 비즈니스로 확장- 경북=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인공지능(AI)이 영상 제작의 문법을 바꾸고 있다. 시나리오와 이미지 생성에서 영상·음향 제작, 시각효과(VFX)에 이르기까지 AI 활용 영역이 빠르게 넓어지면서 콘텐츠 산업의 진입 장벽도 낮아지고 있다.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갖춘 개인과 기업이 세계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린 셈이다. 경상북도는 이 같은 산업 변화에서 지역의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찾고 있다. 단순히 AI를 활용한 작품을 감상하는 영화제를 개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창작자와 기업, 대학, 투자자, 해외 바이어를 하나로 연결하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 중심에 '경북 국제 AI·메타버스 영상제'가 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영상제는 이제 경북이 추진하는 AI·가상융합 콘텐츠산업 전략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무대로 변하고 있다. 특히 구미·포항·경산의 서로 다른 산업적 강점을 AI라는 하나의 축으로 묶어 '지역에서 창작하고, 투자받고,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경북도는 18일 도청 다목적홀에서 시·군 관계자와 영상제 조직위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는 9월 3일부터 5일까지 열리는 '2026 경북 국제 AI·메타버스 영상제'의 주요 프로그램과 중장기 발전 전략을 공개했다. ▲ 1075편에서 3403편으로…숫자로 확인된 '글로벌 확장성' 영상제의 성장 가능성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지표는 공모전이다. 올해 AI 영상 공모전에는 세계 97개국에서 3403편이 접수됐다. 지난해 1075편과 비교하면 출품 규모가 3배 이상으로 커졌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해외 참가다. 지난해 72편에 그쳤던 해외 출품작은 올해 1,587편으로 급증했다. 1년 만에 2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는 경북의 영상제가 국내 중심의 지역 행사에서 벗어나 해외 창작자들이 직접 작품을 출품하는 국제 AI 콘텐츠 무대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경북도는 그동안 '메타버스 수도 경북'을 목표로 미국과 중국, 일본 등 해외 기관과 협력망을 확대해 왔다. 이러한 네트워크가 공모전 참여 증가로 연결되면서 영상제의 국제화 전략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올해 심사를 맡은 양경미 집행위원장은 3,403편의 작품을 심사한 결과 AI 영상이 단순한 기술적 실험을 넘어 새로운 창작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경북도의 목표는 더 크다. 현재 미국·중국·일본 등을 중심으로 구축된 협력망을 유럽 등으로 확대해 장기적으로 세계 150개국 이상이 참여하는 국제 AI 콘텐츠 행사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구미는 AI, 포항은 VFX, 경산은 게임…도시 자체가 '콘텐츠 클러스터' 올해 영상제에서 주목할 또 하나의 변화는 개최 도시별 산업 특성을 더욱 분명하게 살렸다는 점이다. 행사는 9월 3일부터 5일까지 구미·포항·경산에서 펼쳐진다. 같은 행사를 여러 지역에서 나눠 개최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 도시가 보유한 산업적 자산을 AI 콘텐츠와 결합하는 형태다. 구미에서는 AI와 가상융합산업을 중심으로 기업과 인재의 접점을 넓힌다. 제조업 기반이 탄탄한 지역 특성을 활용해 첨단기술과 콘텐츠의 융합 가능성을 찾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한다. 포항은 영화·광고 등 영상 콘텐츠에 활용되는 AI와 VFX 분야에 집중한다. 이를 지역의 문화·콘텐츠 산업으로 확장해 새로운 거점을 만든다는 전략이다. 경산은 게임산업을 전면에 내세운다. 지역 게임기업과 대학, 청년 인재를 AI 기술과 연결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을 키운다. 어린이부터 시니어까지 다양한 세대가 AI를 활용해 자신의 경험과 아이디어를 콘텐츠로 표현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결국 세 도시를 연결하는 공통분모는 AI지만 각 지역의 산업 기반에 따라 서로 다른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하는 셈이다. ▲ '상을 주는 영화제'에서 '돈과 시장을 연결하는 산업 플랫폼'으로 경북도가 영상제의 차별화 전략으로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산업화'다. 우수 작품을 선정하고 시상한 뒤 행사가 끝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발굴된 기업과 창작자가 실제 투자와 제작, 해외 진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단계를 연결한다. 구미에서는 AI 영상 공모전 본선 진출작 39편을 대상으로 총 1억 원의 상금이 지급된다. 대상에는 2,000만 원을 수여하고 우수 작품의 해외시장 진출도 지원한다. 포항에서 열리는 'AI 아트테크 어워즈'는 지난해 5월 이후 공개된 영화·드라마·광고 등의 우수 작품과 제작진, 배우를 선정해 총 1800만 원을 시상한다. 특히 수상 제작사에 문경 버추얼스튜디오 이용 기회를 제공한다. 수상이라는 일회성 성과를 실제 콘텐츠 제작으로 연결하겠다는 취지다. 경산의 '미니게임 콘테스트'에서는 우수 8개 팀에 총 1500만 원의 상금을 지급한다. 올해 처음 마련된 행사임에도 90개 기업이 참가하면서 게임산업 분야의 높은 관심을 확인했다. 여기에 기업의 실질적인 성장을 뒷받침할 투자와 수출 프로그램이 더해진다. AI 혁신기업의 기술·투자 발표회와 함께 K-컬처 콘텐츠 제작사를 대상으로 한 1500억 원 규모 펀드 투자 상담회가 마련된다. 경북 게임기업 수출상담회에는 중국 바이트댄스와 일본 세가 등을 포함해 해외 바이어 20개사가 참가할 예정이다. '작품 출품→수상→투자→제작→수출'로 이어지는 구조를 영상제 안에서 구현하겠다는 것이 경북도의 전략이다. ▲첨단기업 34곳 한자리에…관람객도 AI 산업 직접 체험 산업 전시 기능도 강화된다. 올해 'AI 첨단기업 전시관'에는 34개 기업이 참여한다. 지난해 23개사에서 11개사가 늘었다. 도내 기업 10개사를 비롯해 수도권 AI 기업들도 참가해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선보인다. 영상제를 기업 간 기술 교류의 장이자 일반 관람객에게는 최신 AI 기술을 직접 확인하는 체험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게임 분야에서는 도내 기업 12개사와 지역 4개 대학이 함께 전시·체험관을 운영한다. 단순 게임 체험에 머물지 않고 관련 교육과 진로 탐색까지 연결해 청소년과 대학생이 콘텐츠 산업을 미래 직업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지역 대학에서 인재를 육성하고, 지역 기업이 이들을 채용하거나 함께 사업을 추진하며, 성장한 기업이 다시 청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경우 영상제의 경제적 효과 역시 행사 기간을 넘어설 수 있다. ▲'아바타 2'부터 '오징어 게임'까지…세계 콘텐츠 기술 경북으로 글로벌 콘텐츠 제작 현장을 경험한 전문가들도 경북을 찾는다. 영화 '아바타 2'의 시각효과 기술을 담당한 최병국 KAIST 박사를 비롯해 '오징어 게임', '호프' 등 주요 작품의 비주얼 제작에 참여한 웨스트월드 손승현 대표, 류춘강 베이징 게임산업협회 회장 등 AI·VFX·게임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제작 현장에서 AI와 첨단 시각기술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경험을 공유하고 콘텐츠 산업의 변화와 향후 시장 방향을 짚는다. 영상제가 해외 작품을 불러오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글로벌 기술과 인적 네트워크가 경북 기업·인재와 만나는 접점으로 기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관객을 위한 콘텐츠도 놓치지 않았다. 행사 기간 총 23차례에 걸쳐 작품 상영과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2026 AI 영상 공모전 수상작을 비롯해 SIGGRAPH 애니메이션 수상작과 국내외 영화제에서 인정받은 작품 등을 선보이며 창작자와 관객이 함께 소통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결국 관건은 '축제 이후'…경북에 산업이 남아야 한다 경북도가 그리고 있는 영상제의 최종 목적지는 관람객 숫자나 출품작 증가에만 있지 않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기업과 인재, 기술과 투자가 지역에 남는 산업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공모전에서 발굴한 창작자와 기업에 투자·제작·해외 진출 기회를 연계하고 지역 대학과 기업을 중심으로 현장형 전문인력 양성을 확대한다. 문경 버추얼스튜디오와 같은 지역 콘텐츠 제작 기반에 AI·VFX 기술을 접목하고 산학연 공동 연구개발(R&D)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영상제를 통해 세계적인 작품과 인재를 경북으로 끌어들이고, 지역 기업이 이들과 협력해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며, 그 결과물이 다시 세계시장으로 나가는 구조가 정착한다면 경북은 수도권 중심의 국내 콘텐츠 산업 지형에서도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올해 새롭게 구성한 조직위원회도 이러한 산업화와 국제화를 뒷받침한다. 경북도는 세이버파트너스 김세연 대표를 조직위원장으로 위촉하고 양경미 한국영상콘텐츠학회 회장을 집행위원장, 노희영 식음연구소 대표이사를 고문, 배우 원기준을 대외협력위원장으로 각각 위촉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출범 3년 만에 97개국에서 3403편이 출품되는 등 경북 국제 AI·메타버스 영상제가 독보적인 AI 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 AI 영상제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또 영상제를 경북의 K-컬처를 세계에 알리는 창구로 활용하는 동시에 AI·가상융합산업 생태계를 국내 최고 수준으로 조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AI 콘텐츠 시장을 둘러싼 세계 각국과 도시의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기술과 자본이 수도권에 집중된 현실에서 경북의 도전은 결국 '지역에서도 세계적인 콘텐츠 기업과 창작자를 키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97개국 3403편이라는 숫자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출발점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국제행사의 외형적 성장세를 지역 기업의 매출과 투자, 청년 일자리, 콘텐츠 제작과 수출이라는 실질적인 산업 성과로 연결하는 일이다. 오는 9월 열리는 세 번째 영상제는 그래서 단순한 문화행사를 넘어선다. AI라는 새로운 창작 도구를 앞세워 경북이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동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전기차도 취향 따라…3000만원부터 1억원까지 12종 뜬다

전기차 시장의 선택지가 갈수록 세분화되고 있다. 3000만원대 소형 전기 SUV부터 1억원대 대형 프리미엄 전기 SUV까지 가격대가 넓어졌고, 전기 세단·픽업·PBV(목적기반차량) 등 차종도 다양해졌다. 순수전기차(BEV)뿐 아니라 하이브리드(H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까지 함께 경쟁하는 모습이다. 18일 코엑스에 따르면, 오는 25~2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EV트렌드코리아 2026'에는 기아·KG모빌리티(KGM)·볼보자동차코리아·BMW·BYD 등 5개 완성차 브랜드가 전동화 차량 12종을 선보인다. 출품 차량의 가격대는 3000만원대부터 1억원대까지다. 가장 저렴한 모델은 BYD 아토3다. 국내 판매 가격은 3350만원부터로 60.48kWh LFP 배터리를 탑재하고 1회 충전 시 321km를 주행한다. 기아 EV3는 3995만원부터 시작하며 롱레인지 모델에 81.4kWh 배터리를 탑재해 최대 501km를 달린다. 4000만원 안팎의 가격으로 500km대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KGM 액티언 하이브리드는 3695만원부터다. 1.5L 가솔린 터보 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HEV로 복합연비는 15.0km/ℓ다. BYD 씨라이언6 DM-i는 3750만원으로, 18.3kWh LFP 배터리를 탑재한 PHEV다. 전기모드에서 최대 70km를 주행할 수 있다. 기아 EV5는 스탠다드 모델에 60.3kWh, 롱레인지 모델에 81.4kWh 배터리를 탑재하며 롱레인지 2WD 기준 최대 460km를 주행한다. KGM 토레스 EVX는 80.6kWh급 LFP 배터리로 최대 448km를 달린다. 같은 80.6kWh급 배터리를 탑재한 무쏘 EV는 최대 400km로 토레스 EVX보다 48km 짧다. 토레스 EVX가 중형 SUV인 반면 무쏘 EV는 전기 픽업으로, 차체 크기와 중량, 타이어 등에서 차이가 난다. 프리미엄 모델에서는 배터리 용량과 주행거리에서도 격차가 나타난다. 7990만원부터 판매되는 BMW 뉴 iX3는 국내 인증 기준 최대 611km를 주행한다. 108.7kWh 배터리와 차세대 '노이어 클라쎄' 기반 전기 아키텍처를 적용하고 800V 시스템을 통해 충전 성능도 높였다. BMW i5는 8490만원부터로 81.2kWh 배터리를 탑재한다. 국내 인증 주행거리는 최대 453km다. BMW 뉴 iX3와 마찬가지로 800V 전기 시스템을 적용한 볼보의 전기차도 긴 주행거리를 제시한다. ES90은 WLTP 기준 최대 706km의 주행거리를 제시한다. 가격은 7294만원부터다. 대형 전기 SUV EX90은 106kWh 배터리와 800V 시스템을 적용해 WLTP 기준 최대 625km를 주행한다. 가격은 1억620만원부터 시작한다. 차종의 범위도 넓어졌다. 기아 PV5 패신저는 4540만원부터 시작하는 전기 PBV로 71.2kWh 배터리를 탑재해 국내 인증 기준 358km를 주행한다. 넓은 실내 공간과 승객 운송 등 활용성에 초점을 맞춘 모델이다. KGM 무쏘 EV는 전기 픽업으로 적재와 레저 수요를 겨냥한다. BMW i5와 볼보 ES90은 전기 세단으로 전동화 영역을 넓혔다. 여기에 액티언 HEV와 씨라이언6 DM-i 같은 하이브리드·PHEV도 함께 등장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차량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시승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EV Ride 2026'을 통해 BMW·KGM·BYD 6개 차종을 시승할 수 있다. EV트렌드코리아 2026은 '2026 자율주행모빌리티산업전', '2026 무인이동체산업엑스포×민군협력엑스포'와 함께 '2026 퓨처 모빌리티 위크'로 통합 개최된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김병헌의 체인지] 김민석의 시간…국민은 성과를 본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당선 일성으로 내놓은 말은 '통합'과 '일하는 민주당'이었다. 지금 민주당에 가장 필요한 말이다. 그래서 첫 임무는 분명하다. 당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다. 국민은 민주당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지켜볼 것이다. 이른바 '명청 갈등'을 둘러싸고 노정됐던 균열부터 정리해야 한다. 승리한 쪽이 자리를 독점하고 다른 목소리를 밀어내는 것은 통합이 아니다. 주요 당직과 정책 결정에 계파가 아니라 능력과 성과를 기준으로 사람을 써야 한다. 하나의 당은 구호가 아니라 인사와 행동으로 만들어진다. 대통령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거리를 두거나 무조건 맞추는 것이 아닌 집권여당 대표다운 관계를 만드는 일이다. 정부가 옳은 방향으로 갈 때는 강하게 밀어주고 민심과 어긋날 때는 대통령에게 가장 먼저 직언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실 역시 여당을 정책 전달 창구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대통령실과 정부, 민주당이 충분히 토론하되 결정된 정책에서는 한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개헌 논쟁도 있겠지만 지금은 헌법보다 민생의 시간이 먼저이다. 김민석 지도부가 당장 책상 위에 올려야 할 것도 반도체와 AI, 부동산 안정,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와 민생 회복​이다. 특히 반도체는 시간이 곧 경쟁력이다. 서남권 반도체 산업 육성이든 기존 클러스터의 경쟁력 강화든 지역 배분의 정치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기업이 투자할 전력과 용수, 부지와 교통망을 확보하고 연구개발과 인재 양성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정부가 큰 그림을 그리고 지방정부가 인허가를 풀며 국회가 예산과 법률로 뒷받침해야 한다. AI도 마찬가지다. 'AI 강국'이라는 구호만으로 기업과 일자리는 생기지 않는다.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GPU와 컴퓨팅 인프라, 연구인력과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여기에 지역 대학과 산업단지, 연구기관까지 연결한다면 침체된 지역경제를 다시 뛰게 할 성장축이 된다고 믿는다. 여기서 집권 여당의 역할은 정책의 속도를 높이는 일이다. 부처마다 말이 다르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책임을 떠넘기며 규제 하나를 푸는 데 몇 년씩 걸린다면 세계의 기술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김민석 지도부가 정부에 요구해야 할 것은 실행 일정표다. 핵심 사업마다 책임자를 정하고 3개월, 6개월, 1년 단위의 결과로 평가받게 해야 한다. 미국 반도체 산업정책의 예를 봐도 중앙정부 지원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연방정부와 주·지방정부, 기업과 대학이 인프라와 인력 양성을 함께 추진할 때 투자가 공장과 일자리로 연결된다. 우리 정치권도 '어느 지역에 무엇을 주느냐'보다 누가 더 빨리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내느냐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 부동산은 더욱 절박하다. 집값은 국민의 삶이다. 필요한 곳에는 공급을 늘리고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는 지키되 투기적 수요에는 일관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청년과 신혼부부가 감당할 수 있는 주택을 늘리고 재건축·재개발과 공공주택 역시 이념보다 실제 공급 효과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지역경제도 대형 개발계획 몇 개로 살아나지 않는다. 지방에 기업이 가려면 사람이 함께 내려가 살 수 있어야 한다. 일자리뿐 아니라 주택과 학교, 병원, 교통과 문화시설이 갖춰져야 젊은 인재가 머문다. 서남권 반도체 구상 역시 산업·주거·교육·교통을 묶는 종합적인 지역발전 전략으로 추진해야 한다.이 역시 여당이 선도적으로 정부를 이끌고 힘을 모아야 속도가 붙는다. 야당과의 협치도 빼놓을 수 없다. 반도체·AI·전력망·지역균형발전은 한 정권의 임기만 보고 추진할 사업이 아니다. 김 대표가 먼저 야당 대표를 만나고, 야당의 합리적인 제안이라면 정부 정책에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협치는 약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정책을 오래 가게 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이제 민주당은 남 탓할 여유가 없다. 대통령도 민주당이고 국회 다수당도 민주당이며 새 지도부까지 출범했다. 국민이 보고 싶은 것은 전당대회 승자의 환호가 아니다. 장바구니 물가가 안정되고 집 걱정이 줄며, 지역에 기업이 들어오고 청년에게 좋은 일자리가 생기는 변화다. 이제 실행의 시간이다. 김민석 체제와 이재명 정부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결국 민생의 성과로 결정될 것이다.

미국의 ESG 압박, CSRD의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이창언의 지속가능성 나침반]

최근 글로벌 ESG 뉴스를 보면 묘한 착시가 생긴다. 미국이 유럽연합(EU)의 지속가능성 규제를 강하게 문제 삼고, EU도 기업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규제를 손질하면서 마치 'ESG의 시대가 끝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과 자본시장의 실제 흐름은 다르다. 규제의 범위와 강도는 조정되고 있지만 기업의 기후·인권·공급망 정보를 표준화하고 검증 가능한 투자정보로 만들려는 방향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 규제 후퇴가 아닌 '재조정'의 시간 논쟁의 중심에는 EU의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이 있다. CSRD는 기업에 '착한 경영'을 권고하는 캠페인이 아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 환경·사회·거버넌스 정보를 유럽지속가능성보고기준(ESRS)에 따라 공시하도록 하는 법적 제도다.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반대로 기후·사회 문제가 기업의 재무에 미치는 영향을 각각 살피는 '이중 중대성(Double Materiality)'이 핵심이다. 공급망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환경 위해를 예방하고 시정하도록 요구하는 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CSDDD)과는 구별된다. EU는 올해 두 제도를 모두 크게 손질했다. 지난 2월 EU 이사회가 최종 승인한 '옴니버스 I'에 따라 CSRD의 일반적인 적용범위는 종업원 1000명 초과이면서 연간 순매출 4억5000만 유로 초과 기업으로 좁아졌다. 반면 CSDDD는 종업원 5000명 초과, 연간 순매출 15억 유로 초과 기업​으로 범위가 더욱 축소됐다. 두 기준은 명확히 다른 제도에 적용된다. 7월에는 EU 집행위원회가 개정 ESRS를 채택했다. 의무 데이터 항목을 60% 이상 줄이고 전체 데이터 항목도 70% 이상 축소해 기업의 보고 부담을 낮추는 방향이다. 그렇다고 CSRD가 폐기된 것은 아니다. ESRS에 따른 공시와 이중 중대성을 중심으로 한 기본 구조는 유지된다. 원칙의 폐기라기보다 경쟁력과 행정 부담을 고려한 '규제의 재조정'에 가깝다. ◇ 기계가 읽는 데이터로 진화하는 ESG 미국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2025년 8월 미·EU 공동성명에는 CSRD와 CSDDD가 대서양 무역에 부당한 제약이 되지 않도록 EU가 노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 8월 14일 앤드루 퍼즈더 주EU 미국대사는 이를 근거로 추가적인 규제 수정을 요구했고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EU 집행위원회는 협력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EU의 규제체계와 규제 자율성 자체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규제완화와 통상 압박이 강해졌다는 사실을 지속가능성 공시의 세계적 후퇴로 일반화할 근거는 아직 없다. IFRS재단에 따르면 40개가 넘는 관할권이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을 도입하거나 활용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EU도 지난 7월 유럽단일접근점(European Single Access Point·ESAP)의 1단계 정보 수집을 시작했다. 금융시장과 지속가능성 관련 공개정보를 단계적으로 통합하고 2027년 7월까지 일반 이용자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ESG 정보가 기업이 발간하는 보고서 속 문장을 넘어 기계가 읽고 투자자와 금융기관이 비교·분석할 수 있는 '시장 데이터'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 한국의 해법은 '데이터 실용주의' 한국의 대응 역시 'EU식 규제를 그대로 이식할 것인가, 미국의 규제완화 기조를 따라갈 것인가'라는 양자택일이어서는 안 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화 최종안을 발표했다. 2028년 연결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부터 시작해 2029년에는 5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2030년 2조원 이상 기업까지 확대할지는 시행 상황을 평가한 뒤 검토한다. 법정공시를 위해 자본시장법 개정도 추진한다. Scope 3 공시는 공시대상별로 3년의 준비기간을 둔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데이터 실용주의'다. 대기업에는 글로벌 자본시장과 호환되는 공시·검증 체계를 갖추도록 하되, 중소·중견기업에는 업종별 Scope 3 산정도구와 한 번의 입력으로 여러 원청기업에 대응할 수 있는 공동 데이터 인프라를 제공해야 한다. 정부가 2028년까지 주요 수출 15개 업종의 Scope 3 가이드라인과 1000개의 전과정목록데이터(LCI)를 구축하고, '단일 입력-다수 대응'을 지향하는 산업공급망 ESG 플랫폼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중요하다. ESG를 둘러싼 정치의 온도는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탄소와 공급망, 인권과 기후위험 데이터가 기업의 비용과 시장 접근을 좌우하는 현실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한국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ESG 구호가 아니다. 국제 규제가 바뀌어도 통용되는 데이터와 검증 능력, 그리고 우리 산업구조에 맞는 실용적인 전환 전략이다. * 이창언 우석대학교 미래융합대학 창업컨설팅학과 교수 / 우석대 일반대학원 ESG·공공정책학과 주임 교수 / 우석대 ESG 국가정책연구소 소장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AI·반도체·SMR’…남은 넉 달 재계 총수들의 승부처는?

광복절 연휴가 끝나면서 재계의 하반기 경영 시계도 다시 빨라질 전망이다. 주요 그룹 총수들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투자 경쟁부터 미국 사업 확대, 로보틱스, 방산·조선 수주, 사업구조 재편까지 굵직한 경영 과제를 다시 마주하게 됐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특히 올해는 지난 수년간 발표한 미래사업 투자가 구상에서 실행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하반기의 의미가 남다르다. 삼성과 SK는 AI·반도체, 현대자동차는 로보틱스, LG는 전 계열사의 AI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SK와 HD현대 등은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에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실제 연휴 직전인 지난 14일 방한한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 겸 테라파워 창업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기선 HD현대 회장을 잇달아 만나 SMR 사업 협력을 논의했다. ◇ 이재용, AI 시대 주도권은 결국 '반도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받아든 가장 큰 숙제는 AI와 반도체다. 글로벌 AI 투자 경쟁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확대되면서 삼성전자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메모리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파운드리와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 하반기 핵심 과제로 꼽힌다. 그룹 차원에서도 AI를 개별 제품이나 서비스에 적용하는 수준을 넘어 제조와 연구개발, 업무 방식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AI 시대 최대 수혜 산업 중 하나인 반도체에서 삼성전자가 확실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 최태원, AI·반도체 넘어 SMR까지…재산분할도 변수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는 연휴 직전 두 개의 굵직한 일이 동시에 발생했다. 최 회장은 지난 14일 빌 게이츠 이사장과 만나 차세대 원전 사업 협력에 속도를 냈다. 이날 SK이노베이션과 테라파워는 '글로벌 공동사업 추진계약을 위한 주요 조건 합의서'를 체결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테라파워의 SMR 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테라파워에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2대 주주에 올랐다. 이번 합의로 지분투자에서 시작한 관계가 실제 글로벌 공동사업 단계로 한발 더 들어간 셈이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안정적인 대규모 전력 공급이 글로벌 산업계의 과제로 떠오르면서 반도체·AI뿐 아니라 에너지까지 보유한 SK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연결할 여지도 커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9년째 이어진 이혼소송도 다시 장기전으로 접어들었다. 최 회장은 같은 날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9440억원을 지급하라는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상고했다. 재상고 결과에 따라 1조원에 육박하는 재산분할 부담과 자금 마련 문제가 하반기 변수로 남게 됐다. ◇ 정의선, 자동차 넘어 '피지컬 AI 기업'으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자동차 제조사의 경계를 넘어 로보틱스와 피지컬 AI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제조시설에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투입하고 2030년까지 연간 최대 3만대를 생산한다는 구상이다. 2028년까지 총 260억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도 실행해야 한다. 자동차 판매·생산 확대와 동시에 AI·로봇이라는 새로운 산업으로의 전환을 이끌어야 하는 셈이다. ◇ 구광모, 'AI 전환' 이제 성과로 보여줘야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하반기 화두 역시 AI다. 구 회장은 독자 AI 모델 고도화와 그룹 전 사업 영역의 AI 전환 가속화를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LG전자 등 주요 계열사에서도 생성형 AI를 실제 업무와 제조 현장에 적용하는 작업이 빨라지고 있다. 배터리와 전장, AI 등 미래사업에 투자를 집중해온 LG로서는 이제 AI 투자를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과 새로운 사업으로 연결하고 전자·배터리·전장 등 계열사 간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과제다. ◇ 신동빈, “혁신하라"…롯데는 본업 경쟁력 회복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하반기 과제는 다른 그룹과 조금 다르다. 신 회장은 지난달 15일 '2026 하반기 VCM'에서 선택과 집중, 지속적인 혁신과 함께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삼성·SK 등이 AI와 반도체 투자 확대에 나선다면 롯데는 유통·화학 등 기존 핵심 사업의 경쟁력을 되살리는 동시에 AI를 활용한 사업 혁신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 김동관, '승계' 넘어 성적으로 증명할 때 한화그룹에서는 이달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김동관 수석부회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김 수석부회장은 방산·해양·우주항공·에너지 사업을 이끌고 있다. 방산과 조선의 글로벌 확장을 지속하는 동시에 에너지와 우주항공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것이 과제다. 이번 승진으로 권한과 책임이 한층 커진 만큼 올 하반기는 '후계자'라는 평가를 넘어 그룹 핵심 사업의 성적으로 경영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 정기선, 조선 다음은 원전…빌 게이츠와 SMR 동맹 정기선 HD현대 회장의 하반기 승부처는 조선·방산에 원전까지 더해졌다. 정 회장은 지난 14일 서울에서 빌 게이츠 이사장,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와 만나 차세대 나트륨 원자로 상용화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 이후 7개월 만의 게이츠 이사장과의 만남이다. 역할 분담도 구체화됐다. 테라파워가 나트륨 원자로 기술을 제공하고 HD현대가 주기기 제조, 현대건설이 EPC(설계·조달·시공)를 담당한다. HD현대는 향후 원자로 용기를 연간 2~3기 공급할 수 있는 생산체계 구축도 추진한다. HD현대는 2022년 테라파워에 3000만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2024년 원자로 용기를 수주했고 올해 5월 핵심 설비 제작·공급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투자에서 실제 기자재 공급망 진입으로 협력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한미 조선 협력을 실제 수주와 투자로 연결하면서 SMR을 새로운 사업 축으로 키울 수 있느냐가 정 회장의 하반기 경영을 가를 전망이다. ◇ AI·반도체에서 전력·SMR까지…남은 넉 달에 달렸다 연휴 직전 빌 게이츠와 최태원·정기선 회장의 연쇄 회동은 올해 재계의 하반기 승부처가 어디까지 넓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AI 경쟁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를 넘어 이를 가동할 전력 확보로 확대되고 있다. 그룹별로 삼성은 반도체 경쟁력 회복, SK는 AI·반도체와 에너지의 결합, 현대차는 피지컬 AI, LG는 전사적 AI 전환, 롯데는 본업 경쟁력 회복이 당면 과제다. 한화와 HD현대에는 방산·조선 호황을 글로벌 사업으로 확장하는 숙제가 놓여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광복절 연휴 이후 추석과 연말 인사,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까지 남은 시간은 길지 않다"며 “남은 넉 달 동안 총수들이 미래사업의 청사진을 얼마나 실제 투자와 수주, 실적으로 연결하느냐가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의 방향성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HD현대일렉트릭, 국내 최초 420kV 친환경 고압차단기 개발 성공

HD현대일렉트릭이 국내 최초, 세계 세 번째로 420킬로볼트(kV)급 친환경 고압차단기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 이를 토대로 유럽 친환경 전력기기 시장 공략을 가속한다는 방침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최근 420kV급 'SF₆-Free' 고압차단기 개발을 완료했다고 18일 밝혔다. SF₆-Free 고압차단기는 불소계 온실가스인 육불화황(SF₆)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전력기기로, 이번 개발 성공은 국내 최초이자 세계 세 번째 개발 사례다. 친환경 고압차단기는 절연 가스를 기존 SF₆에서 C₄F₇N을 활용한 C₄ 혼합 가스 등으로 대체해야 하는 만큼, 새 절연 가스의 특성에 맞게 절연·차단 구조를 새로 설계해야한다는 점에서 개발이 어렵다. 특히 420kV급 친환경 고압차단기는 국가 기간망에 적용되는 초고압 제품으로, 극한 조건 내에서도 장기간 안정적인 성능을 입증해야 해 진입 장벽이 높다. 지난 2021년 170kV급을 시작으로 145kV, 72.5kV급 SF₆-Free 고압차단기를 잇달아 독자 개발한 HD현대일렉트릭은 이번 420kV급 개발을 통해 주요 전압대의 친환경 고압차단기 포트폴리오를 한층 확대하게 됐다. 이번에 개발 성공한 제품이 적용되는 400kV급 송전망은 유럽권 주요 송전 사업자들이 운영하는 TSO 전력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전압대다. 이에 420kV급 제품 확보는 유럽 초고압 전력인프라 시장 진입을 위한 핵심 요건으로 꼽힌다는 게 HD현대일렉트릭 측 설명이다. 특히 유럽연합(EU)의 불소계 온실가스(F-Gas) 규제 강화 기조와 전력망 투자 사이클이 맞물리며 유럽의 SF₆-Free 고압차단기 시장은 지속 성장해 오는 2030년 약 3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HD현대일렉트릭은 시장 변화 대응을 목적으로 제품개발 단계부터 유럽 송전망 운영사의 사전 적격심사(PQ)를 통과하며 현지 공급 자격을 선제 확보했다. 향후 장기공급계약 등 안정적인 수주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유럽 시장에서 수주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현재 영국 주요 전력회사와 장기공급계약을 추진하고 있으며, 연내 또는 내년 초 첫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향후 3년 내 300kV 및 362kV급을 비롯한 SF₆-Free 고압차단기 개발을 추가로 완료해 글로벌 친환경 전력기기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GS칼텍스, 광복기념 기부마라톤 ‘815런’ 후원…임직원 등 300명 참가

GS칼텍스는 제81주년 광복적을 맞아 기부 마라톤 행사 '2026 815런'을 후원하고 임직원·가족 300명이 행사에 직접 참여했다고 18일 밝혔다. 815런은 한국해비타트가 매년 광복절을 전후해 독립유공자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고, 후손들의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데 힘을 보태기위해 개최하는 기부 마라톤 행사다. 8.15킬로미터(km)를 달리는 오프라인런과 버츄얼런으로 구성된 행사는 발생 수익금 전액을 독립유공자 후손의 주거환경 개선 사업에 사용한다. GS칼텍스는 지난 2021년부터 6년 연속으로 815런을 후원하며 행사 참가를 지속하고 있다. 코로나 19가 확산한 지난 2022~2023년에도 임직원·가족 400여 명이 버츄얼런에 참여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속 독립유공자 후손 지원의 뜻을 이어갔다. 이번 행사에서도 GS칼텍스는 임직원 및 가족 총 300명이 오프라인런과 버츄얼런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참여했다. 이 같은 815런 행사 후원은 창업주 고(故) 허만정 선생으로부터 출발한 독립운동 정신에서 비롯됐다는 게 GS칼텍스 측 설명이다. 창업주는 일제강점기 당시 상해 임시정부에 독립 자금을 지원하고 독립운동의 자금줄 역할을 담당한 백산상회 설립에 주주로 참여했다. 현 진주여고의 전신인 진주일신여자고등보통학교를 설립하는 등 교육을 통한 민족 계몽에도 앞장섰다. GS칼텍스는 이 같은 창업 정신을 계승해 독립운동 기념 활동을 다방면으로 진행 중이다. 특히 지난 2019년에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윤봉길·한용운·백범 김구·윤동주·안중근 등 독립운동가 5인의 실제 필체를 현대적으로 복원한 '독립서체'를 개발하고 무료 배포했다. 독립서체는 현재 누적 다운로드 횟수 40만건을 넘겨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을 알리는 매개체로 자리잡고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조국의 광복을 위해 헌신하신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은 결코 잊혀서는 안 된다"며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뜻깊은 캠페인에 임직원 가족들과 함께 참여할 수 있어 기쁘고, 앞으로도 이 같은 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무분규냐 첫 파업이냐”…포스코 임단협, 오늘 최종 조정회의 분수령

올해 임단협에서 좀처럼 노사 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포스코가 합의를 위한 막판 회의에 나선다. 노조 측이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하기 위한 마지막 절차인 만큼, 이번 회의는 향후 노사갈등 수위를 가늠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노사는 18일 오후 중앙노동위원회 제3차 조정 회의를 통해 막판 임금·단체협약(임단협) 접점 마련에 나선다. 이번 회의는 제2차 조정회의 당시 내려진 조정기간 연장 권고를 포스코 노조가 수용한 뒤 진행되는 최종 조정회의라는 점에서 임단협 무분규 타결 내지는 쟁의행위 본격화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포스코 노조는 지난달 8~9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92.17% 찬성률로 쟁의행위에 대한 조합원 동의를 확보했다. 이후 포스코 노조는 지난달 23일 진행된 제6차 본교섭에서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나흘만에 중노위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내일 진행되는 3차 조정 회의에서 중노위의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지면 포스코 노조는 파업을 개시하기 위한 선결 요건을 모두 충족하게 된다. 중노위 결정이 파업으로 직결되지는 않지만, 노조가 합법적 파업이 가능한 상태에 돌입하는 만큼 향후 노사갈등 수위도 한층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포스코 노사 양자의 입장은 임금인상률과 격려금 등에서 상당 수준 간극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 노조는 이번 임단협에서 사측을 상대로 기본급 7.1% 인상과 격려금 600%·명절상여금 200% 지급 등 요구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사측 제시안은 기본급 1.2% 인상, 목표달성 격려금 200만원 등으로, 양자 입장이 격차를 크게 벌린 채 대립하는 양상이다. 임단협 합의의 표면적인 관건은 부진한 철강 업황 속 노사 양측이 어느 수준까지 양보할 수 있냐는 것이다. 올 상반기 별도기준 포스코 매출은 18조3500억원으로 전년 동기 17조9150억원 대비 2.4% 성장에 그쳤고, 영업이익은 4870억원으로 같은 기간 43.3% 역성장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은 4.8%에서 2.6%로 2.2%포인트(p) 낮아졌다. 중국발(發) 공급과잉과 주요 수출시장의 보호무역주의 등 악재가 겹친 철강 업황 속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포스코가 적극적인 임금 인상과 임직원 성과 보상에 나서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포스코 사측 역시 노조 요구안을 수용하면 지난해 요구안의 2배 수준인 1조4000억원 규모 재원이 소요되는 만큼, 대내외 여건상 노조 요구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 측은 “노동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에 대한 투자를 단순한 비용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보고 있다. 또한 이번 임단협은 단순 임금·성과보상을 넘어 철강 본업과 현장 투자·성과 배분을 둘러싼 노사 인식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조 측이 포스코의 지주사(포스코홀딩스) 배당과 신사업 투자 등 그룹차원 자금 운용 대비 현장 투자와 노동자 보상은 충분치 않다고 주장하며 자주사를 향한 불만을 집중 표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임단협은 악화한 경영 여건을 반영한 현실적인 보상 수준을 찾는 동시에 철강 본업 경쟁력 강화와 현장 투자, 성과 배분을 둘러싼 노사 간 인식 차이를 얼마나 좁힐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노조 관계자는 “조합원의 정당한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삼겠다는 원칙 아래 마지막 조정 절차에서도 대화와 소통의 책임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사측이 조합원의 대승적 결정을 외면한다면 흔들림 없이 투장과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단독] “제조 공정 독자 개발”…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의 ‘기술 헤리티지’

대한항공에서 연구·개발(R&D)과 생산을 담당하는 항공우주사업본부가 인공 지능(AI) 기반 자율 이동 로봇(AMR)부터 오차를 없앤 극한의 자체 시험 장비, 복합 소재 정밀 성형과 설계 자동화에 이르는 제조 공정 전반을 독자 개발·내재화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기간에 고가 장비를 도입해 얻은 성과가 아니라 현장의 불량률을 줄이고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축적해 온 '기술 유산'의 결실이라는 평가다. 18일 본지 취재 결과,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는 외부 설계도에 의존한 조립에 그치지 않고 제조 공정 자체를 20년 넘게 직접 고안하고 내재화해 내공을 다져온 것으로 확인됐다. 1975년 설립된 항공우주사업본부는 △민항기 구조물 국제 공동 개발 △군용기 성능 개량 및 창정비 △무인 항공기 체계 △하이브리드 드론 등 4대 핵심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최근의 첨단 스마트 팩토리 기술부터 2000년대 초반의 기초 소재 성형 기술까지 촘촘하게 축적해와 특허 17건에 이르는 '제조 기술 헤리티지'를 보유하고 있다. ◇ AI와 자율 주행 로봇이 이끄는 '스마트 팩토리' 2024년에서 올해 사이에 공개·등록을 마친 특허 6건을 보면 대한항공의 생산 라인이 어떻게 유연하고 정밀한 '스마트 팩토리'로 진화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과거 작업자가 직접 칼을 들고 수행하던 까다로운 부품 자르기나 조립, 대형 복합재 성형 작업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로봇과 첨단 설비의 몫이 됐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올해 등록된 '자동화 장치용 테이블 및 이를 이용한 작업 방법' 특허다. 요즘 첨단 공장 안에서는 물건이나 가공 로봇을 싣고 스스로 돌아다니는 AMR이 쓰인다. 그런데 공장 바닥은 우리 눈에만 평평해 보일 뿐 실제로는 미세한 굴곡이 있다. 바닥이 단 3mm만 기울어져도 이 로봇의 거대한 로봇 팔 끝에서는 13.4mm 이상의 큰 오차가 생겨 비싼 항공기 부품을 통째로 망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대한항공은 자동으로 수평을 맞추는 테이블을 고안해 냈다. 테이블 다리에 스프링과 높이 감지 센서를 달아 로봇이 울퉁불퉁한 바닥에 도착하면 다리 4개가 스스로 길이를 조절해 수평을 찾는다. 식당 테이블이 덜컹거릴 때 밑에 종이를 접어서 괴어주는 작업을 기계가 스스로 판단해 알아서 하는 셈이다. 수평이 맞춰지면 공기압을 이용한 브레이크가 다리 길이를 꽉 물어 고정해 로봇이 흔들림 없이 정밀하게 작업할 수 있게 돕는다. 로봇 팔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도 크게 진화했다. 작년 중 등록을 마친 '복합재 가공용 지그(Jig) 장치 및 이를 포함하는 시스템' 특허에 따르면 다관절 로봇이 부품을 가공할 때 로봇 팔에 달린 센서가 깎이는 저항력을 실시간으로 감지한다. 굴곡진 곳을 자를 때 힘이 너무 많이 걸려 부품이 망가질 것 같으면 로봇이 스스로 칼날의 위치를 살짝 위로 들어 올려 힘을 빼주는 능동 제어 알고리즘이 적용돼 있다. 또한 내부 지그 간격을 조절해 고정바를 적용해 복합재가 움직이지 않도록 꽉 잡아주고, 로봇 작업 시 발생하는 진동을 2중으로 흡수하는 댐핑 구조체까지 내장해 가공 정밀도를 극대화했다. 작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한 번에 수직과 사선 두 가지 각도로 부품을 자를 수 있는 쌍칼 형태의 '복합재 커팅 장치'를 달고, 마찰 탓에 칼날이 열을 받아 변형되지 않게 볼텍스 튜브로 찬 공기를 쏴주는 전용 냉각 시스템까지 갖췄다. 거대한 오븐을 통째로 가열하고 식히는 비효율을 없애기 위한 성형 혁신도 이뤄졌다. 올해 공개된 '항공기 복합재 유연 히팅 에어 몰딩 장치' 특허는 위에서는 공기 압력으로 유연하게 부품을 누르고, 아래에서는 폴리이미드 필름·철판·히팅 패드 등 부위별로 개별 온도 조절이 가능한 '유연 히팅 부재'를 적용했다. 이로써 복잡한 곡면 형태의 대형 복합재라도 툴 전체를 가열할 필요 없이 필요한 부위에만 균일한 열과 압력을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해 고품질로 구워낼 수 있게 됐다. 까다로운 항공기 부품을 작업대 위에서 고정하는 지그 기술도 빼놓을 수 없다. 속이 빈 육각형 벌집 모양의 부품(허니컴 코어)은 진공 청소기처럼 공기를 빨아들여 고정하려 해도 구멍으로 공기가 다 새어나간다. 다른 기업들이 부품 안에 끈적한 이물질을 억지로 채워 넣고 가공한 뒤 다시 파내는 복잡한 방식을 쓸 때 대한항공은 부품 밑바닥에 테이프를 붙여 공기가 새는 것을 막고, 흡입구 쪽에 구멍이 뚫린 분배기를 달아 부품 전체를 골고루 빨아들여 단단히 고정하는 '허니콤 코어용 지그 장치 및 이를 포함하는 코어 가공 시스템'을 만들어 냈다. 또한 아직 굳지 않아 표면이 찰흙처럼 무른 탄소 섬유 원단(프리프레그)을 진공으로 흡입할 때 표면에 흠집 자국이 남는 것을 막기 위해 미세한 구멍이 뚫린 다공성 플라스틱 판을 덧대 표면을 보호하는 '복합재 부품 절단을 위한 지그 모듈 및 이를 포함하는 절단 시스템'도 현장 노하우가 낳은 결과다. 로봇이 부품을 자를 때 허공에 뜬 절단면이 아래로 처지며 지저분한 보풀이 일어나는 것을 막고자 그 밑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맞춤형 플라스틱 받침대(인서트 부재)를 끼워 넣는 세심함도 돋보인다. ◇ 한계에 도전한 정밀 성형과 극한의 테스트 장비 오늘날의 로봇 자동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로봇이 본격 도입되기 전인 2010년대, 대한항공은 이미 항공기 부품을 결점 없이 구워내고, 이를 가혹한 조건에서 시험하는 장비들과 설계 소프트웨어까지 독자적으로 구축했고 8건의 특허를 냄으로써 내실을 다지고 있었다. 소프트웨어 설계와 기초 성형 장비의 내재화도 이미 이 시기에 싹을 틔웠다. 비행기 날개처럼 얇고 넓은 복합재 구조물을 설계할 때는 부품이 찢어지거나 구겨지는 것을 막기 위해 수많은 적층 각도와 순서를 계산해야 했다. 대한항공은 최초 파손·좌굴·베어링 파손 등 여러 조건을 통합해 안전율을 자동 계산하는 알고리즘인 '복합재 구조물의 최적 설계 방법(2015년)' 특허를 통해 기존 엔지니어가 수작업으로 10시간 넘게 매달리던 개념 설계 작업량을 단 1시간으로 대폭 단축했다. 또한 거대한 오븐(오토클레이브)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부품 형상에 맞춘 전용 몰드 내부에 오일 유로를 내장해 직접 가열·가압을 수행하는 '복합재 제작 장치(2014년)'를 도입해 헬기 날개처럼 크고 두꺼운 부품도 보이드(기포)나 링클(주름) 같은 결함 없이 빠르게 찍어내는 효율화를 이뤄냈다. 얇은 탄소 섬유 원단을 여러 겹 쌓아 두껍게 만들고 곡면으로 꺾어 구울 때 주름이 생기는 문제를 막고자 진공 공간 아래에서는 팽창 고무가 부풀어 오르며 밑에서 위로 부드럽게 밀어 올리고 위에서는 피스톤이 동시에 눌러주는 입체적인 이중 가압 장치인 '프리프레그 절곡 성형 장치 및 그 방법(2011년)'을 고안해 낸 것도 이 시기의 성과다. 속이 텅 빈 벌집 모양의 허니컴 코어를 둥근 곡면으로 구부려 누를 때 얇은 벽들이 구겨지며 무너지는 불량을 막기 위한 기술도 돋보인다. 대한항공은 방탄 조끼 소재로 쓰일 정도로 질긴 케블라 원단 매트와 양옆에서 팽팽하게 당겨주는 스프링 구조를 이용해 누르는 힘을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분산시키는 '허니컴 코어 성형 장비(2014년)'를 만들어 불량 발생을 차단했다. 무거운 금속 부품을 깎는 기계에 부품을 고정할 때 깎이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밑으로 미끄러지는 위험한 상황을 막기 위해 부품의 위와 아래를 수직 방향에서 강하게 꽉 쥐어주는 'NC 선반의 공작물 공급 장치(2012년)'를 고안해 무거운 물건을 가공할 때의 안전성도 챙겼다. 차세대 무인기나 장거리 비행 드론 등 고도의 안전성이 필요한 비행체를 개발하며 이를 검증할 시험 장비의 오차를 없애는 데에 집중한 것도 이 시기다. 부품을 높은 곳에서 떨어뜨려 충격을 얼마나 잘 버티는지 보는 '임팩트 테스트 머신(2012년)'이 대표적이다. 무거운 추를 가이드 레일을 따라 떨어뜨릴 때 기둥과 추 사이의 물리적 마찰력 때문에 정확한 충격 에너지를 계산하기 어려웠다. 이에 대한항공은 기둥에 고압 공기를 쏴서 얇은 공기층을 만들어 마찰력을 사실상 '0'으로 만들었다. 오락실에 있는 에어하키 게임기 바닥에서 공기가 뿜어져 나와 퍽을 띄우는 것과 유사한 원리를 산업용 테스트 장비에 적용한 것이다. 또한 바닥을 때리고 고무공처럼 다시 튀어 올라 2·3차 충격을 가하면 실험 데이터가 훼손되는데, 이를 막기 위해 튀어 오르는 0.2초의 짧은 찰나에 공기압 실린더나 걸쇠를 뻗어 추를 낚아채는 구조를 적용해 오차 없는 순수한 1차 충격 데이터만 얻어냈다. 무인기나 헬기의 프로펠러 회전축(토크바)이 비틀리는 꼬임 힘을 얼마나 잘 버티는지 한계를 측정하는 '항공기용 복합 재료 토크바 비틀림 평가 테스트 장비(2016년)'도 개발했다. 길이가 긴 부품은 기존에 돌려서 측정하는 회전 방식의 테스트 기계에 들어가지 않았는데 밀어내는 직선 운동을 회전 운동으로 바꿔주는 특수 장치를 달아 부품 길이와 상관없이 비틀림 시험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부품 양 끝에 비틀림을 재는 센서와 당겨지는 힘을 재는 센서를 각각 달고 결과값을 서로 비교하게 해 테스트의 신뢰도를 제고했다. 비행 중 겪게 되는 복잡한 힘을 지상에서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위아래로 누르는 힘과 양옆으로 미는 힘을 동시에 가하는 '2축 재료 시험기(2012년)'도 이 시기에 완성됐다. 큰 힘을 가하는 쇠기둥 자체가 망가지지 않게 하중을 분산시키는 지지판 구조를 덧대 고장 없이 장기간 정확한 테스트를 수행할 수 있게 해 준 장비다. ◇ 현장 혁신의 태동기 2000년대 초중반의 특허 3건에는 모든 첨단 공정의 가장 밑바탕이 되는 '효율화'와 '기초 소재 가공'에 대한 초기 현장의 땀방울이 그대로 묻어난다. 사소해 보이는 제조 병목 현상까지 꼼꼼하게 따져가며 해결책을 고안했다는 점은 현재의 기술적 해자가 갖춰지기까지 항공우주사업본부 연구원들이 오랜 시간 동안 상당한 노력을 경주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항공기 표면이 구겨지지 않게 안에서 받쳐주는 뼈대(스트링거)를 탄소 섬유 복합 소재로 처음 만들 때에는 뜨거운 오븐에서 다 구워진 뒤 딱딱해진 뼈대 안에서 굽는 동안 모양을 잡아주던 금속 틀(맨드릴)을 억지로 빼내려다 보니 부품에 미세하게 금이 가는 일이 잦았다. 대한항공은 2003년 출원해 2006년 등록된 '스트링거 제작을 위한 형상 유지 공구의 제조 방법 및 이를 이용한 스킨-스트링거 일체형 패널 제작 방법' 특허를 통해 이 오랜 골칫거리를 풀었다. 쇠 대신 '실리콘'으로 틀을 만든 것이다. 실리콘은 온도가 올라가면 부피가 팽창하고 식으면 줄어드는 성질이 있다. 오븐에서 뜨겁게 구울 때는 실리콘 틀이 부풀어 올라 뼈대 모양을 빈틈없이 단단하게 잡아주고, 다 굽고 나서 식히면 본래 크기로 줄어든다. 덕분에 딱딱해진 부품과 틀 사이에 빈 공간이 생겨 부품 손상 없이 부드럽게 틀을 빼낼 수 있게 돼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전투기나 헬기를 완전히 뜯어서 고치는 창정비를 할 때 수많은 부품을 세척하고 약품으로 코팅하는 화공 처리 공정에서도 발상의 전환이 돋보였다. 예전에는 수영장만큼 거대한 약품 수조들을 일직선으로 길게 늘어놓고 크레인으로 부품을 옮겨가며 담가야 해 공장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작업자가 왔다 갔다 하는 시간도 오래 걸렸다. 대한항공은 2004년에 출원한 '연속 화공 처리 장치(2006년)'를 고안해 수조들을 둥그렇게 원형으로 모아 배치했다. 중앙에 빙글빙글 회전하는 기둥과 위아래로 움직이는 승강 장치를 달아 부품이 교대로 다음 약품 수조에 자동으로 담기도록 설계해 냈다. 공장 내 설치 공간을 2.5% 수준으로 줄여 작업 시간도 단축해냈다. 여기에 더해 끈적한 원단 테이프를 자동 적층 장비가 겹겹이 쌓아 올릴 때 테이프가 궤도를 벗어나거나 팽팽함이 유지되지 않아 표면에 쭈글쭈글하게 주름이 지는 것을 막아주는 가이드 슈트 압착 방식의 '프리프레그 공급 장치(2006년)' 기술도 이 시기에 개발돼 현재 운영 중인 첨단 로봇 자동 적층 장비의 토대가 됐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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