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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안 팔리는데 목표는 천정부지…현대차 덮친 ‘무공해차 의무판매’

전기차 수요 회복세가 아직 완전히 자리 잡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무공해차 판매 목표를 빠르게 높이며 완성차 업체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차량 수요가 전기차 수요를 여전히 웃도는 실정에도 불구하고 정책은 전기차 중심의 전환을 재촉하면서 시장 상황와 정책 목표 사이의 간극이 커지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 1월 시행한 '연간 저공해자동차 및 무공해자동차 보급목표'에 따르면, 직전 3년간 연평균 판매량이 10만대 이상인 대형 자동차 판매업체의 무공해차 보급목표율은 올해 24%다. 지난해 22%에서 2%포인트(p) 높아졌다. 이후에도 목표율은 점점 높아져 2027년 28%, 2028년 36%, 2029년 43%를 거쳐 2030년에는 50%까지 올라간다. 연평균 판매량 2만~10만대인 중견 판매업체 역시 올해 20%에서 2027년 24%, 2028년 32%, 2029년 43%, 2030년 50%로 목표치가 단계적으로 상향된다. 문제는 정책 속도와 소비자 수요 전환 속도 사이의 차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신차 신규등록 중 하이브리드차는 28만9814대로 전기차 19만8509대보다 1.5배 많다. 하이브리드차는 전년 동기보다 0.6% 감소한 반면 전기차는 113.6% 급증했다. 전기차 전환 속도와 별개로 절대적인 판매 규모에서는 여전히 하이브리드차가 전기차를 앞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무공해차 보급목표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을 대상으로 해, 저공해차인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같은 기준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정부는 무공해차 보급목표 실적을 산정할 때 하이브리드차 1대를 무공해차 0.3대로 환산해 일부 인정하는 제도를 운영해왔다. 올해도 이 기준은 유지되지만, 업체들이 저공해차 판매를 통해 무공해차 목표를 보완할 수 있는 여지는 줄었다. 저공해차 초과실적을 무공해차 실적으로 전환해 활용할 수 있는 비율이 지난해 100%에서 올해 70%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2027년에는 50%로 낮아지고 2028년부터는 완전히 폐지된다. 결국 업체 입장에서는 하이브리드 등 저공해차 판매만으로 무공해차 목표를 충당할 수 있는 폭이 갈수록 좁아지는 셈이다.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의 판매 실적을 놓고 보면 이 같은 간극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현대차의 올해 1~7월 국내 판매량은 36만4826대로 전년 동기보다 11.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기차 판매량은 4만3466대, 하이브리드차는 9만5105대로 집계됐다.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전기차의 두 배를 웃도는 가운데, 전기차가 전체 국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9%에 그쳤다. 전체 국내 판매량에 올해 무공해차 목표율 24%를 단순 적용하면 8만7558대 규모로, 실제 전기차 판매량과 단순 비교하면 4만4092대의 차이가 난다. 무공해차 목표율 자체가 높아진 점도 부담이다. 지난해 목표율 22%를 현대차의 올해 1~7월 판매량에 적용하면 목표에 해당하는 판매량은 8만262대지만, 올해는 목표율이 24%로 높아지면서 8만7558대로 늘어난다. 겉으로 보기엔 2%p 인상에 지나지 않지만, 같은 판매 규모를 가정해도 목표율 인상만으로 충족해야 할 판매량이 7297대, 9.1% 늘어나는 셈이다. 여기에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이어진 노조 파업으로 생산 차질까지 발생하며 부담이 가중됐다. 무공해차 목표율은 높아졌지만 생산·판매 여건은 오히려 악화되면서, 현대차로서는 높아진 목표를 맞추기가 더욱 녹록지 않게 됐다. 같은 24%의 목표율을 적용받더라도 업체별 부담이 같지는 않다. 전기차 판매 비중이 어느 수준까지 올라와 있는지, 전체 판매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목표 달성에 필요한 실제 차량 대수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기아는 올해 1~7월 국내에서 35만383대를 판매했고, 이 가운데 전기차가 8만5444대로 전기차 비중이 24.4%에 달했다. 올해 무공해차 목표율 24%를 이미 웃도는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판매 규모가 작은 KG모빌리티는 같은 기간 국내에서 2만4416대를 판매했으며, 전기차는 5559대로 전체의 22.8%를 차지했다. 특히 판매 규모가 큰 업체일수록 목표율이 조금만 변해도 실제 충족해야 할 차량 대수의 변화 폭이 커진다. 올해 1~7월 판매량을 기준으로 목표율이 1%포인트 높아질 경우 현대차는 목표 기준 대수가 3648대 늘어나는 반면, KG모빌리티는 244대 증가하는 데 그친다. 똑같이 2%p씩 목표율이 높아져도 기아처럼 현재 전기차 판매 비중이 이미 목표율을 넘어선 업체와 현대차처럼 목표율과의 격차가 큰 업체, KG모빌리티처럼 상대적으로 판매 규모가 작은 업체 간에는 실제로 체감하는 부담의 크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부담으로 꼽히는 것은 목표 미달 시 부과되는 보급 기여금이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업체에는 미달분에 따라 부족 차량 1대당 150만원의 보급 기여금이 부과된다. 2028년부터는 300만원으로 오른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0년 보급목표제 시행 이후 지금까지 모든 판매자가 목표를 초과 달성해 실제 기여금이 부과된 사례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제도가 처음 시행됐을 당시의 시장 상황과 목표 수준은 지금과 크게 다르다. 실제 국내 전기차 시장은 2024년 판매량이 전년보다 9.7% 줄어들며 2년 연속 감소하는 등 수요 둔화를 겪었다. 이후 올해 상반기에는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과거 수요 둔화와 캐즘을 겪은 전기차 시장의 회복 속도와 비교해 정책 목표는 훨씬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무공해차 목표율이 연간 2~4%포인트씩 단계적으로 높아졌다면, 올해 24%인 목표율은 내년 28%로 올라선 뒤 2028년에는 36%로 한 해 만에 8%p나 뛰고, 2029년 43%, 2030년 50%까지 높아진다. 전기차 시장이 이제 막 회복세를 보이며 상황이 완전히 안정됐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업체들이 감당해야 할 목표 수준은 오히려 더 가파르게 높아지는 구조다. 정부는 초과실적 거래와 이월·상환 등 목표 미달을 보완할 수 있는 유연성 장치로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보완책이 업체별 시장 상황과 생산·판매 여건의 차이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2024년부터 무공해차 의무판매제를 시행한 영국의 경우, 제도 도입 당시부터 목표 실적 차입 등을 허용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관련 유연성을 추가로 확대했다. 차입분 상환 기한을 더 연장하고, 비무공해차 실적의 전환 기간도 늘렸다. 목표 수준은 유지하면서도 업체들이 실제 시장 여건에 맞춰 목표를 이행할 수 있도록 보완책을 넓힌 것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목표율이 빠르게 높아지는 와중 업체별 경영 상황이나 생산·판매 여건을 반영할 수 있는 폭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목표율 자체는 동일하게 적용되는 만큼 업체별 전기차 판매 비중이나 생산 여건에 따라 체감하는 부담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판매 부진이나 생산 차질, 신차 출시 일정 등 개별 업체가 처한 현실과 관계없이 목표율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상황에서 실적 거래나 이월 같은 사후적인 보완책만으로는 업체별 부담을 충분히 흡수하기 어렵다"며 “업체별 시장 상황과 전환 여건을 고려할 수 있도록 보다 유연한 사전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다시 뛰는 연료비…공급난에 해운업계 불확실성 커지나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차 고조되면서 선박용 연료유 가격이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운임도 동반 강세를 나타내 시황 자체는 우호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선박유 공급난 우려가 확대되며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8일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싱가포르 저유황유(LSFO) 가격은 톤(t)당 848달러로 전주 대비 63.5달러 상승했다. 한 주 만에 약 8.1% 오른 수준이다. 고유황유(HSFO) 역시 같은 기간 13달러 오른 642달러(t당)를 기록했다. 당초 선박유 가격은 직전 주 당시 LSFO 기준 784.5달러(t당)로 800달러를 하회했으나, 원유인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이 미국과 이란의 무력충돌 재격화 양상으로 오름세를 보이며 연료유 역시 상승 전환했다. 실제 WTI 선물 가격은 뉴욕상업거래소(CL) 기준 지난달 27일 배럴당 83.53달러에서 지난 4일 91.48달러로 일주일간 9.5% 급등했다. 이날도 한국 시간 오후 3시 기준 93.5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문제는 선박유 가격 상승세가 국제유가 오름세와 맞물리는 가운데, 연료 자체의 공급 부족 우려까지 겹치고 있다는 점이다. 원유 가격이 안정되더라도 빠듯해진 수급이 선박유 가격의 하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정유업계가 중동전쟁 이후 휘발유·경유 등 고마진 제품 생산에 주력하면서 상대적으로 연료유 생산 여력이 줄어든데다, 러시아와 중동 등 주요 공급지역의 연료유 수출 감소가 겹치면서 수급 부담은 지속 확대되는 양상이다. 앞서 로이터는 지난 7일(현지시간) 글로벌 연료유 시장의 올 3분기 공급 부족 규모가 하루 평균 21만8000배럴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공급 부족 규모가 하루 약 6000배럴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부족분이 크게 확대된 셈이다. 싱가포르와 유럽 ARA(암스테르담·로테르담·앤트워프), 푸자이라 등 주요 벙커링 허브의 연료유 재고 역시 최근 3년 계절 평균보다 약 30%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공급 감소폭도 가파르다. 러시아의 연료유 수출은 지난해 하루 평균 86만배럴 이상에서 지난달 하루 59만1000배럴까지 감소했다. 중동 지역의 지난 3~8월 평균 연료유 수출량도 하루 44만7000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줄었다. 당장의 유류비 부담은 주요 선종의 운임 강세가 업계 충격을 흡수하는 양상이다. 실제 건화물선 운임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 4일 3628포인트(p)로 전주 3186p 대비 13.9% 상승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도 같은 기간 3509.53p에서 3590.05p로 2.3% 상승해 시황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탱커 운임 역시 강세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가용 선복이 줄고 화주들의 조기 확보 수요가 몰리면서 지난 4일 기준 중동~중국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의 기간용선환산수익(TCE)은 하루 70만4025달러로 전주 대비 4만7857달러 늘며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했다. 이에 더해 업계는 유류할증을 통해 유류비 부담을 운임에 전가하고 운항 효율을 극대화하는 등 수익성 충격 최소화에 나서고 있다. 다만, 유류할증은 선종별·계약구조 특수성에 따라 일정 시차를 두고 운임에 반영되는데다 연료 효율화 역시 선박유의 구조적 공급부족에 대응하기엔 한계가 존재하는 만큼, 선박유 공급난이 실현 및 장기화될 경우 불확실성은 한층 심화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인 선박유 상승 부담은 유류할증을 통해 충격을 일부 억제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향후 공급 부족이 구조적으로 심화할 경우 역내 가격 변동성에 따라 사업 불확실성이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아이즈엔터, 신임 CSO에 차상훈 전 카카오엔터 부사장

아이즈엔터테인먼트가 신임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차상훈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부사장을 영입했다고 8일 밝혔다. 차 신임 CSO는 20년 이상 정보기술(IT), 플랫폼, 콘텐츠 산업에서 사업 전략과 신사업을 추진해 온 전략 전문가다. NHN과 KTF 등을 거쳐 2010년 카카오페이지 전신인 포도트리를 공동 창업했으며, 사업 전반을 총괄하며 지식재산권(IP), 콘텐츠, 플랫폼 사업의 성장 과정에 함께했다. 이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CSO로 국내 스토리 사업 전략과 신사업을 추진했으며, 2023년에는 두나무와 하이브의 합작법인 레벨스 대표를 맡아 IP와 팬덤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사업을 진행했다. 차 신임 CSO는 향후 아이즈엔터테인먼트의 경영 및 사업 전략을 총괄하며 중장기 전략 고도화 및 새로운 사업 기회 발굴,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 등을 통해 다음 단계의 성장을 모색할 계획이다. 특히 아이즈엔터테인먼트는 인간과 가상인간이 공존하며 소통하고, 함께 즐기는 챗봇 게임 메신저를 올 하반기 선보일 예정이다. 차 CSO는 신규 서비스 출시와 성장 단계에 맞춰 전사 차원의 전략의 수립과 실행 강화에 힘을 보탠다. 차상훈 CSO는 “AI 시대에 콘텐츠를 즐기는 것과 소통하는 것의 경계가 점차 흐려지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에 주목해 회사의 경쟁력과 가능성을 다양한 성장 기회로 연결하고, 기업가치 확장에 기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남궁훈 아이즈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차 CSO의 합류를 통해 자사의 보유한 역량과 새로운 기회를 연결하고 전략적 시너지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회사의 성장 기반을 넓히고 중장기 전략을 함께 설계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노동쟁의조정 신청…아시아나 ‘서열 통합’ 쟁점

조합원 2624명을 둔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에 따른 조종사 서열 통합과 임금·근로 조건을 둘러싼 이견으로 노동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기장 승격과 임금 등에 영향을 미치는 서열 기준을 노사가 함께 정해야 한다는 것이 노조의 핵심 요구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전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고 8일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2024년 단체 협약과 2025년 임금 협약 체결을 위해 30차례 교섭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오는 14~20일에는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앞과 인천공항 제2여객 터미널, 서울 서초구 반포2동 소재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자택 인근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최대 쟁점은 양사 조종사를 하나의 체계로 묶는 서열 순위인 '시니어리티'다. 노조는 서열이 기장 승격과 대형기 전환 순서뿐 아니라 선임·수석 기장 수당, 교관·검열 보직 등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통합 기준에 따라 장기적인 처우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노조가 교섭 근거로 제시한 것은 단체 협약 제24조다. 이 조항은 회사가 노사 합의로 정한 운항 승무원 서열 순위 제도를 준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조는 특정인의 승진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합병 이후 적용할 공통 기준을 노사 합의로 마련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 통합안의 산출 근거도 논란이다. 노조에 따르면 회사는 외부 컨설팅을 거쳐 객관적인 안을 마련했다는 입장이지만, 노조가 요구한 산출 근거와 시뮬레이션 전제는 공개하지 않았다. 노조는 기존 대한항공 조종사에게 불이익이 없다는 회사 측 설명 역시 월별 기장 승격 인원 확대를 전제로 하고 있으며, 회사가 해당 인원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민간 경력 조종사 약 600명에게 적용할 입사 시점 산정 방식에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회사가 최초 입사일 대신 '정사번 부여일'을 서열 기준으로 삼으면서, 입사 후 계약직으로 장기 양성 과정을 거친 기간이 반영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회사 교육을 오래 받은 조종사일수록 정사번을 늦게 받아 서열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양사의 과거 채용 기준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민간경력 조종사에게 비행경력 1000시간을 요구한 반면 아시아나항공의 기준은 250시간이었다. 노조는 이러한 차이가 각 회사의 채용·양성 제도에서 비롯된 만큼 통합 과정에서 회사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아시아나항공 출신 조종사의 경력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라며, 필요하다면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와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다만 서열 기준을 정하는 절차는 단체협약에 따른 노사 교섭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정 신청에는 △임금 인상 △장거리 비행 후 휴식 확대 △비행 수당 산정 기준 변경도 포함됐다.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율은 3.3%로 회사 제시율인 2.7%와 0.6%포인트 차이가 난다. 노조는 대한항공 감사 보고서의 장기 재무 추정에 반영된 기대 임금 상승률 등을 요구 근거로 들었다. 휴식과 관련해서는 10시간 이상 비행한 뒤 현지에서 30시간을 쉬는 기준을 미주뿐 아니라 유럽 등 전 노선에 적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노조 분석에서 런던 노선의 비행시간 중위값은 14시간 25분으로 뉴욕보다 25분 길었지만 분석 대상 런던 노선 30편 모두 현지 휴식시간이 30시간에 못 미쳤다. 유럽 노선 전체로는 219편 중 103편, 약 47%가 30시간 미만이었다. 비행 수당은 출두 시각부터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항공 교통 흐름이나 항공기 연결 문제로 출발이 지연되더라도 조종사는 근무를 이어가는 만큼 해당 시간을 수당에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노조는 조정이 성립하지 않을 경우 지난 4월 실시한 쟁의 행위 찬반 투표를 바탕으로 쟁의 행위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실제 쟁의 행위에 돌입하더라도 노사가 정한 필수 유지 업무 수준의 운항은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문형철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위원장은 “우리가 문제 삼는 것은 회사가 양쪽 조종사 어느 누구와도 협의하지 않고 서열을 정해 버린 것"이라며 서열 기준에 대한 노사 합의와 임금·휴식 요구 수용을 촉구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대한항공 ‘중대 보안사고’ 발생…김포 국제선 승객 5명, 입국심사 없이 공항 벗어나

일본에서 김포공항으로 입국하던 대한항공 승객 40여 명이 버스 이동 과정에서 국내선 청사에 내려 입국심사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5명은 공항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와 뒤늦게 심사를 받았다. 대한항공은 조업사 버스의 동선 이탈을 확인한 뒤 관계 당국과 입국 절차를 진행했고 재발 방지를 위해 현장 운영 절차를 점검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6월 7일 오전 11시 30분께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을 출발한 대한항공 KE2106편이 김포공항에 도착한 뒤 발생했다. 항공기에서 내린 승객들은 터미널로 이동하기 위해 여러 대의 램프 버스에 나눠 탔다. 이 중 내·외국인 약 40명을 태운 버스 한 대가 국제선 청사 대신 국내선 청사로 향했다. 승객들은 국내선 도착 승객들과 함께 청사로 들어갔다. 당시 현장에는 이들을 국제선 입국 동선으로 안내하거나 이동을 통제할 직원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선 승객이 국내선 도착 구역으로 유입되면서 입국심사를 거치지 않고 공항을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착오는 수하물을 기다리던 승객이 공항 직원에게 국내선 청사로 잘못 이동한 것 같다고 알리면서 드러났다. 이후 항공사 측은 수하물 수취 구역 등에 남아 있던 승객들을 찾아 국제선 청사로 이동시키고 입국심사를 받도록 했다. 그러나 승객 5명은 이미 공항을 떠난 상태였다. 이 중 외국인 한 명은 경기 이남 지역까지 이동했다가 오후 늦게 소재가 확인됐다. 이 승객이 김포공항으로 돌아와 입국심사를 받은 것은 사고 발생 9시간 뒤였다.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던 다른 승객도 김포공항으로 되돌아와 입국 절차를 밟았다. 국토교통부는 이 과정에서 출입국 관리에 공백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램프 버스 운송 과정에서 자체 보안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대한항공에 과태료 1000만원을 부과했다고 전했다. 대한항공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항공기가 원격 주기장에 도착한 뒤 승객들이 조업사 램프 버스를 이용해 이동하던 중 일부 승객을 태운 버스가 국제선 입국 절차와 다른 동선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사실을 인지한 즉시 승객들이 입국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공항 관계 기관과 필요한 절차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대한항공 측은 “이 사안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 현장 운영 절차를 재점검해 유사한 불편이 재발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철저히 검토·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이슈&인사이트] 소상공인 AI, ‘몇 명이 쓴다’보다 ‘어떻게 쓰는가’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소상공인 500곳에 물었다. “지금 디지털·AI 기술을 쓰고 있습니까." 열에 여덟이 “그렇다"고 답했다. 그런데 무엇을 쓰고 있는지 뜯어보면 사정이 다르다. 응답자의 83.3%는 키오스크나 SNS 홍보처럼 이미 익숙해진 도구를 쓰는 입문·기초 단계에 머물렀다. AI가 재고를 알아서 채워 주는 자동발주는 3.3%, AI가 가격을 최적화해 주는 경우는 2.2%에 그쳤다. 활용률 80%는 숫자이고, 실제 역량은 그 숫자가 가린 그림자에 가깝다. 이 착시는 낯설지 않다. 중기중앙회가 별도로 실시한 키오스크 실태조사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드러났다. 키오스크를 도입한 소상공인의 90% 이상이 경영에 도움이 됐다고 답했지만, 정작 정부 지원을 활용한 경우는 소수였다. 지원제도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도구는 보급됐지만, 그 도구까지 닿는 길은 여전히 좁았던 셈이다. 도입과 활용은 처음부터 다른 과제였다. 올여름 정부는 이 문제를 풀겠다며 다시 움직이고 있다. 금융거래 이력이 없어도 매출·업종·상권 정보로 성장성을 평가해 주는 AI 신용평가체계(SCB)가 8월 말부터 16개 은행에서 순차 시범 도입됐고, 정책과 경영, 상권 정보를 대화로 안내하는 AI 도우미 서비스가 9월 문을 연다. 방향은 맞다. 다만 이번에도 '몇 명이 접속했는가'로 성과를 잰다면, 3년 뒤 우리는 또 다른 활용률 80%짜리 착시를 보고 있을지 모른다. 더 눈에 띄는 숫자가 있다. 같은 조사에서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사업에 참여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한 곳은 3.2%뿐이었다. 참여하지 않은 이들의 76.2%는 그런 사업이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답했다. 반면 참여해 본 이들의 87.5%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다고 답했다. 써 본 사람은 만족하는데, 대부분은 써 볼 기회 자체를 얻지 못했다. 도구가 나빠서가 아니라, 그 도구까지 닿는 길이 좁아서 생기는 격차다. 정작 소상공인들에게 필요한 것을 물으면 대답은 다르다. 가장 많이 나온 답은 운영비 지원(59.0%)이었고, 맞춤형 교육을 꼽은 비율은 16.6%에 그쳤다. 당장의 현금이 급한 사정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이 응답을 그대로 정책에 옮기면, 우리는 다시 돈을 쥐어 주고 활용은 각자의 몫으로 남기는 익숙한 길로 돌아가게 된다. 소상공인이 원하는 것과 진짜 필요한 것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정책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업종별로 들여다보면 격차는 더 뚜렷하다. 교육·여가업의 활용률은 98%에 달했지만 소매업은 46%로 최하위였다. 활용 분야도 회계·문서 작성 같은 경영지원(54.5%)에 몰려 있고, 정작 매출과 직결되는 판매·유통(22.3%)이나 마케팅·홍보(21.3%)는 뒤로 밀려 있었다. 소상공인이 AI를 안 쓰는 게 아니라, 매출에 힘이 되는 곳까지는 아직 손이 닿지 않았다는 뜻이다. 최근의 연구에서도 비슷한 패턴을 본다. 결과물을 AI에게 그대로 받아 쓴 학습자는 과제는 빨리 끝내지만 정작 그 내용을 설명하지 못한다. 반대로 AI의 답을 검토하고 고쳐 보고 반박해 본 학습자는 시간이 더 걸려도 실력으로 남는다. 도구를 얼마나 자주 켰는가가 아니라, 그 결과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었는가가 진짜 실력을 가른다. 소상공인의 AI 활용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첫째, 성과 지표를 활용률에서 활용 수준으로 바꿔야 한다. 몇 명이 로그인했는지가 아니라, 몇 명이 재고관리나 가격 결정처럼 실제 경영 판단에 AI를 쓰게 됐는지를 봐야 한다. 둘째, 지원사업의 존재를 알리는 일 자체를 별도의 과제로 삼아야 한다. 열 중 여덟이 모르는 사업은 없는 사업과 같다. 셋째, 맞춤형 교육을 예산의 뒷전이 아니라 설계의 우선순위로 둬야 한다. 사장님이 원하는 것이 당장의 현금이라 해도, 정책이 함께 챙겨야 할 것은 그 현금을 내년에도 벌어들일 수 있는 역량이다. AI 신용평가와 AI 도우미가 문을 여는 지금이 이 질문을 던지기 좋은 시점이다. 80%라는 숫자에 안심하기 전에, 그 뒤에 숨은 83%의 '입문 단계'를 먼저 봐야 한다. 도구를 나눠 준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지가, 지금 정책이 답해야 할 진짜 질문이다. bienns@ekn.kr

최태원 “韓日 에너지 공동구매하고, 송전망도 연결해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8일 공개된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이 에너지를 공동으로 구매·비축하고 장기적으로는 송전망과 가스관까지 연결하는 '한일 경제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일본과의 협력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온 최 회장은 이번 인터뷰에서 두 나라가 뭉쳐야 더 강력한 교섭력과 발언권, 비용 절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최 회장은 보호무역주의와 미중 갈등이 공급망과 시장을 분절시키고 있다며, 이런 상황일수록 큰 시장이 유리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일이 하나로 뭉치면 약 6조달러 규모, 세계 4위의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어 더 강력한 교섭력과 발언권을 확보할 수 있다"며 “국제 질서나 규칙을 받아들이는 것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만드는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고 말했다. 경제공동체가 필요한 이유로는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비용 부담도 꼽았다. 그는 “양국 모두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어 이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크다"며 “한일 시장을 연결하고 주요 인프라와 서비스를 공동으로 활용해 기초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를 육성해 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일 경제공동체 추진 과제 중 1순위로는 에너지를 꼽았다. 최 회장은 “양국이 에너지 구매부터 비축, 사용까지 공동으로 설계해 비용을 3∼5%라도 줄일 수 있다면 그 효과는 매우 클 것"이라며 “장래에는 서로 전력을 융통할 수 있는 송전선 연결이나 가스 파이프라인 연결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적 교류도 유럽연합(EU)의 솅겐협정 수준으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솅겐협정은 유럽 29개국의 국경을 통과할 때 여권 검사 등 국경 통과 절차를 면제해 자유로운 인적·물적 이동을 보장하는 제도다. 최 회장은 “양국 국민이 체감할 성공 사례를 쌓고 신뢰를 구축하면서 협력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히면 된다"고 말했다. 민간 기업 차원의 협력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한일 금융회사가 AI와 청년층에 초점을 맞춘 공동 펀드를 조성하고, 양국에서 모두 적용되는 보험 상품을 출시하거나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협력할 수 있다고 예를 들었다. 그러면서 “최근 주목받는 AI와 관련해서는 SK 차원에서도 많은 일본 파트너와 관련 투자나 체계를 어떻게 할지 지속해서 모색하고 있다"며 NTT, 도쿄일렉트론 등을 언급했다. 최 회장은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도 촉구했다. 그는 “한국도 CPTPP에 가입해야 한다"며 “가입 자체보다 한국과 일본에 어떤 이익이 생기는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참여를 전제로 설계된 CPTPP가 미국 탈퇴 이후 충분한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한일이 협정을 움직이는 중심축이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구상은 수년 전부터 이어져 온 것이라고 최 회장은 전했다. 그는 “꽤 오래전부터 품어온 아이디어"라며 2002년 서울대 공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을 계기로 이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이후에는 이론에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옮기려고 내가 이끄는 SK그룹도 일본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며 “6∼7년 전부터는 구상을 본격화해야 한다고 생각해 일본의 경제 단체를 찾아가 회합과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공동체 추진 과정의 제약 요인으로는 제도적 차이를 꼽으면서도 세대별 인식 변화에 기대를 걸었다. 그는 “예전에는 양측 모두에게 정치적 반감이 있었지만, 특히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서로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아베 신조 정권 당시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관리 강화 조치에 대해서는 “지금은 거의 무효가 된 과거의 이야기"라며 “서로 보복해봤자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규모가 큰 이웃 국가로서 그 존재를 빼고 생각할 수는 없다"면서도 “정치적인 측면이 아니라 거리상 측면에서 한국은 중국보다 일본에 가깝게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한일이 협력한다고 해도 중국을 능가하거나 위협할 규모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일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체제가 만들어진다면 오히려 중국과의 관계를 구축하는 데도 이점이 생기고 성장을 촉진하며 비용을 낮출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에 대한 투자 계획과 관련해서는 반도체 분야에서 한일 양국이 상호 보완 관계에 있다고 전제한 뒤 “AI붐으로 인해 반도체 공급이 부족하고 이러한 상황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SK하이닉스는 한국 내에서 투자 계획을 많이 세우고 있지만 그래도 부족하다"며 “전 세계에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수 있는 토지·전력·인재·생태계가 있는 장소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디를 우선시하고,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라고 밝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LS일렉트릭 박우진 이사, ‘기술개발인의 날’ 과학기술포장 수상

LS일렉트릭 박우진 이사가 배전기기 핵심 기술을 국산화하고 차세대 직류(DC) 전력 솔루션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기술개발인의 날' 과학기술포장을 수상했다. LS일렉트릭은 박우진 글로벌제품개발연구단장(이사)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기술개발인의 날 기념식'에서 과학기술포장을 수상했다고 8일 밝혔다. 기념식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KOITA) 주관으로 국내 산업 기술혁신을 주도한 기업 연구자들의 헌신과 성과를 기리기 위해 마련되는 행사다. 올해는 기술개발인의 날이 법정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첫 행사로 의미를 더했다. 박 이사는 저압·고압 배전기기 핵심 기술의 국산화를 이끈 주역이다. 배전급 차단기 제품군의 차세대 소호기술(전기를 끊는 순간 발생하는 아크를 소멸하는 기술)과 기중차단기(ACB)·진공차단기(VCB) 시리즈, 가스절연개폐장치(RMU) 등을 성공적으로 개발하며 독자적인 설계 기술을 확보하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았다. 이를 통해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핵심 전력기기의 기술 자립도를 높이고 제품 신뢰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박 이사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고전력화와 친환경 전력 인프라 수요 증가로 각광받는 차세대 직류 전력기기 분야에서도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국내 최초로 DC 1000볼트(V) ACB를 개발한 데 이어, 세계 최초로 DC 1500V급 ACB 및 기중개폐기(DSU) 제품군 개발을 성공적으로 주도했다. DC 제품을 포함한 ACB·VCB 제품군은 미국과 유럽 수출 확대와 국가 전력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으며, 지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누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박 이사는 “첫 법정 국가기념일로 열린 기술개발인의 날에 LS일렉트릭 엔지니어로서 큰 상을 받게 되어 영광"이라며 “앞으로도 차세대 전력망과 친환경 전력 솔루션 기술 개발에 매진해 글로벌 시장에서 대한민국 기술 주도권을 확고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애플, 9일 첫 폴더블 아이폰 공개…삼성 아성에 도전장

애플이 오는 9일(현지시간) 첫 폴더블 아이폰을 공개하며 삼성전자가 개척해 온 폴더블폰 시장에 본격 진입한다. 삼성전자가 2019년 첫 갤럭시 폴드를 내놓은 지 7년 만이다. 2000달러(267만4400원)를 웃도는 역대 최고가 아이폰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경쟁 구도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8일 IT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미국 캘리포니아 애플파크에서 '서프라이즈 앤 샤인' 행사를 열고 첫 폴더블 아이폰과 아이폰18 프로·프로맥스를 함께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 1일 취임한 존 터너스 최고경영자(CEO)의 첫 아이폰 공개 무대이기도 하다. 가칭 '아이폰 울트라'로 불리는 폴더블 아이폰은 삼성전자 갤럭시Z폴드와 같은 책 형태로, 펼쳤을 때 7.8인치, 접었을 때 5.5인치 화면을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후면에는 4800만 화소급 듀얼 카메라가 탑재되고, 제품을 얇게 만드는 과정에서 페이스ID 대신 측면 버튼 지문인식을 채택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화면 접힘 자국을 최소화하는 디스플레이 구현이 핵심 차별점으로 꼽히며, 두께는 펼쳤을 때 4.5mm 수준으로 예상돼 올해 흥행에 성공한 갤럭시Z폴드8(4.5mm)과 같은 수준이다. 가격은 역대 아이폰 중 최고가가 유력하다. 블룸버그는 출고가를 원화 기준 277만원으로 추산했고, 시장조사업체 IDC는 평균판매가격이 346만원, 고용량 모델은 416만원에 이를 수 있다고 봤다. 국내 갤럭시Z폴드8(256GB 기준 227만8100원)·폴드8 울트라(257만7300원)와 단순 비교하면 애플 폴더블폰의 하단 가격대만으로도 삼성 최상위 모델보다 비싸다. 결국 화면 주름·내구성·멀티태스킹 성능과 가격 경쟁력이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애플의 시장 진입은 침체된 스마트폰 업황에서 새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IDC는 올해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지만, 폴더블폰 시장은 오히려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아이폰 출하량 감소폭도 전체 시장보다 작아 아이폰의 출하 점유율은 역대 최고 수준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애플의 진입으로 글로벌 폴더블폰 누적 출하량이 올해 말 1억대를 돌파하고, 내년에는 연간 출하량이 37%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애플은 첫해부터 점유율 25%로 화웨이를 제치고 2위에 올라서고, 내년에는 출하량이 두 배 이상 늘며 점유율이 40%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38%로 1위를 지키지만, 초반 생산능력의 한계로 애플의 첫해 출하량 자체는 600만~800만대 수준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시장 판이 커지는 만큼 국내 부품업계는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올해 삼성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의 스마트폰 부품 사업의 경우, 지난해 대비 두 자릿수에 가까운 성장을 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 전체가 위축된 가운데서도 이들 매출이 늘어나는 이유는 폴더블 아이폰용 고수익 부품 공급이 3분기부터 본격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폴더블 아이폰의 내부·외부 화면 패널을 독점 공급한다. 필요 물량은 면적 기준 일반 스마트폰 2400만대 분량으로, 삼성전자 주력 라인업인 갤럭시S 연간 물량의 3분의 2에 달한다. 힌지 구조와 초박형유리(UTG) 등 고난도 기술 조건 탓에 공급 단가도 갤럭시 폴더블폰보다 20%가량 높게 책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LG이노텍은 폴더블 아이폰을 포함한 신형 아이폰 카메라 물량의 55~60%를 담당하며, 반도체 기판(RF-SiP)도 공급한다. 삼성전기는 AP용 기판(FC-BGA)과 MLCC를 맡았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디스플레이와 카메라는 올해 3분기 프리미엄폰 원가의 각각 7%, 11%를 차지했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망에서도 국내 기업의 존재감이 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폴더블 아이폰용 D램(12GB LPDDR5)의 70%(각각 37%, 33%)를, 낸드플래시는 45%(각각 15%, 30%)를 공급한다. 정작 경쟁사인 삼성전자도 여유 있는 반응이다. 아직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2%에 불과한 폴더블폰 시장이 애플의 참여로 커지면 시장을 먼저 개척한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오히려 부각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삼성전자는 지난 2일부터 서울 광화문·코엑스, 도쿄 시부야,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갤럭시Z폴드8을 앞세운 '웰컴 투 폴더블' 옥외광고 캠페인을 진행하며 '초박형'과 '초경량', 내구성을 앞세운 8년치 기술 자신감을 강조하고 나섰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비행기 인증, 자동차·주차장과 달라”…학계, 항공안전기술원 통폐합에 반발

정부가 공공 기관 구조 개혁의 일환으로 국내 유일의 국가 항공 안전 전문 기관인 항공안전기술원을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에 통폐합하기로 하면서 항공 학계와 전문가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고도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필수적인 항공안전 분야를 일반 도로교통이나 주차 관리 업무 등과 물리적으로 결합하는 것은 세계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8일 정부는 최근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재정 여력 축소와 복합 위기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공공 기관 기능 개혁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공공 기관들의 유사·중복 기능을 일원화하고 소규모 기관을 정비해 올해 안으로 총 109개의 기관을 감축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개혁안의 국토교통부 소관 계획에는 한국교통안전공단(정원 1980명)을 중심으로 항공안전기술원(126명)과 한국주차안전기술원(27명)을 하나로 흡수 통합하는 내용이 담겼다.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소규모 기관들을 종합 교통 안전 기관으로 일원화해 운영 효율을 높이고 중복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한국항공우주학회를 비롯한 범항공 학계는 성명과 보도자료를 내고 이러한 정부 방안이 항공 분야의 고유한 특수성을 철저히 외면한 결정이라고 비판하며 전면 철회를 촉구했다. 기관 수를 줄이려는 행정 편의주의적 논리로 접근하기에는 항공 분야가 가진 위험성과 전문성의 무게가 다르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등 일반 교통 수단과 항공기의 안전 관리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자동차나 도로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 사후 리콜이나 자기 인증 제도를 통해 위험을 일정 부분 통제할 수 있다. 반면 일단 공중에 뜬 항공기는 사후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주 작은 결함이나 판단 오류가 곧바로 대형 인명 피해로 직결되기 때문에 운항 전 단계에서 기체의 비행 안전성(감항성)을 입증하는 까다로운 '사전 인증' 체계가 필수적이다. 실제로 최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대형 여객기 사고는 철저한 항공 안전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금 각인시켰다. 학계는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 국가 항공 안전 체계의 전문성을 한층 강화해야 할 시점에 유일한 전문 기관을 해체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종합 교통 안전 기관의 하부 조직으로 편입될 경우 대중적 수요가 많은 도로·철도·주차 등에 밀려 항공 분야의 예산과 인력 확보가 후순위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우려도 더해졌다. 이번 통폐합이 초래할 국제적 신뢰 하락과 미래 산업에 미칠 타격에 대한 경고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항공기·부품 인증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엄격한 기준을 바탕으로 세계 각국의 안전 체계가 긴밀히 연계돼 있다. ICAO를 비롯한 국제 사회는 국가 감독 체계에서 정책·운영 기능과 인증·감독 기능의 분리와 독립을 대원칙으로 삼고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이나 유럽항공안전청(EASA) 등 주요 항공 선진국의 규제 기관들이 외부의 행정적 이해 관계로부터 철저한 독립성을 보장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항공안전기술원은 이들 국제 기관과 협력하며 국가 간 상호 항공 안전 협정(BASA, Bilateral Aviation Safety Agreement)의 근간이 되는 신뢰를 구축해왔다. 학계는 항공 인증 주체가 일반 교통 정책이나 주차 관리 조직 등과 한 지붕 아래 묶일 경우 국제 사회가 한국의 항공 인증 체계에 대해 객관성과 공정성을 잃었다고 판단할 공산이 크다고 분석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정부가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적극 육성 중인 도심 항공 교통(K-UAM)·무인 항공기(드론) 등 미래 첨단 항공 기체의 해외 인증과 수출 과정에 막대한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 경쟁국들이 UAM과 자율 비행 시대에 대비해 전담 인증 조직과 인력을 대폭 확충하는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만 유일한 전문 기관을 축소하는 역주행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나아가 학계는 향후 수십 년간 대한민국 항공 안전 체계의 뼈대를 바꾸는 중대한 조직 개편임에도 △관련 학회 △대학 △연구 기관 △산업계 등 현장 전문가들과의 사전 의견 수렴이 전무했다며 절차적 정당성마저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항공 학계 관계자는 “단기적인 조직 효율성이라는 잣대로 국민의 생명과 미래 항공 산업의 경쟁력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면서 “정부가 통폐합 결정을 즉각 철회하고 항공안전기술원의 법적·제도적 독립성을 명확히 보장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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