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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공기업 LH는 왜 ‘땅장사’ 오명을 얻었나?

“국민 주거 향상과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을 도모해 국민 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한다." 국내 최대 건설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법정 설립 취지다. 그러나 LH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채 '땅장사'만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국민들의 사유재산인 땅을 공공 사업에 쓰겠다며 싼 값에 강제 수용해 놓고선 정작 기업들에게 팔아 이문만 챙겨 왔다는 지적을 면치 못했다. 게다가 해당 토지에는 비싼 민간 아파트들이 지어졌고, 고분양가에 따른 이득은 민간 분양업자·건설사들이 고스란히 차지하면서 주택 가격 안정은커녕 부의 쏠림 현상을 부추겨 왔다. 이에 이재명 정부가 지난 9·7 부동산 공급 대책을 통해 LH의 '공공 주택 공급' 역할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주택 공급의 전면에 나서 본래의 설립 취지를 적극적으로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는 싸늘한 분위기도 있다. 계획대로라면 양질의 저렴한 공공 주택을 대량 공급해 집값과 서민 주거 안정, 부동산 시장 정상화 등 세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9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LH는 지난 6월까지 주택 공급보다는 택지 조성 후 매각에 치중해 왔다.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12년간 약 4235만㎡(1281만평) 규모의 공공택지를 85조원에 매각했다. 각 정부별는 박근혜 정부 때 5년간 2284만㎡(691만평·37조원), 문재인 정부 때 1570만㎡(475만평·35조원), 윤석열 정부 때 3년간 380만㎡(115만평·13조원)를 각각 매각했다. 반면 본연의 입무 중 하나인 택지 개발엔 소극적이었다. 12년간 총 2648만㎡(802만평)의 택지를 개발해 같은 기간 매각한 택지 4235만㎡(1281만평)보다 훨씬 적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택지를 개발해 공동주택을 건설하는 방식으로 국민 주거 안정에 기여해야 할 LH가 손쉽게 민간에 땅을 팔아 매출과 수익을 확보하는 '쉬운 길'을 걸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공공 주택 공급 부족과 시장 불안으로 이어졌다. 지난 12년간 LH가 매각한 4235만㎡(1281만평)의 공공택지에 용적률 200%를 적용해 장기공공주택을 지었을 경우 102만 세대가 신규 공급됐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경우 국민 주거 안정은 물론 부동산 시장도 과열되지 않았을 수 있다. 물론 현실적인 사정도 존재한다. 아무리 공기업이라도 기획재정부의 경영 평가 등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 임직원들이 상여금이나 임금을 올리려면 땅을 팔아 수익을 내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LH의 영업이익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부동산 경기 활황을 타고 △2018년 2조6136억원 △2019년 2조7827억원 △2020년 4조3346억 원 △2021년 5조6486억원 등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다음해부터 부동산 불황이 본격화되자 2022년 1조8128억원, 2023년 437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LH의 이같은 수익 추구는 고스란히 고분양가로 이어졌다. LH가 수익을 올리기 위해 매각 수수료를 인상하면 할수록 건설사들도 분양가를 높이는 악순환이 발생한 것이다. LH의 '땅장사'가 국민 주거 불안과 주택 시장 과열을 불러오는 원인 중 하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더불어 LH가 혁신 대상이 된 배경엔 회사 내부의 비위 사건 등 모럴 해저드 문제도 있다. 대표적으로 2021년 LH 일부 직원들이 내부 투자 정보를 이용해 땅 투기에 나서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었다. 직원 출장비 부급 수급 사건, 건설자재 납품비리 의혹, 임직원들의 채용청탁 사건 등 내부 통제 시스템의 허점도 지적받고 있다. 과연 LH가 공공 주택 공급의 주체가 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김민형 중앙대 건설대학원 교수는 “LH가 공공 주택 공급을 주도할 수 있도록 내부 개혁과 업무 구조 개편에 나서야 하며 특히 조직 문화·청렴도 제고를 통해 공기업으로서 위상을 재정립해 여론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치열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며 “주택 공급에서 공공성을 최우선으로 두고, 입찰부터 공정 및 입주까지 사업 전 과정에서 있어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철저한 감리와 감독을 통해 안전 문제부터 주택 품질까지 확보하는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전세의 월세화 ‘초고속’…취약계층 주거비 부담 커진다

지난달 서울 주택 전월세전환율이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9·7 대책을 통해 유주택자의 전세대출 한도를 축소하면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가격대가 낮은 아파트 매물부터 월세 전환이 빨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날부터 다주택자 규제의 일환으로 임대사업자 대출 규제가 강화됐다. 기존에는 주택매매·임대사업자의 경우 규제지역은 담보인정비율(LTV) 30%, 비규제지역은 60%가 적용됐다. 그러나 8일부터는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LTV 0%)됐다. 강남3구와 용산구 등 규제지역의 LTV도 40%로 강화됐다. 또, 전세대출 한도도 함께 줄였다. 기존 수도권 1주택자 전세대출 한도는 보증기관별로 △서울보증보험(SGI) 3억원 △주택금융공사(HF) 2억2000만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2억원 등으로 각각 상이했다. 정부는 8일부터 한도를 모두 2억원으로 일원화해 최대 1억원 감축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번 조치는 대출 규제를 통해 주택 매매 및 전세 시장의 유동성 공급을 축소하고,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시 부동산으로 자금이 무분별하게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출 문턱 높이기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업계는 정부의 전세대출 축소가 2015년 이후 급격히 불어난 전세대출의 부작용을 고려한 조치라고 보고 있다. 2015년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도입 이후 대출 기준이 완화되고 한도는 늘어나 전세대출이 급증해서다. 이로 인해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다른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가 성행하며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할 때,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과거 민주당 정권의 정책 기조와 비교하면 강력한 규제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한다. 다만 전세의 월세 전환을 더욱 가속화하는 부작용은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대차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재편될 경우 주거취약계층이 가장 큰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이다. 월세 증가는 곧바로 주거비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 주택 전월세전환율은 4.25%를 기록, 2018년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전월세전환율은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비율이다. 월세 수요도 크게 늘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월세수급지수는 103.2로, 2021년 10월(110.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울의 월세 비중은 63.9%로, 2020년 전체 70.5% 가량이었던 전세 비중과 비교하면 전세와 월세의 주도권이 뒤바뀌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추세가 서울 아파트 입주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대출 규제 강화로 세입자가 전세대출을 활용해 잔금을 치르기 어려워져 서울 아파트 입주율이 다소 감소했다는 진단이다. 일부 집주인들은 연체 위기를 맞아 월세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고 업계는 전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책 등으로 부동산 매입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다주택자가 선호하는 서울·수도권 신규 분양은 여전히 인기가 높다"며 “입주를 포기한 매물이 나오더라도 금세 소화될 것으로 보여, 입주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규제는 시장을 뒤흔들 정도로 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일반적으로 아파트 매물에서는 전세 선호가 여전하지만, 금액대가 좋지 않은 아파트의 경우 월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서울시는 실패한 ‘소셜믹스’…이재명 정부는 성공할까?

이재명 정부가 최근 발표한 9·7 공급 대책의 핵심 중 하나는 도심 공공임대 재건축을 활성화하되 같은 단지·동에 분양과 임대를 뒤섞어 살도록 해 '사회 통합'을 지향하는 '소셜믹스'의 부활이다. 서울시가 이미 도입했다가 부작용을 이유로 층별로 분리하도록 하는 등 후퇴한 정책을 다시 본격적으로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재개발·재건축에 따른 부의 쏠림 현상을 완화하는 동시에 서민 주거 환경 개선 차원에서 시험적으로 실시되던 소셜믹스를 공공임대주택 재개발을 통해 본격적으로 도입해 활성화시기켔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9일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책사'로 불리는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은 최근 도심 공공임대 재건축을 통한 소셜믹스 단지 공급 방침을 밝혔다. 이 차관은 전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 공급 대책은 사람들이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주택을 공급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며 “대표적으로 수서 공공임대주택을 재건축해 강남권에 공급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서·상계 등 서울 곳곳에 산재한 공공임대단지를 재건축하면 상당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이들 주택은 일반분양과 임대를 혼합하는 소셜믹스 형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이보다 앞선 '9·7 공급대책'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 135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공공택지 37만2000호를 포함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접 시행자로 나서 공급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정부가 이번 9·7 부동산공급 대책에서 대규모 공공임대주택 재개발을 통해 소셜믹스를 본격적으로 활성화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혀 성패 여부가 주목된다. 소셜믹스 자체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이미 서울시가 민간아파트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공공기여를 활용해 임대 주택을 끼워넣도록 하는 소셜믹스 정책을 펼쳐 왔다. 하지만 주민 갈등 등을 이유로 임대·분양 세대를 층별로 분리하도록 하는 바람에 사회통합 취지를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또 민간아파트들이라 소유주들이 재산권 침해·사업성 저하를 이유로 반대하면서 사업 추진이 지연되는가 하면 입주 후에도 분양-임대 입주자간 갈등이 발생하면서 사회통합 취지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공임대 재개발을 통해 소셜믹스를 활성화하겠다는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한계도 지적하고 있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은 “소셜믹스가 사회통합 차원에서 바람직한 모델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민간 분양 물량을 임대로 전환하면 사업성이 악화되고 재건축 지연 등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 LH가 이미 150조 원 넘는 부채를 떠안고 있는 만큼 어느 수준의 재정 투입이 가능한지가 성공 여부를 가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실행력을 관건으로 꼽았다. 그는 “이번 대책은 공공임대 용적률 상향, 폐교 부지 활용, 공실 아파트 재활용 등에서 과거와 차별화 포인트가 있다"며 “도심의 노후 임대단지를 재건축해 분양과 임대를 혼합하는 방식은 시장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문제는 실행력"이라며 “취지는 타당하지만 실제로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사회적 수용성과 주거 트렌드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소셜믹스는 본래 사회통합을 위한 개념이지만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임대 거부 정서나 출입구 분리 논란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도심 공급 확대라는 취지는 의미 있지만 LH가 과연 수요자 눈높이에 맞는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어 “공사비 급등,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진, 최저가 입찰 관행 등 구조적 제약이 큰 만큼, 결국 실제 착공 물량이 나오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135만호 공급' 계획이 사회통합과 도심 주거 개선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LH 부채와 민간 참여 위축, 사업성 악화라는 현실의 벽이 여전해 단기간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관측도 있다. 실제 공급 물량이 계획대로 나올지는 내년 착공 이후에야 확인될 전망이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9·7 부동산대책, 주택공급·집값 잡아 ‘자산구조 개선’ 이룰까?

향후 5년간 135만호 규모의 주택 착공을 목표로 한 이재명 정부의 '9.7 주택공급 확대방안'이 나왔다. 시장에선 목표대로 주택을 제때 공급할 수 있을지, 집값을 잡고 시장 불안을 잠재울 것인지, 장기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부동산 중심의 자산 구조 재편'의 토대가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주택 공급을 떠맡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지도 관건이다. 8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전날 발표된 국토교통부의 주택 공급 방안과 관련해 가장 큰 관심사는 향후 5년간 연 27만호 공급이라는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느냐다. 이와 관련 정부는 기존 민간이 주도하던 주택 공급을 공기업인 LH가 직접 시행자로 나서 주택을 공급하도록 했다며 '목표 달성'을 자신하고 있다. 현재는 주택 공급을 민간이 대부분 책임지고 있다. 즉 수익성이 낮아지거나 건설 경기가 불황일 경우 주택 공급이 늦어진다. 이에 정부는 LH가 공공성을 가지고 사업을 시행해 수도권 지역에 주택공급 속도를 보다 높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과거 정부에서도 신도시 건설 등 대규모 주택 공급에서 LH가 나섰지만 소유한 택지를 민간 건설사에 매각하면 건설업체가 해당 땅에 아파트를 짓는 방식이었다. 또 주택 공급가도 낮출 수 있다. 이번 정책을 통해 LH가 주택 공급 시 직접 시행을 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면 민간 건설사의 수익성을 목표로 한 고분양가 공급의 부작용을 감소할 수 있는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LH가 사업을 진두지휘해 경기나 사업성과 상관 없이 공급에 속도를 내면서 분양가는 낮추는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 9.7 대책과 이전 공급책과의 가장 큰 차별점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비주택용지를 적극적으로 용도 전환해 주택 공급량을 늘릴 수 있도록 한 것도 주목할 만 하다. 정책이 현실화 되면 미분양과 과잉공급에 시달리는 지식산업센터나 상업 용지 등의 주거 전환이 가능해지면서 주택을 지을 택지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건은 LH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다. 또 LH 택지가 서울이 아닌 경기권에 집중돼 있어 서울 지역 공급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그동안 '땅장사'로 수익을 내기에 급급했던 LH를 대폭 개혁해 이같은 우려를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또 서울 내 공급을 위해 여러 공급 모델을 설계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향후 5년간 도심 역세권 주변의 유휴부지 개발(노후 임대주택, 노후 공공청사, 학교부지, 철도역 등)을 통해 주택공급과 주거 환경 개선을 동시에 꾀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아울러 LH의 직접 사업 외에도 소규모주택정비사업 활성화나 수도권 1기 신도시를 대상으로 한 개발 촉진책도 세워진 상태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불안해지던 집값을 잡아 시장을 안정화시킬 지도 주목된다. 정부는 이와 관련 이전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이 목표는 크게 잡았지만 실제로는 인허가 기간을 포함해 상당기간 지체되던 것을 이번 대책에선 '착공'을 기준으로 공급 목표를 잡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대책의 성공을 판가름 하는 것은 국민이 주택공급 대책의 실효성을 체감할 수 있는지 여부인데, 인허가 기준이 아니라 착공 기준이라 국민들이 보다 빠르게 주택 공급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고 시장도 안정화된다는 논리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 랩장은 “오랜 기간 주택 공급의 노하우를 쌓아놓은 LH가 주체적으로 사업을 수행하면서 주택 공급 목표를 현실화 하기 위해선 민간 부문과 협력이 중요하다"며 “건설사 등에 주택공급의 유인책을 제시하면서 공급 속도를 촉진시킬 수 있다면 이번 대책이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택업계는 이번 9.7 공급 대책에 대해 반색하는 분위기다. 한국주택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대책에 포함된 주택 건설사업 인허가 제도 개선, 환경영향평가 실외 소음기준 합리화, 학교용지 관련 기부채납 부담 완화 등은 그간 사업 추진의 발목을 잡은 고질적 규제를 혁신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비사업 제도 종합 개편, 주택사업자 공적보증 지원 강화, 민간 소유 공공택지 금융지원 강화, 수도권 공공지원 민간임대 공급 확대 방안은 도심 내 공급을 활성화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의 리스크를 완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협회는 “이번 대책은 어려운 대내외 여건에서 주택 공급 정상화를 위해 고심한 정부의 노력이 엿보이는 시의적절한 조치"라며 “특히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주택공급 여건 개선 방안 덕분에 민간 부문에서 보다 신속한 사업추진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환영했다. 대한주택건설협회도 “향후 2년간 신축매입임대 집중 공급과 토지 선금, 조기착공 시 매입대금 선지급 등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한 인센티브로 중소 주택사업자들의 관심과 참여가 높아질 것"이라며 “민간이 보유한 수도권 공공택지에 미분양 매입 확약 제공으로 분양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협회는 “규제 완화를 통한 신속·원활한 주택 공급 지원대책"이라며 “다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접 시행 공공택지 사업을 도급형 민간참여사업으로 추진할 때 대형 건설사 위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우려되며, 중견·중소 건설사도 충분히 참여할 수 있도록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9.7 주택 공급의 목표 설정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수도권에 135만 호를 5년 내 착공한다는 건 분당 신도시 13개를 임기 내에 공급하겠다는 것과 같다"며 “3기 신도시도 7년째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들은 이미 정권마다 반복된 대규모 공급 공약에 익숙하다. 숫자만 크게 제시하는 방식은 시장 신뢰를 높이기 어렵다"며 “결국 국민들이 체감하는 건 실제 공사와 입주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 공급 목표 발표는 우리 사회에 너무 익숙해 시장 안정 효과는 크지 않다"며 “차라리 과도한 목표보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물량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사비 상승,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같은 구조적 제약을 풀지 못하면 계획이 실행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출 규제를 핵심으로 한 지난 6.27 정책이 8월 이후 힘을 잃어가면서 시장이 불안정해 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번 9.7 대책은 공급 방안 외에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권자의 국토부장관 확대 및 규제 지역의 LTV 추가 규제, 1주택자의 전세대출 제한, 부동산 시장 감독 기구 신설 등 수요 억제책을 담고 있다. 이처럼 강력한 주택 수요 억제 내용이 담긴 이번 9.7 정책으로 단기적으로는 주택 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 랩장은 “9.7 대책이 공급책 외에도 규제 지역의 대출 추가 규제 등 수요억제책을 병행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매입과 거주를 분리하거나 한 채 더 사두는 단기 투자수요는 상당히 억제되면서 연내까지는 당분간 거래 진성 사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진영·서예온 기자 ijy@ekn.kr

“공급 불안 잡았다 vs 효과 회의적”…엇갈린 시장 반응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9·7 부동산 대책을 놓고 시장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집값 안정을 위해 향후 5년간 연평균 27만 호, 총 135만 호를 착공하겠다는 대규모 공급 대책이다. 정부는 기존과 달리 '착공 기준'으로 공급 목표를 관리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접 시행에 나서 속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역대 정부의 공급 대책이 실행 단계에서 번번이 차질을 빚었던 만큼, 이번 대책도 실행력이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효과가 제한이거나 실행이 어려워 연말 쯤 2차 대책이 불가피하다는 회의론도 있다.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향후 5년간 수도권에 연간 27만 호, 총 135만 호의 신규 주택을 착공할 계획이다. 이는 최근 3년간 공급 실적의 1.7배 수준으로, 매년 11만 호가 늘어나는 셈이다. 분당 신도시가 약 10만 호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신도시 3개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이번 공급 대책의 핵심은 착공 기준 목표 관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접 주도하는 공공 개발 시행 두 가지다. 그간 인허가 기준은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지 않아 공급 물량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정부는 착공 기준으로 목표를 세워 국민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또, 윤석열 정부의 민간 중심 개발에서 공공 주도로 방향을 전환했다. LH가 공동주택용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직접 주택 건설사업을 시행해 공급을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이상경 국토부 1차관은 8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간은 사업성이 떨어지거나 경기가 좋지 않으면 시행을 미루는 경우가 많지만, 공공은 정부 계획대로 추진할 수 있다"며 “대표적으로 서울 강남권에서 공급 가능한 주택의 경우, 현재 3000세대 규모인 서울 수서 공공임대주택을 재건축하는 것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들이 우려하는 LH의 부채는 사실이지만, 기존 택지 매각 대금이 계속 들어오는 것과 기채 발행 등을 더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며 “LH가 공사비를 직접 부담하는 방식이 아니라 민간 도급형으로 추진하기 때문에 공사비 부담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부는 기존 안을 발전시킨 △노후시설과 유휴부지를 활용한 재건축·재개발 촉진 △주택 실외 소음기준 등 규제 완화 등을 통한 주택사업 여건 개선 △부동산 거래 조사·수사 조직 신설 등도 병행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급 대책이 불안 심리를 일정 부분 완화할 수는 있지만, 구체적 실행 계획과 후속 대책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과거 노태우 정부의 200만 호, 윤석열 정부의 270만 호 공급 공약도 공사비 급등, 토지 보상 지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3기 신도시 5개 지구는 8년 동안 사업이 지연되며 공급량이 17만5000호 수준에 그쳤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3년간 63만호 수준의 공급부족이 누적됐다고 최근 진단한 바 있다. 국토부도 이 같은 전례를 의식해 현실성 있는 대책을 내놨다고 강조하는 분위기다. 다만 전문가들은 LH의 직접 시행은 아직 입증되지 않은 만큼, 효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LH 부채상 현실적인 무리가 있는 데다, 실제 공급 가능한 물량에 대한 비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이번 대책은 장기 공급 대책과 단기 수요 억제책을 동시에 내놓은 양동 전략"이라며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공급 부족 불안 심리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집권 초기에는 정책 집행력이 높은 만큼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수 있다"면서도 “무주택자들의 불안을 덜기 위해서는 세부 후속 청사진을 조속히 제시하고, 공급 확대를 체감할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것이 시장 안정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가 수도권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방향성과 의지를 숫자로 보여준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공급 부족이 내년은 물론 내후년까지 더욱 심화되는 게 시장 가격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단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 대책만으로는 단기간에 시장 안정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정부도 이 지점을 인지하고 있기에 수요 억제책도 발표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익명을 요청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LH 부채, 재원 조달, 인력 문제 등 현실적 제약이 여전한 상황에서 인허가가 아닌 착공을 목표로 내세우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며 “민간이 전체 공급의 80~90%를 차지하는데 LH가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으로, 사실상 어렵다고 본다. 연말쯤 2차 세제 대책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일문일답]“9·7 부동산 대책, LH 개혁해 공급 주도…서울 과열 방지책 논의”

이재명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방안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직접 시행을 통한 공공성 강화와 속도 추진에 방점이 찍혀 있다. 다만 최근 LH가 직원 땅 투기 사건 등 모럴 해저드 논란이 이어지면서 주택공급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에 우려가 상존한다. 여기에 주요 공급 대상지가 서울이 아닌 수도권으로 치우쳐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서울 지역 주택 공급은 서울시와의 업무 협의가 중요한 상황이다. 야당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조율은 정부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다음은 7일 세종정부청사와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주택공급 확대방안 브리핑 일문일답 문> 이번 주택공급 정책은 직접 시행에 나서는 LH의 역할이 중요한데 과거 모럴 해저드 논란을 일으킨 LH가 직접 사업을 수행하는 데 따른 우려가 크다. 답> 과거 LH 직원들이 일으킨 투기 사건 등으로 국민적 신뢰가 떨어진 상황을 정부와 LH 모두 뼈져리게 인지하고 있다. 최근 출범한 LH 개혁위원회가 LH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위원회의 행보를 지켜봐 달라. 문> LH가 이번 주택공급 정책의 중심에 서려면 리더십 회복도 중요하다. 사장이 공석인 가운데 인선도 아직이고, 전임 사장의 사표 수리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다. 답> LH가 주택공급 정책을 주도하려면 결국 CEO의 역할이 크다. 최대한 차기 사장이 빨리 취임하는 것이 좋다. 다만 LH가 아무리 국토부 산하 기관이라고 해도 후임 수장의 인선 문제는 국토부가 언급하기엔 조심스럽다. 중요한 것은 사장이 공석이라도 현재 LH는 조직의 기능과 역할들이 유지되도록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LH가 이번 공급 정책을 수행하는데 있어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 관리하겠다. 문> LH가 직접 시행을 통해 공급하는 분양 아파트는 민간 분양 아파트보다 시세보다 저렴한가. 답> LH가 직접 시행하는 공공분양 아파트 분양가에 대한 구체적인 사안은 아직 계획 정립 전인 상황이다. 다만 우선은 분양가 상한제 기준 하에서 민간 분양 아파트와 대비해 적정 수준으로 공급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 주택 공급의 핵심은 결국 서울이다. 이번 주택공급 정책 발표 전에 서울시와 사전 협의가 있었나. 답> 이전 서울시장(고 박원순 시장)은 여당 소속이었던 만큼 정부와 긴밀하게 협의가 가능했다. 하지만 현 서울시장(오세훈 시장)은 야당 소속이라 당국과 소통에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오세훈 시장도 서울 주택 공급 활성화에 대해선 정부와 큰 틀에서 의견이 같다고 생각한다. 추후 정책 추진 과정에서 서울시와 협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문> 서울 지역 토지거래허가제 지정 권한을 국토부 장관에게도 주는 방안을 추진한다는데, 서울시와 문제는 없을까 답> 곧바로 국회 차원에서 국토부장관이 서울지역 토허제를 지정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그리고 서울 내 토허제 지정 문제는 지금과 같이 국토부 장관에게 권한이 없을 때도 서울시와 협의해 온 상황이다. 법 통과 시 서울 토허제 지정 권한이 국토부장관과 서울시장이 모두 가지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부분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는 향후 서울시와 협의하겠다. 문> LH 민간 매각 물량 5.3만호 가운데 서울에 배정된 물량이 어느 정도인가. 답> 서울에는 공급 예정 물량이 없다. LH가 현재 보유한 택지는 경기도 중심으로 마련돼 있다. 서울 내 공공부지 규제 완화 등 수단을 통해 해소하겠다. 문> 서울 주택시장 규제 완화 시 집값 과열 현상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답> 서울은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재건축이나 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활성화 될수록 주택시장 시세가 급등하는 딜레마가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이런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규제 완화 시 국회 및 업계, 시민사회 등과 공론화 과정을 충분히 거치겠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9·7 부동산대책, LH 직접 공급·속도·효율 ‘방점’

이재명 정부가 향후 5년간 수도권에 135만호 수준의 주택공급을 예고한 가운데 당국은 '착공'에 방점을 둔 속도전과 함께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중심으로 주택의 품질을 높이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목표다. 7일 국토교통부는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통해 수도권에 앞으로 5년간 135만 가구의 주택을 착공하겠다는 국정 목표를 제시했다. 이전 정부들은 대체로 인허가를 기준으로 주택공급 목표를 제시했는데 이는 신규 주택이 입주하기 수년 전에 이뤄지는 사전 절차로서 국민들이 체감하는 정책 효과가 미미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정부는 실제 입주로 이어질 수 있는 '착공' 물량을 기준으로 주택공급 수준을 관리해 반드시 입주에 실행되도록 독려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현재 건설 경기 불황으로 인해 우수한 입지임에도 불구하고 민간 건설사가 미분양에 따른 수익 감소 우려 등으로 인해 착공을 지연시키는 사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이에 LH가 직접 정부 당국의 주택공급 속도전과 주택품질 향상에 앞장설 방침이다. 그간 LH는 조성 공공택지에 대해 미분양 매입확약을 제공하는 등 리스크 해소 방안을 마련했음에도 민간 건설사들이 수익성 저하로 인해 신규 사업 추진에 소극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LH가 예전과 같이 민간 건설사에 땅을 분양해 공급에 나서던 관행에서 탈피해 직접 시행자로 나선다. LH는 민간 건설사 대비 비교적 시장 상황에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건설 경기와 상관 없이 안정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는 것이 당국 판단이다. 이상경 국토부 1차관은 “LH가 직접 주택공급 사업을 시행해 향후 5년간 수도권에서 예정된 5.3만호의 공공택지에 대해 토지가 조성되는 대로 즉시 착공하는 방식으로 공급 속도를 높일 방침"이라며 “특히, 5.3만호의 물량 가운데 60% 수준인 3만호는 향후 3년간 착공함으로써 공급 속도를 더욱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민간 건설사가 아예 배제되는 것도 아니다. 민간 건설사는 설계·시공 등에 참여함으로써 미분양 등 리스크 없이 이윤 획득 가능하도록 환경을 조성해 민간과 공공이 주택 공급에 시너지를 내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LH 직접 시행으로 전환되는 물량은 민간 참여 공공주택사업으로 우선 추진해 민간건설사의 창의성과 기술력을 활용할 방침이다. LH가 시행주체를 맡고, 건설사는 설계·시공을 전담해 시공 이윤만 획득한다. 이 경우 민간 건설사 주거 브랜드를 활용한다. 특히 기존에 LH가 공공주택지구에서 공급하지 않던 85㎡ 초과 대형 평수의 주택도 직접 공급함으로써 국민의 다양한 주거 선호를 충족하도록 할 예정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LH 공급 아파트가 품질이 떨어진다는 편견을 떨칠 수 있도록 우수한 민간 건설사 브랜드를 충분히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장기간 사용되지 않거나 과다하게 계획된 상가용지 등은 국가가 책임지고 주택용지로 전환해 1.5만호 이상의 주택을 공급한다. 인허가, 보상 등 공공택지 조성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해 온 지연 요인에 대해서는 단계별로 맞춤형 조기화 전략을 마련하고, 사업 기간도 2년 이상 단축한다. 김 장관은 “수도권에 신규 공공택지 3만호 발표를 검토 중"이라며 “신도시 교통 문제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편리한 정주 여건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노후화되거나 일정 기간 사용하지 않는 공공청사나 국공유지는 특별법 제정으로 재정비 필요성을 의무적으로 검토하고 국가가 직접 인허가해 주택으로 복합 개발해 나간다. 이에 따라 당국은 공공주택 3.5만호 이상의 주택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장관은 “주택 정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속도와 품질"이라며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공급 목표를 조기 완수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면서도 국민이 선호하는 주택을 공급하는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규제 완화·속도↑ 5년내 수도권 135만호 신규 공급

정부가 2030년까지 5년 내에 각종 규제 완화 및 사업 속도를 높여 수도권에 총 135만 가구의 신규 주택을 추가로 공급할 계획이다. 7일 국토교통부는 이같은 내용의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접 시행에 나서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인다. 현재 수도권 19만9000가구 규모 공공 주택 용지 중에서 LH가 민간에 메각하지 않고 직접 시행하는 방식으로 향후 5년간 총 6만가구 착공할 계획이다. 여기에 수도권 공공개발지구 내 LH 소유 비주택 용지의 용도를 바꿔 2030년까지 1만5000가구를 추가 착공한다. 아울러 정부는 서울 서리풀 등 지구 지정·계획 수립을 준비 중인 곳은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 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 4만6000가구를 추가로 착공한다. 또 수도권 공공택지에 3기 신도시 재건축 및 중소형 공공택지 등을 중심으로 향후 5년간 37만2000 가구를 착공할 예정이다. 지역 별로는 서울의 경우 주요 입지에 있는 준공 30년 이상 결과한 노후 영구임대 등 공공임대 주택을 재건축 해 2030년까지 2만3000가구를 착공한다. 노후 공공청사 재건축을 통해 2만가구, 도심 학교 용지 활용 3000 가구, 서울 도심 내 국·공유지, 유휴부지를 활용해 4000가구를 각각 착공할 예정이다. 경기·인천 지역에선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해선 5만 가구를 착공한다. 구체적으로 일산 등 1기 신도시 등 정비 사업의 속도를 높여 2030년까지 6만3000가구의 공사를 시작하고 소규모 쥬택정비 사업 활성화를 통해 1만8000가구를 공급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과감하게 규제에 나선다. 먼저 지난 35년간 유지돼 온 주택 고층부 실외 소음기준이나 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학교용지 기부채납 등 주택사업 추진을 저해하는 규제를 최대한 합리적으로 개선한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해 주택사업 동력이 축소되지 않도록 주택공급에 대한 안정적 금융지원도 병행한다. 또 향후 2년 간 신속하게 공급효과를 거둘 수 있는 신축매입임대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을 집중 공급한다. 짧은 기간 안에 건설이 가능한 모듈러 주택도 활성화 해 나갈 방침이다. 정부는 주택 공급 확대에 발맞춰 시장 관리에도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부동산 시장의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주택수요 관리를 내실화를 주요 국정 목표로 삼는다. 특히 부동산 범죄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국토부와 금융위, 국세청, 경찰청, 금감원 등이 참여하는 조사·수사 관련 조직을 신설한다. 시장교란 행위나 불법행위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기획조사와 세무조사를 집중적으로 실시해 나가는 한편, 부동산 거래 시 자금출처의 투명성을 높일 예정이다. 투기수요 유입에 따른 주택시장 과열에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권자의 범위 확대도 추진한다. 마지막으로 규제지역 내 담보인정비율(LTV)을 현 50%에서 40%로 즉시 축소하고, 유주택자의 전세대출 한도를 2억원으로 하향하는 등 가계대출 관리 기조는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기존 주택 공급대책이 개별 사업들의 단편적 공급 목표를 제시하거나 체감도 낮은 인허가를 기준으로 공급 계획을 수립해 왔다"며 “이재명 정부는 이전 정부들과 달리 '착공'이라는 일관된 기준에 따라 국민이 선호하는 입지에 주택공급을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특히 LH가 주택용지를 더 이상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직접 주택사업을 시행하겠다"며 “아울러 민간 건설사와의 협력을 통해, 우수한 민간 브랜드와 기술력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고품질의 공공주택을 건설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서울 사대문안 재개발 용적률 880%로 오른다

앞으로 서울 사대문안 지역에서 재개발, 재건축할 때 한 두 층 더 높게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됐다. 서울시의회가 용적률을 10% 상향 조정해줬기 때문이다. 핵심 도심 지역인 사대문안의 재개발 재건축과 고밀도 복합개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라는 게 명분이다. 그러나 교통 대책과 과밀화 해소 등 인프라 문제와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부동산 양극화, 국토 균형 발전 등이 국가적 과제로 대두돼 있는 상황에서 서울만의 이기적 행동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5일 제332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를 열어 서울 사대문 안 재개발 용적률을 상향하는 내용의 '서울시 도시계획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의결했다. 이 조례안은 김원태(국민의힘·송파6) 의원이 발의했다. 서울 도심부에 고밀복합개발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사대문 안 일반상업지역에서 추진되는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의 용적률 상한을 기존 800%에서 880%로 높이는 게 핵심이다. 사대문 안 도심부가 강북의 핵심 중심지임에도 기반시설 부족과 노후 건축물 밀집으로 사업성이 낮아 재개발이 지연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이다. 지난해 조례 개정으로 도심부가 아닌 지구단위계획구역 내 일반상업지역의 용적률이 880%까지 허용된 것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서울 사대문안 지역을 재개발 할 때 1~2층씩 더 올릴 수 있게 됐다. 용적률은 토지 면적 대비 최대한 지을 수 있는 건물 높이를 의미한다. 용적률이 100%면 땅 330㎡에 연면적 330㎡(1층)의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용적률이 800%에서 800%로 상향 조정됐다는 의미면 땅 330㎡에 지을 수 있는 건물 연면적이 10% 더 늘어났다는 의미다. 사무실이나 주택용으로 건물을 재건축할 때 분양 세대·사무실 공급양을 10% 늘어나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같은 용적률 상승은 인구 과밀화를 일으켜 교통이 혼잡해지고 교육, 전기, 수도 등 인프라의 추가 수요도 발생해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 용적률 향상은 결과적으로 해당 토지·사업주의 주머니만 배부르게 만들어 특혜 논란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같은 땅에 더 많은 건물 면적을 지을 수 있게 되면, 세대 수·상업시설이 늘어나 주민 밀도 증가, 교통 체증·주차난, 기반시설 부족 문제, 경관 훼손 및 일조권 침해, 부동산 가격 상승 압력, 젠트리피케이션(원주민 이탈 현상), 환경 악화, 지역 불균형 심화 등의 문제가 우려된다"면서 “서울에만 돈과 사람이 몰려들어 국가적·시대적으로 큰 과제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굳이 일부 토지 소유주나 시행사들에게만 이익을 주는 재개발 재건축 규제 완화를 남발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자연경관지구 경관심의 대상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내용의 '서울시 경관 조례 일부개정조례안'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조례안은 자연경관지구 내 경관심의 대상 기준을 기존 '높이 3층 또는 12m 초과, 건폐율 30% 초과'에서 '높이 4층 또는 16m 초과, 건폐율 40% 초과'로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이미 심의받은 건축물의 경미한 규모 변경은 재심의를 생략할 수 있도록 관련 기준을 신설했다. 이밖에 국가유공자 등의 보훈관계 법령 대상자, 영유아 및 노인,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해 도시공원 내 운동시설 이용료를 100분의 50 범위에서 감면해주는 '서울시 도시공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과 붉은귀거북, 배스 등 생태계 교란종의 확산 예방을 위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게 하는 '서울시 생태계교란 생물 관리에 관한 조례안'도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GS건설·대우건설, 美서 ‘시행사’ 도전…“현지화가 관건”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잇따라 미국 시장에서 '시행사(Developer)' 역할에 도전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시공(EPC·Engineering·Procurement·Construction, 설계·조달·시공 일괄 수주)에 집중해 온 방식에서 벗어나, 직접 부지를 매입하고 사업 기획부터 운영까지 책임지는 디벨로퍼형 모델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수익 다변화 기회"라는 기대와 “위험 확장"이라는 우려가 교차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서 첫 미국 아파트 '세븐스(The Sevens)'를 완공한 데 이어 같은 지역에 두 번째 임대 아파트 '400로그(400 Logue)' 개발을 추진 중이다. 2022년 100% 자회사를 통해 약 5300만 달러(737억원)에 부지를 매입했으며 현재 설계사와 함께 최적의 설계안을 검토하고 있다. 착공 시점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결정될 예정이다. GS건설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직접 시공이 아니라 투자사업 형태로 접근하고 있다"며 “세븐스는 현지 파트너사와 함께 진행했지만, 400로그는 GS건설이 단독으로 주도하면서 미국 개발 경험과 마케팅 노하우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 규모와 자금 조달 구조, 수익률 전망은 아직 검토 단계여서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기는 어렵다"며 “국내 건설 경기가 전통 사업에서 부침이 큰 만큼 신사업 일환으로 해외 투자와 개발을 확대해 왔다"고 덧붙였다. 대우건설은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인근 프로스퍼 지역에서 진행되는 복합개발사업에 시행사로 참여한다. 현지 시행사 오리온 RE캐피털, 한강에셋자산운용과 합작법인(JV) 설립을 추진해 1단계 타운하우스 개발부터 주택·호텔·오피스까지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다. 회사 관계자는 “초기 합작 구조에서는 대우건설이 상대적으로 많은 지분을 확보해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며 “향후 진행 과정에서 지분율이 변동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 시공이 아니라 시행 단계부터 참여하는 구조"라며 “시공은 현지 업체가 맡고 대우건설은 개발 시행에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또 “자금 조달은 한강에셋자산운용이, 인허가 등 로컬 업무는 오리온이 담당하고 대우건설은 전체 개발 주체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두 회사가 미국에서 시행사 모드로 방향을 튼 배경에는 국내 시장 침체가 자리한다. 정비사업 규제와 주택 경기 불확실성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토목·플랜트 등 전통 사업은 물량 감소로 한계에 부딪혔다. 단순 도급 구조만으로는 안정적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행보를 국내 부진을 반영한 전략적 변화로 본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건설사가 시행사 역할까지 나서는 것은 국내 시장 침체와 맞닿아 있다"며 “시행은 금융·사업 계획·분양·운영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만큼 리스크가 크지만 성공하면 수익도 큰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자금력과 신용도를 갖춘 대형 건설사라면 직접 시행에 나설 역량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대형 건설사가 선진국, 특히 미국에서 직접 시행에 나선 사례는 그동안 거의 없었다"며 “단순 도급을 넘어 개발 수익까지 노리는 방식인 만큼 리스크와 리턴이 동시에 커지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현지화(Localization)를 통해 안정적인 사업 모델을 안착시킬 수 있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GS건설은 실리콘밸리 빅테크 수요를, 대우건설은 텍사스 신흥 부촌 수요를 겨냥했다"며 “두 회사 모두 단순 시공을 넘어 시행까지 확장해 새 먹거리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경기 침체에 떠밀린 측면도 있는 만큼 성과에 따라 수익 다변화가 될지, 새로운 리스크가 될지가 갈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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