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4대그룹 총수 미국행…트럼프·글로벌CEO와 사업 기회 모색

4대그룹 총수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별장으로 알려진 마러라고 리조트를 찾아 사업 기회를 모색한다. 전세계 기업인과 교류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과 접촉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16일(이하 현지시각)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초청을 받아 이날부터 각자 미국으로 향한다. 이 회장과 정 회장은 지난 15일 일본에서 열린 '한미일 경제대화(TED)' 참석 후 곧바로 미국으로 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과 구 회장은 한국에서 개별적으로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의 소프트뱅크는 오픈AI, 오라클과 손잡고 미국 전역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을 구축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금액으로는 5000억달러(700조원) 규모 대형 사업이다. 미국 매체들은 손 회장이 마련한 이번 행사에 전세계 70여개 기업 총수 또는 최고경영자(CEO)가 참여한다고 보도하고 있다. 4대그룹 총수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 물꼬를 틀 경우 최종 타결 국면에 직면한 한미간 관세 협상 '지원 사격'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마러라고 리조트는 트럼프 행정부 2기 이후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계획이 잇달아 발표된 곳이다. 손정의 회장은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당선됐을 때 마러라고를 방문해 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지난해 12월에도 이 자리에서 1000억달러의 추가 투자 계획을 밝혔다. 올해 1월에는 아랍에미리트(UAE) 부동산 개발 업체 DAMAC의 후세인 사즈와니 회장이 마러라고에서 최소 200억달러 수준 데이터센터 투자를 발표했다. 엔비디아도 트럼프 대통령과 마러라고 만찬 이후 최대 5000억달러 규모의 인공지능(AI) 생산 인프라 구축 계획을 공표했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들의 투자 지원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최태원·SK, ‘지배구조 최대 위기’ 넘겼다

SK그룹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됐던 '세기의 이혼 소송'이 앞으로도 계속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로 1조3000억원이 넘는 돈을 지급하라는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히면서다. 대법원 1부는 16일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소송 상고심 선고에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위자료 액수 20억원에 대해서는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해 판결을 확정했다. 판결이 뒤집힌 원인은 '노태우 비자금'에 대한 해석이다. 대법원은 논란의 중심에 섰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불법적인 자금으로 봤다. 이 돈이 최 회장 재산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하더라도 노 전 대통령과 노 관장의 기여 내용으로 참작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불법의 원인으로 재산을 급여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민법 746조를 들어 “이혼을 원인으로 한 재산분할 청구에서도 불법원인급여의 반환청구를 배제한 조항의 입법취지는 고려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또 최 회장이 처분해 보유하고 있지 않던 재산을 사실심 변론종결일에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 분할 대상 재산에 포함한 2심 판단도 잘못됐다고 봤다. 대상은 최 회장이 한국고등교육재단과 친인척 등에 증여한 SK와 SK C&C 주식, 동생에 대한 증여와 SK그룹 급여 반납 등으로 처분한 약 927억원이다. 대법원은 “원고의 각 재산 처분은 원심이 인정한 혼인관계 파탄일인 2019년 12월4일 이전에 이뤄졌다"며 “원고가 SK그룹 경영자로서 안정적인 기업 경영권 내지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해 혹은 경영활동의 일환으로 행한 것으로, 원고 명의 SK 주식회사 주식을 비롯한 부부공동재산의 유지 또는 가치 증가를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1988년 9월 결혼해 슬하에 세 자녀를 뒀으나 파경을 맞았다. 2015년 최 회장은 언론을 통해 “노 관장과 10년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다"며 혼외 자녀의 존재를 알려 이목을 끌었다. 최 회장은 2017년 7월 노 관장을 상대로 협의 이혼을 위한 이혼 조정을 신청했다. 2018년 2월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정식 소송에 들어갔다.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이혼에 응하겠다며 맞소송을 냈다. 1심 결과는 2022년 12월 나왔다. 당시 법원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로 현금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지난해 5월 나온 2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회사 SK 지분은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1심 판단을 뒤집어 분할액이 20배 뛴 것이다. 대법원은 작년 7월 사건을 접수했다. 1년3개월 심리 끝에 2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사건을 2심 법원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에 최 회장측은 “항소심 판결에서 있었던 여러 법리오해와 사실오인 등 잘못이 시정돼 다행"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SK ‘이혼소송’ 발등의 불 껐지만…파기환송심 불씨 남아

대법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 '세기의 이혼 소송' 2심 결과를 뒤집으면서 최 회장은 일단 '경영권 리스크' 관련 위기는 피한 모습이다. 1조4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 재산분할되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양측 공방전이 격화하는 등 앞으로 재판 관련 불확실성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대법원 판결 이후 별도의 입장 없이 정상적으로 경영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오후에는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리는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비행기를 탈 예정이다. 오는 28~31일에는 경주로 향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의장 역할을 수행한다. 다음달에는 그룹 경영회의인 'AI 서밋'과 'CEO 세미나' 등을 주재할 계획이다. 최 회장측 변호인은 판결 이후 “항소심 판결에서 있었던 여러 법리오해와 사실오인 등 잘못이 시정돼 다행"이라며 “판결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경영권 리스크'에서 당장 벗어났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법원이 최 회장에게 명령한 재산분할 금액이 2022년 12월 1심 판결에서는 665억원이었지만 지난해 5월 2심에서는 1조3808억원으로 뛰었었기 때문이다. 특히 SK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지주사 SK(주) 지분이 분할 대상에 들어가면서 일각에서 내부적으로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최 회장은 지난 6월 말 기준 SK(주) 지분을 17.9% 보유한 최대주주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최 회장 측 지분율은 30% 안팎이다. 최 회장 지분율이 낮아질 경우 자칫 행동주의 펀드 등의 타깃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뜻이다. 재판 관련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대법원 심리가 1년3개월 넘게 이어질 정도로 양측 공방이 치열했던 만큼 앞으로 소송전이 더 뜨거워질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1988년 9월 결혼해 슬하에 세 자녀를 뒀으나 파경을 맞았다. 최 회장은 2017년 7월 노 관장을 상대로 협의 이혼을 위한 이혼 조정을 신청했다. 2018년 2월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정식 소송에 들어갔다.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이혼에 응하겠다며 맞소송을 냈다. 다만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최 회장과 노 관장이 극적으로 합의를 모색할 가능성도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최 회장은 글로벌 경제를 둘러싼 '복합위기' 국면에서 SK그룹 체질을 개선해 나가야 하는 입장이다. 미국과 중국간 패권전쟁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데다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상법개정안' 등 시행을 앞두고 경영 관련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SK텔레콤 해킹 사태 수습, 인공지능(AI) 역량 강화, 그룹 리밸런싱 작업 마무리 등 풀어야 할 숙제도 산적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美 ‘선불·현금’ 양보했나?…한·미 관세협상 ‘급물살’

난항을 보여 온 한미 관세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양측 정부에서 진전을 시사하는 신호가 잇따라 나오면서 보름 앞으로 다가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으로 협상이 타결될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을 정도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는 29~30일 한국 방문이 확정돼 더욱 더 타결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나라 정부는 16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미국 워싱턴DC로 급파했다. 사실상 한국 측의 '키맨' 4인방이 총출동했다. 앞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후속 협의를 위해 워싱턴DC에 가 있는 상태며, 구윤철 경제부총리도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회담한다. 특히 우리나라 협상단이 도착 직후 백악관 관리예산국(OMB)을 방문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OMB는 백악관 웨스트윙 인근 아이젠하워 행정동에 위치한 기관으로, 미국 대통령의 예산 집행과 정책 실행을 조율하는 핵심 조직이다. 우리 협상단이 OMB를 우선적으로 찾는 것 자체가 이미 일정 수준 이상으로 협상이 진전돼 실무자간 세부 조율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 현재 우리나라 정부와 미국 정부 양측에서 협상 진전을 시사하는 언급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구 부총리는 지난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으로부터 '한국의 외환시장 상황을 이해하고 내부적으로 논의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국감에서 미국이 '전액 현금 투자' 요구에서 한발 물러선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도 베선트 재무장관이 이날 워싱턴DC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관세협상과 관련해 “이견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향후 10일 내로 무엇인가(이뤄질 것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15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3500억 달러를 선불로, 일본은 6500억 달러에 합의했다"고 또 다시 언급하기도 했다. 또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달 말 경주 APEC 정상회의에 온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한미 정상회담은 오는 29~30일쯤으로 예상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알려진 것처럼 29일 도착해서 30일까지 예상되는데 그 언저리에 한미 정상회담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통상 전문가들은 이같은 분위기를 감안할 때 이달 말 일정한 수위의 합의가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워싱턴DC에서 벌어질 실무진 협상에서 최대 쟁점인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를 두고 막판 접점을 찾을 전망이다. 미국은 일본식 모델을 참고해 투자금 대부분을 현금으로 제공하는 '백지수표' 방식을 고수하고 있으나, 한국은 외환시장 안정과 국내총생산(GDP) 규모 등을 고려해 직접 지분 투자를 최소화하고 보증·대출 중심으로 구조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여부도 변수다. 우리 정부는 외환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안전판' 성격의 무제한 통화 스와프를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통화 스와프가 연방준비제도(Fed) 권한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외환보유액에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화를 활용한 대미 투자 집행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양국 중앙은행이 아닌 미국 재무부와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고 미국이 원화를 매입하는 방식이다. 달러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을 통한 조달 가능성도 언급되지만, 국가부채를 늘려 대미 투자액을 마련하는 꼴이 된다. 투자 수익 배분 문제도 쟁점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은 직접 투자 비중 확대와 지난달 말 알려졌던 원금 회수전 50대50, 회수후 90% 미국 소유 방식을 고집하는 반면 우리 정부는 합리적인 수익 배분 기준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최종 합의문 서명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이날 MBC라디오에서 “(선불 지급을 하려면)3500억 달러 마련을 위해 한국이 보유한 미 국채를 대규모로 매각할 경우 시장에서 소화되기도 어렵고 국채 가격 하락으로 결국 미국 금리가 올라가게 된다"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도 원치 않는 결과다. 양국이 서로 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선상에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우 교수는 이어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도장 찍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면서도 “상당히 큰 틀에서 양국이 공통이익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규제 합리화 없인 성장 없다”…李 대통령, 관료주의에 일침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경제를 회복시키려면 경제 활동이 활발해져야 하며, 이를 위한 핵심 과제는 규제 합리화"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2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 참석해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비정상을 정상으로 전환하는 것과 함께 성장을 회복시켜 국민께 새로운 기회를 공정하게 나눠드리고 양극화와 불균형을 완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관료화가 진행되면 고정관념이나 기성관념에 의해 권한을 행사하게 되고, 이런 부분이 현장에서 족쇄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정부가 관성에 따라 규제를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일이 계속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도 있다"며 “예컨대 어떤 규제 해제가 국민의 생명·안전이나 개인정보를 침해할 위험성과 맞부딪칠 수 있는데, 이 경우 '위험하니 아예 하지 말자'는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구더기가 생길 것 같으니 장을 담그지 못하게 하자는 것인데, 구더기가 생기지 않도록 보완 장치를 하고 장을 잘 담가 먹으면 되는 것"이라며 “위험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다면 규제도 정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규제 합리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례도 언급했다. 그는 “태양광 시설 설치 과정에서 주거지역과 거리에 대한 제한을 풀 경우, 주민들은 흉물이 들어서는데 이익은 소수 업자만 차지하는 경우가 있다"며 “주민들이 환영할 수 있도록 혜택을 함께 나누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해관계 충돌을 회피하기 위해 규제만 둘 게 아니라 잘 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게 바로 정부 역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문화예술 분야와 관련해선 “문화 영역에서는 규제가 많이 필요할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통제 필요성도 있는 영역"이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언급한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팔길이 원칙'이 대원칙이긴 하지만 여전히 여러 규제가 있다"고 짚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번 인공지능·자율주행 로봇 분야 규제 합리화에 이어 오늘은 바이오, 재생에너지, 문화산업 분야의 규제 합리화를 논의할 것"이라며 “현장 얘기를 충분히 듣고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면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부동산 대신 주식으로”…李 대통령 의중 전한 대통령실

대통령실은 15일 정부가 발표한 '10·15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시장과 실수요자, 소비자의 반응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이번 부동산 대책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있느냐'는 질문에 “오늘 아침 발표가 된 것으로, 더 반응을 본 이후 입장을 밝히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며 이같이 답했다. 강 대변인은 “이재명 대통령은 주식시장이 더 활성화되길 바라고 있다"며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도록 시장이 건전하고 튼튼하게 성장하길 원하고 있다"고 이 대통령의 의중을 전했다. 부동산 과열 수요를 억제하고 유동성을 증시로 유도하려는 대통령의 구상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1일 국무회의에서 “대한민국의 투자 수단이 주택 또는 부동산으로 한정되다 보니 주거 불안정을 초래해 왔다"며 “최근 주식·금융시장이 대체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아가는 흐름을 잘 유지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정부가 이날 발표한 대책에 따르면 16일부터 수도권·규제지역의 시가 15억~25억원 주택은 주담대 한도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축소된다. 그간 규제에서 제외돼 온 1주택자의 전세대출도 이달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된다. 이와 함께 스트레스 금리 하한은 수도권·규제지역 주담대에 3%로 상향 조정되고, 은행권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 상향 시기도 앞당겨진다. 정부는 이를 통해 대출을 활용한 고가주택 매입 및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 억제를 노리고 있다. 서울 전역 25개 자치구와 경기 12개 지역은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묶이며, 오는 20일부터 내년 12월 31일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임기만료 임원 1260명…재계 ‘물갈이 인사’ 촉각

재계 연말 인사 시즌이 가까워진 가운데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임원이 30대그룹 내에서만 126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관세전쟁, 내수 경기 위축, 노란봉투법 등 반기업 정책 시행 등 경영 관련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라 재계에 '인사 태풍'이 몰아칠지 주목된다. 15일 글로벌 헤드헌팅 기업 유니코써치가 발표한 '2026년 상반기 중 임기만료 앞둔 사내이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에서 내년 6월 이전 임기가 끝나는 사내이사는 총 1260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C레벨' 인사 규모만 600명으로 절반에 이른다. 조사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 집단 중 자산 순위 상위 30개 그룹이다. 동일인이 2개 이상의 등기임원을 겸임하고 있을 경우에는 별도 인원으로 파악해 산정했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는 임기 종료 인원이 1145명, C레벨은 515명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연임, 자리 이동, 퇴임 등 기로에 선 인원이 각각 10%, 16.5% 늘어난 셈이다. 4대 그룹에서 내년 상반기 임기가 공식 종료되는 사내이사의 규모는 △SK 99명 △삼성 48명 △LG 39명 △현대차 34명 등이다. 정해린 삼성물산 사장,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장동현 SK에코플랜트 부회장, 이호정 SK네트웍스 사장, 호세 무뉴스 현대자동차 사장,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사장,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 현신균 LG CNS 사장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내년 상반기까지 임기가 종료되는 사내이사가 가장 많은 그룹은 카카오였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등을 포함 총 101명이 명단에 올랐다. 롯데 95명(대표이사 40명), 한화 90명(41명), 포스코 78명(39명), LS 64명(24명), GS 61명(39명) 등이 뒤를 이었다. 재계에서는 주요 기업들이 내년 경영 불확실성 대비를 위해 보다 빨리 조직을 정비하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본다. 이달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마무리되면 예년보다 빠르게 주요 그룹사들이 결단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1위 삼성의 경우 이재용 회장이 사법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난 뒤 처음으로 단행되는 인사인 만큼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미래전략실 역할을 하는 콘트롤 타워를 재건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할지와 노태문·송재혁 사장이 승진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비핵심 계열사를 매각하는 등 내실을 다져온 SK와 LG는 '안정'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예측된다. 현대차는 '트럼프 리스크' 대비 차원에서 예년보다 더 빠른 시기에 과감한 인사를 내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세계적으로 신기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대기업들은 주력 사업 외에도 인공지능(AI)을 비롯해 로보틱스, 수소, 친환경차 등 역량을 강화하며 새 먹거리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연말 인사 과정에서 신기술 관련 능력을 갖춘 인물을 '깜짝 발탁'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는 “(주요 기업들은) 내년 인공지능(AI) 트렌드에 맞게 빠르게 변화하면서 적응해 나갈 수 있는 젊은 인재들을 경영 전면에 배치할 것"이라며 “CEO도 내부 출신에만 국한하지 않고 경영 능력을 잘 실현시킬 수 있는 외부 인재 영입도 적극 등용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구직급여 8개월 연속 ‘1조원대’…기간 연장 후 재취업 속도 늦어

올해 들어 구직급여(실업급여) 지급액이 8개월 연속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급기간이 늘어난 이후 구직자들의 재취업 속도가 전반적으로 늦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고용노동부가 15일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구직급여 지급액은 1조673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9%(1048억원) 증가했다. 올해 2월부터 9월까지 8개월 연속 월 1조원을 넘기며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이전에는 지난 2021년 2월부터 8월까지 7개월 연속 1조원을 넘어선 것이 최장이었다. 올해 1~9월 지급액은 9조6303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9조164억원) 대비 6.8% 늘어 10조원에 육박했다. 작년 연간 지급액은 11조6629억원이었다. 다만 10월 통계부터는 구직급여 지급액이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배정된 구직급여 예산은 12조2100억원이다. 신규 신청자는 지난달 8만9000명으로 전년 대비 8000명(10%) 늘었으며 지급자 수도 62만5000명으로 4%(2만4000명) 증가했다. 한편 실업급여 지급기간 연장이 오히려 재취업 속도를 늦추는 부작용을 가져왔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실업급여 제도 고용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0월 구직급여 지급기간이 연장된 이후 수급자의 평균 수급 기간은 약 30일 늘어났다. 개편 전 90~240일이던 지급 기간은 120~270일로 확대됐으며 지급 기간이 구분되는 연령은 30세 미만, 30세∼50세, 50세 이상의 3구간에서 50세 미만과 50세 이상의 2구간으로 줄었다. 제도 변화 이후 재취업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수급 기간은 17일 늘었고 실업급여 지급 기간 내 재취업률은 4.8%포인트 줄었다. 1년 6개월 후 재취업률 격차는 1.9%포인트로 줄었지만 여전히 개편 이후가 더 낮은 수준이었다. 특히 50세 이상은 3.3%포인트, 30~50세 미만은 1.3%포인트 낮았다. 연령이 높을수록 재취업까지 걸리는 기간이 길어진 셈이다. 다만 중장년층의 재취업 임금 수준은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이런 결과들을 토대로 일부 집단에서 재취업의 질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은 실업급여로 유동성 제약을 완화해 시장의 실패를 보완한 긍정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재취업 질 개선 효과는 없고 재취업 소요 기간만 증가한 30세 미만의 경우 도덕적 해이 메커니즘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우리나라의 실업급여 지급 기간은 여전히 OECD 평균보다 짧다"며 “향후 개편은 단순한 지급 기간 확대보다는 효과가 검증된 계층 중심의 선별적 조정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규제 3연타에 들끓는 여의도…野 “주택 완박”, 與 “시장 안정화”

정부가 서울 전역과 수도권 12곳을 '삼중 규제지역'으로 묶는 고강도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출범 133일 만에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이재명 정부의 행보는 내년 지방선거를 불과 7개월여 앞둔 시점과 맞물려 표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고가주택 대출 규제에 더해 보유세 강화 가능성까지 시사되자 범야권은 “청년·서민 죽이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는 15일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통해 서울 전역과 수도권 12곳을 한꺼번에 규제지역으로 묶는 대책을 내놨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함께 고가주택 대출 규제가 병행되며 사실상 수도권 전역이 규제 사정권에 들어갔다. 나아가 부동산 시장 과열이 지속될 경우 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방안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간 '세금은 최후의 수단'이라던 정부 기조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셈이다. 구윤철 부총리는 국정감사에서 “세제를 아예 쓰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최후의 수단으로 쓰겠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했지만, 보유세 강화 가능성이 드러나면서 세제 논란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범야권은 일제히 대책 철회를 요구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좌파 정권이 들어서면 집값이 들썩이고, 좌파 정권이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란 확신만 심어주고 있다"며 이번 대책을 “청년·서민 죽이기, '주택 완박(완전 박탈)'"이라고 규정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부동산 시장에 계엄을 선포했다"며 “오늘의 망국적 부동산 규제 발표로 대한민국의 부익부 빈익빈은 더욱 빨라질 것이고 청년들의 주거 사다리는 박살 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개혁신당도 가세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역시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 2.0이 시작됐다"며 “집을 갈아타며 성장하던 문화가 세금·규제로 봉쇄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젊은 세대가 신축 아파트를 원하는 것은 투기심이 아니라 지극히 합리적인 욕구"라며 “공급은 외면한 채 규제만 늘리는 민주당이 경제학과 싸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좌파 정권이 들어서면 집값은 반드시 오른다'가 공식화됐다. 좌파 정권은 시장을 무시하기 때문"이라고 날을 세웠다. 국회 국토교통위 야당 간사인 권영진 의원도 “내집 마련 기회를 박탈하고 부자들 투기장만 열어줬다"고 직격했다. 여권은 일단 “주택 시장 안정화 조치"라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끊임없이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보유세 강화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당내에서도 '조세 저항'을 우려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한 민주당 의원은 “보유세 강화까지 언급되는 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면서도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집값이 풍선 효과로 계속 오르는 것 자체다. 이를 막기 위해 서울 전역으로 (규제) 한 것인데 이를 '계엄'에 비교하는 건 너무나 잘못된 비유"라고 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가 초강력 규제와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고조된다. 보수 진영 원로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민주당이 너무 과격해 서울에서 고전할 것"이라며 “과격함을 싫어하는 중도층, 수도권 민심이 변수"라고 진단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이슈&인사이트] ICAO 이사국 선출, 항공 선도국 도약의 기회로

우리나라는 지난 9월 30일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42차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총회에서 2026~2028년 임기의 이사국(파트 3)으로 다시 선출되었다. 이는 국제사회가 인정한 우리 항공 위상의 반영이자, 192개 회원국을 상대로 치밀하게 선거 외교를 펼쳐온 정부의 성과다. ICAO 이사회는 급변하는 국제 항공 질서를 조정하고 기술표준을 제정하는, 말 그대로 '항공 외교의 중심 무대'다. 우리나라는 1952년 ICAO 가입 이후 기술협력을 발판으로 항공산업을 키워 왔다. 지금은 ICAO 정규예산 분담금 7위, 항공운송량 8위, 인천공항 국제승객 처리능력 3위라는 성과를 기록하며 항공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2023년 우리 항공산업(연관 산업 포함) 규모는 780억 달러로 GDP의 4.6%를 차지하며, 약 12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팬데믹 이후 세계 항공수요는 빠르게 회복해 지난해 승객 수가 46억 명에 달했으며, 2050년에는 124억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안전, 효율성,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국제항공의 과제는 한층 무거워지고 있다. 우리가 진정한 항공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기여와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첫째, ICAO 이사국 파트 승격을 추진해야 한다. 현재의 파트 3 지위는 지역 대표성에 머무르고 있어 우리의 항공 능력과 기여도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3년마다 치열한 선거운동을 반복하며 외교적 자원을 소모하고 있다. 다행히 시카고협약 개정안(2016년) 발효로 조만간 이사국 정원이 확대되어 파트 조정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의 상임이사국인 파트 1 또는 파트 2로 승격하기 위한 전략을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둘째, 정부 내 ICAO 전담조직을 강화해야 한다. ICAO가 채택한 19개 부속서와 1만 2천 개이상의 기술표준은 국민 안전과 직결된다. 그러나 이를 분석·시행할 전담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지난 4월 '항공안전혁신방안'을 발표하며 항공 거버넌스 개편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제는 항공 안전과 행정 역량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 ICAO 활동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셋째, 개발도상국과의 항공 협력사업을 'K-항공' 브랜드로 발전시켜야 한다. 정부는 2001년 이후 140개국 3,500여 명의 항공청 공무원에게 교육·훈련을 제공해 왔다. 이는 ICAO의 핵심 가치인 “No Country Left Behind(모두를 위한 항공발전)"를 구현한 대표적 모범 사례다. 향후 급증하는 항공 인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이 사업을 체계화하고, 지역·분야별 맞춤형 지원을 결합해 'K-항공'이라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넷째, ICAO 사무국 고위직 진출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인재의 고위직 진출은 전무하다. 항공 전문가 풀을 체계적으로 육성·관리하고, 유능한 인재들이 국제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지원해 우리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이번 ICAO 이사국 선출은 단순한 지위 유지가 아니라 새로운 도약의 출발점이다. 2050년 항공 탄소중립 실현, 선진항공모빌리티(AAM) 도입, 인공지능(AI) 활용 등 미래 항공의 거대한 도전을 슬기롭게 대처하며, 책임 있는 항공 선도국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