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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재테크’ 열풍에 초조한 2030…성인 10명 중 6명 “불안하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투자 전략이나 종목 정보를 얻는 이른바 'AI 재테크' 열풍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흐름을 따라가지 못할까 봐 불안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금융투자업계와 학계에 따르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최근 20∼60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9.1%가 'AI 재테크 흐름에 뒤처질까 불안하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생성 AI의 활용 분야 중 '업무 관련 지식 습득', '재테크', '본인·자녀 학습' 등 세 영역을 중심으로 AI 확산에 따른 불안 경험을 물은 것이다. AI 재테크 외에도 AI를 활용한 업무 지식 습득에 불안을 느낀다는 응답은 67.2%, 교육·학습 분야에서 초조함을 느낀다는 응답은 54.9%로 조사됐다. 특히 30∼50대에서 불안감이 높게 나타났으며, 30대의 경우 64.5%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사회·경제활동의 중심 세대로 재테크 관심이 크고, AI를 실제 자산관리 도구로 활용하려는 수요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응답자 3명 중 1명(35%)은 이미 생성형 AI를 재테크에 활용하고 있다. 활용 방식은 단순히 증권사 리포트를 요약하거나 재무제표를 분석시키는 수준을 넘어, 중장기 투자 전략을 제안받거나 종목·펀드 매수 여부를 묻는 등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AI 재테크 확산이 개인 투자자 중심의 자산관리 문화를 바꾸고 있다고 진단한다. 단 전문가들은 AI의 답변을 절대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AI의 분석 능력이 빠르게 개선됐지만, 여전히 '헛소리(hallucination)' 현상처럼 사실과 다른 답변이 나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AI 서비스(로보어드바이저·AI 펀드 등)는 일반적으로 전문가의 검증 절차를 거치지만, 개인이 챗봇 등 생성형 AI를 활용할 때는 이런 '안전장치'가 부재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의 이정민 연구위원은 “재테크 분석에서 생성 AI 모델마다 고유의 편향성이 존재하는 데다 같은 제품도 유료·무료 버전의 답변이 다를 수 있다"며 “개별 AI의 답변은 여러 경로를 통해 비교·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美 급파’ 김정관 장관 귀국…“통화 스와프 논의 있었다”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 미국에 급파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6일 귀국했다. 김 장관은 이날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기자들을 만나 “우리가 보낸 안에 대해, 특히 외환 시장에 대한 상황에 대해 서로 이견이 좁혀지고 있는 중"이라며 “이번 딜(협상)에서 한국 외환시장의 민감성 같은 부분에 대해 상당한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또 이번 만남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생각하는, 그리고 우리 정부가 생각하는 국익과 시장의 안정성 그리고 한미 관계의 중요성 이런 부분들에 대해 논의가 있었다"며 “지금 저희는 큰 틀에서 우리 외환 시장이나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 이런 부분이 훨씬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 (미국 측과) 서로 이견을 좁혀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한미 간 추가 접촉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단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머지않은 시간 내에 다시 또 만날 걸라고 예상한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을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관세 협상 후속 협의를 진행했다. 김 장관의 이번 방미는 대통령실 핵심 고위 인사만 인지하고 통상 당국에서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을 정도로 은밀하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김 장관은 이와 관련해 “연휴이고, 마침 시간이 돼서 다녀왔다. 극비리에 방문한 건 아니다"라며 “러트닉 장관과만 만나 회담했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7월 말 타결한 관세 협상에서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기로 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한국은 총 3500억달러(약 493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시행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투자 방식과 이익 배분 문제 등을 놓고 이견을 보여 아직 문서화를 통한 양해각서(MOU) 체결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대규모 대미 투자 시 발생할 수 있는 외환 시장 불안 가능성을 우려해 미국에 통화 스와프 체결을 '필요 조건'으로 내걸고 배수진을 친 상태다. 김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통화 스와프 체결 관련 진전이 있었는지 묻자 “논의가 있었다"면서 “진전이라기보다 상호 간에 우리 외환 시장이 이 딜로 인해서 받는 충격이라든지 영향에 대해 나름대로 공감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무제한 통화 스와프 체결 가능성에 대해서는 “무제한 통화 스와프 이런 식으로 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이 딜이 외환 시장에 굉장히 큰, 민감한 문제구나 하는 부분들에 대해 서로 공감대를 가져갔다"고 했다. 김 장관은 이번 협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 투자에 대해 '선불'(up front)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한 협의가 있었는지에 관해서는 “그런 논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대미 투자 패키지를 어떻게 구성할지나 투자처 선정 등과 관련한 논의가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지금 거기까지는 구체적으로 논의가 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10월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차 경주를 찾기 전에도 한미 간 추가 협의가 있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26∼28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이달 28일 미일 정상회담을 위해 일본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시진핑 중국 주석과 정상회담을 위해 이달 29일 경주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李 “스와프는 필수” 배수진…한미 관세협상, APEC ‘빅딜’ 주목

한미 관세 협상이 교착 국면에 들어섰다. 미국이 대규모 직접 투자를 요구하는 데 맞서 한국 정부가 통화스와프를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며 '시한 없는 장기전'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다. 다만 미국이 일시적으로 '관세 복원' 카드를 꺼내 한국을 압박했음에도 불구하고 협상 자체를 중단하기보다는 다양한 채널을 통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예정된 내달 APEC 정상회의가 협상 향배를 가를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한미는 지난 7월 30일 타결한 관세 협상에서 미국이 예고한 대(對)한국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한국이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추진하기로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두고는 여전히 간극이 크다. 특히 미국 측의 투자 방식 요구 변화가 협상 난항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당초 대출이나 보증 형태가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던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에 대해, 미국이 대부분을 '현금 직접투자' 방식으로 이행할 것을 요구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일본과의 합의 사례처럼 사실상 '투자 백지수표'를 요구한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요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은 현급 직접 투자금액이 과도하고우리가 직접 운용할 수 없는데다, 이 조건을 맞추는 과정에서 외환시장 충격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3500억 달러는 지난 8월 말 기준 한국 외환보유액(4163억 달러)의 84%에 해당하는 거대한 규모다. 정부는 단기간에 이 같은 현금을 마련할 경우 원화 가치 폭락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위기 재현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에 대한 우리 측은 '보험' 성격으로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요구하고 있다. 통화스와프는 외환시장 안정성을 확보하는 대표적 안전장치다. 통화스와프는 비상시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달러 등 상대국 통화를 빌려올 수 있는 계약으로, 외환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한다.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달러·원 환율이 1400원대까지 치솟았지만, 3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소식이 전해지자 하루 만에 177원 급락하며 시장이 안정됐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쇼크 때도 600억 달러 규모의 계약 발표만으로 환율이 40원 가까이 떨어지는 등 통화스와프는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는 '소방수' 역할을 해왔다. 반면 미국 측은 경제적 필요성과 정치적 판단을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미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직접 투자 양해각서(MOU)를 전제로 자동차 관세 인하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이 백악관 방문 당시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았다며 “유연성은 없다. 한국은 합의를 수용하거나 관세를 내야한다"고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3500억달러를 보증이 아닌 현금 투자로 하지 않을 경우엔 상호관세율을 다시 25%까지 올리겠다고 '으름장'을 던진 것이다. 정부는 이번 협상과 관련해 “데드라인을 따로 두고 있지 않다"며 서두르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사실상 '배수진'을 친 채 미국 측이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국면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본이 한국보다 앞서 자동차 관세 인하 혜택을 확보하면서, 우리 측 협상 지연이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5일(현지시간) 의약품에 대해 100% 관세 부과 계획을 공개하면서, 현재와 같은 교착 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이 구두로 약속받은 의약품 최혜국 대우 적용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 안팎에서는 향후 한미 협의에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직접투자 비중 조율 △투자 프로젝트 선정 방식 등 세 가지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목할 점은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음에도 양국이 협상 판을 깨지 않고 대화를 이어가며 접점 모색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이번 방미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과 회동해 '상업적 합리성' 보장과 한미 통화스와프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국의 입장을 전달했다. 현재 양국간 통상, 투자문제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키를 쥐고 있지만, 통화스와프 문제는 재무부가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미는 관세 협상 후속 논의와는 별개로 외교·안보 채널을 통해 다양한 현안을 물밑에서 다루고 있다. 한국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역량 확보'를 위한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문제, 한국의 국방비 증액과 미국산 무기 구매 확대 등이 그 핵심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 방한이 예정된 11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통상은 물론 외교·안보 현안을 포괄하는 '빅딜'이 양국 간에 추진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오는 11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이뤄질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 간 만남이 협상의 주요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경주 APEC이 중요한 계기이고, 양국 정상 간 미팅이나 면담은 당연히 있을 것"이라며 “협상팀에서도 이러한 국제행사를 중요한 기회로 인식하고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전국 주유소 기름값 2주째 상승세…다음주 더 오르나

추석 황금연휴가 시작되면서 차량 이동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2주 연속 동반 상승했다.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9월 29일∼10월 2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지난주보다 L당 1.2원 오른 1661.2원이었다. 지역별로 가격이 가장 높은 서울의 판매 가격은 전주 대비 0.76원 오른 1722.9원, 가격이 가장 낮은 대구는 1.8원 오른 1630.4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상표별 가격은 SK에너지 주유소가 L당 평균 1천671.9원으로 가장 높았고, 알뜰주유소가 1633.8원으로 가장 낮았다.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주 대비 2.1원 상승한 1533.1원이었다. 이번 주 국제유가는 중동 주요 산유국의 공급 확대 움직임 등 영향으로 하락했다. 수입 원유 가격 기준인 두바이유는 전주보다 2.0달러 내린 67.6달러였다. 국제 휘발유 가격은 전주 대비 0.9달러 하락한 77.6달러, 국제 자동차용 경유 가격은 0.4달러 내린 90.1달러로 각각 집계됐다. 국제유가 변동은 통상 2∼3주가량 차이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李 대통령 “코스피 3500 돌파…추세 쉽게 바뀌지 않을 것”

이재명 대통령은 2일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3500선을 돌파한 데 대해 “이 추세 자체는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이 희망을 갖고 다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고, 비정상적인 것들이 정상으로 많이 회복되고 있다"며 “(코스피 상승은) 그런 힘 때문으로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공직자들이 잘 준비해서 비정상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고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게 제도든, 정책이든, 행정이든 최선을 다하면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다"며 “경제 회복의 온기가 국민 삶 구석구석에 잘 스며들게, 모두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힘써야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추석 연휴와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내일부터 '샌드위치 데이'(10일) 하루를 더하면 열흘의 긴 휴가가 시작된다"며 “저도 샌드위치 데이엔 연차를 내 공식적으론 쉴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에 참모들 사이에서 “공식적이라고요"라는 반응이 나오자 이 대통령은 웃으며 “쉬긴 쉬는 것이다. 아침에 출근 안 하는 것만 해도 어디냐. 여러분도 좀 쉬시라. 공식적으로"라고 답했다. 참모들이 다시 웃음을 터뜨리자 그는 “당연히 공식적으로 쉬는 것이다. 비상대기 업무는 해야 한다. 공직자에게 솔직히 휴가, 휴일이 어디 있느냐"며 “원래 24시간 일하는 것이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게 공직이다. 공직은 그런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꾸 반응이 웃으며 저항하는 느낌을 준다"고 농담하면서도 “그래도 쉬시라. 출근 안 하는 것만 해도 어디인가"라고 재차 말했다. 그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만은 않고 여러 어려움도 있지만 수많은 역경을 헤쳐온 국민의 위대한 저력이 있어 이런 정도는 가뿐히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정 최고 책임자로 국민을 믿고 국민과 함께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덧붙였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대왕고래 참사에도…석유공사 직원 대출은 ‘퍼주기’”

1300억원 손실을 초래한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한국석유공사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 가운데 가장 완화된 조건의 사내대출을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고정금리 적용, 최저 수준의 이자율, 최고 수준의 대출 한도 등 '3중 특혜' 구조가 확인됐다는 지적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서대문갑)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산하 공공기관 사내 주택대출 운영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는 2024년부터 사내 주택대출에 고정금리 3.05%를 적용하고 있다. 이는 산업부 산하 20여 개 공공기관 중 유일한 고정금리 사례로, 대부분 기관이 4.2% 내외 변동금리를 적용하는 것과 대조된다. 최대 대출한도 역시 1억5000만원으로, 비교 대상 기관 중 최상위 수준에 해당한다. 더욱이 담보인정비율(LTV)을 아예 반영하지 않아 사실상 무제한 담보가치로 자금을 빌려주는 구조다.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일부 기관이 LTV를 적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나, 석유공사의 경우 금리·한도·담보 심사 모두에서 가장 느슨한 조건을 유지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한국석유공사가 이미 재무 위기로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석유공사는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로만 1300억원 손실을 입으며 재정 건전성에 치명타를 맞았다. 이에 김동아 의원은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로 1300억 원의 손실을 내며 자본잠식에 빠진 공사가 내부 직원에게 특혜성 대출을 제공한 것은 방만 경영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9월 중순 해당 사안에 대해 자료를 요청을 받은 한국석유공사 노사는 같은 달 말 사내대출 조건 변경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대출 한도는 기존 1억5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축소됐고, LTV 적용도 뒤늦게 반영됐다. 그러나 이러한 개선은 이미 2021년 기획재정부가 권고했던 사항으로, 석유공사는 무려 4년 동안 이행하지 않다가 국회의 지적 직전에야 규정을 손질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은 “기획재정부가 이미 2021년부터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한국석유공사는 4년 동안 이를 미루다가 국회 지적이 시작되자 규정을 바꾸는 꼼수를 부렸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복합위기 넘어라…재계총수, 추석연휴도 “쉴 틈 없다”

재계 주요 기업 총수들은 추석 연휴 기간에도 휴식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발 통상 불확실성 확대, 상법·노동법 개정 등으로 인한 경영 환경 변화 등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내실다지기' 작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부대행사인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준비, 신성장 동력 발굴 등 숙제도 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은 최장 열흘(10월 3∼12일)간 이어지는 이번 연휴 기간 하반기 경영 전략 구상에 몰두할 예정이다. 해외출장 등 공식 일정을 잡은 경우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재용 회장은 샘 올프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약속한 협력 방안을 구체화하는 데 시간을 쓸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전날 오픈AI의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 사업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메모리반도체를 대량으로 공급하는 동시에 차세대 데이터센터 공동 개발, 기업용 AI 서비스 제공 등을 추진하는 대규모 동맹이다. 국내외 사업장을 점검하며 임직원을 격려하는 일정도 소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10여년간 '사법리스크'를 겪으며 재판이 없는 설·추석 연휴를 활용해 출장 일정을 소화해왔다. 이 과정에서 임직원들과 허물없이 소통하고 회사 발전 방향을 함께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태원 회장은 휴식을 취하면서 경영 구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용 회장과 마찬가지로 오픈AI와 맺은 동맹을 구체화하고 향후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진단하는 데 시간을 쓸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이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고 신성장 동력을 육성하는 리밸런싱 작업을 진행 중인만큼 최 회장은 이 과정에서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맡고 있는 최태원 회장은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 CEO 서밋' 구상에도 몰두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글로벌 네트워크를 동원해 다양한 인사를 초청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성공적인 행사 개최를 위해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팀 쿡 애플 CEO 등과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회장은 미국과 중국 공략법을 각각 마련해야하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처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수입차 관세로 현대차·기아 수출 불확실성이 높아진데다 현지에 마련한 생산시설이 전기차 위주로 구성돼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태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신설됐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지난달 30일부로 폐지됐다. 최근에는 '미국 비자 리스크'까지 불거져 이에 따른 여파를 철저히 분석할 것으로 예측된다. 중국의 경우 현지 업체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회복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현대차·기아는 2010년대 중국에서 보급형 세단 중심으로 고속 성장을 이뤄냈지만 이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친환경차 등으로 옮겨가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했다. 공장 매각 등을 통해 중국 사업 체질을 일정 수준 개선한 만큼 정의선 회장은 앞으로 점유율을 확대할 '히든 카드'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회장은 하반기 경영구상을 하며 본업인 가전 분야 글로벌 환경 변화를 예의주시할 전망이다. 취임 이후 스마트폰, 전기차 충전사업 등에서 철수하는 대신 냉난방공조(HVAC), AI 등에서 새 먹거리를 찾고 있는 만큼 그룹 차원 체질개선 작업 현황도 점검할 것으로 관측된다. 신동빈 회장은 이번 추석 연휴에도 평소와 같이 국내외 사업장을 점검하며 하반기 경영 전략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식품·유통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계열사간 시너지를 바탕으로 더욱 성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기업 총수들이 눈앞으로 다가온 연말 인사 관련 점검 작업에도 열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연휴 기간이지만 해외 사업장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어 (총수들이) 길게 휴식을 취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이재명 정부의 ‘청년미래적금’ 장밋빛 약속에도 실효성 논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청년미래적금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도 청년을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을 내놓았으나 실효성은 크지 않았다. 더욱이 정권마다 납입액·만기·정부 기여금 등이 바뀌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청년미래적금에 대해서도 청년들은 반신반의하고 있다. 내년 6월 출범을 목표로 설계된 청년미래적금은 만 19~34세 청년을 대상으로 한 3년 만기 단기 상품이다. 월 최대 50만원을 납입하면 정부가 납입액의 6~12%를 기여금으로 추가 지원한다. 특히 중소기업 신규 취업자 등 일부 청년층에는 우대형 기여율을 적용해 혜택을 확대할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에 비해 윤석열 정부의 청년도약계좌는 5년 만기 장기 상품으로 월 최대 70만원을 납입할 경우 소득 수준에 따라 정부 기여금이 추가되며 이자와 배당소득은 비과세 혜택이 제공됐다. 장기 상품인 만큼 청년들이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구조였지만 5년이라는 긴 기간과 상대적으로 높은 납입 부담이 단점으로 꼽혔다. 청년미래적금은 단기화와 우대형 설계로 부담을 완화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장기 목돈 마련이라는 정책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은 소득 불안정으로 매달 일정 금액을 납입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점이다. 서울에서 취업을 준비 중인 오모(37) 씨는 “월세, 공과금, 식비 등 생활비를 고려하면 50~70만원의 적금 납입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적금에 가입할 여력이 있는 청년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존 청년도약계좌와의 비교 속에서 적금을 유지할지 새 상품으로 갈아탈지 고민하는 청년들이 많은 상황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청년도약계좌 가입 및 운영 현황'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중도해지 인원은 총 35만8000명에 달했다. 이는 누적 가입자 225만명(일시 납입 가입자 포함)의 15.9%에 이르는 수치다. 지난 2023년 말 중도해지율인 8.2%에서 7.7%p 늘었다. 납입 금액이 10만원 미만인 가입자들의 중도해지율이 39.4%로 가장 높았다. 이어 10만원 이상 20만원 미만 가입자들이 20.4%, 20만원 이상 30만원 미만은 13.9%의 중도해지율을 나타냈다. 납입 최대 금액인 70만원을 내는 청년들의 중도해지율은 0.9%로 가장 낮았다. 금융위원회는 청년도약계좌 가입자를 대상으로 청년미래적금으로 갈아탈 수 있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 정권 교체마다 상품의 이름과 제도가 바뀌면서 정책 신뢰도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 2013년 박근혜 정부는 중소기업 재직 청년 지원을 위해 '청년내일채움공제'를 도입했다. 문재인 정부는 '청년희망적금'으로 바꿔 사업을 확대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다시 '청년도약계좌'로 이름을 바궜다. 전 정부의 청년 정책 흔적을 지우려는 듯한 모습이 반복됐다. 일관성 있는 정책 집행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제도 전반에 영향을 주면서 청년들이 장기적인 자금 계획을 세우는 데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는 김모(30)씨는 “청년 적금 제도가 바뀌었다는 사실에 당황했던 적도 있었다"면서 “몇년을 주기로 계속해서 변경되면서 혼란이 가중된다는 느낌이 크게 들고 있다"고 말했다. 납입 여력이 부족한 청년들이 실제로 혜택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돈을 가지고 일정 금액을 납입할 수 있어야 가능한 구조"라면서 “청년을 위한 정책인데 형편이 어려운 청년을 위한 정책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회사와 노조, 정치권의 '노사정 협력모델'을 도입해야는 제안도 나왔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청년 관련 공제 사업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청년을 지원하기 위한 진일보한 정책"이라서도 “청년들의 중소기업 유입을 촉진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청년이 일정 금액을 납입하면 정부가 매칭하는 모델도 좋지만 중소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노사정 협력 모델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중소기업이 함께 매칭에 참여하면 청년들의 장기 재직과 연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 연구위원은 “인공지능(AI) 인력이나 연구개발(R&D), 석박사 등 전문 인력을 대상으로 중소기업과 함께 참여하는 공제 사업을 만드는 것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잼코노미]자사주 소각 의무화 급물살…“배당 늘려 코스피 5000 간다”

이재명 대통령이 뉴욕 유엔총회 현장에서 “기업의 불합리한 의사결정 구조를 합리적으로 바꾸겠다"며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포함한 '3차 상법 개정' 추진 의지를 못 박았다. 여당은 곧바로 호응하며 '자사주 원칙적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이른바 '더 더 센 상법' 처리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해 “배당이 더 많이 이뤄지게 하거나 자사주를 취득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남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3차 상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번에 걸쳐 상법을 개정했는데 기업의 불합리한 의사 결정 구조를 합리적으로 바꿀 것"이라며 “3차 상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는데 저항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기업에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을 오는 11월 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자사주는 기업이 발행한 주식을 다시 매입해 보유하는 주식으로, 의결권과 배당권은 없다. 2011년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취득과 처분이 전면 자유화된 뒤 많은 기업이 자사주를 쌓아왔다.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상장사 1666곳, 전체의 73.6%가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으로 이어져 국내 증시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보유 중인 자사주를 말 그대로 없애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하면 발행(유통) 주식 수가 감소해 주당순이익(EPS·당기순이익을 주식 수로 나눈 값)이 올라가고, 결과적으로 주가 상승으로 직결된다는 논리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주주환원 차원에서 자사주를 적극적으로 매입해 소각한다. 애플은 2013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전체 주식의 약 39%에 해당하는 100억 주 이상을 소각했다. 그 과정에서 주가는 10배 넘게 뛰었으며 주당순이익(EPS)도 연평균 15.7% 성장했다. 최근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약 1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자 테슬라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비록 소각은 아니었지만,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크지 않은 미국에서는 매입만으로도 시장이 환호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국내 기업 전반의 자사주 소각률은 여전히 낮다. 리더스인덱스가 2022~2024년 2265개 상장사의 자사주 보유 및 소각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자사주를 보유한 상장사 1666곳 중 소각에 나선 기업은 142곳(8.5%)에 불과했다. 정부와 여당이 '강력한' 상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주환원보다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자사주를 활용한다는 불신이 뿌리 깊다. 실제로 태광산업은 지난 6월 발행주식의 24.41%에 해당하는 자사주 전량(27만1769주)을 담보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하려다 주주 반발에 부딪혀 계획을 보류했다. 재무 상태가 양호한 상황에서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EB 발행에 나서려 한 것이 대주주 지배력 강화를 위한 '꼼수'라는 비판을 자초한 것이다. 자사주 담보 EB 발행은 사실상 3자 배정 유상증자와 같은 효과를 내 기존 주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민주당 의원들은 앞다퉈 개정안을 내놨다. 쟁점은 기업의 자사주 취득 후 '소각 기간'이다. 김남근 의원안은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취득 후 1년 이내 소각하도록 하고, 예외적 보유 시 주총 승인을 거치되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했다. 민병덕 의원안은 전체 주식의 3% 미만 취득 시 소각 기한을 2년까지 허용했다. 김현정 의원은 '최대 3년'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해 정부 재량을 존중하는 안을 발의했다. 차규근 의원은 '취득 6개월 이내 소각'을 명시해 가장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은 신규로 취득한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소각하되,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임직원 보상이나 우리사주조합·사내복지기금 출연 등은 대통령령으로 예외를 인정키로 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취득한 자사주의 수량·목적·처분 계획을 공시하도록 하거나(김현정 의원안), 주주총회 승인을 받도록(김남근 의원안) 규정했다. 문대림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한국거래소 열린 간담회 후 “자사주 과다 보유 문제를 논의했으며, 종업원 보상 목적을 제외한 불필요한 자사주는 소각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기업을 경영권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내에는 차등의결권이나 황금주 같은 방어 장치가 부족해 외부 세력의 위협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SK는 소버린의 공격을 받았을 때 보유 자사주 10.41%를 하나은행·신한은행 등에 매각해 우호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지킬 수 있었다. 삼성물산도 엘리엇과의 경영권 분쟁 당시 자사주 5.76%를 KCC에 넘겨 방어에 성공한 바 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113만명 빚탕감 수혜 본다”...李정부 ‘배드뱅크’ 새도약기금으로 출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배드뱅크'가 '새도약기금'이라는 이름으로 공식 출범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취약계층, 소상공인의 부채 부담이 누적된 가운데 최근 경기부진,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된 만큼 이들의 부채 부담을 덜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특단의 부채 부담 경감 방안을 마련했다. 새도약기금을 통해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 연체채권을 일괄 매입해 소각 또는 채무조정을 실시하고, 7년 미만 연체자 등 기금 매입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연체자에는 특별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한시로 운영한다. 1일 금융위원회,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서울 중구 신용회복위원회 본사에서 '새도약기금 출범식'을 개최했다. 이날 출범식에는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정정훈 캠코 사장, 양혁승 새도약기금 대표이사,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한 협약기관장 등이 참석했다. 새도약기금이라는 명칭은 올해 7월부터 8일까지 국민공모를 접수한 후 심사 과정을 거쳐 최종 선정됐다. 새도약기금은 상환능력을 상실한 연체자를 지원하고자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 연채채권을 일괄 매입해 소각·채무조정하는 프로그램이다. 엄정한 소득·재산 심사를 거쳐 정말 갚을 수 없는 경우에만 소각한다. 금융사 및 공공기관이 보유한 금융채권을 지원하며, 사행성·유흥업 관련 채권, 외국인 채권 등은 지원에서 제외된다. 총 재원은 8400억원이다. 2차 추가경정예산으로 재정 4000억원이 투입됐고, 금융사가 약 4400억원을 출연한다. 금융권 기여금액 가운데 은행이 3600억원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부담한다. 이어 생명보험사 200억원, 손해보험사 200억원, 여신전문금융회사 300억원, 저축은행 100억원이다. 새도약기금은 이달부터 연체채권 매입을 시작해 향후 1년간 협약기관으로부터 채권을 일괄 인수한다. 이후 행정데이터를 수집해 채무자의 보유 재산 및 소득 심사를 거쳐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소각 또는 채무조정을 단행한다. 중위소득 60% 이하(1인 가구 기준 월 소득 154만원 이하) 또는 생계형 재산을 제외한 회수 가능한 자산이 없는 경우 상환능력 상실자로 판단해 채권이 완전 소각된다. 중위소득이 60%를 초과하거나 회수 가능한 자산은 있지만 채무액에 미달하는 경우 30~80% 원금 감면, 분할상환 최장 10년, 이자 전액감면, 상환유예 최장 3년 적용 등이 지원된다. 만일 중위소득 125%를 초과하거나 회수 가능 자산이 채무액을 초과하는 경우 추심을 재개하고, 법적 조치 등을 통해 상환을 요구한다. 다만 기초생활수급자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상환능력 심사 없이 연내 우선 소각을 추진한다. 정부는 새도약기금으로 총 16조4000억원 규모의 장기 연체채권을 매입하고, 총 113만4000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추산했다. 새도약기금이 협약 참여 금융사로부터 대상 채권을 일괄 매입함에 따라 채무자가 별도 신청하는 절차는 없다. 금융사가 새도약기금에 채권을 매각할 때, 새도약기금이 상환능력 심사를 마쳤을 때 각각 채무자에게 개별 통지된다. 금융위는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5년 이상 연체자에 대해서는 새도약기금과 동일한 수준의 특별 채무조정을 3년간 지원한다. 5년 이상 연체자는 최대 80%의 원금 감면, 분할상환 최장 10년을 지원받는다. 7년 이상 연체하고 채무조정을 이행 중인 이들에게는 은행권 신용대출 수준의 저리 대출을 총 5000억원 규모로 3년간 지원한다. 정부는 이번 채무조정으로 장기 연체자들의 제도권 경제 복귀를 돕고,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통해 소득 창출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장기 연체자들은 급여 압류 공포 등으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어려움이 해소되는 것이다. 특히 장기 연체자들은 불법 사금융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된 이들로, 향후 범죄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축사에서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 대응 과정에서 취약계층, 소상공인의 부채 부담은 크게 확대됐고, 대출금리 상승, 극심한 내수 부진으로 취약계층, 소상공인의 부채는 감당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사회 통합 차원에서 특단의 채무조정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채무조정을 통해 빚의 굴레에 갇혀 있던 분들이 다시 경제 활동 주체로 복귀한다면 고용시장, 소비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새도약기금이 단순한 부채 탕감에 그치는 것이 아닌, 상환능력을 상실한 분의 재기 지원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회복하고, 우리 사회의 신뢰와 공동체 연대를 강화하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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