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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 부작용 유럽의 경고…“탈탄소 하다 탈산업화 될라”

정부가 탄소감축 목표를 과감히 상향한 가운데 발전업계에서는 탄소감축과 에너지전환 정책 성공을 위해선 '시장개혁·인프라투자·유연성 보상'이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12일 한국자원경제학회와 민간발전협회가 공동 주최한 '유럽 에너지전환 과정으로 본 한국 전력시장 개혁방안'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한국의 에너지 전환이 실현 가능성을 잃지 않으려면 송전망 확충과 LNG 발전의 역할 재정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의 급격한 탈탄소 정책이 에너지 위기와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진 만큼 우리도 이를 충분히 고려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유럽의 경험이 우리에게 주는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탄소중립 추진 과정에서 전력시장 개혁과 유연성 전원 보상체계 개선이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자원경제학회장)는 “급격한 탈탄소 정책을 추진한 유럽은 재생 중심 전력 구조로 인해 전력가격 급등·공급 불안·산업경쟁력 약화의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특히 독일은 불안정한 전력공급과 높은 전기요금으로 인해 제조업의 해외 이전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페인은 재생에너지 급확대 과정에서 대규모 정전까지 겪었다"며, “이제 유럽은 탈탄소의 상징이 아니라 '탈산업화'의 경고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우리도 급격한 탄소중립 추진으로 전력 안정성과 산업경쟁력이 동시에 약화될 수 있다"며, “송배전망 투자 확대, 발전기의 기동비·보조서비스 합리적 보상, 전기요금 현실화, 산업계 전력 접근성 보장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주요국의 주거용 전기요금을 비교해 보면 kWh당 아일랜드 0.45달러, 이탈리아 0.43달러, 독일·벨기에·영국 0.4달러, 덴마크 0.36달러, 네덜란드 0.29달러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에 비해 한국 0.13달러, 미국 0.18달러, 일본 0.23달러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유로지역 경제성장률은 올 1분기 0.6%, 2분기 0.1%, 3분기 0.2%이며, 독일은 같은 기간 0.3%, -0.2%, 0%를 기록했다. 올 8월 기준 유로지역 실업률은 6.3%로 미국 4.3%, 일본 2.6%, 영국 5%, 한국 2%를 기록했다. 서울과학기술대 전우영 교수는 ENTSO-E(유럽 송전시스템운영자 네트워크)가 발표한 스페인 정전 사실조사보고서(Factual Report)를 인용하며, “지난 4월 스페인 남부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70%를 넘어서면서 계통이 과전압에 근접했고, 인버터형 태양광·풍력발전기들이 자체 보호시스템 작동으로 1분 만에 2.5GW가 탈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효전력(Q) 공급 역량을 가진 동기식 발전기(LNG 등)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주파수 급락과 전압 붕괴를 막지 못했다"며 “계통 안정성을 위해선 LNG 발전 등 유연성 전원의 유지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유럽은 이미 LNG 발전의 이용률은 줄더라도 용량은 유지하거나 확대하고 있다"며, “한국도 이를 참고해 용량시장 제도(Capacity Market)와 백업 자원 보상체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산대 박용기 교수는 '재생에너지 변동성 대응자원의 합리적 보상방안' 발표에서, “2019년 7380회였던 LNG 발전기의 연간 기동 횟수가 2023년 1만4291회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태양광 발전량이 13.5TWh에서 34.6TWh로 늘어난 것과 맞물려 유연성 전원으로서 LNG 발전의 역할이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전력거래소의 비용평가 기준은 '열간(Hot) 기동비'만 반영하고 있어, 실제 비용이 높은 온간·냉간(Warm/Cold) 기동은 과소보상되고 있다"며 “발전기 피로도와 유지비용을 감안한 현실적 보상체계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또한 “운영예비력 확보 기준을 통합하고 재생에너지 입찰제도와 연계한 예비력·보조서비스 시장 신설이 필요하다"며 “시장가격을 통해 유연성 자원의 가치를 명확히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익대 이서진 교수도 “영국·미국은 실시간 가격 신호를 강화하고 보조서비스 시장을 확대해 유연성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며, “국내도 발전기의 유연성 제공을 시장에서 정당히 평가받을 수 있는 제도 설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민간발전협회 이운호 부회장은 “LNG 발전은 재생에너지와 경쟁하는 전원이 아니라, 재생의 변동성을 보완해주는 '파트너 전원'"이라며 “정부는 기동비·보조서비스에 대한 합리적 보상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의 실패는 속도에 매몰된 탈탄소 정책의 결과"라며 “한국은 기후목표보다 현실적 실행력을 우선시하는 에너지 전환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력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세미나를 통해 “유럽의 교훈은 명확하다"며 “에너지 전환의 본질은 '탈탄소'가 아니라 '안정적 공급과 산업 경쟁력의 병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AI의 심장은 원자력, 원자력의 심장은 인재

스마트폰은 손안의 명품 컴퓨터다. 그러나 배터리를 충전하지 못하면 그저 비싼 금속 덩어리일 뿐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전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맞닥뜨린 인공지능(AI) 시대의 에너지 문제와 원자력 산업의 현실이 꼭 이와 같다. AI의 심장은 원자력이고, 그 원자력을 뛰게 하는 엔진은 인재다. '원자력 없이는 AI도 없다'는 말은 이제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AI는 국가의 흥망을 가를 전략 기술이 되었고, 그 핵심인 데이터센터는 엄청난 전력을 삼킨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2030년까지 두 배로 늘어나 일본의 전체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945TWh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이 전력이 한순간도 끊겨서는 안 되며, 동시에 탄소 배출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안정성'과 '무탄소'라는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할 대규모 전력원은 현실적으로 원자력뿐이다. 이 사실을 가장 먼저 간파한 건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은 단순히 전력을 구매하는 수준을 넘어, 소형모듈원전(SMR) 기업에 직접 투자하며 AI 시대의 에너지 패권을 쥐려 하고 있다. AI 혁명이 곧 원자력 혁명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정부는 'AI 3대 강국 도약'을 외치면서도, 그 막대한 전력을 재생에너지 위주로 충당하겠다는 비현실적인 계획을 세웠다. 날씨에 따라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로는 24시간 무중단 전력을 요구하는 데이터센터를 뒷받침할 수 없다. AI를 키우겠다면서 원자력을 배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런 모순된 정책은 인재 이탈을 불렀다. 최근 동아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올해 가을학기 KAIST의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지원자가 '0명'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2021년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 기조가 한창이던 이후 4년 만이다. 원전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학생들이 등을 돌린 것이다. 원자력 관련 학과도 8년 새 18개에서 15개교로 줄었다. 대학 입학생 수도 2016년 545명에서 지난해 418명으로 줄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공과대학에서 원자력 전공을 택하는 학생이 한 명도 없다는 건, 단순한 교육 문제가 아니라 산업 붕괴의 신호다. 현장의 불안감은 이미 깊어졌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에너지 정책이 180도 달라지면서, 원전 업계는 장기 투자 계획조차 세우기 어렵다. 산업통상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담당 부처가 이원화되면서 혼란은 더욱 커졌다. 산업부 장관은 “전기료 안정을 위해 원전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다른 부처 장관은 “필요가 없다면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엇박자 속에 인재는 사라지고, 기술은 낡아가며, 산업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실천이다. 백 년을 내다보는 인재 양성 전략이 시급하다. 그 해법으로 '취업보장형 원자력 계약학과'를 제안한다. 학부 과정은 한국수력원자력과 한전기술이 주도해 원전 인근 대학에 설치해야 한다. 이는 지역 소멸을 방지하고 지역 인재를 산업의 중심축으로 키우는 '일석이조' 전략이다. 대학과 기업이 함께 안전 문화, 원자로 설계, 안전 공학 등 실무 중심 교과과정을 개발하여 졸업과 동시에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야 한다. 대학원 과정은 한국원자력연구원(연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안전규제),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핵비확산) 등 전문기관과 연계해 고급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등록금과 생활비 전액 지원, 졸업 후 자격 충족 시 해당 기관 채용 보장 등 '패키지형 인재 육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 정도는 돼야 젊은 세대가 다시 원자력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결국 '에너지의 품격'에서 갈린다. 안정적이고 깨끗한 전력을 확보한 나라가 AI 혁명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동력의 핵심은 원자력, 그 원자력을 지속시키는 동력은 사람이다. '원자력 없이는 AI 없고, 인재 없이는 원자력 없다.' 이 단순한 진리를 국가 전략의 중심에 새겨야 한다. 기업과 대학이 손잡고 인재를 직접 길러내는 취업보장형 계약학과의 설립은, 대한민국이 AI 시대의 진정한 승자로 도약하기 위한 결정적인 한 수다. 이제는 백년지대계의 눈으로 에너지와 인재 정책을 바로 세워야 할 때다. 문주현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시민 주도 탄소중립 역량 제고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대표이사 이주수)과 시민발전이종협동조합연합회(회장 이창수)가 11월 11일부터 12일까지 경주 더케이호텔 남산홀에서 '2025 시민활동가 에너지·탄소중립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공동 개최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탄소중립 실천의 핵심 주체인 시민활동가의 실천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 기반의 탄소중립 거버넌스를 확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된 자리로, 전국 에너지협동조합 실무 활동가 약 40명이 참여해 이론교육과 현장 견학을 진행했다. 행사 1일차에는 현 정부의 기후에너지 정책 방향과 시민단체의 역할, 전력시장 입찰제도 이해와 소규모 발전사업자 참여를 주제로 강의가 진행됐다. 2일차에는 전력계통 관련 법·제도 현황 및 향후 정책 추진방향에 대한 특강 후,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방폐장)을 방문하여 현장을 직접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참여자들은 이번 과정을 통해 기후에너지 정책과 제도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시민 주도형 탄소중립 실천 방안을 논의하며 지역사회 에너지전환의 방향을 모색했다. 이주수 재단 대표이사는“이번 교육은 탈탄소 에너지 대전환을 위한 에너지 정책 환경 속에서 시민협동조합이 나아갈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뜻 깊은 자리"라며 “재단은 앞으로도 시민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해 지역 에너지 거버넌스 확립과 신뢰 기반의 에너지 소통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남부발전, 오미산 풍력발전단지 준공...국내 최초 채권형 주민참여로 연간 16억원 공유

한국남부발전(사장 김준동)이 경북 봉화군 석포면 오미산 일대에 위치한 총 60.2MW(유니슨4.3MW×14기) 규모의 오미산 풍력발전단지 준공 기념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준공식에는 김준동 남부발전 사장을 비롯해 금동윤 봉화군의회 부의장, 권영만 국민의힘 봉화당협 부위원장, 박정호 석포면장 등 봉화군 주요 내빈과 기후에너지환경부 풍력보급팀, 경북도 투자유치단, 수산인더스트리, 신한자산운용, 유니슨, 신한은행 등 관계자 8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에 준공한 오미산 풍력발전단지는 2021년 4월에 착공해 2023년 7월에 터빈 설치를 완료하고, 2024년 10월에 종합준공해 현재 상업운전을 하고 있다. 오미산 풍력발전단지는 지역주민과 상생하기 위해 국내 최초 주식전환 채권형 주민참여 모델을 적용하여 발전수익을 공유함으로써 지자체 및 지역주민 모두가 윈윈하는 사업으로 자리매김했으며, 국산 풍력기가 설치된 육상풍력단지 중 최대 규모라는 데 의의가 있다. 육상풍력단지는 일반적인 화력발전소와 달리 연료를 직접 연소하지 않고 바람의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기 때문에 발전과정에서 온실가스나 미세먼지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 설비이다. 또한 설비 운영 중에는 지속적으로 연료비가 들지 않아 운전 효율이 높고 유지비용이 낮으며, 지역의 기상 조건에 맞춰 최적화된 운영이 가능하다. 오미산 풍력발전단지의 경우 연간 약 118GWh의 전력을 생산하며, 이는 봉화군 전체 전력소비량의 25% 수준으로써, 지역 에너지 자립률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남부발전 김준동 사장은 “이번 봉화 오미산 풍력발전단지 준공은 우리나라 육상 풍력 산업 발전과 국산 기술 자립에 큰 의미가 있다"라며, “총 60MW 규모로 봉화군 전체 에너지 수요의 약 4분의 1을 공급해 지역 에너지 자립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산 기자재와 국내 기술력으로 완성된 풍력단지라는 점이 매우 뜻깊고 자랑스럽다"면서, “이번 준공으로 국산 풍력 100기 달성 목표 중 92기를 완성했으며, 앞으로도 국내 풍력 산업 생태계 강화를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환경포커스] 미세먼지, 노인 심장·혈관·뇌를 위협한다

한국 및 중국에서 대규모로 고령층을 추적 연구한 결과, 초미세먼지(PM2.5) 및 극미세먼지(UFP)에 장기간 노출이 허혈성 심장질환과 뇌졸중의 발생률·사망률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국내 노인의 사망 부담은 미세먼지 저감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고령층의 심혈관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 최근 발표된 국내외 여러 연구는 PM2.5와 UFP에 장기간 노출되는 것이 심혈관 질환(CVD) 발병 및 사망 위험을 높이는 주요 환경 위험 요인임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다. UFP는 초미세먼지 중에서도 지름 100㎚ 미만의 입자를 말한다. 1㎚(나노미터)는 100만 분의 1㎜다. 전 세계적으로는 매년 약 667만명이 대기오염으로 인해 조기 사망하는데, 이 중 대부분이 PM2.5 노출과 관련이 있다. 특히 노인 인구는 PM2.5 노출의 유해한 건강 영향에 더욱 취약하다. 노년층은 심혈관 및 폐 기능이 나이가 들면서 저하되기 때문에, PM2.5 노출의 악영향이 심화될 수 있다. 세계적으로 고령 인구 비율이 증가하는 가운데,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이로 인한 건강 부담이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 노인에게 미치는 심각한 피해 인하대 직업환경의학과 이동욱 교수팀은 국내 노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코호트(동일 집단) 연구에서 PM2.5 장기 노출이 노인(65세 이상)에게 사망 및 질병 위험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8월 '역학 및 보건 (Eidemiology and Health )' 저널에 논문으로 발표됐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 노인 536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서는 장기적인 PM2.5 노출이 허혈성 심장질환(IHD) 및 뇌졸중(stroke)을 포함한 특정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HD는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서 심장 근육이 충분한 산소와 영양을 받지 못해 생기는 질환으로, 대표적으로 협심증과 심근경색이 포함된다. 연구 결과, PM2.5 농도가 m³당 10㎍(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증가할 때 IHD로 사망할 위험이 6.8% 증가했고, 뇌졸중 사망 위험은 2.3% 늘었다. PM2.5 노출로 인한 초과 사망자 수는 대기 질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구 고령화로 인해 2010년 4888명에서 2019년 5179명으로 증가했다. 2010~2019년 10년 동안 국내 노인(65세 이상) 인구에서 장기간의 PM2.5 노출로 인해 초과 사망한 사람은 모두 5만1832명으로 추정됐다. 75세 이상 고령층은 65~74세 그룹에 비해 IHD,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제2형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률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성 노인이 남성 노인보다 IHD, COPD, 제2형 당뇨병 사망 위험에 더 민감했다. 이는 폐경 후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수치 감소로 인한 심혈관 보호 효과 저하, 염증 증가, 산화 스트레스에 대한 민감성 증가 등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 증가 서울대 의대 생명의학과 박상민 교수팀이 최근 '대기 환경(Atmospheric Environment)'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도 비슷한 분석 결과가 제시됐다. 약 170만 명의 한국 노인(65세 이상)을 대상으로 이 연구에서도 PM2.5 고농도 장기 노출이 전체 심혈관 질환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PM2.5 농도가 가장 높은 사분위수(Q4, 윗쪽 25%)에 해당하는 환경에 거주하는 노인은 가장 낮은 사분위수(Q1, 아랫쪽 25%)에 비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6% 높았고, 전체 뇌졸중 위험은 5% 높았다. 이 연구에서도 PM2.5 노출과 관련해 가장 높은 심혈관 질환과 사망 위험을 보인 집단은 75세 이상 노인이었다. ◇적혈구가 초미세먼지를 온몸으로 날라 미세먼지가 심혈관 건강에 해를 끼치는 경로는 복잡하다. 입자 크기와 화학적 구성 성분에 따라 다양한 메커니즘을 통해 전신에 영향을 미친다. UFP는 매우 작아 호흡기 깊숙이 침투하여 혈류로 쉽게 들어가 전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 푸단대 연구팀이 지난 9월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저널에 발표한 논문과 영국 런던 블리자드 연구소 연구팀이 지난달 'ERJ 오픈 리서치(ERJ Open Research)' 저널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이런 메커니즘을 엿볼 수 있다. 자동차 배기가스의 미세먼지 입자(탄소성 및 금속 함유 나노입자)가 코로 들어온 후 혈류로 이동하는 주요 메커니즘 중 하나는 적혈구 표면에 부착돼 운반되는 것이다. 이를 '적혈구 히치하이킹'이라 부른다. 적혈구가 미세먼지를 전신 운반체 역할을 하는 셈이다. 쥐 실험에서 호흡기 내에 디젤 배기가스 입자(DEP)를 주입했을 때 혈관을 도는 RBC에 입자가 부착된 것이 관찰됐다. UFP 노출은 전신 염증 및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혈관 내피 기능을 손상시키고, 혈관 수축을 촉진하고 혈압을 상승시킨다. UFP는 또한 혈소판 활성화와 혈액 응고를 촉진해 혈전 형성을 유발할 수 있다. ◇독성 성분이 심장 전기 전도계 교란 지난달 중국 난징 의과대학 연구팀은 '환경 과학 기술'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건강한 노인(60~69세)을 대상으로 한 중국의 종단 패널 연구 결과, PM2.5의 특정 무기 원소 성분이 심장 기능에 급성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심실의 수축과 이완의 간격이 커지는 현상이 뚜렷하게 관찰됐다는 것이다. 수축 이완의 속도가 느려지면 부정맥 위험이 커진다. 노출된 원소 혼합물을 분석한 결과, 황(S)과 납(Pb)이 심실 수축 전기 신호를 느리게 하는 주요 독성 원인으로 확인됐고, 황과 구리(Cu)가 심실 수축 이완 시간 간격을 늘리는 데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국내 연구 논문에서는 노인이 미세먼지에 취약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노화는 심혈관 기능 저하를 유발해 심장을 산화 스트레스와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에 더 취약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또한, 노화는 호흡기의 방어 기제를 약화시켜 PM2.5가 폐 깊숙이 침투하게 된다. PM2.5는 전신 염증을 가중시키고, 혈관-뇌 장벽(BBB)을 손상시켜 뇌졸중 위험을 높일 수도 있다. ◇ 예방을 위한 대책: 마스크와 공기청정기 여러 연구 결과는 PM2.5 노출 수준이 낮은 경우에도 심혈관 위험이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PM2.5에 대해 안전 역치(threshold)가 없음을, 즉 낮은 농도에서도 건강 피해가 발생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PM2.5에 대한 오염 통제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PM2.5 고농도에 장기 노출되면 노인층의 심혈관 질환 위험 증가로 이어지므로, 노인 인구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기 오염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75세 이상 노인 및 기저 질환을 가진 취약 계층에 대한 맞춤형 공중 보건 개입이 필요하다. 개인적인 대책으로는 마스크를 착용해 오염 노출을 줄이는 것아다. 자동차 배기가스에 노출됐을 때 마스크를 착용하면 적혈구에 부착되는 입자의 양(PM-RBC area)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실내에서는 공기 청정기를 사용하면 PM2.5 장기 노출과 관련한 건강 영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한국전력기술, 베트남서 해상풍력·그린수소 사업 공동 개발 추진

한국전력기술이 베트남에서 해상풍력 발전과 그린수소 생산 사업 개발을 추진한다. 한국전력기술은 지난 1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현지 재생에너지 사업개발사인 'Minh Thach Group'과 해상풍력 및 그린수소 분야의 사업개발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사는 베트남 내 해상풍력과 그린수소 프로젝트의 공동 사업개발을 본격 추진한다. 주요 협력 분야는 베트남 연안 지역의 신규 해상풍력 발전 및 그린수소 프로젝트의 사업 개발이다. 베트남은 2050년 탄소중립을 공식 선언하고,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는 목표를 설정하는 등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풍부한 해양 자원을 기반으로 2035년까지 해상풍력 설비용량 목표를 1만7000메가와트(MW)로 크게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협약을 체결한 기업은 베트남 내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사업개발, 투자, 건설 및 운영에 걸쳐 풍부한 경험과 실적을 보유한 현지 기업으로, 다수의 해상풍력 초기 사업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발전소 전주기 설계 기술력을 보유한 한전기술은 탄소중립 실현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및 청정수소 분야의 기술개발과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종합 준공된 국내 최대 규모의 100MW급 제주한림해상풍력사업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해상풍력 사업 진출은 물론,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는 글로벌 그린수소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김태균 한전기술 사장은 “이번 협약은 베트남 내 해상풍력과 그린수소 사업 진출을 위한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라며, “국내 해상풍력 사업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6개 발전공기업, ‘중부·남부·신재생·수소원자력’ 4개 체계로 재편 제안

한국전력 자회사인 6개 발전공기업을 중부·남부발전·신재생에너지 발전공기업·한국수소원자력으로 개편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6개 발전공기업의 화력 분야는 전국을 두 개 권역으로 나눠 중부와 남부발전으로 통합하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부문은 별도로 신재생에너지 발전공기업으로 모으는 안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수력이 신재생에너지 발전공기업으로 이관되는 대신 수소를 결합해 한국수소원자력으로 개편할 수 있다는 제안이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지역경제녹색얼라이언스가 공동 주최하고 한수원 후원으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탄소중립 전력 산업 구조혁신 정책세미나'가 열렸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100기가와트(GW)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이는 11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 정해진 78GW보다 22GW 높은 수치다.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높이는 만큼 발전공기업에도 새로운 역할이 주어질 전망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지난달 14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기후부 국정감사에서 화력 중심의 발전체계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발전공기업의 통합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좌관 지역경제녹색얼라이언스 고문은 세미나에서 “중부통합발전사와 남부통합발전사로 발전공기업을 통합하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부문은 따로 떼어내 신재생에너지 발전공기업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수원의 수력과 양수 발전을 신재생에너지 발전공기업으로 넘기고, 한수원에는 수소를 더해 한국수소원자력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전력 산하의 발전공기업은 △한국수력원자력 △남동발전 △중부발전 △서부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 총 6개다. 그는 신재생에너지 발전공기업의 적자 우려에 대해 “수력 및 양수 발전으로 연간 1조원대의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해 투자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6개 발전사의 신재생 부문을 각각 분할·합병해 한전으로 임시 통합한 뒤, 자회사 형태의 별도 회사를 설립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전 출자회사인 한국해상풍력, 제주한림해상풍력, 캡코솔라, 희망빛발전 등도 신재생에너지 발전공기업으로 이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고문은 “지역 곳곳에 발전공기업이 산재해 있어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LNG·석탄 등 연료 구매 비용 증가, 연구개발(R&D) 및 해외사업 중복, 재생에너지 사업의 과잉 경쟁, 100GW 확대를 위한 컨트롤타워 부재 등을 주요 문제로 꼽았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발전공기업 통합에 따라 고용 안정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소속 노동자, 지역사회와 소통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 “엄청난 미국 AI 수요에 대응…AI인프라 업체로 업 전환”

OCI그룹이 제조업 중심에서 AI 및 데이터센터 인프라 서비스업체로 전환에 나섰다. 특히 미국 내 AI로 인한 엄청난 전력수요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부터 비중국산 태양광 설비만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새로 인수한 베트남 웨이퍼공장의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은 11일 3분기 실적에 관한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미국에서는 역대 이런 투자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엄청난 AI와 데이터센터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전 세계의 2/3가 미국에, 그중의 40%가 텍사스에 세워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총 투자가 100조원 규모인데, 미국은 한 회사가 100조원씩 여러 회사가 투자하고 있다"며 “우리(OCI홀딩스)는 전력사업을 코어로 가져가면서 용수 등 AI와 데이터센터에 관련 인프라를 제공하는 업체로 업의 전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OCI에너지는 미국 텍사스주와 뉴저지주에서 총 6.6GW(태양광 3.5GW, ESS 3.2GW) 규모의 태양광+ESS 발전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 회장은 앞으로 AI발 전력수요가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OCI에너지의 공장 여유부지에 AI 및 데이터센터를 유치해 전력 등 관련 인프라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선보였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지난 7월 4일 원 빅 뷰티풀 빌(OBBB, One Big Beautiful Bill Act)법을 발효했다. 전반적으로 전 바이든 정부에서 청정산업에 주는 인센티브를 축소하는 내용이 실렸다. 또한 중국산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 북한 등 투자우려국(FEOC) 출신의 제품에 대해서는 혜택을 없앴다. 단, 즉시 없애진 않고 단계적으로 축소한다. 태양광 발전설비의 경우 올해까지 착공된 프로젝트는 4년내 완공할 시 투자세액공제(ITC, Investment Tax Credit)가 제공되고, 내년부터 착공되는 프로젝트는 FEOC 규정 적용 및 4년 내 완공 시 ITC 30% 제공된다. 2026년 7월 이후 착공 프로젝트는 ITC가 폐지된다. 이 회장은 이 제도가 OCI홀딩스에 오히려 기회가 될 것으로 봤다. OCI홀딩스는 태양광 원료인 폴리실리콘부터 웨이퍼, 셀, 모듈, 발전사업까지 모든 밸류체인을 확보한 상태다. 특히 지난 10월에 밸류체인에서 빠져 있던 웨이퍼 부문을 베트남 공장 인수를 통해 확보한 상태다. 신설법인 OCI ONE을 통해 베트남 웨이퍼 공장 지분 65%를 1억2000만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공장의 웨이퍼 생산규모는 연간 2.7GW이다. 이 회장은 “현재 베트남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를 진행 중이며, 12월 중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인수 이후 공장 상태를 최종 컨펌(확인)한 뒤 즉시 추가 투자를 통해 5.4GW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OCI홀딩스는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8451억원, 영업손실 533억원, 당기순손실 73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3분기 누적으로는 매출액 2조5695억원, 영업손실 850억원, 당기순손실 170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7% 감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지난 7월 미국 트럼프 정부가 OBBB법안을 발표하면서 이전부터 태양광 주문이 끊긴 영향이 컸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2007년부터 공장을 가동했는데, 이번처럼 공장을 100% 꺼본 적은 처음이다. 이로 인해 OCI 테라서스는 7~8월 동안 650억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했다. 9월 5~6일에 재가동을 했다"며 “3~4월에 재고가 7000톤까지 쌓였으나 11월부터는 월 2500톤 이상의 정상 판매가 이뤄지고 있고 원가도 정상을 되찾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이번 실적에 대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축소·폐지 등 미국의 태양광 정책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분기와 달리 최근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UFLPA) 강화 및 OBBB 법안 통과 등 관련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됨에 따라 OCI 테라서스의 폴리실리콘 생산라인 재가동이 이번 적자 축소의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신연수 칼럼] 기후변화 대응, 더는 후퇴하지 말자

정부가 2035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53~61%로 11일 최종 결정했다. 산업계는 “목표가 과도하다"며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반응이다. 4년 전 2030 NDC를 정할 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과감하게 앞장서는 것이 국제적 책임에 맞고, 미래 산업 전략으로서도 유효하다. 무엇보다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무리하지 않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23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이 6억 2420만톤으로, 원래 목표보다 6.5%를 더 줄였다. 2024년 역시 잠정 집계를 보면 목표를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산업 분야는 원래 목표를 낮게 잡아 이미 2029년도 감축분까지 달성했다. 석유화학과 철강 분야 경기 침체의 영향이 크지만, 어차피 기존 경로로 더 이상 성장하기는 어렵다. 세계적인 공급과잉과 중국의 추격, 무역질서의 변화 때문에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만 한다. 정부나 기업이나 평소에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술적 제도적 노력을 하지 않고 구태의연한 주장을 되풀이하는 관행은 이제 벗어나야 한다. 지금 브라질 벨렝에서는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열리고 있다. 더 심각한 기후변화를 막고 인간의 삶을 지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국제회의 중 하나다. 회의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세계는 2015년 파리협정에서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으로 제한하기로 했는데, 이 목표가 실패했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향후 10년 안에 지구 평균 온도는 그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각 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이행하더라도 그동안 누적된 온실가스가 계속해서 지구온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는 사기다"라고 주장하며 미국 대표단의 회의 참가마저 막았다. 그러나 수십 년간 세계 과학계에 쌓인 많은 연구들은, 급속한 지구온도 상승과 극단적 기후가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인간 행위 때문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우리가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마구 배출한다면, 그래서 어느 순간 온도상승 속도가 임계점을 넘는다면 인류가 감당하기 힘들 만큼 극단적인 환경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진단이다. 인간의 삶이 기후와 얼마나 밀접한 지는 인류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지구과학자들에 따르면 인류가 정착해 농사를 짓고 문명을 이루게 된 결정적 계기는 인간의 뇌 크기가 아니라 기후였다. 구석기 시대까지는 기후변화가 심해 농사를 짓지 못하다가, 1만 년 전부터 안정적인 기후가 이어지면서 인류는 본격적으로 문명을 건설할 수 있었다. 신석기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기후변화가 극심해지면 인류 문명에 심대한 타격을 주리라는 우려는 일부 환경단체의 '공포 마케팅'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이 어려운 것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경제발전과 탄소배출로 가장 이익을 보는 사람은 지금 세대, 대도시의 부자들이다. 탄소배출과 기후변화로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은 다음 세대, 저개발국의 가난한 사람들이다. 기후변화가 심해질수록 가장 책임이 적은 지역의, 가장 책임이 적은 가난한 사람들이 홍수와 가뭄, 태풍, 해수면 상승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한국에서도 홍수와 산사태, 산불 등 극한 기후로 이재민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은 도시보다 농촌, 어촌, 산골마을이다. 이 때문에 가장 부유한 나라의 부유한 사람들까지 고통을 느낄 만큼 기후변화가 극심해져야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이 성공하리라는 비관론마저 나온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과학자들이 말하는 임계점을 넘어서 돌이키기 어렵다는 데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있다. 희망적인 소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가 아무리 화석연료를 강조해도 세계적으로 태양광이 가장 경제적인 전력원이 되었고, 재생에너지는 석탄 발전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은 올 상반기 5.3% 경제성장을 했음에도, 사상 처음 탄소배출이 작년보다 줄었다. 경제활동과 국민복지를 늘리면서도 탄소배출을 줄이는 '기적'을 국제사회는 하나씩 이룩하고 있다. 구석기시대의 빙하기에도 살아남은 인류는, 지금까지 그랬듯이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해답을 만들 것이다. 각자도생과 약육강식이 불문율인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에 공동 대응하려는 노력이 계속되는 것부터가 대단한 일이다. 인간 본연의 이기심을 극복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서로 돕는 또 다른 인간 본성을 발현하는 과정 자체가, 어쩌면 다음 세대에 물려줄 가장 위대한 유산이 될지 모른다. 신연수 주필 ysshin@ekn.kr

서왕진 의원 “李정부의 2035 NDC 53~61% 감축안, 미래세대 포기한 위헌적 결정”

서왕진 조국혁신당 국회의원(비례대표)은 11일 논평을 통해 “이재명 정부가 오늘 확정한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53~61% 감축안은 헌법재판소 판결을 정면으로 부정한 위헌적 결정"이라며 “국회에서 중장기 감축 로드맵을 법률에 담는 과정에서 이번 결정의 문제를 지적하고 바로 잡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헌재는 '2050년 탄소중립까지 구체적이고 정량적인 목표와 경로를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고 판시했지만, 정부는 핵심 출발점인 2035년 목표를 범위(range)로 설정했다"며 “이는 헌재가 요구한 '구체적이고 정량적인 목표'의 취지를 무너뜨리고 입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의 연평균 감축률은 약 2% 수준에 불과하며,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라 산업부문은 2018년 대비 2050년까지 80.4% 감축해야 하지만,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목표 달성 시점은 2125년으로 75년이나 늦는다"며 “이는 사실상 탄소중립 포기 선언과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서 의원은 “온실가스 배출 상위 기업들이 개별적으로는 모두 2050년 탄소중립을 약속했지만, '산업계 전체'로 묶이는 순간 돌연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며 “이중적 태도야말로 기업의 탄소중립 선언이 공허한 그린워싱으로 비판받는 이유이자, 집단 뒤에 숨은 책임 회피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번 헌재 판결은 2020년 청소년 19명이 제기한 기후소송으로부터 4년 5개월 만에 얻은 결실"이라며 “그 긴 시간 동안 미래세대가 느꼈을 분노와 좌절을 생각하면, 기성세대로서 깊은 미안함과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아무런 반성 없이 같은 오류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결정은 단순한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나만 편하고 배부르면 된다'는 저열한 이기심의 결과이며, 미래세대의 생존권을 희생한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하지만, 이런 무책임한 결정이 과연 윤석열 정부의 기후정책과 무엇이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국회는 중장기 감축 로드맵을 법률에 담는 과정에서 이번 결정의 문제를 다시 짚고, 보다 과학적이고 정의로운 목표가 세워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목표 수치에만 가려진 산업전환, 균형발전, 정의로운 전환, 일자리, 에너지정책 혁신, 국제사회 책임 강화 등 본질적 과제에도 끝까지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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