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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민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이태민 기자 입니다.
  •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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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호밍 시대 콘텐츠 대가산정 체계 변화 목소리…“AI 도입 고려해야”

다양한 플랫폼에서 콘텐츠 소비가 이뤄지는 멀티호밍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기존 대가산정 제도와 규제 체계가 시장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멀티호밍이란 이용자가 한 플랫폼에서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거나 여러 개의 플랫폼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같은 콘텐츠를 넷플릭스에서도 보고 유튜브에서도 소비하는 것이 그 예다. 이런 상황에서 옛 기준에 따라 콘텐츠 가격을 정하고 규제하는 방식은 시장 변화에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인공지능(AI) 기반 콘텐츠 소비 데이터 분석 모델 도입과 같은 방식으로 기존 체계를 전면 재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멀티호밍이 주요 콘텐츠 소비 방식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유통 구조가 변하고 있다. 과거 독점계약을 맺어 재방송 형식으로 콘텐츠를 송출하던 것과 달리 플랫폼이 많아지고, 중복소비가 일반화되면서 독점적 가치가 줄어드는 추세다. 이에 따라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시청자의 콘텐츠 선택권이 확대되고 있다. 멀티호밍은 시청자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인터넷TV(IPTV) △케이블TV 등 복수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며 원하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현상이다. 주요 해외국은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해 시장 경쟁 균형을 맞추는 방향으로 멀티호밍을 촉진하고 있다. 예컨대 유럽연합(EU)은 플랫폼 간 전환 장벽을 낮추고, 독점 행위를 경쟁 제한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영국은 시청자가 원하는 채널만 선택할 수 있는 '알라카르테 요금제'를 권고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 제도의 경우 과거의 단일 플랫폼 중심 규제 정책에 머물러 있어 이같은 시장 상황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콘텐츠 사업자는 시장 변화에 따라 유통 경로를 다각화하는 반면, 플랫폼 사업자는 콘텐츠 독점을 희망해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약한 유료방송 사업자가 프로그램 사용료를 더 많이 지불하게 되면서 비용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기존의 독점 가치 기준 콘텐츠 대가산정 방식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이러한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콘텐츠 대가산정 체계를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콘텐츠 소비 데이터 기반 AI 분석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이는 △시청률 △시청자 선호도 △광고 수익 등을 토대로 요율을 자동 산정, 정부나 제3자가 검증하는 구조다. 산정 근거의 객관성을 확보함으로써 합리적인 대가 기준을 마련할 수 있다는 취지다. 예컨대 미국 FOX 등 주요 방송사들의 경우, 예측 AI와 생성 AI를 결합한 모델을 도입해 수백 건 분량의 재전송료 데이터를 자동 집계·분석한다. 이후 계약 조건에 따른 요율을 산정하고, 수익 흐름을 실시간 파악해 미지급 등 이슈를 탐지·조정한다. 다른 방안으로는 증분가격제(Incremental Pricing)가 제시됐다. 이는 콘텐츠의 독점 소비분에만 높은 대가를 적용하고, 중복 소비에 대해선 단가를 낮게 책정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협상력이 낮은 사업자들도 합리적으로 시장 경쟁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는 최근 진행된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 미디어 스터디에서 “검증 시스템 도입과 함께 소비자물가지수(CPI) 기준 연간 인상률 상한제·중재 제도 등을 도입해 협상 결렬에 대한 대비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재전송료·프로그램 사용료 등 산정 기준은 사업자마다 다른데, 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분쟁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대규모 해킹’ SKT “유심 무상 교체” 제시했지만 고객 불편 불가피

최근 대규모 데이터 해킹 사태로 물의를 빚은 SK텔레콤이 고객정보 보호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선 실효성 의문이 제기된다. 유심(USIM·가입자식별모듈)보호서비스는 여전히 해외 로밍 서비스와 함께 이용이 불가능한 데다 사고 원인 등이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술·서비스를 통해 추가 피해를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겠냐는 취지다. 사고 이후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유심 교체 수요가 높아지면서 일부 매장에선 재고 품귀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금융권을 중심으로 본인 인증 과정에서 SKT 휴대폰을 통한 인증을 막고 있어 고객 불편이 가중될 전망이다. 25일 통신·금융업계 등지에 따르면 SKT는 오는 28일부터 전국 티월드 매장에서 유심 무상 교체를 실시한다. 유심정보 불법 복제를 통한 금융자산 탈취 등 2차 피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데 대한 후속조치다. 유심은 모바일 기기에 꽂아 쓰는 작은 칩으로, 통신 가입자를 네트워크에서 식별·인증하는 역할을 한다. 휴대전화번호 및 통신 서비스 이용 권한 등 정보를 담고 있다. 앞서 SKT는 지난 19일 오후 11시쯤 해킹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관계당국과 경찰에 알렸다. 하지만 정확한 해킹 시점과 규모, 유출 정보의 종류, 2차 피해 발생 여부는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았다. 가입자가 2500만명에 달하는 만큼 피해 규모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치는 유심 교체를 희망하는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전국 티월드 매장과 공항 로밍센터에서 이뤄진다. 단, 18일 24시 기준 이동통신 가입자여야 하며 교체 횟수는 1회로 한정된다. 아울러 지난 사고 발생 이후 오는 27일 사이 자비로 유심을 교체한 고객에게도 소급 적용해 이미 납부한 비용에 대해선 별도 환급할 방침이다. SKT 통신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고객에게도 동일한 조치를 적용한다. 회사는 또 불법 복제 유심 인증 시도를 차단하는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최고 수준으로 격상 관리하는 한편, 유심복제를 방지하는 유심보호서비스도 무료 제공한다. 사측에 따르면 지난 22~24일 사이 유심보호서비스에 206만명이 신규 가입했다. 사측은 유심 교체를 근본 대책으로 보고 있다. 기술·서비스 결합을 통해선 유심 교체에 준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실효성 의문이 제기된다. 피해 규모 및 해킹 경로, 원인 등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기술 고도화만으로 추가 피해를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유심보호서비스의 경우 최소 이번달 말에서 다음달 초까지는 해외 로밍 서비스와 병행이 불가능해 고객 불편이 예상된다. 다음달 안으로 로밍 중에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조치가 완료될 때까지 시간이 다소 소요될 전망이어서 공백이 불가피하다. 특히 약 닷새 뒤인 다음달 1일부터 6일 사이 근로자의 날·어린이날 등 공휴일이 겹친 황금연휴를 앞두고 해외여행을 준비 중인 이들이 많은 만큼 불편을 호소하는 고객이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유심보호서비스도 안심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객이 신청하면 서비스가 가입 또는 취소되는 구조로, 악의를 가진 해커라면 임의로 서비스를 탈퇴한 뒤 유심 정보를 불법 복제할 수 있어서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취득한 정보를 토대로 대리점 혹은 직원을 통해 서비스를 탈퇴한 뒤 복제폰을 만들어 공격할 수 있어 서비스 가입만으론 부족하다"며 “이용자 스스로도 주요 사이트의 비밀번호를 교체하고, 2단계 인증을 활성화하는 것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심 교체로 걱정을 일부 덜어낼 수 있지만, 매장 내 재고 이슈가 변수다. 사전에 교체를 완료한 고객에게도 환급을 해 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매장을 찾는 발걸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번화가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위치한 매장의 경우, 이미 보유한 유심이 모두 소진된 곳도 있다. 이날 서울 내 티월드 매장 곳곳에서 '매장 내 유심카드가 모두 소진됐으니 다른 매장을 이용해 달라'는 내용의 안내문이 부착돼 있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입자수 기준으로 2300만~2400만장에 달하는 물량을 한 번에 공급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예약 신청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SKT 이용자 최모(55)씨는 “유심 교체를 위해 집 근처 매장을 벌써 두 곳 정도 방문했는데 재고가 모두 소진됐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다음주 연휴 동안 해외여행을 떠나는데 (유심을 교체하지 못하면) 이 기간엔 유심보호서비스를 탈퇴하고, 여행을 다녀온 후 재가입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고 말했다. 금융권이 SKT를 통한 개인 인증을 일시적으로 중단함에 따라 본인 인증 절차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KB라이프생명·NH농협생명은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SKT와 SKT 알뜰폰 인증을 제한키로 했다. 이에 따라 SKT 이용자는 휴대폰 외 다른 수단으로 대체 인증을 진행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공인인증서 등을 재발급해야 할 가능성도 있어 불편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매장별 혹은 시점별로 유심 수급 이슈가 발생할 순 있으나, 지속적으로 유심 재고를 확보 중"며 “재고가 부족한 일부 매장의 경우 예약 서비스를 이용해 순차적으로 유심을 교체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대규모 해킹 발생 일주일 만에 입 연 SKT…“유심 무료교체 등 조치”

최근 대규모 유심정보 해킹 사태로 물의를 빚은 SK텔레콤이 오는 28일부터 유심 무상 교체를 실시한다. 유심정보 불법 복제를 통한 개인정보 유출 및 금융자산 탈취 등 2차 사고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데 대한 후속조치다. 다만 사고 발생 원인 등이 파악되지 않은 만큼 이같은 조치들을 통해 추가 피해를 방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SK텔레콤은 25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SKT타워에서 언론 설명회를 열고 최근 발생한 대규모 유심정보 해킹 사태에 대해 해명했다. 앞서 SKT는 지난 19일 오후 11시쯤 해킹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관계당국과 경찰에 알렸다. 하지만 정확한 해킹 시점과 규모, 유출 정보의 종류, 2차 피해 발생 여부는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았다. 가입자가 2500만명에 달하는 만큼 피해 규모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측에 따르면 지난 22일~24일 사이 유심보호서비스에 3일 간 206만명이 신규 가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관련 안내 문자는 25일 기준 160만명의 고객에게 발송됐으며, 이날부터 일평균 500만명 이상의 고객에게 발송할 계획이다. 노인·아동·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에게는 고객센터 상담사가 전화를 통해 가입을 안내하고 있다. SKT는 오는 28일 오전 10시부터 자사 고객들에게 유심(eSIM 포함) 무료 교체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유심 교체를 희망하는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전국 티월드 매장과 공항 로밍센터에서 이뤄진다. 단, 18일 24시 기준 이동통신 가입자여야 하며 교체 횟수는 1회로 한정된다. 아울러 지난 19일부터 오는 27일 사이 자비로 유심을 교체한 고객에게도 소급 적용해 이미 납부한 비용에 대해서도 별도 환급할 방침이다. SKT 통신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고객에게도 동일한 조치를 적용한다. 시행 시기 및 방법 등은 각 알뜰폰 업체에서 추후 공지할 예정이다. 해외 로밍 요금제를 해지해야 유심보호이용서비스 가입이 가능한 상황에 대해선 다음달 안으로 로밍 중에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유영상 대표는 “SKT를 믿고 이용해주신 고객 여러분과 사회에 큰 불편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고에 대한 깊은 유감과 책임을 느끼고 있다. 보안 체계를 더 강화하고, 고객 정보 보호 강화 방안도 마련해 나가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고객들의 걱정을 한시라도 해소하고,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회사가 필요한 모든 서버와 시스템 보안 상태를 점검 중"이라며 “불법 복제 유심 인증 시도를 차단하는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최고 수준으로 격상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KT는 사고 발생 이후 현재까지 2차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FDS 기술 및 유심보호서비스가 추가 피해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선 서비스와 기술 간 결합을 통해 유심 교체에 준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입장이다. 이종훈 인프라전략본부장은 “악성코드 침해가 있던 것으로 파악된 서버 시스템은 네트워크에서 완전 격리했다. 사건 발생 이후 해커의 침입 흔적이나 불법으로 유심을 복제해 악용한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2차 전수조사를 통해 두 번, 세 번씩 점검하고 있다. 구체적 사고 원인과 경위 등은 민관 합동 조사단을 통해서 파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홍승태 고객가치혁신실장은 “피해 상황이나 규모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저희가 지금 취하는 조치는 최대 피해가 발생했을 것을 가정하고 취하는 행동으로 이해해 달라"고 첨언했다. 배병찬 MNO AT본부장은 “현재로썬 유심 교체가 근본 대책이라고 보고 있다. 추후 재발방지책 관련해선 민간합동조사단을 통해 나오는 조사 결과를 보고 수립해 나갈 계획"이라며 “고객들이 어떤 유심을 사용하고 있고, 향후 어떤 유심으로 교체할 것인지에 대한 변수도 있다. 공급업체와의 계약과도 연계돼 있다"고 말했다. 안내 문자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선 피해 규모 및 내용이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홍 실장은 “통상 이런 사고가 발생했을 때 고객들에게 문자를 한꺼번에 전송했을 때 본인이 피해자라는 오해를 할 수 있어 임시 보호 서비스와 같은 안전 조치를 안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현재 여러 가지 시스템 부하 등 이슈도 있기 때문에 가입자 전원에게 한 번에 전달하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어 순차적으로 발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김상철 한컴 회장 재판행…그룹 “관여한 적 없어” 선긋기

김상철 한글과컴퓨터(한컴) 회장이 90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그룹은 “해당 사업에 관여한 적 없다"며 선을 그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강성기)는 전날인 지난 23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김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 회장은 2021년 12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10개월 동안 회사가 소유한 가상자산 '아로와나 토큰'을 사업상 필요한 것처럼 위장해 매각했다. 또 이를 통해 취득한 96억원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무단 처분한 뒤 아들 명의로 이전하고 사적인 목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2019년 4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약 3년 동안 차명 주식 취득 목적으로 A계열사 자금 2억4000여만원을, 지인 허위 급여 목적으로 B계열사 자금 2억5000만원을 각각 임의 사용한 혐의(업무상 횡령)도 있다. 아로와나토큰은 한컴그룹 계열사인 블록체인 전문기업 한컴위드에서 지분을 투자한 암호화폐다. 2021년 4월 20일 상장한 지 30분 만에 최초 거래가 50원에서 5만3800원까지 1075배 치솟아 시세조작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아로와나토큰 발행 개수는 5억개였다. 이와 함께 가상자산의 실소유주가 한컴그룹 오너며,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재 아로와나토큰은 상장 폐지된 상태다. 한컴그룹은 이에 대해 “이번 기소는 김 회장 개인 사안으로, 그룹 차원에서 해당 사업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룹은 변성준·김연수 대표이사 명의로 낸 입장문을 통해 “검찰이 김 회장을 기소 결정한 것과 관련해서 주주, 투자자, 고객, 임직원을 비롯한 여러 이해관계자분께 송구스럽다"며 이같이 해명했다. 이어 “인공지능·클라우드 등 현재 추진 중인 사업과 세워놓은 계획들은 이번 사안과 무관하게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그룹 내 모든 경영진은 대내외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더 강한 책임감을 갖고 경영에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컬래버부터 신작까지…인기 애니와 손 잡는 게임업계

게임업계가 인기 애니메이션 지식재산권(IP) 협업을 넓히고 있다. 높은 인지도를 토대로 진입장벽을 낮추고, 기존 세계관을 확장해 신규 이용자를 유입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온라인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던전 앤 파이터와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이누야샤'의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한다. 주요 캐릭터들을 던파 전 직업군에 매칭해 싱크로율을 구현한 게 특징이다. 도트 그래픽으로 원작 감성을 정교하게 재현한 '이누야샤' 아바타 이미지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확산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특히 그동안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던 사례가 드물었던 만큼 기존 팬덤의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컴투스홀딩스는 오는 29일 방치형 RPG '소울 스트라이크'에 유명 애니메이션 '강철의 연금술사' 대규모 컬래버레이션 콘텐츠를 적용한다. 원작의 주요 등장인물들이 게임 속 동료 캐릭터로 등장하는 게 골자다. '연금술'이란 공통 테마를 토대로 양 콘텐츠의 세계관을 엮어낸 게 특징이다. 게임의 주요 요소인 손쉬운 조작과 빠른 성장, 핵앤슬래시 기반 전투에 맞춰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특징·개성을 반영한 화려한 고유 스킬을 구현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용자들의 관심을 반영해 각각의 스토리와 설정이 조화를 이루는 콘텐츠를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이른바 이용자 저변을 넓히기 위한 '두 마리 토끼' 전략으로 풀이된다. 기존 이용자들에게는 새로운 즐길 거리를 제공하면서 애니메이션 팬들을 신규 이용자로 유입시키는 방식이다. 게임의 장르적 특성과 애니메이션 IP 특성을 균형 있게 살리면서 두 작품의 세계관을 조화시키는 게 관건으로 꼽힌다. 앞서 언급된 두 애니메이션의 공통점은 2000년대 연재 당시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었고, 현재까지도 두터운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기 IP의 경우 팬덤 내 연령대가 다양해 이용자층을 폭넓게 확보할 수 있고, 구매력을 갖춘 팬층 또한 적잖아 매출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대중적 인지도 또한 높아 출시 초반 화제성을 모을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이러한 전략은 컬래버레이션뿐 아니라 신작 출시로도 확대되고 있다. NHN은 일본 기업 카도가와와 함께 인기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 IP 기반 신작 퍼즐 게임을 연내 글로벌 출시 목표로 개발 중이다. 카도카와가 IP 제공 및 일본 퍼블리싱을 담당하고, NHN이 게임 개발 및 일본을 제외한 글로벌 국가의 퍼블리싱을 담당한다. 컴투스 또한 일본 TV 애니메이션 '도원암귀' IP 기반의 게임을 제작 중이다. 스토리·캐릭터 특징 등 원작의 설정과 세계관을 담아내면서 게임 고유의 재미를 살린 RPG 장르로 개발될 전망이다. 3차원(3D) 모델링 아트와 고도의 기술로 원작 퀄리티를 완벽에 가깝게 재현할 계획이다. 글로벌 유저 편의성을 높인 모바일·PC 멀티 플랫폼으로 선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들도 IP 확장을 통해 글로벌 이용자 저변을 넓히고 있어 협력이 긍정적으로 검토되는 추세"라며 “게임과 애니메이션 팬층은 대부분 겹치는 경향이 있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신규 이용자 유입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신문협회, ‘뉴스 무단 이용’ 네이버 공정위 신고

한국신문협회가 네이버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협회는 24일 네이버가 자사 대규모 언어 모델(LLM) '하이퍼클로바' 및 '하이퍼클로바X' 개발·운영 과정에서 언론사의 핵심 자산인 뉴스 콘텐츠를 무단 학습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네이버가 관련 학습 데이터 내역 공개를 거부하고, 생성형 인공지능(AI) 검색 서비스에서 뉴스 콘텐츠를 부당 이용해 언론사의 저작권 및 권익을 침해했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네이버의 행위에 대해 “국내 검색 시장 및 온라인 뉴스 유통 시장에서의 시장지배적 지위와 언론사와의 뉴스 제휴 계약 관계에서 발생하는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결과"라며 공정거래법 제5조(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금지) 및 제45조(불공정 거래행위 금지)를 위반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이와 함께 △네이버의 불공정 행위 즉각 중단 및 시정조치 △AI 학습 데이터의 투명한 공개 △뉴스 콘텐츠 이용에 대한 공정한 대가 지급 기준 마련과 대가 지급 △AI 기술 발전과 언론이 상생하는 건강한 생태계 조성 등을 요구했다. 협회는 이번 신고가 개별 기업의 불공정 행위 시정을 넘어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과 언론 다양성 확보를 통해 민주주의 사회를 지키기 위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협회 측은 “거대 플랫폼 기업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는 단순히 개별 언론사의 피해를 넘어 정보를 제공해야 할 언론의 기능을 위축시키고 있다"며 “여론의 다양성을 저해함으로써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매우 크다"고 했다. 이어 “플랫폼 기업이 정당한 대가 없이 뉴스 콘텐츠를 무단 활용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동안 콘텐츠 생산자인 언론사는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는 결국 양질의 뉴스 생산 위축으로 이어져 사회 전체의 손실로 귀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의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지향은 “세계적으로도 언론사와 AI 개발사·디지털 플랫폼 간의 공정한 관계 정립을 위한 경쟁 당국의 조사나 관련 입법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네이버는 이에 대해 “2023년 관련 약관을 개정한 후 언론사의 동의 없이 뉴스콘텐츠를 AI 학습에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전에는 AI 학습에 뉴스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다는 근거 규정이 있었으나, AI와 AI 모델의 상업적 가치가 주목받으면서 해당 약관을 개정, 학습을 중단했다는 것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현안질의에서 “저희가 뉴스 관련 AI 기술을 언론사에 제공하고, 언론사는 저희에게 뉴스를 학습적으로 이용하는 권리를 주는 구조의 협약을 맺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통신사 개인정보 유출 사고 되풀이…보안 투자 비중은 ‘1% 미만’

최근 4년 동안 통신 3사의 정보보호 투자 비중이 1%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 경영의 우선순위를 선별하는 이중 중대성 평가 순위에서도 보안 이슈가 밀리거나 축소되는 등 관련 투자에 소극적이란 지적이다. 통신업계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면서 고객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해킹 수법이 고도화하고 있어 보안에 대한 적극 대응이 요구된다. 23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정보보호 공시 종합 포털'과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약 4년 동안 이들의 연간매출 중 정보보호 투자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소 0.33%에서 최대 0.46%로 파악된다. SKT는 2021년 0.33%에서 2022년 0.36%로 늘었다가 2023년 0.31%로 급감했다. 이 기간 정보보호 투자액은 627억원에서 550억원으로 12.28% 줄었다. 지난해 550억원으로 다시 늘리며 매출액 차지 비중도 0.33%로 회복했지만, 통신 3사 중 투자 규모가 가장 낮다. KT와 LGU+는 SKT와 달리 투자 규모를 꾸준히 늘려왔다. 과거 해킹 공격으로 수십만 건 이상의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된 전적이 있는 탓이다. KT는 2012년 830만명에 달하는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LG유플러스는 2023년 약 3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그러나 양사의 투자 비중은 연간매출의 1%를 밑돌았다. LGU+는 2021년 0.16%에서 2024년 0.43%로 2배 이상 늘었다. 재발 방지를 위해 투자 규모를 공격적으로 기존 대비 3배 이상 늘리겠다고 선언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KT는 0.39%에서 0.46%로 상승했다. 지난해 정보보호 투자액은 1228억원으로 3사 중 가장 높다. 다만 KISA의 정보보호 공시는 유·무선 사업의 분리 여부가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유선사업을 담당하는 SK브로드밴드(SKB)에 대한 정보보호 투자액을 합치면 △2020년 753억원 △2021년 861억원 △2022년 787억원 △2023년 867억원으로 투자 규모는 3사 중 두 번째가 된다. 이에 대해 SKT 관계자는 “KT·LGU+는 유·무선 사업을 모두 담당하지만, SKT는 무선사업만 담당하고 있다"며 “유선사업인 SKB에 대한 정보보호 투자액을 합쳐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통신 3사의 정보보호 투자 비중이 1%대를 밑도는 건 신사업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보안 이슈가 이중 중대성 평가 순위에서 밀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중 중대성 평가는 기업 활동으로 발생한 이슈가 사회·환경뿐 아니라 재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포괄적으로 살펴 그 해 경영에 가장 중요한 주제를 선정하는 작업이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 등 보안 이슈의 경우 고객 피해로 직결되는 만큼 중대 사안으로 꼽힌다. 통신 3사의 2020년~2023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살펴보면, LGU+를 제외하고 보안 이슈가 후순위로 밀리거나 비중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SKT의 경우 2022년까지 보안 이슈를 △개인정보 보호 △개인정보 관리 강화 등 별도 항목으로 3순위에 올려 왔으나, 2023년엔 신규 편입된 '서비스 품질 관리 및 책임'에 통합한 모습이다. 이는 △시스템 안정성 확보 △재난·안전사고 예방 시스템 구축 △유무선 네트워크 서비스 품질 제고 등을 포괄한다. 이 기간 함께 편입된 신규 이슈로는 △AI 기반 기술 및 서비스 혁신 △지배구조 건전성 및 투명성 강화 △자원순환 체계 강화 △상생협력 활동 강화 △네트워크 퀄리티 향상 등이 있다. AI 사업의 본격화와 함께 기후 온난화 대응 체계 구축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졌고, 동시에 5세대 이동통신(5G) 품질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져옴에 따라 우선순위로 배치된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KT는 보안 관련 이슈를 2020년 2순위에서 2021년 4순위, 2022년 10순위, 2023년 8순위로 배치했다. SKT와 유사하게 △네트워크 안정성 확보 △디지털 플랫폼 기업전환을 통한 경쟁력 강화 △미래 기술 기반 기업 경쟁력 강화 △AI 혁신을 통한 기업경쟁력 강화 △기후변화 대응 등이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LGU+는 2022년 보안 이슈를 5순위에 배치했다가 사고 이후인 2023년에는 2순위로 올렸다. 결론적으로 지난 19일 발생한 SKT의 고객 유심(USIM) 정보 유출 사고는 정보보호 투자 규모를 축소해온 데 따른 결과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최근 10년 동안 해킹 공격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안일함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유심은 모바일 기기에 꽂아 쓰는 작은 칩으로, 통신 가입자를 네트워크에서 식별·인증하는 역할을 한다. 휴대전화번호 및 통신 서비스 이용 권한 등 정보를 담고 있다. 현재까지 구체적인 피해 규모나 개인정보 악용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일각에선 탈취자가 가입자의 유심을 무단 복제하거나 바꿔치기한 뒤 가상자산 등을 털어가는 '심 스와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SKT는 이에 대한 우려를 덜 수 있도록 '유심보호서비스' 안내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최근엔 AI·클라우드 등 기술 발전에 따라 고도화된 해킹 수법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관련 투자 확대 및 위험 관리 체계 정교성 향상 필요성이 커질 전망이다. 보안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사는 보안 수준이 높은 축에 속하는데, 이를 뚫었다는 점에서 고도화된 기술이 악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으로 사고 발생 후 대응 체계를 마련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데 선제적으로 투자 규모를 늘려 최신 동향에 지속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기자의 눈] 나으리, 답은 현장에 있습니다

막내기자 시절 작성했던 칼럼을 뒤적이다 '우문현답'이란 단어가 훅 들어왔다. '어리석은 질문에 대한 현명한 답(愚問賢答)'이란 뜻을 지닌 성어를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사행시로 재해석한 것이다. 이는 국민 여론을 반영한 정책을 수립하겠단 의지를 함축한다. 그날따라 유독 네 글자가 눈에 밟힌 건 최근 두 차례에 걸친 국회의 기업 방문 행보에서 느꼈을 산업계의 실망감과 무관치 않다. 현장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의례적으로 쓰이는 역두문자어조차 공염불이 될 수 있단 우려가 적잖아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인공지능(AI) 기술 현주소를 살펴보겠다며 올 상반기 네이버·LG유플러스를 잇따라 찾았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 파동 이후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 요구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밑그림에 그쳤던 AI가 국가 의제로 부상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골든타임'만은 놓치지 않을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러나 인원 구성을 본 후 반응은 다시 냉담해졌다. 현장을 찾은 과방위원의 절반 이상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탓이다. 물론 조국혁신당·국민의힘 위원들도 각 1명씩 참석했지만 '보여주기식'이란 비판을 피할 순 없었다. 이를 인지했는지 한 위원은 최근 “기업을 직접 찾는 것도 좋겠지만, 줌(ZOOM)으로 진행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기업 입장에선 현장 세팅을 위해 전사 인력이 동원돼 번거롭고, 과방위 역시 모든 구성원의 일정이 빈 시간대를 맞추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업무효율과 실용성을 높이는 측면에선 일견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진정성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진 의문이다. 기술 개발 여건이나 발전 속도는 서비스를 직접 써 봐야, 업계 애로사항은 현장 종사자들과 눈을 마주보고 소통해야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향후 제정될 법·제도에 대한 신뢰·정당성 확보로 귀결된다. 그래서일까. 과방위는 기업 방문 때마다 전방위 지원사격에 나서겠다고 강조했지만 산업 진흥 전략 방향성은 안갯속이다.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약 경쟁이 한창인 정치권의 상황과도 다르지 않다. 여야 예비후보들이 표심잡기를 위해 저마다 AI를 1호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로드맵·투자 방식 등은 구체화되지 않아 내실이 부족하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많은 기업이 정치·행정가의 갑작스러운 발걸음을 반기는 건 업계 목소리를 한 마디라도 더 경청하고, 시의적절한 정책을 마련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다. 이미 두세 걸음 늦은 AI 산업의 발전을 앞당길 근본 해법을 도출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4년 전 비슷한 주제로 쓴 막내기자의 칼럼은 이렇게 끝맺음한다. “공약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설계도를 촘촘히 짜기 위해 필요한 걸 찾는 데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답은 현장에 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한한령 완화 기대에도 미지근한 게임주…변수는 콘솔?

중국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게임주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모양새다. 국산 게임의 현지 모바일 시장 성과가 부진했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 현지 이용자 유입이 높아지고 있는 콘솔 시장에서의 성과가 향후 주가 흐름을 판가름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1시 기준 국내 주요 게임 종목으로 구성된 KRX 게임 TOP 10 지수는 594.06점으로 집계됐다. 한한령 해제 가능성이 제기된 지난 2월 20일 종가(644.44점) 대비 약 7.82% 하락한 수치다. 지수에 포함된 종목들도 대체로 부진한 모습이다. 올해 2~4월 사이 주요 게임사들의 주가 변동 흐름을 살펴보면 △넥슨게임즈(1만4190원→1만2680원) △넷마블(4만7300원→4만2700원) △엔씨소프트(17만8200원→13만5400원) △카카오게임즈(1만6440원→1만3450원) △위메이드(4만2500원→2만8300원) △시프트업(6만3600원→5만3900원) 등 전반적으로 10~40%포인트(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한한령 전면 해제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커지며 주요 수혜주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지만, 주가에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임과 함께 지목된 엔터테인먼트·미디어·화장품 등 업종들이 상승 흐름을 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업계 안팎에선 국내 게임사의 중국 진출과 관련, 실질적 이익에 대한 의문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현지 시장에서 게임을 유통할 수 있는 권한인 외자판호(版號) 발급량이 증가해 왔지만, 이 기간 동안 출시된 한국 모바일 게임의 성과가 시장 예상치를 하회한 점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판호 발급이 재개된 시점부터 한한령 해제 조짐이 보였던 것과 맞물려 시장 기대치가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2017년 이후 중국 국가신문출판부(NPPA)의 한국 게임 외자판호 발급 현황을 살펴보면 △2017년 1건 △2020년 1건 △2021년 2건에서 △2022년 8건 △2023년 9건 △2024년 11건 등으로 증가해 왔다. 특히 지난해 판호 발급량은 201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과거 국산 게임이 중국 시장 매출을 싹쓸이하며 판호 발급 때마다 주가가 요동쳤던 반면, 몇 년 새 중국 등 해외 게임사 대비 경쟁력이 밀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게임주가 미지근한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4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산 게임 수출액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40.6%에서 2023년 25.5%로 4년새 약 15%p가량 감소했다. 이 사이 중국 게임사들이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워 국내 안방 장악력을 강화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10권에 △붕괴: 스타레일(호요버스·3위) △화이트 아웃 서바이벌(센츄리게임즈·5위) △라스트 워(퍼스트펀·6위) △인페르노 나인(레니우 게임즈·7위) △로얄 매치(드림 게임즈·9위) 등 5개 게임이 포진해 있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중국에 게임을 출시하면 매출을 거둘 수 있다는 '성공 방정식'이 있었기에 판호 발급 이슈만으로도 주가가 굉장히 크게 움직였다"며 “최근엔 중국 게임사의 개발력이 올라오면서 현지 이용자들의 눈높이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향후 주가 방향성을 좌우할 변수로는 중국 콘솔 시장에서의 흥행 여부가 꼽힌다. 글로벌 게임 시장 판도가 모바일에서 PC·콘솔로 옮겨감에 따라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어서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밸브의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Steam) 내 설정 언어 1위는 중국어가 33.7%로 차지한 가운데 올해 2월 기준 50.1%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현지 매출 규모는 44억8800만위안(약 8883억원)으로 전년보다 55.1% 급성장했다. 현지 이용자 유입이 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 게임업계 성과도 두드러지는 추세다. 앞서 네오위즈의 'P의 거짓'과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가 각각 글로벌 시장 판매량 200만장,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가 누적 500만장을 기록하며 경쟁력을 입증한 상태다. 결국 게임성 향상과 함께 과거 성패 사례를 분석해 현지 진출 전략을 촘촘히 설계하는 게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속보] SKT 유심 관련 정보 유출 정황…“피해 사례 아직 없어”

SK텔레콤이 해킹 공격을 받아 유심 관련 일부 정보가 유출, 관계당국에 피해 사실을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22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SKT는 지난 19일 오후 11시쯤 사내 시스템에 대한 해킹 공격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원인은 해커에 의한 악성코드로 추정된다. 다만 아직까지 고객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는 유출 사실을 인지한 직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피해 사실을 신고한 후 악성코드 삭제 및 해킹 의심 장비를 격리 조치했다고 밝혔다. SKT 관계자는 “전체 시스템 전수 조사와 함께 불법 유심 기변 및 비정상 인증 시도 차단을 강화했다"며 “추가 안전 조치를 원하는 고객에게는 '유심보호서비스(무료)' 가입을 제공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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