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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현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김나현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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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유출 과징금 매출 10%…감경 기준은 ‘없다’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 상한이 11일부터 전체 매출액의 10%로 높아졌다. 사전 예방 투자에는 최대 40% 감경 혜택을 주지만, 실제 감경 폭을 가를 항목별 정량 배점은 두지 않았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당분간 기업별 투자 수준과 보호체계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감경 폭을 정하고, 관련 데이터가 쌓이면 업종별 투자 수준을 비교할 계획이다. 11일 개보위에 따르면, 과징금 제도를 개편한 개정 개인정보 보호법과 시행령이 이날부터 시행된다. 고의나 중과실로 3년 이내 위반행위를 반복하거나 1000만명 이상의 대규모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경우 등에 전체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제재 수위를 높이는 대신 사전 예방 노력을 과징금 감경에 반영한다. 개인정보 유출에는 책임을 강화하고 예방 노력에는 혜택을 주는 이른바 '당근과 채찍' 방식이다. 개보위는 기업의 개인정보 보호 투자와 보호체계 운영 수준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과징금 부과 기준금액의 최대 40%를 감경한다. 투자 규모와 지속성, CEO와 CPO의 역할, 법적 의무를 넘어선 추가 안전조치 등이 주요 평가 대상이다. 감경 여부는 원칙적으로 위반행위가 발생하기 전 3개 사업연도의 투자와 예방 조치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다만 고의 또는 중과실로 발생한 위반행위는 투자감경 대상에서 제외한다. 문제는 각 요소가 실제 감경률에 얼마나 반영되는지를 보여주는 정량적 배점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개보위가 마련한 '과징금 투자 감경제도 안내서'에는 IT 투자액 대비 개인정보 보호 투자예산 비율, 개인정보 보호 투자금액 증가율과 집행 내역, 매출액 대비 개인정보 보호 투자 규모 등이 지표로 제시됐다. CEO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관심과 실천 의지, CPO의 전문성과 실질적인 권한, 전담인력의 전문성 등도 평가한다. 일정 수준 이상 투자하면 몇 %를 감경하는 식의 항목별 배점이나 가중치는 정하지 않았다. 개보위 관계자는 “기업별 성격이나 규모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개별적인 퍼센티지나 비중을 다 매뉴얼화해 놓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기업마다 규모와 업종, 처리하는 개인정보의 양과 성격이 다른 만큼 단순 투자액만으로 개인정보 보호 수준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개보위의 설명이다. 투자 규모뿐 아니라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졌는지, 실제 개인정보 보호체계를 어떻게 구축하고 운영했는지 등을 함께 살펴 감경 수준을 결정한다. 업종별 투자 수준을 비교할 데이터도 아직 충분하지 않다. 현재 정보보호 공시 대상 기관은 700~800개 수준이다. 개보위는 향후 공시 대상이 2000개 이상으로 확대되면 업종별 적정 투자 규모와 평균치, 최대치, 최하치 등을 비교할 수 있는 데이터가 축적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개보위의 투자감경 안내서도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비교는 향후 정보보호 공시제도 개선 등을 토대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명시했다. 개보위 관계자는 “현재는 주로 대기업이나 특정 업종으로 묶여 있어 데이터가 보편화돼 있지 않다"며 “1~2년 정도 시행하면 수치가 나오고 업종별 평균도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량적 배점 기준을 두지 않는 대신 감경 판단을 위한 별도 절차도 마련한다. 개보위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조사와 별도로 기업이 사고 발생 전 예방적 투자를 얼마나 했는지를 판단하는 '투자감경 전문위원회'를 올해 하반기 중 구성할 계획이다. 과징금과 투자감경 제도는 이날부터 시행됐지만 기업이 실제 감경 폭을 사전에 가늠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업종별 비교 데이터가 축적되기 전까지는 투자 규모 등 정량적 요소와 개인정보 보호체계 수준 등 정성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감경 수준을 결정하게 된다. 사고 발생 이후 대응에 대한 감경도 강화됐다. 사고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유출 사고를 조기에 탐지해 신속하게 신고와 통지를 하거나 피해 확산 방지 조치를 이행한 경우 최대 40%까지 감경한다. 반대로 신고와 통지를 법정기한 내 이행하지 않고 피해 확산 방지 조치도 하지 않으면 최대 30%까지 가중한다. 개보위는 제재 강화와 감경 확대를 병행해 기업의 개인정보 보호체계를 사후 처벌에서 사전 예방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송경희 개보위 위원장은 “이번 개정법령 시행을 계기로 사전예방 중심의 개인정보 보호, 강화된 안전관리 체계가 확립되고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투자를 '비용'이 아니라 고객 신뢰 확보와 기업 이익 확대를 위한 '선제적 투자'로 인식이 전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AI 몸값은 치솟는데…지분 버리고 떠나는 ‘AI 두뇌들’

인공지능(AI) 핵심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수천만달러 규모의 보상이 오가는 상황에서 받을 지분까지 포기하고 회사를 떠나는 연구자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기업 간 AI 개발 경쟁이 빨라지는 데 비해 이를 통제할 안전장치는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최근에는 현직 AI 안전 연구 책임자까지 향후 10년 내 AI가 인류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10일 외신 등에 따르면, 앤트로픽 연구원 제이컵 콕슨은 최근 회사를 떠났다. OpenAI와 앤트로픽에서 지난 3년간 AI 모델 개발에 참여한 그는 보유 지분의 베스팅(권리 확정)을 불과 두 달 앞두고 퇴사를 결정했다. 콕슨은 퇴사와 함께 OpenAI와 앤트로픽을 공개 비판했다. 그는 “두 회사 모두 책임감 있게 행동하지 않고 있다"며 “스스로를 개선하는 초지능을 향해 곧장 달려가며 우리의 목숨을 걸고 도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년 말에는 상황이 이미 통제 불능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콕슨은 두 회사가 AI의 위험을 바라보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고 했다. OpenAI에는 AI가 가져올 문명적 위험을 충분히 체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지만, 앤트로픽은 위험성을 알고도 다른 기업보다 먼저 초지능에 도달해야 한다는 경쟁에 묶여 있다는 주장이다. 더 강한 발언은 앤트로픽 현직 책임자에게서 나왔다. AI가 인간의 의도와 목표에 맞게 작동하도록 연구하는 에번 휴빙거 정렬과학 총괄은 콕슨의 경고에 동조하며 “AI가 향후 10년 안에 모든 인간을 죽일 가능성은 10%가 넘는다고 본다"고 밝혔다. 휴빙거는 “앤트로픽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초지능의 정렬 문제를 해결할 계획을 아직 갖고 있지 않으며 해결 궤도에 올랐다고 말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다만 현재 AI 모델 자체의 위험을 높게 본 것은 아니다. 그가 우려하는 것은 AI가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끌어올리는 '재귀적 자기 개선'을 거쳐 초지능으로 빠르게 발전하는 상황이다. AI 모델의 성능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OpenAI의 프런티어 모델 'GPT-6 아스트라'는 최근 사람과 자동화 프로그램을 구별하는 캡차(CAPTCHA) 방식의 게임 '나는 로봇이 아닙니다' 48단계를 모두 통과했다. 단순 이미지 식별뿐 아니라 공간을 판단하고 화면 속 대상을 직접 조작해야 하는 과제까지 수행했다. AI 개발사 내부에서도 성능 향상 속도를 안전 기술이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야쿠프 파호츠키 OpenAI 최고과학자는 지난 6일 “기계 지능이 계속 급속도로 발전할 경우 초래될 결과에 아무도 대비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파호츠키는 현재 어떤 AI 연구소도 최고 속도로 개발을 계속할 만큼 AI 정렬과 모니터링 문제를 충분히 해결하지 못했다고 했다. 경쟁사보다 먼저 고성능 AI를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도 안전 문제를 풀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았다. AI 안전 문제를 제기하며 회사를 떠난 연구자는 콕슨뿐만이 아니다. 2024년 OpenAI 초정렬(Superalignment)팀 공동책임자였던 얀 라이케는 퇴사하면서 “지난 몇 년간 안전 문화와 절차가 화려한 제품에 밀려 뒷전으로 밀렸다"고 비판했다. 초정렬팀은 고도화된 AI를 인간의 의도에 맞게 통제하는 기술을 연구하던 조직이다. 같은 해 OpenAI에서 AI 거버넌스를 연구한 대니얼 코코타일로도 회사를 떠났다. 그는 회사에 대한 비판을 제한하는 조항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약 200만달러 상당의 지분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I 기업 내부자가 경제적 불이익 없이 위험성을 외부에 알릴 수 있어야 한다는 'Right to Warn' 공개서한에도 참여했다. 이들의 선택은 AI 업계의 인재 쟁탈전과 대비된다. OpenAI와 메타, 구글, 앤트로픽 등은 핵심 연구자를 확보하기 위해 고액 연봉에 지분과 성과급을 더한 보상 패키지를 내걸고 있다. AI 모델을 직접 설계하고 학습시킨 경험을 가진 연구자가 많지 않아 이들을 데려오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지난해 메타가 슈퍼인텔리전스 연구조직을 꾸리면서 인재 확보전은 더 달아올랐다. 샘 올트먼 OpenAI 최고경영자(CEO)는 당시 메타가 일부 OpenAI 직원에게 1억달러 규모의 보상 패키지를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거액의 보상을 뒤로하고 회사를 떠난 연구자들이 지목한 문제는 AI 기업 간 속도 경쟁이다. 한 회사가 안전성 검증을 위해 개발이나 출시를 늦춰도 경쟁사가 함께 속도를 늦춘다는 보장이 없다. 고성능 모델을 먼저 내놓은 기업이 이용자와 개발자, 기업 고객을 확보하는 데 유리한 만큼 안전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일수록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나온 '국제 AI 안전 보고서 2026'도 같은 문제를 짚었다. 30여개국과 국제기구가 참여하고 100명 이상의 전문가가 작성·검토한 보고서는 기업 간 경쟁이 AI 개발 속도와 안전 사이의 충돌을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안전과 위험 완화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기업이 개발 속도를 우선하는 경쟁사보다 불리해질 수 있다고 봤다. 안전성 검증을 위해 모델 출시를 늦추면 시장을 먼저 차지할 기회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네이버제트 결국 파업…노조, 단계적 투쟁 예고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 노동조합이 임금 동결에 반발해 첫 파업에 돌입했다. 네이버 그룹 계열사에서 실제 파업이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는 이달 전일 파업에 이어 다음 달 최대 닷새간 파업을 예고하며 사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9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네이버지회(공동성명) 소속 네이버제트 조합원들은 이날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4시간 동안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조합원들은 경기 성남시 네이버 제2사옥 '1784'에서 집회를 열고 인근을 행진했다. 노사 갈등의 핵심은 임금 인상률이다. 사측은 경영난을 이유로 올해 임금 동결을 제시한 반면 노조는 네이버와 스노우에 적용된 것과 동일한 5.3%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는 올해 임금 교섭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두 차례 조정 끝에 지난 7월 24일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고, 이후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투표율 88.6%, 찬성률 98%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노조는 이날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투쟁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일 방침이다. 사측이 수용 가능한 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오는 23일 전일 파업에 나선 뒤 다음 달 18일부터 최대 닷새간 파업을 벌일 계획이다. 이후에도 교섭에 진전이 없으면 전면 파업까지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오세윤 네이버 노조 지회장은 “연봉 동결을 철회하고 네이버나 스노우와 똑같은 5.3% 인상률을 보장하라"며 김창욱 네이버제트 대표가 직접 교섭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이번 임금 갈등의 책임을 경영진에 돌리고 있다. 회사의 경영 실패에 따른 부담을 임금 동결을 통해 구성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네이버제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49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노조는 네이버 본사가 계열사 근로조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며 통합교섭도 요구하고 있다. 네이버 측은 다른 자회사의 근로조건을 결정할 위치에 있지 않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통합교섭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등 법적 대응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네이버제트 측은 “회사의 경영 사정으로 인해 노조가 요구하는 5.3% 인상안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한 현실적인 교섭 의지가 있다면 언제든 노조와 성실하게 교섭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시행 전부터 ‘혼란 불가피’…두 달 만에 삐걱대는 ‘가짜뉴스법’

허위조작정보 판단과 대응을 플랫폼 자율에 맡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법 시행 두 달 만에 감독 권한 부족을 문제로 꺼내 들었다. 법 적용 대상 9곳 중 8곳이 운영 현황 자료를 제출하지 않자, 강제 수단이 없다며 입법 보완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방미통위는 해당 기업들로부터 시행 초기라 자료 정리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답변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첫 운영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별도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이를 강제할 권한까지 거론하는 것이 자율규제를 전제로 한 제도 취지와 맞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9곳 중 8곳 미제출…“강제할 수단 없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방미통위는 최근 구글, 메타, X, 틱톡, 네이버, 카카오, 네이트, 에이엑스지, 디시인사이드 등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9곳에 허위조작정보 신고와 처리 등에 관한 자율정책 및 운영 현황 자료를 요청했다. 제출한 곳은 디시인사이드 한 곳뿐이다. 앞서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 시행 이후 두 달이 넘도록 거대 플랫폼들이 법에서 요구하는 체계를 갖췄는지, 실제로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조차 감독기관이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은 “자율 운영 체계에 대해서 감독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취약하다"며 “보고서를 받고 그것과 관련해 조사를 할 수 있는 정도"라고 답했다. 이어 “자료 제출을 하지 않을 때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지금 미비한 상태"라며 “향후 입법적 보완이 필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8개 사업자가 법에서 정한 자료 제출 의무를 어긴 것은 아니다.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대상 사업자가 허위조작정보 신고와 처리 등 운영 현황을 6개월마다 공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7월 법이 시행된 만큼 아직 첫 공표 시점도 오지 않았다. 방미통위가 이번에 요구한 것은 법정 정기 공표와 별개의 자료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관리감독 차원에서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도 있고 국회 등 외부에서 요구가 굉장히 많이 들어온다"며 “국회 요구 자료가 들어오면 투명성 보고서로만 갈음할 수 없기 때문에 각 업체에 현재 진행 상황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 '미제출' 부각됐지만…사유 이미 받아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사업자들이 별다른 설명 없이 요청에 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방미통위는 대부분의 사업자로부터 미제출 사유에 대한 답변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대부분의 사업자들이 법 시행 초기라 자료를 정리하는 데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릴 것이라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밝혔다. 업계 역시 법에서 정한 6개월 단위 공표에 맞춰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6개월에 한 번씩 관련 현황을 공표하도록 돼 있어 사업자들도 이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며 “현재는 법 시행 초기이고 관련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신고가 접수됐다고 곧바로 처리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일부 사업자는 신고 요건을 확인한 뒤 별도 판단이 필요한 사안을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등 자율규제기구와 연계해 심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에서 우선 신고 요건이 갖춰졌는지 등을 확인한 뒤 판단이 필요한 사안은 자율규제기구와 협력해 심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심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관련 현황을 바로 정리해 제출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했다. ◇ 시행 전 우려 그대로…현장선 '판단 고심' 법 시행 전부터 업계에서는 무엇이 허위조작정보인지 플랫폼이 직접 판단해야 하는 구조 자체가 부담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시행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사안마다 사실관계와 맥락이 달라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시행 전부터 제기됐던 판단 기준의 부담은 실제 운영 단계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방미통위마저 시행 두 달 만에 자율 운영 체계를 감독할 법적 근거가 취약하다고 밝히면서, 이번에는 판단 기준을 넘어 제도를 관리·감독하는 방식 자체가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어디까지를 가짜뉴스나 허위조작정보로 볼 것인지, 그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며 “판단하기 어려운 사안은 자율규제기구와 협력해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KT, AI 셋톱박스 A2 출시…케어서비스 가입 시 월 5500원

KT가 인공지능(AI)으로 콘텐츠를 찾고 화질과 자막, 음향까지 자동으로 조정하는 새 셋톱박스를 내놨다. 케어서비스에 가입하면 3년 약정 기준 월 55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KT는 9일 '지니 TV 셋톱박스 A2'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 AI 에이전트를 탑재해 콘텐츠 검색부터 시청 환경 최적화까지 AI 기능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용자가 정확한 콘텐츠 제목을 몰라도 내용이나 출연자, 분위기 등을 말하면 AI가 해당 콘텐츠를 찾아준다. 시청 도중 궁금한 내용도 음성으로 물어볼 수 있다. 일상 대화를 명령어로 잘못 인식하는 경우를 줄이는 등 음성 인식 기능도 개선했다. 화질과 자막에도 AI를 적용했다. AI SR(Super Resolution) 기술을 통해 저해상도 콘텐츠 화질을 최대 4K UHD 수준으로 개선한다. 'AI 실시간 자막' 기능은 실시간 채널의 방송 음성을 자막으로 제공한다. 음향도 콘텐츠에 맞춰 자동 조정한다. 음악과 스포츠, 영화 등 장르에 따라 사운드를 최적화하고 영화와 드라마, 뉴스에서는 음성 대역폭을 감지해 대사가 또렷하게 들리도록 조정한다. 실시간 채널과 VOD,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이의 볼륨 차이도 자동으로 맞춘다. A2는 가로와 세로 각각 120㎜, 두께 30㎜, 무게 186g의 원형 디자인으로 제작됐다. 안드로이드 TV 14 플랫폼을 탑재해 다양한 OTT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일반 월 임대료는 3년 약정 기준 7700원이다. 셋톱박스 임대가 포함된 케어서비스에 가입하면 월 5500원으로 낮아진다. 일반 임대와 비교하면 월 2200원, 3년간 총 7만9200원을 아낄 수 있다. 케어서비스 가입 후 5년 이상 이용한 고객이 노후 셋톱박스를 신형으로 교체하면 출동비를 한 차례 면제한다. 가입 후 3개월 이상 지난 고객이 셋톱박스나 리모컨 파손으로 교체할 경우에는 최초 1회 고객 부담금을 전액 지원한다. A2는 신규 가입자뿐 아니라 기존 지니 TV 고객도 단말을 변경해 이용할 수 있다. 고객이 직접 설치할 수 있는 셀프 개통도 지원한다. 윤진현 KT 미디어기술본부장 상무는 “고객에게 필요한 핵심 기능과 AI 기반의 편리한 시청 경험을 콤팩트한 디자인에 담고 이용 부담까지 낮춘 단말"이라며 “앞으로도 고객이 원하는 콘텐츠를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지니 TV 전반의 고객 경험을 지속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OTT에 AI 구독까지”…통신3사, ‘고가요금제 지키기’ 총력전

통신3사가 인공지능(AI) 구독 혜택을 강화하고 있다. 저가 요금제와 알뜰폰까지 데이터 혜택이 확대되면서 데이터 제공량 대신 AI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구독 서비스를 요금제 차별화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와 LG유플러스는 이달 1일부터 자사 망을 사용하는 일부 알뜰폰 요금제에 데이터안심옵션(QoS)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27일부터 일부 알뜰폰 요금제에 QoS를 우선 적용했다. QoS는 기본 제공 데이터를 모두 사용한 뒤에도 일정 속도로 데이터를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통신3사는 앞서 5G와 LTE 통합요금제를 도입하면서 2만원대 요금제를 내놓고 QoS 적용 범위도 넓혔다. 알뜰폰까지 QoS 적용 대상에 포함되면서 저가 요금제의 데이터 이용 여건은 한층 개선됐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을 비롯해 저가 요금제의 데이터 이용 여건이 계속 좋아지면서 데이터 제공량만으로 차별화하기는 과거보다 어려워진 게 사실"이라며 “통신사들도 차별점을 강화하기 위해 AI나 OTT 등 구독 서비스와의 제휴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데이터 대신 구독 혜택…AI 앞세운 통신3사 통신3사가 최근 구독 혜택 가운데 힘을 싣고 있는 분야는 AI다. SK텔레콤은 5G와 LTE 통합요금제인 '베스트'에 AI와 OTT 혜택을 결합했다. 월 11만9000원 '베스트 Pro'와 월 12만9000원 '베스트 Max' 등 상위 요금제에서 구글 AI를 비롯한 구독 혜택을 제공한다. KT도 월 9만~13만원대 '초이스' 요금제를 중심으로 구글 AI를 결합했다. '초이스 Google AI Plus'는 Google AI Plus 400GB를 기본 제공한다. 추가 요금을 내면 저장공간과 이용 한도가 더 큰 상품으로 변경할 수 있다. 월 12만원 요금제에서는 유튜브 프리미엄과 Google AI Plus를 함께 제공한다. LG유플러스는 플러스플랜에서 Google AI Pro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온라인 전용 '너겟' 요금제에서도 AI 서비스를 연계해 이용할 수 있다. AI 혜택을 상위 요금제에만 한정하지 않고 요금제와 구독 서비스를 함께 묶는 방식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구독 플랫폼 '유독'을 통한 AI 상품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유독은 LG유플러스 고객뿐 아니라 다른 통신사 고객도 가입할 수 있다. LG유플러스 고객이 통신 요금제와 유독을 연계할 경우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이용하는 요금제에 따라 지원되는 금액에 차이가 있다. 최근에는 '유독 Pick'을 개편해 AI 혜택을 늘렸다. 학술과 전문검색 AI '라이너', 영상편집 AI '키네마스터', 여러 생성형 AI를 이용할 수 있는 '우수AI' 등 특화 AI 8종을 추가 혜택으로 넣었다. 유독에서 제공하는 AI 구독상품은 총 10종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지난해 구독 Pick AI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실제로 많은 고객이 이용했고 이를 바탕으로 이번 개편을 진행하게 됐다"며 “이번에는 AI뿐 아니라 라이프 혜택까지 선택할 수 있도록 고객 선택의 폭을 넓혔다"고 말했다. ◇ AI 이용률 31.6%…OTT 다음은 AI AI 구독을 찾는 소비자층도 넓어지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국내 생성형 AI 이용률은 2024년 13.7%에서 지난해 31.6%로 17.9%포인트 상승했다. 2024년부터 생성형 AI를 계속 이용한 '지속 이용자' 가운데 유료 서비스를 이용한 비율도 14.0%에서 19.5%로 높아졌다. 통신사들은 그동안 넷플릭스와 유튜브 프리미엄 등 OTT를 요금제에 묶어 가입자를 끌어왔다. 최근에는 생성형 AI까지 구독 혜택에 추가하며 선택지를 늘리고 있다. OTT 혜택이 요금제 선택에 미치는 영향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KISDI의 '2025년도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결과를 보면, OTT 혜택이 포함된 이동통신 요금제 이용자의 43.8%가 해당 혜택이 통신사 선택에 영향을 받았다. 또 55.4%는 적은 데이터 제공량을 원했지만, OTT 혜택을 받기 위해 데이터 제공량이 많은 요금제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AI 구독은 당장 수익을 내기 위한 사업이라기보다 고객 혜택을 늘리고 통신 서비스의 차별점을 만드는 측면이 크다"며 “AI 이용자가 늘고 있는 만큼 OTT처럼 통신사나 요금제를 선택하는 데 영향을 주는 혜택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최적요금제 온다…AI 번들링 변수 오는 10월 시행되는 '최적요금제 고지'도 통신사 요금제 전략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제도가 시행되면 통신사는 가입자의 실제 이용량을 토대로 적합한 요금제를 주기적으로 안내해야 한다. 데이터 사용량이 적은 가입자에게는 현재보다 저렴한 요금제가 안내될 수 있다. 최적요금제를 산정할 때는 데이터 이용량과 월정액뿐 아니라 가입자가 받고 있는 부가혜택도 함께 고려한다. OTT 이용권과 결합할인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보다 저렴한 요금제가 있더라도 기존 요금제의 부가혜택을 포함해 이용자에게 유리한 요금제를 함께 비교하는 방식이다. 통신3사가 AI와 OTT 등 유료 구독 서비스를 요금제에 결합하고 있는 만큼 이들 부가혜택도 요금제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저가 요금제와 알뜰폰까지 데이터 이용 여건이 개선되면서 데이터 제공량 외에 어떤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지가 요금제별 차이로 남는다. 증권가에서도 AI 구독 결합에 주목하고 있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과소 사용 중인 가입자의 적정 요금제 전환을 유도하는 업셀링(상위 요금제로 전환을 유도하는 전략) 경로도 열린다"며 “월 2만~3만원 수준의 AI 서비스는 번들링 혜택을 중시하는 가입자의 업셀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에릭슨 “네트워크에 AI 입힌다”…AI-RAN과 ISAC으로 6G 준비

에릭슨 코리아가 통신망에 AI를 입히고 센싱 기능까지 더한다. AI-RAN과 ISAC을 기반으로 5G 네트워크를 고도화하고 AI 네이티브 6G로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에릭슨 코리아는 1일 서울에서 'Ericsson Innovation Day 2026 Korea' 미디어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AI 시대 네트워크 진화 방향을 공개했다. 에릭슨은 스웨덴에 본사를 둔 글로벌 통신장비 기업으로, 85개국 206개 상용 5G 네트워크에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 SK텔레콤과 정부 주도 '하이퍼 AI 네트워크' 실증사업에 참여해 AI-RAN 선도망 구축과 피지컬 AI 서비스 검증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 에릭슨이 강조한 것은 'AI를 위한 네트워크'와 '네트워크를 위한 AI'다. AI 서비스가 요구하는 높은 업링크 용량과 저지연, 안정적인 연결을 제공하는 동시에 통신망 자체에도 AI를 적용해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운영을 자동화한다는 개념이다. 특히 AI-RAN을 주요 기술로 제시했다. AI-RAN은 무선접속망(RAN) 전반에 AI를 적용해 AI 서비스에 필요한 통신 품질을 제공하면서 망 성능과 운영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통신과 센싱을 결합한 'ISAC(Integrated Sensing and Communication)'도 소개했다. ISAC은 통신망을 데이터 전송뿐 아니라 주변 객체를 감지하고 위치와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활용하는 기술이다. 에릭슨은 핵심 인프라와 교통, 산업 현장, 저고도 경제 등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확산에 따른 통신사업자의 새로운 수익화 방안도 제시했다. 5G 단독 모드(SA)와 네트워크 슬라이싱, 서비스 품질(QoS)·주문형 품질(QoD) API 등을 결합해 서비스마다 필요한 속도와 안정성을 제공하는 '차별화된 커넥티비티'가 핵심이다. 드론 기반 현장 모니터링처럼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통신 성능이 필요한 산업 서비스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에릭슨은 6G를 5G와 단절된 세대교체가 아닌 연속적인 네트워크 진화 과정으로 보고 있다. 5G SA와 5G Advanced를 기반으로 AI와 자동화 등을 확대해 AI 네이티브 6G로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시벨 톰바즈 에릭슨 코리아 대표는 “AI 시대의 경쟁력은 네트워크에서 시작된다"며 “AI 서비스가 요구하는 높은 업링크 용량, 예측 가능한 성능, 안정적인 연결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네트워크 자체도 AI를 통해 더욱 지능적이고 효율적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AI 뒤처진 애플, 15년 만에 수장 바꿨다…‘하드웨어맨’ 터너스의 승부

애플이 15년 만에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했다. 아이폰과 맥 등 대표 제품 개발을 이끌어온 '하드웨어맨' 존 터너스가 1일(현지시간) 팀 쿡의 뒤를 이어 새 CEO에 공식 취임했다. 공급망과 운영 전문가였던 쿡의 자리를 25년 경력의 하드웨어 엔지니어가 이어받았다. CEO 교체는 애플이 인공지능(AI) 전략을 재정비하는 시점과 맞물렸다. 애플은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하며 생성형 AI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핵심 기능인 차세대 시리 출시가 당초 계획보다 늦어졌다. 로이터는 시리 개편 지연과 외부 AI 기술 활용 등을 두고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애플의 AI 전략에 의문을 제기해왔다고 전했다. 외신과 시장에서는 터너스가 25년간 쌓아온 하드웨어 경력에 무게를 두고 있다. 터너스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 등 주요 제품 개발을 이끌었고 맥을 자체 설계 칩인 '애플 실리콘'으로 전환하는 데도 핵심 역할을 했다. 로이터는 그의 CEO 선임을 애플이 강점을 지닌 기기 경쟁력을 다시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평가했다. 터너스는 취임 직후부터 신제품 공개 무대에 오른다. 애플은 오는 9일 차세대 아이폰과 함께 첫 폴더블 아이폰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CEO 취임 8일 만에 열리는 첫 대형 제품 행사다. ◇ 25년 하드웨어 외길…AI 시대 애플 이끈다 애플에 따르면, 터너스는 이날부터 CEO를 맡고 이사회에도 합류한다. 2011년부터 약 15년간 애플을 이끈 팀 쿡은 CEO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 지난 4월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확정한 승계 계획에 따른 것이다. 쿡은 의장으로서 각국 정책 당국과의 소통을 비롯한 일부 업무를 계속 지원한다. 터너스는 2001년 애플 제품디자인팀에 합류한 이후 25년간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 에어팟 등 주요 제품 개발을 이끌어왔다. 2013년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사장에 올랐고 2021년부터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을 맡았다. 특히 인텔 프로세서를 사용하던 맥을 자체 설계 칩인 '애플 실리콘'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제품의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는 '완벽주의자'라는 평가도 받는다. 터너스는 2024년 펜실베이니아대 졸업식 연설에서 제품에 들어가는 나사의 홈 개수가 애플이 요구한 규격과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공급업체와 논쟁을 벌였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공급망과 운영에 강점을 보인 쿡에 이어 하드웨어 전문가가 CEO에 오른 배경을 두고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로이터는 지난 4월 터너스 선임 당시 이를 애플이 핵심 경쟁력인 기기에 다시 힘을 싣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평가가 나왔다고 전했다. 오랜 기간 애플에서 주요 제품 개발을 이끌며 쌓은 내부 신임도 강점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티지스의 벤 바자린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에 “애플에서는 모두가 그를 좋아한다"며 “내가 아는 임원들은 모두 그를 매우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 2나노 M6 앞세워 온디바이스 AI 강화 외신과 시장 전문가들은 터너스가 풀어야 할 핵심 과제로 AI를 꼽고 있다. 애플은 2024년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했지만 핵심 기능인 차세대 시리 출시가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면서 잡음이 이어졌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토마스 허슨 애널리스트는 새 CEO의 과제를 “AI를 애플의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로 자리매김시키는 것"이라고 짚었다. IDC의 프란시스코 헤로니모 부사장도 “훌륭한 하드웨어를 만드는 능력은 이미 검증됐다"며 “하지만 개발자와 기업이 실제 채택할 AI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애플은 자체 칩과 온디바이스 AI를 중심으로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공개한 첫 2나노 칩 'M6'는 AI 연산을 담당하는 뉴럴엔진 성능을 전작보다 최대 2배 높였다. 고성능 M5 Ultra는 대형 AI 모델을 맥에서 직접 구동하거나 미세조정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아이폰과 맥 등 이용자 기기에서도 AI를 구동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소프트웨어에서는 차세대 'Siri AI'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6월 공개된 새 시리는 이용자의 개인적 맥락과 화면 정보를 이해해 질문에 답하거나 작업을 수행하는 기능을 갖췄다. 현재 개발자 테스트가 진행 중이며 일반 이용자 대상 베타 서비스는 연내 제공될 예정이다. ◇ 취임 8일 만에 데뷔전…첫 폴더블 출격 터너스의 'CEO 데뷔전'은 취임 8일 만에 치러진다. 애플은 오는 9일 차세대 아이폰과 함께 첫 폴더블 아이폰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터너스는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장으로 재직하며 폴더블 아이폰 개발에도 직접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더블폰은 전체 스마트폰 시장 위축 속에서도 유일한 성장 분야로 꼽힌다. IDC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16.7% 감소하는 반면 폴더블폰은 12.6% 늘고, 애플이 2027년까지 폴더블 아이폰을 1700만대 이상 출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드웨어 전문가인 터너스에게는 AI를 실제 제품에 어떻게 구현하느냐도 과제다. 맷 브리츠먼 하그리브스 랜스다운 수석 애널리스트는 “터너스는 구글 제미나이 협력 등으로 개선되고 있는 애플의 AI 소프트웨어를, 차세대 하드웨어 교체 수요를 이끌 만한 매력적인 AI 기기 경험으로 바꿔내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 전면에서는 터너스가 나서지만 쿡의 역할도 이어진다. 쿡은 이사회 의장으로 남아 각국 정책 당국과의 소통 등 일부 대외 업무를 지원한다. 터너스가 물려받은 실적 자체는 견조하다. 애플은 2026 회계연도 3분기 매출 1094억달러(전년비 16% 증가)를 기록했고, 아이폰·맥·서비스 모두 6월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냈다. 하지만 탄탄한 실적이 곧 AI 경쟁력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왐시 모한 뱅크오브아메리카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이미 규모가 크고 수익성이 높으며 고객의 삶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 점진적 개선만으로는 회사를 재정의하기에 부족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한 달 늦으면 200억 날아간다”…‘K-모듈러 AIDC’ 띄운 속도전

정부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건설산업 로드맵을 연내 마련하기로 했다. AI 연산 수요 증가에 대응해 데이터센터 인허가와 설계, 시공 기준을 검토하고 전력과 냉각 설비 등을 공장에서 사전 제작하는 모듈러 기술 개발도 추진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모듈러 방식을 적용하면 기존 건설 방식보다 공사 기간을 약 36%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관련 기술을 검증하고 표준화하기 위한 1MW급 실증 데이터센터 구축도 추진한다.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AI시대의 데이터센터 건설산업 육성과 공급전략' 세미나에서 김명준 국토교통부 기술안전정책관은 김 정책관은 “포럼에서 관련 과제들을 계속 논의하고 있다"며 “연내 12월까지 로드맵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데이터센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관련 정책을 총괄하고 있지만 국토부도 건설 분야를 중심으로 정책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김 정책관은 “AI 데이터센터의 경우 과기부에서 총괄적으로 하고 있지만 건설산업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에 저희도 포럼을 구성했다"며 “국토부가 이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이젠 누가 빨리 짓느냐의 싸움" 이날 세미나에서는 AI 확산에 따라 데이터센터 구축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문병섭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부원장은 “누가 튼튼하게 잘 짓는가의 싸움이 이제는 아니다"라며 “누가 표준 설계 모델로 빨리 짓는가의 싸움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AI 반도체의 고성능화에 따라 데이터센터 내 전력 사용량과 냉각 수요도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 부원장은 고성능 GPU가 적용되면서 랙당 전력 사용량이 높아지고 냉각 구조 역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점점 전기 수요가 높아지고 칩에 따라 들어가야 할 입지 조건이나 여러 시설이 달라지고 있다"며 “설비 시스템도 바뀌어야 하고 건물도 바뀌어야 하는 체계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구축 기간도 주요 화두로 다뤄졌다. 문 부원장은 “60MW 커미션이 한 달 늦어지면 약 200억원의 손해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50MW를 8개월 조기 준공하면 약 2900억원의 이득이 있는 것으로 계산된다"고 밝혔다. ◇ 공기 36% 단축…해법은 '모듈러' 건설연은 데이터센터 구축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방안으로 '한국형 AIDC 모듈러 인프라테크 기술'을 제안했다. 이는 냉각과 전력, 화재 대응,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각각 모듈화해 공장에서 사전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문 부원장은 “냉각 시스템이나 전력 시스템, 화재 시스템,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각각 플랜트화하고 모듈화해서 공장에서 짓자는 것"이라며 “공장에서 미리 만들어 놓으면 빨리 만들 수 있고 그 기술을 이용한다면 해외 수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요에 맞춰 미리 조립하고 디지털 체인으로 맞춰본다면 현장에 가서 조립이 가능하다"며 “생산의 국제 표준도 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건설연은 모듈러 방식의 기대효과로 공사 기간 약 36% 단축과 현장 노무 63% 감소, 공장 초기 품질의 현장 95% 확보를 제시했다. 문 부원장은 “저희들이 계산해 보면 공기는 약 36% 단축이 가능할 것 같다"며 “현장 노무도 63% 감소하고 공장의 초기 품질을 현장에서 약 95% 정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수도권 승인 1.9%…전력이 '병목' 전력 확보도 데이터센터 공급 확대의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문 부원장은 “수도권 전력 공급 신청은 522건이 있었지만 실제 10건밖에 통과되지 않았다"며 “1.9%의 수도권 승인율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은 89.7%로, 지방에 많이 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 전력을 어떻게 끌어올 것인가가 굉장히 중요한 병목"이라고 설명했다. 김미숙 세빌스코리아 상무도 데이터센터의 지역 분산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 상무는 “2025년 기준 IT로드 1.32GW 규모인 한국 데이터센터 시장은 5년 후인 2030년에는 두 배 이상인 2.84GW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기존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공급이 이뤄졌다면 향후에는 지방에 분산돼 신규 공급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과 수도권 안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는 것이 가장 선호되는 입지였지만 이제 수전 확보가 어려워지고 수전이 확보된 토지 매입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 해저케이블까지…CSP 유치 '연결성' 부각 IT와 통신업계와 관련해서는 전력뿐 아니라 네트워크 연결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 상무는 데이터센터 부지 선정 조건에 대해 “통신 시설이나 국제 회선 이입도 필요하다"며 “광역 네트워크를 갖추는 등 부지 주변의 인프라 상황이 맞물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토론 이후 질의응답에서도 글로벌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CSP) 유치를 위해 해저케이블과 육양국 등 통신 인프라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인천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는 “데이터센터는 연결이 돼야 살아 있는 것"이라며 “전력이나 용수는 충분조건이고 필요조건은 연결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연결성을 높이는 데 있어서는 개인 사업자가 할 수 없다"며 “바로 그 지점이 해저케이블이고 육양국이고 글로벌 통신 인프라의 구축 협의"라고 강조했다. ◇ 얽힌 인허가…“원스톱 처리 필요" 인허가 기간을 줄여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김채규 국토부 AIDC 건설산업포럼 위원장은 “AI 데이터센터가 입지하기 위해서는 전력이나 용수 등 관련된 부분이 너무나 많다. 이걸 기관별로 인허가해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정부가 범정부 차원에서 원스톱으로 행정 업무를 처리해주는 패스트트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나왔다. 안계현 현대건설 HMG건설기술연구원 상무는 “2030년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오려면 지금 인허가를 하고 있어야 한다"며 “지금 정책조차 정리가 안 돼 있어 속도가 느리다"고 했다. 이어 “하나의 인허가를 받는 데 있어서도 한전과 여러 부처 등 다양한 인허가 기관이 있다"며 “원스톱 심의같이 빠르게 인허가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연말까지 마련할 로드맵에서 관련 제도와 기술 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 정책관은 “구체적인 기준들이 없어서 조속히 확립할 필요가 있다"며 “운영 중인 업체나 시공 업체들과 긴밀하게 의견을 수렴해 어떻게 가져갈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모듈러 기술에 대해서도 “속도를 빨리 내기 위해서는 공장에서 건설해 모듈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주셨고, 데이터센터 기계설비 모듈화와 관련해 기획연구를 하고 있다"며 “기획연구를 통해 예산을 놓고 빨리 할 수 있는 방법들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산업통상자원부와 과기정통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인력과 기자재 공급 문제를 논의하고, 국내에서 설계와 시공 실적을 확보해 해외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기자의 눈] 40년 전 잣대로 넷플릭스와 싸우라는 나라

글로벌 OTT는 시장 상황에 맞춰 요금을 조정하고 서비스 정책을 신속하게 바꾼다. 반면 국내 유료방송 사업자는 신규 부가서비스 하나를 출시할 때도 수개월간 사전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동일한 거실 화면을 두고 경쟁하지만 1980년대 제정된 방송법 규제 틀이 유지되면서 영업 자율권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 민관협의체를 가동해 규제 완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현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한 유료방송 관계자는 “단순한 규제 완화로 대응할 타이밍은 이미 지났다"며 “기존의 낡은 틀을 완전히 걷어내는 '규제 혁파' 수준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10년 전 글로벌 OTT 진입 당시 정립했어야 할 공정경쟁 환경을 방치한 채 행정 절차 몇 개를 다듬는 수준으로는 기울어진 규제 구조를 바로잡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제도적 역차별은 플랫폼의 수익성 악화를 넘어 국내 미디어 생태계 전반의 재원 고갈로 직결된다. 유료방송 구독료와 VOD 매출은 중소 방송채널(PP)과 제작사로 흘러드는 미디어 산업의 핵심 자금원이다. 플랫폼의 재원이 줄어들면 콘텐츠 제작 현장으로 들어가는 돈줄이 함께 마르는 구조다. 주요 방송사들 역시 경영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JTBC가 실적 악화와 제작비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개국 이래 첫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플랫폼의 재원 축소가 콘텐츠 제작 현장의 인력 감축이라는 직격탄으로 이어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생존 갈림길에 선 사업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신규 서비스와 거래 기준을 제때 세울 수 있는 자율성이다. 사전 승인처럼 운영되는 '유보적 신고제'를 절차 즉시 효력이 발생하는 '자기완결적 신고제'로 바꿔 최소한의 영업 속도를 보장해 달라는 취지다. 셋톱박스 시청 데이터를 검증해 콘텐츠 대가를 산정하자는 제안 역시 불투명했던 거래 관행을 객관적 기준 위로 올리자는 요청이다. 통합미디어법의 핵심은 방송과 OTT를 가르던 낡은 법적 경계를 허물고, 동일한 서비스에는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데 있다. 사업자의 형식이 아니라 시장에서 행사하는 실질적 영향력에 따라 그에 걸맞은 권리와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 민관협의체가 세부 조항을 미세 조정하는 데 그친다면, 안방 거실의 주권은 물론 콘텐츠 생태계의 주도권마저 넷플릭스에 영구적으로 내줄 수 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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