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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강현창 기자 입니다.
  • 자본시장부
  •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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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한 맛’ 전기요금 인상, 삼성·SK 온도차는 존재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전기요금 인상이 국내 반도체 양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당장의 요금 인상 폭이 크지 않아 두 기업 모두 감내할 수준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업황에 따른 실적 차이로 인해 체감 부담은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24일 산업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이 킬로와트시(kWh)당 165.8원에서 182.7원으로 10.2% 인상된다. 기존 대비 kWh당 16.9원이 오르는 것이다. 산업용 요금은 계약전력 300kW 이상 고객에게 적용되는 요금제다. 전기요금이 인상되면서 핵심 업종인 반도체 업계에 대한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려될 정도의 부담은 아닐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SK하이닉스의 경우 전력 사용량은 2021년 1만921GWh에서 2022년 1만2083GWh로 1162GWh 증가했다. 약 10.64%의 증가율이다. 증가는 2022년부터 관련 수치에 해외 사업장의 전력 사용량을 합산한 영향이다. 이러한 증가율을 2023년 총 전력 사용량에 적용해 역산할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2023년 총 전력 사용량은 1만2011GWh(120억1100만kWh)다. 이 수치의 약 90.4%가 국내 전력 사용량으로 추정된다. 이를 킬로와트시로 환산하면 108억5600만kWh다. SK하이닉스의 2023년 총 전력 사용량은 1만2011GWh(120억1100만kWh)다. SK하이닉스의 국내 전력 사용량은 약 1만856GWh로 추정할 수 있다. 이를 킬로와트시로 환산하면 108억5600만kWh다. 이를 바탕으로 SK하이닉스의 추가 전기요금 부담을 계산하면, 108억5600만kWh에 kWh당 인상분 16.9원을 곱한 약 1835억원이 된다. 이는 연간 기준이며, 분기로 환산하면 약 459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SK하이닉스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7조300억원에 달한다. 매출은 17조5731억원이다. 전기 요금 인상에 따른 부담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65%에 그친다. 매출액 대비로는 0.26%에 불과하다. 사용량 기준으로는 SK하이닉스보다 삼성전자의 부담이 더 클 수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한국 내 전력 사용량이 23,217GWh(232억 1700만kWh)로 SK하이닉스 국내 추정 사용량의 약 2.14배다. 이는 삼성전자의 국내 생산기지 규모가 더 크고, 생산제품군이 더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삼성전자에 이번 전기요금 인상이 큰 부담이되는 수준은 아니다. 삼성전자의 전력 사용량을 킬로와트시 단위로 계산하면 232억1700만kWh며, 여기에 kWh당 인상분 16.9원을 곱하면 연간 약 3924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분기로 환산하면 981억원이다. 삼성전자의 지난 3분기 매출은 79조원, 영업이익은 9조1000억원 수준이다. 결국 전기 요금 인상에 따른 부담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8%에 그친다. 매출액 대비로는 0.12%에 불과하다. 전기요금은 반도체 기업의 대표적인 고정비용이다. 특히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전력은 필수적인 요소로, 업황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이다. 특히 AI 호황으로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는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실적 회복이 더딘 상황이어서 전기요금 인상의 부담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의 특성상 실적 변동성이 큰 만큼, 향후 업황 변화에 따라 두 기업의 체감 부담은 더욱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의 전기요금 인상이 두 기업 모두 당장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은 아니다"라면서도 “2022년 이후 지속된 전기요금 인상의 누적 효과와 반도체 업황의 변동성을 고려할 때, 향후 실적 흐름에 따라 기업이 체감하는 부담은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기자의눈] 삼성전자의 ‘감히’ 문화, 혁신의 발목 잡는다

지난 11일 밤 김포공항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귀국을 기다리는 50여 명의 취재진이 모여들었다. 삼성전자가 급히 공지한 자리였다. 이 회장의 귀국 소식에 기자들은 반도체 위기와 하반기 인사 계획 등에 대한 입장을 들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현장의 기자들은 질서 있는 취재를 위해 대표 질문자를 선정하고, 주요 현안에 대한 질문을 준비하며 이 회장의 도착을 기다렸다. 이 회장을 기다리며 현장의 삼성전자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크게 실망한 일이 있다. “이 회장이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으신거냐"고 자리를 마련한 이유를 물어보자 그 직원은 “감히 삼성 내부에서 이 회장에게 그런 질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답했다. 가볍게 답한거겠지만 내심 충격적이었다. 글로벌 기업 삼성의 수장과 직원들 사이의 소통이 이 정도로 단절되어 있다는 사실은 크게 우려스러웠기 때문이다. 특히 “감히"라는 표현에 담긴 함의는 삼성 내부의 경직된 조직문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최근 삼성전자는 HBM 시장 대응 실패, 파운드리 사업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조직의 수장과 구성원 간 소통 부재는 더욱 심각한 문제다. 시장 변화에 대한 빠른 대응과 혁신적인 전략 수립을 위해서는 수직적 위계를 넘어선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통 부재가 삼성의 일상적인 현상이라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진행하는 타운홀 미팅조차 경영진의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에 그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적 부진이나 경영 전략과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질문이나 토론이 제한되며, 임직원들은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주저하고 있다고 한다. '감히'로 상징되는 경직된 조직문화는 삼성의 혁신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벽이다. 미국과 대만 등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빠른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로 성장하는 동안, 삼성은 관료주의적 문화에 발목이 잡혀 있는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지키고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직급과 직책에 관계없이 건설적인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소통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리더와 구성원 간의 열린 대화, 수평적 의사소통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지금, 삼성전자는 조직 문화의 혁신 없이는 재도약이 어렵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DCF 등 적용할 수 없다는 결론”…두산 재편안 또 막힐까

두산그룹이 새롭게 제출한 두산밥캣의 지배구조재편안을 두고 다시 금융감독원의 반려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감원은 이전에 제출된 신고서에 대해 현금흐름할인법(DCF)이나 배당할인법(DDM) 등을 적용한 평가 결과를 기존 시가 기준 평가와 비교하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두산그룹은 새로 제출한 신고서에 “현금흐름할인모형 등은 적용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사실 상 금감원의 요구를 거절했다. 22일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전일 공시된 두산로보틱스의 증권신고서 등에는 두산그룹의 새로운 지배구조 재편안이 담겼다. 두산그룹은 새로운 신고서에서 “(두산밥캣 가치 산정)현금흐름할인법 또는 배당할인법 적용 시 미래의 매출 및 영업이익의 추정 등을 포함한 많은 가정사항들이 적용된다"며 “가정사항들은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그 결과값 또한 평가인의 판단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금감원은 두산로보틱스의 분할신설부문(두산밥캣 지분 보유)의 수익가치는 관련 규정에 따라 일반적으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모형을 준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금흐름할인법과 배당할인법 등을 적용해 기존 기준시가를 적용한 평가방법과 비교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이번에 정정된 증권신고서도 금감원의 요구사항은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요구한 DCF나 DDM을 적용한 결과를 두산그룹이 제공하지 않은 것이다. 두산그룹이 금감원의 요구를 따르지 않는 이유는 DCF나 DDM을 적용할 경우, 두산밥캣의 실제 가치가 현재 제시된 합병 비율보다 높게 평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설명이다. 이를 보여줄 경우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지배구조 재편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두산밥캣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두산로보틱스보다 훨씬 높은 상황이다. 여기에 DCF나 DDM을 적용하면 두산밥캣의 가치가 현재 두산그룹이 제시한 수치보다 더 높게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합병안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보유한 주주는 새로운 분할합병비율에 따라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기존보다 1주가량 많은 4.33주 받을 수 있다. 이는 기존보다는 확실히 유리해진 조건이다. 구체적으로,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 보유 주주의 주식 가치가 약 39만원 증가했다. 그러나 DCF나 DDM을 적용했다면 주주들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갔을 가능성이 높다. DCF나 DDM은 미래 수익을 현재 가치로 할인하는 방식으로, 일반적으로 더 높은 가치를 산출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에 두산그룹이 새롭게 적용한 '경영권 프리미엄' 역시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 있는 요소라는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은 기업의 지배권에 대한 추가 가치다. 하지만 크기를 정확히 산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프리미엄의 크기는 대상 기업의 특성, 시장 상황, 인수 기업의 전략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결국 경영권 프리미엄도 계산하려면 여러 가정을 필요로 하며, 평가자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이번에 두산그룹이 43.7%의 프리미엄을 계산하기 위해 제조업 산업군의 과거 10년 평균을 적용한 것도 판단의 결과다. 두산그룹이 DCF나 DDM을 적용할 수 없다고 한 이유와 마찬가지의 한계가 있는 것이다. 결국 이번 신고서도 금감원의 반려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앞서 금감원은 “향후 회사가 정정신고서 제출시 동 정정요구 사항이 충실히 반영되었는지 면밀히 심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이미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무제한으로 증권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상태다. 금감원이 계속해서 신고서를 반려하는 이유는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고 공정한 기업가치 평가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명분도 뚜렷하다. 한 두산밥캣의 주주는 “두산그룹의 새로운 제안은 '조삼모사'에 불과하다"며 “이번 작업에 DCF나 DDM을 적용하라는 것도 아니고 숫자를 제시만 하라는 것인데도 이를 하지 못하는 이유가 너무나 분명하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물에 잠긴 AI’… 액침냉각 기술 급부상

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데이터센터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열 관리 문제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장비가 고도화되면서 기존의 공랭식 냉각 방식으로는 서버의 열을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어려워지면서, 액침냉각 기술이 차세대 열관리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21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서버에 적용되는 액체 냉각 시스템 보급률이 올해 약 10%에서 내년 20%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액침냉각은 전자 장비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 냉각액에 직접 담가 열을 식히는 기술이다. 이 방식은 공랭식에 비해 냉각 효율이 월등히 높고 전력 소비도 3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전해졌다. 또한 균일한 온도 유지, 외부 오염물질 차단, 화재 위험 감소 등의 장점을 갖고 있어 데이터센터뿐만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기대된다. 현재 데이터센터에서 사용되는 전력의 30~50%가 냉각에 소비되고 있다. 액침냉각 기술을 도입하면 이러한 전력 소비를 크게 줄일 수 있어,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 절감과 함께 탄소 배출량 감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 액침냉각 업계에는 국내 기업도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먼저 SK엔무브는 가장 최근 액침냉각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곳이다. SK엔무브는 미국의 주요 기술 기업에 액침냉각 시스템을 공급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특히 델 테크놀로지스와 같은 대형 IT 기업들이 SK엔무브의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해졌다. SK엔무브는 올해 SK텔레콤의 데이터센터에서 자사의 액침냉각 시스템을 테스트한 후, 해외 기업에 공급할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SK엔무브는 지난 9월 세계 최초로 액침냉각 방식의 에너지저장장치(ESS)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리튬이온 배터리 모듈을 특수 열관리 유체로 채워 각 셀을 격리시키는 방식으로, 화재 위험을 크게 줄이고 안전성을 높였다. 특히 해양 응용을 위한 안전성과 화재 예방에 중점을 둔 ESS 개발로, 선박용 ESS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GS칼텍스도 자체 개발한 액침냉각유 '킥스 이머전 플루이드 S'로 시장을 공략 중이다. 이 제품은 미국보건재단 식품등급 인증을 받은 환경 친화적 제품이다. GS칼텍스는 최근 4종의 액침냉각유를 추가로 출시하며 제품 라인업도 확대했다. 새로운 제품들은 데이터센터, 전기차 배터리, ESS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하도록 개발됐다. SK텔레콤도 지난해 11월 액침냉각 기술 검증에 성공한 상태다. 인천 본사에 구축한 시스템에서 4개월간의 테스트 결과, 기존 공랭식 대비 냉각 전력을 93% 절감하고, 서버 전력을 10% 이상 절약하여 전체 전력 소비량을 37% 줄이는 효과를 확인했다. SK텔레콤은 이를 바탕으로 인천 본사에 액침냉각 시스템을 전면 도입할 계획이다. 에쓰오일과 HD현대오일뱅크도 액침냉각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에쓰오일은 서울 마곡 기술개발센터의 윤활R&D팀을 중심으로 차세대 열관리 시스템용 액침냉각유를 개발 중이다. HD현대오일뱅크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액침냉각 사업 진출을 적극 검토 하며 'XTeer E-cooling Fluid'라는 상표권을 미리 확보한 상태다. 또 LS일렉트릭은 글로벌스탠다드테크놀로지(GST)와 손잡고 액침냉각시스템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액침냉각 환경에서의 메모리 성능과 호환성 검증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세계 액침냉각 시장 규모는 2023년 4억 달러에서 2031년 21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이 24.1%에 달한다. 특히 AI 컴퓨팅의 발전으로 인한 에너지 소비 증가는 액침냉각 시스템에 대한 수요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액침냉각유는 전기 비전도성과 높은 열전도성, 환경 친화성 등을 모두 갖춰야 해 개발이 쉽지 않다. 또 초기 설치 비용이 높고 관리가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액침냉각 기술의 안정성과 환경 유해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과 비용 효율성 개선, 산업 표준화된 기술 개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 많다"며 “AI 시대의 도래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전기차와 ESS 시장이 확대되면서 액침냉각 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이건희 4주기, 차분한 가운데 의료·문화 공헌 기려

삼성그룹이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4주기를 맞아 의료와 문화 분야 공헌을 중심으로 고인의 철학을 기리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21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오는 25일 이건희 선대회장 4주기를 앞두고 그룹차원의 추모 행사가 연이어 열린다. 행사는 단촐하다. 대내외 위기론 속에 지난해보다 차분한 분위기가 예상된다. 기일에는 경기 수원 선영에서 4주기 추도식이 열릴 예정이다. 올해는 별도 추모행사 없이 유족들과 삼성 사장단이 모여 신경영 철학 등 고인의 업적을 기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24일 오후에는 경기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에서 4주기 추모음악회가 열릴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비롯한 신예 연주자들이 참여했으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유족들, 삼성 사장단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21일에는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사업단이 사업 4년차를 맞아 의료진과 환자 가족들이 함께하는 자리를 진행했다. 이 사업은 이 선대회장의 '어린이 사랑'과 '인간 존중' 철학을 바탕으로 한 의료공헌의 일환으로, 지난 2021년 유족이 기부한 3000억원을 재원으로 출범했다. 이번 추모 행사에서는 이 선대회장의 문화예술, 의료 분야 철학이 집중 조명될 전망이다. 특히 이 선대회장의 '문화 인프라' 육성 의지는 그의 생전 활동과 유산을 통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고인은 생전 “문화적인 경쟁력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업의 문화 인프라 향상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삼성은 재능 있는 예술 인재를 선발해 해외 연수를 지원하고, 백건우와 백남준, 이우환 등 한국 예술인들의 해외 활동을 후원해왔다. 지난 2021년에는 유족들이 이 선대회장이 평생 모은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하며, 그의 문화공헌 철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삼성은 지역사회를 위해 인재개발원 콘서트홀을 개방하여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등 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탈상 의미가 컸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위기론 속에 더 조용히 추모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 선대회장은 지난 1987년 삼성그룹 2대 회장에 올라 1993년 '신경영 선언'으로 그룹 혁신을 추진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4년 5월 쓰러진 후 6년 5개월여 만인 2020년 10월 25일, 78세로 별세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침묵에서 행동으로, 이재용의 선택에 걸린 삼성의 미래

리더의 부재는 기업의 위기를 더욱 깊게 만든다.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이재용 회장의 책임 있는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 회장의 결단이 단순한 기대가 아닌, 위기 극복을 위한 필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미래는 이재용 회장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논의되는 이유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해 책임경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책임경영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옳다"며 “사법 리스크의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과 리더십 공백 문제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이 위원장은 또한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존경받는 일류 기업으로 변화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할 경우, 법적 책임을 지면서 보다 적극적인 경영 활동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주주들에게 책임경영에 대한 명확한 신호를 줄 수 있으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도 도움이 될 이슈다. 최근 반도체 업계는 리더십 스타일이 기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뚜렷하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은 제품 개발과 전략 수립에 직접 관여하며 경영의 최전선에서 활동 중이다. 그 결과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와 고성능 컴퓨팅 분야에서 남다른 혁신과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이재용 회장은 경영 최전선에서 한 발 물러나 있는 모습이다. 이런 모습은 최근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에 대한 대응에서도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7.6% 감소한 2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이 '반성문'을 발표했다. 통상적으로 최고 경영자가 맡아야 할 역할을 다른 임원이 대신한 것으로, 이 회장의 직접적인 책임 경영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삼성전자의 위기는 심각한 상황이다. 반도체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가전 등에서 중국 기업들의 추격으로 인해 점유율이 하락 등을 겪고 있다. 여기에 노사 갈등도 심화되고 있어 내부 결속력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용 회장의 리더십 공백이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 리더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얘기다. 추가로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 수립, 그리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조직 문화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과 기술 혁신, 그리고 글로벌 인재 유치 및 육성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고 경영자가 책임지고 결정을 내리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라며 “이는 단순히 이재용 회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거버넌스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책임과 권한이 명확한 리더십 구조가 삼성전자에 필요하다"며 “그의 선택이 삼성전자는 물론 한국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신중하면서도 과감한 결단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주주 보호” vs “소송 남발”… 이사 충실의무 확대, 경제단체만 ‘반대’

정부가 상법 상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한 노력 의무'를 추가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 가운데 경제단체들의 반대가 여전하다. 하지만 이들의 논리가 설득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경제인협회 등 8개 경제단체는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기업 지배구조 규제 강화 법안 발의 자제를 요청했다. 경제단체들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등의 법안이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단체 관계자들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한다"며 “경영 혼란과 소송 남발을 초래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근 정부는 상법 개정 논의에 대한 재계의 반발을 감안해 “이사는 직무를 수행하면서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보호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2항으로 신설하는 상법 개정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일반주주까지 확대하자는 야당 안과 재계의 우려 사이의 절충점을 찾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장을 전혀 굽히지 않는 경제단체들의 주장은 여러 연구 결과에 비춰볼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먼저 채이배 전 의원(전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이 2013년 발표한 “상법 제382조의 3 (이사의 충실의무) 개정 필요성" 연구보고서를 보면 “현행 상법상 충실의무 규정이 이사와 지배주주의 사익추구를 효과적으로 막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 전 의원은 “이사 및 지배주주의 사익추구 방지를 위해 이사의 충실의무 조항을 개정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훈 경북대 교수가 한국상사법학회를 통해 2022년 발표한 “충실의무 조항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명시하는 법안에 대한 검토" 논문에서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 이익 보호 내용을 추가하는 법안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는 “자본거래를 통한 일반주주 이익 편취 방지, 이해상충 판단기준 개선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증권학회가 공동 개최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정책세미나에서도 이 같은 견해가 제시됐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는 “국내 상장기업 거버넌스의 핵심 문제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충돌 및 부의 이전"이라며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회사법에 일반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경제단체들이 주장하는 '글로벌 스탠더드 역행' 논리도 해외에서 발표된 논문 등을 참고하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존 아머(John Armour) 옥스퍼드 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등은 2018년 발표한 '주주와 회사에 대한 이사의 의무: 비교 분석'(Directors' Duties to Shareholders and the Company: A Comparative Analysis) 연구에서 “여러 국가에서 이사의 의무 대상을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로 확대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이는 오히려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가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앤드류 S. 골드(Andrew S. Gold) 브루클린 로스쿨 교수는 2009년 발표한 '회사법에서의 새로운 충실의무 개념'(The New Concept of Loyalty in Corporate Law) 논문에서 “이사가 주주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 할 뿐만 아니라, 주주에게 정직해야 하고 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새로운 충실의무 개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최근 성명을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로 오히려 우리나라의 관련 법제도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는 진정한 의미에서 기업 밸류업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단체들은 소송 남발과 경영 불확실성 가중을 우려하고 있지만, 학계에서는 오히려 이사의 충실의무를 명확히 함으로써 불필요한 소송과 경영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경제단체들의 반대 논리는 최근의 연구 결과와 글로벌 트렌드에 비춰볼 때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는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매출 올랐는데 이익은 하락…LG·삼성 ‘물류비 속앓이’

전자업계가 물류비의 등락에 따라 울고웃고 있다. LG전자 등 대표적인 전자기업이 지난 3분기 실적에서 물류비 상승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LG전자 뿐만 아니라 사성전자도 매출은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감소하는 '어닝쇼크'를 경험한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의 복잡성과 해운 시장의 변동성이 기업 실적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G전자의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22조17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해 3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75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9% 감소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1조226억원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LG전자는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급등한 물류비와 마케팅비 증가를 지목했다. 특히 해상운임의 급등이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당시 “하반기 해상운임 비딩 결과 컨테이너당 평균 해상운임이 전년 동기 대비 약 58% 상승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삼성전자 역시 비슷한 상황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지난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67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6% 감소했다. 삼성전자도 LG전자와 마찬가지로 물류비 상승이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대형 가전제품을 주로 다루는 디스플레이와 생활가전 사업부는 물류비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실제 올해 들어 해상운임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5월 초부터 주요 무역 노선에서 컨테이너 운임이 급격히 상승했다. 특히 극동에서 북유럽 노선의 운임이 4월 1일 이후 30% 상승해 5월 중순 기준 FEU당 4343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98%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급격한 변동의 주요 원인으로는 홍해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미국의 대중국 제재, 글로벌 경제 상황의 변화, 선복량 조정 등이 꼽힌다. 특히 홍해에서의 후티 반군 공격으로 인한 선박 우회는 운송 시간 증가와 연료 소비 증가로 이어져 전반적인 해운 비용을 상승시켰다. 또, 글로벌 무역량의 변화와 신규 선박 도입 계획 등도 해상운임의 변동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운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2025년 초 중국 춘절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일부 예측에 따르면 컨테이너당 운임이 최대 3만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최고치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은 전자업계와 같이 대형 제품을 주로 다루는 산업에서 그 영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해상운임 상승은 직접적으로 기업의 물류비용을 증가시키며, 이는 결국 제품 가격 상승이나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구조다. 한편 LG전자와 삼성전자는 모두 4분기와 내년 상반기까지는 물류비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후 내년 하반기부터는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교역량 감소와 신규 선박 도입 등으로 해상운임이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2024년 선복량 증가율을 7.7%로 예상하고 있어, 공급 과잉으로 인한 운임 하락 압력이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 무역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전자업계는 당분간 물류비 변동에 따른 실적 등락을 겪을 것"이라며 “글로벌 해운 시장의 변동성에 대비한 유연한 전략 수립과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단독] 애플 ‘슈퍼드라이브’ 퇴장… 저물어가는 CD·DVD

애플이 지난 16년간 판매해온 외장형 광학 드라이브 '슈퍼드라이브'의 판매를 접은 것으로 파악된다. 애플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서 슈퍼드라이브의 재고가 소진됐고, 전 세계적으로 품절 또는 구매 불가 상태로 표시돼 사실상 단종된 것으로 보인다. CD와 같은 광학드라이브의 시대가 서서히 저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이후 애플의 전 세계 스토어에서는 광학드리이브의 슈퍼드라이브을 찾아보기 힘들다.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재고가 남아있다지만 사실상 새로운 생산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슈퍼드라이브의 역사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애플은 혁신적인 디자인의 맥북 에어를 출시하면서 내장 광학 드라이브를 과감히 제거했다. 대신 별도의 외장형 광학 드라이브인 슈퍼드라이브를 함께 선보였다. 이후 2013년부터 애플은 모든 맥북 라인업에서 내장 광학 드라이브를 완전히 제거하면서 슈퍼드라이브를 계속해서 별도 판매해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디지털 미디어 소비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애플의 전략에도 수정할 부분이 생겼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폭발적인 성장과 클라우드 스토리지의 보편화, 그리고 고속 인터넷의 보급으로 인해 물리적 미디어의 필요성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애플 뮤직과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CD와 DVD의 자리를 빠르게 대체해 나갔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슈퍼드라이브는 기술적 한계도 드러냈다. USB-A 타입만 지원하고 USB 2.0 속도로만 작동하는 등 현대의 고속 데이터 전송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최근의 맥북 모델들이 대부분 USB-C 포트만을 탑재하고 있어 슈퍼드라이브를 사용하려면 별도의 어댑터가 필요한 점도 사용자들에게 불편함을 줬다. 슈퍼드라이브의 단종은 ODD(Optical Disc Drive) 시장 전체의 하락세를 반영하는 모습이다. 시장조사기관 마켓리서치퓨처에 따르면, 전 세계 ODD 시장 규모는 2023년 16억1330만 달러에서 2030년 12억7980만 달러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3.6%로 시장이 축소되는 중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에 ODD 시장에서 철수했다. 슈퍼드라이브의 단종은 애플의 제품 전략 변화를 잘 보여준다는 평가다. 애플은 새로운 기술을 채택하는 것도 빠르지만 구형 기술을 과감히 버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과거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를 가장 먼저 제거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CD/DVD 시대의 종말을 가장 먼저 선언한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빠른 변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여전히 CD나 DVD로 저장된 중요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사용자들에게는 이번 결정이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또 일부 전문 분야에서는 여전히 광학 미디어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데이터 보안과 장기 보관이 중요한 의료 및 법률 서비스 분야에서는 여전히 ODD 사용이 필요하다. 일부 음악 애호가들과 영화 컬렉터들을 위한 작은 시장도 존재한다. 아직 서점 등에서는 CD나 DVD로 생산된 아티슽의 앨범 등이 판매 중이다. 이들을 위해 LG전자는 히타치와의 합작법인인 HLDS(Hitachi-LG Data Storage)를 통해 ODD 제품을 만들면서 전 세계 ODD 시장에서 6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상태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CD나 DVD보다 더욱 빠르고 효율적인 데이터 저장 및 전송 방식이 대중화 된 상황이라 애플이 판단을 내린 것"이라며 “기술의 발전과 소비자 행동의 변화, 그리고 기업의 전략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삼성전자도 인정… 위협적인 中 메모리 성장세 대응해야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 이유로 중국 메모리 업체의 레거시(구식)제품 공급이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반도체 업계의 판도 변화가 감지된다.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의 독주나 마찬가지였다.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 뿐만 아니라 레거시 제품도 삼성전자의 입지가 단단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업체의 레거시 시장 침투가 삼성전자의 실적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도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중국 레거시 제품의 공급이 실적 저하의 원인 중 하나로도 인정하기도 했다. 1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중국 메모리 업체의 레거시 제품 공급 증가에 실적이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의 레거시 메모리 시장에서는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CXMT는 2016년 설립 이후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급성장했다.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CXMT의 월간 DRAM 생산능력은 2023년 말 12만 장에서 2024년 1분기 16만 장으로 증가했으며, 2024년 말에는 20만 장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글로벌 DRAM 생산의 약 11%를 차지하는 규모다. 기술력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현재 17nm, 18nm DDR4와 LPDDR4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18.5nm 공정의 DRAM 생산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HBM(High Bandwidth Memory) 개발에도 착수했다고 알려졌다. YMTC 역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YMTC는 최근 232층 QLC 3D NAND 양산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삼성전자와의 기술 격차를 약 2년으로 좁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YMTC 측은 자체 개발한 Xtacking 3.0 기술을 적용해 성능과 수율을 개선한 결과라고 자찬하고 있다. 최근 YMTC는 미국 수출규제를 돌파하기 위해 한국은 물론 일본, 대만 등의 장비 공급업체들과 협력을 모색하다. 중국 업체의 약진으로 시장 점유율 변화도 뚜렷하다. 글로벌 리서치사인 호라이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중국의 글로벌 반도체 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약 17.67%에 달한다. 특히 CXMT의 경우 계획대로 생산능력을 확대할 경우 글로벌 DRAM 시장의 15%까지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중국 기업들의 성장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다는 분석이다. 미중 무역 갈등과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중국은 반도체 자급률 제고를 국가적 과제로 삼고 대규모 투자와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빅펀드'로 알려진 대규모 투자 프로그램을 통해 반도체 산업에 상당한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 결과 중국 기업들의 급성장으로 레거시 제품이 주 품목인 중저가 제품 시장에서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삼성전자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업체는 HBM 시장에도 도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중국을 향한 긴장감은 중장기적인 이슈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도 현재 상황의 타파를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키워드는 '기술'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은 이번 실적 발표 후 이례적으로 메시지를 발표하며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을 복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첨단 제품에서의 기술 우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삼성전자는 중국의 침투가 심해진 레거시 제품에서 최신 제품으로의 공정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1b D램(5세대 10나노급)의 생산량 확대를 계획하고 있으며, 올해까지 월 10만장 가량의 생산능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가장 극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HBM이다. 아직은 삼성전자는 HBM 분야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이미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삼성전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이번 실적 발표에서 중국 기업을 언급한 것은 일단 실적 변동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의도"라며 “또 중국 기업들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정책적 조치를 촉구하는 의미도 읽힌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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