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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강찬수 기자 입니다.
  • 기후에너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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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기후환경단체 33곳, 2035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 요구

국내외 기후환경단체가 국제사법재판소(ICJ)의 권고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상향할 것을 각국 정부에 요구하는 공개 서한을 25일 발표했다. 기후솔루션과 플랜1.5, 어스저스티스(Earthjustice), PISFCC, WYCJ, CIEL 등 국내외 기후환경단체 33곳은 공개서한에서 “'기후변화 대응은 모든 국가의 의무'라고 명시한 ICJ의 권고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파리 기후협약에 부합하는 최고 수준으로 잡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앞서 유엔 최고 사법기관인 ICJ는 지난달 23일 세계 각국이 기후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국제법 위반으로 간주돼 책임을 물을 가능성을 여는 역사적인 결정을 내린 바 있다. ICJ의 의견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기후변화에 관해 국제적 사법기구가 사상 처음으로 내놓은 공식 법적 견해라는 점에서 국제법 논의의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를 대상으로 한 국내 소송부터 국가간 소송까지, 여러 차원에서 진행되는 전 세계 기후소송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이와 함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파리 기후협정에서 정한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5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정점) 대비 60% 감축해야 한다는 과학적 분석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단체들은 서한을 통해 “야심 찬 (2035년) 목표 설정은 정치적 선택이 아닌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법적 의무"임을 강조하고, 각 당사국이 이번 ICJ 권고적 의견을 2035년 NDC 수립에 충실히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또 “중요한 것은 제출 시점이 아니라 각국의 NDC가 담고 있는 목표의 수준과 실질적인 내용, 그리고 수립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충분한 협의를 이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로부터 기후위기 대응이 미흡하다는 판결을 받은 만큼 이재명 정부가 내놓을 2035 NDC 목표 설정에 세계 관심 쏠리고 있다. 서한에 참여한 단체들도 한국 역시 국제 권고 수준 이상의 2035년 NDC를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제한하자는 파리 기후협정에 가입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2035년까지 자국의 온실가스를 얼마나 감축할 것인지 계획(NDC)을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2035년 NDC의 제출 기한은 당초 2월 10일이었으나 9월로 연장됐으며, 8월 4일 기준 27개국이 제출을 완료했다. 대부분 국가의 추가 제출은 올해 3분기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지난 18일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정부는 9월 중 초안을 만들고 의견을 수렴해 10월 말까지 최종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단독]서울 일부 빗물펌프장 극한호우 막기에는 ‘역부족’

2011년 7월 우면산 산사태 당시 큰 피해를 입었던 서울 서초구 방배동 일대는 2022년 8월 집중호우 때도 침수 피해를 입었다. 당시에는 시간당 100㎜가 넘는 '극한 호우'가 쏟아진 탓에 도저히 막을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피해로 여겨졌다. 하지만 폭우 피해가 반복되는 것은 빗물펌프장 시설이 극한 호우를 감당하기에 부족한 데다 재해 적응력과 회복력도 부족한 탓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홍익대 건설환경공학과 이승오 교수팀은 최근 서울 시내 12개 빗물 펌프장을 대상으로 '도시 홍수 적응역량 지수(UFACI: Urban Flood Adaptive Capacity Index)'를 산출, 국제 저널인 '응용 과학( Applied Science)'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이 교수팀은 서울 시내 120개의 빗물펌프장 가운데 12곳을 골라 빗물펌프장 배수구역의 홍수 대응력을 종합 평가했는데, 그 중 방배동과 금호동이 가장 취약한 지역으로 드러났다. '도시 홍수역량 지수(UFACI)'는 빗물펌프장의 단순 배수(排水)능력이 아닌 홍수로부터의 '회복력'을 측정하는 지표다. 기존의 홍수 취약성 평가는 주로 침수심, 배수능력 같은 물리적 지표에 집중한 데 비해 UFACI는 경제력, 사회적 대응망, 물리적 인프라, 주민 위험 인식을 통합해 평가하는 지표다. 연구팀은 경제적 자원(소득, 재정자립도), 사회적 자본(재난 관련 기관, 의료기관), 인프라(저류용량, 배수능력), 위험 인식(EQ-5D 건강지표, 보험가입률, 과거 피해이력) 등 14개 세부 지표를 기반으로 퍼지 로직(Fuzzy Logic)을 적용해 0~1 사이의 UFACI 점수를 산출했다. 점수가 1에 가까울수록 회복력이 높은 지역이다. 연구팀 분석 결과, 12개 배수구역 중에서 상위권과 하위권 구역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용산구 문배(UFACI 점수 0.977), 구로구 고척-1(0.970), 용산구 심원(0.958) 빗물펌프장은 상위권으로 평가됐다. 아울러 높은 재정자립도와 보험가입률, 주민 대상 훈련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회복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언론이나 사회네크워크시스템(SNS)에서 언급되는 빈도도 낮았는데, 이는 실제 피해 사례가 적다는 방증이다. 이에 비해 서초구 방배(0.748), 성동구 금호(0.782), 용산구 보광(0.867), 동대문구 제기-1(0.879) 빗물 펌프장은 상대적으로 낮은 UFACI 점수를 받았다. 과거 홍수를 경험한 지역이고, 적응 능력이 낮아 재난 위험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방배동 빗물펌프장의 경우 펌프 용량이 분당 1000㎥이었고, 저류시설 용량은 2600㎥인데, 유역면적이 77만8000㎡이므로, 1시간 동안 100㎜의 비가 내리고 그 빗물 중 80%가 유입된다고 가정하면 빗물펌프장이 감당하기는 어렵다. 금호동의 경우는 재정자립도가 30.2%로 낮았고, 제기-1 빗물펌프장은 펌프 용량 등 물리적 위험은 중간 수준이었지만 재정자립도는 21.6%로 낮았다. 연구팀은 “하위권 지역에서는 집중호우 후 언론 보도나 SNS 언급 빈도가 높았는데, 이는 낮은 UFACI 점수와 실제 피해 발생이 일치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지난 10여 년간 배수관 확장, 펌프장 증설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당장 지난 5월에도 서울시는 “홍수 관리에 대응하기 위해 2029년까지 빗물펌프장·배수터널·저류조 구축에 1조8000억원을 투입하는 등 침수 방지시설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특히 빗물펌프장은 3개소를 신설하고, 6개소는 증설키로 했다. 금호빗물펌프장도 318억원을 들여 2027년까지 증설하기로 했다. 하지만 극한호우는 갈수록 늘어나고 홍수 피해도 줄지 않고 있다. 연구팀은 “홍수 피해를 예방하는 데는 인프라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자치구는 관련 시설의 유지보수나 장기 투자가 어렵다. 큰 피해가 없으면 투자와 관리가 후순위로 밀리기 쉽다. 의료·재난대응기관이 잘 갖춰져야 하고, 지역사회 차원에서 대응 체계도 마련돼야 한다. 연구팀은 인프라와 사회적 요소를 결합한 통합적 홍수관리로 전환할 것을 권고한다. '배수능력'에서 '적응역량'으로 관점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재난대응기관, 의료 인프라 확충, 지역 자원봉사 네트워크 운영 등 사회적 대응망 강화 △주민 교육, 저소득층 홍수보험 지원, 반지하 주거 개선 등 위험 인식 제고 △UFACI와 같은 지수로 정책 효과를 평가하는 등 지속적 모니터링 △재정 취약지역에 대한 균형 지원 등 형평성 있는 투자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기온 1°C 상승하면 잠 설칠 위험 16% 상승

국내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이 기후변화로 기온이 1°C 오르면 수면의 질이 악화할 위험이 16%나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또, 소득이 낮을수록 수면의 질이 악화할 위험이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배상혁 교수팀은 최근 국제 저널인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이같은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 기후 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이 수면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전국 규모로 분석한 것은 이번 논문이 처음이다. 논문에서는 지역별로 1961년~1990년의 기온 평년값을 '기후기준(climate normal)'으로 삼고, 해당 지역의 2018년 연(年) 평균기온과 비교했다. 즉, 실제 연평균기온에서 평년기온을 뺀 값을 '온도 차이'라고 정의했다. 이 온도 차이가 수면의 질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본 것이다. 연구팀은 2018년 한국 지역사회 건강조사(KCHS-18)에 참여한 22만8343명 가운데 21만1134명의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했다. 당시 조사에서는 '피츠버그 수면의 질 지수(PSQI)'에 대한 설문이 포함됐다. PSQI는 최근 한 달 동안 수면의 질을 평가하는 것으로, 설문 참여자의 답변 내용을 바탕으로 수면 시간과 수면 장애 등을 분석하게 된다. 성인은 7~8시간의 수면이 필요하다는 데 기반을 두고, 연구팀은 수면 시간이 하루 7시간 미만인 경우를 수면 부족으로 정의했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경우 '온도 차이'가 1°C 벌어지면, 즉 기후변화로 기온이 1°C 상승하면 수면의 질이 악화할 위험이 1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본다면, 기온이 1°C 상승하면 한국 도시 거주자 가운데 약 249만 명이 수면 장애를 경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기온 상승으로 인한 수면장애는 자주 깨기도 하고, 기침 또는 코골이, 악몽, 통증 등의 형태로 나타났다. 특히, 도시 주민 중에서 저소득층의 경우는 1°C 상승 시 수면의 질 악화 위험이 23%나 증가했다. 이에 비해 중간소득층은 17%, 고소득층 중에서는 7%가 수면의 질이 악화해 차이를 보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이 전반적인 PSQI 점수로 나타나는 수면의 질 저하와 수면 시간 감소 같은 수면의 질 저하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었다"면서 “기후 변화가 심화됨에 따라 수면의 질에 영향을 받는 도시 거주자의 수는 더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구팀은 “기온 상승으로 인해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도시 설계 단계에서부터 녹지·수변 공간과 녹색 인프라(가로수, 옥상녹화, 투수성 포장) 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취약계층(저소득층)을 고려해 에어컨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면서 공공 냉방 대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에어컨의 사용 여부나 소음 수준을 평가할 수는 없었고, 불면증이나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과 같은 기존 수면 관련 질환에 대한 정보는 포함되지는 않았다"고 연구의 한계를 설명했다. 더위 자체보다 더위로 인해 창문을 열고 잠이 들었을 때 창밖 소음 때문에 수면의 질이 악화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기후 다중위기 시대엔 과학기술 리더십이 필수”

김명자 KAIST 이사장은 22일 대전 유성구 KAIST 문지캠퍼스에서 열린 '2025 KAIST 녹색 성장 및 지속가능성 워크숍 (Green Growth & Sustainability Workshop)'에서 “기후 다중위기(Climate Poly-crisis) 시대에는 과학기술과 리더십의 결합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KAIST 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GGGS)이 주관한 이날 워크숍에서는 KAIST 소속 여러 연구팀이 참석해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한 총 32편의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공유했다. 김 이사장은 이날 행사 기조연설에서 45억 년의 지구 역사와 인류 문명.산업 발전사를 짚었다. 김 이사장은 “지구는 다섯 번의 대멸종을 겪었지만, 지금 맞닥뜨린 여섯 번째 위기는 인류 스스로 만든 위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인공지능(AI) 오작동, 핵 위협, 생물무기, 팬데믹, 기후변화 등이 서로 얽힌 '기후 다중위기(poly-crisis)' 상황을 언급했다. 김 이사장은 “이 다중 위기는 단일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방식으로는 극복할 수 없으며, 종합적인 시각에서 접근이 필요하고, 이에 따라 기술 혁신과 국제 협력, 그리고 이를 이끌어갈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특히 과학기술계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기후위기는 더 이상 환경 분야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생존과 인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고 밝혔다. 그는 “기후위기 극복은 과학기술이 중심이 돼야 하지만, 과학기술의 힘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이를 사회적 합의와 글로벌 거버넌스로 연결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KAIST가 녹색성장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혁신 연구의 허브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워크숍에서는 탄소중립 기술, 에너지 전환, 기후금융, ESG(환경.사회.지배구조), AI 기반 기후 시나리오 등 다양한 주제의 연구가 발표됐다. 특히 젊은 연구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적 접근법이 주목을 받았다. KAIST 측은 이번 워크숍은 단순한 학술행사가 아니라, 기후위기 속에서 KAIST가 '미래형 리더십'의 모델을 제시하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엄지용 KAIST 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장은 “이번 워크숍은 KAIST 내부의 학제 간 협력을 실질적 행동으로 옮긴 첫 단계"라며 “앞으로 국제 공동연구로 확장해 기후위기 대응의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기우제까지 지내는 강릉...물부족 왜?

강원도 강릉 지역이 극심한 물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18만 강릉 시민의 주 상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21일 현재 20.1%(평년 69%)로 뚝 떨어졌다. 강릉시는 지난 20일부터 수도 계량기의 50%를 잠그는 방식으로 제한급수를 실시하고 있고, 시민들도 대대적인 물절약 운동을 벌이고 있다. 강릉단오제보존회는 오는 23일 비가 내리기를 기원하는 기우제(祈雨祭)까지 지내기로 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는 물 걱정 없이 여름을 나고 있는데, 유독 강릉 지역에서만 물부족에 시달리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백두대간을 넘지 못한 비구름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강원도 영동지역의 강수량은 평년 대비 41.5%에 불과하다. 지난 18일 기준으로 3개월 동안 241.4㎜의 비가 내려 평년(1991~2020년 30년 평균값)의 580.5㎜에 크게 못 미쳤다. 강릉의 경우 범위를 6개월로 넓혀도 강수량이 392㎜로 평년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강원 영동 지역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지방은 평년 대비 90% 이상의 강수량을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기상청 우진규 통보관은 “강원 영동 지역 가뭄과 관련한 정확한 기상학적 분석은 8월 말이 돼야 나올 예정"이라면서도 “서쪽에서 동쪽으로 진행한 비구름이 태백산맥을 넘지 못한 것이나 바람의 방향 때문에 비구름이 영동으로 비껴가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난 결과로 일단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부지방에서는 정체전선(장마전선)이 형성돼 수도권과 강원 영서지방에는 폭우 피해가 날 정도로 많은 비가 내렸지만, 태백산맥 너머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산맥을 넘어가면서 공기가 더 건조해지기도 했다. 올해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이 단 한개도 없다는 것도 영동지역 가뭄의 원인이 되고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강릉 지역에 가뭄이 자주 발생하지만, 태풍이 오면서 가뭄을 해소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하지만 기상청에 따르면 평년(1991~2020년) 통계로는 8월까지 2.5개가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지만, 올해는 단 한개도 영향을 주지 않았다. 특히 이날 일본 규슈 근처에서 발생한 12호 태풍 링링도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을 이기지 못한 채 열대저압부로 약화돼 한반도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했다. 비가 덜 내리는 기상학적 가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내놓은 1개월 기상 전망에서 강원 영동 지역은 9월 14일까지 강수량이 평년 수준에 머물겠다고 기상청은 내다봤다. ◇정부, 지자체, 민간 가뭄 극복 노력 강릉 지역 주민들이 의존하는 오봉저수지는 1983년 준공 이후 역대 가장 낮은 저수율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강릉시는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가동하고, 저수율 하락에 따라 제한급수에 돌입한 상태다. 공공수영장의 운영을 중단하고, 분수 등의 시설도 사용을 제한했다. 하루 100톤 이상 물을 많이 사용하는 수요처 197곳을 대상으로 수압을 낮춰 물 사용을 줄이도록 했고, 공공기관과 시민을 대상으로 물절약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 강릉시는 저수율이 15% 이하로 내려가면 계량기의 75%를 잠그고, 저수율이 0%에 가까워지면 가구별로 생수를 지급하고 전 지역을 대상으로 급수차량을 이용한 운반급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대형 건물에서 나오는 지하수를 활용하고, 남대천·구산농보의 농업용수를 생활용수로 전환해 하루 1만톤의 물을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도 행정안전부·농식품부·환경부 합동 태스크포스(TF) 운영에 들어갔고, 생수 2만9000병을 긴급 공급하기로 했다. 서울시도 수돗물 '아리수'를 지원하기로 했다. ◇물 문제 해결할 근본 대책 마련을 기후 위기 시대를 맞아 올해와 같은 물부족이 자주 나타날 수 있는 만큼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강릉에서 남서쪽으로 16㎞ 떨어진 도암댐의 물을 활용하자는 논의다. 백두대간 너머 평창에 있는 도암댐은 1990년 남한강 최상류인 송천을 막아 만들었으며, 수력발전을 하면서 물을 강릉 남대천으로 방류했다. 하지만 댐 수질 악화로 시민들이 반대하면서 2001년 발전과 방류를 중단했다. 당시 일정하게 방류한 게 아니라 초당 16톤에 이르는 '흙탕물'을 하루 6시간씩 간헐적으로 방류하는 바람에 불편을 준 것도 시민들의 반발을 산 원인이었다. 지난 25년 동안 도암댐의 물은 남한강으로 들어가고 있다. 가톨릭관동대 박창근(토목공학과) 교수는 “백두대간 동쪽 강릉지역은 경사가 심해서 충분한 저수량을 가지는 댐이나 저수지를 지을 곳이 없다"면서 “도암댐 물을 농업용수 등으로 활용한다면 오봉저수지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하댐을 건설하는 방법도 있지만, 충분한 수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장소를 찾기가 어렵고 실제 건설하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강원연구원 환경연구부 전만식 연구위원은 “그동안 도암댐 수질은 크게 개선된 데다 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질을 탓할 수도 없다"며 도암댐 물 이용에 찬성했다. 전 연구위원은 “지난 25년 동안 발전소를 가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도암댐에서 발전 방류를 할 수는 없다"면서 “발전설비나 송배전 설비를 교체하는 데 3~4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댐을 일정하게 방류할 수 있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고 전 연구위원은 덧붙였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에어컨 냉매는 기후위기 부르는 ‘복병’

해마다 여름이면 극심한 폭염이 반복되면서 에어컨은 필수품이 됐다. 국내 에어컨 보급률은 98%에 이르렀다. 에어컨 사용이 늘면 전력 수요 증가로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지만, 에어컨 속에 들어 있는 냉매가 기후위기를 키우는 '복병'이라는 사실은 덜 알려져 있다. 냉장고, 에어컨 등의 냉매로 주로 사용되는 수소불화탄소(HFCs)는 과거 염화불화탄소(CFCs)처럼 오존층을 파괴하지는 않지만, 지구온난화 잠재력(GWP, 온난화지수)이 이산화탄소(CO2)보다 수백~수만 배에 이를 정도로 강력한 온실가스다. 한번 배출되면 대기 중에 오래 남아서 계속 온실효과를 지속해서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환경부가 발표한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자료에 따르면 냉장·냉방 기기의 확산으로 인해 수소불화탄소 냉매와 관련된 온실가스 배출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22년 3220만톤에서 2023년 3340만톤으로 늘었고, 2024년에는 3500만톤까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양한 종류의 냉매마다 지구온난화 잠재력이 다른데, 이를 이산화탄소 기준으로 환산해서 합산한 값이다. 주목할 점은 2024년 냉매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도보다 160만톤(4.8%) 증가했다는 것이다. 냉매를 포함한 산업 부문 전체의 배출량이 130만톤(0.5%)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냉매가 다른 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크게 잠식한 것이다. 냉매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는 것은 자동차를 폐차할 때나 냉장고를 폐기할 때 관련 업체에서 비용 문제를 들어 냉매를 제대로 회수, 재활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어려워 보이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을 더욱 곤란하게 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 중국 베이징대학교 환경과학공학대학 후젠신 교수팀은 최근 '환경 과학 기술(Eni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불화탄소(수소불화탄소와 염화불화탄소 등을 포함한 개념) 문제 해법을 제시했다. 이른바 불화탄소 수명주기 관리(FLM, Fluorocarbon Life-cycle Management)다. 단순히 냉매를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사용 중인 불화탄소를 회수·재활용·재생·파괴하는 전 과정 관리 전략이다. 전 세계적으로 불화탄소는 에어컨과 냉장고 등 기기 속에 '은행(banks)'처럼 저장돼 있는데, 관리하지 않으면 수명이 끝날 때 대기 중으로 유출된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불화탄소 '은행' 규모는 13.4~24 Gt CO₂eq(기가톤, 이산화탄소 환산량), 최대 240억톤으로 추정된다. 이는 중국, 미국, 인도 3개국의 연간 배출량을 합친 것에 맞먹는 양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불화탄소를 방치될 경우 금세기 중반까지 0.014℃의 추가 기온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적극적인 FLM을 도입하면 2060년까지 11.2 Gt CO₂eq 감축이 가능하며, 그중 93%는 톤당 10달러 이하라는 낮은 비용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석탄·가스 발전 감축보다 훨씬 저렴한 수단이다. FLM에서 핵심은 재생(Reclamation)이다. 불화탄소를 회수해 정제·재생하면 다시 사용할 수 있는데, 이는 신규 물질 생산을 대체해 자원까지 아낄 수 있다. 중국의 경우 2060년까지 최대 7.0 Gt CO₂eq 상당의 HFC를 재생할 수 있으며, 이는 자국 서비스 수요를 모두 충족하고도 남을 양이다. 재생은 냉매를 파괴(destruction)하는 것보다 경제성이 뛰어나고, 재생된 물질의 시장 가치가 비용 절감을 뒷받침한다. 다만 재생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어,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의무 사용 규제가 병행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냉매 관리 강화는 비용 대비 효과가 뛰어난 기후 해법이자, 국제적으로 검증된 전략"이라며 “한국도 FLM 체계를 본격 도입해 회수·재생 시장을 육성하고, 국제 협력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냉매는 지금까지 대중적 주목을 덜 받았지만, 사실상 탄소중립의 성패를 좌우할 '숨은 핵심 과제'라는 것이다. 숙명여대 기후환경에너지학과 안영환 교수는 “냉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도 중요하다"면서 “환경부도 회수 재사용을 늘리는 노력은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온난화 잠재력이 낮은 대체 냉매를 개발할 필요도 있는데, 미리 준비한 선진국에 비해 늦은 만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기후변화가 실내공기 오염 유발…취약계층에 관심을

폭염·홍수에도 쾌적하고 안전할 것처럼 보이는 도시 아파트에서 생활하더라도 기후변화로 인해 건강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관심과 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화여대 하은희(의대 환경의학교실) 교수는 20일 “가정 실내공기 오염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연간 320만 명이 조기사망하고 있다"면서 “기후변화가 실내 환경의 악화와 건강 피해를 더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 하 교수는 한국실내환경학회(회장 신진호)와 LG전자 공기과학연구소의 공동 주최로 이날 서울 중구 연세대 세브란스빌딩 대회의실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실내 공기질 저하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하 교수는 발표에서 “기후변화가 진행되면서 기온 상승, 대기오염 심화, 습도의 변화 등이 나타나고, 이는 곧바로 실내 환경의 악화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로 실내 기온과 습도가 상승하고 건물 환기 상황이 달라지면, 실내공기 오염이 악화할 뿐만 아니라 곰팡이가 자라기도 하고 습기가 차는 현상까지도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실내 환경 변화는 거주하는 사람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쳐 천식과 만성폐쇄성 폐질환(COPD), 열 스트레스, 심혈질환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 실내 온도가 상승하면 가구나 제품 등에서 인체에 유해한 포름알데히드·프탈레이트 같은 휘발성유기화합물(VOC)·준휘발성유기화합물(SVOC)이 다량 배출될 수 있다. 이들 물질은 눈과 목을 따갑게 만들며, 신경계를 자극하거나 체내 호르몬을 교란할 수 있다. 더운 여름철 실외에서 급증한 오존(O3) 등 대기오염물질이 실내로 침투할 때도 문제가 된다. 강력한 산화제인 오존은 실내에서 다른 물질과 반응하면 2차 에어로졸(미세먼지)이 만들어진다. 미세먼지 농도 상승은 뇌졸중 등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냉난방 등으로 온도와 습도가 급변하면 피부가 자극을 받고, 호흡기에 염증이 생길 수 있다. 에너지 비용을 걱정해 환기를 자주하지 않을 경우 유해한 곰팡이나 오염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 유해한 환경에서 살아가게 되면 정신 건강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기후변화로 홍수 등 기상 재해가 빈번해지고 있는데, 건물이 침수 피해를 입기라도 하면 위생 상태가 열악해지고 전염병 감염 위험도 커진다. 하 교수는 “산모가 실내외 공기 오염물질에 노출됐을 때 태어난 아기와 어린이에게 다양한 형태로 건강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수없이 보고됐다"면서 “기후변화로 인해 실내 환경이 변화하면 어린이와 노인, 심혈관 질환이나 천식 환자 등 취약계층은 더 큰 위험에 처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 교수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오염원의 차단, 효율적인 환기 시스템의 도입, 새로운 공기청정 기술의 적용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내 인테리어에는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환경친화적인 재질을 사용하고, 열을 회수하는 스마트 환기 시스템이나 고효율 미세먼지 공기(HEPA) 필터가 장착된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국 태양광 발전량 잠식

겨울과 봄철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로 날아와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국내 태양광 발전량의 상당 부분을 잠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에딘버러대학교 국립지구관측센터와 중국 샤먼대·난창대, 싱가포르국립대 등 국제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환경 과학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미세먼지로 인한 한국의 태양광 발전 손실 중 절반 이상은 중국에서 날아온 미세먼지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한국·중국·일본 등의 상품·서비스 생산·교역 과정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의 양을 추산하고, 화학수송 모델을 통해 국경간 미세먼지의 이동을 추적했다. 또, 미세먼지로 인해 태양전지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의 양이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추정했고, 태양광 패널의 설치 형태에 따른 발전 효율을 추정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동북아지역의 '태양에너지 생산량 격차'(solar energy yield gap, SEYG)를 계산했다. SEYG는 태양광 발전 설비가 실제로 생산할 수 있는 전력과 미세먼지 영향을 제거했을 때 낼 수 있는 전력의 차이를 뜻한다. 연구팀 분석 결과, 2015년을 기준으로 동북아 3개국에서 미세먼지로 인한 SEYG 규모가 연간 53.2 TWh(테라와트시, 1TWh=1000GWh)에 이르는 것으로 산정됐다. 미세먼지는 하늘에 떠 있는 상태에서 태양에너지를 산란시키기도 하고, 태양광 패널에 내려앉아 발전 효율을 떨어뜨린다. 특히, 중국의 생산 활동에서 배출한 미세먼지가 국경을 넘어 한국과 일본의 태양광 발전량을 잠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의 경우 미세먼지로 인해 연간 0.564TWh(564GWh)의 태양광 전력 생산 손실이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17.2%는 국내에서 배출한 미세먼지 탓으로, 52.08%는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 탓인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발 오염의 영향은 0.88% 수준이었고, 나머지 29.84%는 동아시아 외부(미국·유럽·인도 등)의 영향으로 분석됐다. 국내 태양광 발전의 연간 손실량 564GWh는 국내 가구당 연간 3600kWh를 소비한다고 했을 때, 15만6600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중국의 경우 자체 영향이 60.36%였고, 한국의 영향은 0.21%에 불과했다. 연구를 이끈 야오 페이 박사(에든버러대)는 논문에서 “태양광 보급 효과를 온전히 살리려면 국경을 넘는 대기오염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논문에서 중국의 영향이 크게 나타난 것은 연구팀이 상품과 서비스 생산으로 인한 미세먼지 배출만 따졌고, 교통이나 건물 등에서 배출되는 양은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이번 연구는 2015년 상황을 기준으로 분석한 것이어서 지난 10년 동안 미세먼지 오염이 크게 개선된 점은 반영되지 않았다. 하지만, 국내 태양광 발전 설비가 크게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미세먼지로 인한 발전량 손실 규모 자체는 늘어났을 수도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등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국내 누적 태양광 설치 용량은 약 3.5GW였으며, 2025년 2월 현재는 7배가 넘는 26GW 수준으로 증가했다. 한편, 성균관대 건설환경공학부 송두삼 교수팀은 올해 초 국제학술지 '건물과 환경(Building and Environment)'에 발표한 논문에서 “미세먼지 농도와 입자 크기에 따라 태양 복사에너지가 최대 50% 이상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송 교수팀은 국내에서 직접 미세먼지와 태양광 발전량을 28개월간 측정했는데,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태양 복사량이 최대 50% 이상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특히 초미세먼지(PM2.5)는 태양빛을 산란시키는 능력이 커서 발전 효율을 크게 떨어뜨렸다. 충남에서는 태양 복사량(GHI)이 34.3%, 직사광선(DNI)은 무려 55.4% 감소했다. 경기도 역시 DNI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송 교수팀도 논문에서 “태양광 보급만으로는 부족하고, 미세먼지 감축과 병행돼야 한다"면서 “중국·한국·일본이 공동으로 대기오염 저감에 협력하지 않으면 재생에너지 확대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서울 오존 농도 빠른 상승…젊은 남성 심장마비 부른다

서울의 여름 하늘이 갈수록 위험해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여름철 서울 대기의 오존 농도가 꾸준히 상승한 탓이다. 오존이 호흡기 질환은 일으키는 것은 물론 심혈관 건강까지 위협하는 요인이라는 최근 연구 결과도 있어 관심과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18일 서울시 대기환경정보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역 대기중 오존 농도는 올여름(6월 1일~8월 16일) 평균 농도가 0.04ppm을 기록했다. 지난 2015년 여름(6~8월) 서울의 오존 평균 농도가 0.0312ppm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30%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서울지역 오존 오염도 2023년 여름 0.040ppm, 2024년 여름 0.0446ppm까지 치솟았다. 국내 오존 환경기준은 8시간 평균으로 0.06ppm(㎥당 117.8㎍(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으로 정해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단기적으로는 8시간 동안 100㎍/㎥(약 0.05ppm)을 환경기준으로 제시하지만, 건강과 생태계 보호를 위해 여름철 동안 60㎍/㎥(약 0.03ppm) 이하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서울의 오존 오염도는 WHO의 건강 생태계 보호 권고 기준을 초과하고 있는 셈이다. 오존 오염의 증가는 미세먼지 등 다른 대기오염 물질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오존은 자동차 배출가스와 산업활동에서 배출된 질소산화물과 휘발성유기화합물이 햇빛 자외선과 반응해 생성된다. 기온이 높고 햇볕이 강하고 바람이 잔잔한 여름철, 특히 대도시일수록 오존 농도가 빠르게 치솟는다. 여름철 기온이 상승하는 기후변화와도 관련이 있다. 이와 관련 지난 6월 부산대 의생명융합공학부 이환희 교수와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호 교수 등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오존 오염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연구팀은 2015~2019년 사이 연도별로 4~9월에 전국에서 발생한 '병원 밖 심정지' 사례와 오존 오염 데이터를 분석했고, 오존 농도가 10ppb(약 0.01ppm) 증가할 때 심정지 발생 위험이 2.2%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령에 따라 3개 그룹으로 나눠 통계 분석한 결과, 노인보다 상대적으로 젊은 중년층이 더 위험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75세 이상 고령층 그룹보다는 0~59세 그룹과 60~74세 인구 그룹에서 오존 노출의 위험도가 더 크게 나타났다. 남성의 경우 오존과 심정지의 연관성이 여성보다 훨씬 뚜렷했고, 흡연·음주 습관이나 기저 호흡기 질환을 가진 사람일수록 위험은 더 높아졌다. 연구팀은 전체 심정지 사례의 11.3%가 오존 노출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0~59세 연령대에서 발생한 심정지 사례 가운데 2400여 건이 오존 오염 탓인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단순한 노인층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세대를 위협하는 환경 리스크임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기저질환을 가진 사람은 오존 농도 심정지 사이의 연관성이 더 뚜렷했다. 고혈압과 당뇨병, 이상 지질혈증, 심장질환, 뇌혈관 질환, 만성 신장 질환, 호흡기 질환 등 병력이 있는 60~74세 남성은 오존과 심정지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였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야외 활동이 많은 젊은 세대가 고농도 오존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심정지 위험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면서 “기존처럼 노인만을 고위험군으로 여기는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또 “국내 오존 환경 기준이 WHO의 건강 생태계 보호 권고치보다 두 배나 완화되어 있다"면서 “WHO 권고을 지킨다면 매년 500건 이상의 심정지를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오존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자동차와 공장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줄이도록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오존 오염도가 치솟는 시간대에는 실외 활동을 자제하고, 학교나 직장에서도 야외활동의 시간을 조정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권고하고 있다. 한편,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오존 오염은 전통적인 여름철(6~8월) 외에도 4월부터 9월까지 연중 6개월 이상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환경공단의 대기정보 시스템인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역에서 처음 오존주의보가 발령된 것은 4월 19일이었고, 마지막으로 발령된 것은 9월 19일이었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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