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오른쪽 2번째)이 지난 5일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2027년 최저임금 고시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소상공인연합회
생존 절벽에 내몰린 소상공인업계가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온 제도 개선안이 최근 국회에서 잇따라 법안 발의로 구체화되고 있다. 소상공인의 사업장 운영부터 폐업까지 생존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입법이 추진되면서 소상공인 부담을 완화할 마중물이 될지 주목된다.
◇ 최저임금법 개정안 등장에…업계 “국회, 신속 처리해야"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소상공인업계가 최저임금제도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발의돼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최저임금을 사업장 규모·지역별로 차등 적용하고, 사용자의 지불 능력과 고용 안정 등을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넣는 것을 주된 골자로 한다.
또 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도록 하는 단서 조항을 신설함으로써, 사실상 주휴수당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로 소상공인 인건비 부담 완화에 초점을 맞춘 법안으로, 그간 소상공인업계가 요구해온 내용과 궤를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는 고용노동부가 2027년도 최저임금안 이의제기안을 기각하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 고시하자, 이를 전면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소공연이 최저임금 고시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은 역대 최고 최저임금인상률을 기록한 지난 2018년 이후 두 번째다.
특히 이번에는 행정소송과 함께 최저임금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까지 신청해 지난 2018년보다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업종별 구분 적용 없이 일괄적으로 올해보다 3.7% 오른 1만700원으로 확정 고시됐다.
소공연 관계자는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소공연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핵심 대책들을 법제화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국회는 당리당략을 떠나 이번 법안을 초당적으로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저임금 격년제 실시, 최저임금위원회 내 소상공인 대표성 강화 등 보다 폭넓은 논의를 통해 '최저임금의 역설'을 극복하는 대전환의 계기를 마련해야한다"고 덧붙였다.
◇ '플랫폼 수수료·정산주기' 문제 해결 겨냥한 입법도
국회에는 온라인 플랫폼 업체와 입점 소상공인 간의 거래환경 개선을 위한 법안도 발의돼 있다. 그간 업계는 온라인 플랫폼의 수수료 구조 및 정산 지연, 데이터 독점 등과 관련해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비판의 날을 세워왔다.
지난 3일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과거 문제가 되었던 플랫폼 수수료와 정산주기 문제 등을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실태 조사해 공개하고, 불공정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동반성장위원회 안에 온라인 플랫폼 상생협의체를 두는 등 플랫폼이 자발적으로 상생 노력을 펼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소상공인들은 개정안의 주요 내용 중 △중기부의 실태조사 공표 및 공정위 조치 요구권을 통한 시장 투명성 제고 △상생협력지수 신설 및 갈등 해결 협의체 법제화를 통한 자발적 상생 유도 △정산 지연 해소를 위한 신속 지급 노력 규정 및 관련 정보 공유 △입점업체 디지털 역량 강화 및 경영 부담 완화를 위한 정부 지원 근거 마련 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소공연 관계자는 “이 개정안은 입점업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극복하고 대등한 위치에서 상생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플랫폼 생태계 구성원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진정한 동반성장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4일 서울 성북구 한 대학가 상권이 방학과 폭염 영향으로 행인이 없어 한산한 모습. 사진=정희순 기자
◇ 소상공인 폐업·재기지원 위한 제도 개선안도 심사 中
이밖에 폐업 소상공인의 안전망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돼 소관위 심사를 진행 중이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5일 대표 발의한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소상공인법)은 법령·제도 변화 등 소상공인의 귀책 사유 없이 사업을 중단하게 된 경우 폐업 지원금 등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소상공인법은 소상공인의 폐업과 재기를 지원하기 위한 각종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법령이나 제도 변화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폐업하는 소상공인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업계는 이 법안이 그동안 요구해온 폐업·재기 지원 확대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이 사업을 시작하고 운영하는 과정뿐 아니라 불가피하게 폐업하는 단계까지 제도적 보호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소공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영업 폐업 건수는 62만4000건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4.7% 증가해 1990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반기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다.
더욱이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폐업을 결심한 시점의 소상공인 평균 부채액은 1억236만원에 이르고 폐업 비용도 평균 2188만원이나 돼 폐업 자체가 소상공인에게 큰 부담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공연 관계자는 “이번 소상공인법 개정안은 국가 정책적 변화로 피해를 입은 국민에 대한 당연한 국가의 책무이자, 소상공인의 완전한 사회복귀를 돕는 실질적인 징검다리가 될 것"이라며 “법 개정을 통해 소상공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최소한의 동력을 얻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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