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티슈. (자료=쳇 GPT 이미지)
우리 일상에서 가장 흔한 생활용품 가운데 하나인 물티슈가 심각한 환경 문제의 원인일 수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물에 잘 풀리지 않아 하수관을 막고, 토양에서도 쉽게 분해되지 않는 데다, 일부 제품은 수생 생물에 치명적인 독성을 보인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강원대 환경공학과 박정안 교수팀이 최근 '한국물환경학회'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 '시중 물티슈의 물 풀림성, 생분해성 및 급성 독성 비교 평가'를 통해 확인됐다.
연구팀은 국내에서 시판 중인 15종의 물티슈를 대상으로 물속 분해 특성, 토양 생분해성, 수생 생태 독성을 종합 분석했다. 물티슈를 생분해성 제품군, 청소용, 미용용, 유아용, 일반용 등 5개 그룹으로 나눠 실제 환경 조건에 가까운 실험을 진행했다.
◇물에 풀리지 않고 토양에서도 사라지지 않아
가장 먼저 확인된 문제는 물에 잘 풀리지 않는 구조였다.
국제표준 시험방법(ISO 12625-17)에 따라 실시한 물 풀림성 시험 결과, 상당수 제품은 600초 동안 강하게 섞어도 10% 이하의 낮은 분해율을 보였다. 특히 일반 물티슈와 유아용 제품 상당수는 거의 형태가 유지됐다. 이는 소비자가 변기에 버렸을 때 하수관 내에서 분해되지 않고 잔존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이런 현상이 제품의 주원료가 종이가 아니라 폴리에스터(PES)와 폴리프로필렌(PP) 같은 합성 고분자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면(Cotton) 기반 일부 생분해성 제품은 상대적으로 물에 잘 풀렸다.
그러나 '생분해성' 표시가 붙은 제품 가운데서도 물에 거의 풀리지 않는 사례가 발견됐다. 연구진은 친환경 마케팅 문구만으로 제품의 실제 분해성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토양 분해 실험 결과도 비슷했다. 42일 동안 토양에 매립한 뒤 무게 감소율을 측정한 결과, 면과 셀룰로오스 기반 제품은 최대 80~90% 이상 분해됐지만, 합성섬유 기반 제품은 형태가 거의 유지됐다.
특히 PE와 PP 제품은 초기 상태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낮은 분해성을 보였다. 전자현미경 분석에서도 셀룰로오스 섬유는 미생물 작용으로 표면이 붕괴된 반면, 합성섬유는 매끄러운 표면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연구진은 이들 소재가 장기간 토양에 잔류하며 미세플라스틱 발생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생태독성 실험에 사용한 큰물벼룩 . 왼쪽은 살아있는 개체, 오른쪽은 죽은 개체다. (자료=한국물환경학회지, 2026)
◇'생분해성'도 안심할 수 없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주목받은 결과는 급성 독성 시험이었다.
연구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따라 큰물벼룩(Daphnia magna)을 이용해 물티슈 추출액의 독성을 측정했다. 그 결과 일부 미용용 물티슈와 생분해성 물티슈의 추출액에서는 24~48시간 내 100% 폐사했다. 연구진은 제품에 포함된 리모넨(Limonene)과 오렌지 오일 같은 향료 성분이 주요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에코스타(ECOSAR) 예측에서도 리모넨은 조사된 성분 가운데 가장 높은 생태 독성을 보였다. 에코스타 예측은 미국 환경보호청(US EPA)의 화학물질 생태독성 예측 프로그램을 활용한 독성 추정 분석을 말한다. 화학물질의 분자 구조를 입력하면 컴퓨터가 “이 물질이 수생 생물에 어느 정도 독성을 가질 가능성이 높은가"를 예측해주는 모델이다.
반면 실험 대상이었던 일부 유아용 물티슈는 전체 농도에서 치사율 0%를 기록했다. 독성 차이는 원단이 아니라 첨가 성분 조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생분해성'이라는 표시가 반드시 생태 안전성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원단이 잘 썩더라도 액상 성분에 포함된 향료나 방부제가 수생 생물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번 논문에서 “물티슈의 환경 위해성을 평가할 때 섬유 소재뿐 아니라 화학 첨가물까지 통합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플라스틱 기반 물티슈의 변기 투입 금지, 제품 성분 표시 강화, 실질적인 생분해 인증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물티슈의 토양 속 분해실험 후 전자현미경(SEM)사진. A는 면 시료, B는 레이온 시료, C는 폴리프로필렌(PP) 시료, D는 폴리에스터(PES) 시료. 토양 매립 35일차에 면과 레이온으로 구성된 물티슈 시료에서는 미생물 활동으로 인한 뚜렷한 표면 손상이 관찰됐다. 35일차의 ×100 배율 이미지에서 섬유가 느슨해지고 가늘어지며, 끊어지고 붕괴된 형태가 확인됐다. C와 D에서는 ×100 배율 이미지에서 고유의 매끄러운 표면이 유지됐으며, 섬유 벌어짐이나 구멍은 보이지 않았다. (자료=한국물환경학회지, 2026)
◇규제의 사각지대
이번 강원대 연구는 그동안 '편리한 생활용품'으로만 인식됐던 물티슈가 사실상 플라스틱 폐기물이자 잠재적 생태 독성 물질일 수 있음을 처음으로 국내에서 체계적으로 입증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물티슈가 단순한 생활용품을 넘어 하수 인프라와 생태계에 부담을 주는 환경 문제라는 점을 과학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1월 발간한 '물티슈 환경문제 해소를 위한 입법적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변기에 버려진 물티슈는 하수관 내 기름때와 결합해 거대한 덩어리인 팻버그(Fatberg)를 형성한다. 이로 인해 전국 하수처리장에서 걸러지는 협잡물의 약 80~90%가 물티슈 계열이며, 긴급 준설과 펌프 수리 등에 연간 10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에서는 2019~2022년 약 32만 톤의 일회용 물티슈가 소비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평균 약 8만 톤 수준이다. 이는 연간 200억~320억 장으로, 국민 1인당 하루 평균 1.3장꼴이다.
그러나 국내 제도는 아직 이런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물티슈는 화장품법상 인체 세정용 화장품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플라스틱 함유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처럼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에 따른 규제를 받지 않는다. 폐기물부담금 부과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다.
이 같은 규제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1월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과 국민의힘 김기웅 의원이 각각 물티슈를 환경 규제 체계 안으로 편입하는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물티슈를 '환경 위해 우려 제품' 또는 '일회용 합성수지 제품'으로 지정해 제조·수입업체에 폐기물 처리 비용 일부를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개정안에 대해 신중론을 펴고 있다. 주무 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환경 위해 우려 제품이라고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할 수 있다"는 점과 “물티슈를 규제 대상으로 지정할 경우 제조업체 브랜드 이미지 하락과 업계 타격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규제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환경 피해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산업계 부담을 이유로 규제 확대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셈이다.
이를 두고 환경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탈플라스틱 정책 기조와 배치된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자료=챗 GPT 이미지)
◇영국, 판매 금지 추진…소비자가 나서야
반면 해외 주요국은 훨씬 적극적이다. 영국은 플라스틱 함유 물티슈를 하수 인프라와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는 오염원으로 규정하고, 올 연말 웨일스 지역을 시작으로 제조 및 판매 금지 조치를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영국 정부 조사에서는 국민 대다수가 판매 제한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은 생산자책임제와 경고 표시 의무를 강화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와 일리노이, 미시간 등 미국과 캐나다 일부 지역도 '변기에 버려도 된다'는 허위성 광고를 제한하는 등 규제 강도를 높이고 있다. 국제사회가 물티슈를 더 이상 단순 생활용품이 아닌 환경 위해 제품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역시 국제 흐름에 맞춰 단계적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의료·돌봄 등 필수 사용 영역은 예외로 두더라도, 일반 소비재 물티슈는 플라스틱 함유 여부를 명확히 표시하고 생산자 책임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선택도 중요하다. 규제가 늦어지는 동안 소비자가 먼저 나서 실천할 수도 있다. △물티슈를 변기에 버리지 않는 것 △'생분해성' 표시만 믿지 않고 성분표를 확인하는 것 △가능하면 손수건과 행주 같은 다회용 대체품을 사용하는 것 등이 현실적인 대응책으로 꼽힌다.
작은 생활 습관 하나가 하수 인프라 부담을 줄이고, 미세플라스틱 발생을 막고, 수생 생태계를 보호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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