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이 부각하면서 글로벌 증시가 크게 흔들렸다.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던 국내 증시도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며 단기적인 변동성을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러한 지정학적 요인이 국내 증시의 중장기 흐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13일, 코스피는 전장 대비 0.87% 하락한 2894.62로 마감하며 8거래일 만에 상승 랠리를 멈췄다. 주말을 지난 이날 오전 코스피는 2900선 안팎에서 등락을 이어가며 비교적 선방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1600억원 가까이 순매도한 반면, 개인이 1500억원가량을 순매수하며 낙폭을 일부 방어했다. 앞서 지난 13일 국내 증시에서는 장중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소식이 전해지자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고, 외국인 순매수에도 불구하고 기관 중심의 매도세가 지수 하락으로 이어졌다. 중동발 긴장 고조에 더해 그간 빠르게 상승했던 주가에 대한 차익실현 욕구까지 맞물리며 단기 조정 압력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미국 증시도 하락 마감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흐름을 보였다. 특히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장중 한때 14% 넘게 오르는 등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했다. 방산주와 정유주 등 일부 업종이 강세를 보였지만, 전체 시장은 대체로 약세를 나타냈다. 시장에서는 이번 중동발 리스크가 구조적 위험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중동 사태가 전면전으로 확산되지 않는 한, 지정학적 충격은 단기 이벤트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정이 단기적인 숨고르기 국면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다. 특히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이 본격적인 전면전보다는 현재와 같이 제한적인 수준에서 일정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양측 모두 최악의 시나리오 전개를 원치 않는 상황인 만큼, 단기 무력충돌이 계속되더라도 일정 수준에서 관리되는 국면이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 이후 위험 자산 회피 심리 강화와 국제유가의 급등으로 국내 주식에서는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최근 코스피 지수는 주가 상승이 빨랐다는 점에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은 단기 차익 실현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나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지수는 빠른 주가 상승에 대한 부담이 존재했는데, 오히려 급격한 상승에 대한 우려가 해소된 것"이라며 “국내 주식은 여전히 신정부 정책 모멘텀이 존재하고 선행 12개월 기준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하라는 점에서 주가 조정은 매수로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단기 조정 장세에도 국내 증시의 하락 폭이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도 있다. 코스피가 PBR 0.97배에 도달하면서 과거 박스권 하단 수준에 가까워졌고, 정부의 정책 의지와 자사주 매입 기대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에서 매수 관점이 유효하다는 것이다. 특히 배당성향 확대와 자사주 소각 가능성이 재부각하면서 일부 종목은 주가 재평가 여력도 있다는 평가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의 유입 확대와 함께 개인의 강한 순매수세가 증시 하방을 지지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은 “수급 측면에서 외국인의 코스피 지분율 확대와 개인투자자들의 귀환을 기대한다"며 “만약 주가가 추가 강세 흐름을 보인다면, 이전과 같은 주식 투자 붐이 나타나며 개인이 지수 상승을 주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