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가 9월 점진적인 회복을 시도할 전망이다. 지난 7월 급락을 불러온 고금리 부담이 완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둘러싼 고점 논란도 다소 잦아들었다. 반면 경기 둔화 우려는 커지고 있다. 증권가는 금리와 반도체가 지수 하단을 지지하겠지만, 경기 둔화가 상승 폭을 제한할 것으로 보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가는 9월 국내 증시가 지난 7월과 같은 급락세를 반복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9월 코스피 예상 범위로 6700~8100을 제시했다. 신한투자증권은 6600~8000으로 전망했다. 국내증시 변동의 핵심으로 금리가 꼽힌다. 지난달 국내 증시 급락에는 AI·반도체 고점 우려와 함께 미국 장기금리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커지자 성장주를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 28일(현지시간) 잭슨홀 경제 심포지엄을 계기로 금리 인상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에 강한 경계감을 드러내면서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됐다. 이에 뉴욕증시도 나스닥지수가 0.52% 하락하는 등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워시 의장의 발언을 종합하면,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이라는 연준의 책무를 원론적으로 강조한 성격이 짙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의 관심도 잭슨홀 발언 자체보다 향후 고용과 물가 지표로 옮겨갈 전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 금요일 미국 3대 지수의 하락폭이 제한된 점을 미루어 보아 시장의 감당 가능 범위를 넘어선 쇼크는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며 “잭슨홀 이후 단기금리가 상승한 반면 장기금리는 강보합 수준에 그치는 등 최근 증시 불안 요인이었던 장기금리의 급등세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연구원은 “8월 고용이 예상 수준의 회복세에 그치고 임금 상승률 역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한다면 9월 인상 불안이 확대되거나 장기금리가 재차 급등하면서 증시 불안을 초래할 여지는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증권가는 미국의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다고 예측했다. 삼성증권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까지 발표되는 미국의 8월 고용과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고용시장 약세와 전월 대비 0.2% 안팎의 핵심 물가 상승률이 확인되면 동결 전망에 다시 힘이 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더라도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관세에 따른 물가 상승 효과가 약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도 앞두고 있어서다. 삼성증권은 9월 금리를 올리더라도 일회성 인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유안타증권은 연준이 올해 남은 기간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내년에는 두 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추가 긴축 우려가 줄면 장기금리도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증시의 금리 부담도 함께 낮아질 수 있다. 금리 안정은 반도체에 가장 먼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된다. AI 투자 둔화 우려로 주가가 크게 조정된 상황에서 실적 전망은 아직 크게 나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코스피의 1개월 이익조정비율은 9.5%다.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 전망도 최근 횡보하고 있다. 이익 전망이 추가로 빠르게 낮아지지는 않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장기금리까지 안정되면 반도체주의 주가 부담도 일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의 시선은 오히려 경기와 대외 변수로 이동하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3분기를 기점으로 경기 지표가 둔화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경기 선행·동행·후행지표가 함께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8개월 만에 하락 전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수출 증가세도 약해지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호조는 이어지고 있다. 다만 증가 속도는 둔화하는 추세다. 수출 증가율은 지난 6월 71%에서 7월 63%로 낮아졌다. 8월 1~20일에는 56%를 기록했다. IBK투자증권은 9월에는 40%대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 둔화는 금리에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물가 압력을 낮춰 추가 긴축 가능성을 줄일 수 있어서다. 반대로 기업 실적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수출과 소비가 예상보다 빠르게 꺾이면 이익 전망도 낮아질 수 있다. 9월 하순부터 시작되는 3분기 실적 전망도 변수다. 현재까지 국내 기업의 이익 전망은 견조하다. 다만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은 수출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원화 가치가 오르면 원화로 환산한 수출 실적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대외 변수도 남아 있다. 9월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AI와 무역, 반도체 등이 주요 의제로 꼽힌다. 양국의 갈등 완화 기대가 커지면 투자심리에 긍정적일 수 있다. 반면 대중 추가 관세가 다시 부각되면 증시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11월 미국 중간선거도 가까워지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정책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과거 흐름도 우호적이지만은 않았다. 2000년 이후 코스피의 9월 평균 등락률은 0.8%였다. 미국 선거가 있는 짝수 해에는 평균 1.9% 하락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결론적으로 9월 국내 증시는 경기 둔화 조짐 이슈, 미·중정상회담과 중간선거, 3분기 어닝 시즌 선 반영 등의 흐름으로 이슈를 반영해 갈 가능성이 크다"며 “이를 종합해 보면 시장이 크게 상승하거나 하락하기보다는 최근의 박스권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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