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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윤동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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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그룹 지배구조보고서]⑨ 79개사 중 4개사뿐 이행율 ‘단 5%’ 집중투표제 포비아 여전

[편집자주] 국내 대기업들이 올해부터 개정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새로운 지배구조보고서는 최근 정부의 제도 개선 사항과 G20·OECD 원칙 등 국내외 지배구조에 대한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새로운 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국내 10대그룹의 지배구조 현황과 핵심지표 이행률 등을 짚어본다. 정부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집중투표제 도입을 권장하고 있으나 재계에서는 '포비아(공포)'와 유사한 수준의 거부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10대 그룹 계열사 중에서도 SK텔레콤과 SK스퀘어, 포스코홀딩스, 한화오션 등 단 4곳만 도입하는 데 그쳤다. 뿐만 아니라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도 기피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이사회 중심의 경영 기조가 점차 강화되면서 10대 그룹 상장 계열사들도 이사회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파악된다. 24일 재계와 관련 당국에 따르면 10대 그룹 계열사 거의 대부분이 집중투표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집계뙜다. 최근 2년 동안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개한 10대 그룹 계열 79개사 중 4개만이 지난해 말 기준 집중투표제를 채택했다고 답변했다. 이행률을 따지면 5.05%에 불과했다. 핵심지표 중 이행률 한 자릿수로 나타난 것은 집중투표제가 유일했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상장사의 지배구조에 대한 정보를 주주 등 관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도입됐다. 지난 2019년부터는 자산 총액 1조원 이상, 올해부터는 5000억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에 한정해 공개가 의무화됐다. 또한 정부는 지배구조 정보의 비교가능성과 유용성을 높이기 위해 15대 핵심지표를 준수했는지 여부를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명시토록 했다. 이는 집중투표제가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 대주주에 불리한 점이 많은 탓이다. 집중투표제는 기업이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3%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가 요청하면 주주총회에서 투표를 실시해 표를 많이 얻은 순서대로 이사를 선출하는 제도다. 이에 소수의 지분을 가진 주주도 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면 변수를 만들 수 있다. 이사회 구성에 변수를 만들고 싶지 않은 대주주 입장에서는 채택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실제로 영국계 헤지펀드 칼 아이칸 연합이 2006년 집중투표제를 통해 KT&G 이사회 이사 1인을 교체하고 경영권에 간섭한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때문에 정부에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의 핵심지표로 설정하는 등 권장하고 있음에도 집중투표제를 채택한 기업이 많지 않다. 실제 집중투표제를 채택한 기업을 살펴보더라도 강원랜드, 지역난방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전력공사, KT&G 등 정부의 입김이 강한 기업이 전부다. 10대 그룹 중에서 국민연금(지분율 6.38%)이 최대주주인 포스코홀딩스와 과거 오랜 기간 산업은행의 관리 채계를 경험했던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집중투표제를 채택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외에 SK그룹의 SK텔레콤과 SK스퀘어는 정부 이외에 최대주주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집중투표제를 채택해 눈길을 끌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들의 사업이 안정적인 면이 있고. 지배구조도 집중투표제에 불리하지 않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기간산업과 유사한 면이 있어 사업적 부침이 크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스퀘어는 그룹의 핵심 사업과는 다소 거리가 먼 11번가 등 전자상거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또 애초에 대주주 지분율이 낮아 집중투표제가 불리하지 않다는 특이점이 있다. SK㈜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SK텔레콤과 SK스퀘어 지분율은 각각 30.03%와 30.06%에 불과하다. 이는 양사의 소액주주 지분율 합계인 47.7%와 35.47%보다 낮은 수준이다. SK㈜가 보유한 SK텔레콤·스퀘어의 지분율은 적은 편이지만 우호세력인 국민연금과 노르웨이 중앙은행 등이 각각 회사의 지분율을 13~17%가량 보유해 경영에 안정성을 더해주는 구도다. 대주주가 40% 이상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독자 경영을 하는 국내 다른 대기업과 다소 차이가 있다. 집중투표제 채택 이외에도 기업지배구조보고서 핵심지표 이행률 하위 항목을 살펴보면 '현금배당 예측 가능성 제시'와 '이사회 의장으로 사외이사 선임'도 각각 22.78%와 26.58%로 매우 낮은 비율로 집계됐다. 그 다음으로 '독립적인 내부 감사부서를 설치'로 나타났으나 이행률이 55.7%로 급격히 올라간 것으로 파악된다. 재계 관계자는 “대주주 입장에서 집중투표제를 채택하면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아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며 “큰 변수가 없다면 10년이 지나더라도 이행률이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기자의 눈] 장기 불황기 ESG 경영의 난제

“잘 나갔을 때 했던 구두 약속을 너무나도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꼭 지켜야 할까요?" 얼마 전 만난 대기업 임원이 장기 불황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난제라며 내놓은 질문이다. 개인의 삶에 미치는 기업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기업의 역할이 사적 이익의 극대화에 국한되기보다 다양한 차원에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ESG 경영은 최근 5년여 기간 동안 국내 재계의 가장 큰 화두로 자리매김했다. 모집한 자금을 관련 프로젝트에 투입하도록 한정한 ESG채권의 신규 발행 흐름만 보더라도 최근 5년여 동안 재계의 관심이 급격히 커졌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국내에서 발행된 ESG채권은 1조2500억원 규모에 불과했으나 2021년 86조7510억원으로 3년 만에 69배 이상 늘었다. 당시 국내 많은 기업들이 2040~2050년까지 현재의 화석 에너지를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해 탄소 순배출을 제로화 하겠다는 내용의 과감한 약속을 발표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2022년부터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분쟁 등이 발생하면서 에너지와 천연자원의 희소성이 치솟고 반대로 당장 이를 대체하기 어려운 친환경 에너지 및 관련 프로젝트의 가치가 급락했다. 이에 ESG 프로젝트에 대한 재계의 관심도 줄어드는 추세다. ESG채권 신규 발행은 2022년 57조4804억원, 지난해 75조5305억원으로 2021년 수준에 미달했다. 불황이 2~3년 동안 장기화되면서 일부 기업들 사이에서는 호황이었던 2021년 이전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아직 10여년 이상 약속 기간이 남았기에 당장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불황이 향후 몇 년 동안 이어진다면 이에 대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생각해 봐야 할 점은 기업의 수익성과 ESG가 완전히 대립되는 목표는 아니라는 점이다. 어느 하나가 극단으로 치닫지 않는다면 경우에 따라서 동시에 추구해야할 가치에 가깝다. 이를 감안하고 다른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수익성에서 눈을 돌린 ESG 정책은 결국 허무해질 수밖에 있다.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을 도입한 기업도 존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ESG는 '기업을 옥죄는 또 다른 규제'가 아니라 수익성을 포함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돼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자리매김할 때 ESG의 가치는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티맵, 장소 추천 ‘어디갈까’ 서비스 출시···20년 쌓은 데이터 기반 이동 초개인화 시대 연다

티맵(TMAP)이 'AI 장소 에이전트'로 진화했다. 사용자가 갈만한 장소의 발견부터 추천·검색·예약 기능을 통해 초개인화 된 로컬(지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데이터 기반 핵심 사업들을 본격적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23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티맵모빌리티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AI 장소 에이전트 서비스 '어디갈까'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연간 67억건에 달하는 방대한 이동 데이터를 학습해 근거리는 물론 원거리 장소 및 향후 코스제안까지 이동 전·후 모든 여정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종호 티맵모빌리티 대표는 “실제 주행 데이터를 장소 검색 및 추천 로직에 활용한다는 점에서 '어디갈까'는 오직 티맵만이 선보일 수 있는 신뢰도 높은 서비스"라며 “AI를 적용해 개인 맞춤형 장소 추천을 점차 고도화하고, 장소 검색과 이동 전후의 연결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디갈까는 △내 주변·발견 △장소 상세 및 리뷰 △인증뱃지 △추천검색 △이동 시 추천 △비즈 플레이스 등 총 6가지 항목으로 구성된다. '내 주변' 탭에서는 500m~10km까지 거리별 인기 장소를 추천받을 수 있다. 시간·성별·연령별 필터로도 탐색이 가능하다. '발견' 탭에서는 유저의 이동 패턴에 맞춰 지역별 개인화된 장소를 추천한다. 이 두 탭은 유저가 간편하게 화면을 전환하면서 장소 탐색을 할 수 있도록 UI가 구성됐다. 장소선정에 있어 핵심 고려사항인 사용자 리뷰는 신뢰도를 높이며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구현됐다. 실제 주행한 유저들만 작성할 수 있는 주행인증리뷰를 업계 최초로 도입하고, 이렇게 작성된 주행인증리뷰는 일반 리뷰와 구분해서 장소상세내 표출된다. 주행인증리뷰에는 해당 장소의 경험뿐 아니라 주차 및 주행경험을 같이 리뷰할 수 있어 차량방문시 필요 정보를 함께 얻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파트너십을 맺은 타플랫폼의 맛집 리뷰 등도 통합으로 제공해 소비자 편의성을 크게 늘렸다. 티맵 인증뱃지도 도입한다. 인증 뱃지는 두 가지로 구분된다. 로컬인기 뱃지는 현지인들이 자주 방문하는 맛집을 데이터 기반으로 선정해 제공한다. 집을 등록한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활용해 동네 주민들이 자주 찾는 맛집을 자동으로 추천한다. 또 지역 내 최신 이동횟수를 기반으로 선택지역의 상위 50개 장소정보를 랭킹으로 보여주고, 이중 상위 10곳의 맛집과 카페에는 티맵 랭킹뱃지를 부여한다. 장소 검색도 한층 쉬워진다. '추천검색' 기능을 통해 구체적인 장소명 대신 '을지로 맛집', '삼겹살 맛집' 등의 키워드 검색이 가능해진다. 이동과 장소 탐색의 매끄러운 연결을 위해 '이동 시 추천' 서비스를 바탕으로 이동 전 및 이동 중간 경로상 맛집 추천도 추후 선보일 계획이다. 또 취합된 장소 정보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주가 장소 상세페이지를 직접 관리할 수 있는 '비즈플레이스' 기능도 추가된다. 업장의 영업시간, 메뉴, 주차, 부가정보 등을 쉽고 편리하게 입력 및 관리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전창근 티맵모빌리티 프로덕트 담당은 “향후 AI 기반 코스 추천 기능을 비롯해 대규모 언어 모델(LLM) 기반 대화형 검색 기능도 도입할 것"이라며 “유저의 이동패턴과 취향 등 다양한 요소를 결합해 더욱 정교한 추천을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고도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티맵모빌리티는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축적되는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 올해를 데이터 사업 본격 성장의 원년으로 삼아 수익성을 대폭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부가가치가 높은 데이터 사업 매출을 올해 700억원 이상 달성하고, 2027년까지 매출 기준 50%대 성장을 이어나간다는 목표다. 박서하 티맵모빌리티 D&I 담당은 “사용자와 사업자, 그리고 티맵모빌리티 3자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 모빌리티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나가고자 한다"며 “사용자에게는 고도화된 개인화 서비스 및 요금할인 등 혜택을, 파트너사에게는 생산성 향상 및 고객 유치 등을 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어디갈까 등 내비게이션 이외의 서비스에서 유입되는 트래픽을 확대하고, 장소나 버티컬 데이터 같은 다양한 정형·비정형 정보들을 학습해 데이터 기반 핵심 사업을 육성한다. 이미 에너지·물류·지자체·금융 등 다양한 산업에서 수요예측·마케팅·최적경로설정 등에 티맵데이터를 활용해 15% 이상 생산성을 향상한 성공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티맵모빌리티는 이에 더해 B2C·B2G·B2B에 제공중인 각종 데이터(지도·도로, 실시간 교통, 장소 정보 등) 고도화 및 이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 서비스 제휴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어디갈까와 함께 선보인 TMAP 비즈플레이스의 고도화를 통해 사업주들이 모객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마케팅 플랫폼(쿠폰·고객분석·로컬 광고·포인트 등)도 제공한다. 또 이 같은 데이터 역량을 결합해 현재 18개 이상 브랜드에 공급중인 차량용 TMAP 플랫폼 'TMAP 오토'도 차량과 티맵의 데이터를 결합, 차량 및 주행환경에 최적화된 차별적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를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 대표는 “오직 티맵만이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계속 발굴하고 고도화해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며 “올해는 특히 데이터 기반 핵심 사업의 본격 성장의 원년으로 삼아 수익 개선도 가속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약탈 vs 방만 여론전 치열하지만, 고려아연 결국엔 ‘쩐의 전쟁’

최대주주인 영풍과 손잡은 MBK파트너스와 최고경영자(CEO)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이의 여론전이 주말에도 치열하게 벌어졌다. 양측은 서로 상대방을 약탈적 M&A와 방만 경영이라며 공격의 수위를 높였다. 다만 여론전의 가장 큰 쟁점으로 꼽혔던 해외 자본의 고려아연 지배 문제가 흐지부지되는 흐름이다. 이에 다음달 4일까지 공개매수 마무리 기간 동안 자본력으로 승패가 갈릴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22일 산업권에 따르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진행하고 있는 양측은 추석 연휴 이후 서로의 잘못을 꼬집으며 치열한 여론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1일 하루만 보더라도 우선 고려아연 이사회 사외이사 일동이 영풍과 MBK의 약탈적 M&A에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MBK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최 회장의 방만 경영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해 그 기능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다시 고려아연 사외이사 일동이 MBK가 손을 잡은 영풍이야말로 지배구조와 이사회 운영 등에 있어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다며 반박했다. 주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여론전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여론전의 가장 큰 쟁점이었던 해외자본의 고려아연 인수 문제가 오히려 물밑으로 가라앉는 모양새다. 최 회장 측은 추석 연휴 이전 MBK에 중국계 자본이 투입됐으며, MBK가 고려아연의 지분을 매입한다면 향후 해외 기업에 이를 매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MBK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신들이 국내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 토종 펀드라고 정면 반박했으며, 고려아연 지분을 해외 기업에 매각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최 회장 측에서도 해외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어 더 이상 해외자본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최 회장은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일본 도쿄에 방문해 고려아연과 오랜 거래 관계가 있는 일본 종합상사와 일본에 지역본부를 둔 글로벌 기업을 방문했다. 이는 그동안 고려아연과 협업해 온 해외 기업들 사이에서 우군을 찾으려는 움직임으로 파악된다. 최 회장 일가인 최내현 켐코 회장과 최주원 아크에너지 대표 등도 호주 등에서 우군 마련을 위해 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MBK의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 기한 마감이 성큼 다가오고 있어 지금의 분위기라면 여론전보다는 자본력으로 승패가 갈릴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MBK는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공개매수에 최대 2조1332억원을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공개매수 사례 중 역대 최대 규모다. MBK의 공개매수 기간(지난 13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은 추석 연휴과 한글날 등 공휴일이 다수 포함됐다. 마감 기한이 남은 영업일 기준으로 열흘도 채 남지 않은 것이다. 단기간에 최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는 우군을 확보해 직접 지원을 받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이 IB(투자은행) 업계의 중론이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우군을 확보한다면 MBK의 공개매수에 역공을 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9일 최대주주인 영풍과 특수관계를 해소한 만큼 MBK가 제시한 66만원보다 더욱 가격을 높여 공개매수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대기업 중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한 한화(7.75%)·현대차그룹(5.05%)·LG화학(1.89%)·한국투자증권(0.77%) 한국타이어(0.75%), 모건스탠리(0.48%) 등이 최 회장의 우호 세력으로 거론된다. 이들이 최 회장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추가로 고려아연 지분 매입에 나설 가능성은 열려 있다. 아울러 일본 등 해외에서 백기사가 나타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재계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직접 추석 연휴에 일본을 방문한 만큼 그에 따르는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최 회장은 추석 연휴 이후인 지난 19일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온 힘을 다해 MBK의 공개매수를 저지할 것"이라며 “고마운 분들 덕분에 이기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영풍그룹, 고려아연 매출 의존도 여전히 10% 이상… ‘작년 2326억원’

영풍그룹 주요 계열사가 고려아연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10%를 넘어서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2년여 기간 동안 영풍그룹의 최대주주인 장씨 일가와 고려아연을 경영하는 최씨 일가의 지분 다툼이 발생하면서 매출 의존도가 크게 줄었음에도 더 이상 낮추기가 어려운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고려아연 측에서 영풍그룹 주요 계열사에 대한 매출 의존도는 1%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산업권에서는 고려아연에는 영풍그룹이 필요 없어 독립을 꿈꾸지만, 영풍그룹에는 고려아연이 필요해 놓아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19일 영풍그룹의 지주사인 ㈜영풍과 주요 계열사인 영풍정밀의 지난해 고려아연향(向) 매출액 규모는 각각 2175억원과 151억원으로 합계 2326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영풍과 영풍정밀의 전체 매출액(별도 기준)이 1조5467억원과 1387억원임을 감안하면 매출에서 고려아연이 차지하는 비중(의존도)은 14.06%와 10.89%에 달한다. 이는 영풍그룹 내부에서 고려아연이 차지하는 역할이 매우 큰 탓이다. 영풍그룹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1949년 설립한 영풍기업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후 장씨 가문은 ㈜영풍을, 최씨 가문은 1974년 자매회사로 설립된 고려아연을 각각 경영하면서 재계에서 흔치 않은 '한 지붕 두 가족' 경영 체제를 유지해왔다. 이후 고려아연은 ㈜영풍과 함께 연·아연 제련과 정련 사업을 영위하면서 서로 시너지를 발생한 결과 영풍그룹 매출의 70% 가량을 혼자서 담당하는 주력 계열사로 발돋움했다. 이렇다보니 유사한 사업을 영위하는 ㈜영풍과 제·정련에 필요한 유압 밸브 등 정밀기계 부품을 제조하는 영풍정밀의 주요 고객으로도 자리매김했다. ㈜영풍과 영풍정밀은 최근 몇 년 동안 고려아연에 대한 매출액 의존도를 최대한 줄이려 한 것으로 보인다. 최윤범 회장이 고라아연 대표로 취임한 2022년 전후부터 영풍그룹을 지배하는 장씨 일가와 고려아연을 경영하는 최씨 일가의 지분 다툼이 발생하면서 공고했던 영풍그룹 주요 계열사와 고려아연의 협력 관계에 금이 간 탓이다. 실제 지난 2020년 ㈜영풍과 영풍정밀의 고려아연 매출 의존도는 각각 25.98%와 17.07%로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 특히 ㈜영풍의 경우 2020년 3204억원 수준이었던 고려아연향 매출액 규모를 지난해 2175억원으로 32.12%나 줄이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의존도 줄이기도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큰 폭으로 매출 의존도를 줄였던 2021년에 비해서 2022년과 지난해로 시간이 지날수록 비중 줄이기 성과가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고려아연과 협력해 왔기에 당장 의존도를 줄이기가 어려운 상황으로 풀이된다. 반면 고려아연은 스스로가 지분을 더 많이 보유한 알란텀, 한국전구체 등을 제외하고 영풍그룹 계열사를 통해 발생하는 매출액은 최근 4년 동안 150억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기간 고려아연의 연간 매출액이 5조~8조원 규모였음을 감안하면 영풍그룹 의존도는 0.2%에 불과한 수준이다. 산업권에서는 계열사 의존도만 살펴보더라도 영풍그룹은 고려아연이 필요하지만 고려아연은 영풍그룹이 필요치 않다는 진단이 나온다.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의 독자경영을 시도하고 영풍그룹의 장씨 일가가 이를 필사적으로 저지하려는 이유가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내부 의존도만 살펴보더라도 최씨 일가가 독자경영을, 장씨 일가가 그에 반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오랫동안 유지했던 '한지붕 두가족' 체제에 최근 본격적인 균열이 발생한 만큼 앞으로 양측의 공방이 치열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대형 해운사 호황에 가려진 중소형사의 ‘눈물’

지난해 아쉬운 실적을 거뒀던 대형 해운사가 올해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 컨테이너선 등을 운영하는 대형 해운사의 실적만 개선됐을 뿐 벌크선 위주의 중소형 해운사는 지난해보다 실적이 악화된 곳이 많아 아직 해운업계의 전반적인 불황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올해 대형 해운사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해운업계 1위인 HMM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1조513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상반기 4666억원 대비 125.31% 크게 늘었다. 상반기 매출액도 4조9933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4조2115억원 대비 18.56% 늘었다. 역시 대형사로 꼽히는 대한해운도 상반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대한해운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98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251억원 대비 58.99%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6983억원에서 9237억원으로 32.28% 개선됐다. HMM 등 대형 해운사는 지난 2021~2022년 동안 코로나19 확산으로 각국 항구에서 방역 등에 발이 묶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선복량이 줄어드는 효과를 누렸다. 이에 운임이 크게 상승하면서 지난 2022년 HMM은 9조9494억원으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호황기를 보냇다. 그러나 코로나19 시기 발주한 선박이 대규모로 시장에 진입하고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해소된 지난해 공급 과잉으로 운임이 크게 늘어나며 1년 만에 최악의 불황이 닥쳤다. 지난해 HMM의 영업이익은 5847억원을 기록해 1년 만에 94.12%가 줄었다. 다만 올해는 중국의 철강 수출 등이 늘어나면서 해운 수요가 크게 회복된 덕에 그나마 불황이 끝났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올해 중소형 해운사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더욱 심각한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 중소형사인 대한상선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09억원에 불과해 지난해 상반기 213억원 대비 48.83% 줄었다. 이는 주로 대형사가 원양 컨테이너선이나 탱커선을 운영하고 중소형사는 내수 벌크선을 운영하는 해운업계의 상황 탓으로 분석된다. 먼바다를 항해해 수출 물량을 실어나르는 컨테이너선은 매우 고가이기 때문에 대형 해운사가 아니라면 건조·운영할 수 없다. 현재 국내에서 컨테이너선을 운영하는 국적 원양선사는 HMM과 SM상선 둘 밖에 없다. 상당수 중소형 해운사는 근해에서 벌크선을 운영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 경기 위축이 심해지면서 벌크선 운송 수요가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글로벌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6일 기준 2726.58을 기록했다. 최근 하락세이긴하나 올해 1월 5일 1896.65에 비하면 1000포인트 가까이 상승한 수준이다. 반면 벌크선 운임 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최근 1814로 연초에 비해서 400포인트 이상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호실적을 기록한 HMM과 대한해운의 벌크선 매출 비중은 각각 13.77%와 38.58% 수준에 그쳤다. 반면 대한상선의 벌크선 의존도는 50%를 넘어서는 것으로 파악된다. 더 큰 문제는 대한상선도 그나마 중소형사 중에서는 규모가 큰 해운사로 꼽힌다는 점이다. 대한상선보다 체급이 작고 벌크선 비중이 높은 중소형사가 1000여개에 가깝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해운업계의 불황이 아직도 심각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중소형 해운사 관계자는 “대형 해운사의 실적 숫자만 너무 주목을 받고 있는데, 해운산업 전체의 상황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며 “대형사 호실적이 가린 중소형사에 대해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추락하던 국제유가 ‘깜짝 반등’ 성공···연말까지 상승세 이어지나

최근 미국의 허리케인 상륙으로 원유 생산시설 가동 불안이 지속되면서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국제유가가 깜짝 반등에 성공했다. 다만 주요 원유 소비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기 침체 불안이 지속되고 있어 국제유가도 연말까지 상승세를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직전 거래일(13일) 중동산 두바이(Dubai)유는 전일 대비 배럴당 0.92달러 상승한 72.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두바이유는 지난 11일 연중 최저치인 70.96달러에서 이틀 만에 2.59% 반등에 성공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와 북해산 브렌트(Brent)유도 지난 10일 각각 65.75달러와 69.19달러로 역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후 13일 68.97달러와 71.97달러로 각각 4.9%와 4.02% 상승한 상황이다. 이는 원유 생산에 대한 불안 탓으로 분석된다. 미국 안전환경집행국(BSEE)에 의하면 허리케인 프랜신(Francine)으로 미국 멕시코만의 석유생산이 허리케인 발생 전 대비 42%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정유업계는 허리케인이 소멸하면 또 다시 경기 위축에 의한 석유 수요 감소에 주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9월 13일에는 세 유종 모두 90달러 이상에서 거래됐으나 지난해 10월부터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에 지속적으로 가격이 낮아져 왔다. 그 결과 9월 들어서는 70달러 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1년 만에 24% 가량 가격이 떨어진 셈이다. 문제는 아직도 가격 하락 압력이 거세다는 점이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석유 수요 증가폭 전망치를 전월 대비 하향 조정했다. IEA는 올해 석유 수요를 일일 1억300만 배럴로 전년 대비 일일 90만 배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지난달 증가폭인 일일 97만 배럴보다 7만 배럴 가량 하향 조정된 것이다. IEA는 중국의 석유 수요 증가폭이 경기 둔화 등으로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정유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하로 국제 유가가 다시 상승세로 전환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미국부터 글로벌 각국이 금리 인하를 단행해 경기와 함께 석유 수요도 되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지난달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둔화돼 통화정책을 조정할 때가 왔다고 밝혔다. 시카고 연방은행 총재 역시 현재 금리 수준이 경제를 지나치게 긴축시키고 있어 한동안 금리를 인하해야 할 것 같다고 발언했다. 이 같은 발언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당시 국제유가가 잠깐 반등하기도 했다. 아울러 시장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지속적으로 커져가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금 상황이라면 국제유가는 연말까지 하락 압력이 더욱 거셀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금리 인하를 단행한다면 상승세로 전환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중국산 저가 쓰나미에 국내 철강사 수출 위기···올해 영업익 반토막 전망

올해 경기 침체로 인해 내수 물량을 저가 수출로 돌린 중국 업체들의 공세로 인해 국내 철강업계의 수익성이 크게 위협받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의 주요 철강업체의 올해 영업이익이 수천억원 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중국 세관총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의 철강제품 수출량은 5300만t(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가 급증했다. 연간 총 수출 예상량은 1억1000만t으로 2015년 역대 최고치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눈에 띄는 점은 올해 중국 정부가 탄소 배출 감소 등을 위해 철강생산량 감소 계획을 발표했음에도 유독 수출량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정부의 발표를 감안하면 중국 철강사가 생산 자체를 줄였을 것으로 보이나 수출량이 늘어난 것에 대해 국내 철강업계에서는 중국의 극심한 경기 위축으로 내수 수요가 급감하면서 수출량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대통령 선거 영향에 상반기 수출량이 크게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중국에 대한 강력한 무역 제재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관세에 민감한 품목인 철강제품을 서둘러 수출한 다음 하반기에 수출을 줄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철강제품의 수출 물량을 연말까지 꾸준하게 유지한다면 국내 철강업계의 영업이익이 절반 가량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지난 7월에 국내 수입된 중국산 철강제품의 거래가격은 관세의 영향으로 t(톤)당 563달러(약 77만5000원) 수준이다. 같은 달 포스코의 열연 가격은 전월 대비 1만5000원 하락한 t당 80만5000원에 거래됐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두 제품의 가격 차이는 관세 등의 영향으로 크지 않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산 열연가격은 t당 60만원대 후반으로 국내산 제품과 10만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환경이 유지된다면 국내 철강사가 판매를 크게 줄이거나 마진을 극도로 낮추고 가격 하락을 단행할 수밖에 없다. 실제 포스코 열연가격은 지난 2월 t당 87만7000원을 기록했으나 중국의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실제 상반기에도 국내 주요 철강사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는 점이 확인된다. 현대제철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538억원으로 전년 대비 80.8%가 줄었다. 포스코그룹 철강부문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도 836억원으로 태풍 힌남노 피해 복구로 1분기 생산량이 적었던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서 38.48%가 감소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까지 중국이 지금의 수출 물량을 유지한다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이 절반 이상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며 “아울러 저가의 중국산 철강제품이 글로벌 철강시장의 디플레이션을 유발하면서 제강사나 자동차 등 전방산업의 수익성 악화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10대그룹 지배구조보고서]⑧ 올해 핵심 지표 포함된 이사회 여성 참여 88.6% 이행

[편집자주] 국내 대기업들이 올해부터 개정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새로운 지배구조보고서는 최근 정부의 제도 개선 사항과 G20·OECD 원칙 등 국내외 지배구조에 대한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새로운 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국내 10대그룹의 지배구조 현황과 핵심지표 이행률 등을 짚어본다. 10여년 전 국내 최고의 대기업도 사외이사를 공시할 때 굳이 성별을 공개하지 않았다. 사실상 모든 대기업의 이사회는 남성이 차지하고 있었던 터라 여성이 진입하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국내 최고의 10대 그룹 상장 계열사의 대부분은 여성을 이사회 일원으로 선임했다. 올해부터 개정된 기업지배구보고서 등에서 이사회의 성(性) 다양성을 중시한 결과다. 11일 재계와 관련 당국에 따르면 10대 그룹 계열사 대부분이 여성의 이사회 참여에 큰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2년 동안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개한 10대 그룹 계열 79개사 중 70개사가 지난해 말 기준 이사회가 단일 성(性)으로 구성돼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이행률로 따지면 88.61%로 상위권에 달한다. 이는 국내 최고의 기업들에서도 여성의 이사회 진입한 사례가 없었던 10여년 전과 큰 차이가 있다. 실제 2011년 3월 말 기준 국내 시가총액 상위 10개사의 이사회를 살펴본 결과 여성이 단 한 명도 없었다. 10여년 만에 상황이 크게 바뀐 것은 기업의 자발적인 변화보다는 정부의 역할이 컸다. 정부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 기업이 특정 성별로만 이사회를 구성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을 2022년부터 시행하는 등 양성 평등을 위한 제도를 도입해왔다. 올해부터 개정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도 양성 평등을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기업지배구조보고서 핵심지표 11번 항목은 지난해까지 '내부감사기구에 대한 연 1회 이상 교육 제공'이었으나 올해부터는 '이사회 구성원 모두 단일성(性)이 아님'으로 크게 바뀌었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상장사의 지배구조에 대한 정보를 주주 등 관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도입됐다. 지난 2019년부터는 자산 총액 1조원 이상, 올해부터는 5000억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에 한정해 공개가 의무화됐다. 정부는 지배구조 정보의 비교가능성과 유용성을 높이기 위해 15대 핵심지표를 준수했는지 여부를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명시토록 했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부터는 그야말로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보고서의 핵심에 양성 평등의 가치가 포함된 셈이다. 이 외에도 지난해까지 핵심지표 항목이었던 '6년 초과 장기재직 사외이사 부존재(不存在)'가 삭제되고 '현금 배당관련 예측가능성 제공' 항목이 추가되는 등의 핵심지표 변화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배당 관련해서는 '배당정책 및 배당실시 계획을 연 1회 이상 주주에게 통지' 등의 핵심지표가 이미 있었기에 좀 더 세부적으로 따져보는 것에 가깝다면, 11번 항목은 지난해까지 크게 살펴보지 않았던 이사회의 양성 평등을 새롭게 따져보는 것이라 더욱 주목을 받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기업들 사이에서 명망 있는 여성 사외이사를 모셔가기 위해서 선점 경쟁까지 벌어졌다는 후문이다.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선임되는 경우가 많은 사내이사를 남성에서 여성으로 갑작스레 변경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부분 기업이 사외이사로 이사회에 여성을 합류시키길 희망했다. 다만 10대 그룹에서 사외이사로 활동할 수 있을 정도로 전문성이 검증된 여성 인재풀(pool)이 넉넉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많은 기업들이 최근 몇 년 동안 여성 사외이사 모시기에 나서면서 경쟁이 벌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10대 그룹 상장 계열사 중에서도 남성만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가진 9개사는 대부분 여성 전문가가 많지 않은 분야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신세계건설, 자이에스엔디, 포스코스틸리온 등은 건설·철강 산업권이라 여성 인재풀이 더욱 부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여성 사외이사의 증가는 기업의 지배구조인 거버넌스를 투명하게 하고 조직 운영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추기 위한 행보의 일환"이라며 “사업을 영위하는 분야에서 전문성이 높은 여성 사외이사에 대한 필요성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종합] HMM ‘프리미어 동맹’ 선포…2030년까지 23.5조 투자해 경쟁력 강화

HMM이 신규 해운동맹을 구축하고 세계 1위 해운사인 스위스 MSC와도 협력체제를 마련했다. 또한 2030년까지 친환경 설비와 선복량 확대 등에 합계 23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는 중장기 성장 전략을 추진한다. 김경배 HMM 사장은 10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본사에서 '얼라이언스 결성 및 2030 중장기 전략 설명회'를 열고 “신규 협력체제를 통해 타 협력 그룹 대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예정"이라며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및 친환경 경영체제 구축에도 지속적으로 노력하여 글로벌 친환경 선사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HMM은 기존 '디 얼라이언스' 파트너인 ONE(일본), Yang Ming(대만)과 전략적 협력을 유지하기로 합의하고 새로운 협력체인 '프리미어 얼라이언스'를 결성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글로벌 1위 선사인 MSC(스위스)와 북유럽 및 지중해 항로에서의 선복교환 협력에 최종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HMM은 이 같은 프리미어 얼라이언스 및 MSC와의 협력을 통해 원양항로 네트워크 증대, 기항 항만·국가 확대, 운용 선복량 확대 등 타 협력그룹 대비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프리미어 얼라이언스 신규 협력 서비스 항로는 기존 디 얼라이언스 체제의 26개에서 30개로 늘어난다. 이중 유럽 항로는 프리미어 얼라이언스 운영 서비스에 MSC와의 선복 교환 협력을 통해 기존 8개(북유럽 4·지중해 4)에서 11개(북유럽 6·지중해 5)로 대폭 강화된다. HMM은 아시아-유럽 항로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함에 따라, 기존에 강점을 가지고 있던 아시아시아-미주 항로와 함께 동서 항로에서 보다 강력하고 안정적인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됐다. 이정엽 HMM 컨테이너 사업 부문장은 “MSC와 선복을 교환하면 유럽 관련 규제는 문제가 없으면서도 얼라이언스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그동안 한국 선사의 진출이 어려웠던 대서양 항로 참여까지 고려하는 등 글로벌 선사로서의 위상을 대폭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HMM은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우리나라 대표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2030년까지 총 23조5000억원을 투자한다는 2030 중장기 전략도 발표했다. 우선 HMM은 글로벌 목표라고 할 수 있는 2050년 '넷 제로(Net-Zero)'를 2045년으로 앞당기기 위해 친환경 경영 투자에만 전체 투자 금액의 60% 이상인 14조4000억원을 투자한다. 저탄소 선대, 친환경 사업, 친환경 설비 등에 대한 투자를 통해 글로벌 친환경 선사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세부적으로 컨테이너 사업에서 2030년까지 11조원을 투자해 155만TEU(130척) 수준의 운용 선대를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선사와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한다. 또 늘어나는 선복량 확장에 맞춰 컨테이너 박스 확보에도 1조7000억원을 투자한다. 친환경 운송에 대한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2030년까지 저탄소·무탄소 선박 약 70척을 확보하고, 2045년까지 전 운송구간에서 탄소 중립을 실현해 친환경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벌크 사업에서는 현재 634만DWT(36척)의 선대를 2030년까지 1256만DWT(110척)까지 확장하는데 5조6000억원을 투자한다. 아울러 컨테이너 서비스 네트워크 확장에 걸맞은 신규 터미널 및 시설 투자에 4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기존 항만 터미널 확장 및 주요 거점 항만 터미널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며, 고수익 내륙 물류기지(ODCY) 사업 진출해 종합 물류사업 진출 기반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김 사장은 “공격적으로 영업해 시장 점유율을 4~5%까지 늘리려 한다"면서도 “지금은 쉽게 무너질 선사가 없고 치킨게임을 하며 쌓아둔 자본을 없앨 순 없기 때문에 다른 선사도 비슷한 고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HMM은 민영화 재추진 시점과 방법에 대해서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결정할 일이라 특별히 의견이 없다고 밝혔다. 설명회에서 민영화 관련 질문에 김 사장은 “아시다시피 매각 작업이 중지된 상황" “재개 시점이나 방식 등은 저희가 말씀드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답변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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