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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윤동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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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금감원 제동 걸린 유상증자 철회 여부 고심…“시장·주주 의견 살핀다”

고려아연이 추진하는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금융당국이 제공을 걸자 고려아연 이사회가 주자와 시장의 입장을 충분히 살펴 추진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향후 유증 계획을 철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8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본사에서 정기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정정 요구 관련 안건을 논의했다. 올해 3분기 주요 경영 사항과 2조5000억원 규모 유상 증사 추진 여부 등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주말 동안 시장 전문가들과 주주 등으로부터 의견을 충분히 듣고 유상증자 추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며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이날 사외이사만 참여하는 별도 모임을 만들어 이번 유상증자 추진 과정에서 주주 및 시장과 당국이 우려하는 지점에 대해 토의하기로 결정했다. 유상증자 추진 여부를 토의하기로 한 것은 사실상 자진 철회를 위한 수순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고려아연이 유상증자를 자진 철회하기로 가닥을 잡는다면 이르면 다음주 초 임시 이사회를 열어 의결한 뒤 해당 내용을 공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보통주 373만 2650주를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해 약 2조5000억원을 조달하겠다고 공시했다. 이에 금감원이 지난 6일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해 제동이 걸렸다. 금감원 측은 “유상증자 추진 경위 및 의사결정 과정, 주관사의 기업실사 경과, 청약 한도 제한 배경, 공개매수신고서와의 차이점 등에 대한 기재가 미흡한 부분을 확인했다"며 “투자 판단을 위한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도록 보완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MBK파트너스·영풍이 소집하는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는 이르면 올해 연말쯤 열릴 예정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50부는 영풍이 신청한 임시주총 소집허가 사건의 심문기일을 오는 27일로 정했다. 통상 임시주총 소집허가 사건은 심문기일 한 번으로 종결된다. 법원은 심문기일을 마친 뒤 신청인(영풍)과 사건본인(고려아연) 양측에게 준비서면 제출 기간을 1∼2주 정도 더 주고 인용 여부를 결정한다. 법조계에서는 대체로 인용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신청인이 스스로 주총을 소집할 수 있도록 법원이 허가(인용)하면, 임시주총 날짜는 신청인인 주주가 지정한다. 영풍은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임시주총을 개최하겠다는 입장이라, 14일간의 주총 소집 통지기간 등을 고려하면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1월 안으로는 임시주총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MBK·영풍은 지난달 28일 14명의 신규 이사 선임과 집행임원제도 도입을 위한 정관 개정을 결의하기 위한 임시주총 소집을 회사 측에 요구했다. 신규 이사를 진출시켜 이사회를 재구성하고, 집행임원제도를 통해 최윤범 회장을 비롯한 주주들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SK온, 5000억원 유상증자…“미래 성장성 고려”

SK온이 지난달 초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한 데 이어 5000억원의 추가 자금 조달에 나선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온이 채무상환자금 등 약 5000억원을 조달하고자 제3자 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7일 공시했다. 신주 발행 수는 901만5667주(보통주)이며 발행가액은 주당 5만5천459원이다. 이에 대해 SK온 관계자는 “SK온이 신주 발행을 통해 주가수익스와프(PRS) 방식으로 약 5000억원의 자금을 유치하는 것"이라며 “SK이노베이션이 SK온의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PRS 방식을) 실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PRS는 다수 국내 기업이 자본 조달을 위해 활용 중인 금융 기법으로, 향후 주가가 오르면 차익을 수익으로 인식할 수 있다. 올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배터리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전기차 전환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향후 중장기적으로 SK온의 지분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SK온은 올해 3분기 2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2021년 10월 독립 법인 출범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트럼프 2.0] K-배터리, 올해만 1조3787억원 보조금 삭감 우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컴백'에 따라 우리나라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배터리 산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우선 미국 현지에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 3사가 올해만 1조3787억원에 달하는 세액공제 혜택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장기적인 전기차 배터리 수요에 있어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갈등이 심각해진다면 국내 배터리사의 입지가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중국이 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의 무역갈등으로 중국산 배터리의 입지가 위축된다면 그 빈자리의 상당 부분을 국내 배터리 사가 차지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7일 배터리 업계는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국내 배터리 3사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 도전 공약집 '어젠다 47'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비판하며 전기차 전환 및 배터리 기업을 대상으로 한 보조금 축소를 주장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에 힘입어 실적을 높인 것은 물론 미국 현지에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결정한 국내 배터리 3사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트럼프는 전기차를 포함한 에너지 전환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는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전기차는 주행거리가 짧고 매우 비싸고 무거워 자동차를 100% 전기차로 전환할 수 없다"며 “그들(바이든 행정부)은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엄청난 양의 보조금을 주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당선은 특히 미국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배터리 3사에 악재로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은 그동안 북미를 '기회의 땅'으로 간주하고 수십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해왔다. 국내 배터리 3사가 목표한 생산 능력을 합산하면 북미 지역에만 연 600GWh(기가와트시) 이상으로 집계된다.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현대차를 비롯해 GM, 스텔란티스, 혼다, 포드 등과의 합작법인(JV) 설립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IRA 시행으로 인한 수혜가 있었기에 가능하기도 했다. 그동안 국내 배터리 3사는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로 올해 1~3분기까지 합계 1조3787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수령해왔다. LG에너지솔루션이 1조1027억원으로 가장 큰 혜택을 봤고, SK온도 2111억원, 삼성SDI도 649억원에 이른다.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보조금이 없었다면 국내 배터리 3사 대부분이 올해 흑자를 유지하지 못하고 적자로 전환됐을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온다. 미국에서 IRA의 '전면 폐지'는 어려워도 보조금 예산 축소 등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이 경우 내년 4조원 규모로 예상됐던 국내 배터리 3사의 보조금 수령 규모가 큰 폭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 집권 1기와 마찬가지로 '자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워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상대국에 압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모든 수입품에 이전에 비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어 배터리를 넘어 국내 산업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다만 배터리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산 배터리의 입지 위축으로 국내 배터리 3사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중국과의 무역 갈등이 심각해진다면 중국산 배터리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진단이다.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한국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점유율 합계는 전년 대비 3.4%포인트(p) 줄어든 20.8%에 그쳤다. LG에너지솔루션이 12.1%(점유율 3위), SK온이 4.8%(5위), 삼성SDI가 4%(7위)였다. 반면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을 확대했다. CATL은 전년 대비 점유율을 0.9% 늘리며 36.7%로 글로벌 1위를 유지했다. BYD도 0.5% 점유율을 늘리며 16.4%로 2위를 지켰다. 이밖에도 CALB, 고션, EVE, 신왕다 등의 중국 업체가 점유율을 늘리는데 성공했다. 이 같이 거센 기세로 성장하는 중국 배터리 업체가 위축되고 국내 3사도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다만 트럼프가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우고 있는 만큼 중국의 빈자리 전부를 국내 배터리 3사가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배터리 관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첨단 기술에 대해 지원을 축소하거나 우리 기업의 해외 수출에 제동을 걸 우려가 있다"며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가 강화되는 것에 대비해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생산 거점을 다양화하는 등 여러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포스코, 7년 만에 인도 진출 재도전…‘철강·배터리소재’ 돌파구 되나

포스코가 인도 오디샤주 현지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하면서 다시 한 번 과감한 도전에 나선다. 지난 2017년 현지에서 제철소 건설 프로젝트가 무산된 후 7년 만에 다시 인도 진출을 추진하는 것이다. 포스코 사업의 두 축인 철강과 배터리 소재 모두 최근의 업황 악화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구 14억명을 기반으로 한 인도 시장에 과감히 도전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가 인도 진출을 통한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달 30일 3분기 실적 발표 서두에 인도 철강 상공정 진출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 3분기 영업이익이 743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대비 37.9% 감소하는 등 어려운 환경이었으나 미래 성장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인도 진출 등 지속적인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29일 포스코그룹은 인도 오디샤주에 인도 뭄바이에서 인도 1위 철강사인 JSW그룹과 철강, 이차전지 소재 등 사업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일관제철소 1단계로 오디샤를 우선적으로 검토해 연 500만t(톤) 규모로 건설을 추진한다. 일관제철소는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상공정부터 철강 제품을 만드는 하공정까지 모두 갖춘 제철소를 말한다. 현재 포스코그룹은 인도네시아와 중국, 베트남 등 해외에 일관제철소 3곳을 보유하고 있다. 인도 오디샤에 일관제철소가 지어지면 4번째가 된다. 업계에서는 포스코의 인도 진출이 과감한 도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포스코그룹이 인도 시장 진출에 나섰으나 실패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포스코그룹은 2005년 인도 동부 오디샤주정부와 제철소 건설을 위한 MOU를 체결해 연산 12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지 주민들이 환경 파괴 등을 이유로 이에 반대했고, 인도 중앙정부 역시 미온적이었다. 결국 2017년 포스코가 오디샤주정부로부터 인수했던 부지를 반납하며 건설 프로젝트는 무산됐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에는 인도 1위 철강사인 JSW와 합작에 나서는 만큼 이전처럼 건설이 무산될 확률이 적어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럼에도 한 차례 진입이 실패한 시장에 다시 도전하는 것이라 과감하다는 의견도 동시에 나온다. 이는 포스코그룹의 쌍두마차인 철강화 배터리 소재 모두 악화된 업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위기와 연관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올해 철강사업은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세에 수출처를 잃어 수익성이 크게 흔들렸다. 앞으로도 중국산 철강 제품과의 경쟁은 물론 RE100이나 탄소국경세 등 친환경 규제를 앞두고 탄소 배출 저감을 강도 높게 추진해야하는 상황이다. 이에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등 저탄소 기술 개발을 서두르고 있으나 아직 성공 여부도 확실치 않아 상용화까지 갈 길이 멀다는 진단이다. 배터리 소재 부문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 올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위축)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대선 결과 등 변수에 따른 영향도 매우 크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실제 포스코그룹 배터리 소재 계열사 포스코퓨처엠은 중국 화유코발트와 함께 짓기로 한 니켈·전구체 합작공장 구축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당초 양사는 오는 2027년까지 포항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 내에 전구체와 고순도 니켈 원료 생산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었다. 앞서 포스코퓨처엠은 지난달 합작법인 음극재 소재사인 '피앤오케미칼'도 매각했다. 이는 저수익 사업의 구조조정 차원이기도 하지만 배터리 소재 시장의 불확실성을 우려해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이 같이 기존의 쌍두마차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확실한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포스코가 과감히 인도 진출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는 14억명의 인구를 기반으로 최근 성장세가 가파르다. 시장 진입이 쉽지 않은 만큼 포스코와 경쟁하는 중국 철강 제품도 쉽게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생산능력 500만t의 현지 공장을 짓기 위해서는 포스코가 5조원 가량을 부담해야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포스코가 매년 벌어들이는 현금으로도 5조원을 충당할 수 있기에 인도 진출에 따른 부담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길 잃은 RE100]④ ‘RE100 지원군’ 박영욱 SK E&S 팀장 “국내 PPA 초기 수준···N:N 계약 가능토록 제도 바꿔야”

최근 글로벌 대기업 중에서는 RE100 이행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해외 선진국과 거래하는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는 RE100 이행이 점차 필수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외국의 대형 기업들은 이미 RE100을 달성했거나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과 거래시에도 RE100을 이행 하고 있는지 여부를 필수적으로 확인하고 있다는 후문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RE100을 달성할 수 있는 솔루션에도 관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SK이노베이션 E&S가 주목을 받고 있다. 오랜 기간 재생에너지 사업을 영위하면서 축적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RE100 솔루션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SK E&S는 직접 생산한 재생에너지 전력을 활용해 재생에너지 공급계약(PPA)을 체결해 국내 기업들의 RE100 이행을 지원하는 솔루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당초 SK그룹 계열사를 돕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으나 지금은 국내 기업 대다수와 계약해 'RE100 지원군'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RE100 달성의 가장 큰 문제는 PPA 제도가 초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입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외국 격언처럼, 정부가 만드는 정책의 세세한 부분이 잘 맞지 않으면 실제 현장에서는 수많은 어려움에 봉착할 수밖에 없습니다." RE100 솔루션 사업에서 오랜 기간 핵심 역할을 수행해온 박영욱 SK이노베이션 E&S 재생에너지마케팅1팀장은 국내 RE100 달성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점으로 '규제 개선'을 꼽았다. PPA는 사용자가 계약을 통해 일정 기간 동안 고정된 가격으로 재생에너지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전력을 조달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RE100 달성을 위한 가장 중요한 방안 중 하나로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원활히 구매하기 위해서는 기업 니즈에 맞는 PPA 계약방식들이 필요한데, 현재는 1:1, 또는 N:1 형태의 단순화된 PPA 계약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단순화된 계약 형태는 초기에는 유용한 면이 있지만, 지금 같이 대다수 기업들이 참여하는 경우 시장의 기능을 제대로 못하도록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복잡한 거래도 소화할 수 있도록 N:N 형태의 계약방식을 허용해 주어야 한다는 시각이다. 다음으로 박 팀장은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자에 대한 역할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현재 PPA 제도 상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자는 PPA를 통해 공급받는 전력만 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PPA를 하게 되면 기업들은 전력이 부족하기도 하고, 발전소는 전력이 남기도 하는데 이 부분을 공급사업자가 처리하기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공급사업자가 부족·초과발전전력을 처리하지 못함에 따라 초과발전 REC 거래 등 여러 기형적인 거래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기업에게 정산 업무 과중·금융조달의 어려움 등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차라리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자가 중간에서 이를 책임지고 처리하도록 하면 훨씬 원활한 거래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박 팀장은 국내 PPA 제도가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수요자인 기업에 큰 효용이 있다고 진단했다. 우선 기업 입장에서 PPA를 체결한다면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상승에 대한 헷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PPA는 20년 장기 고정가 계약이다. 이에 비해 한국전력의 전기요금은 2000년 이후 연 평균 3%씩 인상돼 왔다. 기업의 전력비용을 일정 수준으로 안정화할 수 있어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PPA는 '그린워싱'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명확한 장점이라고 진단했다. PPA는 정해진 발전소로부터 전력을 구매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의 출처가 명확하고, 기업이 PPA를 체결함으로써 재생에너지 보급이 늘어나게 되므로 추가성도 확실하다는 것이다. 반면에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등 다른 방안의 경우 재생에너지의 발행·추적 등의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그린워싱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다만 PPA에 당장 투입되는 가격 부담도 적지 않아 현장에서 많이 기업들이 망설이기도 합니다. 국내 PPA는 단순 재생에너지 구매 비용 뿐만 아니라 송배전망을 사용함에 따라 발생하는 부가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 부가비용은 PPA로 인한 전체 비용의 15%를 차지하는 수준이라서 기업이 PPA를 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박 팀장은 PPA 방식과 경쟁자인 REC에 대해서 배출권 등 현물 시장이 있기 때문에 원활히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좋은 RE100 이행수단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비용적인 측면에서는 다소 위험이 큰 이행수단이라 장기적인 안정성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REC를 통한 RE100 이행비용은 한전의 전기요금에 REC 구매비용이 추가된다. 최근 전기요금은 계속적으로 우상향하고 있으므로 REC 구매비용 자체가 증가하지 않더라도 REC를 통해 RE100을 이행하는 기업의 비용 부담이 지소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REC 구매는 단기적으로는 비용 부담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비용부담이 계속적으로 커지는 이행수단 같습니다. REC 구매를 주요 재생에너지 구매 수단으로 삼기 보다는 PPA의 보조 수단으로 삼는 것이 더 나은 방향이 아닐까 합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길 잃은 RE100]③ 국내 첫 가입 SK, RE100 이행 준비도 선두권

SK그룹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시작한 대기업그룹으로 꼽힌다.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이 지난 2010년대부터 관련 조직을 만들고 이에 대한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RE100이 처음 주목을 받은 것도 SK그룹의 영향력이 적지 않다. 국내 기업이 RE100에 가입한 것은 2020년 SK그룹 6개 계열사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2020년 이후 SK그룹은 국내에서 RE100 이행을 가장 훌륭하게 준비하고 있는 대기업그룹으로 꼽힌다. RE100에 가입한 계열사들의 자체적인 준비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지만 재생에너지 사업을 영위하는 SK이노베이션(옛 SK E&S)를 통해 RE100 솔루션 사업을 진행해 국내 다른 기업들도 RE100 목표를 수월하게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RE100을 국내에 화두로 던진 것은 SK그룹으로 꼽힌다. 국내 기업들의 RE100 가입 연도를 살펴보면 SK그룹 6개 계열사가 2020년에 가입했다. 국내 기업 중 7번째인 아모레퍼시픽이 2021년에야 RE100에 가입했음을 감안하면 여타 국내 대기업그룹보다 RE100에 뚜렷하게 먼저 관심을 두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2021년에는 SK그룹에 피인수된지 오래 지나지 않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마저 RE100에 가입했다. 현재 RE100에 가입한 국내 기업이 36개사인데 그 중 7개사(19.44%)가 SK그룹인 것이다. 계열사 각각의 준비 상태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이행(전환)률을 살펴보면 SK하이닉스가 30%, SKIET가 27.4%, SK실트론이 25%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SK머티리얼즈도 18.6%, ㈜SK도 18.1%로 국내 평균치인 12%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다만 SK텔레콤과 SKC가 각각 8.6%와 1.65%로 옥의 티로 집계됐다. 아울러 재생에너지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 E&S도 RE100 부문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SK E&S는 올해 연말까지 누적 기준 1기가와트(GW) 이상의 재생에너지 공급계약(PPA)을 체결할 예정이다. 1GW는 원자력 발전소 1기의 전력 용량에 맞먹는 수준으로, 업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다. PPA는 사용자가 계약을 통해 일정 기간 동안 고정된 가격으로 재생에너지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전력을 조달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RE100 달성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1위 재생에너지 기업인 SK E&S는 지난 2022년 RE100 솔루션 사업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1GW 공급 달성을 눈앞에 뒀다. 지난 2022년 3월 국내 최초로 아모레퍼시픽과 직접 PPA을 체결한 데 이어 SK스페셜티·LG이노텍 등 다양한 기업들과 PPA 및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매 계약을 맺었다. 특히 SK스페셜티와 맺은 PPA는 당시 국내 최대 규모로, 이를 통해 20년간 총 60만t(톤)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기대된다. 올해 6월 기준으로 국내에서 PPA를 통한 전력 공급 계약 규모는 누적 1TWh를 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약 40만 가구가 1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에 해당한다. SK E&S는 지난 5월에는 국내 최초로 육상풍력을 직접 PPA로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국내 RE100 솔루션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SK E&S는 지난해 말 기준 약 4.5GW 규모의 재생에너지 파이프라인을 확보한 국내 최대 민간 재생에너지 기업으로, 앞으로 매년 약 1GW씩 파이프라인을 추가해 2025년에는 7GW까지 규모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박영욱 SK이노베이션 E&S 재생에너지마케팅1팀장은 “계열사들이 SK그룹의 철학인 '따로 또 같이'에 기반해 RE100을 이행하고 있다"며 “RE100에 가장 먼저 가입하고, 그룹 전체의 PPA를 공동으로 추진하는 등 선도적인 위치에서 RE100을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길 잃은 RE100]② 수출 많은 국내기업 “고객사가 RE100 이행 요구”

국내 대기업들 사이에서는 RE100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제조업이 많은 국내 기업에서 글로벌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재생에너지 사용을 크게 늘려야하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제조 수출기업 중 16.9%가 바이어나 공급망 원청업체들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릴 것을 요구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RE100 목표 시점인 2050년이 다가올수록 이 같은 압박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매출과 수익성을 무시할 수 없는 국내 기업들이 RE100 달성만을 위해서 에너지 사용을 대폭 줄이기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하면 자력으로 RE100 이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재계 안팎에서는 RE100 달성을 기업에게 오롯이 맡기기 보다는 제도·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4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RE100 가입 기업 중 목표 연도를 2030년으로 설정한 곳은 LG에너지솔루션, LG이노텍,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아모레퍼시픽 등 4개사로 집계된다. 대부분 다른 가입 기업들은 2050년이 목표라 아직 20년 이상 여유가 있지만 이들은 6년여밖에 기간이 남지 않아 발등의 불이 떨어진 셈이다.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은 기업이 2050년 혹은 그 이전 목표연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력만 사용하겠다고 선언하는 자발적 글로벌 캠페인이다. 캠페인에 가입한 기업은 매년 국내외 모든 사업장의 전체 전력 사용량 대비 재생에너지 사용량으로 산정해 '탄소 정보공개프로젝트(CDP)' 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목표연도를 2030년으로 설정한 기업들은 최대한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LG이노텍의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지난 2021년 9만5257MWh에서 지난해 65만6387MWh로 2년 만에 7배 가까이 늘었다. SKIET의 재생에너지 사용량도 2020년 제로 수준에서 지난해 22만6758MWh로 확대했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 양사의 재생에너지 이행(전환)률은 LG이노텍 60.9%, SKIET 27.4%로 집계됐다. 국내 평균치가 12%임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2030년 목표 달성을 낙관할 수는 없는 수준이다. 이에 2030년이라는 목표는 너무 여유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재계에서는 이들의 RE100 목표 설정에 글로벌 고객사의 요구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 적지 않다. 실제 일찌감치 RE100을 달성한 글로벌 고객사들이 협력사에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라는 요구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나 테슬라와 같은 기업들은 현재 RE100 가입 기업의 제품만 구매하겠다며 협력사에 은근한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CDP에 따르면 RE100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 382개사의 재생에너지 100% 달성 목표 시점은 2050년보다 19년 앞선 평균 2031년으로 조사된다. 이를 감안하면 국내 기업이 글로벌 고객사에 발맞춰 2030년까지 RE10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대기업에 그치지 않고 국내 제조 수출기업의 16.9%가 바이어나 공급망 원청업체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제조 수출기업의 RE100 대응 실태와 과제' 보고서를 발간하며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 연구원은 2022년 이후 100만 달러 이상 수출 실적을 보유한 제조기업 610개를 대상으로 RE100에 대한 △인식 △가입에 대한 요구 정도 △이행 현황 △애로사항 △정책 과제 등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 조사 결과 수출 제조기업의 45.2%가 RE100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기업(62.5%), 중견기업(49.6%), 중소기업(39.2%) 순으로 기업 규모가 클수록 RE100에 대한 인지도가 높게 나타났다. RE100을 인지하고 있는 276개사가 RE100에 관심을 갖는 주된 목적은 '자사 지속가능경영 목적'(32.6%)으로 조사됐으며, '에너지 비용 절감'(27.2%)과 '고객사 요구'(19.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전체업체 중 16.9%(103개사)가 바이어나 공급망 원청업체들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를 받고 있으며, 그중 41.7%가 올해나 내년부터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압박받고 있어 기업이 당장 해결해야 하는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 외에도 온실가스 배출 관련 데이터 제출(44.7%)도 함께 요구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은 기업들 중 71.8%는 고객사의 요구대로 RE100을 이행하는 것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그 외에 △다른 거래처 물색(13%) △재생에너지 비용이 저렴한 지역으로 사업장 이전(7.5%) △재생에너지 요구 기업과의 거래 중단(1.8%) 등의 대응 방식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마지막으로 국내 수출기업들은 RE100 이행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 과제로 △재생에너지 구매 비용 지원(29.2%)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16.4%) △재생에너지 전력인프라 확대(15.7%) △정보 및 재생에너지 사업자 매칭 컨설팅 지원(12.8%) △부대비용(망사용료, 수수료 등)(9.5%) 인하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규제개선(9.2%) △재생에너지 구매를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6.2%) 등을 꼽았다. 국내 수출기업들이 고객사로부터 RE100 이행을 요구받고 있지만 비용 부담과 인프라 문제로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RE100 측에서도 지난 2023년 발행한 연간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재생가능한 전력을 구매하기 가장 어려운 시장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한국은 일본, 싱가포르와 함께 RE100 회원사들이 재생에너지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응답한 상위 지역으로 꼽혔다. 문제는 RE100을 제때 이행하지 않는다면 국내 수출기업의 실적마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국제 사회의 RE100 요구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환에 뒤쳐질 경우 수출경쟁력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연구원 측은 2040년까지 한국 기업이 RE100에 동참하지 않을 시 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산업의 수출액이 각각 15%, 31%, 40%씩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재계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RE100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필수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생존활동이 될 것"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재생에너지 확대 및 RE100 이행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길 잃은 RE100]① 국내 대기업들 3년간 재생에너지 사용 21.3배 늘렸는데도 ‘이행률 12% 낙제점’

[편집자주] 국내 대기업들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대한 국내외 요구에 발맞춰 'RE100' 가입과 이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경기 침체에 맞물린 재생에너지 비용 부담, 재생에너지 생산 및 공급과 관련한 정책 혼란, 인프라 미비 등으로 어려움이 적지 않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온다. 에너지경제가 국내 대기업들의 RE100 달성을 위해서 살펴봐야할 문제를 짚어본다. 최근 몇 년 동안 RE100에 스스로 가입한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 이행률이 낙제점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대기업들이 최근 3년 동안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21배 이상 늘리는 등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RE100 달성을 위한 전체적 진척도는 12% 수준이라 지지부진하다는 진단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대기업 36개사가 'RE100 이니셔티브'에 가입했다. RE100이란 2050년 혹은 그 이전 목표연도까지 국내외 모든 사업장의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로 충당하겠다고 약속하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이에 따라 RE100에 가입한 국내 대기업 36개사는 자체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을 대폭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에너지경제가 국내 RE100 가입 기업 36개사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 동안 재생에너지 사용량이 크게 늘었다.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메가와트시(MWh) 단위로 공개한 18개사(금융·증권사 제외)의 실적을 합산해보면 지난 2020년 438만3432MWh에서 지난해 1681만5770MWh로 3.8배 늘었다. 다만 이는 삼성전자의 영향이 너무 크기에 다른 대기업의 사정을 잘 반영하지 못하는 결과다. 삼성전자는 RE100 가입 이전부터도 재생에너지에 신경을 기울여 왔기에 2020년 사용량이 홀로 403만MWh로 해당 연도의 91.94%에 달하는 수준이다. 지난해에도 재생에너지 928만9000MWh를 사용해 전체의 55.24%로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17개사의 재생에너지 사용량 합계를 살펴보면 2020년 35만3432MWh에서 지난해 752만6770MWh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국내 수위권 대기업들도 최근 3년 동안 21.3배 가까이 재생에너지 사용령을 늘리는 등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내 RE100 국내 36개사의 RE100 이행률을 따지면 12%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RE100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들이 50% 정도의 이행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낙제점에 가까운 수준이다. 지역별로 살펴봐도 북미(66%)와 일본(15%)은 물론이고 중국(32%)에 마저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최윤범의 ‘벼랑끝 유증’… 백기사 표심 얻을지 ‘위태한 승부수’

최윤범 회장이 단행한 고려아연의 대규모 유상증자가 경영권 방어를 위한 '벼랑 끝 전술'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최 회장의 우호 세력으로 분류됐던 현대자동차 등이 경영권 분쟁에서 중립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면서 자칫 백기사들이 중립을 선택할 가능성을 고려해 유상증자를 단행했다는 진단이다. 4일 산업권에 따르면 조만간 열릴 고려아연 주주총회가 중요한 변곡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한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하고 법원의 가처분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최 회장 측은 최근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반격을 노리는 모습이다. 최 회장이 결정한 대규모 유상증자는 앞서 자사주 공개매수처럼 시장의 예상을 벗어나는 승부수라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이번 유상증자는 소액주주와 캐스팅 보터인 국민연금이 지지를 잃게 될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단행된 조치라 더욱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최 회장 측은 이에 대해 뚜렷한 이유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 다만 재계에서는 그동안 우호 세력으로 분류된 지분들이 막상 표 대결에서 중립을 지킬 가능성이 높아져 최 회장이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번 경영권 분쟁을 살펴보면 상대측인 MBK·영풍은 서로간의 계약이라는 확실한 결속력을 통해 단일한 대오로 움직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최 회장 측의 백기사들은 각자 고려아연 지분 보유 목적과 이해관계가 상당히 다르다는 진단이 나온다. 백기사 중 고려아연 지분 5.05%를 보유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9월 최 회장의 비전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에 협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LG화학도 배터리 소재 확보를 위한 협력 차원으로 지분 1.9%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0.5%를 보유한 모건스탠리는 지분 투자를 통한 수익 창출이 목적이다. 이들이 주주총회에서 최 회장을 지지할지 확실치 않다는 진단이다. 실제 고려아연 이사회에 입성해 있는 현대차 측 이사는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결정과 가격 상향 결정 이사회에 연달아 불참한 것으로 파악된다.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계획에 없었던 경영권 분쟁에 엮여 어느 한 쪽과 불편해지는 일을 피하고 싶어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이 이 같은 입장이라면 분쟁의 변곡점인 주주총회에서도 기권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사정이 비슷한 LG그룹과 모건스탠리도 이 같은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아울러 MBK·영풍이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발표한 직후 현대차·LG그룹 주요 관계자들은 백기사를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최 회장과 회동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다소 선을 긋고 멀리서 관망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이 시기 최 회장과 직접 면담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또 지난해 말 MBK파트너스의 공격을 받았던 한국타이어는 스스로를 최 회장의 우호주주라고 선언했으나 다른 백기사들은 비슷한 신호를 내놓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최 회장이 지분 보유 목적이 다른 각각의 주요 주주들로부터 확실하게 지지를 얻기가 쉽지 않다. 만약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현대차·LG·모건스탠리가 중립을 택해 7.45% 수준의 지분이 기권표가 된다면 7.5% 가량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최 회장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결국 MBK·영풍과의 지분 격차인 3%포인트(p)를 좁혀 역전하기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MBK·영풍이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하게 되고 최 회장은 순식간에 경영권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백기사가 중립을 택해 기권표가 나오더라도 MBK·영풍을 앞지르기 위해 최 회장이 유상증자를 결정하게 됐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 때 최 회장의 백기사 중 일부가 지분을 매각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며 “벼랑 끝에 서 있는 최 회장 입장에서는 모든 백기사를 신뢰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기자의 눈] 과열되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선의의 투자자 피해 우려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공개매수로 시작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두 달 가량 지났다. 그동안 MBK파트너스·영풍의 공개매수는 물론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던 최윤범 회장 측이 내놓은 자사주 대항 공개매수까지 마무리됐다. 결과적으로 양측 모두 과반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승부는 2라운드로 넘어갔다. 현재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한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고려아연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하고 법원의 가처분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최윤범 회장 측은 최근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반격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 같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주가가 출렁이면서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공개매수가 시작되기 직전 1년인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 말까지 기간 동안 고려아연의 평균 주가는 49만543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공개매수가 과열되면서 경영권 분쟁 당사자인 양측이 공개매수 가격으로 83만원과 89만원을 제시하는데 이르자 지난달 15일 고려아연 주가는 80만원을 돌파했다. 양 측의 공개매수가 마무리된 이후에도 경영권 분쟁 지속된다는 소식에 연일 주가가 급등하면서 29일에는 154만3000원까지 치솟았다. 경영권 분쟁 전 평균 주가보다 3배 이상 급등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고점은 길지 않았다.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소식이 전해진 30일 하한가를 기록해 하루만에 46만2000원이 급락했다. 지난달 31일에도 8만3000원이 추가로 떨어졌음을 감안하면 고점에서 산 개인투자자는 이틀 만에 주당 54만원 이상 손해를 본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주가 급등락을 예상하고 투자 행위를 한 소액주주 뿐 아니라 선의를 가지고 지금의 고려아연을 지키기 위해 힘을 보탠 사람들도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이후 고려아연 사업장이 소재한 울산시에 거주하는 시민들과 노조원을 중심으로 고려아연 주식 갖기 운동이 진행돼 왔다. 고려아연 주식 갖기 운동이 시작됐을 당시 이미 주가가 49만원 이상 치솟았기에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혹은 그 이후 주가가 다시 그 전 수준으로 되돌아간다면 고려아연을 지켜주겠다고 나선 선의의 주주들이 그만큼의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이 있다. 어떤 분쟁이든 장기화되고 과열될수록 그 관계자들의 피해나 손실 사례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 피해나 손실은 분쟁을 주도하는 강자들보다는 그 주위에서 영향을 받는 약자들에 전가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도 마찬기자다. 분쟁 당사자들이 한 발 멈춰 분쟁이 너무 과열되지 않았는지 한 번 생각해볼 때가 아닌가 싶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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