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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수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김봉수 기자 입니다.
  • 정치경제부
  • bskim2019@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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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비상계엄 사태 해법, ‘헌법·민주주의’ 뿐이다

한국 경제는 지금 사상 초유의 위기다. 거대한 삼각파도가 덮쳐 침몰하는 난파선이 될 처지다. 과도한 가계 부채 등에 의한 내수 침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정치적 리더십 실종과 극단적 사회 분열이 삼각파도의 정체다.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가장 급선무는 불확실성의 해소다. 눈앞의 비상계엄·탄핵 사태를 헌법 질서와 민주주의 원칙으로 깔끔하게 정리하는 일이다. 폭력을 유발하는 극단적 대립과 갈등이 더 이상 증폭되어서는 안 된다. 이미 지난달 19일 새벽 우리는 그 일단을 지켜봤다. '국민저항권' 운운하는 수백명의 폭도들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에 항의해 법원을 습격했다. 앞으로도 위험하다. 헌법재판소 일부 재판관들의 편향성 논란, 절차적 공정성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다. '불복 빌드업'이란 얘기가 나온다. 예정된 탄핵소추 판결과 이어질 조기 대선, 내란죄 재판 등에서 대규모 폭동이 재현되지 않으란 법이 없다. 원인은 정략으로 지지세력을 부추기는 정치권이 제공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탄핵 심판이나 내란죄 재판은 그들에게 관심거리가 아니다. 차기 대권의 향배와 자리 보전만 본다. 지지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가짜뉴스와 음모론을 배포하고 견강부회를 일삼는다. 온 국민이 실시간으로 지켜 본 위헌적 비상계엄령을 '계몽령'이라고 우긴다. 수백건의 재판에서 실체가 부인된 부정선거론을 공공연히 설파한다. 특히 사회 질서의 보루인 사법부를 흔드는 것이 최악의 행태다. 판사들의 신상 정보 유포와 인신 공격, 테러 위협이 도를 넘고 있다. 어떤 판결이 나와도 사태를 정리하고 한 단계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이 되기는커녕 극단적인 폭력 사태가 초래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 경제는 어떻게 될까? 국제적 신뢰도는 땅에 떨어지고 외국 자본은 철수할 게 뻔하다. 지난 두 달 동안 원달러 환율이 출렁이고 경제성장률이 바닥을 친 것만 봐도 명약관화하다. 여야, 진보 보수 막론하고 국가적 위기를 인식하자. 정치적 이해를 떠나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초래된 불확실성을 최대한 빨리 확실하게 해소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특히 그 과정에서 어떤 세력도 헌법 질서 준수, 민주주의 원칙 존중이라는 금도를 벗어나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 1.19 폭동 주도자는 물론 '국민저항권'을 운운하는 세력들을 철저히 발본색원해 '제2의 내란'을 막아야 한다. 두 번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여야 정치권과 함께 시급히 민생 해법 마련과 경제 살리기에 나서라.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긴급 지원금을 포기하는 대신 추경 편성을 제안했다. 최 권한대행은 수용하지 않고 반도체 특별법 등 민생 관련 법안 협의를 전제 조건으로 걸었다. 차기 대권을 염두해 둔 한가한 정치 노름으로 비친다. 꽁꽁 언 민생은 최 권한대행과 야당의 다툼으로 시간을 보낼 정도로 여유롭지 않다. 당장 내수 진작과 경기 활성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해야 한다. 최 권한대행은 자신에 대한 야당의 탄핵 검토에 국민들이 부정적인 이유를 심사숙고해 그 요구에 제대로 부응해야 한다. 세 번째, '피크 아웃' 코리아라는 말이 나온다. 이번 사태를 구조적 한계에 처한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재검토와 재구성의 기회로 삼자.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진에서 나타난 고질적 대기업 문제가 대표적 사례다. 규제를 혁신해 사주 일가의 불법적 사익 추구를 제한하자. 몸집을 줄이고 전문화해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 시장에서의 자유·공정 경쟁을 보장하고 지원할 것은 지원하되, 최소한의 룰은 지키도록 감시하자.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기 위한 개헌 등 권력구조 개편, 초저출산 등 장기적 성장 동력 유지·향상을 위한 사회 시스템 개선도 우선 과제다. 피크 아웃이 아니라 바텀 아웃이 되는 전화위복의 기회를 만들어 내야 한다.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오세훈 서울시장 “명분없는 계엄, 책임자 처벌해야”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밤새 벌어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령-해제 사태에 대해 정면으로 날을 새워 비판했다. 오 시장은 4일 오후 서울시청사 브리핑룸에서 기자들에게 질의응닶없는 입장 발표를 통해 “명분없는 계엄으로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한 것은 명백한 삼권분립 위반으로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진상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민주주의 파괴 행위에 가담한 자들에 대해 철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불행한 사태가 반복될 것이라는 국민적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행정·사법 탄압에 대한 극단적 방탄 국회가 (비상계업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차제에 국가 운영 기조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며 국민의 지혜를 모으는 것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데스크 칼럼]‘사면초가(四面楚歌)’ 한국 경제, 리더십부터 바꿔야

한국 경제가 '사면초가(四面楚歌)'다. 국외는 도널트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재등장으로 폭풍전야다. 트럼프는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해 글로벌 경제에 불확실성을 대폭 키울 것이다. 한국산 전자제품과 자동차 등 주요 수출 품목의 타격이 예상된다.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산업도 더욱 압박 받을 게 뻔하다. 국내는 더 심각하다. 내수의 대표적 지수인 3분기 소매판매액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10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골목상권은 이미 황폐화됐다. 지난해 폐업신고 개인 및 법인 사업자는 전년대비 11만9195명 늘어난 98만6487명이나 됐다. 2006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최근 한국은행의 두달 연속 기준금리 인하는 이같은 위기에 따른 조치로 분석된다. 지난 10월 3.5%에서 3.25%로 0.25%포인트(p) 내린 데 이어 지난달 28일에도 다시 3.0%로 0.25%p 하향 조정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두 번 잇따라 조정한 것은 2009년 2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환율 변동성 대응, 가계 부채·물가 관리를 위해 동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수출·성장 둔화에 대응하려면 인하가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도 지난 8월 2.4% 성장에서 2.2%로, 내년 2.1% 성장에서 1.9%로 각각 0.2%p씩 하향 조정했다. 위기 극복을 위해 나서야 할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헛발질을 계속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월간 보고서를 통해 “경제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장담하다 11월 들어서야 슬그머니 입장을 바꿨다. 지난해 56조4000억원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세수 결손이 예상됐지만 인정하지 않다가 최근 약 30조원 결손을 인정했다. 가계부채 관리와 주택 대출 규제를 둘러 싸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국토교통부가 혼선을 빚어 국민들에게 피해를 끼쳤다. 특히 윤 정부가 내세운 '건전 재정 기조'에 얽매여 경제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리더십을 갖고 있는 정치권부터 정신차려야 한다. 윤 대통령이 먼저 수신제가(修身齊家)를 마쳐 주길 바란다.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를 위해 신뢰도 제고가 급선무다. 국가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대통령이 나서 정책 방향 설정, 사회적 신뢰 형성를 통해 위기 극복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몰래 골프를 쳤다가 '트럼프와의 외교'를 핑계대는 등 거짓말을 반복해 국민들이 아연 실색하고 있다. 신뢰가 붕괴되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다. 국회를 마비시키고 있는 명태균 파문과 김건희 여사 의혹 특검 관련 논란 등도 해소해야 한다. '게시판 댓글' 논란 등 권력 다툼에 날을 새우는 여당, 소모적 정쟁에 몰두한 야당도 하루 속히 제자리로 돌아와야한다. 정부와 경제 당국도 국내외 도전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우선 소비를 늘리기 위한 내수 진작 대책 마련이 급선무다. 추가 금리 인하 검토와 재정 지출 확대가 불가피하다. 추경 편성, 직접 현금 또는 보조금·인센티브 지급, 대규모 공공사업과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을 위해 국회와 머리를 맞대라. 첨단 과학기술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등 중장기적 구조 개선 노력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자. 트럼프의 고강도 압박에 맞서 국익을 보호하고 외교적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듣도 보도 못한 '가치 외교'를 버리고 국익을 우선시하는 실용 외교로 돌아오길 바란다.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기고] 건설산업의 이기적 유전자와 대전환

1976년 출간된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생명의 본질을 유전자 단위로 분석하고, 인간 행동과 사회적 구조를 설명하는 획기적인 관점을 제시한 책이다. 도킨스는 유전자가 생명 진화의 주체이며, 모든 생명체는 유전자가 생존하고 복제되는 매개체라고 설명한다. 개체는 자신의 유전자 생존을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하지만,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 한정적인 이타주의를 발현하기도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유전자 이기주의'와 '집단 이타주의'의 균형은 오늘날 협력과 경쟁 속에서 생명체가 공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개념은 건설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 건설기업은 수주와 시공을 통한 이익 추구 등 단기적 성과 창출이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변화무쌍한 건설시장의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공사비 절감과 공사 기간 단축 등을 통해 사업 수행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 이는 본질적으로 건설기업의 성장과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기업의 형태는 개체 유전자가 개체의 이익, 즉 생존과 번식을 우선시하는 것과 유사하다. 하지만 현재 국내 건설산업은 낮은 생산성과 품질, 안전사고, 인력 부족, 이미지 추락 등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불러온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피할 수 없는 변화를 직면하고 있다. 건설기업의 단기적인 이기심만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산업의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 도킨스가 설명한 집단적 이타주의의 중요성처럼, 이제는 모든 참여 주체의 유기적 협력과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지속 가능한 건설산업으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건설산업의 대전환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무엇보다 건설산업의 가치와 위상에 맞는 확장적 정의가 필요하다. 건설산업은 국민 생활 환경을 구축하고 산업 발전에 필요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핵심산업이다. 제조업에서 서비스업까지 타 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근간 산업이다. 이러한 건설산업의 영향력과 범위는 왜 건설산업이 거듭나야 하는지, 참여 주체 모두가 협력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건설산업의 대전환을 실현할 핵심 방안은 무엇일까? 먼저 건설산업의 참여 주체로서 성실히 이행해야 할 역할과 책임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필수적이다. ESG 경영은 단순한 경영 전략을 넘어 건설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건설기업들은 단기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대신 장기적인 가치와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환경 보호를 위한 친환경 시공, 안전한 근로 환경 조성, 그리고 투명하고 공정한 기업의 지배구조는 건설산업의 신뢰성을 높이고,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스마트 건설기술의 확대 역시 대전환의 핵심요인이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드론,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과 같은 첨단 기술들은 건설 프로세스를 혁신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특히 스마트 기술의 도입은 인력 부족 문제 해결과 품질 제고 및 안전사고 방지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를 통해 건설기업은 단순히 비용 절감과 효율성 제고에 그치지 않고, 산업 전체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 건설산업의 대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이론에 비추어볼 때, 건설산업의 개별 기업들이 이기적인 이익 추구를 넘어서는 집단적 이타주의, 즉 산업 내 모든 참여 주체들의 협력과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부, 발주기관, 시공기업 등 모든 주체가 범 건설 산업적 시각에서 협력하며, 산업의 발전과 위상 정립을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비로소 건설산업의 대전환이 가능하다. 진정한 변화는 혼자가 아닌 함께할 때 이루어진다는 것을 잊지 말자.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데스크 칼럼] ‘첫 노벨문학상’, 황석영이 아니라 한강인 이유

“왜 황석영이 아니고 한강이란 말인가?" 지난 10일 스웨덴 한림원의 2024년 노벨문학상 발표 이후 국내 일각에서 나오는 반응이다. 황석영도 전쟁과 분단, 군사 독재와 압축 성장, 민주화 운동을 정면으로 다뤄 온 국내 대표 소설가다. 비영어권이란 한계만 없었다면 진즉에 노벨문학상을 타고도 남았다. 그런데 갑자기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졌다. 영어권, 백인, 노인, 남성에게 치중되던 노벨문학상이 갑자기 왜 '변방' 한국의 젊은 여성 소설가에게 꽂혔단 말인가? 다름 아닌 '혁신'에 주목했다. 실제 스웨덴 한림원은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평가했다. 국내 문학평론가들도 비슷한 분석이다. 김명인 평론가는 '황석영이 아니라 한강'인 이유에 대해 “(한강 등 현재 주류 여성작가들은) 오래도록 민족 민중 계급 등으로 표상되어온 한국 문학의 고질적 남근주의, 가부장주의에 대한 집단적 반란"이라며 “이러한 문학적 위상을 귀신같이 알아채서 그에게 노벨상을 안겨주었다"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한강은 '혁신적 글쓰기', 즉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기존의 문법을 깬 새로운 실험과 도전에 나서 전세계의 인정을 받았다. 오늘날 한국에게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한국은 10여년 새 '잘 나가는' 국가였다. 경제적으로 전세계에서 중진국 함정을 극복한 최초의 사례다. 2차대전 이후 식민지에서 벗어나 '한강의 기적'으로 부자가 된 유일한 나라다. 군사독재 청산 등 민주주의 발전까지 쟁취했다. 한류(韓流)라는 이름으로 음악, 웹툰, 드라마, 음식까지 전세계적 유행이다. 1980년대 G2 자리를 노리던 일본을 방불케 한다. 그러나 지금 한국은 구조적 위기다. 수출로 먹고 살아 온 경제가 단순 싸이클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 직면했다. 기후 변화와 4차 산업 혁명, 미국·중국간 패권 경쟁 등 국제 질서의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는 중국의 도전과 미국의 리쇼어링(제조업 본국 회귀) 속에서 송두리째 흔들린다. 전기자동차·배터리는 캐즘(일시적 수요 지체)과 값싼 중국산에 휩쓸리고 있다. 인공지능(AI)·로봇 등 차세대 산업기술도 주요 국가들에게 뒤처졌다. 선박·철강·화학 등 제조업이 '샌드위치' 신세가 된 지는 오래다.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변신하지 못한 까닭이다. 그동안 앞선 나라의 뒤통수만 바라보고 전력 질주해서 성공을 거뒀다. 막상 선두에 서게 되니 길을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다. 사회적 지속가능성마저 의구심이 생기고 있다. 전세계 최저 출산율로 장차 경제 성장은커녕 국방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다. 인구 고령화와 빈부 격차, 마약·사기 등 범죄, 사회적 갈등도 심각하다. 기후 위기 대응에서 뒤처져 '기후악당 국가'로 전락했다. 칭송받던 민주주의도 언론 자유 후퇴·제왕적 대통령제 등으로 “독재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이를 극복할 방향타를 알려준다. 그동안 한국 경쟁력의 원천이 된 '들들볶는 경쟁 사회'를 혁신해야 한다. 한 단계 진화시켜 대안을 내놔야 한다. 생산성을 높이되 자유와 평등, 공정과 경쟁간의 애매한 간극을 메울 수 있는 혁신의 지도를 스스로 그려야 한다. 누구도 가지 못한 길, 한 발씩 내딛어야 살아 남는다.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데스크 칼럼]호주에서 배운 수익형 부동산 해법

이번 여름휴가 동안 호주 시드니 근교 여행 기회가 있었다. 시드니는 세계 3대 미항(美港) 중 하나인데 경관이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니란다. 온화한 기후, 잔잔한 파도, 충분한 수심 등 3박자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실제 시드니항의 바다는 파도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고요했다. 주목한 것은 시드니가 이 아름다운 항구와 세계적 건축물 오페라하우스를 충분히 활용해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광객들에게 '야경(夜景)'을 제공하기 위해 시드니항 일대 빌딩들이 모두 전등을 켜놓고 퇴근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 밤에도 우뚝 선 고층 빌딩 숲에 전등이 다 켜져 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일하는 사람은 하무도 없다. 관광객들은 빼어난 야경에 넋을 잃는다. 호주 정부·국민들이 전기요금을 걱정했다면 제 아무리 오페라하우스가 있었더라도 어두컴컴한 항구 도시에 실망했을 것이다. 시드니 내항의 재개발 역사도 들을 수 있었다. 1980년대 이후 시드니항은 무역항 기능을 상실했다. 2000년대까지 재개발을 통해 낡은 항만·철도 부지를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탈바꿈시켰다. 누구나 탁 트인 바닷가의 워터프론트에서 산책과 조깅을 즐길 수 있다. 노천 카페·음식점에서 편안하게 먹고 마시며, 작은 상점에서 쇼핑을 즐기는 휴식과 상업의 공간이다. 호주 정부는 이 과정에서 기존 건물을 그대로 재활용하고 수변 공간을 사람에게 돌려주겠다는 공공성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유연성을 발휘했다고 한다. 방치됐던 낡은 창고를 완전히 개조해 깔끔한 주거용 아파트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우리나라처럼 빡빡한 규제 국가에선 상상할 수 없는 유연한 시스템이다. 시원한 남반구 '겨울 나라'에서의 꿈같은 휴가에서 돌아 오니 다시 '폭염 지옥'이다. 부동산을 비롯한 경제도 '찜통 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고용시장 지표 악화에 따른 R(경기침체) 공포가 시장을 뒤흔들었다. 일시적 현상이라는 점이 확인되면서 다소 안정을 찾고 있긴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19 팬데믹(글로벌 대확산) 이후 재택 근무 확산으로 인한 미국 상업용 부동산 부실을 주목한다. 실제 최근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소재 빌딩이 5년전 가격의 40분의1에 매각됐다. 지난해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취약성을 드러낸 미국 금융시스템은 상업용 부동산 부실 채권 악화로 언제든 제2의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재현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부동산 시장 문제가 심각하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도 잡아야 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도 해소해야 한다. 외국에 비해 특이한 점은 지식산업센터(지산)나 생활형 숙박시설(생숙) 등 수익형 부동산 부실이 '숨은 시한폭탄'이라는 점이다. 해법으로 호주 정부가 강력하고 원칙적이면서도 유연한 정책으로 시드니항을 세계 최고의 관광자원으로 가꾼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이 왜곡된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규제였다. 물론 원칙과 기준을 정해 관리·감독을 하되, 수요와 공급의 주도권은 시장에 맡기는 게 좋다. 기왕 만들어 놓은 건축물을 방치하느니 활용하는 게 낫다. 막대한 사회적 자원을 투입한 지산과 생숙, 지방 신도시 상가, 구도심의 빈 건물 등을 개조해서 다양한 용도로 써먹도록 제도·규제를 개선해야 한다. 다만 기존 건축물과의 형평성을 위한 보완책은 필요할 것이다.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데스크 칼럼]인구감소 시대, 생쥐 실험의 교훈

어쩌다 이렇게 됐나. 반만년 동안 온갖 외적의 침입에도 굴하지 않았던 한민족이다. 그런데 이제 '사라져가는 나라'가 됐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명대에 그쳤다. 두 집 건너 한 집이 아이를 낳을까 말까 하는 시대다. 우리나라 인구는 100년 후인 2122년 쯤엔 지금의 절반도 못 되는 2000만명대를 밑돌 전망이다. 1968년 미국 정신건강연구소 존 칼훈 교수가 실시한 '생쥐 실험'은 그 원인을 직관적으로 제공해준다. 가로-세로 약 210cm의 상자에 생쥐 한 쌍을 넣어 두고 충분한 음식과 물을 계속 제공했다. 어떤 천적도 없고 스트레스가 사라지자 개체 수가 무섭게 불어났다. 그런데 600일 후 2200마리까지 늘어나면서 서식 환경이 악화되자 갑자기 증가세가 멈췄다. 최대 3800마리까지 살 수 있어 아직 여유가 있었음에도, 생쥐들이 생식을 멈췄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답은 '과밀'과 '경쟁'이었다. 개체수가 늘어나고 서식 공간이 비좁아지면서 짝짓기 경쟁이 치열해지자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다쳐서 죽는 쥐들이 늘어났다. 알파 수컷, 즉 힘이 세 여러 마리 암컷을 거느린 쥐들마저 다른 쥐들의 공격에 대비하느라 생식을 멈췄다. 특히 암컷들이 양육을 포기하고 자신만 돌보는 등 모성애가 사라졌다. 더 놀라운 것은 서서히 개체수가 줄어들어 다시 여유가 생겼는데도 같은 행동 양태가 지속됐다는 것이다. 무기력해진 젊은 생쥐들은 더 이상 짝짓기를 하려하지 않았다. 과밀과 경쟁에 적응한 쥐들이 본능적으로 번식을 중단한 것이다. 이 땅의 2030 세대들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실험 결과다. 실로 끔찍한 일이다. 지난 10여 년간 정부가 수백조원의 돈을 쏟아 부어 출산율을 늘리려 해도 도무지 통하지 않았던 이유가 단숨에 설명된다.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숨막힐 듯한 과밀과 경쟁에 지쳐 아이를 낳아도 제대로 키우기는커녕 생존이 위협받게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일부에선 현재의 저출산·고령화를 걱정할 필요 없다는 주장도 있다. 개인의 선택이므로, 사회를 개조하고 과학기술을 활용하면 극복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그러나 괜히 해외 석학들이 한국의 인구 감소를 보고 “망했다"고 한탄하는 게 아니다. 국방 분야만 보자. 동원 가능한 현역 군인 숫자가 10만명대로 줄어들면 휴전선 방어 조차 힘들어진다. 당장 고령자들의 노후도 큰 문제다. 엄청난 복지 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다. 젊은이 10명이 벌어 들이는 돈으로 100명의 고령자들을 먹여 살리는 사회가 도래한다. 더 이상의 자본 축적이나 사회 발전은 불가능하다. 이대로라면 한국의 잠재적 경제성장률은 2040년 이후 마이너스가 된다. 주택 제공이나 수당 지급 등 경제적 인센티브도 근본적인 처방은 아니다.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에게만 해당될 뿐 추가 출산 유인책이 될 지는 의문이다. 구조적이고 원천적인 치유책이 필요하다. 생쥐 실험에서 봤듯, 과밀 해소와 지나친 경쟁의 완화가 핵심이다. 무엇보다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해야 한다. 반도체 등 주요 산업단지·교육 기관들을 과감하게 지역으로 이전해 네트워크화함으로써 '비좁은 공간'을 넓혀 줘야 한다. 2030세대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워라벨을 보장해주고 비정규직·임시직 위주가 아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엄마들이 경력단절을 걱정하지 말아야 하며, '몰빵 육아'도 지양해야 한다. 지나친 사교육을 없애고 효율·평등의 두 마리 토끼를 잡도록 교육 체계를 전면 개편하자. '더 내고 덜 받는' 연금 제도를 만들고 초고령화에 맞도록 복지 제도를 개편해 인구 감소·초고령화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다들 '뻔한' 얘기인 것 같다구? 그렇게라도 해야 '생쥐 꼴'을 면할 수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데스크 칼럼]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책임져라

현대 사회에서 국가 통계는 그 중요성을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만약 잘못된 통계를 근거로 정부의 각종 정책들이 수립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 전체에게 돌아간다. 통계가 없거나 부족할 경우, 의도적으로 통계를 조작·오용·남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예산 낭비, 정책 실패, 정부 신뢰 훼손 등으로 사회적 불안을 초래한다., 최근 확인된 국토교통부의 주택 통계 오류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30일 국토부는 지난해 주택 공급 실적이 실제보다 적게 발표됐다며 오류를 시인하고 정정했다. 우선 지난해 준공 실적이 31만6415가구에서 43만6055가구로 11만9640가구(38%)나 늘어났다. 이전까지 준공 실적이 전년 대비 2.35%나 감소했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론 오히려 5.3% 증가한 것이다. 착공 실적도 실제 24만2018가구지만 3만2837가구 적은 20만9351가구로 발표됐었다. 주택 인허가 실적도 원래는 42만8744가구인데 3만9853가구 적은 38만8891가구로 잘못 발표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통계가 오류를 이유로 통째로 정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잘못 집계된 주택 공급 통계는 시장에서 확산된 '공급 절벽' 전망의 근거가 됐다. 특히 국토부는 이같은 부실 통계를 바탕으로 '비상 상황'을 선포한 뒤 지난해 '9·26 공급 대책', 올해 '1·10 부동산 대책' 등 두 차례의 대대적인 공급 확대 정책을 내놨다. 수도권 신규 택지, 3기 신도시 물량 확대, 신축 빌라·오피스텔 매입 때 세제 혜택 부여 등의 정책을 쏟아냈다. 다만 국토부는 이같은 통계 오류 정정에도 불구하고 공급 위축 흐름이 여전한 만큼 정책을 바꿀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시민들은 사상 초유의 국가 통계 오류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시장 전망을 세우고 내 집 마련 계획에 참고했던 핵심 통계가 엉터리였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최근 서울의 아파트 가격·전셋값 상승세가 공급 위축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됐다. 정부의 정책에 대한 불신과 시장 주체들의 혼선 등 엄청난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국토부가 국가의 근간을 뒤흔드는 통계 오류를 은폐하려 한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토부와 한국부동산원은 통계 오류의 원인과 대책을 묻는 에너지경제신문의 취재에 “담당자가 부재 중"이라는 말만 하면서 수주간 대응을 회피했다. 지난주 본지 기자와 가까스로 통화가 된 부동산원 담당자는 이미 국토부의 지시하에 통계를 수정 중인 상황임으로 추정됨에도 “원인을 잘 모르겠다"고 엉뚱한 소리를 해댔다. 국토부가 이번 통계 오류를 이미 지난 1월 말 인지했다는 발표가 사실이라면 의도적인 취재 회피, 대국민 사실 은폐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심지어 박상우 국토부 장관도 지난달 2일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에 “부동산원에서 어떻게 그 자료를 만들어 냈는지 저는 알지 못한다"며 동문서답했다. 통계 오류라는 중대 사항을 실무자들이 보고하지 않았거나, 일부러 답변을 피했거나 둘 중의 하나로 보인다. 전자라면 무능한 것이고, 후자라면 '은폐' 의도가 역력한 무책임한 행태다. '내로남불'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토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 김현미 전 장관 등이 집 값 통계를 조작했다고 검찰에 고발, 재판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조작 여부 및 고의성 등이 입증되지 않아 법적 논란이 여전하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전 정권의 통계 오류에 대해선 '조작'으로 간주하며 '국기 문란'으로 규정해 사법 처리에 나섰다. 반면 자신들의 통계 오류는 '단순 실수'로 치부하며 구렁이 담 넘어가듯 불문에 부칠 태세다. '공정과 상식'이라는 현 정부의 국정 철학에 부합하는 행태인지 의심스럽다. 사상 초유의 부동산 통계 오류 사태는 박 장관이 직접 책임져야 한다.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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