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에 위치한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사진=포스코
국내 철강업계를 둘러싼 노사 관계 리스크가 최근들어 격화하는 양상을 보이며 '하투(夏鬪)'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직고용 문제를 비롯해 원·하청 노조와의 관계도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쟁의행위 현실화 가능성이 지속 확대되는 모양새다.
16일 대법원은 포스코 협력업체 직원 378명이 제기한 5·7-1차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2건을 원고 일부 승소로 최종 확정했다. 원청인 포스코와의 직접교섭을 강력히 요구하는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포스코 사내하청지회의 투쟁 명분이 이번 '근로자성 인정' 판단으로 한층 확대된 셈이다.
법원 “2차 하청도 직고용해야"
이날 대법원 판결은 포스코의 2차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의 근로자성이 처음으로 인정된 사례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5차 소송 참여인 236명 중 2차 하청업체인 '시오엠테크' 노동자 18인이 승소자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포스코 사내하청지회에 따르면, 이들 시오엠테크를 비롯한 2차 하청 근로자는 포스코가 발표한 '7000명 직고용 계획'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이들이 포스코의 직접고용 대상으로 일부 인정되면서 업계 안팎에선 포스코 직고용 계획의 확대 조정 압박이 가중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 금속노조는 이날 대법원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은 포스코의 직접 지시를 받는 전체 공정으로 확대됐음을 확인하는 판결"이라며 “포스코가 사내하청 노동자를 도급으로 위장해 사용하는 행위는 파견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대법원은 같은 날 '포스코엠텍' 소속 냉연제품 포장업무 담당 근로자 4명에 대해선 포스코와의 파견관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원청 직고용 문제는 직간접 공정 여부에 따라 기준이 한층 명확해졌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4월 3차소송 판결에서도 포스코엠텍 소속 근로자 7명의 원청 파견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커지는 하청노조 별도교섭 압박
이번 대법원 판결을 전후로 철강업계의 하청노조 별도교섭 압박도 한층 거세지는 분위기다. 특히 포스코의 경우 이번 판단으로 하청노조의 '완전한 직고용' 요구 명분에 힘이 실리면서 파업 위기감까지 확대되고 있다.
앞서 포스코는 지난 4월 포항·광양제철소 협력사 직원 7000명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으나, 하청노조는 이들 직원이 신설 직군으로 채용되는 까닭에 기존 정규직과 임금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며 노조를 통한 별도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금속노조 역시 파업 등 단체투쟁 가능성을 시사하며 투쟁 수위를 끌어올리는 형국이다.
정상만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원청교섭 테이블에 자발적으로 자본이 나오지 않는다면 8월과 9월에 이어지는 2·3차 총파업을 강행할 수 밖에 없음을 경고한다"며 “이 상황을 포스코가 받아 안고 직접고용 테이블에 나설 때까지 강력한 투쟁 또한 예고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하청노조의 별도교섭 압박은 비단 포스코만의 문제가 아니다.
비정규직 당진·순천지회와 내화조업정비지회 등 현대제철 하청노조는 지난 15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참여하는 등 원청인 현대제철이 별도교섭 테이블에 나와야한다고 촉구하며 투쟁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앞서 이들은 지난달 24일에도 하루 파업을 진행하며 현대제철의 별도교섭을 요구한 바 있다.
원청 노조 임단협도 '평행선'
입장차이 확인만 되풀이되는 원청노조와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도 철강업계의 파업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포스코 정규직 노조는 원청과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총 여섯 차례 만남을 가졌으나, 별다른 합의점을 도출해내지 못하면서 난항이 지속되고 있다.
노조 측은 ▲기본임금 7.1% 인상 ▲기본임금 600% 규모 일시금 지급 ▲명절 상여금 인상 ▲우리사주 지급 등 13개 항목으로 구성된 요구안을 사측에 발송, 사측은 부진한 업황 여건을 들어 노조측 요구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노사간 긴장 수위가 높아졌다.
이 가운데 김성호 포스코 노조위원장은 노조 유튜브 채널을 통해 “23일 모든 것이 결정될 것이고, 이제 우리 뜻을 행동으로 보여줄 때가 됐다"며 파업 등 투쟁 가능성도 시사했다. 노조는 지난 8~9일 찬반투표를 통해 92.% 찬성률로 쟁의행위를 결의하며 파업을 위한 선결조건을 일부 완수한 상태다.
현대제철 노사도 임단협에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사는 지난 10일까지 총 10차 교섭을 통해 교섭에 나섰으나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측 요구안(기본급 14만9600원 인상 등)과 사측 제시안(기본급 6만5000원 인상 등)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다.
특히 현대제철 임단협의 경우 지난 2023~2024년 각각 20차례가 넘는 교섭을 거치며 합의에 이르렀던 터라 올해 협상 역시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현대제철 정규직 노조는 지난달 19일 쟁의행위 가결(90.61% 찬성),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중지 등 파업을 위한 선결조건을 대부분 완료하고 교섭 결렬 선언만을 남겨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협상은 예년보다 훨씬 이해관계가 다층적으로 얽혀있어 합의 도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원만한 합의점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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