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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금융소비자가 바란다] "어려운 금융용어 쉽게·금리인하폭은 넓게"

[에너지경제신문=박경현 기자] 갑진년 새해를 맞이하며 금융권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쏟아지는 각종 금융상품에 대해 직관적인 설명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권 소비자에게서는 자극적인 이율을 앞세운 고객 모집에 이끌려 가입했지만 실제로 손에 쥐는 이익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사례나 빈번하게 금리인하요구권을 거부당한다는 사례가 다수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수십여개의 금융사를 비교하는 핀테크 플랫폼의 허점이나 카드업권의 리볼빙 서비스와 관해 소비자가 오인하는 사례 등에 대해서도 꼬집으며 개선을 요구했다. ◇ 최고금리 연 8%인데 만기되니 1만원?…"예·적금 광고 명확하게 해야"#1. 고금리 예적금에 관심이 많은 직장인 A씨는 하루에 한 번씩 한 달 동안 입금하면 최고 연 8% 금리를 준다는 광고를 보고 인터넷뱅크가 출시한 ‘한달 적금’에 가입했다. 최소 100원부터 최대 3만원까지 매일 적금을 납입할 때마다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고, 연 8%의 금리라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적금 만기 후 받은 이자는 실망스러웠다. 소득세, 지방소득세를 제외하면 실제 받을 수 있는 이자는 만원도 채 되지 않았다.#2. 직장인 B씨는 ㄱ저축은행의 비대면 적금에 가입하면 시중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광고를 봤다. 그러나 정작 상품을 가입하려고 보니 연소득, 재직기간 등 가입 조건이 까다로웠다. 또 해당 금리를 받기 위해선 △다른 카드 결제계좌를 ㄱ저축은행 입출금계좌로 지정해야 하고 △3개월 이상 납부해야 하며 △자동이체 납부 실적을 3개월 이상 충족해야 했다. B씨는 ㄱ저축은행이 제시한 요건을 모두 충족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결국 적금에 가입하지 않았다.금융소비자들은 은행들이 특판 예적금 상품 광고를 할 때 실제 받을 수 있는 이자를 명확하게 표시해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A씨와 B씨의 사례처럼 금융사들이 최고금리만 강조한 탓에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지적이다. 한 달 만기라면 금리도 한 달 기준으로 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소비자들은 해당 상품의 기본금리를 파악하기 어려울 뿐더러 아무리 기본금리가 높아도 나중에 세금을 제하면 실제 받는 이자는 예상했던 것과 다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A씨는 "적금 만기 시 실제 받을 수 있는 이자는 얼마인지 소비자 스스로 계산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한 달 만기이면서 연 8%의 금리를 준다는 것은 소비자들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취수수료, 단리, 복리…"어려운 금융용어 쉽게 표기할 순 없을까요"#3. 5년 뒤 내 집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는 대학생 C씨는 최근 금융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펀드에 가입하려다 진땀을 뺐다. 선취수수료, 후취수수료 등 모르는 용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C씨는 단어를 하나 하나 검색하고, 공부한 끝에 겨우 펀드에 가입했다. C씨는 "어려운 금융용어를 쉽게 설명하거나 쉬운 단어로 표기하면 상품을 이해하는데 좋을 것 같다"며 "해당 상품에 가입한 뒤 100만원을 투자하면 실제 선취수수료는 얼마인지 구체적인 예시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비대면으로 금융상품을 가입하는 경우가 많아진 요즘 어려운 금융 단어들을 쉬운 단어로 대체하거나 용어 설명을 넣어달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전문용어들이 많아 해당 용어가 금융상품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최근 이러한 소비자들의 수요를 반영해 저축은행중앙회에서 홈페이지 소비자포털을 이용자 친화적으로 개선한 사례도 등장했다. ◇ 조건 안된다며 번번이 거절…"담보대출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 높여야" #4.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D씨는 최근 승진을 하고 연봉이 오르자 재무 상황이 개선됐다. D씨는 개인 신용등급이 개선된 점 등 여러 요건으로 가지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의 금리인하요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관련 서류를 준비해 은행에 제출한 결과 기대와는 달리 D씨의 금리인하요구가 거절당했다. D씨와 같이 은행권에서 금리인하요구권을 거부당한다는 사례는 빈번하게 발생한다. 담보대출은 신용상태별로 금리에 큰 차등이 없기 때문에 신용대출보다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하기가 더 까다롭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의 담보대출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10~20%대에 그쳤다. 신용대출도 은행에 따라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이 10%대에 불과했다. 은행권은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신청건수가 많고 그에 따라 수용률이 낮게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러나 소비자들은 담보대출에 대해서도 금리인하요구권의 수용률이 높아져야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D씨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규모가 신용대출 금리 규모보다 더 크기 때문에 담보대출에 대한 금리인하요구가 잘 받아들여져야 금융소비자들이 실질적인 대출 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 실상은 2금융 위주…"대출 비교 플랫폼, 1금융권 참여 많아졌으면"#5. 신용대출을 알아보던 직장인 E씨는 대출 비교 플랫폼을 이용해 가장 저렴한 금리의 상품을 찾아봤다. 그러나 수십여개의 금융사와 제휴를 맺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플랫폼의 광고와는 달리 실제론 저축은행과 같은 2금융권 상품이 다수를 차지해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다. E씨는 1금융권의 여러 은행 앱에 직접 들어가 금리를 비교한 뒤 대출 상품을 선택했다. 핀테크 기업들이 제공하는 대출 비교 서비스는 막상 이용해보면 1금융권과의 제휴가 많지 않다는 후기가 적기 않다. 소비자들은 핀테크 앱을 찾는 이용자가 많아지는 만큼 1금융권과의 제휴가 늘어나 이용자들의 편의가 높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핀테크는 서비스 확장이 시중은행의 참여도에 달렸다는 설명이다. 핀테크 기업의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참여가 많지 않은 것은 은행들이 플랫폼과의 제휴를 꺼리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최소결제·일부결제’ 애매한 카드사 표현…"엄연한 고금리 대출성 계약" #6. 직장인 F씨는 모 카드사 앱에 방문해 내달 결제할 카드비를 확인하다 이해가 가지 않는 단어를 발견했다. ‘일부만 결제’ 기능으로 인해 최소 금액을 제외하고 나머지 카드 사용료가 모두 이월됐다는 내용이었다. ‘일부만 결제’ 단어의 정확한 뜻이나 기능이 무엇인지 몰랐던 F씨는 앞선 결제 내역을 확인한 결과 해당 카드를 사용한 직후부터 최근까지 계속 리볼빙을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됐다. 황급히 카드사에 연락해 취소했으나 이월된 금액에 매달 20%에 가까운 금리가 매겨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자 황당했다. 카드사 측에서는 소비자 동의 없이 리볼빙에 가입되진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 돌아왔다.수 많은 카드이용자가 가입 당시 의미를 잘 모른 채 ‘리볼빙’에 동의한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카드사에서 최소결제나 일부결제 등의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오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알리기도 했다. 리볼빙은 신용등급에 악영향 줄 수 있는 명백한 대출성 계약이다. 이용 시 수수료율(이자율) 평균은 11월 말 기준 16.7%로 일부 카드사의 경우 법정 최고 금리인 20%에 육박하기도 한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나도 모르는 새 원치 않게 이용 중이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리볼빙 잔액은 꾸준히 느는 추세로 올해 10월 말 7조5000억원 수준으로 매년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F씨는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부채 과다에도 처할 수 있는데, 사전에 제대로 된 의미와 이자율에 대한 경고를 받았다면 가입 시 리볼빙에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리볼빙을 ‘서비스’라고 표현한 점이 고금리 대출이라는 본질과는 다소 상이한 개념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pearl@ekn.kr수 많은 카드이용자가 가입 당시 의미를 잘 모른 채 ‘리볼빙’에 동의한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사진=연합

[금융 횡재세 논란] "과도한 이익, 법으로" VS "투자·성장 제약"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지난해 말 은행권이 ‘2조원+α’ 규모의 민생금융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취약층을 지원하는 상생금융안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처럼 은행권이 2조원이 넘는 상생금융안을 내놓은 것은 금융권의 화두가 된 횡재세 논란과 연관이 있다. 횡재세(Windfall tax)는 정상 범위를 넘어선 이익을 거둔 법인 등에 대해 일반적인 법인세 외에 추가적으로 징수하는 세금이다. ‘뜻밖에 재물을 얻는다’는 뜻의 ‘횡재’란 단어를 붙여 과도한 수익에 부과하는 세금이란 뜻으로, ‘초과이윤세’라고도 불린다. 정치권에서는 금융권에 횡재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은행은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며 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른 흐름을 타고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인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국내 은행이 거둔 이자이익은 44조원을 넘어선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개인·기업 차주들은 대출 이자를 내기도 버거운 상황인데 은행들 배만 불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사의 막대한 이익 증가를 둘러싼 비판 속에서도 횡재세 도입은 지나치다는 반대 목소리는 적지 않다. 민간 기업의 이익에 강제로 세금을 물리는 횡재세의 성격이 시장경제 체제의 작동 원리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사의 이익을 사회로 환원하기 위해서는 상생금융 등 자율적인 방법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 민주당 횡재세법 발의 "국회 입법 통해 지속가능하게 해야" 지난해 11월 14일,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이른바 횡재세 법안인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부담금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금융사가 직전 5년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를 초과하는 수익을 얻으면 해당 초과이익의 최대 40%를 ‘상생금융기여금’으로 징수할 수 있다는 내용의 법안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 등 55명이 법안 발의에 참여하며 사실상 횡재세 법안은 당론으로 추진됐다. 횡재세가 도입되면 은행권에서 약 1조9000억원의 횡재세가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주 의원은 "정부가 강제로 은행에 기부금을 내도록 하는 것 대신에 국회가 합리적인 원칙과 기준에 따라서 입법을 통해 제도화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이기 때문에 이번 법안을 대표 발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횡재세 도입은 지난해 초 논의가 시작됐다가 잠잠해지는 듯했으나, 지난해 10월부터 다시 불이 붙기 시작했다. 은행의 역대급 이자이익이 지속되면서 은행의 이자장사 비판이 재점화됐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은행의 누적 순이익은 19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2% 늘었다. 이자이익은 44조2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8.9% 늘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은행권의 순이익과 이자이익 증가는 과도한 이자장사 때문이란 것이 정치권의 인식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때 기준금리가 0.5% 수준까지 낮아졌다가 2021년 8월부터 1년 6개월 동안 총 3%포인트(p)가 올랐는데, 이 과정에서 은행이 ‘땅 집고 헤엄치기’식 영업을 통해 과도한 수익을 올렸다는 비판이 크다. 대출 차주들은 높아진 금리에 시름을 하고 있는 상황과 반대로 은행에서는 과도한 이익을 벌면서 그 돈으로 성과급 잔치까지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표도 횡재세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코로나 사태, 경제 위기 사태에서 위기 덕분에 특별한, 과도한 이익을 얻는 영역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금융·에너지 기업들일 것"이라며 "고금리로 고통받는 국민 어려움을 덜어드리고 고에너지 물가 때문에 고통받는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 "민간 기업 이익 회수 강제…경쟁력 저하 우려"횡재세 법안을 두고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민간 기업의 이익을 회수하기 위해 법으로 강제성을 띠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당장 금융당국부터 횡재세 법안의 강제성을 우려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1월 횡재세 법안에 대해 "금융환경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정말 많다"며 "(금융사들이 금융환경에) 유연하고 정교하게 대응해야 하는데, 법을 통해서 하는 것보다는 업계와 당국간 논의를 통해 하는 게 훨씬 더 유연하고 세부적인 상황까지 좀 챙기면서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금융권 관계자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는다. 은행에 공적인 성격이 강요되고 있지만 엄연한 민간 기업인 데다, 부정한 방법이 아닌 정상적인 영업활동으로 번 이익에 세금을 매긴다면 기업 경영 활동이 위축되고 경쟁력도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민간 기업 중 누가 돈을 많이 벌려고 할까라는 의문이 생긴다"며 "기업의 근본적인 이유는 최대 이익 추구인데, 횡재세가 도입되면 어느 기업이 무리해서 인프라에 투자를 하고 개발을 할까. 금융사가 제조업은 아니지만 여러 분야에 대한 투자가 상당히 위축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횡재세가 금융에 적용되면 정유 등 다른 산업을 대상으로도 확대될 것"이라며 "법안이 도입되면 되돌리기 힘들기 때문에 부작용에 대한 고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 수익이 ‘횡재’라는 부분에는 동의하기 힘들다"며 "2022년 레고랜드 사태로 힘들 때 은행 자금이 들어갔는데, 은행 자금 투입이 가능했던 것은 초과이익이라고 말하고 있는 수익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은행이 자본적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상증자를 받거나 수익을 높여야 하는데 수익을 더 벌지 말고 제한을 해버리면 더는 성장하지 말라는 얘기와 같다"며 "자본 버퍼가 있어야 해외에서도 뭔가를 시도해보고, 다른 금융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데 그걸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금융산업이 위축될텐데 장기적으로 국가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횡재세 도입이 이중과세, 재산권 침해, 평등권 훼손 등 법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김성주 의원은 "이중과세나 소급 입법 논란이 없는 부담금을 통한 방식"이라며 "은행업은 일종의 과점 상태인데 과도한 이익이 발생했을 때 정부가 은행지주 회장을 불러 다그치는 방식이 아닌 국회가 법을 통해 제도화하는 것이 더 예측 가능하며, 불필요한 이중, 삼중 부담도 없앨 수 있다"고 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사의 과도한 이익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취지는 공감하는 만큼 상생금융 등 자율적인 방식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편 은행권은 횡재세 논란 속에서 금융당국 압박에 따라 지난달 21일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2조원+α 규모의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개인사업자 대출을 보유한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이자 환급을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이자 환급 금액은 대출금 2억원 한도로, 1년간 4% 초과 이자 납부액의 90%(감면율)를 지급한다. 차주당 총환급 한도는 300만원이다. dsk@ekn.kr지난해 11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태영건설 파장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갑진년인 2024년에도 높은 금리 수준이 지속됨에 따라 18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가 우리나라 경제의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고금리 기조로 차주의 채무상환부담이 늘고, 관련 신용리스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태영건설의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건설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시장 등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전문가들은 2024년 우리나라 경제에 가계 및 기업대출 부실화 가능성이 상존하는 만큼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불똥 튈라...정부 ‘시장안정’ 총력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이 금융시장 및 건설 산업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금융감독원은 금융협회, 주요 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과 간담회를 갖고 태영건설의 협력업체라는 이유만으로 여신한도 축소, 추가 담보 요구 등 금융거래상 불이익을 주는 사례가 없도록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금융사는 태영건설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아 피해가 예상되는 협력업체에 대해서는 자체 채무조정 프로그램 등을 통해 1년간 상환유예 또는 금리감면을 지원할 방침이다. 정부는 현재 85조원 수준으로 시장안정조치를 운영하고 있는데, 필요시 추가 확대해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계획이다.특히나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을 중심으로 PF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례로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OK캐피탈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영업자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PF 관련 대출의 건전성이 저하됐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이 회사의 작년 9월 말 기준 부동산PF 관련 대출은 1조5487억원(본PF대출 3305억원, 브릿지론 1조2182억원)으로 영업자산의 55.1%를 차지했다. 한국기업평가는 "부동산PF 관련 대출 가운데 중순위, 후순위 대출 비중이 높은 점도 부담"이라며 "9월 말 기준 브릿지론과 본PF대출의 중순위, 후순위 비중은 각각 76.7%, 96%이며 본PF대출의 분양률 60% 미만인 사업장 비중은 46.1%로 준공리스크와 분양리스크가 내재됐다"고 진단했다.◇ 잡히지 않는 가계부채...전문가들 "대출 부실화 유의, 소비 진작 집중"가계부채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점도 새해 우리나라 경제에 불안 요인이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1875조6000억원이다. 전분기 대비 0.8% 늘어 2분기(+0.4%)에 비해 증가 폭이 커졌다. 항목별로는 가계대출이 1759조1000억원으로 93.8%를 차지한다. 나머지 6.2%는 재화나 서비스 판매자가 제공하는 외상거래인 판매신용이다. 주택구입 관련 자금수요가 지속된 가운데 특례보금자리론, 디딤돌대출 등 정책자금 공급이 늘면서 전체 가계부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우리나라의 가계와 기업의 빚이 계속해서 늘면서 3분기 말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자금순환통계 기준 가계·기업 부채 합) 비율(추정치)은 227.0%까지 높아졌다. 가계와 기업의 빚이 GDP의 약 2.27배에 달한다는 뜻이다. 이는 2분기 말(225.7%)보다 1.3%포인트(p) 높은 수치로, 역대 최고 기록이다. 한국은행은 2024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 보고서에서 "부동산PF 등과 관련한 유동성 및 신용리스크가 현재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높은 금리 수준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한계기업 및 취약가구의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될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밝혔다.전문가들은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가계부채 부실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아가 소비 진작을 위해 정부가 민간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나 세제혜택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초부터 민간소비가 늘지 않을 경우 2024년 경제성장률에 부정적이라는 분석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경기가 하강 국면이고, 가계소득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고금리가 유지됐을 때 가계부채의 부실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관리해야 한다"며 "최근 금융사를 중심으로 PF 대출과 같은 위험대출 부실화가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가계 및 기업대출 부실화에 대해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연초에는 새학기를 앞두고 노트북, 자동차 등 내구재 소비가 늘어나는 시기인데, 정부가 다양한 행사나 세제혜택을 마련해 상반기 민간소비를 촉진시킬 필요가 있다"며 "연말에 열리는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연초에 개최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민간소비를 끌어올리지 않는다면 2024년도 경제성장률 수치가 안 좋게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ys106@ekn.kr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연합가계신용 잔액 추이.(자료=한국은행)

퇴직금 5개월치↓…은행 희망퇴직 "예전 같지 않네"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희망퇴직 접수를 시작한 가운데 주요 은행들의 퇴직금 규모가 모두 전년 대비 줄었다. ‘은행의 종노릇’ 비판 후 은행에 대한 전방위적 비판이 거세다는 분위기를 의식해 은행의 퇴직금 규모가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오는 3일, 9일까지 희망퇴직 접수를 받는다고 지난달 29일 공지했다. 눈에 띄는 것은 특별퇴직금이 줄었다는 점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는 23∼35개월치의 월 평균 임금을 지급했는데 올해는 18~31개월치를 주기로 했다. 4∼5개월치의 급여가 줄었다. 우리은행은 24∼31개월치 임금의 특별퇴직금을 지급한다. 지난해 월 평균 임금 24~36개월치를 지급했던 것과 비교해 최대 5개월치의 퇴직금이 감소했다. 앞서 희망퇴직 접수를 받거나 받고 있는 NH농협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도 모두 전년 대비 희망퇴직금 규모를 줄였다. 지난해 11월 희망퇴직을 실시한 농협은행은 1967년생(56세) 직원에 28개월치, 1968∼1983년생(40∼55세) 직원에 20개월치 월 평균 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했다. 전년에 56세 직원에는 똑같은 퇴직금을 지급했으나, 40~55세 직원에 20~39개월치를 임금을 지급했던 것과 비교해 규모가 줄었다. 지난달 희망퇴직 접수를 받은 신한은행은 월 평균 임금 7∼31개월치를 지급하기로 했다. 앞서 8월(9~36개월치)과 비교해 2∼5개월치가 감소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2일까지 준정년 특별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데, 퇴직금으로 24~31개월치의 임금을 지급한다. 지난해 초 실시한 특별퇴직에서는 최대 36개월치의 평균 임금을 지급한 것에 비해 규모가 축소됐다. 은행권은 고금리에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이 거센 데다 상생금융 압박이 더해지며 눈총을 받고 있는 만큼 이같은 분위기를 고려해 퇴직금 규모를 줄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차주들이 늘어난 반면 은행들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자 정치권에서는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가 커지기도 했다. 이에 대안으로 은행들은 2조원+α의 상생금융안을 발표한 상태다. 희망퇴직금이 줄어들며 조건이 악화되자 희망퇴직자 수는 전년 대비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다. 지난해 5대 은행의 희망퇴직자 수는 2357명이다. 일각에서는 지금보다 희망퇴직 조건이 더 나아질 것이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희망퇴직자 수가 점차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dsk@ekn.kr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韓경제, 위기를 기회로②] 상속세 개편

[에너지경제신문 나광호 기자] 국내 세금제도가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의 상속세는 투자와 소비를 위축하는 것은 물론 경영권을 위협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OECD 회원국 중 유산세 방식을 채택한 곳은 한국을 포함해 4곳에 불과하다. 유산세는 피상속인이 남긴 총액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식으로 모든 상속인에게 동일한 세율이 적용된다.독일·프랑스·일본 등 20개국은 유산 취득세 방식이다. 실제 취득하는 재산가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상속인별로 세율이 차등적용되는 것도 차이점이다. 오스트리아·체코·노르웨이 등 7개국은 비과세다. 더 큰 문제는 세율이다. 국내 상속세 최고세율은 지방세 포함 기준 50%로 OECD 평균(약 15%)의 3배가 넘는다. 할증과세를 적용 받는 대기업의 경우 60%로 높아진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인 주주의 주식 평가시 평가액의 20%를 가산하는 제도를 유일하게 운영하는 탓이다. 삼성 오너일가에게 12조원, 김정준 전 넥슨 회장 유가족에게 4조7000억원의 상속세가 부과된 까닭이다. 경제계에서는 기업승계 재산의 대부분이 주식과 지분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지분자산 매각시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는 상속세 마련을 위해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보유 지분 일부를 해외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한샘과 락앤락에서도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 국제적으로 살펴볼 때 스웨덴은 2005년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전환했다. 70%에 달하는 초고세율을 견디지 못한 기업들의 해외 이탈과 투자 감소가 실업난 증가를 야기했기 때문이다. 특히 제약사 ASTRAAB의 경우 설립자 미망인의 유족들이 상속세 납부를 위해 주식 대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폭락했고 결국 영국의 제네카(現 아스트라제네카)에 인수됐다.가업상속공제 제도가 유명무실한 것도 문제로 꼽힌다. 2016~2021년 우리나라에서 가업상속공제를 이용한 건수는 평균 96건으로 독일(1만308건)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공제액도 우리나라는 2967억원인 반면 독일은 1조6320억원 수준이다. 중소기업 또는 매출 5000억원 미만의 중견기업만 활용 가능하도록 적용대상을 제한한 탓이다. 공제한도도 피상속인의 경영기간에 따라 최대 600억원에 불과하다.상속 후 5년간 가업을 영위하고 가업용 자산의 20% 이상 처분을 금지하는 등 개인의 자유도 제한된다. 고용인원의 90% 및 총급여액도 90%를 유지해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과 국제유가 급증을 비롯한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운 제도를 마련한 셈이다.현장에서는 상속세 부담 완화가 22대 국회에서 이뤄지길 바라는 모양새다. 날로 심화되는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 폐지 등 세제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기업들이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업 가치를 낮추는 편법도 모색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에 따른 피해가 주주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표명하고 있다.spero1225@ekn.krOECD 주요국 상속세 최고세율 비교

[韓경제, 위기를 기회로①] 중처법 등 곳곳이 ‘경영 지뢰밭’···"바꿔야 산다"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기업 활동을 방해하는 각종 규제들이 자유시장경제 공정경쟁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재계에서 커지고 있다. 수많은 중복·과잉 규제로 곳곳이 ‘경영 지뢰밭’으로 전락한 만큼 대대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의견이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작년 12월 초 열린 ‘저성장시대 경제 활력 회복을 위한 규제 혁신 토론회’에 참석해 "고물가·고금리로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장기 저성장 구조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며 "과감한 규제 혁신으로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경제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말했다.이날 발제를 맡은 강영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초빙교수도 "우리나라가 규제개혁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관료 중심 규제 카르텔과 국회의 무능 때문"이라며 "민간 주도 규제 개혁과 의원입법 규제 영향 분석을 실시해 규제 카르텔을 무너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재계는 최근 경영 활동에 제약을 주는 제도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교해 지나치게 높은 상속세, 글로벌 정세와 정반대로 계속 높아져간 법인세 등이 대표적이다. 국회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어 ‘최고경영자(CEO) 리스크’를 높인데다 소위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키려는 움직임까지 한때 일어 기업들을 놀라게 했다. 경제계는 우선 당장 기업 활동이나 투자를 제한하는 대표적 ‘킬러 규제’를 개선해달라고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와 관련 작년 말 국내 킬러·민생 규제 13건을 선정하고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을 국무조정실에 전달했다.한경협이 선정해 개선을 건의한 킬러 규제는 소관 부처별로 공정거래위원회 8건, 금융위원회 2건, 산업통상자원부 1건, 경찰청 1건, 국토교통부 1건 등 총 13건이다. 한경협은 공정거래위원회가 회사(법인) 또는 회사의 특수관계인(개인)에 기업집단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31조에 대해 자료 제출자를 법인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제출 자료의 정확성을 제고하는 한편 기업인을 범죄인화하는 사회 분위기를 완화하기 위해서다.또 부당 지원 금지 등 완전 모자회사 간 내부거래를 규제한 공정거래법도 문제 삼았다. 현재 공정거래법 45조는 모회사가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자회사와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사실상 경제적 동일체에 해당한 두 회사 간 내부거래가 제한된다면 효율성이 저하된다는 게 한경협 측 주장이다.이와 함께 유럽연합(EU)이 동일 기업집단에 속하는 계열회사 간 협조적 행위는 경쟁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등 이러한 조항은 전세계에서 유례가 없다고 한경협은 설명했다.한경협은 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이 투자한 회사에 다른 계열사가 투자할 수 없도록 한 공정거래법 20조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다른 계열사는 CVC가 조성하는 펀드에만 참여할 수 있고, 투자한 회사 주식은 인수할 수 없어 시너지가 제약된다는 것이 이유다.아울러 대기업집단의 계열사들이 지정자료 제출을 위해 회계감사를 받아야 하는 의무 위반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한 공정거래법 31조 등도 개정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대신 형사 처벌을 폐지한 후 행정 제재로 전환하는 방안이 제안됐다.산업 분야에서는 택지개발사업의 사업시행자가 개발부담금을 납부하도록 한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7조와 전기차 충전기에 내장된 전자장치와 소프트웨어 변경 시 형식승인을 재취득하도록 규정한 ‘계량에 관한 법률’ 제21조 등이 킬러 규제에 포함됐다.이와 함께 보험사에도 은행, 증권사와 같은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화약류 판매소의 구조·시설·설비의 경미한 변경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yes@ekn.kr현대차그룹이 싱가포르에 구축한 ‘글로벌 혁신센터’란 이름의 공장 생산라인에서 아이오닉 5 로보택시를 검사하고 있다.

"인권 중요하듯 재산권도 중요···자유시장경제 기본 지켜야 경제 활력"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사유재산을 보장하고 자유시장경제의 기본을 지키는 게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인권이 중요하듯 재산권도 중요합니다. 자유와 선택권이 보장되면 개인은 행복해지고 사회는 건전해집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의 목소리다. 자유와 시장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그는 최근 우리나라 정치·경제 상황을 언급하며 ‘잘하는 일’과 ‘잘못된 일’을 명확하게 가려냈다. 그가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간단했다. 정확한 원칙을 정하고 현상을 이에 대입하는 것이다. 최 원장이 정한 원칙은 ‘자유시장경제’다. 기업의 자유를 보장하고 개인의 사유재산을 보호할 때 우리 경제가 성장하고 모두에게 파이가 돌아간다는 것이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서울 여의도 산림비전센터에 위치한 자유기업원을 찾아 최 원장을 만났다. 2023년의 끝자락에서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물었다. ― 기업 경영활동을 발목을 잡는 규제·제도가 많다. ▲ 당장 상속세가 가장 큰 문제다. 지분을 상속받는 데 50% 이상 세금을 부과하는 게 맞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건 ‘합법적 약탈’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 경우에는 60%까지 상속세를 낸다. 최근 넥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미 우리나라 기획재정부가 넥슨의 2대주주가 됐다. 상속세 때문이다. 그러면 안 되겠지만 만일 누군가 또 돌아가시거나 하면 넥슨은 곧바로 공기업이 되는 구조다. 건실한 기업들은 2대를 넘겨 경영하기가 힘들어진다. 이는 자유를 벗어나 사회주의 국가가 사용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지만 상속세는 자본을 국가가 일정 수준 통제하는 식으로 작동한다. 국가의 법률을 통해 자본을 통제하고 창업주가 땀흘려 일군 기업을 공기업화 하는 게 맞는지 따져봐야 한다.중국에서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갑자기 사라지는 걸 보고 우리는 "뭐 저런 나라가 다 있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도 다르지 않다. 정권 바뀌면 감옥에 가고 온갖 사법리스크에 상속세 부담까지 크다. ― 불합리한 규제·제도가 기업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 개인 입장에서 부동산에 부과되는 세금이 ‘약탈적’이다. 양도소득세 같은 것들은 너무 과도하게 설정됐다. 우리나라는 경제 발전 과정에서 ‘부동산 환상’이 생겨 개인들이 시장에 계속 들어온다. 돈과 관심이 몰리는데 건설업계 입장에서도 분양가상한제, 초과이익환수제 등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에 반하는 규제가 가득하다. 부자를 사회적 공공의 적으로 삼는 프로파간다에 국민들이 넘어간 게 아닌지 의심할 필요가 있다. 다른 이의 성공을 질투하는 것은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다. 이를 제도화하고 사람들을 유혹했던 게 지금은 실패한 실험이 돼버린 사회주의다. 부동산 관련 제도를 보면 자신한테 피해가 오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것을 ‘합법적으로 약탈’하는 게 낫다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사회주의를 보면 알 수 있듯) 결과는 실패라는 것을 분명히 아는데 이를 프로파간다화한 정치권에 국민들이 넘어가면 안된다. 이 같은 도전은 자유주의가 우리보다 훨씬 발달한 미국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프리드리히 A. 하이에크가 쓴 ‘노예의 길’이라는 책에 이런 현상의 문제점이 잘 나와 있다. - 우리나라에서 유독 반기업 정서가 강하다는 느낌이 있다.▲ 법인세를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법인세가 현재 높아 외자유치가 안된다는 의견이 있는데 이는 출발이 잘못된 것이다. 과거 아시아의 금융 관문은 홍콩이었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고 나서는 30여년간 여러 가지 사건을 거치며 싱가포르로 그 역할이 넘어갔다. 전세계 금융자본의 상당 부분이 싱가포르로 갔다. 우리가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아시아 관문’으로 만들겠다고 제시했다. 법인세를 비롯한 세금구조 등이 전혀 매력적이지 못한데 누가 한국에 오겠는가. 현재 여의도 IFC빌딩이 빈 껍데기가 된 이유는 그때부터 나타났다. 싱가포르에는 부가가치가 높은 몇억원짜리 일자리가 넘쳐흐르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자유경제를 받아들이지 않고 규제에 기반해 시장에 접근한 결과다. 한국이 싱가포르에 지리적으로 밀리는 것도 아니었다. 2시간 안에 일본 도쿄와 중국 베이징·상하이 등을 오갈 수 있는 곳이 서울이다. 자유시장경제를 무시한 결과 금융자본은 싱가포르로 도망갔고 우리나라는 기업 활력이 떨어지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연금 분야에서도 잡음이 많다.▲ 요즘 이슈가 되는 국민연금 개혁도 접근법 자체가 잘못됐다. 연금의 사회주의가 걱정된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쉽코드 등을 남발하면 안된다는 게 기본적인 견해다. 연금이라는 사회적 공적장치를 정부가 통제하면 안된다. 그 권력은 잘못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기업이 절반을 냈다고는 하지만 결국 국민연금을 낸 것은 개인이다. 그렇다면 연금을 어떻게 운용하고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개인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퇴직연금 개인연금처럼 개인 계좌에 돈이 얼마가 있고 계좌번호는 뭐고 어디에서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연금개혁이 안되는 가장 큰 원인은 ‘대충 얼마 줄 것 같다’는 국가의 말을 믿기 힘들기 때문이다. 내가 선택해 내가 얼마를 받는지 정확하게 해주는 게 노후보장을 위한 연금개혁의 시작점이다. 보험요율을 얼마로 높이고 소득대체율을 어떻게 하는지는 그 다음 고민거리다. 불확실성을 어차피 해소하지 못하는 데 그게 어떻게 개혁인가. 본질적으로 방향 자체를 바꾼 다음 이 같은 세부안을 논의해야 한다. 은행에 가서 계좌하나 쉽게 열 수 없는 게 우리나라다. 금융당국이 과도한 규제로 국민들을 묶어놓고 있으니 금융이 발달하기 어렵다. 이는 자연스럽게 연금개혁이 어려워지는 원인이 된다.우리는 복지제도를 좌파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복지는 원래 우파적 관점에서 생산된 개념이다. 사회안전망이라는 것 자체를 우파가 만들고 이를 시스템화해 중산층을 강화하고 경제민주화를 이루는 게 우파의 경제 성장 로드맵이다. 이런 상황에 자꾸 좌파적 해법으로 복지 시스템과 연금 등을 들여다보니 문제가 생긴다. 한때 성공사례로 여겨졌던 스웨덴식 복지도 허상으로 끝났다. 법인세 올리고 복지제도 시행하려나 기업들 다 떠나고 경제가 무너지니 스웨덴은 제도를 다 뜯어고쳤다. 실패를 인정하고 다시 자유시장경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스웨덴이 실패한 그 길을 그대로 가려한다. 이미 (실패한) 사례가 있는데 그 나쁜 길을 왜 따라가려 하는지 모르겠다.-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따라 경제가 발전하는 사례가 있다면▲ 자본화된 유산을 물려주자는 개념이 있다. 우리나라 대표 기업 삼성이라는 게 가치를 창출하는 시스템처럼 움직인다. 삼성은 그 자체로 자본이다. 과거에 자본은 농사 지을 땅이었고 소한마리를 포함한 노동력과 경험이었다. 현대적 의미에서 자본은 곧 기업이다. 가치를 창출하고 경험이 있고 경험이 쌓여있고 그걸 후세한테 물려줄 수 있다.삼성전자는 수년 뒤 올릴 수익을 위해 지금 투자를 하고 있다. 단순히 돈을 빨아먹는 기업과는 다르다. 우리는 이 같은 자본화된 유산을 후세에 물려줄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자유시장경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가치관을 지켜나가야 한다. 잘못하면 자본화된 유산 대신 가치파괴적인 유산을 만들 수도 있다.- 자본화된 유산을 많이 물려주기 위한 조건이 있다면.▲ 대기업을 많이 육성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 고용 비중을 보면 한때 대기업 취업자가 40%에 육박했던 적이 있다. 지금은 20% 미만이다. 영미계 선진국들의 경우 대기업에서 일하는 사람 비중이 40%까지 가기도 한다. 일본도 우리보다 높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 중소·중견기업에 들어가면 그 순간 불이익이 상당하다. 임금격차를 비롯해 회사가 기업규모를 키우기 싫어하는 경향도 있다.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 순간 엄청난 불이익을 받다보니 기업 규모를 일부러 안 키우는 곳도 상당수다. 사업을 열심히 하면 성과를 돌려받아야 하는데 사익편취 등 다양한 규제가 따라붙으니 경제 성장에 방해가 된다. 대기업에 다니는 일부 계층이 부를 독식하고 빈부격차가 커지게 된 배경에는 역설적이게도 대기업을 자꾸 규제하고 못 만들게 하려 하는 제도에 있다. 중소기업고유업종 지정 등 시대착오적 발상을 바꿔야 한다.대학 역시 바뀔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자본화된 유산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대학도 자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 카이스트 등이 잘된 사례다.- 기업 경쟁력 향상은 도시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우리나라 수도권은 경쟁력이 상당하다. 이를 억지로 지방으로 쪼개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서울은 도쿄, 상하이, 베이징, 오사카, 광저우 등 거대한 도시문화권들과 경쟁을 펼치고 있다. 흔히들 국가간 경쟁에 대한 생각은 많이 하는데 우리나라 덩치는 주변국들보다 작다. 국가간 경쟁이 아니라 지역권간 경쟁이라는 본질을 알아야 한다. 미국 실리콘밸리도 지역 경제권이다. 거기에 들어가는 유닛 하나하나는 기업이다. 이에 우리도 수도권 경쟁력을 더 키울 필요가 있다. 부자연스럽게 공업단지를 조성하고 하기보다 거대한 도시문화권을 만들 필요가 있다. 개인화된 사람이 승부하는 시대는 끝났다. 이 과정에서 가치창출을 못하는 기업들은 과감하게 쳐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그래야 생산성 올라가고 활력이 일어나고 소비자들도 혜택을 받고 자유시장경제가 활성화된다. 이는 또 다른 혁신을 불러온다.- 해외에서는 우리나라의 노동 경직성 문제가 심각하다고 본다▲ 호봉제가 아직 남아있는 게 대표적인 예다. 이는 생산성과 전혀 무관한 제도다. 이를 직무급제로만 바꿔도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쟁력은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생산성 낮은 사람들이 억대연봉을 받는데 정년연장 이슈까지 있다. 임금페크제는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일정 수준이 지나면 개인이 자유롭게 취업할 수 있게 지원을 해줘야 한다. 원하는 사람은 계약직으로 더 일하고 사람마다 차등을 두면 된다. 일괄적으로 정년연장이니 하는 식으로 접근하면 기업 부담만 커진다. 회사를 사회복지시설로 만들 수는 없다.-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무너뜨리는 사례가 더 있다면.▲ 소비자의 권리를 뺏고 기업의 가격결정권도 가져간 단통법과 도서정가제 등이 있다. 자유주의 경제학에서는 정부가 물량보다 가격을 통제하는 걸 더 나쁘게 본다. 시장을 교란시키기 때문이다. 가격은 정보를 담고있고 이로인해 시장 수급이 변한다. 부동산이 이전 정부 시절 망가졌던 이유도 수급조절이 안되는데 물량과 가격을 억지로 통제하려 들어서다. 그러면 시장이 냉탕과 온탕을 오다가 망가진다. 단통법 도서정가제 모두 소비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다. 국민들에게 가상의 잘못된 개념을 부여하고 그걸 규제하고, 개입하고, 통제하려는 움직임은 멈춰야 한다.- 부채 문제가 심각하다▲ 마약을 피고 담배를 태우다 갑자기 끊으면 힘들다. 마찬가지로 (정부가) 돈을 퍼주다가 갑자기 끊으면 힘들다. 왜 돈을 안주냐고 난동을 부릴 수 있다. 개혁은 계기가 있으면 시작하기 편하다. 우리도 국가를 비롯하 각종 부채 문제가 심각한 와중에 코로나19 팬데믹이 왔다. 정부는 문제를 푸는 대신 정 반대로 돈을 퍼줬다. 사회가 해이해지고 국가 경제기반이 무너질 지경이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라도 건전재정을 추구하는 것은 올바른 길이다. 인기는 없겠지만 필요하다. 일본이 그걸 못해서 서서히 무너져 내려갔다. 실패사례를 이미 본 우리는 다른 길을 가야한다.- 수출중심 한국이 내수를 진작할 방법은 ▲ 관광이 답이다. 이쪽에서는 일본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망원동이 있고 홍대입구가 있고 상수역도 있다. 뒷골목도 자본이다. 서울 뒷골목 하나하나를 관광자원으로 만들면 외화벌이 효과도 있고 하나의 산업이 된다. 지방 전시행정 그만하고 돈써 파티하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들은 재미가 있어야 또 온다. 우리나라 서울도 프랑스 파리처럼 사람들이 많이 찾는 도시로 만들 수 있다.- 자유시장경제가 나아갈 길을 효과적으로 제시한 책이 있다면▲ 애덤스미스 탄생 300주년을 맞아 최근 안재욱 경희대학교 교수가 ‘한권으로 읽는 국부론’을 펴냈다. 국부론이라는 책의 요약본으로 읽어보면 도움이 많이 된다. 밀턴 프리드먼의 명저 ‘선택할 자유’도 추천한다. 대담 = 송영택 산업부장/부국장정리 = 여헌우 기자■ 최승노 원장은△1963년 충청남도 홍성 출생 △고려대학교 경제학 학사 △고려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사 △고려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 △한국기독교경제학회 사무국장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 △자유기업원 원장(현) △한국기독교경제학회 회장(현)yes@ekn.kr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기자의 눈] 규제 둘러싼 민·관 입장차, 언제쯤 줄어들까

[에너지경제신문 나광호 기자] 자석의 빨간 부분으로 표시된 N극끼리는 가까워지려고 해도 척력으로 인해 거리가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기업 관련 규제를 둘러싼 우리 정부와 경제계의 입장도 이와 같은 형국이다. 21대 정기국회가 막을 내리고 총선을 앞두고 있지만 규제 개선의 필요성을 토로하는 행사가 끊이지 않고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그마나 ‘노란봉투법’이 사실상 폐기 단계로 접어드는 것에 안도를 표하고 있다. 안그래도 선진국·경쟁국 보다 강한 노동 규제가 적용되는 상황에서 ‘추가골’을 허용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정부가 글로벌혁신특구에 ‘전면적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하기로 한 것도 다행스러운 결정이 아닐 수 없다. 네거티브 방식은 ‘금지된 것을 제외한 나머지를 허용한다’는 것으로 산업계에서 신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냈다. 해외 혁신 클러스터와 협력하고 국제 공동 연구개발(R&D) 등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스타트업의 역량 강화를 위해 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는 것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5년간 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환경부·국토교통부·공정거래위원회 등 10개 정부부처 소관으로 도입 또는 개정된 기업 관련 규제는 5620건에 달한다. 국회에 제출된 규제혁신 법률 222건 중 통과된 건은 99건(44.5%)에 불과하다. 규제를 줄여달라는 현장의 목소리와 반대의 상황이 펼쳐진 셈이다. 영국이 법인세 대폭 감면에 이어 두 세기 가량 이어진 상속세 폐지를 검토하는 것과는 달리 우리는 대주주 할증시 세계 ‘원탑’ 상속세를 책정했음에도 관련 당국에서 미지근한 목소리만 나오는 실정이다. 조만간 ‘40살’을 맞게 되는 동일인 지정제도를 비롯한 ‘갈라파고스’ 규제들도 발목을 잡는 요소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이 ‘저격’한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뿐 아니라 외국인고용법 등 일명 ‘킬러규제’에 대한 성토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만성적 인력난을 겪고 있는 업종의 고충이 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산업경쟁력 저하로 경제 성장을 억제한다. 한국의 경우 40년 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이 외국계 업체들과 비교해 역차별 당하지 않고 동등한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22대 국회에는 잘 전달·반영되길 바란다. spero1225@ekn.kr나광호 나광호 산업부 기자

[K-ICT]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어도 모자랄 판에…온플법, IT업계 성장 막는다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올해 플랫폼업계는 정부가 추진하는 ‘플랫폼 사전 규제’ 법안으로 연초부터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아직 규제 대상이 기준이 명확히 나온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대상으로 언급한 만큼 국내 기업 중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 미국 기업인 구글 등은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이 같은 안이 지난달 발표된 후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만 해도 자본시장의 기본을 지키며 자율 규제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왔지만, 정작 현실은 지난 정부와 다를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한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업계가 자율 규제와 함께 다양한 상생안을 실행에 옮겨온 만큼 자율규제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망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서운함을 내비쳤다. 이미 국내 정보기술(IT) 공룡들은 공정거래법을 통해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그런데도 여기에 추가적인 규제를 더해 ‘플랫폼 갑질’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 이중 규제 논란의 핵심이다. 더 큰 문제는 해당 법안으로 인한 미국과의 통상 마찰이다. 정부는 해당 법안을 해외 기업에도 예외 없이 적용하겠다는 입장으로, 해외 기업 중에서는 미국 기업인 구글 등이 규제 대상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실상 이 법안이 국내 정보기술(IT) 공룡과 함께 미국의 빅테크 기업을 겨냥한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미국상공회의소(암참)은 공정위의 사전규제 도입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바라보며 깊은 우려의 뜻을 표한다"며 "디지털 시장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중복 규제’로 한국과 미국 플랫폼 사업자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고, 중국 등 외국 사업자들만 유리해질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한국디지털광고협회, 한국온라인쇼핑협회, 벤처기업협회 등이 참여하는 디지털경제연합은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구성원들은 온라인 플랫폼 사전규제 도입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바라보며, 깊은 우려의 뜻을 표한다"며 "AI 시대에 디지털 경제의 심장을 쥐고 흔드는 온라인 플랫폼 사전규제 도입은 대한민국의 미래 경제에 대한 역행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경제 불황과 더불어 디지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는 합리적 소비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근거 없는 섣부른 사전규제는 소비자 물가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며 "기존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제(공정거래법)에 더해 이중 규제로 인한 과잉 제재와 시장위축, 행정 낭비 등 부작용은 조만간 기업과 국민 모두가 떠안아야 할 커다란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다수의 전문가들, 그리고 미국 정부도 반대하는 입법을 중단해야 한다"며 "최근 온라인 쇼핑 분야에서 중국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이용자 수 2위까지 올라온 상황에서 온라인 플랫폼 사전규제는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온라인 플랫폼에 사약을 내리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hsjung@ekn.kr카카오판교아지트 경기도 판교 카카오아지트 입구 전경.(사진=정희순 기자)

경제 활력… 자유시장경제 기본을 지키자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위기 상황이다. ‘복합위기’는 2020년대 들어 우리 경제·사회를 관통하는 대표 단어가 됐다. 금리, 물가, 환율 모두 널뛰기를 지속하며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이스라엘에서도 연일 총성이 울려 퍼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기싸움을 계속 이어간다. 여기에 유럽까지 가세해 자국우선주의 정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이런 상황에 재조명받는 게 ‘자유시장경제’라는 기본 원칙이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라는 토대 위에 자유시장경제라는 건물을 올려 오늘날 부를 일궈냈다. 경제 발전을 위해 모두 함께 땀을 흘렸고 자식들은 굶기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밤잠을 줄였다. 정주영, 이병철 등 고인들은 빛나는 기업가 정신을 발휘했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발돋움했다. 찬란한 성과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자유시장경제라는 ‘원칙’을 잊어서다. 정치인들은 표를 구걸하느라 각종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냈다. 기업가들은 수많은 규제 속에 치여 성장하는 법을 잊어가고 있다. 그 규제를 누가 왜 언제 만들었지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원칙을 잊고 잠깐 한눈을 판 사이 한국 경제는 표류하기 직전 위기 속에 놓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4년 한국의 국내총생사(GDP) 성장률 전망치를 2.2%로 내다봤다.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같은 숫자를 예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3%, 한국은행(한은)은 2.1%의 전망치를 내놨다. 경제규모와 기대치 등을 감안했을 때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 연평균 6.4%씩 성장해왔다.조태형 한은 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작년 12월 ‘한국경제 80년(1970~2050) 및 미래 성장전략’ 보고서를 통해 "한국 경제가 낮은 생산성을 극복하지 못하면 2040년대부터 마이너스 성장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는 전략으로 고부가가치 산업 전환과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 능력 강화를 들었다. 노동·자본투입의 질적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도 제안했다.한은은 앞서 현재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적절한 정책 대응으로 끌어올리지 못할 경우 2050년께 성장률이 0% 이하로 추락하고 2070년께 총인구가 4000만명을 밑돌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경제성장률은 1%대 암울한데 인구절벽에 ‘국가소멸’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연금·노동·교육 등 개혁 과제도 산적한데 논의는 속도가 나지 않고 사회갈등만 조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되새겨 성장을 다시 도모하고 여기에서 생겨난 과실을 함께 나누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에너지경제신문이 2024년 새해 벽두부터 ‘자유시장경제 기본을 지키자’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는 배경이다. 이에 다양한 각도에서 ‘2024년 한국’을 조명하고 자유시장경제 기본을 지키는 법을 제시한다. 정치권에는 자유시장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일침을 날리고 산업 측면에서 정부·국회가 당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을 짚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상속세 개편, 기업 법인세 조정 및 규제혁파 등 다양한 내용을 깊이 있게 진단했다. 금융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횡재세’ 등의 면면도 다뤘다. 독자들이 본질을 파악하고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현상을 다각도로 진단했다. 금리인하 요구권, 실손보험 제도 변경, 공매도 제도의 명과 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발생시키는 자본시장 불합리한 제도 등도 꼼꼼하게 정리했다. ‘3% 룰’을 회피하는 편법이 존재한다는 점을 부각하고 ‘스펙합병’ 구조 개선에 대한 필요성도 제안해 자유시장경제 기본을 지키자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이밖에 유통산업발전법 같은 독소조항을 들여다보고 정부 가격통제의 명과암을 분석했다.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우리 유통기업이 가야 할 방향과 제약바이오 업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길도 살폈다. 종합부동산세, 토지거래허가제를 포함한 부동산 관련 각종 정책·규제의 본질도 들여다봤다. 또 한국전력이 처한 현실을 객관적으로 해석하고 전력시장 위기 해소를 위해 ‘자유시장경제’ 기본을 어떻게 지켜야하는 지 정리했다. 전기도매시장에 자유시장경제 바람이 불고 있다는 점도 재미있는 읽을거리다. ‘자유시장경제 기본을 지키자’ 기획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전문가를 만나 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 중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김상훈 기재위원장 등과 나눈 대화 내용은 별도 인터뷰 기사로 구성해 독자들과 공유한다. yes@ekn.kr해외로 수출될 제품을 가득 채운 컨테이너들이 부산신항에서 선적되고 있다.사진=부산항만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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