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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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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경제, 위기를 기회로②] 상속세 개편 '골든타임' 바꿔야 산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1.01 08:15

대주주 할증시 최고세율 60%·OECD 1위…경영권 위협



기업투자·개인소비 위축…자본이득과세 제도 전환 촉구

상속세

▲OECD 주요국 상속세 최고세율 비교

[에너지경제신문 나광호 기자] 국내 세금제도가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의 상속세는 투자와 소비를 위축하는 것은 물론 경영권을 위협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유산세 방식을 채택한 곳은 한국을 포함해 4곳에 불과하다. 유산세는 피상속인이 남긴 총액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식으로 모든 상속인에게 동일한 세율이 적용된다.

독일·프랑스·일본 등 20개국은 유산 취득세 방식이다. 실제 취득하는 재산가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상속인별로 세율이 차등적용되는 것도 차이점이다. 오스트리아·체코·노르웨이 등 7개국은 비과세다.

더 큰 문제는 세율이다. 국내 상속세 최고세율은 지방세 포함 기준 50%로 OECD 평균(약 15%)의 3배가 넘는다. 할증과세를 적용 받는 대기업의 경우 60%로 높아진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인 주주의 주식 평가시 평가액의 20%를 가산하는 제도를 유일하게 운영하는 탓이다. 삼성 오너일가에게 12조원, 김정준 전 넥슨 회장 유가족에게 4조7000억원의 상속세가 부과된 까닭이다.

경제계에서는 기업승계 재산의 대부분이 주식과 지분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지분자산 매각시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는 상속세 마련을 위해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보유 지분 일부를 해외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한샘과 락앤락에서도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

국제적으로 살펴볼 때 스웨덴은 2005년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전환했다. 70%에 달하는 초고세율을 견디지 못한 기업들의 해외 이탈과 투자 감소가 실업난 증가를 야기했기 때문이다. 특히 제약사 ASTRAAB의 경우 설립자 미망인의 유족들이 상속세 납부를 위해 주식 대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폭락했고 결국 영국의 제네카(現 아스트라제네카)에 인수됐다.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유명무실한 것도 문제로 꼽힌다. 2016~2021년 우리나라에서 가업상속공제를 이용한 건수는 평균 96건으로 독일(1만308건)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공제액도 우리나라는 2967억원인 반면 독일은 1조6320억원 수준이다. 중소기업 또는 매출 5000억원 미만의 중견기업만 활용 가능하도록 적용대상을 제한한 탓이다. 공제한도도 피상속인의 경영기간에 따라 최대 600억원에 불과하다.

상속 후 5년간 가업을 영위하고 가업용 자산의 20% 이상 처분을 금지하는 등 개인의 자유도 제한된다. 고용인원의 90% 및 총급여액도 90%를 유지해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과 국제유가 급증을 비롯한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운 제도를 마련한 셈이다.

현장에서는 상속세 부담 완화가 22대 국회에서 이뤄지길 바라는 모양새다. 날로 심화되는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 폐지 등 세제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기업들이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업 가치를 낮추는 편법도 모색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에 따른 피해가 주주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표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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