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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 못지 않은 ‘리모델링’, 서울시 규제에 발목 잡혔다

“멀쩡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부수지 말고 리모델링하는 것도 신축과 다름없이 안전하고 깨끗한 주거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탄소 배출도 훨씬 적어 친환경적이고 에너지·자원도 적게 든다. 하지만 1층 필로티에 대한 규제 강화가 발목을 잡고 있다." 28일 서울 강남구 소재 '개포더샵트리에'에서 만난 서울시 리모델링주택조합협의회(서리협) 관계자의 말이다. 이 아파트는 기존 개포우성9차 아파트를 포스코이앤씨가 맡아 리모델링하면서 신축 못지 않은 깔끔하고 안전하며 넓은 주거 환경을 제공하는 주택으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이 아파트는 1991년 준공된 232가구의 단지로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지난 2021년 12월 재탄생하게 됐다. 이 단지는 최근 도시정비사업 1인자로 꼽히는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했다. 개포더샵트리에 전신인 개포우성9단지는 공사 전 용적률이 249.33%로, 인근에 위치한 개포우성3차(용적률 179%)와 경남아파트(174%)에 비해 높아 재건축을 할 만큼 사업성이 나오지 않자 리모델링을 선택했다. 처음엔 '새 아파트'를 원했던 주민들은 리모델링에 대해 탐탁치 않게 생각했지만 막상 공사가 마무리되자 높은 만족도를 표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예컨대 가구당 실사용 면적은 74~78㎡였다가, 이후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으로 121~130㎡까지 늘어났다. 또 기존 1층은 필로티를 적용해 관리사무소와 노인정, 어린이집, 어린이도서관 등 주민 공용 공간으로 활용한 것이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 주차대수도 늘어 한결 편해졌다. 기존 세대 당 0.52대가 1.31대로 대폭 증가했다. 노후 아파트 단지의 고질적 문제인 배관과 소방시설 등을 전면 교체해 모든 시설이 신축 수준으로 변신했다. 생각만큼 주민들의 부담도 크지 않았다. 1가구당 부담금이 약 4억원이었다. 리모델링의 경우 재건축과 달리 아직 공공기여 몫을 부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별동 증축이나 수직 증축을 통해 일반 분양 물량을 확보해 수익도 낼 수 있다. 최근엔 강남 일대 재건축 예정 아파트들이 공사비 급등으로 개발이 지연되고 1가구당 수억원의 부담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리모델링 단지의 안전성과 완성도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면서 “땅속에 기둥과 흙막이벽을 먼저 만들어 기초를 지키고, 위에서부터 아래로 거꾸로 시공(역타공법)하는 방법으로 지하주차장을 만들었고, 1층을 필로티로 한 수평증축으로 시공을 했음에도 안전성이 입증된 단지"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효율적이고 친환경·지속가능한 주거 환경 개선 방식인 리모델링에 대해 오히려 정부나 지자체가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리협 측에 따르면 서울 지역 리모델링이 최근 안전 규제로 사업 추진이 늦춰지고 있다. 우선 수직 증축은 안전성 검토를 두 번이나 하도록 돼 있어 조합들이 꺼리고 있다. 특히 최근 법제처의 해석으로 시가 1층을 필로티 구조로 리모델링할 경우 이를 수직증축으로 간주하하면서 사업 속도를 저하시키고 있다. 수직증축 없이 1층을 필로티로 추진하던 단지는 사업을 원점으로 돌려 재추진해야 하는 만큼, 준공도 1~3년 정도 늦춰질 예정이다.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리모델링 사업은 철거, 시공 과정에서 재건축 대비 탄소배출을 48%나 저감할 수 있다"며 “노후 공동주택은 리모델링 시 난방에너지 소모량이 약 65~70% 감소될 수 있어 오히려 규제로 늦춰서 이를 방치하는 것이 안전과 에너지 절감을 위협하는 길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리모델링을 막는 것은 정부가 목표로 세운 주택공급 확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재건축을 할 수 없는 단지는 리모델링이 필수인데 여기에 대한 일반분양 15%를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시에서 리모델링 추진속도를 올리는 것에 고민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실제 서울시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공동주택단지는 약 130여 개에 달한다. '2030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 계획'에 따르면 서울시 내 전체 공동주택 단지 4217개 중 3087개 단지가 리모델링을 진행해야한다는 수요예측 결과도 있다. 김준현 기자 kjh123@ekn.kr

효성, 내란 막고 유망 신사업 경쟁력 높인다

효성그룹이 대내외 경쟁력 향상 속도를 높인다. 경영권 분쟁에 따른 리소스 낭비를 막고 신사업 경쟁력을 높여 지속가능성도 끌어올리기 위한 구상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그룹은 효성첨단소재·효성토요타·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등 6개사에 대한 출자 부문을 인적분할할 에정이다. 신규 지주회사 효성신설지주(자칭) 설립을 위함이다. 효성그룹은 오는 6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7월1일자로 존속회사 ㈜효성과 신설법인 등 2개 지주사 체제로 개편할 방침이다. 효성신설지주의 분할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 ㈜효성 82%, ㈜효성신설지주 18%다. 이는 승계 작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효성그룹은 앞서 벌어진 조현문 전 부회장과 그룹간 벌어진 '형제의 난'으로 내홍을 겪은 바 있다.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이 보유한 ㈜효성 지분율은 각각 21.94%, 21.42% 수준으로 유사하다. 두 형제의 부친인 조석래 명예회장은 10.14%를 들고 있다. 업계는 조 명예회장의 지분 상속과 두 형제가 보유한 계열사간 지분 스왑 등의 과정을 거쳐 계열 분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분할을 계기로 양자의 책임경영도 강화될 전망이다.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이 각자의 '코어' 사업을 중심으로 역량을 펼칠 수 있다는 논리다. 존속법인에 포함되는 효성중공업은 미국·중동 등 글로벌 전력기기 시장 호황에 힘입어 그룹 내 '4번타자'로 등극했다. 특히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보급 확대와 노후 변압기를 비롯한 전력기기 교체 수요가 수혜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도 매출 5조원·영업이익 4300억원 규모의 실적을 달성할 전망이다. 효성티앤씨는 친환경 리사이클 섬유 '리젠'과 바이오 스판덱스를 앞세워 탄소중립 등 트렌드 변화에 대응한다는 목표다. 효성티엔에스도 무인 계산대 'JetCheck™'을 앞세워 ATM을 넘어 무인결제솔루션 역량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신설법인의 중추를 이루는 효성첨단소재는 주력·신사업 경쟁력을 향상시킨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9000t 규모였던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 생산력은 올해 1만6000t를 넘어 내년 2만1500t 규모로 확대될 예정이다. 탄소섬유는 수소 탱크 등 수소경제 활성화에 따라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품목이다. 주력 제품으로 꼽히는 타이어코드도 판가 반등에 힘입어 실적 향상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뿐 아니라 북미와 유럽 지역 RE타이어 수요 회복세가 포착된다는 논리다. 전기차 보급 확대도 수혜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 보다 무거운 탓에 타이어에 가해지는 압력도 높기 때문이다. 효성첨단소재는 인도를 중심으로 글로벌 타이어코드 생산력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효성화학에 대한 부담도 내려놓을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 다운사이클 장기화 등으로 그룹 차원의 '지원사격'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계열 분리가 이뤄지면 이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지주회사별로 사업분야와 관리 체계를 전문화하고 적재적소에 인·물적 자원을 배분해 경영 효율화를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순이익 감소에도 자본적정성 ‘탄탄’...금융지주, 올해도 관리 계속

4대 금융지주(KB, 신한, 하나, 우리금융지주)가 지난해 순이익 감소에도 자본적정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비율,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대체로 상승했다. 지난해 기업대출 증가로 위험가중자산이 늘었음에도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견실한 자본 여력을 확보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지주사들은 올해도 신종자본증권 등을 발행하며 충분한 손실흡수능력과 자본여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작년 말 BIS비율이 16.71%로 전년(16.16%) 대비 0.55%포인트(p) 상승했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BIS비율이 16%대를 기록한 곳은 KB금융지주가 유일했다. KB금융은 자본비율을 안정적인 수준에서 관리하고, 주주가치 제고 및 한 차원 높은 주주환원책을 추진하기 위해 보통주자본비율 13% 수준 관리 등을 골자로 하는 중장기 자본관리계획을 수립해 이행 중이다. KB금융 측은 “안정적인 현금배당 및 지속적인 자사주 매입, 소각을 통해 총주주환원율을 점진적으로 제고하고 공적 역할과 주주 이익의 조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한금융지주(15.90%), 우리금융지주(15.80%), 하나금융지주(15.65%)순이었다. 신한금융지주의 BIS비율은 2022년 말 16.1%에서 작년 말 15.9%로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규제비율(10.5%)을 큰 폭으로 상회했다. BIS비율은 위험가중자산(RWA) 대비 자기자본비율로, 은행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자기자본은 기본자본과 보완자본을 합친 것이다. 신종자본증권은 기본자본에, 후순위채는 보완자본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은행들은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를 탄력적으로 발행하며 BIS비율을 관리할 수 있다. 실제 신한금융은 기타기본자본 확충을 통해 BIS비율을 끌어올리고자 지난달 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도 기본자본 확충, 자본비율 제고를 위해 이달 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각각 발행했다. 보통주자본비율도 일제히 올랐다. 회사별로 보면 KB금융 13.58%, 하나금융 13.22%, 신한금융 13.10%, 우리금융 11.90% 순이었다. 지난해 금융지주사들의 보통주자본비율은 규제비율(7%)을 두 배 가까이 상회한다. 1년 전과 비교하면 하나금융지주는 보통주자본비율이 0.47%포인트 상승했고, KB금융은 0.34%포인트 올랐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각각 0.30%포인트 올랐다. 보통주자본비율은 총자본에서 보통주로 조달되는 자본의 비율로, 위기 상황에서 금융사가 지닌 손실흡수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보통주자본비율은 신종자본증권으로 조달한 자금을 제외한 순수 자기자본에 위험가중자산을 나눈 값으로, 금융사들이 BIS비율처럼 쉽게 조절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보통주자본비율은 금융사 본연의 펀더멘털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지난해 금융지주사들의 보통주자본비율은 규제비율(7%)을 두 배 가까이 상회한다. 지난해 지주사들 대체로 순이익이 감소했음에도 보통주자본비율이 상승한 것은 자본적정성 제고를 위한 노력들을 지속한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우리금융지주는 작년 순이익 2조5167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감소했음에도 BIS비율과 보통주자본비율이 각각 0.50%포인트, 0.30%포인트 상승했다. 우리금융 측은 “적극적인 위험가중자산 관리를 통해 자본적정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강화한 결과"라며 “앞으로도 자산 포트폴리오 개선 등 RWA를 적극적으로 관리해 자본비율 개선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에너지×액트] ‘거래정지’ 대유 김우동 전대표 보석 석방에 소액주주연대 곤혹

거래정지 중인 대유와 소액주주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거래정지 원인이었던 김우동 전 대표가 이달 초 보석 석방돼 주주행동 추진력을 상실했으며, 그 전에 이미 대유의 이사·감사진이 김 전 대표 측 인사로 돼있어 기본적인 주주권행사조차 방해받고 있다는 것이 소액주주연대 측 주장이다. 대유 측에서는 법률자문을 받아 적법한 조처를 했을 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대유는 작년 8월 28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로부터 상장폐지 결정 통지를 받은 이래 현재까지 주식 거래정지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한 개선기간은 오는 12월까지 부여됐으며, 그사이 대유는 경영 정상화를 통해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해야 할 상황이다. 대유의 거래정지는 사실상 최대주주인 김우동 전 대표의 배임 혐의 때문이다. 현재 김 대표 및 특수관계인은 조광ILI 지분 28.30%를 보유하고 있으며, 조광ILI는 대유의 지분 22.10%를 보유 중이다. 김 전 대표는 작년 4월 자기자본 없이 조광ILI, 대유를 포함한 여러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합병해 회사 자산을 빼돌리는 등 배임·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김 전 대표의 구속 수사에 대한 최초 보도가 나간 당일 대유는 하한가를 기록해 2450원에 장을 마감했으며, 이후 2300원까지 내려간 시점에서 한국거래소의 거래정지 결정이 내려졌다. 김 전 대표의 대유에 대한 배임 액수는 약 21억원으로 대유 자기자본 대비 2% 수준이었다. 날벼락을 맞은 것은 대유 소액주주들이었다. 대유의 영업이익은 2020년 46억원, 2021년 64억원,2022년 43억원이었으며, 동기간 매출도 꾸준히 300억원대 중반을 기록했을 정도로 건실한 실적을 보였던 곳이다. 이 때문에 대유 소액주주주 중에는 현 주가 수준이 저평가됐다고 판단한 장기 투자자가 많았으며, 주변 지인에게 투자를 권유한 사례도 있었다. 한 소액주주의 경우 암 투병에 필요한 치료비를 좀 더 확보하기 위해 대유 주식에에 투자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 주주는 결국 해를 넘기지 못한 채 투병 중 사망, 보유하고 있던 대유 주식은 '유산'이 됐다. 순식간에 재산을 날리게 될 위기에 처한 소액주주들은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거래정지가 시작되기 전인 작년 6월 소액주주 모임을 결성, 꾸준히 개인 투자자들을 모집한 결과 한때 18%가 넘는 지분을 확보했다. 이들은 올해 정기주총서 소액주주가 직접 뽑은 감사를 선임하고, 최종적으로 지분을 최대 30%까지 모은 후 이사회를 물갈이해 상폐 유예기간까지 지배구조를 정상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대유 측의 '방해'가 심했다는 것이 소액주주연대 측의 주장이다. 이미 대유의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 감사가 김우동 측 인사로 꾸려져 있는 상황에서, 작년 이사회 결의로 추가적인 이사 선임을 하지 못하도록 정관을 변경해 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사 해임을 하려고 해도 특별 안건이 돼 소액주주 측이 지분을 42% 이상 모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이달 초 김우동 대표의 보석석방이 이뤄지기 전후부터 소액주주들에게 상황은 더욱 불리하게 작용하기 시작했다. 우선 소액주주연대 측 내부 문제로 지분 관계가 한차례 재구성되며 지분이 10%대로 축소됐다. 당시 대유 감사로 추천하기 위해 물색했던 변호사·회계사 출신 후보자들은 김 전 대표의 보석 소식이 들리자 일제히 후보직을 고사했다. 다시 김 전 대표의 입김이 대유에 닿아 '허수아비 감사'가 될 바에야 안 하는 것이 낫다는 게 이유였다. 기본적인 주주권 행사에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일례로 작년 임시주총 전 요구한 주주명부 열람·등사 신청 결과, 대유 측이 글자 크기를 3포인트 정도로 출력한 프린트물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소액주주연대 측 주장으로는 폰트가 뭉개져 돋보기로도 보기 어려워 기민한 대응이 어려웠으며, 이에 대한 항의도 사실상 묵살됐다. 당시 임시주총에서는 소액주주 측에 유리한 주주총회 전자투표제를 금지하는 안건이 통과됐다. 대유 소액주주연대의 한 관계자는 “법률 규정을 들어 전자문서로 달라는 항의와 함께 가처분 신청도 고려했지만, 현실적으로 금전적·시간적 여력이 부족한 소액주주들의 상황상 이마저도 여의찮았다"며 “최근에도 정기주총에 앞서 주주명부를 전자문서로 달라고 요구했지만, 작년과 똑같은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고 밝혔다. 현재 대유 소액주주연대 측은 보석으로 돌아온 김우동 전 대표가 회사 자산을 매각하는 등 회사 가치를 하락, 고의 상폐시키거나 헐값에 넘기려 한다고 봐 그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자 하는 상황이다. 이같은 소액주주연대 측 움직임에 대해 대유는 유감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오는 12월까지 주주와 회사가 거래정지 해소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하는 시점에서 소액주주연대가 지나치게 강경하게 나와 경영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소액주주연대 측의 오해와 달리 현 사외이사 및 감사는 코스닥인력뱅크 측의 추천을 받아 선임, 해당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아 투명성을 확보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대유의 한 관계자는 “소액주주연대에서 법적 절차까지 들고 나와 대립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후 모든 대응은 변호사와의 자문을 가져 적법하게 이뤄진 것"이라며 “주주명부 건만 봐도 소액주주연대 측에서 원하는 방식대로 줄 수는 있지만, 얼마든지 문제 삼으려면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유는 현재 거래재개를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며 “개선기간을 부여나 사외이사의 외부인사 선정도 그 노력의 일환이며, 회사 가치를 하락시키는 등 해사 행위를 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성우창 기자 suc@ekn.kr

국민의힘, 청년·여성·신인정치인 험지 몰려…‘텃밭’에는 5060 현역

절반 넘게 진행된 국민의힘 총선 공천 과정에서 30~40대 청년, 정치신인, 여성이 여전히 불리한 상황이다. 공천이 곧 당선으로 직행하는 '텃밭'에선 50대 이상 남성 현역 의원들이 압도적 우위를 보이며 기득권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청년, 정치신인, 여성 등은 험지나 격전지 등에 내몰리는 분위기다. 28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전날까지 확정된 공천 후보자 132명 가운데 30대는 3명, 40대는 15명이다. 20대는 없다. 비율로 따지면 30∼40대 청년 후보가 약 14%다. 청년 후보들의 지역구는 대부분 '험지' 또는 '격전지'다. 서울이 8명, 경기 5명, 광주 1명, 세종 1명에 전체의 83%인 15명이 배치됐다. 배현진 의원(송파을)과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용인갑)을 제외하면 모두 국민의힘 현역이 없는 열세 지역이다. 나머지 청년 후보 3명이 고령·성주·칠곡(정희용 의원), 해운대갑(주진우 전 대통령실 법무비서관), 경산(조지연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영남권에 배치됐다. 여성 후보는 132명 중 12명으로 약 9%에 불과했다. 이들 12명 중 5명(42%)은 전·현직 의원이다. 정치 신인들도 대부분 험지로 배정됐다. 당이 영입한 인물들의 지역구는 박은식(광주 동남을), 김효은(경기 오산), 전상범(서울 강북갑), 이상규(서울 성북을), 호준석(서울 구로갑), 이수정(경기 수원정) 등 야권이 강세인 지역이 대부분이다.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 등 영남권 '양지'는 현재까지 26명의 공천이 확정됐다. 이 중 90%에 육박하는 23명이 50대 이상이다. 영남권 공천 확정자 26명 중 현역 의원은 20명이다. 윤재옥·박대출·윤영석·김도읍(3선), 강기윤·이만희·추경호·윤한홍·정점식(재선), 권명호·김미애·정동만·강민국·서일준·박수영·최형두(초선) 등이다. 수도권에 비해 당선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 평가받는 강원·충청권도 상황은 비슷하다. 강원 지역 공천 확정자 5명 중 4명(4선 권성동, 재선 이철규, 초선 유상범 박정하)이 50대 이상 현역이다. 충청권 공천 확정자 16명 중 15명도 50대 이상이다. 정우택·정진석·이상민(5선), 박덕흠·이종배(3선), 성일종(재선), 엄태영·장동혁·윤창현(초선) 등 현역이 9명으로 56%를 차지했다. 청년·신인·여성이 험지로, 50대 이상 남성 현역이 '텃밭'으로 배정되는 데는 당이 놓인 현실과 흡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총선에서 이겨 의석수가 민주당에 압도적으로 밀리는 국회 권력 지형을 바꾸는 게 최우선 목표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공천 갈등을 최소화할 '시스템 공천'을 운영하다 보니 조직과 인지도에서 앞서는 '50·60대 남성 현역'이 우위에 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다만, 현재까지의 공천 기조가 막판까지 유지될 경우 속칭 '꼰대남(男)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짙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서 나온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이같은 인식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이 정치개혁 차원에서 강조했던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도 의원직의 사회·경제적 혜택을 줄임으로써 특권을 향유하려는 기성세대가 아닌, '공공선'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정치에 입문하려는 정치 신인들에게 문턱을 낮춰주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당내에선 아직 공천이 결정되지 않은 영남권을 중심으로 전략공천이나 현재 검토 중인 국민추천제를 과감하게 적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美 해군성 장관, HD현대중공업 함정 건조 역량 확인

방한 중인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성 장관이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함정 건조 역량을 직접 확인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델 토로 장관과 만나 사업 현황과 기술력을 소개했다고 28일 밝혔다. 델 토로 장관은 우리 해군의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과 신형 호위함 '충남함' 등을 살펴봤다. 미국은 본토에서 해군 함정을 유지·보수·정비(MRO)하는 물량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일부를 해외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HD현대중공업은 2022년 필리핀에 군수지원센터를 설립하는 등 국내 함정 건조 업체 최초로 해외 MRO 사업에 나섰다. 또한 지난해 미 해군 함정 MRO를 위한 자격(MSRA)를 신청한 데 이어 올 초 야드 실사까지 마쳤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재계, 대관 역량 강화해 ‘글로벌 리스크’ 대응한다

재계 주요 기업들이 관료 출신 인사를 영입하고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대관(정부 부처나 기관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전쟁, 무역분쟁, 주요국 선거 불확실성 등 '글로벌 리스크'에 대응하고 국내에서도 경영 활동에 유리한 제도 개선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각국이 통상 분야 장벽을 세우며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펼치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 앞으로 이 같은 기조는 지속될 전망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해외 대관 업무조직의 사업 규모와 인력을 대폭 늘리기로 결정했다. 'GPO(Global Policy Office)'를 사업부급으로 격상시키고 외교 전문가들을 불러들이는 방식이다. 현대차그룹 GPO는 윤석열 정부 초대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을 지낸 김일범 부사장이 이끌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일찍부터 대관 역량을 강화하며 외교·통상 전문가를 꾸준히 영입해왔다. 김 부사장을 작년 5월 데려온 데 이어 12월에는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를 자문역으로 위촉했다. 우정엽 전 외교부 외교전략기획관도 앞으로 현대차그룹에서 일하게 된다. 효성중공업은 우태희 전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맞이했다. 우 신임 대표는 행정고시 27회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 통상차관보, 2차관 등을 역임했다. 다음달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관료 출신 사외이사를 데려와 대관 역량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재계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삼성전자는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기로 했다. 재정경제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과 기재부 1차관 등을 지낸 인물이다. 삼성전기는 산업부 차관 등을 지낸 정승일 전 한국전력 사장을 사외이사 겸 감사로 데려온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주총에서 윤상직 전 산업부 장관을 사외이사 및 감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20대 국회의원을 지냈던 그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장관으로 일했다. 삼성증권은 박원주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을 사외이사로 낙점했다.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은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으로 간다. HD한국조선해양은 김 전 실장을 사외이사(감사위원) 후보자로 선정했다. LS일렉트릭은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맞이한다. 윤 전 장관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으로 일했던 인사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는 기재부 장관을 역임했다. 우리 기업들이 관료 경험이 있는 인사를 적극적으로 영입한 것은 미국과 중국간 갈등 양상이 빚어지며 무역 관련 지도가 바뀌기 시작하면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이병원 전 기재부 부이사관을 IR팀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삼성전자에 기재부 출신 관료가 들어간 것은 지난 2016년 김이태 부이사관(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 부사장)이후 7년만이다. 미국 관료 출신 인사들도 재계에 대거 포진해 있다. 삼성전자는 2022년 2월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를 북미총괄 대외협력 팀장 겸 본사 부사장으로 데려왔다. LG는 조 헤이긴 전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미국 워싱턴 공동사무소장으로 임명했다. 헤이긴 전 부비서실장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백악관에 있던 인사다. 한화그룹 역시 작년 3월 대니 오브라이언 폭스코퍼레이션 수석부사장을 데려왔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상원의원이던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이력이 있다. 포스코는 2021년 스티븐 비건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을 미국법인 고문으로 영입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올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보조금 정책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에 투자한 반도체 기업들에게 지원금을 준다는 약속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KB손해보험, 고객패널 ‘KB희망서포터즈’ 18기 발대식 개최

KB손해보험은 2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본사에서 공식 고객패널인 'KB희망서포터즈' 18기 발대식을 개최했다. KB손해보험은 2012년 KB희망서포터즈 1기를 시작으로 지난 12년 간 고객 패널을 운영해 왔으며, 이를 통해 제안된 아이디어는 총 900여 건에 달한다. 이번에 18기로 선발된 9명의 패널들은 앞으로 4개월 간 KB손해보험의 대고객 서비스를 직접 경험하고 고객의 관점에서 확인한 개선 필요 사항을 제안할 예정이다. 지난 17기 'KB희망서포터즈'는 KB손해보험과 타 보험사의 장기보험 보험금 청구 프로세스를 비교하고 점검해 벤치마킹 포인트를 발굴하고 고객 안내문, 안내 문자 등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개선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또한 'KB손해보험+다이렉트' 통합 앱 출범 후 기능 편의성 개선에 대한 새로운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고객 친화적 앱으로 거듭나는 부분에서 기여했다. 이번 18기 'KB희망서포터즈'는 상대적으로 금융취약계층에 속하는 고령 고객을 대상으로 한 대면·비대면 서비스 전반에 대한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며, 더 나은 고객중심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다양한 개선 아이디어를 발굴해 제시할 예정이다. 홍창기 KB손해보험 소비자보호본부장은 “모바일 앱의 고령자 전용 모드 운영 사항을 집중 점검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시니어 세대 고객이 더욱 편리함을 느낄 수 있도록 KB손해보험 만의 서비스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안방 점령한 中게임들…이용자 보호는 나몰라라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 중국산 게임의 공습이 매섭다. 최고 매출 게임 순위 최상위권을 점령한 데다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게임 이용자 관리는 미흡한 모습을 보이며 피해 사례가 속출하는 중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게임 실시간 마켓별 최고 매출 순위 10위권 내에 중국산 게임이 가득하다. 리니지M을 제치고 구글플레이 매출 1위에 올랐던 '버섯커 키우기'를 비롯해 새로운 화제작 '라스트 워: 서바이벌', 출시 1년이 돼가지만 인기가 여전한 'WOS: 화이트아웃 서바이벌'까지 방치형·전략· 시뮬레이션 등 장르도 다양하다. 특히 지난해 12월 22일 서비스를 시작한 방치형 모바일게임 버섯커 키우기는 지난달 말까지 400억원 이상을 매출을 올렸다. 모바일인덱스가 발표한 리포트를 살펴보면 버섯커 키우기는 출시 첫 달 열흘 만에 32억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1월에는 약 381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현시점 매출 순위에서 버섯커 키우기를 앞선 라스트 워도 중국 게임사 퍼스트펀이 개발한 게임으로 지난해 7월 출시됐다. 최근 중국산 게임들이 화제가 되자 막장운영, 먹튀게임 우려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방치형, 슈팅, 퍼즐 게임은 장르 특성상 보통 서비스 주기가 짧다고 여겨진다. 쏟아지는 중국산 캐주얼 게임들이 빠르게 반짝 흥행했다가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그 과정에서 게임 이용자에 대한 보호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막무가내 서버 종료, 아이템 환불 미지급 등으로 금전적인 피해 사례가 속출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문제는 수백억원대 매출을 내고 있는 게임에서도 이와 유사한 피해 글이 올라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버섯커 키우기의 유일한 소통 창구는 네이버 게임 라운지다. 이 곳에서 이용자들은 고객센터에 메일로 환불 요청을 시도했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고 호소한다. 또 다른 이용자들은 환불을 요구하자 일방적인 계정정지를 당했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버섯커 키우기의 개발사와 퍼블리셔가 조이 나이스 게임즈, 조이넷 게임즈, 조이 모바일 네트워크 등 앱마켓마다 다르게 표기돼 혼란을 주는 상황에 출시 초반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선 게임사가 유령회사라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중국산 게임으로 인한 피해가 지속되면서 정부는 대리인 지정 제도 등으로 먹튀게임 피해를 막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관련 법안은 국회 계류 중이다. 업계 안팎에선 이마저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출시 1년도 안 돼 기습적으로 서비스를 종료하고 환불은 제대로 해주지 않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며 “이미 철수까지 염두에 두고 중국 게임사들은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새롭게 법인을 설립하는 경우가 많은데, 서비스 종료 후 법인까지 해산해린다. 사실상 피해 보상을 강제할 방안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통 확률 미준수나 막장 운영으로 피해를 주는 게임사들이 소규모인 경우가 많은데,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에 얼마나 협조할지 의문"이라며 “지정 의무를 준수하지 않으면 출시에 제한을 둔다던지 보다 강력한 규제와 단속이 필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윤소진 기자 sojin@ekn.kr

‘55돌’ 대한항공, ‘100년 항공사’ 향해 아시아나 품고 더 높이 난다

내달 1일 창립 55주년을 맞는 대한항공이 '서스테이닝 엑셀런스(탁월함 지속)'의 기치 아래 100년 항공사로 나아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실적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매출 14조5751억원, 영업이익 1조5869억원으로 우수한 경영 성적표를 받았다. 대한항공의 모체는 대한항공공사로, 적자에 시달리던 공기업이었다. 1968년 9월 중순, 박정희 대통령은 한진상사 창업주이자 조중훈 초대 한진그룹 회장을 청와대로 초대해 국가적 차원에서 대한항공공사 인수를 제안했다. 조 창업주는 고심 끝에 한진상사 창립 23주년이던 1968년 11월 1일 대한항공공사 인수 의사를 정부에 전달했고, 이듬해 2월 27일 14억5300만원에 수의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해 3월 1일 주식회사 대한항공이 탄생함으로써 본격 대한민국 민항 시대가 개막했다. 조 창업주는 평소 “수송 사업은 사람 몸의 혈맥과도 같다"며 '수송보국(輸送報國)'의 일념 아래 두둑한 배짱으로 일본 3개 노선 외 미주·유럽 노선을 개설했고, 동시에 화물 사업을 성장시켜 대한항공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초창기 대한항공에는 맥도넬 더글라스가 제작한 △DC-9 1대 △DC-3 2대 △DC-4 1대 △F-27 2대 △FC-27 2대 등 총 8대만 있었지만 조 창업주는 대한항공을 30여 년 만에 보유 기재를 113대까지 확대해 세계 10위권 항공사 반열에 올려놨다. 선친의 뒤를 이은 일우(一宇) 조양호 2대 한진그룹 회장은 단순 숫자에 집착하지 않고 고객 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재무 구조 내실화에 중점을 뒀다.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그는 정비·자재·기획·IT·영업 등 항공 업무에 필요한 실무 분야들을 두루 거쳤고, 글로벌 항공업계를 선도하는 초일류 항공사로 도약시키기 위해 큰 그림을 그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7년부터 1999년까지 대한항공에서는 보잉 747 여객기를 3년 연속 폐기 처분해야 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조양호 당시 대한항공 사장은 '절대 안전'이라는 핵심 기치 하에 1500억원을 투입해 델타항공과 항공 안전 컨설팅 계약을 체결하고 운항과 정비 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에 나섰다. 그의 노력으로 대한항공은 최저 항공 보험 요율을 적용받을 정도로 '안전한 항공사' 이미지를 다시금 얻게 됐다. “저는 대한항공이 '리스펙터블 에어라인'으로 남길 바랍니다. 대한항공이 무슨 일을 한다고 하면, 업계에서 고개를 끄덕이게끔 말입니다. '대한항공은 믿을 수 있다', '서비스가 좋다' 이런 생각을 심는 겁니다. '대한항공이 하면 무슨 이유가 있을 테니 한번 검토해 봐라'는 얘기를 듣는 것, 이런 평가를 받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처럼 조양호 회장의 실무와 경영 마인드의 균형감 속에서 다양한 경영 철학이 파생됐고, 실제 경영 시스템에 반영돼 현재까지도 쓰이는 캐치 프레이즈 '엑설런스 인 플라이트(Excellence In Flight)'가 생겨났다. 또 기내 '고객의 말씀(Voice of Customer)' 제도를 도입했고 조 회장이 직접 관리해 서비스 수준 제고를 도모했다. IMF 사태는 전국 모든 기업을 강타했다. 조양호 회장 체제의 대한항공은 보유 항공기를 매각 후 임차하는 방식으로 유동성 위기에 대처했고,보잉 737-800·737-900 여객기 27대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역발상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보잉은 항공기 대량 구매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계약금을 줄여줬고, 기재 도입 금융을 유리한 조건으로 주선해줘 대한항공은 탄탄한 재무 구조를 갖출 수 있게 됐다. 2000년 6월, 대한항공은 델타항공·에어프랑스·아에로멕시코와 항공 동맹체 '스카이팀' 창설을 주도했고, 글로벌 항공업계에서 입지를 강화했다. 2018년에는 미 연방교통부(DOT)로부터 반독점 면제권을 부여받아 델타항공과의 태평양 노선 조인트 벤처(JV)를 체결했고, 이로써 견고한 실적으로 내며 한층 도약하는 기반을 닦았다. 2019년 4월, 조양호 선대 회장이 미국에서 급서하자 조원태 회장이 뒤를 이었고, 같은 해 6월 서울에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 총회를 주관해 우리나라를 글로벌 항공업계의 중심으로 올려놨다. 또한 11조원에 달하는 보잉 787 드림라이너 30대 도입 계약으로 대한항공은 기단 현대화를 이뤄냈고, 탄소 중립을 실천하고 있다. 같은 해 말에는 전 지구적 역병인 코로나19가 창궐했고, 2020년 3월 대한항공은 여객편 운항을 줄이는 대신 여객기 좌석을 탈거해 화물기로 활용하는 역발상을 통해 글로벌 항공업계의 귀감이 됐다. 이어 11월에는 조원태 회장이 재무 부실에 빠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전격 발표해 '제2창업'을 선언했다. 아시아나항공과 통합 시 대한항공은 보유 기재 220여대로 글로벌 10위권 항공사로 도약하게 된다. 이를 위해 국내외 경쟁 당국의 기업 결합 승인을 받았고, 현재는 미 연방법무부(DOJ)의 결정만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DOJ에서는 순조로운 심사가 이뤄지고 있고, 올해 6월 말 경 관련 절차가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며 “현지 경쟁 당국에 정부의 항공 산업 구조 조정과 고용 유지를 위한 노력에 당사가 동참해 진행했다는 점과 한-미 노선의 승객이 대다수 한국인이라는 점,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이미 강력한 시정 조치를 부과했다는 점, 경쟁 제한이 우려되는 노선이 신규 항공사의 진입과 증편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적극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는 분리 매각을 통해 DOJ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며 “에어프레미아가 아시아나항공이 취항한 로스엔젤레스(LA)·뉴욕·하와이 노선에 진입했고, 잔여 2개 노선에도 들어갈 예정이어서 경쟁 환경 복원에 따른 긍정적 결과를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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