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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마일리지 거래 약관 신설, 법 개정 따른 것…타인과 사고 팔기 허용 X”

6일 대한항공은 자사 회원들을 대상으로 '마일리지 거래 서비스 약관 신설 안내' 제하의 이메일을 발송했다. 이는 △거래 내용의 확인(제4조) △거래 지시의 철회(제5조) △회사의 책임(제8조)을 명시한 내용을 약관상 신설함을 골자로 한다. 오는 15일부터 개정된 전자금융거래법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 법은 가맹점을 10개 이상 운영할 경우 전자금융업 등록을 명시한 강행 규정이다. 그러나 항공기 리스 부채도 일반 부채로 인식하도록 회계 기준이 변경된 점 등 업의 특성상 항공사는 전자금융업 등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상환 보증 보험 방식으로 이를 면제받는 것이라는 게 대한항공 측 설명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전자금융업 등록을 위해서는 부채 비율 200% 미만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며 “가맹점 축소 시 소비자 편익이 줄어들 것을 고려해 이와 같이 약관을 개정했고, 기존과 달라지는 점은 없다"고 말했다. 항공·우주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마일리지 거래 서비스'라는 문구를 타인과 사고 파는 게 가능해졌다는 것으로 이해해 기대하는 모양새다. 또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작업에 앞서 이연 수익을 처리해 재무 구조 개선을 도모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대한항공 관계자는 “약관이 바뀌어도 다른 사람들과의 마일리지 매매는 여전히 불가한 영역"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종합]통신 3사 유선 인터넷 접속 장애 복구…보상 대책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유선 인터넷 접속 장애가 복구됐다. 통신사들은 정확한 피해 규모와 원인을 확인한 후 보상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전날인 5일 전국적으로 인터넷·인터넷TV(IPTV) 서비스 접속이 원활하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 장애는 이날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약 5시간 동안 이어졌으며, 현재는 복구가 완료됐다. 통신사들은 무선 공유기의 전원을 재부팅한 후 사용할 것을 안내하고 있다. 업계는 통신사 유선망 자체의 문제가 아닌 무선 액세스 포인트(AP) 일부 기기의 보안 설정 업데이트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무선 AP는 공유기와 같이 실내에서 유선망을 무선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중계하는 장비다. 방화벽 교체 작업 중 오류가 일어나 트래픽이 과도하게 발생하면서 처리 용량이 적은 단말기가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이번 장애는 머큐리와 아이피타임(IPTIME) 등 일부 공유기 모델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들은 SK브로드밴드·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에 공유기를 공급해 왔는데, 일부 모델에 탑재된 칩에서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통신 3사는 정확한 원인과 피해 규모를 파악 중이다. 장애가 3시간 이상 이어졌기 때문에 보상안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통신사의 이용약관에 따르면 회사는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 IPTV 등의 서비스 가입 고객이 본인의 책임 없이 연속 3시간 이상 서비스를 받지 못하면 손해배상을 하도록 규정돼 있다. 다만 보상 방식과 규모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브로드밴드와 KT의 경우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장비를 자체적으로 공급했기 때문에 회사 귀책으로 분류된다. 반면 LG유플러스의 경우 해당 장비를 가입자에게 직접 공급하지 않아 회사 귀책으로 보기는 다소 애매한 상황이다. SK브로드밴드는 가입자의 귀책이 없기 때문에 약관에 따라 요금감면에 해당한다고 보고, 1일치 요금을 감면하겠다고 밝혔다. KT는 구체적인 배상안을 검토 중이다. LG유플러스는 가입자가 개인적으로 특정 업체의 무선 장비를 설치한 사례이기 때문에 배상 대상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국민 1인당 통신비 월 6만5000원…체감 만족도 여전히 낮아

국민 1인당 통신비가 월평균 6만5000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가격 대비 만족도는 전반적으로 낮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소비자원이 이동통신 가입자를 대상으로 만족도 및 이용행태를 조사한 결과, 단말기 할부금과 콘텐츠·부가서비스 이용료 등을 포함한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 이용자 1인당 월평균 통신 요금은 6만5027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약 1.3% 감소한 규모다. 알뜰폰 이용자들의 월평균 통신 요금은 2만252원이었다. 알뜰폰은 자급제 단말기 구매 비율이 81.1%로 통신 3사(37.2%)보다 높고, 통신 3사와 비교했을 때 콘텐츠·부가서비스 등 핵심 상품의 내용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통신 3사의 평균 종합만족도는 전년(3.42점)보다 소폭 상승한 3.47점으로 집계됐다. 업체별로는 SKT가 5점 만점에 3.55점으로 2년 연속 가장 높았고, LG유플러스(3.45점)와 KT(3.34점)가 뒤를 이었다. 증감폭이 가장 큰 곳은 전년(3.38점) 대비 0.07점 상승한 LG유플러스였다. KT는 지난해(3.28점)에 이어 올해도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종합만족도는 △서비스 품질 △서비스 상품 △서비스 체험의 중요도(가중치)를 반영한 평균값50%, △전반적 만족도 △기대 대비 만족도 △이상 대비 만족도를 산술평균한 값 50%를 반영, 산출했다는 설명이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통신 3사의 경우 '고객상담' 관련 만족도가 전년(3.80점)보다 0.21점 오른 4.01점으로 가장 높았다. 반면 '이용요금' 관련 만족도는 3.10점으로 가장 낮았다. 전년(3.11점) 대비 0.01점 하락한 수치다. 알뜰폰 이용자들은 가장 만족스러운 서비스로 '이용요금(3.91점)'과 '요금제 선택(3.82점)'을 꼽았다. 통화품질(3.76점)에 대한 만족도 또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 3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불만이 생기거나 피해를 봤다는 응답은 13.7%로 전년(17.1%)보다 3.4%p 감소했다. 피해 유형은 부당 가입 유도가 36.4%로 2년 연속 가장 많았다. 전년(37.5%) 대비 2.93%p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30%를 넘는 수치다. 이어 데이터·통화 등 서비스 품질 미흡(29.6%)과 약정 해지·변경 위약금 청구(28.6%) 등 응답을 보였다. 응답자 중 68.8%는 통신사 전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환 이유로는 '요금제 구성이 더 좋아 보여서'가 34.4%로 가장 많았다. 전환 이전 사용하던 통신사 대비 만족 요인으로 SKT는 '통화·데이터 품질', KT와 LG유플러스는 '결합 혜택 유용성'을 가장 많이 꼽았다. 알뜰폰은 가성비 및 요금제 구성 측면에서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이용요금 만족도가 낮은 반면 통신비는 전년 대비 상승한 중장년층을 위한 맞춤형 요금제 신설이 필요하다"며 “핵심 서비스 중 소비자 만족도는 낮고, 불만지수는 높은 '데이터 품질' 관련 서비스를 개선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코오롱인더스트리, 첨단소재 투자 성과 앞세워 실적 반등 모색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고부가 첨단소재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석유화학 업황 둔화로 올 2분기 영업이익(594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줄어든 상황을 타개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2019년 45억2260만달러였던 글로벌 아라미드 시장은 2027년 72억달러를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연평균 성장률이 6%를 상회하는 셈이다. 아라미드는 500도에 달하는 고온을 견디는 특성에 힘입어 소방장비 등에 쓰이는 중으로, 전기차와 항공우주를 비롯한 분야의 주목도 받고 있다. 강철의 5배에 육박하는 강도로 인해 타이어코드·5G 광케이블·방탄조끼 등에도 활용된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2021년부터 본격 증설에 나서는 등 아라미드 수요 증가에 대응하려는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말 기준 생산력은 연 1만5000t 규모로 기존의 2배로 늘어났다. 220억원을 들여 구미 공장에 아라미드 펄프 생산라인도 늘린다. 올 4분기 완공시 생산력이 1500t에서 3000t 수준으로 확장된다. 이는 아라미드 원사를 절단한 뒤 만들어지는 부스러기 형태의 제품으로, 타이어코드와 항공우주 소재 등에 적용할 수 있다. 아라미드 제품군 강화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아라미드와 나일론이 혼합된 하이브리드 타이어코드(HTC)를 앞세워 현재 15% 안팎인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전망이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등은 내연기관 보다 무거운 탓에 강한 내구도를 지닌 타이어코드를 필요로 한다. HTC는 폴리에스터(PET) 타이어코드 대비 지지력과 내마모성이 우수하고, 분진도 적게 배출하는 것이 강점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그간 이뤄지지 않았던 아라미드 설비 증설을 마친 이후 산업자재 부문 수익성을 향상시킨다는 목표다. 광케이블 수요 회복이 예상된다는 점도 호재다. 앞서 베트남 법인 타이어코드 증설 투자 완료로 총 생산력도 10만t를 넘어섰고, 수분제어장치 2차 증설도 이뤄지고 있다. 화학부문의 경우 올 상반기 고순도 석유수지(PMR) 생산력도 1만1000t에서 2만1000t 수준으로 향상시켰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고전하고 있으나, 차량 전동화 정책 등에 힘입어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미래 시장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PMR은 열 안정성과 접착성이 높은 석유수지로 고성능 타이어 특수 첨가제 등으로 쓰인다. 특히 전기차 주행 안정성과 제동력 향상을 도울 수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다른 화학부문 제품군도 전방산업 경기 회복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폭시수지는 조선, 에폭시수지는 인공지능(AI) 산업의 영향을 받는다. 원재료값 부담이 줄어든 것도 수익성 향상에 일조할 요소로 꼽힌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태광산업과 롯데케미칼로부터 각각 고순도테레프탈산(PTA)·모노 에틸렌글리콜(MEG)을 구매하고 있다. 이 중 PTA값은 2022년 t당 845달러에서 올 상반기 770달러로 낮아졌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소폭 하락했다. MEG는 올 상반기 530달러로 지난해(490달러) 보다 높지만 2022년(530달러)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코오롱글로텍과 코오롱이앤피 등 계열사들이 들여오는 원단사 및 메탄올값도 각각 ㎏당 3923원에서 3509원, MT당 459달러에서 390달러로 인하됐다. 업계 관계자는 “필름사업 정리에 나서는 등 지속가능성 향상을 위한 포트폴리오 재편도 꾸준히 이뤄지는 중"이라며 “지난해부터 내년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의 20~40% 배당하기로 하는 등 주주환원을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카카오 “분골쇄신” 1년…사법리스크에 노사 갈등까지 ‘첩첩산중’

총수 구속으로 최대 위기를 맞은 카카오의 쇄신 방향을 둘러싼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노사 간 단체협약 교섭이 결렬된 가운데 그룹 쇄신을 위해 세워진 컴플라이언스 기구들도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노동조합인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는 사측에 교섭 결렬 공문을 발송한 후 지난 3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제기했다. 크루유니언은 단체 행동을 포함한 모든 수단·방법을 통해 쇄신을 요구할 방침이다. 크루유니언은 결렬선언문을 통해 사측이 지난 1년 동안 경영쇄신을 본격화하면서도 노조 측 요구를 거부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노조의 쇄신 요구사항에 '논의 불가'를 통보하고 일부 과제가 완료된 것처럼 사실을 왜곡했다는 것이다. 또 경영진 관련 쇄신 진행 여부는 불분명한 상황 속에 사측이 교섭 일정을 연기하거나 안건을 제출하지 않는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며 교섭이 10개월을 넘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크루유니언이 지난달 비윤리적 경영진들에 대한 고문 계약 해지 및 해임을 요구했던 것과 연관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바람픽쳐스 고가 인수 혐의를 받는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사임 이후에도 고문 계약을 이어오고 있고, 이준호 전 투자부문장 지난달 기준 재직 중인 상태라고 지적하면서 계약 철회를 촉구했다. 상장 직후 '먹튀' 논란을 일으킨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와 경영 부실로 전체 구성원 절반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한 백상엽 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에게 고문 계약을 통해 고액의 자문료를 지급해 온 것에 대해서도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크루유니언은 “참고 기다렸던 쇄신의 결과는 오히려 구조조정·매각 위험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구조조정을 우려하는 크루(직원)들이 걱정된다면 '회사의 경영권이니 논의할 수 없다'가 아니라 고용 안정과 관련해 최소한 협의 절차라도 만들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의 사법리스크는 지난해 초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의혹이 불거진 것을 계기로 촉발됐다. 이후에도 일부 임원진의 무분별한 스톡옵션 논란과 문어발 확장, 회전문 인사, 개인정보 유출 의혹 등 크고 작은 논란을 빚었다. 물론 그룹 차원의 쇄신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김 창업자는 지난해 12월 “카카오라는 회사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쇄신 작업에 임하겠다"며 조직 정비 의지를 피력했다. 이후 그룹 계열사의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내부 독립 기구인 경영쇄신위원회(쇄신위)와 준법·윤리경영 감시를 위한 외부 독립 기구 준법과 신뢰위원회(준신위) 출범을 시작으로 준법감시 체계 및 내부통제 틀을 잡아 왔다. '문어발 확장' 오명을 벗기 위해 회사 본업과 무관한 계열사 정리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그룹 내부에서는 컴플라이언스 기구가 1년 가까이 운영되고 있음에도 경영진에 대한 내부통제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단 지적이 적잖다. 장기간 형성된 기업 문화와 경영 방식이 쉽게 바뀌지 않을뿐더러 이들 기구의 활동만으로는 근본적 변화를 이끌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쇄신위는 김범수 창업자가 위원장을 맡아 진두지휘했지만 지난 7월 구속되면서 추진 동력이 상실됐다는 지적이다. 정신아 대표가 지휘봉을 넘겨받아 후속 작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김 창업자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가 고착화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컴플라이언스 기구인 준신위의 경우 독립성과 영향력이 약하다는 한계가 있다. 준신위의 활동이 사전 예방보다는 사후 대응에 집중돼 있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마저도 강제력 행사 권한이 부족해 위반 행위에 대한 개선 권고에 그친다는 점도 문제다. 그룹 차원에서 권고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손쓸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분식회계 논란'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와 스톡옵션 행사로 '먹튀 논란'에 휘말린 정규돈 카카오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경영진 임명을 막지 못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 컴플라이언스 기구가 단순히 자문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닌 경영진의 법적 책임을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위해선 준신위의 법적 권한 범위를 확대하고, 이행 권고를 무시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책임이나 제재를 명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민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준신위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외부 전문가를 중심으로 외부 위원 확충이 필요하다"며 “준신위가 법적 위반 사항을 직접 조사하고 시정 조치를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도록 하고, 권고 이행 여부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을 명시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벤츠코리아, 위기는 9월부터…“BMW와 격차 더 벌어질 것”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지난달 판매량 방어에 성공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소비자 이탈은 이제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차량 계약과 출고까지 시차가 있기 때문에 '브랜드 불신'에 대한 영향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이란 분석이다. 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8월 수입 승용차 둥록현황'에 따르면 벤츠는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5286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19.8% 감소한 수치다. 벤츠는 지난달 최악의 한 달을 보냈다. 인천 청라 아파트에서 주차된 벤츠 전기차 모델 'EQE'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수많은 피해자를 발생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화재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가 기존에 알려진 대로 세계 1위 브랜드 CATL이 아니라 10위권 기업인 '파라시스' 제품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많은 소비자들의 원성을 받았다. 그럼에도 벤츠는 지난달 판매량이 전월 대비 21% 증가하며 판매량 방어에 성공했다. EQE 등 전기차 판매량은 뚝 떨어졌지만 내연기관 인기모델인 'E클래스'가 잘 팔렸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출시된 신형 E클래스는 지난달 2237대 판매를 기록하며 한 달 동안 가장 많이 팔린 모델로 집계됐다. 출시 당시 선적 문제로 어려웠던 공급이 해소되면서 판매량이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벤츠가 전월 대비 성장세를 기록했음에도 업계의 전망은 여전히 차가운 상태다. 벤츠 화재사건은 지난달 1일에 발생했는데 통상적으로 수입차의 차량 출고가 최소 한 달 이상 걸린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판매량 감소는 이달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벤츠 판매량 하락세는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국내 시장에서 BMW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벤츠의 전기차 판매 감소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며 “현재 벤츠 EQE의 신차 가격은 1억원이 넘는데 중고차 가격은 500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차를 사자마자 가치가 절반으로 떨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추후 EQE의 인기는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EQE는 전월 대비 48.7%, 전년 동월 대비 88.5% 감소한 39대 판매에 그쳤다. 이 교수는 반등에 대한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호근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도 벤츠는 고정 수요층이 확실히 존재한다"며 “특히 내연기관에 대한 인기는 여전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반등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벤츠코리아도 민심 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벤츠코리아는 지난달부터 판매되고 있는 순수전기차의 배터리 셀 공급사에 대한 정보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더불어 '전기차 무상 점검'을 전국 75개 공식 서비스 센터를 통해 진행하기로 했다. 또 인도적 차원에서 약 45억원을 사회복지법인을 통해 전달하는 등 피해 복구에 힘쓰고 있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당사는 판매량 1위보다는 고객만족도 높은 차량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전국 공식 서비스센터를 통해 전기차 무상점검을 제공하는 등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전력 ‘더원해 vs 줄이자’…삼성·SK의 엇갈린 AI 해법

AI(인공지능) 시장의 패권에 도전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필수적인 '전력'에 대해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더 많은 전력 공급의 필요성을 역설했으며, 삼성전자는 저전력 솔루션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전력을 더 요구하는 SK하이닉스와 전력 사용을 줄여주겠다는 삼성전자를 두고 업계는 향후 시너지도 기대하는 중이다. ◇세미콘 타이완 2024서 보여준 전략 차이 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개막한 세미콘 타이완 2024에서 김주선 SK하이닉스 AI인프라 담당 사장과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이 나란히 기조연설에 나섰다. 김 사장은 “AI가 발전해 AGI(인공일반지능) 수준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전력과 방열, 그리고 메모리 대역폭과 관련된 난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며 “2028년에는 데이터센터가 현재 소비하는 전력의 최소 두 배 이상을 사용할 것으로 추정되며, 충분한 전력 공급을 위해 소형모듈원전 같은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HBM(고대역폭 메모리)기술로 AI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기술 개발과 적용을 위한 인프라에 더 방점을 두는 모양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초부터 업계 최초로 HBM3E 8단 제품을 공급 중이며, 이달 말부터는 HBM3E 12단 제품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AI시장에 저전력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이 사장은 “(AI 시장에)HBM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온디바이스 AI 솔루션, 대용량 스토리지 등 다양한 제품군이 필요하다"며 저전력을 중심으로 한 삼성전자의 AI 메모리 솔루션을 소개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전력 소모를 약 66% 개선한 커스텀 HBM과 저전력 LPW (LPDDR Wide-IO) DRAM·LPCAMM2 (Low Power Compression Attached Memory Module) 등 온디바이스용 제품을 개발해 선보이는 중이다. ◇시장 지위 반영한 차별화된 접근 두 기업의 상반된 접근법은 각자의 시장 지위와 기술 역량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선도적 위치를 바탕으로 고성능 제품에 주력하면서도 전력 문제 해결책을 모색 중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종합 반도체 기업의 강점을 살려 저전력 기술과 다양한 AI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반도체 업계에서는 두 기업이 경쟁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서로를 보완하는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안정적인 전원 공급은 AI 시장의 필수적인 인프라다. AI 관련 기술 개발이 진행될수록 업계에서는 전력 문제에 대한 고민이 깊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AI 훈련에 필요한 전력 소비량도 급증하는 추세다. 파라미터(모델의 학습 가능한 변수의 총 개수) 1조8000억개의 ChatGPT-4를 훈련하는 데는 148기가와트 시간의 전력이 필요하다. ◇업계 “상생 효과 기대되는 공룡들의 경쟁" 이번 기조 연설을 접한 업계에서는 한국 기업의 발전적인 경쟁이 AI 시장에서의 두 회사 지위를 한층 더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두 기업의 전략 차이가 한국 반도체 산업 생태계에 다양성을 부여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에너지 효율이 중요해지는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두 기업 모두 HBM 시장 확대에 대비해 생산능력 확충에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 중이며, 2028년 양산을 목표로 미국 인디애나에 첨단 패키지 공장과 R&D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평택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다이슨에 애플도 ‘눈독’…불붙은 ‘무선 헤드폰’ 선점 전쟁

다이슨에 이어 애플까지 신제품 출시를 예고하며 '무선 헤드폰' 시장을 둘러싼 업체 간 선점 경쟁이 불붙고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무선 헤드폰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자, 각사 무선 헤드폰 라인업들도 다양해지고 과감한 색상을 채택하며 MZ세대를 겨냥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다이슨은 최근 자사 최초의 오디오 전용 블루투스 헤드폰 '다이슨 온트랙'을 국내에 출시했다. 이 제품은 첨단 노이즈 캔슬링(ANC) 알고리즘을 탑재해 최대 40dB의 소음을 차단하는 것이 특징이다. 개인의 취향에 맞춰 제품 색상을 맞춤 제작할 수 있는 점도 눈에 띈다. 다이슨 온트랙은 'CNC 코퍼', 'CNC 알루미늄' 등 총 네 종류의 기본 조합에 추가로 헤드폰의 이어 쿠션과 이어 캡도 각각 7가지 색상으로 출시됐다. 이를 통해 가능한 색 조합은 2000가지에 달한다. 이로써 청소기, 헤어드라이기 등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웠던 다이슨이 본격적으로 음향기기 사업에 진출하게 됐다. 아울러 애플의 무선 헤드폰 에어팟 맥스의 차세대 모델 '에어팟 맥스2'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업계는 애플이 올 하반기 중 에어팟 맥스2를 선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현실화될 경우 애플은 지난 2020년 이후 4년 만에 신규 모델을 출시하게 된다. 소니도 라인업을 강화하며 시장 내 입지를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올 상반기 베이스 부스터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얼트 웨어'를 선보인 게 대표적이다. 아울러 뱅앤올룹슨이나 젠하이저 등도 라인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제품 출시에 속도를 내는 건 무선 헤드폰이 젊은 층의 일상 아이템으로 자리 잡으며 관련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데 따른 영향이 크다.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업계가 추정하는 국내 무선 헤드폰 시장 규모는 2000억원에 달한다. 최근 몇 년 새 시장이 급격하게 커졌으며, 향후 지속 성장을 이어갈 것이란 게 업계 시각이다. 업계에선 무선 헤드폰의 인기 비결로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며 변화한 젊은 층의 라이프스타일을 첫손에 꼽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음악 감상 용도로 쓰이던 무선 헤드폰은 코로나19에 따른 집콕 생활 장기화 등으로 영상 등 여러 콘텐츠를 소비하는 용도로 진화했다"며 “특히 학생들에게 무선 헤드폰은 학습 목적의 몰입과 집중을 위한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MZ세대 등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는 'Y2K(2000년대)' 패션 스타일이 무선 헤드폰 인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귀 전체를 덮는 헤드폰으로 Y2K 감성을 뽐내고자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는 영상 시청, 공부 등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노이즈 캔슬링 기능 강화, 패션 아이템으로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차별화된 디자인 등을 제품 소구 포인트로 내세우며 젊은 층 수요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날씨가 선선해질수록 무선 헤드폰 인기가 더 올라가는 만큼 업계는 본격적인 성수기를 앞두고 있다"며 “향후 주력 제품을 앞세워 시장을 선점하려는 업체 간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10대그룹 지배구조보고서]⑥ 롯데그룹, 이사회 의장 100% 겸임 ‘제왕적 CEO’가 혁신 걸림돌

[편집자주] 국내 대기업들이 올해부터 개정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새로운 지배구조보고서는 최근 정부의 제도 개선 사항과 G20·OECD 원칙 등 국내외 지배구조에 대한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새로운 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국내 10대그룹의 지배구조 현황과 핵심지표 이행률 등을 짚어본다. 롯데그룹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에게 제왕적 권력을 부여하는 체계를 고수하는 탓에 다른 10대 그룹에 비해 지배구조 혁신이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든 상장 계열사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보장하지 못한데다, 과반수 상장 계열사가 독립적인 감사 지원 부서를 운영하지 않아 감사 역시 CEO의 영향력이 개입될 여지가 있는 탓이다. 5일 재계와 관련 당국에 따르면 10대 그룹 계열사 중 최근 2년 동안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개한 79개 상장사의 지배구조핵심지표 준수현황을 분석한 결과 롯데그룹이 2년 연속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롯데그룹 9개 상장 계열사의 준수율은 2022년 68.15%, 지난해 68.89%로 집계됐다. 두 해 모두 10대 그룹의 평균치인 74.6%와 70.8%보다 2%포인트(p) 이상 격차가 발생한 수준이다. 2년 연속 준수율이 70%를 하회한 것은 GS그룹을 제외하면 롯데그룹 뿐이다. 계열사 분할과 합병 작업이 겹쳐 준수율이 악화된 이후 다시 개선에 성공한 다른 그룹과 달리 지속적으로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상장사의 지배구조에 대한 정보를 주주 등 관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도입됐다. 지난 2019년부터는 자산 총액 1조원 이상, 올해부터는 5000억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에 한해 공개가 의무화됐다. 정부는 지배구조 정보의 비교가능성과 유용성을 높이기 위해 15대 핵심지표를 준수했는지 여부를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명시토록 했다. 핵심지표 준수율은 이 같은 15개 핵심지표를 얼마나 준수했는지 개괄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비율이다. 한 기업이 15개 핵심지표를 모두 지켰다면 100%로 측정되는 구조다. 이 같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핵심지표 준수 여부는 학계와 연구기관에서 대기업의 ESG 지표 등을 평가할 때 활용되고 있다. 롯데그룹의 이행률이 2년 연속 다른 10대 그룹 평균보다 낮았던 것은 CEO가 회사의 모든 영역을 관장하는 제왕적 경영 방식을 고수한 탓으로 분석된다. 몇 년 전부터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국내 상법에서도 자산 규모가 2조원 넘는 상장사는 사외이사를 과반수 이상 선임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사내이사들의 단합만으로 이사회가 좌우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아울러 최근에는 이사회 의장으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10대 그룹 상장사도 늘어나고 있다. 이사회의 의사결정과 진행을 리드하는 의장으로 사외이사를 기용해 독립성을 한층 강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CEO가 최대주주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의사결정 과정에서 전횡을 저지르지 않도록 권력을 분산하는 차원이다. 실제 정부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의 핵심지표로 CEO를 견제할 수 있는 이사회와 감사기구의 독립성을 묻는 질문을 포함했다. 대표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돼 있는지(8번 지표), 독립적인 내부감사 지원 부서 등을 설치했는지(12번 지표)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롯데그룹 9개 상장 계열사는 모두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9개 중 과반수인 5개 상장사는 독립적인 감사 지원부서를 설치·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감사 지원부서를 운영하고 있으나 경영진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이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는 롯데그룹을 제외한 다른 9개 그룹과 큰 차이다. 다른 9개 그룹에서는 대표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됐는지에 대한 질문에 21%가 그렇다고 답변해 0%인 롯데그룹과 격차를 보였다. 다른 그룹에서는 혁신의 노력이 시도되고 있으나 롯데그룹에서는 이런 노력이 보이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외에도 롯데그룹은 현금배당 관련 예측 가능성 제공과 주주총회 4주 이전 소집공고 실시 측면에서도 취약한 점을 드러냈다. 롯데그룹 9개 상장 계열사는 일제히 주주들에게 배당 관련 예측 가능한 자료나 지표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주주총회 4주 전에 소집공지를 실시한 것도 롯데하이마트 한 곳을 제외하면 8개사가 이행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재계 관계자는 “유독 롯데그룹은 CEO의 권한이 강하고 이사회의 독립성이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다른 그룹에서는 그래도 이사회 경영을 시도하려는 모습이라도 보이는데 롯데그룹은 그런 움직임도 미흡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지상파-케이블TV, 무료 VOD 중단 갈등 일파만파…법적 공방 예고

케이블TV 사업자 중 일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최근 지상파 무료 VOD(주문형비디오)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양측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4일 지상파 방송사들로 구성된 한국방송협회는 케이블 업계에 지상파 무료 VOD 서비스 중단 조치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가입자의 시청 선택권을 침해하고 추가 부담을 유도하는 편법적인 영리행위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SO 측은 장기 불황 속 효용성이 급락한 서비스에 비용을 지불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앞서 LG헬로비전과 HCN, KCTV광주방송, 푸른방송, 남인천방송, JCN울산중앙방송, CCS충북방송 등 SO 사업자들은 지난 3일 지상파 무료 VOD 서비스를 전면 유료화했다. 이 서비스는 케이블TV 사업자가 지상파 콘텐츠를 구매하고, 본방송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이용자에게 무료 제공하는 것이다. 한국방송협회는 양 사업자 간 콘텐츠 공급 계약이 지난 2021년 종료된 후 새로운 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SO 측이 사전 협의 없이 무료 VOD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중단한 것은 위법 행위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협회는 “해당 케이블TV 가입자는 기본 이용료를 지불하고도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VOD를 시청하려면 유료 월정액 상품에 가입하거나 개별 구매해야 한다"며 “서비스 중단 전 고지 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함에도 가입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VOD 서비스는 동일 콘텐츠를 처음에는 유료로 공급하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무료 전환되는 완결 상품"이라며 “인터넷TV(IPTV) 등 다른 유료방송 사업자도 같은 상품을 운용하는 상황에서 이같은 조치는 유료방송 사업자 간 서비스 불균형을 유발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사업자 간 신의성실 의무를 위반한 행위로 법적 대응이 불가피하다"며 “방송통신위원회 등 규제기관도 해당 사업자들의 위법행위에 대한 신속 조사와 적절한 조처를 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케이블TV 업계는 코드커팅으로 가입자 이탈이 심화되면서 존폐 위기에 처한 상황에 가입자 수요가 줄어든 서비스에 비용을 지불할 여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3631만106명으로 직전 분기인 지난해 상반기보다 3만7389명(0.1%) 감소했다. 이 중 SO의 가입자 수는 1254만1500명으로 전체의 약 34.54%를 차지했으며,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의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21%p, 0.15%p 줄었다. 이 같은 상황 속 케이블TV 업계는 지상파 재송신료 협상 과정에서 VOD 콘텐츠를 패키지로 묶어 판매하는 행태에 대한 불만이 누적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콘텐츠 비중은 지속 줄어드는 반면 재송신료는 매년 증가해 왔기 때문이다. 한 케이블TV 사업자는 “업계 불황이 극심해지던 지난해부터 지상파 무료 VOD 서비스와 '헤어질 결심'을 하는 사업자들이 많았다"며 “2022년 기준 SO의 콘텐츠 지불료가 수신료 대비 86.7%에 달하는데, 도저히 감내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SO 관계자는 “시청자 고지 및 자막을 통해 관련 안내를 한 달 동안 했지만 관련 문의가 거의 없는 상태"라며 “이미 여러 플랫폼에 노출되고 홀드백도 3주나 지난 콘텐츠를 볼 시청자가 없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라고 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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