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06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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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이산화탄소에 대한 악마화 낙인 이제 멈춰야

이산화탄소. 아마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질 중 이산화탄소만큼 극과극의 평가를 받고 있는 물질은 없을 것이다. 기후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이산화탄소에 대한 견해와 평가가 매우 다르다. 기후환경론자들은 인간의 활동에 의한 이산화탄소 증가가 지구온난화의 주요 요인으로 기후위기를 촉발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꾸준하게 증가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지 않으면 기후 대재앙으로 인류가 공멸할수 있다며 공포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198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라는 유엔(UN) 산하에 공식적인 단체까지 만들어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탄소중립'에 나서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이어 1992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로 합의한 기후변화협약까지 이끌어냈고, 교토의정서 채택이후 최근 파리협약까지 진행됐다. 이들은 인간의 산업화 활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화석연료 사용 증가 등의 이유로 이산화탄소가 급격하게 증가했고, 이렇게 증가한 이산화탄소는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산업화 이후 지구의 온도가 1.1도 상승했고, 지구의 온도가 지금보다 4도 올라가면 더 강력해진 폭염, 가뭄, 홍수, 태풍 등의 기후 대재앙으로 지구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이런 주장에 동조하는 일부 언론들은 지구의 온난화로 빙하가 녹아내려 해수면이 높아져 해안가에 엄청난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전망한다. 또한 야윈 북극곰을 보여주며 빙하가 줄어들어 생존의 위협으로 북극곰의 개체수가 빠르게 줄고 있다는 거짓 정보까지 전달한다. 특히 IPCC 6차 보고서를 근거로 뜨거워진 지구의 존폐가 30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고 '지구종말론'까지 거론한다. 반면 교토의정서를 비준하지 말라며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에게 청원서를 제출했던 3만여 명의 과학자들은 '기후위기'는 날조된 사기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기후환경론자들이 이산화탄소를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만들기 위해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데이터도 조작 한다고 주장한다. 우선 지구의 역사를 근거로 로마시대, 그리스시대 등 현재 지구의 온도보다 2도정도 높았던 시대가 9번이나 있었다고 설명한다. 현 시기는 중세온난기(AD 950년~1250년) 시기를 거쳐 소빙하기(AD 1400년~1850년)에서 빠져나오는 시기로 지구의 온도가 높아지는 것은 자연현상의 하나라고 해석한다. 지금의 현재 지구보다 온도가 높았던 역사적 사실로 그린란드에 사람이 살았고 카톨릭교회에서 결혼한 사람의 명단이 남아 있다고 한다. 또한 북위 55도까지 포도농사를 지었다는 사실이 기록으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시기에는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지금보다 훨씬 낮았다는 사실이다. 소빙하기의 사실을 증명하는 것은 1677년 영국의 템즈강이 얼었다는 신문 보도, 조선왕조실록에 1670년~1671년 경신대기근으로 500만 명 중 100만 명이 죽었다고 기록돼 있다. 날씨가 추워져서 농작물 작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유럽의 일부 지역에서만 나타난 특수 현상이 아니라는 것도 반증해 주고 있다. 지구의 온도는 태양의 활동과 지구를 감싸고 있는 구름의 태양에너지 반사량에 결정된다 것을 굳게 믿고 있으며, 2022년 노벨물리학상을 탄 존 클라우저 박사는 IPCC를 향해 “위험한 거짓말을 하는 최악의 정보원"이라고 날선 비판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산화탄소에 의한 기후위기는 없다"고 단언했다. . 또한 최근 IPCC 6차 보고서가 조작된 데이터에 근거하고 있다는 논문들도 나오고 있다. 구름의 에너지 반사율이 80~90%에 달하는데 IPCC 6차 보고서는 구름의 반사율 36%를 채택했다는 것이다. 특히 태양의 활동이 줄면서 지구에 도달하는 에너지원도 감소했지만 반사율 역시 감소하면서 지구의 온도가 상승했지만 이러한 데이터를 반대로 조작했다는 것이다. 이는 지구를 덮고 있는 구름의 양도 중요하지만 지구에서 어느 높이에서 형성되고 있는가에 따라 반사율이 변화한다는 사실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1997년부터 2015년까지 화석연료 사용량이 25% 증가했지만 지구온도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 이러한 사실을 숨기고 이산화탄소의 영향으로 지구온도가 상승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IPCC 한 연구원이 데이타를 조작해 온도상승 곡선을 인위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가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증가와 지구 온도상승과는 상관관계가 매우 낮다. 또한 인간의 산업화 활동이 이산화탄소 증가와는 관련성이 거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산업화 활동이 급격하게 감소했지만 지구 대기 이산화탄소 증가 속도에는 아무런 변함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태양의 에너지가 지구에 도달하고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고 바닷물에 녹아 있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면서 증가한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존 클라우저 박사는 이산화탄소는 생명체를 유지하는데 아주 중요한 물질이며 이산화탄소의 증가는 오히려 인간에게 축복을 가져다 준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1963년 호주의 사막이었던 땅에서 식물이 자라고 있다. 또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1981년부터 2010년까지 지구의 40%가 녹색화 됐고, 1961년부터 2012년까지 농산물 생산금액이 3조2000억달러 증가했다. 기후변화는 낮과 밤, 그리고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따라 온도의 차이가 난다는 사실만 알아도 이산화탄소의 영향을 쉽게 생각할 수있다. 이제라도 이산화탄소와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냉철한 접근이 필요하다. 송영택 기자 ytsong77@ekn.kr

[데스크 칼럼] 인공지능(AI) 이중성과 AI 민주주의

아마 올해 초에 있었던 일로 기억된다. 몇몇 지인들과 점심 자리에서 우연히 인공지능(AI) 관련 대화가 오갔다. 이야기의 주제는 생성형 AI '챗GPT'의 등장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생활 어느 영역까지 파고들 것인가를 희망과 우려의 시각으로 추측하는 내용이었다. 특히 이날 대화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AI를 사법부에 도입할 경우, 판사와 AI의 역할 규정을 둘러싼 이견이었다. 즉, AI를 주심 재판관으로 맡기는 문제를 놓고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다. 이날 참석자 4명 가운데 3명은 인간 판사의 법과 관습에 입각한 '인간다운 판결'을 지지했다. 반면에 나머지 1명은 인간 판사가 재판 관련 데이터를 지원하는 보조역할을 충실히 하면 AI 판사가 불편부당한 법리 해석으로 '법대로 판결'을 낼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우리 법조계에 'AI 판사 등장'이 현실화될 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제 AI 기술 또는 산업은 국가와 개인, 인류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럼에도 AI를 보는 인간의 시선은 희망과 우려가 혼재한다. 당장 제약바이오산업에서 난치병 치료에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해 치료의 난제(결점)들을 찾아내고 '불치 극복'의 새로운 기전 개발 소식이 들리면서 만성적 병마에 신음하는 환자뿐 아니라 무병장수를 꿈꾸는 이들에게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AI 기술을 탑재한 자율주행차·항공·선박·드론 등 무인 모빌리티의 급성장, AI 로봇을 이용한 재난지역 구조작업, 심지어 현재의 심각한 이상기후 문제까지 AI가 일정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까지 나와 '착한 AI 만능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AI 개발자와 전문가 대부분은 '착한 AI' 효과가 가져다 줄 인류 유토피아를 선전하고 있다. 반대로 AI 기술은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등에서 무기체계에 적용돼 인간 살상을 거들고 있으며, 국가나 특정집단이 국민이나 구성원의 개인정보를 독점해 통제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변질되는 '나쁜 AI'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렇듯 착한 AI든, 나쁜 AI든 AI 기술이 지닌 이중성 때문에 컴퓨터 공학자와 정치사회 전문가들은 AI 개발과 사용에 인간윤리 규칙 적용, 활용 절차와 결과 책임을 규정한 법적 장치 등을 제도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1대 국회에서 '인공지능 기본법'이 추진됐지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회기 만료로 자동폐기됐다. 그러나, 지난 5월 말 22대 국회에 들어서자마자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인공지능 산업 육성 및 신뢰 확보에 관한 법률안'을 가장 먼저 대표발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8월 28일까지 여야 의원 합쳐 모두 8건의 AI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내용들은 거의 대동소이하다.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직속으로 국가인공지능위원회를 설치해 3년, 5년 단위로 기본계획 수립·운영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또는 민관기구로 인공지능윤리위원회, 국가인공지능센터, 인공지능협회 등을 실무기구로 두자는 내용들이다. '착한 AI'를 장려·지원하고, '나쁜 AI'를 차단·제재하겠다는 입법 취지와 방향도 비슷하다. '사피엔스' 저자인 유발 하라리 교수(예루살렘히브리대학)는 AI사회가 데이터 권력에 기반한 '디지털 제국주의'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정부나 특정 집단, 기업에 데이터 권력 독점을 막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정치권 차원에서 인공지능법을 서둘러 제정하려 움직임을 바람직하다. 다만, 선진국에 뒤처진 국내 AI 기술을 앞당기려는 조바심 때문에 인공지능법을 공급자(개발기업)나 규제자(정부) 중심 위주로 밀어부쳐서는 안된다. 착한 AI의 최종 수혜자, 나쁜 AI의 최대 피해자는 결국 일반국민일 것이다. AI기술과 데이터 사용 정보를 일반국민과 공유하고, 효과를 분점하는 'AI 민주주의'가 나쁜 AI의 디스토피아 미래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 하라리 교수의 충고를 인공지능법을 준비하는 우리 정치권이 되새겨 보길 바란다. 이진우 기자 jinulee6464@ekn.kr

[데스크 칼럼] 양 손목 위의 ‘갤럭시 기어’

10년 전 쯤의 이야기다. 지금이야 갤럭시 워치가 애플 워치와 함께 스마트워치 시장을 주도하는 브랜드가 됐지만, 2015년 즈음에는 갤럭시 기어라는 이름이었다. 둥근 베젤을 도입해 전통적인 시계의 감성을 강조했지만 삼성전자의 제품이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을 때이다. 당시 삼성의 행사 자리에서 H모 임원의 왼 손목에는 갤럭시기어가 둘러져 있었다. 회사에서 '임원들 대상으로 성능과 개선점을 직접 체험하라'고 지급했다는 설명이었다. 삼성에서 야심차게 만들었던 스마트워치니 그러려니 했다. 같은 해 연말 H모 임원을 다시 한 번 볼 기회가 생겼다. 이번에도 왼 손목 위의 갤럭시 기어가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그의 오른손에도 또 하나의 스마트워치가 채워져 있었다. 양 손목에 스마트 워치를 찬 이유에 대해 그는 “개선된 새 모델이 나왔는데 어떤 기능의 차이가 있나 알기 위해 사비로 경쟁사 제품과 새 모델을 구입해서 매일 차고 다니면서 비교해 본다"는 대답을 들려줬다. 이런 게 삼성의 경쟁력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역할도 아니고 ICT에 민감하지도 않을 세대의 그가 두 개의 갤럭시 기어를 차고 비교하다니. 그는 심지어 스마트워치와 관련된 삼성전자의 임원도 아니었다. 최근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서 고전하며 '비상경영'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임원들의 주말 출근도 정례화 되는 분위기다. 게다가 '삼성도 하는데'라며 이 같은 분위기는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삼성에서는 '자발적'이란 전제를 달지만 임원의 주말 출근이 조직에 어떤 긍정적 효과를 확산시키는지 의문이다. 비상경영이라는 위기의식과 절박함을 강조하는 것이라면 이미 그 시그널은 충분하지 않은가 싶다. 다음 문장은 무려 2012년에 나온 언론 기사의 일부이다. 아이러니하다. 이 문장을 지금 그대로 사용해도 이상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12년 전과는 위기의 실체와 시장의 상황은 천지개벽을 했는데도, 삼성은 같은 방식으로 위기를 대응하는 모습이다. '자발적 주말 출근'을 하는 삼성의 일부 임원은 사무실에서 직접 챙겨온 도시락을 먹으며 업무에 매진한다고 한다.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라'는 임원 승진 대상 간부들은 연말 인사를 앞두고 주 6일 출근하는 임원을 보며 주말에도 초긴장상태다. 삼성의 주말 출근이 자칫 조직의 문화를 경직시키는 부작용이 되는 건 아닐까. “혁신은 창의력과 통찰력에서 나온다"는 이재용 회장의 선언에는 더 오랜 시간의 업무는 없다. 주말 출근과 상관 없이 혁신과 인재 중심이라는 키워드가 관통하는 한 삼성은 현재의 위기가 곧 기회였다는 것을 입증할 것이라고 믿는다. MS의 창립자 빌 게이츠는 위기 돌파에 역발상으로 대응했다. 그는 “나는 어렵고 힘든 일이 있으면 게으른 사람에게 시킨다. 그들은 항상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라고 말했다. 가장 오래 사무실에 머무는 사람이 아니다. 삼성 리더십은 '주말 사무실의 도시락'과 '양 손목 위의 갤러시' 어디에서 창의력과 혁신이 나오는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김현우 기자 kimhw@ekn.kr

[데스크 칼럼]호주에서 배운 수익형 부동산 해법

이번 여름휴가 동안 호주 시드니 근교 여행 기회가 있었다. 시드니는 세계 3대 미항(美港) 중 하나인데 경관이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니란다. 온화한 기후, 잔잔한 파도, 충분한 수심 등 3박자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실제 시드니항의 바다는 파도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고요했다. 주목한 것은 시드니가 이 아름다운 항구와 세계적 건축물 오페라하우스를 충분히 활용해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광객들에게 '야경(夜景)'을 제공하기 위해 시드니항 일대 빌딩들이 모두 전등을 켜놓고 퇴근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 밤에도 우뚝 선 고층 빌딩 숲에 전등이 다 켜져 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일하는 사람은 하무도 없다. 관광객들은 빼어난 야경에 넋을 잃는다. 호주 정부·국민들이 전기요금을 걱정했다면 제 아무리 오페라하우스가 있었더라도 어두컴컴한 항구 도시에 실망했을 것이다. 시드니 내항의 재개발 역사도 들을 수 있었다. 1980년대 이후 시드니항은 무역항 기능을 상실했다. 2000년대까지 재개발을 통해 낡은 항만·철도 부지를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탈바꿈시켰다. 누구나 탁 트인 바닷가의 워터프론트에서 산책과 조깅을 즐길 수 있다. 노천 카페·음식점에서 편안하게 먹고 마시며, 작은 상점에서 쇼핑을 즐기는 휴식과 상업의 공간이다. 호주 정부는 이 과정에서 기존 건물을 그대로 재활용하고 수변 공간을 사람에게 돌려주겠다는 공공성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유연성을 발휘했다고 한다. 방치됐던 낡은 창고를 완전히 개조해 깔끔한 주거용 아파트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우리나라처럼 빡빡한 규제 국가에선 상상할 수 없는 유연한 시스템이다. 시원한 남반구 '겨울 나라'에서의 꿈같은 휴가에서 돌아 오니 다시 '폭염 지옥'이다. 부동산을 비롯한 경제도 '찜통 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고용시장 지표 악화에 따른 R(경기침체) 공포가 시장을 뒤흔들었다. 일시적 현상이라는 점이 확인되면서 다소 안정을 찾고 있긴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19 팬데믹(글로벌 대확산) 이후 재택 근무 확산으로 인한 미국 상업용 부동산 부실을 주목한다. 실제 최근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소재 빌딩이 5년전 가격의 40분의1에 매각됐다. 지난해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취약성을 드러낸 미국 금융시스템은 상업용 부동산 부실 채권 악화로 언제든 제2의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재현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부동산 시장 문제가 심각하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도 잡아야 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도 해소해야 한다. 외국에 비해 특이한 점은 지식산업센터(지산)나 생활형 숙박시설(생숙) 등 수익형 부동산 부실이 '숨은 시한폭탄'이라는 점이다. 해법으로 호주 정부가 강력하고 원칙적이면서도 유연한 정책으로 시드니항을 세계 최고의 관광자원으로 가꾼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이 왜곡된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규제였다. 물론 원칙과 기준을 정해 관리·감독을 하되, 수요와 공급의 주도권은 시장에 맡기는 게 좋다. 기왕 만들어 놓은 건축물을 방치하느니 활용하는 게 낫다. 막대한 사회적 자원을 투입한 지산과 생숙, 지방 신도시 상가, 구도심의 빈 건물 등을 개조해서 다양한 용도로 써먹도록 제도·규제를 개선해야 한다. 다만 기존 건축물과의 형평성을 위한 보완책은 필요할 것이다.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데스크 칼럼] 티몬 사태, 금융당국 책임도 크다

김주현 전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이임식에서 후배들에게 남긴 말은 “미안하다"였다. 김 전 위원장은 “우리 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불확실성에 도처에 깔려 있음에도 소모적 정쟁으로 국력이 소진돼 가는 건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와중에 후배들에게 책임감과 짐을 남기고 떠나는 것 같다며 무거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김 전 위원장의 발언은 민생은 제쳐둔 채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등을 놓고 걸핏하면 정면충돌하는 정치권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김 전 위원장의 바통을 넘겨받은 김병환 신임 금융위원장은 취임식을 생략한 채 바로 업무에 임했다고 한다. 그는 취임 직후 주재한 간부회의에서 “티메프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티몬•위메프의 대주주, 경영진에게는 확실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서슬 퍼런 경고장을 날렸다. 금융당국 수장이 취임하자마자 주재한 간부회의에서 특정 기업을 겨냥해 책임을 묻겠다고 발언한 것은 드문 일이자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그만큼 취임 직후 시급한 과제를 마주한 김 위원장의 무게감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주 국회에 출석한 구영배 큐텐 대표의 발언은 모두를 경악하게 했다. 구 대표는 판매대금을 포함한 티몬과 위메프 자금 400억 원을 인수자금에 썼고 회사에 남은 현금은 없다고 했다. 소비자가 상품을 구입 및 결제하면 판매자는 대금을 최대 70일 뒤에 받는데, 이 사이를 틈타 큐텐이 판매자 에게는 피 같은 거래대금을 기업경영자금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이는 전자상거래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와 근간을 무너뜨리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뻔뻔하기까지 한 큐텐의 행보와 별개로 미온적인 대응으로 이번 사태를 키운 정부 부처, 당국의 태도 역시 문제삼지 않을수 없다. 특히 금융당국의 허술한 감독과 견제장치는 말할 것도 없다. 금융감독원은 티몬에 미상환, 미정산 금액과 추가로 유입되는 자금의 일부분은 별도로 관리하라고 요청만 했고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뚜렷한 감독장치도, 사전경고도 하지 않았다. 티몬, 위메프의 월 이용자 수는 869만 명에 달했지만 몇 해 전부터 자본잠식 상태였다. 당국은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경영개선협약(MOU)을 맺었지만 실효성 있는 후속조치를 이끌지 못했다. 강제성 없는 MOU 체결이 전부였던 틈을 타 티몬은 할인쿠폰 등 프로모션을 통해 고객들을 대거 동원하다 막판에 와서야 백기를 들었다. 정부와 감독당국이 사실상 특정 업체에 놀이터를 만들어 준 것이다. 제도적 미비점으로 인해 규제에 제약이 있었다는 궁색한 변명이 통하지 않는 이유다. 금융시장 안정과 금융산업 발전을 도모하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책무를 스스로 방기했고, 감독이라는 칼날을 스스로 무디게 만들었다. 티메프 사태가 주는 또 하나의 교훈은 우리나라 금융 산업의 시계는 더 이상 금융의 힘으로만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당과 야당, 금융과 부동산, 금융과 이커머스라는 경계를 긋는 것은 선을 지키지 않고 널뛰는 시장에 면죄부를 주는 격이다. 김병환 위원장과 이복현 원장은 취임 직후, 그리고 재임 기간 동안 가장 시급한 과제를 마주하게 됐다. 티메프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지 못하고 확고한 재발방지 체계와 감독장치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티메프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것이 자명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티메프 사례처럼 감독당국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부분은 없는지, 자율규제라는 이름이 혹여 '자유경영'으로 오인된 사례는 없는지 세심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데스크 칼럼] 한국가스공사 당진LNG기지와 지자체의 ‘몽니’

지난 17일 밤 9시경(한국시간), 체코 정부는 신규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기업(한국수력원자력 컨소시움)을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팀코리아'가 총 24조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체코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프로젝트에서 대형원전 4기의 건설사업을 따 낸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수원을 주축으로 한 팀 코리아가 원자력 산업에 필수적인 기술력과 국제적인 신뢰, 산업경쟁력 등의 강점을 바탕으로 이번 체코원전 수주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50여 년 간의 원전사업에서 축적된 기술력과 노하우, 과거 UAE 바라카원전 수주의 성공경험도 한 몫 했을 것이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이번 체코원전 수주가 '한국이 약속한 사업 예산 안에서 적기, 안정적인 건설 수행 능력을 인정받은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인프라 건설사업은 예정된 기간에 완수하지 못하면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적기 시공능력은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열쇠로 꼽힌다. 원전산업과 달리, 수천 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천연가스사업에서 이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어 씁쓸하다. 당진 액화천연가스(LNG) 저장기지 건설사업이 그것이다. 약 2400억원이 투입되는 당진LNG기지 1단계 건설사업은 현재 준공 예정일 내에 완료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그 이유로는 해당 지자체의 '몽니' 부리기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근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당진LNG기지 건설사업에서 준설토 658만㎥ 발생하게 되는데, 당진시는 준설토를 △당진항만친수시설 △수소·암모니아부두 △동서발전 회처리장에서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작 중앙부처로부터 인허가 획득의 책임이 있는 시는 아직까지 해양수산부와의 협의조차 완료하지 못했고, 관련 용역이 모두 중단되는 등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준설토를 인근 평택에 투기하는 현실적인 방안이 있지만, 이는 '당진시에서 발생한 흙을 타 지역으로 내어줄 수 없다'는 시의 의중이 반영되면서 현실화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시의 계속되는 건축허가 반려도 기지 건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당진시에서는 당진LNG기지 건설 사업에서 '지역업체 30% 할당' 조항을 고집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수천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인프라 건설사업에서 관련 사업 경험이 있는 지역 업체를 찾기란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국책사업에서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지역에 대한 '특별지원금' 문제 또한 간과할 수 없다. LNG기지 건설 사업은 수행 주체들의 글로벌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LNG는 도입국과의 장기계약에 의해 정해진 시기에 도입해 와야 한다. 도입 후에는 국내 소비처에 안전하게 공급하는 게 기지 건설의 목적이자 공기업의 존재 이유이다. 당진LNG기지 건설이 적기 완료가 되어야 지역 도시가스 공급업체도 계획한 일정대로 당진시 관내에 도시가스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건설이 지연될 경우에는 관말압력 저하에 따라 가스공급에 차질을 빚게 된다. 각종 권한을 갖는 지자체가 원활한 사업 추진이 방해가 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결과로 돌아온다. '원전 팀코리아'의 정신이 40년 공급역사를 갖는 '가스산업'에서도 살아있길 기대한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데스크칼럼] 누구를 위한 최저임금인가

요즘 크든 작든 웬만한 음식점을 가면 홀서빙 직원이 서너명을 넘지 않는 곳을 흔히 목도한다. 특히, 작은 음식점은 대개 주방을 제외하곤 홀서빙 일을 식당주인이나 가족 또는 외국인 직원 1명이 들러붙어 해결하는 게 흔하다. 못돼도 테이블 5~6개인 홀을 혼자서 손님 받고, 주문 받고, 음식 나르기와 치우기, 식사 끝난 손님 계산까지 감당한다. 당연히 주문음식이 나오는 시간도 늦고, 추가 서비스 주문 대응도 지체되는 등 고객서비스 질이 떨어지고 있다. 이런 자영업 식당의 홀 풍경은 흔한 현상이 돼 버렸고,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다. 어디 음식점만 그렇겠는가. 중소 소상공인들은 업종 구분 없이 힘겨운 생업현장을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일상회복으로 전환했음에도 고금리 장기화, 그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소기업·소상공인 열에 아홉은 '5억원 미만' 금융 빚(대출)을 깔고 있을 정도로 힘들어 한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중소기업·소상공인 고금리 부담 실태조사'에서 응답자 91.7%가 '5억원 미만' 대출잔액을 보유하고, 평균 6%에 가까운 금리이자를 부담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국내 중소 사업자의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마다 책정되는 최저임금 결정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가 현재 진행 중이다. 해마다 반복하고 있지만 노사 위원간 첨예한 대립으로 올해도 심의 법정시한(매년 6월)을 이미 넘긴 상태다. 더욱이 지난 2일 전원회의 7차 회의에서 사용자위원측이 요구한 '최저임금의 사업의 종류별 구분 여부(업종별 적용)' 표결 과정에서 일부 근로자위원측 투표 방해행위와 부결 처리에 반발한 사용자위원측이 4일 8차 회의에 전원 불참하는 등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업종별 적용 도입을 놓고도 지난 2018년부터 전원회의서 사용자위원측의 요구로 상정됐지만, 합의하지 못하고 표결 처리 끝에 매번 부결됐다. 최저임금제는 최저생계의 사각지대에 놓인 임금근로자들을 보호하는 장치였지만, 1988년 시행때부터 노사간 대립, 역대 정권의 노동 정책을 반영한 공익위원의 정치적 결정에 따라 조정액 크기가 달라졌다. 현재의 최저임금위원회 회의 분위기를 보면 올해도 간극을 좁히지 못하는 노사 양측 최저임금 제시안을 절충하는 공익위원측 중재안을 놓고 노사 어느 쪽이 찬성하느냐에 따라 내년도 최저임금액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최저임금제도와 최저임금위원회 운영의 기본 취지는 '근로자의 생활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임금 보장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최저임금이 영세업종 사업주에 비용적 부담으로 과도하게 작용할 경우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보기에 노사위원간 타결 실패 시 공익위원 중재(단일안) 표결 또는 노사안 동시표결(다수결)을 거쳐 합의를 도출하도록 돼 있다. 최근 몇년간 최저임금액은 전원회의에서 매년 10차례 이상 힘겨루기를 벌이다 대개는 공익 중재안을 노사 한쪽이 찬성하거나, 노사측 개별 최종안을 동시표결을 붙여 공익쪽 다수가 찬성하는 액수로 결정됐다. 업종별 적용 도입을 놓고도 지난 2018년부터 전원회의서 사용자위원측의 요구로 상정됐지만, 합의하지 못하고 표결 처리 끝에 매번 부결됐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상승폭이 크다는 지적이 있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소비자물가지수와 최저임금 상승 폭을 2020년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현재 정부가 소비자물가 기준시점을 2020년으로 정해 발표하는데, 올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3.84(2020년 100)이다. 최저임금은 2020년 8590원에서 올해 9860원으로 올라 상승률 14.7%이다. 비슷한 궤적을 따라가고 있는 셈이다. 결국 최저임금을 바라보는 이해당사자들의 경기 체감도에 따라 서로 적다, 많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본다. 주는 입장과 받는 입장에서 극명하게 대척점에 서 있는 노사의 최저임금 결정에서 최상은 없다. 어느 한쪽이 최상이면 반대쪽은 최악일테니. 관건은 최저임금 지불 능력이 열악한 중소 소상공 사업주들의 부담을 어떻게 덜어줄 수 있느냐이다. 사실 현재의 최저임금위원회 결정구조로는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차라리 국가 차원에서 최저임금 보전기금(가칭)을 조성해 매년 물가 상승률 등 제반 변동요소를 반영해 표준 인상액을 정한 뒤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액이 표준에 미달하면 근로자에, 초과하면 영세 소상공인에 보전해 주는 게 어떻겠는가. 내년도 최저임금액이 얼마로 결정날 지 알 수 없으나, 업종별 적용이 부결된 상황에서 '시급 1만원 돌파' 여부가 노사 물러설 수 없는 최대이슈일 것이다. 이진우 기자 jinulee6464@ekn.kr

[데스크 칼럼]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는 당연하다

대한민국 자본시장에서는 주식회사의 임원인 이사가 회사의 주인인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의사결정을 하더라도 아무런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 현행 상법 제382조3에서 이사의 충실의무에 대해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한다'고만 규정할 뿐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 누적된 대법원 판례에서도 '이사의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만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자본시장에서 회사의 주인은 주주이기 때문이다. 회사의 대표님도 주식을 많이 소유한 주주이고 계열사를 거느린 모기업도 의사결정권을 가진 주식을 다수 보유한 법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러다보니 현실에서는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가 아니라 소위 '오너에 대한 충실의무' 또는 '회장님에 대한 충실의무'로 곡해되고 있다. 이 같은 사례는 지난 1996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삼성그룹의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이 사건에 대해 2009년 대법원은 '기존 주주들 간의 문제일 뿐 회사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이후 누적된 판례에서도 주식회사의 이사는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만 개별 주주들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액주주들은 물론 학계와 일부 정치권에서는 상법개정을 통해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위무'를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꾸준히 이어져왔다. 이용우 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하는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정부도 이에 화답하고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주식시장을 활성화 하려는 의지와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목소리가 맞물리는 모양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열린 '기업 밸류업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세미나'에서 “주주의 권리 행사가 보호·촉진되고, 모든 주주가 합당한 대우를 보장받는 기업 지배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쪼개기 상장' 같이 특정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례가 여전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재계는 이에 전면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사가 주주들에 이익에 충실할 경우 공격적이고 장기적인 투자 집행이 어려워져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이사에 대한 불필요하거나 악의적인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금융당국에서 이 같은 논란에 '배임죄 폐지'의 당근책을 꺼냈지만. 재계에서는 이를 맞교환 할 성격은 아니라는 '불가' 입장이다. 재계의 우려에 대해 조금만 생각해보자. 재계에서는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투자 의사결정에서 비효율적이라 불필요하고, 소송 남발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방해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이는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이다. 프랭크 이스터브룩 미국 연방법원 판사와 다니엘 피셀 교수가 쓴 저서 '회사법의 경제학적 구조'에서는 '회사법의 목적은 회사 가치의 극대화'이며 '기업과 주주에게 최적인 것은 사회 전체 관점에서도 최적'이라고 분석한다. 어느 곳에도 '기업의 총수나 경영자의 최적'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정상적인 투자의사 결정에 무조건 반발하거나, 회사의 이사를 괴롭힐 목적으로 소송을 남발하는 것이 걱정돼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배재하는 것은 지난 산업화 시대에 고속성장을 위해 과감하고 신속한 '가부장적인 리더십'이 필요했던 지나간 시대의 논리일 뿐이다. 실제 선진 자본시장인 미국에서도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인정한다. 그럼에도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을 꾸준히 유지하며 새롭게 배출하고 있다.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기업의 오너나 경영자의 사적이익에 대해 충돌할 뿐이지, 경영상 판단이나 모험적 투자를 원칙적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짓밟히는 현장은 다수의 코스닥 상장사 주주총회에 가면 극적으로 목도할 수 있다. 지분을 10% 남짓 가지고 이사회를 장악한 경영자가 90%가 넘는 소액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결의를 해도 뚜렷히 막을 방법이 없다. 경영자가 고른 의장이 회사라고 착각하는 '오너의 이익'을 위해 의사봉을 휘두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를 장악한 경영자는 회사의 자산인 건물을 저가에 매각하고, 불필요한 부동산을 고가에 매입하는 등 편법으로 자산을 빼돌리기도 하다. 전환사채(CB)를 꺾기로 남발하며, 영업손실 상황에서 이사의 보수를 증액하지만 회사의 주인인 주주는 이를 저지할 뚜렷한 방법이 없다. 경영상의 판단 앞에서 막히는 것이다.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는 선진 자본시장으로 진입을 노리는 지금의 대한민국의 위상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언제까지 파이를 키운다는 목적으로 경영자나 오너의 사적이익까지 눈감아줘야 하는가. 김현우 기자 kimhw@ekn.kr

[김병헌 칼럼]이재명 당대표 연임...과연 국민을 위한 결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24일 연임을 위한 당 대표 사퇴에 대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임 이야기를 하면 웃어 넘겼는데, 지금은 웃어 넘길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된다"며 “국민의 입장에서 대한민국 정치에 더 바람직한지를 우선해서 개인적 입지보다는 전체를 생각해서 한 것"이라고 밝힌다. 앞서 일주일전인 지난 17일 민주당이 '셀프 연임'을 위해 '대선 출마 당 대표는 1년 전 대표직 사퇴해야 한다'는 당헌 규정에 예외 조항을 마련하기가 무섭게 연임 의사를 사실상 공식화한 것이다. 이 대표의 연임과 대선 가도에 장애물을 없애고, 차기 대선 직전까지 당 장악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그런데 이 대표 본인은 '위민론' '정국 위기론' 등을 자신의 연임 불가피를 뒷받침하는 논리로 내세운다. 당대표 연임과 국민을 위하는 일이 어떤 관계인지 당혹스럽다. 22대 국회 개원이래 이번 연임 결정까지의 이 대표 행보는 정국위기 해결 의지나 민생 살리기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민주당은 국민 생활 안정이나 국가 경쟁력 제고, 국가안보 강화 등 핵심 현안은 뒤로 한채 오로지 행정부 무력화,사법부에 대한 압력 행사, 공영방송사 장악 등에만 몰두해왔다는 지적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여당인 국민의힘 주장처럼 거야의석을 개인 사법리스크 방탄에만 활용해왔다는 대목을 차치하더라도 의아할 따름이다. 이 대표가 연임하면 대선 출마를 위한 '이재명 일극 체제'의 마지막 단추를 채우게 된다. 당무와 국정을 책임 있게 이끌고 평가받겠다는 뜻일 수 있다. 하지만 '이재명 일극주의'에 대한 우려를 무겁게 직시해야 한다. 국내 언론들은 이재명의 민주당에 대해 '이재명 일극주의'로 표현한다. 민주당 현실도 당사자들은 부인할지 몰라도 대다수 국민은 그렇게 보고 있다. '양극체제'라는 말은 국제정치학에서 두 국가가 주도하는 국제질서를 말한다. 그러면 '이재명 일극주의'는 이재명 한사람이 민주당을 주도 즉 좌지우지한다는 얘기로 귀결된다. '일극주의 우려'는 자칫 민주가 사라지면 독재체제로 가게 된다는 의미와도 상통한다. 이 대표 스스로는 이를 경계하고 있을지 모르나 연임 결정 전후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옹폐(壅蔽)'라는 말이 333회나 나온다.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지도자의 눈과 귀를 가리는 일을 일컫는 말이다. 왕은 이를 경계하라는 의미에서 등장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2차 세계대전이후 영국수상 처칠이 냉전시대를 '철의장막'으로 언급한 뒤에는 옹페와 같은 뜻으로 '인(人)의장막'이라는 표현이 정치권에서 사용된다. 성군(聖君) 세종도 옹폐를 피하기 위해 어전회의의 활성화를 강조했다. 신하들이 마음속에 있는 진실된 말을 다 하게 했고 자유토론을 권장했다. 또 왕 앞에서 머리를 숙이거나 땅에 엎드리지 말고 곧은 자세로 얘기하게 했다. 그래도 안되면 속말 꺼내기를 거의 강요하시피 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요즘 민주당에서는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재명" “이재명 대표 시대" “이대표와 승리의 선봉에"등 당 대표를 독재군주 떠받들 듯 하는 표현이 스스럼없이 나와 옹폐가 걱정스럽다는 얘기다. 이 대표의 의도와 무관하게 일극체제 하에서 노골적으로 이뤄지는 충성 경쟁이 과연 국민을 걱정하고 국가를 생각하고 공당을 위한 진심만을 담고 있을까? 마땅한 비명계 당권 주자가 없는 8월 전당대회 최고위원 레이스도 이미 '명심(이 대표 의중) 경쟁'으로 흐르는 양상에 대해서는 어떤 설명이 가능할까. 민주당의 지난번 총선의 압도적 승리는 민심이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엄중히 심판하고, 제1야당에 힘을 실어준 결과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재명 민주당의 행태는 당과 국회에서 일방 독주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오만하다는 소릴 듣는 것은 당연하다. 심지어 '대북 불법 송금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의 탄핵을 진행하며 이들을 국회로 소환해 조사까지 하겠다고 한다. 민주당은 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가 바닥을 기는 데도 민주당 지지율이 미동도 않는 이유가 궁금하지 않은가. 국민의힘이 이 대표의 연임을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라고 공격하는 것에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그러면 이 대표 본인은 어떤가. 연임 도전을 과연 국민의 입장에서 결정한 건지 다시 생각해봤으면 한다. “이 대표의 발언은 신뢰가 안 간다"는 적지 않은 정치권의 지적과 같은 선상에서 묻고싶다. 대통령까지 직진하시라는 충성경쟁의 입발린 좋은 애기만 듣고 연임을 결정한 것은 아닌지. 한때 당 대표 사퇴 시한 관련 당헌·당규 개정을 사실상 유보하자했던 제안의 진심이었는지. 사법리스크를 방어하는 데 당 대표 지위가 도움이 된다고 스스로 판단한 것은 아닌지. 특유의 사이다 화법으로 명쾌하게 조목조목 반박할 수 있는지도 궁금하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 관련 제3자 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되며 총 11개 혐의로 4개의 재판을 받고 있는 피의자 신분이다. 대법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대선에 출마할 수 없고, 하급심에서 유죄만 선고돼도 '헌법 제84조'(대통령 재직 중 불소추특권 적용)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공당이 다양성·포용성이 사라지고 한 사람의 뜻대로, 그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은 정당 민주주의의 퇴행이다. 대선에도 결코 도움이 안된다. 착시와 착각은 오만에서 비롯된다. 측근들이 둘러친 장막의 존재 여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병헌 기자 bienns@ekn.kr

[데스크 칼럼]인구감소 시대, 생쥐 실험의 교훈

어쩌다 이렇게 됐나. 반만년 동안 온갖 외적의 침입에도 굴하지 않았던 한민족이다. 그런데 이제 '사라져가는 나라'가 됐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명대에 그쳤다. 두 집 건너 한 집이 아이를 낳을까 말까 하는 시대다. 우리나라 인구는 100년 후인 2122년 쯤엔 지금의 절반도 못 되는 2000만명대를 밑돌 전망이다. 1968년 미국 정신건강연구소 존 칼훈 교수가 실시한 '생쥐 실험'은 그 원인을 직관적으로 제공해준다. 가로-세로 약 210cm의 상자에 생쥐 한 쌍을 넣어 두고 충분한 음식과 물을 계속 제공했다. 어떤 천적도 없고 스트레스가 사라지자 개체 수가 무섭게 불어났다. 그런데 600일 후 2200마리까지 늘어나면서 서식 환경이 악화되자 갑자기 증가세가 멈췄다. 최대 3800마리까지 살 수 있어 아직 여유가 있었음에도, 생쥐들이 생식을 멈췄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답은 '과밀'과 '경쟁'이었다. 개체수가 늘어나고 서식 공간이 비좁아지면서 짝짓기 경쟁이 치열해지자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다쳐서 죽는 쥐들이 늘어났다. 알파 수컷, 즉 힘이 세 여러 마리 암컷을 거느린 쥐들마저 다른 쥐들의 공격에 대비하느라 생식을 멈췄다. 특히 암컷들이 양육을 포기하고 자신만 돌보는 등 모성애가 사라졌다. 더 놀라운 것은 서서히 개체수가 줄어들어 다시 여유가 생겼는데도 같은 행동 양태가 지속됐다는 것이다. 무기력해진 젊은 생쥐들은 더 이상 짝짓기를 하려하지 않았다. 과밀과 경쟁에 적응한 쥐들이 본능적으로 번식을 중단한 것이다. 이 땅의 2030 세대들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실험 결과다. 실로 끔찍한 일이다. 지난 10여 년간 정부가 수백조원의 돈을 쏟아 부어 출산율을 늘리려 해도 도무지 통하지 않았던 이유가 단숨에 설명된다.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숨막힐 듯한 과밀과 경쟁에 지쳐 아이를 낳아도 제대로 키우기는커녕 생존이 위협받게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일부에선 현재의 저출산·고령화를 걱정할 필요 없다는 주장도 있다. 개인의 선택이므로, 사회를 개조하고 과학기술을 활용하면 극복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그러나 괜히 해외 석학들이 한국의 인구 감소를 보고 “망했다"고 한탄하는 게 아니다. 국방 분야만 보자. 동원 가능한 현역 군인 숫자가 10만명대로 줄어들면 휴전선 방어 조차 힘들어진다. 당장 고령자들의 노후도 큰 문제다. 엄청난 복지 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다. 젊은이 10명이 벌어 들이는 돈으로 100명의 고령자들을 먹여 살리는 사회가 도래한다. 더 이상의 자본 축적이나 사회 발전은 불가능하다. 이대로라면 한국의 잠재적 경제성장률은 2040년 이후 마이너스가 된다. 주택 제공이나 수당 지급 등 경제적 인센티브도 근본적인 처방은 아니다.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에게만 해당될 뿐 추가 출산 유인책이 될 지는 의문이다. 구조적이고 원천적인 치유책이 필요하다. 생쥐 실험에서 봤듯, 과밀 해소와 지나친 경쟁의 완화가 핵심이다. 무엇보다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해야 한다. 반도체 등 주요 산업단지·교육 기관들을 과감하게 지역으로 이전해 네트워크화함으로써 '비좁은 공간'을 넓혀 줘야 한다. 2030세대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워라벨을 보장해주고 비정규직·임시직 위주가 아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엄마들이 경력단절을 걱정하지 말아야 하며, '몰빵 육아'도 지양해야 한다. 지나친 사교육을 없애고 효율·평등의 두 마리 토끼를 잡도록 교육 체계를 전면 개편하자. '더 내고 덜 받는' 연금 제도를 만들고 초고령화에 맞도록 복지 제도를 개편해 인구 감소·초고령화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다들 '뻔한' 얘기인 것 같다구? 그렇게라도 해야 '생쥐 꼴'을 면할 수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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