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새 정부의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앞두고 권한 강화를 타진 중이다.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주요 금융규제를 결정하고 은행과 비은행 금융기관 단독 검사 권한도 가져와야 한다는 내용 등을 국정기획위원회에 피력했다. 13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한은은 거시건전성 정책 수단을 보유하고 금융안정 관련기구 내 역할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금융안정 정책 체계 개편안을 국정위에 공식 전달했다. 한은은 국정위에 “한은에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의 이중 책무가 부여돼 있음에도 금리 외에 금융불안에 미리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확보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은과 달리 주요국 중앙은행은 거시건전성 정책을 수립 및 진행하고, 미시건전성 감독 권한을 보유하거나 금융안정 협의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도 부각했다. 한은의 요구는 크게 두 가지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핵심 권한을 가져오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우선 현 체계에서 금융위가 가지고 있는 신용·자본·유동성 등의 규제 권한을 금통위가 가져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 간의 조화로운 운용을 위해 거시건전성 정책 수단을 한은에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담보인정비율(LTV)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시스템리스크완충자본(SRB)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등과 관련한 규제 결정권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두 번째는 금융기관 단독검사권을 한은이 가져야 한다는 요구다. 현재는 금감원에 금융기관 검사와 공동 검사를 요구하는 것만 할 수 있다. 한은은 금융 시스템에서 비은행 부문 비중이 커진 상황을 고려할 때 은행 뿐 아니라 비은행 금융기관도 단독 검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환위기 전까지 한은의 부속기관이던 '은행감독원'을 사실상 부활시킴과 함께 비은행 감독권을 추가해 과거보다 더 많은 권한을 가지겠다는 취지로도 풀이된다. 이와 별도로 한은은 이창용 총재가 유관기관 간 금융안정 협의체의 의장을 맡아 협의체 내 한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금융 경제 상황을 중립적으로 판단하고 시스템 리스크를 전문적으로 식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호주에선 금융안정 협의체인 금융감독기구협의회(CFR)의 의장을 중앙은행 총재가 수행하고 있는 점도 비슷한 사례로 들었다. 새 정부 들어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장, 금감원장 등이 아직 선임되지 않은 시점에 기관 간 논의 틀에서 주도권을 갖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나아가 현재 금융위 형태인 금융감독 의결기구에 유상대 한은 부총재를 당연직 위원으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총재가 추천하는 금융 전문가를 상임위원으로 추가해 한은과 감독기구 간 정책 조율 기능을 확보해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거시건전성 정책을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 강력히 집행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해야 하는데, 정부만으로는 안 된다"며 “경기가 나빠지면 정책 강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재부, 금융위, 금감원, 한은이 거시건전성 정책을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다만 본인이 의장을 맡아야 한다는 내용의 공개 발언은 하지 않았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