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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트럼프 ‘의약품 관세폭탄’ 예고에 제약업계 대응 ‘분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1일부터 외국에서 수입되는 의약품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국내 주요 의약품 수출 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아직 관세부과 대상품목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우리 주요 수출품목인 바이오시밀러, 혈액제제, 보툴리눔 톡신 등의 제조 기업들은 각각 상황파악 및 대응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2025년 10월 1일부터 모든 '브랜드 의약품' 또는 '특허 의약품'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다만 기업이 미국에 의약품 제조시설을 건설 중일 경우에는 관세 부과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취임 직후부터 의약품 품목관세 부과 방침을 거듭 밝혀 왔지만 부과 시점을 명확하게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지난달 밝힌 '처음에는 적은 관세를 부과하다가 단계적으로 관세율을 인상한다'는 방침과 다른 내용이다. 업계는 이번 발표는 '엄포'를 넘어 실제 '액션'에 들어갈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의약품의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온 최종 결과가 이미 나온 것으로 알려진 만큼 관세 부과 개시일인 다음달 1일 이전에 조사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엔데믹 이후 대미 의약품 수출 증가세를 지속해 온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더욱이 이번 의약품 관세 100%가 이미 미국과 무역 협상을 마무리한 일본과 유럽연합(EU)에는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업계는 더욱 비상이 걸렸다. 당초 우리 정부는 지난 7월 의약품에 대해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구두 합의한 바 있으나 이후 서면 합의가 지연되면서 우리나라는 100% 적용을 받게 될 전망이다. 다만 100% 관세부과 대상품목이 아직 유동적이고, 이에 따라 기업별 대응도 아직 진행속도가 제각각이라는 점에서 향후 국내 의약품 대미 수출에 미칠 영향을 예상하기는 이르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100% 적용 대상으로 언급한 의약품은 '브랜드 의약품'과 '특허 의약품'이다. 브랜드 의약품은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을 복제한 의약품 중 특정 상표명으로 판매되는 제품'으로, 제네릭(합성의약품 복제약)이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가 아닌 '개량신약(바이오베터)'을 의미하는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특허 의약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를 받은 오리지널 의약품을 뜻한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미국이 부과하는 품목관세는 HS코드로 관리되고 있는데 의약품에 대한 HS코드로는 브랜드 의약품, 특허 의약품, 개량신약(바이오베터), 특허만료 의약품(제네릭 및 바이오시밀러)을 구분할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SNS 발표 내용만으로는 관세 100% 부과 대상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의약품 수출액은 92억7000만달러(약 13조원)로 이 중 59.5%를 '바이오의약품'이 차지했으며, 그 대부분은 바이오시밀러가 차지한다. 이어 '기타의 조제용약'이 2위(7.7%), '원료 기타'가 3위(5.8%), '독소류 및 톡소이드류'가 4위(3.9%), '면역혈청과 혈액본획물 및 면역물품'이 5위(3.0%), '백신류'가 7위(2.7%)이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가 관세부과 대상에 포함되는지 아직 불분명하지만, 최근 일라이릴리와 미국 조지아주 현지 생산공장 인수 본계약을 체결해 느긋한 상황이다. 셀트리온으로서는 미국 의약품 관세 리스크를 해소한 것을 넘어 현지 생산공장이 없는 기업을 대상으로 위탁생산(CMO) 수주 기회도 얻게 됐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에 현지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고,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제품명 엑스코프리)를 수출하는 SK바이오팜은 최근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관세 불확실성에 대비해 이미 현지 공장의 FDA 승인 등 미국 내 생산을 준비해 온 만큼 이번 발표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FDA 승인을 받은 혈액제제 '알리글로'를 미국에 수출하는 GC녹십자는 상황을 주시하면서도 혈액제제는 미국 내에서 수요가 부족한 필수의약품인 만큼 세부적인 발표를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알리글로는 미국 현지 자회사 ABO홀딩스가 미국 혈액법에 따라 100% 미국산 혈장을 사용해 제조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명령에 따르면 완제품 구성물 중 미국산 원료의 비중이 20% 이상인 경우 비(非) 미국산 원료에 대해서만 관세를 부과한다고 명시돼 있는 만큼 관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FDA 승인을 받은 보툴리눔 톡신을 수출하는 기업들도 상황을 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보툴리눔 톡신 '보툴렉스'(미국제품명 레티보)를 수출하는 휴젤 관계자는 “현지 판매는 파트너사인 베네브가 담당하고 있다"면서도 “추후 구체적인 정책에 따라 대응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미국제품명 주보)를 수출하는 대웅제약 관계자 역시 “세부 내용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일단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주간증시] 연휴 앞둔 코스피, 단기 조정 불가피

코스피가 3400선을 내주며 급락한 가운데, 추석 연휴를 앞둔 다음 주 국내 증시는 차익 실현과 리스크 회피 심리가 확산될 전망이다. 미국 고용지표와 PCE 물가 등 주요 경제 이벤트를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6일 코스피는 전장 대비 85.06포인트(2.45%) 급락한 3386.05에 마감했다. 한 주간 수익률은 코스피 -1.72%, 코스닥 -3.23%로 모두 약세를 나타냈다. 한미 관세 협상 불확실성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발언, 1400원대로 오른 환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최근 미국 연준 주요 인사들의 금리 인하 신중론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요인이다. 증권가는 단기 조정 구간 진입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가 악재에 민감해진 상황에서 연휴 첫날 발표되는 미국 고용지표 결과에 따라 경계 심리가 높아질 수 있다"며 “코스피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1.1배까지 올라 단기 고평가 부담도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역시 다음 주 코스피 예상 밴드를 3200~3500포인트로 제시하며 단기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점쳤다. 주요 변수는 미국 경제지표다. 오는 10월 1일 발표되는 9월 ISM 제조업지수와 3일 발표되는 비농업 고용지표는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에 대한 기대를 좌우할 핵심 요인이다. 8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2.7%로 예상돼 전월(2.6%)보다 높을 전망이며, 예상치를 웃돌 경우 연준의 인하 속도가 더뎌지고 달러 강세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코스피에 단기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9월 말 예산안 처리 지연으로 인한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우려도 잠재적 위험 요인이다. 증권가는 조정 국면이 투자 기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한다. 파월 의장의 “주식시장 고평가" 발언이 1996년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의 '비이성적 과열' 언급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단기 조정이 나올 수 있지만 당시에도 지수는 일시 조정 후 상승세를 이어갔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됐고 빅테크의 AI 투자가 지속되고 있어 조정은 오히려 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 개선 흐름도 긍정적인 신호다. 2026년 코스피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263조원으로 2주 전 대비 3.7% 상향 조정됐다. 특히 반도체와 에너지 업종에서 실적 기대치가 크게 개선되고 있으며, 삼성전자의 HBM 출하 확대와 미국 빅테크의 AI 설비투자 지속이 반영됐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을 완화하고 지수 상승 여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이어졌다. 외국인은 지난주 삼성전자(1조2568억원), 두산에너빌리티, 삼성전기 등을 순매수하며 총 6351억원을 사들였다. 기관 역시 반도체를 중심으로 4369억원을 순매수했고, 개인은 1조261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증권가는 “외국인 수급이 반도체, 조선, IT하드웨어 업종에 집중되는 만큼 이익 기여도가 높은 업종 중심으로 대응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이경민 연구원은 “PER이 높아진 상황에서는 방어적 포지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고, 나정환 연구원은 “조정이 온다면 저평가 업종 중심의 분할 매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역시 “반도체, AI 소프트웨어, 로봇 등 실적 개선 업종 중심의 매수 대응이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연휴를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3400선 이상에서는 차익 실현과 현금 비중 확대에 나서고, 3200선 근처에서는 매수 기회를 모색하는 전략이 제시된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강찬수의 기후신호등] 글로벌 111개 기업의 기후 피해액 28조달러…기업 책임 묻는 시대 오나

공장 굴뚝에서 내뿜는 온실가스는 사방으로 흩어지지만, 기업의 책임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개별 기업이 수십 년 전에 배출한 온실가스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과거부터 배출해온 온실가스가 기후 재난을 악화시키고 사회·경제적 피해로 이어졌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규명되면서, 개별 기업이 그 피해에 책임을 져야 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등장한 새로운 과학적 방법론에 따라 기업별 배출이 특정 기후 재난과 경제적 손실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정량적으로 밝혀지기 시작하면서 법적·재정적 책임 논의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기업 배출, 어떻게 기후 재난으로 연결되나 새로운 과학적 접근은 '종단적 인과관계 분석(end-to-end attribution)'이라 불린다. 이 방식은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에서 시작해 기후 변화와 기후 재난, 그리고 경제적 피해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연결한다. 첫째, 각 기업의 배출량이 지구 평균 기온 상승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계산한다. 지난 4월 미국 다트머스대학 연구팀이 '네이처(Nature)'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방법이 소개됐다. 논문에서는 전 세계 111개 대기업을 선정해 100년 이상 축적된 배출량을 합산한 뒤, 기후모델을 통해 1850~2020년 사이 기후 요소에 미친 영향을 시뮬레이션했다. '만약 그 배출이 없었다면 어떻게 달라졌을까(but for)'라는 기준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둘째, 이렇게 추산된 온난화 기여도를 폭염과 같은 특정 재난에 연결했다. '감소된 복잡성 기후 모델(RCM)'을 활용해 기업별 배출이 1991~2020년 폭염 발생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고, 특히 연중 가장 더운 5일(Tx5d)의 기온 상승에 대한 기업별 기여도를 정밀하게 계산했다. 셋째, 재난의 사회·경제적 피해를 수치로 계산했다. 계량경제학적 분석을 통해 폭염이 초래한 소득 손실, 농업 수확량 감소, 사망률 증가, 국내총생산(GDP) 둔화 등을 추적했다. 다트머스대학 연구팀의 연구는 이런 과정을 거쳐 111개 화석연료 기업의 배출이 1991~2020년 전 세계 폭염과 국내총생산(GDP) 손실에 끼친 영향을 정량화했다. 연구팀은 “1850~2020년 사이 총 CO2 및 CH4 배출량에 기여도가 1%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1991~2020년 사이 극심한 더위로 인한 전 세계 경제 손실이 8340억달러(1169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1990~2020년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의 1%당 폭염으로 인한 세계 GDP 손실액은 약 5000억달러(약 701조원)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온실가스 1톤당 약 29.07달러(약 4만2000원)의 손실 책임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셰브론의 온실가스 배출이 1998년 인도 폭염에서만 19억달러 손실을 초래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 결과 111개 기업 배출로 인한 피해액은 28조달러(약 3경8864조원)에 달했고, 상위 5개 기업이 발생한 전체 피해의 35%를 차지했다. 상위 5대 배출 기업으로 인해 남미와 아프리카, 동남아시아에서 연간 GDP 감소가 1%를 넘어선 반면, 5개 기업의 본사가 있는 미국과 유럽은 극심한 더위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았다. 한편, 이 방법론의 등장은 기업의 기후 책임을 추상적으로 비난하는 데 그쳤던 수준에서 법정에서 다툴 수 있는 실증적 증거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네이처 논문이 드러낸 '기업 책임의 무게'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학 연구팀이 이달 초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는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연구팀은 180개의 '탄소 주요 기업(carbon majors)'을 대상으로 분석에 나섰다. 이 '탄소 주요 기업'에는 대형 화석 연료 및 시멘트 생산 기업뿐만 아니라 사우디 아람코, 가즈프롬과 같은 국영 기업, 중국의 석탄 생산 등과 같이 국가 단위의 생산 활동도 포함됐다. 연구진은 2000~2023년 발생한 213건 폭염을 분석한 결과, 약 25%는 '인간 배출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사건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요 에너지 기업들의 배출은 53건의 폭염 발생 가능성을 1만 배 이상 높였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이 연구는 '특정 기업의 배출이 특정 재난을 어떻게 심화시켰는가'를 구체적으로 밝혀낸 것이다. 4월 논문이 개별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이 초래한 구체적인 경제적 피해액을 산정하는 데 집중했다면, 9월에 발표된 이 논문은 개별 기업의 배출량이 특정 폭염의 발생 가능성과 강도에 미친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정량화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피해 액수보다는 폭염 발생 가능성을 얼마나 증가시켰느냐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취리히연방공대 연구팀은 향후 호수 산성화, 해수면 상승, 산불, 가뭄 등 다른 물리적 위험에 대해서도 유사한 프레임워크를 적용해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폭염만 기준으로도 엄청난 피해를 낸 것으로 추산됐는데, 홍수·가뭄·산불 등까지 포함하면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로 초래한 피해 규모는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1980년대부터 이미 온난화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무시하거나 정보를 은폐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기업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 기업도 계속 배출하다간 큰 코 다친다 한국 역시 이 논의에서 비켜갈 수 없다. 1990~2022년 한국의 누적 배출량은 약 203억톤으로 세계 12위를 차지했다. 기후솔루션은 4월 네이처 논문의 방법론을 한국에 적용했는데, 한국이 배출한 온실가스 때문에 발생한 폭염 피해액은 모두 5800억달러(약 78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기후솔루션은 국내 상위 10대 온실가스 배출 기업에 초점을 맞췄다. 2011~2023년 국내 10대 기업은 41억톤의 온실가스를 배출, 전체 배출량의 43.5%를 차지했다. 누적 배출량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업별 피해 유발 규모를 산출한 결과, 이들 기업로 인해 발생한 폭염 피해액은 1196억달러(약 161조원)로 추산됐다. 기후솔루션이 꼽은 국내 10대 주요 배출기업은 △주식회사 포스코 △한국남동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현대제철 주식회사 △삼성전자 주식회사 △쌍용C&E △포스코인터내셔널이다. 기업별로는 포스코가 281억달러(38조원), 한국전력공사 산하 5개 발전사가 합계로 729억달러(98조원)의 피해를 유발한 것으로 계산됐다. 더 큰 문제는 미래 전망이다. 현행 정책을 유지하는 시나리오(CurPol)대로면 2025~2050년 배출량은 178억톤, 피해액 5189억달러(7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반면, 탄소중립(Net-zero) 시나리오를 따른다면 108억톤의 배출량을 줄일 수 있고, 피해액 가운데 3142억달러(424조원)을 줄일 수 있다. 기후솔루션 임소연 연구원은 “이번 분석은 단순히 경각심을 주는 것을 넘어, 정책과 소송, 투자 판단의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다"면서 “이제는 배출량뿐 아니라 배출로 인해 발생한 피해도 기업의 책임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사법재판소(ICJ), 기업 책임 논의에 불을 붙이다 국제법적 차원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2025년 7월 국제사법재판소(ICJ)는 기후변화 대응을 모든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면서, “국가는 자국 기업과 개인의 배출을 감독할 주의 의무가 있다"는 권고적 의견을 내놨다. 구속력은 없지만, 국제 사법기구가 기후변화에 대해 처음 내놓은 공식 견해라는 점에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이 권고는 각국 정부의 책임을 강화하는 동시에 기업 규제를 불가피하게 만든다. 국가가 감독 의무를 게을리하면 국제적 책임의 1차 피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과 투자자들은 이를 법적 리스크로 간주해, 감축 로드맵이 부실한 기업에는 자본 비용을 높이고 계약에서 명확한 감축 이행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소송 사례도 등장했다. 독일 RWE를 상대로 한 페루 농부의 배상 청구는 기각됐지만, 법원은 기업 배출이 피해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네덜란드 항소법원은 쉘(Shell)에 대해 구체적 감축 명령은 취소했으나, 대기업이 기후위기를 억제할 '사회적 주의 의무'를 진다고 판결했다. 기업 책임이 법적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 기후 재해가 누적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기후 관련 소송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이후 전 세계에서는 매년 100건 이상의 기후 소송이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오리건주의 한 카운티는 2021년 태평양 쪽 북서부 지역의 폭염과 그로 인한 경제 손실과 건강 비용을 증폭시켰다는 이유로 여러 화석 연료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시와 로드아일랜드주도 유사한 소송을 제기했다. 지금까지 주요 탄소 배출 기업을 상대로 한 기후 책임 소송에서 승소한 사례는 없다. 하지만 이런 식의 연구가 계속되고, 기후 재난에 대한 책임 소재를 따지는 연구가 점점 더 정교하고 치밀해진다면, 온실가스를 배출한 기업도 그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보상금을 내놓아야 할 때가 언젠가는 올 수도 있다. 새로 개발된 과학적 방법론에 따라 기업 배출의 흔적을 정밀하게 추적하고, 피해를 수치로 환산해 '오염자 부담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제사법재판소의 권고는 기후 책임 논의에 새로운 법적 동력을 부여했다. 이제 기후 대응은 단순한 환경적 의무가 아닌 기업 생존의 조건이다. 배출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다. 머지않아 그것이 법정에서 기업 책임을 묻는 증거로 쓰일 가능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는 그런 날을 대비해서 기업은 지금부터 최선을 다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한국 기업들 역시 예외가 아니며, 감축 정책의 성패에 따라 수백조 원 규모의 손실을 피하거나 떠안을 갈림길에 서 있다. 기후솔루션 조정호 연구원은 “특정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이 폭염 등 기후 피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이러한 연구는 국가 차원을 넘어 기업에게도 배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구조가 처음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김동연 “한미 관세협상, 한국판 플라자 합의 안된다”...일본의 잃어버린 30년 데자뷰

경기=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7일 “미국과의 관세협상, 한국판 플라자 합의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날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이같이 언급하면서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경제전문가로서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김 지사는 글에서 “일본은 40년 전, 플라자 합의가 단초가 되어 '잃어버린 30년'을 보내야 했다"면서 “트럼프 정부의 일방적인 현금 대미투자 요구를 수용한다면 대한민국도 잃어버린 30년의 문을 열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김 지사는 이어 “무엇보다 3500억 달러 현금 조달은 불가능하다"며 “외환보유고 4100억 달러는 국가가 위기 시 쓸 수 있도록 준비해 두는 예비자산으로 미국 국채, 금, 외화예금, IMF포지션 등 다양한 금융상품 형태로 보유돼 있어 바로 꺼내 쓸 수 있는 현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특히 “3500억 달러 직접투자를 위한 외환보유고 사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김 지사는 아울러 “더 큰 문제는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3500억 달러 '선불(up front)' 발언으로 지난 금요일 원화 환율이 치솟고 국내 주식시장이 휘청거렸다. 무제한통화스와프 체결이 최소한의 방어장치인 이유"라고 한미 통화스와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 지사는 덧붙여 “투자 수익금 90% 미국 내 유보도 문제"라면서 “사실상 미국 영구채권을 사라는 것과 다름없다. 회수가 불가능한 구조에 투자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지사는 이와함께 “동맹국 '팔 비틀기'는 미국에게도 자해행위"라면서 “미국이 다시 위대해지려면(MAGA) 동맹국 '팔 껴안기'가 필요하다. 제로섬이 아니라 윈-윈으로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김 지사는 부연해서 “미국의 제조 르네상스는 한국의 제조역량과 결합되어야 가능하다"며 “대한민국만이 반도체, 이차전지, 자동차, 조선 등 미국이 원하는 모든 첨단 제조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우리의 역량을 자신했다. 김 지사는 그러면서 “지금 미국에 필요한 것은 '양적 투자'가 아니라 '질적 투자'"라면서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에 있어 방향을 잘 잡고 가고 있다. 통화스와프 요구는 매우 적절했다"고 정부의 협상 방식에 힘을 실어줬다. 김 지사는 “직접투자 규모는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투자 실행기간은 최대한 늘려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까지 협상해야 한다"먀 “대한민국 경제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협상"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김 지사는 끝으로 “정부 비판을 목적으로 수용을 압박하는 식의 정치공세가 아니라,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과 협상팀에 힘을 실어줄 때"라고 거듭 힘줘 말했다. 송인호 기자 sih31@ekn.kr

자연 속에서 울려 퍼진 목소리의 향연…제1회 계촌합창축제 27일 열려

평창=에너지경제신문 박에스더 기자 깊어가는 가을, 평창군 산골마을 계촌마을이 합창의 선율로 물들었다. '계촌클래식축제'로 널리 알려진 이곳에서 9월 마지막 주말(27일) 새롭게 마련된 '계촌합창축제'가 첫 무대를 열었다. '계촌클래식예술마을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된 이번 축제는 악기 연주 대신 오직 사람의 목소리로 하나 되는 합창의 매력을 담아냈다. 오후 2시, 계촌클래식공원에서는 축제의 열기를 더하는 프린지 공연이 펼쳐졌다. 30여 팀의 예선을 거쳐 선정된 소수의 아마추어 합창단이 무대에 올라 자연 속에서 하모니를 선보였다. 계촌별빛오케스트라의 축하 공연을 시작으로 원주캠버콰이어, 구미실버합창단,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 노원구립여성합창단, 단양드림합창단, 마포구립합창단 등 선발된 합창단들은 다채로운 무대를 꾸몄다. 단양드림합창단 소속 한 단원은 “합창은 저에게 작은 일탈과 같다"며 “오디션 없이 누구나 마음만 있으면 함께할 수 있고, 주 1회 연습으로 지친 일상을 회복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자연 속에서 합창을 하는 건 흔치 않은 경험이다. 소리가 흩어지는 어려움도 있지만 바람과 공기를 타고 전해지는 목소리가 더 편안하다"며 “계촌합창제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축제를 찾은 한 관람객은 “맑은 가을 하늘, 살랑이는 바람, 파란 잔디 위에서 듣는 합창의 울림이 마치 무릉도원에 온 듯하다"고 전하며 자연과 어우러진 무대에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오후 7시부터는 로망스 파크 무대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립합창단의 공연이 이어졌다. 웅장한 합창의 선율이 계촌마을의 가을밤을 물들이며 축제의 격을 한층 높였다. 피날레 무대는 출연진과 관객이 모두 함께 노래하는 '모두의 합창'으로 장식했다. 서로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순간, 현장은 감동과 환희로 가득 채워졌다. 올해 처음 열린 계촌합창축제는 클래식의 고장 계촌마을이 '합창의 마을'로 새롭게 발돋움하는 출발점이 됐다. 자연과 인간의 목소리가 어우러지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며, 앞으로 매년 가을을 수놓을 새로운 문화축제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박에스더 기자 ess003@ekn.kr

소방청 “국정자원 화재, 오후 6시 완전 진화”

정부 전산망 마비를 불러온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가 약 22시간 만인 27일 오후 6시께 완전 진화(완진) 됐다. 27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전소된 384개 배터리 가운데 절반이 넘는 212개를 밖으로 옮겼다. 이날 안에 반출 작업이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건물 내부는 송풍기를 이용해 연기를 빼는 배연 작업을 했으며, 5층 전산실에 화염과 연기가 모두 제거돼 재발화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완진을 선언했다. 소방과 경찰 등 관계기관은 조만간 합동 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할 예정이다.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은 “이번 화재로 인한 국민 불편이 신속히 해소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조해 복구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6일 오후 8시 20분께 대전 유성구 화암동 국가정보자원관리원 5층 전산실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폭발로 불이 나 9시간 50분 만인 이날 오전 6시30분께 큰 불길이 잡혔다. 불은 배터리 교체 작업을 위해 전원을 차단하던 도중 발생했으며, 이 과정에서 작업하던 업체 직원이 얼굴과 팔에 1도 화상을 입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방통위 폐지법, 與 주도로 국회 통과

방송통신위원회를 폐지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법안이 여당 주도로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이 공포되면 이진숙 현 방통위원장은 임기와 관계없이 면직된다. 국회는 27일 오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을 재석 177명 중 찬성 176명, 반대 1명으로 처리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범여권 정당들은 찬성표를 던졌고,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법안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은 표결 참여를 거부했다. 법안에 따르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대통령 소속 중앙행정기관으로 현재 방통위 역할뿐 아니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담당하는 유료방송·뉴 미디어 등 관련 정책까지 폭넓게 맡는다. 방통위, 과기정통부로 이원화된 방송 분야 정책 체계를 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다. 위원회는 위원장, 부위원장, 상임위원 1명, 비상임위원 4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대통령이 위원 위원장 포함 2명을 지명하고, 여당과 야당이 각각 2명, 3명의 위원을 추천하도록 해 위원회 내 여야 구도는 4대 3이 된다. 방통위는 상임위원 5인 체제로 여야 3대 2 구도이다. 법안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로 개편하고 심의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를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서울세계불꽃축제 개막…서울시, 공식 유튜브서 생중계

27일 저녁 '2025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열리는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 대규모 인파가 모였다. 불꽃축제가 생중계되는 서울시 공식 유튜브 채널에도 불꽃쇼 관람을 위해 사람들이 속속 입장하고 있다. '서울세계불꽃축제'는 한화그룹이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해마다 진행하는 행사다. 올해 축제에는 100만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불꽃쇼는 오후 7시 20분부터 8시 30분까지 약 70분간 이어지만, 행사 시작 3시간여 전부터 이곳 일대에 수많은 인파가 모여들었다. 경찰은 인파 밀집이 예상되는 여의도한강공원 천상계단, 마포대교 북단 나들목, 거북선나루터, 용양봉저정공원에 경력을 대거 배치했다. 기동대 2200여명(37개 부대)과 기동순찰대 100여명(22개팀)을 포함한 3400여명이 질서 유지에 투입됐다. 경찰은 축제를 보기 위해 한강 교량이나 강변북로·올림픽대로 등 자동차 전용대로에 불법 주·정차하는 차량에 대해 강력 단속할 예정이다. 축제가 끝난 뒤 여의나루역 등 일부 역은 인파 밀집 정도에 따라 출입 통제나 열차의 무정차 통과가 예상된다. 경찰은 여의나루역 인근에 지난해 도입한 고공 관측장비를 배치해 인파 혼잡 상황을 면밀히 살피기로 했다. 서울시는 공식 유튜브채널을 통해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생중계 하고 있다. 오후 7시 기준 약 6000여명이 시청 중이다. 한편 이날 불꽃에는 이탈리아와 캐나다, 한국이 참가한다. 한국(한화) 불꽃쇼는 오후 8시부터 30분 간 이어질 예정이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포항시, 행정정보시스템 중단에 긴급 대응체계 가동

정부24·무인민원발급 중단…민원 불편 최소화 총력 현장 오프라인 창구 운영·SNS 활용 대체 서비스 안내 중앙부처·경북도와 협력해 행정 공백 차단 포항=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주요 행정정보시스템 일부가 멈추자 포항시가 즉각 긴급 대응에 나섰다. 민원 서비스와 대시민 행정에 차질이 우려되는 가운데 시는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즉각 대응책을 마련했다. 포항시는 27일 열린 긴급 대책회의에서 △민원 불편 최소화 △대체 서비스 제공 △재난 상황 장기화에 대비한 단계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장상길 부시장은 “시민들의 행정서비스 이용에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 부서가 긴밀히 협력해 신속히 대응하라"며 “현장에서 즉시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시민 불편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선제적으로 조치하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시 홈페이지와 SNS를 통한 민원 신청 안내, 정부24·무인민원발급기 중단에 따른 오프라인 접수 창구 운영, 비상 연락체계 강화, 유관기관 협력 방안 등이 집중 논의됐다. 특히 민원 현장에서 즉시 대체 가능한 서비스 체계를 마련해 시민 불편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포항시는 앞으로도 중앙부처와 경상북도 등과 협력해 행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시스템 정상화 전까지 시민 편의 확보에 행정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더라도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모든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손중모 기자 jmson220@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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