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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전력난, 원전 수소로 푼다”…재생에너지 한계 극복 제언

장주기 수소 저장 기술과 원전 연계 수소 생산 등을 반영해 에너지 시스템 전반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특히 간헐성이 큰 재생에너지 발전을 보완하기 위해 수소를 활용하고,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배관망 등 기반시설을 조속히 구축하고 생산과 소비를 연계하는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너지학회와 한국수소 및 신에너지학회, 한국수소연합,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은 13일 서울 역삼동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공동 주최·주관으로 'AI 시대 전력시스템 대전환과 수소의 역할' 포럼을 개최했다. 박은덕 한국에너지학회 회장은 '3대 메가프로젝트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전력수요 대응과 무탄소 전력시스템 전환 방안'을 주제로 발표하며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시설에 24시간 안정적으로 무탄소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발전설비를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원과 계통, 수요관리를 아우르는 에너지시스템 전반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재생에너지 보급 과정에서 수소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강조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계절과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출렁이므로, 그만큼을 다른 발전원으로 대체하거나 대규모로 전력을 저장해야 한다. 이에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저장할 장치가 필요한데, 기존 에너지저장장치(ESS)보다 수소가 계절 단위로 장기간 전기를 저장할 수 있다. 박 회장은 “재생에너지의 계절적인 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수소가 매우 중요하다"며 “아울러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소규모의 친환경 시장에서 경제성 확보가 가능한 모빌리티 시장에 접근하고, 향후 대규모 그린수소가 나왔을 경우에는 수소 혼소 발전이나 수소 전소 가스 발전 또는 산업용 원료에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종배 대한전기학회 회장(건국대 교수)은 재생에너지를 경제적으로 운용할 기술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원자력 발전을 연계한 수소 생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하는 수소가 재생에너지 기반 청정수소에 해당해 가격이 kg당 1만원을 상회하기 때문이다. 결국 전력 생산 비용이 kWh당 60원대로 저렴한 원자력 발전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 최선의 해법이라는 것이다. 박 회장은 “수소를 저렴하게 확보할 방안은 원전 수소밖에 없다.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수소 생산은 장기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연성을 확보하지 않은 연료전지도 봄과 가을철 전력계통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수소도 급전 가능한 자원이라는 전제 아래에서 전력망에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장점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에 이용하려면 수소 저장과 운반, 사용 전반에 걸친 기반시설(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특히 수소를 생산한 곳에서 이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자는 '지산지소' 방식부터 시작하자는 것이다. 박진남 한국수소 및 신에너지학회 회장은 “5개 지역을 중심으로 수소를 육성하는 중국과 달리 한국은 국토가 작아 더 체계적인 에너지 스택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회장은 “수소 저장을 위해 배관망 구축을 선행하고, 특히 생산지·배관망·수요처 각각의 수소 저장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구축한 배관망의 활용도를 제고하기 위해 이와 연계한 추가 배관·설비 구축이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관영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글로벌탑 청정수소 저장·활용 전략연구단 단장은 '재생에너지의 안정적 확대·보급을 위한 수소 기반 에너지 장주기·대용량 저장(HESS) 기술의 필요성과 경쟁력'을 발표했다. 이 단장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일·계절 단위의 전력수급 불균형에 대응하기 위해 대용량·초장주기 저장 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 단장은 “수소는 (저장 시설에) 담을 수 있어 주요 발전원의 출력 조정 발전을 가능하게 한다"며 “수전해와 수소터빈·연료전지를 이용한 유연성 동기화 발전과 원전·H2ESS(수소 이용 에너지저장장치) 활용에 따른 기저발전 유연성 증대에도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배터리, 양수발전 등 기존 저장수단과 HESS 등 수소 기반 저장 수단의 기술과 경제성 특성을 비교·분석해, 각 수단에 적합한 역할과 비즈니스모델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승현·이현진 기자 jrn72benec@ekn.kr

고려대·순천향대병원 연구팀, 재발성 방광염의 숨은 원인균 규명

고려대학교와 순천향대학교병원 공동 연구팀이 재발성 방광염의 숨은 원인균 규명에 성공했다. 두 대학의 공동 연구팀은 재발성 방광염 환자 131명의 소변을 분석한 결과 대장균과 함께 '가드너렐라 피오티'(Gardnerella piotii)라는 세균이 자주 관찰된다는 점에 주목해 상호작용 기전을 밝혀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드너렐라 세균은 '숙신산'(succinate)이라는 대사물질을 밖으로 내뿜는다. 이 숙신산이 방광 세포의 특정 수용체(GPR91)를 자극하면서 방광 표면에 단백질인 '유로플라킨'이 평소보다 훨씬 많이 만들어진다. 유로플라킨은 본래 방광을 보호하는 단백질이지만 대장균은 갈고리 모양의 구조물(fimbriae)을 이용해 달라붙는 특성이 있다. 이로 인해 방광 표면에 대장균이 잡고 올라탈 수 있는 '손잡이'가 수없이 늘어나 감염에 훨씬 취약해진다. 연구팀은 유전자 조작으로 해당 수용체를 제거한 세포 실험에서 이러한 감염 촉진 현상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확인해 해당 신호 전달 경로가 재발의 핵심 기전임을 증명했다. 방광 내부의 미생물 균형을 바로잡아 감염을 막는 방법도 확인됐다. 건강한 여성의 소변에 존재하는 유익균인 '락토바실러스 크리스파투스'(Lactobacillus crispatus), '젖산'(lactate)을 투여하자 대장균 감염이 크게 줄었다. 이는 방광 내 미생물 생태계가 깨지면 병을 유발하지만 유익균을 활용해 생태계를 복원하면 다시 건강한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차세대 의약품 개발의 유망 분야인 마이크로바이옴(인체 내 미생물 총칭) 연구를 기존 장 질환, 대사질환 등에서 방광염 분야로 확대했다는 의미도 있다. 연구를 이끈 최해웅 고려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재발성 방광염은 단일 병원균의 문제라기보다 여러 미생물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생태계 변화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항생제에만 의존하는 기존 치료를 넘어 요로 마이크로바이옴을 조절하거나 신호 전달 경로를 차단하는 새로운 예방 및 치료 전략 개발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고려대 박사과정 이호영·김민중 씨가 공동 제1저자로, 최해웅 교수와 김영호 순천향대병원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미생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에 8월5일 자로 게재됐다. 백솔미 기자 bsm@ekn.kr

[단독]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사업인정’…1.8조 사업 본궤도

총사업비 1조8000억원대가 투입되는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사업이 토지보상과 공사 착수를 위한 본격적인 행정 절차에 들어간다. 정부가 사업인정 고시를 통해 사업 추진에 필요한 토지 수용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면서 장기간 추진돼 온 국립중앙의료원 이전 사업도 한 단계 진전될 전망이다. 13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교통부는 오는 14일 관보를 통해 국토교통부 고시 제2026-437호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및 중앙감염병병원, 중앙외상센터 건립사업'에 대한 사업인정을 고시한다. 사업인정은 공익사업 시행자가 사업에 필요한 토지를 취득하거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토지보상법상 절차다. 사업시행자가 토지 소유자 등과 우선 협의보상을 진행하되 협의가 성립하지 않을 경우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수용재결을 신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토지보상법상 사업인정을 받아야 향후 협의보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수용이 가능해진다"며 “수용권이 생겼다고 곧바로 수용하는 것은 아니고 사업시행자가 우선 협의보상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상가격 등의 문제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병원 건립에 필요한 토지에 대해 수용 절차를 밟을 수 있다"며 “사업인정 고시가 이뤄져야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수용재결을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고시는 향후 사업 추진을 위한 일종의 '출발선'이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사업인정 고시가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으로, 이제 후속 절차를 하나씩 진행하게 된다"며 “어떻게 보면 사업 추진의 스타트를 끊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에는 사업시행자가 사업계획에 따라 토지 소유자 등과 협의보상을 진행하고 필요한 토지의 취득을 마친 뒤 공사 착수 절차로 넘어가게 된다. 협의보상이 성립하지 않는 토지는 수용재결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통상 보상이 이뤄져야 착공이 가능하다"며 “사업인정 고시 이후 사업계획에 따라 보상 등의 절차를 진행하고 착수 시점을 정하면 공사에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인정 대상 토지의 구체적인 면적과 필지, 사유지 포함 여부 등은 14일 공개되는 고시문에 담길 예정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사업은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현 국립중앙의료원을 중구 방산동 미 공병단 부지로 옮겨 국가 중앙병원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이다. 새 의료원에는 국립중앙의료원 본원과 중앙감염병병원, 중앙외상센터가 함께 들어선다. 사업 규모는 본원 526병상, 중앙감염병병원 150병상, 중앙외상센터 100병상 등 총 776병상이다. 총사업비는 1조8345억원으로 확정됐다. 정부는 실시설계와 보상 등 후속 절차를 거쳐 2027년 하반기 착공하고 2031년 완공한다는 목표다. 이번 사업인정 고시가 이뤄지면 사업시행자는 사업에 필요한 토지 등에 대해 협의보상을 진행하고, 협의가 성립하지 않을 경우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수용재결을 신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게 된다. 사업인정 대상 토지의 면적과 필지 수 등 구체적인 내용은 14일 관보에 게재되는 고시문을 통해 공개된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8.13 대책 일문일답] 미공개 신규택지 7.3만호 입지 확정…정부 “지자체 협의 끝나”

정부가 8·13 주택 공급대책을 통해 수도권에 추가 공급하는 23만호+α 가운데 2030년 이전 추가 착공 물량은 현재 약 12만호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신규 공공주택지구 10만호+α 가운데 이날 공개되지 않은 7만3000호+α는 이미 지방정부와 협의를 마쳤으며, 주민공람 등 행정절차가 끝나는 대로 순차적으로 공개한다. 미공개 후보지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포함될 가능성도 시사했다. 정부는 서울 전역과 서울 인접 수도권 그린벨트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것과 관련해 “그것을 보고 유추해서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입지는 공공주택법상 절차 등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발표한 뒤 “국토부가 가진 모든 자원을 가지고 '영끌'해서 준비했다"며 “앞으로도 지방정부, 서울시와 잘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장관과 국토부 관계자들과의 일문일답. -이번 대책에서 제시한 23만호+α 가운데 2030년 이전 실제 추가 착공되는 물량은 얼마나 되나. “(김윤덕 장관) 23만호+α로 전체적으로 설계돼 있다. 2030년 이전 착공만 따로 빼면 약 12만호 정도로 예상한다. 다만 우수 입지 신규택지로 준비 중인 게 10만호+α인데 이 중 입지를 공개한 2만7000호를 제외한 나머지는 지구 지정 단계에서 논의해야 구체적인 착공 물량이 나온다. 현재로서는 23만호 초과 공급 가운데 2030년 이전 12만호이고 신규택지 10만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진행 이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존 135만호와 1·29대책, 이번 대책을 합치면 150만호가 넘는 물량을 준비하고 있다." -신규택지 10만호+α 가운데 7만3000호+α의 입지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김 장관) 이미 지방정부와 협의는 끝났다. 실제 진행도 분명하다. 다만 발표하지 못하는 행정 실무 절차가 있다. 절차를 밟으면 자연스럽게 공개될 것으로 본다." “(주택공급추진본부장) 지방정부와 합의됐다고 바로 발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민공람과 관계기관 협의 등 절차가 중요하다. 최대한 단축해 빨리 발표하겠다. 오늘 공개한 2만7000호는 그런 절차를 거쳐 발표한 것이다." -서울 그린벨트 전역과 서울 인접 수도권 그린벨트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추가 신규택지에 그린벨트가 포함됐다는 의미인가. “(김 장관) 일단 저희가 묶었기 때문에 그것을 보고 유추해서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 시장에서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어 신중하게 말씀드리는 것이다. 다른 준비가 미비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확정적이고 이미 지방정부와 합의가 끝났다. 행정 실무 절차 때문에 공개만 늦춰지고 있다." -서울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이번 발표에서는 구체적인 입지가 나오지 않았다. “(주택공급추진본부장) 구체적으로 된다, 안 된다고 말씀드릴 수 없다. 지방정부와 합의가 되더라도 발표 전까지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 없도록 공공주택법에 규정돼 있다." -이번 공급대책이 주택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나. “(김 장관) 이번 공급 발표에 대해 상당히 신뢰해주셨으면 좋겠다. 상당 부분 주택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대통령께서 저한테 '이재명 정부는 집 못 지어서 미쳤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어야 하고, 그에 따른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짜야 한다고 했다. '마른 수건을 짜듯이 짜야 한다'는 게 대통령 지시사항이었다. 국토부 차원에서는 저희가 가진 모든 자원을 가지고 '영끌'해서 준비했다. 그린벨트가 중요하다는 서울시장 말씀에는 동의한다. 다만 우리가 집을 짓겠다고 하는 것은 3·4등급의 이미 훼손된 부분과 관련해서 하겠다는 것이다." -공공택지 발표부터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68개월에서 37개월로 줄이면 주민 반발이나 보상 문제로 계획보다 늦어질 가능성은 없나. “(주택공급추진본부장) 37개월은 표준모델로 제시한 것이다. 주민의 강력한 반발 등이 있는 경우 일부 변동이 있을 수 있다. 적극적으로 보상에 응할 수 있도록 협조장려금 등 인센티브도 마련해 반대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남양주 같은 대규모 택지도 실제 37개월 안에 착공할 수 있나. “(주택공급추진본부장) 대규모 택지에 적용되는 모델이 37개월이고 남양주도 이에 따라 추진한다. 다만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단축하는 내용의 공공주택법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않았다. 그 법이 통과돼야 실제 37개월이 가능하다. 통과되지 않으면 44개월이 걸린다." -보상 기본조사를 토지주가 거부하면 사업시행자가 확보한 자료로 갈음하도록 하는 것이 재산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김 장관) 원칙이 있고 현실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속도감 있게 진행하자는 취지는 분명하다. 개인 소유권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과하게 진행되면 문제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운영 과정에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주택공급추진본부장) 기본조사에 협조하지 않더라도 이후 감정평가와 협의매수 등을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절차가 있다. 협의보상 기간도 토지보상법상 30일 이상이라는 규정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LH가 관행적으로 60일을 적용해온 것을 30일로 하는 것이다. 기간 단축과 함께 토지주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기존 1·29대책에서 발표한 용산국제업무지구와 태릉CC, 과천 경마장 등은 지방정부와 갈등이 있는데 실제 착공을 앞당길 수 있나. “(주택공급추진본부장)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서울시와 여러 채널로 계속 협의하고 있다. 입장 차이가 있었던 것도 맞지만 좁혀가고 있다. 서울시도 신속한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어 이견을 빨리 협의해 결론 내리겠다. 태릉CC는 관계부처 협의가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범정부 점검체계도 총리 주재로 격상되면서 2029년 착공으로 당겼다. 과천 경마장 역시 9월까지 농식품부 주관으로 새로운 이전지를 선정할 예정이다. 과천시가 교통 문제 등을 지적하고 있는데 선제적인 교통개선대책을 마련해 설득해 나가겠다." -용산공원도 주택 공급 후보지로 검토하나. “(주택공급추진본부장) 서울시와 협의가 되지 않으면 공급할 수 없다. 좋은 입지의 국유지이고 현재의 절박한 상황을 고려하면 공급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서울시와 협의가 필요한 만큼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갈 생각이다." -신규택지 물량 상당 부분이 남양주에 집중됐다. 왕숙신도시까지 고려하면 교통 부담이 커질 수 있는데. “(주택공급추진본부장) 남양주가 워낙 커서 왕숙과 이번 신규택지를 하나로 엮어 볼 지역은 아니고 별도로 봐야 하는 측면이 있다. 당연히 별도의 광역교통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남양주시에서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어 지방정부와 협의해 최대한 맞춰드리겠다."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대책에서 추가 용적률 상향이 빠졌다. 용적률 완화 없이 사업성을 개선할 수 있나. “(주택공급추진본부장) 이번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을 만들면서 가장 방점을 둔 것은 속도다. 절차 단계별로 병목이 되는 부분을 풀고 단축할 수 있는 부분은 단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용적률 완화는 사업성에는 도움이 되지만 속도 제고에 대해서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용적률을 높이면 지방정부와 기부채납 협의가 필요하고 주민 간 갈등 등으로 시간이 더 걸리는 사례도 상당히 많다. 이번에는 속도에 방점을 뒀고 추가적인 부분은 계속 검토할 계획이다." -전월세 안심신탁이 결과적으로 갭투자를 막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나. “(김 장관) 많은 고민과 토론을 거쳐 마련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상당히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고 세입자는 신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조사해보니 임대인의 20% 내외가 실제 관심을 표명했다. 전체 시장을 좌우하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상당 부분 전세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간접적으로는 갭투자를 막을 수 있는 효과도 있지 않겠느냐는 게 국토부의 생각이다."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신탁하는 방식에 참여할 유인이 있나. 참여 의사를 밝힌 20%는 임대인인가. “(주택토지실장) 임대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다. 수익률 등 여러 조건을 제시했을 때 참여 의사를 물었다. 임대인은 공실률을 낮추고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고 임차인은 전세사기에 휘말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반환보증에 별도로 가입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도 있다." -전세보증금 운용수익으로 제시한 4~5%의 근거는 무엇인가. “(주택토지실장) PF보증 대출 등에 투자할 예정인데 PF보증 금리가 4~5% 수준이어서 그 수익은 확정적으로 발생하는 부분이다. 여기에 대한 세제 혜택도 협의하고 있다. 전월세전환율과 비교해도 4~5%면 수익이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집주인이 직접 세입자를 찾는 부담과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다만 선택의 문제인 만큼 임대인과 임차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충분한 인센티브를 갖춘 사업구조를 만들겠다."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기존 1.5%에서 3% 수준으로 높이는 것은 사실상 대출규제 완화 아닌가. “(금융위)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은 3%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의미다. 최근 주택거래와 자산시장 상황, 연말까지 예상되는 대출 수요 등을 고려해 조정한 것이다. 이를 주택금융 정책이 완화 기조로 전환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LTV·DSR 등 핵심적인 가계부채 관리 규제는 그대로 유지한다. 다만 주택 공급과 청년·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에게 필요한 금융은 지원하겠다는 원칙이다." -입주를 앞둔 단지에서 은행 대출한도 부족으로 잔금대출 '선착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조정으로 개선될 수 있나. “(금융위) 늘어난 가계대출 관리 여력 안에서 입주를 앞둔 실수요자가 대출 때문에 불편을 겪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과 관련 회의를 열어 이번 조정 방향을 설명하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잔금대출 등의 애로사항도 점검할 계획이다." -캠코 PF 정상화지원펀드를 확대하면 사업성이 낮은 사업장까지 정책자금으로 연명시키는 것 아닌가. “(금융위) PF 구조조정과 재구조화를 거치면서 전체 PF 규모와 유의·부실 우려 사업장은 감소하고 있다. 다만 일부 사업장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캠코 PF 정상화지원펀드는 부실 사업장을 무조건 살리는 것이 아니라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장에 자금을 투입해 사업성을 개선하고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기존 약 1조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약 7300억원을 투입했고 이를 통해 약 3300호의 주택 착공으로 이어진 것으로 평가한다." -캠코 PF 정상화지원펀드 3조원은 어떻게 조성하나. “(금융위) 총 3조원 가운데 재정 지원 약 1조5000억원, 민간 금융권 약 1조5000억원을 통해 조성할 계획이다. 실제 사업장에 펀드 자금이 투입되면 다른 금융기관의 추가 대출과 투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개별 금융회사별 출자 목표를 정해놓고 있지는 않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그리드위즈, AI 데이터센터 공략…SMR 기반 전력·냉각 솔루션 개발 나서

에너지테크 기업 그리드위즈가 소형모듈원자로(SMR) 전문기업 알엑스와 손잡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 소비자를 위한 전력·냉각 통합 솔루션 개발에 나선다. 그리드위즈는 지난 11일 알엑스와 이 같은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3일 밝혔다. 협약 기간은 체결일로부터 2년이며 양사 합의에 따라 연장할 수 있다. 이번 협약은 알엑스의 SMR 설계·인허가 역량과 그리드위즈의 전력망 유연성 기술을 결합해 AI 데이터센터를 대상으로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마련됐다. AI 산업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냉각을 함께 고려한 에너지 솔루션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양사는 SMR을 기저전원으로 활용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반응(DR), 가상발전소(VPP) 등 전력망 유연성 자원을 연계한 통합 전력 공급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열공급 SMR에서 발생하는 저온 열원을 데이터센터 냉각에 활용하는 전력·열 통합 운영 모델도 함께 개발한다. 이를 토대로 AI 데이터센터의 전력과 열을 통합 관리하는 에너지 최적화 시스템과 실증사업을 공동 추진하고, 향후 SMR과 분산에너지를 연계한 사업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한다. 그리드위즈는 이번 협약을 계기로 기존 재생에너지와 ESS·DR·VPP 중심의 사업 영역을 SMR 기반 대규모 전력 공급 분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양사는 향후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공급뿐 아니라 전력과 열을 통합 운영하는 에너지 관리·최적화 사업 모델을 발굴해 국내외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숨통 트인 전력 수급…폭염 기세 꺾이고 SMP도 140원대 안정세

전국을 달구던 극한 폭염의 기세가 한풀 꺾이면서 전력 수급도 비교적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90기가와트(GW)를 넘나들던 최대전력수요가 80GW대로 내려온 데 이어 치솟았던 전력도매가격(SMP)도 kWh당 140원대로 낮아졌다. 13일 전력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최대전력수요는 83.7GW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최대전력수요는 지난 5일 93.3GW에서 6일 95.0GW, 7일 95.3GW까지 치솟았다. 주말인 8~9일에는 공장 가동 감소 등의 영향으로 각각 82.1GW, 78.8GW까지 낮아졌다. 이후 평일인 10일 89.0GW, 11일 86.7GW, 12일 83.7GW를 기록하며 90GW를 밑돌았다. 전력당국은 이날 최대전력수요 역시 오후 5~6시께 86.4GW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해당 시간대 공급예비력은 20.25GW로 예상돼 전력수급은 '정상'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폭염으로 상승세를 보였던 SMP도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다. SMP는 지난 1일 kWh당 147.8원에서 3일 152.6원으로 150원선을 넘어선 뒤 7일에는 155.8원까지 상승했다. 이후 10일 153.5원, 11일 154.4원을 기록했지만 12일 149.54원으로 140원대로 내려왔다. 이날 SMP도 kWh당 147.4원으로 나타났다. 전력수요와 SMP가 동반 하락한 것은 전국을 강타했던 극한 폭염의 기세가 누그러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7일에는 서울에서도 기온이 40도를 넘어서는 관측지점이 나왔다. 기상청 자동기상관측장비(AWS)에 따르면 7일 오후 3시28분 서울 노원구의 기온은 40.2도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후 기온이 평년 수준으로 내려오면서 냉방을 중심으로 한 전력수요도 감소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12일에는 우리나라 북동쪽에 위치한 고기압에서 차고 건조한 공기가 유입되면서 더위가 일시적으로 누그러졌다. 기상청 관계자는 “어제(12일) 우리나라 북동쪽에 있던 고기압에서 차고 건조한 공기가 머무르면서 다소 선선하게 느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폭염특보가 발표된 지역이 다시 늘어나면서 일부 지역에서 체감온도가 33도 안팎까지 올랐지만, 15~17일 사이 흐린 날씨와 소나기 등의 영향으로 기온이 다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광복절 연휴인 15~17일 서울 최고기온은 30~31도 수준까지 떨어진다. 다만 극한 폭염이 완전히 지나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음 주에는 한반도 주변 태풍 등 저기압이 소멸하면서 기압계가 다시 정리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후 고기압의 발달과 위치에 따라 폭염이 다시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전력수요 역시 기온 변화에 따라 재차 상승할 수 있어 이달 하순까지 전력수급 상황에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정부, 수도권 23만호+α 공급…그린벨트 풀고 3기 신도시 9만호 조기 착공

정부가 수도권에 23만호 이상의 주택을 추가 공급하고 3기 신도시 등 기존 공공택지 8만9000호의 착공 시기를 1~2년 앞당긴다. 서울 강서와 경기 남양주·광주 등 2만7000호를 시작으로 역세권 등 입지가 우수한 지역에 신규 공공택지 10만호 이상을 공급하고, 이미 훼손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민간 공급을 끌어내기 위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과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 비아파트 규제 완화 등 금융·세제 지원도 총동원한다. 전문가들은 공급 확대 방향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실제 착공과 입주가 얼마나 빠르게 이뤄지느냐가 정책 성패를 가를 것으로 봤다. 정부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억원 금융위원장, 임기근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과 금융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공급 물량 자체를 늘리는 동시에 실제 착공 시점을 앞당기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는 인허가와 보상, 택지 조성 등 순차적으로 진행하던 절차를 병행해 공공택지 후보지 발표부터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기존 평균 68개월에서 37개월 이내로 줄이기로 했다. 이를 통해 3기 신도시 등 기존 공공택지 8만9000호를 당초 계획보다 1~2년 앞당겨 착공한다. 이 가운데 4만1000호는 당초 2031년 이후 착공 예정이던 물량을 2030년 이전으로 당긴다. 보상·이주 기간도 기존 44개월에서 24개월로 단축하고 환경·재해영향평가, 문화재 조사, 오염토 정화 등 현장 지연 요인도 함께 손질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번 대책은 공급량 확대보다 공급 속도 혁신에 방점이 찍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새로운 택지를 발표하는 것보다 이미 사업이 진행 중인 3기 신도시와 공공택지의 착공을 앞당기는 것이 실제 공급 체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신규 공공택지도 10만호 이상 확보한다. 정부는 우선 서울 강서 염창공원과 남양주 도심, 경기 광주역세권2 등 3개 지구에서 2만7000호를 공급하고 3~4년 안에 착공한다는 목표다. 나머지 7만3000호+α 후보지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김 장관은 “7만3000호 물량은 이미 지방정부와 협의가 끝났다"며 “주민 공람 등 행정 실무절차 때문에 공개만 늦춰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신규 택지 발표에 따른 투기를 막기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강도 높은 투기 방지책도 병행한다. 그린벨트 활용에도 적극적인 입장을 내놨다. 김 장관은 “그린벨트를 잘 보존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정부가 집을 짓겠다고 하는 곳은 이미 상당히 훼손된 3·4등급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집을 지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그린벨트도 과감하게 해제해 주택 공급을 더욱 적극적으로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용산공원 주택 공급 가능성도 열어뒀다. 국토부는 용산공원에 대해 입지가 우수한 만큼 주택 공급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서울시와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역시 서울시와 여러 채널을 통해 협의 중이다. 도심 공급의 핵심인 재개발·재건축에도 속도를 낸다. 정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 정비사업 약 23만4000호가 정상적으로 착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조합설립 동의율을 75%에서 70%로 낮추고 신속 사업장에는 이주비 대출 개선과 공공기여 임대주택 인수가격 상향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특히 이주비 대출 LTV 산정방식을 종전자산가액뿐 아니라 종후자산가액까지 고려하도록 개선하고 추가 이주비 대출 보증상품도 신설한다. 이주비와 중도금·잔금대출 등 신규 주택 공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출은 금융회사의 가계대출 총량관리에서 별도로 관리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난달 부동산 토론회에서 제기됐던 정비사업 이주비 대출과 잔금대출 완화 등 요청 사항이 많이 반영됐다"며 “수도권 공급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민간 부문의 활성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정부가 인식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민간 주택사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PF 지원도 확대한다. 정부는 HUG·HF의 PF 보증 규모를 올해 23조원에서 2027년 33조원, 2028년 30조원 수준으로 확대한다. 인허가와 PF 보증 심사를 동시에 진행하는 원스톱 심사를 도입하고 캠코 PF 정상화 지원펀드와 금융권 신디케이트론도 확대한다. 함 랩장은 “사업성이 있어도 공사비와 금융비용 때문에 착공하지 못하는 사업장이 많은 만큼 PF 보증 확대는 '돈이 없어 착공하지 못하는 사업장'을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사업성이 낮은 사업장까지 정책금융으로 연명시키는 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며 옥석 가리기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비아파트 공급 확대도 병행한다. 정부는 오피스텔과 다세대·다가구 등 공급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주택의 건축면적과 층수, 일조 규제를 완화하고 주택도시기금 지원을 확대한다. 신축 일반주택에 대한 임대사업자 LTV도 완화해 민간 사업자의 자금 부담을 낮춘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비교적 빠른 시일 안에 공급할 수 있는 비아파트 규제 완화는 시의적절하다"며 “무주택 서민들의 공급 불안이 해소될 수 있도록 얼마나 속도감 있게 개발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년과 실수요자 지원도 강화한다. 정부는 기존 LTV·DSR 등 핵심 대출 규제는 유지하되 청년·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및 전월세 자금은 위축되지 않도록 지원한다. 보금자리론 소득 요건을 손질해 혼인 이후 정책대출 대상에서 탈락하는 이른바 '결혼 페널티'를 완화하고, 공공분양의 약 15%는 지분적립형이나 수익공유형으로 공급한다. 다만 금융완화가 실제 공급보다 먼저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함 랩장은 “실제 공급이 늘어나는 데는 2~3년이 걸릴 수 있지만 금융이 풀린다는 기대는 시장에 바로 반영될 수 있다"며 “강남·한강변 등 사업성이 높은 정비사업 지역의 기대감을 높여 일부 가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이번 대책의 성패가 '23만호+α'라는 숫자보다 실제 착공과 입주 속도에 달렸다고 입을 모았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개발 진행 과정을 국민들에게 수시로 공개해 공급 확대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함 랩장도 “공급대책의 패러다임을 새로운 땅을 발표하는 것에서 이미 있는 사업을 최대한 빨리 주택으로 바꾸는 것으로 전환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서울 핵심지역의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만큼 단기적으로 가격 상승 압력이 쉽게 사라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범정부 주택 신속공급 점검회의를 신설하고 사업별·지구별 추진 상황을 주 단위로 관리하는 '주택공급 상황판'을 설치할 예정이다. 결국 이번 대책은 공급계획을 실제 착공으로 바꾸는 '속도전'이 핵심이다.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만큼 빠르게 첫 삽을 뜰 수 있느냐가 향후 수도권 주택시장 안정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농협은행, 지역기업 금융 부담 완화…1500억 지원

NH농협은행이 마을기업 등 지역기반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금융지원에 나선다. 농협은행은 전국 지역신용보증재단에 총 100억원을 특별출연해 1500억원 규모의 맞춤형 금융지원을 추진한다고 13일 밝혔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신용보증재단과 개별 협약을 체결해 지역별 특성과 수요를 반영한 금융지원을 실시할 계획이다.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기반 기업인 경우 지자체 협약대출과 연계한 이차보전으로 금리 부담이 낮아지는 실적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기존 시행지침으로만 운영되던 마을기업 제도가 이달부터 '마을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며 법적 기반을 갖추게 됐다. 향후 마을기업 정책 안착과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태영 농협은행장은 “지자체와 지역신용보증재단과 긴밀히 협력해 지역 맞춤형 금융지원과 포용금융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삼성화재, 상반기 순이익 1.4조…전년비 10.2% 증가

삼성화재가 보험업과 국내·외 투자 성과 확대에 힘입어 손보업계 1위를 수성했다. IFRS17 도입 이후 상반기 최대 실적도 기록했다. 삼성화재는 올 상반기 지배주주지분 순이익이 1조37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증가했다고 13일 밝혔다. 보험손익은 1조1150억원으로 10.5% 확대됐다. 장기손해보험(8804억원)은 사업비를 중심으로 예실차가 악화됐으나, 13·25·37회차 보장성 상품 유지율개선과 손해율 안정화로 수익성이 향상됐다.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은 1조2423억원, CSM 잔액은 14조5974억원으로 집계됐다. 보장성보험의 환산배수는 12.8배에서 13.9배로 높아졌다. 자동차보험은 수익성 기조에 따른 우량매출 증대와 사고율 감소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1분기 85.2%였던 손해율은 2분기 82.0%로 완화됐다. 일반보험도 국내외 수익 성장과 손해율 안정화로 힘을 보탰다. 특히 캐노피우스 지분투자 손익이 480억원에서 1680억원으로 급증했다. 투자손익은 7880억원으로 22.0% 불어났다. 주식시장 호조로 평가이익이 늘어났고, 보유이원 재고를 위한 고이원자산 투자를 지속한 결실을 맺은 셈이다. 투자이익은 1조7498억원으로 16.3% 증대됐다.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은 6월말 기준 282.8%로 지난해말 대비 19.9%포인트(p) 향상됐다.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170.7%에서 220.2%로 높아지며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무안 참사, 그 이후 ③] 국가 불신이 부른 ‘각자도생’…유가족 둘러싼 기획 소송과 2차 가해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2024년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2216편 추락 참사 발생 이후 1년 8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국가 주도 진상 규명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12·29 여객기 참사 특별수사단을 꾸린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현재까지 34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특히 행정 당국이 행정 편의를 위해 희생자 179명을 일괄적으로 '동시 사망'으로 처리해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은 일부 유족들이 법적 상속 절차에 따른 공제 혜택조차 받지 못한 채 막대한 상속세 폭탄까지 떠안게 된 상황은 국가 시스템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낳았다. 결과적으로 사법적 진실 규명의 짐을 짊어진 유가족들은 단일대오를 유지하지 못한 채 책임 소재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소송전이 세 갈래로 분화되는 각자도생의 형국을 띠고 있다. ◇ “빠른 조사 아닌 바른 조사" 진상 규명이 표류하는 가운데 지난 6일 무안공항에서는 참사 발생 1년 8개월 만에 최기영 신임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장과 유가족 협의회 간의 첫 간담회가 열렸다. 유가족 측은 신임 위원장에게 △마지막 4분 7초 기록이 중단된 조종실 음성 기록 장치(CVR)와 비행 데이터 기록 장치(FDR) 등 모든 원본 데이터의 투명한 즉시 공개 △해외 전문가 조사의 권한과 역량 검증이 포함된 사고 조사 종합 계획과 로드맵 수립 △정례 간담회를 통한 알 권리 보장 및 조사 과정 참여 제도화 △확인된 위험 요소에 대한 선제적 긴급 안전 권고 즉각 수립 등 4가지를 촉구했다. 밀실 조사와 편파 조사 논란을 불식시키고 조류 충돌부터 불법 둔덕 충돌, 관할 당국의 항공 안전 관리 문제, 제주항공의 정비·교육 결함 여부까지 성역 없이 밝혀달라는 게 이들의 요구 사항이다. 국가의 조사만을 수동적으로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한 73명의 유가족은 투명한 심사 절차를 거쳐 '법무법인 원'을 대리인으로 선정하고, 정부·항공사를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 소송이라는 가시밭길을 택했다. 이들 앞에 놓인 가장 큰 장벽은 다름 아닌 '시간'이다. 국제 항공 운송 중 발생한 사고 배상 책임을 규정한 몬트리올 협약에 따르면 소멸 시효는 항공기 도착 예정일로부터 정확히 2년으로 제한된다. 권리 소멸을 막기 위해 유가족들은 어떠한 사정이 있더라도 오는 12월 28일 자정 이전에는 반드시 법원에 본안 소장을 제출해야만 한다. 시간이 촉박해지는 가운데 법무법인 원은 지난 6일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 사고 현장의 폐쇄 회로(CC) TV 영상과 수습된 유류품 등에 대한 증거 보전 신청서를 제출했다. 참사 이후 2년이 돼가도록 사고 여객기 파편이 허허벌판에 방치된 데다 조사 당국이 사고 현장을 제대로 보존하지 않고 훼손한 정황마저 파악돼 민사 재판 개시 전 법원의 강제력을 빌려 선제적으로 증거를 동결하려는 소송 전략이다. 이와 함께 전직 국토부 장관 등을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 혐의로 고소하며 수사 기관을 압박하고 있다. 이와 관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2216편 참사의 원인을 미국 제조사 보잉의 기체 결함으로 좁혀가는 사조위의 조사 논점이 결과적으로 미국 내 항공 소송 전문 로펌들에게 유리한 법률적 근거를 제공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조위가 기초 동역학 한계와 배치되는 '16G(중력가속도) 좌석 안전 규정 미달' 가능성을 부각함에 따라 미국 법원에서 제조사를 상대로 막대한 배상금을 청구한 원고 측 대리인들의 소송 전략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반면 참사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되는 관할 당국의 콘크리트 둔덕 방치와 항공사의 운항 책임은 상대적으로 소송의 쟁점에서 멀어지는 양상이다. ◇ “조류 충돌이 설계 결함 탓"…사조위 회의록 인용한 소송 전략 이들 대리인단은 사고의 모든 본질을 '보잉의 총체적 시스템 실패'로 규정하고 있다. 찰스 허만(Charles Herrmann)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16일 서울에서 연 기자 회견에서 “기자 여러분이 쓰는 휴대폰과 비교해 보라. 보잉은 66년 전인 1958년에 설계된 전기·유압 시스템 아키텍처를 그대로 쓰고 있다"며 '낡은 시스템의 위험성'을 언급하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조류 충돌 후 벌어진 상황에 대해 “엔진 고장으로 시작해 FDR·CVR이 멈췄고 랜딩 기어와 역추진 장치 등 15가지 안전 시스템이 연쇄 붕괴했다"며 “조종사들은 기댔어야 할 시스템을 강탈당했고 이들의 과실은 보잉에 비하면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보잉이 맥도넬 더글러스를 인수한 후 스톤 사이퍼 당시 최고경영자(CEO)가 “더 이상 엔지니어링 회사가 아닌 이윤을 원한다"며 본사를 시카고로 옮긴 점을 거론하며, 이를 보잉의 중과실이라고 공격했다. 이와 같은 책임 전가 상황에서 최근 언론을 통해 유출된 사조위의 '16G 좌석 규정 미달' 정황은 원고 측의 징벌적 손해배상 논거를 한층 더 강화할 핵심 무기로 활용될 전망이다. 앞서 국내 협력 대리인인 하종선 변호사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좌석 비산이 사실로 입증될 경우 사망자를 늘리는 결정적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낡은 설계' 비난의 모순…66년 간 검증된 베스트 셀러의 신뢰성 그러나 항공업계와 공학 전문가들은 허만 변호사의 “66년 전 낡은 설계"라는 주장에 논리적 모순이 있다고 반박한다. 보잉 737 시리즈가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해당 전기·유압 시스템 아키텍처의 기본 골격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역설적으로 그 시스템이 전 세계 민간 항공 역사상 가장 많은 비행 횟수와 수천만 시간의 운항을 통해 안전성이 검증된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 기종이기 때문이다. 항공 공학계에서 새로운 설계로의 무리한 전환은 오히려 예측 불가능한 버그를 낳을 수 있어 장기간 신뢰성(Proven Reliability)이 입증된 시스템을 개선해 사용하는 것이 글로벌 표준이다. 사고기인 보잉 737-800 역시 가장 안전한 기종 중 하나로 꼽힌다. 이를 중과실로 몰아가는 것은 법정 여론전을 위한 선동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국제 항공 사고 조사 기구 요직을 지낸 업계 관계자 A씨는 사조위의 보잉 책임론 유출 시점에 대해 “이 시기에 섣부르게 보도된 것을 보면 무언가 구린내가 난다"며 “보잉을 상대로 재판을 걸 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점을 노려 유가족 측이나 법률 대리인들에게 청탁을 받고 쓴 기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A씨의 이 같은 의견은 국가 주도의 사고 조사 데이터가 사고 예방과 객관적인 진상 규명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상실한 채 거액의 징벌적 배상금을 노린 기획 소송 세력의 유리한 논거로 오용되거나 편향되고 있다는 공학계의 짙은 우려를 대변한다. ◇ 美 판례 '불편한 법정의 원칙' 우회용…관할권 심리가 변수 허만 로펌 등 항공 사고 전문 대리인단은 과거 대한항공 007편 피격 사건·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 610편 추락 사고 등에서 대규모 배상 합의를 이끌어낸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들 전문 로펌의 전략은 장기적인 배심원 평결에 도달하기 직전에 연대 및 개별 책임(Joint and Several Liability)' 원칙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거대 다국적 기업을 상대로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와 언론 노출 리스크를 부각해 거액의 합의를 유도하는 방식에 집중된다. 허만 변호사는 작년 회견에서 “보잉의 과실이 10%만 인정되더라도 100%의 손해 배상액을 청구할 수 있다"며 징벌적 배상 제도가 있는 미국 법정을 고집하는 이유를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유가족 대리인들이 '66년 된 시스템 결함' 등을 끌어들이는 진짜 이유가 미국 손해배상 소송이 절차적 이유로 기각될 가능성을 우회하기 위함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연방법원은 외국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불편한 법정의 원칙(FNC, Forum Non Conveniens)'을 적용한다. 연방대법원 판례(Piper Aircraft Co. v. Reyno)에 따르면 △사건의 발생 장소 △핵심 증거(공항 인프라) △주요 증인이 모두 미국 외 국가에 소재할 경우 법원은 관할권을 거부하고 원고를 사건 발생국 법원으로 이송할 수 있다. 특히 보잉 측이 방어권 행사의 일환으로 “사고의 실질적 원인 제공자인 국토교통부의 둔덕 방치와 제주항공을 미국 법정에 강제로 피고 합류시킬 수 없어 공정한 재판이 불가능하다"고 항변할 경우 미국 법원이 사건을 심리할 명분은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허만 변호사가 기자 회견 당시 “미국 소송과는 별개로 한국 소멸 시효 2년이 지나기 전 제주항공과 무안공항을 상대로 한국에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힌 것 자체가 정작 근본 원인을 제공한 한국 측 당사자들을 미국 법정에 함께 세우지 못하는 한계를 자인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美 법원, 소송 기각 심리 일정 확정…신중론 펴는 대리인단 찰스 허만 등 일부 로펌이 징벌적 배상을 공언하고 있지만, 관할권 기각 우려는 미국 현지 법정에서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미국 워싱턴주 서부 연방지방법원의 '무안 참사 다중지구 소송(Multidistrict Litigation, MDL 3174)' 명령서에 따르면 제임스 L. 로버트 판사는 보잉 측이 FNC에 근거해 제기할 소송 각하 신청(Motion to Dismiss) 심리 일정을 승인했다. 명령서에 명시된 일정표를 보면 보잉 측은 오는 9월 11일(현지시각) FNC 소송 각하 신청서를 정식 제출하고 양측은 10월 23일까지 서면 공방을 마쳐야 한다. 핵심 증거와 주요 피고가 한국에 있다는 이유로 기각 결정이 내려지면 배상 심리조차 못한 채 재판이 무산된다. 이러한 기각 리스크에 대해 국내 대리인단 중 일부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미국 대형 로펌 '크레인들러(Kreindler)'와 제휴 중인 하종선 변호사는 본지 통화에서 “소장을 낸 찰스 허만 변호사 측과는 처음부터 공조하지 않고 별도로 움직이고 있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하 변호사는 “FNC 기각 리스크가 존재해 우리는 아직 소장을 내지 않고 (보잉 측과) 협상 중"이라며 “현재 FNC 관련 증거 개시(Discovery)가 진행 중이며, 빠르면 10월 말이나 11월 중에 판사의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수사 안 되니 로펌에 의지할 수밖에"…세 갈래로 쪼개진 유가족들 소송 각하 리스크와 불확실성 속에 방치된 유가족들은 대리인단의 성향에 따라 크게 세 그룹으로 흩어졌다. 무안 참사 유가족 B씨는 본지에 “현재 유족들은 국내 소송을 준비하는 '법무법인 원', 찰스 허만 측과 국제 소송을 낸 '서원', 그리고 하 변호사가 제휴한 '크레인들러' 측으로 나뉘어 있다"며 “일부 로펌 역시 FNC 기각을 우려해 관망하는 등 서로 입장이 다 다르다"고 말했다. B씨는 현재 국면에 대해 “국가 차원의 진상 조사나 수사가 전무하다 보니 진실을 모르는 유족들로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로펌들 얘기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비참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A씨 역시 이 사건의 책임 규명이 편향적으로 흐르고 있음을 꼬집었다. 그는 “만약 콘크리트 둔덕이 진짜 원인이라면 과거 무안공항보다 4배나 높은 둔덕이 있었던 여수공항에서는 왜 대형 사고가 나지 않았겠느냐"며 “결국 비행기가 왜 그 속도로 거기까지 밀려가게 됐는지, 조종사의 훈련 상태와 운항 승무원 편조의 적절성 같은 제주항공 측의 책임이 우선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인프라의 구조적 방치 문제뿐만 아니라 1차적으로 비행기를 통제하고 최후의 순간까지 위기 상황에 대처했어야 할 조종사들의 대응 등 인적 과실 요인을 최우선으로 규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어 “보잉은 법률적으로 결코 만만한 기업이 아니며, 근본 원인을 외면한 채 사조위의 억지 논리를 무기 삼아 무리한 소송을 걸었다가는 미국 법정에서 기각돼 유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부메랑을 맞게 할 것"이라고 했다. ◇ 2차 가해에 두 번 우는 유족…사법적 단죄와 처벌 불원의 딜레마 이처럼 험난한 소송전 속에서 유가족들은 법정 밖에서도 깊은 상흔에 시달리고 있다. 참사의 슬픔을 추스르기도 전,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영상 플랫폼을 중심으로 진상을 규명하려는 유가족 협의회 지도부를 향해 “특정 정당 소속의 가짜 유족이다", “정치적 목적을 띠고 있다"는 등의 무자비한 허위 사실이 조직적으로 유포되며 심각한 2차 가해가 가해졌다. 도를 넘은 모욕에 참다못한 유가족들은 광주지방변호사회의 자발적 조력을 받아 '법률지원단'을 꾸리고 대규모 형사 고소로 맞섰다. 경찰청 사이버 수사대 역시 전국 시·도경찰청 전담 수사관들을 투입해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하며 엄정 대응 기조를 밝혔다. 실제로 악의적인 허위 사실을 유포한 30대 남성 악플러 한 명은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 훼손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부산지방법원의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의 공소를 기각했다. 앞서 가해자의 거듭된 사과와 선처 호소에 유족 대표가 고심 끝에 처벌 불원서를 법원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형사 처벌을 할 수 없는 '반의사 불벌죄'에 해당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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