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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중국이 수소마저 우리를 추월하게 둘 건가?

수출경쟁력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한때는 노동생산성이나 부존자원 같은 공급 요인이 핵심이었지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의 연구 이후 시장의 크기가 더 중요한 변수로 부상했다.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환경에서는 내수시장이 큰 나라일수록 생산이 빠르게 늘고, 그 힘이 수출 우위로 이어진다. 이른바 '자국 시장효과(Home Market Effect)'다. 이 원리는 중국의 기후산업 성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태양광, 풍력, 전기차, 배터리 등 어느 분야를 보더라도 중국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태양광 제조의 80% 이상, 풍력 부품의 50~70%, 전기차 배터리의 75~85%가 중국산이다. 거대한 내수시장과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가 결합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한 결과다. 이제 중국은 태양광·풍력·전기차를 넘어 수소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수소에너지산업 발전 중장기계획(2021~2035)' 아래 수전해 효율 향상과 그린수소 확대를 추진하며, 지방정부는 500건이 넘는 지원정책으로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CNPC 등 국유기업은 대규모 그린수소 단지를 조성하고, 허베이–탕산을 잇는 약 1,000km 규모의 세계 최대급 수소 파이프라인 설계를 진행 중이다. 이러한 정부 주도의 지원 속에 중국은 이미 수전해 투자와 제조 능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2024년 기준 600여 개의 그린수소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며, 가동 설비만으로도 연간 약 12만5천 톤을 생산한다. 양성자 교환막(PEM)과 음이온 교환막(AEM) 기술은 초기 상업 운전 단계에 진입하는 등 질적 도약 중이며, 설치비는 해외의 절반 수준으로 낮다. IEA는 중국이 2030년 전후로 그린수소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은 수소 모빌리티에서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2020년 베이징·상하이·광둥에서 시작한 시범사업을 2022년 50개 이상 도시로 확대하고, 사업자들에게 성과 기반 보조금과 금융 크레딧을 제공 중이다. 광둥성은 광저우–잔장(435km) 구간에 '수소 고속도로'를 조성해 냉장 트럭 물류망을 시험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35년까지 수소차 100만 대 보급을 목표로 삼았으며, 트럭과 버스 등 2024년 기준 전 세계 수소 상용차의 약 95%가 중국에 집중됐다. 이로 인해 도로 운송용 수소의 75%가 중국에서 소비됐고, 한국의 비중은 약 15%에 그쳤다. 반면 한국은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내세워 세계 선도국을 자처했지만, 추진력과 성과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24년 수소 승용차 판매는 3,000대 미만으로 2022년 대비 75% 감소했다. 수소 버스는 2025년 상반기 기준 약 1,200대 수준으로 중국의 압도적 물량에 비해 크게 뒤처진다. 국내 수소 상용 트럭은 보조금 기준 15대에 불과하다. 장거리 물류와 군수 등 배터리 전기화가 어려운 분야의 탈탄소화를 이끌 핵심 수단이 지금 뒤처지고 있다. 이런 복합적 상황 속에서 한국 수소경제의 앞길은 한층 불투명해졌다. 10월 17일 전력거래소가 '2025년 청정수소발전시장(CHPS) 경쟁입찰'을 돌연 취소하면서 발전용 수소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석탄+암모니아 혼소가 포함된 입찰이 2044년까지 석탄발전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음이 취소 사유로 추정된다. 새 공고에서는 암모니아 혼소 방식을 전면 배제하고 LNG+수소 혼소, 수소 전소만 제한적으로 허용할 가능성이 크다. 내년도 발전용 연료전지 입찰 물량이 여전히 미공고인 점도 우려를 키운다. 만일 발전용 연료전지와 석탄+암모니아 혼소가 정책 지원 대상에서 실제 배제된다면, 고비용의 수소 전소나 LNG+수소 혼소만으로는 향후 5년 내 시장이 열리기 어렵다. 100% 수소 연소 터빈은 실증에는 성공했지만, 상용화는 아직 초기 단계다. 혼소 역시 비용 부담이 커 지난해 민간 투자자들이 입찰을 포기했다. 정부의 우왕좌왕한 태도까지 겹치며 시장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결국, 향후 5년간 한국이 선택할 길은 수소 모빌리티와 수송 분야의 집중 육성뿐이다. 발전용 수소 시장이 단기간에 열리기 어렵다면, 상용 트럭과 버스 등 교통 부문에서라도 수소경제의 명맥을 이어가야 한다. 중국이 '자국 시장효과'를 기반으로 기후산업을 장악하는 상황에서 이 분야마저 뒤처진다면, 한국의 '퍼스트 무버' 비전은 공허한 구호로 남을 것이다. 김재경

[EE칼럼]한반도, 기후의 뉴노멀 속으로…폭염·한파·폭우가 일상이 되다

한반도의 기후가 격랑에 휩싸인 듯 요동치고 있다. 과거에는 우리나라의 기후를 비교적 온화하고 사계절이 뚜렷하다고 설명했지만, 이제 그런 교과서적인 표현은 더 이상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지난 한 해만 돌아보더라도 폭염과 한파, 폭우와 가뭄이 꼬리를 물며 이어졌고, 이처럼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잦아지면서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곧 기후위기의 '뉴노멀(new normal)'이 시작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그 변화의 이면에는 자연이 우리에게 던지는 무겁고도 분명한 경고가 담겨 있다. 기후는 더 이상 점진적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온난화의 가속 페달을 밟은 상태에 들어선 것이다. 기후과학자들이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경고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평균기온이 1.5℃를 초과하면, 이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다 해도 지구시스템이 본래 상태로 회복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즉, 1.5℃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기후위기의 임계점(tipping point)이다. 이 임계점을 넘어서면 지구는 통제 불가능한 '기후 폭주(runaway climate change)'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북방지역의 영구동토층이 녹기 시작하면 그 안에 갇혀 있던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이 대기 중으로 방출되어 온난화를 가속화한다. 아마존 열대우림도 더 이상 탄소 흡수원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오히려 탄소 배출원으로 전환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후 시스템을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몰고 간다. 1.5℃ 상승은 생태계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어 폭염, 홍수, 가뭄, 산불 등으로 먹이사슬이 무너지고, 수많은 생물이 멸종 위기에 처하며, 결국 생물다양성이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붕괴될 수 있다. 반면 온난화를 1.5℃ 이내로 억제한다면 지구시스템의 내부 복원력이 작동해 기후 폭주를 막을 수 있다는 희망도 남아 있다. 그러나 현실은 더욱 심각하다. 2023년 기록적인 고온 현상에 이어 2024년에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이 이미 1.55℃를 기록하며 임계점인 1.5℃를 넘어섰다. 2025년 현재도 이 추세는 계속되고 있으며, 8월 말 평균 상승폭은 약 1.44℃, 특히 1월에는 1.64℃까지 치솟았다. 이러한 속도는 IPCC가 제시한 여러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 가운데 가장 비관적인 경로인 RCP8.5나 SSP5-8.5보다도 앞서가고 있다. RCP8.5는 현재 수준의 배출이 지속될 경우를 가정한 시나리오이고, SSP5-8.5는 화석연료 남용을 기반으로 한 미래를 상정한 시나리오다. 지금의 현실은 이들 '최악의 시나리오'조차 뛰어넘는 수준으로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앞으로 전 세계는 폭염, 산불, 홍수, 가뭄, 한파와 같은 이상기후를 더욱 빈번하고도 강렬하게 경험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겪는 기후재난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이미 기후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체계(climate regime)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징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거나 심지어 기후변화 자체를 부정하는 주장을 내세운다. 그러나 이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무책임한 태도이자, 기후과학의 기본조차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주장에 불과하다. 지구온난화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미래에 대한 과학적 예측은 수많은 연구와 데이터를 토대로 마련된 것이며, 그에 따라 제시되는 '적응'과 '완화' 전략은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실행해야 할 과제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일은 인류의 생존을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이자, 더 이상 미룰 수도 외면할 수도 없는 윤리적 책무가 되었다. 특히 오늘 우리가 내리는 결정과 행동은 다음 세대의 삶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기후위기를 늦추고 완화하는 노력은 단지 현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 세대에게 최소한의 안전한 지구를 물려주기 위한 책임 있는 선택이다. 결국 기후위기 대응은 과학의 영역을 넘어, 세대 간 정의와 인류 공동체의 윤리를 시험하는 시대적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

[EE칼럼]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발언

현 정부가 원전산업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는 원자력계의 초미의 관심사이다. 여러 차례 말 바꾸기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과정에서는 원자력발전에 대해서는 기회있을 때마다 '실용주의'를 강조한 바 있다. 영광지역의 지방선거에서는 한빛원전의 계속운전이 실용적 선택임을 강조한 바 있으며 공약에서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에 대한 '조화'도 강조된 바 있다. 또 원자력이 아니면 성립되기 어려운 AI(인공지능) 산업의 발전 등을 공약했다. 따라서 원자력에 대해 비교적 중립적인 정책, 실용적인 정책이 기대되었다. 그러나 지난 4개월 동안의 행보는 다시 탈원전정책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김성환 장관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원전2기와 SMR 건설에 대해 국민의 의견을 들어서 처리해야 한다는 유보적 입장을 발표했다. 또 원전이 위험한 것은 사실이고 안전이 담보되어야 신규원전을 건설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신규원전 부지가 없기 때문에 원전건설이 어렵다는 주장도 한 바 있다. 또 신규원전 건설은 제12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였다.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도 원전건설에 15년이 필요한데 전력은 그보다 빨리 필요하기 때문에 원전건설이 어렵다는 얘기도 있었고 더불어민주당의 다수의 힘으로 에너지 부문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떼어내어 환경부로 보낸 것도 큰 방향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발언들이 우려스러운 것은 아마추어적이라는 것이다. 에너지 부문을 총괄하는 장관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대해 무조건 존중해야 한다. 그것이 어떤 정권에서 수립되었던지 현존하는 국가의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미 공청회와 국회심의라는 과정을 통해서 국민의 의견을 들어서 수립된 제11차 전력수급계획에 대해서 국민의 의견을 다시 묻겠다고 하는 것은 이상한 주장이다. 물론 제12차 전기본에서 어떤 전원이 더 들어가고 덜 들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제12차 전기본이 나오기 전까지는 제11차 전기본을 존중해야 하는 것이 현행 장관의 태도여야 한다. 물론 존중한다고 입으로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계획에 따라서 이행을 하는 것까지가 존중이다. 신규 원전 부지가 없어서 원전건설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제11차 전기본에서 계획되어 있다면 그 부지를 확보해야할 책임이 있는 것이 장관이다. 본인이 장관인지 국회의원인지 헤깔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원자력 시설의 안전성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도 문제이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본인이 위험하다고 느끼면 위험하다고 말해도 그만이다. 그러나 정부의 각료 그리고 특정 부처를 담당하고 있는 수장의 입장에서는 타 부처의 업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 원전의 안전성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판단하는 것이다. 여기서 안전하다고 판단하면 타 부처의 공무원은 자기 입장을 주장하면 안된다. 개인적 자리에서는 괜찮겠지만 공적 자리에서는 그런 주장은 안하는 것이 상식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판단하는 안전도 마찬가지이다. '원전의 건설과 운영으로 인하여 대중의 건강과 환경에 부당한 위험을 부과하지 않는다.' 이것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US NRC)의 안전철학이다. 즉 부당한 위험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당한 위험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그 정당한 위험은 사회구성원이 공감할 수준의 위험이어야 한다. 원전으로 인한 위험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겪게 되는 위험총량의 1/1000 수준이하로 유지된다. 또 이 위험은 모든 위험이 아니라 대중의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위험이다. 그 외의 사업상의 위험이나 종사자의 위험 역시 규제의 범위가 아니다. 국가는 국민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만을 고려하면 되는 것이다. 공인 특히 정부부처를 관장하는 장관은 타부처의 업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소관하는 것이므로 안전성에 대해 운운하는 것은 옳지 않다. 또 본인이 소관하는 제11차 전기본에 대해서 적어도 다음 계획이 수립될 때까지 존중해야 한다. 제12차 전기본에 대해서도 전기본 수립위원회가 미래의 전력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필요한 전원공급계획을 수립하기도 전에 개인적 취향을 제시할 필요도 없다. 본인이 소관해야 할 원전 신규부지 마련에 대해 남의 일처럼 얘기해서도 안된다. 환경운동가는 아마추어여도 그만이지만 장관은 프로페셔널이어야 한다. 정범진

[EE칼럼] 에너지 고속도로와 남동발전의 에너지 신작로

미-중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지정학적 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함께 탈세계화 및 자국 우선주의 확대 등으로 세계 경제 질서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특히 러-우 전쟁 이후 에너지와 자원의 무기화가 본격화되며 세계 각국은 공급망 안정화와 에너지 안보 확보를 국가의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또한 세계 주요국들은 청정에너지 기반 경제구조로의 선제적 전환과 헤게모니 선점을 위해 에너지 안보를 탄소중립과 산업 경쟁력 제고의 핵심 목표로 삼고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7위의 에너지 다소비 국가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2024년 기준 93.7%이며, 에너지 수입액은 약 230조 원으로 국제 에너지 시장 변동성에 매우 취약하다. 특히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등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상 안정적·경제적인 에너지 공급이 산업의 근본이자 경쟁력의 핵심으로 에너지 안보는 한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직결되는 전략 과제이다. 전 세계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산업·수송·건물 등 부문별 사용 에너지원을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등 전기화 가속화에 따른 전력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은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 약 4%의 빠른 속도로 증가하여 3년간 총 3,500TWh 증가할 전망이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확보 등을 위해 에너지 고속도로를 건설키로 했다. 구체적으로 수도권과 서남해 해상풍력, 동남권 산업단지를 잇는 에너지 고속도로를 구축하는 것이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 수행을 위해 국내 최대 발전공기업인 한국남동발전(이하 남동발전)이 야심차게 내놓은 “남동 에너지 신작로(고속도로) 2040" 프로젝트가 전력 산업계에 큰 화제가 되고 있어 소개한다. 남동발전은 2040년까지 태양광,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수소 등 무탄소 전원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획기적으로 재편하여 총 발전 설비 용량 24GW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여기에 더해 20대부터 40대까지 신규 청년 일자리를 약 50만 개 만들고, 3,800억 원의 햇빛 및 바람 연금을 바탕으로 주민 소득을 증대한다. 남동발전이 계획하고 있는 “에너지 신작로 2040"에는 석탄발전을 넘어 재생에너지와 수소 등 무탄소 전원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겠다는 전 임직원의 의지가 담겨 있다. 특히 남동 신작로 프로젝트는 단기적 전략 수립 차원이 아니라 매우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고 있어 더 주목받고 있다. 남동발전은 재생에너지 신작로와 수소 신작로 등 두 가지 전략을 중심으로 해상풍력 기반 재생에너지 10GW와 수소·암모니아 혼·전소 7GW를 구축해 전체 발전 설비 비중 70%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구성한다. 또한 경기권, 충청권, 전라권, 경상권, 강원권을 잇는 해상풍력 신작로와 수소에너지 신작로를 구축함으로써 정부의 한반도 U자형 고속도로 정책과 일치되며, 이를 통해 대한민국 전역을 아우르는 친환경 에너지 발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남동발전은 이러한 비전을 실행하기 위해 투자 규모를 27조 원까지 확대하며, 이를 통해 50만 명의 고용 창출 효과와 농어촌 소득 증대, 기자재 국산화, 수소 생태계 활성화 등 국가 에너지 산업 육성과 안보에도 적극 동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남동발전이 전남 신안에서 시행하고 있는 “햇빛 연금" 프로젝트를 “바람 연금"까지 확대해 매년 3,800억 원을 조성, 최대 14만 명의 지역 주민과 이익을 공유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이는 2인 가족 기준, 월 45만 원씩의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동발전의 첫 에너지 신작로 계획은 수도권 최대 전력 생산기지인 인천 영흥화력발전소를 전면 개편해 무탄소 에너지 랜드마크화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9월 인천시, 옹진군 등 지자체와 한국석유공사, 인천도시개발공사 등 공공기관 5곳, 삼성물산, 현대산업개발, GS에너지 등 4곳의 민간기업 등 총 11개 기관 및 기업이 참여하는 “영흥 미래 에너지 파크 조성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인천 영흥 미래 에너지 파크 사업은 인천시 옹진군 소재의 영흥도에 친환경 무탄소 발전, 수소 및 해상풍력 클러스터, ESS(에너지 저장 장치), 스마트 등 탄소중립을 선도하는 친환경 에너지 랜드마크를 조성하는 거대한 프로젝트다. 남동발전뿐 아니라 발전사가 지향해야 할 것은 경제성 있는 청정에너지를 생산해 에너지 고속도로를 통하여 에너지가 필요한 곳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일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기술, 제도, 시장의 조화로운 생태계가 갖춰져야 하며 이것이 국가 에너지 전환의 목표를 완수할 수 있는 길이다. 강천구

[EE칼럼] 우리에게 원자력 기술이 의미하는 것

강현국 미국 렌슬러공대 기계항공원자력공학과 교수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의 향방이 다시 국민적 관심사로 대두된 것 같다. 국민의 투표에 의해 선출된 새 정부가 이러한 국가적 기간산업에 대해 새로운 틀을 짜고 추진하는 것은 민주 국가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수립하고자 하는 계획이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경우에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과학에 입각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한 수순이라는 것은 자타가 동의하는 바이니 여기서 다시 반복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여기서 특히 이 결정의 궁극적 책임이 누구에게 돌아오는 것인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거대 국가 담론에 있어서 실제로 결정을 내리고 실행한 정부 관계자나 정치인들은 그에 대한 책임을 질 방법이 없다. 결국 국민의 책임이 된다. 따라서 국민들이 당면한 현안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려면 현재 우리가 가진 것은 무엇이고 외부 환경은 어떤 상황에 와 있는 지를 파악해야 하는데, 내부자의 시각에서는 전체를 조망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으니 뒤로 물러서서 그림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 큰 그림을 보지 못하면 일부 의도된 주장에 현혹되어 정확한 판단을 할 수가 없게 된다. 다수 국민들이 복잡한 사안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을 회피하게 되면, 여론을 자기편으로 끌고 오고 싶은 입장에서는 자기 쪽으로 편향된 프레임을 설정하는 것이 유혹적인 선택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원자력이라는 중요한 산업분야가 이렇게 비합리적으로 소비되는 일이 되풀이 되어서는 국가와 국민에게 미래가 없다. 원자력 기술과 산업이 우리나라에 과연 필요한지 어떻게 기여하는지부터 차분히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나라가 점차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고 경제 규모가 커지는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지만, 이런 경제 성장은 필연적으로 외부 경제와의 협력과 경쟁을 불러오게 된다. 국내 산업만으로는 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의 게임의 룰과 국제 무대의 게임의 룰은 당연히 다르다. 상대를 도태시켜야 할 상황이라면 무서운 경쟁을 하지만 그게 아니라 상호 유익이 있다면 협력을 하는 것인데, 여기서도 받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돌려주어야 하는 규칙이 적용된다. 원자력 산업에 대해 짚어 볼 때에도 이런 시각에서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 원자력이 국제 무대에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인가? 본원 경쟁력은 무엇인가? 어떻게 협력하고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 먼저, 우리나라가 강력한 원자력 기술 능력을 보유할 이유가 있는지 살펴보자. 그것은 단순히 저렴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북한이 핵실험을 거듭하고 핵보유를 공인받고 싶어하는 현 상황에서, 고도의 원자력 산업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국가 안보 차원의 문제이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미래에 만약 필요한 경우가 생기고 국민이 결정을 내리게 되면, 즉시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의 수조원 수십조원의 대형 사업을 추진할 때, 원자력은 패키지 바구니의 제일 위에 놓이는 얼굴 상품이 된다. 대표 상품이 경쟁력이 있어야 거래가 성립될 테고, 일단 성사되면 수많은 교류가 함께 일어나게 되고, 그 나라에서 우리나라의 입지는 그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다. UAE에 원자력이 수출된 이후, 한국 외교관이 한국 기업들의 건설 수주를 늘여주도록 부탁했더니 '이미 팔구십 퍼센트는 한국기업에게 주고 있는데 여기서 어떻게 더 늘일 수가 있습니까'는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체코 원자력 프로젝트를 통해 EU에서 우리나라의 입지를 크게 확장하고 다른 산업들도 함께 진출할 호기를 맞았다. 원자력 에너지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해 주면서 국산 에너지 수급을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없애는 최상이자 유일한 옵션이다. 지구 반대편에서 수입한 가스와 석유로는 해결할 수가 없는 문제이다. 언제부터인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마치 대결구도인 것처럼 언급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과학의 눈으로 보기에는 이것 또한 프레임 씌우기에 불과하다. 이 두 가지가 모두 반드시 필요한 국산 에너지원이다. 지금 한국의 원자력 설계 능력과 제조 능력이 서방세계에서 최상의 위치에 와 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것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기술을 한국기업이 소유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미국에서 이미 다 개발한 기술을 우리가 처음부터 개발할 필요는 없는 것이고, 그렇게 한다고 해도 경쟁력이 있을 수가 없다. 산업계에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주고 받는 협력이 얼마나 경쟁력을 높여주는지 잘 알 것이다. 이것은 효율의 문제일 뿐이고 계약의 문제일 뿐이다. 만약 우리 기업이 새로운 원자로를 개발한다면 이건 당연히 기존 도입 계약의 대상이 아니게 된다. ARP1400이나 APR1000을 언제까지나 계속할 것처럼 프레임을 고정할 필요가 없고, 다음 수준의 협력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뜻이다. 한편 미국에서는 신형 원자로를 개발하여 원자력 산업의 주도권을 되찾고자 하는 움직임이 AI로 촉발된 전력난과 에너지 분야 투자 열기와 결합하면서 엄청난 동력을 얻고 있다. 유럽에서도 대부분의 국가가 친 원자력으로 돌아서고 있다. 이런 대외적인 환경 변화도 우리 국민이 판단을 내릴 때 제대로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이다. 이러 기회의 문이 언제까지나 열려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외 여건상 지금이 중요한 타이밍이다. 국제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우리 원자력산업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밤낮으로 온갖 방면으로 노력할 때이다. 이런 일에 앞장서는 사람이 애국자이다. 강현국 렌슬러공대 기계항공원자력공학과 교수

[EE칼럼] 에너지 전환의 성공방정식, ‘분수효과’

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 2008년 MB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 하에 풍력 산업을 '제2의 조선업'으로, 태양광을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당시 글로벌 시장에서 일부 선도 기업을 제외하면 기술 격차가 크지 않았고, 한국 기업의 빠른 추격 역량을 고려할 때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실제로 LG, 삼성, 현대 등 주요 대기업부터 웅진, OCI 등 중견기업, 그리고 다수의 벤처기업들이 신성장 동력으로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전략적 투자를 했으며, 정부 역시 다양한 정책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있었다. 필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신용위기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그리고 확산되는 기후변화협약 속에서 '기후위기와 지속가능성'이라는 화두에 주목하게 되었다. 이는 자연스럽게 2009년 기후에너지 전문 컨설턴트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기후에너지 컨설턴트로서 주요 업무는 글로벌 성공·실패 사례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핵심 인사이트를 도출하여, 정부와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것이었다. 각국의 성공방정식은 무엇이었는가. 어떤 장애물이 있었고 어떤 솔루션으로 돌파했는가. 이해관계자 관리는 어떻게 이루어졌고 갈등 조정 메커니즘은 무엇이었는가. 정부·기업·지자체·시민사회의 역할 분담과 협력 구조는 어떠했는가. 이러한 전략적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분석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발견되는 핵심 성공방정식이 있었다. 바로 '상향식(Bottom-up) 전환 모델'이었다. 전통적으로 정부와 기업은 '하향식(Top-down) 전환' 방식에 익숙하다. 중앙정부의 정책 결정이 지방정부와 최종 수혜자에게 순차적으로 파급되는 구조이며, 기업 생태계에서는 대기업의 성과가 협력사와 근로자에게 순차적으로 이전된다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 논리다. 그러나 낙수효과는 근본적 한계로 인해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핵심 문제는 구조적 전제의 오류에 있었다. 낙수효과는 시장 안정성과 정책 일관성을 전제로 하는데, 실제 비즈니스 환경에서 글로벌 정세, 경영 여건, 정치적 변수는 지속적으로 변동한다.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기업들은 유동성 확보를 우선시하며 R&D, 설비투자, 신규 채용 등 장기 투자를 축소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다. 변화 없는 안정성이라는 전제 자체가 비현실적이기에, 낙수효과는 제한적 조건에서만 단기적으로 작동할 뿐이었다. 더 중요한 이슈는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 변동성이었다. 낙수효과가 실질적 성과를 내려면 최소 10~20년 이상의 정책 일관성이 확보되어야 기업들이 장기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 MB정부 시기 태양광·풍력 분야에 진출한 기업들의 현재 생존율을 보면, 정책 불확실성이 산업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재생에너지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캐피털의 투자 기피 현상도 같은 맥락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탈원전이 핵심 에너지 정책으로 추진되면서, 이념적 대립이 심화되고 재생에너지 시장 전체가 타격을 받았다.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 개선이라는 본질적 목표는 퇴색되고, 에너지 정책이 정치적 공방의 도구로 전락했다. 최종 손실은 산업 경쟁력 약화와 일자리 감소, 환경 악화라는 형태로 국민에게 전가되었다. 10여 년간 정치적 갈등이 지속되는 동안 민간 투자는 정체되었고, 중국이 글로벌 기술 리더십과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며 한국 기업들의 경쟁 우위는 급격히 약화되었다. 기후·환경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고, 산업과 고용은 성장하지 못했으며, 저출생·지역소멸·경제성장률 하락이라는 복합 위기가 가속화되었다. 반면 필자가 발견한 상향식 성공모델은 전혀 다른 패러다임을 보여주었다. 시민들에게 기후에너지 프로젝트 투자 기회를 개방하고, 참여자가 전체 인구의 5~10%를 넘어서자 결정적 '티핑포인트'가 형성되었다. 정치권은 이념을 초월하여 기후에너지 친화적 정책을 입안했고, 정권 변화에도 핵심 정책 기조는 유지되었다. 이는 시장에 명확한 정책 시그널을 제공했고, 안정적 내수 수요를 창출했다. 기업들은 장기 투자 전략을 수립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으며, 신규 고용 창출과 GDP 성장,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다층적 성과를 달성했다. 새로운 정부에서 에너지 전환이 성공하려면 과거처럼 낙수효과가 아니라 분수효과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길 기대한다. 윤태환

[EE칼럼] 두산에너빌리티, 380MW급 가스터빈 美 수출…기계공업 새 역사 썼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발전용 가스터빈 380MW급 2기를 미국에 수출하게 되었다. 가스터빈은 기계공업의 꽃이다. 가스터빈은 전 세계에서 미국, 독일, 일본, 이태리만 생산한다. 사실상 미국의 GE버노바, 독일의 지멘스에너지,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이 세계 가스터빈 시장을 분점하고 있다. 가스터빈 기술의 종주국인 미국에 역수출하게 된 것은 한국 기계공업의 기념비적 사건이다. 발전용 가스터빈은 제트엔진을 더 크게 만들어서 발전용으로 사용하는 기계라고 보면 된다. 가스라는 말이 앞에 붙지만 경유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제트엔진은 높은 고도에서 연료가 동결되므로 항공유(jet fuel)를 사용한다. 화력발전에 사용되는 터빈은 크게 스팀터빈과 가스터빈으로 나뉘는데 원자력발전소와 석탄발전소에서는 증기의 압력을 사용하는 스팀터빈을 사용하고 천연가스 발전소에서는 가스터빈을 사용한다. 가스터빈은 기계공업에서 가장 기술적으로 개발하기 어려운 분야이다. 스팀터빈은 증기의 온도가 550~600℃ 수준이어서 금속재료가 견딜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가스터빈은 압축된 공기와 천연가스가 폭발적으로 연소하면서 고온·고압의 배기가스로 터빈과 발전기를 돌리는데 그 온도가 무려 1,600℃ 이상 올라간다. 문제는 이 정도의 고열을 금속 소재가 견뎌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고온을 견디는 가스터빈 블레이드의 소재와 블레이드 내부에 고온을 견딜 수 있도록 냉각장치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제작한 가스터빈은 이와 같은 기술적 난관을 모두 돌파하고 여러 시험을 통과하여 검증된 결과이다. 기계공업의 최첨단 제품을 제작하는데 성공하였음을 이번의 수출계약이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가스터빈 제작은 한국 특유의 산학연 그리고 정부의 노력이 함께 이룬 결실이다. 정부는 2013년에 '발전용 고효율 대형가스터빈 개발'이라는 국책과제를 시작하였다. 이에는 두산에너빌리티를 비롯한 발전 기자재 업체들 그리고 서부발전이 참여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발전 기자재 업체들과 협력하여 고유 기술 확보에 성공했고 이를 토대로 만든 270MW급 한국형 가스터빈인 K-가스터빈을 서부발전의 김포열병합발전소에 2022년 4월에 설치했다. K-가스터빈은 무수한 정밀 시공과 여러 시험을 거쳐 2023년 3월 최초 점화에 성공했고 이후 연소조정시험과 출력변동시험, 비상정지시험 등 필수적인 운전시험과 법정 검사를 마쳤다. 그리고 마침내 시운전 최종 관문인 240시간 연속 자동운전시험을 통과해 상업운전을 개시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기자재 업체들의 눈부신 노력을 높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발전사업의 명운이 걸려있는 핵심 터빈과 발전기를 K-가스터빈으로 결정한 서부발전의 도움과 그 뒤에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을 정부의 노력은 한국의 산업발전사에 의미 있는 한 페이지로 기록될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70MW에 이어 380MW급 가스터빈의 정격부하 성능시험을 마치고 출력과 효율은 물론 진동, 온도, 배기가스 등 각종 운전지표를 모두 만족하는 것을 확인하였고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한 급속 가동시험도 병행해서 이를 충족시켰다고 전해진다. 성공적인 380MW 가스터빈의 시험성적으로 서부발전을 비롯해 중부발전, 남부발전, 남동발전 등과 이미 주기기계약을 맺었다. 향후 두산에너빌리티는 415MW급 가스터빈 그리고 90MW급 소형 모델 나아가서 제트엔진까지 개발하여 굴지의 가스터빈 제작사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성공적인 가스터빈 수출은 AI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전력수요의 급증과 이를 위한 대형 발전기 주문 러쉬와 무관하지 않다. 이미 주요 가스터빈 제작사들에 대한 주문 물량은 4년 이후까지 밀려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이때를 위해 그동안 노력해온 정부와 산학연의 협력이 없었으면 이와 같은 결실은 없었을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조성봉

[EE칼럼] 태양광은 ESS로 빛이 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팍스 아메리카나 체제 하에서 미국은 세계의 지정학적 안정을 주도했고, 석유는 에너지 시장을 장악했다. 이 시기에 세계 각국은 화석연료에 의존하며 경제성장을 이어갔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국제무역이 큰 위협에 처해 있는 가운데, 화석연료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국가의 에너지안보를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각국은 에너지 자립을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①태양광과 풍력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공급하고, ②전기차와 히트펌프를 통해 전기를 사용하며, ③배터리와 디지털화를 통해 연결하는 것이다. 이를 전기화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다. 전기 기술의 급속한 성장은 이미 세계 에너지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태양광 발전 용량은 3년마다 두 배씩 증가했고, 배터리 저장 용량도 2020년 이후 매년 거의 두 배씩 증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역사상 가장 저렴한 전기'라고 묘사한 태양광 발전은 10년 만에 가장 작은 발전원에서 가장 큰 발전원으로 성장했다. 2025년 상반기에는 지정학적 혼란, 경제적 불확실성, 기상 불안정에도 불구하고, 태양광 발전이 전체 전력 수요 증가분의 83%를 충당하며, 점유율이 2021년 3.8%에서 2025년 상반기에 8.8%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영국의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에 따르면, 태양광과 함께 풍력의 급격한 증가로 2025년 상반기에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사상 처음으로 석탄 발전량을 추월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363TWh 증가한 5,072TWh를 기록한 반면, 석탄 발전량은 31TWh 감소한 4,896TWh를 기록했다. 그 결과, 전 세계 전력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32.7%에서 34.3%로 증가한 반면, 석탄은 34.2%에서 33.1%로 감소했다. 재생에너지 확대의 가장 큰 병목 현상 중 하나는 전력망이다. 전력망은 재생에너지 전환에서 가장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드는 과제로 남아 있다. 전 세계적으로 최소 3,000GW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전력망 부족으로 대기 중인 상태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실질적 수단으로 배터리 ESS가 주목받고 있다. 전력망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공장이나 데이터센터 같은 대형 수요처를 짓기가 어렵다. 인근에 가스발전소를 지어 해결할 수도 있지만, 신규 가스발전소 건설 기간이 길어지고 있고, 건설 비용도 미국의 경우 2022년 이후 세 배로 증가하여 kW당 2,400달러에 달하고 있다. 이에 더해 천연가스 가격의 변동성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같은 나라에 또 다른 위험 요인이다. 반면, 태양광과 배터리 ESS를 결합하면 현지에서 신속하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미국 애리조나의 소노란 태양광 발전소(260MW)는 구글의 메사 데이터센터의 사용량에 맞춰 1GWh의 ESS 용량을 갖출 예정이다. 호주 리치몬드밸리 태양광 발전소(500MW)는 2.2GWh의 ESS로 아연 생산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할 예정이다. ESS 없이 태양광을 설치하면 낮 시간대에만 전력을 공급할 수 있고, 야간에는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해야 한다. 그러나 배터리가 결합된 시스템은 24시간 안정적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배터리 기술의 발전과 비용 하락으로 이러한 일이 현실화되고 있다. 최신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업계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LFP 배터리는 2023년 전력망에 연결한 신규 배터리의 80%를 차지했다. 비용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2024년 한 해에만 배터리 가격이 40% 하락하여 전체 ESS 시스템(엔지니어링, 조달, 건설 및 전력망 연결 비용은 제외) 기준으로 kWh당 165달러라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우디의 두 차례 경매에서는 72달러까지 떨어졌다. 생산 규모와 효율이 향상되면 가격은 더욱 하락할 것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전력망 연계 ESS 구축은 이제 시작 단계이다. 2024년에 169GWh가 설치되어, 2020년보다 17배 증가한 수치이기는 하지만, 2024년에 설치된 599GW의 태양광 발전에 비하면 매우 적은 규모이다. 우리나라도 2023년말 기준으로 태양광이 28GW 설치되어 있다. 전력수요가 적은 비수도권에 몰려있어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야 하는데, 송전망이 부족해 출력제어(curtailment)가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태양광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보급을 크게 확대할 계획인데, 태양광 발전소 인근에 ESS를 설치하면 송전망 건설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태양광과 ESS의 결합은 단순한 기술적 선택이 아니라, 미래 에너지안보의 전략적 해법이다. 박성우

[김한성의 AI시대] 설명할 수 없는 권력: 트럼프와 AI의 교훈

김한성 굿프롬프트 대표 세상이 복잡해 질수록 우리는 단순한 답을 원한다. 문제가 얽힐수록, “나만이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이 '달콤해진다'. 도널드 트럼프의 재선은 이 역설의 완벽한 증명이다. 91건의 형사 기소, 두 차례 탄핵, 2021년 1월 6일 의회 난입을 선동했던 인물이 2024년 대통령에 재선되어 돌아왔다. 전통적 정치 논리라면 이는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2025년 1월 취임 후 트럼프의 행보는 대통령 행정명령(Executive Order)을 남발하며 마치 거짓말 탐지기의 바늘이 요동치듯 쏟아지는 서명으로 민주적 규범과 제도를 악화시키하고, 몇 개의 숫자로 관세를 무기화하면서 세계 무역 질서를 흔들고 있다. 이것은 일시적 착오인가, 아니면 구조적 문제인가? 이것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하여 200년을 되돌아 본다. 제1시대(1825~1890년: 볼 수 있는 권력)는 증기기관, 철도처럼 복잡했지만 투명했다. 공장장이 기계를 이해했고, 노동자도 그 작동원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권력의 위치도 공장, 의회, 국경 처럼 분명했다. 제2시대(1890~1970년: 믿어야 하는 권력)는 전기 그리드는 엔지니어가 필요했다. 원자폭탄은 과학자만 이해했다. 지식이 실험실로 옮겨갔고, 국제연합, 대기업, 정부 부처가 복잡한 세상을 관리할 수 있었다. 제3시대(1970년대~지금: 설명할 수 없는 권력)는 페이스북 알고리즘이 뉴스를 선택하고, AI가 대출과 채용을 판단한다. 개발자조차 이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완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더 큰 문제는 권력이 어디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국경을 넘나들며 작동한다. 역사의 패턴은 명확하다. 기술이 한 단계씩 도약할 때마다 기존 제도는 뒤쳐진다. 국가, 노동조합, 전통 언론 등 20세기 제도들은 21세기 디지털 세상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 맥락에서 트럼프 현상은 제3시대의 모순이 폭발한 결과다. 즉, 알고리즘이 복잡한 세상을 관리한다(정립, Thesis). 그러나 시민들은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없다고 느낀다(반정립, Antithesis). 모순의 핵심은 효율성이 증가하는데 인간 주체성은 상실된다. 이것이 트럼프를 만들었다. 첫째, 미디어 변화다. 트럼프는 트위터로 직접 수천만 명에게 말한다. 알고리즘은 진실보다 “참여"를 우선하며 그의 과격한 발언을 증폭시킨다. 둘째, 경제 변화다. 과거 공장 노동자는 동료들과 노조를 만들었지만, 지금 배달 라이더는 앱 속에서 혼자 일한다. 셋째, 현실의 파편화다. 알고리즘이 각자에게 다른 세상을 보여주며 공통의 사실 기반이 사라졌다. 트럼프의 “나만이 해결할 수 있다"는 이 모순을 제1시대로 돌아가 해결하려는 허구이다. 물론 19세기 방식으로 21세기 문제를 풀 수는 없다. 하지만 제도가 현실을 따라잡지 못할 때, 사람들은 과거의 단순함을 그리워하며 과거의 영광으로 회귀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진정한 종합(Synthesis)은 다른 곳에 있다. 일고리즘의 능력을 유지하면서도 인간의 이해 가능성을 회복하는 것, 역설적이게도, 우리를 이 상황에 빠뜨린 AI가 그 해법의 단서를 준다. AI 개발자들도 같은 문제와 씨름한다. AI가 너무 복잡해서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모른다. 이것이 AI 정렬 문제(Alignment Problem)다. 똑똑한 AI가 엉뚱한 목표를 추구하면 재앙이다. 사회도 똑같다. 알고리즘이 똑똑해졌지만 우리와 '정렬'되지 않았다. 페이스북 알고리즘의 목표는 '참여 극대화'지만 우리의 목표는 '진실한 대화'다. 둘이 어긋나서 가짜뉴스가 퍼진다. AI 안전 기술을 사회에 적용하는 방법은 세 가지다. 첫째, 설명 가능한 AI(XAI)다. AI에게 “왜?"라고 물을 수 있듯이, 유튜브 알고리즘도 “이 영상은 당신의 과거 시청 60%, 인기도 30%, 광고주 비용 10%로 추천됐다"고 설명해야 한다. 식품 회사가 영양 성분표를 붙이듯, 정보에도 '추천 성분표'를 붙이는 것이다. 둘째, 적대적 테스트다. AI 개발자가 일부러 AI를 속여보며 약점을 찾듯이, 정부도 새 정책 발표 전 비판 팀이 허점을 찾도록 법으로 의무화해야 한다. 셋째, 인간 피드백 학습이다. AI가 인간 피드백을 받으며 학습하듯이, 무작위 추출된 시민 패널이 알고리즘을 감독하는 '알고리즘 배심원제'를 도입할 수 있다. 이것은 공상이 아니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알고리즘 투명성을 법으로 만들어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소셜미디어나 검색엔진은 자신들의 추천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공개해야 한다. 기업 기밀을 다 공개하라는 것이 아니다. 식품 회사가 정확한 레시피는 숨겨도 영양 성분은 공개하듯, 핵심 원리는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데이터를 공공 자산으로 봐야 한다. 지금은 거대 기업이 우리의 데이터를 독점한다. 대안이 있다. 데이터를 공공 신탁처럼 관리하는 것이다. 시민들이 자신의 데이터가 어떻게 쓰이는지 결정권을 갖는 방식이다. 셋째, AI 이해 능력을 기본 교육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 학교에서 읽기, 쓰기, 셈하기를 가르치듯, 알고리즘 읽기도 가르쳐야 한다. 뉴스 피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추천 시스템에 어떤 편향이 있을 수 있는지, 어떻게 비판적으로 볼 것인지를 모든 학생이 배워야 한다. 증기기관이 사회계약을 다시 썼듯이,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사회계약을 쓰고 있다. 트럼프는 지나갈 것이다. 대통령 임기는 정해져 있다. 하지만 그를 가능하게 만든 구조적 문제—복잡한 기술과 낡은 제도 사이의 간극—는 우리가 메우지 않으면 계속 벌어질 것이다. 그리고 다음번에 더 위험한 누군가가 올 것이다. 우리는 두 가지 미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하나는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이 우리를 지배하고, 우리는 점점 더 무력해지는 미래다. 다른 하나는 기술을 투명하게 만들고, 그것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며, 인간의 능력을 진정으로 확장하는 미래다. 하지만 역사는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인류는 항상 새로운 도구에 맞는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왔다. 증기기관 이후 노동법이 왔다. 원자폭탄 이후 국제연합이 왔다. 지금 인공지능 이후에도 무엇인가 올 것이다. 단, 우리가 그것을 의식적으로 선택한다면 말이다. 김한성

[EE칼럼] EIA의 저유가 전망···재고 급증·수요 둔화가 원인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이 2026년의 국제원유 가격 평균치가 배럴당 52달러 선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였다. 10월 7일자 단기에너지예측보고서(Short-term Energy Outlook)에 전망된 브렌트 원유 기준 예측치이다. 2026년 하반기에는 아예 50달러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고 보았다. 52달러라는 가격은 2023년 평균인 83달러, 2024년 평균인 81달러에 비하여 매우 낮아진 것이며, EIA가 예상한 2025년도 평균인 69달러에 비해서도 25% 정도 하락한 수치이다. 더욱이 이 수준은 현재 미국 뉴욕상품거래소(NYMEX) 시장에서의 내년도 원유 선물 가격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EIA의 이러한 낮은 원유 가격 전망치가 7월 보고서에는 그렇지 않았으나 8월 보고서부터 하락하더니 3개월째 낮은 전망치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EIA는 왜 이렇게 국제 원유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였을까? 가장 큰 이유로 든 것은 원유를 포함한 석유류의 재고가 2025년 여름에 크게 증가하였다는 것이다. 2025년 4분기에 재고량은 2천6백만 b/d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2025년 5월에서 9월까지의 5개월 동안 세계의 석유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1천9백만 b/d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로 인한 석유류 소비 감소가 재고량을 늘어나게 하는 주요 원인인 것이다. EIA는 특히 재고 증가에도 불구하고 2925년 여름 동안 가격이 크게 하락하지 않았음에 주목하였는데, 이는 중국이 경기 침체로 소비가 줄어들자 그 대신 비축을 크게 늘리고 있음을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 중국이 비축을 늘리고 있다고도 분석하였다. EIA는 이러한 추세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EIA는 2025년도 4분기에 원유 국제 가격은 62달러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며, 2026년 상반기에 곧바로 52달러 수준으로, 그리고 하반기에는 50달러 아래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국제유가가 낮아지는 두 번째 이유로 EIA는 국제 석유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증가를 들었다. OPEC+ 에 속한 국가도, 속해있지 않은 국가도 모두 증산할 것으로 보았다. 특히 북중남미의 브라질, 캐나다, 가이아나 등이 2025년에만 2백만 b/d 이상 증산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이들이 증산을 주도할 것으로 보았다. OPEC+ 역시 2025년과 2026년에 1.1백만 b/d 정도를 늘릴 것으로 보았다. 한편, 미국의 원유 생산 규모는 2025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국제 수요는 2026년에 1.1백만 b/d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았으며 대부분 BRICs 및 개발도상국에서 늘어날 것으로 보았다. EIA는 그러나 천연가스의 가격은 2026년에도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였으며 재고량도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였다. 또한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량과 수출량 역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상대적으로 환경친화적인 연료인 천연가스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임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2026년은 전반적으로 석유류의 감소세 속에 천연가스의 강세가 드러나는 해가 될 것이라는 예측인 것이다. 21세기 들어서 국제원유가격이 50달러 선 이하로 떨어졌을 때 대부분 그 지속 기간이 1년 정도였고 곧바로 80~100달러 선으로 올라갔었다. 하지만 이번 하락세가 국제적인 경제 침체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본다면, 이번에는 그 보다는 더 오래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실로 오랜만에 맞이하는 50달러 이하 수준의 국제유가 시기에 우리는 어떻게 반응하는 것이 좋을까? 저유가인데 그저 알아서 하라고 놓아두기에는 우리의 에너지 사정도 이미 많이 변했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정책과 궤를 같이하면서도 저유가의 기회를 살릴 묘책이 필요해 보인다. 불경기에 힘들어하는 중견‧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을 위하여 이들에게만 낮은 가격으로 석유류를 공급하는 방안은 어떨까. 아니면 중국처럼 이 기회에 전략적 비축을 늘리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모쪼록 오랜만에 찾아오는 좋은 기회를 현명하게 사용하면 한다. 허은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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