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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네이버 日·동남아 영향력 상실 위기에 침묵하는 정부

일본 정부의 라인(LINE) 경영권 침탈 야욕이 거세지고 있다. 한때 일본 관방장관의 입을 통해 '매각 강요'가 아닌 '보안 강화' 요구라며 한 발 빼는 듯했지만, 곧이어 이사회의 유일한 한국인이 이탈하고 라인야후 사장이 직접 네이버와의 관계 축소·단절을 시사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게 흘러가는 모양새다. 라인 메신저는 일본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등지에서도 폭넓게 쓰이는 서비스다. 만일 사태가 최악으로 흘러가 네이버가 라인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하게 될 경우, 동남아시아 등지에 대한 영향력도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네이버는 국내 1위 IT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으나 내수시장에 영향력이 한정됐다는 약점이 있었는데, 라인을 잃게 된다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할 기회를 잃고 '우물 안 개구리'라는 오명을 벗을 길이 없어지게 된다. 라인야후는 네이버-소프트뱅크와의 50대 50 비율 지분구조로 돼 있는 일본 법인이지만, 주간문춘 등 현지 매체 반응을 보면 일본 내에서는 오래전부터 한국기업이라는 인식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현재 지지도가 바닥을 기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 및 내각이 정치적 카드로 라인에 대한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 측에서는 미국의 틱톡 재제 사례를 들어 라인에 대한 네이버 지분 매각 압박의 정당성을 설파하고 있다. 그러나 라인의 경우 네이버의 관리소홀이라는 과실이 있지만 의도적으로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았으니 틱톡의 사례를 적용하기는 어렵다. 특히 미-중 관계와 달리 한-일 관계는 명목상으로나마 우방국 관계다. 마치 적성국 기업을 대하는 것 같은 일본 정부의 태도는 외교적 결례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아직까지 미온적이다 못해 무책임할 정도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2주년 기자간담회를 위해 약 사흘간 준비에 매진했다고 전해졌다. 그 기간 일본 현지 라인과 관련된 상황이 실시간으로 악화하고 있었음에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은 채 치적 알리기에만 급급했던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올해 총선 패배 후 정부는 소통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반면 국정운영 방향성은 옳았다고 자평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과거부터 일본에 대해 저자세 외교로 일관한 상황에서 이번 라인 이슈까지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최소한 외교정책에 대해서만큼은 스스로 재고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성우창 기자 suc@ekn.kr

[기자의 눈] 전세사기 피해자를 두고 갈리는 시선

전세사기 피해 구제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최근 총선에서 승리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선 구제 후 회수' 방식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부의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피해자를 우선 구제하고 추후에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그러나 피해 구제액을 두고 정부와 피해자 단체가 추산하는 금액이 터무니 없이 달라 문제가 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선 구제 후 회수'를 실행하면 3조~4조원의 재원이 소요된다고 말하는 반면, 시민단체는 약 480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 구제액이 갈리는 이유는 국토부는 회수를 생각하지 않는 전액을 예상하는 것이고, 피해자 단체는 후순위 임차인이면서 보증금 회수가 불가능한 피해자 50%를 가정했을 때를 계산했기 때문이다. 양측 모두 스스로에게 유리한 차원에서 수치를 내다보니 여론도 입맛 따라 갈리고 있다. 피해자 대부분이 2030세대인 만큼 벼랑 끝에 몰린 이들을 한시바삐 일상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본인이 잘못해서 사기를 당한 것을 국가가 왜 책임져야 하느냐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많다. 보이스피싱 등 사기는 구제를 못 받는데 왜 전세사기만 구제를 받느냐는 질타도 피해자를 더 힘들게 한다. 피해자들은 하루 하루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 기자가 통화한 전세사기 피해자는 늘 정신클리닉에 가는 중이라고 호소했다. 여전히 구제를 받지 못하고 있어 삶의 의욕이 떨어져 스스로에게 욕을 하며 자신을 깎아내린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그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피해자가 자괴감에 시달리게 한 것은 정부와 야당 모두의 탓이다.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선 구제 후 회수'인데 정부는 재정 건전성 문제를 이유로 '선 구제'에 소극적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추후 임대인에게 어떻게 돈을 받아낼 수 있을지 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놔야 하지만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전세거래는 사인간 거래이기에 국가가 나설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긴 하다. 그러나 전세는 정부가 대출을 지원하고, 보증을 한다는 측면에서 정부의 시스템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정부가 서민의 주거안정이라는 목표 하에 하루빨리 피해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야당과 협치해서 '선 구제 후 회수'의 구체적 기준을 시급히 설정해야 할 때다. 김준현 기자 kjh123@ekn.kr

[기자의 눈] 지역균형 논리에 갇힌 바이오클러스터 육성

지난 달 말 정부는 국내 최초로 전면 네거티브 규제특구인 '글로벌 혁신특구' 4곳을 새로 지정하고, 이 가운데 바이오헬스 분야만 춘천·원주를 중심으로 한 강원도(인공지능 헬스케어)와 오송을 주축으로 한 충북도(첨단재생바이오) 등 2곳을 포함시켰다. 바이오헬스케어 육성은 물론 지역균형발전의 정부 의지를 보여준 결정으로 평가된다. 앞서 중소벤처기업부는 글로벌 바이오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연세대 국제캠퍼스 등이 자리잡은 인천 송도에 민관합동 바이오벤처 육성사업인 'K-바이오 랩허브' 구축 사업을 착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금 어색한 부분이 있다. 글로벌 혁신특구와 K-바이오 랩허브는 모두 정부가 세계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인 미국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인천 송도, 충북 오송, 강원 원주 등은 보스턴클러스터와 성격이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대기업 제조시설이 주축인 송도는 연세대 송도 세브란스병원이 오는 2026년 말께 개원한다. 오송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규제기관이 주축이고, 원주는 의료기기에 특화돼 있다.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는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을 중심으로 수십 년에 걸쳐 자생적으로 발전해 왔다. 하버드의대 교수가 이 곳에 코로나 백신으로 유명한 바이오기업 모더나를 창업한 것에서 보듯 교수·의사 창업이 활발하다. 국내에서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와 가장 성격이 비슷한 곳을 꼽자면 '서울 홍릉 바이오클러스터'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경희의료원, 고려대안암병원 등 대학과 병원이 밀집해 있고, 의사 창업·교원 창업이 활발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홍릉 바이오클러스터는 수도권 과밀화 억제라는 정책 걸림돌에 걸려 정부의 바이오 육성정책에서 소외돼 있다. 글로벌 혁신특구제도도 수도권 이외의 지역만 대상으로 한다. 지역균형발전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미국·유럽 등 바이오산업 선진국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수도권 vs. 지방' 구분에 앞서 될성부른 곳에 집중해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기도 하다.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오픈이노베이션 활성화를 위해 서울 마곡단지처럼 제약·바이오 대기업의 연구개발센터가 홍릉 클러스터에 들어설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되새겨봐야 한다. 한 바이오벤처 대표는 현재 전국 각지에 바이오클러스터가 30곳 가까이 이르고, 개중에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자리보전용에 불과한 유명무실한 곳도 많다고 기자에게 귀띔했다. 국내 바이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맹목적 지역균형발전이나 명분론적 규제를 뛰어넘는 실용적 선택과 집중의 정책 의지가 필요하다. 국내 바이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맹목적 지역균형발전이나 명분론적 규제를 뛰어넘는 실용적 선택과 집중의 정책 의지가 필요하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기자의 눈] 환경단체, 권력에 가까워질수록 ‘이카루스 날개’

기후위기 대응 목소리가 커지면서 환경단체 몸값이 나날이 올라가고 있다. 환경단체 출신 국회의원이 여야에서 모두 등장했다. 국회에서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상설과 정부 부처인 기후에너지부 신설 이야기가 나온다. 취재를 하다 보니 환경단체가 정말 많다는 걸 알았다. 환경단체라고 하기 애매한 곳도 있지만, 기후와 환경을 위하는 활동을 내세우면 환경단체로 보인다. 환경단체 중에는 환경에 관심 있는 시민과 환경운동 중심으로 돌아가는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이 있다. 환경교육과 기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도와주는 환경단체로는 기후변화센터, 환경재단, 에코나우가 눈에 띈다. 요즘 환경단체 트렌드는 단연 에너지다. 기후솔루션은 기존 환경단체들이 잘 다루지 못했던 에너지를 깊게 다루는 캠페인을 펼친다. SDX재단은 기업들의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응 지원을 주요 아이템으로 삼았다. 싱크탱크와 환경단체 사이에서 애매해 보이는 곳이 에너지전환포럼, 플랜1.5도, 넥스트인 것 같다. 환경단체랑 같이 활동하고 정책제안도 과감하니 눈에 잘 띈다. 환경단체처럼 전면으로 캠페인을 하기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뒤에 빠져 있기는 싫다는 듯한 위치다. 환경단체가 어떤 역할을 하던 각자 해야 할 몫이 있다고 본다. 중요한 건 환경단체가 권력과 관계를 어떻게 정리할지다. 시민단체는 권력과 유착될성 싶으면 견제를 많이 받는다. 권력과 가까워질수록 시민을 위해 일한다는 시민단체 본질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환경이라고 다를까. 환경단체는 시민단체처럼 권력을 얻고 정책 결정에 직접 참여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그러나 권력에 가까워질수록 환경과 기후를 지키겠다는 환경단체 본질은 타락할 위험에 빠진다.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선 조직이 필요하며 조직 운영에 자금은 필수다. 환경단체는 국민들로부터 주어지는 힘만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최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결국, 외부 자본에서 많은 힘을 얻는 환경단체가 있다. 자본이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목적을 우선으로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순진한 거다. 환경단체에 관대하지 않는 이들은 외부에서 힘을 얻고 있는 환경단체의 약점, 즉 자본 출처를 궁금해한다. 이 환경단체가 권력에 가까워지려는 시도를 보이면 보일수록 더욱 그렇다. 환경단체는 점점 발전하고 있다. 권력을 견제하고 환경을 중요시하는 단체를 원하는 시대적 흐름을 타고 있다. 환경단체가 권력과 거리를 유지하고 불타서 사라지는 '이카루스 날개'가 되지 않기 위해 고민할 때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자의 눈] 밸류업은 테마가 아니다

국내 증시가 최근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와 실망이 반복되면서 변동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2일 2차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에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대표적인 저PBR(주가수익비율) 종목이 하락세를 보였다. 상승동력(모멘텀)이 소멸됐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앞서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하고, 지난 2월 첫 번째 세미나를 진행했을 때도 실망 매물이 속출했다. 가이드라인은 국내 기업의 밸류업을 위한 여러 가지 요인 중 '하나'인데, 테마형 성격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효과가 나타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린단 시장의 전망이 우세하다. 단기 상승을 보고 투자할 종목이 아니란 뜻이다. 총선 이후 여소야대 국면이 펼쳐지면서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자사주 소각 시 법인세 감면 등 세제 개편안의 국회 통과가 이뤄져야 밸류업도 가능하단 분석이 나오면서다. 증권가에서는 막연한 정책 발표가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종목을 테마형으로 이끌고 있단 지적을 내놓고 있다. 실제 대표적인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종목은 금융과 자동차 등으로 배당시기와 실적에 따라 상승 여력이 충분히 있는 종목들이다. 이날 발표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핵심인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 최종안에도 구체적인 증시 활성화 '유인책'은 빠졌다. 그간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이 충족되면 세제 혜택을 주는지,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어떤 조건을 갖춘 기업이 포함될 수 있는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되는지 등 제대로 된 분석과 가이드가 나와야한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소용없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정부와 기업, 주주로 이어져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 관건인 시장 기대와 현실 간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열쇠다. 투자자들은 밸류업 프로그램을 중장기적으로 봐야한다.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종목은 저PBR주이면서 배당을 충분히 하는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단 점도 바꿔볼 때다. 이번 가이드라인 발표는 이미 지나갔다. 정부의 시장 예상을 넘어서는 구체적인 계획과 가이드라인 발표를 또 기다려본다. 윤하늘 기자 yhn770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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