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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내수진작을 저해하는 요인들

최근 우리 경제의 고민거리는 민간소비 부진이다. 민간소비 부진의 직접적 원인은 고물가이다. 고물가는 높은 원달러 환율 지속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과 관련이 있다. 곡물, 석유 등 해외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여건상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도입단가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물가 여파로 민간소비도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 경제에서 수출과 함께 성장의 한축인 민간 소비의 부진은 경제성장률 둔화로 나타났다. 민간소비 동향을 판단할 수 있는 소매판매액 지수 변화율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전년동기 대비 약 3%나 낮아졌다. 특히, 동 지수는 9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여 역대 최장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로인해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이전기 대비 0.2% 역성장했다. 최근 정부는 내수진작을 위해 국군의 날의 임시 공휴일 지정 등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지만,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듯하다. 오히려, 정부는 일시방편적 대책보다는 민간소비를 저해하는 요인들을 파악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듯하다. 첫째, 소비자의 신용카드 일시불·할부거래 결제를 늘리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미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카드 사용액 증가분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기존 10%에서 20%로 2배 인상했다. 비교적 적절한 대책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일시불·할부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드사의 신용판매 부문에 대한 사업축소가 문제이다. 실제로 카드사는 무이자 할부·할인·포인트 적립 등 신용판매 관련 소비자 부가서비스를 대폭 축소하고 있다. 이로인해 신용카드 일시불 거래의 금년 1분기 성장률은 8%에 그쳤다. 전년도의 15%의 성장률에 비하면 가파르게 성장세가 둔화되었다. 자동차·가전 등 고가의 내구재 구입시 이용하는 신용카드 할부거래 성장률도 올해 1분기의 경우 3.7%였는데, 이는 지난 2022년의 12%에 비해 약 1/3 수준에 불과하다. 일시불·할부거래를 축소한 대신 카드사들은 카드론 공급을 늘리고 있다. 최근 카드론 잔액이 40조원을 넘어서고 있는데, 이는 신용판매 부문의 낮은 수익성을 카드론이라는 높은 수익으로 보전하려는 카드사의 영업전략이 반영된 결과이다. 후불결제가 보편화인 국내 소비행태를 감안할 때, 카드사들이 일시불·할부거래의 신용판매부문을 축소한 것은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된 이른바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와 무관치 않다. 동 제도는 가맹점 수수료율을 3년마다 재평가하여, 시장 상황에 맞게 수수료율을 재조정한다는 당초 취지가 있었으나, 실제로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율은 지속 인하되어왔다. 더욱이,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우대 가맹점의 비중도 96%까지 늘어났다. 신용판매 부문에 소요될 영업자금 확보를 위한 조달비용이 증가한 최근 상황에서 해당 사업에 대한 수익성이 크게 줄어든 신용판매 부문보다 카드론 등 대출성 현금부문에 카드사의 사업역량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일시불·할부거래에 대한 소비자 혜택을 줄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는 결제수단으로서 신용카드에 대한 혜택을 줄여 민간소비 증가에 기여하는 신용카드 사용의 유인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둘째, 높은 배달앱 중개수수료율은 외식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가계의 지갑을 닫게 만든다.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올해 8월의 외식물가 상승률은 3.0%로 2.4%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을 훨씬 웃돈다. 외식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상승률보다 높은 현상은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김밥, 칼국수 등의 최근 가격은 3년 전 가격에 비해 20% 이상이나 상승했다. 외식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들은 대체로 영세한 편이며, 이러한 영세 자영업자들은 대형 스낵업체와 같이 불황기에 대량의 원자재를 구입하여 구매단가를 낮추거나, 자동화 설비 확충을 통해 비용을 절감할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종업원이 없는 영세한 사업 단위가 많아 원가 상승시 이를 소비자 판매가격에 이전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최근 배달앱 서비스의 높은 중개수수료율은 영세 자영업자의 소비자 판매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는 외식물가 상승세를 더욱 심화시켜,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셋째,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급증은 가계의 가처분 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높은 물가상승률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월 이후 한번도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은 한국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은 주담대의 급증을 불러왔다. 또한, 향후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며, 주담대 수요를 늘리고 있다. 이는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구매비용 및 주담대 이용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 등으로 이어져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줄이는 계기가 된다. 결국, 가처분 소득의 감소는 민간소비 감소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내수진작을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3가지 요인에 대한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 즉, 신용카드의 일시불·할부거래 이용률 둔화, 높은 배달앱 중개수수료율, 주택담보대출 급증은 내수진작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서지용

[이상호 칼럼] ‘삐삐’ 폭탄공격 당한 헤즈볼라와 끝나지 않는 중동 전쟁

2024년 9월 17일과 18일, 레바논과 시리아에서 이란이 지원하는 반이스라엘 무장 단체인 헤즈볼라 대원들이 사용하던 일명 '삐삐'라고 불리는 무선호출기와 무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하여 약 3,000명의 조직원이 죽거나 다쳤다. 현재 사망자는 14명이나 중상자가 많아 피해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 공격의 배후가 분명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이스라엘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 로이터 통신 등 서방 언론은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가 이 사태의 배후라고 레바논 고위 안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보안이 취약한 휴대전화를 추적해 헤즈볼라 주요 요인과 조직원을 제거하는 방식을 애용해 왔다. 이에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추적을 회피하여 작전 효율을 높이는 대안으로 구시대 골동품인 '삐삐'를 통신과 소통에 사용했다. 문제는 이런 움직임을 사전에 파악한 이스라엘이 헤즈볼라가 주문한 5,000대의 무선호출기에 소량의 폭발물을 비밀리에 장착했고 이번에 공격에 사용했다. 이를 위해 이스라엘은 가짜 무선호출기 공장 설립과 운영을 위해 약 15년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의 치밀함과 집요함, 그리고 헤즈볼라 제거를 위한 확고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 공격 후 이스라엘은 20, 21일 연속으로 레바논 남동부와 수도 베이루트를 맹폭하며 헤즈볼라 제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원수와 같은 존재로 1982년 결성된 이후 줄곧 이스라엘 타도에 앞장서 왔다. 더군다나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여 심각한 피해를 준 하마스를 지원하면서 이스라엘의 분노를 자초했다. 작년 하마스의 공격은 이스라엘의 9.11이었다. 이스라엘은 9.11 테러 충격으로 20년간 “테러와의 전쟁"을 벌인 미국만큼 충격과 분노에 치를 떨었다. 하마스 테러 공격 이후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더 이상 대화를 통한 평화 모색을 포기한 것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전쟁 개입을 막으려는 선제공격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헤즈볼라 전체를 완전히 무력화하여 제거하기 위한 결전의 의지로 파악된다. 이스라엘도 이번 공격으로 민간인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했을 것이다. 실제 이번 공격으로 어린이들과 민간인 여럿이 희생되었다. 국제 사회 일부는 이스라엘의 공격을 테러 행위라고 강력하게 규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을 정당한 군사 작전의 일부이며 본격적인 군사 행동 이전에 적의 지휘부와 주요 조직원을 조기에 타격하여 위협을 최소화하는 선제적 정밀 유도 무기 공격이라고 판단하여 시행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이번 행동이 무차별 테러라는 비난을 아예 묵살하고 오히려 확전을 통해 헤즈볼라를 발본색원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각오가 아니라면 테러 행위로 비난받을 '삐삐' 폭탄이라는 기발하지만, 무차별적인 살상 무기로 공격을 시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스라엘은 '불구대천지원수'인 헤즈볼라와 하마스를 어떻게 하면 조기에 마비시켜 제거할 수 있는지 수십 년간의 경험을 통해 터득했고 이번 공격은 전략적으로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판단한다. 국가 존망이 달린 상황에서 국가 보존보다 더 큰 목표는 없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민간인 피해 때문에 비난을 받겠지만 국익 수호를 위해 비난을 감수하겠다고 결심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으로 다시 한번 이스라엘 군과 정보기관의 우수함을 입증했고 앞으로 헤즈볼라를 비롯한 여타 세력이 이스라엘에 효과적으로 보복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아무리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완전히 제거하는 전과를 거두어도 결국 다른 반이스라엘 세력의 출현을 막지 못할 것이다. 중동의 비극적인 악순환의 고리를 자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마스와 동조 세력을 응징하는 이스라엘이 아무리 이번 공격이 명분 있는 행동이라고 주장해도 일부 지나친 이스라엘의 행위는 만행으로 보일 수 있어 국제 사회의 비난과 외면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런 보복의 악순환은 중동을 끝나지 않을 영원한 전쟁터로 만들 것이다. 이를 회피하기 위한 국제 사회의 적극적인 개입과 중재가 필요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최근의 국제정세를 보면 이런 노력의 성과에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이상호

[이슈&인사이트] G20 정상회의를 준비해야 할 시기다

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Jean Monnet EU센터 공동소장 2024년의 G20 정상회의가 가을에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Group of 20의 약자인 G20는 국제경제와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20개의 선진 및 신흥경제국이 1999년에 출범시킨 협의체인데, 이 분야의 현안에 관한 소통을 하면서 궁극적으로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세계 경제의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G20의 정상회의는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각국 정상들의 모임이다. G20 국가들은 세계 인구의 2/3, 세계 총생산량의 90%, 국제무역의 80%를 차지하기 때문에, G20에서 이루어지는 합의 내용과 그 이행은 국제사회의 경제 패러다임에 상당한 파급력을 가진다. G20에 속하는 국가의 대표자들은 IMF(국제통화기금), IBRD(국제부흥개발은행), ECB(유럽중앙은행) 등 여러 국제금융기구와 함께 1년 동안 셰르파(Sherpa) 회의, 장관급 회의, 의제별 실무그룹 회의 등 여러 종류의 회의에 참여한다. 각국 고위급 대표들은 셰르파 회의에 참석하여 G20 정상회의에서 다루어질 의제와 정상들의 선언문 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준비한다. 그리고 G20 의장국은 해마다 정상회의를 개최하여 각국 정부의 최고 대표자가 함께 만나서 각종 회의의 근간을 논의할 수 있도록 한다. 정상회의가 시작된 2008년 당시에는 경제문제에만 논의가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G20 설립의 목적이 국제경제 위기에 대한 대응과 탄력성의 확보이기 때문에, 이제는 정상들이 자연스럽게 경제와 관련된 국제정치와 안보 논제를 언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 지속가능한 에너지 확보, AI 등 다양한 주제들이 포괄적으로 논의되는 추세이다. 2022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는 COVID-19 상황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회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되어 '함께 하는 회복, 더 강한 회복'(Recover Together, Recover Stronger)이라는 슬로건이 채택되었다. 올해 G20의 의장국은 브라질인데, 이번 G20 정상회의는 11월 18일부터 19일까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될 계획이다. 이번 회의의 슬로건은 '정의로운 세계와 지속가능한 지구의 구축'(Building a Just World and a Sustainable Planet)이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은 1차 셰르파 회의 기조연설에서, '사회적 포용과 기아·빈곤 대응'(Social inclusion and the fight against hunger and poverty), '에너지 전환과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 and energy transitions), '글로벌 거버넌스의 개혁'(Reform of global governance institutions)을 G20가 국제사회를 위한 우선 과제라고 소개하였다. 셰르파 회의에서는 G20가 앞장서서 식량난과 공급망 교란 문제를 해결하여 기아와 빈곤을 퇴치하고, 에너지 안보나 AI 및 디지털 기술의 발전 등에 있어서 국가들 사이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제안이 있었다. 최근 G20 셰르파 회의에서는 농업, 디지털경제, 에너지 전환 등의 논제와 함께 의장국인 브라질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동원(Global Mobilization against Climate Change) 작업반과 글로벌 기아 및 빈곤 퇴치 연합(Global Alliance against Hunger and Poverty) 작업반 업무가 논의되었다. 올해 2월에 개최된 G20 외무장관 회의에서 브라질은 분쟁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다자기구의 실패를 언급하며, 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의 수를 확대하고 UN의 개편을 주장하였다. 이것은 브라질 룰라 대통령이 G20 셰르파 회의에서 언급했던 3개의 우선순위 중에서 '글로벌 거버넌스의 개혁'에 관한 것이며, 브라질이 UN 상임이사국에 진출하려는 의도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긴장이 고조되는 국제정세로 인하여 이러한 내용에 관한 G20 국가들 사이의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은 경제의 많은 부분을 무역과 국제경제에 의존하는 운명을 지니고 있으므로, 한국과 한국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당연히 국제경제의 흐름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여 정부와 기업의 정책에 반영해야만 한다. 한편으로는 G20 자체가 국제경제의 논제에 대응하는 패러다임을 창조하는 현실적인 책임이 있으므로, G20 회원국이자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주체로서 한국이 그러한 흐름이나 패러다임을 주도하고 제안해야 할 숙제가 있기도 하다. 11월에 개최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G20 정상회의는 경제문제를 중심으로 국제사회 전반에 놓인 문제들을 국가지도자들이 논의하는 무대이므로, 지금은 한국의 이해관계를 비롯하여 의장국인 브라질의 목표, 그리고 다른 구성원들의 의도를 차분하게 파악하며 의견을 개진할 준비의 시기이다. 김봉철

[이슈&인사이트]해리스, TV토론 판정승에도 트럼프와 초박빙인 이유

얼마전 실시된 미 대선 TV토론 직후 CNN이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3%가 해리스 부통령이 TV토론에서 승리했다고 보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더 잘했다는 응답자는 37%에 불과했다. 트럼프를 지지해 온 폭스뉴스 정치 분석가 부릿 흄도 “트럼프가 힘든 시간을 보냈다. 오늘만큼은 해리스의 밤이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의 사퇴로 갑자기 후보가 된 해리스는 첫 번째 대선 TV토론 준비에 매진한 반면에, 트럼프는 자신만만함을 과시하듯이 당일까지도 선거유세를 벌였다. 특히 해리스가 트럼프의 공격을 무디게 했고 실점을 유도했다. 공화당 인사들조차 트럼프가 해리스의 작전에 말려들어 평정심을 잃으면서 해리스의 실정을 공격할 기회를 모두 놓쳤고 경제·이민·외교 분야에서 공격할 것들이 많았으나 일관성 없는 질문으로 시간을 허비했다고 한탄했다. 아울러 해리스는 검사 출신답게 성추문 입막음 사건 등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를 조목조목 지적했는데, 트럼프는 법정에서 검사를 쳐다보지 못하는 피의자처럼 주눅이 든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도 감점요인이 됐다.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해리스는 토론 내내 트럼프를 '증인석'에 세워 검사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고 했다. 이번 TV토론에서 가장 결정적인 대목은 이민 문제였다. 해리스가 이민문제와 관련 “유세장에서 사람들이 지루해 하며 떠난다"고 언급하자, 트럼프는 불쾌감을 표시하며 “아이티 이민자들은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잡아먹고 있다."고 말하면서 크게 실점하였다. 이민문제는 해리스의 약점으로서 트럼프가 매섭게 공격할 수 있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아울러 트럼프의 개, 고양이 발언은 TV토론 후에도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아이티계 주민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시 곳곳에 폭탄 테러 위협이 이어지면서 시 당국이 시청 건물을 폐쇄했다. 아이티 출신 이민자들이 안전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처럼 TV토론에서 해리스가 판정승했지만, 지지율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는 대목에서 우리는 궁금증이 남는다. TV토론 직후 로이터 통신이 입소스와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해리스는 트럼프에 5% 포인트 차로 앞섰지만, 그전에 비해 소폭 커진 것에 불과했다. 지난달 말 같은 기관 조사 때 해리스는 45% 대 41%의 지지율로 트럼프를 4%포인트 차로 앞선 바 있다. 지난 6월 TV토론에서 트럼프가 바이든을 압도하자 트럼프 대세론이 형성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유는 트럼프는 의사당 난동사건, 성추문 입막음 사건 등 사법리스크가 많은 비호감 인물이지만, 미국이 백인이 주류인 사회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힘을 받는다. 백인남성으로서 흑인여성인 해리스보다는 유권자 구도상 유리하고 그의 국수주의적인 정책도 지지를 받고 있다. 또 미국만의 독특한 선거방식도 일부 작용한다는 평가다. 최근 로이터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유권자의 56%는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와 중국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60% 관세를 주장하는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답했다. 이 주장은 트럼프가 하고 있고, 미국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경제문제 해결에서 해리스보다 잘 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대목도 무시할 수 없다. 트럼프는 지난 7월 유세 도중 총에 오른쪽 귀 윗부분을 맞아 다친 지 약 두 달 만에 플로리다주 소재 본인 소유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던 중 또다시 암살 시도로 보이는 사건에 직면한다.대선을 50여일 앞두고 진보와 보수 진영의 극심한 분열 양상 속 초박빙 판세로 치러지는 미국 대선은 앞으로도 변수가 많이 있을 것이라는 여겨진다. 누가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느냐에 따라 큰 영향을 받게 될 우리로서는 계속 상황을 주시하면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강국

[박원주 칼럼]ESG는 ESG(지속가능)할까?

ESG는 환경, 사회, 거버넌스의 관점에서 기업의 경영행태, 운영, 성과 등을 평가하는 프레임워크이다. 쉽게 말하면 기업이 환경을 보호하는지, 주변 이해관계집단과 잘 지내는지, 법과 윤리를 지키는지 보겠다는 말이다. 당연히 좋은 말이다. 그렇게 해주면 고맙겠지만, 그러라고 강요하기도 어려운 '선한 기업'의 이야기인 것 같다. 그런데 이 '당연한' ESG가 더 이상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2015년 폭스바겐이 디젤차의 배출가스 센서를 소프트웨어적으로 조작했던 '디젤 게이트'가 발각되었다. 회사는 300억불의 벌금과 소송 비용을 내야 했다. 주가가 급락했고 기업의 전 세계적 평판이 땅에 떨어지는 댓가도 치러야 했다. 2016년 미국의 웰스파고은행에서는 창구 직원들이 매출을 늘리려 고객 동의 없이 계좌를 개설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 결과 30억불이 넘는 비용을 벌금과 합의금으로 써야 했다. 기업 가치와 고객신뢰도 한꺼번에 잃어버렸다. 애플의 조립업체로 유명한 중국의 폭스콘은 근로자들의 열악하고 위험한 작업환경과 장시간 노동, 저임금 등이 문제되면서 고객사들의 집중감사와 임금 인상, 작업 환경 개선 등 대대적인 개혁을 겪어야 했다. 국내에서도 이런 사례가 적지 않다. 국내 2위의 우유 업체였던 N사는 대리점에 대한 상품 강매, 비정규직 위주 고용, 과장 광고, 사주 일가의 비윤리적 행태 등으로 거센 비난을 자초했다. 사주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기업 이미지는 극도로 악화되었고, 그 결과 주가가 70% 이상 빠지고 만성적자에 시달리게 되었다. 대기업에만 이런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BMW, 볼보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한국에 자동차 부품을 주문하면서 RE100 이행을 요구하는 탓에 수출계약이 위태로워졌다는 보도도 있었다. 최근에는 지방의 작은 재래시장에서까지 식재료 오염, 바가지 요금 등 고객상대 갑질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가게문을 닫는 일도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기업 경영자,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억울한 부분도 많겠지만 '선하지 못한' 기업은 과거 어느 때보다 매섭게 질타당하고 있다. ESG가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 강력한 구속력을 갖기 시작한 것일까? ESG는 2004년 UN Global Compact 보고서에 등장하면서 힘을 받기 시작한다. 당시 보고서 제목에 '금융시장을 변화하는 세상에 연계'한다는 말이 들어 있다. 금융시장의 투자행태를 바꾸어 인류 생존을 위한 통합적 사회개혁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ESG를 추구하는 기업에 우선 투자하고, 그런 기업의 주가를 올려 주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 제도권 은행, 증권사, 펀드 등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권 기업들부터 자발적으로 생각과 행동을 바꾸도록 요구했다. 이러한 금융권 정화 운동에 본격적인 쓰임새가 생긴 것은 기후변화로 인류의 생존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에서 각국 정부의 대처가 미흡했던 탓이 적지 않다. 정부 규제가 움직이지 않으니 금융권이 주도하여 ESG에 강한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도록 시장의 룰을 다시 쓴 것이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ASML과 같은 글로벌 수퍼갑들이 워낙 착해서 ESG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ESG에 뒤처지면 자기 회사의 금융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삼성과 같은 벤더 기업에 RE100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종전의 '착한' 기업과 돈이 만나게 된다. 착하지 못한 기업은 적시에 필요한 투자를 받지도 못할 뿐더러 시장도 열리지 않으며 필요한 장비, 소재도 살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ESG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2023년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및 뱅크런 사태는 이 은행이 ESG 펀드에 주력 투자했다는 점에서 ESG가 시장에서 통하지 않은 대표사례로 꼽히곤 한다. 2023년 미국 주정부중 3분의 2 이상이 ESG에 반대되는 입법을 발의했고 그중 절반이 통과되었다. 여러 나라 보수 정부들이 ESG 조류를 무시하거나 그에 반하는 정책, 입법을 반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젠 ESG의 확산 흐름에 족쇄가 채워지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SVB의 파산 사태는 기업의 위험관리 과정에서 거버넌스(G) 요건을 지키지 못한 것으로 지적될 소지가 크다. 각국 정부의 규제조치 흐름은 혼란스럽지만 그래도 ESG의 원칙이 정부 정책에 하나하나 반영되는 방향으로 이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금융회사의 지배 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올 7월부터는 금융권 내부통제 기준을 강화하기 위한 책무구조도 제출이 의무화되기 시작했다. 금융업계의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지만 결국 ESG의 거버넌스 원칙이 우리 규제체계에도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이다. 시장에서도 ESG는 자생적인 성장의 기반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펀드들이 ESG에 부합하는 기업 활동에 투자를 집중하면서 과거 경제성이 떨어졌던 재생에너지, 친환경기술이 급속하게 성장했다. 이젠 공적 지원이 줄어든다 하더라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ESG 비즈니스 모델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S&P, 무디스, 피치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들도 ESG를 기업신용도에 반영하기 위해 ESG 평가기관들을 인수합병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 ESG 투자비율도 2016년 27.9%에서 2020년 35.9%로 성장했다. 현장에서 ESG는 지속가능경영과 거의 같은 말로 쓰인다. 그래서 'ESG가 지속가능하냐'는 질문은 웃자는 말로 들린다. 그러나 필자가 생각하는 답은 비장하다. ESG는 이미 글로벌 트렌드가 되었다. 이에 적응하고 기회로 삼는 기업과 국가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박원주

[이슈&인사이트] 미국의 금리 인하 시작, 한은의 선택은?

4년 만에 미국이 드디어 금리를 내렸다. 2020년 코로나로 인한 경제 붕괴를 막기 위해 풀린 돈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따른 공급 사이드의 혼란으로 인플레가 나타나자 연준(FED)은 2022년 3월부터 지난 해 7월까지 사실상 0%였던 금리를 5.5%까지 올렸었다 그 후 1년 이상 동결된 금리는 인플레가 진정되어 인하의 여건이 조성되고 최근 고용 시장의 불안으로 인하의 요구가 많아지면서 이에 대한 화답으로 FED는 50bp 금리 인하를 하면서 FED의 이중임무인 고용 안정을 위한 조치를 취했다. FED는 이날 함께 공개한 금리전망 점도표(dot plot)에서도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4.4%로 낮아질 것이라 예상했고 2025년에는 3.25-3.5%, 2026년에는 2.75-3.0%로 금리를 예상했다. 금년 내로 0.5% 이상 금리를 추가로 내릴 전망이다. 연준회의(FOMC)가 열리기 전부터 과연 25bp 인하냐 아니면 50bp의 인하냐를 가지고 갑론을박 했지만 FED의 결론은 50bp(0.5%) 인하로 이제 미국 단기 금리는 4.75-5.00%가 되었다. 금리 인하 전에는 금리를 50bp 인하하는 건 고용 지표가 안 좋아 미국 경제가 리세션에 들어간 것을 FED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기에 이는 오히려 주식시장에 나쁜 영향을 줄 거라 하였다. 그러니 이번에는 25bp만 내리고 11월에 열리는 FOMC에서 50bp를 내리는 시나리오를 월가는 예상하고 바랬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8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14만2000명 증가하는 것에 그쳐 전망치 16만1000명를 밑돌고 실업률까지 지난해 3.5%에서 4.2%로 증가하자 고용 시장의 문제가 회자되면서 다시 0.5% 금리 인하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다 지난 17일 발표된 미국 8월 소매판매지수가 시장 예상치(-0.2%)를 뛰어넘은 전년 대비 0.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다시 0.25%포인트 인하로 여론이 돌아섰다. 하지만 FED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알려진 닉 티미라오스 기자가 0.5%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기사와 더불어 월요일 시카고 선물 시장의 FedWatch Tool 조사에서 50bp 인하가 될 거라는 여론 조사 수치가 63%까지 상승하면서 다시 빅컷의 기대감이 살아났다. 25bp와 50bp의 갑론을박 속에 결국 승자는 고용시장의 침체가 나타나니 이를 선제적으로 막기 위한 빅컷이었다. 아마도 2년 전 파월 의장이 인플레는 일시적(transitory)이라고 말했다가 비난을 받은 트라우마로 이번에는 과감하게 경기침체를 미연에 방지하고 고용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FED와 파월 의장의 의지의 표명이라고 생각한다. 연준 회의 후 파월의장은 기자 회견에서 미국 경제는 좋은 상태이고 경제 성장 또한 굳건하며 인플레는 하락하고 있다며 미 경기가 안 좋아 금리를 내린다는 시장의 우려를 해소하려고 하였다. 이에 부응하듯 금리 인하 발표 후 미 달러는 약세를 보였고 주식시장 또한 상승했으나 파월이 회견 말미에 금리 인하 속도는 시장의 바람처럼 빠르지 않을 수 있다는 말과 중립금리가 지금보다 높게 형성될 수 있다는 말로 인해 달러는 다시 상승하고 주식시장은 하락 마감하였다. 과연 50bp 인하가 FED의 말처럼 선제적 행동(proaction)이 될 수 있을지 그 결과는 앞으로 나오는 고용지표와 경제지표가 말해줄 거다. 그 지표에 따라 금리 인하의 속도와 폭도 정해질 테니까. 우리도 금리 인하의 시간이 왔다. 내수 부진으로 인해 금리 인하가 절실하지만 서울 부동산의 정책적 상승 여파로 개인의 부채 증가가 급증하는 이 때 금리 인하가 부동산 버블을 만드는 불쏘시개가 될 가능성음 높다. 이창용 한은 총재의 묘수를 기대한다. 최용

[이슈&인사이트] 물산업 신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해야...내년 세계 물산업 규모 1천조원

물은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자원으로, 모든 생태계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급격한 인구 증가, 기후 변화, 그리고 산업화의 영향으로 물 자원에 대한 압박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물산업 또는 수(水)처리산업(water industry)은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물산업의 도전은 물 부족과 수질 오염이다. 세계 인구가 2050년까지 97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물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농업, 산업, 생활용수 등 모든 분야에서 물 소비량이 증가함에 따라 물 부족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특히, 기후 변화로 인한 가뭄과 홍수는 물 자원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수질 오염도 문제다. 산업 폐수, 농업에서의 화학물질 사용, 도시의 하수 등이 물을 오염시키고 있으며, 이는 생태계와 인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깨끗한 물의 확보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수처리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도전 속에서도 물산업은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첫째, 기술 혁신을 통한 수처리 기술의 발전이다. 나노기술(NT),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의 첨단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수처리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으며, 이는 오염 물질 제거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또한, 물의 재이용 기술 역시 발전하고 있어, 기존의 물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둘째는 새로운 시장의 개척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물 자원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물의 확보와 관리가 핵심 과제가 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물산업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안정적인 물 공급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며, 이는 물산업에 큰 성장 잠재력을 제공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수처리 관련 산업 시장 규모는 2010년 4,828억달러(약 527조원)에서 2025년에는 8,650억달러(약 944조원)에 이를 전망이다(영국 GWI 보고서). 지구상에서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물은 전체 물의 1% 이하이기 때문에 하폐수 재활용이나 해수 담수화 같은 수처리 관련 산업은 '블루 골드(blue gold)'로 각광받고 있다. 해당 분야 최선두 기업은 100여년 전 수자원 관리를 민영화한 프랑스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성장한 프랑스의 베올리아와 수에즈이다. 1억 2,500만명에게 물을 공급하고 있는 세계 1위 베올리아(Veolia)의 2023년 매출액은 450억유로(약 66조원)에 달한다. 글로벌 물산업도 급속한 성장과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나라 물산업도 세계 8위 수준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 첫째, 글로벌 복합기업의 참여와 신흥 물 메이저 기업의 출현으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즉 우리 기업들에게 기술 혁신과 경쟁력 강화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둘째, 에너지 문제, 기후변화, 탄소중립 등 글로벌 이슈들이 물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대목이다. 우리 물산업이 단순히 물 처리를 넘어 환경 전반을 고려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셋째, 기술의 진보, 특히 AI의 도입은 물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하수 슬러지 처리 및 자원화 연구는 산업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이러한 도전과 기회 속에서 우리 물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기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 글로벌 이슈에 대한 선제적 대응, 그리고 AI 등 첨단 기술의 적극적 도입이다. 특히 분리막 기술과 같은 핵심 기술의 발전은 시장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물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자원이다. 우리 물산업이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고 기회를 포착한다면, 글로벌 물산업의 중심에 서는 것은 물론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수년전부터 인공지능(AI)과 기후테크를 국가가 집중 육성해야 할 신성장동력으로 강조했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AI와 기후테크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필자는 AI와 기후테크에 이어 물산업을 우라나라의 세 번째 신성장동력으로 채택할 것을 강력하게 제안한다. 국내에서는 4대강과 저수지 및 공장폐수 등 수처리에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효과는 기대는 못미치고 문제점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물산업이 세계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현장 점검을 통한 문제점 해결과 중장기 발전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문형남

[신율의 정치 칼럼]윤 대통령의 식사 정치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수도권 중진 의원 그리고 일부 국민의힘 최고 위원이 이른바 '번개 만찬'을 가졌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 참석한 최고 위원들은 모두 친윤계였던 모양이다. 한동훈 대표는 “모르는 내용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8월 말에 예정됐던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만찬이, 추석 연휴 이후로 연기됐음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추석 민생을 챙기겠다며 만찬을 연기한 와중에, '번개'라고 하더라도, 일부 친윤계 최고 위원과 대통령이 만찬을 가졌으니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식사 정치'를 하면서 친한과 친윤을 갈라치기 한다든지, 아니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사이의 감정적 앙금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혹은 한 대표 힘 빼기의 일환이다, 등등의 각종 추측이 난무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만찬이 의정 갈등 문제를 비롯한 각종 현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의 일부라고 말한다. 그런데 진정으로 '다양한' 의견을 듣고자 한다면, 오히려 여당 내의 친한계에 속하는 인사들의 말을 듣거나, 아니면 야당 인사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번 '번개 만찬'이 매우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또한, 대통령이 감정적으로 정치적 사안에 접근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도 우려된다. 정치도 사람이 하는 것이어서 감정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힘들다. 하지만, 대통령과 같은 핵심 정치인은, 자신의 감정을 정치 과정에서 드러내서는 안 된다. 감정이 정치에 투영된다는 인상을 주게 되면, 지도자 혹은 정권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만찬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사안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만찬 회동이 한동훈 대표와 국민의힘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요사이 여론 조사를 보면, 대통령의 지지율과 여당의 지지율 그리고 장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의 한동훈 대표의 지지율 사이에 '커플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30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8월 27일부터 29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23%, 국민의힘 지지율은 31%, 그리고 한동훈 대표의 지지율은 14%였다. 여권과 관련한 각종 지지율이 모두 동반 하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8월 초 정도까지는 대통령 지지율이 20%대에 머물러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민주당의 지지율을 앞섰고, 한동훈 대표의 지지율도 지금보다는 훨씬 높았는데(한국갤럽 기준), 지금은 여권과 관련한 모든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통령 지지율과 여당, 그리고 한동훈 대표의 지지율 사이에서 나타나는 커플링 현상을 하루빨리 타개해야 하는데, 이번 대통령과 일부 여당 지도부의 '번개 만찬'이 그런 기회를 본의 아니게 제공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즉,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원활하게 협력한다는 인상을 주면, 여권 관련 모든 지지율 사이에 커플링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지만, 대통령과 여당 대표 사이에 갈등의 소지가 내재한다는 인상을 주거나, 실제로 갈등이 현실로 나타나게 되면, 대통령의 지지율이 저조하다고 하더라도 여당의 지지율은 오를 수 있다는 말이다. 대통령이 그런 의도를 가지고 일부 최고 위원하고만 만찬을 가졌는지는 모르지만, 이왕 이런 모습이 노출된 이상, 한동훈 대표는 '할말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합리적'이다. 즉, 대통령을 추종하는 상황에서는 한 대표의 지지율이나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는 말이다. 보수층에서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 국민의힘 혹은 한동훈 대표의 지지율이 오르기를 바랄 것이다. 이런 여론을 잘 챙기는 것이 지금 국민의힘이 가장 먼저 할 일이다. 신율

[이슈&인사이트]미국 대통령선거 TV 토론회의 변화와 의미

한국시간으로 11일 오전에 실시된 미국 대통령선거 TV 토론회도 그렇고 이번 2024몀 미국 대선은 파격의 연속이고 이변의 속출이다. 1789년 첫 미국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이후 경선까지 마친 대통령 후보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퇴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했다가 실패해서 단임으로 끝나는 경우는 있어도 재선을 아예 포기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전자는 지미 카터 대통령이나 아버지 부시 대통령 정도인데 후자는 해리 트루만 대통령과 린든 존슨 대통령이 있다. 후자에 바이든 대통령이 추가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세 중에 총격을 당했는데 임기가 끝난 뒤에 암살 시도를 당한 경우가 거의 없다. 또한 미국에서 총격으로 사망했거나 총격을 받은 대통령은 끝에 0으로 꺾어지는 해에 당선되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지 않은 2016년에 당선되었다. 이번에 만약 민주당의 해리스 후보가 당선된다면 235년 미국의 대통령선거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이자 흑인과 인도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들어가는 일이 생긴다. 이번 대통령 TV 토론회도 매우 예외적이다. 원래 미국의 TV 토론회는 1960년 케네디와 닉슨 사이에 흑백 화면으로 처음 등장했다. 기술의 발전으로 라디오를 TV가 대체하는 시점이었다. 1988년부터는 초당적 비영리기관인 대선토론위원회가 주관해왔다. 위원회는 대체로 대선 1년 전에 대통령 TV 토론회의 일정, 장소, 방식 등에 대하여 정해둔다. 예측성과 공평성을 위해서이다. 2024년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세 번의 대통령 TV 토론회(9월 16일, 10월 1일, 10월 9일)가 일찌감치 잡혀 있었다. 이러한 일정과 달리 올해 대통령 TV 토론회는 6월 27일에 진행되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연신 말을 더듬고 눈의 초점도 사라진 늙은이 모습을 보이며 결과적으로 후보직을 사퇴하는 일로 이어졌다. 트럼프가 일찌감치 토론회를 해서 바이든이 늙은 모습을 노출시켜 승기를 잡겠다고 조기 토론을 제안했으니 작전 성공이다. 바이든은 토론회를 두 번만 하자는 제안에 솔깃했다. 양측은 9월 초면 시작되는 사전투표 이전에 TV 토론회를 실시해서 표심에 영향을 주자고 계산했다. 역설적으로 조기 토론회는 민주당에게 8월 전당대회 이전에 바이든이 사퇴하고 법적으로 문제없이 새로운 후보를 선출하도록 충분한 시간을 제공했다. 6월 27일 대통령 TV 토론회가 끝난 뒤 민주당은 바이든 사퇴 이후를 준비하느라 혼돈의 시간을 지냈으나 공화당은 7월 13일 트럼프가 총격을 당하고도 살아나면서 승기를 굳히는 듯 보였다. 7월 16일부터 시작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는 트럼프가 불사조요 순교자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7월 22일 바이든이 공식적으로 후보를 사퇴하고 해리스에게 자리를 양보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8월 19일 시작된 민주당 전당대회까지 해리스의 상승세는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게 만들었다. 이번에 실시된 대통령 TV 토론회는 2024년 미국 대통령선거의 또 다른 변곡점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토론회로 인하여 승자의 향방이 어떻게 될지 예상하는 것은 아직 성급하다. 트럼프가 총에 맞고 전당대회를 거쳤어도 지지율이 급격하게 올라가지 않았다. 민주당에서 해리스를 선택하고 전당대회를 치렀어도 컨벤션 효과가 없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양극화가 너무나 극명해서 어지간한 일이 터져도 양대 정당 후보에 대한 지지율의 변동이 크지 않은 게 현실이다. 후보로 지명된 뒤 한 달 동안 해리스의 지지율이 상승세일지라도 막상 선거인단 수를 계산할 때 트럼프보다 우세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최근에는 해리스의 지지율도 정체 중이다. 미국 대선은 간선제라서 전국 득표율보다 주마다 승자독식하는 선거인단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표는 더 많은데 선거인단 계산에서 지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538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두 후보가 269명씩 나누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때에는 1월 초에 하원에서 의원들이 투표를 다시 한다. 만약 트럼프가 선거 결과를 또 불복하는 시도가 일어나면 시끄럽게 될 것이다. 이래저래 11월 5월 미국 대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이준한

[신연수칼럼] 의료개혁, 윤정부 스타일

의정(醫政)갈등이 8개월 되었다. 의료현장의 혼란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국민들마저 의료계가 나쁘니, 정부가 나쁘니 갑론을박 중이다. 분명한 건 정책은 정부의 책임이라는 점이다. 국민은 경제정책이든 의료정책이든 정책을 하라고 세금을 내 정부를 운영하는 것이고, 공무원 월급을 주는 것이다. 환자 치료가 본업인 의료인들에게 정책 대안을 내놓으라는 정부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 애초에 정부가 의료인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조율해 정책을 내놓았어야 했다. 작금의 의정갈등은 윤석열 정부의 정책 추진 방식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 추진 시기부터 내용까지 미심쩍은 정책 첫째 정책 발표 시기.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이 처음 발표된 것은 4·10 총선을 앞둔 2월초였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당 승리가 예상되던 때였다. 윤 대통령이 2월 6일 국무회의에서 “의사 인력이 2035년까지 1만5천명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 뒤 같은 날 보건복지부가 내년 의대 정원을 2천명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전국 대학에 신청을 받아서 3월 20일 대학별 증원 배분 결과를 발표했다. 의대 정원을 현재의 3058명에서 무려 65%나 늘리는 정책이 선거 직전, 불과 한 달 열흘 만에 속전속결로 진행된 것이다. 둘째 정책 시행 과정. 정부는 '4대 의료개혁 패키지'를 추진한다고 했다.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등이 포함돼 있는데 정작 2월 6일 발표에는 2천명 증원 외에 개혁의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다. 다만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만들어 개혁의 로드맵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제야 개혁 방안을 논의할 회의체를 구성하겠다고 한 셈이다. 그리고 그 위원회에서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이 나온 것이 8월 30일이다.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은 4월에야 연구 용역을 시작한다고 했고, 응급실 수가 인상은 응급실 대란 위기가 커지자 9월 들어서 발표했다. 정부는 의대 증원을 의료개혁이라고 주장하지만, 무조건 의대 증원부터 발표하고 실제 개혁의 내용은 그 다음부터 채워나가는 중이라고 의심할 만하다. 셋째 정책 내용. 대통령과 정부는 2천명 증원이 과학적 근거를 통해 나왔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들을 보면 이제 이것을 믿는 국민은 별로 없는 듯하다. 정부는 발표 직전 열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했다고 했지만, 회의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많은 우려가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그냥 발표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당시 복지부 장관은 “급속한 고령화로 늘어나는 의료 수요 등을 감안할 때 2035년까지 의사 수가 1만5천명 부족할 것이란 수급 전망을 토대로 의대 증원 규모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수요 예측이란 조건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진다는 사실은 경제학 박사인 복지부 장관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숫자만 늘린다고 의사들이 지방과 필수의료로 갈 것인지, 우수 인력을 전부 의대로 흡수하면 반도체 AI 등 미래 경제를 이끌어갈 첨단 산업은 어떻게 할 것인지 같은 종합적인 고려는 아예 없다. ◇ 사교육 카르텔, 연구개발 카르텔. 의료계 카르텔…, 다음은? 정부가 의대증원을 밀어붙인 과정을 보면 연구개발 예산을 삭감했던 때와 비슷하다. 지난해 대통령이 느닷없이 “연구개발 카르텔 타파"를 지시하자 올해 연구개발 관련 예산을 10% 이상, 26조 원 넘게 줄였다. 비판이 거세지자 내년엔 연구개발비 예산을 원상 복구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미 연구개발 생태계에는 깊은 상처가 났다. 이번에는 코로나 영웅이었던 의사들을 자기 밥그릇만 챙기는 이기적 집단으로 낙인찍어 국민 분열과 의료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의 의사 수는 선진국 모임인 OECD 평균보다 적지만 의사들의 부지런함과 효율적 시스템으로 한국의 의료접근성과 의료기술은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족한 분야는 세심하게 보완해야지 100일 전투하듯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지금 2026년 증원 유예냐, 2025년부터 유예냐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 유급된 의대생을 포함해 내년에 7500여 명, 평소의 2배 이상의 학생들로 의학교육이 파행을 겪고, 이런 엉터리 교육을 받은 의사들이 국민 건강을 해칠 것을 생각한다면 2025년도는 증원이 아니라 입시 중단을 하는게 맞지 싶다. 이게 다 정부가 개혁이란 미명 아래 즉흥적이고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한 탓이다. 이젠 정부가 또 무슨 개혁을 추진한다고 할지 겁난다. 연금개혁은 중장년층을, 노동개혁은 노동자를 기득권 카르텔로 낙인찍어 세대간, 계층간 대립을 부추기고 공연한 소란만 일으키지 않을까 걱정이다. 신연수 기자 ysshi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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