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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계엄 후폭풍, 경제 불안을 해소하려면

12월 3일 선포되었던 계엄으로 인한 정치 불안이 경제 불안으로 이어졌다. 계엄이 해제된 후에도 지난 7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불성립되면서 환율이 급등하고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대거 이탈하였다. 현 정부가 추진해왔던 밸류업은 밸류다운으로 흐름이 전환되었다고 할 수 있다. 14일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자본시장과 외환시장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으나 여전히 실물경제 불안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 시점에서 계엄 후폭풍이 우리나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생각해보자. 경제 불안은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먼저 소비 분야를 살펴보면, 지난 정부의 부동산 정책 후유증, 러-우 전쟁 후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장기간 소비가 위축되다가 최근 들어 회복의 조짐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러나 계엄 후 소비가 다시 위축되면서 연말 특수마저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특히 연말 회식 등 모임이 취소되면서 외식업계 자영업자의 한숨이 깊어지기도 했다. 기업들은 투자를 유보하거나 축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트럼프가 미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국내 경제마저 불안정해졌다. 또한 정치 불안에 편승하여 산업계의 파업이 늘어나면서 생산 차질이 나타났다. 지난 14일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 후 노동계 총파업이 종료된 것은 다행이지만 지난 2주간의 생산 차질은 불가피했다. 철도 파업은 총파업보다 조기에 종료되었지만, 물류에 타격을 주면서 수출과 내수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에 투자하려던 외국인직접투자(FDI)마저 투자를 보류하면서 일자리 증가나 세수 증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정부도 예정했던 사업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어려워지면서 금년도 예산을 제대로 집행하기 어렵게 되었다. 야당 주도의 국회가 내년도 사업예산을 감액하면서 안정적으로 내년도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게 되었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어느 정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수출도 어느 정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악화하면서 화장품, K푸드 등 K컬처와 관련된 상품의 수출이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 현 정부가 주도해왔던 원전 수출에도 차질이 예상되며, 정부의 협력이 필수적인 방산 수출에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제조업, 특히 자동차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수출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 한편 여행수지 관련하여 외국 관광객 유입이 감소하면서 여행업계는 물론이고 외국 관광객을 상대로 한 면세점이나 관련 상권이 크게 위축될 우려가 있다. 그 외에도 우리나라에 대한 대외신뢰도가 하락하면서 자본시장에서 외국 자본이 이탈하여 기업들은 자본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한 외국 자본 이탈로 환율이 상승할 경우 수입 물가가 상승하면서 안정세로 접어든 국내 물가도 다시 반등할 우려가 있다. 현 정부가 정책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야당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야당의 경제정책과 관련된 제안을 수용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정치적 불안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경제적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현 정부의 정책을 어느 정도 수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정치적 타협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적어도 경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여야가 협력하여 대외신뢰도를 회복하여 외국 자본이 돌아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차기 정부는 현 정부를 무조건 부정하는 것보다는 국익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할 것이다. 체코 원전과 같은 해외원전 수주는 지난 정부에서도 추진했던 사항이므로 일관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오랜 기간 노력하여 본격적으로 결실을 거두기 시작한 방산 수출에도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구기보

[이슈&인사이트]경제 위기...트럼프 신 행정부와의 스킨십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4일 오후 가결된 직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미국 국민은 한국 국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 계속 함께할 것"이라며 “한국 민주주의와 법치의 회복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미국의 한반도 평화와 안보에 대한 약속은 변함없다"며 우리의 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15일 오전 한덕수 권한대행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였다. 한 대행은 “앞으로 모든 국정이 철저하게 헌법과 법률에 따라 이루어질 것"이라고 설명하고, “우리 정부는 외교·안보 정책을 차질 없이 수행해 나갈 것이며, 한미동맹 또한 흔들림 없이 계속 유지·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신뢰한다"며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어서 “철통같은 한미동맹은 여전히 변함이 없으며, 한미동맹 및 한미일 협력 발전·강화를 위해 한국 측과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군사 쿠테타, 계엄령 발포 등 군사적 조치에 대해 매우 강경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태국에서 쿠테타가 발생하자 미국 정부는 양국간 긴밀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제재 조치를 취하여 문민정부로의 권력 이양을 압박했다. 이번 비상계엄 조치로 인한 혼란 상황에 대해 미국 조야에서 우려를 표명해 왔다. 즉, 윤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만약 북한이 도발하면 누구에게 의사 결정 권한이 있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되었다. 그런 점에서 미국 정부는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되어 한덕수 권한대행 체제가 가동됨으로써 군 지휘계통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헌법 질서를 복원하는 것을 평가하고 안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한덕수 권한대행 체제가 출범하자마자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가 이루어진 것은 한국정치 상황에 대해 미국 정부가 안도하고 있다는 반증으로서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곧 시작될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이다. 비상계엄 선포와 뒤따른 정치 위기로 인해 행정부 교체 과도기라는 중대한 시기에 트럼프 행정부를 접촉할 수 있는 상황이 약화된 것은 매우 뼈아프다. 지금은 새로운 관세나 한국 기업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를 적극적으로 접촉하고 있을 시점인데, 비상계엄 상황 발생으로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호주와 일본 같은 주변국은 트럼프 정부를 겨냥해 열심히 뛸 텐데 한국은 그렇게 하지 못해 치명적일 수 있다. 특히, 대통령 직무가 정지돼 정상외교가 향후 수개월간 사실상 공백 상황을 맞게 된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지만, '임시직'이라는 한계상 심도 있는 논의를 하기는 힘들다. 미국 신 행정부의 정책이 수립되기 전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 입장이 미 정책에 반영토록 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직후 최대한 신속하게 한미 정상회담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나, 차질이 생기게 됐다. 한덕수 권한대행도 트럼프 대통령과 어떤 형식이든 접촉하여 협의를 하려고 시도하겠지만, 문제는 차기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가라앉기까지 한국과 관계의 우선순위를 낮게 설정할 수 있어 용이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손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 기존 대미 라인을 풀 가동하여 트럼프 행정부와 스킨십하는 게 중요하다. 결국 외교부가 중심을 잡고 주미대사관이 보다 순발력 있게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대기업 중에는 상당한 수준의 외교력과 정보력을 갖춘 데가 많다. 민관 협력 시스템도 가동해야 하며, 우리 현지 공관이 기업 외교를 측면 지원해야 한다. 비상상황에서는 모든 역량을 모으고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이강국

[이슈&인사이트] 탄핵안 가결 이후...문제는 경제야

매서운 겨울이 오고 있다. 겨울이야 때가 되면 늘 찾아오는 계절이라 새로울 것도 없지만, 이번 겨울은 유난히 폭설로 시작한다. 마치 마른하늘에 계엄령이 떨어지고 우리 경제에 예사롭지 않은 겨울이 예고되듯이 말이다. 지난 3일 밤 10시 30분 계엄령이 발동되자마자 원화 NDF 환율은 1,430원대까지 치솟았으나 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물량으로 잠시 하락하였다가, 1,440원을 넘기기도 하였다. 일반적인 금융환경에서야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외환시장 개입으로 안정될 수 있겠으나, 몇 시간후 계엄이 해제된 이후에도 환율은 1,420원을 훌쩍 넘은 상태였다. 지난주 탄핵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환율은 1,430~1,440원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어제 비록 우여곡절 끝에 국회의 탄핵안이 가결되었으나 문제는 정치적 리스크에서 전이된 경제적 리스크이다. 환율상승은 우리 경제의 수출경쟁력과 경기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도 이제 옛말이다. 이미 과잉공급과 저가 밀어내기로 전 세계 시장을 잠식해 나가는 중국에 대해 수출가격 경쟁력을 지니려면 환율이 매우 큰 폭으로 상승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환율상승은 어떤 측면에서도 반갑지만은 않다. 환율 급등은 해외투자자들에게 매우 불리한 신호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내 금융시장에서 10% 수익을 낸 해외자본이 달러로 환전하여 자국으로 회수할 때 원화환율이 10% 오른다면 투자수익률이 0%가 된다. 환율이 10% 이상 상승할 경우 투자손실이 발생한다. 따라서 환율의 급격한 상승은 이러한 해외자본의 이탈을 부추긴다. 수출경쟁력은 고사하고 국내 금융시장에 자금경색과, 자산가격의 하락은 현재까지 해결하지 못한 TF, 민간부채의 문제를 크게 악화시킨다. 민간부채 문제로 금리인상 시기에 온갖 비명소리가 들리던 우리경제다. 유동성 감소는 금리인상보다 더 고통스러운 순간을 가져다줄 수 있다. 또한 급격한 환율상승을 저지하기 위한 외환당국의 개입은 달러 매도와 원화 매입이 이루어지므로 자연히 본원통화를 감소시킨다. 이는 긴축적 통화정책과 같은 효과를 불러일으키므로 바짝 얼어버린 자금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셈이 된다. 계엄 다음날 열린 임시 금통위에서 한은 총재가 약 150조의 유동성 공급을 약속한 이면에는 외환시장 개입으로 감소할 수 있는 유동성이 최대 150조에 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기도 한다. 한편 한은이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것은 은행의 지준을 증가시키겠다는 것이지, 직접적으로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지는 못한다. 만약 자금시장의 불확실성 증대와 해외자금 이탈 등 대외여건 불안으로 은행이 보수적으로 자금울 공급하고 초과지준만 증가한다면 시중에 자금부족현상은 여전히 지속될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계엄의 부작용을 축소하기 위해 채권시장안정펀드를 동원할 경우 은행은 자본건전성 등 위험관리에 더욱 민감해질 것이며 이는 더욱 심각한 자금경색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자금부족이 지속될 경우, 내수경기 부진으로 업황이 단군이래 가장 어렵다는 자영업자들은 속수무책이다. 그렇지 않아도 자영업자들의 폐업으로 임대를 구한다는 상가가 늘어가는 마당에 자영업자들이 자금을 구하지 못하면 폐업은 가속화될 수 있다. 그렇다면 상가 소유자들은 괜찮을 것인가? 그들도 부채를 통해 상가를 구입하였을 것이고 또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 뻔하다. 대외여건은 또 어떠한가? 지금 중국은 여러 교역대상국으로부터 견제를 받고 있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국내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한중 FTA를 요구하고 알리, 테무가 국내시장을 침투하기 위해 TV 광고까지 동원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 정부는 이렇다할 정책적 대안도 내놓지 못하였다. 미국은 이제 한 달 뒷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는 마당에 우리의 대통령은 사실상 공석이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다가오는 2025년은 국가의 총력을 기울여 내수를 살리고 대외 경쟁력 강화와 불확실성 감소를 위해 노력해야할 시기에, 시대착오적인 계엄에 휘말려 대통령은 대표성을 잃고 정책여력은 계엄의 불을 끄기 위해 모든 자원이 동원하게 되었다. 그렇다 문제는 경제다. 대외의존도가 둘째가라면 서러운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세계의 시각이 석연치 않다. 여러분도 계엄령이 발동된 어느 개발도상국에서 사업을 한다던가 행여 해외여행이라도 선뜻 가겠는가? 이제 우리가 그런 나라가 되었다. 97년 외환위기가 왔을 때 우리를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린 나라"라고들 했다. 지금은 “전성기인줄 착각했던 나라"라고들 한다. 이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겨울 한파처럼 우리의 살을 에는 추위와 고통이 될 것이다. 1992년 당시 미대선 후보 빌 클린턴이 우리에게 외치는 듯 하다.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 김수현

[박원주 칼럼]리더십 ...그 책임의 무게

우리 사회에 리더는 왜 있는 것일까? 필자가 일본 아시아경제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있던 2003년의 이야기부터 해 보자. 일본인 지인과 함께 차를 몰고 동경으로 가는 중이었다. 라디오에서는 국회 의사진행을 생중계하고 있었다. 당시 고이즈미 총리는 자위대의 이라크전 파병을 두고 참의원 의원들과 치열한 설전을 벌이고 있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라크가 미국이 주장하는 대로 대량살상 무기를 다량 보유하고 세계의 안보질서를 위협하고 있다며, 자위대의 이라크전 파병이 꼭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야당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제 정신이냐며, 이라크가 대량살상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증거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아무런 객관적 증거도 내밀지 못한 채 미국의 주장이 맞다고 강변하는 고이즈미 총리의 모습은 처참할 정도로 궁색해 보였다. 아무리 일본 정치에서 미국의 존재감이 크다고 하지만 행정수반인 총리가 노골적인 모욕을 당하면서까지 미국 입장을 대변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당시 한국에선 노무현 대통령이 전작권 반환 등 여러 이슈에서 미국과 당당하게 맞서고 있던 터라 더 대비되어 보였다. 일본인 친구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총리는 당연히 저래야 하는 것 아닌가. 총리가 국회에서 욕을 먹으면서 미국 입장을 지지하니 미국이 더 파병을 서둘러 달라고 말하기도 어려울 것이고,국민들은 부시 행정부의 대량살상무기 주장에 대놓고 틀렸다고 지적할 수 있지 않나." 조금 충격을 받았다. 국가 지도자의 체면을 손상시켜 가면서 국민들은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는 이야기였으니. 그리고 약간의 깨달음도 얻었다. 지도자는 자기 몸에 검댕을 묻히면서 국민들의 자존심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때도 있구나 하는... 일본 정부는 이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그 다음 해에야 마지못해 이지스함과 소수의 병력을 이라크에 파견했다. 한국의 경우 사정이 조금 달랐다. 미국과의 협상에서 밀리지 않고 동등한 위치를 고수하려 했고, 파병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여론도 살펴야 했지만, 국가 안보를 위해 주한미군의 주둔이 꼭 필요했다. 그래서 미국의 참전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웠다. 당시 노 대통령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라크전 파병에 반대 의견을 낸 것에 대해 '그런 일을 하는 곳'이라고 평가해 주었다. 나름 그 의견에 공감하는 바도 있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2003년 4월 2일 국회는 비전투병력의 이라크전 파병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철군을 결정한 2008년 말까지 우리나라는 총 3000여명의 병력을 이 전쟁에 보냈고 이는 미국, 영국에 이어 연합군중 세번째로 대규모 파병이었다. 이 결정은 노 대통령 개인에게는 재앙이었다. 취임 당시 60%에 달했던 지지율이 이 것 때문에 20%까지 급락했다. 노 대통령은 나름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포기하고 국익을 지켰던 것이다. 두 리더 모두 국가와 국민의 가치를 위해 자신의 소중한 무언가를 희생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자기 얼굴에 오물을 뒤집어 썼고, 노 대통령은 '바보 노무현'이라는 소중한 정치적 자산을 잃었다.리더가 지켜주어야 할 국가와 국민의 가치는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보, 재산권과 경제적 이익, 헌법상의 자유 등 많은 가치들이 서로 충돌할 때 리더는 어떤 가치를 희생해서 무엇을 지켜야 할 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 민주사회에서 그 결단이 독단적이어서는 안 되지만 결정에 대한 책임은 온전하게 리더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2022년 2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특별군사작전을 선언하면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당시 문재인 정부에 심각한 고민거리가 되었다. 러시아는 한국의 10위 교역상대국이었고 원유, 천연가스, 알미늄 등 필수 원자재의 주요 공급처였다. 삼성, 현대차를 비롯한 우리 대기업과 중소기업, 교민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활발한 비즈니스를 벌이고 있었다. 당시 러시아는 우리 조선소에 40척 이상의 대형선박 건조를 발주해 놓은 상태이기도 했다. 미국, EU, 일본 등은 광범위한 대러 수출규제와 금융제재를 준비하고 있었다. 당연히 한국에도 동참을 요구했다. 정부는 우리 국민과 기업의 타격이 적은 부분부터 적극적으로 제재에 참여했다. 그러나, FDPR로 대표되는, 비전략물자에 대한 자발적 수출규제는 우리 대러수출을 본격적으로 제약할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유력 언론 등을 중심으로 정부의 미온적 제재 참여에 대한 비판이 계속 커져 갔다. 수출규제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씨도 먹히지 않았고, 국격에 걸맞는 희생을 해야 된다는 여론이 대세가 되고 있었다. 결국 정부는 2022년 3월 FDPR 참여를 결정하고 이를 발표했다. 이후에도 대러 제재가 기업 피해로 번지지 않도록 뼈를 깎는 외교적 노력을 해야 했다. 그로부터 2년반이 지난 지금, 적지 않은 우리 기업들이 전쟁과 아무 관련이 없는 멀쩡한 수출상품에 대해 상황허가를 신청했다가 반려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어떻게 정부가 기업에 대해 이럴 수 있냐고 항변하는 목소리를 많이 듣는다. 이런 결정을 했던 전 정부에 대해 격한 비난을 쏟아낸다. 2021년의 상황을 설명하면 그땐 제재가 이런 의미인 줄 몰랐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안타깝지만 돌이켜 보면 모두의 이익을 함께 지켜줄 수 있는 결정은 우리 선택지에 없었다. 그리고 당시 여론은 한국의 국격과 동맹의 가치를 경제적 이익보다 앞세우는 선택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그 결과로 고통받는 기업들을 마주할 때 마다 당시 이 결정에 참여했던 이들은 그 책임의 막대한 무게를 절감할 수 밖에 없다. 잡다한 이야기를 했지만, 현재로 돌아와서 우리 주변의 상황을 살펴보면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우리 리더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나? 국민을 지키려 몸을 내던지는 이, 자기 이익을 희생하면서 국익을 지키려는 이, 어려운 선택을 하고 그 책임을 온몸으로 지탱하는 이, 그 어느 누구도 찾아볼 수 없다. 많은 책임 있는 의사 결정에서 리더가 보이지 않는다. 경기 침체로 현장에서 서민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 말하는 공무원들이 없다. 중요한 정책 결정들이 멈춰서 있고, 국회는 여야간 정쟁의 장으로 추락한 지 오래다. 다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은 배가 불렀는지 코인과세 같은 설익은 어젠다를 내놨다 주어담는 등 연이은 실책으로 점수를 까먹고 있고, 국정을 책임져야 할 여당은 흉하기 짝이 없는 내분에 휩싸여서 민생이란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위선으로 보일 지경이다. 그런 와중에 지난 12월 3일 밤 윤석열대통령이 선포했던 비상계엄령은 실패한 친위 쿠데타이자 책임감 없는 리더가 자기 이익을 위해 어떤 짓까지 벌일 수 있는지 명징하게 보여 주었다. 바로 하루전이었던 12월 2일 공주에서 열렸던 민생토론회에서 경제와 소상공인, 서민을 살리겠다고 비장하게 약속했던 대통령이다. 그가 겨우 하루만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하여 기울어 가는 자기 권력을 지키려 했다. 국민의 인권을 초법적으로 제약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며, 국회기능을 정지하겠다는 계엄사 첫 포고문은 더욱 가관이었다. 6시간만에 내외 압박으로 계엄령이 해제되었지만 그 상처는 앞으로 두고 두고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80년대 우리 국민들 대부분이 군사독재를 몰아내려 거리로 나섰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어떻게 같은 시기를 살았던 대통령이 이럴 수 있는가? 거듭된 정쟁과 쿠데타, 내분으로 경제가 망가지고 국민들이 아사지경에 빠졌던 남수단의 내전이 상기된 것은 과한 일일까? 리더란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리더로서 자기 소임을 다하는 행위자를 말한다. 역할을 손에서 놓고 자리에만 연연하는 리더는 없는게 낫다. 그가 자기 책무에 따라오는 권력을 사적 이익을 위해 방종하게 행사한다면 더더욱 존재 자체가 해악일 수 밖에 없다. 국민을 위해 자기 이익을 희생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면 이제라도 조용히 물러나 주면 고맙겠다. 박원주

[이슈&인사이트]윤석열 대통령 수사와 이재명 대표 재판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곧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게 된다. 2020년 5월에 시작된 재판이 지연되었다가 팔레스타인 등과 전쟁 중인데 4년도 더 지나 재판이 재개되는 것이다. 총리의 재판은 모두 세 건인데 병합으로 진행된다. 먼저 네타냐후는 2007년부터 2016년 사이 할리우드 프로듀서와 오스트레일리아 억만장자로부터 한화로 3억 원이 넘는 선물을 받았고 이들에게 미국 비자 갱신, 세금 면제 기간 연장, 사업 거래 등을 지원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또 총리는 2014년 이스라엘 신문 예디오트 아흐로노트의 발행인, 2012~2017년 이스라엘 기업 유로컴그룹 소유주 부부에게서 각각 향응 등을 제공받고 대가성 있는 거래를 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네타냐후는 1996~1999년과 2009~2021년에 이어 2022년 12월부터 지금까지 무려 세 번씩이나 이스라엘의 총리로 일하고 있다. 그는 2016년부터 뇌물혐의로 수사를 받기 시작했고 경찰은 2018년 2월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월 사이에 그를 사기, 배임,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이스라엘 역사상 최장수 총리에 대한 수사와 기소는 모두 두 번째 임기 중에 이루어졌다. 애초에 재판도 두 번째 임기 중인 2020년 5월 예루살렘 지방 법원에서 시작되었으나 코로나19가 재판을 지연시켰다. 2022년 12월 네타냐후가 극우정당들과 연정을 하여 세 번째 임기를 시작했고 1년도 안 지나 10월에 가자 전쟁이 발발했다. 그는 이란과 레바논까지 전쟁을 확대하면서 재판을 연기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그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사법부는 전쟁을 핑계로 미루지 않고 재판을 속개했다. 잭 스미스 미국 연방 특별검사는 11월 25일 공소 취하 요청서 두 건을 법원에 제출했다. 스미스 특검은 트럼프가 기소된 2020년 의사당 폭동 사건과 백악관 기밀문서 불법 유출 사건을 맡고 있다. 스미스 특검은 트럼프 당선 이후 자진 사임한다는 소식까지 있다. 트럼프가 받는 다른 두 건의 재판 가운데 이미 배심원단의 유죄평결을 받은 성추문 입막음 돈제공 사건도 11월 26일로 예정된 선고 재판까지 중단되었고 조지아 대선 결과 뒤집기 사건의 수사도 중단된 상태다. 미 법무부는 1973년 닉슨 대통령과 2000년 클린턴 대통령을 거치며 현직 대통령을 기소하지 않는 입장을 지켜왔다. 헌법상 삼권분립의 원칙으로 현직 대통령 신분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취지다. 1973년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닉슨을 기소하면 법무부가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행정부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기조는 2000년 클린턴 대통령의 성추문 사건 때도 이어졌다. 대통령의 국정 보장을 위한 불기소 입장과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헌법적 원칙은 서로 상충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스미스 특검은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에 이미 기소가 이루어진 이상, 법무부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기소 금지 조항이 적용된다고 판단"했으나 “범죄의 심각성이나 증거의 탄탄함, 소송의 타당성이 달라지지 않으며 정부는 여전히 (기소를)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또 특검은 기소 취하 요청서를 제출한 뒤 법원이 “기소가 취하되더라도 철회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2011년 대법원 판례를 지적했다. 트럼프 임기 이후에 같은 혐의로 다시 기소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긴 것이다. 대통령이 법 위에 있지 못하다는 것을 1973년과 2000년 법무부에서 대통령의 면책은 임시적이며 임기 동안에만 적용된다고 함으로써 상충성을 피했다. 한국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요건 관련으로 헌재에서 주심 재판관이 지정되었다. 검찰, 경찰, 공수처에서 수사도 시작되었다. 또 차기 1위의 야당 대표는 8개 사건에 대한 재판 다섯을 받고 있다. 형사 소추에 재판도 포함되는지, 또 대통령이 선거 전에 기소된 사건으로 당선 무효형이 선고되면 대통령직을 상실하는지도 관심이다. 초유의 일이 세계적으로 동시다발로 벌어지기 때문에 무엇이 맞는지 또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국격이 떨어지고 허송세월이라 안타깝기 한이 없다. 이준한

[이슈&인사이트] 카오스 시대, 잃어버릴 10년

지난 3일 대통령이 뜬금없이 계엄령을 선포했다. 다행히 야당 의원들의 발 빠른 대처로 계엄은 무산되었다. 계엄이 선포되자 역외 환율이 1440원을 넘어섰고 계엄이 무산되자 1420원 대로 내려왔다. 시장은 대통령 탄핵을 통해 민주적 절차를 거쳐 정치적 안정을 찾을 거라는 기대와 정부의 환율 개입으로 1420원 대에서 잠시 멈칫했지만 탄핵안이 폐기된 이번 주 환율은 바로 1430원 후반대를 넘어섰고 1450원을 넘기는 건 시간 문제가 되었다. 주식시장에서도 계엄 선포 후 3일동안 외국인이 1조원 이상의 매도를 기록했고 월요일부터는 개인의 투매가 나오고 있다. 계엄과 탄핵 무산의 혼란 속에 외신들은 한국의 민주주의에 의구심을 갖게 되었고 한국이 진정한 파트너인지 불한함을 표명하고 있다. 경제지 포브스(Forbes)는 “윤 대통령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옳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이기적인 계엄령 시도의 대가는 한국의 5100만 국민이 시간에 걸쳐, 할부로 치르게 될 것"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할부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거"라는 말이 가슴에 비수로 꽂힌다. 과연 몇 년에 걸쳐 그 할부를 갚아야 할까? 세계는 AI 시대를 열고 있다. 각국 정부와 회사들은 AI 시설 장비 구축에 혈안이 되어 있고 그 기초 설비인 H100 칩을 확보하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얼마 전 우리 국회에서 밝힌 우리나라 H100 보유 수량은 겨우 2,500대라고 한다. 미국은 일개 기업도 수십만대씩 가지고 있다. R&D 예산을 삭감한 이번 정부는 다음 세대의 밥그릇을 스스로 차 버린 꼴이다. DJ의 인터넷 산업 육성으로 우리는 30년간 기술 선진국으로 자리를 잡았다. 지금은 AI시대다 그런데 우리는 준비가 하나도 되어 있지 않다. 기술에서 1년 뒤쳐지면 산업에서는 최소한 10년은 뒤쳐지는 거라 한다. 한 달 후면 벌써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다. 8일(현지시간) 방영된 NBC 인터뷰에서 나토에 계속 남을 것이냐는 질문에 “만약 그들(NATO)이 청구서를 지불한다면, 그렇다"라고 하였고 관세에 대해서는 “나는 관세를 크게 신봉한다. 나는 관세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우리를 부자로 만들어줄 것"이라는 말도 했다. 중국과 캐나다, 멕시코는 즉시, 다른 나라에도 순차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우리도 방위분담금 재협상과 관세 부과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그 대응의 주체가 모호해져 버렸다. 우리나라의 핵심 수출품인 반도체에서 삼성전자가 HBM 칩 개발에 보조를 맞추지 못해 납품 테스트마저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중국의 전기차는 세계 자동차 시장을 서서히 잠식해 가고 있으며 LCD, 일반 선박 건조 그리고 철강 시장은 벌써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다. 우리의 내년 경제전망이 2%도 안될 거라는 불안감 속에 2025년을 맞이해야 하는데 거기에 정치적 리스크가 더해졌다. 앞으로가 문제다. 탄핵 정국이 늘어지고 지연된다면 외인들의 투자 회수와 취소가 늘어날 것이고 외환보유고와 국민연금과의 스왑만으로는 환율 방어가 쉽지 않을 거다. 증안기금과 채권안정기금이 주식과 채권 시장의 혼란을 어디까지 버텨줄지도 아무도 모른다. 게다가 계엄이 선포된 날 한은은 시장 안정을 위해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원화가 기축통화가 아닌데 실질적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한 것이다. 이는 위험한 발상이다. 만약 환율의 붕괴로 금융시장이 무너지고 기업의 대량 해고가 일어날 경우 부동산 연체증가로 최후의 보루인 부동산 시장마저 무너지는 일이 발생한다면 일본처럼 잃어버릴 10년을 맞이할 수도 있다. 작금의 경제 혼란은 경제 문제가 아니다. 정치가 해결해 줘야한다. 최용

[이슈&인사이트] “우리 당 일임”은 또 다른 헌정유린

이강윤 정치평론가 12.3 계엄은 정치-사회적 충격 못지않게 중대한 법적 문제도 야기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대국민 담화에서 “저의 임기를 포함하여 앞으로의 정국안정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습니다. 향후 국정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나가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국정을 운영하며 '질서있는 퇴진'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우리 당 일임, 여당대표-총리 국정운영'은 헌법유린 두 발언은 중대한 법적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대통령은 자신의 권한과 책임을 법률에 의거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위임하거나 양도할 수 없다. 또 여당(국힘) 대표는 정치적 지위이지 법률적 지위가 아니므로 대통령이 여당 대표에게 “이제 자네가 맡아서 해보소"라며 넘겨준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법률가이기도 한 대통령과 국힘 대표에게서 이런 비상식적 발상이 나온 것에 경악한다. 대통령이 자신의 대행자를 지정한다는 것 자체가 반헌법적이다. 지금이 왕조시대인가. 국가기관의 구성원도 아닌 여당 대표와, 아직 대통령권한대행자가 아닌 국무총리가 대통령권한을 대행하며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것은 헌법 유린이다. 헌법 상 대통령직은 다음 세 가지 경우에만 권한대행이 가능하다. 탄핵, 궐위나 사고, 사임으로 직무수행이 불가능할 때이다. 이 세 가지 외에는 법적 근거가 없다. 법적 근거 없이 대통령의 권한과 책무가 대행되는 순간 위헌이다. 정통성 문제가 필연적으로 제기된다. '한-한' 라인 국정운영 방침은 정치적 계산 국힘이나 한덕수 총리가 이런 것을 모를 리 없음에도 '한-한' 라인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것은 정치적 이유일 것이다. 대통령 유고 사태는 곧 민주당에 정권을 내주는 것이며, 이재명 대표의 2심 결과 등이 나올 때까지 상황을 지켜보자는 계산으로 읽힌다. 특정 정파의 추측과 이해관계에 맞춰 국가 권력체계를 손 대는 것은 국기문란이다. 비상사태일수록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야 또 다른 혼란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또, “질서있는 퇴진" 역시 말 잔치에 불과하다. 마치 차분하게 국가시스템이 회복되고 뭔가가 합법적으로 진행되는 듯한 뉘앙스를 주지만, 법적으로 아무 근거도 없는 무책임한 얘기다. 무엇이 질서이며, 누구를 위한 질서인가. 말이 좋아 일임이지 무책임한 방책이다. 대한민국은 중대한 시험대에 올라 있다. 탄핵안처리 무산 이후 내란죄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검찰 특수본은 8일 김용현 전 국방장관을 내란혐의로 긴급체포한데 이어 윤 대통령을 내란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긴급체포후 48시간이내 구속영장 청구여부-구속기간 20일이내 기소여부'가 수사 원칙이니 빠르면 연내로 기소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현직 대통령도 내란과 외환죄의 경우는 소추 대상이다.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마당에 국힘이 탄핵안을 계속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수사는 탄핵안 통과여부에 관계없이 진행된다. 판사 출신의 이 모 변호사는 “이러저러한 절차를 거치느라 늦어진다 해도 새해 1월에는 윤에 대한 직접수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아마도 비상계엄이 내란 기수냐 미수냐 정도만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만큼 내란혐의의 증거가 많다는 얘기다. 법 앞에 만민 평등…누구나 '밥값'을 내야 한다 탄핵안 처리가 무산된 7일 국회 앞에서의 느낌 두 가지로 글을 맺는다. 밥을 먹었으면 누구나 밥값을 내야 한다. 지금은 윤 대통령의 '밥값 계산'이 최주요 본질이자 최우선 사항이다. 사법부에서 내란이 최종적으로 인정된다면 역사 법정은 물론이고 현실 법정에서 그가 치러야 할 댓가는 혹독할 것이다. 내란죄는 최중형으로 다스린다. 전두환-노태우가 내란으로 처벌받은 전직 대통령들이다. 또 하나. 계엄이라는 초대형 폭탄이 여타 사안을 무화시키거나, 홍수에 둑 터져 다 휩쓸고 가버리듯 지나갈 수는 없다는 것.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현재 여러 건의 재판이 진행중인데, 최종 판결 형량에 따라 밥값을 계산하게 될 수도 있다. 계엄사태로 민심과 정국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고 해서 밥값을 깎아주거나 안받는 일이 생길 만큼 사법부가 정치적이거나 비논리적이지는 않겠지만, 만일 그런 기미나 냄새가 난다면 시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넓디넓은 한강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을 10시간 동안 맞으며 윤석열 탄핵과 내란수괴구속을 외친 수 십만 시민이 그건 대충 넘어가줄까. 8년 전 박근혜탄핵 때 이미 공정과 상식, 주권재민을 관철시켜 나라의 기틀을 바로잡은 국민이다. 민주당과 이 대표도 윤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자신들에 대한 사랑과 지지라고 직역할만큼 단순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촛불정부 어쩌다가 윤같은 자가 집권하게 만들었는가?" 토로 “법 앞에 만인은 동등하다"는, 이제는 다시 말하는 게 짜증날 정도로 상식적인 이 말이 더 이상 강조되지 않아도 되는 나라를 만들자는 게, 시민들의 줄기찬 요구다. A는 A이고, B는 B다. 이게 상식이고 법률이다. '법 앞의 평등'을 강조해야 하는 한, 이 나라는 여전히 야만이다. 야만이면서 선진을 운운하는 건 간단히 말해 사기다. 국회 앞에서 광주에서 올라왔다는 시민과 몇 마디 나눴다. 이런 얘기를 들었다. “도대체 민주당과 문재인이 촛불정부를 어떻게 운영했기에 윤석열이 같은 자가 집권해서 이렇게 분탕질을 하고 이 난리를 만드는지 억장이 무너진다"고. 상식과 원칙에 반하는 모든 정치적 계산이나 시도는 '시민에 대한 모반'이라는 것을 칼바람 속 시민들은 웅변하고 있었다. 모두가 놀란 국회앞 집회참가자 연령대와 시위문화 또 하나 놀란 건 집회 참가자 규모가 아니라 연령대였다. 2030으로 보이는 사람이 열에 최소한 서넛, 40대 이하로 보이는 사람들이 60%를 훌쩍 넘겼다. 들고 있는 “조기퇴진" “즉각탄핵" 손팻말이 아니었으면 주말을 맞은 서울 성수동이나 홍대앞, 대학로로 착각할 정도였다. 시위문화도 8년 전과 크게 달라졌다. 촛불은 여전했지만, 형형색색의 아이돌그룹 응원봉이나 형광봉도 많았고, K팝신곡이 80년대 '님을 위한 행진곡'과 함께 짱짱하게 울려퍼졌다. 모든 연령층의 국민이 한 마음으로 모여 공동체의 기본을 지키자고 다짐하는 국회 앞에서 희망을 봤다. '너희 진영이 이 난리를 쳤으니 이제 묻고 따질 것도 없이 우리 당이고 내 차례'라고 도식적으로 생각하는 정치꾼이 있다면 자성해야 할 것이다. 시민들은 '아닌 것은 아니다'는 것을, '민주주의와 주권은 이런 것'이라는 것을 흥겹게 웅변하고 있었다. 이렇게 세상은, 역사는, 장애물을 치우고 앞으로 간다. 윤석열의 터무니없는 비상계엄은 시민들을 비상하게 깨웠고, 포기할 수 없는 가치와 원칙 앞에 결연히 집결시켰다. 길이 잘 보이지 않을 때는 시민들과 헌법을 보면 된다. 이강윤

[신율의 정치 칼럼]국민의힘은 국민의 마음을 읽고 있는 걸까?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단순한 질문을 던지면, 국가 혹은 국민이라는 단어와 연관해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정치는 철저한 권력 현상에 불과하다. 여기서 궁금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정치인들은 하나 같이 국민, 민주주의, 국가 등의 단어를 입에 달고 사는데, 그렇다면 이것이 모두 거짓말인가 하는 부분을 궁금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이런 단어 사용을 반드시 거짓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정치인들은 국민 혹은 지역 주민들을 위해 많은 일들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이 국민과 주민들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고 실제 이들을 위해 일하는 이유는, 이들의 선택을 받아야만 권력을 획득할 수 있고, 유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선거를 통해서만 권력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국민 혹은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얻어야 하고 그래서 이들에게 잘 보이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계엄 사태에서 불거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국민의힘이 보인 행동은, 이런 정치의 일반론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번 계엄 사태를 보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건이 충분하다는 것이 법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비상계엄 선포의 '상황적 정당성'과 '절차적 정당성' 모두가 결여됐을 뿐 아니라, 포고령 1호 내용에도 위헌적 요소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헌법적 독립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에 군대를 투입했고, 군이 국회 본청을 난입한 것은 중요한 탄핵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비상계엄은 행정부와 사법부를 통제할 수는 있어도, 입법부는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에 군이 난입한 것은, 바로 이 점에서 위법, 위헌적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해석'해야 하는 요소가 많았지만, 이번의 경우는 국민들이 실시간으로 영상을 생생히 볼 수 있었기 때문에, 탄핵 가능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 상대적으로 단순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이 현장을 생생히 봤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람은 본성상, 본 것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본 것은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뜻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민의힘은 김건희 특검법을 부결시키고, 윤 대통령 탄핵 표결에는 아예 불참했다. 국민의힘은, 이번에 다시 탄핵당하면 향후 20년 동안 집권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만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트라우마가 강한 것 같다. 그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트라우마가 탄핵 반대의 실질적 이유라면, 이는 오판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지난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에, 당시 새누리당이 동참했기 때문에, 그나마 5년 후에 다시 정권을 찾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만일 국민의힘 구성원 대다수가, 윤 대통령의 행위가 탄핵당할 정도의 원인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더욱 큰 문제다. '주관적 시각'으로 사태를 파악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들은 정치를 할 자격이 없음을 자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어떻든, 국민의힘은 지금 스스로 폭망의 길을 걷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내란 행위에 해당하느냐 마느냐는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최소한 국민의 눈에는 이런 행위가 내란 아니면 무엇이냐고 비쳐질 확률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대통령 탄핵안을 부결시켰으니, 국민은 국민의힘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은, 대통령이 2선으로 물러나고 당과 정부가 나서서 국정을 담당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이런 방안은 제도적 뒷받침이 되지 않는, 대통령의 의지에 의해 좌우될 수 있는 '계획'이라는 것이 문제다. 즉, 대통령의 마음이 바뀌면 2선 후퇴했던 대통령이 언제든 다시 국정 전면에 등장할 수 있는 '계획'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당정의 계획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탄핵소추안을 부결시켰으니, 국민들의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현재 시점에서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윤 대통령을 즉시 직무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이 그런 국민의 생각을 읽지 못하고 있는 것 같으니, 국민은 암담해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율

[박원주 칼럼]비상계엄 사태...우리경제에 미칠 영향은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6시간 만에 국회의 해제 의결과 대통령의 수용으로 무력화되었다. 기록적인 짧은 시간에 헌정 사상 초유의 민주주의 파괴 위기를 극복해낸 우리 국민들과 국회에 대해서 각국 언론을 중심으로 놀라워하는 반응이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위기를 빨리 극복했다고 자랑스러워 할 상황은 전혀 아니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이미 우리 시장경제 질서가 폭력적 권력 앞에서 얼마나 취약한 지 드러났고, 이러한 상태가 조금이라도 더 오래 지속되었다면 한국의 대외 신인도와 경제 환경에는 회복 불가능한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다. 이번 위기가 순조롭게 극복된다 해도 외국 기업을 비롯한 우리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다시 한국을 신뢰할 만한 협력 대상으로 평가해 주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에 국민들이 더욱 배신감을 느끼는 지점은 대통령이 용인에서 열린 민생경제 토론회에 참석하여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지원하고, 물가 안정을 위한 재정 투입 등을 통해서 고통받는 서민 경제를 회복시키겠다고 약속한 바로 다음 날 이런 일을 벌였다는 사실이다. 외국인과 개미 투자자들의 이탈로 주가가 폭락했고 달러 환율도 순식간에 1446원까지 급등한 뒤 겨우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제상황의 악화로 가장 큰 피해를 입었을 당사자들은 바로 윤 대통령이 지원하겠다고 했던 서민들 아닌가? 사단이 벌어진 뒤 금융, 경제당국은 금융시장과 산업계, 민생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비상조치를 발표하고 있지만 이미 벌어진 국민들의 피해를 과연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서민을 위한다며 도대체 어떤 서민을 위해 이런 일을 벌인 것인가? 이러한 정치적 파행 이전에 이미 우리 경제는 큰위기에 처해 왔다. 부동산 발 PF 위기 여파로 서민 경제에는 돈이 돌지 않고 있고, 많은 자영업자들이 폐업에 내몰리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코로나 종식 이후 나름의 경기 붐업의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우리는 고물가와 소득 정체,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표 대기업들의 실적 저하로 만성적인 불경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상적인 위정자라면 이런 때 국민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는 정치적 도박을 해서는 안 되었다. 비상계엄으로 인한 불안심리는 우리 내수 경제를 더욱 위축시킬 우려가 적지 않고, 이는 내수경제의 중심축인 중소기업과 서민경제에 특히 큰 타격을 주게 될 것이다. 또한 이번 일로 우리나라가 여러 나라 정부로부터 여행주의 대상국가로 지정됐다는 소식도 여러 건 보도되고 있다. 국민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줄 수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우리나라를 향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문이 줄어 드는 것이 더 큰 걱정거리다. 관광객 수의 감소 또한 관광업과 요식업 등 우리 내수 경제에 적지 않은 상처를 줄 수 있다. 비상계엄 발표 직후 시내 편의점의 식품류가 동나는 등 매점매석 사태가 있었다는 일부 보도가 있었다. 국내 정세 불안은 시장의 정상적인 유통을 가로막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시장이 이처럼 정세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면 정상적인 유통 질서가 회복되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위기가 불과 수시간 만에 해소되었기 때문에 이 문제가 심각하게 확산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되풀이된다면 더 본격적인 시장 불안으로 자리잡을 우려도 있으며 이는 우리 경제의 회복에 큰 장애가 될 것이다. 12월 3일 밤, 국회의 해제 요구 의결을 막기 위해서 여의도의 마천루 사이를 여러대의 군헬기가 질주하면서 무장병력을 국회의사당에 쏟아냈다. 또한 특전사 병사들이 총기를 들고 의사당의 유리창을 깨거나 우발적으로 야당 대변인에 총기를 들이대는 일도 있었다. 이러한 모습이 여과 없이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보도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이 한국의 신용평가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서, 외국인 투자자들과 글로벌 기업들에게 한국이 지금까지처럼 안전한 투자처이자 비즈니스 파트너로 인식되리라고 믿는다면 지나치게 안이한 것 아닐까? 이미 영국 BBC는 “이번 사태가 민주주의 국가로서 한국의 평판을 (미국에서 벌어진)1월 6일 폭동때 (미국)보다 더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하였으며, 이번 계엄령 선포가 한국의 경제와 안보를 불필요하게 위험에 빠뜨렸다는 아픈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고속성장과 두 차례의 글로벌 경제 위기를 극복하면서 우리가 오랫동안 쌓아왔던 경제적 역동성과 안정된 시장경제에 대한 신뢰가 이번 일로 얼마나 훼손되었을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이러한 신뢰의 위기는 외국인 투자만이 아니라 우리 수출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우리 경제는 저가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가격 경쟁력으로 싼값에 물건을 내다파는 개발 경제의 시대를 넘어서 있다. 우리 수출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신뢰가 훼손된다면 기업들의 장기 안정적인 거래에도 지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는 이미 어려움에 처해 있는 우리 수출 환경에 또다른 도전이 될 수 있다. 당장 우리가 위기 상황을 신속하게 해소하여 영구적인 피해를 막았다는 점은 평가해 줄 만하지만, 아직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앞으로 이번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고, 그 결과에 따라 우리 경제가 갈 길도 달라질 것이다. 위기를 온전하게 극복함으로써 우리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탁월한 복원력(resilience)을 입증할 수 있다면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최악의 사태를 막는 것이 더 시급하다.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복원하고 국내외 투자자들과 소비자들에게 우리 경제가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이번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국민들부터 눈을 부릅뜨고 앞으로의 상황 전개를 지켜 봐야 하는 것은 기본중의 기본일 것이다. 박원주

[이슈&인사이트] 6시간의 촌극, 비상계엄

밤새 안녕이라더니 오늘(4일)이 꼭 그 꼴이다. 동기 송년회를 마치고 귀가하자마자 방송에서는 윤 대통령이 긴급기자회견을 자처해 전국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고 아우성이다. 지난달, 필자는 당시 김민석 의원의 계엄령 준비 주장에 대해 불가능한 일이라는 칼럼을 썼었다. 당시 논리는 헌법 제77조에 비상계엄 요건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와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로 매우 엄격하다는 점과 무엇보다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는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권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계엄령은 선포됐고, 국회의 해제요구에 따라 불과 6시간 반만에 해제되는 촌극이 벌어졌다. 도대체 윤 대통령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비상식적인 계엄령 선포라는 촌극을 벌인 것일까. 그는 “종북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라고 했는데, 비상계엄 이외의 방식으로도 종북세력 척결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 없고, 그로 인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것도 아니니 결국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위헌임이 명백하다. 더불어민주당에게 이번 사태는 한마디로 “하늘이 준 선물"과 같다. 우선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비상계엄 촌극은 문자 그대로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이다. 20% 선을 간신히 유지하던 대통령 지지도는 곤두박질칠 것이 분명하고 위헌적 계엄선포는 “중대한 법률 위반"이라는 대통령 탄핵의 조건을 충족시킨다. 그동안 일부 의원들이 주장해 온 대통령 탄핵을 당론으로 확정해 밀어부칠 계기를 당사자인 윤 대통령이 제공했으니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있을까. 더욱이 45년 만의 계엄령 소리를 들은 국민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터이니, 이 대표의 대권가도는 제트엔진을 달았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게 비상계엄은 더이상 윤 대통령을 지지할 수 없게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을 지키려 하다가는 보수우파 세력 전체가 무너질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국민의 분노를 달래고 차기를 노리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동훈 대표가 즉각적인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은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묻는데 앞장서야 한다. 계엄선포 건의권을 갖는 국방, 행자부 장관의 해임과 한덕수 총리를 비롯한 내각 총사퇴를 건의하고,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국회에 해임건의안을 제출해 처리해야 한다. 아울러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헌을 통해 4년 중임제 대통령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 선거 주기 일치를 위한 임기 단축 등 오랫동안 국회와 학계에서 논의돼온 개헌을 야당과 함께 논의해 가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더이상 정상적인 통치가 불가능하다.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로 국민은 이미 심정적으로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공무원들도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으로 국제정치경제의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없다면 그 자리에 계속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역사의 죄인이 된다. 여야 합의로 개헌안을 만들어 오면 이를 수용하고 사퇴할 것임을 천명하는 것이 그나마 이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이다. 검찰을 비롯한 사정기관들은 김건희 의혹, 명태균 사건을 비롯한 대통령 측의 문제들과 백현동, 대장동, 위례신도시, 성남FC 등 이재명 대표 관련 사건들의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와 기소를 해야 하고, 사법부는 신속한 재판을 통해 법 앞에 특권은 없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민주당이 제기한 수많은 탄핵사건을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처리해 국가를 정상화시켜야 한다. 24시간 재판 체제를 가동해서라도 신속하게 모든 탄핵 사건의 결말을 내 국가기관을 정상화해야 한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운영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했다.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으려면 윤 대통령이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기틀을 마련하고 혼란 없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이다. 홍성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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