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AI시대를 맞아 안정적 전력 공급이 가능한 대형 가스터빈이 핵심 에너지설비로 각광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세계 5번째로 대형 가스터빈 개발에 성공한 나라다. 국내에서는 이미 성능과 경쟁력이 입증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미국 등 글로벌 수주도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공장에서 직원들이 대형 가스터빈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병오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6월에 이재명 정부의 중간 평가 성격의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고, 미국에서도 11월 중간 선거가 예정돼 있다. 국내외 정치 상황이 작년 못지않은 격동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의 최대 관심하는 역시 경제이다. 올해는 '붉은 말'의 해인 만큼 우리 경제가 역동성을 회복하며 뜨겁게 타오르기를 모든 국민이 바라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보다 높은 원-달러 환율로 한국 경제는 어느 때보다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우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위헌, 위법적인 12.3 비상계엄 후폭풍에 휘말려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경제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정국 불안으로 내수 불황이 장기간 이어졌다. 여기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까지 더해지며 우리 경제는 벼랑 끝에 몰렸다. 올해는 작년보다 한국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산업 현장에서 기업들이 느끼는 경기는 싸늘하기만 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경제의 성장 엔진이 완전히 멈추고 날개 없는 추락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그렇다면 위기를 타개할 해법은 없을까.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인공지능(AI) 산업에 빨리 올라타는 것이다. AI는 우리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활로다.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핵심 기술은 미국 등 선진국이 보유하고 있으나 AI의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 조선, 석유화학은 물론 K-컬처 등에 AI를 성공적으로 접목한다면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AI 시장 규모는 2024년 25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예측됐다. 전문가들마다 추정치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5년 뒤인 2030년 세계 AI 시장은 지금보다 적게는 수배, 많게는 수십 배 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논란이 된 AI 거품론도 투자액 대비 수익 실현 시기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에 나온 것이지 AI 시장의 성장 자체를 의심하는 건 아니다.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는 AI 분야에서 어느 한 분야에서만 주도권을 잡는다면 우리 경제는 성장의 모멘텀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고대역폭 메모리반도체(HBM) 시장에서는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문제가 있다. AI 강국으로 발돋움하려면 값싼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거대한 양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하는 AI 컴퓨팅에는 엄청난 양의 전력이 필요하다. 낮은 비용으로 전력을 생산하지 못한다면 AI를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없다. 그동안 기업이든 국가든 노동과 자본 집약을 통해 성장했다면 AI 시대엔 '에너지 집약'이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실제로 챗GPT와 제미나이 등 생성형 AI 모델은 기존 포털 검색할 때와 비교해 최대 30배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 AI가 고도화하며 학습과 추론을 동시해 수행하며 엄청난 전기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AI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2022년 약 460TWh(테라와트시)에서 올해 1000TWh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유사한 전망치를 내놨다. 지난 2023년 약 300TWh에 그쳤던 전 세계 데이터 센터 전력 소비량이 2030년에는 1500TWh로 5배가량 늘어난다는 것이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달 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한국은 AI 기술과 반도체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지만 이를 구현하는 데 필수적인 전력이 '약한 고리'라고 조언했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한국은 거의 모든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한다. 글로벌 물류가 마비되면 곧바로 에너지 위기를 맞는다. 전량 수입하는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 연료 없이 원전과 신재생 에너지만으로는 급증하는 AI의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초고압 직류송전(HVDC) 등 전력망(계통)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곳과 소비하는 지역이 떨어져 있는 것도 아킬레스건이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전국 전력의 40%를 소비하면서도 전력 자급률은 60%대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해안 지역은 전력을 쓸 곳이 없어 발전을 중단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신속히 전력망을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주민 반발과 보상을 둘러싼 갈등으로 전력망 건설은 장기간 지연되기 일쑤다. 한국전력의 적자와 부채가 누적되고 있는 것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재명 정부는 '에너지 고속도로'를 뚫겠다고 하지만 막대한 투자비와 주민 민원을 극복하지 못하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
미국은 AI에 급증한 전력 수요에 대비해 에너지 지배력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싼값의 전력 생산을 위해 화석 연료를 포함해 모든 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글로벌 AI 산업을 주도하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도 데이터 센터 가동에 필요한 전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에너지 기업과 협력해 2019년 영구 폐쇄됐던 쓰리마일 섬 원전 재가동 1호기를 재가동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미국 기업이 소형 원자로(SMR) 뿐 아니라 폐쇄된 원전까지 살리려는 이유는 무탄소 에너지로 많은 양의 전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지배력을 높이려는 미국을 우리도 본받을 필요가 있다. 가장 약한 고리인 전력망 확충을 위해 국가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에너지 고속도로 등 관련 정책을 좀 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식으로 설계하고 추진하는 게 핵심이다. LNG와 원전, 풍력, 태양광 등 다양한 에너지 믹스가 중요하다. 공급의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 탄소 감축 등 상충하는 목표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에너지의 황금 분할선'을 찾는 게 관건이다.

![[AI시대, 에너지가 경제다] 나라도, 기업도 ‘AI 패권 경쟁’…한국 ‘3강 도약’ 사활 걸었다](http://www.ekn.kr/mnt/thum/202512/news-p.v1.20251219.4c67cadf54ce49aeb04a9677526622de_T1.jpg)
![[오천피 시대-➀빅 피겨] 4000은 통과점…진짜 논쟁은 ‘5000의 조건’](http://www.ekn.kr/mnt/thum/202512/news-p.v1.20251209.0e270304d118471db6d47cc33521e06b_T1.png)

![[신년호]탄소로 돈 버는 시대: 2026년 대한민국 ‘탄소 자본주의’ 원년](http://www.ekn.kr/mnt/thum/202512/news-p.v1.20251213.319ad903ca4449fea143dfe159414ee5_T1.jpg)
![[신년호] 전력 블랙홀 AI, 원전·재생에너지·수소 ‘총동원’ 필요](http://www.ekn.kr/mnt/thum/202512/news-p.v1.20251221.ca5f1e97553a4199abeb61d38107a4cf_T1.png)
![[환경포커스] 녹조·화학물질·중금속 ‘삼중고’ 낙동강…근본 대책은](http://www.ekn.kr/mnt/thum/202512/news-p.v1.20251230.5818d7b4ad6a407b81177f7445b7ace6_T1.png)

![[신년사]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능동 정신·초격차 기술 두 축으로 전진할 것”](http://www.ekn.kr/mnt/thum/202512/news-p.v1.20251231.dcb36d9db95d48bb8d127a7bbe7dda23_T1.jpg)
![[신년 단독인터뷰] 우원식 “대전환의 시기, 기업도 탄소 중립 대비해야”](http://www.ekn.kr/mnt/thum/202512/news-p.v1.20251230.7194219eaa2849549d8b1c9c168d2620_T1.jpg)
![[EE칼럼] 에너지와 경제성장, 상관을 넘어 인과를 묻다](http://www.ekn.kr/mnt/thum/202512/news-p.v1.20240331.e2acc3ddda6644fa9bc463e903923c00_T1.jpg)
![[EE칼럼] ABCDE + FGH](http://www.ekn.kr/mnt/thum/202512/news-p.v1.20240213.0699297389d4458a951394ef21f70f23_T1.jpg)
![[김병헌의 체인지] 고환율 정부 대책 변명만 남았다](http://www.ekn.kr/mnt/thum/202512/news-p.v1.20240625.3530431822ff48bda2856b497695650a_T1.jpg)

![[데스크 칼럼] 검증대 선 금융지주 지배구조, 증명의 시간](http://www.ekn.kr/mnt/thum/202512/news-p.v1.20251228.c6bb09ded61440b68553a3a6d8d1cb31_T1.jpeg)
![[기자의 눈] 수요 예측 실패 신공항, ‘빛 좋은 개살구’ 못 면한다](http://www.ekn.kr/mnt/thum/202512/news-p.v1.20251229.e0265cfa33b54f1bb40c535f577994bd_T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