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이슈&인사이트] 실용주의의 빛과 그림자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쥐만 잘 잡는다면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가릴 필요가 없다) 보다 더 정확하게 실용주의를 표현한 말은 없다. '종합 국력의 증강', '생산력의 발전', '인민 생활의 향상' 등 3가지 중 어느 하나에 유리하다면 자본주의적 요소도 과감히 도입할 수 있다는 중국 특유의 사회주의 건설의 정신적 토대이자 실천 강령이다. 중국 실권자 덩샤오핑이 1978년 중국공산당 '제11기 3중전회' 이후 '사상해방'과 '실사구시'라는 두 가지 틀 속에서 20년간 개혁 개방정책을 추진해 오면서 탄생 된 실용주의의 정수다. 결론적으로 덩샤오핑의 실용주의는 2025년 중국의 GDP를 미국(30.5조 달러)에 이어 세계 2위(19.2조 달러)에 달하는 경제 대국으로 성장시켰다. 중국의 2025년 1인당 GDP 추정치 13.688달러는 개혁개방 초기인 1978년의 1인당 GDP 156달러의 88배에 달하는 수치다. 실용주의의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서 북한과 비교하면 그 가치를 쉽게 알 수 있다. 1996년 중국의 1인당 GDP는 709달러, 북한은 910달러로 중국이 200달러나 낮았다. 그런데 2025년 현재 북한은 650달러로 중국의 1/20에 불과하다. 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주의가 국내외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긍정적 평가를 받는 증거는 이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코스피 지수가 3년 6개월 만에 3,000P를 돌파한 것이다. 이 상승의 저변에는 외국인들이 투자가 크게 한몫했다. 외국인들의 매수에는 이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으로 코스피 5,000P를 제시한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더욱 큰 영향은 실용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이 대통령의 성장전략이 외국인 투자자들로 하여금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점이다.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국가가 직접 역할을 수행하고, 대기업에 집중돼 있던 성장의 무게 중심이 지역과 중소기업·소상공인에 옮겨가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핵심은 과감한 재정 투입이다. 이 대통령은 유세 과정에서 정부는 향후 5년간 약 210조 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는 등 과감한 우클릭 성향을 보여주었다. 실용주의는 윌리엄 제임스가 1898년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를 방문하여 행한 '철학적 개념과 실천적 결과'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 강연에서 제임스는 '실용주의의 원리'를 제시하였다. 철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특정한 철학 체계의 진위가 아니다. 다만 그 철학 체계를 선택할 경우, 초래될 실천적 결과가 무엇인가를 묻는 일이다. 예를 들면, 신의 존재를 합리적으로 증명하려고 많은 시간을 허송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신의 존재를 명확하게 입증한 사례는 없다. 실용주의 입장에서는 신의 존재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대신에, 신을 믿음으로써 얻을 실천적 가치를 측정하는 편이 실용적이다. 실용주의 철학자는 2가지 관점에서 묻는다. “실천적 경험에 있어 그 신념의 현금 가치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 신념의 진위에 따라 이 세계에 무슨 특별한 차이가 벌어질 것인가?“ 실용주의는 그것이 갖는 밝은 만큼 어둠이 있다. 의학이나 과학 법학 등이 평생의 밥벌이가 되는 실용 학문이라면, 문·사·철로 요약되는 인문학은 쓸모와 크게 연결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가득히나 인재들이 의학이나 법학 등 실용 학문으로 결집하고 있는데 대통령의 실용주의는 이를 가속할 염려가 있다. 특히 물리, 화학, 수학 등 기초과학에서 등을 돌리게 한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말한다. “우리가 창의적 제품을 만든 비결은 우리는 항상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있고자 한 것이다. 인문학이 없는 과학은 위험하다. 반면에 과학이 없는 인문학은 공허하다." 가장 비실용적일 것 같은 리드대학 철학과 1학기 중퇴생인 잡스가 가장 실용적인 회사 애플의 창업자라는 사실에서 실용주의만을 금과옥조 여기는 위험성을 발견한다. 윤덕균

[이슈&인사이트] 눈물로 짓는 지역주택조합 제도의 전면 재검토 필요성

부동산 정책은 우리 국민 자산의 70% 이상을 부동산이 차지한다는 점에서 피부에 직접 와닿는다고 느끼곤 한다. 지금까지는 부동산 경기가 폭등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년간 공사비 급등으로 주택 공급 물량이 급속하게 감소하고 있다. 기존 신도시 등 정부 정책에 따라 대규모로 공급된 주택들의 노후화도 상당히 진행되고 있어 향후 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한번 오른 공사비는 내려갈 기색이 없고, 노후계획도시정비법은 선도지구 지정 이후에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이다. 주요 정책 당국자들이나 부동산 경기에 민감한 정치인들 역시 이러한 상황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에서 며칠 전 발표한 주택담보대출 한도 제한 정책을 보면 새 정부 들어 다시 부동산 경기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지역주택조합이 조합원 충원을 쉽게 하도록 가입자 자격을 완화하는 주택법 개정안도 부동산 가격 불안에 대한 대응을 위해 공급대책 중 하나로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지역주택조합 제도는 단지 정부의 주택 공급을 위한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니다. 주택법에서 정하고 있는 지역주택조합은 도시정비법의 재개발·재건축 조합과는 사업 추진 구조가 다르다. 토지와 건물 소유자들이 자신들의 토지와 건물을 내놓아 함께 개발사업을 하는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달리 지역주택조합은 타인의 토지와 건물을 매수해 개발사업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주택조합의 발기인들이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조합원들을 모집하고, 타인의 토지와 건물을 매수해 건물을 짓게 되는데, 조합원을 모집하는 과정부터 큰 비용이 든다.모집 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해 가입자 모집 1명당 1천만 원 이상의 수수료를 지급하며, 조합원 모집을 위한 홍보용으로 수억 원을 들여 광고지를 주문하고, 광고 현수막을 건다. 조합 가입자의 계약을 유도하기 위해 설치하는 홍보관 임차와 시설비로 십수억 원을 지급하기도 하는데, 때로는 같은 모집대행사와 계약한 다른 지역주택조합에서 이미 만들어 놓은 홍보관을 그대로 인수하면서도 막대한 비용을 지급한다. 이렇게 조합 가입자들이 모집되면 다시 사업구역 토지의 사용권원과 소유권을 확보하기 위한 소위 '지주작업'을 하는데, 이 용역을 진행하면서 다시 상당한 수수료를 지출한다.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사업자금이 없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비용과 별개로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할 때 작성하는 가입계약서에는 업무대행사에 지급하는 용역비를 가입자가 별개로 나눠 지급하는 조항이 있는 경우도 많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업무대행사는 도시정비사업의 정비업체보다 외주 용역계약으로 업무는 적게 하면서도 용역비는 더 많이 받아 가기도 한다.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 뒤에서 업무대행사가 수렴청정하면서 현실성 없거나 관계 법령에 어긋나는 사업계획을 세워 조합원을 모집해 사업 초기에 용역비를 거의 다 받아 간 뒤에는 실제 사업 성공에 관심이 없는 도덕적 해이도 발생한다. 처음 지역주택조합 제도 도입 당시와 현재 시대, 경제적 상황도 많이 달라졌다. 지역주택조합은 사업구역의 타인 소유 토지를 최종적으로 95% 이상 매수해야 사업이 성공할 수 있어 토지 확보가 극히 어렵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도시지역에는 나대지가 별로 없고, 넓은 면적에 적은 수의 필지로 구성된 곳도 그다지 없으니 지방 비도시 지역에서나 가능한 사업이다. 이렇다 보니 운 좋게 부동산 경기를 잘 탄 일부 외에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성공하기 어렵다. 사업 투명성을 확보하고, 조합원 보호를 위해 관리·감독을 강화한 2020년경 주택법 개정 이후에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새로 시작된 사례가 거의 없다는 것은 지역주택조합이 과연 현재 가능한 사업인지 역설적으로 답이 될 수 있다. 이런 문제의식이 있던 서울시 등 지자체에서는 국토교통부에 지역주택조합 관련 제도 개선을 계속 건의해 왔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에선 지역주택조합이 원칙적으로 민간사업이므로 규제와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내세워 외면해 왔다. 이 과정에서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한 국민은 늘어나고, 가입자들의 피해도 늘어 갔다. 이제는 해산을 원하는 기존 지역주택조합에는 출구 전략을 제시하면서 제도 자체를 폐지하거나, 존치한다면 도시정비사업처럼 제도를 전면적으로 변경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기존에 지역주택조합에서 탈퇴한 조합원을 충원할 수 있도록 조합원 자격 요건만 완화한다면 이로 인해 눈물 흘리는 피해자만 늘리는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 양희철

[이슈&인사이트] 한국경제의 재앙 같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

2025년 6월, 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은 중동을 넘어 글로벌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6월 13일)과 미국의 추가 공격(6월 21일, 포르도·나탄즈·에스파한 타격)으로 촉발된 전쟁은 이란의 미사일 반격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으로 이어졌다. 6월 22일 이란 의회는 봉쇄 안건을 승인했지만,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최종 결정이 미뤄지며 불확실성은 상존하고 있다. 이에 최근 휴전 소식이 전해졌지만 긴장은 여전하다. 이 혼란의 중심에 있는 호르무즈 해협은 우리 경제에 있어 단순한 지리적 통로가 아니라 생존의 동맥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폭 3396km의 좁은 수로로, 세계 원유의 25%와 액화천연가스(LNG)의 20%가 통과한다. 하루 2,100만 배럴의 원유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UAE 등에서 이곳을 거쳐 글로벌 시장으로 향하는 “세계 석유의 동맥"이다. 해협의 가장 좁은 구간(33km)은 수심이 얕아 대형 유조선이 통과할 수 있는 항로가 34km에 불과하며, 대부분 이란 영해에 속한다. 이란은 이러한 해협을 위협할 기뢰, 대함 미사일, 킬로급 잠수함, 고속 공격정으로 군사적 역량을 갖추고 있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유조선 공격과 기뢰 설치로 통항이 위협받은 전례가 있지만, 전면 봉쇄는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니 이번 갈등은 미국의 직접 개입과 이란 의회의 봉쇄 승인(6월 22일)으로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이란은 봉쇄를 세계 석유의 동맥을 차단하는 보복으로 규정하며, 혁명수비대(IRGC) 사령관 에스마일 코사리는 군사 훈련이나 선박 검문으로 통항을 제한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봉쇄는 이란에도 리스크가 크다. 이란의 석유 수출(하루 150~200만 배럴, 주로 중국으로)은 해협에 의존하며, 중국 등 교역국의 반발과 바레인 주둔 미해군 5함대와의 충돌 가능성이 따른다. 전문가들은 완전 봉쇄를 사실상 “경제적 자살"로 보지만, 제한적 교란(기뢰 배치, 선박 검문)만으로도 에너지 시장의 흐름을 막음으로써 혼란을 초래하기 충분하다고 경고한다. 현재까지 봉쇄는 실행되지 않았지만, 휴전 번복과 이란의 강경 발언은 위협을 현실로 만들 가능성을 높인다. 우리 경제는 호르무즈 해협에 절대적으로 취약하다. 원유 수입의 70%, LNG 수입의 40% 이상이 중동에서 오며, 99%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산업연구원은 봉쇄 시 한국 산업 생산비가 3.02%, 제조업은 5.19%, 서비스업은 1.39% 상승할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정유·석유화학·운송업이 직격탄을 맞는다. 중동에서 수입하는 나프타 등 원료 가격이 오르면 플라스틱, 합성수지 생산비가 증가해 중국 저가제품에 이미 타격을 입을대로 입은 석유화학공업 수출 경쟁력은 더욱 약화된다. 한국의 원유 비축량(정부 160일, 민간 포함 약 200일)은 단기 충격을 흡수할 수 있지만, 장기 봉쇄는 에너지 수급 불안을 초래한다. 유가 급등은 소비자 물가를 자극하며, 2025년 경제성장률 전망(1.0%)을 더 끌어내릴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 석유 수출이 50% 이상 감소하며 유가가 70달러 선을 돌파했는데 봉쇄가 실현될 경우 배럴당 120~150달러까지도 생각해야 한다. 해상 운송도 큰 타격을 받는다. 봉쇄 시 선박은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해야 하며, 운송 시간(12주 증가)과 비용(선박당 약 100만 달러)이 급등한다. 후티 반군의 홍해 공격으로 아시아-유럽 항로가 이미 혼란을 겪고 있는데, 호르무즈마저 차단되면 글로벌 공급망은 심각한 병목 현상에 직면한다. 한국의 중동 수출, 특히 건설 수주(2025년 15월 전체 수주의 48.5%)는 프로젝트 지연이나 취소될 위기에 봉착한다. KOTRA는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 걸프 국가의 방위비 증가가 재정부담으로 이어지며 한국 기업의 대형 프로젝트 수주 및 진행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금융시장은 변동성에 휩싸이고 있다. 투자자들이 금, 달러, 국채로 이동하며 금 가격은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고, 최근 3,000선을 돌파하며 기대를 모으고 있는 국내주식은 에너지·항공주 중심으로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현재 1,350 수준을 등락하는 원·달러 환율은 봉쇄 우려가 현실화되면 재차 급등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의 비상대응반을 통해 에너지 수급과 공급망을 실시간 점검 중이라고 한다. 단기적으로 비축유 활용과 우회 노선 검토가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북미·호주산 원유 확대, 재생에너지 투자로 중동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중국, 오만 등 중재국과의 외교 협력도 봉쇄를 막는 데 필수적이다. 이스라엘-이란 갈등과 호르무즈 해협의 불확실성은 한국 경제에 중대한 시험대다. 유가, 물가, 수출, 금융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신속한 대응과 최악의 시나리오 대비가 절실하다. 휴전 협상의 불안정한 흐름 속에서, 한국은 이 생존의 동맥을 지키기 위한 전략을 서둘러야 한다. 김수현

[이슈&인사이트]이재명 정부 첫 부동산대책 강력했지만...효과는 글쎄

이재명 정부의 첫 부동산대책이 예상보다 더 빨리 더 강하게 나왔다.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 이른바 6.27 부동산 대책이다. 한마디로 가계대출 총량관리 강화이다. 가계대출 총량목표를 하반기부터 당초 계획 대비 50%, 정책대출은 연간 공급계획 대비 25% 감축한다는게 핵심이다, 갑자기 대출 문이 막히자 계약을 했거나 계약을 앞둔 많은 수요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며 은행창구와 현장은 우왕좌왕 난리도 아니다. 6월 4주차 한국부동산원 주간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을 보면 서울 주간 상승률 평균이 0.43%로 2018년 9월 0.45% 이후 6년 9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특히 성동구 0.99%, 마포구 0.98%는 신기록이다.0.43%, 0.99%가 뭐가 대수라고 이렇게 말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는데 주간 상승률이 0.99%는 연간으로 환산하면 52% 상승이다. 10억원 아파트가 1년만에 15억2천만원 올라가는 속도로 올랐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미친 집값이다. 이걸 그대로 방치하는 정부는 없다. 7월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예정되어 있고 아직 국토교통부 장관 인선이 되지 않아 7월 상황보고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서울 한강벨트 아파트값 상승세가 너무 가팔라 더 이상 기다리기는 어려웠을 것이다.최근 서울 아파트 상승세가 너무 가팔라 대책이 불가피했지만 기존 민주당과는 다르다는 것을 여러 번 강조했기에 요억제보다 뭔가 다른 해법이 나오지 않을까 살짝 기대를 했건만 역시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 처음으로 집을 사는 생애최초 대출한도까지 줄이고 1주택자가 필요해서 갈아탔는데 보유하던 내 집을 무조건 6개월 이내 팔아야 한다는 것은 지나치다.집을 한번이라도 팔아본 사람들은 안다. 아마 시간에 쫓겨 급매로 던져야 할 수도 있다. 집 하나 산 것이 뭐가 그렇게 큰 죄라고 급하게 팔도록 압박을 하고, 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데 1억원밖에 못 빌리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무엇보다 소득과 집값 상관없이 대출한도가 6억원이고 6개월 내 강제로 입주를 해야 한다는 규제가 21세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돈이 부족한 실 수요자가 대출을 받아서 집 하나 사는 것이 이렇게까지 잘못한 일인가? 집값이 오를 수 있는 것이라 수요억제보다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할 것이라는 대통령의 말씀은 이번 대책 한번으로 공염불로 끝났다. 실 수요자가 집을 사서 집값이 올랐다면 개인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공급을 하지 못하고 수요를 분산하지 못한 국가의 잘못이고 책임이다. 몇 달 정도는 거래량과 상승률이 줄어드는 효과를 얻을 수는 있다. 이걸 집값 안정이라 생각한다면 단기 목표달성은 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거래량이 줄고 상승률이 둔화된다고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올해 상승 분 정도 반납하는 수준의 하락을 안정이라고 생각한다면 쉽지 않을 것 같다.대출규제를 한다고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집 한 채를 급매로 파는 집주인들은 많지 않다.최근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상황을 보면 더욱 더 그렇다. 당장 하반기부터 서울아파트 입주물량은 줄어들어 내년부터 몇 년 간 입주물량 절벽이 된다.기준금리 인하 추세흐름은 변함이 없으며 추경으로 유동성은 더 늘어난다. 주택공급계획을 발표한다고 입주물량이 바로 나오는 것도 아니다. 현재의 입주물량 부족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재건축, 재개발 사업을 억제하면서 393개 정비사업 구역을 해제한 부작용임을 알아야 한다. 대출규제의 효과는 길어야 6개월이다. 사람들은 규제에 적응을 한다. 6개월 내 입주하라면 입주를 하면 되고, 다주택자를 막으면 1주택으로 하면 되고, 6개월 내 처분하라면 팔면 되고, 처분을 못하면 대출을 받지 않고 전세를 끼고 갭 투자를 하면 된다. 사업자대출을 받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도 저도 안 되면 집 안 사고 전세로 가면 된다. 집 안 사서 죽은 귀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안 사도 된다. 다주택자 대출을 원천봉쇄하고 입주를 강제하면 똘똘한 한 채는 더 강해지고 전세가격은 더 올라간다.전세가격 올라간다고 전세대출까지 막으면 월세가격이 올라간다.시장은 누르면 누를수록 반응을 하고 왜곡이 된다. 문제는 심리다. 지금 아니면 서울 아파트를 사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 기다려도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신뢰를 주는 것이 핵심인데 문재인 정부처럼 또 시장을 억누르는 강공책을 선택했다. 문재인 시즌2가 되는 순간 더 이상 시장은 정부정책을 신뢰하지 않는다. 한번은 실수이지만 두 번은 실력이다. 김인만

[이슈&인사이트] 이란 때리고 금리 내리는 미국, 우리는 준비됐나

트럼프는 이란의 항복을 주장하면서 2주간의 유예 기간을 주겠다고 말한 이틀만에 이란 핵 저장시설 3곳을 B-2 폭격기를 동원해 'bunker buster' 폭탄을 투하했고 이란은 이스라엘과 휴전을 선언한 상태다. 이란 국민들의 속내도 이제 평화다.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의 영향이 줄어들 거고 이란의 정치 지형은 바뀔 것이다. 이번 미국의 이란 핵 시설 폭격에서 보듯이 트럼프가 주장하는 상호관세 협상의 모범 답안을 세계각국에 제시했다. 이란처럼 핵 협상 테이블에 순순히 나오면 트럼프는 이를 응징하고 중국처럼 맞불 관세에 더불어 희토류를 가지고 미국에 맞짱을 뜨면 트럼프가 물러날 수 있다는(TACO) 힌트를 각국은 얻게 되었다. 방위비 증가에 반발한 일본도 이와 같은 전략을 지금 쓰는 게 확실하다. 우리도 상호관세와 방위비 증가에 대비해 우리만의 무기인 조선과 HBM을 가지고 강하게 트럼프 정부에 맞서야 우리 국익을 지키게 될 것이다. 한 때 호르무즈 해협 봉쇄 얘기까지 나오면서 상승했던 유가는 이란-이스라엘 휴전 소식으로 다시 60달러대로 급격히 하락했다. 승기를 잡은 트럼프는 유가를 내리라면서 에너지부에 당장 시추를 지시했다. 유가가 트럼프의 바람대로 급격히 하락한다면 관세의 최대 걸림돌인 인플레가 수그러들 것이고 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인플레는 크게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미국 장기채 금리는 하락할 것이고 달러도 약세로 갈 것이다. 거기에 더해 스테이블 코인과 SLR(법정 유동성 비율) 규제를 완화하면서 미 국채의 수요를 증가시킬 계획을 시행할 수 있게 되었다. 스테이블 코인이 활성화되면 미국 단기 채권을 담보로 해야 하니 단기 국채 수요가 늘어날 것이고 이는 단기 금리를 내리며 달러 약세를 자극하고 긍극적으로 스테이블 코인을 통해 미국 달러의 사용을 증가시켜 달러 패권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이같은 맥락으로 SLR의 규제 완화는 미국 시중은행들의 미국 국채 수요를 증가시키게 되고 특히 10년 이상의 장기채 수요도 늘어나 미국 채권의 프레미엄, 즉 장기금리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낳게 될 것이다. 이번 6월 FOMC에서 연준 위원들 간에 분열의 조짐이 나타났다. 올해 3 번의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사람의 늘어났고 그 주장에 앞장선 사람이 바로 월러 이사다. 매파의 선봉이었고 차기 연준의장 후보로 강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이다. 파월은 저항하고 있지만 트럼프와 의회의 정치적 공세를 이겨 내기 쉽지 않을 거다. 월가에서는 벌써 7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그래서 유럽중앙은행은 지난 6월 초 금리 인하가 거의 끝나간다고 시사했던 라가르드 총재의 말을 뒤집고 ECB 부총재는 추가 금리 인하를 일본은행 총재도 금리인하 시사 발언을 하고 있다. 무역 분쟁, 관세 분쟁 등으로 인한 성장 둔화 우려를 해소를 위해 그동안 각국은 금리를 내린 건데 미국이 채권 수요를 통해 금리를 내린다면 우리도 추가 금리 인하를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서울을 중심으로 치솟는 부동산 시장의 불안이 크지만 이재명 정부의 금융시장 부양 기대로 오르는 코스피 시장에는 금상첨화가 될 전망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로 원화 가치 상승 또한 예견된다. 연내 한차례의 추가 금리 인하와 원화 강세 가능성은 열어 두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화 절상의 속도 및 크기는 다른 국가들과 보조를 맞춰야 할 같다. 최용

[이상호 칼럼] 이스라엘의 이란 선제공격으로 보는 한국의 억지력 확보 고민

이스라엘이 지난 13일 이란을 선제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4일 이란·이스라엘 간 충돌에 대해 일방적으로 “완전한 완전한 정전(complete and total ceasefire)이 발효됐다"고 선언 했지만 정전의 실효성은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최초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대규모 공격이었다. 선제공격이란 “적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명백한 증거에 근거하여 개시하는 공격"으로 이스라엘이 먼저 방어적인 차원에서 공격했다는 의미다. 이스라엘의 공격 명분은 이란의 핵 개발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국제원자력기구(IAEA)까지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 비준수' 결의를 채택하면서 이스라엘 공격이 정당성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스라엘은 1980년에 이라크의 오시라크 원자력발전소를 공습하여 이라크의 핵 개발을 원천 봉쇄한 바 있다. 2007년에는 시리아가 건설 중이던 원자로를 폭격하여 시리아의 핵 보유를 막았다. 이스라엘은 주변국의 핵 보유를 적극적으로 억제하여 국가의 안보를 지키는 적극적인 '예방적 자위권(preventive self-defense)' 기반 선제공격을 시행해 왔다. 공격이 적극적인 방어라는 믿음이다. 한국의 경우, 1994년 북한 핵 위기 때 미국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 영변 핵 시설 폭격을 고려했음에도 실제로 공격을 감행하지 않은 이유는 한국 정부와 합의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한국은 북한 비핵화를 기대하면서 1991년 채택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의 원칙을 고수하며 북한에 대한 유화정책을 유지했다. 이 결과 현재 북한은 50여 개의 핵탄두를 확보한 명실공히 핵보유국이 되었다. 북한을 설득하고 믿으면서 핵 보유를 막으려고 했던 한국은 여전히 핵보유국이 되는 길을 가지 않았다. 북한 핵 공격을 막기 위해 한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한다는 선택은 거의 하기 불가능한 대안이다. 더군다나 북한을 존중·신뢰하고, 아무리 더러운 평화라도 전쟁보다 낫다는 기조에서 북한에 대한 강공이나 압박보다 대화 혹은 평화적 접근을 강조하는 진보 정부에서는 상상조차 불가능한 개념이라고 봐야 한다. 물론 핵 보유가 국가 간 전쟁을 막아주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재래식 전쟁은 한다. 인도-파키스탄은 둘 다 핵을 보유했지만, 계속 군사적으로 충돌했다. 지난 5월에도 양국은 전면전 수준은 아니지만, 치열한 격전을 벌여 13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019년 충돌에서는 300명 이상의 인명이 희생되었다. 한쪽이 핵이 없어도 전쟁은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그것이다. 작은 분쟁과 전쟁 발생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그래도 핵 보유의 의미는 비록 적대국 간 군사 충돌이 있더라도 이게 핵의 공포 때문에 핵을 터트리는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믿음에 기반을 둔다. 한국은 현재 미국에 제공하는 핵우산, 소위 '확장억제력'에 의지해 재래식 군사력으로 북한을 억제하고 있다. 원론적으로, 굳이 한국이 값비싸고 보관도 어려우며 국제사회 제재를 초래할 수 있는 핵을 무리하게 보유하는 것보다 미국의 핵 억제력을 잘 활용한다면 한국에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분명하지만 문제는 미국이 핵 보복을 보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주한미군 감축이나 임무 조정 등의 논란이 확산하면서 미국의 핵우산을 더 확신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는 한국이 핵 개발을 추진할 가능성과 명분을 주는 동기가 된다. 이상호

[이슈&인사이트] ‘전범’ 네타냐후는 왜 아직도 자유로운가

이스라엘과 이란의 공중전으로 인해 양국에서 희생자와 피난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지난 6월 15일, 프랑스 일간지 에 유력 이란인들의 시국 성명이 실렸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 나르게스 모하마디와 시린 에바디, 영화감독 자파르 파나히와 모하마드 라술로프, 여성 인권운동가, 법학자, 정권의 탄압으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까지. 이란의 양심이라 할 이들이 함께 서명했다. “두 나라(이란, 이스라엘)에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적 학살 중단을 요청한다. 우리는 이란의 영토 보전과 국민이 진정한 주권 아래에서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천명한다. 하지만 지금 이슬람 공화국이 추진 중인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과 이스라엘 정권과의 파괴적인 전쟁은 이란 국민의 이익에도, 인류 전체의 이익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이 갈등은 단지 사회 기반시설을 파괴하고 민간인의 생명을 앗아가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 자체로 인류 문명의 토대를 위협하는 중대한 위협이다."그들은 자국 이란 정권의 핵무기 야망을 정면으로 부정했고, 민간인 살상과 기반시설 파괴에 반대하며, 평화적 이행을 요구했다. 그리고 이스라엘과 이란 양국 모두에게, 인류 문명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무차별 폭력을 멈추라고 요구했다. 한가지 질문이 남는다. 이스라엘에는 왜 이런 성명이 나오지 않는가. 이스라엘에도 반전(反戰) 지식인과 시민이 있다.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는 세계 언론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것은 단순한 편집의 문제만은 아니다. 누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누구의 고통을 외면할 것인가. 국제 정치의 '선택된 윤리'가 여전히 작동 중이라는 뜻이다. 2023년 11월, 국제형사재판소(ICC)는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학살을 이유로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에 대해 전범 혐의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는 단 한 번도 체포되지 않았다. ICC에는 군대가 없다. 체포는, 네타냐후가 방문하는 국가들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 동맹국들은 그 어떤 협조도 하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전쟁을 지휘하며 민간인을 죽음으로 내몬다. 국제법은 있지만, 정의는 없다. 힘의 논리 앞에서 법은 침묵한다. 지난 6월 11일, 그는 부패 혐의로 이스라엘 법정에 섰다. 검찰의 추궁은 날카로웠고, 일각에선 실각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하지만 그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다시, 전쟁을 연장했다. 팔레스타인들을 상대로 민족학살인 제노사이드를 자행해온 그는 이번에는 이란 핵·군사시설에 대한 공격을 지시하며 전면전을 확대하며 개선장군처럼 행동하고 있다. 미국 내 일부 유대인 지지층의 함께 환호와 함께 지지율도 상승하는 모양새다. 그는 자신이 직면한 정치 위기를 국가 안보 위협을 강조하며. 특히 이란 핵 위협과의 대립 구도를 통해 국내 정치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전쟁은 유용한 도구다. 그것은 독재자들이 오래전부터 써온 방식이다. 우리나라의 참여연대도 네타냐후를 국제형사재판소에 전범으로 고발한 적이 있으나, 그후 수사진행은 오리무중이다. 참여연대는 네타냐후가 저지른 가자지구 폭격, 인도적 봉쇄, 민간인 학살 등을 명백한 국제인도법 위반이라 보았다.한국 시민사회는 침묵하지 않았다. 국제 정의의 실현은 누구의 책임도 아니라는 태도 속에서, 그들은 책임을 선택했다. 그러나 정작 국제기구들은 침묵했다. 유엔은 결의안을 내고도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고, ICC는 스스로를 집행하지 못하는 이름뿐인 재판소로 전락했다. 서방 정치권은 네타냐후의 방패막이다. 정의는 누구에게만 작동하고, 누구에겐 멈추는가. 국제법은 왜 이렇게도 비겁하고 무력한가. 성일권

[이슈&인사이트] 정책이 최고의 정치다

이강윤 정치평론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에,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문두에 적는다. 모든 정부는 성공해야 한다. 왜냐하면 주권자인 국민의 시간과 돈(세금)을 임기 동안 전유할 전폭적 권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을 획득한다는 것은 물적 자원 배분권과 인사권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진영이 어떠하든 합법적으로 집권한 모든 정부는 성공 의무를 갖고 있다. 정부의 실패는 국민 실패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어떤 정부건 합리적이고 상식적이며 공동 선 증대라는 목표 아래 국가를 경영한다는 전제하에서 하는 말이다. 나치나 무솔리니, 일본 제국주의 정권을 비판하는 이유는 그들이 합리적이지도 않았고 공동 선과 대척점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정부는 명백히 실패했다. 윤 정부 3년은 분열과 대립의 악순환에 빠졌고 계엄이라는 상상도 하지 못할 정변을 일으켰다. 국민 저항에 직면했고 결국 탄핵돼 오명의 종지부를 찍었다. 집권 기간은 3년이 채 안됐지만 각종 정책의 후과는 만만치 않을 것이고, 그 매몰비용은 추산이 어려울 정도로 막대하다. 계엄내란을 극복하고 새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는 같은 경험을 이미 8년 전에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촛불정부가 들어섰다. 각종 논란과 격렬한 분열 과정을 거친 끝에 문재인 정부의 요직이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적으로 돌아서며 반대당으로 갔고 집권했다. 인수위 과정 없이 바로 시작한 문재인 정부의 성과와 한계를 우리는 함께 목격하고 경험했다. 비슷한 경로를 밟고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야당도 윤석열계엄내란에 공동책임이 있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사과와 함께 정치적으로 확실히 결별해야 한다. 친윤 친한 반이…같은 말들로 정치를 더 이상 찢어발기듯 분열시키고 대립해서는 안된다. 같이 망하는 길이다. 윤 정부 3년은 극한대립의 확대재생산만 있었다는 점에서 정치사상 가장 퇴행적인 시기이고, 분열과 대립으로 인한 국가적 손해가 극에 달한 기간이었다. 이재명 정부에 당부한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새 정부의 성공은 대통령 자신이나 민주당의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것이므로 궁극적으로는 국민통합적 견지에서 모든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다음 네 가지 사안에 새 정부가 주춧돌 하나라도 제대로 놓기를 간절히 바란다. 양극화 완화, 저출생 탈출, 공교육 소생, 기후위기 대응 이 네 가지가 그것이다. 이 중에 단 하나라도 개혁이나 탈출의 주춧돌을 놓지 못한다면 우리는 소멸할 수밖에 없다. 어느 한 정부가 몇 년 안에 해결할 수 있는 게 결코 아니다. 그래서 주춧돌을, 주춧돌이라도 놓아달라는 것이다. 정책 역량으로 새 정부의 존재 이유와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입증할 때이다. “아, 정권이 바뀌었구나. 확실히 변화하고 있구나"라고 실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새 정부가 외치는 국민주권과 국민통합이 의미를 획득하고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다. 그간 정치권과 사회가 무조건 반대와 진영 대결에 쏟던 에너지를 국가적 난제 해결에 돌리게 함으로써 위기도 벗어나고 정치도 정상화시키는 데 명운을 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적대적 공생관계였던 양당 대결의 판박이밖에 되지 않는다.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나라로 나아가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새 정부에 달려 있다. 새 정부는 이러한 역사적 의미와 책무를 지니고 태어났다. 가장 어려운 일을 떠맡은 정부로 기록될 것이다. 우선, 계엄내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야당이 크게 바뀌어야 하고, 여당과 새 정부도 대립적 관점과 정치논리에서 벗어나 새 질서를 주도해나가야 한다. 그게 진정한 국정운영이고 정치의 정상화다. 책무가 큰 만큼 성공도 클 것이다. 정책이 최고의 정치다. 이강윤

[박영범의 세무칼럼]신세계그룹 사전 상속 모델로 본 중소·중견 기업의 상속 전략은?

지난 4월 30일 이명희 신세계 총괄 회장이 정유경 신세계 회장에게 보유하였던 (주)신세계 주식 10% 전량을 증여하면서 2006년부터 시작한 신세계그룹의 사전 상속이 마무리됐다. 2006년 정재은 명예회장이 정유경 신세계 회장에게 (주)신세계 주식을 63만 주를 증여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6년 정용진 회장과 이마트 주식과 맞교환하고, 2020년 이명희 총괄회장이 80만 주를 증여하여, 다른 주주의 간섭없이 신세계 최대 주주로 기업 소유에 따른 책임 경영을 하게 되었다. 신세계그룹은 1993년 삼성그룹으로부터 분리 독립한 지 32년 만에 본격적인 이마트 정용진과 신세계 정유경으로 남매 각자 경영 체제로 추후 이명희 신세계 총괄회장의 사망 후에도 타 그룹과 달리 그룹 내 상속 분쟁과 상속세 납부 부담없이 안정적인 경영을 예상한다. 우리나라 상속·증여 세율은 30억 원 초과하면 50%로 대기업 일가는 상속·증여 주식에 대하여 20% 할증 평가를 적용하면 실제는 60% 이상이고, 상장주식 양도 소득세율도 지방세 포함 22%로 주식 양도 금액은 상속재산으로 남아 다시 과세하여 두 번만 상속하면 국유화된다는 세계 최고 세율 논란이 있다. 삼성그룹과 같이 기업주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사망하여 일시 고평가한 보유 주식으로 상속하면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하여 보유 주식이나 계열사를 매각할 수밖에 없다. 신세계 그룹의 이번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 상속은 기업주가 생존할 때 주식이 저 평가된 시기에 세금 납부 재원 마련 여부에 따라 양도세는 양도자 정유경회장이 부담하고 증여세는 수증자인 상속인 부담을 효과적으로 선택하여 생전에 각자 소유와 책임 경영으로 안정적인 가업 승계를 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이다. 우리나라에서 차명 비자금과 주식을 이용한 편법·부당한 상속과 경영권 승계 방법은 2008년 삼성그룹 법무팀장인 김용철 변호사의 내부 폭로로 시작한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으로 마침표를 사실상 찍었다. 그럼, 우리나라 중소·중견 기업은 어떻게 가업승계를 하여야 할까? 생전에는 창업할 때 명의신탁한 주식을 환원하고, 가업상속 대상 주식은 상속인에게 미리 사전 증여하여 상속인 사이의 분쟁과 부담을 덜어주며, 사후에는 상속인이 가업상속공제를 받아 안정적으로 중소·중견 기업의 소유와 경영권을 확보하여야 한다. 과거 상법상 발기인 규정으로 인해 법인 설립할 때 부득이하게 주식을 다른 사람 명의로 올렸으나, 장기간 경과되어 이를 입증하기 어렵거나 세금 부담 등을 염려하여 실제 소유자 명의로 환원하지 못하고 있는 중소·중견 기업이 많다. 가업 승계를 원하는 기업주는 생전에 국세청이 2014년부터 시행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명의신탁 주식 실제 소유자 확인 제도'를 이용하여 간소한 절차로 명의신탁 주식을 환원하여야 한다. 국세청은 다소 증빙서류가 미비하더라도 복잡한 세무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신청 서류와 국세청 보유 자료 등을 활용하여 간소한 절차로 명의신탁 주식 환원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또한 가업을 물려받을 자녀가 계획적으로 사전 상속할 수 있도록 '가업의 승계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 제도'를 이용하여 상속세 신고할 때는 합산하여 정산하지만, 10%(120억 원 초과분은 20%) 저율의 주식 증여세율을 이용하여 주식을 먼저 증여해 줄 수 있다. 중소 기업인의 사후 가업 상속인 자녀는 상속세를 신고하면서 중소 기업인이 10년 이상 영위한 기업 등을 상속인에게 정상적으로 승계한 경우에 최대 600억 원까지 상속공제 를 하여 가업승계에 따른 상속세 부담을 크게 경감시켜 주는 '가업상속공제'를 받으면 된다. 가업승계 대상 기업은 연매출액 5천억 원 미만으로 기업주의 지분은 40% 이상 10년 이상 보유하고 있어야 하며, 상속인은 사후 관리로 상속인이 대표이사를 3년 이내 취임하고 고용인원을 5년 통산 90% 이상 유지하며 가업용 자산을 40% 이상 처분하면 안 된다. 가업승계 전문 세무사에게 컨설팅 받을 수도 있지만, 국세청에 중소·중견 기업인은 홈택스 등을 통해 '가업승계 컨설팅'을 신청할 수 있으며, 수출 기업과 장수 기업은 우선 컨설팅 지원하고 있다. 우리 경제 성장을 이끄는 중소·중견 기업의 원활한 가업 승계는 국민 경제 활성화에 큰 힘이 될 것이다. 박영범

[이슈&인사이트] 2025년 대통령 선거 단상

벌써 2주가 지나간 이번 대선에는 사전투표 첫날부터 호들갑이었다. 첫날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2022년 대선의 사전투표율(36.93%)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그러나 사전투표 최종 투표율은 34.74%에 그치고 말았다. 이번에 사전투표율이 혹자가 말하듯이 투표용지 반출 등 선관위의 관리 부실 때문에 낮아졌다기보다는 원래 사전투표율이란 다른 나라와 비슷하게 전체 유권자의 약 3/1 정도면 최대치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사전투표의 지역별 투표율 차이도 호들갑의 대상이었다. 광주(52.12%), 전북(53.01%), 전남(56.50%)이 최고로 높은데 대구(25.63%), 경북(31.52%), 경남(31.71%)은 가장 낮은 축에 속하자 과도한 해석이 이어졌다. 그러나 호남의 사전투표율은 대대로 가장 높았고 영남의 투표율은 그렇지 않았다. 직장 등 때문에 인구이동이 활발한 세종의 사전투표율은 높으나 관광 등 때문에 인구이동성이 높은 제주는 그 반대의 경향이 있다. 이번에 사전투표율이 한풀 꺾이자 바로 전체 투표율에 대한 기대도 낮아졌다. 하지만 다른 조건이 같다고 한다면 2시간 연장된 보궐선거 투표시간 덕으로 3년 전보다 최종 투표율은 더 높아졌다. 1987년 민주화 직후 대선 투표율은 89.2%로 역대 최고인데 그 뒤에 세워진 81.9%(1992년)와 80.7%(1997년)라는 기록과 견줄만한 79.4%에 달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 가운데 하나는 투표율 총량은 대체로 일정하다는 사실이다. 사전투표율이 최고인 호남의 최종 투표율도 83% 내외인데 사전투표가 매우 저조했던 영남의 최종 투표율도 79% 근처까지 올라왔다. 사전투표제도에 대한 불신감이 강한 영남 지역 유권자는 본선거일 막판까지 대단하게 결집한 셈이다. 이는 역사 깊은 지역주의 선거의 재현으로 이어졌다. 즉 동쪽의 강원부터 경북, 대구, 경남, 울산, 부산에서는 김문수 후보가 석권했고 서쪽의 수도권, 충청권, 호남, 제주는 이재명 후보가 압도했다. 이렇게 지역적 표 결집은 이재명 후보가 49.42%의 표를 받았고 김문수 후보가 41.15%와 이준석 후보가 8.34%를 확보하는 결과를 낳았다. 거의 양대 진영의 반반 싸움이 유지되었다. 부산, 울산, 경남에서 김문수와 이재명의 표차가 줄어들었다는 것 외에는 지역주의 투표 현상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 서울에서도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이긴 지역은 전통적인 한강 벨트의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와 용산구였다. 3년 전 대선 때 한강을 낀 다른 지역까지 넓게 국민의힘의 지지가 확대되었던 것에 비하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용산구는 철옹성같이 국민의힘 우위로 남아 있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이 터진 뒤 꼭 반년 뒤에 열린 대통령 선거이지만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의 선거정치를 지배해왔던 전통적 변수의 영향력은 대체로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오히려 혹이 하나 더 붙어가는 중이라는 사실이다. 2-30대는 남녀 사이에 화해할 수 없는 벽과 차이가 확대재생산되고 있다는 말이다. 20대 남성 사이에 이재명이 확보한 지지는 24.0%에 불과하고 이준석(37.2%)이 김문수(36.9%)보다도 인기가 더 높았다. 이와 정반대로 20대 여성의 과반수(58.1%)가 이재명을 지지하는데 김문수(25.3%)와 이준석(10.3%)의 지지는 훨씬 더 적다. 30대 여성 사이에도 이와 비슷하다. 다만 30대 남성 사이에 이재명(37.9%)의 지지와 김문수(34.5%)의 지지가 비슷하고 이준석(25.8%)의 인기도 없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2-30대가 과거와 다르게 전체적으로는 보수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2-30대의 정치의식은 앞으로 '세대효과'로 굳어지리라 전망된다. 다시 말하자면 2-30대의 보수화와 성별 격차가 그들이 기성세대가 되어도 대체로 유지될 것이라는 말이다. 마치 386세대가 20대 때와 비슷하게 지금 60줄에 편입되는데도, 과거 60대보다는 훨씬 다르게 민주당을 많이 지지하고 있는 것과 비슷할 게 예상된다. 탄핵 이후 대선이라 한국의 선거정치가 달라질 줄 기대했던 내가 무색해진다. 이준한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