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용산역은 민주당, 서울역은 국민의힘 전유물인가](http://www.ekn.kr/mnt/thum/202609/news-p.v1.20260928.0d41d2de5d314f56a0865676c10d7a8d_T1.png)
명절이면 정치권에는 익숙한 장면이 반복된다. 여야 지도부가 주요 기차역을 찾아 귀성객에게 인사를 건네고, 악수를 나누며 밥상 민심을 살핀다. 기자들은 몰려와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린다. 이 인사 장소에도 공식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선이 출발하는 용산역을, 국민의힘은 경부선이 지나는 서울역을 지난해 설날까지 찾았다. 푸른 점퍼와 붉은 점퍼가 기차역을 나눠 차지하는 모습이 어느새 굳어졌다. 정당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선택일 수 있다. 사람이 많이 오가는 대합실과 열차 탑승구에서 메시지를 전하기 쉽고, 당원과 지지자들이 현장을 찾기도 수월하다. 지지층에 먼저 예우를 갖추려는 뜻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같은 장면이 쌓이면서 생기는 이미지다. 서울역은 국민의힘, 용산역은 민주당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을 여지가 있다. 국민의 눈에는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지역주의를 그대로 비추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서울역과 용산역은 모든 시민이 이용하는 공공장소다. 가족을 만나러 떠나는 사람과 연휴를 마치고 돌아오는 사람이 함께 오간다. 정치인에게는 민심 행보용으로 적합한 곳이지만 시민에게는 목적지로 가기 위해 지나는 곳이라서 길을 막으면 불편하다. 교통망이 발달하면서 서울역과 용산역의 경계, 경부선과 호남선의 물리적 장벽도 과거보다 크게 흐려졌다. 정치권만 낡은 지역 구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야는 평소 국민통합과 협치를 자주 말한다. 이를 거창한 공동선언으로만 보여줄 필요는 없다.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작은 선택에서도 정치권의 태도는 드러난다. 그렇다면 다음 명절부터는 장소를 맞바꿔 보면 어떨까. 민주당 지도부가 서울역에서 영남행 귀성객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하고, 국민의힘 지도부가 용산역에서 호남행 승객의 손을 맞잡고 덕담을 건네는 방식이다. 지금까지의 익숙한 풍경과도 확연히 다를 것이다. 여야가 늘상 정쟁으로 과격하게 맞서는 것과 별개로, 명절 귀성 인사만은 서로 다른 지역의 시민들을 만나는 기회로 삼아볼 수 있다. 늘 같은 역에서 같은 지지층을 만나는 관행에서 벗어나는 상징적인 행사가 된다. 이번 추석에 민주당 지도부는 '민생 회복, 물가 안정'이라는 문구가 적힌 어깨띠를 착용했다. 다음 명절에 정당이 서로의 공간을 벗어나 교차 방문한다면, 메시지의 진정성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지 않을까. 이상무 기자 rokm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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