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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금융에 ‘냉정함’이 필요한 이유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은 잔인하다"고 연이어 발언하자 은행권은 좌불안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국무회의에서 서민금융 금리가 15.9%까지 높다는 점을 지적하며 “고신용자는 저금리로 장기, 저신용자는 고금리로 단기로 돈을 빌려준다"면서 “금융이 가장 잔인한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에는 “한 번 빚지면 죽을 때까지 쫓아다닌다"며 “왜 가난한 사람들끼리 손실을 다 감당하나. 금융이 너무 잔인하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 대통령의 지적처럼 금융의 냉정함이 때론 잔인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시장 속성에서 비롯된다. 대출 금리에는 차주의 신용프리미엄이 반영된다. 과거 상환·연체 이력 등을 고려해 연체 가능성이 낮은 고신용자는 대출 금리가 낮아지고, 연체 위험이 높은 저신용자는 금리가 높아지는 것이 시장 원리다. 이를 인위적으로 바꾸려 하면 시장 왜곡이 발생한다. 대출 위험이 금리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은행들은 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하며 대출 문턱을 높이고, 결과적으로는 정작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대출을 받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은행을 향한 비판이 당장 박수를 받을 수 있을지언정, 장기적으로는 서민들에게 피해가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고신용자에 대한 역차별도 우려된다. 대출을 제때 잘 갚았지만 오히려 금리 등에서 차별을 받으면 차주가 빌린 돈을 성실히 갚아야 할 유인이 사라진다. 신용을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고 금융기관과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 흔들리게 된다. '신용이 낮으면 금리를 높게 받는다'는 기본 원칙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 물론 은행에 대한 서민금융 지원 역할이나, 최근 정부가 강조하는 기업에 대한 은행의 생산적 금융 강화 등의 요구는 타당하다. 그동안 은행들이 가계대출에 과도하게 의존하며 이자장사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벌어온 것에 대한 비판 역시 일리가 있다. 다만 은행의 냉정함을 곧 은행의 잔인함으로 단정하기에는 지나친 부분도 있다. 금융기관은 그 냉정함을 바탕으로 지금의 신용사회와 금융시스템을 유지해왔다. 서민과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을 실질적으로 돕기 위해서는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금융 때리기만으로는 서민들이 체감하는 잔인한 현실을 바꾸기는 어렵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신율의 정치 내시경] ‘잊혀진 사람’과 유튜브 사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선택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대통령의 유튜브 운영은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다. 물론 전직 대통령이 유튜브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법적 제약은 없기 때문에, 개인의 선택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다만 유튜브와 SNS가 지닌 매체적 특성을 고려할 때, 전직 국가원수가 이러한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유튜브와 SNS는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매체로 평가받고 있는데, 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모두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정치인인데, 이들은 공통적으로 SNS를 핵심적인 정치 소통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이는 SNS 활용과 정치인 팬덤 형성 사이에 구조적 연관성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SNS를 통해 정치인 팬덤이 형성되는 이유는, 이 매체가 일반 유권자와 정치인 사이에 '유사 친밀감'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전통적 정치 환경에서는 유권자가 정치인과 직접 소통할 기회가 극히 제한적이었으나, SNS 환경에서는 정치인이 개별 유권자의 의견에 직접 반응하는 상호작용이 자주 일어난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유권자에게 심리적 친밀감을 형성하고, 이는 점진적으로 비판적 거리감을 상실한 절대적 지지로 전환되면서 팬덤 현상을 낳는다. 이러한 팬덤 현상은 유튜브 플랫폼에서 더욱 증폭되는 경향을 보인다. 정치 유튜버들의 수익 모델이 특정 팬덤 시청자 확보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시청자 기반 확보를 위해 유튜버들은 점차 선정적 어조와 자극적 콘텐츠를 생산하게 되고, 이에 호응하는 팬덤은 더욱 강성화되며, 강성화된 팬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콘텐츠의 자극성은 다시 강화되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이러한 매체 환경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전직 대통령의 유튜브 진출은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유튜브 콘텐츠는 '책 추천'을 중심으로 기획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어떤 도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정치적 함의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정 이념적 지향을 담은 서적을 집중적으로 소개할 경우, 의도와 무관하게 정치적 양극화를 가속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문 전 대통령 측에서도 이러한 우려를 인지하고 도서 선정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그가 지닌 정치적 상징성을 감안하면, 비정치적 문학작품을 소개하더라도 이념적 해석과 정치적 논쟁이 뒤따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퇴임사에서 '잊혀진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만약 그 발언이 진정성 있는 것이었다면, 유튜브 활동은 그러한 지향과 배치되는 선택이다. 문 전 대통령 본인과 측근들은 재임 기간의 성과가 상당하며 여전히 높은 정치적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자기 인식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상당수 국민이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사실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 시기 급등한 부동산 가격으로 인해 현재까지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고 인식하는 국민이 존재하며, '문파'로 지칭되는 팬덤 정치가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켰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조국 사태로 상징되는 '내로남불'과 '불공정' 논란에 대한 기억 역시 젊은 세대 사이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출범한 정부가 단임으로 정권을 상실한 배경에는 해당 정부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작용했다고 해석하는 유권자도 다수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문 전 대통령이 유튜브를 통해 언론과 여론의 주목을 받는다면, 현 정권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고려해야 한다. 더욱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내부에서 공천을 둘러싼 갈등 가능성이 제기되는 시점에서, 문 전 대통령이 불필요한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은 정치적으로 현명한 선택이라 보기 어렵다.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분별 있는 판단을 기대한다. 신율

[EE칼럼] 글로벌 공급망,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

미.중 양국이 경주 APEC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하는 대신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펜타닐 관세를 종전 20%에서 10%로 낮추는데 합의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 영향권에 있던 우리 반도체와 전기차 엽계는 일단 한 숨을 돌리게 됐다. 특히, 우리 반도체 업계는 그간 희토류 공급망 불확실성으로 위기감이 고조돼 왔다. 중국 등 특정국가에 생산이 집중된 희토류 등 전략광물은 수출 통제 시 글로벌 공급망에 매우 큰 충격을 입힌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전 세계 전략광물 76개 중 30개는 중국 등 특정국가에 생산이 집중되어 있다. 더구나 생산이 편중된 광물 30개 중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광물은 8개에 불과하며, 현재 대량 생산되진 않지만 추가 생산 가능성이 존재하는 광물은 대략 7개이다. 나머지 광물은 국내 생산이 어려워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희토류, 니오븀, 흑연 등은 수출 통제 광물일 뿐만 아니라 수입 의존도가 80%를 상회하여 꾸준히 관리가 필요하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전 세계에 관세 전쟁을 선포해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월 텅스텐을 시작으로 4월 희토류 등 주요 전략광물에 대해 수출 통제에 이어 9일에는 희토류와 관련 기술의 수출을 더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해외 희토류 물자에 대한 수출 통제" 와 “희토류 관련 기술 통제에 관한 결정"을 발표했다. 중국의 수출 통제로 인해 전략광물의 공급망은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코발트의 경우 콩고가 글로벌 총 생산량의 약 3/4를 담당하고 있는데 지난 2월 가격이 무려 84% 급등 했었다. 희토류는 중국이 글로벌 총 생산량의 약 70%를 담당하는데 4월 디스프로슘 가격이 3배 이상 올랐다. 글로벌 전략광물 공급망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중국은 대부분의 생산이 편중된 광물을 보유하고 있다. 국가별로 생산 편중 광물은 중국(22개), 미국(2개), 콩고(1개), 인도네시아(1개), 남아프리카공화국(1개), 브라질(1개), 칠레(1개), 러시아(1개) 등이다. 특히 중국은 갈륨, 마그네슘 금속의 글로벌 생산량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수출 통제 품목이 주로 반도체, 배터리, 항공우주 등 첨단산업에 활용되고 있는 광물들이다. 현재 생산 편중 광물을 보유한 8개국 중 6개국이 해당 광물에 대해 수출 통제를 하고 있다, 주로 자국 내 광물 부가가치 창출 목적으로 원광 수출 금지와 별도 수출 허가 절차를 만들어 수출 허가제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공급 억제로 가격 방어를 위해 수출 전면 금지 등의 형태로 통제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고려아연이 비스무트, 안티모니, 인듐, 텔루륨 등을 생산하고 있는 대표적 핵심기술 보유 기업이다. 과거엔 우리나라도 갈륨, 마그네슘, 형석 등을 생산 했지만 채산성 악화로 인해 현재는 생산을 하지 않는다. 우리의 첨단산업에 필요한 희토류, 니오븀, 흑연 등은 아직도 수입 의존도가 90% 가까이 되며 중국, 브라질의 수출 통제에 있다. 따라서 전략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선 정부와 기업이 보다 세밀한 전략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 정부는 중국의 수출 통제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광산개발, 비축 확대, 재자원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수출 통제를 이겨 낼 수 없다. 결국 수출 통제의 파도를 넘기 위해서는 첫째, 공급망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모니터링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모니터링 방식을 더욱 체계화하고 정기적으로 리뷰를 통해 현행화해야 한다. 둘째,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기업 지원책이 더 확대 되어야 한다. 공급망을 확보하려면 우선 다원화된 조달 전략과 공급처 확보가 중요하다. 전략적으로 중요한 품목의 경우 연구개발 지원을 통해 대체 물질을 발굴하는 등 중.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하다. 셋째, 기업의 해외 자원개발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공급망은 자원개발을 통한 확보 없이는 성과를 낼 수 없다. 자원안보 차원에서라도 일정 수준의 해외 광산을 보유해야 한다. 해외 광산을 보유해야 하는 이유는 보유한 지분 만큼 비축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정책의 일관성 및 예측 가능성이 강화되어야 한다. 즉 전략과 실행이 따로 움직여서는 안되며 지속 가능해야 투자 사업으로 연결될 수 있다. 다섯째, 인력 양성에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대학의 자원 특성화 학과 지정을 통해 꾸준한 재정적 지원을 하므로써 많은 전문 인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R&D(기술개발) 지원을 공공기관, 대학, 연구소 등에만 집중하지 말고 중소기업에게도 지원 대상을 넓혀야 한다. 정부는 핵심광물의 경우 가격과 수급에서 위기 발생 가능성이 높고 위기 시 국내 산업 및 경제에 파급 효과가 커다는 점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강천구

[기자의 눈] 금융당국 수장, 금융권에 ‘생산적 금융’ 외칠 자격 있나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갭투자 논란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이 위원장은 “뭘 포기하고 그런 게 아니라 그냥 평생 1가구 1주택, 한 채로 해서 그냥 산다는 그런거다"며 “공직자 임원으로, 더 높은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이 있다는 걸 알고 그런 부분에 대해 더 유념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도 부동산 거래 관련해 국회의원들로부터 거센 질타를 받았다. 이 위원장은 과거 서울 강남구 개포동 재건축 아파트를 갭투자 방식으로 매입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이찬진 원장은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해 다주택자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이 위원장은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1가구 1주택을 약속했고, 이 원장은 결국 아파트 한 채를 처분했다. 이 원장이 아파트를 처분하는 과정도 전혀 매끄럽지 않았다. 이찬진 원장은 아파트를 처분하는 과정에서 실거래가보다 높은 금액에 매물로 내놔 정부 정책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일었고, 결국 가격을 다시 낮췄다. 금융당국 수장들의 부동산 거래 내역이 구설에 오른 건, 그만큼 정부 부동산 대책에 대한 민심이 좋지 않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이유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초고강도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과 민심 모두 잡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출 규제로 현금 부자들만 로또 청약의 기회를 얻었고,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는 끊어졌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자신감과 관계없이 강남 아파트는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점도 아이러니하다. 이 와중에 금융당국 수장들은 금융권을 향해 생산적 금융을 주문하고 있다.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중소기업, 벤처기업 등 생산적 분야로 전환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가구 1주택을 그냥 살겠다"라고 했고, 이 원장은 실거래가보다 높은 가격에 아파트를 내놨다. 금융권 입장에서, 국민의 관점에서 금융당국의 정책을 신뢰하기 위해서는 수장들부터 언행일치의 품격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이 원장을 향해 “내로남불 원장의 리더십이 시장에 먹히겠냐"고 쏘아붙였다. 그들이 내로남불 정책, 내로남불 리더십을 발휘하는 사이, 강남 아파트 가격은 지금도 신고가를 경신 중이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이슈&인사이트] 남미사회가 한국에 던지는 교훈

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극지연구센터장 1986년 개봉한 영화 (The Mission)은, 18세기 유럽에서 남미 식민지로 온 선교사의 활동과 제국의 이해관계, 그리고 원주민의 모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그렸다. 배우들의 열연, 정글과 폭포를 배경으로 하는 영상미, 그리고 인도주의적 철학이 어우러지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 영화는 실제 과라니 원주민 전쟁을 재구성하여, 신앙의 순수함과 제도화된 종교 권력의 대립을 통해서 '신의 이름으로 행해진 폭력'을 성찰하려고 하였다. 당시 예수회는 남미 각지에 선교 마을을 세우고 유럽식 문화와 교육을 도입하여 원주민의 경제적 자립과 문화적 자율성을 추구하였는데, 이러한 시도는 유럽 제국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위협받으며 식민주의의 폭력에 직면한다. 영화의 이야기에 따르면, 선교사들과 원주민은 그곳을 지키고자 유럽 제국에 대항하였으나 죽음을 맞이한다. 이 작품은 예술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인정받았고 여기서 사용된 음악은 지금도 '넬라 판타지아'라는 곡으로 유명하지만, 역사적 재현의 정확성에 대해서 여러 비판을 받았다. 실제의 예수회 선교구역은 영화에서 묘사된 이상적 공동체와 달리, 식민지 경제에서 일정한 권력 구조를 유지한 복합적 사회였다. 원주민은 단순한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일정한 자율성을 가진 행위자였으며, 그들의 문화와 언어는 선교의 논리에 종속되었다. 영화는 예수회를 구원자로 이상화하였으나, 그들의 활동이 결과적으로 식민지 통제의 일부였음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이야기의 배경인 1750년 마드리드 조약은 유럽 제국주의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남미 식민지의 영토를 조정하려고 체결한 조약이다. 이 국제법은 제국들의 세력 균형을 재편한 외교적 사건이었고, 산맥과 강 등 자연 지형을 근거로 식민지 경계를 설정한 국제적 합의라는 점에서 근대사적 의미가 있다. 또한 이 조약은 '현재 점유하고 있는 자가 그 땅의 소유자다'라는 uti possidetis(현재 소유 상태를 유지하라) 원칙을 식민지 조약에 명문화한 대표적 사례가 되었다. 그러나 이 원칙은 제국주의 침탈을 '합법적 소유'로 둔갑시키는 논리적 장치로 활용되었고, 원주민 공동체의 존재와 권리를 법에서 지우고, 지배를 법적 질서로 포장하여 식민지 폭력을 제도적으로 은폐하였다. 마드리드 조약은 법·지식·경계가 결합한 식민 근대성의 압축된 형태이자, 식민주의 근대의 작동 방식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조약 체결을 가능하게 만든 지도 기술, 행정 조직, 경계 설정 등은 근대 국가의 상징이었으나, 그 본질은 유럽 중심의 지식 체계가 남미를 규율하는 도구가 된 것이다. 실제로 마드리드 조약문 어디에도 원주민의 권리 보호에 관한 내용이 없다는 점은, 이후 제국주의가 식민지 지배 과정에서 원주민 공동체를 파괴하고 자원 개발을 위하여 강제로 이주시키거나 노예화하는 행위를 정당화하였다. 이렇게 원래 그곳의 주인이었던 사람들은 식민지 사회에서 주변으로 밀려나고 착취당하는 존재가 되었는데, 이것은 피부색과 출생지에 따라 구분된 남미 사회의 위계질서를 만들었다. 현대 남미 사회에서도 원주민은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권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림 개발, 광산 개발, 댐 건설 등 현대적 자연 개발은, 원주민 권리의 침해나 공동체 붕괴 그리고 자연의 파괴를 낳는다. 이는 과거의 조약과 법이 남긴 영토와 자원의 불평등 배분이 여전히 현대적 개발 논리와 결합하여 자연과 원주민에게 불리하게 작용함을 보여준다. 현재 심각한 남미의 자연 파괴와 불평등 문제는 식민주의 근대성이 제도화되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원주민 권리 운동과 다문화주의에 근거한 남미의 사회 운동은 오래된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저항이자 식민지 근대성을 벗어나고자 하는 실천이지만, 경제 종속과 인종적 위계질서라는 식민주의 유산을 여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아무 관계가 없어 보이는 한국 사회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한반도는 식민지 역사를 경험하면서 자원을 착취당하고 공정하지 못한 계층구조를 경험하였다. 독립 이후의 한국은 개발 경제의 발전 이면에 성공 만능주의, 심각한 자연 파괴, 사회 계층화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 사회에는 출신 지역, 가정 환경, 졸업 학교에 따른 등급화와 불공정한 취급 등 남미의 계층 인식과 유사한 상황이 있는데, 이를 지적하는 의견은 비웃음의 대상이 되는 등 구성원의 문제의식도 부족한 편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계층 사이의 격차가 더욱 심각해지고 부당한 취급이 정당화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구성원은 이를 경계하고 해결하려는 인식부터 필요하다. 김봉철

[EE칼럼] AI의 심장은 원자력, 원자력의 심장은 인재

스마트폰은 손안의 명품 컴퓨터다. 그러나 배터리를 충전하지 못하면 그저 비싼 금속 덩어리일 뿐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전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맞닥뜨린 인공지능(AI) 시대의 에너지 문제와 원자력 산업의 현실이 꼭 이와 같다. AI의 심장은 원자력이고, 그 원자력을 뛰게 하는 엔진은 인재다. '원자력 없이는 AI도 없다'는 말은 이제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AI는 국가의 흥망을 가를 전략 기술이 되었고, 그 핵심인 데이터센터는 엄청난 전력을 삼킨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2030년까지 두 배로 늘어나 일본의 전체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945TWh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이 전력이 한순간도 끊겨서는 안 되며, 동시에 탄소 배출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안정성'과 '무탄소'라는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할 대규모 전력원은 현실적으로 원자력뿐이다. 이 사실을 가장 먼저 간파한 건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은 단순히 전력을 구매하는 수준을 넘어, 소형모듈원전(SMR) 기업에 직접 투자하며 AI 시대의 에너지 패권을 쥐려 하고 있다. AI 혁명이 곧 원자력 혁명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정부는 'AI 3대 강국 도약'을 외치면서도, 그 막대한 전력을 재생에너지 위주로 충당하겠다는 비현실적인 계획을 세웠다. 날씨에 따라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로는 24시간 무중단 전력을 요구하는 데이터센터를 뒷받침할 수 없다. AI를 키우겠다면서 원자력을 배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런 모순된 정책은 인재 이탈을 불렀다. 최근 동아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올해 가을학기 KAIST의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지원자가 '0명'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2021년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 기조가 한창이던 이후 4년 만이다. 원전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학생들이 등을 돌린 것이다. 원자력 관련 학과도 8년 새 18개에서 15개교로 줄었다. 대학 입학생 수도 2016년 545명에서 지난해 418명으로 줄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공과대학에서 원자력 전공을 택하는 학생이 한 명도 없다는 건, 단순한 교육 문제가 아니라 산업 붕괴의 신호다. 현장의 불안감은 이미 깊어졌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에너지 정책이 180도 달라지면서, 원전 업계는 장기 투자 계획조차 세우기 어렵다. 산업통상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담당 부처가 이원화되면서 혼란은 더욱 커졌다. 산업부 장관은 “전기료 안정을 위해 원전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다른 부처 장관은 “필요가 없다면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엇박자 속에 인재는 사라지고, 기술은 낡아가며, 산업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실천이다. 백 년을 내다보는 인재 양성 전략이 시급하다. 그 해법으로 '취업보장형 원자력 계약학과'를 제안한다. 학부 과정은 한국수력원자력과 한전기술이 주도해 원전 인근 대학에 설치해야 한다. 이는 지역 소멸을 방지하고 지역 인재를 산업의 중심축으로 키우는 '일석이조' 전략이다. 대학과 기업이 함께 안전 문화, 원자로 설계, 안전 공학 등 실무 중심 교과과정을 개발하여 졸업과 동시에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야 한다. 대학원 과정은 한국원자력연구원(연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안전규제),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핵비확산) 등 전문기관과 연계해 고급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등록금과 생활비 전액 지원, 졸업 후 자격 충족 시 해당 기관 채용 보장 등 '패키지형 인재 육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 정도는 돼야 젊은 세대가 다시 원자력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결국 '에너지의 품격'에서 갈린다. 안정적이고 깨끗한 전력을 확보한 나라가 AI 혁명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동력의 핵심은 원자력, 그 원자력을 지속시키는 동력은 사람이다. '원자력 없이는 AI 없고, 인재 없이는 원자력 없다.' 이 단순한 진리를 국가 전략의 중심에 새겨야 한다. 기업과 대학이 손잡고 인재를 직접 길러내는 취업보장형 계약학과의 설립은, 대한민국이 AI 시대의 진정한 승자로 도약하기 위한 결정적인 한 수다. 이제는 백년지대계의 눈으로 에너지와 인재 정책을 바로 세워야 할 때다. 문주현

[기자의 눈] 코스피 4000 돌파와 ‘파이 키우기’ 믿음

창조주 신(神)이 세상의 중심에 서 있던 중세시대에는 피조물인 인간이 자본을 대량으로 투입해 더 큰 발명과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관의 중심이 인간으로 옮겨온 인본주의의 르네상스 시대가 발흥하면서 새로운 발견과 기술 개발으로 전체 생산과 부를 늘리는 '발전'과 미래 성장에 대한 믿음이 생겨났다. 자본시장에서 돈을 끌어오기 위한 '신용' 개념도 나왔다. 주식시장은 이처럼 개인이나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토대로 탄생했다. 주식을 사들이는 행위는 개인이나 법인이 특정 기업의 성장성을 믿고 자본을 투자하는 메커니즘이다. 최근 국내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뛰어넘었다. 이재명 정부가 기업 가치 제고에 힘을 실은데다 최근 인공지능(AI) 붐과 한·미 조선업 협력 같은 대형 호재들이 겹치면서 나타난 결과다. 주식시장 활성화는 저평가 해소뿐 아니라 미래성장 동력에도 중요하다. 그러나 불행히도 미래성장 동력에 대한 우리 경제계의 근심과 걱정이 크다. 지난 3분기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증가했지만 반도체와 자동차로 대표되는 '자본재'와 '소비재'에 의존이 높은데다 수출상위 10대 기업이 전체 실적의 40%를 차지하는 쏠림현상 때문이다. 여기에 저성장 국면 속에서 미래산업을 이끌 국내 고급인재들이 처우와 지원 부족 환경에 떠밀려 경쟁국인 중국을 포함한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어 차세대 인적 인프라 부족 및 취약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철강과 석유화학 같은 소재산업이 생존의 기로에 처하면서 한국 제조업을 떠받치는 공급망의 위기, 인구 감소와 기후 위기, 정치 양극화 같은 사회문제도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들이다. 코스피 4000 돌파로 자본시장 중심의 '파이 키우기' 희망이 높아졌지만 앞서 열거된 대한민국 경제 현실은 일회성 '반짝 이벤트'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밑바닥에 깔고 있다. 미래 경쟁력이 안 보인다는 이유로 한국시장이 국내외 투자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면, 주식시장 밸류업은 '사상누각'에 불과할 것이다. 시장의 핏줄인 자본의 활성화 못지 않게 시장의 뼈대인 제조업이 건강해야 대한민국 경제 몸체가 '무병장수'할 것이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신연수 칼럼] 기후변화 대응, 더는 후퇴하지 말자

정부가 2035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53~61%로 11일 최종 결정했다. 산업계는 “목표가 과도하다"며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반응이다. 4년 전 2030 NDC를 정할 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과감하게 앞장서는 것이 국제적 책임에 맞고, 미래 산업 전략으로서도 유효하다. 무엇보다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무리하지 않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23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이 6억 2420만톤으로, 원래 목표보다 6.5%를 더 줄였다. 2024년 역시 잠정 집계를 보면 목표를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산업 분야는 원래 목표를 낮게 잡아 이미 2029년도 감축분까지 달성했다. 석유화학과 철강 분야 경기 침체의 영향이 크지만, 어차피 기존 경로로 더 이상 성장하기는 어렵다. 세계적인 공급과잉과 중국의 추격, 무역질서의 변화 때문에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만 한다. 정부나 기업이나 평소에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술적 제도적 노력을 하지 않고 구태의연한 주장을 되풀이하는 관행은 이제 벗어나야 한다. 지금 브라질 벨렝에서는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열리고 있다. 더 심각한 기후변화를 막고 인간의 삶을 지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국제회의 중 하나다. 회의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세계는 2015년 파리협정에서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으로 제한하기로 했는데, 이 목표가 실패했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향후 10년 안에 지구 평균 온도는 그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각 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이행하더라도 그동안 누적된 온실가스가 계속해서 지구온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는 사기다"라고 주장하며 미국 대표단의 회의 참가마저 막았다. 그러나 수십 년간 세계 과학계에 쌓인 많은 연구들은, 급속한 지구온도 상승과 극단적 기후가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인간 행위 때문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우리가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마구 배출한다면, 그래서 어느 순간 온도상승 속도가 임계점을 넘는다면 인류가 감당하기 힘들 만큼 극단적인 환경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진단이다. 인간의 삶이 기후와 얼마나 밀접한 지는 인류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지구과학자들에 따르면 인류가 정착해 농사를 짓고 문명을 이루게 된 결정적 계기는 인간의 뇌 크기가 아니라 기후였다. 구석기 시대까지는 기후변화가 심해 농사를 짓지 못하다가, 1만 년 전부터 안정적인 기후가 이어지면서 인류는 본격적으로 문명을 건설할 수 있었다. 신석기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기후변화가 극심해지면 인류 문명에 심대한 타격을 주리라는 우려는 일부 환경단체의 '공포 마케팅'만은 아니다. 그럼에도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이 어려운 것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경제발전과 탄소배출로 가장 이익을 보는 사람은 지금 세대, 대도시의 부자들이다. 탄소배출과 기후변화로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은 다음 세대, 저개발국의 가난한 사람들이다. 기후변화가 심해질수록 가장 책임이 적은 지역의, 가장 책임이 적은 가난한 사람들이 홍수와 가뭄, 태풍, 해수면 상승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한국에서도 홍수와 산사태, 산불 등 극한 기후로 이재민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은 도시보다 농촌, 어촌, 산골마을이다. 이 때문에 가장 부유한 나라의 부유한 사람들까지 고통을 느낄 만큼 기후변화가 극심해져야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이 성공하리라는 비관론마저 나온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과학자들이 말하는 임계점을 넘어서 돌이키기 어렵다는 데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있다. 희망적인 소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가 아무리 화석연료를 강조해도 세계적으로 태양광이 가장 경제적인 전력원이 되었고, 재생에너지는 석탄 발전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은 올 상반기 5.3% 경제성장을 했음에도, 사상 처음 탄소배출이 작년보다 줄었다. 경제활동과 국민복지를 늘리면서도 탄소배출을 줄이는 '기적'을 국제사회는 하나씩 이룩하고 있다. 구석기시대의 빙하기에도 살아남은 인류는, 지금까지 그랬듯이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해답을 만들 것이다. 각자도생과 약육강식이 불문율인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에 공동 대응하려는 노력이 계속되는 것부터가 대단한 일이다. 인간 본연의 이기심을 극복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서로 돕는 또 다른 인간 본성을 발현하는 과정 자체가, 어쩌면 다음 세대에 물려줄 가장 위대한 유산이 될지 모른다. 신연수 주필 ysshin@ekn.kr

[이슈&인사이트] 소상공인, 내수둔화 시대의 생존 해법은

내수둔화와 비용상승이 겹친 지금, 많은 소상공인들은 디지털 전환과 AI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지금 당장 내 가게와 무슨 상관인가"를 먼저 생각한다. 그래서 임대료·인건비·에너지요금·플랫폼 수수료 등 눈앞의 비용에 시선이 쏠린다. 그러나 디지털전환과 AI는 지금 이 순간에도 비용을 낮추고, 매출을 키우며, 리스크를 줄이고, 사람의 역량을 높이는 실전 도구다. 아래에서는 소상공인이 마주한 네 가지 과제(비용·매출·리스크·사람)를 중심으로 디지털전환·AI의 역할을 짚어본다. 첫째, 운영 효율로 비용을 낮춘다. 판매·날씨·지역행사 데이터를 반영해 발주·재고(식당·마트) / 소모품·약제(미용실) 수요를 예측하면 과잉재고·품절을 동시에 줄일 수 있다. 전단·배너·메뉴판·서비스안내판 시안은 AI 초안에 사진과 가격만 교체해 제작 시간을 단축한다. 에너지 비용이 부담이면 피크 시간대에 맞춰 조리·조명·냉난방(식당·마트), 드라이·열기기 사용(미용실) 스케줄을 표준화하고, 장비 매뉴얼의 절감 팁을 추출해 루틴에 반영한다. 둘째, 수요창출로 매출을 키운다. 상품·메뉴·시술 소개 페이지를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 짧게 비교 실험한 뒤, 클릭·예약·구매 전환이 높은 문구를 자주 쓰는 템플릿으로 고정한다. 리뷰를 요약해 핵심 키워드를 뽑고, 이를 배달앱·지도·인스타·네이버 등 채널 검색 노출에 반영한다 셋째, 선제 대응으로 리스크를 줄인다. 매출 급락, 회전율 악화, 불만 급증 같은 이상 신호를 자동으로 감지하고, 무엇을 할지·누가 맡을지·언제까지 끝낼지를 추천한다. 예를 들어 재고경보가 발생하면 대체품목을 제안하고, 이어서 동네마트는 가격과 진열을 조정하고, 식당은 세트·메뉴 구성을 손보고, 미용실은 예약 슬롯과 동선을 조정하는 식으로 작은 규칙을 연쇄적으로 적용하면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넷째, 사람의 역량을 키워 시간을 절약한다. AI가 레시피·시술가이드·장비매뉴얼을 읽어 절차, 주의점, 실수 Top3를 쉬운 언어로 제공하면 신입도 빨리 배우고 덜 실수한다. 오픈/클로즈 체크리스트, 위생·안전 점검표를 표준화하면 교대 시 품질이 흔들리지 않는다. 채용이 어려운 시대, 교육 속도와 현장 적응력이 곧 경쟁력이다. 이제 업종별로 어떻게 적용할지 구체적인 '현장형' 예를 들어보자. 식당의 경우 날씨·요일 기반으로 식재료 수요를 예측하고, 품절시 대체 메뉴를 안내한다. 점심/저녁도 차등 세트를 자동 제안한다. 리뷰 키워드(“따뜻함", “바삭함")를 메뉴설명·간판카피에 즉시 반영한다. 미용실의 경우 사전상담 챗봇으로 얼굴형 및 모발 상태에 맞춘 스타일을 3가지 제시한다. 노쇼 예방 리마인드와 시술 후 홈케어 가이드를 자동발송한다. 후기 요약으로 디자이너별 강점을 도출한다. 동네마트는 유통기한 임박 상품에 대해 자동 할인 라벨과 그 재료로 만드는 3분 레시피 카드를 생성한다. 품절 시 대체상품 추천으로 매출·마진을 동시에 방어한다. 공방·크래프트는 스토리텔링, 네이밍과 다국어 상세페이지로 해외 마켓 진입 장벽을 낮춘다. 기억해야 할 점은, 소상공인의 디지털전환은 'IT 프로젝트'가 아니라 '경영 습관의 업데이트'라는 사실이다. 경영지표를 보고, 루틴으로 붙잡고, 순간을 설계하고, 신뢰로 지키면 매출·마진·충성도를 동시에 올릴 수 있다. 오늘의 선택은 간단하다. “고객 경험을 표준화하라." 그 순간, 식당도 미용실도 동네 마트도 가격 프레임에서 내려와 경험 프레임으로 갈아탄다. 그리고 그 프레임 위에서 AI는 작은 자동화의 연쇄로 매일 묵묵히 성과를 쌓는다. 손님은 최저가 대신 '늘 같은 품질'이라는 안심을 기억한다. 그 기억이 충성도가 되고, 충성도가 내일의 매출이 된다. 가격이 아니라 경험으로 기억되는 가게가 이긴다. 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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