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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를 놓고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노조원 3만명 이상이 23일 평택캠퍼스에 집결해 결의대회를 열었다. 성과급 상한을 없애고, 영업이익의 15%를 지급하라는 게 노조측 주장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 요구안대로라면 40조~50조원가량을 성과급 재원으로 써야 할 정도다. 숫자만 놓고 보면 압도적이다. 지난해 배당금의 4배, 연간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쯤에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을 어디에, 어떤 기준으로 배분할 것인가에 대해서다. 노조의 논리는 분명하다. '실적이 좋아졌다면 보상도 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비율'이다. 영업이익의 15%를 고정적으로 성과급으로 떼어내는 안은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사실상 '이익 배분 공식'에 가깝다. 반도체 업황이 좋을 때는 부작용이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사이클이 꺾이는 순간 이 체계는 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돌아온다. 더 큰 문제는 시점이다. 지금 삼성전자는 '돈을 나눌 때'가 아니라 '돈을 써야 할 때'에 가깝다. 고대역폭메모리(HBM), 파운드리,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이 동시에 벌어지는 상황에서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업계에서는 지금을 투자의 '골든타임'으로 본다. 이 시기를 놓치면 글로벌 반도체 경쟁 주도권을 되찾기 어렵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노조가 요구한 40조~50조원은 글로벌 AI 기업 하나를 인수할 수 있는 규모다. 이 돈이 직원 보상으로 쓰이느냐 아니면 미래 투자로 쓰이느냐에 따라 삼성전자의 5년 뒤 위치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노조는 성과급을 비율로 고정하려 하고, 회사는 재량으로 관리하려 한다. 이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한 성과급 규모가 얼마가 되든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결국 양측이 조금씩 양보하는 수밖에 없다. 성과급을 둘러싼 '총액' 논쟁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성과와 연동하되 변동성을 흡수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 투자와 보상의 균형을 제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삼성전자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보상'이냐, '더 많은 투자'냐의 선택이 아니다. 두 가지를 동시에 가능하게 만드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성과급 논란의 본질은 숫자가 아니라 신호다. 그 신호가 잘못 설계되면 기업은 미래 대신 현재를 선택하게 된다. 판단 착오에 따른 대가는 생각보다 클 수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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