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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은 지난 8월 2일 양산의 낮 최고기온이 42.5℃까지 오르며 우리나라 기상관측 이래 최고기온 극값을 경신하는 등 견디기 힘든 폭염으로 모든 국민이 어려움을 겪었다. 역대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된 2018년보다 더 극심했는지는 여름이 지난 뒤 기상청의 종합 분석이 끝나야 명확해질 것이다. 그러나 이번 여름이 적어도 역대급에 가까웠다는 점은 분명하다. 8월 하순으로 접어든 지금, 그 뜨거웠던 여름은 벌써 기억 저편으로 멀어지고 있다. 편안할 때 위기를 생각한다는 '거안사위(居安思危)'를 떠올릴 때다. 계절은 어김없이 지나가고 다음 계절은 다시 돌아온다. 폭염의 기억이 사라지기 전인 지금이 기후위기 시대 우리를 가장 심각하게 위협하는 폭염을 다시 살펴볼 때다. 필자의 견해로 기후위기 시대에 특히 주목해야 할 변화는 폭염, 집중호우, 장마 양상, 계절 길이의 변화, 30년 기후평년값의 한계 등 다섯 가지다. 여기에 하나를 더한다면 산불의 대형화다. 집중호우의 강도와 빈도 증가도 매우 위험하지만, 기후변화로 위험성이 가장 빠르고 광범위하게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폭염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폭염이 위험한 첫 번째 이유는 인명 피해가 예상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2018년 온열질환자는 4,526명, 추정 사망자는 48명이었다. 2024년에는 3,704명과 34명, 2025년에는 역대 두 번째로 많은 환자 4,460명과 사망자 29명이 발생했다. 올해도 8월 17일 기준 잠정적으로 환자 3,577명, 추정 사망자 31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10년간인 2016∼2025년 태풍과 호우를 합한 연평균 사망자 수가 약 17명임을 고려하면 폭염의 인명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가늠할 수 있다. 폭염은 태풍이나 집중호우처럼 눈에 띄는 파괴 장면을 남기지 않지만, 우리의 생명을 조용히 앗아가는 무서운 암살자다. 두 번째 이유는 폭염이 취약계층에 특히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모든 위험기상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하지만, 폭염은 계층에 따른 위험의 격차가 가장 크고 복잡해 정밀한 대응이 필요하다. 고령층 가운데서도 폭염 속에 농사일을 계속하는 농촌 어르신이 가장 위험하다. 쪽방촌 어르신에게는 선풍기만으로 열기를 견디기 어려운 날이 많다. 배달노동자인 라이더는 상대적으로 젊어 피해가 덜 드러나지만, 가장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장시간 일하는 잠재적 최고 위험군이다. 폭염은 '국민 모두에게 같은 행동 요령'을 알리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계층·장소·직업별로 대응을 정밀하게 설계해야 하는 재난이다. 폭염은 에너지 안보에도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태양광은 햇빛이 강할수록 유리할 듯하지만, 패널 온도가 지나치게 오르면 발전효율이 떨어진다. 태양광과 풍력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원자력의 안정적 역할을 중시하더라도 폭염은 원전에 새로운 부담이 된다. 지난 7∼8월 유럽에서 나타났듯 강을 냉각수로 사용하는 원전은 폭염과 가뭄으로 유량이 줄면 냉각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해수를 사용하는 원전도 해수온 상승에 맞춰 설계기준과 운전 여유를 재점검해야 한다. 고수온에 따른 해파리 유입과 취수구 장애까지 고려하면 기후위기는 원전 건설과 운영의 전제 자체를 바꾸고 있다. 올해 기존 폭염특보보다 높은 단계인 '폭염중대경보'를 신설한 것은 진전이다. 그러나 5월 15일 서울 동대문구 어르신 사망 사례를 비롯해 온열질환 사망은 주의보나 경보 단계에서도 발생한다. 최상위 중대경보에만 관심과 대응이 집중돼 기존 특보 단계의 대응이 느슨해지는 역설을 경계해야 한다. 폭염의 위험은 특보가 최고 단계에 도달한 뒤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첫 더위가 찾아오는 순간부터 발생하고 누적된다. 대책은 더욱 세밀해야 한다. 먼저 농촌 어르신 등 보호 우선순위에 따라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폭염특보가 내려지면 도시의 가족이 농촌 부모에게 농사일을 멈추시라고 전화하고, 현지에서는 실제 작업 중단 여부를 확인하는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쪽방촌에는 선풍기 보급을 넘어 실내온도를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는 간편 냉방·냉각장치와 전기요금 지원을 결합해야 한다. 나아가 쪽방촌과 같은 취약 환경에 맞는 저전력 냉방기술을 국내 산업으로 육성해 세계의 폭염 취약지역에 보급하는 산업적 발상도 필요하다. 열대야도 중요하지만, 위험은 밤에 갑자기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낮 동안 축적된 열과 탈수가 밤까지 이어지고, 밤사이 회복하지 못한 피로가 다음 날의 위험을 다시 키우는 악순환이 핵심이다. 따라서 열대야 자체를 위험의 출발점으로 간주하기보다는 낮과 밤의 누적 열부하를 함께 반영하도록 위험 정보의 효용성과 전달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 폭염은 앞으로 더욱 잦고 강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필요한 것은 일률적인 경보가 아니라 폭염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해 사람과 장소를 세밀하게 읽는 정밀한 대응이다. 더위가 한 걸음 물러간 지금이 다음 폭염을 준비할 가장 시원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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