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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부동산 투기 전쟁, 등 터진 전월세 시장

정부가 세제, 금융, 규제 정상화를 통해 부동산 투기 제로를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면서 부동산·금융시장이 연일 혼란스럽다. 이달 17일부터 다주택자가 보유한 수도권, 규제지역 아파트 담보대출의 만기연장이 금지됐고, 5월 9일부터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유예 제도가 폐지된다. 다주택자는 5월 9일까지 토지거래허가 신청만 마쳐도 양도소득세 중과를 적용받지 않는다. 이와 동시에 정부는 투기적 목적의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전세대출 규제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비거주 1주택자의 신규 전세대출 신규 보증을 막고, 기존 전세대출 만기연장을 불허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비거주 1주택자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목한 부동산 투기 주체의 한 축으로, 부동산 투기는 돈이 안 된다는 원칙을 시장에 확실히 각인시키겠다는 게 정부의 의지다. 문제는 정부가 유주택자와의 전쟁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사이 무주택자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달 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5427건으로, 2년 전인 2024년 4월 18일(3만750건) 대비 무려 50% 급감했다. 서울 25개구에서 모두 전세 매물이 감소했고, 금천구(54건), 중랑구(51건), 강북구(50건)에서는 전세 매물이 50여건에 그쳤다. 정부가 작년 10·15 대책에서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으면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전세 매물 부족으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올해 3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6억149만원으로, 2022년 10월(6억1694만원) 이후 3년 5개월 만에 6억원을 돌파했다. 정부가 수차례 부동산 전쟁을 위해 각종 규제를 남발하면서 실수요자, 무주택자의 숨통까지 조이고 있는 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산이나 소득이 적어 아파트를 매수할 여력이 없는 이들은 오늘도 주거비 압박에 시름하고 있다. 정부는 다주택자와의 전쟁보다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를 복원하는데 더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1월 다주택자를 겨냥해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고 경고했다. 지금 무주택자가 싸워야 하는 주체는 정부인가, 시장인가. 나유라 기자 ys106@ekn.kr

[EE칼럼] 배터리 산업의 승부처는 전력 시스템이다

유럽연합(EU)의 배터리 규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탄소발자국 산정, 배터리 여권 도입, 재활용 의무 강화 등의 요구사항들은 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많은 이들이 이를 환경 규제의 하나로 이해하기도 하지만, 그 본질은 단순한 규제를 넘어선다. 이는 중국 중심의 배터리 공급망을 흔들며, 산업의 경쟁 방식을 재설정하는 새로운 게임의 룰에 가깝다. EU 배터리 규정의 핵심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정량화하고, 이를 제품 경쟁력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겠다는 데에 있다. 이는 곧 배터리를 얼마나 잘 만드느냐의 문제를 넘어서, 어떠한 전기를 사용해 생산했는지도 중요해진다는 의미가 된다.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높은 국가에서 생산된 배터리가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즉, 배터리 제조업이 독립적인 산업에서 전력시스템과 긴밀하게 연결된 산업으로 재편되는 것이다. 또한, 배터리 여권제도는 원재료의 채굴부터 생산, 사용, 재활용에 이르는 전 과정의 데이터를 투명하게 관리하도록 요구한다. 이는 공급망 전반의 구조를 재편하는 동시에, 데이터 기반의 산업 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 재활용 의무 역시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자원 확보 전략과 직결될 수 있다. 결국 EU는 배터리를 중심으로 에너지, 자원, 그리고 데이터가 결합된 새로운 산업 질서를 설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전력 시스템 측면에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전력망의 변동성과 불안정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에너지저장장치(ESS)다. 이제 ESS는 단순한 배터리 응용 제품이 아니라, 전력망의 유연성을 높이고 수급 불균형을 완화해 안정성을 유지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계통 안정성 확보를 위한 ESS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능하게 하는 필수 조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 결과 유럽에서는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함께 ESS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증가는 ESS 수요를 추가로 견인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이차전지 산업은 여전히 전기차용 배터리 중심 전략에 머물러 있다. 물론, 전기차 시장은 여전히 중요한 성장 동력이지만, 전력망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ESS 분야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전략적 강화가 필요하다. 특히 전력망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극한 기상 환경이나 수요 급변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신뢰성 및 장수명의 ESS 기술 개발과 계통 연계형 제품 경쟁력이 필수적이다. 기술 축적의 관점에서 우리나라 이차전지 산업은 분명한 강점을 갖고 있다. 높은 수준의 제조 기술과 품질 경쟁력을 여전히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또한, EU의 동등 원산지 자동 인정 규정을 통한 규제 불확실성 해소는 한국 배터리 기업들에게 기회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몇 가지 약점도 드러나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탄소집약적 전력 구조, 해외 원재료 의존도, 그리고 규제 대응을 위한 시스템적 준비 부족 등이다. 앞으로는 어떤 조건에서 만들어지는지가 배터리 제품의 선택에 더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다. 따라서 대응 전략 역시 달라질 필요가 있다. 첫째, 저탄소 전력을 기반으로 한 생산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둘째, 재활용과 순환경제를 포함한 소재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배터리 여권에 대응할 수 있는 데이터 관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전력 정책과 산업 정책의 연계된 접근이 필요하다. 배터리는 이제 더 이상 단순한 저장장치가 아니다. 그것은 이제 에너지 시스템과 산업 구조, 그리고 글로벌 규범 등이 교차하는 지점에 놓인 전략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EU 배터리 규정은 그 교차점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변화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여 따라가지 못한다면, 기술 경쟁력만으로는 앞으로의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이제 경쟁력은 기술을 넘어 규정에 대응하고 시스템을 설계하는 능력에서 결정될 것이다. 손성호

[데스크 칼럼] 주택시장 안정 ‘1주택자 잡기’로 해결 안 된다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를 폐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 8일 윤종오 진보당 의원이 1주택자의 장특공 폐지를 골자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고, 더불어민주당 의원 2명을 포함해 범여권에 속한 국회의원 10명이 개정안을 공동발의했다. 현 장특공 법에 따르면 1세대 1주택자가 매도하는 주택의 양도가액이 12억원 이하인 경우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12억원 초과 주택도 10년간 거주한 후 매도하면 양도 차익의 최대 80%(10년 보유 40%, 10년 거주 40%)를 공제해준다. 그러나 윤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되면 위와 같은 장특공 제도는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이를 대체하게 되는 개정안은 3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양도하는 모든 개인의 세금 감면 한도를 평생 2억원으로 축소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담고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서울 아파트 1주택자가 보유 주택을 팔 때 내야 하는 양도세는 급증한다. 예를 들어 1주택자가 15억원 서울 아파트를 양도할 때 현 장특공 하에서 내야 할 양도세는 1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장특공이 폐지되면 1주택자가 내야 할 양도세는 5억원 수준으로 5배나 불어난다. 결국 장특공이 폐지되면 1주택자의 주택 매매 거래는 거의 불가능해진다. 15억원 아파트를 팔 때 양도세로 5억원을 내야 한다면 주택 매도의 동기는 사라지게 된다. 이처럼 범여권에서 다주택자가 아닌 1주택자에게도 '세금폭탄법'을 발의한 이유는 명확하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가격 폭등은 다주택자가 아닌 1주택자가 소유한 주택을 팔고, 더 비싼 아파트를 매수하는 '상급지 갈아타기' 거래가 주도했기 때문이다. 1주택자가 장특공 혜택을 적용받아 보유하고 있는 서울 아파트를 팔아 양도세를 공제받고 그 차익으로 더 비싼 아파트를 매수하는 과정에서 서울 아파트 가격은 계단식으로 뛰어올랐다. 즉, 정부가 지난해 서울 아파트 급등세 요인을 '1주택자의 상급지 갈아타기'로 정의하고, 이로 인한 주택시장 과열을 막겠다는 취지로 나온 것이 이번 장특공 폐지 안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위헌적 소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장특공이 폐지되면 사실상 더 좋은 집에서 살기 위한 주택거래는 원천봉쇄된다. 집을 팔 때 매도가의 최소 30% 이상, 많게는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면 누가 아파트를 팔겠는가. 또한 장특공이 폐지되면 당장은 1주택자의 상급지 갈아타기로 인한 서울 아파트 계단식 가격 상승을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장기적으로는 주택시장에서 매물이 사라지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아무도 집을 팔지 않는다면 시장에 나오는 물량은 급감하고, 공급과 수요 법칙에 따라 또 다시 서울 아파트 가격은 오를 수 밖에 없다. 특정 세력을 겨냥해 불이익을 주겠다는 주택 정책은 단기적으로 잠시간 가격을 누를 순 있지만, 결국 그 반작용으로 더욱 가격이 뛰어오르는 악순환만 불러올 뿐이다. 이는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결국 주택시장의 안정은 좀 더디고 힘들지라도 시장의 '모수(母數)' 자체를 늘리는 공급 확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당국의 현명한 행보를 기대한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송호성 기아 사장, 장애인 고용촉진 공로 고용부장관상

송호성 기아 사장이 장애인 고용 확대와 차별 없는 근무 환경 조성에 기여한 공로로 고용노동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16일 기아는 '2026 장애인 고용촉진대회'에서 송 사장이 장애인에게 실질적인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고 안정적인 근무 여건을 마련한 점을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임금, 업무, 복지 등 전반에 걸쳐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차별 없는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오고 있는 기아는 채용 단계에서 장애인 지원자에게 가점을 부여하는 방식을 벗어나 2024년 장애인 특별채용 전형을 신설해 지원자들이 동등한 기준에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지난해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이음'을 설립해 지속가능한 장애인 고용 기반도 강화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기자의 눈] 용산 개발 정화작업, ‘깜깜이’ 없어야

서울 용산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취재 중 접한 환경 분야 전문가와 복수의 시민사회 관계자들은 용산 일대 특정 부지가 오염 이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사업은 속도를 내고 있다. 해당 부지는 2017년 한 건설사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1조원 상당에 달하는 가격으로 매입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해당 부지는 과거 정화 이력 자체가 논란의 출발점이다. 국방부는 과거 정화 완료를 밝힌 바 있지만, 이후 개발 과정에서 실시된 조사에서 석유계총탄화수소(TPH) 등 오염물질이 다시 확인되며 '부실 정화' 논란이 불거졌다. 여기에 2023년 공사 과정에서 추가 오염이 확인됐음에도 시공사가 이를 약 40일 뒤에야 신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체 없는 신고' 의무 위반 여부와 함께 행정 절차의 적정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식 정밀조사명령 없이 업체 측 보고를 토대로 정화가 진행된 점은 절차적 정당성 논란을 키우는 대목이다. 기자가 포착 한 위험 요소 중 하나는 '오염 증기 침입(Vapor Intrusion)'이다. 토양이나 지하수에 남아 있는 유류 성분이 휘발성 물질 형태로 기화돼 건물의 균열이나 지하 공간을 통해 실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용산 미군기지 주변 일부 지역에서는 벤젠 등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크게 초과해 검출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할 때 단순히 토양이나 지하수 일부 항목이 기준을 충족했다는 결과만으로 주거 안전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복수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문제는 정보의 비대칭이다. 환경영향평가 이후 진행된 후속 조사와 검증 결과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으면서 안전성 판단의 근거가 제한적으로만 공유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과거 미국의 '러브캐널' 참사는 폐기물 매립지 위에 세워진 주택가에서 암 발병률이 폭증했던 비극이다. 정화 완료 20년이 2024년 조사에서도 여전히 휘발성 오염물질이 검출되어 주거지 개발이 제한되고 있다. 정보공개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깜깜이 행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시장 공석 기간(2020~2021년) 중 이루어진 '속전속결 심의' 등 정황상 의심스러운 대목도 적지 않다. 본질은 '시민의 안전'이다. 십조 원대 규모의 개발 사업에 매몰되어 1군 발암물질인 벤젠과 TPH의 위험성을 외면한다면, 용산은 안식처가 아닌 '제2의 러브캐널'이라는 비극의 선례가 될 것이다. 서울시와 용산구청은 지금이라도 사후환경영향조사 결과를 전면 공개하고, 독립적인 검증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신율의 정치 내시경] 절박함은 국민의힘에 없고, 전략은 민주당에 있다

절박한 정당은 전략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2021년의 국민의힘이 그러했다. 2021년 6월 전당대회에서 국민의힘 당원과 지지자들은 당 대표로 이준석을 선택함으로써 우리나라 정당사상 최연소 당 대표를 탄생시켰다. 2021년 당시 국민의힘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고, 그렇기 때문에 2022년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도 크지 않았다. 상황이 이랬으니 정권을 되찾아 오겠다는 절박감이 생길 수밖에 없었고, 그 절박감이 최연소 당 대표 선출로 표출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절박함이 이변을 만들고, 이변이 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당시 국민의힘은 입증한 셈이다. 그런데 이 정도의 절박함을 최근 국민의힘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절박함이 있어야 이변을 일으킬 전략적 사고가 작동하는 법인데, 지금의 국민의힘에서는 그러한 전략적 선택의 가능성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오히려 전략적 사고는 민주당에서 포착된다. 민주당은 국민의힘보다 발 빠르게 서울시장 후보와 경기도지사 후보를 선출했다. 서울시장 후보에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경기도지사 후보에는 추미애 의원이 각각 선출됐다. 이들의 선출을 후보의 특성을 기준으로 평가하면, 서울시장 후보로는 실무형 인사를, 경기도지사 후보로는 이념 지향형 인사를 택했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 당원들이 이러한 선택을 한 이유는 서울과 경기 지역 유권자들의 성향이 다르다는 점을 간파했기 때문일 수 있다. 서울은 부산과 함께 가장 많은 스윙 보터가 거주하는 지역이다. 스윙 보터가 다수 거주한다는 사실은 그만큼 중도층의 영향력이 다른 지역에 비해 강하다는 뜻이다. 이런 지역에서는 특정 이념이나 진영에 지나치게 경도된 인사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게 나타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놓고 반발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즉, 서울시장을 역임한 인물들은 서울이 어느 정도로 중도 성향을 선호하는지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지역에서는 이념 지향형 후보보다 실용주의적 실무형 후보가 훨씬 유리하다. 더구나 국민의힘 소속 현직 시장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도전하는 측은 실용주의에 입각한 실무형 후보를 내세워야 승산을 높일 수 있다. 왜냐하면 서울의 경우 현직 시장이 재선에 도전했을 때 패배한 사례가 단 한 차례도 없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즉, 현직 시장의 이른바 '현역 프리미엄'이 매우 강하게 작동하는 곳이 서울이라는 것인데, 이런 경우 서울시장을 탈환하려는 측은 서울 시민들의 정치 성향에 부합하는 인사를 후보로 내세워야만 하는 것이다. 반면 경기도는 사정이 다르다. 경기도는 최근 들어 일종의 '민주당 아성'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이런 지역에서는 민주당 노선을 강하게 대변하는 인사가 후보가 되더라도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세간에서는 서울은 '명픽(이재명 대통령이 선택한 인사)', 경기도는 '청픽(정청래 대표가 선택한 인사)'이라고 주장하는데, 호사가들은 그렇게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필자는 이를 민주당 지지층의 전략적 선택의 결과라고 판단한다. 이번 지방 선거는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고 볼 수 있지만, 특정 지역의 정치적 성향을 도외시한 공천을 한다면, 아무리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더라도 여권이 승리를 장담하기는 힘들게 된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서울과 경기 지역의 공천은 민주당 당원과 지지자들의 전략적 선택의 결과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절박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 민주당이 오히려 전략적 선택을 하지만, 정작 절박해야 할 국민의힘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동물원을 탈출한 '늑구'보다도 국민의힘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신율

[EE칼럼] 한국 배터리 성장은 기술로 승부해야 한다

중동전쟁으로 고유가 국면이 접어들자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감소)이 조기에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배터리 전문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 침투율(신차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29%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동전쟁 전 1월 예상했던 27% 보다 2% 포인트 올라간 것이다. 내년에는 전기차 침투율이 더 높아져 35%, 2028년 41%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예상보다 전기차 수요 확대가 커진 결과다. 현재 정부는 중국산 전기차의 배터리 효율. 안전 등을 이유로 보조금을 깍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기준이 된다. 에너지 밀도 기준이 도입되면 LFP(리튬인산철)배터리를 사용하는 중국산 전기차의 실구매가 상승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LFP배터리는 가격이 저렴하지만 에너지를 담는 효율(에너지 밀도)이 낮고 삼원계 배터리는 가격은 비싸지만 효율은 높다. 국산 차량은 LFP 대비 에너지 밀도가 높은 삼원계(리튬.니켈.코발트) 배터리를 주로 적용하는 만큼 보조금 산정에서 유리하다. 가격 격차 축소와 함께 배터리 안전성과 사후관리 경쟁력까지 반영된다면 국산 차량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의 과잉 설비 및 저가 경쟁 문제를 해결하고 해당 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개입을 시작했다. 중국 구조조정의 기준은 품질과 기술이며 이를 기반으로 수출 및 가격 규제, 수요 유지, 확대 정책이 결합되어 정책 기조가 양적 팽창에서 질적 성장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저효율, 저성능 제품의 생산 능력을 퇴출하고 고성능, 고품질 제품 중심의 산업 재편을 촉진하는 한편, 무질서한 수출과 출현 경쟁을 억제하여 시장 질서를 정비하고자 하는 것이다. 동시에 세제 지원과 인프라 구축, 정부 조달 확대 등을 통한 수요 유지.확대 정책을 병행하면서 구조조정의 충격을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업계에서는 가격 중심의 경쟁에서 벗어나 프리미엄 및 차세대 기술 중심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며 해외로는 단순한 수출 위주의 전략을 넘어 생산, 공급망, 판매, 서비스를 통합한 현지화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우리 기업은 중저가 영역에서 중국과의 경쟁 부담이 일부 완화될 수 있지만 고성능 제품과 기술 표준 분야의 경쟁은 심화될 것이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과의 협력 또는 디커플링 전략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중국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질의 자산과 기술, 인력을 선별적으로 인수, 제휴함으로써 기술 및 원가 경쟁력을 보완할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배터리 제조사 및 소재관련 기업이 여럿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기업이 에코프로 그룹 계열사인 에코프로 이노베이션이다. 에코프로 이노베이션이 차세대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용 황화리튬 생산을 위한 기술개발(R&D)에 착수했다. 목표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배터리 대비 폭발 위험을 줄이고 에너지 밀도와 주행거리를 동시에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배터리로 통한다. 기술의 핵심은 폐도가니 재활용을 통해 리튬을 회수하고 초미세 분쇄 기술로 황화리튬을 생산하는 것이다. 에코프로가 추진해 온 폐도가니 재활용 프로젝트는 양극재 소성 과정에서 리튬 노출로 변질된 도가니를 분말 수준으로 미세하게 파쇄한 뒤 이 과정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이다. 여기서 나온 리튬을 전고체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황화리튬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미세 분쇄 공정이 필수적이다. 고체 전해질은 전극 사이를 이동하며 리튬 이온의 이온 반도체 역할을 하는데 기존 액체 전해질보다 입자 간 거리가 훨씬 짧기 때문에 더 작은 입도(입자 크기)가 요구된다. 에코프로 이노베이션은 이러한 기술적 특성을 충족하기 위해 연구개발 전담팀을 중심으로 황화리튬 생산 공정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중국의 기술력 추격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한국 배터리가 성장하기 위해선 전기차를 중심으로 배터리 수요가 다시 회복되는 2~3년 뒤 수요를 선점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업계 흐름은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 대신 나트륨을 활용한 신배터리 연구에서부터 더 안전하고 에너지 밀도가 높은 전고체 배터리 등 경쟁이 치열하다. 지금은 비싼 가격이 문제로 꼽히지만 신배터리가 상용화되면 가격 또한 보편화될 수 있다. 기술 경쟁의 또 다른 한 축은 다각화이다. 배터리 수요가 로봇과 데이터 센터, 드론 등으로 확산되는 흐름에 누가 더 빠르게 적응하느냐가 관건이다. 따라서 선제적 투자를 통한 기술 확보 없이는 빠르게 변화하는 배터리 시장 트렌트에 대응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강천구

[기자의 눈] 포스코의 하청 직고용 결단이 주목받는 이유

국내 제조업의 원청과 하청 생산구조가 등장한 시기에 놓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자리잡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은 규모가 큰 특성상 원·하청 분업구조가 불가피하지만 '위험의 외주화' 같은 부작용도 나타났다. 정착된 지 30년이 됐지만 워낙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터라 갈등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 원청의 교섭 범위를 하청 노동자까지 확대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도 이같은 원·하청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할 '마스터 키'가 될 수 없다고 본다. 이런 국내 상황에서 철강 1위 기업 포스코가 생산 조업과 직접 관련된 협력사 직원 7000여명을 직고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아 크게 주목받고 있다. 다른 기업들이 별도 자회사를 세워 협력사 직원을 고용했던 선례에 비춰 보면 이 같은 결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노란봉투법 시행 첫날부터 노조의 교섭 요구 사실을 지체 없이 공고했고, 이달에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민간 1호 분리교섭 기업'이 된 점도 겹쳐 주목도가 더 높아졌다. 또한, 포스코를 상대로 하청 노동자들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 2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도 16일 나와 어느 때보다 포스코에 시선이 쏠릴 전망이다. 포스코의 전례 없는 결단 앞에 놓인 길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포스코 노조는 사전 협의가 없어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상급단체별 노조 간에도 정규직 복지가 축소된다는 우려부터 정규직 전환 범위가 좁다는 지적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직고용 시 어느 직급과 연봉 체계를 적용할 것인지 놓고도 의견 차이가 예상된다. 정규직 전환 문제는 노-노 갈등을 수반해 왔다는 점에서 노조측 반응을 가볍게 넘기기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개별기업의 직고용 결단이 원·하청 문제의 마스터 키는 아니다. 반대 목소리가 예상보다 크기에 당혹스러운 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복잡하게 꼬인 실타래를 풀려면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사실상 포스코의 직고용이 국내 첫 사례인 만큼 논의 과정 하나 하나가 다른 업계와 노조에 '시금석' 역할을 할 것이다. 포스코의 결정을 계기로 표면에 드러난 원·하청의 갈등 실타래를 하나 둘 풀어나가는 지혜를 모아야 하고, 무엇보다 과도한 평가절하 대신 직고용 문제를 어떻게 연착륙시킬 것인지를 세심하게 들여다봐야 할 때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이슈&인사이트] 삼성전자에 사회적 배당을 요구한다

최근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우리 사회에 논란이 일고 있다. 보상 요구안에 따르면 계산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반도체 부문 노동자 1인당 최대 6억 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노동의 가치는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며, 기업이 거둔 이윤을 노동자가 나누는 것은 건강한 자본주의를 위해 바람직한 모습이다. 하지만 노조의 이번 요구안은 과했다. 과해도 너무 과했다. 물론 협상수단으로 들고 나왔겠지만 국민과 사회의 지지와 후원을 받는 건강한 노조가 되는 데엔 분명한 전략적 실수다. 심각한 상대적 박탈감과 산업 생태계의 불균형이라는 과제를 언론은 지적한다. 특히 주주 배당과 관련하여 “배당의 몇 배" 운운하며 과도함을 지적하는 관점이 많다. 또한 R&D 등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 여력을 갉아먹는다는 지적도 있다. 가능한 비판이지만 여기에 빠진 게 있다. 삼성전자가 거둔 천문학적 이윤이 오로지 주주와 노동자, 그리고 기업만의 전유물인가? 경제학과 사회학의 관점에서 기업의 성장은 진공 상태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우뚝 서기까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공동체가 지불한 비용은 막대하다. 일례로 1990년대 초, 기술적 불확실성이 컸던 CDMA 방식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할 때 우리 국민은 기꺼이 테스트베드가 되어 주었다. 정부의 대규모 R&D 지원,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천문학적인 인프라 투자, 그리고 무엇보다 국가적 자부심을 바탕으로 한 우수 인재의 결집이 있었기에 오늘의 삼성이 존재한다. 삼성의 이윤 속에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기여가 녹아 있다. 시민이 낸 세금으로 닦인 도로를 이용해 물류가 이뤄지고, 공적 교육 시스템이 길러낸 인재를 활용하며, 국가가 보증한 법적·경제적 안정성 속에서 영업 활동을 영위한다. 기업의 성공은 사회의 공통부 위에서 피어난 꽃이다. 그 공통부를 똑같이 활용해 다른 탁월한 결과를 낸 것은 삼성의 역량이지만 삼성이 그런 방식으로 국가와 사회에 빚지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따라서 기업의 초과 이윤 중 일부는 이 유무형의 자원을 제공한 사회 공동체의 몫, 즉 사회의 지분으로 환원되어야 마땅하다. 세금을 내고 있지 않느냐고? 턱 없이 부족하다. 이러한 상황을 인식한 기업들은 그동안 사회공헌 기금(Social Fund)이라는 이름으로 이윤 혹은 이익의 일부를 환원했다. 기금은 대개 기업의 선의에 기반한 시혜의 성격이 짙으며, 경기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따라서 사회적 배당(Social Dividend)이 필요하다. 간단하게 말해 사회적 배당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기업 성장을 가능케 한 공통 자산의 '공동 주주'라는 권리에 기반한다. 노사가 또 주주가 이익의 분배를 놓고 갈등하며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하는 대신, 이익의 일정 비율을 사회적 배당으로 설정하여 시민에게 직접 혹은 보편적 복지 재원으로 돌려주는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 결코 허무맹랑한 얘기가 아니다.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2022년 지분 100%를 환경 재단과 신탁에 기부하며 “이제 우리의 유일한 주주는 지구"라고 선언했다. 지분 변동과 별개로 창립 이래 매년 이익이 아닌 매출액의 1%를 환경 단체에 기부하는 '1% for the Planet'을 실천하고 있다. 스위스의 유통 기업 미그로 또한 정관을 통해 매출액의 1%를 문화 및 사회 사업에 투입하는 '미그로 문화 퍼센트'를 실천한다. 국민기업 삼성은, 주주와 노동자 외에 사회라는 핵심 이해관계자를 고려해야 한다. 시혜가 아니라 의무로 인식해야 하며 주주와 노동자 또한 사회적 배당을 인정해야 한다. 삼성이 사회적 배당을 가장 먼저 실천한 초일류 기업이 되기를 희망하고 또한 강력히 요구한다. bienns@ekn.co.kr

[EE칼럼] 오만과 편견, 그리고 오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이란 핵무장 저지를 명분으로 전쟁 개시를 선언했다. 그는 이미 작년 1월 20일 두 번째 임기 시작 직후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세계 최대 석유·천연가스 생산국이자 에너지 순(順) 수출국인 미국의 비상사태 선포는 생뚱맞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 조처가 유전, 정유시설 등 화석연료 인프라 개발촉진을 유발할 것이라고 했다. 신속한 석유·가스 시추 허용과 각종 규제 대폭 완화를 위한 '미국 에너지 잠재력 해방'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도 시사했다. 그리고 금년 2월 '미국의 에너지 지배력이 돌아왔다.'라고 공언하였다. 석유 시추 허가 55% 급증, '아름답고 깨끗한 석탄'의 부흥, 원자력 부흥, 전기차 의무화 중단 등을 주요성과로 제시하였다. 전임 정부의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전환 정책을 뒤집고 다시 화석연료 중심 체제로 회귀한 셈이다. 에너지를 인류 공영의 기반이라기보다 특정 권력자의 '오만한(arrogant)' 국제질서 장악 수단으로 전락한 셈이다. 미국 여론은 딱히 호의적이라고만 할 수 없는 것 같다. 미국 성인 27%만이 이란 공습을 지지한다는 여론조사(로이터·입소스)도 있다. 지지 거부 응답은 43%, 잘 모른다는 응답은 30%이란다. 당연히 트럼프에 대한 국제사회의 호응이 호의적이지만은 아니다. 유럽(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와 일본, 호주, 한국 등 전통적 미국 동맹국마저 갈수록 소극적이다. 근본적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무역과 상호 공영을 통해 성공적인 경제 성장을 추구하여온 '브래튼우즈' 체제의 훼손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 체제는 미국 달러 가치를 금(1온스당 35달러)가격과 연계하고 다른 국가의 통화가치를 달러에 고정하는 '조정 가능한 고정환율제'를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1971년 닉슨 대통령의 금태환(金兌換) 정지로 변동환율 체제로 전환되었다. 이후 미국 주도 세계질서체제가 약화 되었다. 약소국과 민간인 보호를 위한 국제 규범도 약화 되었다. 사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수단 내전, 미국-이스라엘과 중동 각국 간의 분쟁으로 지속적으로 약화하고 있다. 더욱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MAGA)'의 강화 움직임과 함께 '오만한' 접근책에 대한 반감 고조는 세계공영체재의 균열을 심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파키스탄' 등 인접국들과 UN 등 국제기구들의 권유와 중재 노력에 따라 일정 기간 휴전과 뒤이은 종전 협상은 진전될 것 같다. 상호이익 균형점에서 합의를 위한 노력은 지속할 것 같다. '호르무즈' 해협 통과의 정상화도 기대된다. 전쟁이나 국가개입에 따른 폐해 대비는 거의 불가능하거나 매우 큰 비용을 수반한다. 따라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공급탄력성 제고는 항상 긴요하다. 여기서 우리는 석유 등 에너지 시장의 정상화 논리를 고찰할 필요가 있다. 경제사회 효율성은 생산 가능 곡선에서 회복 탄력성(Resilience)이 종식되는 단계에서부터 유발된다고 한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1970년대의 두 차례 석유파동 학습이 유용할 것이다. 1973년 10월부터의 1차 파동, 1978년에서 1981년 초까지 이란혁명으로 인한 2차 파동 그리고 두 파동 간의 중간 기간을 포함하면 대략 13배($3→$39) 올랐다. 그러나 두 차례 파동 지속기간은 각기 3년 이내이어서 그 폐해는 신속하게 복구하였다. 우리나라는 매우 특이하게 전화위복의 계기를 맞이하였다. 석유파동 기간 중 건설수출. 설비산업 육성, 건설 진흥, 에너지 이용 합리화 강화 등 새로운 성장 계기를 마련하였다. 개도국 중 유일하게 선진국 진입 계기를 마련했지만 에너지 상황이 닥치면 대부분의 후발 개도국들은 주요 생산요소 석유 가격 급등으로 구조적 위기상태에 빠진다. 그들은 선진경제 진입을 위한 우회로(迂廻路;Detour) 선택에 장애를 겪는다. 당연히 글로벌 시장경제 효율성은 퇴보한다. 후발국들의 선진경제체제 진입에 필요한 각종 장애 요인 제거/예방은 더 많은 사회비용을 초래하는 논리적 모순(아이러니)이 우려된다. 대부분 예상치 못한 시장변동이나 정치권 무능력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한 것이다. 우리는 현안 에너지 문제 분석/검증과정에서 인접국이자 세계 1위 에너지소비국인 중국의 여건변화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특히 최근 중국이 서방에 대한 전략자산(희귀광물 등)과 핵심부품(태양광 패널 등)의 공급통제와 관련 상품이나 부품 대량구매를 통한 시장통제 능력 과시는 우려스럽다. 사실 여건변화에 대응한 공급망 조정작업에서 혜택보다 비용이 더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런 모든 제약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에너지의 글로벌 공급체계의 상호 의존도는 증가하고 있다. 비용증가는 당연하다. 이에 합리적 수준에서의 비용상승 제어가 글로벌 차원 주요 해결과제 중 하나이다. 특히 에너지-환경-기술개발 등 공급망 결정에 새로운 요인일수록 산업성숙도와 국제적 연대가 미진하고 공공영역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정책기획과 초기 평가과정에서 장기적 정책 안목에서 진중한 경쟁력 평가가 필요하다. 관료주의 폐해와 정부 실패 보완이 그 성공 관건이다. 끝으로 시장 결함보완은 관련 전문가들의 영역이자 책임이라는 점을 새삼 강조한다. ekn@ek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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