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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보험 판매는 분리, 임금은 ‘빅텐트’

최근 몇년간 보험업계에서는 제판분리가 지속됐다. 이는 원수보험사가 상품을 개발하고, 법인보험대리점(GA)이 판매를 맡는 방식이다. 보험사는 고정비를 줄이고 GA는 다양한 회사의 상품을 고객에게 제시할 수 있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윈윈'으로 인식된 형태다. 삼성생명·삼성화재·한화생명·신한라이프·미래에셋생명 등 국내 기업 뿐 아니라 라이나생명과 메트라이프생명을 비롯한 외국계 보험사도 자회사형 GA를 운영하는 이유다. 그러나 임금협상을 포함한 교섭에 있어서는 이와 반대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노동조합법 제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시행이 원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이는 하청 노동자가 원청 기업을 상대로 교섭에 나설 수 있고, 하도급 근로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 강화 및 쟁의행위 범위 확대를 내용으로 한다. 법이 시행되자마자 “진짜 사장 나와"라고 외치며 도로를 점거하는 행태가 보험업계에서도 벌어질 수 있게 된 것이다. 해당 법안이 근로자의 권익 향상이라는 명분을 갖고 있으나,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특수고용직에 해당하는 보험설계사를 회사 소속 근로자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정해지지 않았다. 법안 통과가 6개월 전에 이뤄졌음에도 기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셈이다. 금융당국의 통계에서 전속과 교차모집 설계사 모두 임직원과 따로 집계되고, 판매를 GA에 맡겨 설계사수가 '0'명으로 나오는 생·손보사만 10곳이 넘는 것은 보험업에 노란봉투법을 적용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는 점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사용자 범위가 넓어져도 원청이 명확하게 정해질 수 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자회사형 GA와 모 보험사의 사장이 다르지만, 특정 기업의 이름을 달고 있고 지배구조 등으로 볼 때 모회사 대표가 '진짜 사장'이라는 주장을 펴는 것이 가능하다. 해당 기업의 상품을 판매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이들에게 힘을 싣는 요소다. 매출(보험료) 발생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독립형 GA와 원수보험사 사이에는 이러한 관계성이 부재하고, 자체적인 영업전략을 펴는 등 하청-원청의 관계로 보기 어렵다. 판매를 담당하는 GA의 입지가 강해지면서 보험사가 '슈퍼을'로 불리는 만큼 경제적 종속성 여부도 불투명하다. 금융당국·보험업계·GA업계가 조속히 이와 같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않은 상태로 쟁의행위가 벌어지면 신상품 판매 축소를 넘어 고객 관리 소홀로 이어질 수 있다. 동시에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야 하는 만큼 허심탄회하고 합리적인 소통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이슈&인사이트] 봄학기가 시작되면서 AI 시대를 생각한다

3월 9일 이세돌 9단과 알파고(AlphaGo) 사이 역사적 대국이 펼쳐진 지 10년이다. 수백 년 동안 가로와 세로 19줄이 그어진 바둑판 위에서 펼쳐진 전략 게임에서 쌓여온 인간의 지성이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알파고에 의하여 충격적인 도전을 받았다. 알파고는 과거 인간이 경험하지 못했던 기발한 수를 보여주면서 세계 최고의 이세돌 9단을 극한까지 괴롭혔다. 평소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요"라는 명언을 남긴 이세돌은 세기의 다섯 판 대국에서 세 번을 내리 진 뒤 딱 한 판 역사적 승리를 거두었다. AI를 마지막으로 이긴 사람인 이세돌은 “몇백 년 동안 쌓아온 바둑의 발전보다 10년 동안의 발전이 훨씬 극적"이라고 한다. 이세돌은 세기의 대국 3년 만에 바둑돌을 내려놓고 울산과학기술원 특임교수로 변신했다. 그는 AI가 바둑을 만난 뒤 “지금껏 인간이 만들어놓은 정석이 다 사라지고 거의 남은 게 없다"라고 진단한다. 이세돌은 미래 사회도 예측한다. “AI로 기사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AI를 잘 활용하는 상위 랭커와 그렇지 못한 이들 간의 격차가 벌어지는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란다. 이러한 양극화는 “AI 때문에 배운 사람과 아닌 사람의 격차가 더 벌어진다. AI로 정보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공개돼도 이 격차는 줄지 않는다"라고 경고한다. 언제나 신선한 새 학기이지만 강의실에 앉은 학생들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전혀 편하지 않다. “지금 다섯 살짜리 아이는 15년 뒤엔 생계를 위해 직업을 구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라는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성공적인 벤처 투자자이자 억만장자 비노드 코슬라의 진단이 틀리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도 인간은 애초에 일하려고 태어난 존재가 아니고 AI의 영향력이 빠르게 확산하기 때문에 인간이 일할 필요가 없는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2-3학년 정치외교학과 학생은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강의실에 앉아 있지만 나는 이 학생들이 졸업해서 마주하게 될 미래가 걱정이다. 최근 포천지와 인터뷰에서 코슬라는 “2034년부터 4년 뒤까지 모든 일자리의 80%가 AI에 대체될 수 있다"라고 예측했다. 인간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하고 그 시간에 대신 AI로봇이 청소나 빨래 또는 음식 준비를 하는 시대를 그려왔다. 하지만 AI로봇이 고도의 전문적인 일뿐 아니라 단순 반복의 육체노동까지 대체하는 현실이 다가오고 있다. 코슬라는 “AI와 로봇 역할 확대로 15년 뒤에는 생존과 생계를 위해 일을 하고 직업을 고를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하는데 기실 인간의 일자리는 사라지는 중이다. 빌 게이츠도 AI가 10년내에 인간을 대체해서 인간이 대부분의 직종에서 불필요하다고 한다. 2025년 미국 아마존에서는 인사팀과 총무팀 빼고 다 해고해서 60만 명을 정리하겠다고 했다. 세상은 빨리 변해서 미래에 앞서고자 AI를 만드는 개발자가 되려고 컴퓨터공학 계열 학과에 진학했는데 그사이에 AI가 컴퓨터 프로그램까지 개발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컴퓨터공학보다 인문학 전공자의 실업률이 더 낮다고 한다. 세상이 빛의 속도로 바뀐다. 정보격차(digital divide)라는 말이 나온 지 얼마 만에 이제 AI 양극화를 걱정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주산에 암산도 배우고 코딩이 필수였는데 이제 AI 프롬프터 앞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있다. 노트북과 태블릿 등에 의존한 교육부터 받은 Z세대(1997-2010년대 초반 출생)는 부모 세대보다 주의력이나 기억력, 독해 능력이나 문제 해결력 등이 떨어진다고 한다. 인지 능력도 낮아지고 AI로봇 때문에 일자리도 빼앗긴다. 미래세대의 앞날이다. 먼 미래의 일 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ekn@ekn.co.kr

[EE칼럼] 청와대가 에너지 위기관리 컨트롤 타워돼야 한다

이란전쟁이 길어지면서 중동산 원유와 기타 산업용 원자재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우리 주력산업인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원료가스, 비료 생산용 암모니아, 석유화학 원재료 등이 중동 국가에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사태를 대비한 정부 차원의 전략이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장 이란전쟁와 관련해 반도체 기업들이 사용하는 가스 수급이 문제다. 헬륨가스는 반도체 핵심인 웨이퍼를 냉각하는데 사용된다. 지난해 국내 수입량의 65%가 호르무즈 해협쪽에 있는 카타르에서 공급 받았다. 그런데 최근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플랜트 시설이 이란의 공격을 받아 멈췄다. 이 뿐만 아니라 농업분야에서 사용되는 질소 비용인 암모니아와 인산비료의 원료인 황의 주요 수출국은 대부분 중동 국가들로 원유와 LNG를 정제하고 처리하는 과정의 부산물로 생산된다. 요소 수출량의 35%, 황의 45%가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한다. 더 중요한 것은 석유화학의 핵심 원재료인 나프타 수입이다. 국내 나프타 재고는 1개월 물량도 안된다. 석유화학은 통상 원유를 정제해 제조한 나프타를 NCC(나프타 분해 시설)에 투입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을 생산한다. 그런데 최근 2~3년 간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에틸렌 가격이 급락해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구조조정이 단행 되었다. 국내 나프타 공급량 중 절반은 국내 정유사가 생산하고 나머지를 수입하는데. 수입량 절반이 호르무즈 해협으로 들어온다. 문제는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대책으로 첫째, 다변화가 필요하다. 중동 아닌 미국이나 인도 등에서 확보하는 외교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국내 나프타 생산을 확대해야 한다. 이번 이란전쟁이 우리나라 수출을 견인해 온 반도체, 석유화학, 배터리 등의 성장에 비상등이 켜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세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은 중동 위기가 길어지고 원료 생산 시설이 파괴되는 상황과 이 후 복귀까지를 대비해 제1, 제2 전략 뿐만 아니라 단기, 중기, 장기 마스터 플랜도 마련되어야 한다. 또 정부는 이번 이란전쟁에서 원유 수급과 가격 상승에 따른 대책만을 집중해 생각하는데 자세히 보면 가스 도입도 문제다. 가스는 국내 전력 생산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전력망을 떠받치는 LNG 공급망이 문제다. 국내 전력 시스템의 상당 부분은 수입 LNG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계약된 물량의 가스가 제때 들어오지 않으면 전력사들은 가격이 급등한 현물시장에서 대체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 가스 발전은 가정용 뿐만 아니라 반도체 제조, 첨단 전자제품 생산과 데이터센터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당장은 전력 비축 물량과 LNG 교역의 가격 탄력성이 공급 차질의 기간을 제한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란전쟁이 장기화 되면 공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취약성은 원유 뿐만 아니라 가스에도 있는 만큼 전력망과 산업 엔진을 움직이는 가스 공급에 각별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 외에도 자동차의 경우 중동 내 판매 감소 및 물류 불안으로 수출 차질이 예상되며 연료비 급등으로 인한 자동차 판매 감소도 우려된다. 항공 분야는 중동 항공사 운항 중지로 유럽행 항공 노선 공급석 감소가 우려 되며, 특히 유류비 증가로 항공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이번 이란전쟁으로 우리나라 에너지 위기관리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이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에너지 기능을 이관 받은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움직임은 산업통상부 만큼 크게 움직임이 없다, 이는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급 및 안보 업무는 산업통상부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란전쟁 이 후 산업부는 긴급 대책반을 가동해 석유와 가스 수급 상황을 비롯한 비축유 방출 및 대체 물량 도입 등 에너지 전반의 현안을 챙기고 있다. 하지만 기후에너지부는 잘 보이지 않는다. 기후에너지부가 이재명 정부의 부처 조직개편에서 기후와 환경, 에너지 정책 등을 총괄하는 공룡 부처로 출범 했지만 이란전쟁 같은 상황이 발생할 시 에너지 위기관리 대응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석유.가스 등 자원산업과 원전 수출 정책 기능은 산업부에 남겨 놓았기 때문이다. 이란전쟁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우리나라로서는 매우 중요한 현안 문제다. 봉쇄가 장기화 될수록 에너지 수급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따라서 정부는 현상황을 비상사태로 인식하고 청와대가 직접 컨트롤 타워가 돼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문 총력 대응 체제를 갖춰야 한다. 정부의 발빠른 대응만이 이번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 ekn@ekn.kr

[기자의 눈] 불장 수혜는 고신용자만?…저신용자는 주가 잔치도 소외

“정부가 '빚내서 집사라'하고 부추기던 시절엔 모두가 대출이 쉬웠는데 '전재산 증시에 넣어라'라는 현재는 고신용자들만 돈 버는 게 아니냐" 최근 코스피지수가 크게 오르는 등 증시 활황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중·저신용자들 사이에서는 정부 '증시 진흥' 정책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저신용자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금융 접근성이 낮아진 최근의 현상이 부동산 시장을 넘어 주식시장에서까지 커지고 있다는 푸념이다. 저신용자들은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 이후 대출 총량 관리와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도입 등에 대출이 이전보다 어려워진 상황에 처했다. 실제로 은행권이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맞추기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신용점수 900점 이상의 초고신용자들 위주로 대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여기서 밀려난 중·저신용자들의 수요가 2금융권인 저축은행·카드사 등으로 몰리는 풍선효과도 나타났지만 현재는 2금융권 또한 대출 관리 강화로 인해 신용대출 공급을 줄이면서 중·저신용자들의 생계 자금줄이 막히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국면이다. 이런 와중 '고신용자 위주의 대출 공급' 현상으로 인해 소위 '불장' 수혜까지도 고신용자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융통 가능한 현금이 많지 않은 저신용자들의 경우 투자금인 '시드머니'를 빌려 투자에 나서는 게 이전보다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주가가 오르는 현재와 같은 시기에 고신용자는 이자를 감수하고라도 자금을 빌릴 수 있지만 저신용자들의 경우 대출 한도 등이 크게 줄었다. 특히 신용거래의 경우 고신용자 대비 제한이 커졌다. 일부 저신용자는 올 들어 신용거래 약정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한도가 매우 낮게 설정되고 있다. 증권사는 신용공여를 법적 한도에 맞추는 과정에서 대출이 많아지면 리스크가 큰 중·저신용자들의 한도부터 거절하게 되는 구조다. 대표적인 서민 급전창구인 카드론 역시 고신용자가 몰려들면서 증시 호황 국면에서 소외되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작년 4분기 8개 전업 카드사의 신용점수 800점 초과 고신용자 카드론 신규 취급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용점수 700점 이하 저신용자 카드론 취급액은 7.1% 줄었다. 중·저신용 소비자들은 '대출 양극화'도 모자라 '자산 양극화' 현상까지 키우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정책의 부작용이 중·저신용 소비자의 자산 증식의 기회나 자유까지 제한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여러 영향을 꼼꼼히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신연수 칼럼] 역사는 똑같이 반복되지 않는다

“강자는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약자는 겪어야 할 일을 겪는다(The strong do what they can and the weak suffer what they must)" 요즘의 국제 정세는 이 유명한 문장을 떠올리게 한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학자 투키디데스가 저술한 에 나오는 이 말은, 정의(正義)보다 힘이 우선인 국제사회의 현실을 정확히 짚어 국제정치학의 고전이 되었다.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맞붙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멜로스라는 작은 섬나라는 중립을 지켰다. 아테네가 항복하라고 하자 멜로스는 “신이 정의로운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며 버텼다. 아테네는 멜로스를 정복해 남자들을 모두 죽이고 여자와 아이들은 모두 노예로 만들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과 최고지도자 폭살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이란이 아무리 무자비한 독재국가라도 다른 나라의 영토와 정치적 독립을 무력으로 침해하는 행위는 유엔 헌장을 위반한 것이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때는 9·11 테러 이후였고, 부시 정부는 '사담 후세인의 대량살상무기가 테러리스트 손에 들어갈 위험'을 이유로 내세웠다. 그래도 '임박한 위협'이 없는데 증거를 조작했다고 두고두고 비판을 받았다. 이번에 트럼프 정부는 “이란의 핵 개발과 선제공격 위협"을 이유로 들었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인다. 트럼프는 부시처럼 거짓말이라도 성의있게 정당성을 주장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당당하게 '내 맘에 드는 정권을 세우겠다'고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의 베네수엘라 대통령 납치와 그린란드 합병 위협 등으로 더 이상 놀랄 일마저 없어진 것인가. 문명의 21세기에 강대국의 약소국 침탈이 일상화되고 있다. 주변 국가들을 공습하며 전쟁을 확대하는 이란 역시 불법 무도한 것은 마찬가지다. 제1, 2차 세계대전의 참화를 겪은 뒤 국제사회가 공들여 쌓아온 국제규범과 질서는 이대로 사라질 것인가. 미국-이란 전쟁의 결과는 그동안 미국이 해왔던 전쟁들을 보면 알 수 있다. 2001년 오사마 빈 라덴과 탈레반 정권을 축출하겠다며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미국은 20년간의 장기 전쟁 끝에 2021년 불명예스럽게 철수했다. 이 전쟁으로 사망한 사람은 24만 명을 넘고 미국이 쓴 비용은 1000조 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은 결국 탈레반이 다시 정권을 잡아 전쟁 이전으로 돌아갔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또한 이라크를 극심한 내전으로 몰아넣었고, 그 과정에서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ISIS(이슬람 국가)가 탄생하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이런 전쟁들은 중동의 상황을 더 악화시켰을 뿐 아니라, 미국의 안보와 패권도 해쳤다. 그래서 존 미어샤이머 교수 같은 미국의 석학들은 '민족주의와 종교적 특성이 강한 나라들에 외세가 개입해 체제를 바꾸려는 시도는 반드시 실패한다'고 결론지었다. 이러한 결과들은 '미국의 오만함이 낳은 참사'라는 것이다. 앞서 인용한 투키디데스의 기록 역시 강자의 논리를 대변하려는 것이 아니라 강자의 오만함을 경고한 것이었다. 그는 절대 권력의 오만함이 어떻게 스스로를 파괴하는지 보여주려 했다. 실제로 아테네는 멜로스 학살 다음 해 시칠리아 원정에 나가 대패하면서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희미한 빛은 비친다. 미-이란 전쟁 발발 후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전쟁에 반대한다"며 미국의 협조 요구를 거부했다. 그는 대국민 TV 연설에서 “전쟁은 더 불안정한 세계와 더 열악한 삶을 가져올 뿐"이라면서 “평화와 국제법을 준수하는 나라들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캐나다의 마크 커니 총리는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강대국들의 힘 자랑으로 흔들리는 세계를 중견국들이 바로잡자'고 연설해 큰 호응을 얻었다. 그는 중견국 혼자로는 패권국에 맞서기 어렵지만, 중견국들이 연대해 인권 존중과 지속가능한 발전, 영토 보전을 지켜내는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자고 호소했다. 국제질서가 제2차 세계대전 이전으로 돌아가는 듯하지만, 결코 과거와 같은 야만의 시대로 되돌아가지는 않으리라 믿는다. 세계에는 깨어있는 많은 시민들이 있고,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더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정부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없다. 정치적 이익을 노리고 예정된 실패를 강행하는 일부 권력자들 외에는. 다행히 여러 나라들이 중재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미국과 이란은 하루빨리 외교적 타협점을 찾아야 하고 주변 국가들은 중재에 노력해야 한다. 역사는 반복되지만, 똑같이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신연수 주필 ysshin@ekn.kr

[기고]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와 수산물

도쿄전력이 보관해 왔던 후쿠시마 ALPS 처리수 방류를 시작한 지 3년이 다 되어가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수산물 방사능을 걱정하기에 한국 정부는 여전히 일본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살상목적인 핵무기가 아닌 평화 목적인 원자력 발전소인데도, 또 병원에서 방사능 검사와 치료를 받고 있지만, 방사능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대중들 머리에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초기 몇 달 동안 어쩔 수 없이 바다로 들어갔던 방사능과 비교하면 지금 방류중인 처리수는 그 방사능 양이 매우 적기에 그 유해 여부를 따지는 것은 과학적으로는 별 의미가 없지만, 왜 걱정할 필요가 없는지는 바다 '희석' 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생물에게 아무런 영향을 안 미칠 정도로 방사능 오염물질 농도가 낮아지는 과정은 크게 방사선 붕괴와 희석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반감기를 결정하는 방사선 붕괴는 육상에서도 일어나지만, 바닷물속 희석 과정은 육상과 다르다. 물컵에 잉크를 한 방울 떨어뜨리면 잉크 분자 퍼져나가면서 시간이 지나면 물 전체에 골고루 섞이게 되는 과정을 확산이라고 한다. 퍼져 나간 잉크가 다시 원래대로 모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데, 이를 열역학 제2법칙이라고 한다. 후쿠시마에서 유출되었던 방사능물질은 기하급수적으로 처음에는 빨리, 시간이 갈수록 천천히 농도가 줄어드는데 대략 10 km 정도 나가면 1만분의 1로, 100 km 정도만 나가면 1천만분의 1로 희석이 되며, 태평양을 한바퀴 돌아 우리 바다로 올 무렵이면 1조분의 1로 희석이 된다. 따라서 방류중인 ALPS 처리수 130만t이 지구 바다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조분의 1인데, 올림픽 수영경기장에 떨어뜨린 잉크 한 방울보다 적은 양이다. 1945년 인류가 원자력을 쓰기 시작한 이후 지난 80년 동안 전 세계에서 2천 번 이상 핵실험을 하고 크고 작은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났지만, 바다에서 난 수산물을 먹고 사람이 피해를 보았거나 어떤 해양생물이 죽었다는 보고는 단 1건도 없다. 방사능 기준치를 초과하는 물고기가 간혹 채집되기도 했지만, 그 기준치라는 것은 사람이 1년 매일 먹었을 때 엑스레이 1번 찍을 때 받는 피폭량 정도이지 바다생물이 어떤 피해를 입는 것과는 무관하다. 바다는 물이라는 액체로 이루어져 있어 같은 액체인 처리수가 육상보다 희석이 훨씬 더 잘 된다. 육상에서는 나무나 풀과 같은 일차생산자가 토양에 고정되어 있지만 바다 식물플랑크톤은 해류를 따라 끊임없이 움직이므로 주변보다 특별히 농도가 높은 오염물질에 노출될 확률이 크게 줄어든다. 또 바다에는 동물 이동을 가로막는 산이나 하천이 없어 물고기들은 육상동물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먼 거리를 헤엄치며 돌아다닌다. 따라서 바다에서는 물과 생물들이 끊임없이 움직이므로 후쿠시마 원전이라는 오염원에 노출될 확률이 육상에 비교하면 거리에 따라 너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한국은 물론 일본산 수산물도 안심하고 먹어도 되는 것이다. 한 때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를 그렇게 반대했던 지금 정부도 일본과 관계를 개선해야만 하는 엄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듯하다. 이에 유럽이나 미국이 이미 했던 것처럼 우리정부도 일본 수산물 수입금지를 해제하길 기대한다.

[기자의 눈] 소문은 떠돌고 기록은 남는다

선거가 다가오면 어김없이 떠도는 것이 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문, 이른바 '지라시'다.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선거판을 돌며 누군가의 정치적 운명을 흔드는 장면은 선거철마다 반복돼 왔다. 세종 정치권에서도 이런 풍경은 낯설지 않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세종시는 더불어민주당의 강세가 두드러진 지역이었다. 세종시는 행정수도 건설을 목표로 조성된 계획도시이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행정수도 완성 논의가 정치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정치 지형이 한쪽으로 기울어 있었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실제 선거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종시장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춘희 후보가 71.3%의 득표율로 당선됐고, 시의회 역시 18석 가운데 17석을 민주당이 차지했다. 이런 정치적 분위기 속에서 당시 지역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일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민주당 후보들의 당선 기사 틀을 미리 작성해 두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당내 경선 경쟁은 더욱 치열했다. 선거를 앞두고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소문이나 투서가 정치권 안팎을 오갔다는 이야기도 적지 않았다. 그 가운데 한 인사는 결국 경선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정치의 평가는 선거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인사는 이후 2022년 지방선거에서 시의원에 당선됐다. 의정활동 이후 지역 현안을 꾸준히 챙기며 정책 추진 과정에서도 존재감을 보여 왔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그런데 최근에도 비슷한 형태의 이야기가 다시 돌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2018년 당내 경선 과정에서 근거 없는 소문에 휘말렸던 한 시의원은 취재 과정에서 “당시에도 근원지를 알 수 없는 이야기가 돌았고, 최근에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정치권 주변에서 빠르게 퍼지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소문은 사실 여부가 확인되기보다 먼저 퍼지는 경우가 많다. 지방선거에서 경선은 단순한 당 내부 절차가 아니다. 시민이 선택할 후보를 가리는 중요한 민주적 과정이다. 그 과정이 근거 없는 소문에 흔들린다면 정치 경쟁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정치인의 평가는 결국 기록으로 남는다. 의정활동과 정책 성과, 그리고 시민의 평가가 그것이다. 선거판을 떠도는 소문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정치인이 남긴 기록은 오래 남는다. 선거철마다 떠도는 소문이 아니라, 남겨진 기록이 정치인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생선회보다 집값이 싸다?”…이상한 韓 물가지수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정부는 물가 안정을 핵심 국정 과제로 내세워 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설탕·밀가루·계란 등 생활 필수품 담합을 단속했고 설탕업계에는 4000억원대 과징금이 부과됐다. 국세청도 물가 불안을 키운 기업 탈세를 적발했다. 그 결과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2.1%로 낮아졌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 겉으로 보면 물가 관리가 일정 부분 효과를 낸 셈이다. 그러나 서울 시민의 체감은 전혀 다르다. 장바구니 부담도 여전하지만 무엇보다 주거비가 삶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중소형 아파트 평균 가격은 이미 18억원을 넘어섰다. 영끌로 집을 산 가구는 원리금 상환에 허덕이고, 세입자는 월세 인상 통보에 한숨을 쉰다. 이렇게 집값이 올랐는데도 물가지수는 비교적 조용하다. 한국은행은 향후 물가 흐름이 중동 정세에 따른 국제유가 움직임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괴리는 한국 소비자물가지수(CPI)의 구조에서 비롯된다. 한국 CPI에는 전세와 월세 같은 임차비용만 포함되고 집값은 빠져 있다. 내 집에 살면서 발생하는 비용, 이른바 '자가 주거비'가 통계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집값이 아무리 뛰어도 물가지수에는 나타나지 않는 구조다. 주거비 비중도 현실과 거리가 멀다. '생선회보다 낮은 집값 비중'이라는 말은 한국 물가 통계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전세와 월세를 합친 주거비 비중은 약 10% 수준이다. 그런데 같은 지수 안에서 생선회 외식 항목의 비중은 10.3에 달한다. 통계만 보면 한 달 생활비에서 집세보다 생선회가 더 큰 지출처럼 보인다. 물론 실제 삶은 그렇지 않다. 많은 가구가 소득의 30~40%를 주거비로 쓰고 있다. 월급의 절반 가까이를 월세나 대출 이자로 내는 현실에서 집값보다 외식 메뉴의 비중이 더 크게 잡혀 있는 통계는 시민들의 체감과 괴리가 클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들은 이미 다른 선택을 했다. 미국은 '자가주거비(OER)'라는 개념을 도입해 집을 빌린다면 얼마의 임대료를 낼지를 추정해 CPI에 반영한다. 그 결과 미국 물가지수에서 주거비 비중은 약 44%에 이른다. 유럽연합도 올해부터 자가 주거비를 물가지수에 포함하기 시작했다. 한국도 더 늦출 수 없다. 집값이 통계 밖에 있는 한 물가는 실제보다 낮게 보일 수밖에 없고 정책 판단도 왜곡될 수 있다.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부터 정부의 민생 정책까지 잘못된 신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6월 물가대책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켜 집값과 전·월세 상승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했지만, 지금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그래서 다시 묻고 싶다. 집값을 물가로 볼 것인지, 언제 답을 내놓을 것인가. 김하나 기자 uno@ekn.kr

[이슈&인사이트] 가맹점이 살아야 본사가 산다… K-프랜차이즈 생존경제학

프랜차이즈 산업을 평가할 때 우리는 습관적으로 “올해 브랜드가 몇 개 늘었나, 가맹점은 얼마나 오픈했나"를 묻는다. 하지만 국부(國富)는 간판 숫자의 팽창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현장 자영업자들이 체감하는 경제의 명암은 정반대의 지표에 있다. “얼마나 덜 망했나, 그리고 얼마나 오래 살아남았나." 이제 프랜차이즈의 재정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K-프랜차이즈의 진정한 국부 기여는 맹목적인 '점포 수 확장'이 아니라, '신뢰 기반의 생존율'에서 증명되어야 한다. 자영업 실패는 '개인 탓' 아닌 '구조 격차'… 프랜차이즈가 좁혀야 : 자영업 폐업을 가맹점주의 개인 역량 부족으로만 돌리면 해답이 없다. 현장의 참사는 대개 구조적 격차에서 비롯된다. 무엇이 돈이 되는지 아는 '정보 격차', 원가와 서비스 품질을 통제하는 '운영 격차', 임대료와 플랫폼 수수료를 방어하는 '협상력 격차'다. 이 지점에서 프랜차이즈의 본질적 가치가 드러난다. 프랜차이즈는 단순한 매장 복제업이 아니라, 초보 창업자의 '실패 확률을 낮추고 생존율을 높이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폐업이 줄어들면 재창업 비용, 가계 부채, 상권 공실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방어된다. 나아가 표준화된 시스템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고용을 창출하고, K-브랜드의 로열티라는 지속 가능한 해외 수익까지 창출한다. 이것이 프랜차이즈가 창출하는 진짜 국부다. “가맹점이 망해도 본사는 번다?"… 인센티브 구조부터 뜯어고쳐야 : 프랜차이즈 업계의 끝없는 갈등은 '나쁜 본사' 때문이 아니라 '어긋난 수익 구조(인센티브)'에서 출발한다. 본사의 수익이 가맹점의 매출 성장이 아니라, 과도한 필수품목 마진이나 인테리어 리베이트에 의존한다면 어떻게 될까. 상생 선언문 백 번보다 치명적인 것이 바로 이 왜곡된 구조다. 업계 스스로 '상생'이라는 모호한 선언 뒤에 숨지 말고, 투명한 수익 구조와 현장의 '폐업 방어 시스템'을 직접 증명해야 한다. 깜깜이 필수품목에 과도한 마진을 붙이거나 잦은 인테리어 리뉴얼로 본사 배만 불리는 낡은 관행은 버려야 한다. 대신 품목과 마진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가맹점이 돈을 벌어야 본사도 수익을 내는 '로열티 중심'으로 본사와 가맹점의 생존 궤도를 완벽히 동기화해야 한다. 현장 운영은 철저히 '데이터와 예방'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주먹구구식 감(感)에 의존한 오픈 대신 엄격한 상권 데이터 룰을 적용하고, 문을 연 뒤에는 '조기경보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매출 급감이나 원가율 급등 같은 폐업의 시그널을 4~8주 전에 미리 포착해 본사가 즉각 코칭하는 구명줄을 던지는 식이다. 여기에 광고·판촉비의 사전 협의를 제도화하고, 분쟁 발생 시 쉬쉬하기보다 패스트트랙으로 신속히 해결해 재발률을 낮춘다면 어떨까. 불필요한 의심과 갈등에 낭비되던 에너지는 오롯이 점포의 자생력을 키우는 데 쓰일 것이다. 중기부·공정위·산업부, '규제 vs 진흥' 멈추고 '생존율 KPI'로 통합하라 : 정부의 정책 렌즈도 달라져야 한다. 현재 프랜차이즈를 바라보는 시각은 공정위의 '규제', 중기부의 '민생', 산업부의 '수출 진흥'으로 파편화되어 있다. 그러나 이 세 가지는 결코 다른 길이 아니다. 공정한 룰이 현장에 내장되면 민생 지표(폐업률 감소)가 개선되고, 튼튼해진 내수 경쟁력이 곧 강력한 글로벌 K-프랜차이즈 수출 동력(산업 진흥)으로 이어진다. 가맹점 1년 생존율, 조기경보 개입 및 회복률, 본사 수익원 공시율 등 명확한 지표를 기준으로 삼자. 협회가 이를 바탕으로 '신뢰 브랜드'를 인증하고, 중기부와 산업부, 지자체가 합심해 이들에게 정책 자금, 디지털 전환, 해외 진출 지원 등 압도적인 혜택을 몰아주면 된다. 시장의 룰을 바꾸는 자가 국부를 만든다 프랜차이즈 국부 기여의 핵심은 확장이 아니라 '신뢰 기반의 생존'이다. “점포가 망해도 본사는 돈을 버는 구조"를 방치한 채 글로벌 도약을 논할 수는 없다. 폐업률 방어를 본사의 최우선 KPI로 삼고, 정부가 이를 단일화된 정책으로 강력히 지원하는 순간, 나쁜 본사는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좋은 본사만이 살아남아 국가 경제의 진정한 기둥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bienns@ekn.kr

[김병헌의 체인지] 새 검찰의 시대, 고해성사에서 시작된다

2010년 일본 사회를 뒤흔든 '오사카지검 증거조작 사건'은 검찰 권력이 어떻게 남용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특수부 검사가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플로피디스크의 데이터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자 일본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그러나 일본의 대응은 신속하고 단호했다. 담당 검사는 즉각 체포됐고 상급 검사들까지 사법처리를 받았다. 검찰총장은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더 중요한 것은 사건을 단순한 개인의 일탈로 덮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본은 사회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검찰제도개혁회의를 구성해 수사 과정의 영상기록 의무화, 증거 열람 확대, 변호인 조력권 강화 등 근본적인 제도 개혁을 추진했다. 조직의 체면보다 국민의 신뢰를 우선한 것이다. 한국 사회도 지금 비슷한 갈림길에 서 있다. 국회에서는 정부가 제출한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 신설 법안, 이른바 검찰개혁 법안이 막바지 심사를 진행 중이다. 법제사법위원회 단계에서 일부 조항을 둘러싼 미세 조정 논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3월 임시국회에서 최종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이르면 4월 이전에는통과 가능성이 높다 이 법안의 핵심은 검찰의 직접수사 권한을 분리하고 기소 중심 기관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그동안 반복되어 온 정치검찰, 정권의 검찰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여야 간 일부 이견이 남아 있지만 큰 흐름에서 보면 검찰 권력의 구조를 바꾸는 역사적 변화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제도 개편만으로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금 국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검찰 스스로의 성찰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검찰권 남용과 관련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은 국가기관이 증거를 조작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의혹을 남겼고, 김학의 사건 역시 수사 과정의 공정성과 권력 유착 의혹을 둘러싸고 오랜 논란을 낳았다. 최근 정치권을 둘러싼 사건들에서도 증거 조작이나 수사 편향 의혹이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관련 사건, 이재명 대통령의 대북송금 사건과 대장동 금품 사건 등 역시 정치적 논쟁과 함께 수사 공정성 문제를 둘러싼 의혹이 이어져 왔다. 사실 여부와 별개로 이런 논란이 반복된다는 사실 자체가 검찰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흔들렸는지를 보여준다. 문제의 핵심은 검찰이 그동안 이런 논란에 대해 충분한 성찰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건들은 “일부 검사들의 일탈"이라는 설명으로 정리됐고 조직 차원의 책임이나 사과는 거의 없었다. 그 사이 국민들 사이에서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냉소적인 말이 자연스럽게 회자되기 시작했다. 정의의 기관이어야 할 검찰이 오히려 두려운 권력기관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검찰이 선택해야 할 길이 있다. 제도 개편이 현실화되기 전에 검찰 스스로 국민 앞에 서는 것이다. 과거 논란이 되었던 수사와 권한 행사에 대해 조직 차원의 성찰을 밝히고, 정치적 중립성과 인권 보호라는 기본 원칙을 다시 세우겠다는 다짐을 국민에게 직접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새로운 제도가 출범하기 전에 검찰이 해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다. 검찰이 스스로 변화의 의지를 보여줄 때 검찰개혁 법안은 단순한 검찰 권한 축소가 아니라 새로운 사법 시스템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아무런 성찰 없이 제도만 바뀐다면 갈등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이 원하는 검찰은 거창한 조직이 아니다. 권력 앞에서는 당당하고 약자 앞에서는 겸손하며 법 앞에서는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관이다. 국민이 쥐어준 칼자루를 국민을 향해 겨누는 기관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를 지키는 방패가 되는 검찰이다.지금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검찰개혁 법안은 그런 변화를 위한 제도적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검찰 스스로의 변화 의지가 필요하다.일본이 증거조작 사건 이후 국민 앞에 책임을 인정하고 제도를 바꾸며 신뢰를 회복하려 했던 것처럼, 한국 검찰 역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검찰이 국민 앞에 솔직하게 말할 때다. 과거의 잘못과 논란에 대해 성찰하고, 다시는 정치권력과 결합한 검찰이 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그 고백이 있을 때 비로소 검찰개혁은 갈등의 정치가 아니라 국민 통합의 과정이 될 수 있다. 그 순간부터 검찰은 더 이상 '정권의 검찰'이 아니라 진정한 국민의 검찰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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