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AI 금융, 경영의 마지막 빈칸은 보안](http://www.ekn.kr/mnt/thum/202610/news-p.v1.20261021.c81889f58afc4da28ccd671a7f6b9d9d_T1.jpeg)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따질 때 빠지지 않는 숫자가 있다. 순이익과 자기자본이익률(ROE), 디지털 투자 규모다. 여기에 정보보호 예산과 각종 보안 인증도 경영 성과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된다. 하지만 고객정보가 무더기로 유출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투입한 예산이 실제 보안 취약점을 해소하고 고객정보 유출을 막는 데 쓰였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권에서 벌어진 해킹 사태는 보안 투자의 양과 실제 방어 능력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금융회사 16곳에서 약 10만 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은행에서 시작된 피해가 저축은행과 캐피털사 등으로 번졌고, 여러 금융회사를 겨냥한 동시다발적 공격 정황도 확인됐다. 공격자들은 인터넷, 모바일뱅킹 같은 핵심 거래 시스템 보다 대출 조회 서비스와 영업지원 시스템 등 외부와 연결된 업무 환경을 노렸다. 금융회사가 방어벽을 여러 겹 쌓아 올린 핵심 시스템을 비켜가, 상대적으로 경계가 느슨했던 연결 지점이 공격의 통로가 된 셈이다. 이 대목에서 금융 보안의 오래된 관행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보안은 흔히 예산을 늘리고 규정을 정비하며 점검을 통과하면 개선되는 영역으로 취급됐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이런 접근의 한계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공격자가 취약점을 찾고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이 자동화되면, 금융회사가 과거의 사고 유형과 점검 항목에 맞춰 방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핵심 전산망이 안전하다는 사실도 전체 시스템이 안전하다는 보증이 되지 못한다. 외부업체와 연결된 서비스, 직원이 사용하는 업무망, 영업 현장의 조회 시스템까지 하나의 보안 체계로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문제의 심각성을 키우는 것은 공격 수법이 고도화되는 속도를 금융회사의 방어 체계가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개인정보 유출로 드러났지만, AI 해킹 공격이 송금과 결제 등 핵심 기능으로 향하면 피해는 차원이 달라진다. 금융서비스가 중단되면 해당 회사의 고객 불편은 물론 기업의 자금 흐름과 결제, 가계의 경제활동 전반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금융 보안은 개별 금융회사의 전산 관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의 안정성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라는 의미다. 대응 방식이 근본부터 달라져야 한다. 금융회사는 보안 예산의 증액 자체에 안주하지 말고 실제 취약 지점을 얼마나 정확히 찾아내고 통제하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내부 전산망은 물론 외부업체 연계 시스템과 직원 업무망, 영업지원 서비스까지 촘촘한 점검이 필요하다. AI 기반 공격을 실시간으로 포착하는 감시 체계와 침해 사고 발생 시 피해 확산을 최소화할 대응 훈련도 금융회사의 상시적인 보안 역량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금융당국의 감독방향은 실질적인 보안 역량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예산과 규정을 갖췄다는 사실만으로 고객정보를 지킬 준비가 끝났다고 볼 수는 없다. 공격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고 피해 확산을 차단하는 대응 체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는지 검증해야 한다. 무엇보다 보안 사고를 전산 부서의 책임으로만 여겨온 인식부터 바꿀 때다. 보안 투자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위험을 감수할 범위를 결정하는 주체는 경영진이다. 사고가 발생한 뒤 실무자의 책임만 따진다면 보안은 경영의 핵심 의제가 될 수 없다. 금융의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지만 고객이 금융회사에 기대하는 것은 변함없다. 맡긴 돈과 정보를 안전하게 지켜달라는 믿음이다. AI 시대에도 금융의 출발점과 종착점은 신뢰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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