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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정부 스스로도 떳떳하지 못한 부동산 대책

지난달 30일 정부가 기습적으로 경기 화성시 동탄구, 용인시 기흥구, 구리시를 이른바 '토허제'로 대표되는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 등 '3중 규제'로 묶었다. 이번 조치는 국토교통부를 출입하는 기자단 내에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전격적인 조치였다. 보통 부동산 정책은 정부의 공식 발표 전에 그 규제 내용과 발표 일시 등이 사전에 국토부 출입기자단 내에 엠바고(특정 시점까지 보도 유예 조치)를 걸고 공유된다. 이는 부동산 정책이 대중에 발표되기 전에 사전 유출되면 주택시장에 미칠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보안 강화를 위해 비공개를 전제로 하면서도, 국토부 출입기자들이 미리 관련 내용 등을 충분히 사전에 취재하고, 정책에 문제점이나 미비점이 없는지 여론이 앞장서 살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이번 6·30 조치는 출입기자단에도 이런 대책이 나온다는 사전 공유조차 전혀 없이 당일 오전 8시에 관련 내용이 기습 발표됐다. 국토부를 드나드는 담당 기자들 입장에선 전혀 준비되지도 않은채로, 국민 실생활에 미칠 영향이 큰 토허제 지정 대책에 대해 부랴부랴 후속 취재에 들어가야 했다. 국토부는 이번 대책이 출입기자단에도 해당 내용이 전혀 공지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일부 언론사들이 엠바고를 깨고 대책 내용을 외부에 유출하는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원론적인 설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부 일탈 사례가 있다고 해서 중요한 부동산 정책을 사전에 국토부 출입기자단에도 '쉬쉬'하고 정부가 기습발표하는 것은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겪에 불과하다. 그리고 국토부가 부동산 정책을 출입기자단에도 비밀로 하고 기습 발표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표면상의 '보안 강화' 사유보다 더 근본적인 뒷배경이 존재한다. 그것은 토허제 추가 지정 자체가 정부 입장에서 떳떳하지 못한 '땜질식 처방'이기 때문이다. 당초 강남 3구로 한정됐던 토허제는 풍선효과로 마포구와 성동구 등 한강 인접 지역 아파트 가격이 오르자, 서울 한강벨트 지역으로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이후 풍선효과로 인해 한강벨트 인접 지역 아파트 값이 오르자 아예 정부는 지난해 가을 서울 전역을 토허제로 묶어버렸다. 하지만 서울 집값은 올해 5월 양도세 중과세 유에를 앞두고 급매물이 잠시 소화된 시기를 제외하고, 6월 선거가 끝나고 불확실성이 해소되자 다시 급등하고 있다. 사실상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토허제 규제는 실패한 셈이다. 이번에 토허제 구역에 새롭게 편입된 동탄, 용인 기흥, 구리 역시 지난해 10월 경기도에서 토허제를 피한 지역으로 풍선효과로 인해 집값이 오르자 토허제 규제를 받았다. 그러자 이젠 그 반대급부로 용인에서 토허제 규제가 아직 미치지 않은 처인구와 구리시와 인접한 별내 신도시 아파트 값이 들썩거린다는 소리가 벌써부터 들린다. 특정 지역을 규제로 묶고, 규제를 피한 인접지역 집값이 오르자 또 다시 그 해당 지역을 추가로 규제하는 지금과 같은 땜질성 처방이 계속되면 전 국토가 토허제 구역으로 지정되는 것도 그리 멀지 않은 미래가 될 수 있다. 국토부가 출입기자단에도 사전에 관련 대책을 공유하지 못할 정도로 토허제 추가 지정 규제는 실패한 부동산 처방이다. 정부의 다음 부동산 정책이 '용인 처인구와 별내 신도시의 토허제 기습 지정'이라는 뻔한 레파토리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기자의 눈] 비만치료제 열풍, 새로운 관리체계 필요하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주사제 관련 '소비자안전주의보'를 발령했다. 비만치료제 열풍이 거세지면서 주사제 투여 이후 복통과 발열 같은 이상 반응을 호소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2023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주사제 관련 위해정보는 총 1147건이었다. 지난해 접수(462건)가 전년(238건) 대비 94.1% 늘었다. 이 기간 비만치료제 투여로 인한 접수 건수가 6건에서 116건으로 19배 급등했다. 비만치료제의 위해증상은 복통 등 소화기계통 장기손상 및 통증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비만치료제 열풍의 부작용은 다른 곳에서도 확인된다. 해외에서 구매한 비만치료제를 국내로 반입하려다 세관에서 통관이 보류된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비만치료제 통관보류 건수는 총 344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전체 통관보류 건수(1241건)보다 177%(2.8배)나 많은 수치다. 위고비·마운자로·삭센다 등 비만치료제는 수입업자가 아닌 개인이 해외에서 구매해 국내로 반입할 수 없다. 진품 여부와 제조·유통 과정, 보관 상태 등을 확인하기 어려워서다. 당연히 안전성도 담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일부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 등을 이유로 해외직구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도 처방은 가능하지만 높은 가격과 공급 부족이 해외 구매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정부는 개인의 해외직구를 제한하고, 세관은 통관을 막고 있다. 관리체계 역시 계속해서 촘촘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적발 건수와 위해 사례가 동시에 증가한다는 사실은 시장의 수요가 정책의 속도를 앞지르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공급을 차단하는 정책만으로는 안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오히려 불법 유통 시장만 키우고 음성 거래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비만치료제 열풍은 이제 단순한 유행 수준을 넘어섰다. 규제보다 빠르게 커진 수요 앞에서 필요한 것은 더 강한 단속이 아니라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관리체계다. 소비자가 의료진의 감독 아래 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안전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책은 수요를 억누르기보다 이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E칼럼] 재생에너지 기본계획과 전력수요 전망 발표에 나타난 변화 읽기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7월 들어 국제유가가 60달러대로 진입하면서 호르무즈 사태가 확실한 진정 국면으로 들어섰다. 전 세계가 공급망 위기, 에너지 안보 등으로 심각해 하던 지난 5월, 정부는 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발표하였으며 같은 날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내용중 먼저 확정된 수요 전망(안)을 함께 공개하였다. 그런데 이번 두 발표는 지난 계획들과는 사뭇 다른 내용을 담고 있어 주목을 끌었다. 먼저 이번 재생에너지기본계획은 지난 3월 개정된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에 따라 수립하는 첫 기본계획이다. 사실 재생에너지 부문을 별도로 다루는 기본계획은 20세기 말에 처음 수립되었는데, 그때는 대체에너지라고 불렸으며, 주로 기술개발에 중점을 두었었다. 이후 곧바로 우리가 익숙한 신·재생에너지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기본계획이 2003년부터 진행되어 지난 2020년 제5차 기본계획까지 수립, 이행되어 왔다. 그 동안 FIT, RPS 등의 보급확산제도를 도입하고 기술개발과 산업육성 방안을 담아왔다. 이번에 이름과 내용을 바꾸었는데, 먼저 이름에서 신에너지를 제외하고 재생에너지만 남긴 부분이다. 사실 신에너지가 정부의 계획에 들어간 것은 일본의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은 에너지원이라기 보다는 에너지분야의 신기술이며, 그 당시 온실가스 저감대책의 상당부분이 화석연료의 청정화에 맞추어져 있었음을 고려하면 수소, 연료전지, IGCC등으로 대표되는 신에너지가 재생에너지와 함께 정부지원의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런데 이미 2021년에 수소에너지기본계획이 발표되어 신에너지에 대한 부분이 별도로 고려되고 있음을 감안하여 재생에너지만의 계획으로 변경하였다고 한다. 특히 이번 계획을 1차 기본계획이라고 명명한 것은 이제 재생에너지가 주요 에너지원의 위치에 올라섰으며, 앞으로 재생에너지가 중심이 된 국내 생산 에너지원들을 통하여 전기화 및 에너지전환을 추진할 것임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 담긴 5대 과제와 10대 전략 중 가장 큰 변화로는 현행 RPS 제도의 개편 및 지자체에 대한 대폭적인 지원 증대 등을 꼽을 수 있다. 1980년대 석유위기에 대응하기 위하여 처음으로 태양열온수기, 태양광발전 등에 지원이 시작되었을 때의 정부 지원 제도는 설비를 설치하는 국민에게 직접 설비비용의 일부를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FIT 제도를 도입하면서 정부는 이를 사업자에게 융자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변경하였고 국민에게 직접 지원하는 보조금을 차츰 줄여 나갔다. 정부의 예산 측면에서 보면 이는 예산의 감축이었다. 이는 RPS제도로 변경되면서도 유지되었고 정부지원금의 출처가 전기요금과 석유수입 비용에 추가하여 걷어 만든 전력기반기금 및 에특회계로 확대되었으며, 국민에게 직접 지원하는 부분은 지속적으로 줄여 갔다. 이번에 RPS제도를 입찰제도로 변경하는 것은 이제 충분히 커진 국내 재생에너지공급산업계에 추가적인 경쟁을 유도하여 효율성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햇빛마을, 바람마을, 계통소득 등으로 불리는 지자체 지원방안은 재생에너지가 설치되는 지역 주민에 대한 지원이라는 측면에서 유럽의 지원제도와 유사하며 재생에너지의 주민수용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자가설비 인증서(REGO) 도입을 통해 자가용 설비에 추가 수익을 제공하는 등 국민에 대한 직접 지원을 증가한 것은 재생에너지가 가진 분산형 에너지원이자 개별 국민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라는 본연의 특성을 잘 반영한 변화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날 발표된 전력기본계획 수요전망(안)에 나타난 변화는 데이터센터 및 AI 붐, 그리고 전기화 진행으로 인한 추가 전력수요를 인정하였다는 것이다. 사실 예전 정부는 원자력 억제에 목표가 맞추어져 있어 미래 전력수요 전망치를 줄여 발표한다는 의혹을 받고는 하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데이터 센터 추가수요 26.5TWh, 2035 NDC의 전기화 정책으로 인한 추가수요 119.4TWh 등을 인정하고 이를 발표에 추가한 것이다. 지난 주 정부와 주요 기업은 1천조가 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였다. 추가적인 전력 수요가 발생할 것임이 불을보듯 분명하다. 전력망이 모자라는 것을 넘어 전력생산시설까지 부족하게 된다면 이는 심각한 정부정책 실패이다. 다행히 이번 정부는 원자력발전의 추가 설치 역시 찬성하고 있어 지난 정부의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력화의 추진이 국민의 에너지수요 변화와 온실가스감축에 모두 효과적임을 고려한다면 전력생산시설 및 전력망의 건설에 보다 힘을 실어야 할 것이다. bienns@ekn.kr

[기자의 눈] 가계대출·집값 다 놓쳤다…고개드는 대출 억제 ‘무용론’

정부가 지난해 6·27 대책 시행 후 강도를 높여가며 금융권 내 대출을 전방위적으로 틀어막고 있지만 대출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수요가 늘면 제도로 억누르는 방식을 반복적으로 사용했지만 과연 이 방식만이 능사일까. 실제로 지난 5월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지난달부터 은행권은 주담대와 신용대출 문을 더 좁혔고, 풍선효과로 인해 대출 수요가 인터넷은행(인뱅)과 카드론 등으로 튀자 인뱅과 2금융권을 불러모아 역시 일제히 대출 관리를 주문했다. 정부는 전방위적 압박을 지속해왔으나 끝내 가계대출 수요를 누르는 데는 실패했다. 현재 가계대출 증가 폭은 1년여만에 최대 수준으로 확대된 상태다. 지난달 말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774조9608억원까지 늘며 전월 대비 4조1378억원 늘었다. 상반기 말 기준 가계대출은 전년 대비 7조2827억원 늘면서 사실상 가계대출이 전혀 잡히지 않은 것이다. 가계대출 억제의 최대 목표인 집값도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작년 각종 대출규제 후 서울과 수도권 내 집값 상승세가 잠시 둔화했지만 결과적으로 다시 우상향하며 대책 발표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정부 정책이 양방으로 작용하며 오히려 대출 수요에 기름을 붓는 상황도 벌어졌다.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증시 활성화 정책을 일으키자 최근 '빚투'는 광풍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신용대출은 두 달 연속 2조원 넘게 불어나며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했다. 지난달 말 기준 마이너스통장을 포함한 신용대출 잔액은 108조6704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1550억원 급증했다. 그러는새 실수요자와 취약계층은 무너진 시장 원리와 닫힌 자금 창구로 인해 시름하고 있다. 시장 원리를 거스르며 고금리에 대출에 줄을 서는 고신용자부터 실수요 자금이 급한 중저신용자도 카드론이나 보험약관 대출을 기웃거리고, 취약차주는 대부업이나 제도권 밖 금융권으로 밀려나는 위협에 놓인 상태다. 정부는 수요가 살아날수록 더 옥죄는 방식으로 여전히 금융사들에게 강도높은 대출 억제를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성과는 보지 못한채 부작용만 늘어나고 있는 것이 실상이다. 이쯤되니 성과 없는 고강도 대책이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정부가 종합적인 대책 발표를 앞둔 가운데 아무리 제도로 저지해도 수요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다는 점을 상기하며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이슈&인사이트] 홍명보를 위한 변명

대한민국 전체가 고대 로마의 원형경기장으로 변했다. 콜로세움 한복판에 묶인 사냥감은 홍명보 감독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참사에 따른 비난의 화살이 온통 그에게 쏟아지고 있다. 성난 군중은 저마다 손에 돌멩이를 쥐고 그가 얼마나 파렴치한 인간인지, 얼마나 무능한 지휘관인지 침을 튀기며 성토한다. 거의 축제에 가까운 단죄의 에너지가 온 나라를 뒤덮고 있다. 가정을 해보자. 내가 한때 그 바닥에서 이름깨나 날렸던 전문가다. 마침 관련 조직의 최고 권력을 쥔 수장은 나와 친하게 지내는 동문이다. 어느 날, 대학 시절 돈독하게 지냈던 후배 녀석이 찾아와 손을 꼭 잡으며 애절하게 속삭인다. “형님, 형님밖에 적임자가 없습니다. 저희가 판 다 깔아놓을 테니 같이 큰일 한번 도모하시죠." 명예와 수십억 원의 연봉, 그리고 찬란한 미래가 패키지로 눈앞에 흔들린다. 이 짜릿한 유혹 앞에서 침착하게 자기객관화 센서를 작동하며 “허허, 나는 깜냥이 안 되고 도덕적 흠결이 있으니 더 훌륭한 분에게 양보하겠네"라고 거절할 성인군자가 우리 중 대체 몇이나 되겠는가? 자신의 그릇을 모르고 과욕을 부리는 것, 아는 인맥에 묻어가며 이권을 탐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돌아볼 성찰 능력이 부재한 것. 이것은 홍 감독만의 특이질환이 아니다. 거의 모든 나약한 인간이 가진 보편적인 본능이자 유전자에 새겨진 속물근성일 뿐이다. 홍 감독은 그 본능에 충실한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 진짜 악마는 그 평범한 탐욕을 제어하지 못하고, 오히려 권력을 동원해 판을 깔아준 무능하고 부패한 시스템이다. 멕시코 현지 베이스캠프에서 들려온 그의 건조하고 짤막한 사퇴 성명과 새벽녘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포착된 그의 자태는 이 수준 낮은 드라마의 하이라이트다. 질문도 받지 않은 채 입국장을 빠져나간 그의 굳은 표정과 묘한 태도는 대중의 분노에 다시금 기름을 불렀다. 세상은 또 다시 손가락질하지만, 거대한 시스템의 덫에 걸려 만신창이가 된 한 인간이 쥐어짜 낸 마지막 자존심의 방어기제로도 보인다. 광장에 끌려 나와 돌팔매질을 당하는 제물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존엄은 비굴하게 눈물을 흘리며 목숨을 구걸하지 않는 것뿐이다. 사냥터로 등 떠밀린 사냥감이 사냥꾼들을 향해 꼿꼿하게 목을 세우는 그 뻣뻣함 속에서, 이 야만적인 제의가 연출한 씁쓸한 블랙코미디를 목격한다. 르네 제라르는 공동체가 붕괴 위기에 처했을 때 작동하는 희생양 메커니즘을 말한 바 있다. 내부의 혼란과 분열로 위기에 처한 집단은,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가장 만만한 제물 하나를 찾아내 광장으로 끌고 나온다. 그에게 모든 공동체의 죄와 부정을 뒤집어씌우고 돌을 던져 죽임으로써, 집단적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며 가짜 평화를 얻는다. 지금 한국 축구를 두고 벌어지는 일이 이 야만적인 제의를 닮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SNS를 통해 “공사구별을 못하고 공익보다 사익을 앞세우는 엉터리 인사가 가능한 것은 인사권자에 대한 감시 견제 문책이 불가능하거나 어렵기 때문"이라며 뼈 때리는 말을 날린 것은 사태의 은폐된 본질을 정확히 파악한 진단이다. 거버넌스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었다면, 애당초 홍 감독이 제 역량을 망각하고 그 자리를 넘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의 지적대로 문제의 핵심은 홍명보라는 불량 상품이 아니라, 그런 불량품을 견제 장치도 없이 백화점 메인 쇼윈도에 진열해 놓은 무너진 거버넌스 그 자체다. 현재의 광기는 홍명보라는 광대를 향한 가성비 좋은 분노에 불과하다. 한국 축구에 광대는 홍명보 하나로 족하다. 광대 죽이기에 몰두해 정작 광대를 만든 거버넌스 개혁을 소홀히 할까 하는 기우에서 하는 말이다. bienns@ekn.co.kr

[EE칼럼] 아직도 RE100인가?

요즘 슬금슬금 RE100(Renewable Energy 100)이 다시 나온다. 재생에너지를 옹호하거나 확대하자는 주장에는 전가의 보도처럼 RE100이 나온다. 그런데 그게 이미 한물간 캠페인이라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RE100은 2014년 런던에 본부를 둔 환경단체 '기후그룹(The Climate Group)'이 시작한 캠페인이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하자는 것이다. 여러 기업이 이에 동참하였다. 애플(Apple), 구글(Google), 페이스북을 포함한 많은 기업이 참여했다. 시작 단계에서는 의무가 없기 떄문에 참여 선언 그 자체는 매우 쉬웠기 때문이다. RE100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 RE100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원자력발전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것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기후변화를 막자는 것이 아니라 재생에너지를 확대하자는 의도였던 것이다. 1킬로와트시(kWh)의 전기를 생산하려면 석탄발전은 이산화탄소 약1000g(그램)을 배출한다. 석유와 천연가스는 700g, 원자력은 10g, 재생에너지는 50g이다. 이에 필요한 비용은 원자력은 55원, 재생에너지는 270원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이산화탄소를 줄여야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둘째, RE100은 실제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도 REC(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만 구매해도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것으로 인정해 준다. 즉 RE100만을 위해서라면 재생에너지가 많은 특정 지역으로 갈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대한민국 어디에 있더라도 REC만 구매하면 RE100을 한 것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셋째, 구글의 태도가 바뀐지 오래다. 구글은 이미 2018년 이산화탄소배출이 없는 전력원을 사용하자는 'CF100(Carbon Free)' 계획을 내놓았다. 구글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하루 24시간, 주 7일 무탄소 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구글은 '원전도 무탄소 에너지원'이라고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넷째, 정작 RE100의 진원지인 기후그룹의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 기후그룹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RE100도 여전히 살아있지만, 24/7 CFE(Carbon-free Energy) 이니셔티브도 인정하고 있으며 심지어 24/7 카본프리 에너지 콤팩트(24/7 Carbon-free Energy Compact)의 공동 출범 주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즉 기후그룹이 RE100만 인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여기저기서 'RE100을 해야 한다'. 또 'RE100을 하지 않으면 우리 무역하는데 장벽이 된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거짓이던지 뭘 모르는 얘기다. 원자력발전으로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도 인정된다. 명나라가 망하고 청나라로 바뀐 상황에서도 조선은 여전히 명나라를 모셨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정작 RE100 캠페인을 시작했던 기후그룹은 원자력발전을 인정하는데 지구 반바퀴 떨어진 우리나라에서는 원래의 RE100을 그대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RE100은 소개될 당시부터 옹색한 주장이었다. 이산화탄소 배출은 억제하자면서도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은 배제한 것이 그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입맛에는 딱맞는 것이었기 때문에 정부의 위상도 잊은 채로 기후그룹이라는 작은 환경단체의 주장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차관이 따라했다. 그 당시에도 UN에서는 원자력발전도 무탄소에너지로 인정하는 CFE 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우리 정부는 UN을 버리고 NGO를 택했다. 그것 말고는 과학과 합리를 막아낼 방패가 없었던 것이다. 2년 전에는 삼성전자에 노광장비를 공급하는 네덜란드의 ASML(사)가 RE100을 하기로 했다는 오보가 나오면서 우리도 RE100을 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이는 가짜뉴스였다. ASML의 정책보고서와 연례보고서 그리고 직접 담당자와 연락해봐도 그런 주장은 나온 바가 없었다. 삼성전자를 몹시 위해주는 척하며 RE100을 주장하던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AI 데이터 센터나 반도체 공장은 모두 원전 5기 내지 10기분의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한다. 또 고정밀의 민감한 시설이기 때문에 생산이 들쭉날쭉한 간헐적 전기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가장 중요한 점은 전기요금이 낮아야 한다. 그게 정부보조금이나 다른 국민이 더 감당해서 될 일이 아니다. 이제 RE100 주장은 그만할 때가 됐다. bienns@ekn.kr

[이슈&인사이트] 지구촌적 불안의 원인은?

21세기 세계를 설명하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불안'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 불안의 중심에 가장 강력한 국가인 미국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달러는 국제 금융의 중심이고, 실리콘밸리는 인공지능 혁명의 심장부다. 그럼에도 미국은 지금 어느 때보다 불안해 보인다. 그리고 그 불안은 세계 곳곳을 흔드는 외교와 군사 전략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이 벌이는 AI 경쟁은 단순한 기술혁신 경쟁이 아니다. 반도체와 희토류, 데이터센터, 전력망, 해저케이블, 개발원조, 금융제재까지 모두 하나의 전략 아래 묶여 있다. AI는 기술이 아니라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국가전략이 되었다. 왜 미국은 이렇게까지 서두르는 것일까. 답은 중국에 있다. 중국은 제조업 규모에서 이미 미국을 앞질렀고,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희토류 정제, 일부 AI 응용기술에서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군사적 영향력을 유지하며 미국 중심 질서에 균열을 만들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세계는 더 이상 단극 체제가 아니다. 문제는 미국은 경쟁자를 단순한 경쟁자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은 상대의 성장을 자신의 쇠퇴로 해석한다. 그래서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대신 기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한다. 군사동맹을 확대하고, 경제제재를 강화하며, 기술을 안보 문제로 바꾸고, 금융을 외교의 무기로 활용한다. 오늘날 국제정치의 상당수 갈등은 이러한 구조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침공이라는 직접적인 원인과 함께 유럽 안보 질서와 NATO 확대라는 더 숨가쁜 상황속에서 전개되고 있다. 중동에서는 미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확고한 지원이 지역 갈등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다. 이란과의 긴장 역시 핵문제만이 아니라 중동의 세력균형과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중남미에서도 제재와 외교적 압박은 오랫동안 미국의 영향력 행사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이들 사안은 각각의 원인이 달라, 쉽게 판단할 수 없다. 그러나 공통점은 분명하다. 세계 주요 분쟁마다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종종 자유와 민주주의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점점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 민주주의는 누구를 위한 민주주의인가. 그 국제질서는 누구를 위한 질서인가. 미국은 스스로를 보편적 민주주의 국가라고 말한다. 하지만 미국은 패권이 흔들릴수록 예외를 만들기 시작한다. 동맹국에는 관대하고 적대국에는 원칙을 적용한다. 국제법은 선택적으로 적용되고, 인권은 외교적 언어가 된다. 규범은 점차 보편적 기준이 아니라 전략적 자산으로 변한다. AI 시대는 이러한 모순을 더욱 극단적으로 만들고 있다.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요구하고, 데이터는 전력을 요구하며, 전력은 희토류와 반도체를 요구한다. 결국 AI 경쟁은 광물과 항만, 해저케이블과 전력망, 금융과 군사동맹까지 하나의 거대한 지정학으로 연결된다. AI는 새로운 산업혁명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냉전의 기반이 되고 있다. 패권국이 가장 위험한 순간은 절대적으로 강할 때가 아니라 상대적인 쇠퇴를 자각할 때다. 역사는 이를 반복해서 보여주었다. 기존 질서를 유지하려는 국가는 점점 더 많은 자원을 군사와 제재에 투입하고, 경쟁자는 더욱 빠르게 대안을 구축한다. 그 과정에서 국제사회는 진영으로 나뉘고, 중간국들은 선택을 강요받는다.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문제는 단순히 미국과 중국 가운데 누가 승리하느냐가 아니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패권 경쟁 자체가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와 빈곤, 난민, 전염병 같은 공동의 문제를 해결할 여지를 점점 좁혀가고 있다는 점이다. AI가 인류를 위한 기술이 될 것인가, 아니면 패권을 위한 무기가 될 것인가는 기술이 아니라 정치의 문제다. 그리고 지금 세계를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새로운 강대국의 등장이 아니라, 자신의 쇠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기존 패권국의 착각 때문일지 모른다. 성일권

[김병헌의 체인지] 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편이 성공하려면

집은 삶의 공간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집은 사는 곳보다 사고파는 상품으로 인식됐다. 노동으로 얻는 소득보다 부동산 상승으로 얻는 이익이 더 커지는 사회에서는 청년의 희망도, 경제의 역동성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바라보는 방향도 여기에 있다. 오래 가지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과도한 혜택을 받는 구조보다 실제 거주하는 사람을 보호하고, 필요 이상의 주택을 투자 목적으로 보유하는 경우에는 합당한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게 하자는 것이다. 보유세 조정은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는 오른다"는 기대 심리를 낮추는 역할을 해야 한다. 양도세 개편은 “팔고 싶어도 못 파는 시장"이 아니라 “필요 없는 주택은 자연스럽게 시장으로 이동하는 구조"를 만드는 방향이어야 한다. 싱가포르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다주택자와 투자 목적 매입에 더 높은 부담을 부여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추가취득세(ABSD)와 대출 관리 정책을 함께 활용하면서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고 실거주 중심 시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캐나다 밴쿠버 역시 빈집세를 도입했다. 주택이 부족한 상황에서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을 투자 목적으로 방치하는 것을 막고 시장에 다시 공급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핵심은 단순히 세금을 더 걷는 것이 아니라 주택이 본래 기능인 거주 공간으로 활용되도록 방향을 잡은 점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목적의 정책도 시장이 움직이는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면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온다. 세금을 높이면 반드시 집이 시장에 나올 것이라는 단순한 공식은 현실에서 통하지 않는다. 집을 가진 사람이 “팔아야겠다"고 판단하려면 명확한 출구가 있어야 한다. 보유 부담은 높이면서 동시에 일정 기간 합리적으로 처분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문을 모두 닫아놓고 나가라고 하면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특히 과거 정부 정책을 믿고 등록임대사업에 참여한 사람들에게는 예측 가능한 변화가 필요하다. 제도를 조정하더라도 충분한 유예기간과 단계적 적용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 정책의 가장 큰 자산은 세금이 아니라 신뢰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공급이다. 세금 정책만으로 집값을 완전히 안정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투기 수요는 줄이되 실제 살 집은 꾸준히 공급돼야 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지역에 필요한 주택이 공급되지 않으면 아무리 강한 세금 정책도 결국 가격 압력을 막기 어렵다.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기준은 결국 하나다. 시장에 건강한 매물이 나오느냐에 달려있다. 다주택자가 필요 이상의 주택을 자연스럽게 정리하고, 실수요자가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이 만들어진다면 성공이다. 하지만 세 부담 때문에 팔지도 않고 버티는 매물 잠김 현상이 발생하면 거래는 얼어붙고 시장 불안은 반복될 수 있다. 그래서 정부의 세제 개편은 내우 정교해야 한다. 투기 목적의 반복적인 주택 매입,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 실거주 없는 장기 보유에는 분명한 부담을 줘야 한다. 반면 평생 노력해 마련한 1주택자, 은퇴 고령층, 실제 거주자는 보호해야 한다. 진짜 정교한 세제란 많이 걷는 세제가 아니다. 시장에 정확한 신호를 보내는 세제다. “살 집은 보호한다. 그러나 돈을 벌기 위해 쌓아두는 집에는 책임을 묻는다." 는 메시지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규제가 풀렸다 강화됐다 반복하면 시장 참여자는 정책보다 다음 선거를 기다린다.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최소한의 사회적 원칙은 정권을 넘어 유지돼야 한다. 정부는 데이터에 기반한 세제 설계, 충분한 공급 계획, 투명한 정책 운영으로 시장 신뢰를 만들어야 한다. 국민 역시 부동산을 빠른 부의 증식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집이 돈을 버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기본으로 돌아갈 때,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도 건강한 방향으로 다시 설 수 있다. 정부의 세금을 통한 부동산 억제책 성공 가능성은 결국 '강도'가 아니라 '균형'에서 결정될 것이다. 투기 수요를 정확히 겨냥하면서도 실수요 보호와 공급 확대가 함께 작동한다면 시장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팔 수 있는 길은 좁히고 보유 부담만 높이는 정책은 매물이 나오는 시장이 아니라 매물이 숨어버리는 시장을 만들 수 있으며, 그 순간 부동산 안정 정책은 의도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진다.

한수원, 정용석·이광훈·최일경 상임이사 선임

한국수력원자력이 30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정용석 전 기획본부장과 이광훈 전 발전본부장, 최일경 전 건설사업본부장을 상임이사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정 신임 상임이사는 경영부사장으로, 이 신임 상임이사는 품질기술본부장(부사장)으로, 최 신임 상임이사는 사업총괄본부장(부사장)으로 각각 자리하게 됐다. 정 경영부사장은 인사처장, 전략경영단장, 기획본부장 등을 역임한 경영관리 분야의 전문가다.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혁신을 주도하여 경영 효율화를 선도해 왔으며, 중장기 경영전략 수립과 실행을 통해 안정적인 경영 기반을 다져왔다. 이 품질기술본부장은 발전처장, 고리원자력본부장, 발전본부장 등을 거친 원전 운영・기술 분야의 전문가다.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발전설비 운영 효율 향상의 최일선에서 원전 안전과 기술 경쟁력 강화에 힘써왔다. 최 사업총괄본부장은 원전건설처장과 건설사업본부장 등을 거치며 원전 및 양수 건설사업을 총괄해 온 사업관리 전문가다. 유에이이(UAE) 원전 사업 초기 단계에 참여해 사업 추진 기반을 구축하고, 신한울 3·4호기 건설, 영동양수발전소 건설 등 회사 핵심사업 추진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이슈&인사이트] 이란 전쟁 종전 이후 우려되는 미국 리더십 위기

지난 6월 18일 미국과 이란의 이란 전쟁 종결 양해각서 내용이 공개된 이후 국제사회가 동요하고 있다. 미국이 공들여 진행한 합의의 결과가 실망스럽다는 평가이다. 일부 언론은 합의 내용을 보면 오히려 이란이 승전국 같다고 비판하는 기사를 냈다. 이 양해각서를 보면, 1단계에서 전쟁 즉시 종결, 미국 봉쇄 해제 및 이란의 호르무즈 개방, 이란산 원유 제재 해제와 이란의 동결 해외 자산·자금 이용을 허용하고, 2단계에 가서 이란 핵을 영구적으로 불능화한다는 내용이다. 만약 미국이 2단계 목표를 완전히 달성한다면, 우크라이나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번 전쟁을 결심한 미국의 선택이 옳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각서에 문제가 있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3,000억 불에 달하는 이란 재건 자금을 지원하는 조항이다. 미국이 이란과 종전 조건으로 이란 자금 동결 해제와 원유 수출 개재 허용 등 당근을 줄 거라는 예상은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핵 포기 확정도 하기 전에 3,000억 달러의 재건 자금까지 대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이다. 그동안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나쁜 행동을 해 온 이란에 대한 과분한 보상이다. 이스라엘이 사주했다는 등 과격한 주장이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번 전쟁이 이란 핵 능력 불능화 및 수만 명의 자기 국민을 살해하고 주변국에 테러와 혁명을 수출하는 악의 정권 축출이 목표였다. 그러나 미국이 '악의 축'이라고 불렀던 급진 이슬람 정권교체에 실패하고, 오히려 이란 급진 정권에 날개를 달아 줄 동결 자금 해제, 원유 수출 재개 허용, 3,000억 불 재건 자금 지원 등은 납득하기 어렵다. 아무리 나쁜 짓을 하더라도 버티기만 하면 이익을 볼 수 있다는 나쁜 교훈을 주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번 양해각서 체결을 너무나 서둘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번 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 신봉자인 마가(MAGA)를 중심으로 공화당이 지지했지만, 반대도 많았다. 더군다나 이 전쟁이 초래한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미국 중하층민이 많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이들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핵심 세력이지만, 오히려 트럼프의 정책으로 피해를 봤다. 이 전쟁으로 큰 피해를 본 국제사회가 아무리 비난해도 트럼프가 신경을 안 쓰는 이유는 본인을 지지하는 미국민만 바라보면 되기 때문이다. 미국 유권자만 미국 대통령을 선출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지지자만 아우르면 된다. 이런 소수 극렬 추종자만 바라보는 팬덤(열성팬)·인기영합주의 정치는 이미 전 세계에 만연했기 때문에 새로운 것도 아니다. 한국도 좌우를 막론하고 지지자만 바라보는 팬덤 정치에 올인(all-in)하고 있다. 아무리 정치를 못 해도 견고한 팬들의 지지만 있으면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정책을 내놓기도 한다. 문제는 이번 사태로 트럼프의 마가(MAGA) 기반 팬덤 정치가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재선된 가장 큰 이유는 급진적인 '정치적 올바름' 사상에 매몰된 바이든의 민주당 정권이 워낙 잘못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잘해서가 아니라 민주당이 너무 못해서다. 이번 이란 합의가 비겁하거나 즉흥적으로 보인다면 그나마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에 대해 가지고 있던 비교우위가 무력화될 수도 있다. 9.11 테러 이후 국제사회가 생각하던 강하고 정의로운 미국의 이미지는 퇴색했다. 이미 많은 미국민이 양극화한 정치에 대해 염증을 느끼고 관심을 잃었다. 더 이상 미국이 강하고 정의로운 나라라는 믿음이 사라지면, 희망과 기대를 잃은 미국민은 점차 냉소적 고립주의로 회귀할 수 있다. 미국 정치의 실패는 미국의 영향력 훼손으로 그리고 국제사회 미국의 리더십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은 막강한 영향력과 국력을 기반으로 국제사회를 자유민주주의라는 이상적인 질서로 유지했고, 이 때문에 대한민국 같은 많은 나라가 번영할 기회가 있었다. 이번 미국의 성급한 결심이 불확실한 미래를 가속할 수 있는 징조여서 우려된다. 만약 미국 리더십이 이전 같지 않다면 한국도 독자생존의 모색할 수밖에 없게 된다. 지금까지 가보지 않았던 길이다. 그러나 지정학적 위기와 충돌이 확산하는 현재 이는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bien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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