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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가 한국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지난 1월20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아시아로 천연가스를 수출하기 위한 알래스카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한국, 일본과 합의를 타결하면서 전례 없는 수준의 자금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참가하지 않을 것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반대 뜻을 밝혔음에도 미국은 일방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발표했다. 다만 한국은 미국과 관세 협정에 따라 3천5백억 $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고, 조선업에 배정하기로 한 1천5백 $를 제외한 2천억$는 사용처를 정하지 않았는데 이를 알래스카 프로젝트에 쓰겠다는 일방적 선언이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반대할 경우, 한미 정상이 합의한 관세율 인하를 환원할 수도 있어서 한국 정부 입장이 난감하다. 트럼프의 요구를 “황당한 요구", “막무가내", “강도질", “미친 요구" “타코"(TACO, 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난다는 뜻의 신조어) 라고 치부하기에는 한국의 어려움이 예측된다. 트럼프는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정적 공감과 분노의 동원에 능숙하다. 갈등을 조성하고 그 중심에 서는 전략을 쓴다. 예를 들면 주한미군의 철수 등 한국을 투자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한국을 희생양으로 쓸 가능성이 있다. 이에 국익을 유지하면서 트럼프를 설득하는 방향으로 외교를 전개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왜 트럼프가 알래스카주의 LNG 사업에 정치적 생명을 거는 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알래스카는 면적은 154만 ㎢로 남한의 15배나, 인구는 75만 명에 불과하다. 대다수의 주민은 백인이며, 원주민은 10% 정도다. 트럼프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집착하는 것은 75만 명의 복지를 위해서가 아니다. 알래스카가 트럼프의 정치적 생명줄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알래스카는 인구가 적어서 하원은 1명, 상원은 2명이 배정된다. 하원은 전체 439명이라서 영향력이 미미하나, 상원은 100중에 2명이기에 영향력이 크다. 특히 공화와 민주가 50대 50으로 양분된 상태에서는 절대적 변수다. 알래스카는 지금까지 남부 해안의 쿡인랫 지역의 가스생산에 의지해 왔는데, 가스전이 고갈되어 대체공급원이 필요한 상태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북부 가스전에서 남부 니키스키까지 1,300km의 가스관을 건설하고 액화 처리시설 등의 인프라를 건설하는 것이다. 총사업비는 약 4백40억 $로 예상된다. 배증 된다 해도 한·미 간에 약속한 2천억 $ 범위 안에서 해결하면 되기에 문제가 없다. 영구동토층을 지나는 파이프라인 건설은 환경 파괴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극지방의 혹독한 기후로 공사 기간 연장 등이 예측되나, 이미 건설된 송유관을 따라 가면 되기에 기술적 문제는 없다. 다만, LNG 공급 과잉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자체 소비가 연간 3백만 톤에 불과해서, 생산량 2천만 톤의 판매처가 난제다. 판매처만 해결되면, 글렌파른, AGDC, 베이커휴즈 등 참여하고자 하는 미국 기업은 많다. 트럼프가 이 프로젝트에 동북아 3국인 한국, 일본, 대만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이유는 지정학적 이점 때문이다. 3국은 모두 LNG 대량 수입국인데 알래스카와 가깝다. 대만은 기본 의향서를 통해 연간 6백만 톤의 LNG 구매와 프로젝트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일본은 1969년부터 알래스카 산 LNG를 수입해 왔으며, 5천5백억$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한국은 연간 5천만 톤의 LNG를 수입하기 때문에 알래스카산 LNG 구매에 문제가 없다. 다만, 한국이 알래스카산 LNG 사업에 참여한다면 인프라 건설을 포함해서 판로를 보장하는 그랜드 바겐을 예상한 시나리오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알래스카산 LNG는 생산원가 면에서 불리하다. 그러나 물류비와 장기 확보 차원에서는 절대 유리하다. 철강·조선업계 입장에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분명 기회 요소다. 트럼프의 타코 전술에 휘둘리지 않고 한국민의 국익을 최대한 살리는 묘책을 마련한다면 알래스카 프로젝트는 결코 한국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윤덕균

[EE칼럼] 동계올림픽의 불편한 진실

지금 이탈리아 밀라노와 코르티나담페초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밀라노는 알프스 산맥을 배후로 둔 이탈리아의 대표 도시이고, 코르티나담페초는 알프스 산악 지역에 위치한 전통적인 겨울 스포츠 도시이다. 코르티나담페초는 1956년에도 올림픽이 열렸던 곳으로 현재 기후변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 기후 분석기관인 Climate Central에 따르면 코르티나담페초의 2월 평균기온은 1956년 대회 직후와 비교해 최근 10년 평균이 약 3-4도 상승하였다. 그 결과 1956년에 열린 코르티나담페초의 겨울 올림픽은 자연이 제공하는 환경 속에서 열렸던 반면, 지금은 인공 눈과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한 스포츠로 탈바꿈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코르티나담페초만의 일은 아니다. 겨울 스포츠 장소로 유명한 알프스 산맥은 한때 안정적인 겨울 기후를 자랑하던 지역이었지만 오늘날 알프스는 세계 평균보다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 겨울철 평균 기온은 과거에 비해 뚜렷하게 상승했고, 자연 강설량은 줄어들거나 변동성이 커졌다. 눈이 쌓여야 할 시기에 비가 내리고, 영하의 기온이 유지되어야 할 기간이 짧아지는 현상은 더 이상 이례적이지 않게 됐다. 이러다 보니 과거와 달리 동계 스포츠는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면서 '자연과 함께하는 스포츠'에서 '에너지에 의존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스포츠'로 변해가고 있다. 최근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Le Monde)는 이번 대회를 두고 지속가능성을 표방한 올림픽이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모순을 갖고 있음을 지적했다. 내린 눈이 부족한 상황에서 인공 눈과 이를 보조하기 위한 인프라는 단기적 대응일 뿐,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인공 눈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물과 에너지를 요구하게 되어 결국 악순환이 계속될 것임을 경고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자연설이 부족하다는 판단 하에 인공저수지를 만들고 수백 대의 제설기를 설치하여 인공 눈을 공급하였다. 이를 위해 많은 비용이 소요되었고, 이 비용들은 기후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비용들이 더욱 커질 것이고 재정 여력과 적응 능력이 충분한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 사이에 기후 피해와 경제적 손실로 인한 소득 격차가 생기며 그로 인해 지역 간 혹은 개인 간 불균형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국제 사회에도 적용된다. 지구온난화의 책임 여부와 상관없이 기후변화 적응 역량과 재원이 부족한 국가들이 더 큰 피해를 입게 되고, 결국 이것은 기후불평등과 기후정의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언뜻 논점이 너무 확대된 듯 보이지만, 겨울 스포츠의 작은 변화는 나비효과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영향과 피해가 얼마나 빠르게 우리 삶 속에 파고들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기후위기 속에 치러지는 동계 올림픽의 불편한 진실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기후변화를 단순히 환경 이슈로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방식과 문화, 지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하는 구조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또한 더 많은 에너지를 쓰는 사회가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과 지속가능한 전환을 통해 자연을 최대한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겨울 스포츠는 여전히 소중하다. 그러나 자연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동계 올림픽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우리는 변화한 기후 속에서 비용을 감수하며 겨울을 인공적으로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기후위기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삶의 방식을 전환할 것인지. 모든 것은 지금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bienns@ekn.co.kr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동계올림픽 방문 ‘스포츠 외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에서 개막한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올림픽 현장에서 각국 정상급 인사 및 글로벌 기업가들과 만나 스포츠 외교를 펼치고 있다. 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동계올림픽 개막을 기념해 5일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주관 갈라 디너(만찬) 행사에 참석했다.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IOC 최상위 후원사(TOP:The Olympic Partner)이다. 이날 디너에는 커스티 코번트리 IOC 위원장,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을 비롯해 JD 밴스 미국 부통령,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 등 세계 각국의 정상급 정치인들이 함께 했다. 글로벌 기업인으로는 리둥성 TCL 회장, 레이널드 애슐리만 오메가 CEO, 미셸 두케리스 엔하이저부시 인베브 회장,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CEO, 제임스 퀸시 코카콜라 회장 등 IOC 후원사 기업가들이 자리했다. 재계에 따르면, IOC 갈라 디너는 단순한 사교모임을 넘어 글로벌 정세와 비즈니스 현안을 주고받는 소통의 장이다. 삼성은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 로컬 스폰십 계약을 계기로 올림픽과 첫 인연을 맺은 뒤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브랜드 마케팅 강화 전략에 맞춰 1997년 IOC와 '최상위 TOP 후원사' 계약을 체결했다. 이재용 회장도 2018년 당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만나 2020년 만료 예정이었던 올림픽 후원 계약을 오는 2028년 미국 LA올림픽까지 연장했다. 이재용 회장은 2년 전인 2024년 파리 하계올림 때도 파리를 방문해 대한민국과 삼성의 브랜드 네트워크 확대에 기여했다. 인터브랜드 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지난 2000년 약 52억 달러(전체 43위)로 100권내 첫 진입한 뒤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905억 달러(약 129조원)를 돌파하며 6년 연속 글로벌 톱5 위상을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기자의 눈] 자영업 먹여살리는 두쫀쿠, 이마저도 편승하는 대기업

요즘 어딜 가든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로 난리다. 없어서 못 살 만큼 잘 팔리니 두쫀쿠 만들기에 허덕이는 사장님도 만나봤다. 얼마 전 친구의 부탁으로 대리구매하기 위해 방문했던 디저트 전문점 운영주인 그는 “주로 100% 예약제로 홀케이크를 판매해 왔는데, 최근에는 두쫀쿠 예약 문의가 훨씬 많다"며 “하루에 많이 만들면 70개 수준인데 따로 알바생을 구하기에는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이정도만 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쫀쿠에 눈 돌린 사장님들이 한둘이 아니다. 카페·디저트 전문점·냉면집·고깃집에 이불가게까지 업종을 불문하고 두쫀쿠 판매에 팔을 걷어붙였다. 최근 두바이 현지에서 '코쫀쿠(코리아 쫀득 쿠기)'라는 이름으로 역수출된 사례까지 나오니 그만큼 높은 흥행성을 방증한다. 두쫀쿠 광풍에 10년 전 국내 시장을 흔들었던 '허니버터칩'을 떠올리는 소비자들도 있다. 오픈런까지 뛰어야 할 정도로 물량이 부족하고, 정가 대비 비싸게 되파는 현상까지 벌어진 것도 똑 닮았다. 차이점이라면 대기업이 만든 허니버터칩과 달리 두쫀쿠는 자영업자 주도로 개발됐고, 셀 수 없이 많은 자영업자들이 가세해 거대한 인기 흐름을 형성한 것이다. 두쫀쿠는 원조 브랜드로 알려진 몬트쿠키가 별도로 특허·상표 출원을 진행하지 않아 누구나 레시피를 활용할 수 있다. 특정 기업이 독점하거나 단독 채널을 통해 거래되지 않는 덕분에 빠르게 유행이 확산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이 같은 상황에서 두쫀쿠 대란에 합류한 대형 식품·외식·유통업체들은 '골목상권 침해' 등을 이유로 빈축을 사고 있다. 물론 전국 단위로 판매망을 보유한 대기업 특성상 수도권보다 유행을 소비할 기회가 적은 지방인들에게 상품을 제공하는 순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공익적 측면에서 봤을 때 원재료 조달 등이 용이한 대기업이 비교적 자본이 제한적인 자영업자 수요를 뺏어올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마시멜로우·피스타치오 스프레드 등 주 재료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기업이 대량으로 사들일 경우 가격 상승을 부채질할 우려가 높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 히트 상품 가뭄에 시달렸던 유통가에서도 두쫀쿠 유행이 달갑겠지만 본인들만의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하는 노력에 더 공들여야 하지 않을까. 일각에서는 결국 두쫀쿠도 2024년 두바이 초콜릿 유행의 연장선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만큼, 식상함을 느끼는 소비자 이목을 사로잡을 만한 상품을 꺼내들기에 절호의 기회인 때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데스크 칼럼] 금융감독, 다시 원칙의 문제

금융감독원의 공공기관 지정이 또다시 유보됐다. 재정경제부의 이번 결정은 지난해 9월부터 이어져 온 금융당국 조직개편 논의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기능을 분리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역할을 재편하려던 구상은 금융감독위원회 설치 법안 철회로 무산됐고, 금융위와 금감원은 기존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그럼에도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는 끝까지 남아 있던 변수였다. 이번 유보 결정으로 금감원은 일단 숨을 고르게 됐지만, 이는 잠정적 정리에 가깝다. 금감원의 법적 지위와 감독 권한을 둘러싼 구조적 논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 확대를 둘러싼 논의 역시 같은 흐름 속에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특사경에 인지수사권을 부여하고, 민생침해범죄 특사경을 도입하는 절충안을 마련했다. 당장의 갈등은 봉합됐지만, 감독기구가 어디까지 수사 영역에 관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제도적 합의가 완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결정들을 두고 금감원이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지금 따져봐야 할 것은 힘의 우열이 아니다. 이번 과정이 금감원의 권한과 위상을 제도적으로 정교하게 다지는 계기였는지, 아니면 정치적 메시지에 기대 현안을 풀면서 향후 감독의 정당성을 약화시키는 선택이었는지가 핵심이다. 문제의 본질은 금감원이 권한 확대와 조직 안정을 추구하는 방식에 있다. 감독기구의 독립성과 전문성은 정치권의 발언이나 권력의 뒷받침이 아니라, 법과 제도, 절차에 기반한 일관된 판단에서 나온다. 역대 금융감독 수장들이 주요 현안에서 의도적으로 발언 수위를 낮추고, 정치와 거리를 유지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금감원을 둘러싼 여러 장면은 이런 원칙과는 다소 다른 인상을 남긴다. 특사경 인지수사권,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감독 권한 강화 등 주요 현안이 대통령 발언과 맞물려 급박하게 부각되면서, 금감원의 정책 판단과 정치적 메시지가 겹쳐 보이는 장면이 반복됐다. 감독의 칼날이 정치적 신호에 따라 움직인다는 인상을 주는 순간, 그 행정의 정당성은 오염되기 쉽다.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둘러싼 시장의 시선도 복합적이다.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으나, 검사 강도와 시점이 특정 목적을 겨냥한 듯 비치면서 정책적 본질은 흐려지고 논란만 확산됐다. BNK금융지주를 향한 장기 검사가 '군기 잡기'라는 오해를 사는 것도 결국 감독의 방식이 힘의 논리에 치우쳐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무리한 감독권 행사의 끝이 어떠한지 목격한 바 있다. 과거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서 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중징계가 법원에서 잇따라 제동이 걸린 사례는 감독 권한이 법과 절차 위에 서지 못할 경우, 어떤 결과를 맞는지를 보여준다. 최근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에 대한 대규모 과징금 부과 역시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합리적 공감대를 충분히 확보했는지는 따져볼 대목이다. 금감원이 이번에 지켜낸 것은 조직과 권한 확대라는 그릇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감독 행정의 신뢰를 공고히 했는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감독의 기준이 외부의 신호에 동기화되는 순간, 독립성이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무뎌질 수밖에 없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EE칼럼] 전력시장의 불완전성: 캐즘(Chasm)현상

우리나라의 한 국책연구기관은 최근 '2026년 가장 중요한 과학기술 기술혁신과제'로 '미래 수요대응 초연결-초지능 에너지시스템 구축'이라고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바이든 정부가 마련한 830억 달러가 넘는 청정전력지원정책을 재조정하고 있다. 주 내용을 보면 풍력 및 태양광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중단/취소하고, 대신 가스, 석탄 및 원전 투자를 늘렸다. 기후변화에 대응한 청정 투자/지원을 줄이는 대신 전통적 화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 역할의 비중을 높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해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청정전력협회'는 청정전력 증대가 없다면 향후 10년 동안 미국 동북부 13개 주의 전력 비용이 최대 3,600억 달러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실제 뉴욕 '공공서비스위원회'(Public Service Commission)는 최근 2028년까지 뉴욕시 주민의 평균 가스 및 전기 요금에 대해 연간 최대 615달러 추가 인상(안)을 승인하였다. 이는 전임 뉴욕주(洲) 정부의 비경제적이고 공급 신뢰성이 낮은 신재생-청정전력 의존도 증가 때문이라고 보수 정치권과 관련 학계는 주장 한다. 특히 뉴욕주 소재 원전(Indian Point)를 폐쇄하고, 기상여건에 따라 출력 가변적인 발전사업을 늘리는 바람에 생긴 소비자 전력비 부담 가중을 비난하고 있다. 2015년 파리협약 이후 지난 10여 년 소비자 효용증진과 복지 창출에 주역으로 간주 되어 온 기후대응 관련 대책들이 이제는 소비자에게 오하려 배척받고 있는것 같아 씁쓸함마저 못 내 느낀다. 여기서 우리는 기존 전력 대책 효율화 방안의 한계에 유의하고, 에너지-기후변화대책이 그 핵심의제(Agenda)라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11월 결정된 우리나라의 2035년 기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는 2018년 대비 53∼61% 감축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 중 전력부문은 '18년 대비 68.8∼75.3%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산업부문 목표보다 2∼3배나 높게 설정되어 있다.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해 지난해 2월 확정되고, 최근 현 정부가 재확인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8년 최대수요는 129.3GW이다. 이를 위한 신규 설비로는 대형원전 2기, SMR(소형 모듈원전) 1기, LNG 10.6GW 등 무(無)탄소 발전 비중을 70% 수준으로 잡았다. 이 결과, 2038년 발전설비 비중은 원전 35.6%, 신재생 32.9%, LNG 10.6%, 석탄발전 10.1%로 구성되게 됐다. 이러한 발전설비/원 구성변화는 국내 전기가격의 국제경쟁력에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내 전력 가격에 대해 '국제경쟁력이 있지는 않다'라고 지적하였다. 그는 '재생에너지 대량생산이 발전단가 절감의 유일한 대책으로 서남해안 재생 발전산업 육성에 국가역량을 모을 것'이라고도 하였다. 하지만 요즈음 갑자기-크게 강조되는 인공지능(AI) 시대에서 안정적인 전력 확보가 필수적이어서 기존 관념의 전력 정책은 수정이 불가피해보인다. 기후에너지부 김성환 장관도 '전력망이 다른 나라와 연결돼있지 않은 '섬' 같은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전력만으로 안정공급이 쉽지 않아 원전 건설이 불가피하다고 하였다. 전력수요 안정충족은 현안 에너지/기후변화 대책의 중점 과제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과제해결에 유용한 논리가 '캐즘(Chasm)'이론이다. '캐즘'은 기술혁신과 대중화 사이의 '간극(間隙)'을 의미한다. '초기 기술혁신단계'에서 '대중화-사회적 수용'으로 넘어가며 그 확산 속도가 급격히 저하되는 '기술혁신 변곡점' 구성 논리가 '캐즘'이론의 핵심이다. 초기 기술시장(혁신자+조기 수용자)과 주류시장 사이에서 시장 정체(停滯)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현존 최고/최적 에너지인 전력시장도 시장변화와 기술변화 등 다양한 외부요인 개입으로 시장고도화 정체가 불가피한 것 같다. 전력 '캐즘'에 주목해야 할 때이다. bienns@ekn.co.kr

[김병헌의 체인지] 다주택자 중과세, 로드맵으로 답할 때

정책은 철학에서 출발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연장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힌 발언은 단순한 세제 언급이 아니다. 부동산 정책을 더 이상 임시처방이 아닌 원칙의 영역으로 돌려놓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문제는 그 선언이 너무 늦게 나왔다는 점이다. 그 사이 시장은 이미 정부의 말을 믿지 않는 법을 배웠다. 이 발언이 나오자 야당 일각에서는 즉각 반발했다. “청와대와 여권 참모들부터 집을 팔라"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다주택자 과세를 말하려면 먼저 권력 핵심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논리다. 정치적으로는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정책의 옳고 그름을 개인의 보유 자산 문제로 환원하는 순간, 논의의 초점은 흐려진다. 세금은 누구를 겨냥한 도덕적 응징이 아니라, 사회가 합의한 규칙이기 때문이다. 특정 인사의 주택 보유 여부가 아니라, 제도가 예측 가능하고 공정하게 작동하느냐가 핵심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는 원래 시장 안정이라는 명분으로 시작됐다. 세 부담을 줄여 매물을 유도하겠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유예는 한 차례로 끝나지 않았고, 세 번이나 연장됐다. 그 결과 시장에는 “이번에도 결국 연장될 것"이라는 기대가 뿌리내렸다. 팔아야 할 이유는 사라졌고, 버티는 전략이 합리적 선택이 됐다. 정책이 의도한 행동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해외 사례는 이런 혼선을 경계하라고 말한다. 영국은 2016년 이후 다주택자와 투자 목적 주택에 대해 취득세 추가 부담과 양도차익 과세를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 경기 침체기에도 원칙은 흔들리지 않았다. 단기적으로 거래량이 줄고 반발도 있었지만, 시장은 빠르게 새로운 규칙에 적응했다. “정부가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형성되자, 세금은 투기 억제라는 본래 기능을 회복했다. 반면 캐나다의 일부 도시들은 다른 길을 걸었다. 외국인과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을 강화했다가, 가격 조정 국면이 오면 완화하는 조치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시장은 출렁였고, 정책 발표 자체가 투기 신호로 작용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세율보다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세금 정책의 기본은 예측 가능성이다. 오늘은 유예하고 내일은 연장 여부를 두고 논쟁하는 구조에서는 합리적 의사결정이 불가능하다. 더 큰 문제는 법과 행정의 불일치다. 소득세법에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규정이 그대로 있는데, 시행령으로만 과세를 미뤄왔다. 이는 입법의 책임을 회피한 채 불확실성을 방치한 결과다. 정부 개입 역시 원칙이 필요하다. 개입은 최소한으로 하되, 신호는 명확해야 하고, 방향은 일관돼야 한다. 다주택자를 악마로 몰 필요도 없고, 보호 대상처럼 다룰 이유도 없다. 시장 참여자로서 정해진 규칙을 따르게 하면 된다. 문제는 규칙이 계속 바뀌어 왔다는 데 있다. 결론은 분명하다. 다주택자 과세를 둘러싼 논쟁을 끝내려면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언제 유예가 종료되고, 어떤 세율이 적용되며, 예외는 무엇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필요하다면 단계적 시행과 한시적 보완 장치를 병행하되, 방향 자체는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7월 세법 개정안은 그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정책은 선언이 아니라 반복되는 행동으로 신뢰를 얻는다. 이번에도 원칙이 흔들린다면, 시장은 또 한 번 정부의 말을 학습 대상으로만 여길 것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문제는 부동산 정책의 일부가 아니라, 국가 정책 신뢰의 바로미터다. 이제는 정말로,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줄 차례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무너질 때 피해는 특정 계층이 아니라 시장 전체로 확산된다는 사실이다. 실수요자는 관망하게 되고, 거래는 얼어붙으며, 가격 신호는 왜곡된다.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은 투명한 정보가 아니라 소문과 기대, 그리고 정치 일정이다. 세제가 이렇게 흔들리면 주택은 거주의 수단이 아니라 정책 변화에 베팅하는 자산이 된다. 정부가 개입을 최소화하라는 말은 손을 떼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개입할 때는 더 분명하고, 더 오래 유지하라는 요구다. 이번 다주택자 과세 정상화가 단기 처방으로 끝나지 않고 제도의 복원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시장은 정책을 신호가 아닌 규칙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기자의눈] 달리는 장세, 급하게 올라탈수록 낙마하기 쉽다

연초부터 증시는 멈출 기색이 없다. 4200선에서 출발한 코스피 지수는 단숨에 5300선에 도달했다. 지수는 조정을 겪어도 빠르게 회복한다. 2일 코스피는 5% 급락했다가 다음날 7% 올랐다. 장중 변동성마저 상승 흐름의 일부처럼 받아들여진다. 이런 장세에서는 위험보다 기회가 먼저 보이고, 가만히 기다리는 것보다 지금 시장에 들어가는 게 합리적인 선택처럼 느껴진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것이 신용거래다. 자기 자본만으로 체감 수익이 작다고 느껴질 때, 레버지리를 활용해 더 큰 돈을 벌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이른바 '빚투' 지표로 쓰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일 기준 30조5397억원이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뒤 아직 상환하지 않은 금액을 뜻한다. 빚투가 늘면서 대출 한도를 다 쓴 증권사도 줄줄이 나오고 있다. 신용거래에서 가장 위험 요소로 꼽히는 건 반대매매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스스로 매도 결정을 내리는 거래가 아니다. 신용거래 계좌의 담보비율이 기준 아래로 떨어지고, 추가 증거금을 채우지 못하면 증권사가 투자자 동의 없이 주식을 처분한다. 투자자의 의사와 반대되는 매매라는 뜻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영문(Forced Sale)으로는 강제 매도, 강제 청산에 가깝다. 급등락장에서 이 구조는 특히 빠르게 작동한다. 주가가 조금만 밀려도 신용 비중이 높은 계좌는 곧바로 담보 압박을 받는다. 한 종목의 하락이 계좌 전체의 담보비율을 떨어뜨리고, 이로 인해 다른 종목까지 함께 매도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렇게 발생한 매도 물량은 다시 가격을 누르고, 이는 또 다른 반대매매를 부른다. 급락이 더 큰 급락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반대매매가 반드시 시장의 고점이나 바닥에서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방향이 틀려서라기보다 변동성을 감당할 수 있는 구조였는지가 결과를 가른다. 시장이 중기적으로 상승 흐름을 유지하더라도, 중간에 나타나는 큰 조정은 신용 계좌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급등락장은 결국 지나간다. 그러나 그 사이 빚투가 빠르게 늘고, 그 빚이 시장의 작은 흔들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반대매매는 그 구조가 드러나는 지점이다. 예측의 실패라기보다, 변동성 앞에서 계좌가 허용한 한계가 드러난 결과에 가깝다. 시장은 여전히 달릴 수 있지만, 레버리지를 쓴 투자자에게 조정은 곧 낙마 신호가 될 수 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박영범의 세무칼럼] 5년간 세금 0원…청년창업 감면의 함정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은 우리 경제의 실핏줄이다. 정부는 청년들의 창업을 장려하고 초기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혜택은 바로'청년창업 중소기업 세액감면'이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밖에서 청년(15~34세)이 창업할 경우, 5년간 법인세나 소득세를 100% 감면해 준다. 5년 동안 버는 족족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온전히 수익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달콤한 혜택 뒤에는 '창업'의 정의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숨어 있다. 지난해 10월 조세심판원에서 내려진'강릉 유명 꼬막 맛집 1호점 사건은 이 기준을 명확히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사건의 발단은 강릉의 명소로 자리 잡은 유명 꼬막 맛집의 자녀들이 인근에 1호점과 2호점을 내면서 시작된다. 첫째 아들인 A 씨는 전직 복싱 국가대표로 아시안게임 등 국제 대회에서 활약한 독특한 이력이 있었다. 그는 선수 은퇴 후 어머니가 운영하는 본점 인근 건물에서 어머니의 레시피와 상호를 사용해'1호점'을 개업했고, 청년창업 감면을 신청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소득세를 100% 감면받았다. 둘째인 B 씨 역시 같은 방식으로'2호점'을 열어 감면 혜택을 받았다. 이들은 “본점과 별도로 사업자 등록을 했고, 회계도 독립적으로 운영하며, 직접 직원을 채용하고 경영했으므로 명백한 독립된 창업"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A 씨는 자신이 운동선수 출신으로 어머니의 사업과는 무관한 새로운 경영 주체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관할 세무서를 감사한 국세청 감사관실의 판단은 달랐다. 국세청은 이들의 사업장이 독립된 창업이 아니라, '어머니 사업장의 확장(별관)'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조세특례제한법" 제6조 제10항은 '사업을 확장하거나 타인의 사업을 승계하는 경우'는 창업으로 보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세심판원은 결국 국세청의 손을 들어주었다. 심판원은'원시적인 사업 창출 효과'가 있었느냐를 핵심 쟁점으로 보았다. 심판원은 결정문에서 “본점과 1·2호점은 물리적으로 인접해 있고, 간판과 메뉴, 가격이 동일하며, 대기 시스템을 공유하여 고객을 인위적으로 배분했다"라고 지적했다. 또 “본점 매출 감소분이 자녀들의 사업장 매출로 이동한 것으로 보이므로, 사회 전체적으로 새로운 투자가 일어나거나 고용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창업'으로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했다.결국 자녀들이 감면받았던 수억 원의 세금은 다시 추징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부모의 가업을 이어받거나, 프랜차이즈 형태를 빌려 사업을 시작하려는 예비 청년 창업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법에서 말하는 '창업'은 단순히 사업자 등록증을 새로 내는 행위가 아니다. 기존 사업과 차별화된 독립적인 자산, 인력, 그리고 경영의 실체가 있어야 한다. 특히 가족 간의 사업 분리나 확장의 경우, 외형만 갖추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자금의 출처, 경영의 독립성, 그리고 사업장 간의 명확한 경계가 입증되지 않는다면 '세금 0원'의 꿈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부모님 가게 옆에 내 이름으로 가게 하나 내면 세금 안 낸다더라"라는 카더라 통신만 믿고 창업에 뛰어들기에는, 세무 당국의 검증 시스템은 훨씬 정교하다. 진정한 창업의 가치는 '세금 회피'가 아닌, 나만의 독창적인 '가치 창출'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bienns@ekn.co.kr

[EE칼럼] 내일의 재생에너지, 오늘의 버팀목

에너지 정책과 실무자로 지난 30여년간 전력분야에 종사하면서 고민해온 질문은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 전력망을 능동적이고 효울적으로 발전시길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국민 부담을 최소화 하며 동시에 국가 경제에 보탬이되는 전력 시스템의 구축을 항상 고민해왔다. 이러한 시스템의 구축은 전원(원전·재생·가스)을 우선하여 선택하기 보다, 국민 부담과 탄소 감축, 그리고 무엇보다 '끊기지 않는 전기'라는 물리적 목표를 동시에 만족하는 조합을 상정하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의 전원 믹스 논의는 '가치'의 논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제약조건'의 문제에 가깝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긴 신규 원전 2기와 SMR 1기를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하자, 환경단체는 공론화·폐기물·입지 갈등을 이유로 강하게 우려를 표했다. 물론 우려는 존중돼야 한다. 다만 정책 당국이 이번 결정을 '이념의 승부'가 아니라 AI 시대 수요 급증과 계통 안정이라는 현실 앞에서 다시 계산하기 시작한 조정으로 읽는 시각도 성급히 배제할 일은 아니다. 바다 건너 미국 동부 지역전력망인 PJM 의 최근 사정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최근 이 지역 전력비상시에 전기를 공급할 자원을 미리 확보하는 용량시장에서 낙찰가가 통상의 30달러 수준에서 상한선인 333.44달러/MW-day까지 올라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더 주목할 대목은 이 높은 가격이 '안심'이 아니라 '경고'와 함께 왔다는 점이다. 시장이 필요하다고 본 예비 물량 목표에 못 미치는 조달 결과가 함께 거론됐고, AI 데이터센터발 수요 증가와 공급 확충 지연이 가격을 계속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이 현상은 하루아침에 생긴 일이 아니다. PJM 용량가격은 2024년 경매에서 전년 대비 '거의 10배' 뛴 뒤, 몇 해 연속 높은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미국의 논의는 점점 단순해졌다. “무엇이든, 제때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으면 된다"는 식의 현실론이 힘을 얻고, 실제로 시장에서 가스·석탄·원자력 등 '가용한 전원'이 대거 반영되는 모습이 나타난다. 최근에는 더 직접적인 처방까지 등장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PJM에 '긴급 조달' 성격의 경매를 압박하고, 데이터센터가 신규 전원 건설을 15년 장기계약으로 뒷받침하는 구상을 공개적으로 제시했다. 지금 논의의 핵심은 “원전이 좋아서"가 아니라,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해질 때에도 전압과 주파수를 안정적으로 붙잡아 줄 '24시간 버팀목'이 시스템 차원에서 절실하다는 인식이다. 미국의 용량요금 급등은, 그 버팀목이 부족해질 때 시장이 어떤 비용을 청구하는지 보여주는 전력시장의 교과서에 가깝다. 재생에너지는 우리가 가야 할 미래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 미래로 가는 동안, 오늘 당장 산업과 일상을 떠받칠 '안정적인 기반'이 부족해지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자체가 사회적 반발과 비용 폭탄에 부딪히기 쉽다. 재생 확대와 전력망 보강, 수요관리, 저장과 유연성 자원 확충이 같이 가야 한다는 말이 빈말이 아닌 이유다. 그리고 그 패키지 안에서 원전과 SMR을 '적'으로만 놓는 프레임은, 적어도 계통 운영의 언어로는 설명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나는 기후부의 결정을 지지한다. 정확히 말하면, 원전 찬반의 진영 논리가 아니라 전력망 붕괴를 막는 실행 가능성의 관점에서, 김성환 장관이 '불편한 현실'을 관리하는 선택지로 원전·SMR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려둔 것을 지지한다. 물론 조건이 뒤따라야 한다. 안전과 폐기물, 입지 갈등, 비용의 투명성, 재생 확대와의 조화, 그리고 전력망 투자라는 숙제를 같이 끌고 가지 못하면 이 선택은 곧바로 정치적 논쟁으로 다시 빨려 들어갈 것이다. 다만 에너지는 정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미국처럼 시장이 333달러/MW-day라는 가격표를 붙이며 “버팀목이 부족하다"고 외치는 순간, 우리도 결국 같은 결론 앞에 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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