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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하락, 단순한 조정 아니다?…“트럼프 관세에 미국 예외주의 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 증시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월가에서는 이번 하락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 증시와 달러화 가치가 동시에 하락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미국만 나홀로 순항하는 '미 예외주의'가 끝났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2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고객들에게 “최근 몇 주 동안 미국 예외주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자 1970년대 이후 가장 빠른 조정 장세가 촉발됐다"며 “역사적으로 미국 주식시장의 조정은 그리 드문 일은 아니지만 달러 약세와 동반한 증시 하락은 드물며 이로 인해 주식이 빠른 속도로 재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올들어 4% 가량 하락한 상황이다. 골드만삭스가 분석한 결과 지난 25년간 S&P500 지수와 달러인덱스가 동시에 하락한 적은 올해를 포함해 총 5차례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증시 추가 폭락의 전조란 해석도 나온다. 실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하기 전부터 달러와 증시가 동시에 하락한 적이 있었는데 2007년 12월부터 2008년 3월까지 달러인덱스와 S&P500 지수는 각각 5.4%, 10.2% 하락했다. 그러나 S&P500 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8년 3월부터 2009년 3월까지 1년 동안 하락세를 이어갔다. 또 2011년 6월부터 7월까지 S&P500 지수와 달러인덱스가 1%씩 잠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 이후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부도 위기, 미국 신용등급 하향 조정 등의 영향으로 S&P500 지수는 같은해 9월까지 10% 넘게 빠졌다. 이런 가운데 월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 예외주의가 끝나 증시와 달러 가치가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의 외환 전략가들은 “이번 상승 사이클의 거시경제적 테마로 작용했던 미국 예외주의가 올들어 힘이 빠지면서 달러가 하락하고 있다"며 “이에 우리는 4년 만에 처음으로 달러에 대해 완전히 약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JP모건은 달러 약세론의 이유로 “불확실한 관세 시행"과 “예상보다 더 빠르고 전면적인 미 경제활동 둔화"를 꼽았다. 헤지펀드 등 글로벌 투기 세력들도 지난해 미국 대선 이후 처음으로 달러가 약세를 보일 것이란 방향에 베팅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 18일까지 일주일 동안 헤지펀드, 자산운용사 등 투기 세력들의 달러 순매도 포지션이 9억32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직전 주까지만 해도 이들은 49억달러로 달러를 순매수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10월 이후 첫 순매도 전환이라고 짚었다. 미국 증시 전망에 대한 비관론도 글로벌 자산운용사들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3530억달러를 운용하는 캘리포니아 교직원 연금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스콧 챈은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어마어마한 양의 행정명령은 시장에 상당한 불확실성을 초래했다"며 “여기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리스크는 전례가 없다"고 우려했다. FT는 또 미국 국채시장에서 자금이 단기채 위주로 유입되고 있다며 이는 미국이 성장을 이어갈 것이란 확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반면 글로벌 자산운용사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에릭 위노그래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은 미국 예외주의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끝났다고 결론짓기에는 아직 이르다"라며 “관세 정책으로 미국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입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성장이 꺾일 것이란 우려는 실제 지표보다 설문조사 등을 통해 촉발됐다며 “우리는 증거를 봐야하는데 이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미국 예외주의에 대한 기대감이 살짝 꺾인 것을 인정했다고 FT는 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4월 2일 표적화된 관세 발표”…한국은 불공정 국가로 언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달 2일 발표할 관세가 전면적인 것보다 '더 표적화된' 형태가 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관세 부과 방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불공정 국가로 직접 언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교역국들의 관세와 비관세 무역장벽을 고려한 상호 관세를 내달 2일 발표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해왔다. 그는 지난 21일 백악관에서 “4월 2일은 해방의 날이 될 것이다. 적이든 우방이든 우리는 전 세계 모든 나라로부터 착취당했다"며 관세로 “수백억 달러"의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측근은 관세 조치로 10년간 수조 달러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안에 정통한 관리들은 “(4월 2일) 발표는 미국의 관세 전선을 확대하는 것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해왔던 전방위적이고 전 세계적인 발표보다는 더 집중적인 형태로 되고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관리들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광범위한 상호 관세를 발표할 예정이지만 일부 국가는 제외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현 시점에서 특정 섹터에 대한 별도의 관세를 이번 발표에 포함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상호 관세에 이어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목재 등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관리들은 “이것들에 대한 관세 계획은 여전히 불분명하고 '해방의 날'에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상호 관세와 관련해 관계자는 “미국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미국이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국가들은 상호 관세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와 펜타닐 공급 문제로 캐나다와 멕시코를 대상으로 하는 관세와 관련해 아직까진 불확실하지만 '해방의 날' 행사에서 일부 철회될 가능성이 있다고 관리들은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적인 관세 효과를 거두길 원하고 있어 발표되는 관세율은 즉각 발효될 예정이라고 다른 관계자는 전했다. 또한 내달 발표 예정인 관세와 관련해 상황은 유동적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하기 전까지 모든 결정은 최종이 아니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한 보좌관은 지난주 관세 프로그램 이행 방법에 대한 내부 “협상"을 거듭 언급했는데 가장 자주 매파적 신호를 내는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원으로서 관세 인상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블룸버그는 보다 선별적인 접근 방식에서 어떤 국가들이 포함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면서 한 관계자는 이 문제를 논의할 때 유럽연합(EU), 멕시코, 일본, 한국, 캐나다, 인도, 중국을 불공정 무역 국가로 지목했다고 전했다. 앞서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18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상호관세율은 국가별로 다를 것이라며 “우리가 약간의 흑자를 보지만 우리와 교역을 별로 하지 않는 큰 그룹의 국가들이 있다. 그리고 우리가 '지저분한 15'(Dirty 15)라고 부르는 국가들이 있는데 이들은 상당한 관세를 (미국에)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폭스 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시장이 모든 국가에 매우 높은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는 기대를 바꿔야 한다"며 “모든 국가가 무역에서 우리를 속이는 것은 아니다. 단지 몇몇 국가들만 그렇기 때문에 그 국가들에만 관세가 부과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트레이드 뒤집혔다”…투기 세력들도 대선 이후 첫 ‘달러 약세’ 베팅

글로벌 거래대금이 하루 7조5000달러에 이르는 외환 시장에서 투기 세력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처음으로 미국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베팅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 18일까지 한 주동안 헤지펀드, 자산운용사 등 투기 세력들의 달러 순매도 포지션이 9억32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직전 주까지만 해도 이들은 49억달러로 달러를 순매수했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순매도로 전환됐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 1월 중순 투기 세력들의 달러 순매수 규모가 340억달러에 육박한 것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주목을 받았던 '트럼프 트레이드'가 크게 식어간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 확대로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들이 세계 기축 통화에 대한 전망을 강화하기보다는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는 최신 징후"라고 지적했다. 달러 가치 또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보였던 상승폭을 모두 반납한 상황이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3.74로 이번 한 주를 마감했는데 이는 지난해 미국 대선이 치러지기 직전 수준이다. 달러인덱스는 이달에만 3% 가량 급락했다. 아문디의 파레시 우파드야야 외환 전략 디렉터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트럼프 트레이드는 뒤집혔다"며 “혼란스럽고 지저분한 관세 시행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이 경제, 인플레이션, 통화정책 등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싼 시장의 인식이 부양에서 수축으로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크레딧 애그리콜의 전략가들은 달러에 대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무역전쟁, 연방공무원 대량 해고, 이민 정책이 미국 경제와 달러에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과소평가했다"고 했다. 제프리스의 브래드 베치텔 글로벌 외환 총괄은 “올해 초 트럼프와 연관된 롱 달러 트레이드는 너무 지나쳤다"고 지적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산업장관, 미 상무장관에 상호관세 관련 “지속적 협의 공감”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정부는 미국 정부의 잇따른 주요 현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22일 산업부에 따르면 방미 중인 안 장관은 미국 워싱턴 D.C.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을 면담하고 이같이 협의했다고 전했다. 안 장관은 “산업부는 미국 정부의 잇따른 주요 현안 및 조치 발표에 따라 확대되는 불확실성을 적극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고위급에서 연이어 방미 중"이라며 “지금과 같이 미국 정부와 지속적으로 신뢰를 쌓아나가면서 미국의 관세 조치가 우리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산업부에 따르면 안 장관은 다음 달 2일로 예고된 상호관세와 관련, 한국에 대한 우호적 대우를 재차 요청했다. 안 장관은 지난달에 이어 이번 면담에서도 상호관세 등 미국 정부의 관세 조치 계획에서 한국에 대한 우호적 대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장관은 미국이 관세 조치를 시행할 경우, 한미 양국의 경제와 산업이 긴밀히 연계돼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양국 장관의 이번 면담은 지난달 27일 첫 회담 이후 3주 만에 다시 열린 것이다. 권대경 기자 kwondk213@ekn.kr

트럼프 “상호관세에 유연성 있을 것”…프랑스 “강력한 한방 꺼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월 2일 시행될 '상호 관세'와 관련, 특정 국가에만 예외를 허용할 수 없지만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CN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사람들은 나아게 와 관세에 대해 이야기하고 많은 이들은 예외를 받을 수 있는지 묻는다"며 “한번 허용하면 모든 국가들에게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자동차 분야 관세를 1개월 유예한 것을 언급하면서 “(관세 결정을) 바꾸지 않지만 유연성은 중요한 단어"라며 “기본적으론 상호주의지만 유연성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의 대미 관세율 및 비관세장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상호 관세를 내달 2일 발표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2일을 “해방의 날"이라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각국의 무역관행이 불공정하거나 한국처럼 부가가치세(VAT)를 채택하는 국가들에게 똑같이 관세로 돌려주겠다는 입장엔 변화가 없지만 미국 경제 등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어느 정도 조정할 여지를 둘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할 계획임을 밝혔다. 미국은 불법이민자와 마약 공급 문제로 모든 중국산 상품에 대해 총 2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중국도 이에 대응하는 보복 조치를 내놨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프랑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 대해 상호 관세를 부과할 경우, EU가 사상 처음으로 미국에게 가장 강력한 보복 조치를 취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소식통은 “프랑스도 통상위협대응조치(Anti-Coercion Instrument·이하 ACI)도 테이블 위에 올려야 한다고 믿는 소수의 EU 회원국 그룹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1기 때 없었던 ACI는 EU와 그 회원국에 대해 제3국이 통상 위협을 가한다고 판단되면 서비스, 외국인 직접 투자, 금융시장, 공공조달, 지식재산권의 무역 관련 측면 등에 제한을 부과할 수 있는 강력한 조치다. 다만 EU의 무역정책을 담당하는 EU 집행위원회는 현재로서는 ACI를 고려하고 있지 않는다고 다른 소식통은 말했다. 또다른 소식통은 미국이 4월 2일 어떤 관세를 부과할지 먼저 지켜본 후 ACI 적용이 가능한지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알루미늄·철강 관세와 다르게 이번엔 상호 관세에 대한 보복 조치가 즉각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U 집행위원회는 내달 1일부터 오토바이, 청바지, 위스키 등 '상징적 미국산' 제품에 최대 50% 추가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 1단계 보복 조처는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철강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시행했다가 현재는 중단된 '재균형 조처'를 재발동한 것이다. EU는 내달 13일부터는 2단계 보복 조처로 공화당의 주력 수출상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 2단계 시행 시 180억 유로(약 28조원) 상당이 영향권에 든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테슬라 겹악재에 다급해진 머스크…직원들에게 ‘주식 보유’ 구애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가 겹악재에 시달리면서 주가가 휘청이자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직원 달래기에 나섰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이날 일정에 없었던 전체 직원 라이브 방송 회의를 열고 직원들에게 주식을 팔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테슬라 관련) 뉴스를 보면 마치 아마겟돈처럼 느껴질 것"이라며 “TV를 볼때마다 테슬라 차량이 불에 타고 있다. 우리 제품을 구매하고 싶지 않겠지만 불태울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때론 폭풍우가 몰아치면서 험난한 날도 있겠지만 미래는 밝고 흥미진진하다는 것을 여러분께 말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머스크의 이같은 발언은 다양한 악재에 직면한 테슬라가 위기에 몰리고 있는 와중에 나왔다. 머스크가 미국 정부효율부(DOGE) 수장에 오른 뒤 정치적 행보를 보이고 연방정부의 대대적 구조조정을 주도하자 테슬라에 대한 미국인들의 반감이 높아졌다. 그 결과 지난달부터 머스크의 정치적인 행보에 반대하는 시위와 테슬라 제품 불매운동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으며 테슬라 차량과 매장, 충전소 등을 겨냥한 방화·총격 등 과격한 공격도 연일 잇따랐다. 기존 테슬라 차주들도 차량을 중고차 시장에 대거 내놓고 있다. 온라인자동차 매매사이트 카즈닷컴 조사에 따르면 이달 중고차 시장에서 테슬라 가격이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테슬라 중고차 검색도 지난 한 달간 16% 줄었다. 최근 1년간 다른 업체들의 중고차 검색이 28%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차주들은 또한 차량을 중고로 파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와중에 테슬라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판매량 감소를 겪은 것도 모자라 다양한 악재에 직면하고 있다. 테슬라 경쟁사인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는 5분 충전으로 400km 달릴 수 있는 배터리 시스템을 최근 공개했다. 여기에 테슬라는 전기 픽업트럭인 '사이버트럭' 4만6096대는 주행 중 분리될 수 있는 외장 패널 수리를 위해 리콜에 들어갔다. 사이버트럭은 테슬라가 생산에 수년간 난항을 겪은 모델로, 2023년 11월부터 주문 고객에게 인도되기 시작했으나 이후 리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아울러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9일 테슬라에 대한 회계 부정 의혹을 제기했다. 2024년 하반기 자본지출 대비 자산평가액이 14억달러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FT는 14억 달러가 사라진 이유를 환율 변동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내부 통제가 약하는 것을 나타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테슬라 상황이 안좋자 월가에서 가장 유명한 강세론자인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도 비판에 나섰다. 테슬라 '광팬'인 그는 우호적인 보고서를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이브스는 “테슬라는 위기를 겪고 있으며 머스크만이 그것을 해결할 수 있다"며 “머스크는 지금 진로를 바꿔야 하고, 테슬라의 미래가 여기에 달렸다"고 주장했다. 테슬라 주가는 이날 전거래일보다 0.17% 내린 236.26달러로 마감했다. 연초 대비 37.71% 하락한 수준이며, 전고점 대비 50% 넘게 폭락한 상황이다. 최근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행정부의 지원사격을 받고 있지만 주가는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백악관에 테슬라 차들을 전시하고 직접 시승·구매하는 등 테슬라 살리기에 나섰고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지난 19일 테슬라 주식을 매수하라고 추천하기도 했다. 여기에 팸 본디 미 법무부 장관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만약 여러분이 테슬라를 대상으로 하는 국내 테러(domestic terrorism)의 흐름에 가담한다면 법무부는 여러분을 감옥에 넣을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라"고 강조했다. 한편, 머스크는 이날 방송에서 인간형 로봇인 옵티머스가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사내용 외에도 사용할 수 있으며, 첫 판매는 테슬라 직원들에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테슬라의 항공산업 진출 여부를 묻는 한 직원의 질문에 “오랫동안 항공기에 대해 생각해 왔다"며 “전기 수직 이착륙기인 eVTOL을 만드는 것에 대해 생각 중"이라고 답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아름답고 깨끗한 석탄”…트럼프 복귀에 美 ‘석탄 르네상스’ 오나

대통령으로 취임하자마자 즉시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석탄산업의 부활을 위해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미국 내 석탄 생산 확대로 에너지 비용을 낮춰 중국 등과의 제조업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인공지능(AI) 확대로 필수가 된 데이터센터의 안정적 가동을 위해서 석탄이 필수 에너지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환경 극단주의자들, 광신도들, 급진주의자들과 깡패들에게 수년간 억압당한 동시에 다른 나라들, 특히 중국은 수백 개의 석탄발전소를 자국에 열어 우리보다 더 많은 경제적 이점을 얻었다"며 “이에 아름답고 깨끗한 석탄으로 에너지를 즉각 생산할 수 있도록 행정부에게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고 적으면서 '석탄 르네상스'의 시작을 알렸다. 구체적인 사항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친화석연료 행보는 어느정도 예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즉시 국게 에너지 비상상태를 선포했다.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이 모든 법적 권한을 동원하여 연방정부 토지에서 진행되는 에너지 공급과 개발행위에 편의를 제공하고 인프라, 에너지, 환경, 자연 자원과 관련된 프로젝트의 준공을 신속히 처리하라는 내용이다. 트럼프 행정부도 이달들어 석탄발전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이달초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AI 수요가 급증하기 전에 더 많은 전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석탄발전소 폐쇄를 막기 위한 시장 기반의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개최된 세계 최대 에너지행사 세라위크에 참석한 버그 버검 백악관 국가에너지위원회 위워장 겸 내무부 장관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함에 따라 우리는 모든 석탄발전소를 가동시켜야 한다"며 “폐쇄된 석탄발전소 또한 재가동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미 환경보호청(EPA)은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조 바이든 행정부에 시행된 31개의 환경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지난 13일 발표했다. 이중 가장 핵심은 온실가스가 공중 보건과 환경에 해롭다는 EPA의 지난 2009년 결정을 재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해당 결정은 미국 정부의 각종 환경 규제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작용돼왔다. 미국 일부 에너지기업들도 이를 의식한듯 석탄발전소 수명을 연장시키거나 이를 고려하고 있어 단기적으로 미국 석탄발전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통신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여기에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은 석탄발전에 여전히 의존하고 있다. 인도와 중국에선 석탄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고 일본의 경우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석탄발전소 폐지 시한을 제시하지 않은 데다 안정적인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 효율성이 낮은 석탄발전소를 신중하게 폐지하는 입장을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석탄 르네상스가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미국 내 석탄발전소의 발전 비중은 20년 넘게 하락세를 이어왔는데 환경규제로 인한 영향도 있지만 가격 경쟁력이 천연가스 등 다른 발전원들에 비해 약해진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미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미국의 석탄발전 비중이 2001년에 50%를 넘었지만 작년엔 15%로 쪼그라들었다. 2030년가지 미국에서 71기의 석탄발전소들이 폐쇄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시장조사업체 클리어뷰 에너지 파트너스의 티모디 폭스 애널리스트는 “발전사들은 행정부에 따라 투자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며 “그들은 10년, 15년, 20년 뒤를 보고 움직인다"고 짚었다. 일각에선 석탄발전을 늘리면 비용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투자리서치업체 캡스톤 LLC의 조시 프라이스 에너지 및 유틸리티 디렉터는 “폐쇄된 발전소를 재가동하려면 수리하는 데 비용이 필요한데 이를 누가 부담할지 불분명하다"며 “업계 또한 인력 부족에 시달릴 것이고 연료를 운반할 수 있는 인프라 또한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독립적인 발전사들은 (석탄을 늘리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고 석유 및 가스 업계에선 천연가스를 지지할 수 있다"며 “유틸리티 업체들은 소비자 영향에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화석연료 정책이 얼마나 이어질지 또한 불확실하다. 이번이 트럼프 대통령의 마지막 임기에다가 다음 정권때 다시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석탄에 대한 이번 행정부의 레토릭은 집권 1기때에 비해 다소 완화됐고 국가적 지지 또한 낮아졌다"고 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엔저로 반사이익 누렸는데…엔화 환율 하락, 일본 경제 암초되나

역대급 엔저로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힘을 입었던 일본 경제가 엔/달러 환율 하락(엔화 강세)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19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는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일본 경제 성장을 이끌었는데 엔화 강세는 이런 흐름을 반전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마스터카드 경제연구소(MEI)에 따르면 외국인들의 일본 관광은 2023년 경제성장률(1.5%)에 절반을 기여했고 지난해 성장률(0.1%)에도 0.4%포인트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평균 성장률이 1.2%에 달했던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일본 관광이 0.1% 기여한 것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이는 역대급 엔저로 일본에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한 영향이다. 실제 지난해 일본을 방문했던 외국인은 3690만명으로 신기록을 기록했다. 외국인들이 일본에서 지출한 금액 또한 증가했다. 지난해 관광 관련 소비액은 8조1000억엔으로 전년 대비 53.4% 급증했고 1인당 평균 지출액 또한 같은 기간 6.8% 오른 22만7000엔으로 집계됐다. 엔화 약세로 쇼핑, 엔터테인먼트, 교통, 숙박 등의 비용이 저렴해지면서 일본 관광에 대한 매력도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엔/달러 환율은 37년 6개월만 최고 수준인 달러당 161엔대까지 치솟기도 했었다. 그러나 일본은행이 긴축에 대한 의지를 보이면서 엔/달러 환율이 하락세로 전환하자 일본 관광이 위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48엔대를 보이고 있는데 올해 연중 최고점인 158.87엔 대비 7% 하락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노무라의 고토 유지로 외환 전략 총괄은 “외국인 관광객이 감소하면 일본 성장률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CNBC에 말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외국인 관광객들이 일본 경제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ING의 강민주 일본 및 한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이와 비슷한 견해를 보였지만 중국인 관광객 수가 아직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않아 일본을 찾는 외국인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엔화 강세로 일본 내수경기가 회복돼 관광객 감소에 따른 영향이 상쇄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MEI의 데이비드 만은 “견고한 노동시장과 임금 상승을 감안할 때 성장 기여도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것"이라며 “관광객이 줄어들어도 내부 소비가 성장을 이끌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 최대 노동조합 조직인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가 봄철 임금 협상인 춘투(春鬪)에서 평균 임금 인상률이 5.46%로 집계됐다는 1차 조사 결과나 최근 공개됐다. 이는 34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고토 총괄 역시 점진적인 엔화 강세는 비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고 일본인들의 실질 임금을 개선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지방 정부들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세율을 높일 수 있는데 이는 일본 재정상황을 지원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은행은 전날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로 동결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경제·물가 전망이 (당국의 바람대로) 실현되면 그에 따라 계속해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추가 인상 의지를 밝혔다. 시장에서는 추가 금리 인상 시기를 6월이나 7월로 보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3개월 이내 찍는다더니…구리 가격, 1만달러 벌써 돌파

경기 가늠자 역할을 하는 구리 가격이 1만 달러선을 돌파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0일 보도했다. 글로벌 공급난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검토 가능성이 가격 상승을 부추긴 영향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선물 가격이 톤당 1만46.5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구리값은 뉴욕선물거래소(COMEX)에서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구리 가격이 3개월 안에 톤당 1만 달러를 찍을 것이란 씨티그룹의 전망이 지난 13일 제기된 바 있다. 씨티그룹의 이같은 전망이 1주일 만에 현실화된 셈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수입산 구리가 미국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가 이달 발효된 만큼, 향후 구리에 대해서도 관세 조치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미국 기업들은 관세가 발동되기 전부터 물량 확보에 나서기 시작했고 그 영향으로 경기침체 우려에도 구리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영향으로 뉴욕과 런던 거래소에서 구리 가격차가 더욱 확대됐는데 이 현상은 트레이더들과 구리 생산 업체들이 구리를 미국으로 보내려는 움직임을 강화시켰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소식통들은 10만톤 이상의 물량이 미국으로 향하고 있고 트라피구라, 글렌코어 등 업체들이 이른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LME에서 구리 가격은 올들어 14% 오른 반면 COMEX에선 올해 구리값 상승률이 27%에 달한다. 중국 최대 광산업체 쯔진마이닝의 위 라이 트레이딩 부총괄은 “미국의 잠재적인 관세로 지역간 가격이 재책정되고 있다"며 “물량이 미국으로 유인되고 있어 나머지 지역에선 공급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등은 미국이 올 연말까지 구리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점도 구리값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구리를 비롯한 원자재는 달러로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달러 약세는 원자재 수요를 부추길 수 있다. 구리 공급이 부족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올해 글로벌 구리 시장에 공급이 18만톤어치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청정에너지 산업 확장에 따른 수요 증가로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란 관측에 구리 가격의 강세 예측은 몇 년 전부터 제기돼왔다"고 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관세 인플레는 일시적”…파월, ‘2021년 오판’ 반복할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9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를 두고 “일시적(transitory)"이라고 주장해 주목받고 있다. 파월 의장은 2021년 당시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미국 물가가 오를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현상을 두고 “일시적"이라고 했다가 뒤늦게 통화긴축에 나섰는데 이번에도 같은 오판을 반복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CNBC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조치 없이 빠르게 사라지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면 때론 이런 인플레이션을 놔두는 게 적절할 수 있다"며 “관세 인플레이션일 경우 이에(일시적)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준이 일시적 기조로 돌아왔냐'는 질문에 “이를 기본 시나리오로 본다"면서도 “우리는 (일시적일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를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공포감이 커졌는데 파월 의장은 금기어로 여겨졌던 '일시적'이란 단어까지 사용하면서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킨 것이다. 이와 관련, JP모건 자산운용의 엘리스 아우젠바우는 “'일시적'이 돌아왔다"며 “시장 반응을 보면, 투자자들은 관세 정책 등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만들지 않고 연준이 통제 가능하다고 믿으려 한다"고 봤다. 다만 일각에선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위원들이 2021년 당시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으로 평가하며 대응을 미루다가 역풍을 맞았던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짚었다. 당시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진단했는데 결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022년 9.1%까지 치솟았고 연준은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연속적으로 밟는 식으로 뒤늦게 대응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해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자신과 같은 견해가 많았다는 뜻으로 “'일시적' 호(號) 선박이 붐볐었다. 대다수 주류 애널리스트들과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승선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렇듯 연준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으로 보고 있는 배경엔 트럼프 집권 1기때의 전례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준은 트럼프 집권 1기 때인 2018년 9월 당시 관세에 대한 대응책으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리거나, 물가 상승을 일시적으로 보고 침체가 발생하면 금리를 인하하는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연준은 결국 후자를 택했고 다음해인 2019년 금리를 세 차례 인하했다. 문제는 현재 경제 환경이 트럼프 집권 1기때와 많이 다르다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과거엔 인플레이션이 너무 낮아 연준이 걱정할 정도였다"며 “트럼프 1기 관세 정책 또한 규모와 대상국이 작아 기대 인플레이션에 큰 영향을 안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전히 연준 목표치(2%)를 웃돌고 있는 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엔 관세 전선을 전 세계 대상으로 확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각국 대미 관세율 및 비관세 장벽을 두루 감안해 책정할 '상호 관세'를 4월 2일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해왔다. 여기에 미국 소비자들은 향후 물가상승률이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미시간대에 따르면 향후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4.9%로 2월 대비 0.6%포인트 올랐다. 이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상승했던 지난 2022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와 관련, 연준 이사회 선임 고문을 역임했던 듀크대학교 엘렌 미드 경제학 교수는 “파월은 관세가 지속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에는 집중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아디차 바브 이코노미스트는 “그들(연준)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얼마나 과소평가하고 있는지 놀랐다"고 했다. 일각에선 파월 의장이 트럼프 행정부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향후 연준 정책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기로 동의했지만, 실패한 '일시적 팀'(team transitory)이 다시 모여 관세보다 더 일시적인 건 없다고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준이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를 반영하지 말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LH메이어의 데렉 탕 이코노미스트는 “파월은 눈치를 보고 있다"며 “ 그는 연준이 백악관의 조준점에 들어가길 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연준의 금리인하를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관세 정책이 경제에 소기의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어 연준은 금리를 내리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라며 “옳은 일을 하라. 4월 2일은 미국의 해방일"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1월에 금리를 동결했을 때도 “제이 파월(연준 의장)과 연준은 자신들이 인플레이션으로 만든 문제를 멈추게 하는 데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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