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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새로운 중앙아시아가 온다

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중앙아시아의 현대 지정학적 구조는 단순한 강대국 경쟁의 장에 머물지 않고 점차 새로운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러시아의 전통적 안보 영향력이 여전히 중요하지만,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려고 다양한 협력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의 진출은 군사력이나 부채 기반 개발이 아니라 '소프트 거버넌스'의 수출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신북방정책'과 'K-실크로드 전략' 등은 단순한 외교적 제스처를 넘어, 도시 및 산업 전환을 위한 기술 협력 파트너십 구축을 의미한다. 한국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단순한 하드웨어 제공자가 아니라, 모델을 제안하며 새로운 발전 경로를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한국의 중앙아시아 전략은 기존의 자원외교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기술 플러스(Technology-Plus)' 프레임워크로 전환되고 있다. 이는 자원 확보와 디지털 인프라를 결합하는 미래 지향적 전략으로, 공적개발원조(ODA)를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2026년 약 24억 6천만 달러 규모의 ODA 예산은 이러한 전략을 뒷받침하는 재정적 기반이다.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와 같은 준정부 기관은 정부 정책과 민간 기업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데, 정부 간 협력(G2G)으로 스마트시티 설계 단계부터 단순한 인프라 건설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에서 한국형 기술 표준을 대상국에 심는다. 카자흐스탄은 이러한 한국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알마티 인근의 알라타우 스마트시티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약 8만 8천 헥타르 규모의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도시 개발이 아니라 '중앙회랑(Middle Corridor)' 물류 네트워크의 핵심 거점으로 설계되었다. 한국은 지능형 교통 시스템(ITS) 구축과 디지털 행정 시스템을 도입하여 카자흐스탄이 내륙국에서 '연결국(land-linked state)'으로 전환하도록 돕고 있다. 이러한 협력은 2026년 고위급 물류 통합 논의로 더욱 깊어졌고, 스마트시티는 유라시아 공급망의 핵심 노드로 발전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협력은 물류 중심의 카자흐스탄과 달리 인간 중심적 도시 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 타슈켄트(New Tashkent)' 프로젝트는 보건의료, 에너지, 도시 인프라를 포괄하는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이며, 한국은 의료 스마트시티 구축과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 도입에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약 50억 달러 규모의 의료 스마트시티 투자와 현대로템의 고속철 사업은 산업과 기술 협력을 동시에 강화하는 사례이다. 녹색 수소와 친환경 난방 시스템 도입은 탈탄소 도시 전환을 촉진하며, 이는 지속가능성과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투르크메니스탄과 키르기스스탄에서는 더욱 특화된 형태의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의 아르카닥 스마트시티는 국제 전시회 수상을 통해 한국 기술의 상징적 성공 사례로 자리 잡았으며, 폐쇄적인 시장에 진입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스마트 빌리지' 모델을 통해서 농촌과 산악 지역에 적합한 기술 적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약 5억 달러 규모의 경제개발협력기금(EDCF)은 이러한 프로젝트를 지원하며, 한국 기술이 대도시뿐만 아니라 지역 단위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중앙아시아를 향한 한국의 이러한 전략에는 여러 도전 과제가 존재한다. 가장 큰 장애물은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와의 경쟁으로, 비교적 저렴한 중국 기술이 이미 해당 지역에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다는 점이다. 또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제도적 미비함도 스마트시티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데이터 관리, 개인정보 보호, 디지털 규제 등 법·제도적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을 경우, 스마트시티는 고립된 기술적 성과에 머무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한국은 단순한 기술 제공을 넘어, 관련 법제도 구축과 인력 양성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접근으로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 올해 9월에는 서울에서 한국과 중앙아시아 국가 정상들이 모여 협력과 미래 전략을 논의하는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핵심 광물 공급망, 에너지,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K-실크로드' 협력 모델을 강화할 계획이다. 따라서 이번 가을은 한국이 새로운 모습의 중앙아시아를 맞이하고, 그들에게 기술·제도·가치가 결합한 한국형 모델에 기반한 미래 협력의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비록 지정학적 경쟁과 제도적 한계가 존재하지만, 최근 한국이 주도하는 디지털 협력 기반은 이미 구축되고 있으며, 이는 중앙아시아가 21세기 글로벌 경제에서 자율적인 위치를 확립하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다. 새로운 중앙아시아가 우리에게 달려오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김봉철

“미국이 굴복”, “내가 이겼다”…서로 승리 주장하는 트럼프·이란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하기로 합의한 것을 두고 서로 승리했다고 주장해 관심이 집중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번 합의는 완전하고 완벽한 승리"라며 “100%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 쟁점인 이란의 농축 우라늄 문제에 대해 “완벽하게 해결될 것이며,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합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처리 방식은 언급하지 않았다. 또 합의 내용과 관련해 “15개 조항으로 구성된 합의안을 준비했고 대부분 합의가 이뤄졌다"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는지 지켜보고 목표 달성 여부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이끄는 데 관여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세계 평화를 위한 중요한 날"이라며 “이란은 이를 원하고 있고 이미 충분히 지쳤다.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자신의 주도로 이란과 휴전이 성사됐음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병목 현상 해소를 지원할 것"이라며 “앞으로 긍정적인 조치들이 이어질 것이고, 큰 경제적 성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란이 재건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각종 물자를 공급하고 상황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현장에서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징수해 재건 비용으로 쓰겠다는 이란의 제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란은 해협 통과 선박에 대한 통행료 부과를 추진해왔다. 이란이 미국에 제시한 종전안에는 이란과 오만이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서 통행료를 징수하고, 이 돈을 재건에 사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이번 조치가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미국에서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중동에도 황금기가 도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하고 즉각적이며 안전하게 개방하는 것을 조건으로 2주 동안 이란에 대한 폭격과 공격을 중단하기로 했다"며 “이는 양측 모두에 적용되는 휴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국가안보회의도 성명을 통해 2주 휴전에 사실상 동의하면서 이번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밝혔다. 이란이 제시한 10개 요구사항을 미국이 전부 수용했다는 주장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제시카 제노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공공정책연구소 학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권에 대한 확전이 단기적으로 체제 붕괴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며칠간 미국이 전쟁에서 빠져나올 출구를 찾으면서도 이를 일종의 승리로 포장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싱크탱크 디펜스 프라이어리티스의 제니퍼 캐버너 군사 분석 책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출구 전략을 선택한 것은 다행이지만, 물러날 것이라면 최악의 방식으로 물러났다"며 “사전에 긴장을 지나치게 끌어올리면서 미국의 신뢰도와 글로벌 영향력에 타격을 줬고, 이는 명백한 전략적 패배"라고 지적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알라도 못 구한다”…욕설·조롱 날린 트럼프, 이란 진짜 때리나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 시한을 또 한차례 연기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표면적으로는 이란 인프라 공격 유예 시한 만료를 앞두고 압박 수위를 대폭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로 보이지만, 새로 제시된 데드라인이 이란 국교인 시아파 이슬람 전통의 '아르바인' 시점과 겹치는 점에서 이번에는 실제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화요일(7일)은 이란에서 '발전소의 날'과 '교량의 날'이 한꺼번에 일어날 것"이라며 “이와 같은 일은 지금까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빌어먹을 (호르무즈) 해협을 열어라, 이 미친 놈들아. 그렇지 않으면 지옥에서 살게 될 것이다, 지켜보라"라고 비속어를 사용한 뒤 뜬금없이 “알라에게 찬양을"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속 게시물에서 구체적인 시한도 제시했다. 그는 “미 동부시간으로 화요일 오후 8시!(한국시간 8일 오전 9시)"라고 적었다. 백악관은 해당 발언이 실제로 미국의 이란 공격 시점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한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처음으로 '48시간' 시한을 제시하면서 이란 발전소 공격을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시한 만료일인 23일 닷새 동안 공격을 중단한다고 발표했고 26일에는 유예 기간을 미 동부시간 기준 4월 6일 오후 8시(한국시간 7일 오전 9시)까지 열흘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심 인프라에 대한 공격 시점을 세 차례 미룬 셈이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압박하기 위해 이란의 핵심 인프라까지 타격 대상으로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발전소의 날', '교량의 날'이라는 표현은 유예 시한 종료 즉시 주요 인프라 시설에 대한 군사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도 이란을 향한 압박과 동시에 협상 가능성을 언급하며 합의를 촉구했다. 그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월요일(6일)에 합의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란의 석유를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ABC뉴스 인터뷰에서는 “이 충돌은 몇 주가 아니라 며칠 내로 끝나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그 나라 전체를 폭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악시오스,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도 협상이 실패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지 않으면 발전소와 교량을 날려버리겠다고 거듭 주장했다. 더힐과의 인터뷰에서는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배제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번 연장은 단순한 시간 벌기가 아닐 수 있다는 분석에도 무게가 실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새 시한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가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지 40일째 되는 날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49재를 지내는 것처럼 이슬람 시아파는 죽은 지 40일째(아르바인) 되는 날에 망자를 추모하는 행사를 연다. 하메네이 사망 이후 이란 정부가 40일간의 공식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한 것도 이러한 시아파 전통과 맞닿아 있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새 시한을 단순한 압박으로만 분석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알라에게 찬양을'이라고 언급한 점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싣는다. 폭격 위협을 늘어놓은 뒤 이 말을 붙여 “네 신도 도와줄 수 없다"는 식의 냉소적 조롱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대로 이란을 실제로 폭격할 수 있다는 주장도 구준히 제기된다. 미 육군 출신 릭 크로퍼드 하원 정보위원장(아칸소·공화)은 폭스뉴스 '선데이 모닝 퓨처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내가 이란이라면 그를 시험하려 들지 않을 것"이라며 “그는 강단이 있고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공화)도 최근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이란이 계속 호르무즈 해협을 막고 외교적 해결을 거부한다면 그(트럼프 대통령)가 압도적인 군사력을 사용할 것임을 나는 확신한다"며 이란을 향해 “이란이 잘못 선택하면 대규모 군사 작전이 기다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WSJ는 미 당국자를 인용해 “핵심 참모들은 최근 비공식적으로 이란의 발전소와 교량을 정당한 군사 목표로 볼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6일 오후 1시(한국시간 7일 오전 2시) 예고한 기자회견에서 어떤 말을 할지가 현재로서는 최대 관심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 개시 이후 보통 중대한 발표를 뉴욕증시 개장 전이나 폐장 후에 했는데 이번 회견은 장중에 잡혔다. 확전 가능성과는 별개로 물밑에서는 휴전 논의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악시오스는 미국과 이란이 중동 중재국들을 통해 최대 45일간의 휴전을 골자로 한 합의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합의는 휴전을 계기로 종전 협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2단계 구조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당 논의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향후 48시간 내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중재국들은 이란 측에 더 이상 시간을 끌 여유가 없고, 남은 48시간이 대규모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 전투기 격추에도 “협상 영향 없다”…트럼프, 발전소 타격 강행할까 [이슈+]

미국의 대(對)이란 군사작전에 투입된 전투기와 공격기가 이란군의 공격으로 잇따라 격추되면서 중동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 2월 28일 개전 이후 처음으로 확인된 미군 전투기 손실 사례로, 교전 강도가 한층 격화되는 동시에 종전 협상 전망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공군의 F-15E 스트라이크 이글 전투기가 이란 남서부 상공에서 격추됐다. 이란 국영 매체들은 해당 전투기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대공 사격에 의해 격추됐다고 주장하며 잔해 사진을 공개했으며, CNN은 이를 미 공군 F-15E 자료 사진과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F-15E에는 2명이 탑승하고 있었으며, 이 가운데 1명은 비상 사출 후 미군 수색·구조 작전을 통해 구조됐다. 미군은 HH-60G 구조헬기와 C-130 급유기를 투입했으며 구조 과정에서 헬기 2대가 추가 공격을 받아 일부 탑승자가 부상을 입었지만 기지로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1명은 현재 실종 상태로, 이란 당국은 현상금을 내걸고 수색을 진행 중이다. 같은 날 미 공군의 A-10 선더볼트Ⅱ(워트호그) 공격기도 호르무즈 해협 인근 게슘 섬 남단에서 격추됐다. 미 당국자들은 단독 탑승한 조종사는 구조됐다고 뉴욕타임스(NYT)에 전했다. 이번 사건은 전쟁이 6주차에 접어든 가운데 처음으로 확인된 미군 전투기 손실 사례로, 미국과 이란 간 종전 가능성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그동안 제공권을 장악했다고 주장해온 미국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전투기 격추와 관련한 보고를 받았다고 미 백악관 측은 밝혔다. 그는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이 이란과의 협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욱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그는 미군을 2~3주 내 철수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추가 군사 행동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상반된 메시지를 내고 있다. 특히 '이란을 석기시대로 되돌리겠다'는 대국민 연설 이후 미군은 수도 테헤란 인근 대형 교량을 공습으로 파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관련 영상을 게시하며 “이란에서 가장 큰 다리가 무너졌고 다시는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며 “더 많은 일이 뒤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예한 이란 에너지 인프라 공격 시한이 오는 6일 종료된다는 점이다. 이란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발전소 등 핵심 시설 타격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이번 주말이 전쟁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전투기 격추 소식 이후 트루스소셜에 의미가 불분명한 짧은 문장을 남겼다. 그는 “석유 가질 사람 있나?(KEEP THE OIL, ANYONE)"라고 적었는데, 전쟁 이후 이란 석유 확보 의지를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계류 중인 유조선의 원유를 동맹국들이 가져가라는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란 역시 쉽게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민간 시설에 대한 공격은 이란 국민을 굴복시키지 못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CNN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개전 이후 1만2000회가 넘는 공습을 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미사일 발사대 약 절반이 여전히 온전한 상태로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수천 기에 달하는 일회용 공격 드론도 여전히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주변 걸프 국가들을 향한 공격도 이어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쿠웨이트 미나 알아흐마디 정유소가 드론 공격을 받아 화재가 발생했으며, 아랍에미리트(UAE)의 합샨 천연가스 시설도 요격 과정에서 발생한 파편으로 가동이 중단됐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이란 드론을 격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여론조사에서 군사작전에 대한 반대와 경제적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종료 이후 에너지 가격이 빠르게 안정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동시에 최근 고용 지표 개선을 자신의 경제 성과로 부각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나의 경제 정책은 강력한 성장 엔진을 만들어냈고 그 어떤 것도 이를 멈출 수 없다"며 “관세가 촉발한 리쇼어링과 투자 확대에 힘입어 공장 건설 일자리가 증가했고, 무역적자는 1년 만에 52%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미 노동부에 따르면 3월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17만8000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5만9000명)를 크게 웃돌았다. 실업률은 4.3%로 집계, 한 달 전 수치이자 전문가 예상치인 4.4%를 밑돌면서 노동시장 둔화 우려가 일부 완화됐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란 떠난다, 호르무즈는 알아서”…트럼프 종전 계획, 믿어도 될까 [이슈+]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뒤흔들었던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2~3주 내 종료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부상하면서 중동 정세와 세계 경제가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의 핵심 원인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문제에 대한 해법은 여전히 불투명해 불확실성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2~3주 내 이란 철수"…종전 시나리오 부상 블룸버그통신·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 행사에서 “우리는 아주 곧 (이란을) 떠날 것"이라며 철수 시점에 대해 “2주 안, 길어도 3주 안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에 대한 공격을 멈춰 전쟁을 중단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대이란 군사작전)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며 목표 달성 시 전쟁을 종료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정권 교체는 내 목표가 아니었다"며 “내 목표는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고 이는 이미 달성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는 상태가 유지된다면 미국은 철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난밤 우리는 이란의 대규모 미사일 생산 시설을 무력화했다"며 “현재 임무를 마무리하는 단계로, 완료까지 약 2주, 길어도 며칠 정도 더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종료를 위해 이란과의 합의가 필수 조건인지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그는 “이란이 합의를 할 필요는 없다"며 “그들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든 나오지 않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그들을 크게 후퇴시켰고, 그들이 입은 피해를 복구하는 데 15~20년이 걸릴 것"이라며 “해군과 공군은 물론 통신망과 대공 방어 시스템도 사실상 무력화됐고 지도부 역시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 호르무즈 해협 변수 외면…부담은 수입국으로 전가 아울러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것과 관련해 “우리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과 같은 국가들이 스스로 해결할 것이다. 우리가 할 이유가 없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포스트와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자동으로 개방될 것이라고 본다"며 “나는 그 나라를 완전히 무력화했다. 해협을 이용하는 나라들이 나서서 열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의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고려해 부담을 동맹국과 수입국에 넘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동시에 이란의 군사력이 약화된 만큼 미국이 개입하지 않더라도 해협 통행이 점차 정상화되고 국제유가 또한 빠르게 떨어질 것이라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언은 전쟁 장기화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전쟁 목표를 재확인하며 조기 출구를 모색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특히 이란과의 종전 합의나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등 핵심 변수들이 미국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상황에서, 이러한 조건들을 배제하고 단기간 내 전쟁을 정리하려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미국은 이란이 핵 개발 포기, 우라늄 농축 중단, 호르무즈 해협 전면 개방 등을 포함한 15개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군사 압박을 강화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한 관계자는 “대통령은 현재 상황이 지속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 경제 압박이 만든 출구 전략…이란만 웃나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쟁을 조기에 마무리해 국제유가를 안정시키고 국내 경제 문제에 집중하려는 정치적 판단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날 발언은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이 2022년 8월 이후 처음으로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 나왔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백악관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라며 “이는 재선을 노리는 공화당 의원들에게도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의식하듯,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장대한 분노' 작전에 따른 단기적 충격을 항상 명확히 인식해 왔다"며 “그러나 장기적인 미국 경제의 방향성은 견고하며, 감세·규제완화·에너지 확대라는 경제 정책을 지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작전 목표가 달성되고 단기 충격이 해소되면 미국 경제는 역사적인 고용·임금·성장을 다시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오후 9시(미 동부시간 기준·한국시간 2일 오전 10시) 예정된 '중대 최신 상황' 대국민 연설에서 이번 군사작전의 성과와 정당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전쟁이 조기에 마무리될 경우 미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구체적인 종전 일정과 방향이 제시될지도 관심이다. 다만 상황이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대로 흘러가지 않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란은 이미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를 추진하며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해협을 둘러싼 병목 현상이 지속되거나 추가 비용이 유가에 반영될 경우, 에너지 시장의 불안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 “시장 상승 흐름 불확실"…트럼프 '말 바꾸기' 우려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회의적인 입장이 우세하다. 포렉스닷컴의 파와드 라자크자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적대 행위 종료를 검토하고 있을 수는 있지만 시장 입장에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핵심 문제인 호르무즈 해협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KCM 트레이드의 팀 워터러 수석 시장 분석가는 “전쟁이 수개월이 아닌 수주 내 종료될 수 있다는 기대는 시장에 긍정적"이라면서도 “유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해협 재개방 전망도 엇갈려 시장이 안정적으로 상승 흐름을 이어갈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말 바꾸기' 행보를 감안했을 때 이번 종전 시나리오가 시장을 달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일정의 현실성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로이터 역시 “종전 방식과 시점을 둘러싼 미국의 메시지가 수시로 바뀌며 때로는 상충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주요 결정을 앞두고 '2주'라는 시한을 반복적으로 제시해 왔지만 이를 넘기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AT 글로벌 마켓의 닉 트위데일 수석 시장 분석가는 “투자자들은 종전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곧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나토 탈퇴 가능성 또 시사…“이란 다음은 쿠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란에 이어 쿠바에 대한 군사 작전을 실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 정상회의' 연설에서 “나토가 우리를 도와주지 않은 것은 엄청난 실수였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매년 수천억 달러를 나토에 지출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큰 돈을 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항상 그들을 위해 곁에 있었을테지만 지금은 그들의 행동에 비춰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의 군함 파견 등 지원을 요청했으나 나토 동맹국들이 이를 거부한 데 따른 불만으로 풀이된다. 나토의 집단 방어를 위해 지출하는 미국의 기여금을 줄이겠다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베네수엘라와 이란에 이어 쿠바에 대해서도 무력행사를 단행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나는 미국의 군사력을 위대하게 만들었다. '이걸 쓸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가끔은 써야 할 때가 있다"며 “다음은 쿠바"라고 말했다. 다만 쿠바에 대해 미국 요구를 수용하라는 강력한 압박일 수도 있다. 현재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쿠바 정부와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은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고, 쿠바 정부가 미측 요구를 공식적으로 거부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란과의 전쟁에 대해 , “우리는 지금 협상 중이며 뭔가 해낼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며 “그들은 협상하고 있으며, 합의에 도달하기를 갈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결과적으로 내가 옳았다. 그들은 협상 중이었고, 이틀 뒤 이(협상 사실)를 시인했으며, 자신들의 잘못된 발언을 만회하려 처음엔 유조선 8척을 보내주겠다고 했다"며 “그리고 그들은 '2척을 추가하겠다고 말했고, 총 10척이 됐다. 그러자 사람들은 우리가 실제 협상 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이란)은 해협을 개방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이란의 해군이나 공군, 방공망 및 통신망이 모두 파괴됐다고 강조했다. 최고지도자를 비롯한 지도부 인사들을 모두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란의 새로운 지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에 대해서 “누구도 그에게서 소식을 듣지 못했기 때문에 죽었거나 상태가 매우 안 좋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란과의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아직 3554개의 표적이 남아 있는데 그것들은 매우 곧 끝날 것이다. 그 후에는 무엇을 할지 결정할 시점이 올 것"이라고 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불확실성만 키워”…트럼프, 이란 공격 ‘추가 연장’에도 회의론 여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발전소 등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 유예 기간을 열흘간 추가로 연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 정부의 요청에 따라 발전소 파괴의 기간을 미 동부시간 기준 4월 6일 오후 8시(한국시간 기준 7일 오전 9시)까지 열흘 중지한다는 것을 알린다"고 적었다. 이어 “가짜 뉴스 미디어와 다른 이들의 주장과 달리 대화는 진행 중이고 잘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표는 지난 23일 발표한 5일간의 공격 유예 시한 만료를 하루 앞두고 나왔다. 이란 측의 요청을 수용해 종전을 모색할 '외교의 공간'을 확보함과 동시에 언급했던 '4~6주'의 전쟁 기간 내 이란에 합의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4월 6일은 개전 6주 차에 해당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내각회의에서 “우리는 임무를 달성하는 데 약 4~6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며 “26일차가 된 시점에서 우리는 예정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말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진에 이란 전쟁을 애초 설정한 기간에 맞춰 끝내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최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란 측이 공격을 7일간 유예를 해달라는 요청에 사흘을 더 추가했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은 여전하다. 이란의 협상 주체는 여전히 불분명한 데다 이스라엘은 공격을 중단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공격의 추가 유예가 이란에 대한 모든 공격의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만큼 지상군 투입을 앞둔 연막 작전일 가능성 여전히 배제할 수 없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IG의 토니 시카모어 애널리스트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관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뒤로 미루는 것"이라며 “이는 시장과 글로벌 경제 전반을 짓누르는 불확실성을 더욱 확대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LPL 파이낸셜의 아담 턴퀴스트도 “이란 전쟁과 이에 따른 유가 급등은 위험 선호 심리를 계속해서 위축시키고 있다"며 “시장의 지속 가능한 회복을 위해서는 평화 협정 체결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향한 의미 있는 진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20% 확률이 현실로”…오판이 키운 장기戰, 충격은 이제 시작 [美·이란 전쟁 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對)이란 군사작전인 '장대한 분노(Epic Fury)'가 시작된 지 한 달.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은 당초 제한적 군사 작전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글로벌 경제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미국의 압도적 화력 공세에도 이란은 비대칭 전력을 활용해 세계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방식으로 버티기에 들어간 상태다. 이에 전쟁 초기 '일시적 충격'에 대한 기대는 무너졌고, 에너지·물류·금융시장 전반에 걸친 파급 효과가 각국 통화정책까지 흔들며 구조적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상과 다르게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쉽게 발을 뺄 수 없게 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이번 협상이 극적인 타협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갈등을 더욱 증폭시키는 계기가 될지는 중동 정세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한달 이내 끝난다"…전문가들의 오판 미국 국방부가 명명한 '장대한 분노'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달 28일 이란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작전을 단행하면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8분짜리 영상에서 “조금 전 미군은 이란 내 중대한 전투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미국 입장에서 최선의 시나리오는 이란이 굴복하고 '항복' 수준으로 미국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전문가들도 군사 충돌이 빠르게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일 “유가 전망에 대한 리스크는 상방으로 치우쳐 있지만, 역사적으로 지정학적 충격이나 일시적 공급 차질로 인해 급등한 유가는 단기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FGE의 페레이둔 페샤라키 회장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이란 정권을 “종이 호랑이"로 비유하며 전쟁이 4주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씨티그룹은 중동 에너지 인프라가 피해를 입어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을 확률이 20%에 불과하다고 전망했다. 개전 직후 이란 지도부가 대거 제거되자 트럼프 대통령도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그는 영국 데일리메일 인터뷰에서 “이란이 큰 나라인 만큼 4주 정도, 아니면 그보다 짧게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란은 주변 걸프국을 무차별 타격하는 이른바 '물귀신 작전'을 펼치며 호르무즈 해협까지 봉쇄에 나서자 상황이 점차 반전되기 시작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버티기를 택했고, 전쟁은 장기전 양상으로 번졌다. 중동 주요 에너지 시설까지 공격 대상이 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도 크게 흔들렸다. 그 결과 국제유가는 전쟁 1주차부터 급격히 치솟았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35.63% 폭등했는데, 이는 집계가 시작된 1983년 이후 최대 주간 상승률이다. 글로벌 벤치마크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20달러 수준까지 도달한 뒤 소폭 진정됐지만 여전히 100달러선 근처에서 움직이고 있다. 가스 시장의 타격은 더욱 심각하다.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시설인 카타르 라스라판 단지가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카타르에너지는 이번 공격으로 LNG 수출 용량의 17%가 손상됐으며, 복구에는 3~5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로이터통신은 카타르가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과의 LNG 장기 공급 계약에 대해 불가항력을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란 전쟁이 당장 끝난다고 가정해도 에너지 시장이 정상화하기까지 4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분석했다. ◇ “이란 정권 붕괴된다"…트럼프·네타냐후의 오판 이번 전쟁이 처음부터 잘못된 정보와 판단에 기반해 시작됐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이 대이란 전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다비드 바르니아 국장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전쟁 초기에 이란 지도부를 제거하고 정권 교체를 유도하면 대규모 봉기가 발생해 전쟁을 신속하게 끝낼 수 있다고 보고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같은 내용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시작 후 첫 연설에서 이란인들에게 폭격으로부터 대피하라고 당부하면서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그러나 전쟁이 발발한 지 한 달이 되어가고 있음에도 이란 내에서 대규모 봉기는 발생하지 않았다. 미국과 이스라엘 모두 이란 정부가 일정 부분 약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건재한 것으로 보고 있다. NYT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대규모 반란을 유도할 수 있다는 판단 자체가 이번 전쟁 전략의 근본적 결함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란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수시로 바뀌는 점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개전 초기에는 핵무기 개발 저지와 미사일 역량 파괴, 정권 붕괴 등이 목표로 제시됐지만, 최근에는 호르무즈 해협 확보가 새로운 우선 목표로 부상했다. 해협 통제권을 확보해 국제유가를 안정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승리를 선언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중동 지역에 미군 병력이 증파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이어갈 경우 이란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는 '48시간 최후통첩'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이란과의 합의는 무조건 항복 외에는 없다"고 주장했지만, 최근에는 적대행위 종식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히는 등 입장을 바꾸고 있다. 여기에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의 군함 파견을 요구하는가 하면 러시아·이란산 원유 수출에 대한 제재를 일부 완화하는 등 예상 밖의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AP통신은 이를 두고 “명확한 출구 없이 전쟁에 돌입한 뒤 해답을 찾으려는 변덕스러운 전략"이라고 꼬집었다. ◇ 확전이냐 협상이냐…전쟁 중대 기로 당장의 관건은 이란 발전소 공격 유예 시한이 만료되는 27일 이후 미국의 선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결과에 따라 군사행동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동시에 사상 미군 정예부대의 투입 준비가 완료되는 등 양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00명 이상의 육군 82공수사단 병력의 중동 투입을 승인했으며, 주일미군 소속 해병대 병력 약 2500명도 27일께 중동에 도착할 예정이다. 미국은 이와 별도로 캘리포니아 주둔 해병원정대와 군함 3척도 추가로 파견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지상군이 이란의 석유 수출 중심지인 하르그섬을 점령하거나, 농축 우라늄 확보 작전을 지원하고, 이란 해안을 장악해 호르무즈 해협 통제력을 약화시키는 시나리오를 거론하고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국방 전략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마이클 오핸론은 “현재로서는 모든 방안의 성공 확률이 50%보다 낮다고 생각하지만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며 “각각의 방안 모두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란은 미국과 협상 가능성을 부인하면서도 완전히 닫아두지 않은 모양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국영 TV와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과 진행 중인 대화는 전혀 없다"면서도 “이란 지도부가 중재국을 통해 미국이 제시한 평화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 한 달째 접어든 美·이란 전쟁…충격은 경제 전반으로 확산 지난달 28일 시작된 전쟁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그 여파는 군사 영역을 넘어 글로벌 경제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전쟁 초기에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충격이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최근에는 물가와 금리, 소비까지 동시에 압박하는 복합 위기로 번지는 양상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수개월에 걸쳐 공급망에 영향을 미쳤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원유, 가스, 알루미늄, 비료, 화학제품 등의 가격이 동시에 급등하면서 제조업, 농업, 물류 등 실물경제 전반에 즉각적인 부담을 주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짚었다. 컨설팅업체 RSM의 삭슨 모즐리 레저 부문 책임자는 “2022년 에너지 위기는 소비자 신뢰가 빠르게 추락하고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현재 상황이 이어질 경우 식품·물류·유틸리티 전반에서 비용 상승 압력이 확대돼 올해 하반기 수요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실물경제 지표에서도 전쟁 충격이 확인되고 있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합산한 3월 종합 PMI는 호주, 일본, 인도, 프랑스, 독일, 유로존, 영국, 미국 등 주요국에서 모두 하락했다. 미국과 유로존 PMI는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고, 호주는 전달 52.4에서 47.0으로 급락하며 경기 수축 국면에 진입했다. 인도의 제조업 PMI도 56.9에서 53.8로 떨어져 202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의 3월 종합 PMI는 51.4로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웃돌면 경기 확장을, 밑돌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반면 물가 지표는 급등했다. 독일의 투입 비용 상승률은 3년여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높아졌고, 영국 제조업 투입 지표는 1992년 이후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미국에서도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투입 비용이 각각 7개월,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들이 비용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면서 판매 가격 상승률도 3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제이미 러시 글로벌 이코노믹스 책임자는 “이란 전쟁 이전에는 세계 경제가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PMI 지표는 유가 상승, 금융 여건 긴축, 심리 위축이 결합되면서 회복세가 꺾일 위험이 커졌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과 물가 상승 압력은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을 높이며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이르면 다음 달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금리 인하 기대가 빠르게 후퇴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수주간 지속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유럽과 영국의 경제성장률은 약 0.5%포인트 하락하고, 인플레이션은 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역시 인플레이션이 전쟁 이전 대비 0.7%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전쟁이 3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유가는 17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으며, 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심화되는 충격이 배가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분석했다. 러시 책임자는 “향후 전망을 좌우할 핵심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기간과 중앙은행의 대응"이라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관세와 다르다”…금융시장 달래기 위한 ‘트럼프 타코’, 진짜 리스크는 [이슈+]

중동 지역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생산적 대화'를 강조하며 종전 가능성을 부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48시간 최후통첩' 시한이 다가오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해지자 데드라인을 미루며 출로를 모색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을 둘러싼 의문이 커지는 가운데 이번 중동 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좌우되기 어려운 만큼, 이른바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꽁무니를 뺀다)'만으로 시장을 움직이기 어렵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 최후통첩에서 유예…트럼프 움직인 채권시장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미국과 이란이 지난 2일 동안 중동지역의 적대 행위를 완전하고 전면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매우 유익하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는 점을 전하게 되어 기쁘다"며 “심층적이고 자세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바탕으로 이란의 발전소와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모든 군사적 공격을 5일간 유예하도록 국방부에 지시했다"고 적었다. 그는 또한 이날 취재진에 거의 모든 쟁점에 대해 합의가 이뤄졌다고 주장했고 “잘 진행되면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종전 기대감을 키웠다. 이는 48시간 이내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지 않으면 이란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는 지난 21일 발언과는 정반대 입장이다. 이 같은 급선회 배경에는 강경 대응이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프 국가들과 미국 동맹국들의 만류가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핵심 인프라가 영구적으로 훼손될 경우 종전 이후에도 이란이 사실상 '망한 국가(failed state)'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5일 유예' 결정이 미국 증시 개장 직전에 발표됐다는 점에서 시장을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발표 직후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급락했고, S&P500 지수는 장중 최대 2.2% 상승하며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 금리도 3.79%까지 0.22%포인트 하락했다. BCA리서치의 마코 파픽 수석전략가는 “향후 7~10일 내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글로벌 경제가 팬데믹 수준의 셧다운에 직면할 수 있다"며 “이번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 역시 실물경제가 벼랑 끝으로 떨어질 위험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RBC 웰스 매니지먼트의 톰 개릿슨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의 결정을 움직인 것은 채권시장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 유가 급등·금리 인상 가능성…'타코'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후퇴 전략은 이미 시장에서 익숙한 시나리오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전쟁 당시에도 강경 조치를 예고했다가 시장 충격이 커지면 이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고, 이 과정에서 '타코'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문제는 이번 중동 전쟁이 관세 전쟁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만으로 방향이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전황은 그의 낙관적 발언과 달리 악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작전 성과를 강조하는 동안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며 글로벌 에너지 공급을 압박하고 있다. 에너지 공급 차질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졌고, 이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 기조로 돌아설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 여파로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채권시장에서만 이달 2조5000억달러가 증발했다. 허틀 콜리건의 브래드 콩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 사태는 관세 정책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만으로 되돌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 반응에 맞춰 움직일 것이라는 기대는 잘못된 믿음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입장 번복·연막 작전…흔들리는 '트럼프 신뢰' 잦은 입장 변화로 시장 신뢰가 훼손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군사작전 축소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21일 '48시간 통첩'을 내놓고, 이틀 뒤 다시 공격 유예를 선언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이어갔다. 미즈호은행의 조던 로체스터 전략가는 “지금 시장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전쟁의 전개가 아니라 백악관의 메시지와 그에 대한 시장 반응을 예측하는 것"이라며 “전쟁 종결이 임박했다는 신호인지, 아니면 또 하나의 '거의 다 됐다'는 식의 낙관 발언에 불과한지 시장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불확실성을 반영하듯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재차 상승세로 돌아섰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전날 배럴당 95.92달러에 마감했던 브렌트유는 24일 장중 다시 100달러선에 근접했다.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의 실체와 실현 가능성을 둘러싼 의문도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르면 이번 주 제이디 밴스 부통령과 스티브 윗코프 특사, 제러드 쿠슈너 등 미국 측 인사들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란 당국자들과 만나 종전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협상이 성사될 경우 지난달 2월 28일 개전 이후 양국 간 첫 대면 접촉이 된다. 이번 만남이 극적인 타협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갈등을 더욱 증폭시키는 계기가 될지 중동 정세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사망한 이후 이란 구심점이 누구인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미국이 누구와 대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영국 가디언은 지적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이란과 협상 중 군사 공격을 감행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일종의 연막 작전을 또다시 구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주일미군 소속 제31 해병원정대를 비롯해 수천명 규모의 미군 병력과 강습상륙함이 중동으로 향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군이 약 3000명의 정예 공수부대를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윌 토드먼 중동 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은 “협상을 통한 해결이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여러 나쁜 선택지 중 가장 나은 대안일 수 있다"면서도 “이란은 미국이 추가 군사 자산을 중동에 배치할 때까지 시간을 벌고 있다고 의심하며 강한 불신 속에서 협상에 임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도와라 → 다 필요없다”…하루 만에 말바꾼 트럼프 속내는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주요 동맹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거부와 관련해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하루 전까지 동맹 참여를 압박했던 것과는 상반된 발언으로,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전쟁 장기화 속에 출구 전략이 불투명해지자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형식적 공조'라도 끌어내려는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거의 모든 나라가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강력하게 동의하고 있고 이란은 어떤 방식으로든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 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들 대부분으로부터 중동 테러 정권인 이란에 대한 우리의 군사 작전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적었다. 이어 “하지만 나는 그들의 이런 행동에 놀라지 않았다. 우리가 매년 수천억 달러를 써가며 이들(나토 회원국)을 보호하고 있음에도 나는 항상 나토를 일방통행으로 여겼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그들을 보호하겠지만 그들은 우리를 위해, 특히 필요한 시점에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對)이란 군사작전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며 중동 동맹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더 이상 위협받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군사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더 이상 나토 회원국의 지원을 필요로 하지도, 원하지도 않는다"며 “우리는 애초에 필요하지도 않았다. 일본, 호주나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러고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인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말하건대 우리는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백악관에서 나토 회원국들을 향해 “매우 어리석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나토에 매우 실망했고, 다른 두어 국가에 대해서도 실망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미국의 '안보 우산'과 에너지 확보 필요성을 거론하며 동맹국들의 군함 파병을 노골적으로 요구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날은 정반대 메시지를 내놓은 셈이다. 그는 전날 “우리는 이 모든 나라들을 방어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에게 감사할 뿐 아니라 우리를 도와야 한다"고 했다. 또 한국, 일본, 중국, 유럽 등을 거론하며 “우리보다 해협에 경제적으로 훨씬 더 의존하는 나라들이 있다"며 “그들이 와서 해협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기를 원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독일을 비롯한 여러 동맹국이 공개적으로 참여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다른 국가들도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자 이에 대한 좌절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도움이 필요 없다'고 선언하면서 파병 요구를 사실상 포기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과 관련해 동맹국 참여를 끌어내려는 노력을 접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동맹국들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한 전략을 바꾼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복수의 유럽 당국자를 인용해 “백악관이 금융 시장 안정을 위해 동맹들에게 호르무즈 해협 안보 협력을 촉구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고위급 성명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뜻을 비공개적으로 전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국자들은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에 이번 주 말까지 공개적인 지지 입장을 표명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백악관은 현 단계에서 구체적인 기여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 전쟁이 3주 차에 접어든 가운데 동맹국들의 단순한 공개 지지 표명만으로도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고 향후 협력의 틀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당국자들은 백악관이 무엇보다 시장 반응을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점이 분명하다고 전했다. 이런 의도를 반영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시사했던 보복 가능성도 일축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나토 동맹들이 거부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보복할 것이냐는 질문에 “현재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없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탈퇴 가능성을 언급해왔지만 이날은 이를 거론하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그는 최근 “지원받든 받지 않든, 우리는 (참여 여부를) 기억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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