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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면 감점, 200초 내 격추”…한국항공대 총장배 ‘AI 파일럿 탑건 챌린지’, 가상 창공서 격돌

사람 대신 인공 지능(AI)이 F-16 전투기 조종간을 잡고 가상의 창공에서 숨 막히는 공중전을 벌인다. 미국 등 군사 강국들이 비밀리에 연구하던 'AI 파일럿' 기술을 국내 민간 대학생들의 집단 지성으로 풀어내는 혁신적인 무대가 열린다. 한국항공대학교는 오는 17일 교내 대강당에서 '제1회 한국항공대학교 총장배 2026 AI 파일럿 탑건 챌린지' 본선을 개최하고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 경기를 생중계한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대회는 미래 공중전의 판도를 바꿀 무인 전투기 AI 기술을 민간의 창의성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기획됐다. 전국 80여 개 대학에서 290개 팀(873명)이 출사표를 던질 만큼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 8월 치열한 예선을 거쳐 살아남은 최정예 16개 팀만이 이날 본선 무대에 올라 1대 1 도그 파이트(근접 공중전) 방식으로 최강의 'AI 탑건'을 가린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AI의 '실전 지능'을 평가하기 위해 도입된 정교한 교전 규칙이다. 각 팀의 AI는 동일한 가상 F-16 환경에서 200초 동안 맞붙는다. 시간을 끌며 도망만 치는 '버티기형 꼼수'를 차단하기 위해 일방적 회피에는 페널티를 적용한다. 또한 명중으로 인정되는 사격 범위(포위선)는 초반 100초 좁은 각도(2도)에서 시작해 후반부 50초에는 넓은 각도(6도)로 3단계에 걸쳐 확장된다. 초반의 탐색전부터 에너지 관리, 후반 결전까지 국면별로 전술을 유연하게 바꾸는 AI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이처럼 고도화된 AI 공중전 대회가 민간에 전면 개방된 것은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이다. 과거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유사한 '알파 도그 파이트' 대회를 개최한 바 있지만 군사 보안을 이유로 소수 방산기업에만 참가를 제한했었다. 대회를 기획한 방위사업청 소속 임상민 한국항공대 겸임 교수는 “AI 파일럿 기술은 민간의 창의적 시행착오와 검증을 거쳐야 단기간에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이번 대회의 200초 공중전은 미래 우리 영공을 지킬 피지컬 AI 파일럿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DARPA는 가상 대회 우승 알고리즘을 유인 전투기 X-62A에 탑재해 실전 기동 시험으로 발전시킨 바 있다. 한국항공대는 이번 대회를 향후 △2대2 편대 전술 △시계외 교전(BVR) △전자전(EW) 환경까지 반영해 군과 연구 기관을 위한 '국방 소프트웨어 테스트베드'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본선 우승(대상) 팀에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과 상금 1000만 원(총 상금 2500만 원 규모)이 수여된다. 당일 현장에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한화시스템·대한항공 등 주요 방산·항공 기업들의 채용 상담 부스도 함께 운영돼 융합형 AI 인재 발굴의 장이 될 전망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김윤정 인턴기자

[현장] 보조금 쏟아지는 유럽 에너지·방산…진입 전략은 ‘현지화’

지정학적 안보 환경의 급변과 탄소 중립 정책의 가속화에 따라 유럽 역내 방위산업·신재생 에너지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관련 기술·제조 역량을 보유한 한국 기업의 시장 진입 기회가 예년에 비해 증가하고 있으나 유럽 역내의 복잡한 법적 규제와 자국 산업 보호 기조가 실질적인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 15일 법무법인 율촌은 유럽 주요 5개국 대형 로펌과 공동으로 '한국 기업을 위한 유럽 에너지 & 방위산업 전략적 기회' 세미나를 열고 현지 법률 동향과 실무적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유종권 율촌 변호사의 사회로 진행된 본 행사에는 이탈리아 GOP·네덜란드 AKD·폴란드 DZP·스페인 PLL·독일 글라이스 루츠 소속 실무 파트너 변호사들이 발제자로 참석해 각국의 법적 규제 현황과 진출 로드맵을 공유했다. ◇ 송전망 확보 리스크·소수 지분권자 법적 보호 한계 제1부 에너지 세션에서는 각국의 신재생 에너지 지원 제도 현황과 더불어 외부 자본 진입 시 수반되는 물리적 인프라 및 회사법적 쟁점이 다뤄졌다. GOP는 이탈리아 정부의 에너지 인프라 지원 제도를 설명했다. 이탈리아는 37.15GW 규모의 대형 태양광·풍력 발전을 지원하는 'FER-X' 기금을 운용 중이고 에너지 저장 장치(ESS) 운영 사업자에게 15년 단위의 장기 차액 정산 계약(CfD)을 보장하는 'MACSE' 제도를 신설해 초기 투자 수익의 예측성을 제고했다. 또한 과거 탈원전 정책을 고수했던 이탈리아가 최근 전력 생산 비용 급등·2050년 탈탄소 목표 달성을 위해 소형 모듈 원전(SMR)을 중심으로 한 8GW 규모의 원자력 발전 재도입을 국가 계획에 명문으로 반영한 점이 조명됐다. PLL 로펌의 파블로 혼토리아 변호사 역시 스페인 정부가 '넥스트 제너레이션 EU' 기금을 활용해 재생에너지 장비 제조 설비에 15억 유로 규모의 보조금을 배정하고 있음을 부연했다. 그러나 현지 법률 전문가들은 정책적 인센티브 이면에 존재하는 물리적 인프라의 한계를 위협 요인으로 지적했다. AKD의 에르빈 라데마커스 파트너 변호사는 '전력망 혼잡' 현상을 프로젝트의 재무적 타당성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요소로 평가했다. 발전 시설이 완공되더라도 기존 송전망 용량 부족으로 계통 연결이 지연될 경우 전력 판매를 통한 현금 창출이 불가능해진다. 이는 상업 은행·기금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심사 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금융 조달 적격성' 상실로 직결된다. 라데마커스 변호사는 법률 실사 단계에서 관할 전력망 운영 기관의 고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접속 대기 순번과 인허가 예상 시점을 교차 검증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재무적 투자자(FI)로서 현지 합작 법인의 소수 지분(통상 10~20%)을 취득하는 방식으로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한국 기업에 대한 회사법적 쟁점도 논의됐다. 인프라 프로젝트는 통상 25년 이상 지속되는 장기 사업이어서 투자 실행 전 주주 간 계약서(SHA) 상에 △핵심 자산 처분 등에 대한 이사회 거부권 △추가 자금 조달 시 지분 희석 방지 조항 △동반 매각 참여권·풋 옵션 등의 방어적 권리를 명시적으로 규정해 법적 구속력을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에너지 인프라는 국가 핵심 안보 시설로 분류돼 취득 지분율이 10~25% 수준에 불과하더라도 각국의 외국인 직접 투자(FDI) 심사 대상에 예외 없이 포함된다는 점이 강조됐다. 심사 기간 중에는 거래 종결이 법적으로 유예되므로 전체 투자 일정 수립 시 이를 반영해야 한다. ◇ '브라운필드' 투자로 규제 우회 전략 제2부 방위산업 세션에서는 지정학적 위기를 기점으로 국방 예산을 급격히 증액하고 있는 폴란드와 독일 시장의 조달 시스템 특수성과 우회 진입 전략이 논의됐다. 방위산업 시장은 무기 체계 생산 허가·이중 용도 품목의 수출입 통제 및 기밀 유지 등 엄격한 다중 규제가 적용되는 산업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 총생산(GDP) 대비 5% 규모의 대규모 방위비를 지출하고 있는 폴란드의 특수성과 관련, DZP 로펌의 토마슈 다브로스키 방산팀장은 조달 절차의 예외적 구조를 설명했다. 국가 안보상 긴급한 전력화가 요구되는 주요 무기 체계 사업의 경우 폴란드 정부는 'EU 기능조약 제346조(안보를 위한 공공조달 예외 조항)'를 원용해 일반적인 입찰 절차를 생략하고 정부 간(G2G) 신속한 수의 계약 형태로 조달을 진행하는 기조가 관찰된다. 다브로스키 팀장은 폴란드 조달 시장 내 안정적인 공급망 진입을 위해 산하 50여 개 계열사를 보유한 국영 방산 지주사 'PGZ 그룹'과 전자전 분야 등에 특화된 주요 민간 업체인 'WB 그룹'과의 하도급·파트너십 구축이 실무적 전제 조건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대규모 자본 소요 특성을 고려해 폴란드 당국은 계약 초기 10~30% 규모의 선수금을 지급하는 관행이 확립돼 있고 한국 공적 수출 신용 기관의 금융 보증을 결합한 자금 구조에 익숙하다는 점이 시장 진입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1000억 유로 규모의 특별 국방 기금을 편성한 독일 시장에 대해서는 독일 글라이스 루츠의 안셀름 크리스티안센 파트너 변호사가 실무적인 우회 투자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유럽 내 자체 생산 역량이 증액된 국방 예산을 집행하기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고 독일 군 당국이 납기 역량을 입증한 한국 기업을 북대서양 조약 기구(나토, NATO) 우방국 수준으로 신뢰하고 있다고 전했다. 크리스티안센 변호사는 관련 소재·부품 부문 진출을 모색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브라운필드(Brownfield) 투자'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는 내연 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산업 전환 여파로 폐업 위기에 직면했지만 금속 정밀 주조·단조 기술 등을 보유한 독일 내 자동차 부품 공장을 한국 기업이 인수해 드론·정밀 타격 무기·탄약 부품 등의 방산 제조 시설로 전환하는 전략이다. 이같은 투자는 기존 현지 근로자의 고용을 승계하고 지역 경제 기반을 보전한다는 정치적 명분을 제공해 통상적으로 매우 엄격하게 적용되는 독일 정부의 FDI 안보 심사를 원활하게 우회 통과할 수 있는 실효적 방안으로 평가받았다. ◇ '유럽 퍼스트' 기조 대응…'능동적 현지화' 이날 논의된 주요국 사례들은 유럽 연합 내 '역내 생산 우대(Europe First)' 기조가 제도적·실무적으로 고착화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독일과 같이 명시적인 절충 교역 의무를 입찰 조건에 법제화하지 않은 국가여도 실무 조달 계약 협상 과정에서는 수주 기업에게 기한 내 부품 공급망을 역내로 이전할 것을 요구하는 암묵적인 할당 압력이 광범위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때문에 현지 파트너와의 합작 법인(JV) 설립·기존 현지 기업 인수·합병(M&A)·브라운필드 투자 등을 적극 추진해 물리적·법률적으로 현지 기업과 완벽히 동일한 '유럽 법인'의 지위를 확보하는 고강도 현지화 전략 수립이 필수 불가결할 전망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獨 정부·튀링엔주 첨단기술사절단 방한…韓 항공·우주 공급망 진입 모색

독일의 광학·포토닉스 산업 중심지인 튀링엔(Thüringen)주 소재 첨단 강소기업들이 한국 항공·우주 산업과의 비즈니스 협력을 위해 방한했다. 14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에서는 독일무역투자청(GTAI)과 튀링엔주 경제진흥개발공사(LEG Thüringen) 주관으로 B2B 네트워킹 행사가 열렸다. 이번 행사에는 항공우주·광학·정밀 기계 분야의 독일 혁신 기업 9개사가 참가해 자사의 기술력을 소개하고 국내 기업과의 파트너십 구축을 모색했다. 행사 사회를 맡은 이은이 123팩토리 대표는 “튀링엔은 광학·미세 전자·첨단 소재 분야에서 연구 기반을 갖춘 곳"이라며 한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글로벌 비즈니스 기회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환영사에 나선 펠릭스 카르코프스키 주한독일상공회의소 부대표는 “한국은 반도체와 항공·우주 분야의 글로벌 혁신 허브이고, 튀링엔은 광학·센서 기술에서 세계적인 전문성을 자랑한다"며 양측의 상호 보완적인 강점이 결합될 때 창출될 시너지를 강조했다. 카타리나 비클렌코 GTAI 한국 사무소장은 튀링엔 지역에 약 100개의 광학 관련 기업이 포진해 연간 80억 유로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고, 헤르베르트 슈튁츠 튀링엔주 경제진흥개발공사 투자진흥부장은 튀링엔이 반경 800km 내에 유럽 GDP의 70%가 집중된 지리적 요충지임을 내세웠다. 기업 피칭 세션에서는 항공·우주 분야를 정조준한 독일 기업들의 기술력이 이목을 끌었다. 에어버스 방산·우주 부문의 자회사이자 우주용 광학 기기 전문 기업인 예나 옵트로닉 측은 '항공우주 품질 경영 시스템(DIN EN 9100) 인증을 보유했다. 이 회사는 위성의 자세 제어와 방향 탐지를 돕는 'ASTRO' 별 추적기(Star sensor) 라인업과 국제우주정거장(ISS) 화물선 도킹 등에 사용되는 'RVS' 라이다 제품군을 주력으로 내세웠다. 예나 옵트로닉은 자사 시스템이 아르테미스(Artemis) 달 탐사 임무부터 유인 우주 비행·고해상도 지구 관측·우주 쓰레기 제거 임무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투입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슈테펜 슈바르츠 예나-옵트로닉(Jena-Optronik) 마케팅·세일즈 담당 부사장은 최근 급변하는 우주 산업 트렌드에 맞춰 체질 개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부연했다. 과거 35년간 대형 정지 궤도 위성용 고신뢰성 장비 생산에 주력해 왔으나 약 5년 전부터 저궤도 초소형 군집 위성 시장으로 중심축을 적극적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슈바르츠 부사장은 “과거 12~14개월이 소요되던 납기를 2~4개월, 긴급 시 최단 6주 수준으로 대폭 단축해 주당 15개의 궤도 센서를 생산할 수 있는 고도화된 양산 체제를 갖췄다"며 “이미 1300개 이상의 유닛을 제작해 납품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뛰어난 기술력을 앞세워 한국의 주요 우주 기업들과 심도 있는 기술 협력을 타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초경량 헬리콥터 제조사 edm 에어로텍(aerotec)과 모기업인 드라이링 기계공학(Dreiling Maschinenbau GmbH)도 큰 관심을 모았다. 현장에 임석한 회사 임원은 1982년부터 이어온 드라이링의 맞춤형 특수 기계 제작 역량을 먼저 소개한 뒤 'CoAX 600'을 선보였다. 이는 헬기의 필수 요소로 여겨지던 꼬리 날개(테일 로터)를 없애고 첨단 탄소 섬유 복합재로 제작된 2쌍의 메인 로터가 서로 반대로 회전하는 '동축 반전(Coaxial)' 시스템을 채택한 것이 특징이다. 드라이링 기계공학이 정밀 가공한 로터 마스트가 적용된 이 기체는 160마력의 벨기에산 6기통 UL 파워 UL390iS 엔진을 탑재해 자체 중량 340kg, 최대 이륙 중량 600kg을 구현했고 최고 시속 170km의 비행 성능을 자랑한다. 지난 2017년 전작인 CoAX 2D에 이어 2023년 6월 CoAX 600 모델 역시 독일 항공 당국의 형식 증명(Type Certificate)을 획득하며 우수한 안전성과 기술력을 공식 입증했다. 이어진 현장 인터뷰에서 드라이링 기계공학 관계자는 동축 반전 기술의 압도적인 효율성을 거듭 강조했다. 보통의 헬리콥터는 기체 회전을 막기 위해 꼬리 날개를 구동하는 데 적지 않은 엔진 동력을 분산시켜야 하지만 CoAX 600은 꼬리 날개가 없어 동력을 100% 양력을 발생시키는 데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기존 헬기 대비 동력 효율이 약 30%가량 높고 조종 안정성도 뛰어나다"며 현재 이 2인승 유인 헬기 플랫폼을 무인화해 군용 드론으로 전환하는 R&D 프로젝트를 내부적으로 진행 중이라는 사실도 귀띔했다. 아울러 아시아 시장 진출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이번 방한을 통해 무역·판매를 조력할 상업적 파트너를 발굴하고자 한다는 것이 해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절단을 이끈 GTAI 측은 이번 방한을 통해 양국 기업 간 실질적인 공급망 통합이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GTAI 관계자는 “한국과 독일 기업이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서로의 공급망에 편입될 수 있는 협력 포인트를 찾는 것이 이번 사절단의 핵심 목표"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LIG·로템·KAI, 폴란드 MSPO서 유럽 방산 세일즈

대한민국 방위산업을 이끄는 'K-방산 드림팀'이 폴란드를 교두보 삼아 유럽 시장 평정에 나선다. 한화그룹(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LIG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LIG D&A)·현대로템·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이달 8일부터 11일까지 폴란드 키엘체에서 열리는 제34회 국제 방위산업 전시회 'MSPO 2026'에 참가해 육·해·공과 우주를 아우르는 초연결 방산 솔루션을 대거 선보인다고 7일 밝혔다. 가장 넓은 274㎡ 규모의 통합관을 꾸린 한화는 '다층 방공망'과 '우주 AI'를 전면에 내세웠다. 위협 고도별 요격 시스템은 물론, 1발당 2000원의 비용으로 초소형 드론을 무력화하는 레이저 대공 무기 '천광'을 전시한다. 오는 9일에는 3종 위성 영상을 AI가 실시간 분석하는 첨단 지휘 통제 솔루션을 현지 공개하고 지상에서는 성능 개량형 K-9A2 패키지를 앞세워 폴란드 K-9 3차 실행 계약(EC3) 수주에 박차를 가한다. '유도 무기 명가' LIG D&A는 폴란드 군의 핵심 과제인 '다층 방공망' 및 '한국형 정밀 유도 폭탄(KGGB)' 사업을 정조준했다. 천궁-Ⅱ와 L-SAM 등 촘촘한 방공 솔루션을 제시하는 한편, 독일의 방산 거인 '라인메탈' 부스에 양사가 합작한 단거리 방공 미사일 발사대 목업을 공동 전시하며 유럽 진출을 위한 투트랙 마케팅을 전개한다. 현대로템은 이번 전시에서 폴란드 맞춤형으로 진화한 주력 K-2 전차(흑표)를 비롯해 차세대 지상 기동 플랫폼의 라인업을 선보이며 K-방산의 압도적인 지상전 지배력을 각인시킬 예정이다. 미래 항공 전력을 선도하는 KAI는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을 중심으로 다목적 무인기가 연동되는 '차세대 공중 전투 체계(NACS)' 개념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아울러 유럽 시장에서 호평받고 있는 FA-50과 회전익 항공기(MAH·LAH) 등에 유·무인 복합체계(MUM-T)를 접목한 성능 확장성을 강조하며 이번 전시를 기점으로 유럽 항공우주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KAI 지분 인수 승인…한화 “우주 생태계 협력” vs 노조 “수직 계열화 저지”

공정거래위원회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취득 승인을 두고 한화그룹과 KAI 노동조합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한화그룹 측이 '한국판 스페이스X' 구상을 위한 지속적인 협력과 생태계 조성을 강조하고 나선 반면, KAI 노조는 방산 독과점과 항공 생태계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공정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한화 계열사 3곳이 KAI 주식 총 15.89%를 취득한 건에 대해 일반 심사 없이 승인을 결정했다. 현재 KAI의 최대 주주는 지분 26.41%를 보유한 한국수출입은행이고 정부 측 지분율이 35%를 넘어 공정위는 현시점에서 한화가 실질적 경영 지배력을 확보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공정위 승인 직후 한화그룹은 공식 입장을 내고 지분 인수의 배경과 향후 계획을 밝혔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그간 K-방산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우주항공산업 생태계 조성 등을 위해 KAI와 협력 방안을 강구하면서 KAI 지분을 인수해왔다"며 “최근에는 인수한 KAI 지분이 15%를 넘겨 공정위에 기업 결합 심사를 신청했고 승인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화그룹은 K-방산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대한민국 우주항공산업 발전, 지역 경제 활성화에 적극 기여하기 위해 앞으로도 변함없이 KAI와 지속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해 나갈 예정"이라며 “공정위의 신속한 심사·승인에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한화그룹이 자사의 발사체·위성·엔진 역량에 KAI의 체계 종합 역량을 결합해 2040년까지 55조 원을 투자하는 '한국판 스페이스X' 구상에 본격적인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KAI 노조는 한화그룹의 인수 명분인 '방산 대형화·수직 계열화'를 강하게 비판하며 결사 저지에 나섰다. 노조는 지난 2일 공정위 앞 집회에 이어 7일 '방산 대형화의 함정'이라는 7쪽 분량의 심층 입장문을 내고 한화그룹 측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노조는 대형화가 무조건적인 경쟁력 강화를 담보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거대 방산 기업 BAE 시스템즈 사례를 거론하며 “대형화 과정에서 수많은 독자 완제기 제조사들이 통폐합되며 기술이 단절됐고 결국 독자 완제기 개발 능력이 퇴화했다"고 지적했다. 재무적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민간 그룹에 편입될 경우 마진율이 낮은 완제기 개발 부문이 유도무기 등 고마진 사업에 밀려 대한민국 유일의 독자 전투기 개발 맥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다. 한화그룹이 시너지로 내세우는 '패키지(수직 계열화) 수출'에 대해서도 억지 논리라고 일축했다. 노조는 “전 세계 어떤 항공기 제조사도 전투기와 엔진을 수직 계열화하지 않으며, 독립적인 위치에서 최적의 장비를 선택해야 기체 경쟁력이 유지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실전 검증까지 15년 이상 소요되는 초창기 국산 엔진을 패키지로 강요할 경우 오히려 완제기 수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미 해군 훈련기(UJTS) 입찰 포기 역시 미국의 까다로운 자국산 우선 조달 규정(Buy American) 탓일 뿐, 한화그룹의 인수 여부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한화그룹의 '단기 실적주의'와 방산 독과점에 따른 부작용도 쟁점화했다. 노조는 한화그룹이 도심 항공 교통(UAM) 파트너사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단기 수익성 악화로 5년여 만에 손실 처리한 사례를 짚으며 “수십 년의 장기 투자가 필요한 항공우주산업에 치명적 위험 요소"라고 날을 세웠다. 아울러 “한화그룹이 KAI까지 품어 주요 방산 매출의 70%를 싹쓸이하면 국가 안보가 '단일 실패점' 위험에 노출된다"며 “수직 계열화 명목 아래 한화 계열사 부품 채택을 우선시하는 내부 거래가 고착화되면 지난 30년간 KAI와 동반 성장해 온 중소 방산 부품사들이 설 자리를 잃고 국내 항공 생태계 전체가 붕괴할 것"이라고 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안전에만 45억 썼다…130억 불꽃으로 쏘아 올린 한화 김승연의 ‘함께 멀리’ 철학

1년 중 단 하루의 축제를 위해 130억 원을 쾌척하고 이 중 45억 원을 '안전'에 쏟아부었다. 한화그룹의 대표적 사회공헌 활동인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첨단 IT 기술을 접목해 환경·사회·지배 구조(ESG) 경영의 표본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한화는 전날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 '서울세계불꽃축제 2026'를 개최했고, 약 100만 명의 관람객이 운집한 가운데 행사가 무사고로 종료됐다고 밝혔다. 2000년 첫 회부터 20년 넘게 이어져 온 이 행사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뚝심이 짙게 배어있다. 김승연 회장은 올해 축제를 앞두고 “한화가 하늘 위로 불꽃을 쏘아 올리는 이유는 하늘을 보는 모든 사람이 함께 누릴 수 있는 행복이기에 그 행복을 전하고 싶어서"라고 강조했다. 또 김 회장은 시민들이 더욱 즐겁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축제 운영을 특별히 당부했다. 이러한 나눔의 철학에 따라 ㈜한화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국가를 위해 헌신한 유공자와 보훈 가족 300여 명을 현장에 특별 초청해 예우를 다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안전에 대한 과감한 투자다. ㈜한화는 올해 질서 유지·안전 관리 비용으로 전년 대비 17% 증액된 45억 원을 배정하고, 역대 최대 규모인 5000여 명의 인력을 촘촘히 배치했다. 스마트앱 '오렌지세이프티'와 5G 통신망 기반의 실시간 CCTV 모니터링 등 첨단 '스마트 안전망'은 100만 인파 속에서도 사고 없는 축제를 만드는 핵심 역할을 했다. 현장을 찾지 못한 시민들을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한화TV 생중계는 누적 조회수 268만 회, 최고 동시접속자 26만 명을 기록하며 전 국민이 함께 즐기는 축제임을 증명했다. 불꽃쇼가 끝난 뒤에는 한화 임직원 1200여 명으로 구성된 봉사단이 심야까지 한강공원 일대의 쓰레기를 줍는 '클린 캠페인'을 전개하며 기업 시민으로서의 책임을 다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박규빈의 재무 아나토미] ‘115조 수주·자산 58조’…한화에어로 ‘초고속 성장’의 명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창사 이래 최대의 '외형 퀀텀 점프'를 시현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차입금 폭증·중대 재해 발생과 주가 급등에 따른 보상 부채 등 각종 묵직한 '청구서'들이 날아들고 있다. 회사는 외형 확장에 따른 재무·비재무적 성장통을 겪고 있고, 이를 돌파하고자 부실 자산 상각·대규모 안전 설비 투자·사업 구조 재편 등 고강도 체질 개선을 이뤄내고 있다. ◇ 착시 섞인 '2조 원대 영업이익'과 과감한 손절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DART)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상반기 2조44억 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이는 당반기 매출 원가에서 4044억 원의 '재고 자산 평가 손실 환입'이 발생해 비용을 대폭 차감시킨 것에 기인하는 만큼 본원적 영업 활동의 결과가 아니다. 과거 충당금이 대거 환입되며 회계적 착시 효과가 영업이익 상승에 기여했다. 반면 손실은 과감히 털어냈다. 미국의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기업인 오버에어에 투자했던 컨버터블노트 등 특수 관계자 채권이 상환 불능 상태에 빠지자 상반기에 1034억 원 전액을 우발 손실로 설정하며 해당 사업에서 사실상 철수했다. 해외 투자 법인인 한화퓨처프루프의 초기 실적 악화로 1046억 원의 지분법 손실도 반영됐다. 수익성이 불투명한 민수 미래 사업은 빠르게 '손절'하고, 미국 제너럴 아토믹스와 군사용 무인기(UAS)·자폭 드론을 2027년 초도 비행 목표로 공동 개발하는 한편, 올해 인증을 목표로 선박용 수소 연료 전지 상용화에 자본을 집중하는 등 본업 위주의 '피보팅' 전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 한화오션 편입의 나비 효과…'15조4448억 원 빚'과 '파생 리스크' 한화오션 편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재무 규모를 대폭 키웠다. 올해 상반기 기준 연결 자산은 58조 7420억 원에 달하고 반기 매출 15조438억 원 중 해양사업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63.9%(9조6142억 원)로 뛰어올라 기존 주력인 방산(29.6%)과 항공(9.7%)을 압도했다. 하지만 몸집이 커진 만큼 빚의 무게도 가중됐다. 글로벌 M&A와 시설 투자가 맞물리며 2025년 말 12조3000억 원이던 사채 포함 차입금은 반년 만에 15조4448억 원으로 3조 원 넘게 늘었다. 외화 부채가 늘어나며 맺은 환율·이자율 헷지용 파생 상품 계약에서는 당반기에만 3577억 원의 파생 상품 평가 손실과 690억 원의 거래 손실이 발생해 순이익을 압박했다. 한화오션 편입 과정에서 발생한 '자본 착시'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과거 대우조선해양이 한국수출입은행을 대상으로 발행했던 만기 30년의 전환 사채(CB) 등 2조3328억 원이 신종 자본 증권(영구채) 형태로 자본에 편입돼 있다.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돼 표면적 부채 비율은 낮춰주지만 실질은 미지급 시 15%의 연체 이자가 붙고 일정 기간 후 금리가 오르는 스텝 업 조건이 달린 상환 압박형 부채다. 여기에 지난 4월 종속 회사인 한화시스템이 보유 중이던 한화오션 주식 1328만 주(지분율 4.34%)를 제3자에 1조7000억 원에 매각하며 맺은 주가 수익 스왑(PRS) 계약 역시 중대 변수다. 정산 기준가인 12만8000원 대비 주가 하락 시 차액을 회사가 현금으로 물어줘야 하는 구조로, 반기 말 기준 1284억 원의 파생 상품 부채가 계상돼 있다. 한화오션 주가 변동 리스크를 계열사들이 떠안고 있는 형국이다. ◇ 주가 급등의 역설…눈덩이처럼 불어난 '2788억 RSU 부채' 가장 아이러니한 성장통은 주가 급등에서 비롯됐다. 경영진과 핵심 인재의 장기 성과 유도를 위해 단기 현금 성과급을 축소하고 양도 제한 조건부 주식(RSU) 제도를 일반 직원까지 대폭 확대(2025년 569명, 2026년 상반기 277명 부여)했는데 방산 잭팟으로 올해 상반기 주가가 148만8000원까지 치솟았다. 그 결과 향후 지급 시점의 주가에 연동해 현금으로 정산해야 하는 '현금 결제형 RSU'의 내재 가치가 주가와 함께 폭등했다. 반기 말 재무 상태표에 쌓인 RSU 부채만 2788억 원으로 불어났고 상반기에 인식된 주식 기준 보상 비용만 521억 원에 달한다. 기업 가치가 오를수록 회계상 비용과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주가 급등의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 115조 수주 방어를 위한 '공급망 수혈'과 '연대보증 체인' 폴란드·루마니아·호주 등 대규모 수출에 힘입어 총 수주 잔고는 114조9182억 원에 육박한다. 제품 인도 전 고객으로부터 미리 수취한 대금이 재무 상태표상 초과 청구 공사·선수금 등 '계약 부채'로 15조372억 원이 잡혀 있다. 이는 향후 매출로 전환될 '착한 부채'지만 당장의 표면적 부채 비율을 190.27%까지 밀어 올리는 주원인으로 작용한다. 관건은 이 물량을 납기 내에 소화할 수 있느냐다. 회사는 중소 협력사들의 연쇄 부실을 막고 납기 지연 리스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1716억 원의 예탁금을 기반으로 한 상생 펀드 등 총 1501억 원을 공급망 방어에 직접 수혈하고 있다. 글로벌 확장을 위한 계열사 간 재무적 결속도 강해졌다. 미국 투자 지주사인 한화퓨처프루츠 등의 4억 달러 외화 조달을 위해 그룹 핵심 4개 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 50%, 한화오션 18.75%, 한화시스템 18.75%, 한화솔루션 12.5%)가 지분율대로 연대 보증을 섰다. 단일 해외 법인의 위기가 그룹 전체로 전이될 수 있는 재무 연결 고리가 형성된 것이다. ◇ 생산 폭증의 그늘…5명 사망 중대 재해와 '5000억 ESH 예산', 탄소 청구서 물량 폭주는 필연적으로 현장의 한계를 시험한다. 지난 6월 1일, 대전 사업장 56동 세척공실에서 발생한 화재·폭발 사고로 근로자 5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하는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고용노동부의 작업 중지 명령이 내려졌고, 회사는 당반기 말 예상 조업 차질 손실 등을 우발 손실 충당 부채로 즉각 선반영했다. 한화오션 역시 과거 구 대우조선해양 시절 분식회계 주주 손해배상 소송 패소에 대비해 476억 원의 우발 손실 충당 부채를 잡아둔 상태다. 비재무적 리스크가 재무 손실로 이어진다는 것을 절감한 회사는 미리 손을 써뒀다. 올해 환경·안전·보건 총 예산을 4985억 원으로 책정해 전년 2838억 원 대비 대폭 증액했다. 특히 고위험 공정의 무인화·자동화 등 설비 투자에만 4208억 원을 쏟아붓는다. 인명 피해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불가피한 대규모 고정비 지출이다. 환경 리스크도 숫자로 환산돼 재무를 압박하고 있다. 회사가 발간한 2026 ESG 보고서에 따르면 공장 가동률 급증으로 총 온실 가스 배출량이 2023년 10만2000톤에서 2025년 12만1000톤으로 지속 상승 중이다. 배출권 거래제 등으로 향후 최대 404억 원의 재무 타격이 예상되자 회사는 톤당 1만5000원의 '내부 탄소 가격제'를 도입했다. 모든 신규 투자는 예상 탄소 배출량을 현금 비용으로 환산해 투자 수익률(ROI)에 반영해야 한다. 이는 곧 ESG가 재무적 의사 결정의 한 요인으로 작동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답 정해 놓고 왜 하냐”…‘고성·욕설’ 오간 국군사관학교 공청회

육·해·공군사관학교를 하나로 묶는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가 고성과 욕설, 거친 항의로 아수라장이 됐다. 국방부는 학령인구 감소와 미래전 변화, 합동성 부족을 들어 대전 자운대 통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지만 반대 측은 “이미 답을 정해놓은 것 아니냐"며 거세게 반발했다. 26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공청회는 개회 직후부터 정상적인 진행이 어려웠다. 일부 참석자가 마이크 없이 소리를 지르며 순서를 가로막았고, 박판준 육사 총동창회장이 예정에 없던 인사말을 이어가는 동안 객석에서는 “내려와"와 “계속 발언하라"는 상반된 고성이 동시에 터졌다. 사회자가 질서를 요청하자 “입 다물어"라는 막말도 나왔다. 김홍철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의 발표 중에도 “헛소리하지 마", “내려와" 등의 야유가 이어졌다. 찬성 측 패널인 최영진 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교수가 발언할 때는 개인과 소속 대학을 겨냥한 공격까지 쏟아졌다. 사회자는 “마이크 없이 소리를 지르면 공청회를 진행할 수 없다", “고성과 욕설을 삼가 달라"고 거듭 호소했지만 정책 설명과 패널 토론은 수차례 끊겼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불참과 비교 자료 미공개에 대한 불만까지 겹치면서 공청회장은 찬반 논리보다 감정적인 충돌이 앞서는 모습이었다. 김 실장은 전장이 우주와 사이버·전자기 영역으로 확장되고 AI·드론·무인체계가 전쟁 양상을 바꾸는 만큼 장교 양성 체계도 재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방부 구상은 생도들이 1·2학년 때 공통 교육을 받고 3학년부터 육·해·공군별 전문교육을 받도록 하는 방식이다. 그는 대전 자운대 입지에 대해서는 KAIST와 국방과학연구소(ADD),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과학기술 기관과 연계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인근 90여개 연구 기관과 약 1만9000명의 박사급 인력을 활용해 미래전 교육의 기반을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찬성 측은 현행 사관학교 교육의 경쟁력이 이미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영진 교수는 2024년 한국국방연구원(KIDA) 조사에서 사관학교 교육에 대한 생도들의 긍정 평가가 25.2%, 부정 평가가 32.2%였다고 밝혔다. 다만 최 교수가 제안했던 방안은 1·2학년 통합교육 뒤 3·4학년은 각 군 사관학교에서 교육하는 '2+2 네트워크형'으로, 국방부의 자운대 4년 통합안과는 차이가 있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센터장은 각 군의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가 합동 작전에 마찰 요인이 될 수 있다며 통합 교육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특정 사관학교를 겨냥한 징벌적 통합이 돼서는 안 되며 군별 학부와 전통, 생도·교수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반대 측은 국방부가 문제를 나열한 뒤 해법을 통합으로 고정했다고 비판했다. 김세진 미래생각 사무총장은 생도 만족도 저하와 중도 이탈의 원인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신임 장교의 86%가 비사관학교 출신인 만큼 3군 사관학교 통합만으로 장교단 전체의 합동성을 높인다는 설명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원 인력 수치를 둘러싼 공방도 벌어졌다. 국방부는 3군 사관학교에 3000명이 투입된다고 설명했지만 김 사무총장은 실제 인원은 2100명이고 이 가운데 병사가 1000명이라고 반박했다. 병사를 제외하면 생도 1명당 지원 인력은 0.47명으로 외국 사관학교와 비슷하거나 적다는 주장이다. 이범림 해사 총동창회장은 공청회 하루 전 국방부가 통폐합 이후 기존 사관학교 부지에 기념관이나 기념비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점을 문제 삼으며 의견 수렴이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기 위한 요식행위에 그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절차를 둘러싼 불신도 컸다. 박판준 육사 총동창회장 “이미 답을 정해놓고 시작하는데 왜 하느냐"는 동문들의 지적까지 나왔다며 공청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기본 계획에 반영한 뒤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방부는 의견 수렴을 거쳐 오는 10월 세부계획을 내놓을 방침이다. 그러나 통합 논의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통합안과 비통합 대안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고 교육 효과와 합동성 강화, 이전·신축 비용의 인과 관계를 검증 가능한 수치로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 “서울대보다 학생 적으니 사관학교 합쳐라”…비교 적절성 논란

김홍철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육·해·공군사관학교를 서울대학교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미국 프린스턴대·하버드대 등 국내외 일반 대학과 비교하며 통합 필요성을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학위 교육에 더해 군사 훈련·생활 지도·숙식·의료·장교 가치관 교육까지 담당하는 특수 목적 교육 기관을 일반 대학의 학생 수와 교수 효율성 지표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비판이다. 김 실장은 26일 서울 용산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에서 각 사관학교의 학생 규모가 “일반 대학교 단과 대학 정도의 사이즈"라고 말했다. 육·해·공사 생도를 모두 합해도 2840명인데 이들을 위해 학교별 시설과 교수진, 지원 인력이 따로 투입돼 '분산 투자'가 발생한다는 논리였다. 그는 육군사관학교와 KAIST의 캠퍼스 면적이 약 44만평으로 비슷하지만 KAIST의 학생은 약 4000명이라고 설명했다. 프린스턴대와 하버드대도 비교 자료에 등장했다. 교수 운용을 놓고는 사관학교의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서울대의 3분의 1, KAIST의 2분의 1 수준이라고 밝혔다. 교양 과목의 95%, 전체 교육 과정의 70~80%가 비슷한데도 세 학교가 별도 교수진과 시설을 유지하고 있다는 주장도 폈다. 김 실장이 제시한 발표 화면에는 이 비교가 더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됐다. '왜 미국과 다른 방식일 수 밖에 없는가? (2/2)'라는 제목 아래 한국 육·해·공군사관학교는 각각 700~1000명, 리버럴아츠 칼리지는 평균 2500명, KAIST는 4000명으로 표시됐다. 이어 미국 육·해·공군사관학교는 각각 4400명, 프린스턴대는 5500명, 하버드대는 7100명, 서울대는 1만7000명으로 제시됐다. 국방부는 화면에 '미국 사관학교들은 독립 운영 가능 규모'라고 적고, 그 아래에 '육·해·공사 각각 4400명 규모로, 프린스턴대 학부생 5500명의 8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각 사관학교는 미국 사관학교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만큼 세 학교를 따로 운영할 규모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읽힌다. 그래프 역시 한국 사관학교를 가장 왼쪽의 가장 낮은 막대로, 서울대를 가장 오른쪽의 가장 높은 막대로 배치해 규모 차이를 부각했다. 하지만 이 자료만으로는 '학교가 작다'는 사실과 '학교를 합쳐야 한다'는 결론 사이의 인과 관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미국 사관학교의 생도 수가 한국보다 많다는 이유만으로 한국 사관학교의 독립 운영이 비효율적이라고 단정하려면 양국의 병력 규모와 군별 장교 소요, 사관학교 출신 장교의 비중, 임관·교육 체계 차이부터 함께 비교해야 한다. 일반 대학인 프린스턴·하버드·서울대는 물론 평균 2500명으로 제시된 리버럴아츠 칼리지까지 한 그래프에 놓은 것도 서로 다른 기능의 교육 기관을 단순히 학부생 수만으로 줄 세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김 실장이 제시한 수치가 오히려 사관학교의 양호한 교육 여건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교수 1명당 담당 학생이 적다는 사실은 일반 대학에서는 교육의 질을 평가하는 긍정적 지표로도 쓰인다. 소수 정예 장교를 양성하는 사관학교에서는 밀도 높은 교육과 생활 지도가 필요하지만 김 실장은 낮은 교수당 학생 수가 왜 '낭비'이며 교육 실패로 이어졌는지 구체적인 인과 관계를 제시하지 않았다. 비교 대상의 성격도 다르다. 프린스턴·하버드·서울대·KAIST는 일반 고등 교육과 연구가 중심인 대학이다. 반면 사관학교는 △군사 훈련 △체력 단련 △생도 생활 전반 통제·지도 △급식·피복·의료 △임관 교육을 함께 수행한다. 같은 학생 수라도 필요한 교수와 지원 인력·시설의 종류가 다를 수밖에 없다. 캠퍼스 면적과 교수 1인당 학생 수만 나란히 놓는 것으로 운영 효율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통합 반대 측 패널인 김세진 미래생각 사무총장은 현장에서 “우리나라 사관학교의 장교 양성 비용이 높다고 하려면 다른 나라 사관학교와 비교해야지 왜 일반 대학과 비교하느냐"고 일갈했다. 그는 사관학교 비용에는 먹고 자는 숙식비까지 포함돼 일반 대학 교육비와 단순 비교하면 금액이 부풀려진다며 순수 교육비만 놓고 보면 국내 일반 대학의 중하위권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국방부가 내세운 '교육 과정 중복'도 통합의 충분 조건은 아니라는 반론이 나왔다. 같은 교양 과목을 가르친다면 공동 강의·학점 교류·교수진 공동 활용부터 검토할 수 있는데 왜 학교와 캠퍼스의 물리적 통합으로 곧바로 넘어가느냐는 것이다. 강병철 예비역 공군 준장은 “문제 의식과 정책 수단은 같지 않다"며 “미래전 대응을 위해 교육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과 그래서 사관학교를 통합해야 한다는 것은 별개의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중복 기능이 있다면 효율화해야 하지만 “학교를 통합하지 않고 기능을 공동화하는 것도 정책 대안"이라며 통합안과 비통합 대안을 객관적으로 비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기홍 예비역 해군 대령은 2011년 각 군 대학을 합쳐 창설한 합동군사대학교 사례를 들었다. 당시 각 군 전문 교육과 합동 교육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진 끝에 2020년 각 군 대학이 다시 분리됐다는 것이다. 조 대령은 “합동성 교육은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각 군의 전문성을 보장하면서 병행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물리적 통합이 합동성을 자동으로 담보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결국 이날 김 실장이 꺼낸 서울대·KAIST·프린스턴·하버드 비교는 통합의 필요성을 선명하게 보여주기보다 국방부 논리의 빈틈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면할 수 없게 됐다. 교육 기관의 효율성을 따지는 것은 필요하지만 사관학교의 특수 비용과 군별 전문성, 통합에 들어갈 신규 비용을 뺀 채 학생 수와 교수 비율만 비교해서는 정책 결론을 정당화할 수 없어서다. '비슷한 과목과 기능이 있다'는 진단과 '학교를 하나로 합쳐야 한다'는 처방 사이를 연결할 실증적 근거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중론이어서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현장] “통신 끊겨도 AI 독단 타격 X”…한화에어로, 2035년 ‘완전 자율’ 무인 전투 시대 선언

“야지(野地)에는 일반 도로처럼 차선이나 신호등이 없습니다. 비정형 환경에서의 자율주행과 통신 단절을 극복하고, 궁극적으로 2035년 완전 자율 임무 수행이 가능한 유·무인 복합체계(MUM-T) 글로벌 톱 티어로 도약하겠습니다." 인구 절벽에 따른 병력 급감과 무인기 중심의 소규모 분산 전투로 재편되는 미래 전장 해법을 제시하기 위해 군용 지상 무인 차량(UGV) 구매 사업의 첫 승자가 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나섰다. 초거대 인공 지능(AI) 기반의 '피지컬 AI'를 전면에 내세워 지상 무기체계의 패러다임을 통째로 바꾸겠다는 선언이다. 26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코엑스에서 열린 '무인 이동체X민군 협력 엑스포' 세미나를 통해 자사의 지상 무인체계 중장기 비전과 기술 로드맵을 공개했다. 현장에는 박병호 LS4사업단장과 박매훈 유무인복합연구센터장 등 핵심 개발진이 나서 기술 진척도와 향후 과제를 제시했다. ◇ 20년 축적 무인기 기술력…소형부터 30t급 아우르는 '공통 플랫폼 6종' 완성 박 단장은 자사의 무인 체계 역사가 2006년 '견마 로봇'부터 시작돼 약 20년간 이어져 왔음을 강조했다. 뚝심 있는 연구·개발(R&D)은 2024년부터 대량 양산에 돌입한 폭발물 탐지·제거 로봇과 최근 육군·해병대 보병 부대에 배치될 다목적 무인 차량 기종으로 3세대 모델 '아리온 스멧(Arion-SMET)'이 최종 선정되는 성과로 꽃을 피웠다. 박 단장은 “병력 자원 감소로 부대 통폐합이 이뤄지면서 제대별 책임 지역이 2~4배가량 넓어지고 도심·지하·야지 등 작전 환경이 몹시 복잡해졌다"며 “단일 무인 플랫폼만으로는 전투 효율을 담보할 수 없어 체급과 종류의 다각화가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30년까지 10t 이하 소형, 20t 이하 중형, 30t 이하 대형을 아우르는 6종의 무인 공통 플랫폼 라인업을 완성할 계획이다. 핵심 모델인 완전 전기 구동형 아리온 스멧은 독자 개발한 7.62mm 원격 사격 통제 체계(RCWS)에 AI 표적 자동 인식 기능을 탑재해 과거 30초가량 걸리던 표적 탐지·추적 시간을 5초 내외로 줄였다. 여기에 항속 거리와 적재 중량을 3배 가량 늘린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표준 호환 4세대 하이브리드 모델 '그룬트(GRUNT)'를 공개했다. 중·대형 라인업으로는 2028년 양산 목표인 9t급 무인 수색 차량·K-21 보병 전투 장갑차 기술 기반 30t급 헤비급 무인 전투 차량(H-UGV) 개발이 진행 중이다. 특히 글로벌 트렌드를 빠르게 흡수하기 위해 에스토니아 '밀렘(Milrem) 로보틱스'와 협력해 우크라이나전에 실전 투입되는 소형 궤도형 로봇 '테미스(THeMIS)'를 국산화하고 15t급 궤도형 하이브리드 무인차량(T-RCV)을 공동 개발하는 '투 트랙' 전략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러한 무인화 기조는 기존 유인 무기체계에도 적용된다. 박매훈 센터장은 “위험 지역에서 작전하는 K-9 자주포의 탄약 운반 장갑차와 해병대 상륙 돌격 장갑차(KAAV), 공병 전투 차량 전동화·무인화를 선행 연구 중"이라며 “특히 탄약 운반 장갑차의 경우 현재 4~5명이 10분 이상 위험에 노출된 채 수동으로 장전하는 것을 자율 주행과 AI를 통해 인력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것"이라고 전했다. ◇ 무한 확장의 함정 '단가 상승'…“K-MOSA로 최적화" 현장에서는 플랫폼이 다양해지고 감시 정찰·지뢰 탐지·화력 지원·대드론 시스템·배회형 유도 무기 등 임무 장비가 계속 추가될 경우 기체 가격이 치솟아 무인 차량의 본질적 장점인 '저비용 다수 운용' 기조가 무너질 수 있지 않느냐는 질의가 나왔다. 이에 박 단장은 '개방형 아키텍처(K-MOSA)' 기반의 모듈화가 핵심 해법이라고 답했다. 그는 “임무 장비를 추가한다고 해서 기본 가격에 무조건 비용이 덧붙여지지 않는다"며 “작전 환경에 맞춰 블록을 뺐다 꼈다 하는 '플러그 앤 플레이' 방식이어서 대드론 작전을 수행할 때는 필요 없는 모듈 등을 제거해 무게와 단가를 최적화하고 운용 복잡성을 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피지컬 AI'로 자율화 5년 단축…“통신 끊겨도 AI 독단 타격 불가" 소프트웨어 진화의 핵심은 시각·언어·행동(VLA) 모델을 기반으로 한 '피지컬 AI' 전면 도입이다. 기존 하드 코딩 기반의 룰 베이스(규칙 기반) 자율 주행을 넘어 지휘관이 자연어로 지시하면 AI가 스스로 전장 상황을 추론해 전술적 기동을 결정하는 수준을 목표로 한다. 이를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완전 자율 임무 수행 시점을 당초 계획이던 2040년보다 5년 앞당긴 2035년으로 못박았다. 하지만 넘어야 할 기술적 험로는 뚜렷하다. 2035년까지의 가장 큰 기술적 병목(허들)을 묻는 기자의 질의에 박 센터장은 '오프 로드(야지) 자율 주행'과 '재밍(전파 방해)에 의한 통신 단절'을 꼽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통신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 저궤도 위성 통신(LEO)과 5G, 전술 이동 통신망(MANET)을 융합한 하이브리드 통신 시스템을 한화시스템과 공동 개발해 통신 성공률을 4배 가량 높였다. 특히 적의 전파 교란 등으로 부대와의 통신이 끊기거나 예상치 못한 민간인이 등장하는 돌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AI의 오판·통제권 상실 딜레마에 대해서는 '인간 통제' 원칙을 역설했다. 통신 두절 시 AI의 판단 기준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박 센터장은 “최신 피지컬 AI를 적용하더라도 안전과 직결된 기존 '룰 베이스'를 완전히 버리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예컨대 GPS나 통신이 끊겼다고 무작정 시작점으로 원대 복귀하면 자칫 아군의 위치가 적에게 고스란히 노출되는 2차 피해가 발생한다. 때문에 사전에 운용자가 1순위(정찰 임무 지속)·2순위(통신 우회 지역 기동) 등으로 설정해둔 전술적 규칙에 따라 안전하게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민감한 교전권에 대해서도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는 “AI가 전장 상황을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해 결심을 돕는 유능한 '참모' 역할을 할 순 있어도 방아쇠를 당기는 '사격 통제권'은 절대 AI 스스로 판단하지 않는다"며 “최종 교전 타격은 반드시 후방 통제실의 인간(지휘관)이 상황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승인하는 구조로만 작동한다"고 했다. ◇ “1600시간 야지 데이터, 軍에도 없어…국방 피지컬 AI 연합 절실" 자율화 고도화의 마지막 과제는 고품질 실전 데이터 확보를 통한 선순환 구조 구축이다. 디지털 트윈 등 가상 환경을 통한 데이터 증강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자율화 달성을 위해 군이 어느 수준까지 실전 데이터를 기업에 개방해야 하느냐는 기자의 마지막 질문에 박 센터장은 현실적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작전 지휘관의 의사 결정 데이터나 교범 등은 군이 선제적으로 공유해줘야 맞지만, 정작 로봇의 자율 주행 고도화에 가장 핵심인 '야지 기동 영상 데이터'는 현재 군 서버 자체에도 존재하지 않는 실정"이라며 “기업이 연구실이나 공터에서 자체적으로 굴려 쌓은 데이터는 실전에서 큰 의미가 없다"고 화답했다. 박 센터장은 “AI 모델이 야지에서 온전히 작동하려면 단기간에 1600시간, 30초 단위 영상 기준 약 20만 에피소드에 달하는 막대한 분량의 실전 기동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우리가 개발한 무인 플랫폼을 군이 선제적으로 가져가 실제 험지 훈련장에서 굴려보며 기업과 함께 바닥부터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이미 미국과 유럽은 대규모 컨소시엄을 구성해 자율화 선점 경쟁을 펼치고 있다"며 “단일 대기업의 자본과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한 만큼 군·정부 기관·산학연 및 유망 딥테크 스타트업이 모두 연대하는 '국방 피지컬 AI 연합' 구축이 몹시 절실하다"고 호소하며 업계와 군의 전향적인 동참을 당부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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