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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한항공 무인 스텔스기, 2029년부터 ‘한화 국산 엔진’ 달고 난다

K-방산의 미래 핵심 전력인 대한항공 '저피탐(스텔스) 무인 편대기(LOWUS, Low Observable Wingman UAV System)'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한 '국산 심장'을 달고 오는 2029년 이후 본격 작전에 투입된다. 8일 본지 취재 종합 결과, 대한항공은 이르면 2029년 자사 저피탐 무인 편대기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5500파운드(lbf)급 터보젯 엔진을 탑재할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업에 정통한 업계의 익명 관계자는 “국방과학연구소(ADD, 국과연)와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가 공동 개발하고 비행 시험 중인 저피탐 무인 편대기에 들어갈 해당 엔진의 최종 시험은 2029년 중에 끝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시제품은 내년 상반기 중 나온다"고 부연했다. 국과연에 따르면 이 엔진은 내년 1월부터 △항공기 시스템과의 연동 상태 △추진 계통 신뢰성·안정성 △향후 비행 시험을 위한 감항 인증까지 검증하는 과정인 지상 시험을 받는다. 대한항공이 개발 중인 저피탐 무인 편대기 시제기는 현재 시험 차원에서 우크라이나 이브첸코-프로그레스의 5500파운드급 AI-222 엔진을 임시 탑재해 시험 비행 중에 있다. 2029년 최종 시험 완료는 2027년 검증이 끝날 기체와 내년부터 약 3년 간 혹독한 검증을 거치게 될 엔진이 마침내 하나로 합쳐지는 것으로, 저피탐 무인 편대기 무기 체계 개발 완료를 의미한다. 따라서 이후부터 국산 스텔스 무인기 작전 비행과 양산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엔진 국산화가 이처럼 시급한 국가적 과제로 추진되는 데에는 △공급망 안보 △수출 주권 △미래 전장 교리 실현 문제 등 세 가지 핵심 이유가 있다. 현재 시제기에 탑재된 AI-222 엔진 제조사 이브첸코-프로그레스는 우크라이나 자포리아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최전선이어서 고강도 분쟁에 노출돼있는 지역이다. 때문에 관계 당국은 2030년대 중반 양산 계획을 분쟁 지역의 부품에 의존할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을 내리게 됐다. 또 K-방산의 핵심 수출품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 경공격기는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엔진을 사용해 수출 시마다 미국의 국제 무기 거래 규정(ITAR)에 따른 승인이 필요하다. 이는 K-방산 수출에 족쇄로 작용해왔다. 2029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엔진의 최종 탑재는 대한항공 저피탐 무인 편대기가 ITAR 규제에서 자유로운 제품임을 인증하는 것으로, K-방산의 독자적인 수출길을 여는 핵심 열쇠다. 아울러 저피탐 무인 편대기는 KF-21 보라매 전투기를 호위하는 '로열 윙맨(Loyal Wingman)' 으로, 유인기 대신 위험에 노출되는 '소모성(expendable)' 또는 '감손성(attritable)' 자산 개념으로 운용된다. '벌떼(Swarm)' 혹은 '모자이크전(Mosaic Warfare)' 으로 불리는 이 교리는 저렴한 자산을 대량으로 투입하는 '저렴한 대량 생산(affordable mass)' 을 전제로 한다. 일각에서 추정하는 대당 70만 달러 수준의 파격적인 가격은 값비싼 외산 엔진으로는 불가능하고, 1000시간 이상 운용 가능한 '장수명' 국산 엔진의 대량 생산을 통해서만 실현할 수 있다. 따라서 '2029년 파이널 테스트 완료'라는 일정은 2013년부터 시작된 엔진 국산화 노력이 2026년 1월 첫 지상 시험을 거쳐 2030년대 중반 양산 으로 이어지는 K-스텔스 무인기 개발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음을 의미한다. 이명섭 국과연 책임 연구원은 “당 기관을 포함, 저피탐 무인 편대기 개발 체계단의 인력이 많이 부족해 여건이 좋지 않지만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임종묵 대한항공 대한항공 기술연구원 팀장은 “저피탐 무인 편대기를 기점으로 우리나라가 전 세계 무인기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숨 가쁘게 연구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기자의 눈] 방산 수출 확대, 수은법 개정에 그쳐선 안 된다

지난해 2월 말, 국회는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의 법정 자본금 한도를 기존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증액하는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30조원 규모의 폴란드 2차 방산 수출 계약이 금융 지원 한도에 막혀 좌초될 수 있다는 업계의 절박한 호소가 6개월 만에 수용된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K-방산의 가장 큰 장애물이 제거된 듯 보이지만 이는 '응급처방'일뿐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 K-방산이 진정한 '세계 4대 강국' 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수은법 개정 너머의 구조적 문제들을 직시해야 한다. 특정국가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40%'로 제한한 핵심 규정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10조원 증액은 또 다른 리스크의 가능성을 내포한다. K-방산이 제2의 폴란드급 수주에 성공하면 K-방산은 또다시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또한 이 10조원은 즉각 활용 가능한 실탄이 아니라 정부가 예산으로 채워 넣어야 할 '그릇'을 늘린 것뿐이다. 이 과정에서 폴란드 신임 국방부 장관이 “금융 조건이 수용 가능하길 바란다"고 압박했듯 K-방산의 금융 지원 역량 한계가 전 세계에 노출됐고, 향후 협상 비용만 영구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 핵심부품의 해외 의존도는 가장 큰 문제다. K-방산의 대표 상품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는 오랜 기간 엔진과 변속기(파워팩)를 독일산에 의존해 왔다. 이 때문에 독일 정부의 수출 허가 없이는 우리가 수주한 물량도 팔지 못하는 기술종속 상태에 놓였었다. 최근에야 엔진 국산화에 성공하며 한숨을 돌렸지만 현대로템 K-2 전차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 등 여전히 많은 주력무기체계가 핵심부품 해외 의존도라는 아킬레스건을 안고 있다. '폴란드 원 툴'이라는 심각한 편중 현상도 해소해야 한다. 2020년부터 2024년 사이 K-방산 수출 물량의 46%가 폴란드 단 한 국가에 집중됐다. 이는 K-방산 전체의 지속 가능성이 폴란드의 정치·경제 상황에 좌우된다는 의미다. 실제 2023년 폴란드 정권 교체 후 계약 재검토 가능성이 거론되며 업계 전체가 흔들렸다. 중동·미주 등 시장 다변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정부의 역할 재정립도 시급하다. 수출 규모가 커지며 기업 간 각개전투나 갈등이 발생해도 방위사업청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지 못하고 방조자에 가깝다는 인상을 준다. 미국의 경우 대외 군사 판매(FMS)를 통해 정부가 계약을 보증하고, 이스라엘은 SIBAT을 통해 마케팅과 G2G 계약을 직접 지원한다. 이처럼 우리 정부도 K-방산 '수출 전담 기구'로서 전면에 나서야 한다. 수은법 개정은 K-방산이 넘어야 할 수많은 허들 중 첫 번째를 넘은 것에 불과하다. '금융·기술·시장·거버넌스' 네 바퀴가 함께 굴러가지 않는 한 'K-방산 르네상스'는 모래성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 방산·조선·미래기술에 ‘인재 파워’ 쏟아붓다

한화그룹이 지난 5일 단행한 2026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선택과 집중'으로 그룹의 핵심 역량을 방산과 해양으로 완벽히 재편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명확히 드러냈다. 한화오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 핵심 방산·해양 계열사에 승진이 집중된 것은 대규모 수주에 대한 안정적 이행과 글로벌 멀티 야드 구축, 미국 시장 선점을 위한 장기적 포석이라는 김동관 부회장 체제의 3대 핵심 과제를 가속화하려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된다. 이번 임원 인사에서 한화는 13개 계열사의 총 76명 신규 임원들을 선임한 가운데 그룹의 신성장 동력인 한화오션이 12명의 승진자를 배출하며 그룹 내 최다 인원을 기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6명, 한화시스템 4명을 각각 발탁하며 글로벌 방산·조선·해양 사업에도 힘을 실었다. 반면에 ㈜한화(건설부문)가 4명의 승진자를 내는 데에 그쳐 그룹의 전략적 우선순위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 지를 명확하게 나타냈다. 때문에 이번 인사는 김동관 부회장 체제 하의 '뉴 한화'가 방산과 조선업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그룹의 성장 동력원으로 더욱 공고히 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6명의 임원 승진을 단행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배경에는 폭발적인 실적과 기록적인 수주 잔고가 자리한다. 올해 3분기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 로켓 등 지상 방산 부문의 수출 호조와 자회사 한화오션의 액화 천연 가스(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등 호실적 편입에 힘입어 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 덕분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147%, 영업이익은 79% 증가다.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수주 잔고다. 3분기 말 기준 총 수주 잔고는 31조 원을 돌파했다. 이는 중동향 유도 무기 공급 계약과 노르웨이향 K-9 추가 공급 계약 등이 포함된 수치로, 한화에어로 IR 담당 전무의 발언처럼 4년치 매출이 확보된 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신규 임원 인사는 단순 '수주 성공'에 대한 보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31조원 어치 수주 잔고는 거대한 자산인 동시에 반드시 이행해야 할 '계약 부채'라서다. K-9과 천무 등은 폴란드·중동·노르웨이 등 다수의 글로벌 고객에게 전례 없는 규모로 동시 납품돼야 한다. 따라서 이번 인사의 무게 중심은 '영업'에서 '생산·관리'에 방점이 찍혔음을 시사한다. 신규 임원들의 직책은 사측이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거대한 생산·납품 프로세스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품질 문제를 방지하며, 원가 관리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실행·리스크 관리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상 방산을 넘어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미국 제너럴 아토믹스 에어로노티컬 시스템(GA-ASI)과 공동 개발하는 단거리 이착륙 무인기(GE-STOL)는 기존 1km 이상의 활주로가 필요했던 동급 무인기와 달리 약 100m만 확보돼도 이·착륙이 가능하고, 헬파이어 미사일 16발 탑재와 대잠수함전·전자전 수행이 가능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엔진·랜딩 기어 등 핵심 부품 공급뿐 아니라 기체 조립·생산을 위한 국내 생산 시설 구축을 담당할 계획이다. 신규 임원들은 이처럼 GE-STOL 국내 생산 기지 구축 등 차세대 사업 기반을 닦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가능하다. 이는 미래 전장의 핵심인 '무인기' 분야에서 글로벌 가치 사슬(GVC)의 핵심 생산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이번 인사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와 시장 선도 제품 확보를 가속화해 주요 핵심 지역에서의 경쟁 우위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룹 내 최다인 12명(연구·설계·생산(제조) 분야 7명, 사업 관리·지원 5명)의 신규 임원을 승진시킨 한화오션의 인사 키워드는 △친환경 기술 기반 기술 경쟁력 강화 △멀티 야드(Multi-yard) 제조 안정화 △미래 기술·사업 수행 역량 고도화 등 3가지다. 한화오션의 재무 상태는 한화그룹 편입 전과 대비해 안정화 궤도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1분기 실적은 특정 프로젝트의 종료로 전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으나, 연간 흑자 기조 유지 전망을 밝히며 인수 후 통합(PMI) 과정의 혼란기가 마무리됐음을 나타냈다. 이번 인사의 핵심 전략인 '글로벌 멀티 야드' 경남 거제 옥포 조선소만으로는 생산 능력·인건비·지정학적 리스크 관리에 한계가 있음을 인식한 만큼 글로벌 거점을 확보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한화오션은 '엔지니어링 허브' 인도에서는 고숙련·저비용 설계 인력을 활용한 연구·개발(R&D)·설계 기지 역할을, 브라질에서는 '해양 프로젝트' 거점으로서 남미 시장 수주·현지 조립·MRO 기지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력 중심 경영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전했다. 한화그룹 방산 부문의 다른 한 축인 한화시스템은 올해 3분기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매출은 8077억원으로 전년 대비 26.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25억원으로 60% 급감하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인수한 미국 필리 조선소 정상화를 위한 초기 투자·일회성 비용이 반영돼 388억원 상당의 영업손실이 발생해서다. 하지만 필리 조선소의 적자를 제외한 한화시스템의 본업 경쟁력은 오히려 더 견고해졌다. 방산 부문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6% 늘어난 498억원으로 집계됐고, 특히 수익성이 높은 수출 비중이 18%로 확대됐다. 여기에는 UAE 천궁-II 다기능 레이다(MFR)와 폴란드 K-2 전차 부가 체계 등이 포함되며, 여의도 증권가는 수출 사업의 영업이익률이 25% 이상일 것으로 추정했다. 따라서 이번 한화시스템의 신임 임원 4명 선발은 '단기적 잡음'에 흔들리지 않고, '미국 시장 개척'과 '고수익 수출 확대'라는 두 가지 글로벌 전략을 동시에 완수하기 위해 검증된 리더십을 전진 배치한 '전략적 포석'으로 점쳐볼 수 있다. 또한 이들은 한화오션의 'AI 함정'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STOL 무인기' 에 탑재될 전투 체계·레이더·항공전자 장비 등 핵심 부품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역할을 맡아 그룹사 간 시너지를 창출해야 하는 핵심 임무도 함께 수행하게 될 전망이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수출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조직 역량을 한층 공고히 하고, 향후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AI와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은 방산 시설이나 조선소 같은 보안·고위험 현장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영상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이터 비즈니스'로의 확장을 의미한다. 영상 보안 기업을 넘어 'AI·클라우드 기반의 데이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한 만큼 한화비전 신임 임원 2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의 'AI 기반 스마트 현장'을 구축하는 시너지 창출을 가속화하는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 한화모멘텀은 그룹 내 폭발적인 방산·조선 물량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고효율 자동화·물류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지원할 목적으로 존재해 신임 임원은 해당 계열사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내부 파트너'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KAI 노조 “사장 5개월째 공석, 특검 핑계인가”…정부 ‘정치적 무책임’ 정면 비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동조합이 5개월째 이어지는 대표이사 공백 사태에 대해 “정부의 정치적 무책임"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6일 노조는 이날 '방산 리더십을 정치 협상 도구로 전락시킨 정부'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국가 전략산업의 핵심 기업이 장기간 리더십 공백에 놓인 것은 단순한 행정 지연이 아닌 정부의 무책임 그 자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사장 부재로 인해 KAI가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놓여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영·수출·기술 개발·노사 관계 등 모든 분야에서 의사결정이 멈춰 섰다"며 “특히 방산 수출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해외 파트너 신뢰 저하·신규 계약 지연·기술 인허가 차질 등 직접적인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노조는 이러한 상황이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 전체의 신뢰를 흔드는 국가적 리스크"라고 규정했다. 노조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 관련 특검'이 정치권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특검 수사가 끝나야 KAI 사장 인선이 가능하다"는 비공식적 입장이 흘러나오는 데 대해 정면 반박했다. 노조는 “특검은 정치의 문제이고, 사장 인선은 산업의 영역"이라며 “양자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정부가 특검을 핑계 삼아 인사를 미루며 회사를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차기 사장 인선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이들은 “정권의 입맛에 맞춘 낙하산 인사"와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과거 경영진과의 연결 고리가 있는 인사"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노조가 요구하는 리더는 “KAI에서 함께 일하며 현장을 깊이 이해하고, 국내외 항공 사업을 직접 수행해 성과를 만들어온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전문 경영인"이다. 이들은 “권력이 아닌 전문성의 리더십이 지금 KAI가 기다려온 진짜 리더십"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정부가 즉시 정치적 셈법을 거두고 항공 산업을 이끌 전문 경영인 인선을 단행해야 한다"며 “조속한 결단이 없다면 대의원 의결을 거쳐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앞에서 상경 집회를 준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KAI, 항공 소재 228종 국산화 성공…“2030년까지 1.3조 어치 수입 대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2030년까지 항공 소재 국산화율을 50%까지 끌어올려 약 1조3000억 원 규모의 수입 대체 효과를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KAI는 경남 사천 본사에서 '항공소재개발연합'과 기술 교류회를 열고 현재까지 총 228종의 소재와 표준품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국산화에 성공한 품목은 알루미늄 압출재와 티타늄 압연재 등 항공 소재 69종과 기계류·전장류·배관류 등 표준품 159종이다. KAI는 국산화된 소재를 KF-21과 양산기 등에 적용해 현재까지 누적 715억원의 수입 대체 효과를 거뒀다. 항공용 소재는 가볍고 강도·내구성·내열성이 뛰어나야 해 레이더·엔진 등과 함께 기술 이전이 제한되는 핵심 기술로 분류된다. KAI는 2030년까지 전체 1800여 종의 소재와 표준품 중 사용 빈도가 높은 상위 50%(900여 종)를 국산 소재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약 1조3000억원 어치의 수입 대체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KAI 관계자는 “소재 국산화는 공급 안정화를 통한 원가 경쟁력 확보는 물론, 생산 일정 단축·운송비 절감 등 수출 경쟁력 제고에 핵심"이라며 “부가가치가 커 경제적 파급 효과와 고용 창출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2019년 출범한 '항공소재개발연합'은 KAI를 포함해 경상대, 한국재료연구원, 소재·부품 제조사 43개사 등 총 52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 기술 교류회에서는 국민대·부산대·울산대 3개 대학이 추가로 합류했다. 항공소재개발연합은 국산화 성과에 그치지 않고 국내 소재 업체가 보잉·에어버스 등 해외 선진 제작사에 부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수출을 지원해 해외 시장 진출·확대에도 나설 계획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대한항공, 230억 들여 대당 10억 ‘해외 직구’ 무인 표적기 국산화 나선다

대한항공이 우리 군이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해 온 아음속 무인표적기 국산화에 나선다. 1대당 2억에서 10억원에 달하는 고비용 문제를 해결하고, 실전적 훈련을 강화하기 위한 핵심 사업이다. 6일 대한항공은 방위사업청이 공모한 '무기체계 부품 국산화 개발 지원 사업'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오는 2028년 9월까지 정부 지원금을 포함한 약 230억원의 연구·개발(R&D)비를 투입, '다목적 훈련 지원정용 조종·통제 콘솔 등 4종'의 개발 과제를 수행한다. 이번 사업으로 대한항공은 아음속 무인 표적기의 기체와 조종·통제 장비, 발사대 등 핵심 구성품을 국내 기술로 개발한다. 현재 우리 해군이 다목적 훈련 지원정에서 운용하는 해외 구매 표적기를 우선 대체하며, 향후 공군에서도 도입할 계획이다. 무인 표적기는 미사일·대공포·유도탄 등 각종 무기 체계의 실사격 훈련에서 실제 표적 역할을 한다. 유인기 대신 사용돼 훈련 비용과 위험을 크게 줄일 뿐만 아니라 신형 무기 개발 과정에서 명중률·추적 능력 등을 검증하는 데 필수적인 장비다. 이 때문에 선진국들은 유도탄 개발 착수 단계부터 무인 표적기를 동시에 개발하거나 선정한다. 하지만 우리 군은 지금까지 500km/h 이상의 속도를 내는 고속 무인 표적기체와 주요 항전 시스템을 미국·영국·이탈리아 등 해외에서 전량 수입해왔다. 1대당 단가가 2억~10억원에 달하는 고가인 탓에 소모성이 강한 표적기를 활용한 실사격 훈련에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번 국산화 사업의 가장 큰 강점은 '비용 절감'이다. 대당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춰 비용 부담 없이 실전과 유사한 훈련을 반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관계자는 “대당 단가를 정해둔 상황은 아니지만 최대한 낮게 맞추려 노력 중"이라며 “고가의 무기 체계가 아니라 저렴한 가격대를 책정하는 방향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국산 무인 표적기 개발은 방위사업청 산하 국방기술품질원 부설 국방기술진흥연구소(국기연)의 R&D 사업으로 추진된다. 국기연은 유·무인 복합, AI 등 국방 전략 기술 과제에 예산의 50% 이상을 우선 투자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이미 확보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제기 제원도 일부 공개했다. 대한항공 측에 따르면 시제기는 레이다 횡단면(RCS) 증폭기와 적외선(IR) 생성기, 터보젯 엔진을 갖췄다. 번지 발사대에서 이륙해 낙하산으로 회수하는 방식이다. 시제기 기준 제원은 △전장 2.07m △전폭 2.10m △최대 이륙 중량(MTOW) 35kg △240N 터보젯 엔진 △최대 속도 400km/h △순항 속도 300km/h △작전 반경 50km △체공 시간 30분 등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훈련 지원 무인체계 분야에서 국산화 기반을 마련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그간 쌓아온 기술력과 양산 역량을 바탕으로 무인기 플랫폼의 국방 자주화와 방산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스틸 코리아 2025] 송덕용 한화에어로 연구원 “소재 결함 하나로 전투기 전력 공백…‘완벽’ 외 타협 없다”

“항공 엔진은 1~2mm의 작은 결함으로도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만약 특정 '잉곳(Ingot, 금속 주조 덩어리)'에서 제작된 부품에서 결함이 발생할 경우, 동일 잉곳 부품이 적용된 모든 전투기는 다 운항 중지 상태(Grounding)에 빠지게 됩니다. 이는 곧바로 전력 공백과 유지·보수비 급증, 일정 지연 등 심각한 피해로 이어집니다." 송덕용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사업부 소재설계팀 수석 연구원은 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타워에서 열린 '스틸 코리아 2025-금속 재료 GVC 컨퍼런스'에서 'K-항공 엔진 소재 개발 현황 및 추진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송 수석은 “항공 소재 연구·개발(R&D)은 기존 산업용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산업용 R&D가 정량적 목표를 정해놓고 여러 조건 변수를 바꿔가며 연구한다면 항공용 소재는 처음부터 '어떤 원료를 어떤 공정을 통해 어떤 조건으로 결과까지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 완벽하게 정해져 있다"며 “그걸 만족할 수 있는 기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투기 운용 불능과 같은 재앙을 막기 위해 송 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엔지니어링 업체 입증 시스템(EVS, Engineering Vendor Substantiation)'이라는 극도로 엄격한 절차를 필수적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개발 대상 선정→입증 요구서 수립→계약·발주→공정 개발(고정공정 확보, EVS/MOS 분석)→공정 확립(EVS 입증 계획 수립)→승인용 시편 제작(각 Heat별 데이터 확보)→판정(요구도 만족 여부 검토)→표준화(EVS 승인, AVL 등재)→양산 감사(Audit)→문서 보관 등 총 10단계로 구성되며, 마지막 단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된다. 송 수석은 EVS 승인 과정의 혹독함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단순히 1번 녹여서 만족시켰다고 바로 승인해주는 게 아니고, 현재 기준으로는 10번을 녹여서(10 Heats) 10번을 다 만족해야만 승인해준다"고 언급했다. 이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 엔진 5개사의 OEM으로서 승인권을 가지고 있고, 세아창원특수강 같은 소재 업체들은 우리에게 엔진의 승인을 받기 위해 이러한 과정들을 같이 수행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또한 그는 “소재 업체는 이 모든 1년의 서류들을 최장 40년까지 다 보관해야 한다"며 “항공용 소재는 적용된 후 이력 관리를 하고 있어 언제 어떤 이슈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그 소재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모든 이력을 보관해야 하는 의무 조항이 존재한다"고도 했다. 송 수석은 '장수명 항공 엔진용 베어링 소재 국산화 기술 개발 사례(2021.12~2024.12)'를 예시로 들며 진공 유도 용해(VIM)·진공 아크 재용해(VAR)·단조(Cogging) 공정·잉곳의 상중하 및 표면·중간·중심 부위별 5개소 시편 채취 샘플링 계획, '1 용해'에서만 수백 장에 달하는 '성적서 패키지'가 산출되는 실제 개발 과정을 공개했다. 송 수석은 현재 진행 중인 핵심 소재부품 국산화 프로젝트를 상세히 공개했다. 가장 핵심이 되는 소재는 '꿈의 소재'로 불리는 초내열합금 '인코넬(Inconel) 718'이다. 그는 “터보팬 항공 엔진의 필수 핵심 소재인 인코넬 718의 잉곳·빌릿·주조·단조품 제조 기술 개발은 국내 항공 엔진 국산화의 기반이 되는 사업"이라며 관련 3개 과제를 소개했다. PQ 인코넬 718 형단조품에 투입된 비용은 총 113억5000만원으로, 2023년 4월부터 60개월간 엔진의 심장인 터빈 디스크 등 핵심 회전체에 쓰이는 '프리미엄 품질' 잉곳 제조 기술 개발이 진행 중으로 세아베스틸이 주관한다. 송 수석은 “특히 'PQ 인코넬 718'은 국내 최초로 R&D를 진행하는 프리미엄급"이라며 “성분도 더 타이트하고 요구 물성도 상향된 조건인 이유는 사용 환경이 뜨거운 곳에 오랫동안 노출되고 순간적인 기동 변화·충격·진동을 다 견뎌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초내열합금 소재는 고청정도를 위한 '특수 정련 설비'가 필수"라며 “가장 높은 신뢰도가 요구되는 회전체 부품의 경우 미세한 결함까지 극도로 제어하기 위해 '트리플 멜팅(Triple Melting)' 공정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트리플 멜팅'은 진공 유도 용해(VIM)→전기로 슬래그 재용해(ESR) 또는 진공 아크 재용해(VAR)→VAR를 거치는 극도로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공정이다. 인코넬 718과 더불어 엔진 경량화를 위한 '경량 내열 티타늄알루미나이드(TiAl)' 소재 국산화 현황도 공유했다. 총 82억7000만원이 투입되는 TiAl 주조품 LPT는 2024년 7월부터 54개월간 저압 터빈(LPT) 블레이드 개발이 목표다. 성능 목표는 1000°C 환경에서 비강도 100MPa/g/cm³ 급을 견디는 것이다. 60억원이 들어가는 TiAl 단조품 HCP는 2024년 12월부터 60개월 간 고압 압축기(HPC)·터빈 블레이드 개발이 목표다. 700°C 환경에서 버티고 비강도 150 Mpa/g/cm³급 성능을 확보하는 게 핵심이다. 송 수석은 “TiAl은 가볍지만 매우 취성이 강한 소재"라며 “터빈 블레이드 소재의 TiAl 마스터 잉곳 제조 기술과 단조품 성형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R&D로, 현재 랩 스케일에서 진행 중이며 내년까지 공정 확정 단계 진입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파했다. 송 수석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소재 업체를 직접 소유하고 있지 않고 항상 소재 업체와 협력하는 관계"라며 “엔진 설계 체계 업체로서 소재에 대해 인증해주고, 이 인증된 부품을 채택할 수 있게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한화의 협력사가 450여 개인데, 앞으로 항공 엔진이 국산화된다면 450개가 아니라 뒤에 0 한 두 개를 더 붙여 4만5000개 이상의 협력사로 구성된 항공 엔진 생태계를 국내에 확실히 구축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발표를 마쳤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대한항공 스텔스 무인기 ‘심장’ 한화 국산 엔진, 내년 1월 지상 시험 돌입

대한항공의 '저피탐(스텔스) 무인 편대기'에 탑재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국산 엔진이 내년 1월 실제 지상 환경에서 검증·평가하는 시험 절차에 들어간다. 이는 국산 엔진이 현재 시제기에 달린 우크라이나산 제품과 같은 추력을 갖추게 되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방과학연구소(ADD, 이하 국과연)와 우리군의 요구 성능에 입각해 높은 기계적 신뢰도를 지닌 제품을 양산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4일 본지 취재 종합 결과, 국과연은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가 개발한 저피탐 무인 편대기(LOWUS, Low Observable Wingman UAV System)에 탑재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엔진에 대한 추진 계통 지상시험을 당장 내년 1월 중 시작할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엔진 시제품 공개 시점은 2026년 상반기이고, 생산 대수는 비공개 대상이다. 업계 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익명 관계자들은 “현재 대한항공의 저피탐 무인 편대기는 우크라이나제 터보팬 엔진으로 시험 비행 중인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한 5500파운드급 엔진으로 교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기술 실증 시제기에 탑재된 엔진은 우크라이나 자포리아 소재 이브첸코-프로그레스(Ivchenko-Progress)에서 만든 'AI-222'로 파악됐다. 이는 러시아 야코블레프 Yak-130과 중국 훈련기 홍두 JL-10용으로 제작됐다. 모듈식 설계가 특징인 이 엔진은 '전권 디지털 엔진 제어(FADEC, Full Authority Digital Engine Control)'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기본형인 AI-222-25는 약 2500kgf(5511.55lbf)의 추력을 낼 수 있다. AI-222 엔진의 기술적 사양은 저피탐 무인 편대기의 임무를 명확히 보여준다. AI-222 계열 엔진은 바이패스비(Bypass Ratio)가 1.19:1로 낮은 터보팬 엔진이다. 이는 단순 고고도를 순항하는 고(高) 바이패스비의 정찰용 드론이 아니라 KF-21 보라매 전투기와 함께 기동하며 높은 아음속(high-subsonic)으로 비행하는 '윙맨'의 고성능 전투 임무를 전제로 설계됐음을 시사한다. 국과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향후 저피탐 무인 편대기에 국산 기술로 제작한 5500파운드급 엔진을 장착하기 위한 시험 개발을 진행하고, 저피탐 무인 편대기의 양산 시점인 오는 2030년대 중반보다 앞서 개발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1월 지상시험 일정에 앞서 방위사업청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0월 17일부터 24일까지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5)'에서 이 5500파운드급 엔진의 모형을 공개한 바 있다. 이는 국산 엔진 프로그램이 구체적인 일정에 따라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미래 국방 핵심 전략자산으로 부상할 저피탐 무인 편대기 시제기가 우크라이나산 엔진으로 시험하지만 실제 양산 단계에는 국산 제품을 사용한다는 계획을 내포한 셈이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옛 소련 시절의 항공우주 생산설비 중 3분의 1 가량을 보유하고 있어 여전히 이 분야의 강국으로 평가받는다. 실제 우크라이나는 △안토노프(Antonov) 항공기 △제니트(Zenit) △사이클론(Cyclone) 등 다양한 우주 발사체를 개발해본 이력이 있다. 그러나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인해 국가 존립의 위기를 맞고 있다. 때문에 저피탐 무인 편대기의 심장과도 같은 엔진을 고강도 분쟁 국가인 우크라이나에 의존하면 공급망 차질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산 이브첸코-프로그레스의 엔진을 채택했던 배경에 대해 국과연 측은 “아직까지 국내에서 개발이 완료된 터보팬 엔진이 없어 '엔진 선정 위원회'를 구성해 추려낸 결과"라는 입장을 내놨다. 또한, 시제기의 성공적인 시험과는 별개로 양산 모델의 계획은 이미 확정돼 있었던 만큼 변경이 아닌 처음부터 설계된 장기 계획의 이행이라는 설명이다. 엔진 국산화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공급망 불안을 원천 차단하고, 미국의 국제 무기 거래 규정(ITAR)과 같은 '엔진 족쇄'에서 벗어나 K-방산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략적 결정이다. 때문에 우리나라가 유·무인 복합 체계(MUM-T)의 핵심인 스텔스 무인기 플랫폼과 동력원 모두를 완벽히 국산화하는 방산 주권 확보의 결정적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국산화가 필수적인 또 다른 이유는 저피탐 무인 편대기의 핵심 운용 교리 때문이다. 저피탐 무인 편대기는 KF-21 보라매 전투기를 호위하는 '로열 윙맨(Loyal Wingman)'으로, 유인기 대신 위험에 노출되는 소모 가능한 자산으로 운용된다. 일각에서는 대당 가격을 70만달러(약 9억원)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러한 '벌떼(Swarm)' 내지 '모자이크전(Mosaic Warfare)' 개념은 값비싼 외산 엔진에 의존해서는 구현이 불가능해 오직 저렴한 국산 엔진 대량 생산을 통해서만 실현할 수 있다. 이승열 국과연 연구원은 “우리는 현재 대한항공의 저피탐 무인 편대기에 장착돼 있는 엔진과 동급의 터보팬 엔진을 개발을 주관하고 있다"며 “이 엔진 개발 완료 시 향후 체계 개발에서 동력원으로서 적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과연과 함께 2013년부터 1531억원을 투입해 5500파운드급 국산 터보팬 엔진의 코어팬·고압 압축기·연소기 등 관련 핵심 기술을 개발해왔다. 군용 엔진은 일정 시간 운용 후 정비가 필수적인데, 1회 정비 후 1000시간 이상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 '장수명'이라고 부르며 이는 국산 엔진의 핵심 차별점이다. 특히 이번 5500파운드급 엔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추진하는 더 큰 '엔진 국산화 포트폴리오' 전략의 '첨병'으로 평가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5500파운드급 외에도 중고도 무인기용 1400마력급 터보 프롭과 대형 무인기·무인 전투(UCAV)용 1만파운드급 터보팬 ·블록 3단계 KF-21 전투기용 1만6000파운드급 첨단 항공 엔진까지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는 향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나 대한항공이 개발할 모든 미래 항공 플랫폼의 심장을 국산화하겠다는 수직 계열화 전략의 일환이다. 시제기에 사용된 우크라이나의 상용 엔진과 달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엔진은 처음부터 군의 엄격한 작전 요구도(ROC, Requirement Of Capability)와 장기적인 유지·보수 효율성을 충족하도록 개발되고 있다. 저피탐 무인 편대기에 통합된 탑재 장비들을 지상에서 통합하는 지상 시험은 엔진 흡입구·엔진 환기·진동 성능을 확인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이것은 항공기 개발에서 중요한 단계로, 단순 엔진 작동 수준을 넘어 △항공기 시스템과의 연동 상태 △추진 계통 신뢰성·안정성 △향후 비행 시험을 위한 감항 인증까지 검증하는 과정이다. 이는 2021년 저피탐 무인 편대기 체계 개발 착수 당시 또 다른 거대 기술 변수인 엔진을 배제하고 대한항공이 스텔스 기체 형상·자율 비행 시스템 등 플랫폼 자체의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한 합리적인 '병렬 개발' 접근법이었다. 앞서 방위사업청·국과연·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는 지난 2월 1호기 출고식을 갖고 각 계통별 기능 점검과 지상 진동·온도·전자기 시험을 수행한 바 있다. 국과연은 일차적으로 정상적인 엔진 시동과 정지, 안정적인 출력을 확인하고 나아가 엔진 출력·연료 소모율·온도·진동과 같은 매개 변수(파라미터)들이 예상 범위 내에서 운영되는지와 항공기 제어 신호가 정상 작동 여부 등을 면밀히 검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발 현황과 향후 계획에 대해 이승열 연구원은 “(현재 시제기는) 구조 연성·체계 통합·활주·비행 시험 단계에 진입할 예정"이라고 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에어로스페이스, 3분기 영업익 8564억원 ‘어닝 서프라이즈’…전년 동기비 79.5%↑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3분기 내수와 수출의 동반 성장에 힘입어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5년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6조4865억원, 영업이익 8564억원을 기록했다고 3일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46.5%, 영업이익은 79.5% 각각 급증한 수치다. 이와 같은 호실적은 주력인 지상 방산 부문의 견고한 수익성과 자회사인 한화오션의 실적 호조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지상 방산의 실적은 매출 2조1098억원, 영업이익 572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7%, 30% 증가했다. 특히 화생방 정찰차·차륜형 대공포 등 국내 양산 사업이 호조를 보이며 국내 매출이 9129억 원으로 33% 늘었다. 항공우주 부문은 엔진 부품 A/M(After Market) 물량 증가로 매출 6040억 원(전년비 26%↑)과 영업이익 31억 원을 기록,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자회사들의 실적도 돋보였다. 한화오션은 LNG선·특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매출 확대로 3분기 매출 3조234억원, 영업이익 2898억원을 달성했다. 한화시스템은 매출 8077억원, 영업이익 225억 원을 기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3분기는 내수와 수출의 균형 잡힌 방산 포트폴리오가 실적을 이끌었다"라며 “4분기에도 자회사들과의 육해공 방산 시너지를 발판으로 북미·유럽·중동 시장에서의 신규 수주에 집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기획] ‘K-핵잠 산실’ 한화오션 美필리 조선소, 한미 군사·경제·기술 동맹 중심 부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SSN) 건조를 전격 승인했다. 30여 년에 걸친 대한민국 방위력 강화의 숙원이 마침내 현실화되는 순간이자 한·미 동맹이 새로운 차원으로 격상되는 역사적 전환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SSN 건조 결정은 한국의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와 연계돼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군사적 의미를 넘어선다. 더욱이 핵추진 잠수함 건조 장소로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 조선소)가 명시됨에 따라 필리 조선소는 한미 간 군사적 신뢰와 경제적 이익, 그리고 기술적 협력을 하나로 묶는 3각 동맹의 핵심 상징으로 급부상했다. 이번 SSN 승인의 가장 큰 의미는 한국의 전략적 위상 변화다. 한국 해군은 사실상 무제한에 가까운 잠항 능력을 갖춘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함으로써 연안 방어를 넘어선 '대양 해군'으로의 도약을 눈앞에 두게 됐다. 핵추진 잠수함은 디젤 잠수함과 달리 연료 보급을 위해 선체가 부상할 필요 없이 수개월간 은밀한 수중작전이 가능하다. 이는 고도화되는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 위협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헌터-킬러(Hunter-Killer)' 전력이 될 수 있다. 북한이 최근 러시아의 기술 지원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핵잠수함 건조를 공언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는 강력한 비대칭 억제력으로 작용한다. 또한, 주변 강대국인 일본·중국과의 잠재적 해상 충돌에 대비할 필요가 있어 핵추진 잠수함은 이들 국가에 비해 열세인 우리 해군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유력한 비대칭 전략 수단이기도 하다. 나아가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나 중국 쪽 잠수함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듯 K-핵잠수함은 급격히 팽창하는 중국 해군력에 대한 효과적인 견제 수단으로 유용하다. 즉, 한국이 미국의 안보 우산에 의존하던 수혜국을 넘어 인도-태평양 전략의 안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핵심 파트너로 그 위상이 격상됐음을 의미한다고 방산업계는 분석했다. 아울러 미국이 최측근 동맹인 영국과 호주(AUKUS) 외에는 공유한 적 없는 극비 군사 기술의 빗장을 열었다는 사실 자체는 양국 간 군사 동맹의 수준이 질적으로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승인은 '선물'이 아닌, 치밀한 '거래'의 결과물로 받아들여진다. 트럼프는 핵잠수함 건조 승인 발표와 동시에 “한국은 미국이 부과하던 관세를 인하받는 대가로 미국에 3500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패키지는 1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MASGA)' 프로젝트 투자와 2000억 달러의 대미 직접 투자를 포함한다. 미국은 수십 년간 경쟁에서 밀려 쇠락한 자국 조선업의 부활을 절실히 원했다. 해군 함정을 유지·보수할 곳조차 부족해 11개 항공모함 전단 운용에 차질을 빚을 정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미국 우선주의)' 기조에 따라 한국의 자본과 기술력으로 자국 산업을 재건하려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고, 한국은 자동차 관세 인하 등 핵심 수출 산업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동시에 30년 숙원인 핵추진 잠수함이라는 전략적 자산을 확보하는 '윈-윈'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다. 이번 거대 거래의 무대이자 한미 기술 동맹의 상징이 바로 '한화오션 필리 조선소'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바로 이곳,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이 조선소를 인수했고, 이는 K-핵잠수함 프로젝트의 성사를 결정지은 '신의 한 수'가 됐다. '미국 내 건조'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를 충족시킬 유일한 한국 기업 파트너가 됐기 때문이다. 필리 조선소는 이제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조선 기술'과 미국의 독점적인 '군용 원자로 기술'이 만나는 융합의 장이 될 전망이다. 한화오션은 이미 17척의 잠수함을 인도하고 인도네시아에 3척을 수출한 유일한 국내 기업으로, 잠수함 건조 노하우는 세계적 수준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와 관련, 한화오션 측은 즉각 공식 입장을 내고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께서 양국 간 핵심적이고 중요한 결단을 내린 것을 지지한다"며 “양국 정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한화그룹은 첨단 수준의 조선 기술로 지원할 준비가 돼 있고, 필리 조선소 등을 통한 투자와 파트너십은 양국의 번영과 공동 안보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중국이 최근 필리 조선소를 포함한 한화오션 5개 자회사의 미국 내 계열사를 블랙리스트에 올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보란 듯이 이곳을 건조 장소로 지정한 것은 중국을 향한 강력한 외교적 메시지라는 분석이다. 한화오션 측은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원자력 추진 동력 잠수함 시뮬레이션도 실행해봤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관계자는 “현재 기술력으로 설계와 건조를 해보니 성공적인 운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도 했다.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보유 시도는 2003년 '362 사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프랑스 기술을 기반으로 3척을 건조하려 했으나 1년 만에 계획이 외부에 노출되고 다른 무기 도입에 밀려 좌초됐다. 21년 만에 다른 형태로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물론 핵잠수함을 우리 손에 넣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우선 필리 조선소는 상선 건조에 특화돼 있어 핵잠수함 건조를 위한 시설 재정비와 인력 훈련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역시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건조가 인력난 등으로 지연되고 있어 한국의 기술력이 투입되더라도 2030년대 중반에나 전력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한 핵연료 공급을 위해 현행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해야 하는 법적 과제가 남아있고, 핵 확산 금지 조약(NPT) 체제하에서 비 핵보유국의 군사적 핵연료 사용이라는 민감한 쟁점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국제 사회의 동의를 얻어내는 외교적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과제도 존재한다. 미국은 핵확산 우려로 비핵 국가에 원자력 추진 잠수함 이전을 반대해 왔다. 그러나 2021년 AUKUS의 출범으로 선례가 생김에 따라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 논의도 더 이상 금기가 아닌 상황이 된 만큼 당국의 고도의 협상력이 요구된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과 오랜 건조 기간도 부정적 입장의 주요 근거로 작용한다. 원자력 잠수함 1척 건조에 1조5000억원에서 2조원 가량 들고 정비·작전·대기용 등 작전 운용에 최소 3척이 필요해 5조원에서 6조원에 이르는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근한 예로 4700톤급 프랑스 서펜 핵잠수함의 건조 비용은 1척당 1조6000억원에 달했다. 나아가 운용·유지·정비 뿐만 아니라 시설 투자·교육·훈련을 위한 추가 비용도 발생한다. 또한 작전적 가치 측면에서 디젤 잠수함에 비해 원자력 잠수함은 넓은 해역에서 장기간 작전하기에 적합하나 수심이 낮고 작전 반경이 좁은 한반도 수역에서의 필요성은 의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 연구원은 “비록 핵무기가 아닌 재래식 탄두를 탑재하지만 K-핵잠수함은 '현무 4-4' 같은 SLBM을 탑재해 북한 지휘부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강력한 비대칭 전략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김 연구원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날로 고도화되고 있어 실전 배치가 시급해 원자력 잠수함의 국내 생산 체제가 갖춰지기 이전인 과도기에는 미국산 등에 대한 임대 여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그 기간 중 원자력 잠수함 운영과 관련 인력에 대한 교육·훈련을 시행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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