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8A·MQ-4C MUM-T 개념도. 사진=보잉
미국 방산업체 보잉과 노스롭 그루먼이 미 해군의 유인 해상 초계기와 무인기 간의 유·무인 복합체계 시뮬레이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특정 기종에 얽매이지 않는 범용 통신 표준을 적용해 조종사의 개입을 최소화한 무인기의 완전 자율 임무 수행을 실증해 낸 것이다. 무기 체계 획득 시 하드웨어와 자율성 소프트웨어를 분리하는 미 국방부의 개방형 체계(MOSA) 정책이 본궤도에 오른 가운데 글로벌 방산 강국들의 차세대 제공권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국 항공 방위산업을 대표하는 보잉과 노스롭 그루먼 2개사는 미 해군의 주력 해상 초계기 P-8A 포세이돈(유인기)과 고고도 정찰용 무인기 MQ-4C 트라이톤 간의 '유·무인 복합 체계(MUM-T, Manned-Unmanned Teaming)' 협업 시뮬레이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시연은 제조사와 설계 목적이 전혀 다른 이기종 플랫폼이 개방형 통신 표준을 통해 완벽한 자율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으로 단일 유인 전투기나 독립적인 무인 정찰기에 의존하던 과거의 전술적 한계를 벗어나 글로벌 항공 방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범용 통신 표준 적용…조종사 개입 최소화된 '완전 자율 임무' 실증
이번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P-8A 조종사는 조이스틱 등으로 무인기를 직접 원격 통제하는 대신, 조종석 시스템을 통해 '범용 지휘 통제 인터페이스(UCI, Universal Command and Control Interface)' 형식의 디지털 메시지를 트라이톤 무인기에 전송했다. 조종사의 육성 지시나 아날로그식 조작이 아닌 기계가 즉각적으로 인식해 독자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디지털 포맷이 활용된 것이 핵심이다.
특정 해상 구역으로 이동해 정찰하라는 명령을 수신한 트라이톤은 인간의 추가적인 조종 개입이나 세부 경로 설정 없이 탑재된 인공지능(AI)을 통해 스스로 비행 경로를 계획하고 이동했다. 이후 하달된 임무에 맞춰 자체적으로 센서를 운용해 정보를 수집했고 온보드 엣지 컴퓨팅 시스템을 통해 방대한 원시 데이터를 1차 처리한 뒤 의사 결정에 필요한 핵심 결과물만을 P-8A로 재전송하는 '완전한 자율 임무 주기'를 선보였다.
특히 실제 작전 시 발생할 수 있는 가시선(LOS, Line of Sight) 밖의 초수평선(BVLOS, Beyond Visual Line of Sight)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 데이터 전송 경로에는 위성 중계 통신망이 필수적으로 포함됐다. 이는 전 세계 어느 해역이나 지형적 장애물이 존재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단절 없는 정보 공유와 협력이 가능함을 확인한 것이다.
과거 1세대 유·무인 복합체계는 특정 유인기와 무인기를 연결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맞춤형 인터페이스를 일일이 개발해야 했다. 이는 새로운 무기를 도입할 때마다 시스템 전체를 재설계해야 하는 '벤더 종속' 문제를 야기했다. 보잉과 노스롭 그루먼은 이러한 기술적·경제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미 공군·국방부 주도로 개발된 비독점적 아키텍처인 '오픈 미션 시스템(OMS)'과 UCI를 통신 및 임무 관리 계층의 범용 표준으로 채택함으로써 상호 운용성을 극대화했다.
토리 피터슨 보잉 P-8 프로그램 부사장은 “이번 협업 시연은 미국과 동맹국에 실질적인 작전 역량과 상호운용성을 제공할 것"이라며 “글로벌 P-8A 운용자들이 저위험·점진적 성능 개선을 통해 임무 범위를 지속 확장할 수 있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제인 비숍 노스롭 그루먼 글로벌 감시 부문 총괄 부사장 역시 “첨단 기술의 경계를 넓히려는 양사의 노력은 미국과 동맹국 운용자들이 변화하는 해상 위협에 맞서 독보적인 우위를 유지하도록 뒷받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미 국방부 주도 MOSA 궤도에…기체·소프트웨어 분리 획득 속도
이번 실증 성과는 미국 국방부가 전사적으로 추진 중인 '모듈식 개방형 시스템 접근법(MOSA)'의 획기적인 진전을 의미한다. 미 국방부는 급변하는 기술 발전 속도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무기 체계 획득 시 하드웨어(기체) 생산과 임무 자율성(소프트웨어) 구매를 완전히 분리하는 이른바 '디커플링' 획득 전략을 법제화해 도입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구형 기체든 신형 기체든 스마트폰 앱을 업데이트하듯 최첨단 AI 알고리즘을 제약 없이 이식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미 공군은 2030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는 차세대 무인 '협동 전투기(CCA)' 프로그램에 이 전략을 전면 적용했다. 무인기 하드웨어 양산은 제너럴 아토믹스와 안두릴(Anduril)이 주도하며 대규모 생산 라인을 가동 중이다. 반면, 무인기의 두뇌 역할을 할 자율성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는 안두릴·실드 AI·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 세 곳이 2027년 최종 공급자 선정을 앞두고 알고리즘 고도화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 해군 또한 F/A-18 등 유인 전투기와 협력해 정찰 정보를 중계하고 자율 공중 급유를 수행할 세계 최초의 항모 기반 무인기 'MQ-25 스팅레이'의 작전 배치를 서두르고 있다.
▲보잉 P-8A 포세이돈·노스롭 그루먼 MQ-4C 트라이톤. 사진=보잉
◇ 유럽·중국·한국 등 차세대 패권 경쟁 가열…2034년 21조원대 시장 규모
단일 플랫폼 중심에서 다수의 자율 무인기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조종사의 생존성과 타격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현대전의 교리가 대전환하면서 글로벌 방산 강국들의 제공권 주도권 다툼도 치열해지고 있다.
유럽은 에어버스를 중심으로 대형 수송기나 유로파이터 전투기에서 투하해 적진을 교란하고 타격하는 '리모트 캐리어(Remote Carrier)' 실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드론 양산 능력을 바탕으로 세계 유일의 복좌형 스텔스 전투기 J-20S를 전용 공중 지휘소로 삼아 다수의 윙맨 무인기(FH-97A) 군집을 통제하며 다축 동시 포화 공격을 가하는 전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한국 역시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주축으로 국산 소형 무장 헬리콥터(LAH, Light Armed Helicopter)에 통 발사형 무인기를 탑재해 시험을 준비 중이고 중장기적으로 KF-21 보라매 전투기와 연동될 스텔스 무인 편대기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거대한 MUM-T 시스템이 실험실을 벗어나 실전에 전면 배치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남았다고 지적한다. 전투 상황에서 단일 유인기 조종사가 여러 대의 무인기를 동시에 통제할 경우 인지 능력이 임계점을 초과할 수 있어 무인기에 탑재된 '인지 에이전트'가 세부 비행을 스스로 판단하는 고도의 인공지능 자율화가 시급하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확인되듯 위성 위치 확인시스템(GPS) 교란·전자전 환경에서 통신이 두절되더라도 무인기가 자체 엣지 컴퓨팅을 통해 자율 비행으로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복원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다영역 네트워크 작전 중심으로 방산 패러다임이 선회하면서 관련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도 예고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분석에 따르면, 연구 개발 단계를 넘어 대규모 양산 체제로 진입 중인 글로벌 군용 MUM-T 시장은 2026년 56억6000만 달러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대대적인 국방비 투입에 힘입어 연평균 13.7% 이상의 고도 성장을 거듭하며 오는 2034년에는 159억2000만 달러(21조 원)에 달하는 거대 시장으로 팽창할 전망이다. 무인 항공 교통 관리(UTM, Unmanned Aircraft System Traffic Management) 시스템·차세대 항공 엔진 등 파생 생태계까지 고려하면 향후 우주항공 산업 전체의 판도를 바꿀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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