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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천NCC, 원료공급계약안 이사회 의결…경쟁력 강화 ‘속도’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의 합작사 여천NCC가 안정적인 기초 유분 공급 구조를 마련했다. 12일 DL케미칼에 따르면, 여천NCC는 이날 이사회에서 장기 원료 공급계약안을 의결했다.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지분 절반씩 투자해 세운 합작 법인으로, 다운스트림 계열 화학 제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기초 유분을 양사에 공급한다. 이번 계약의 범위는 △에틸렌 △프로필렌 등 나프타분해설비(NCC)가 생산하는 주요 원료이다. 계약 기간은 올해 1월 1일부터 2027년 12월 31일까지로, 가격 조건은 국제 시장지표와 원가에 기반한 포뮬라(계산식)을 적용하는 것이다. DL케미칼은 외부 컨설팅 결과를 거쳐 마련한 이번 계약 체결안이 석유화학 시장 현실을 반영한 기준점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향후에도 DL케미칼은 변경된 계약에 맞춰 변화하는 공급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다운스트림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DL케미칼 관계자는 “여천NCC의 주주로서 그 역할과 책임을 끝까지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에쓰오일, 사랑의열매에 고객과 모은 성금 5488만원 기부

에쓰오일은 지난 10일 서울 정동 사랑의열매 회관에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올해 고객들과 함께 모금한 '에쓰오일 보너스포인트' 5488만원을 기부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에 전달된 기부금은 에쓰오일 고객 1만643명이 주유·충전 결제로 적립한 보너스포인트 2744만원에 에쓰오일이 같은 금액을 출연해 조성됐다. 해당 성금은 만 18세가 돼 보육 시설을 퇴소하는 청소년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에쓰오일은 고객들이 보너스포인트를 통해 손쉽게 나눔 활동에 참여하도록 다양한 기부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주유 시 자동으로 성금이 적립되는 '사랑의열매 보너스카드'를 통해 리터당 3원씩 기부할 수 있다. 아울러, '마이 에쓰오일'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보유 보너스포인트를 직접 기부하는 것도 가능하다. 에쓰오일은 2005년부터 보너스포인트 기부 행사를 진행해오며 약 7억3000만원의 성금을 누적했다. 13만여 명 고객이 3억6000만 원 상당의 포인트를 기부했고, 에쓰오일이 동일 금액을 출연한 결과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올해도 주유 포인트를 기부해주신 고객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고객과 함께 나눔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고부가 소재로 구조개편 넘는다…금호석화·코오롱인더스트리 ‘실적 선방’ 주목

금호석유화학과 코오롱인더스트리 같은 석유화학 기업들이 올 한 해 견조한 영업실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주목받고 있다. 석화업계 전체에 드리운 '나프타분해설비(NCC) 감축' 구조 개편을 앞두고 두 기업이 합성고무와 산업용 소재 등 고부가가치 소재 사업을 앞세워 위기를 돌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내년에도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시장 호조 또는 석유수지 수급 혜택이 예상되면서 고부가가치 소재 스페셜티 사업에서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감마저 불어넣고 있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실적 전망 컨센서스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영업이익이 3156억원으로 전년 대비 15.7% 늘 것으로 예측됐다. 매출 예상치는 2.1% 줄어든 7조61억원이지만 선방 평가를 받는다. 같은 기간 코오롱인더스트리도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에서 각각 5조220억원과 1498억원으로 추정됐다.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해 3.7% 증가한, 영업이익은 5.6% 감소한 수치들이다. 4분기만 떼어놓고 보면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영업이익은 41.8% 늘어난 507억원으로 전망된다. 후반기 상승 영향으로 연중 실적에서 역시 선방 평가를 받는 부분이다. 이처럼 금호석화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석화시장 전반의 침체를 피할 수 있던 배경으로는 일차적으로 NCC가 없다는 점, 이어 고부가가치 소재 중심으로 편성돼 있는 사업구조에 힘입은 바 크다. 금호석화 전체 매출 가운데 40%가량(3분기 기준)을 차지하는 합성고무 사업에서 용액 스티렌 부타디엔 고무(SSBR)을 중심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SSBR은 인장강도와 신율 등 양쪽으로 늘어나도 잘 버티는 '물성'과 액체 같은 성질과 원래 모양으로 돌아오려는 성질을 모두 가진 '점탄성'이 뛰어나다. 이 덕분에 고기능성 합성 고무로 꼽힌다. 특히 친환경, 고성능 타이어에 쓰여 불필요한 연료 소비를 줄이고 연비 개선에 기여한다. 에틸렌 프로필렌 디엔 모노머(EPDM)와 열가소성 가황물(TPV)은 영업이익률 11.5%을 기록할 정도로 수익성이 좋다. EPDM은 비중(물 대비 질량 비율)이 낮은 동시에 고충진 배합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주로 자동차용 차체 기밀 재료로 쓰인다. TPV는 폴리프로필렌(PP)와 EPDM을 기반으로 만드는 재료로, 플라스틱과 고무의 특징을 결합한 소재로 재활용이 가능하다. 코오롱인더스트리도 산업자재 부문에서 매출의 절반가량을 창출하는 구조적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3분기 기준으로 전체 매출 가운데 50.3%(5933억원)가 산업자재 부문에서 나왔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에어백 소재나 타이어코드(타이어 고무 안쪽에 덧대 물리적 특성을 보강해주는 직물 소재), 아라미드(500℃ 이상의 고온에서 내열성을 띠는 섬유 소재) 같은 자동차 부품 소재를 주력으로 한다. 연료전지로 수전해 반응으로 전기를 얻을 때 필요한 소재인 멤브레인도 스페셜티 소재로 부각되고 있다. 아울러 화학 부문에서는 에폭시와 페놀 등 석유 수지와 반도체 기판용 절연코팅제인 변성 폴리페닐린 옥사이드(m-PPO)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관련 산업과 조선경기가 호조를 보이면서 이들 소재가 화학부문 영업익을 끌어올리고 있다. 금호석유화학과 코오롱인더스트리에 더 반가운 것은 두 기업 모두 내년 전망이 부정적이지 않다는 분석이다. 금호석화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시장에 따른 호재가 기다리고 있다. LNG 보냉재로 주로 쓰이는 메틸렌 디페닐 디이소시아네이트(MDI)는 금호석화의 계열사 금호미쓰이케미칼을 포함해 전세계 석화기업 6곳이 전체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MDI는 초저온 저장 환경을 위한 멤브레인 화물창 속 단열재 제조에 쓰인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위원은 지난 8일 보고서에서 “전방 LNG 보냉재용 수요 강세에 더해 증설이 제한적인 구간에 진입하기 때문에 MDI 업황은 2026년 완연한 회복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윤 위원은 “금호미쓰이화학은 2024년 3분기 증설로 총 연산 61만톤의 MDI생산 능력을 갖춰 이미 2025년부터 증설 효과가 실적에 온전히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경우 좋지 않은 석유수지 수급 사정으로 오히려 내년에 수혜를 누릴 수 있다는 기대를 받는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위원이 지난 9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초 엑손모빌 미국 공장 9.7만톤 규모 설비가 폐쇄돼 글로벌 수요 중3%의 공급량이 줄어들며 석유수지 글로벌 업황이 기대된다"고 예상했다. AI 붐이 일고 있는 점에서 m-PPO 시장 전망도 밝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경북 김천2공장에 340억원을 투자해 연산 2000톤의 m-PPO 생산설비를 내년 5월 완공을 목표로 구축하고 있다. 황 연구위원은 “m-PPO 설비 2000톤을 완공하면 고전력 반도체 칩 성장으로 수혜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獨화학기업 랑세스 “범용재 탈피·특수재 ‘틈새’ 공략, 석화 불황 극복”

독일 바이엘그룹에서 분사한 특수화학기업 랑세스(Lanxess)가 국내외 복합위기로 구조 개편 숙제를 안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업계에 극복 해법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회관에서 열린 랑세스 창립 20주년 기념 간담회에 참석한 후버트 핑크(Hubert Fink) 랑세스 부회장은 “랑세스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전략을 가지고 수요처와 긴밀히 협력하며 니치(틈새) 영역을 발굴하고 솔루션을 찾아 기회가 많이 생겼다"며 “(글로벌 석화 제품 공급 과잉 등) 지금과 같은 시장 상황일수록 고객 중심으로 접근하고 틈새 시장에서 어떻게 할지 전략을 잡아오며 성공할 수 있었다"고 위기 극복 사례를 소개했다. 핑크 부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중국 시장에서 석화산업 증설이 많이 일어나면서 발생한 전세계적 어려움으로 랑세스도 일부 시장에서 영향을 받고 있다"며 한국 석화기업들이 겪고 있는 비슷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랑세스는 2005년 독일 바이엘 그룹으로부터 분사한 특수화학 기업으로 전 세계에 △고품질 중간재 △특수 첨가제 △소비자 보호 제품(살균제·보존제) 등을 공급해왔다. 한국에서는 △배터리·모빌리티 △반도체·전기전자 △화장품·퍼스널케어 △건설·코팅·페인팅 △조선·방위 △지속가능성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랑세스는 초기의 범용 제품 대량 생산 체제에서 특수화학 제품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해왔다. 2017년부터 미국 기업 켐츄라를 비롯해 여러 기업을 인수하며 난연제와 윤활유 첨가제, 소독위생 솔루션 향료향수 제품군을 포트폴리오로 포함했다. 합성고무와 플라스틱, 우레탄 시스템 사업은 매각 등으로 정리했다. 이처럼 수요 기업과의 긴밀한 협력을 기반으로 솔루션·제품을 개발하는 전략으로 글로벌 석화 공급 과잉 문제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핑크 부회장은 강조했다. 그는 “랑세스는 (시장 규모가 큰) 범용 소재보다는 중간 수준 규모라도 혁신을 중심에 두는 특수화학에 집중해 사업 포트폴리오 면에서 화학시장을 선도(리딩)하는 입지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시장의 의미에 관해 핑크 부회장은 “랑세스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부합할 정도로 큰 산업 규모를 가지고 있다"며 “수요 기업들과 함께 솔루션과 혁신 중심의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같이 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조선산업에서는 (선박 하부에 조개 같은 생물체가 붙지 않게 하려고 바르는) 방오제 같은 부분에서 고객사들과 함께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반도체와 전자 분야에서는 한국 기업이 선도적 기술을 보유하고 시장을 이끄는 만큼 (반도체 산업에서 이물질 없는 환경을 만드는 데 쓰이는) 초순수와 관련한 기회를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핑크 부회장은 한국에 연구개발 거점을 둘 수 있다는 뜻도 조심스레 내비쳤다. 그는 “한국 시장에서 단순 판매 뿐만 아니라 수요 기업들과 솔루션 개발이나 애플리케이션 발굴, 혁신 활동을 같이 해나가고 있다"며 “앞으로 10년간의 전략 가운데 한국에 연구개발 시설을 두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핑크 부회장은 화학 기업으로서 탄소중립 목표 시점을 2040년으로 두고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스코프 1)과 사용 전력·열에너지로 인한 간접 배출(스코프2) 감축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 자체에서 처리하는 화학물질이나 소비하는 에너지 면에서 탄소 감축을 하기 위해 2030년(중간 목표)을 위한 성과를 내고, 이후 10년에 걸쳐 탄소 중립을 달성할 것"이라며 “2050년까지는 랑세스의 공급망 업체, 물류 기업, 협력사들과 함께 노력해 가치 사슬(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탄소발자국을 줄여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성 랑세스 한국법인 대표이사는 “지난 20년간 한국의 주요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고도화하는 동안 랑세스는 포트폴리오 전환을 통해 그 변화를 지원해 왔다"며 “앞으로도 국내 고객 및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하여 높은 부가가치의 실현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지원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코오롱인더스트리, 오토리브에 에어백 소재 추가 공급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에어백 사업의 가장 큰 고객인 안전부품 제조사 오토리브에 자동차 소재를 더 많이 공급하기로 했다. 이를 계기로 베트남 공장 투자를 단행해 원단부터 완성품에 이르는 공정을 갖춘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 8일 경기도 과천에 위치한 코오롱 사옥에서 오토리브 사(社)와 에어백 소재를 추가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양사는 지난 4월 에어백 공급 협의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구체적인 공급·운영 방법에 대해 협의했다. 이번 공급 파트너십 체결을 계기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베트남 호치민시에 원단을 생산하는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예상 투자 금액은 약 700억원이다. 그간 코오롱인더스트리 베트남 공장은 그간 한국과 중국에서 생산된 원단을 들여와 에어백 쿠션을 생산했다. 이번 투자를 마치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베트남 공장에 제직, 가공, 코팅 설비를 신규 설치해 원단부터 쿠션에 아우르는 생산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생산은 2028년부터 시작하고, 2029년까지 생산 안정화와 물량 증대를 목표로 운영한다. 2030년부터 납품을 본격화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베트남 신공장에서 연간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허성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은 “이번 장기 공급 계약 체결은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자동차 소재 부품 사업 역량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라며 “가장 중요한 고객사 중 하나인 오토리브에 세계 최고 수준의 에어백 소재들을 공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티안 스완 오토리브 공급망 관리(SCM) 총괄 부사장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아시아, 중국, 북미에 생산 거점을 보유한 글로벌 에어백 생산자로 오토리브가 가장 신뢰하는 협력사 중 하나"라며 “앞으로도 협력을 이어 가길 기대한다"고 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에쓰오일, 초저점도 EV 윤활유 배합 기술 인정받아

에쓰오일이 전기자동차에 적합한 초저점도 윤활유 기술로 기술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에쓰오일은 산업통상부 주관 '2025 신기술실용화 촉진대회'에서 초저점도 전기차용 윤활유 배합 기술로 신기술(NET) 인증을 받았다고 10일 밝혔다. 신기술 인증은 산업통상부가 산업 전반에 걸쳐 기술적 우수성과 경제적 파급 효과가 있는 기술을 대상으로 부여하는 인증 제도다. 해당 기술이 업계에서 상용화될 가능성을 인정 받을 때 주어진다. 에쓰오일은 기존 전기차용 윤활유 대비 점도를 대폭 낮춘 초저점도 윤활유를 개발했다. 전기차 에너지 효율(전비)와 냉각 성능, 내구성을 향상시켰고, 전기차 주행 중 주요 특성인 소음·진동·불쾌함(NVH)도 개선한 점에서 기술 혁신성을 인정받았다고 에쓰오일은 강조했다. 아울러 전기차용 윤활유에 요구되는 부식 방지 성능과 절연 성능을 갖췄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이번 신기술 인증을 통해 에쓰-오일의 기술력과 혁신성을 다시 한번 입증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앞으로도 에쓰-오일은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대한민국 산업의 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기자의 눈] 산업용 전기요금 내린다면…‘파괴적 혁신’ 마중물 돼야

전기요금 때문에 산업계가 아우성이다. 지난해 말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이 킬로와트시(㎾h)당 185.5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 2022년 1분기와 비교하면 무려 75.8%나 올랐으니 불만이 나올 만하다. 가정용 전기요금이 산업용보다 더 비쌌던 구조도 어느 순간 역전된 상황이다. 전기요금에 쏟아지는 아우성은 업황 부진에 빠진 철강과 석유화학 업계에서 가장 크게 들린다. 유관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철강은 탄소 배출을 줄이려 석탄을 연료로 쓰는 고로 대신 도입한 전기로 가동으로 전기요금 부담이 늘고 있다. 석화도 설비 규모가 워낙 거대해 전체 매출의 5%가량(2025년 2분기 기준)이 전기료로 빠져나간다. 전기료를 한시적으로라도 깎아주면 철강 및 석화 기업들이 사업 체질을 개선하는 데 힘을 받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그렇다고 전기료 인하가 단순히 철강·석화업계의 '버티기용 수단'이 될 순 없다. 반대 논리가 만만치 않아서다. 당장 발전사들은 내년부터 탄소배출권 유상할당 부담이 커진다. 재생에너지 발전 인프라 구축에 투자해야 하기에 지출 요소가 크다. 또한, 미국 등 주요국가들이 전기료 지원을 국가 보조금 지원으로 간주해 자국산업 경쟁력을 저해하는 '불공정 무역'을 핑계로 제재를 가할 경우 우리 정부와 업계에 통상 부담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미국 상무부는 한국의 저렴한 전기요금이 사실상 철강업계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효과와 같다는 논리로 무역 조치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같은 전기요금 인하 반대 논리를 돌파할 만한 유인책으로 국내 철강·석화사들이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수퍼 을(乙)'이 되는 것을 떠올려 본다. 범용 메모리로 성장해 온 한국 반도체기업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로 미국 빅테크의 러브콜을 받고, 반도체 장비 제조사들이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을 좌지우지하는 현재 모습을 철강과 석화산업이 본보기 삼았으면 하는 '상상'이다. 전기료 감면으로 마련한 '버티기 체력'을 연구개발에 쓰고, 이를 통해 개발한 혁신소재를 해외시장에서 무역 제소를 피할 지렛대로 삼자는 것이다. 갈수록 거세지는 보호무역주의 속 생존법이 결국 '국내 공급망 강화'라는 점과도 일맥상통한다. 따라서 철강과 석화업계는 '파괴적 혁신'을 고민해볼 시점이다. 소재 연구개발은 당장에 바짝 투자한다고 성과를 낼 수 없다. 기초·응용 과학 같은 학문적 토대부터 복원하고, 어떤 소재 개발에 집중할 지를 민관이 판단해 과감히 투자하는 실행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전기료 감면 정책을 철강·석화산업의 단기성 버티기 수단이 아닌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소재 경쟁력을 강화하는 마중물로 일대 전환하는 '파괴적 혁신'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수퍼 을 전략'의 큰 그림 속에서 전기료 감면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구조개편 끝나더라도…석화업계 ‘무역장벽 걱정’

연말까지 산업구조개편안 마련하느라 안간힘을 쏟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또다른 걱정거리를 안고 있다. 다름아닌 수입국의 반덤핑 및 비관세 장벽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이다. 당장 반덤핑 등 무역규제가 제기되더라도 당장에 보복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단기 실적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석화기업들이 강도높게 추진하는 고부가가치 소재 중심의 구조 개편 움직임에 동력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산업통상부와 석화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화기업들은 현재 해외 15개 국가에서 41건에 이르는 무역 규제 적용이나 조사를 받고 있다. 반덤핑 관세나 상계관세, 환경 규제 같은 비관세 장벽 등 규제 유형이 다양하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유럽은 지난 7월 한국산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에 최대 5.8%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2022년 반덤핑 판정을 받은 한국산 고흡수성 수지(SAP)를 두고 LG화학이 유럽 현지 법원에 소를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인도 정부도 2022년 톨루엔 수입 제품에 순도 99.7% 이상을 요구하는 '품질관리명령'으로 사실상 비관세 무역장벽을 세우려다 우리 화학산업협회 등 석화업계의 강력한 철회 조치 요구에 밀려 지난 2일 철회하기도 했다. 보편관세 15%를 적용하는 미국에서는 △에폭시 레진 △에멀전 스티렌-부타디엔 고무(ESBR) △페트 △아세톤 △다기능 아크릴레이트(MFA) △다기능 메타크릴레이트(MFMA) △에폭시 아크릴레이트 등의 품목이 반덤핑·상계 관세 부과와 관련한 조사 대상에 포함된 적이 있다. 이 같은 부담은 최근 한국 석화업계가 처한 공급 과잉 상황과 겹치고 있다. 원유를 수출하는 중동과 원가와 인건비 등이 저렴한 중국이 자체 석화산업 경쟁력을 키우면서 최근 3년간 석화 기업들의 수출 실적이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석화제품 수출액은 480억달러로 2021년과 비교해 13% 감소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25일 '2026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와 내년 수출액이 439억원과 430억원으로 감소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석화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받는 무역 규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사업 재편 과정에서 어떤 부담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점에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종적으로 무역 조치에서 벗어난다 하더라도, 현지 기업들이 당국에 무역 제소를 내면 일단 잠정 조치를 내린 뒤 기업별로 시장경쟁 저해 요인이 없다는 소명을 듣는 절차를 밟기 때문이다. 국내에 저가로 들어오는 수입 제품을 대상으로 반덤핑 제소를 내는 데도 신중하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종전부터 석화기업들이 해외에서 겪고 있는 반덤핑 제소 문제가 최근 들어 두드러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와 겹쳐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석화산업이 수출 의존도가 높아 보호무역 통상 파고의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도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화학산업협회에서 협회, 석화기업, 대한상공회의소, 무역협회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주재하며 석화 산업 구조개편을 원활히 마무리하기 위해 통상 현안도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여 본부장은 지난 1~3일(현지 시각) 브뤼셀에서 EU 집행위원회, 의회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통상현안을 논의하고 한국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여 본부장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석화업계는 내부적으로는 구조 개편, 외부적으로는 통상 압력이 높아지는 '내우외환' 상황에 처했다"면서, △글로벌 수입 규제 방어 △비관세 장벽 대응 △한국판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 활용 등을 정책 방향으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거의 일괄적으로 높은 무역 장벽이 적용되는 철강시장과 달리 석화 소재 시장은 품목별로 무역장벽 유형과 편차가 다양하기 때문에 다각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기자동차나 반도체 산업용 소재처럼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없으면 안 되는 소재의 경우 무역조치를 걸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국내 석화기업들이 주요 수출품목으로 공략하는 대안을 구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다른 석화업계 관계자는 “미·중 패권경쟁 국면이 심화되기 전부터 석화사들은 반덤핑 같은 여러 통상 이슈에 대응해왔기 때문에 대응 방향을 새롭게 잡아야 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개별 품목마다 '스토리'가 달라 통상 대응도 품목별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효성그룹 첫 전문경영인 회장 나왔다···김규영 HS효성 회장 승진

효성그룹 60여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전문경영인 회장이 나왔다. HS효성은 9일 김규영 전 효성그룹 부회장을 회장으로 선임하는 것을 포함한 2026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송성진 트랜스월드 PU장과 양정규 HS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대표이사 전무는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은 '누구든 역량을 갖추면 그룹 회장이 될 수 있다'는 지론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HS효성 관계자는 “총수 일가가 아니어도 가치를 극대화하는 준비된 리더가 그룹을 이끌어야 한다"며 “그것이 곧 가치경영"이라고 전했다. HS효성 측은 이번 인사가 △기술과 품질을 바탕으로 한 가치경영을 이끌어 갈 인재 △실적주의에 따라 회사 성장에 기여한 인사 △다양성에 기초한 인재 발굴 및 육성이라는 발탁 기준에 따라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김규영 회장 선임은 기술과 품질을 바탕으로 한 가치경영을 대표하는 상징적 인사로 평가된다. '샐러리맨 신화'로 불리는 김규영 회장은 1972년 효성그룹의 모태기업인 동양나이론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언양공장장, 안양공장장, 중국 총괄 사장, 효성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 및 기술원장을 역임했다. 특히, 스판덱스 개발을 포함한 섬유기술 확립과 기술품질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7년부터 8년간은 효성그룹 지주사 대표이사를 지냈다. 효성그룹에서 회장 직함을 단 인원은 총수 일가 3명 뿐이다. 창업주인 조홍제 초대회장이 1984년까지 재임했고 조석래 명예회장이 2017년까지 그룹을 이끌었다. 현재는 조현준 회장이 리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송성진 부사장은 현대 경영의 중요한 화두인 공급망 안정화와 물류사업을 도맡아 HS효성그룹의 도약에 기여하고 있다. 물류사업의 수장으로서 글로벌 사업과 해외 고객이 많은 HS효성의 가치를 더욱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양정규 부사장은 HS효성의 주요 사업군 중 하나인 AI·DX 사업을 선도하며 다년간 실적을 올렸다. 이밖에 기획관리 부문에서 박창범 상무보가 신임 임원으로 발탁됐다. 신규 여성 임원으로 승진한 정유조 상무보는 효성그룹 공채 출신으로 경영기획팀, ESG경영팀, 신사업팀 등을 거친 기획통이다. 김규영 회장의 발령일은 내년 4월1일이며, 승진 임원들 발령일은 내년 1월 1일이다. 효성그룹 임원 인사 명단은 아래와 같다. ▲㈜HS효성 △회장 김규영 △부사장 트랜스월드PU장 송성진 △상무보 지원본부 인사총무팀장 박창범 ▲HS효성첨단소재㈜ △전무 타이어보강재PU 섬유영업 담당 이태정 △상무 가흥 화섬법인 사장 겸 TC영업 총경리 겸 중국 SC영업 총경리 천병호 △베트남 관리본부 담당 손판규 △상무보 미래전략실 신사업1팀장 정유조 ▲HS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부사장 대표이사 양정규 △전무 HIS PU 전략기획본부장 양천봉 △HIS PU 금융본부장 이정걸 여헌우 기자 yes@ekn.kr

[현장] 사람 손보다 빠르고 정교하다…한국쓰리엠, 로봇 접착테이프 자동화로 ‘제조 혁신’

지난 8일 경기 화성 동탄에 자리잡은 한국쓰리엠(3M) 고객기술센터. 이 곳에서 6축 다관절 로봇 끝에 달린 접착제 도포장치(어플리케이터)가 S자 곡선으로 휘어진 부품 위를 미끄러지듯 유연하게 지나가는 모습이 시연됐다. 로봇이 지나간 자리에는 양면 테이프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매끄럽게 부착돼 있고, 절단작업(커팅)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한국쓰리엠이 이날 고객기술센터(CTC)에서 마련한 '산업자동화 솔루션 테크' 행사는 일반인에게 문구용 스카치 테이프나 박스 포장용 테이프로 떠올리기 쉬운 '테이프'가 사무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모품이 아니라 첨단 제조 공정의 핵심 부품이자 자동화 솔루션으로 진화했음을 확인해 주는 자리였다. ◇ “볼트·너트·용접 없는 세상…'레벨 4' 자동화로 간다" 이날 고객기술센터의 시연에 앞서 한국쓰리엠 정세훈 접착제·테이프 사업부 영업팀장(부장)은 3M이 지향하는 자동화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정 부장은 “3M은 전 세계 50개국 이상에서 사업을 영위하며 연간 246억 달러(약 37조원) 매출을 올리는 과학기업"이라며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공정 혁신을 돕는 파트너"라고 소개했다. 이어 3M이 자동화를 단순 수작업인 '레벨 1'부터 완전 자동화인 '레벨 4'까지 구현하며, 3M 솔루션은 최고 단계인 '유연한 자동화(Flexible Automation)'를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정 부장은 “과거에는 볼트·너트·리벳·용접이 제조업의 체결을 담당했지만 이제는 경량화와 디자인 자유도가 중요해지면서 접착제와 테이프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조업계의 인건비 상승과 숙련공 부족으로 자동화 수요가 큰데 구체적인 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작업자가 2~3명인 소규모 라인보다는 10명, 20명 이상의 대규모 라인에서 도입했을 때 비용 절감 효과가 훨씬 크다"고 정 부장은 답변했다. 다만, 소규모 공정에서는 오히려 초기 투자 비용이 부담될 수 있다는 점을 덧붙여 말했다. 김정민 한국쓰리엠 이사는 “회사가 강조하고 싶은 건 자동화의 목적이 단순히 인건비를 줄이는 것에만 있지는 않다는 점"이라며 “작업자의 컨디션이나 숙련도에 따라 품질이 들쭉날쭉하는 변수를 막고 '품질의 일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더 큰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했던 로봇팔 이날 투어의 백미는 단연 지하 랩실에서 진행된 '3M 로보테이프(RoboTape)' 시연이었다. 현장을 안내한 최보경 한국쓰리엠 수석연구원은 로봇 팔이 사람의 손보다 빠르고 정교하게 움직이는 원리를 상세히 설명했다. 시연에서 6축 다관절 로봇 끝에 달린 도포 장치(어플리케이터)는 S자 곡선으로 휘어진 부품 위를 미끄러지듯 지나갔다. 로봇이 지나간 자리에는 양면 테이프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매끄럽게 부착돼 있었고, 커팅까지 완벽하게 마무리됐다. 최 연구원은 “사람이 붙일 때는 10~20초가 걸리고 숙련도에 따라 품질 편차가 생기지만, 로봇은 최대 속도로 일관된 품질을 만들어낸다"며 “특히 사람이 작업하기 힘든 복잡한 곡면 구간도 로봇은 한 번에 정확하게 처리한다"고 강조했다. 인력 대비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낫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속도는 로봇이 낼 수 있는 맥시멈까지 올릴 수 있어 생산성이 압도적이며, 무엇보다 곡면 구간에서 사람이 낼 수 없는 정밀도를 보장한다"고 말했다. 3M 로보테이프의 핵심은 '레벨 와인딩(Level Winding)' 기술이었다. 최 연구원은 “일반적인 롤 테이프는 길이가 짧아 공정 중 자주 교체해야 하지만, 3M은 마치 낚싯줄이나 실타래처럼 아주 길게 감긴 대용량 스풀을 공급한다"며 “이런 긴 길이의 레벨 와인딩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곳은 전세계적으로도 3M을 포함해 몇 곳 되지 않으며, 이를 통해 공정 중단 없는 연속 생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치약처럼 짜서 쓰는데 굳힐 필요 없는 3M VHB 압출형 테이프 최보경 수석연구원은 이어 기존 테이프의 고정 관념을 깬 '3M VHB 압출형 테이프(Extrudable Tape)'를 소개했다. 최 수석연구원은 “일반적인 양면 테이프는 평평한 곳에는 잘 붙지만, 굴곡지거나 표면이 거친 곳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짜서 쓰는' 테이프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글로벌 장비 업체인 '노드슨(Nordson)'의 프로본드(ProBond) 시스템과 결합된 솔루션이다. 최 수석연구원은 “고체 상태의 테이프 소재를 미니 압출기에 넣어 약 190~200℃의 열로 녹인 뒤 치약처럼 원하는 모양으로 토출하는 방식"이라며 “액체 접착제처럼 보이지만, 식으면 즉시 고체 테이프의 성질을 회복하기 때문에 별도의 경화 시간이 필요 없다"고 역설했다. 자동화 라인에서 내부 기포나 도포량 불량을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느냐고 묻자 최 연구원은 “부착 후에 엑스레이 같은 비파괴 검사를 전수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도 “대신 사전에 고객사와 물성 평가를 철저히 진행하고, 공정 변수(Parameter)를 검증해 불량 발생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방식으로 신뢰성을 확보한다"고 답했다. 이어 “PP나 PE 등 난접착 소재에도 별도의 표면 처리(Primer) 없이 강력하게 붙고, IPX8 등급의 방수 성능을 자랑한다"며 “이형지(Liner)가 없어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 솔루션"이라고 추가로 설명했다. ◇ “1000만 번 충격 견디고, 필요할 땐 열린다…전기차 난제 해결" 주형석 한국3M 상무는 전기자동차(EV) 시장을 겨냥한 두 가지 핵심 소재와 기능성 솔루션을 소개했다. 먼저 소개된 '배터리 팩 실런트 SZ1000'은 전기차 배터리의 '밀봉'과 '재개봉'이라는 모순된 과제를 해결한 제품이다. 주 상무는 “배터리 팩은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완벽히 밀봉(IPX8)되어야 하지만, 수리를 위해 필요할 때는 케이스를 파손하지 않고 열 수 있어야 한다"며 “이 제품은 배터리 팩을 완벽히 보호하면서도, AS가 필요할 때는 깔끔하게 떼어낼 수 있는 '재개봉' 기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화재 안전성을 위해 난연 등급(UL94 V-0)을 확보한 점도 빠트리지 않았다. 이어 소개된 '구조용 접착제 SA9820'은 용접을 대체하는 고강도 접착제다. 주 상무는 “차체 경량화를 위해 알루미늄이나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 등 이종 소재 사용이 늘면서 용접이 불가능한 영역이 생겼다"며 “SA9820은 나사나 용접 없이도 알루미늄 기준 20MPa 이상의 전단 강도와 1000만 사이클 이상의 피로 수명을 자랑한다"고 전했다. 특히, 약 80℃의 저온 경화가 가능해 고열에 약한 복합소재 부품의 열변형을 최소화시킨 점을 부각시켰다. 디스펜서 같은 장비가 막힐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주 상무는 “우리는 일방적으로 제품을 만들고 고객에게 쓰라고 하지 않고, 설비 초기개발 단계부터 로봇·디스펜싱 업체와 소재 물성을 조율하며 같이 만들어 간다. 막힘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매뉴얼을 제공하고 사전 예방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이밖에 기존 용접을 대체하는 구조용 접착제의 비중과 관련해 그는 “아직은 초기 단계이나 경량화와 고강도 체결을 위해 도입이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고 시장이 열리고 있다"고 성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 절대 안 떨어지는 테이프? '떼었다 붙였다 1000번'의 기술 체험 3M 로보테이프 시연 이후 한국쓰리엠 원천기술을 직접 체험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현사래 한국쓰리엠 연구원은 일반 폼테이프와 VHB 테이프를 비교하는 시연을 진행했다. 기자가 직접 두 테이프 제품을 번갈아 양손으로 힘껏 잡아당겨 보았지만 VHB 테이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현 연구원은 “VHB는 아크릴 폼 전체가 점착 성분을 가지고 있어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며 “나사나 못 없이 킥보드 프레임이나 냉장고 손잡이를 조립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3M이 개발한 삼각형 세라믹 입자의 큐비트론(Cubitron) 연마제는 연마 시 무뎌지는 것이 아니라 미세하게 깨지면서 스스로 날카로운 날을 다시 세우는 성질이 있다"며 “이 덕분에 작업 속도를 높이고 작업자의 피로도를 획기적으로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 “빛과 소리, 진동을 제어하다"…자동차 속 숨은 3M 기술 현 연구원은 자동차 도어와 휠 가드 내부에 들어가는 하얀색 흡음재 '신슐레이트(Thinsulate)'를 가리키며 “단순한 솜처럼 보이지만 초극세사 섬유층이 소음 에너지를 포집해 열에너지로 바꿔 배출하는 과학적 원리가 숨어있다"고 말했다. 이는 패딩 점퍼의 보온 소재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노면 소음을 잡는 핵심 소재로 쓰인다. 새 차를 탔을 때 나는 퀴퀴한 냄새의 원인인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를 억제하는 테이프 기술도 소개됐다. 현 연구원은 “시간이 지나면서 기화되는 유해 물질을 줄여 탑승자의 건강을 보호하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전기차용 파란색 번호판도 있었다. 현 연구원은 “번호판 내부에는 피라미드 모양의 미세한 프리즘 구조물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며 “빛을 받으면 광원 방향으로 그대로 빛을 돌려보내는 '재귀 반사(Retro-reflection)' 성질 덕분에 일반 번호판보다 3배 이상 밝게 보여 야간 사고를 예방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자동차 대시보드 디스플레이가 대형화되면서 야간에 앞 유리에 화면이 비치는 '고스트 현상'이 문제로 떠올랐다. 현 연구원은 “3M의 '라이트 컨트롤 필름'은 마치 셔터처럼 빛의 방향을 제어해, 운전자에게는 선명한 화면을 보여주면서도 앞 유리창에는 빛이 반사되지 않게 막아준다"고 시연했다. 일명 '찍찍이(벨크로)'와 비슷해 보이지만 '듀얼락(Dual Lock)'의 원리는 달랐다. 현 연구원은 “암수가 구별되는 벨크로와 달리, 버섯 머리 모양의 동일한 구조물이 서로 맞물려 '탁' 소리와 함께 결합된다"며 “1000번 이상 떼었다 붙여도 결합력이 유지돼 수리가 필요한 자동차 내장재 고정 등에 쓰인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 내내 한국쓰리엠 관계자들이 강조한 것은 납품이 아닌 '협업'이었다. 김정민 이사는 “3M은 제품을 만들어놓고 일방적으로 사가라고 하는 회사가 아니다"라며 “고객사가 새로운 공정을 도입하거나 난관에 부딪혔을 때 초기 단계부터 함께 머리를 맞대고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솔루션을 개발한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고객사와의 협업에 대해 묻자 주형석 상무는 “엄격한 요구 조건을 맞추기 위해 수많은 테스트를 거쳤다"며 “한국 고객사의 기준을 통과하면 글로벌 어디에서도 통한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전했다. '붙이기'를 넘어 초정밀 스펙과 자동화 기술, 그리고 고객과의 끈끈한 협업으로 무장한 3M. 이들의 '테이프'가 제조업의 생산 현장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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