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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 상흔 남은 1분기…정유 ‘억지 미소’, 석화 ‘울상’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2주간의 휴전에 돌입했지만 원유 수급에 민감한 정유와 석유화학 업계의 1분기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두 산업이 나란히 마주할 1분기 성적표는 상반된 내용으로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즉, 정유사들은 원유 계약시점과 석유제품 생산시점에 차이가 있어 그에 따른 재고 효과가 잠시 반영돼 실적 호조로 나타낼 것으로 시장은 내다본다. 반면에 석화사들은 나프타 수급 위기로 나프타 도입 가격이 높아지고 생산시설 가동률을 최소화하는 고육지책으로 버티면서 수익 감소를 감내해야 할 처지다. 표면상 흑자 전환을 볼 정유사들도 2분기부터는 유가 상승에 따른 원가 영향이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여 '억지 미소' 속 불안감을 감추고 있는 모습이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 매출이 20조9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하고, 영업이익이 6585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 SK이노베이션 연간 매출의 60% 전후로 정유 부문에서 창출되고 있다. 에쓰오일도 1분기 매출이 5% 감소한 8조5329억원을, 영업이익이 5619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을 것으로 보인다.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도 같은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내내 원유 수급 위기로 힘든 시기를 보냈는데도 이 같은 실적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지난해 하반기 정유4사의 호실적을 이끌었던 저유가, 고정제마진 기조가 1~2월에도 이어진 가운데 고유가가 재고 평가에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제 원유 가격은 2월 말까지 50~70달러 사이에 머물다 3월이 시작하자마자 80달러선을 넘은 뒤 23일 169.75달러까지 찍었다. 배럴당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1월 61.97달러 △2월 68.40달러 △3월 128.52달러였다. 국내 석유제품 공급 가격의 기준점이 되는 싱가포르 시장에서는 배럴당 경유(0.001%) 평균 가격이 △1월 82.40달러 △2월 89.93달러 △3월 192.84달러였다. 휘발유(92RON)와 나프타도 3월 가격이 1~2월의 2배 가까운 수준으로 뛰었다. 원유를 석유기업과 계약하고 국내로 수입하는 시점과 정제 후 국내외 시장에 석유제품을 판매하는 시점에 한두달 가량 차이가 있다. 원유 수급 위기가 발생하면 불안 심리가 높아지고 석유제품을 미리 확보하려는 수요가 발생하는 데다 물량이 바닥나는 시점을 늦춰야 하는 상황 등이 시장 가격에 반영된다. 유가 급등 직후에는 석유제품 판매 가격에서 원유 수입가격 등 제조원가를 뺀 정제마진이 높아지므로 정유사들이 얻는 이익이 많아진다(시차 효과).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가격이 높은 원유를 정제 공정에 투입하고 석유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하면 제조원가가 상승해 정제마진이 쪼그라들게 된다. 이번에는 3월 13일부터 보통 휘발유와 보통 경유, 실내 등유를 대상으로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기 어려워졌다. 그간 사업구조를 스페셜티 중심으로 재편하는 작업을 준비해온 석유화학사들은 안그래도 낮은 나프타 정제마진에 가격 급등, 수급 위기가 겹쳐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됐다. LG화학은 1725억원의 영업적자를 내 전년 동기와 비교해 적자 전환하고, 매출은 9.6% 감소한 11조53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영업적자 2078억원을 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 가능성이 크다. 같은 기간 롯데케미칼은 매출 4조9232억원으로 0.4% 증가하고, 영업적자는 2170억원으로 적자세를 이어간 것으로 예상된다. 나프타분해설비(NCC)가 없는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7085억원과 785억원으로 10.5%, 34.9%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석유화학 기업들이 나프타 위기에 대응할 방안은 어떻게든 나프타 수급에 성공하거나 생산 차질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가동률을 최소 수준으로 낮추는 것 정도다. NCC를 보유하지 않은 석화사도 기초유분을 공급받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수급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 주도 사업재편을 넘어 개별 석화사별로도 구조개편에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LG화학은 폴리카보네이트 수지와 에폭시 수지의 원료로 쓰이는 비스페놀A(BPA) 사업부 매각을 포함한 사업재편 방안을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곽재선 KG그룹 회장, ’한국의 경영자상’ 수상

곽재선 KG그룹 회장이 한국능률협회(KMA) 주최 '한국의 경영자상'을 수상했다. 9일 KG그룹에 따르면 곽 회장은 이날 2026년 한국의 경영자상의 대기업 제조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국의 경영자상은 한국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바람직한 기업가상을 제시한 기업가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곽 회장은 1985년 건설플랜트 업체 세일기공 설립을 시작으로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왔다. 특히 성공적인 인수·합병(M&A)과 모빌리티 시장 진출·안착으로 KG그룹을 국내 굴지의 기업 집단으로 성장시켰다. 곽 회장은 “앞으로도 KG그룹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기업가로서의 소명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LG화학, BPA 사업 지분 매각 검토…범용 석화 재편 속도

LG화학이 비스페놀A(BPA) 사업부 매각을 포함한 사업재편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8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BPA 사업부 일부 지분을 매각한 뒤 합작법인(JV)을 세우는 방안을 비롯해 구조 개편을 어떻게 할지 다양한 안을 두고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PA는 폴리카보네이트 수지나 에폭시 수지의 원료로 사용된다. 폴리카보네이트와 에폭시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만드는 데 쓰인다. LG화학은 이날 충남 대산공장에서 국도화학, 삼일회계법인과 BPA 사업부와 관련한 실사를 진행했다. LG화학은 지난해 중국 에스테틱 사업을 비롯한 자회사 4곳을 매각한 바 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미-이란 휴전] 한숨 돌린 산업계…‘업황 회복’ 기대 속 ‘전쟁 불씨’ 우려

미국과 이란이 전쟁 발발 39일만에 휴전에 합의하면서 국내 산업계도 얼어붙은 기업 심리가 회복되길 기대하고 있다. 원유 및 파생상품 공급이 제한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안도 속에서 향후 협상 양상 등을 눈여겨보며 대응책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미국과 이란은 7일(이하 현지시각) 앞으로 2주간 전쟁을 멈추기로 합의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는 조건이다. 에너지 가격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 다음달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은 휴전 사실이 전해진 이후 전장 대비 10% 이상 급락했다. 하락률이 한때 19%를 넘기도 했다.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거래가 역시 전날보다 15% 안팎 떨어졌다. 우리 기업들은 일단 안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협상 시한이 끝나기 직전 양측이 합의점을 찾으면서 종전 가능성도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2월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이후 산업계는 '에너지 대란' 등을 걱정하며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271개 기업을 대상으로 '2분기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전분기 대비 1 포인트(p) 하락한 '76'이 나왔다고 8일 밝혔다. BSI가 기준선인 100 이상이면 해당 분기의 경기를 이전보다 긍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100 이하면 그 반대다. '중동 리스크' 노출도가 높은 정유·석유화학(56)과 철강(64) 등에서 부정적 전망이 많았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지난달 발표한 '4월 전망 BSI' 집계 결과도 비슷했다. 전쟁 발발 이전 조사한 3월 전망 수치는 기준선을 넘긴 '102.7'을 기록했지만 4월 전망치는 85.1로 급락했다. 한경협은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원유 수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기업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휴전 소식이 전해지며 대부분 업종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유가 급등으로 '비상 경영'을 선언했던 항공 업계는 향후 유가 추이 및 연료 수급 상황을 면밀히 확인할 계획이다. 소비심리 위축을 걱정했던 여행 업계 역시 일단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 국면 등을 지켜보며 마케팅 활동을 전개한다는 구상이다. 석유화학 업계는 향후 협상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위기 대응책을 세워놓고 계속해서 바뀌는 정세를 살피고 있다. 정유 업계 역시 대체수급로 확보 등 기존에 준비하던 체질 개선 작업을 계속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는 '슈퍼 사이클'에 찬물을 끼얹을 변수가 하나 사라졌다고 인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동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원유 부산물인 헬륨·브롬 등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었다. 우리 기업들은 반도체 제조에 사용하는 헬륨의 65% 이상을 카타르에서 수입해왔다. 다만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는 산업계 표정이 100% 밝아지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고 중동으로 향하는 수출이나 여객 수요가 정상화돼야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라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중고차 업계는 중동 수출길이 막히면서 현금 흐름에 타격을 입고 재고가 쌓이는 고민을 안고 있다. 우리 정부는 맞춤형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호르무즈 해협에 있는 우리 유조선의 통항 가능 여부를 확인 중이다. 고용노동부는 중동전쟁 일자리 충격을 점검하고 시나리오별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 행동에 나선 사례도 있다. 삼성·SK·현대차·LG·롯데 등 대기업들은 그룹 차원에서 차량 5부제 등을 시행하고 에너지절약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HD현대는 선박 건조 핵심 원재료인 에틸렌, 도료 원료 등을 협력사에 공급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중소 협력사들의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고 경영 안정을 돕기 위해서다. HD현대케미칼을 통해 에틸렌 2000t을 수급해 요청하는 회사에 제공하는 식이다. 에틸렌은 선박 강재 절단 등에 사용된다. 미국과 이란은 오는 10일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만나 전쟁 관련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양측이 서로의 요구를 일정 수준 수용하며 휴전에 돌입한 만큼 종전 관련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미-이란 휴전] 호르무즈해협 열리더라도…정유·석화 ‘중동 의존 줄이기’  급선무

미국과 이란이 2주 휴전에 합의했지만 국내 정유 및 석유화학업계의 시선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 여부에 쏠려 있다. 이번 미-이란 전쟁뿐 아니라 중동 일대 분쟁 또는 지정학적 불안이 발생하면 호르무즈 해협이 언제든 '사실상 봉쇄'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은 정유와 석화업계는 호르무즈의 통항 정상화를 계기로 원유와 나프타 등 핵심 원료 수급처를 다변화하는 전략을 '경영 상수'로 두는 모습이 역력하다. 수급처 다변화 전략은 원료 수급 안정성 확보라는 장점과 국내 산업구조 공급망 변화라는 부작용을 초래하는 '양날의 검'이라는 점에서 정부와 업계의 세밀한 접근이 절실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들과 석유화학사들은 미-이란 전쟁이 2주 동안 멈춘다는 소식에도 대응 기조를 바꾸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더라도 원유와 나프타 등 핵심 원료 수급처를 추가 모색하는 노력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국제유가는 휴전 직후 하락세를 탔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날 배럴당 109.27달러에 마감했지만, 이날 오전 9시 94.76달러로 개장하면서 100달러선 아래로 떨어졌다. 다만 전쟁 직전인 2월 27일 72.48달러에 마감했던 점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 그렇지만 미-이란 전쟁 이후 정유사들과 석화사들은 웃돈을 주고서라도 안정적인 원료 수급처를 찾는데 힘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전략적 요충지로 활용하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의 20%가량이 통과하기 때문에 봉쇄하겠다고 나서면 세계 원유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란은 중국 등 친(親)이란 성향 국가들의 선박을 중심으로 통항을 허용한다거나 친미·친이란 성향별로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부과한다는 등의 조치를 예고하기도 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항행을 보장하는 장치는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제사회는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두 차례의 결의 시도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됐다. 정유업계와 석화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휴전 소식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 발언과 이란의 강경한 태도를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 개방이 확실해지기 전에는 대응 방향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유사들은 중동 변수와 거리가 먼 북미 지역과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UAE), 오만 등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중동 국가들에서 대체 원유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GS칼텍스는 최근 미국산 원유 구매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이날 카자흐스탄산 카스피해파이프라인 컨소시엄(CPC) 원유 8만톤을 전남 여수로 들여왔다. HD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한 다른 정유사들도 미국산 등 대체 원유 확보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석화사들의 경우 LG화학이 이달 11일까지인 대(對)러시아 금융제재 일시 유예를 활용해 러시아산 나프타 2만7000톤을 확보하기도 했지만 추가 확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석화사들은 생산 가능한 기초 유분이 에틸렌과 프로필렌에 한정되지만 그나마 수급이 쉬운 액화석유가스(LPG)라도 원료로 써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정부도 정유사와 석화사들의 수급 문제와 관련한 외교 지원에 나섰다.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달 UAE에서 2400만배럴 원유를 확보한 데 이어 지난 7일 특사 자격으로 카자흐스탄과 오만,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원유와 나프타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국하기도 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유사들이 중질유와 경질유를 적절히 배합해서 쓰고 있지만 주로 중질유를 많이 쓰다 보니 중동 사태에 취약했다"며 “앞으로 경질유로 할 수 있는 나프타 정제 시설을 지원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정유사와 석화사들이 원유와 나프타 수급처를 다변화한 뒤 국내 산업 구조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정유사들은 도입 비율이 높고 중질유에 해당하는 중동산 원유에 정제 설비를 최적화했다. 석화사들은 에틸렌과 부타디엔 등 올레핀의 원료인 경질 나프타와 벤젠·톨루엔·자일렌(BTX) 등 아로마틱 계열에 필요한 중질 나프타를 주력 생산품목에 따라 다양한 비율로 쓴다. 정유사와 석화사들이 원료 다변화 이후 생산 품목의 비중이 바뀌면 일부 품목에서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원유나 나프타, 요소의 높은 중동 의존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중국 요소수 사태 같은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 비춰 핵심 원료 공급망은 지정학적 요인에 취약하다"며 “미국과 이란이 일시 휴전했더라도 제조기업들이 고유가로 인한 생산비용 상승은 견딜 수 있지만 공급망 위기는 여전히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유사들이 오랜 기간 중동산 중질유에 맞춰 정제 설비를 설계·운영해오면서 주요 석유제품부터 부산물까지 뽑아내 고객사에 제공하는 공급망 때문에 국내 산업 구조가 '중질유에 최적화돼 있다'고 봐야 한다"며 “경질유 등 다른 유종을 도입해 원유 수급을 다변화하려면 수급처 확보 뿐만 아니라 정제설비 개조부터 정제 후 공급망에 미칠 영향까지 다각도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정적 원유 수급은 정부나 기업이 외교나 경제적인 면에서 위험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문제라는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최고가격제 언제까지…석유대리점 “장기화로 적자 감수 힘들다”

석유제품 최고가격제가 시행 4주차에 접어들며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제도의 부작용과 고통을 호소하는 석유유통업계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정유사 공급가를 제한하는 식으로 최고가격제가 운영되면서 정유사 공급 이후 단계에서 석유유통사들이 적자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주장이 분출되고 있다. 최고가격제에 따른 손실보전 방안도 구체화되지 않은 터라 정유사와 정부 사이에 샌드위치로 낀 석유유통사들이 참다 못해 현실적인 피해 대책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6일 한국석유유통협회는 '석유시장 위기 극복과 상생을 위한 석유대리점 업계의 긴급호소문'을 내고 석유유통사들에 주유소 최고공급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석유유통협회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석유대리점 공급가와 정유사의 주유소 직접 공급가가 동일해졌다"면서 “저장비와 운송비, 인건비 등 기본적인 유통비용조차 반영하지 못한 채 손해를 감수하며 공급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따라서 “석유대리점에는 주유소에 공급하는 최고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하도록 하고, 정유사 손실 보전을 위한 정산 시 대리점 공급가 인하분도 함께 반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석유유통협회에 따르면, 정유사들이 모든 주유소를 대상으로 기름을 공급하기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어 석유 유통사들이 일정 부분 국내시장에서 제품 공급 역할을 맡아왔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주유소 전체 판매량 3640만㎘의 43%를 석유대리점 550여곳이 공급했다. 해당 비율만큼이 정유사에서 대리점, 주유소 순으로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구조에 의존한다는 뜻이다. 나머지 57%는 SK에너지,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정유 4사가 직접 판매했다. 석유유통사들이 이 같이 주장하는 이유로는 최고가격제로 정유사 공급가 상한선을 정하면서 유통사들과 개별 주유소들에 적용되는 석유제품 판매가격이 같아진 점을 들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세계적으로 원유 수급 경쟁 수준이 올라가면서 대체 수급처를 계속 모색해야 해 가격보다 안정적 수급에 초점을 두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런 움직임을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았던 나라에서 동조화를 나타내면서 글로벌 가격이 뛰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의 공급가 산정 기준인 싱가포르 시장 가격은 지난 2일 기준 △보통 휘발유(92RON) 배럴당 144.48달러 △보통 경유(황 0.001%) 292.80달러로 전쟁 직전일인 각각 81.4%, 215.2% 상승했다. 보통 휘발유는 지난달 23일 157.22달러로 최고가를 기록했고, 경유는 지난달 19일 200달러선을 넘은 뒤 2일 300달러선에 가까운 최고점을 찍었다. 이처럼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공급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지만 그만큼 공급가를 올리기 어려운게 현실인데다, 더욱이 최고가격제에 따른 정유사 손실을 어떻게 보전할지는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이에 정유사들이 석유유통사들을 거친 중간유통 과정의 비용까지 고려하기 어려워진 것이라고 협회는 설명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석유제품 출고가격에 상한선이 씌어지면서 정유사들이 대리점과 주유소 등의 구분 없이 공급가를 산정하는 상황"이라고 전하며, “석유유통업체들이 주유소에 공급할 때 유통비, 운영비 등을 산정하기 어려워진 문제를 유통사와 정유사가 소통하지만 최고가격제 제도를 시행하는 정부와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미-이란 전쟁 이후 석유제품 유통과 관련해 매점매석과 가격 담합 등에 당국이 강도 높게 대응하고 있다"며 “이를 비롯한 정부 정책까지 포함해 석유제품 가격 문제와 관련한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석유제품을 둘러싼 이 같은 딜레마는 미-이란전 이후 2주부터 한 달 안에 종식되지 않으면서 최고가격제의 시장구조 왜곡 역기능이 순기능보다 더 커진 결과로 풀이된다. 최고가격제는 전쟁 직후 석유제품의 주유소 판매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발생한 물가 불안심리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됐다. 지난달 13일부터 2주에 걸쳐 적용된 첫 최고가격은 △휘발유 리터당 1724원 △경유 1713원 △실내 등유 1320원이었다. 27일부터 현재까지에 해당하는 2차 최고가격은 △휘발유 1934원 △경유 1930원 △실내 등유 1530원이지만, 유류세 인하로 국제 시세 상승률보다 낮은 수준이다. 반면에 원유 수급과 관련 시장의 역할로 수요조절 기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동산 원유 공급이 거의 끊기면서 정부와 정유사는 대체 수급로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4월분으로 확보한 대체 원유가 20일치 규모인 약 5000만배럴로 적지 않지만,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변수가 언제 없어질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따라서 국내 비축유 현황까지 고려하면 오는 7~8월까지 버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더라도 석유 수요를 최소화해 비축유 고갈 시점을 최대한 늦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는 미-이란 전쟁에 따른 원유시장 불안이 길어야 두 달이면 끝날 것이라는 가정에서 가격과잉 반응을 억제하는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당장 전쟁이 끝나더라도 세계적인 고유가 현상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에 지금은 웃돈을 주고서라도 원유를 안정적으로 수급하는 과제가 경제 운용에서 더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공급 부족 문제를 최소화하려면 최고가격제에 따른 가격 결정 주기를 현행 2주일보다 더 짧게 두거나 시장의 가격 결정 구조를 따르는 식으로라도 수요를 줄이는 것이 현실적인 방향"이라고 제언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상업생산 넘어 고객사 맞춤으로…금호석화, ‘전기차용 합성고무’로 미래시장 선도

금호석유화학이 물성 다양화와 고객사 맞춤형 전략에 초점을 두고 전기자동차(EV)용 용액 스티렌 부타디엔 고무(SSBR) 제품 경쟁력을 고도화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추가 가동하는 연산 3만5000톤 규모의 신규 SSBR 공장을 계기로 EV용 SSBR 제품군을 확대해 미래 타이어 시장에서도 우위를 이어간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이란 전쟁 장기화 여파에도 합성고무가 금호석유화학의 실적 견인차 역할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5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신규 EV용 SSBR 제품 모델의 플랜트 제조 기술을 확보하고 고객사인 타이어 제조 기업의 평가를 받고 있다. 플랜트 제조 기술은 생산 능력이 소규모인 초기 시험 생산(파일럿) 단계를 통과한 뒤 기존 대랑 생산 체계에 적용하는 등 양산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SOL 6140E'로 명명된 해당 제품은 유리 상태에서 고무 상태로 넘어가는 온도인 유리전이온도(Tg)가 낮은 연속식(대량 생산) 유전형 SSBR이다. 낮은 유리전이온도는 섭씨 영하 50~60도(℃)의 저온 환경에서도 고무가 적당히 말랑말랑한 물성을 보여 내마모성과 탄성을 유지한다는 뜻이다. 유전형 SSBR은 오일 성분을 추가해 가공성을 높인 SSBR 제품이다. 이러한 성과는 타이어 제조 고객사가 요구하는 물성에 맞춰 EV용 SSBR 대량 생산 체계를 다양화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EV는 내연기관 차량과 비교해 차체가 무겁고 가·감속이 급격하기 때문에 타이어가 더 많이 출렁거리고 마모된다. 쉽게 말해 타이어를 더 가혹한 주행 환경을 버티는 소재로 제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추운 겨울이나 미끄러운 노면 등 특별한 환경을 잘 견디는 타이어를 제조할 때 쓰여온 SSBR이 EV 타이어에 적합한 소재로 부상했다. SSBR은 알킬 리튬 촉매를 이용해 스티렌과 부타디엔을 유기용매 속에서 반응시키는 용액중합 방식으로 만든다. 물 속에서 반응을 시키는 기존 스티렌 부타디엔 고무(SBR)보다 순도가 높아 점탄성 특성이 우수하다. SSBR을 쓴 타이어는 열 손실이 작고 외부 환경이 거칠어도 타이어 원형을 잘 유지해 에너지 소비 효율을 높이고 안정적인 주행감을 제공한다. 그러면서 전기차 타이어 시장을 겨냥하는 석화사들은 EV용 SSBR 소재 물성 고도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금까지 금호석유화학이 양산해온 EV용 SSBR은 배치(다품종 소량생산) 방식과 연속 방식으로 생산하는 2종이다. 두 종류 모두 내마모성과 낮은 구름저항(LRR), 낮은 유리전이온도, 많은 분자량 등의 면에서 우수하지만 조금씩 물성 차이가 난다. 가령 배치 방식 제품은 유리전이온도가 더 낮아 추운 환경을 조금 더 잘 견디고, 스티렌 함유량이 더 낮아 탄성이 조금 더 우수하다. 대량 생산 방식 제품은 분자량이 조금 더 많아 내구성이 우수하고 오일을 첨가해 가공성이 더 좋다. 생산설비도 최근 신규 가동을 시작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말 전남 여수 공장에 연간 생산 능력 3만5000톤 규모의 SSBR 설비를 추가 완공하고 올해 초부터 상업 가동을 시작했다. 지난 20년간 증설을 거듭해온 결과 현재 보유한 SSBR 생산설비 규모는 15만8000톤에 달한다. 금호석유화학이 SSBR로 승부수를 보는 이유는 국내 최초, 세계 최고 수준의 합성고무 석화 기업이라는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금호석유화학은 나프타분해설비(NCC)를 과감히 배제하고 합성고무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는 전략을 펴왔다. 이에 석화사들이 수익성 고전 또는 적자세를 면치 못하는 것과 달리 금호석유화학은 영업실적 흑자세를 유지해왔다. 최근 3년간 금호석유화학의 매출은 △2023년 6조3225억원 △2024년 7조1550억원 △2025년 6조915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023년 3590억원 △2024년 2728억원 △2025년 2718억원이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GS칼텍스, 佛 베올리아와 에너지·DX 솔루션 공동개발

GS칼텍스가 물·폐기물·에너지 관리 분야에서 세계 1위 경쟁력을 가진 프랑스 기업과 손잡고 환경 솔루션사업 강화에 나선다. GS칼텍스는 지난 3일 프랑스의 환경 솔루션 기업 베올리아(Veolia)와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5일 밝혔다. 베올리아와 MOU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양사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한 협력 관계를 격상시킨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파트너십은 △비즈니스 전환(BX) △디지털·인공지능 전환(DAX) △녹색 전환(GX)으로 구성된 '트리플(Triple)-X'를 기준으로 추진된다. BX에서 양사는 전남 여수공장 폐수처리 시설의 통합 운영·최적화 방안과 인근 기업과 시너지 창출을, DAX 분야에선 베올리아의 AI 기반 디지털 솔루션을 여수공장에 도입해 지능형 공정관리 체계 고도화를 위한 협력을 펼쳐나간다. 이밖에 GX 분야에서도 GS칼텍스는 폐수 재이용과 냉각 시스템 개선, 유효 물질 회수 등 베올리아의 친환경 기술 도입을 추진한다. 허세홍 GS칼텍스 부회장은 “베올리아와의 협력은 유틸리티 운영 전반을 혁신하고 ESG 경영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EU, 에너지기업에 ‘횡재세 부과’ 부상...우리나라는?

유럽연합(EU)에서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급등으로 이익을 누리는 에너지 기업들에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재무장관은 이달 3일 봅커 훅스트라 기후 담당 집행위원에게 보낸 공동서한에서 에너지 기업들에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횡재세 부과를 놓고 “'우리가 단결하고 있으며,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며 “전쟁 결과로 이익을 누리는 사람들은 일반 대중의 부담을 경감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EU 집행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기업에 횡재세 성격의 '연대 기여금'을 한시적으로 부과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달 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정유업계의 폭리·담합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고, 횡재세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바 있다. 지난달 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개최한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은 담합 의혹이 불거진 정유사들을 대상으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발생한 초과이윤에는 '횡재세'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며 “국가적 위기를 활용해 돈을 번다고 해도, 국가에서 다 가져가겠다는 확실한 판단이 있어야 '악마의 상인' 짓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횡재세 도입 논의 여부에 “정유사들이 사회 공동체 이익에 반하는 수준의 부분이 있을 때에는 관리가 필요하다"며 “국회에서 논의할 때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현재 국내 정유사들을 대상으로 '횡재세'를 도입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코오롱인더스트리-ENP 합병 완료…글로벌 스페셜티 전환 박차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해 11월 이사회 의결 이후 4개월여 만인 지난 1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 전문 자회사인 코오롱ENP와 합병을 완료했다. 코오롱ENP는 고기능성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모빌리티와 스페셜티, 케미칼 사업에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사업을 더하며 다양한 고기능 소재를 아우르는 글로벌 스페셜티 소재 기업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연구개발(R&D) 측면에서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최고 수준 화학소재 기술력에 코오롱ENP의 연구 역량을 더해 첨단 엔지니어링 플라스틱과 고강도 소재를 개발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친환경 소재 사업의 수직 계열화도 염두에 뒀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보유한 화학적 재활용 페트(PET) 기술 'Cr-PET'로 추출한 고순도 재생 원료를 코오롱ENP의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컴파운딩 기술에 직접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코오롱ENP 간 합병은 구매부터 생산, 판매, 물류 전반의 중복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스페셜티 소재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앞으로도 고부가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지속 확대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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