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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의 ‘3중주’에 울고 웃는 반도체 업계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HBM(고대역폭메모리) 제조 3사를 두고 전략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용 HBM 공급망 다변화와 가격 협상력 확보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젠슨 황의 HBM 3사 관련 발언은 AI 반도체 시장의 패권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치밀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의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인정하면서도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삼성전자와는 가능성을 열어두되 시간을 두고 지켜보며, 마이크론과는 실질적 협력을 통해 견제구를 던지는 모습이다. 2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황 CEO는 지난 23일(현지 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모두가 엔비디아에 메모리를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엔비디아의 HBM 물량 대부분은 SK하이닉스가 공급하고 있으며, 마이크론도 일부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아직 삼성전자의 공급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반도체 업계에서는 해당 발언을 두고 엔비디아의 HBM 공급망 다변화에 대한 의지를 읽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실제 아직 엔비디아와 삼성전자의 협력 고리는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삼성전자는 “훌륭한 메모리 파트너"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아직까지 실제 공급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황 CEO는 최근 삼성전자의 HBM3E 제품에 대한 테스트 실패설을 부인하며 “더 많은 엔지니어링 작업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HBM3E 8단과 12단 모두 주요 고객사 품질 테스트까지는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식 납품까지는 아직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황 CEO의 삼성전자에 대한 발언은 엔비디아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는 평가를 받는 SK하이닉스에 대한 견제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주요 HBM 공급업체로 자리 잡고 있으며, 최근에는 12단 HBM3E 제품 양산도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53%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수요가 넘쳐나는 상황이다 보니 황 CEO는 SK하이닉스와의 협력을 통해 차세대 제품인 HBM4의 공급 시기를 앞당기려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에 따라 당초 2026년 출시 예정이었던 HBM4 12단 제품을 내년 하반기에 출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엔비디아 입장에서 SK하이닉스로의 수급 쏠림은 좋을 상황이 아니다. 이에 삼성전자 등에 대한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면서 관련 발언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리고 황 CEO는 이미 SK하이닉스에 대한 '견제구'로 마이크론을 활용 중이다. 마이크론은 엔비디아 입장에서 SK하이닉스의 독주를 견제할 가능 효과적인 수단이다. 황 CEO의 HBM 관련 발언에서도 마이크론은 항상 언급되는 중이다. 마이크론은 현재 HBM 시장에서 9%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2분기부터 엔비디아에 8단 HBM3E를 공급한 덕분이다. 마이크론은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시장 점유율을 3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황 CEO의 이러한 행보는 결과적으로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HBM을 이용한 제품을 만드는 입장에서 복수의 HBM 공급업체를 확보해야 안정적인 수급을 가능하다. 엔비디아는 2026년 출시 예정인 차세대 AI GPU '루빈'에 HBM4를 8개, '루빈 울트라'에는 12개를 탑재할 계획이어서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필수적이다. 황 CEO는 “엔비디아가 필요로 하는 HBM 물량이 매우 많기 때문에 공급 속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가격 협상력 확보도 중요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업계는 전 세계 HBM 시장 규모가 올해 141억달러(약 19조원)에서 2029년 377억달러(약 52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이 커질수록 공급업체들과의 가격 협상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황 CEO는 H100 등이 높은 가격에 팔리기를 원하지는 않는 상황이다.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서 가격대를 최대한 낮추는 전략을 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황 CEO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H100 후속 제품이 일부 분석가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낮은 3만~4만달러 사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SK하이닉스의 높은 시장 점유율은 엔비디아에게 부담"이라며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을 지속적으로 언급하며 HBM 공급망 다변화 의지를 보이는 것은, SK하이닉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가격 협상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한편 엔비디아의 AI GPU 매출은 지난해 345억달러(약 48조원)를 기록했으며,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427% 증가한 226억달러(약 31조원)를 기록했다. 시장조사기관들은 AI 반도체 시장이 향후 5년 내 연간 매출 4000억달러(약 56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삼성전자, DS 부문 위주 임원 퇴임자 통보 시작… 이르면 27일 인사

삼성전자가 오는 27일 연말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번 임원 인사는 회사가 위기에 처해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만큼 초격차 경쟁력 회복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을 중심으로 한 임원 퇴임 대상자 선정을 마쳤다. 인사 발표 시점에 대해서는 저울질을 하고 있었는데 27일에 일부 임원들에게 퇴임 통보를 한다는 전언이다. 삼성전자는 매년 12월 초 사장단·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순차적으로 진행해왔다. 지난해에는 평년 대비 일주일 가량 이른 11월 말에 인사를 단행했는데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최근 전영현 DS 부문장의 '반성문'으로 공식화 된 위기 극복과 미래 준비를 위해 조기 시행되는 것이라는 평가다. 이에 따라 27일 사장단 인사를 우선 한 후에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알려졌다. 임원 승진 규모도 예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이번 연말 인사에서는 '신상필벌'과 근원적 경쟁력 회복을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이 예상된다. DS 부문의 경우 메모리·파운드리 등 사업부장(사장)들을 교체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해당 보직에는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 △한진만 DS 부문 미주 총괄 부사장 △남석우 제조&기술 담당 사장 △송재혁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 연구소장 등이 임명될 것이라는 관측도 존재한다. 아울러 한종희 디바이스 익스피리언스(DX) 부문장과 전영현 DS 부문장으로 이뤄진 '투 톱' 체제는 유지될 전망이다. 정현호 부회장이 이끄는 사업 지원 TF에도 변화가 생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법 리스크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한편 삼성전자는 인사·조직 개편을 마치고 내달 중순 글로벌 전략 회의를 개최해 내년 사업 계획을 논의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삼성전자 AI 폰 주도권 애플에 내줄 위기… 국내외  ‘합종연횡’으로 반격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스마트폰을 선보인 삼성전자가 후발 주자인 애플에 관련 시장 주도권을 내줄 위기에 처했다. 애플이 판매량이 높은 제품에 AI를 탑재하며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아직 일부 모델에만 지원하며 적용 범위가 낮은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LG유플러스와 오픈AI 등 국내외 기업과의 합종연횡을 통해 AI 스마트폰 시장 존재감 확장에 나설 전망이다. 26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AI 스마트폰 출하량 1위 자리는 삼성전자가 아닌 애플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관계자는 “애플은 올해 AI 스마트폰 시장에서 50%가 넘는 점유율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비해 삼성전자는 애플보다 낮은 점유율 20%대로 2위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의 경우 삼성전자에 비해 AI 기능을 뒤늦게 선보였지만, 작년 출시된 '아이폰15' 시리즈를 비롯해 올해 선보인 '아이폰16' 시리즈 전 모델에 적용하며 빠르게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아이폰15 시리즈는 올 3분기 기준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 순위 1~3위를 차지하며 애플의 AI 스마트폰 시장 입지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최초 AI 스마트폰인 갤럭시S24 시리즈를 시작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지만 아직 판매량 측면에서 아이폰 시리즈에 밀리며 주도권을 내준 것으로 풀이된다. 갤럭시S24 시리즈는 올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 순위 10위에 그쳤다.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AI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 만큼, AI 스마트폰 패권 차지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화 녹음이나 실시간 통역 등 여러 편리한 기능으로 인해 AI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늘며 전체 스마트폰에서 AI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AI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릴 경우 전체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AI 서비스를 갖춘 국내외 기업과의 협력으로 제품 경쟁력을 높이며 AI 스마트폰 시장 주도권 탈환에 힘 쓸 거란 관측이 나온다. LG유플러스와의 협업이 대표적이다. LG유플러스가 개발한 AI 통화 비서 '익시오'를 삼성전자가 출시하는 LG유플러스향 단말기에 선탑재하는 것이 협업의 골자다. 앱 선탑재는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구매해 처음 사용할 때부터 기본 앱으로 설치된 것을 말한다. 소비자가 직접 찾아 설치하지 않아도 돼 이용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익시오의 삼성전자 스마트폰 선탑재는 이르면 내년 초 출시될 신제품 '갤럭시 S25'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내 챗GPT 적용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삼성전자 제품에 자사 AI 기능을 탑재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행보는 자사 제품의 AI 기능을 강화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지로 읽힌다. 특히 익시오나 챗GPT의 경우 국내외 소비자들의 '킬러 앱'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만큼 해당 서비스의 탑재는 제품 판매량 증대로 이어지며 AI 스마트폰 시장 주도권 탈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란 관측이다. 실제 익시오는 출시 열흘 만에 다운로드 10만건을 돌파하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통화 녹음·요약 외에도 보이는 전화, 전화 대신 받기, 실시간 보이스피싱 감지 등 차별화된 AI 기능을 제공한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챗GPT를 제공하는 오픈AI는 현재 생성형 AI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다. 미국 벤처캐피털 기업 멘로벤처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오픈AI는 올해 생성형 AI 시장에서 점유율 34%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전기차 판매 세계 1위 BYD 아태총괄 “한국 진출, 가성비로 나서지 않을 것”

'한국 진출설'로 국내 자동차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중국 전기차 기업 BYD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한국 시장에 대한 자신들의 인식과 전략 등을 공유하며 시장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선언했다. 지난 19일 BYD는 중국 선전시 본사에서 한국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고위 임원진 미팅을 진행했다. 현장엔 류쉐량(LIU XUELIANG) BYD 아시아태평양 자동차 영업사업부 총괄을 비롯한 여러 경영진이 참석해 간담회를 진행했다. 약 40명의 기자들과 마주앉은 류쉐량 아태 총괄은 “회사를 대표해 한국 미디어분들이 선전 본사에 방문하신 것을 환영한다"며 인터뷰의 첫 포문을 열었다. ―한국 기자들과 직접 만나는 자리가 많지 않을 것 같다. 오늘 간담회에 대한 소감을 말해달라. ▲오늘은 BYD에 있어 매우 중요한 날이다. 이틀 전에 BYD가 30주년 생일을 맞이했기 떄문이다. 30년 전 저희는 이 자리에서 정식으로 이차전지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창립 최초 10년간은 배터리 연구개발을 핵심적으로 해왔고 IT 영역에 집중했다. 이후엔 자동차 산업까지 진출해 많은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얼마 전 BYD가 한국 진출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한국 진출을 결정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한국 진출에 대해서는 상당 기간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지만, 한국 시장에 대한 존중과 한국 소비자들께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시간이 걸려도 충분한 검토와 토론을 했다.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는 매우 높다. 이 기대감은 저희 한국팀원들 때문에 먼저 형성됐다. 한국 BYD의 팀원들은 매우 의욕적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앞선 브랜드, 기술적으로 앞선 브랜드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자랑스러워하는 직원들의 반응을 보며 한국 시장에 대해 큰 기대를 갖게 됐다. 앞으로 저희가 한국 시장에서 많은 도전을 겪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 시장엔 정확히 언제쯤 진출할 것이고, 첫 출시 모델은 어떤 차종인가. ▲내년 1월 중 정식으로 브랜드를 론칭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6개의 딜러사가 우리와 최종적으로 협력 결정을 했다. 1월 런칭에선 전국의 전시장 위치를 밝힐 예정이다. 현재 계획으론 서울에서 부산, 제주까지 전국에서 전시장이 오픈될 것이다. 출시 모델은 현재로서 밝힐 수 없다. 내년 1월 한국서 모든 것을 공개하겠다. 앞으로 BYD는 한국에서 더 많은 파트너사와 보험, 금융, 물류 등 시장 전반에서 협력해 한국 시장을 세계적으로 앞선 전기차 시장으로 만들 것이다. ―한국 진출 첫해의 목표 판매량은 몇 대 정도인가. ▲첫해에는 목표를 설정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희망은 더 많은 한국 소비자가 실제로 BYD 전기차를 체험하는 것이다. 한국의 전기차 보급율은 조금 더 힘을 쓰면 아마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국내 진출시 BYD는 어떤 포지션을 잡을 예정인지. ▲BYD는 이미 세계 친환경 자동차 1위이지만 한국에서 널리 알려지진 않았다. 현재 BYD는 중국 국내에서 4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4개 브랜드를 통해서 패밀리카에서 개성적인 차, 럭셔리 카 수요까지 모두 커버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어떤 포지션이라고 한마디로 표현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 가성비 전략으로 나서진 않을 것이다. ―BYD가 생각하는 경쟁 브랜드는 어디인가. ▲전기차산업은 아직 완전히 형성되지 않는 상태다. 그래서 경쟁 브랜드를 논하기에 앞서 모든 브랜드와 같이 친환경차 시장을 일단 먼저 형성했으면 좋겠다. 그런 관점에서 BYD는 오픈마인드를 가지고 더 많은 협력사와 같이 전기차 관련 업무를 추진해왔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중국에서 토요타와 합작회사를 만들었고, 합작 브랜드에 핵심기술을 오픈하면서 합작 브랜드 제품에 적용을 많이 하고 있다. 또한, KG모빌리티에 BYD의 블레이드 배터리를 제공했다. BYD는 보유하고 있는 가장 좋은 기술, 가장 좋은 제품을 활용해 업계의 다른 기업과 함께 전기차 서비스를 제공하기를 희망한다. ―전기차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안전성과 사고방지 측면에서 BYD의 강점은 무엇인지. ▲한국의 정부와 소비자들은 친환경차의 방향성에 대해 계속 고민할텐데, 현재 이야기되고 있는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과도기적인 현상이라 생각한다 '안전은 가장 큰 럭셔리다'는 것이 BYD가 기본적으로 지키고 있는 이념이기도 하다. ―첫 출시 모델이 기아 EV6나 현대 아이오닉5보다 많이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지. ▲BYD는 이제 막 시작하는 상황이라 판매량을 같은 수준으로 올리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오히려, KG모빌리티, 현대차, 기아와 협력해 시장을 확대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로 확정됐다. 그는 EU에 45% 관세 부과가능성을 제공했는데, BYD의 대응전략은? ▲ 기업으로서는 매우 어렵지만, 글로벌 기업으로서 모든 관점, 모든 제도를 존중한다. BYD가 유럽에서 발전한 속도는 매우 빠르다. 때문에 유럽 쪽에서도 관세 장벽을 어느 정도 설치한 상황이다. 세금부과와 관련된 부분은 최종적으로 소비자한테 피해가 갈 것이다. 따라서, 제일 큰 영향을 받는 주체는 BYD가 아니라 현지의 소비자가 될 것이다. 가성비가 높은 제품은 소비자 생활의 편의성을 더 높일 수 있다. BYD는 모든 나라의 무역 규칙 하에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또 치솟은 불길에 고개 숙인 포스코, 재발방지 대책 마련 필수

포스코의 안전관리 역량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전사적 차원의 재발방지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잇따른 사고로 높아진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25일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4일 밤 11시18분경 경북 포항시 남구에 위치한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소방차 21대 및 인력 50명 등을 투입해 2시간 에 걸쳐 진화 작업을 진행했다. 소방당국과 포스코는 현재까지 인명피해가 없었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사고대책반을 구성하고, 경찰·소방당국과 화재 원인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이 공장은 지난 10일 새벽에도 불길에 휩싸인 바 있다. 포항제철소 전체로 보면 지난해 4월 원료이송용 컨베이어벨트를 필두로 △철광석 이송 컨베이어벨트 화재 △선강지역 통신선 △석탄 운반시설 등 8건의 화재가 이어졌다. 천시열 포항제철소장은 입장문을 통해 “최근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 공장에서 연이어 발생한 화재 사고로 많은 걱정과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많은 분이 놀라고 당황했을 것"이라고 사과했다. 다만, 이번 사고에 따른 생산차질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업황 부진으로 철강 생산설비들의 가동률이 낮은 상황에서 연산 200만t급 공장이 멈추는 것은 별다는 타격이 없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개수를 마친 2고로를 비롯한 설비를 토대로 악영향을 상쇄한다는 계획이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건설기계업계, 우크라이나 재건 시장 진출 본격화

건설기계업계가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을 토대로 유럽 등 글로벌 시장 내 입지 강화에 나선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낮아진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25일 세계은행(WB)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피해복구 및 재건사업 총액은 지난해말 기준 4860억달러(약 684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 중 '유럽의 곡창' 지위를 회복하고 에너지 효율 개선·현대화를 비롯한 농업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비용은 560억달러(12%)에 달한다.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트랙터 수입에 1조원 이상 투입한 것도 이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취임 후 24시간 안에 러-우 전쟁을 끝내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돌아오는 것도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지속적으로 포탄과 드론의 공격이 이어지면 프로젝트 추진도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대동은 농기계를 수입해 우크라이나에서 판매하는 현지 총판업체에 올해부터 3년간 300억원 상당의 트랙터를 공급한다. 앞서 체결한 시범 공급 계약이 성과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대동은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비즈니스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TYM도 5억5000만원 상당의 기부를 진행했다. 여기에는 농작업 등 피해복구 작업에 활용 가능한 트랙터와 작업기 20세트 및 유지보수용 부품이 포함된다. TYM은 2022년부터 농기계 기증 및 현금 지원을 이어가는 중으로, 최근 드미트로 프리푸텐 우크라이나 의원과 타라스 페둔키브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 경제 담당 서기관 등이 용산 사옥을 찾아 재건 사업 협력을 위한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TYM은 현지 농업 부문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등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유럽 시장 확장을 바탕으로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한다는 구상이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도 지난해 피해지역 긴급복구를 위해 30t급 크롤러 굴착기와 21t급 휠 굴착기를 포함한 건설장비 5대를 기증한 바 있다. 유지보수도 지원한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우크라이나 건설기계 시장에서 두 자릿수 점유율을 확보한 기업으로, 앞서 한-폴란드 정상회담을 계기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 기업 간담회'에도 참석했다. 업계는 연간 1000대 초중반이었던 현지 건설기계 수요가 전후 3배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HD현대건설기계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과 전후 복구용 장비 공급과 테크니션 양성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다만 현지 자금 사정을 고려한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구 사업 규모가 지난해 우크라이나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8배 달하는 탓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실효성 있는 사업 개발 △인근 유럽 국가 및 기업과의 제휴 △현지 인근 거점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국제통화기금(IMF)·WB·유럽부흥개발은행(WBRD)·유럽연합(EU)·G7·폴란드 등 외부 지원 의존도가 큰 상황이라는 이유다. 공공-민관 협력(PPP) 프로젝트로 타당성 조사와 운영·유지를 비롯한 전 주기에 걸쳐 사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각 단계에서 발생 가능한 문제를 식별해 참여 기업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것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국내 기업이 점유 가능한 시장 규모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도 “재건사업이 본격화되면 수요 촉진 및 재고 소진에 따른 판가 인상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결국 中에 1위 내줬다”…‘수소차 리더’ 현대차 무거워지는 어깨

현대자동차가 줄곧 지켜오던 '수소차 시장 왕좌'가 중국기업들에 넘어갔다. 상용차 중심으로 수소차를 찾는 중국 소비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차는 신차 출시, 다양한 국가, 기업과 협력으로 수소차 패권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방침이다. 25일 에너지 시장 조사업체 SNE리서치 1~9월 글로벌 수소차 등록 현황에 따르면 중국 완성차 업계는 전년 동기 대비 27.5% 증가한 4513대를 판매하며 글로벌 1위에 올랐다. 수소 상용차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며 전기차에 이어 수소차 시장 점유율까지 선두에 오른 것이다. 개별 기업별로 따지면 여전히 현대차가 3095대 판매로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최근 흐름을 보면 이마저도 안심할 수 없다. 중국 업계가 성장세에 오른 반면 현대차는 전년 동기 대비 28.4% 감소하며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업계와 현대차의 글로벌 수소차 시장 점유율은 각각 45.4% 31.1%다. 뿐만 아니라 중국과 한국 소비자들의 수소차 수요 격차가 크게 벌어진 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올해 1~9월 동안 중국에선 전년 대비 22.8% 증가한 5217대의 수소차가 등록됐다. 반면 한국 시장은 지난해 보다 25.8% 감소한 2978대 등록에 그치며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유일한 승용 모델인 넥쏘의 인기가 갈수록 곤두박질친 것이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SNE리서치는 “수소차 시장 점유율 선두였던 국내 시장에서 저조한 판매량이 이어지고 있다"며 “전기차 시장보다 인프라, 경제성, 정책 등이 부족한 수소차 시장의 확대가 언제까지 지연될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인지한 듯 현대차는 최근 수소차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1일 미국 LA 오토쇼에서 수소전기차(FCEV) 콘셉트카 '이니시움'을 북미 시장에 최초 공개했다. 이니시움은 수소차의 강점인 우수한 주행거리와 여유로운 실내 공간, 특화된 편의사양을 갖춰 개발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수소탱크 저장 용량 증대, 에어로다이나믹 휠 적용 등을 통해 650km 이상의 주행가능거리를 확보해 경쟁력을 갖춰 수소차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대차는 이니시움의 실제 양산 모델을 내년 북미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또 현대차는 토요타와 협력도 강화할 예정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4일 일본 도요타시에서 열린 '2024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서 “수소를 얘기해서 같이 좀 잘 협력하려고 한다"며 토요타와 협력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현대차와 토요타는 지난달 27일 한국에서 열린 가주레이싱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협력하며 돈독한 사이를 보여주는 주고 있다. 이에 업계에선 그간 소문으로만 돌았던 양사의 '수소 협력'이 곧 구체화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이어 현대차는 중국과도 손을 잡았다.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중국 수소차 시장을 사로잡아 판매량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25일 울산시·광저우시와 '수소 생태계 공동협력 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계기로 광저우시가 개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수소 사업의 성공적인 진행과 수소 선도 도시로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현대차는 스코다 그룹 산하 스코다 일렉트릭과 '수소 경제와 지속 가능한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을 위한 협력' MOU를 체결하는 등 시장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단독] 대한항공, RR 엔진 정비 라이센스 확보…아태 MRO 허브 도약 노린다

대한항공이 영국 중공업 회사 롤스로이스(RR plc)의 항공기 엔진 정비 권한을 따내 직접 정비에 나선다. 인천 영종도에 세우는 새로운 엔진 정비 공장에서는 연간 정비 가능 물량을 대폭 늘리고, 타 항공사들로부터도 본격 수주해 아시아·태평양 항공 정비의 메카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정비본부 정비훈련원은 지난 22일 항공·엔진 정비 기술 훈련생 모집 온라인 설명회를 개최했다. 현장 관계자는 “프랫 앤 휘트니(PW)·제너럴 일렉트릭(GE)에 이어 RR plc 트렌트 엔진까지 정비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올해 3월 대한항공은 항공기 엔진 정비 역량을 확충하고 항공 정비·수리·분해 조립(MRO, Maintenance·Repair·Overhaul) 사업을 확장하고자 인천 중구 운북동(영종도) 부지에 신 엔진 정비 공장 건립 계획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 당시 대한항공 측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A350-900의 RR plc 트렌트(Trent) 엑스트라 와이드 바디(XWB) 엔진 등에 대한 타당성 검토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보다 진일보한 입장을 내놓은 셈이다. 통상 RR plc는 자사 엔진을 직접 또는 라이센스를 받은 지역 거점의 파트너사의 지정 공장에서만 정비가 가능하도록 하는 '토탈 케어' 정책을 고수하기로 유명하다. 현재 전세계 트렌트 엔진의 약 90%가 토탈 케어 계약 대상이고, 이를 보유한 항공사들은 엔진 비행 시간당 일정 금액을 RR plc나 파트너사에 지불하는 방식으로 엔진을 관리하고 있다. 한편 경우에 따라서는 RR plc과의 협상을 거쳐 에어프랑스-KLM 그룹처럼 엔진에 대한 정비 권한을 획득할 수도 있다. RR plc는 고객사가 직접 엔진 MRO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파운데이션 서비스'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는 RR plc 엔진 보유 항공사가 직접 제반 비용과 위험을 부담하는 옵션으로, 토탈 케어나 '셀렉트 케어'보다도 더 많은 자율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자체 MRO 역량을 보유하고 있거나, 특정한 요구 사항에 맞춰 엔진을 직접 관리하고자 하는 항공사나 운영자에게 적합하다. 올해 5월 기준 대한항공은 정비본부 산하에 3121명의 인력과 △운항 점검 정비 공장(인천·김포) △김해 중정비 공장(부산) △엔진 정비 공장(부천) △전자 보기 정비 공장(부산) 등 자체 정비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대한항공은 RR plc로부터 엔진 취급 인가를 받았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한 대한항공이 올해 3월 에어버스에 33대를 주문한 A350 계열 항공기들은 모두 RR 엔진만 탑재할 수 있도록 계약이 돼있다. 이 점을 감안하면 이사회가 엔진 제작사와 사전 협상을 마쳤을 것이라는 항공 엔진 전문가의 분석도 이를 뒷받침한다. 종래까지 대한항공은 프랫 앤 휘트니(PW)의 PW4000 시리즈와 GTF 엔진, 제너럴 일렉트릭(GE)와 스네크마의 합작사인 CFM 인터내셔널(CFMI)의 CFM56, GE의 GE90-115B 엔진 등 총 4개사 6종에 대한 오버홀 정비를 수행할 수 있었다. RR plc까지 추가됨에 따라 이로써 대한항공은 '글로벌 빅 3' 엔진 메이커 제품을 다 다뤄볼 수 있게 돼 종합 항공 유지·보수·정비(MRO) 역량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대한항공은 앞으로 GE의 GEnx 시리즈와 CFMI의 LEAP-1B를 포함, 정비 가능한 엔진 모델을 총 9종으로 늘릴 방침이다. 또한 연간 엔진 정비 능력을 100대에서 360대로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2004년부터 자회사 진에어를 포함한 국내 항공사 일부와 델타항공·중국남방항공 등 해외 항공사의 엔진 수주 이력도 있는 만큼 향후 10년 간 성장률이 22.5%에 달할 아시아·태평양 항공 엔진 MRO 시장도 적극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국내 항공사들이 해외에 엔진 정비를 맡기면 조건에 따라 50억~300억원 가량 지불해야 한다. 이와 같은 수요를 끌어들이면 연간 1조2000억원에 달하는 국부 해외 유출 방지 방지·일자리 창출·부품 국산화 등 규모의 경제 논리에 따라 부가 가치 창출도 도모할 수 있어 경제적 파급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싱가포르항공 자회사 'SIA EC'·델타항공 테크 옵스·루프트한자 테크닉스 등 유수의 정비 실력자들에 필적하는 수준으로 도약할 가능성도 있어 대한항공 MRO 사업의 귀추가 주목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길 잃은 RE100]⑬ “롤러코스터 배출권 가격 잡아라” 내년부터 금융사도 시장 참여

올해 상반기까지 글로벌 경기 위축의 영향으로 매우 저렴했던 탄소배출권 가격이 최근 네 달 동안 45% 이상 가격이 급증했다. 단기간에 가격이 급변동하는 불안정한 탄소배출권 시장 탓에 기업들이 장기적인 사업 계획을 수립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도 내년 2월부터 자산운용사와 은행·보험사, 기금관리자 등도 배출권 거래 시장에 참가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시장 참가자가 늘어나면 배출권 거래가 활성화되고 이로 인해 시장 가격이 합리적으로 형성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다만 금융사가 거래 참여자로 들어온다면 오히려 시장이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탄소배출권 중 현재 가장 거래가 많이 되는 KAU24는 지난 22일 1만1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KAU24는 지난달 말 1만2550원으로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20여일 가량 1만1000원 이상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KAU24의 최저점이었던 지난 6월 29일 8610원에 비해서 30% 이상 높은 수준이다. 특히 최고점에 비해서는 45% 이상 차이가 난다. KUA24의 가격은 지난해 12월 초부터 6월 29일까지 8610원을 유지해 왔으나 최근 네 달 동안 크게 올랐다. 지난 2015년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된 이후 한국거래소는 배출권 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설정해준 할당량보다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한 기업은 이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해야만 한다. 배출권 가격은 시장의 수요·공급에 따라 시시각각 변해오고 있다. 다만 배출권 가격이 급변동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는 그나마 변동성이 크지 않았던 해로 꼽힌다. 실제 KAU21은 2021년 6월 23일 1만1550원으로 최저점을 기록했으나 8월 25일 2만9500원까지 가격이 치솟기도 했다. 두 달여 만에 가격이 2.5배 이상 급등한 것이다. 이에 주요 기업에서는 합리적인 사업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사업이 순항해 생산을 늘릴 경우 배출권을 시장에서 매입해야하는데 가격 변동성이 매우 심해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윤여창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배출권거래제가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배출권 시장기능이 적절하게 작동할 필요가 있지만, 현재 시장기능은 적절하게 작용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며 “시장 참여업체들이 배출권을 필요로 할 때 구매하기 어렵거나 미래의 시장운영을 예측하기 어려워서 불확실성이 커질 때 예비적 저축을 위한 경향이 과도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다시 배출권 거래시장의 유동성 부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도 이 같은 유동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 2월부터 배출권 시장 참여자를 확대한다. 자산운용사, 은행·보험사, 기금관리자 등도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에 참가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개인투자자도 증권사를 통해 배출권 거래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지난 9월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배출권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은 입법예고를 마치고 규제·법제 심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배출권 거래 시장 참가자는 지난 4월 기준 780여개 배출권 할당 대상 업체와 8개 시장조성자, 21개 증권사 등에 불과하다. 내년 2월 시행되는 배출권거래법 개정안에 의하면 배출권 시장에 참가할 수 있는 시장참여자의 범위는 기존 할당 대상 업체, 시장 조성자 및 배출권 거래 중개회사에서 자산운용사, 은행 및 보험사, 기금관리자 등으로 넓어진다. 내년부터 이 같이 시장 참가자가 늘면 배출권 가격이 급등락하는 상황이 일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사들이 충분한 유동성을 제공해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락하는 일이 어느정도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산업권에서는 금융사가 전체적인 거래를 주도하게 된다면 오히려 시장이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배출권을 실제 소비하지 않은 금융사가 배출권 가격을 전체적으로 상향 조정해 시세 차익만을 가져갈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RE100 등을 달성하기 위해 배출권거래제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시장 참여자 확대를 통해 배출권 시장이 기업이 신규 기술을 도입할 수 있도록 적절한 신호를 주는 동시에 새로운 부가가치까지 창출하는 시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길 잃은 RE100]⑪ 탄소배출 1등 기업들 배출권 팔아서 4747억원 수익···느슨한 배출권 제도 탓에 재생에너지 활용 뒷전

정부의 배출권거래제도의 허점 탓에 탄소 배출이 많은 국내 기업이 오히려 이익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탄소 다배출 기업이 경기 위축 상황에서 남아돌 수밖에 없는 배출권을 매각해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무상 배출권을 90%나 제공하는 국내 시장이 너무 느슨한 면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배출허용총량 등을 세심하게 설정해 주요 기업들이 실제로 탄소 감축에 노력할 수 있도록 정책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25일 산업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몇 년 동안 국내 기업 중에 탄소 다배출 기업이 탄소배출권거래제도 덕에 큰 이익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후환경단체 플랜1.5에 따르면 1·2·3차 배출권거래제 기간 동안 주요 다배출기업이 남아도는 배출권을 팔아 큰 수익을 실현한 것으로 파악된다. 2015년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된 이후 포스코 등 10개 다배출기업은 배출권 판매수익으로 약 4747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주요국의 환경정책을 아우르는 근간은 지구온난화 규제 및 방지를 위한 기후변화협약이다. 현재 적용되는 파리기후협약은 2015년 12월 파리에서 체결된 기후변화협약을 뜻한다. 파리협약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 이내로 통제하자는 이전(교토의정서)보다 한층 강화된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가 각국의 대기업이 배출하는 탄소를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기 위한 배출권거래제도다. 배출권거래제의 적용대상이 되는 대기업은 정부로부터 과거배출량 기반의 배출권 무상·유상할당량을 제공받게 된다. 만약 어떤 기업이 할당된 배출량 이상으로 탄소를 배출하게 된다면 다른 업체의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반대로 남은 배출권은 거래소에서 다른 기업에 판매할 수 있다. 국내 정부는 파리기후협약 전후로 이 같은 배출권거래제도를 준비해왔다. 지난 2010년 제정된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에서 '정부는 시장기능을 활용해 온실가스 배출권을 거래하는 제도를 운영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는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첫 법률적 발판이 됐다. 이어 2012년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고, 2015년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본격 시행됐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지속된 1기는 거래제도 안착을 위해 경험 축적 기간으로 배출권 전량이 무상할당됐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지속된 2기에서부터 무상할당량이 97%, 유상할당량이 3%로 할당됐으며, 배출권 거래도 본격적으로 활성화됐다. 2021년부터 내년까지 지속되는 3기에서는 유상할당 비율이 10%로 이전보다 상향 조정됐다. 포스코 등 주요 다배출 기업은 현행 10% 수준의 유상할당량을 대부분 매각해 상당한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해 국내 산업권에서는 코로나19와 그 직후 이어진 글로벌 경기 위축의 영향으로 탄소 다배출 기업이 생산량을 자연스레 줄이면서 남아도는 배출권을 매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무상할당량이 90%에 달하는 국내 시장의 느슨함이 탄소배출권거래제의 근본적인 도입 이유를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규모 탄소 배출에 재무적 리스크를 부여하겠다는 탄소배출권 시장의 도입 취지를 떠올려보면 수년 동안 대규모 무상할당량의 범위 내에서만 생산을 하고 나머지 10% 유상할당량을 매각해 시장에서 수익 올리기에 집중하는 현재의 상황이 적절치는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탄소 다배출 기업의 경우 10%에 해당하는 유상할당량도 다른 기업보다 많이 책정을 받기에 이를 매각한다면 수익을 더 많이 올릴 수 있는 구조다. 앞서 탄소를 많이 배출해왔을수록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이에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2026년부터 시작되는 탄소거래제 4기에서는 무상할당량 규모를 현행 90%에서 큰 폭으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산업권에서는 배출권거래제도의 느슨함 탓에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늘어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수준의 탄소를 배출하더라도 재무적 리스크가 거의 없는 탓에 굳이 비용이 많이 드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이 더 큰 손해로 인식된다는 분석이다. 산업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부터 최근까지 민간 LNG 발전사는 발전소를 돌리지 않고 대규모로 받은 배출권을 매각해 수백억원의 수익을 기록하고 흑자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며 “단순히 탄소배출권을 많이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사업을 극도로 줄이는 일부 기업의 행태를 막기 위해 무상할당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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