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KF-21의 포효, F-35A의 비상…성남 ADEX 하늘 수 놓은 공군 블랙 이글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0.17 15:17

단순 에어쇼를 넘어 K-방산의 현재와 미래를 쏴 올리다

심장이 멎을 듯한 굉음 속 강철의 날개가 그린 예술 작품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5 현장에서 개회사를 전하는 손석락 공군참모총장. 사진=박규빈 기자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5 현장에서 개회사를 전하는 손석락 공군참모총장. 사진=박규빈 기자

“이렇게 멋진 가을 하늘, 정말 화창한 날씨 속에서 오늘 서울 아덱스 2025 에어쇼 축하 행사를 개최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지난 30여년 간 국내 최대이자 아시아를 대표하는 항공우주 방산 전시회로 성장한 ADEX의 발전과 더불어 지난 시간 대한민국 공군도 힘차게 비상하며 5세대 전투기 F-35A를 운용하고,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 전력화를 눈앞에 둔 첨단 정예 공군으로 성장했습니다. 앞으로도 대한민국 공군과 항공우주 분야를 향한 변함없는 애정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감격을 선사하는 공군, 믿음직한 공군, 국민이 신뢰하는 첨단 정예 공군으로 거듭나 강력한 공군력으로 한반도 평화 정착을 뒷받침해 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손석남 공군참모총장)


17일 경기도 성남시 심곡동 소재 서울공항에서 제15회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아덱스)가 개최됐다. 한국우주항공산업협회와 한국방위산업진흥회가 각각 주최하고 주관하는 ADEX는 우주항공과 K-방산 역량을 전세계 무대에 선보여 국민적 자긍심 고취와 안보 인식 강화를 목적으로 열렸다.


손석남 총장의 목소리가 성남 서울공항에 울려 퍼지자 관중들의 시선은 일제히 텅 빈 하늘로 향했다. 단순한 개회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곧 하늘을 무대로 펼쳐질 압도적인 힘의 향연인 대한민국 항공우주력의 현재와 미래를 증명할 강철의 서막을 여는 신호였다.


하늘의 문을 연 강철 편대

다목적 공중 급유 수송기 KC-330 시그너스가 스텔스 전투기 F-35A 편대와 비행 중인 모습. 사진=박규빈 기자

▲다목적 공중 급유 수송기 KC-330 시그너스가 스텔스 전투기 F-35A 편대와 비행 중인 모습(상단)과 F-15K 편대가 날아가는 모습. 사진=박규빈 기자

첫 순서는 심장을 울리는 굉음과 함께 시작된 공군 주력 항공기들의 대규모 축하 비행이었다. 다목적 공중 급유 수송기 KC-330 시그너스가 스텔스 전투기 F-35A 편대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자 관중석에서는 나지막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전투기의 임무 시간과 작전 반경을 획기적으로 확장시켜 '중단 없는 영공 방위 임무'를 가능케 하는 핵심 자산의 등장이었다.


이어 육중한 포식자 F-15K 슬램 이글 편대가 하늘을 가르며 등장했다. 월등한 무장 탑재량과 고도의 정밀 타격 능력으로 '하늘의 방패'라 불리는 F-15K의 위용은 그 자체로 압도적이었다. 뒤이어 대한민국 영공 방위의 중추인 F-16 편대, 그리고 우리 기술로 면허 생산한 KF-5 제공호와 KF-16 혼합 편대가 완벽한 대형을 이루며 상공을 수놓았다.




특히 폴란드를 포함한 전 세계 6개국에 수출돼 K-방산의 위상을 드높인 국산 초음속 경공격기 FA-50 편대가 등장했을 때 관중들의 박수는 더욱 뜨거워졌다. 우리의 기술력으로 만든 강철의 날개가 세계의 하늘을 누비는 자부심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국산 항공 기술의 정점을 선보인 T-50과 KF-21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제작한 T-50과 KF-21이 성남 서울공항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사진=박규빈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제작한 T-50과 KF-21이 성남 서울공항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사진=박규빈 기자

웅장한 편대 비행이 막을 내리자 무대는 오롯이 한 대의 항공기를 위해 비워졌다. 대한민국을 세계 12번째 초음속 항공기 개발국 반열에 올린 T-50 골든 이글이었다. 총 비행시간 1400시간이상의 조영욱 소령과 1100시간 이상의 이경환 대위 두 베테랑 조종사가 조종간을 잡았다.


T-50은 최소 공간에서 두 번 연속 수직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고난도 '8자 기동'으로 시선을 사로잡는가 하면 시속 200km의 저속에서도 안정적인 비행을 선보이며 최신 플라이 바이 와이어 시스템의 성능을 증명했다. 이내 최대 출력으로 수직 상승하며 강력한 F404 엔진의 추력을 과시하는 모습은 T-50이 왜 세계 최고 수준의 고등 훈련기인지 여실히 보여줬다.


그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장내에는 미묘한 긴장감과 기대감이 교차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국산 전투기인 KF-21 보라매가 이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총 비행 시간 4000시간 이상의 베테랑 시험 조종사 이상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책임의 손끝에서 움직이는 보라매는 그야말로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2022년 7월 19일 역사적인 첫 비행에 성공한 KF-21은 현재 초음속·야간 비행 등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순조롭게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날 보라매는 시속 200km의 저속 비행부터 눈 깜짝할 사이인 시속 920km의 고속으로 관중석 앞을 통과한 뒤 그대로 수직 상승하는 압도적인 기동을 선보였다.


특히 선회 후 60도 각도로 솟구치며 회전하는 '보라매 피치 아웃' 기동은 KF-21의 뛰어난 기동성과 생존 능력을 한눈에 보여주는 명장면이었다. 미래에 유무인 복합 운용 체계까지 갖추며 전장의 판도를 바꿀 차세대 전투 체계의 위용을 미리 엿볼 수 있었다.


하늘에 그린 예술, 블랙 이글스의 귀환

공군 특수 비행팀 블랙 이글스가 곡예 비행하는 모습. 사진=박규빈 기자

▲공군 특수 비행팀 블랙 이글스가 곡예 비행하는 모습. 사진=박규빈 기자

행사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세계가 인정한 공군 특수 비행팀 블랙 이글스였다. 8대의 T-50B 항공기가 일사불란하게 이륙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다이아몬드 대형을 이루며 나타나자 관중들은 열광했다.


블랙 이글스는 단순한 곡예 비행을 넘어 하늘에 한 폭의 그림을 그렸다. 8대의 항공기가 한 마리의 독수리가 돼 360도 회전하는 '이글 롤', 관중들을 향해 거대한 하트를 그리는 '큐피드' 기동은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공군 특수 비행팀 블랙 이글스가 하늘에 태극 문양을 그린 모습. 사진=박규빈 기자

▲공군 특수 비행팀 블랙 이글스가 하늘에 태극 문양을 그린 모습. 사진=박규빈 기자

백미는 대한민국을 하늘에 새기는 순간이었다. 4대의 항공기가 연기를 뿜어 완벽한 태극 문양을 그려내고, 이어 8대의 항공기가 우리 민족의 정신이 깃든 무궁화를 피워 올리자 객석에서는 약속이라도 한 듯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고막을 찢을 듯한 굉음과 함께 두 대의 항공기가 정면으로 돌진하다가 아슬아슬하게 교차하는 기동에서는 모두가 숨을 죽였다.


국민의 승리를 상징하듯 7개의 방향으로 화려한 연막을 뿜어내는 '빅토리 브레이크'를 끝으로, 임무를 마친 블랙이글스 조종사들은 착륙을 위해 차례로 하늘로 솟구치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그들의 완벽한 비행은 '국민으로부터 사랑받고 국민과 함께하는 믿음직한 공군'이 되겠다는 굳건한 약속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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