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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OLED 굴기에 韓 수성 ‘비상’…점유율 격차 매년 줄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강국' 한국이 위기에 직면했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글로벌 OLED 시장에서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점유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프리미엄 패널로 분류되는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OLED와 자동차용 OLED 등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며 국내 업체들의 수성 전략도 시험대에 올랐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이 주도해온 OLED 시장의 지형도가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2년 글로벌 OLED 시장 점유율(금액 기준)은 한국 81.3%, 중국 17.9%였지만, 2024년에는 한국 67.2%, 중국 33.3%로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2년 새 양국 간 점유율 차이는 63.4%p에서 33.9%p로 30%p 가까이 축소됐다. 특히 스마트폰 OLED 시장에서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2022년 한국은 75.3%의 점유율로 중국(24.4%)을 크게 앞섰지만, 2024년에는 한국 54.4%, 중국 45.5%로 격차가 8.9%p까지 좁혀졌다. 스마트폰 OLED는 전체 OLED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작년 기준 스마트폰 OLED 매출은 418억1000만달러(약 59조3953억원)로, TV·IT·자동차용 OLED 매출(94억7300만 달러·약 13조4573억원)을 압도했다. 이 시장의 주도권을 뺏긴다면, OLED 전체 시장에서도 우위를 지키기 어려워질 수 있다. 국내 업체의 점유율 하락에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의 약진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작년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 순위에서 1위 애플, 2위 삼성에 이어 3~7위는 모두 중국 기업이 차지했으며, 이들은 자국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와 함께 중국산 OLED 패널 채택 비중도 늘리고 있다. 더 큰 위협은 국내 기업이 사실상 독점해왔던 프리미엄 OLED 시장까지 중국이 침투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LTPO OLED다. 이 기술은 고해상도, 저전력 특성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주로 적용되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이 시장을 주도해왔다. 2022년 LTPO OLED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98.5%에 달했지만, 지난해 중국은 25.6%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본격적인 위협 요인으로 부상했다. BOE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는 내수 시장을 발판 삼아 OLED 기술력 강화와 대량 양산 체계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올해는 BOE가 아이폰용 LTPO OLED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BOE는 애플에 LTPO 대비 사양이 낮은 저온다결정실리콘(LTPS) OLED만을 공급해왔지만, 공격적인 단가 전략을 앞세워 중저가 라인업 공급 확대를 노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BOE가 기술력 측면에서 여전히 일부 한계가 있지만, 애플의 패널 공급처 다변화 정책과 맞물릴 경우 LTPO OLED 공급망 진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실화될 경우, 국내 기업의 독점 구도는 더욱 흔들릴 수 있다. 차세대 성장 시장인 자동차용 OLED에서도 중국의 존재감은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4년 자동차 OLED 시장은 전년 대비 47.9% 성장해 전체 OLED 품목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노후차 교체를 유도하는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을 통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지리, 상하이자동차, 니오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내수 수요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자동차 OLED 채택도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중국 기업의 시장 진입 확대로, 지난해 한국 기업의 자동차 OLED 점유율은 전년 대비 5.5%p 하락한 76.1%를 기록했다"며 “올해도 중국의 추격은 한층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기술력이 여전히 한국에 비해 열위라는 평가도 있지만, 격차는 점점 좁혀지고 있는 실정이다. OLED 시장 내에서 스마트폰, 프리미엄, 자동차까지 중국의 전방위적인 추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기술 고도화와 생산 효율화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기술 격차가 존재하지만, 중국의 추격 속도가 빠른 건 분명한 사실"이라며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시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기술 초격차 확보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단독] LIG넥스원, 해양 감시·정찰용 ‘수중 글라이더’ 개발 추진

LIG넥스원이 수중에서 장시간 자율 항해가 가능한 무인 해양 플랫폼인 '수중 글라이더' 디자인 등록을 마쳤다. 추진기 없이 부력 조절과 날개의 양력을 활용해 움직이는 장비로, 해양 감시·정찰 목적의 장기 임무 수행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방위 사업 무인화 트렌드에 맞춰 해양 전장 인식(MDA)과 수중 정찰 체계 확대를 겨냥한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21일 본지 취재 결과 LIG넥스원은 지난해 4월 23일 특허법인 우인을 통해 '수중 글라이더' 디자인을 특허청에 출원했고, 같은 해 11월 13일 등록 절차를 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수중 글라이더는 사내 해양연구소 경어뢰2체계개발단 1팀 소관으로, 아직 이 장비에 대한 개발에 착수하지는 않은 상태"라면서도 “본격 전개될 경우를 대비해 선제 등록해놨다"며 사업 의지를 피력했다. 또 등록 디자인 설명서를 통해서는 수중 글라이더의 재질을 금속이나 합성수지로 하고, 수중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장시간 안정적인 주행을 위해 좌우에 자가 충전용 회전 날개를 장착한다고 전했다. 도면에 따르면 전형적인 글라이더 모양새를 갖춘 '에어포일'형 본체는 수중에서 양력을 이용한 추진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꼬리 부분에는 스크류와 통신용으로 보이는 안테나형 돌출부도 배치돼 있어 제한적인 자율 추진과 통신 기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면부는 볼록하고 후면부는 매끈한 구조로, 부력 조절 장치 및 각종 센서를 내장할 수 있는 공간 확보를 염두에 둔 설계로 분석된다. 이는 장기 수중 항해를 염두에 둔 작전용 구조로, 해양 감시·정찰 목적의 군사적 활용 가능성을 시사한다. 아울러 측면의 돌출된 날개는 글라이딩 효율을 제고하고 방향 조정을 위한 장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무인화 추세가 뚜렷한 방산 분야에서는 MDA와 수중 정찰 체계가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측면에서 수중 글라이더는 차세대 감시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추진기 없이 부력 조절과 날개의 양력을 활용해 활강하며 항해하는 무인 수중 로봇이다. 일반적인 자율 무인 잠수정(AUV)보다 전력 소모량이 현저히 적어 수주에서 수개월에 이르는 장기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 해군이 채택한 '시글라이더(Seaglider)'가 있다. 군사적 목적의 수중 글라이더는 △수온 △염분 △해류 △음향 특성 등 해양 환경 정보를 수집해 전투용 음향 탐지, 모델링, 소나 운용의 최적화 등에 활용된다. 복수의 글라이더를 네트워크화하면 해저에 센서 그리드를 구축할 수 있고, 적의 해저 기뢰 등의 자산을 탐지하고 MDA와 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감시·정찰 등 수중 C4ISR 체계를 구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 대형 잠수정이나 해상 드론 등 이종 무인체를 포함한 타 플랫폼과도 군집 운용을 하는 등 연동도 할 수 있어 활용 가능성이 기대된다. 앞서 LIG넥스원은 무인 수상정 'M-헌터'와 연동 가능한 수중 자율 기뢰 탐색체(AUV)를 개발한 바 있다. 이 같은 무인 수중체에는 인공지능(AI)·데이터 링크·자율화·체계 통합 등 첨단 통신 기술이 적용된다. 아울러 LIG넥스원은 해군의 미래 유·무인 전력 체계인 '해양의 수호자(Navy Sea GHOST)'에 부응할 종합 솔루션 구축을 목표로 수중 무인체 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또 수중 유도 무기 개발의 핵심 인프라인 '수중 HILS(Hardware In the Loop Simulation)' 시스템을 구축해 실제 해양 환경을 가상으로 재현하며 수중 무기와 무인체의 성능을 정밀하게 검증하고 있다. 이 시스템을 통해 LIG넥스원은 자항식 기만기·자항 기뢰 등 다양한 수중 운동체 개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했다. 수중 HILS와 대형 수조 시험장 등 핵심 인프라를 바탕으로 무인 잠수정(UUV)·수중 글라이더 등 새로운 특수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김문환 LIG넥스원 해양2연구센터 프로젝트 1팀 선임연구원은 “핵심 인프라와 수준 높은 연구 인력,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1등 수중 유도 무기 개발 업체로 거듭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시승기] 제네시스 GV60, 럭셔리하면서 역동적인 프리미엄 전기차

현대차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순수전기차 'GV60' 부분변경 모델은 국내 최상위급의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인테리어, 고가 수입 전기차에도 뒤처지지 않는 주행성능과 승차감이 돋보이는 차량이었다. 차체가 작은 탓에 뒷자리나 적재공간은 다소 부족했지만 럭셔리하면서도 실용적인 솔로라이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지로 보인다. 지난 20일 현대차그룹이 진행한 제네시스 'GV60 부분변경 모델' 미디어 시승을 통해 차량을 주말 동안 운행했다. 주행코스는 서울시 도봉구부터 경기도 하남시까지 시원한 강변을 따라 왕복 약 70㎞를 달리는 것으로 구성했다. 주말인 탓에 도심에선 약간의 정체가 있었지만 고속도로는 뻥 뚫려 있어 전기차의 장단점을 면밀히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달 출시된 GV60은 약 3년 5개월 만에 선보이는 부분변경 모델로, 브랜드 디자인 철학인 '역동적인 우아함'을 바탕으로 디테일을 강화해 한층 더 고급스러운 내·외장 디자인을 갖췄다. 또 84kWh의 4세대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최대 481㎞(복합, 스탠다드 2WD 기준)를 주행할 수 있으며, 차세대 스마트 회생 제동 시스템과 다양한 주행 특화 사양이 탑재됐다. 더불어 배터리셀 제조사는 SK온이다. GV60의 외관은 디자인 명가 제네시스의 DNA를 계승하면서 전기차만의 부드럽고 미래지향적인 매력을 담아냈다. 전면부는 입체적인 형상으로 새롭게 디자인된 범퍼가 강인하고 대담한 인상을 준다. 화려하고 정교한 MLA(Micro Lens Array) 기술이 적용된 두 줄 헤드램프는 다이내믹 웰컴 라이트 기능을 갖춰 제네시스 브랜드만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극대화한다. 측면부는 날렵한 5-스포크 기반의 '21인치 다크 메탈릭 글로시 그레이 휠'과 '20인치 라이트 실버 휠'을 새롭게 적용하고 기존 19인치 휠의 색상을 다크 매트 그레이로 변경해 강인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구현했으며, 차체 색상의 휠아치 클래딩을 적용해 럭셔리 이미지를 강화했다. 후면부의 리어 스키드 플레이트는 차체 색상과 동일한 디자인으로 깔끔하게 구현돼 모던하고 견고한 SUV 느낌을 부여하는 동시에 GV60의 넓고 낮은 스탠스를 강조한다. 실내는 마치 백화점 명품관 같았다. 고급스러운 가죽과 버튼들이 적절하게 배치돼 있어 대접받는 기분을 제대로 느끼게 했다. 들어가자마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27인치 통합형 와이드 디스플레이'다. 이 분야 최고 권위자답게 매우 빠른 화면 응답성, 보기 좋은 UI 등이 담겨 있었다. 또 최첨단 디스플레이 덕에 차량의 분위기도 한껏 더 럭셔리해졌다. 차량의 시동을 걸면 '내가 진짜 럭셔리카에 탔구나'를 느끼게 해주는 기능이 있다. 우측에 위치한 원 모양의 크리스탈 스피어가 시동을 켬과 동시에 한 바퀴 돌면서 기어 노브로 변신한다. 실용적인 기능은 아니지만 차량의 멋을 극대화시키는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이 든다. 2열은 차량의 크기라는 한계 때문에 다소 좁았다. 레그룸은 신장 180㎝ 남성 기준 엄청 불편하다는 느낌을 받진 못했지만, 예상외로 헤드룸이 좀 답답했다. 고급스러운 디자인 속엔 강력한 주행성능이 숨겨져 있었다. 우선 전기 SUV답게 승차감은 여느 고급 세단 못지않았다. 이번 모델은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ECS)에 적용된 전·후륜 쇼크 업소버 밸브를 개선해 감쇠력 자유도를 높였는데, 이 덕에 일반 도로에선 너무나도 편안한 주행이 가능했다. 방지턱, 흙길, 도로 크랙 등이 꽤 많았는데도 안정감 있는 주행이 가능했다. 다소 아쉬운 점은 높은 차체로 인해 코너링에서 약간의 불안함이 있었다. 파워풀한 주행도 거뜬했다. 차량 스티어링 휠 우측 하단에는 '부스트' 버튼이 호기심을 자극하길래 눌러봤더니 차량이 갑자기 편안한 SUV에서 고성능 SUV로 변신했다. 뒷목이 뻐근할 정도로 출력이 높아져서 다소 심심했던 주행을 재밌게 만들어줬다. GV60는 퍼포먼스 AWD 모델 기준 부스트 모드 작동 시 전·후륜 합산 최고 출력 360kW(490ps), 최대 토크 700Nm(71.4kgfm)의 강력한 성능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단 4.0초에 주파한다. 차량의 전비는 1㎞당 6.2kWh가 기록됐다. GV60의 판매 가격은 전기차 세제혜택 적용 기준으로 스탠다드 2WD 6490만원, 스탠다드 AWD 6851만원, 퍼포먼스 AWD 7288만원이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문서 스캐너 시장 성장세···日기업, 韓 공략 속도낸다

엡손, 캐논, 브라더 등 일본 기업들이 우리나라 문서 스캐너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사양산업이라는 기존 인식과 달리 디지털전환 등 수요가 생기며 규모가 커지고 있어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엡손은 지속적인 신기술 개발을 통해 한국에 문서 스캐너 신제품을 계속 선보이고 있다. 평판, 휴대용, 급지평판형, 급지형 등 4개 카테고리를 갖추고 B2B 영업 등에 힘을 쏟고 있다. 엡손은 대표 제품 'ES-580W' 등을 통해 B2C 영역에서도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북스캐너 ES-580W는 책, 문서 등을 편리하게 디지털화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수험생·학습자에게 한층 편리한 환경을 제공해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해진다. 무거운 전공 서적을 e북으로 만들어 휴대성을 높일 수 있다. 제품에 4.3인치 터치 스크린이 탑재돼 PC 연결 없이도 작업이 가능하다. 시장조사기관 IDC 보고서를 보면 엡손은 지난해 국내 문서 스캐너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출하량 기준 45.8%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캐논의 추격도 거세다. 캐논은 지난 2월 사무용 문서 스캐너 신제품 'DR-S350NW'를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기업, 공공기관, 교육기관 등 다양한 사무 환경에 최적화된 모델이다. 단면 기준 분당 50매, 양면 100매의 초고속 스캔이 가능하다. 일 권장 사용량이 최대 9000매에 달해 강한 내구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고객 니즈에 맞게 다양한 편의 사양을 적용한 것도 눈에 띈다. 캐논은 신제품에 스캔 시 백지 용지를 자동 감지해 저장하지 않는 기능, 자동 흑백·컬러 검지 기능, 원고 기울어짐 보정 기능 등을 장착했다. 브라더는 지난해 휴대용 무선 스캐너 2종을 한국에 선보였다. 최소 1.37kg의 가벼운 무게로 휴대성을 강조한 제품이다. 스캔 속도를 A4용지 기준 최대 30ppm/60ipm으로 높여 편의성을 극대화했다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스마트폰과 와이파이 연결을 지원해 외부에서도 스캔 및 저장·공유 작업이 가능하다. 문서 스캐너 시장은 제품군이 워낙 다양하고 세부적인 특성이 달라 그 규모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지만, 성장세는 분명 뚜렷하다는 특징이 있다. 시장조사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지난해 전 세계 문서 스캐너 시장이 60억1900만 달러(약 8조5500억 원) 규모라고 추산했다. 2032년까지 연평균 7.2% 성장해 107억6000만 달러(약 15조3000억 원)까지 커질 것으로 봤다.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는 2023년 기준 매출액이 33억 달러(약 4조7000억 원)라고 계산했다. 2032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4.7%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 규모 등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시장 크기는 수천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비결은 '디지털전환'이다. 페이퍼리스(paperless, 종이가 없는) 시대를 맞아 프린터 수요는 줄지만, 반대로 스캐너를 찾는 경우는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교육, 금융 등 다양한 산업에서 디지털전환 업무가 가속화되며 시장 성장세가 유지되는 모습이다. 각종 자료를 클라우드로 연동하는 경우에도 스캐너 활용 사례가 늘고 있다. 성장이 예고된 곳이지만 앞으로도 과실은 일본 기업들이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7년 프린터 사업부를 HP에 매각한 이후 시장에서 떠났기 때문이다. 복합기, 프린터 등으로 유명한 신도리코를 제외하고는 중소·중견기업 중에서도 자체 기술을 갖춘 경우가 드물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캐너 시장은 성장성이 보인다 해도 이미 경쟁하는 업체들이 많아 새로운 사업자에게는 진입장벽이 높게 느껴질 것"이라며 “다양한 제품군을 이미 확보해둔 (일본) 업체들이 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국내 기업, ESG채권 발행 크게 줄어…‘관세’가 더 시급한 문제

최근 몇 년 동안 재계에 화두였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올해 들어 기업들의 관심에서 특히 멀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초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과 관세 정책 등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ESG채권을 발행하는 국내 기업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산업권에 따르면 최근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진 탓에 지난해까지 상당한 규모였던 ESG채권 발행이 올해 크게 줄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기업의 ESG채권 발행이 8조7012억원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1분기 13조8346억원에 비해서 37.11%(5조1334억원) 줄어든 수준이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저치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 동안 1분기 ESG채권 발행 규모를 살펴보면 2020년에는 21조1939억원, 2021년 18조2407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는 13조원 수준의 규모를 유지했으나, 올해 들어 9조원조차 넘지 못한 것이다. ESG채권은 발행 자금이 친환경 또는 사회적 이득을 창출하는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채권으로,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 지속가능연계채권을 통칭하는 단어다. ESG가 최근 몇 년 동안 재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ESG채권 발행 규모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ESG채권 연간 발행 규모는 2018년 1조2500억원, 2019년 25조6873억원을 기록한 후, 2020년 연간 58조8842억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2년 만에 47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후 지난해까지도 2020년 이상의 물량이 발행돼 왔다. 올해 유독 ESG채권 발행이 크게 줄어든 것은 국내 기업들이 ESG 경영에 신경을 쓰기 어려운 환경 탓으로 분석된다. 올해 1분기에는 대상 단 한 곳을 제외하면 ESG채권을 발행한 기업조차 찾기 어렵다. 지난해 1분기 LG에너지솔루션과 한화에너지가 대규모 채권을 발행한 것과 큰 차이다. 아울러 금융권과 공공기관에서도 불확실성 탓에 발행을 줄이면서 전체적인 실적이 크게 줄었다. ESG채권 발행 자체가 줄어든 것은 올해 글로벌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된 탓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취임했으며 이후 글로벌 각국을 대상으로 관세 전쟁을 주도하고 있다. 실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지난달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4월부터는 모든 수입 자동차에 각각 25%씩 관세를 부과했다. 지난해 한국이 미국에 수출한 자동차와 철강 관련 수출액이 각각 51조원과 4조원 규모로 매우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뿐만 아니라 개별 품목이 아니라 모든 품목에 부과되는 상호관세도 3개월 이후 도입이 예고된 상황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관세 영향으로 가장 큰 수출처인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ESG채권을 이전과 유사한 규모로 발행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ESG채권은 일반 채권보다 금리가 다소 낮은 편이나, 조달한 자금을 ESG 분야에만 활용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ESG채권을 발행하기 위해 별도로 자금의 활용에 대한 심사 등 준비 작업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를 감안하면 단순 회사채를 발행해 미국 현지에서 생산 설비를 구축하거나 대체 시장에 투자하는 편이 훨씬 낫다는 판단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동안 ESG 경영에 관심이 있었던 기업이 많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며 “기업 상황과 시장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굳이 ESG를 내세우지 않고 단순 회사채를 발행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한미반도체는 어떻게 ‘슈퍼 을’이 됐나

한미반도체는 2017년 세계 최초로 고대역폭메모리(HBM) 공정용 장비인 TC본더(Thermal Compression Bonder)를 상용화한 이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구축해왔다. 특히 SK하이닉스와 긴밀한 협업 구조를 통해, 공급사임에도 고객사의 후공정 생산공정에 깊이 관여하는 '슈퍼 을'로 불려왔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러한 구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SK하이닉스가 한화세미텍과 신규 TC본더 계약을 체결하며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자, 한미반도체가 대응 차원에서 가격 인상과 엔지니어 철수를 통보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급히 한미반도체 달래기에 나섰다고 전해지지만 산업 구조의 변화는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많다. 한미반도체가 '슈퍼 을'로 불리게 된 배경에는, 단순한 기술력 이상의 구조적 요인이 작용했다. 특히 SK하이닉스와의 거래 구조는 일반적인 벤더-클라이언트 관계와 크게 달랐다. SK하이닉스가 주요하게 생산하는 HBM은 고성능 AI 연산용 반도체다. 열과 전기적 연결을 모두 정밀하게 제어해야 하는 고난이도 공정이 요구된다. 여기에 쓰이는 TC본더는 기존의 와이어 본딩(Wire Bonding) 방식과는 달리, 다이(die)와 인터포저(interposer)를 고온·고압 조건에서 정밀하게 정렬 압착하는 장비다. 이 때문에 초기부터 장비 개발과 공정 세팅, 양산 품질 확보까지 고객사와의 긴밀한 협업이 필수적이었다.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와 2016~2017년 사이 공동 개발 계약을 맺고 HBM용 TC본더를 시장에 처음 도입했으며, 이후 2년 이상 SK하이닉스 후공정 Fab 내에 엔지니어를 상주시켜 실시간 공정 지원과 품질 개선 작업을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한미반도체는 고객사의 사양 변경 요구를 수시로 반영하고, 장비 성능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조정하는 등 일반적인 공급사 범위를 넘어서는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한미반도체가 개발한 TC본더는 경쟁사 제품에 비해 공정 정밀도가 높고, 라미네이션 오차가 ±3μm 이내로 알려져 있다. 이는 고층 구조의 HBM에서 발생할 수 있는 누적 오차를 줄여 수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2021년 HBM2E 양산을 세계 최초로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한미반도체의 TC본더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있다. 그 결과 SK하이닉스는 2022년부터 HBM3, HBM3E로 생산 라인을 확장하면서도 TC본더는 계속 한미반도체 제품 중심으로 운용해 왔다. 현재도 SK하이닉스는 HBM 공정에서 대부분 한미 TC본더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공정 연속성 차원에서 즉시 대체 가능한 기술적 대안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실제 수치로도 이 구조는 드러난다. 한미반도체의 2024년 TC본더 관련 매출은 전체 매출 5589억원 중 약 85%를 차지했으며, SK하이닉스향 공급 비중은 약 60%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2554억 원으로 전년 대비 6배 이상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은 45.7%에 달했다. 한미반도체는 고객사 전용의 맞춤형 장비 개발과 품질 안정화 작업을 수년간 단독으로 수행하면서 기술적 진입장벽을 세우는 동시에, 고객사의 공정운영에까지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구조를 형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사가 Fab 운영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며 “이는 전형적인 '슈퍼 을' 구조"라고 평가했다. 반면, 다른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특정 장비사에 대한 의존을 지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론은 HBM3E 라인 구축 과정에서 한미반도체를 포함해 ASMPT(싱가포르), K&S(미국) 등 최소 3개 업체와 동시 검증을 진행 중이다. 이는 특정 벤더에 기술 조건을 좌우당하지 않고, 라인별·세대별로 최적 장비를 선택하려는 전략이다. TSMC는 BESI, ASMPT, K&S 등 복수 장비사와 협업해 패키징 공정 장비를 다원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SoIC(3D 패키징) 공정에서는 장비 개발 단계부터 복수 업체에 기술을 공유하고, 병렬 테스트 후 성능이 가장 우수한 장비를 도입하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 역시 자회사 세메스를 비롯해 일본 신카와, 토레이 등과 거래하며 멀티 벤더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기술 독립성과 가격 협상력 확보를 위해 독점 구조보다는 다원화된 공급망 전략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SK하이닉스는 2024년 말부터 ASMPT, 한화세미텍 등 복수 벤더로부터 TC본더 공급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했다. 이후 한화세미텍은 2025년 초 SK하이닉스로부터 약 420억원 규모의 TC본더 수주 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으로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에 대해 한미반도체는 공급 조건 조정을 요구하며, 기존 장비 단가를 인상하고 공정에 상주하던 엔지니어를 철수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고위급 임원이 직접 한미반도체 측을 만나협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는 중장기적으로 SK하이닉스가 멀티 벤더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한미반도체도 고객다변화에 나서고 있는 만큰 고객사의 공급다변화를 비판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한미반도체의 차세대 모델은 2025년 중으로 마이크론 등 해외 업체에 공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미반도체는 여전히 TC본더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HBM4 등 차세대 패키징 기술에서도 강점을 유지 중"이라며 “단일 고객 기반의 '슈퍼 을' 지위를 지속하기는 산업의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힘들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분야의 최고 '갑' 엔비디아도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으로 공급을 다변화하고 삼성전자도 이에 도전하고 있다"며 “기술 경쟁력은 인정받되, 공급 구조는 보다 유연하게 대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기자의 눈] 실수도 말 못하게 만드는 조직이 항공 안전을 위협한다

“아직도 현장에서는 보고하면 조직에서 문제아로 낙인 찍히거나 관리자들로부터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만연해 묻고 넘어가기도 합니다." '공정 문화(Just Culture)'라는 단어가 있다. 고위험 산업군에서 직원이 실수나 오류를 보고하더라도 처벌하기보다 학습의 기회로 삼고, 조직 전체의 안전성을 제고하려는 문화와 그에 목적을 둔 접근 방식을 의미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부속서 13을 통해 공정 문화 도입을 권장하고, 유럽항공안전청(EASA)도 고의·중과실이 아닌 이상 면책 원칙을 보장하고 있다. 과거보다 개선됐다고는 하나 국내 항공업계에서는 실수를 보고하면 인사 불이익이나 징계 우려가 여전하고, 실수와 위반의 경계가 모호해 관리자 재량에 의존하는 경향이 아직도 있다는 게 현업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때문에 현장에서는 잘못된 게 있어도 입도 뻥긋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전언이다. 가장 비근한 예로 작년 12월 29일에는 제주항공 2216편 활주로 이탈 사고를 들 수 있다. 당시 여객기는 새떼와 충돌했고, 양쪽 엔진이 먹통인 상태로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끝의 콘크리트 둔덕을 들이받고 완파돼 179명 사망·2명 중상이라는 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계기 착륙 장치(ILS)는 잘 부서지는 속성을 지녀야 한다는 ICAO와 국토부 지침에도 어긋나게 콘크리트를 타설한 사람이 누구였느냐는 질타가 끊이질 않았고, 전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국토교통부와 공항공사, 무안공항 측을 변호하려는 건 아니지만 관계자들 중 그 누구라도 문제 의식을 갖고 제대로 보고했다면 책임을 면할 수 있었을까? 이처럼 희생 제물만을 찾는 데에 혈안이 된 처벌 일변도의 분위기에서는 그 어느 것도 바뀔 수가 없다. 베넷 앨런 월시 대한항공 항공안전전략실장은 “한국엔 더욱 강력한 면책 기반 자발적 보고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국내에는 아직 공정 문화가 자리잡지 못했음을 점잖은 방식으로 지적한 것인데, 이 마저도 외국인이기에 가능했던 발언이다. 분명 대한민국 항공 산업은 양적 규모 측면에서 과거에 비해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냈지만 안전에 대한 시각은 성숙 단계에 접어들지 못한 듯 하다. '누가 했느냐?'는 추궁보다 '무엇이 부족했나?'와 같은 자성에 가까운 질문이 먼저 나와야 ICAO 파트 1 또는 2와 같은 항공 선진국 그룹 일원으로의 도약이 가능해지는 법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사기는 살인”…10년 넘게 금융범죄 추적한 변호사의 ‘일갈’

“사기는 살인이다. 사기 피해자들은 가정이 파탄나고, 자살한다." 이민석 변호사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는 지금도 수만, 수십만 명의 피해자가 고통받고 있는 대규모 금융사기 사건들 사이에서, 피해자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모아 사회에 외치는 '대변인'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그가 활동하는 “금융피해자연대"는 피해자만 1만 명 이상, 피해액이 1조원을 넘는 사건들만 모아 구성한 단체다. 피해자들의 연대는 단순한 소송단을 넘어 “사회적 연대체"의 성격을 띠고 대규모 금융범죄에 맞서 활동 중이다. 이 변호사는 20일 에너지경제와 만나 인터뷰를 통해 “키코, MBI, KOK, IDS홀딩스, 밸류인베스트코리아, ICC-FVP 등 수많은 사기 사건 피해자들이 금융피해자연대에 속해 투쟁 중"이라며 “이들 사건은 피해 규모만 30조원을 넘는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사기 사건들에서 단순한 개인의 탐욕이 아닌 “구조적 배경"을 지적한다. “천문학적인 피해를 낳는 금융사기에는 반드시 비호세력이 존재한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이런 규모의 피해가 반복될 수 있었겠나?"라는 그의 말은 지금까지 이어져온 수사와 재판, 제도의 빈틈을 지적하는 발언이다. 실제로 그는 IDS홀딩스 사건을 예로 들며 정치권과 사법기관, 수사기관이 얽힌 구조를 비판했다. IDS홀딩스는 FX마진거래 고수익·원금 보장을 내세워 약 1만2000명에게서 1조1000억원 가량을 편취한 대규모 폰지 사기다. 그는 “IDS홀딩스 창립 행사에 변웅전 전 자유민주연합 대표, 경대수 전 새누리당 의원이 동영상 축사를 했고, 이우현 의원은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유죄가 확정됐다"며 “서울경찰청 소속 경찰이 IDS홀딩스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징역 5년을 선고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단순한 사기가 아니라 정관계의 그림자와 연결된 복합 범죄라는 것이다. 이민석 변호사는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사건도 지적했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는 무인가 상태로 크라우드펀딩 방식 벤처 투자를 빙자해 약 3만 명에게 7000억원 이상을 불법 유치했다. 그는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사무실에서 유시민, 도종환, 이재정, 변양균 등이 강연을 했고,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은 대표 이철에게서 6억원대 불법정치자금을 받아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았다"고 밝혔다. MBI의 경우엔 인천경찰청 경감의 부인이 근처 사무실을 차려 다단계 모집을 했다. MBI는 말레이시아 기반 국제 금융 다단계 사기로, 가짜 광고권과 GRC 토큰 투자를 미끼로 국내에서만 약 10만명에게 5조원대 피해를 입혔다. KOK도 비호세력의 의혹이 짙다. KOK는 K-콘텐츠 플랫폼 투자를 빙자한 암호화폐(KOK 토큰) 다단계 폰지 사기로, 전 세계 180만명 이상(추산)에게 약 4조원의 피해를 준 것으로 추정된다. 이 변호사는 KOK 행사에 국회 상임위원장 자격으로 노웅래 전 의원이 축사를 한 사실도 언급했다. 그는 “이러한 비호세력은 수사의 외압이 되기도 하고, 그 자체로 사법시스템을 부패하게 만든다"고 경고했다. 그의 주장은 통계로도 뒷받침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3년 한 해에만 사기 범죄는 34만7901건 발생했고 피해액은 30조원에 달했다. 그는 “정부에 범죄 척결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일갈했다. 사기 수법은 해마다 진화해왔다. 그는 조희팔의 상품 다단계 사기에서 시작해, IDS홀딩스와 VIK의 금융 다단계, 라임 옵티머스의 사모펀드형, 그리고 KOK나 시더스그룹 같은 코인형 사기에 이르기까지 그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최근에는 코인이나 토큰을 이용한 금융 다단계 사기가 폭증하고 있다"며 “KOK는 실체 없는 K-콘텐츠 사업을 빙자해 KOK 토큰을 배포하며 사기를 쳤고, 시더스그룹은 해피캐시, 쇼핑캐시를 이용한 유사한 수법을 썼다"고 설명했다. 그는 MBI의 구체적인 사기 방식을 언급하며, “엠페이스 광고권을 1구좌당 650만원에 구매하면 1년에 두 번 1.5배씩 증액된다며, 허구의 광고권과 GRC라는 토큰을 연계해 사기를 쳤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사기 방식은 이름만 바꾸어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런 범죄를 가능케 한 법과 제도의 문제는 무엇일까. 그는 '무기력한 수사 시스템'과 '솜방망이 처벌'을 동시에 꼬집었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가 고소를 해도 검찰은 '증거를 가져오라'는 식이고, 고소장이 접수되기 전엔 수사조차 안 한다"며 “수사는커녕 범죄예방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구체적인 예도 제시됐다. 그는 “90만 명 피해, 4조원대 사기 사건인 KOK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에서 울산지검으로 갑작스럽게 이송된 것 자체가 축소수사 의도"라고 주장했다. 또 “IDS홀딩스 김성훈 대표가 1조원대 사기로 재판을 받던 중에도 공범과 검사실에서 27억원의 범죄수익 은닉을 공모했음에도 검찰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며 “법원과 검찰이 사기의 공범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그의 해법은 명확하다. 첫째, 전국 단위의 검경합동 통합수사본부 설치. 둘째, 범죄단체조직죄를 적극 적용해 조직 전체를 처벌할 수 있는 기반 마련. 셋째, 범죄수익 환수 제도의 강화다. 그는 “범죄수익금이 공범이나 정관계 비호세력에게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며 "기소된 자의 재산은 모두 몰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범죄단체조직죄에 대해 “사기조직을 범죄단체로 보아야 상층부터 말단까지 일괄 처벌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직원 중 일부만 기소되면, 나머지는 여전히 다단계 사기업체 이름을 바꿔가며 범행을 이어간다"고 지적했다. 양형기준 개혁도 절실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피해자 50명에게 50억원을 사기쳐도, 한 사람에게 50억원을 사기친 사람보다 낮은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미국처럼 총 피해액 기준으로 형량을 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병과주의'와 '가중주의'의 차이를 설명하며 “권도형이 한국행을 희망한 건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IDS홀딩스 김성훈은 1조원을 사기치고 징역 15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이철은 징역 14년 6월에 불과했다. 반면 미국의 메이도프는 징역 150년을 선고받았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법원, 정치권, 언론을 향해서도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사법부는 사기범죄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기를 당하면 가정은 파탄나고 심지어는 자살까지 이른다. 사기는 살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법원에서는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고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판결이 나온다"며 “IDS홀딩스 사건으로 50여명이 넘는 자살자가 나온 것을 법원은 알고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언론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는 “언론은 피해자들이 보고 안심하고 투자하게 만들 정도로 사기를 홍보해줬다"며 IDS홀딩스나 KOK 사례를 언급했다. 이 변호사는 “공영방송에서 문제를 지적한 지 한 달 만에 다른 언론은 품질대상 상패를 안겨주기도 했다"고 말해 언론의 무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사기업체를 홍보하는 언론보도 때문에 피해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하다가 피해를 입었다"며 “기자 개인이 쓴 기사가 삭제되는 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끝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사회가 많이 썩었다고 하더라도 굴러가는 이유가 있다. 소수지만 신념을 가지고 투쟁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있기 때문이다. 작은 물결이 큰 물결이 되고, 결국 사회를 바꾸는 건 국민이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경콘진, ‘문화기술 콘텐츠 유통지원’ 참여기업 모집

경기=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경콘진)은 21일 도내 문화기술 기업의 콘텐츠 유통 활성화를 위해 '2025년 문화기술 콘텐츠 유통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내달 21일까지 참여 기업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경콘진에 딸르면 이 사업은 제작이 완료된 문화기술 콘텐츠의 유통을 지원해 도내 기업의 국내외 시장 진출 및 판로 개척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총 5개사를 선정해 각 3000만원씩, 총 1억 5000만원 규모의 유통 자금과 함께 유통 전략 수립부터 실행까지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선정 기업에게는 경기 콘텐츠 페스티벌과 연계한 하반기 성과 전시 및 시연 기회도 함께 제공된다. 올해도 총 5개사를 선정하여 오는 7월부터 10월까지 본격적인 유통 활동을 지원하며 기업별 유통 계획에 따라 맞춤형 컨설팅, 후속 유통 파트너 매칭, 경기 콘텐츠 페스티벌 내 전시 및 홍보 기회 등을 추가로 제공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해 이 사업을 통해 추진한 대표 사례로는 △Dome screen VR 콘텐츠 '우주고양이 키츠'의 글로벌 홍보(크리에이티브섬) △IP 기반 콘텐츠와 롯데백화점 굿즈 기업이 연계한 팝업스토어 운영(샵팬픽) △AR 앱 '듀윙'을 활용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하노이 교육 행사(이한크리에이티브) △제스처 기반 반응형 영상 기술을 활용한 인터랙티브 전시 콘텐츠(온즈) △XR 시어터 기반 이머시브 연극 (파란오이) 등이 있다. 이와함께 경콘진은 가상융합·신기술 분야 유망기업에 육성 프로그램 및 투자유치를 지원하는 '2025년 엔알피(NRP. Next Reality Partners) 기업육성' 참여기업을 내달 15일까지 모집한다. 이번 '엔알피(NRP) 기업육성' 사업은 총 16개사를 선발해 최대 3천만 원씩 총 4억원의 사업화 자금과 함께 전문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가 운영하는 성장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이 중 투자유망 기업들에는 엑셀러레이터의 연내 합산 3억원 이상 직접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성장지원 프로그램은 지원기업의 투자유치 확대를 위해 기업 맞춤형 진단, 투자사 멘토링, 비즈니스 모델 고도화 컨설팅, 투자라운드 등으로 구성했다. 특히 올해는 투자유치 단계별 특화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시드(Seed)'단계, '프리A(Pre-A)'단계로 구분해 운영한다. 시드단계 프로그램은 ㈜리벤처스, 프리A 단계는 ㈜더넥스트랩이 각각 운영한다. 지원기업은 참가신청 시 투자단계를 고려해 희망하는 엑셀러레이터를 선택해 신청하면 된다. 사업 참여 자격은 메타버스, 가상‧증강‧확장현실(VR/AR/XR), 인공지능(AI) 등 가상융합 및 신기술 분야 중소기업으로, 경기도내 주소지(본사, 지사)를 두고 있거나 이전 예정인 기업이다. 엔알피 사업은 도내 콘텐츠 기업의 투자유치 활성화를 위해 경콘진 '경기 레벨업 프로그램'과 연계 운영된다. 이번 지원기업 모집 또한 경기 레벨업 프로그램과 통합해 진행된다. 경기 레벨업 프로그램은 콘텐츠 유망기업에 투자 의향을 가진 투자파트너사들과 업무협약을 통해 단계별 성장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신청은 내달 15일까지 전자우편을 통해 접수 가능하다. 배영상 경기도 디지털혁신과장은 “엔알피 기업육성 사업은 도내 미래콘텐츠 분야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올해도 많은 기업의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sih31@ekn.kr

KTOA, 제12대 송재성 상근부회장 취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4월 21일자로 송재성 신임 상근부회장이 공식 취임했다고 밝혔다. 송 부회장은 1995년 행정고시 제39회를 통해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미래창조과학부 인터넷정책과장과 통신경쟁정책과장을 거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기획재정담당관, 방송진흥정책관, 정책기획관 등 주요 요직을 역임했으며, 오랜 기간 정보통신 분야의 정책을 이끌어온 통신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송재성 부회장은 취임 소감으로 “인공지능 시대로의 전환 등 통신시장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시점에 중대한 소임을 맡게 되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회원사와의 긴밀한 소통은 물론, 정부와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 통신사업자의 공동 이익을 도모하고, 나아가 통신산업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KTOA는 통신서비스 산업 발전과 회원사 간의 협력 증진을 목적으로 1996년 설립된 기간통신사업자 단체로, 현재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를 비롯한 10개 주요 통신사가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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