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 국감] 인천공항공사 국감, 안전 추궁 없고…변기 테러·계엄령 출근 ‘변죽만’

27일 인천국제공항공사 본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정감사는 공항과 항공 본연의 이슈를 넘어선 각종 정치·사회적 논란으로 얼룩진 행태를 연출했다. 이날 국토교통위 국감은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을 비롯해 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항공안전기술원·국립항공박물관 등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초반에는 기관장들의 업무 보고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이학재 사장은 “지난해 국제 여객 세계 3위를 달성했고, 4단계 건설 완료로 연간 1억 명 처리가 가능해졌다"고 보고했다. 이정기 사장 직무대행 역시 “AI 엑스레이 판독 등 50여 개 혁신 과제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의 본질의가 시작되자마자 공항 운영과 안전 문제와 더불어 기관장의 정치적 처신·노조 파업, 국감 자료 절도 의혹까지 터져 나오며 국감장은 순식간에 과열 양상으로 치달았다. ◇ “21세기판 러다이트 운동"…추석 파업 '고의 시설물 훼손' 논란 질의의 포문은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열었다. 김 의원은 지난 추석 연휴 기간 민주노총 산하 노조의 파업을 언급하며 이 기간에 “화장실 변기가 막히고 악취가 난다"는 보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오물 투척, 쓰레기 봉투까지 넣어 변기를 일률적으로 뜯어서 막았다"며 “이런 변기 파괴 행위는 21세기판 러다이트 운동"이라고 질타했다. 이같은 추궁에 이학재 사장은 “고의로 한 것으로 판단돼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할 예정"이라며 “특정 민노총 조합원으로 특정이 돼서 지금 수사 의뢰할 예정"이라고 답해 노조측 반발과 함께 향후 파장을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기관장들의 '정치적 행보'를 집중 공격했다. 신영대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비상계엄 선포' 당일 밤, 이학재 사장과 이정기 사장 직무대행이 각각 새벽 1시경 공항으로 출근한 사실을 지적했다. 신 의원은 “법무부 장관이 출국 금지팀을 대기시켰다"며 “두 분 사장님이 출국 금지 사항을 점검시키기 위해 출근 지시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 “계엄 선포 당일 새벽 1시 출근, 왜?"…기관장 '정치 행보' 도마 위 답변에 나선 이학재 사장은 “연락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며 “공항은 정상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소신으로 나왔고, 오자마자 (계엄이) 해제돼 돌아갔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이정기 사장 직무대행 역시 “공항 안전과 공직 기강을 위해 출근한 것"이라며 관련성을 부인했다. 천준호 민주당 의원은 이학재 사장의 '기부금'과 '정치 활동'을 문제 삼았다. 천 의원은 공사 부채가 8조 원에 달함에도 이 사장 취임 후 기부금이 66.9% 급증해 시장형 공기업 14곳 중 1위를 차지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 사장이 '내년 지방선거 승리' 등을 주제로 한 국민의힘 인천시당 워크숍에 참석한 사실을 지적하며 “공기업 사장 지위를 이용한 정치 활동"이자 “내년 지방선거 출마 의도"라고 질타했다. 이 사장은 “기부금에는 직원 어린이집 신축 비용 134억원 등이 포함돼 오해가 있다"며 “민주당 행사에도 인사를 드렸다. 오해할 만한 행동은 조심하겠다"고 해명했다. ◇ “김해는 구멍", “김포는 오픈런"…공항 안전·운영 '빨간불' 양대 공항의 핵심 운영 문제도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염태영 민주당 의원은 캄보디아 취업 사기 범죄 조직이 “인천공항에는 정찰 조직이 깔려 있어 김해국제공항을 통하라는 말이 있다"며 김해공항을 '구멍'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염 의원은 이 직무대행이 “한국공항공사 소관이 아니다"라고 답변한 점을 지적했다. 이 직무 대행은 “세심하게 신경 쓰지 못해 송구하다"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사과했다.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은 김해공항의 항공기 안전 시설인 로컬라이저 개선 사업이 APEC 정상회의 전에 완료되지 못해 2억 원짜리 '임시 땜빵' 공사를 진행한 뒤 100% 철거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손명수 민주당 의원은 새벽 5시부터 김포공항에 첫 비행기를 타기 위한 '오픈런'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안 검색대 통과에 최대 49분이 소요돼 6시 비행기 탑승 마감 시간인 5시 50분을 맞출 수 없다며 게이트 조기 개방 등 대책을 요구했다. 이밖에 국정감사 도중 사상 초유의 '자료 절도' 의혹도 제기됐다. 신영대 의원은 “어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협력관이 의원실의 자료를 통째로 훔쳐갔다"며 “이건 절도죄고 국회의원의 업무 방해 행위"라고 폭로했다. 그는 이학재 사장에게 “강하게 징계하지 않으면 형사 고발하겠다"고 경고했다. 맹성규 국토교통위 위원장도 “지켜야 될 선을 넘은 것 같다"며 이 사장에게 현황 파악과 필요 조치를 주문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AI 설계도 번역, 휴머노이드 용접…정기선 HD현대 회장, ‘글로벌 혁신 동맹’으로 미래 조선소 그린다

HD현대가 'APEC 2025 코리아'의 포문을 열며 인공 지능(AI)·로보틱스, 글로벌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한 미래 조선업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조선소의 '완전한 자율화'와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해 산업의 경계를 넘는 '글로벌 혁신 동맹'을 선언한 것이다. 27일 HD현대는 경주엑스포대공원 문화센터 문무홀에서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의 일환으로 '퓨처 테크 포럼: 조선'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조선업의 미래 만들기(Shaping the Future of Shipbuilding)'을 주제로 열린 포럼에는 정기선 HD현대 회장을 비롯, 헌팅턴 잉걸스·안두릴·지멘스·페르소나 AI 등 핵심 파트너사의 최고위급 임원들이 연사로 나섰으며, 조선업계, 학계, 정부 및 군 관계자 등 총 600여 명이 참석했다. 기조 연설에 나선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아름다운 도시 경주는 한반도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해양 강국 중 하나였던 신라의 수도였다"고 운을 떼며 , 조선업의 대전환을 위한 '글로벌 혁신 동맹'을 화두로 던졌다. 정 회장은 지금이 조선업 혁신의 '골든타임'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유럽 연합(EU)의 탄소 배출 부담금 제도가 이미 시행 중이고, 국제해사기구(IMO)에서도 새로운 글로벌 탄소 부담금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며 “친환경 선박은 이제 먼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 수준을 넘어, 당장 오늘, 기업의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재의 과제'가 됐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HD현대는 △AI 기반 운항 최적화 △전기 추진 △연료 전지 △암모니아와 같은 저탄소 연료, 나아가 소형 모듈 원자로(SMR)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선박의 효율과 지속가능성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 회장은 AI 기술이 조선업을 전례 없는 방식으로 바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로 위 자율 주행차보다 바다 위 자율 운항 선박이 현실에 훨씬 더 가까워져 있다"며 자회사 '아비커스'의 성과를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아비커스는 3년 전 실제 화물을 실은 대형 상용 LNG 운반선으로 미국 휴스턴에서 한국까지 인간의 개입 없이 태평양 횡단에 성공한 바 있다. 정 회장은 “현재 아비커스의 솔루션은 전 세계 수백 척의 선박에 적용되고 있으며, 운항 중 연료 사용량을 5% 이상 절감시키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AI 기술은 선박 건조 공정 자체도 지능화하고 있다. 정 회장은 “첨단 로봇 기술을 활용해 고질적인 숙련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24시간 운영이 가능하면서도(24/7) 더욱 안전한 '자율 조선소'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HD현대는 'FOS(Future of Shipyard)' 프로젝트를 통해 2030년까지 생산성 30% 향상, 공기 30% 단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지능형 조선은 설계 단계부터 혁신 중"이라며 엔비디아 옴니버스 플랫폼 기반의 디지털 트윈 솔루션을 예로 들었다. 정 회장은 “사용자가 선박 설계 아이디어를 말로 하면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 이를 자동으로 해석해 해사 규정에 부합하는 구조 설계를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건조의 모든 과정은 빅데이터 플랫폼을 통해 정밀하게 관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로보틱스가 공정 혁신의 핵심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미 초정밀 최첨단 용접 로봇을 활용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휴머노이드 로봇'을 도입해 공정 전반에 근본적인 혁신을 이룰 것"이라고 예고했다. 정 회장은 이러한 압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그는 “HD현대는 미 해군을 필두로 한 미국의 새로운 해양 르네상스 시대를 함께 여는 '든든한 파트너'로서, 이 혁신의 여정에 함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피력했다. HD현대는 이미 한국·필리핀·뉴질랜드·페루 등 전 세계 해군에 100척 이상의 수상함과 잠수함을 성공적으로 인도한 경험이 있다. 정 회장은 “올해 초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HII)와 새로운 파트너십을 체결했다"며 “이 협력은 오늘 말씀드린 AI 자율 운항·스마트 조선소·로보틱스 등 모든 혁신 분야를 포괄하며, 양국의 안보와 발전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세션에서는 HD현대의 파트너들이 각 사의 기술력을 소개하며 정 회장의 '글로벌 혁신 동맹' 비전을 뒷받침했다. 미국 AI 방산의 선두주자인 안두릴의 존 킴 한국 대표는 “드론과 미사일 등 복합적인 무인 위협이 가속화되는 시대"라며 이에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차세대 방위 기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현재 HD현대와 안두릴은 '무인 수상정(USV)'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김형택 HD현대 함정AI전문위원은 “HD현대의 선박 자율 운항 기술과 안두릴의 자율 임무 수행 기술을 결합해 무인함정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을 소개했다. 패트릭 라이언 미국 선급(ABS) 최고 기술 책임자(CTO)는 AI·디지털 트윈·스마트 조선소·자율 운항 시스템·원격 검사 및 로보틱스 기술을 조선업의 미래를 이끌 핵심 혁신 기술로 소개했다. 이정민 HD현대 AI전략팀장은 '데이터와 AI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해양 산업'이라는 비전을 공유하며 자체 개발한 AI 솔루션인 '오션 와이즈'와 'HD 에이전트 명장 에이전트' 등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구체적인 AI 툴을 공개했다. 조 보만 지멘스 CTO는 AI 기반 디지털 트윈과 '마린 디지털 스레드'를 중심으로 한 지능형 제조 혁신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설계·생산·유지·보수 전 과정을 AI 기반 디지털 솔루션으로 연결하면 생산 효율성과 품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니콜라스 래드포드 페르소나 AI CEO는 “인구 감소·고령화, 숙련 노동자의 부족은 미래 산업 현장의 핵심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지능과 물리적 역량을 결합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제안하며 현재 HD현대와 공동 개발 중인 '조선 산업용 휴머노이드'의 현황을 공개해 청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포럼의 대미는 미국 헌팅턴 잉걸스(HII)와의 협력 세션이 장식했다. 에릭 츄닝 HII 부사장은 한미 조선업 협력 확대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양측의 협력은 구체적이고 광범위하다. HII와 HD현대는 미 해군의 군함 건조 역량 확대 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하며, 특히 미 해군의 차세대 군수지원함 프로젝트(CL-X) 등 전략적 협력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로보틱스와 AI 등 첨단 기술 공동 연구개발(R&D)과 기술 교류를 확대하고, 나아가 해상 전력의 전 생애주기 지원과 정비체계(MRO) 구축 협력도 함께 모색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포럼에서 제시된 HD현대의 '오션 트랜스포메이션' 비전은 단순한 구호가 아닌, 실제 진행 중인 전략에 기반한다. HD현대는 최근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를 합병해 '통합 HD현대중공업'을 출범시켰다. 이는 급증하는 글로벌 방산 시장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북극권 개발로 수요가 커지는 쇄빙선 등 특수 목적선 시장에서 '초격차'를 확보하기 위한 정기선 회장의 사업 재편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또한 중국 조선사들의 원가 경쟁력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생산기지를 적극 활용 중이다. HD현대베트남조선(HVS)과 HD현대중공업필리핀(HHIP)을 통해 건조 선종을 다양화하고 있으며 , 특히 페루 국영 시마(SIMA) 조선소와는 총 6406억 원 규모의 함정 4척을 현지에서 공동 생산하며 글로벌 방산 협력의 실적을 쌓고 있다. APEC 퓨처 테크 포럼의 첫 번째 기업으로 나선 HD현대는 AI와 로봇 기술, 그리고 미국과의 강력한 방산 동맹을 축으로 '글로벌 탑 티어 기술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SK이노베이션, 아태지역 LNG 강화·탈탄소 협력모델 모색

SK이노베이션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에너지기업들이 경주에 모여 액화천연가스(LNG) 가치사슬(밸류체인)을 강화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31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최고경영자 서밋(APEC CEO Summit)에서 '아시아 퍼시픽 LNG 커넥트(Asia Pacific LNG Connect)' 세션을 개최한다고 27일 밝혔다. APEC CEO 서밋은 글로벌 기업 CEO와 학계 인사, 정부 관계자 등이 모여 글로벌 경제 현안과 미래를 논의하는 연례 비즈니스 포럼이다. 이번 세션에는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과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등이 참석해 그룹 차원의 글로벌 에너지 협력 의지를 직접 소개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생태계 구축의 청사진을 제시한다. 아울러 인공지능(AI) 시대 전력 수요에 대응할 방안과 동북아 LNG 시장에서 미국의 전략적 역할을 주요 화두로 다룰 예정이다. 31일 세션에는 SK이노베이션을 포함한 6개국 10개 에너지 기업의 리더들이 강연자로 나서 아태지역의 에너지 안보, 가격경쟁력, 에너지 공급 안정성 및 지속가능성 확보 방안을 모색한다. 첫 번째 세션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LNG의 역할과 지속가능성 강화'를 주제로 열린다. AI 혁신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에너지 전환 과정을 밟는 과정에서 원자력 발전의 경제성을 보완하는 동시에 석탄을 대체하는 LNG의 역할을 다룰 예정이다. 션 피트 산토스 부사장(EVP)은 고갈 가스전을 활용한 뭄바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허브 구축 사례를 소개한다. 산토스는 SK이노베이션, 일본 제라와 함께 호주 바로사 가스전을 공동개발 중인 기업이다. 'US LNG 전망'을 주제로 열리는 세션2에서는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가 미국 LNG의 가격 경쟁력과 계약의 유연성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LNG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경험을 소개한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의 '제1차 LNG 물결'부터 장기계약 파트너로 참여했다. 미국 '셰일가스 산업의 개척자'로 알려진 해롤드 햄 콘티넨탈 리소시스 명예회장이 참석해 미 LNG 산업의 성공 요인과 미래 잠재력을 알릴 계획이다. 이밖에 아태지역 기업 패널들은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LNG 발전의 필요성과 전략적 활용방안을 제시하고, 지역 에너지 안보와 관련해 미국 LNG의 중요성을 공급 측면과 수요 측면에서도 살펴본다.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는 “이번 세션에서 아태지역의 에너지 안보, 공급망 안정성, 그리고 탈탄소 전환을 가속화하는 국가 간 협력모델이 제시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SK하이닉스, 美 OCP서 차세대 낸드 스토리지 제품 전략 공개

SK하이닉스가 13~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San Jose)에서 진행된 '2025 OCP(Open Compute Project) 글로벌 서밋' 행사에 참가해 차세대 낸드 스토리지 제품 전략을 발표했다고 27일 밝혔다. 회사는 “인공지능(AI) 추론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많은 데이터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낸드 스토리지(Storage, 저장 장치) 제품 수요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며 "이에 당사는 'AIN(에이아이엔, AI-NAND) Family' 라인업을 구축해 AI 시대에 최적화된 솔루션 제품으로 고객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행사 둘째 날 진행된 이그제큐티브 세션(Executive Session)에 김천성 부사장(eSSD Product Development 담당)이 발표자로 나서 AIN Family를 소개했다. AIN Family는 성능(Performance), 대역폭(Bandwidth), 용량(Density) 세 가지 측면에서 각각 최적화된 낸드 솔루션 제품들로, 데이터 처리 속도 향상과 저장 용량 극대화를 구현한 제품군이다. AIN P(Performance)는 대규모 AI 추론 환경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 입출력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설루션이다. AI 연산과 스토리지 간 병목 현상을 최소화해 처리 속도와 에너지 효율을 대폭 향상시킨다. 이를 위해 회사는 낸드와 컨트롤러를 새로운 구조로 설계 중이며, 2026년말 샘플 출시 계획이다. 이와 달리 AIN D(Density)는 저전력, 저비용으로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하는데 초점을 맞춘 고용량 설루션으로 AI 데이터 보관에 적합하다. 기존 쿼드레벨셀(QLC)기반 TB(테라바이트)급 SSD보다 용량을 최대 PB(페타바이트)급으로 높이고, SSD의 속도와 HDD의 경제성을 동시에 구현한 중간 계층 스토리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AIN B(Bandwidth)는 낸드를 적층해 대역폭을 확대한 솔루션이다. 이는 'HBF'로 불리는 기술을 적용한 회사의 제품명이다. HBF는 디램을 적층해 만든 HBM과 유사하게 낸드 플래시를 적층해서 만든 제품이다. SK하이닉스는 AI 추론 확대, 대규모 언어 모델(LLM) 대형화에 따른 메모리 용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찍부터 AIN B 연구에 착수했다. 대용량, 저비용의 낸드에 HBM 적층 구조를 결합한 것이 핵심이다. 회사는 AIN B를 HBM과 함께 배치해 용량 문제를 보완하는 구조 등 다양한 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AIN B 생태계 확대를 위해 지난 8월 HBF 표준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미국 샌디스크와 함께 14일 저녁 OCP 행사장 인근 과학 기술 센터(The Tech Interactive)에서 글로벌 빅테크 관계자들을 초청해 'HBF 나이트(Night)'를 열었다. 국내외 교수진이 참가해 패널 토의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수십여 명의 업계 주요 아키텍트와 기술진들이 참석했다. 이 곳에서 회사는 낸드 스토리지 제품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한 업계 차원의 협력을 제안했다. 안현 SK하이닉스 개발총괄 사장(CDO)은 “이번 OCP 글로벌 서밋과 HBF Night을 통해 AI 중심으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글로벌 AI 메모리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성장한 SK하이닉스의 현재와 미래를 선보일 수 있었다"라며 “차세대 낸드 스토리지에서도 고객과 다양한 파트너와 협력해 AI 메모리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올라설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LG유플러스, 고객센터·멤버십 통합 애플리케이션 ‘U+one’ 출시

LG유플러스가 복잡한 디지털 생활 속에서 고객에게 '심플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고객 통합 앱 'U+one'을 출시했다고 27일 밝혔다. 'U+one'은 기존의 고객센터 앱과 멤버십 앱을 하나로 통합하고, 대화형 인공지능(AI) 기능을 더해 고객 편의성을 크게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이번 통합은 LG유플러스가 새롭게 내세운 브랜드 철학 'Simply. U+'의 일환으로,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쉽고 편한 디지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추진됐다. LG유플러스 고객이라면 누구나 'U+one'에서 통신상품 가입부터 요금 납부, 멤버십 혜택 이용까지 모든 통신 여정 서비스를 한곳에서 이용할 수 있다. 앱 기획 단계에서부터 고객 불편 사항을 반영했으며, 자주 사용하는 기능 중심의 UI·UX로 전면 개편했다. 기존 8개에 달하던 메뉴는 하단 탭 기준 MY·스토어·혜택 3가지로 단순화됐다. 여기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플러스 탭과 탐색 편의성을 높여주는 AI 검색 탭이 추가돼 통합 앱의 완성도를 높였다. 심플한 화면 구성으로 고객은 필요한 정보와 자주 쓰는 서비스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멤버십 서비스도 전면 개선됐다. 출석체크, 유플투쁠, 멤버십 바코드, VIP콕, 영화 예매 등 다양한 혜택을 메인 화면에서 한 번에 확인할 수 있으며, 고객의 관심사에 맞춰 맞춤형 쿠폰과 상품 추천 기능도 추가됐다. 또한, 새롭게 도입된 AI 검색 기능은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고객 문의에 실시간으로 응답한다. '검색 결과가 너무 많다', '원하는 답변을 찾기 어렵다'는 기존 고객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대화하듯 질문하면 상세 답변과 관련 페이지 바로가기를 제공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신규 메인 메뉴 중 하나인 플러스는 고객이 꼭 알아야 할 혜택, 흥미로운 AI 트렌드, 회사와 고객이 함께하는 이야기 등 유용한 콘텐츠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허브 역할을 한다. LG유플러스는 이를 통해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고객의 일상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콘텐츠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LG유플러스 고객은 앱마켓에서 'U+one'을 다운로드받아 이용할 수 있다. 기존 고객센터 앱 '당신의 U+' 사용자라면 별도 설치나 재로그인 없이 자동 업데이트로 전환된다. 이재원 LG유플러스 컨슈머부문장(부사장)은 “고객 중심의 본질에 집중하기 위해 고객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고객센터와 멤버십 앱을 통합했다"며 “앞으로도 고객의 목소리를 반영해 'Simply. U+' 철학에 맞는 간편하고 직관적인 디지털 경험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삼성스토어서 삼성 OLED TV로 ‘닌텐도 스위치2’ 즐긴다

삼성전자가 27일부터 서울 홍대·대치·청담 삼성스토어에서 인기 콘솔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2'를 삼성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로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방문객은 '닌텐도 스위치2'의 대표 타이틀 '마리오 카트 월드'와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 '동키콩 바난자'를 콘솔 게임에 최적화된 삼성 OLED로 즐길 수 있다. 2025년형 삼성 OLED TV는 게이밍 환경에 최적화된 다양한 기술을 탑재했다. 빛 반사와 눈부심을 최소화하는 '글레어 프리(Glare-Free)' 기술로 어떤 환경에서도 깊은 블랙과 선명한 색감을 구현하며, 팬톤(PANTONE) 인증을 받은 색상 정확도로 게임 속 3D 그래픽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다. 또한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와 '무빙 사운드+' 등 입체 사운드 기술을 더해, 화면 속 움직임에 맞춰 소리가 이동하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최대 165Hz 주사율을 지원하는 '모션 터보 165Hz', AMD '프리싱크 프리미엄 프로(FreeSync Premium Pro)', 엔비디아 '지싱크 호환(G-SYNC Compatible)' 기능을 통해 화면 끊김 없는 매끄러운 플레이 환경을 구현한다. 삼성 OLED에는 '3세대 AI 4K 프로세서'가 탑재돼 콘텐츠의 화질을 스스로 분석하고, 영상 디테일·입체감·명암비를 개선한다. 또 공간과 콘텐츠, 볼륨에 맞춰 최적의 음질을 자동 조정해 저화질 영상도 4K급으로 즐길 수 있다. 이외에도 △AI 기반으로 게임 화질과 사운드를 자동 최적화하는 'AI 오토 게임 모드' △게임 설정을 빠르게 변경할 수 있는 '게임 바(Game Bar)' △자동 저지연 모드 'ALLM(Auto Low Latency Mode)' △다양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게이밍 허브(Gaming Hub)' 등 다양한 게이밍 기능을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이번 체험 이벤트 참여 고객에게 다양한 혜택도 제공한다. 체험 인증 사진을 개인 SNS에 업로드하고 삼성닷컴 이벤트 페이지에 응모한 고객은 삼성 OLED TV 구매 시 금액별 최대 20만원 상당의 신세계백화점 상품권을 받을 수 있으며, 응모 고객 중 선착순 1000명에게는 스타벅스 커피 쿠폰이 증정된다. 강진선 삼성전자 한국총괄 상무는 “콘솔 게임을 즐기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고화질·고주사율 게이밍 TV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삼성 OLED의 압도적인 게이밍 성능을 삼성스토어에서 직접 경험해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日 쇼핑족엔 수하물 5kg, 베트남행 가족엔 키즈밀…파라타항공, 인천발 국제선 띄운다

신규 항공사 파라타항공이 '맞춤형 혜택' 전략으로 인천발 국제선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27일 파라타항공(대표 윤철민)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동계 시즌 인천 출발 일본 도쿄·오사카, 베트남 다낭·나트랑·푸꾸옥 국제선 5개 노선의 항공권 판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다음 달 17일부터 인천발 일본 나리타, 베트남 다낭·푸꾸옥 노선 운항을 시작하고, 이어 24일에는 일본 오사카와 베트남 나트랑 노선에도 순차 취항할 예정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각 노선 여행객의 특성을 정밀하게 분석한 '고객 맞춤형 혜택'이다. 일본 노선(도쿄·오사카)은 현지 쇼핑 수요가 높다는 점을 겨냥해 '일본 출발 리턴편 무료 수하물 5kg 추가' 혜택을 제공한다. 베트남 3개 노선은 가족 단위 여행객과 안전을 고려해 '여행자 보험 무료 가입 서비스'를 포함시켰다. 베트남 노선의 '키즈밀' 서비스도 파격적이다. 올해 연말까지 다낭, 푸꾸옥 노선에서 어린이를 동반할 경우 8900원 상당의 '미트볼 감자 튀김' 키즈밀을 무료로 제공한다. 국내선 시그니처 음료 '피치 온 보드'에 이어 국제선에서도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전략이다. 여행 편의성을 극대화한 '황금 스케줄' 역시 파라타항공의 강력한 무기다. 대부분의 일본행 항공편이 이른 새벽 시간에 몰려있는 것과 달리 파라타항공은 오전 9시~11시 사이 출발, 오후 1시~3시 사이 복귀하는 일정으로 구성했다. 공항 이동과 현지 일정 모두 여유롭게 시작할 수 있다. 특히 나리타 노선은 수요가 몰리는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매일 2회 운항해 편의성을 높였다. 신규 취항을 기념한 특가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편도 총액 기준 일본 노선 4만400원, 베트남 노선 6만4600원부터 판매한다. 파라타항공은 지난 7월 1호기를 시작으로 매달 항공기를 1대씩 도입했고 다음 달 4호기 도입을 앞두고 있다. 파라타항공 관계자는 “고객 수요를 세밀하게 분석해 실질적인 혜택을 구성했다"며 “국내선에서 호평받은 넓은 좌석 간격과 진심이 담긴 서비스가 국제선에서도 강력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HD현대-헌팅턴 잉걸스, ‘해상 美 해군 보급 창고’ 공동 건조

HD현대가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HII)와 손잡고 미 해군의 '떠다니는 보급 창고'를 미국 현지에서 직접 생산한다. 26일 HD현대는 APEC 2025가 열린 경북 경주에서 헌팅턴 잉걸스와 '상선 및 군함 설계·건조 협력에 관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가 공동 생산할 '차세대 군수 지원함'은 전투함이 항구에 복귀할 필요 없이 바다 한가운데서 연료와 탄약, 식량을 보급받도록 하는 '함대의 생명줄'이다. 이번 MOA는 세계 1위 K-조선 기술력이 미국 방산 시장의 심장부로 진출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특히 미 해군의 막대한 함정 건조 수요를 자국 조선소의 생산성이 따라가지 못하는 미국의 '속사정'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합의의 배경에는 미국 조선업의 고질적인 '생산성' 문제가 있다.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군함을 설계하지만 건조 과정에서는 정해진 예산과 납기를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미 해군의 함대 증강 계획에 비해 조선소의 건조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헌팅턴 잉걸스의 에릭 츄닝 부사장이 “미국 조선 산업의 기반을 혁신하고 생산성을 제고하길 기대한다"고 밝힌 것은 사실상 HD현대의 첨단 제조 공법과 압도적인 '공정 관리 능력'을 수혈받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MOA의 핵심은 '미국 현지 공동 생산'이다. 단순히 설계도를 제공하거나 배의 일부은 블록 모듈을 수출하는 것을 넘어 양사가 미국 내 조선 생산시설을 공동으로 인수하거나 신규 설립하는 데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HD현대가 HII의 뉴포트 뉴스·잉걸스 등의 조선소에 K-조선의 효율적인 시스템을 이식하고, '메이드 인 USA' 군함을 함께 생산하는 파트너로 격상됨을 의미한다. 나아가 양측은 미 해군과 동맹국 함정에 대한 유지·보수(MRO) 사업과 '엔지니어링 합작 회사' 설립까지 검토한다. 사실상 군함의 설계·건조·사후 관리 등 전 과정을 함께하는 '조선 동맹'을 결성한 셈이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사장은 “미 해군 사업 공동 참여와 미국 내 생산 거점 확보라는 실질적 협력"이라며 “한국의 첨단 조선 기술과 미국의 방산 시장 경쟁력이 강력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대한전선, 남아공 전력케이블 공장 확장…CCV 절연 설비 추가

대한전선이 아프리카 전력 케이블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 현지 생산설비를 확장했다. 26일 대한전선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진출 합작법인 엠텍(M-TEC)의 전력케이블 공장 확장 준공식을 지난 22일(현지시각) 개최했다. 엠텍은 대한전선이 2000년에 아프리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설립한 남아공 합작법인이다. 중저압 케이블, 가공선, 전차선, 통신케이블 등을 공급한다. 이번 생산 공장 확장으로 엠텍은 최첨단 절연 설비인 현수식 연속 압출(CCV) 라인을 추가 도입했다. 남아공 지중 전력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저압(MV/LV) 케이블의 수요 확대에 대응하는 목적이다. 이번 투자로 엠텍의 중저압 케이블 생산 능력(캐파)은 기존보다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준공식에는 레스터 바우어 남아공 통상산업경쟁부(DTIC) 에너지부문장을 비롯해 국영전력공사 에스콤, 파트너사인 CIH 등이 참석했다. 양동한 주남아공 한국 대사와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사장, 김준석 대한전선 부사장, 신영수 엠텍 법인장 등도 자리를 지켰다. 레스터 바우어 부문장은 축사를 통해 “남아공은 정부 주도하에 전력 인프라 개선 및 신재생 에너지 확대를 추진하면서 중저압(MV/LV) 케이블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현지에서 다수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온 엠텍의 투자로, 남아공 내 전력망 고도화가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엠텍은 이번 투자를 통해 확대되는 현지 수요에 적극 대응하는 동시에 아프리카 전역으로 수출을 확대할 방침"이라며 “앞으로도 전력케이블은 물론 전차선, 가공선 등 종합 전선 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해 남아공의 전력망 안정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산업돋보기] 스마트폰 ‘두뇌’ AP, 삼성·애플 패권 경쟁 향방 가른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AP 기술 고도화 및 내재화가 스마트폰 패권 경쟁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아직까지는 애플이 우위를 점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뒤를 따르고 있는 형국이지만 인공지능(AI) 시대라는 변곡점이 찾아온 만큼 양측 모두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AP는 스마트폰 기기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반도체다. AP 성능에 따라 스마트폰의 등급이 구분될 정도다. AP는 여러 부품이 하나로 통합된 'SoC(System on Chip)' 형태로 만들어진다. 중앙처리장치(CPU)를 넘어 그래픽장치(GPU), 모뎀 등을 포함한다. 연산과 논리를 처리하는 CPU는 앱 실행 속도, 멀티태스킹 등을 좌우한다. GPU는 그래픽 연산에 특화돼 게임, 영상 재생 등 시각적 경험을 책임진다.모뎀은 5G 등 무선 통신에 필요한 신호 처리를 담당한다. 여기에 ISP(Image Signal Processor), AI 연산 전용 프로세서 등도 들어가는 게 최근 트렌드다. ◇ 스마트폰 성능 좌우하는 AP···애플은 'A 시리즈' 삼성은 '퀄컴 제품' 스마트폰 시장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애플은 그간 AP 분야에서 다소 다른 길을 걸어왔다. 애플이 ARM 설계를 기반으로 'A 시리즈'를 자체 개발하며 AP를 고도화하는 동안 삼성전자는 퀄컴 '스냅드래곤' 시리즈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자체적으로 '엑시노스'를 개발하긴 했지만 성능·수율 등에 문제가 나타나며 아직까지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하고 있다. 애플은 2010년부터 아이폰용 AP를 만들기 시작했다. 인텔 등 외부 칩 사용을 배제하기 위해 일찍부터 자체 개발에 공을 들였다. 아이폰 17에는 'A19', 아이폰 17 프로에는 'A19 프로'가 들어가는 식으로 제품마다 다른 칩을 넣는 게 특징이다. 생산은 대만 TSMC가 담당한다. 수년간 아이폰을 만들며 '두뇌'도 함께 발달시킨 만큼 '성능 최적화'가 상당 수준 이뤄졌다는 게 업계 평가다. 현재 글로벌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이 독주하고 있는 배경도 AP 경쟁력에 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삼성전자는 사정이 다소 다르다.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엑시노스'가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보급형인 갤럭시 A시리즈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플래그십 버전인 갤럭시 S나 Z 등에서는 최적화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글로벌 협업'을 선택했다. 세계 최대 통신 기업 퀄컴과 일찍부터 동맹을 구축하고 '스냅드래곤' AP를 스마트폰에 장착했다. 퀄컴은 모바일 AP를 제작해 납품하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을 사용해 서로 '윈윈' 효과를 노렸다. 다만 수년 전부터 균열이 생겼다. 삼성전자의 4나노미터(nm) 공정 수율, 전력 효율, 발열 성능 등에서 문제가 제기되면서다. 퀄컴은 4나노 스냅드래곤 8+ Gen 1 생산을 TSMC에 맡기는 등 생산 물량을 다변화하고 있다. ◇ 삼성, 애플보다 한발 뒤처진 'AP 고도화' 개선에 R&D 역량 집중 삼성전자 입장에서 더 큰 고민은 AP 매입에 수십조원을 써야 한다는 점이다. 종합 가전·반도체 회사 삼성전자는 자체적으로 칩을 개발해 파운드리 생산까지 가능한 공정을 갖췄다. 그럼에도 엑시노스 성능이 확보되지 않아 수익성에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플래그십 모델 전량에 엑시노스를 적용했던 것은 2015년 갤럭시 S6가 마지막이다. 2020년(갤럭시 S20) 당시에는 성능 논란을 겪었고, 2023년(갤럭시 S23)에서는 엑시노스 탑재를 완전히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회사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기준 모바일 AP 매입액은 10조9326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상은 퀄컴과 미디어텍이다.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 전체의 원재료 매입액은 67조7958억원이다. 이 금액에는 디스플레이 패널, 카메라 모듈 등 삼성전자가 만드는 제품 대부분의 원재료가 모두 포함된다. DX부문 전체가 쓰는 돈의 16.1%가 AP 매입액으로 잡히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연결 기준 32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 중 모바일경험(MX)부문 기여치는 10조6000억원이다. 전세계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을 팔아서 남긴 영업이익보다 모바일 AP 매입을 위해 퀄컴·미디어텍에 지불한 금액이 더 많다는 뜻이다. 성능 향상과 함께 AP 가격도 상승 추세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의 AP 매입 평균단가는 전년 대비 약 7% 상승했다. 올해 반기보고서를 보면 1~6월 기준 모바일 AP 가격은 전년 동기보다 12% 뛰었다. 이 때문에 상반기 AP 매입액은 7조7899억원으로 급등했다. DX 부문 전체 원재료 매입액(39조629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9.9%로 올라갔다. ◇ 삼성 'AI 최적화' AP 적용 갤럭시 S26, 내년초 흥행 시험대 예상 삼성전자가 전사적인 역량을 동원해 '엑시노스'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는 배경이다. 이는 스마트폰 분야 수익성 뿐 아니라 파운드리 사업부의 안정적인 일감 확보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시장에서는 갤럭시 S26 '두뇌'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다음달부터 '엑시노스 2600' 양산 및 공급을 시작하기로 한 상태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나오는 갤럭시 S26에도 이 칩 탑재를 확정했다. 삼성전자가 분위기 반전을 위해 꺼낸 카드는 'AI 최적화'다. 최근 들어 온디바이스 AI나 대규모언어모델(LLM) 활용 등이 스마트폰 기본 성능이 되면서 AP에서도 신경망처리장치(NPU) 성능이 각광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성능 극대화를 위해 사상 처음으로 SoC에서 AP(엑시노스)와 모뎀을 분리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를 통해 기존 모뎀 공간만큼 AP의 CPU와 GPU 면적을 늘려 성능을 향상할 수 있게 됐다. 동시에 NPU 기능을 개선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고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자체 테스트 결과 '엑시노스 2600'이 애플 'A19 프로' 대비 NPU 성능이 6배 이상 높은 것으로 측정하고 있다. A19 프로는 지난 9월 출시된 아이폰17 프로 및 프로맥스에 탑재됐다. 엑시노스 2600은 A19 프로보다 CPU 멀티코어 성능은 15%, GPU 성능은 일부 벤치마크에서 최대 75% 우수했다. 특히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 콘텐츠나 게임 등 멀티미디어 재생 성능은 A19 프로뿐 아니라 퀄컴의 스냅드래곤8 엘리트 5세대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엑시노스 2600은 스냅드래곤8 엘리트 5세대 보다 NPU 성능은 30%, GPU 성능은 최대 29% 높았다. ◇ 애플도 독자개발 5G 모뎀 칩 아이폰18 모델 탑재 등 '통합 전략' 가속화 향후 삼성전자 2나노 공정 성능이 더 향상되면 엑시노스 2600의 주요 성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애플도 AI 시대 AP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또 다른 시도를 할 것으로 예상한다. 애플 역시 모뎀 분야 퀄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체 개발한 5G 모뎀 칩을 일부 아이폰 모델에 탑재하는 등 '통합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아이폰 18 모델에서는 A20 칩이 2nm 공정을 채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관건은 NPU 등 기능을 스마트폰에 최적화시키는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 입장에서는 기존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기술을 고도화하는 전략을, 삼성전자는 판도를 뒤집기 위해 과감하게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방법을 고민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한 첫 '시험대'는 내년 초로 예정된 갤럭시 S26의 흥행 여부가 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WiseGuyReports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폰 AP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약 382억9000만달러(약 55조원)로 추산된다. 2032년에는 3배 가까이 뛴 1000억달러(약 143조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