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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공사비 보다 적은 공공공사 최저낙찰가 기준 올려야”

최근 건설업체들이 공사비 급등으로 인한 높은 원가율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데, 20년 넘게 고정된 공공공사의 최저낙찰가 기준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물가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공공공사의 잇딴 유찰 및 사회간접자본(SOC) 구축 차질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6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공사비 지수는 2020년 1월 100에서 지난 6월 130까지 급등했다. 공사비지수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난 9월에는 130.45로 잠정 집계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사비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 자원 등 직접공사비의 가격변동을 측정하는 수치이다. 이 같은 수치가 계속해서 증가하면서 최근 재건축 및 재개발 사업장을 중심으로 공사비 갈등에 의한 공사 중단 우려와 소송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서긴 했다. 최근 자잿값, 인건비, 공공조달 등 공사비 3대 안정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렇다 할 효과는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연평균 8.5% 수준이던 공사비 상승률을 내년까지 2% 이내로 감소시키고, 중장기적으로 연 4%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공사비 상승의 주요 원인인 인건비 및 간접비에 대한 정책 방안이 부실한 만큼,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뒤따르고 있다. 건정연은 이에 따라 공사비 현실화를 위해 정부가 공공공사 입찰의 최저 낙찰가 기준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정부는 중소건설사 사업영역인 100억원 미만(지방계약법 공사 300억원 미만) 공공공사를 입찰할 때 '적격 심사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덤핑수주 방지, 적정공사비 확보를 통한 성실시공 유도를 위해 최초 공표된 예정가격의 일정한도 내에서 낙찰하한률을 설정한다. 건설, 용역, 물품공급, 주택관리 등 다양한 공공 발주 사업에서 계약자를 선정할 때 계약이행 능력과 입찰가격을 종합심사해 낙찰자를 결정하는 제도로 1995년 도입됐다. 이 제도가 도입된 이유는 과거 시행된 제도인 최저가낙찰제도가 부실공사의 원인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즉 다른 심사항목의 점수가 만점이라는 가정 하에 적격심사 통과점수를 만족시키는 최저 입찰가격의 비율로, 낙찰 가능한 최저가를 제한하고 있다. 현재 적격심사제도에 따른 낙찰하한률은 예정가의 79.995%∼87.745%다. 문제는 이 기준이 2000년 이후 고정돼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인건비, 원자잿값 등 건설물가가 크게 올랐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예정가격에서 일반관리비와 이윤을 제외한 순공사비(재료비·노무비·경비 합계액)'가 낙찰가를 상회하면서 공사비 부족 현상을 초래하고 이에 따른 적자시공 및 부실시공의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실제 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공공공사 순공사비 비율 평균은 현행 기준인 88%보다 4.9%포인트(p) 높은 92.9%나 됐다. 특히 군부대 공사의 경우 순공사비 비율은 96%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사원가는 2020년 대비 30% 상승한 반면, 적격심사제 공사의 예정가격은 불과 6.7%만 올라 전체 공사비에서 순공사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홍성호 건정연 선임연구위원은 “순공사비 비율이 현재 기준인 88%보다 4%p 이상 높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적격심사제 입찰가격 평가산식의 기준비율을 92%로 변경해 낙찰하한률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50억원 이상 공사는 순공사비 비율이 94% 이상이지만, 공사규모별 낙찰하한률 정합성 확보를 위해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전세사기’ 잡는다…이상거래 검증 시스템 개발

“전세사기 증가에 따른 공인중개사의 책임이 커졌다. 계약서 작성 과정에서 다세대 주택의 적정 전세가를 분석해 전세사기 여부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종혁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는 5일 서울 관악구 협회 회관에서 '전세가 이상거래 검증 시스템' 출시 기자설명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기존 운영 중인 부동산통합지수시스템(KARIS)에 다세대 주택의 적정 전세가 분석 기능을 추가한 시스템이다. 공인중개사를 통해 전세사기 예방 효과의 실효성을 제고한 것이 특징으로 공인중개사가 별도 앱을 검색하지 않아도 '한방' 플래폼을 통한 계약서 작성과정에서 이상거래 유무를 판단할 수 있다. 거래신고의무가 없는 6000만원 이하 전세 계약 정보도 포함돼 있어 소규모 주택의 전세가격 제공도 가능하다. 협회는 “그간 전세피해 예방을 위해 많은 정책들이 시도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예방을 위해서는 세입자에게 적정 전세가를 제시해 줄 수 있는 정보제공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간 협회에 누적된 5300만건에 달하는 매매와 임대차 계약정보를 토대로 만들어진 부동산통합지수시스템에 적정 전세가를 분석, 알려주는 기능을 추가해 공인중개사는 물론 일반에 공개한다"고 덧붙였다. 지금도 빌라 등 다세대 주택에 대한 전세가격 정보는 정부의 '안심전세 2.0'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전월세 신고제의 시행시기가 짧고 보증금 6000만원 미만은 신고의무가 없다보니 공적 데이터 제공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또한 공인중개사들은 안심전세앱을 잘 사용하지 않아 현장에서는 실효성 의문이 제기돼 왔다. 이번에 발표한 시스템은 특정 연립·빌라를 기준으로 주변 지역 100미터에서 500미터 이내의 유사한 면적대 연립·빌라 거래사례를 찾아 이를 기초로 가격분석 시점의 시세 변동, 밀집도와 유사성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적정한 전세 가격을 자동으로 산출해 준다. 이 시스템은 향후 단독주택과 다가구 주택까지 그 범위가 확대될 예정이며, 권리분석, 특약 분석 정보 등을 종합해 정밀하게 판별할 수 있도록 고도화할 계획이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죽어가는 지방 부동산시장은 눈에 안 보이나?”

인구 감소와 수도권-지방간 양극화 현상 등이 심해지면서 지방 건설사들이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악성 미분양 적체 심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위기(PF), 비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으로 줄도산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지방 건설사들은 정부가 여전히 '온기'가 남아 있는 수도권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며 '한겨울'인 지방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핀셋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분양이 활발하고 아파트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수도권과 달리 지방의 건설 경기는 부동산 PF 사업장이 잇따라 좌초한 데다 신규 수주 가뭄까지 겹쳐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중소, 지역 건설사의 경우 기초 체력이 이미 부실해진 상황이라 줄도산 위기감이 높다. 일례로 지난해 광주·전남지역 중견사인 남양건설(시공능력평가순위 127위)은 올해 6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보다 앞서 5월에는 부산지역 최장수 건설사 익수종합건설이 부도가 났다. 이 업체는 부산·경남을 축으로 중견업체로 성장했지만, 지역 부동산 침체에 결국 문을 닫았다. 실제 올해 부도 건설업체 수가 급증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10월(28일 기준) 누적 기준 부도가 난 건설사는 총 25곳이다. 전년 동기(12곳)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종합건설사 9곳, 전문건설사 16곳이다. 전년 같은 기간(종합건설사 6곳·전문건설사 6곳) 대비 각각 3곳, 10곳 늘었다.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집값 상승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온기는 대형 건설사의 몫이다. 지방 건설사들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은 미분양 물량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다양한 경품과 파격적인 할인분양 혜택 등에도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9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물량은 6만6776가구로 이중 79%인 5만2878가구가 지방에 집중됐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평가받는 준공후 미분양 물량은 1만4375가구에 달한다. 한 지방 건설업계 관계자는 “경쟁률이 어느 정도 나오는 서울이나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미분양 적체가 심각하다"면서 “에르메스나 샤넬 가방 등 고가의 경품을 증정하거나 할인 분양을 내걸고 있지만 수요자들의 관심이 거의 없다"고 호소했다. 다른 한 지방 건설업계 관계자도 “수도권 중심으로 집값이 상승하며 온기가 돌고 있지만 지방은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며 “대출을 조이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시행되면서 지방 주택 시장과 건설사들은 사지에 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예산이 올해보다 1조원가량 적게 책정되면서 내년도 지방 건설 경기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이에 지역 건설사들과 지자체에선 지방 부동산 시장 맞춤형 핀셋 정책이 시급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미분양 대출 보증 제도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지난해 1월 HUG를 통해 5조원 공급을 목표로 미분양 대출 보증을 출시했다. PF대출을 갚지 못하는 미분양 사업장을 대상으로 HUG가 보증을 서 줘 금융권의 차환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상품이다. 정부는 최근 8.8 부동산 대책을 통해 전용 면적과 관계없이 분양가의 70%까지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문제는 지방 사업장의 경우 분양 전망이 어두운 까닭에 신규 PF대출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약 1년 8개월 동안 HUG의 미분양 대출 보증 이용실적은 전국적으로도 단 2건에 불과했다. A 지방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들어 서울 주택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지만 , 지방에선 미분양 주택이 증가하는 등 주택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지역별 상황에 맞는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도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은 수도권 중심의 공급 위주 정책"이라며 “지역 미분양 주택 해소를 위한 금융·세제 지원 등 수요 촉진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부동산 위기 신호에도 정부 ‘나몰라라’…8.8대책 ‘길 잃은 미아’ 됐다

최근 지방에 이어 수도권 부동산시장에서도 위축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향후 공급부족 또한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의 부양책 또는 시장 안정화 노력에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국토교통부 등은 8.8 부동산대책 발표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3일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8월8일 정부 합동으로 발표된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 중 입법 관련 과제가 거의 실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8.8대책 당시 발표된 정책 과제는 총 49개이며, 이 중 35%에 해당되는 17개의 과제는 법을 새로 만들거나 바꿔야 실행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8.8대책이 발표된 지 3개월이 지난 현시점까지 국회 문턱을 넘은 법안은 단 하나도 없다. 특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 안건에 조차 오르지 못한 법안이 상당수다. 8.8대책에는 크게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통한 도심 내 아파트 공급 확대 △비아파트 공급시장 정상화 △수도권 공공택지 신속 공급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규택지 발표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정부는 이번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통해 향후 6년간 서울 및 수도권에 총 42만7000가구 이상의 주택과 신규택지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중 핵심은 정비사업 절차를 기존 7단계에서 5단계로 줄이는 '재건축·재개발 촉진 특례법(가칭)'으로 사업 초기 단계인 기본계획 및 정비계획, 중·후반 단계인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을 동시에 세울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다. 국토부는 이를 통해 정비사업 일정을 3년 정도 앞당겨 향후 6년간 서울 도심 등에 17만6000가구의 주택을 조기 착공하고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2025년까지 착공하는 경우의 미분양 주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하는 등 4만1000가구가 조기 공급되도록 유도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국토위 소위원회에 논의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다. 수도권 주택 공급 절벽이 예고되고 있는 만큼 8.8대책 후속 조치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시장의 불안감과는 동떨어진 현실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수도권 아파트 입주 예정물량은 8만2542가구인데 반해 내년 상반기 물량은 7만5376가구, 하반기는 5만2760가구로 매 반기마다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26년 상반기 수도권 아파트 입주 예정물량은 3만7546가구, 하반기에는 3만6917가구로 한 해 통틀어 신규 아파트 물량이 1만 가구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8.8대책 후속 입법의 미비로 3기 신도시 착공이 지연되는 것도 큰 문제다.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3기 신도시에 공급 예정인 17만4122가구 중 올해 안에 착공에 들어가는 물량은 전체의 6.3%인 1만964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가 국회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부동산 시장 활성화 후속 입법 조치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 내에서도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워싱턴DC를 방문한 자리에서 내수 활성화 차원에서 관련 목소리를 냈었다. 최 부총리는 “건설 부문은 이미 공공 부문 투자를 확대하기로 하고 실제 추진 중"이라며 “우리가 부동산 공급대책(8.8대책)을 발표했는데 그것의 (집행) 속도를 높이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분석은 회의적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야당을 설득하는 등 여러 작업을 통해 8.8대책의 후속 조치를 빠르게 실행해야 하지만 현재는 손을 놓고 있는 듯 하다"면서 “적극적인 의지 조차 보이지 않는 분위기라서 시장의 관심도 멀어졌다. 결국 8.8 대책은 길을 잃은 미아가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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