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재건축·재개발·리모델링·모아타운·지역주택조합 업계가 한자리에 모여 규제 완화와 금융 지원 확대를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인 오세훈은 “서울시의 원칙은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공급 확대"라며 원론적 공감 의사를 밝히면서도, 선거법상 한계를 이유로 구체적 공약 제시는 자제했다. 다만 “지난 5년 동안 서울시에 어떻게 하면 주택을 신속하게, 더 많은 물량을 공급할 것인지에 거의 미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자신의 공급 확대 기조를 거듭 강조했다.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관철동 교원챌린지홀에서 열린 '오세훈이 응원합니다! 한국도시및지역계획학회·전국재건축조합연대·서울재개발조합연합회·서울리모델링협회·서울모아타운연합·전국지역주택조합연합회 대표자 연석회의'에는 정비사업 추진위원회·조합 관계자 등 약 300명이 참석했다. 행사에서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이주비 대출 규제, 리모델링 정책 소외, 지역주택조합 구조개선 등 각 분야 현안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오 후보는 행사 모두발언에서 “후보들마다 원하는 것은 다 해주겠다고 말하지만 정치인은 말보다 그동안 걸어온 발걸음과 행보를 보고 판단하는 게 가장 정확하다"며 “지난 5년간의 행보를 보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지 충분히 짐작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개발·재건축은 물론 리모델링까지 포함해 모든 정비사업의 핵심은 어떻게 하면 서울시에 더 많은 주택을 더 빨리 공급할 것인가였다"며 “서울시민들이 '주거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오 후보 측은 이날 간담회와 함께 최근 발표한 공급 확대 구상도 재차 강조했다. 앞서 오 후보는 지난 7일 △인허가 절차를 통합·단축하는 '쾌속통합 트랙' △행정 검토 지연을 줄이기 위한 'AI 사전 검증 시스템' △용도지역 상향 및 공공기여 완화 등 지역별 인센티브 확대 방안을 공개한 바 있다. 이날 가장 강도 높은 요구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개선이었다. 박경룡 전국재건축조합연대 대표는 “서울 집값은 실제로 100% 가까이 올랐는데 국토부 기준은 정상 주택가격 상승분을 30%만 반영해 사실상 내지 않아야 할 부담금을 부과하는 구조"라며 “미실현 이익에 세금을 물리는 현재 제도는 현실과 괴리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발이익환수법은 부담률이 20%인데 재초환은 50%로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며 “폐지 또는 획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건축 조합들은 임대주택 기부채납 구조도 문제 삼았다. 박 대표는 “시가로는 1000억원이 넘는 임대주택을 서울시에 넘기는데 실제 보상은 100억원 수준"이라며 “최소한 건축비 수준은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강화된 금융 규제를 언급하며 “이주비 대출이 막히면 정비사업은 사실상 올스톱"이라고 호소했다. 재개발 조합 측에서는 '1+1 분양' 기준 통일 요구가 나왔다. 최형용 서울재개발조합연합 대표는 “조합마다 추가 분양가 기준이 제각각이라 갈등이 발생한다"며 “서울시 차원의 통일 기준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모아타운과 가로주택정비사업 관계자들은 금융 접근성 문제를 핵심 과제로 지목했다. 오해현 서울모아타운연합회 대표는 “대형 재개발과 달리 소규모 정비사업은 대형 건설사 참여가 적고 보증 구조도 취약해 대출금리가 높다"며 “정책기금 규모 확대와 이주비 대출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사비 급등과 금융비용 증가로 원주민들이 사업을 포기하고 떠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리모델링 업계는 서울시가 재건축 중심 정책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다. 진광복 한국리모델링주택연합회 관계자는 “용적률 300~400% 수준의 고밀 단지들은 현실적으로 재건축이 어렵고 리모델링 외 대안이 없는 곳이 많다"며 “서울시가 리모델링을 단순한 자산증식 수단으로 볼 것이 아니라 노후 공동주택 안전 문제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리모델링 전담부서 신설과 서울형 리모델링 지원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지역주택조합 업계는 “서울시 정책에서 소외돼 왔다"고 토로했다. 김광수 전국지역주택조합연합회 자문위원은 “서울시에만 지역주택조합 사업장이 100곳 이상이고 조합원도 4만5000세대가 넘는다"며 “일부 부실 사업장 문제 때문에 전체 사업이 부정적으로 취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업성이 없고 추진위 사무실조차 없는 지주택 사업 때문에 다른 재개발 사업까지 막히는 사례가 있다"며 “잘되는 사업장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원하고 부실 사업장은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 후보는 “재개발은 재개발대로, 재건축은 재건축대로, 리모델링과 지주택도 각각의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어 그는 “다만 단체 간에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부분이 있어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약속을 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원론적 답변에 무게를 뒀다. 오 후보는 특히 리모델링 업계의 불만에 대해 “재건축과 리모델링은 경쟁 관계 성격이 있다"며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정비사업 규제가 강하다 보니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튼 단지들이 많았고, 이후 서울시가 정비사업 촉진 기조로 전환하면서 상대적으로 소외 현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산타운 사례 등을 보면 이제는 마냥 소외된 상황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역주택조합에 대해서도 “그동안 대형 사고와 피해 사례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서울시 행정의 목표는 선의의 피해자를 최소화하는 데 있다. 잘되는 사업장은 지원하고 문제 사업장은 정리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밝혔다. 오 후보는 행사 말미에 “서울은 이미 여유부지가 부족한 도시"라며 “재개발·재건축·모아타운·리모델링·지주택 등 어떤 형태든 정비사업을 통해 주택 물량을 신속히 공급하는 것이 서울시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제성을 최대한 높이고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사업을 빠르게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서울시 역할"이라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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