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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중동 상황 대응…착공부터 분양까지 ‘금융패키지’ 지원

정부가 중동 상황으로 경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의 유동성 확보 지원을 위해 건설 전 과정 금융 패키지를 시행한다. 17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건설사를 대상으로 특별융자 시행, 보증수수료 할인 등 금융지원 패키지를 시행한다. 특별융자는 건설공제조합과 전문건설공제조합에서 각각 3000억원 규모로 지원한다. 건설사 신용 등급에 따라 연 2% 후반에서 3% 초반의 낮은 금리로 자금조달이 가능하게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협력업체 보호를 위한 지원도 있다. 하도급대금 지급보증과 건설기계 대여대금 지급보증 수수료를 10% 할인해 보증 가입 문턱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원자재 수급난으로 인해 공사가 지연되는 경우 연장보증이 필요하다. 계약보증과 공사이행보증 수수료를 30% 할인하는 방안도 지원사항에 포함됐다. 계약보증은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손해를 금전으로 배상할 것을 담보하는 제도다. 공사이행보증은 수급인이 공사를 완료하지 못할 시 보증기관이 공사 완성을 담보하는 것이다. 건설공제조합은 조합원 당 최대 1억원 한도로 지원한다. 5월 중으로 융자를 실시할 계획이며, 지원 대상은 신용등급 BB이하의 영세 조합원이다. 전문건설공제조합은 기존에 PF위기 대응을 위해 운영한 건설안정 특별 융자를 지속 운영키로 했다. 현재 즉시 융자신청이 가능하며 5월부터 올해 말까지 보증수수료 할인도 추진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도 보증수수료 감면으로 지원한다. 보증료 할인은 5월 중으로 시행돼 1년간 진행된다. 신규 발급 보증을 비롯해 이미 보증 승인된 사업장의 남은 사업비에 대한 분할 발급 보증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주택사업자에 대해 주택분양보증과 정비사업자금 대출보증 수수료를 30% 할인한다. 이는 주택공급 위축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주택분양보증은 사업장의 분양 계약자를 보호하고, 사업 주체의 자금조달을 지원하는 목적이다. 정비사업자금은 재개발·재건축 사업비를 조달을 지원하기 위함이다. 특히 주택 공급이 멈추지 않도록 주택건설을 위해 돈을 빌릴 때부터 분양할 때까지 전 과정 지원도 포함된다. PF 대출 보증과 분양 보증을 함께 발급받을 경우 분양보증분 수수료를 30% 추가 인하해 최대 60%의 보증료를 감면한다. 한편 지난 8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건설·금융업권 합동 간담회에서는 건설업계의 석유·나프타·플라스틱에 대한 공급 안정화와 공사비용 상승에 따른 금융비용 논의가 있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간담회에서 정상 사업장의 일시적 유동성 애로 개선을 위해 HUG의 PF보증 지원방안을 언급한 바 있다. 해당 내용이 이번 금융지원으로 구체화 된 것으로 풀이된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송윤주의 부동산생태계] 141만 가구 공급…정보 접근부터 ‘답답’

이재명 정부가 연초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9·7 공급대책(135만 가구)과 1·29 공급대책(6만 가구)를 잇달아 내놓으며 오는 2030년까지 총 141만 가구 이상의 주택공급(착공) 방안이 마련됐다. 다만 수요자들은 정부의 주택 공급을 체감하기 어렵다. 주택을 짓고 공급하는 데 시차가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수요자에게 '착공' 소식이 구체적인 공고의 형태로 확인되려면 얼마나 시간이 더 소요되는지, 어디서 공고를 확인하면 되는지가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9·7 공급대책과 1·29 공급대책을 통해 주택을 공급하는 주체도, 그 방식도 다양하다. 정책이 촘촘하게 짜여질수록 더 구체적인 정책수요자들을 보호할 수 있지만 동시에 정보의 장벽도 높아진다. 17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경기토지주택공사(GH)·인천도시공사(iH)와 함께 연내 6.2만 가구 규모의 주택 착공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수요자 입장에선 '착공'소식 이후 구체적으로 임대·분양 공고가 뜨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소요되는지 알기 어렵다. 인천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A씨는 “공급 소식은 들었지만 지으려면 시간이 한참 걸릴 것 같아서 큰 기대는 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주택 공급 발표가 수요자들에게 유의미하게 체감되기까지는 간극이 존재한다. 주택 공급 정책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우선 주택 공급을 위한 후보지 발표가 있고 나면 지구를 지정해 사업지 경계를 확정한다. 토지이용계획을 세워 부지를 조성할 설계도를 그리고, 환경영향평가를 거친다. 토지이용계획을 세울 때 임대단지·분양단지의 비중을 정한다. 도로 정비도 이때 밑그림이 그려진다. 토지이용계획이 승인되고 나면 부지를 조성한다. 토지보상도 이 단계에서 이뤄진다. 이러한 계획에 따라 블록 별로 공사가 시작된 것을 '착공'으로 발표하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에 따르면 착공 이후 분양 단지는 6개월 이내에 분양 공고가, 임대 단지는 1년 후부터 입주자 모집 공고가 나온다. 올해 상반기 착공에 들어간 단지를 기준으로 하면 분양 물량은 이르면 연내, 임대 물량은 내년 하반기부터 공고가 순차적으로 올라오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공공주택지구의 공공주택 건설 비율은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령에 따라 정해진다. 공공임대주택은 전체 주택 호수의 35% 이상, 공공분양주택은 전체 주택 호수의 30% 이상이다. 그럼에도 그 중 어떤 단지를 언제 착공할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므로 임대·분양 물량을 예측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번 정부의 공급대책이 대대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LH·SH·GH·iH가 모두 공급주체로 참여한다. 공급 주체는 지역별로 나뉜다. LH는 국토교통부의 지휘를 받아 전국 단위 공공주택을 담당하고, SH·GH·iH는 지방자치단체의 지휘를 받아 각각 서울·경기·인천 물량을 맡는다. 같은 수도권 도심 공급이라도 어느 지역이냐에 따라 담당 기관이 달라진다. 공급 방식도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신규 택지를 개발해 대규모 공공물량을 공급하는 방식·유휴부지를 전환해 도심 내 소규모로 공급하는 방식·민간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방식이다. 신규 택지 개발을 통한 대규모 공공 공급은 3기 신도시와 수도권 공영개발 택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번 착공 물량에 인천계양(2811가구)·남양주왕숙1·2(9136가구)·고양창릉(3706가구) 등 3기 신도시에서 총 1.82만 가구가 포함됐다. 유휴부지를 전환해 도심 내 소규모로 공급하는 방식은 도심 내 방치된 국·공유지나 노후화된 공공청사를 복합 개발하는 것이다. 민간 정비사업의 경우 재개발·재건축을 말하고, 민간이 지은 신축주택을 공공이 매입해 공급하는 '신축매입임대' 방식도 포함된다. 전방위적인 공급 드라이브가 걸리는 상황에서 여러 공급주체와 제도들이 중첩된다. 이는 다양한 정책수요자들을 촘촘하게 보장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동시에 복잡한 제도 자체가 장벽이 될 수도 있다. 임대제도만 해도 △영구임대 △국민임대 △50년임대 △매입임대 △10년임대 △6년임대 △5년임대 △장기전세 △전세임대 △행복주택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통합공공임대 등이 있다. 특히 공공임대 제도들은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것이다. 통합공공임대주택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이나 주택도시기금의 지원을 받아 사회취약계층의 주거안정을 지원한다. 매입임대주택은 저소득층 주거 안정을 위해 정부의 재정보조를 받아 기존주택을 매입하여 저렴하게 공급한다. 전세임대주택은 도심내 최저소득계층이 현 생활권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기존주택에 대해 전세계약을 체결한 후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임대주택이다. 장기전세주택은 20년 범위에서 전세계약의 방식으로 공급하는 임대주택이다. 국가, 지방자치단체, 한국토지주택공사, 지방공사가 임대할 목적으로 건설하는 것이 특징이다. 무주택세대구성원으로서 일정 소득 및 자산 기준을 충족해야 입주자격을 갖는다. 5·10·50년 공공임대주택은 임대의무기간 동안 임대 후 분양전환하는 주택을 말한다. 행복주택과 공공임대(10년), 국민임대, 영구임대는 유사해보이나 공급 목적에 따라 공급 대상에서 각각 차이가 있다. 전문가들은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제도들이 촘촘하게 구비돼있지만 정책 대상자들이 복잡한 제도들을 공부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임대제도 중 매입임대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제도"라며 “현실적으로 그 사람들이 복잡한 제도를 공부할 시간이 어디있겠냐"고 지적했다. 다양한 상황에 놓인 주택 수요자들에게 핀셋으로 지원을 해주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부도 산발적으로 흩어져있는 정보들을 통합하고 정책 정보들을 쉽게 제공하려는 시도들을 해왔다. 대표적인 예가 국토교통부의 '마이홈'이다. 마이홈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LH, SH 등 다양한 공급주체들에서 올라온 공공임대·공공분양 공고들을 한눈에 보여준다. 자가진단을 통해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주택 유형이 무엇인지도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문제는 이처럼 주택공급 정보를 통합해서 보여주는 마이홈 사이트가 LH의 주택공급 홈페이지인 '청약홈' 사이트에 비해 방문자 수가 저조하다는 것이다. 트래픽 분석 사이트인 'Similarweb'을 통해 최근 3개월 간 방문자 수 누적 그래프를 살펴보면 LH(주황색)가 817만8000건으로 가장 높고, SH(하늘색)가 424만9000건으로 뒤를 이었다. 마이홈(보라색)은 204만3000건으로 3위를 기록했다. GH와 iH는 각각 57만6754건, 16만2203건으로 뒤를 이었다. LH의 월간 방문건수는 272만6000건이고, 이어 SH의 월간 방문건수는 141만6000건이다. 마이홈의 월간 방문건수는 68만1046건이다. 월별 고유 방문자 수 역시 LH, SH, 마이홈 순으로 112만5000건, 50만8573건, 43만5099건이다.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 사령탑인 국토부의 정보창구가 국민들에게 가장 인지도가 낮은 셈이다. 물론 LH가 워낙 오래전부터 공공주택 공급의 주체를 맡아왔던 상황에서 LH 청약홈의 대국민 인지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배경은 존재한다. 그럼에도 이재명 정부가 대대적인 주택공급 정책의 드라이브를 건 상황에서 주택공급 서비스 내용을 주무부처인 국토부로 일원화하고, 국민들에게 좀 더 통일된 주택공급 정보를 국토부가 제공할 필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원철 연세대 미래부동산개발 최고위과정 책임교수는 “자신에게 맞는 제도는 알아서 찾는 수밖엔 없다"면서 “임대나 분양을 언제 얼만큼 모집한다는 공고가 홈페이지에 통합돼 올라오지만 홍보가 미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코레일·SR 통합 구체화…사업양수도 방식 통합 최초 공공기관 되나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SR 간 통합과 관련해 합병이 아닌 사업양수도 방식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양수도 방식이 확정된다면 코레일·SR은 이 방식으로 통합하는 최초 공공기관 사례가 된다. 16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 결과, 양사 통합이 사업양수도 방식으로 기울고 있는 이유는 정부가 통합에 속도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합병 방식으로 통합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코레일은 한국철도공사법에 근거해 설립된 특수법인이다. SR은 상법에 근거해 설립된 비상장 회사로 코레일이 대다수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형태다. 합병을 위해선 코레일이 SR 법인 자체를 흡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공사법상 자본금의 규모·설립 목적·조직구조 등을 수정해야 하므로 법 개정이 필요한 것이다. 사업양수도 방식으로 통합을 진행한다는 것은 SR이 보유한 고속열차 운영권·차량·인력 등 핵심 자산을 코레일이 사오는 방식을 의미한다. 사업양수도 방식은 법 개정 없이 가능하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사업양수도 방식으로 통합이 진행될 경우 코레일이 SR의 자산과 부채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회계법인의 SR 자산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코레일과 SR 합병을 지난해 6월 치뤄진 21대 대선공약으로 내세웠고, 이에 따라 정부는 합병을 서두르고 있다. 당초 국토교통부는 2027년 통합을 목표로 했지만 지난해 말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이 통합을 서두를 것을 지시한 뒤로 올해 9월까지 통합 시한을 당겼다. SR 노조는 통합 기간을 약속과 다르게 앞당긴 것이 불만이라는 입장이다. 당초 계획은 2027년 말까지 운영 통합을 추진하며 실제 통합 시 이점과 경쟁 체제 장점에 대한 데이터를 쌓고 비교하는 것이었지만 현재로선 계획 이행이 어렵다는 것이다. 양사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것도 숙제다. 정왕국 SR 대표이사는 지난 14일 세종시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통합 후 충돌 가능성에 대해 초창기에는 혼선이 일부 나타날 수 있지만 갈등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를 밝힌 바 있다. 코레일의 예산·인력 규모가 SR에 비해 월등히 크다는 이유에서다. 코레일 예산은 10조원이고 인력은 약 3만2000명에 달한다. 반면 SR 예산 규모는 8000억원, 인력은 약 700명 규모다. SR이 코레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회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운영 과정에서 잡음도 나왔다. 예·발매 시스템의 경우 SR은 코레일 시스템을 써야 했다. 시스템 수정 권한을 코레일이 가지고 있어 SR은 독자적인 영업 정책에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임금 체계 문제도 존재한다. 양사 월급에 있어 기본급은 코레일이 높고 실수령액은 성과급 체제인 SR이 조금 더 높다. 월급 체계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상향 평준화 될 수 있게 조율하는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TX와 SRT가 나뉘어 운영함으로써 인력·정비 등에서 중복 비용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업계 관계자는 “중복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은 철도공사 입장이라 SR 입장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일반적으로 중복비용은 인건비에 해당되는 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합과정에서 정부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약속했기에 인건비 절감에서 오는 비용 효과는 크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운영기관 통합시 하루에 1만6000석 추가 공급 가능하기 때문에 대기시간을 단축하고 회전율을 높여 비용 효율화가 가능하다고 봤다. SRT는 1편성당 410석 규모고 KTX는 1편성당 955석이다. 교차 운행 시 왕복 1000석 가량 공급 확대가 가능한 것이다. 시범 교차운행에 이어 시범 중련운행 방식도 다음 달 15일부터 도입해 좌석 공급은 차질없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중련운행 방식은 두 대의 열차를 하나로 연결해 운행하는 방식이다. 철도 업계에서는 재무 자문 결과를 토대로 사업양수도 구조와 통합 방식이 구체화 될 경우 실질적인 논의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산 가격을 어떻게 산정하느냐에 따라 재무 부담이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르포] “야금야금 거래된다”…올림픽훼밀리타운, 6787가구 재건축 시계 돌았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안으로 들어서면, 시간의 결이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에너지경제신문이 직접 찾은 단지 사이로 널찍하게 벌어진 동간 거리, 세월을 머금은 나무들, 중앙광장을 축으로 펼쳐진 묵직한 단지의 골격은 1988년 서울올림픽의 기억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오래된 대단지만이 줄 수 있는 여유와 질서가 여전히 살아 있다. 그런데 그 풍경 한편에는 또 다른 공기가 감돈다. 재건축 안내문이 붙고, 현수막이 걸리고, 중개업소 앞에는 매물을 보러 온 듯한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1988년의 유산 위로 2026년의 기대가 겹쳐지는 순간이다. 올림픽훼밀리타운이 본격적으로 변신의 출발선에 섰다. 서울시는 최근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해 이 단지의 정비계획을 수정가결했다. 이에 따라 기존 4494가구 규모의 노후 단지는 용적률 300% 이하, 최고 26층, 총 6787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재편될 전망이다. 아시아선수촌, 올림픽선수촌과 함께 이른바 송파구 '올림픽 3형제'로 불리는 재건축 단지들 가운데서도 사업 속도는 가장 앞선다는 평가가 나온다. 추진위원회 승인 이후 불과 4개월 만에 정비계획 확정 단계까지 나아가면서, 강남권 주택 공급의 핵심 축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 변화는 시장에도 곧바로 반영되고 있다. 현장 중개업소들은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9일 전용 158㎡는 저층임에도 32억원에 거래됐다. 주력 평형인 전용 136㎡도 지난 2월 30억9000만원에 거래되며 30억원 선에 안착을 시도하는 흐름을 보였다. 평형별로 보면 전용 84㎡는 올해 1월 27억8000만원에 거래된 뒤 현재 28억~30억원 수준의 호가가 형성돼 있고, 117㎡는 32억~34억원대, 136㎡는 31억8000만~33억5000만원대, 158㎡는 34억~36억원 수준의 매물이 시장에 나와 있다. 다만 현장의 온도는 숫자만큼 뜨겁지는 않다. 기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과열과도 다르다. 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는 “재건축 이슈는 이미 가격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며 “요즘은 확 오르거나 확 빠지는 시장이 아니라 매수자와 매도자가 서로 눈치를 보면서 거래가 '야금야금' 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도 “강남권 전체가 조정 국면을 겪으면서 가격이 예전보다 다소 눌린 건 맞지만, 재건축 기대가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며 “예전처럼 정비계획 통과만으로 가격이 급등하는 시대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럼에도 이 단지를 둘러싼 기대는 분명하다. 현장에서는 “장기적으로 40억원 이상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돈다. 인근 대단지인 헬리오시티와 비교하며 재건축 완료 이후 더 높은 가격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중개업소들의 말은 대체로 비슷하다. “오를 수는 있지만 한 번에 뛰는 시장은 아니다. 조합 설립, 사업시행인가, 이주 같은 단계가 쌓이면서 천천히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대는 있지만, 그 기대를 소비하는 방식은 예전보다 훨씬 신중해졌다. 올림픽훼밀리타운의 강점으로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역시 입지다. 가락시장역 3·8호선을 바로 이용할 수 있는 더블역세권이고, 문정역과 수서역 생활권도 가깝다. 문정법조단지와 가락시장, 수서역 복합환승 체계까지 닿아 있는 데다 향후 위례신사선, 탄천동로 지하화 같은 교통 호재도 거론된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가락시장역을 바로 쓰고 문정역도 생활권에 들어오니 사실상 복수 역세권"이라며 “수서역 SRT와 GTX-A 접근성까지 고려하면 서울 동남권에서 교통 경쟁력은 상당히 강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예전 올림픽 유산의 상징성이 이제는 법조단지, 광역교통, 대형 유통 인프라와 결합해 전혀 다른 가치로 읽히고 있다는 얘기다. 상품성에 대한 평가도 나쁘지 않다. 이 단지는 소형보다 중대형 비중이 높은 구조다. 시장에서는 이를 사업성과 고급 주거 수요 측면에서 강점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중대형 위주 단지는 재건축 이후 평면 구성이나 일반분양 전략에서 유연성을 확보하기 좋고, 조합원 권리가액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편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 가운데 입지에 비해 현재 가격이 아주 과하다고 보긴 어렵다"며 “그래서 실수요자나 장기 투자 관점에서 '가성비가 괜찮은 재건축'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사업 주체인 추진위원회는 속도와 안정성을 함께 강조하고 있다. 추진위에 따르면 동의서 징구 개시 4일 만에 50%, 18일 만에 70%를 넘기며 대단지 재건축으로는 이례적으로 빠른 흐름을 보였다. 현재 동의율은 70% 중반대까지 올라온 것으로 전해진다. 추진위 측은 “초고층 경쟁보다는 법적 범위 안에서 사업 안정성과 수익성을 균형 있게 확보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단기적인 외형보다 입주 이후 20~3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공공지원 방식을 통해 초기 비용 부담을 낮춘 점도 사업 리스크를 줄인 요소로 보고 있다. 추진위는 정비구역 지정 고시 이후 주민총회를 거쳐 연내 조합 설립을 목표로 일정을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모두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단지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재건축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 앞에서 각자의 셈법과 불안이 더 또렷해진다. 돈 문제는 더 민감하다. 재건축은 결국 개인의 자금 부담이 들어가는 사업인 만큼, 공사비 상승이나 일정 지연이 길어질수록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중형 평형 보유자들의 불안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용 84㎡ 소유자가 재건축 뒤 같은 면적으로 이동하더라도 수억원대 추가분담금이 발생할 수 있고, 더 넓은 평형을 택하면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반대로 기존 중대형 보유자는 권리가액이 높아 동일하거나 더 작은 평형을 선택할 경우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거나 일부 환급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이 때문에 단지 안에서는 재건축이라는 공통 목표 아래서도 평형별, 자산 여력별로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합원은 “가락시장 현대화나 문정법조단지, 위례신사선 같은 호재를 감안하면 올림픽훼밀리타운의 입지는 사실상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다"며 “시장에서는 재건축 이후 60억원 이상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정작 그 가치를 지금의 원주민들이 끝까지 누릴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84㎡ 같은 중소형 보유자 중에는 수억원대 분담금을 감당하기 버거운 가구들도 적지 않다"며 “결국 자금 여력이 부족한 주민이 현금 여력이 있는 사람에게 집을 넘기고 떠나는 식의 상황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불안이 크다"고 토로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분담금 추정치나 사업 일정은 아직 확정된 내용이라기보다 여러 가정을 전제로 한 시나리오에 가깝다"며 “종전자산 감정평가와 비례율, 일반분양가, 공사비, 금융비용, 설계 변경, 인허가 절차 등에 따라 사업성 지표와 조합원 부담 규모는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에서 2026년 조합 설립, 2030년 이주·철거, 2034년 준공 등의 일정을 예상하고 있지만, 이는 사업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에 가능한 일정"이라며 “실제 현장에서는 내부 의견 조율과 외부 변수에 따라 사업 기간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 있다"고 지적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단독] “가장 위험한 집부터 탈락”…반지하 매입 막은 ‘옥외계단’ 기준

국토교통부 정책에 따라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진 중인 반지하 주택 공공매입 사업이 경직된 안전 기준과 행정 절차로 인해 정작 도움이 절실한 취약 주택을 배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옥외계단 설치' 판단 구조가 이중 장벽으로 작용하면서, 수해 피해를 입은 노후 주택일수록 사업에서 밀려나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15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다세대 주택을 운영하는 한 건물주는 SH(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에 반지하 매입 신청을 준비하다 포기했다. 각종 증빙 서류를 갖췄지만 '옥외계단이 없으면 신청이 어렵다'는 기준에 막혔다. 실제로 본지가 입수한 '2026년도 SH 기존주택(반지하) 매입 공고'에는 매입 심의 가결 이후에도 “공용부를 통해 옥상에 진입할 수 없는 경우 별도 진입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해당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최종적으로 매입이 불가능하다. 유사한 기준은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기존 공고에서도 확인된다. LH는 2025년도 매입 기준에서 “옥상 출입이 불가능한 주택(사다리를 통한 출입이나 특정 세대를 통과해야 하는 구조 포함)"을 매입 제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결국 SH는 '별도 진입로 설치'를 요구하고, LH는 '옥상 접근 불가 구조'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두 기관 모두 사실상 외부 대피 동선 확보를 충족하지 못하면 매입이 어려운 구조를 공통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건물주와 함께 신청을 준비한 중개업자는 “침수 위험이 크고 노후한 주택일수록 구조상 외부 계단을 설치하기 어렵다"며 “이 기준대로라면 가장 도움이 필요한 주택이 처음부터 배제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관리하기 쉬운 집만 선별 매입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현장에서 크다"고 말했다. 실제 피해를 입고도 매입 대상에서 제외된 사례도 확인됐다.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 주택 소유주 A씨는 과거 지하 3개 세대가 모두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이후 세입자들이 떠나면서 해당 주택은 5년 가까이 공실 상태로 방치돼 있다. 그러나 매입 신청 결과는 탈락이었다. 옥외계단 미설치가 주요 사유였다. A씨는 “수해 당시 지원금까지 받았지만 설치도 어려운 외부 계단을 이유로 매입을 거부당하니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SH와 LH는 반지하 매입 시 '외부 대피가 가능한 독립된 옥외계단'을 핵심 요건으로 적용하고 있다. 재난 발생 시 특정 세대를 거치지 않고 옥상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SH는 “특정 세대를 통과하는 구조는 사생활 침해와 긴급 상황 대응 지연 우려가 있다"며 “세입자 주거권 보호를 위해 독립된 출입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기준은 최근 강화됐다. SH는 “옥외계단 설치는 2026년 공고부터 필수 요건으로 적용됐으며, 이전에는 필수 조건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LH 역시 “옥상 출입이 불가능하거나 특정 세대를 통과해야 하는 구조는 재난 시 안전사고 우려가 있어 매입을 제한하고 있다"며 유사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SH는 공고상 명시된 기준 외에도 “입주자의 주거권과 편의를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매입심의위원회에서 부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현장에서는 사실상 추가적인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지하 침수 가구 매입사업은 국토교통부 정책에 따라 LH와 SH가 수행하는 공공임대 공급 방식이다. 재해에 취약한 반지하 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로 전환하고, 장기적으로 지하 주거를 축소하는 데 목적이 있다. 침수 피해 여부는 매입 우선순위를 가르는 핵심 요소로, '침수피해사실확인서' 등 공적 서류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원칙이다. 동시에 매입 이후 공공이 임대·관리하는 주택이라는 점에서, 재난 상황에서도 입주자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적 요건이 요구된다. 다만 구체적인 매입 기준의 설정과 적용은 SH·LH 등 사업자의 내부 지침에 따라 운영되는 구조다. 이 같은 기준 체계 속에서 현장에서는 제도와 현실 간 괴리가 누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 집행 속도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2024년 2년간 최저주거기준 미달·재해우려 지하층 가구 가운데 공공·민간임대 주택으로 이주한 가구는 5606가구로, 전체 반지하 가구(약 24만5000가구)의 2.3%에 그쳤다. 이 중 SH와 LH가 매입해 공급하는 '매입임대'로 이주한 가구는 729가구로, 전체의 0.3% 수준에 불과했다. 침수 피해가 집중됐던 관악구의 경우 2023년 매입임대 이주 사례가 전무했고, 2024년에도 3건에 그쳐 정책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당 수치는 주거상향 정책 전반을 포함한 것으로, 매입임대는 이 중 일부에 해당한다. 옥외계단 기준 외에도 매입을 가로막는 장벽이 적지 않다. LH는 준공 20년 이내 주택을 우선 검토해 실제 침수에 취약한 노후 반지하가 심의에서 탈락하는 '역선별' 문제가 발생한다. SH는 다가구 구조 특성상 반지하만 분리 매입이 어려워 건물 전체를 사야 하는 부담이 크고, 집주인 동의가 없으면 사업이 무산된다. 감정평가액이 낮으면 매각도 이뤄지지 않는다. 여기에 낮은 국고보조금까지 겹치며 매입 확대에 제약이 따른다. 복수의 공인중개사들은 “SH와 LH가 매입하는 반지하 침수주택은 언덕에 위치하거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등 입주 편의와 거리가 있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매입 기준 전반에 대한 현장의 불만이 상당히 누적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매입임대 물량 부족과 까다로운 기준이 맞물리면서, 정작 취약계층이 양질의 주거로 이동하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상철 한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반지하 매입사업은 기준이 과도하게 엄격해 정작 취약계층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기관이 재정 부담과 책임을 고려해 안전성과 관리 효율성을 우선시하면서 기준이 보수적으로 설계되고, 이로 인해 정책 취지와 현장 사이 괴리가 발생한다"며 “실제 필요한 대상에게 지원이 닿도록 기준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비용 부담도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공업체 등에 따르면 노후 주택에 옥외계단을 신설하려면 최소 400만원에서, 구조 보강이나 장비 진입이 어려운 경우 최대 2000만원 이상 비용이 발생한다. 특히 신림동과 같은 노후 주택 밀집 지역은 골목이 좁고 대지 여유가 부족해 계단 설치 자체가 쉽지 않다. 건폐율과 이격거리 제한 등으로 추가 구조물을 설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시공업체 관계자는 “설치 자체는 가능하더라도 인허가 과정에서 제약이 발생하는 사례가 많아 실제로 가능한 주택은 제한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중개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집을 팔기 위해 수백만~수천만원을 먼저 들여야 하는 구조"라며 “결국 자금 여력이 있는 집주인만 참여 가능한 '선별 구조'인데다가 돈이 있고 수해 피해를 입었어도 구조상 설치를 못하면 끝나는 게임"이라고 지적한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한발 물러선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준 적용과 완화 여부는 사업자가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현재 매입 구조가 '조건 충족형 선별 방식'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한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반지하 침수 주택 매입 정책에 대해 “현재 방식은 정책 설계 자체가 잘못돼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관악구·동작구처럼 상습 침수로 인명 피해까지 발생했던 지역은 개별 주택 단위가 아니라 '면 단위'로 접근해야 할 문제인데, 지금처럼 일부 주택만 선별 매입하는 방식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며 “정작 가장 시급하게 매입해야 할 지역과 주택이 우선적으로 반영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매입 기준이 실제 위험도나 피해 규모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정책 집행도 일관된 기준 없이 이뤄지면서 엇박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 문제는 SH나 LH만의 책임이 아니라 정책을 설계한 국토부와 서울시까지 포함한 구조적 한계"라고 짚었다. 또 “상습 침수 지역에 대해서는 매입 외에도 공공주택지구 지정이나 도시정비 등 복합적인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며 “현재처럼 개별 가구 중심 접근으로는 반복되는 재난 위험을 줄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SH 측은 추가 입장 자료를 통해 “공사에서 매도 신청인에게 '옥외계단 미설치'를 사유로 탈락했다고 공식 통보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통계 인용 내용은 주택매입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주거상향 및 매입임대 공급 실적에 관한 것"이라며 “사업 성격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가구 주택의 경우 반지하만 분리해 매입하는 지분 매입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며, 이는 SH뿐 아니라 LH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했다. 매입 기준과 관련해서는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매입을 거부하지는 않는다"며 “침수 이력, 기매입 주택과의 연접성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실제로 고지대에 위치한 건물도 매입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전 공고까지 서울시가 요청한 상습 침수 지역 6개 구역을 우선 매입한 결과, 관악구의 매입 비율은 이미 다른 지역 대비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재건축 전세’ 있다더니 가보면 없다…서울 외곽 매수하는 신혼부부들

전세 품귀현상이 심화되면서 신혼부부들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비교적 전세 매물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 외곽 재건축 대단지에 발품을 팔고 있다. 그러나 서울 외곽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아파트 현장을 본지가 실제로 찾은 결과 전세난은 해당지역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세 수요자들은 노도강 재건축 단지에 전세 매물을 찾아 발품을 팔아보지만 전세가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전세를 찾으러 왔다가 되려 매매를 결심하는 젊은 부부 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 대표단지가 도봉구에 위치한 창동 주공 3단지다. 이 단지는 1991년에 건축된 2856세대 대단지 아파트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서 도봉구 단지 중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 단지로 꼽힌다. 그러나 이런 인기는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1년여전만 해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집주인이 도배·장판 등 수리를 제안하던 노·도·강 일대 전세시장은 한해 만에 역전됐다. 과거 '임차인 우위시장'이었던 노·도·강 지역은 전세가 나오자마자 계약이 체결되고 집주인이 가격을 슬금슬금 올리는 '임대인 우위 시장'이 됐다. 창동 주공 3단지 인근 공인중개사 A씨는 “노·도·강 지역 집값이 들썩인다는 뉴스에 집을 내놓은 사람들이 가격을 조금씩 올리는 상황"이라며 “예전엔 시세에 따라 가격을 책정했지만 지금은 '아님말고'하는 마음으로 가격을 높이 부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24평형 기준 지난해 3월 전세가격은 2억5200만원이었으나 올해 3월 가격은 3억3000만원까지 올라 1년 새 약 8000만원 가량 상승했다. 1월부터 4월까지 창동 주공 3단지 아파트의 전세 신규 거래 비중 추이를 분석해보면 신규세입자가 들어갈 수 없는 전세 잠김 상태다. 2월까지는 신규전세 거래가 갱신보다 더 많았으나 3월부터는 신규거래보다 갱신거래가 더 많았다. 4월의 경우 13일 기준 신규 전세거래는 0건이었다. 월별 전세 갱신거래와 신규거래 및 그 비중을 살펴보면 1월 갱신거래 8건·신규거래 14건(63.6%), 2월 갱신거래 9건·신규거래 11건(55.0%), 3월 갱신거래 13건·신규거래 5건(27.7%), 4월 13일 기준 갱신거래 5건·신규거래 0건(0%)다. 전세 품귀현상은 전체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3월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72.41로 2021년 8월(177.04) 이후 최고치다. 지수가 100을 넘은 것은 전세 공급이 수요에 비해 부족하다는 의미다. 아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6건으로 전년(2만7939건) 대비 37% 감소했다. 구별로 보면 노원구 전세 매물은 182건으로 전년(1148건) 대비 84.2% 감소했다. 도봉구 전세 매물은 158건으로 전년(472건) 대비 66.6% 감소했다. 강북구 전세 매물은 54건으로 전년(254건) 대비 78.8% 감소했다. 서울 외곽을 중심으로 아파트 전세난이 심화됨에 따라 매매 가격도 오르는 모양새다. 그 배경엔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갭투자가 봉쇄되자 전세 매물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창동역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를 보러온 젊은 부부들이 전세가 없으니 매수로 시선을 돌리는 편"이라며 “3단지뿐만이 아니고 주변은 물론 노·도·강 전부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1~4월 창동 주공 3단지 아파트 매매계약 건수는 40건이다. 같은 기간 지난해 매매계약 건수는 23건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들과 주민들은 매매계약이 활발해진 이유로 GTX-C 사업 재개와 재건축 영향도 있다고 언급했다. GTX-C 노선 민자 구간은 공사비 인상 문제로 실착공이 이뤄지지 않았다. 사업 주관사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분을 반영해야 한다며 공사비 인상을 요구해왔지만 정부측과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대한상사중재원에 판단을 요청한 결과 정부는 총사업비 증액을 결정했다. 사업은 다시 본궤도에 올랐고 완공 시점은 당초 목표였던 2028년보다 3년 이상 늦은 2031년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창동 주공 3단지는 서울 강북 재건축 시장에서 대장주로 꼽힌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새로 구성되고 정식으로 재건축 준비추진위원회(추진위)가 출범되면서 사업 추진 기반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추진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신속 통합 자문 정비계획 입안 동의 접수를 받고 있고, 입안 동의는 30% 가량 진행된 상태다. 이는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사전 준비 단계다. 계획부터 시행, 완료까지는 15년 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수주가 곧 리스크”…8.7조 압구정·목동 재건축 대어도 ‘무혈입성’ 확산

서울 한강변 핵심 재건축 시장에서 '무혈입성'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과거 대형 건설사 간 수주전이 벌어지던 압구정에서도 단독 입찰이 이어지며, 경쟁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서울에서도 '되는 사업장'만 들어가는 선별 수주가 일반화됐다"며 “경쟁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경쟁할 유인이 사라진 시장"이라고 보고 있다. 14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0일 시공사 입찰을 마감한 주요 사업지의 결과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공사비 5조5000억원 규모의 압구정3구역은 현대건설 단독 참여로 유찰됐고, 목동6단지(약 1조2000억원) 역시 DL이앤씨 단독 응찰로 마감됐다. 반면 압구정5구역(1조4960억원)과 반포19·25차(4434억원)만 경쟁 입찰이 성사됐다. 총 8조7000억원 규모 '빅4' 사업지 가운데 절반만 경쟁이 붙은 셈이다. 특히 압구정 3구역(5.5조 원)과 목동 6단지(평당 950만 원)가 보여준 결과는 시장에 충격을 더하고 있다. 단일 사업비로는 역대 최대 수준이거나, 강남권에 육박하는 높은 공사비를 제안했음에도 건설사들이 본입찰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공사비 산정의 문제가 아니라,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정치·구조적 불확실성'이 수익성을 압도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이 같은 흐름은 제도적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현행 도시정비사업 체계에서는 입찰 참여 업체가 2곳 미만일 경우 유찰되며, 두 차례 유찰 시 조합은 단독 응찰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경쟁이 성사되지 않으면 특정 건설사가 사실상 시공권을 확보하는 구조다. 압구정3구역 역시 재입찰에서도 경쟁사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단독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목동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나타났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14개 단지 가운데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목동6단지는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단독 응찰로 유찰됐다. 공사비는 1조2129억원(3.3㎡당 약 950만원), 입찰보증금은 700억원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2차 입찰에서도 경쟁이 형성되지 않을 경우 수의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경쟁이 붙지 않은 배경은 사업지별로 다르다. 압구정은 내부 구조에서 원인이 나온다. 특히 최대어인 압구정3구역은 구현대 각 차수와 대림빌라트, 상가가 혼재된 복합 단지로, 평형과 층수, 지분 체계가 제각각이다. 이로 인해 분담금과 권리가액, 상가 배분 등을 둘러싼 이해관계 충돌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3구역 한 조합원은 “단지 내 조건이 제각각이라 전체 조합원의 이해를 맞추는 설계 자체가 쉽지 않다"며 “평형이 단순했던 반포 1·2·4주구보다도 합의 과정이 훨씬 까다로운 구조"라고 말했다. 압구정 재건축 수주 구도는 이미 상당 부분 윤곽이 드러난 상태다. 2구역은 후속 인허가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현대건설이 지난해 9월 선점했고, 최대 사업지인 3구역 역시 단독 입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삼성물산이 책임준공 확약서를 제시한 4구역도 사실상 단독 구도가 굳어지는 분위기다. 결국 현재 압구정에서는 5구역만이 유일하게 경쟁 입찰이 성사된 상태다. 다만 이마저도 과거와 같은 과열 양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건설사들의 '선택과 집중' 전략 속에 전반적으로 '저강도 수주전' 기조가 이어지고 있으며, 각 구역 시공사는 오는 5월 총회를 통해 순차적으로 확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목동6단지의 단독 입찰은 압구정과는 다른 맥락으로 해석된다. 목동 재건축은 14개 단지, 약 30조원 규모로 사업이 순차 추진되는 만큼 대형 건설사들이 초기 단지에서 무리하게 경쟁하기보다 전체 물량을 고려한 전략적 접근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목동은 구조적 문제라기보다 경쟁을 아낀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목동 재건축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수주 경쟁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삼성물산, DL이앤씨, 현대건설, GS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은 전담 조직을 꾸리고 영업 인력을 재배치하며 14개 단지(약 4만7000가구) 시공권 확보에 나선 상태다. 다만 단지별 입찰 일정이 분산된 데다 공사비 부담이 큰 만큼, 과거와 같은 전면적 출혈 경쟁보다는 선별 수주 전략이 우세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첫 입찰에 나선 목동6단지는 단독 응찰로 유찰되며 이러한 흐름을 보여줬고, 향후에는 일부 핵심 단지를 중심으로 제한적인 경쟁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목동은 전체 사업 규모가 큰 만큼 모든 단지에 동시에 뛰어들기보다, 상징성과 수익성이 확보된 곳을 중심으로 선점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일부 사업장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정비사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실제로 올해 주요 정비사업장에서 대형 건설사 간 경쟁은 극히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부산 사직4구역, 송파한양2차, 금호21구역 등도 단독 입찰로 시공권이 확정됐다. 최근 대치쌍용1차 재건축과 신길역세권 재개발 등 주요 사업장도 모두 단독 입찰을 통해 시공사가 선정됐다. 건설사들의 태도 변화도 뚜렷한 셈이다. 공사비 상승과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수주 자체가 고위험 사업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비 대출과 입찰보증금 등 초기 비용만 수백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분양가 규제까지 겹치며 수익성 예측이 어려워졌다. 업계에서는 “단가가 높아도 갈등이 많은 사업지는 결국 지연 비용과 금융비용으로 수익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요즘은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아예 참여하지 않는다"며 “과거처럼 브랜드 홍보를 위한 출혈 수주는 사실상 사라졌다"고 말했다. 결국 현재 압구정 재건축 시장은 '속도 경쟁'이 아니라 '선점 경쟁' 국면으로 전환됐다는 평가다. 사업을 먼저 확정짓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전략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정치 일정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압구정3·4·5구역을 비롯한 주요 재건축 조합들은 6월 지방선거 이전 시공사 선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선거 이후 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을 고려해, 현재 환경에서 사업을 확정하려는 움직임"이라며 “시공사를 먼저 정해두면 이후 인허가 과정에서도 안정적으로 사업을 끌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지금은 공사비보다 정책 리스크를 더 크게 보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김병헌의 체인지] 이재명 대통령, 규제의 덫을 깨고 구조를 겨냥하다

지난 9일 이재명 대통령이 1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한 규제 관련 발언은 단순한 정책 비판을 넘어, 한국 경제정책의 뿌리 깊은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특히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며 만든 법이 오히려 비정규직을 내쫓는다"는 지적은 직설적이면서도 본질을 꿰뚫는다. 규제의 취지는 선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흘렀다는 애기였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정책 실패의 대표적 전형이다.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제도를 작동시키는 구조에 있다는 생각이다. 비정규직 보호법의 '2년 제한'은 애초 남용을 막기 위한 장치였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1년 11개월짜리 계약이 반복되는 기형적 관행을 낳았다. 고용 안정은 커녕 불안정만 키운 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기간제 근로자는 480만 명을 넘어섰고, 제도 도입 당시보다 오히려 크게 늘었다. 보호를 위한 규제가 시장의 회피 전략을 자극한 대표적 사례다. 정책이 현실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이 같은 역설은 노동시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부동산 정책 역시 비슷한 궤적을 그렸다. 투기 억제를 위해 강화된 각종 규제는 시장을 잠재우기보다 풍선효과를 낳았다. 특정 지역을 묶으면 자본은 다른 곳으로 이동했고, 대출을 막으면 현금 부자 중심의 시장으로 재편됐다. 한국은행과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규제가 집중된 시기에도 주택 가격 변동성은 오히려 확대되는 경향을 보였다. 규제가 시장을 통제하기보다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기업 정책에서도 구조의 문제는 반복된다. 한때 기업의 비업무용 토지를 억제하기 위해 도입됐던 중과세 제도는 과도한 부담으로 투자 위축을 초래했고, 결국 외환위기 이후 대부분 폐지됐다. 그러나 규제가 사라지자 이번에는 반대로 자본이 생산이 아닌 토지에 묶이는 현상이 나타났다. 2024년 기준 기업 보유 비업무용 토지가 여의도 면적의 수백 배에 달한다는 통계는, 규제의 유무가 아니라 설계와 운용 구조가 핵심임을 보여준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주목되는 이유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때문이다. 그는 규제의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이념이 아니라 진영논리를 넘어선 실용"을 강조한다. 과거 여러 국가 지도자들이 위기 국면에서 선택했던 접근과 닮아 있다. 예컨대 독일의 노동개혁인 '하르츠 개혁'은 2000년대 초 실업률이 10%를 넘나들던 상황에서 도입돼, 구직활동 의무 강화와 유연 고용을 결합하면서도 직업훈련과 복지 지원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바꿨다. 그 결과 독일 연방노동청 통계에서 실업률은 이후 5% 안팎으로 안정됐다. 영국 역시 대처 정부 시절 국영기업 민영화와 규제 완화를 추진하면서 경쟁을 촉진하되, 금융·서비스 산업으로의 구조 전환을 동시에 이끌었다.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라 산업과 고용 구조를 함께 재설계한 것이다. 정책의 성패는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작동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이해관계에 묶인 입법, 현장을 반영하지 못하는 행정, 그리고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자문 구조가 반복된다면 어떤 정책도 실패를 피하기 어렵다. 이 지점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과거에도 의미 있는 담론을 제시했지만,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는 약했다. 이제는 단순 자문을 넘어, 정책 설계와 실행을 잇는 플랫폼으로 기능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방향 전환의 신호탄일 수 있다. 규제를 없애거나 강화하는 이분법을 넘어, 시장과 제도의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설계하겠다는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속도다. 구조를 바꾸는 개혁은 늦어질수록 저항이 커지고 효과는 반감된다. 정책 실패는 더 이상 제도의 탓으로 돌릴 수 없다. 이미 수많은 사례가 보여주듯, 문제는 구조에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정답이 아니라 작동하는 해법이다. 국민경제자문회의가 그 나침반이 될 수 있을지, 그리고 대통령의 실용주의가 실제 변화로 이어질지, 그 시험대가 시작됐다. 결국 남은 것은 실행이다. 선언이 아니라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정책이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로 이어질 때 비로소 신뢰는 회복된다. 지금은 방향보다 실행의 시간이다.

포항 영일만 분산에너지특화 본격화…GS건설, 글로벌 협력으로 ‘돌파구’

지역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지역에서 소비하게 하겠다는 경북 포항 영일만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사업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GS건설과 미국 아모지(AMOGY)사가 합작투자(JV) 계약 체결하면서 암모니아를 통한 분산발전사업 추진 기반을 마련했다. 경상북도도 특화지역 사업 지원을 위해 공모 사업에 지원해 49억원 규모 국비 확보도 진행한다. 14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GS건설은 암모니아를 수소로 전환하는 기술을 가진 미국 스타트업인 아모지와 최근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이번 합작투자 계약을 계기로 별도 합작투자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아모지는 암모니아를 수소로 전환하는 기술을 제공하고, GS건설은 국내외 플랜트 EPC(설계·조달·시공) 시공 경험을 제공한다. 이번 합작투자 계약을 통해 두 회사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다. 자금 분담을 통해 리스크는 각 회사가 투자한 지분만큼으로 제한된다. 또 각자 전문 분야가 맞물려 기술적 결함으로 인한 중단 등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분산 에너지는 장거리 송전망을 통한 중앙집중형 전력 체계에서 비롯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등장했다. 님비(NIMBY)시설로 취급되는 송전망 대신, 지역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해 지역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2024년 6월 분산에너지 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정부는 지난해 말 지산지소형 분산에너지시스템 활성화를 위해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7곳을 선정했다. 포항시는 특화지역에 최종 선정됐다. 경상북도 포항시를 포함해 선정된 지자체 7곳은 △제주도 △부산광역시 △경기도 △경상북도 △울산광역시 △충청남도 △전라남도다. 각 지역은 실증 목표에 따라 신산업 활성화형(제주·부산·경기·경북)과 수요 유치형(울산·충남·전남)으로 나뉜다. 신산업 활성화형은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실증하고 시장에 안착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수요 유치형은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을 지역으로 유치하고는 것이 목적이다. 포항시는 신산업 활성화형 특화지역이다. 영일만 산업단지 내 2차 전지 기업에 암모니아를 활용한 수소엔진 발전으로 생산한 무탄소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을 실증하는 것이 목적이다. GS건설 관계자는 “그린 암모니아를 이용한 무탄소 전력 분산발전은 복잡한 설비 없이 좁은 부지에서도 발전이 가능해 경제성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분산사업자는 GS건설·아모지·HD현대인프라코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추진한다. 이 과정에서 HD현대인프라코어는 암모니아에서 전환된 수소를 받아 수소엔진발전기를 생산하는 역할을 맡는다. 컨소시엄은 그린 암모니아를 연료로 전기를 생산하는 1MW 급 발전 플랜트 실증사업을 경상북도·포항시와 함께 올해 착공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정책환경도 사업 추진과 맞물린다. 올해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시행돼 EU에 수출된 제품은 제품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 추정치에 세금이 부과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암모니아 발전이 무탄소 전력이라는 점에서 에코프로·포스코퓨처엠 같은 2차 전지 기업들의 수출 장벽 해소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2035년 온실가스감축목표 달성을 앞당긴다는 점에서도 유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경상북도는 특화지역 기반 조성을 지원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해 구체화하고 있다. 경상북도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지원사업인 분산에너지 특화 지원 공모에 지원해 국비 확보에 나선다. 올해 정부 지원금 중 경상북도가 공모 사업에 선정될 때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은 49억원이다. 경상북도 관계자는 “경상북도는 신산업 활성화형 특화지역이므로 사업자인 GS건설이 주관기관으로 참여하는 컨소시엄이 신청 자격을 갖는다"며 “24일까지 사업 공모에 신청해 평가위원회를 거친 최종 선정은 5월로 예정돼있다"고 설명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반포 ‘격돌’·압구정 ‘유찰’…서울 재건축 ‘선별 수주’ 시대

서울 핵심 정비사업지인 반포·압구정·목동 일대 재건축 시공사 입찰이 일제히 마감되며 대형 건설사 간 '수주 대전'이 본격화됐다. 특히 서초구 신반포 19·25차 통합 재건축이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의 2파전으로 압축되면서, 서울 재건축 시장이 다시 한 번 경쟁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마감된 신반포 19·25차 통합 재건축 시공사 입찰에는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가 나란히 응찰하며 경쟁 구도가 성립됐다. 이 사업은 신반포 19·25차를 비롯해 잠원CJ빌리지, 한신진일빌라트를 통합해 지하 4층~지상 49층, 총 614가구 규모로 조성되는 프로젝트다. 공사비는 약 4434억원 수준이다. 규모 자체는 초대형 사업에 비해 크지 않지만, 한강변 입지와 3호선 잠원역 접근성, 반포 생활권이라는 희소성이 결합된 '알짜 사업지'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단순 단지 수주를 넘어 반포 권역 내 브랜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교두보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상징성과 파급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수주전의 핵심은 '브랜드 타운' 구축을 둘러싼 전략 경쟁이다. 삼성물산은 이미 반포 일대에서 '래미안신반포팰리스', '래미안신반포리오센트', '래미안 헤리븐 반포(신반포4차 재건축)' 등 다수 시공 실적을 확보한 상태로, 신반포 19·25차까지 수주할 경우 일대를 하나의 '래미안 타운'으로 완성할 수 있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개별 단지의 상품성 경쟁을 넘어 동일 브랜드가 집적된 대규모 주거벨트를 형성함으로써 자산가치와 브랜드 프리미엄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설계 측면에서도 차별화를 시도했다. 삼성물산은 글로벌 건축설계 그룹 SMDP와 협업해 한강변 입지의 장점을 극대화한 대안 설계를 제안했다. 단지 외관은 한강 조망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설계하고, 세대 내부 역시 채광과 개방감을 높인 특화 평면을 적용해 하이엔드 주거상품으로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기존 래미안 단지들과의 연계성을 고려한 통합적 도시경관과 스카이라인 형성을 통해 '브랜드 도시'로서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 담겼다. 여기에 더해 삼성물산은 업계 최고 수준인 AA+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한 재무 안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규모 정비사업에서 사업비 조달 능력과 공사 안정성은 시공사 선택의 핵심 변수인 만큼, 금융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사업을 중단 없이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을 부각시키며 조합원 신뢰 확보에 나선 모습이다. 결국 삼성물산의 제안은 '브랜드 집적 효과'와 '설계 경쟁력', '재무 안정성'을 결합해 반포 일대의 장기적 가치 상승을 담보하겠다는 전략으로 요약된다. 포스코이앤씨는 단순 시공을 넘어 '브랜드 확장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단지명으로 제안한 '더 반포 오티에르(THE BANPO HAUTERRE)'는 기존 신반포 21차(오티에르 반포), 18차(오티에르 신반포)와의 연계를 전제로 한 것으로, 반포 일대를 하나의 하이엔드 주거권으로 묶는 '오티에르 벨트' 구축이 핵심 구상이다. 개별 단지 수주를 넘어 권역 단위 브랜드 지배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향후 추가 정비사업 수주까지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된다. 사업 조건 측면에서는 '021 프로젝트'를 전면에 내걸었다. '제로(0)'는 조합원 분담금을 최소화하는 수준을 넘어 사실상 '분담금 제로'를 지향하는 구조를 의미하며, '2'는 후분양을 통한 일반분양 수익 극대화, '1'은 안정적인 사업비 조달을 뜻한다. 후분양을 통해 시세를 반영한 분양가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조합원 부담을 낮추는 구조를 제시하는 한편, 사업비 조달과 공사비 상승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금융 조건을 함께 제안해 안정성을 강조했다. 같은 날 입찰을 마감한 압구정과 목동 일대에서는 경쟁과 유찰이 동시에 나타나며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 기조가 더욱 뚜렷해졌다. 공사비 약 1조4960억원 규모의 압구정 5구역에는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나란히 응찰하며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압구정 재건축 가운데 사실상 유일하게 경쟁 입찰이 성사된 사업지로, 입지 상징성과 향후 권역 장악력을 고려할 때 전략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현대건설은 압구정2구역 수주에 이어 3구역 단독 입찰까지 진행 중인 상황에서 5구역까지 확보할 경우 '압구정 현대 브랜드 타운' 완성을 통한 지배력 강화가 가능하다. 반면 DL이앤씨는 '아크로(ACRO)' 브랜드 희소성과 글로벌 설계 협업을 통한 초고층 설계 경쟁력을 내세워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다만 입찰 서류 검토 과정에서 불법 촬영 논란이 불거지며 향후 일정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압구정 최대 사업지인 3구역과 목동 6단지는 단독 입찰로 유찰됐다. 압구정 3구역은 공사비 5조561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으로, 현대건설이 단독 응찰하며 경쟁이 성립되지 않았다. 사업 규모에 따른 금융 부담과 리스크 관리 필요성이 크게 작용하면서 타 건설사들이 참여를 유보한 결과로 풀이된다. 현행 규정상 두 차례 유찰 시 수의계약이 가능해 현대건설의 단독 수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목동 6단지 역시 DL이앤씨 단독 참여로 유찰됐다. 이 사업은 최고 49층, 2000가구 이상 규모로 재건축되는 대형 프로젝트로, 목동 재건축의 첫 시공사 선정 사례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다만 공사비 부담과 사업성 검토, 그리고 압구정·반포 등 핵심 사업지와 일정이 겹치면서 경쟁 입찰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서울 핵심 입지에서도 경쟁과 유찰이 엇갈리는 배경에는 건설사들의 전략 변화가 자리한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금융 비용 부담, 대규모 입찰보증금 등으로 수주 경쟁 자체가 리스크로 작용하면서, 수익성과 상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사업장에만 선택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서울 정비사업이 이른바 '슈퍼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압구정, 목동, 성수 등 주요 사업지를 합치면 공사비 규모만 약 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이 같은 물량 확대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같은 출혈 경쟁 대신 '될 만한 곳에 집중하는 선별 수주'가 시장의 기본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여기에 정치 일정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오는 6월 지방선거 이후 정비사업 정책 기조가 변화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조합들이 시공사 선정 등 주요 절차를 서두르는 분위기다. 실제 주요 사업장의 시공사 선정 총회는 대부분 5월 말로 예정돼 있어 단기간 내 결과가 가려질 전망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수익성과 리스크를 동시에 고려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5월 말 시공사 선정 결과가 향후 서울 정비사업 시장의 주도권과 브랜드 지형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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