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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철도·항만 등 K-건설에 글로벌 ‘러브콜’ 쇄도”

글로벌 건설 성장세가 지난해에 비해 둔화된 가운데 에너지와 인프라 분야는 여전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민관협력(PPP) 프로젝트도 확대되는 추세로, 해외 각국에서 철도·항만·항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건설업체들의 참여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가 주최하는 글로벌 인프라 협력 콘퍼런스(GICC) 2025가 16일 서울 웨스틴 파르나스에서 개막했다. GICC는 전 세계 90개국의 장·차관과 발주처 CEO 등 해외 인프라 핵심 인사들을 초청해 프로젝트 상담 및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행사다. 올해는 30개국에서 장·차관·CEO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개막식에서 에드워드 프란시스 알렉산더 제임스 글로벌데이터 부사장은 “지난해 글로벌 건설 생산 증가율은 약 3%로 비교적 견조했으나, 여러 불확실성으로 인해 올해는 2.3% 수준으로 전년 대비 둔화될 것"이라고 글로벌 건설 동향을 소개했다. 주요 원인으로는 유럽·중동 분쟁 등 지정학적 요인이 공급망에 타격을 주고 투자자 심리를 위축시킨 점이 지목됐다.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로 일부 시장 비용이 50% 이상 증가한 것과 고금리에 따른 주택 수요 위축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그는 “에너지·유틸리티 분야는 연 5% 이상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항만·도로 등 주요 인프라도 견고한 성장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와 투자자들이 디지털 안보, 에너지 전환, 공급망 강화 등 장기적 자산과 미래 대비에 집중하는 것이 현재 건설 시장의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주택 시장은 구조적 변화로 인해 4년 연속 위축세를 보이며 1%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인프라와 에너지·유틸리티 분야에는 정부 투자가 지속되며 건설 시장이 단순한 위축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조정기에 접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PPP 프로젝트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 진단이다. PPP는 기존 EPC(설계·조달·시공)와 달리 민간이 정부와 협력해 공공 건설 사업에 직접 투자하고, 준공 후 일정 기간 운영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구조를 뜻한다. 특히 구축이 필요한 인프라 대비 재정의 제약이 큰 개발도상국에서 사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이날 참석한 해외 각국의 인프라 관련 장·차관들도 도로·철도·항만 분야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의 PPP 프로젝트 참여 확대를 독려했다. 세사르 카를로스 산도발 포조 페루 교통통신부 장관은 “3·4호선 도로 건설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며 “한국은 우수한 기술력과 물류 발전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페루 철도개발계획 등에서 중요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도로망 건설 및 재건 프로젝트, 찬카이 항만과 육지 통로 개설 등 사업을 함께 소개하며 일부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이 이미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귀띔했다. 고빈드라나트 건네스 모리셔스 인프라부 장관도 “북부와 서부를 연결하는 도로 인프라 프로젝트 진행 예정으로 정부청사도 새로 건립할 계획이다"라며 투자와 사업 참여를 요청했다. 아짐 이브로힘 타지키스탄 교통부 장관 역시 “국경 연결 철도 건설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중국에서 이란까지 이어지는 철도망의 일부로 수도 지하철 연결도 구상하고 있다"고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김복환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사장은 “글로벌 인프라 투자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재정 부족으로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재정 격차가 커질수록 PPP 모델의 중요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같은 맥락에서 KIND는 인프라와 세계 도시 사업을 확대하고, 특히 금융 역량을 높이며 스마트시티 기술로 맞춤형 솔루션을 공유하겠다"며 “SMR이나 자율주행 인프라 등 신산업 투자도 병행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은 “올해 GICC를 통해 해외 인프라 시장에서 주요 국가들과 긴밀한 협력을 강화하고, 우수한 역량을 가진 우리 기업을 널리 알려 해외 발주처의 새로운 사업 정보를 확보하겠다"며 “올해 500억 달러 수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서울·수도권 오름폭 줄었어도…송파·용산은 1% 넘게 뛰었다

서울 및 수도권 매매가격지수가 상승세를 보였으나, 전달 대비 상승폭은 다소 줄었다. 전세가격지수 역시 오름폭이 축소됐지만, 월세 가격은 소폭 상승했다. 다만 송파구와 용산구 등 '노른자위' 단지는 매매 기준 1%가 넘는 가격 상승률을 기록했다. 15일 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 전국 매매가격지수는 0.06%로 전월(0.12%) 대비 상승폭이 꺾였다. 서울(0.75%→0.45%)과 수도권(0.33%→0.17%) 모두 오름폭이 줄어든 영향이다. 다만 지방(-0.08%→-0.05%)은 하락폭이 다소 줄었다. 구체적으로, 서울 강북 지역에서는 용산구(1.06%)가 도원·이태원동 주요 단지 위주로, 성동구(0.96%)는 금호·성수동 위주로, 마포구(0.59%)도 염리·대흥동 대단지 위주로 오름세를 보였다. 광진구(0.52%)는 구의·자양동 학군지 위주로, 중구(0.33%)도 신당·황학동 위주로 상승했다. 강남 지역은 송파구(1.20%)가 신천·잠실동 재건축 추진 단지 위주로, 서초구(0.61%)도 반포·잠원동 주요 단지 위주로, 동작구(0.56%)는 흑석·대방동 위주로 올랐다. 영등포구(0.54%)가 당산·도림동 중소형 단지 위주로, 강남구(0.54%)는 개포·일원동 위주로 상승했다. 아울러 수도권에서는 경기가 0.05% 상승하며 성남 분당구, 과천시, 안양 동안구 위주로 오름세를 나타냈다. 인천(-0.08%)은 서·연수·계양구 위주로 하락했다. 이어 5대 광역시(-0.15%→-0.08%)는 하락폭이 다소 줄었다.세종(0.04%→0.15%)은 상승세였다. 8개 도(-0.03%→-0.04%)는 하락폭이 소폭 커졌다. 대구(-0.19%)가 달서구 중대형 단지와 북구 구축 위주로, 제주(-0.14%)는 미분양 적체로 서귀포시 위주로 하락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한국부동산원은 “서울·수도권 소재 신축·재건축 예정 단지 등 선호 단지는 매수 문의가 꾸준히 이어졌으나, 그 외 단지는 관망세를 보였다"며 “외곽·노후 단지는 수요 감소로 한산했지만, 재건축 추진 단지와 역세권·신축 단지 등은 매수 문의가 집중되며 혼조세 속 전국은 전월 대비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세가격지수는 전국 0.04%로 상승했다. 서울(0.24%→0.21%)과 수도권(0.11%→0.08%)은 상승세를 유지했으나 전월 대비 상승폭은 줄었다. 지방(-0.03%→0.00%)은 보합 전환됐다. 5대 광역시(-0.01%→0.04%), 8개 도(-0.04%→-0.04%), 세종(0.17%→0.31%)는 모두 상승세였다. 전국 주택종합 월세가격은 0.10% 상승했다. 서울(0.23%→0.24%)은 소폭 올랐고, 수도권(0.15%)은 변동이 없었다. 지방(0.03%→0.06%)은 상승했다. 5대 광역시(0.03%→0.05%), 8개 도(0.03%→0.07%), 세종(0.02%→0.14%)도 소폭 오름세를 기록했다. 부동산원은 “전·월세는 지역·단지별로 차별화된 흐름을 보인다"면서도 “신축, 역세권, 학군지 등 정주여건이 양호한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다가오는 인구 절벽…“계속 올라 vs 한계 직면” 엇갈리는 집값 전망

저출산·초고령화 사회를 맞아 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주택 수요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축소론자들은 수요가 감소될 것으로 본다. 또 장기적으로 투기성 수요가 억제될 경우 향후 공급량도 따라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건설업계 등 지속론자들은 1~2인 가구의 급증과 외국인 투자 유입 등을 고려하면 실수요가 오히려 확대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00년 1.48명에서 2023년 0.72명으로 약 20년간 절반 이하로 급락했다. 지난해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전체의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부동산 축소론자들은 이같은 인구 구조 변화가 은퇴계층의 소득 감소와 주택 매입의 핵심 연령층 위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총가구 수 감소에 그치지 않고 주택시장 구조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것이라는 진단이다. 지난해 통계청은 총가구 수가 2041년 2437만2000가구로 정점을 찍은 뒤 2052년에는 2327만7000가구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특히 2030년부터는 경제활동인구가 본격적인 감소세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저출생 추세가 이어질 경우 15~64세 인구는 162만 명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187만 명 이상 증가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33년이면 장년·고령층 비중이 전체 인구의 절반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요인은 국내총생산(GDP) 하락 우려를 높이는 동시에, 1~2인 가구의 임대주택 선호로 매입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게 축소론자들의 진단이다. 고령 가구의 자산 처분은 공급 과잉을 촉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로 인해 현재 인구 유입이 활발한 서울과 수도권 시장조차 장기적으로 수요 감소와 공급 축소를 겪게 될 거라는 얘기다. 대표적 '축소론자'인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수요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져야 한다. 주택 공급난은 수요 증가로 인한 절대적인 공급량 부족 때문이 아니라, 다주택자 등 투자 수요가 몰려 나타난 결과"라며 “인구가 급격히 늘던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향후 공급량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반면 새집에 대한 실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확대론자'들도 여전히 많다. 주택 수요는 인구가 아닌 가구 단위로 봐야 하는데, 1·2인 가구가 계속 늘어나므로 수요도 계속 증가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중은 2022년 34.1%에서 2052년 41.3%로 높아질 전망이다. 30년 뒤에는 전국 모든 시·도에서 1인 가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돼, 주택 수요도 따라서 늘어난다는 것이다. 외국인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확대론의 근거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3년 9월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268만9000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5.2%를 차지한다. 앞으로도 청년 인력 감소로 인해 외국인들의 숫자가 계속 늘어날 수 있다. 외국인 투자 수요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서울 주요 지역 30평대 아파트의 평균 거래금액은 약 30억원에 육박한다. 수도권이나 지방과 비교했을 때는 가격이 높은 편이나 런던이나 뉴욕의 고급 주택보다는 저렴하다. 서울의 주택값이 계속 오른다는 '불패 신화'도 투자 매력도를 높이고 있다. 한편으론 주택 수요는 다소 감소하겠지만 강남, 마용성 등 서울 핵심지 집값은 떨어지지 않고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절충론도 있다. 대신 1~2인 가구가 증가하는 만큼 소형, 임대 주택 수요가 늘어날 것이므로 작은 집을 많이 짓는 등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제3차 장기(2023~2032) 주거종합계획 수립연구'에 따르면 60㎡ 이하 주택 수요는 2023년 37.3%에서 2032년 40.2%로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85㎡ 초과 주택은 같은 기간 19.2%에서 17.7%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중형 주택(60~85㎡) 수요 역시 43.5%에서 42.1%로 소폭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청약시장에서도 소형 주택의 인기가 두드러지는 분위기다. 최근 리얼하우스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민간 아파트 분양에서 전용 59㎡ 1순위 평균 경쟁률은 19.2대 1로, 84㎡의 5.5대 1보다 세 배 이상 높았다. 주택산업연구원은 “고령화 심화와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주거지원 프로그램 확충, 빈집 정비, 분양 중심에서 보유·운영 중심으로의 전환 등 주택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9·7 대책에도 강남·마용성 다시 신고가…“공급 부족에 매수세 꿈틀”

정부가 9·7 대규모 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서울 핵심지 집값은 여전히 강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27 대출 규제로 주춤했던 매수세가 최근 다시 회복됐다. 이에 최근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을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급 부족과 금융 규제의 한계로 '똘똘한 한 채'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적절한 대응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1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과 네이버 부동산 실거래가를 분석해 보니 9·7 대책 발표 후 불과 일주일 사이 강남과 마용성 일대에서 역대 최고가 거래가 속출했다. 마포구 아현동 '더클래시' 전용 59.5㎡(20층)는 9·7 대책 이후인 지난 10일 19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평형(6층)이 지난 5월 26일 18억9500만원에 팔린 것보다 8500만원 높다. 성동구 '래미안 하이리버' 전용 84.98㎡(2층)도 지난 10일 17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6월 25일 13층 동일 면적이 16억원에 거래된 뒤 불과 석 달 만에 1억4000만원 올랐다. 강남에서도 신고가가 이어졌다. 송파구 가락동 '가락쌍용2차' 전용 84.42㎡(16층)는 지난 11일 15억4000만원에 팔렸다. 지난 6월 26일 19층 동일 면적이 13억7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2억원 가까이 상승했다. 서울 지역 매수세도 꿈틀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7 규제가 적용된 지난주(9월 8일 기준) 서울 매매수급지수는 100.2로 7월 3주차(100.1) 이후 7주 만에 다시 기준선 100을 넘어섰다. 이 지수는 집을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을 때 100을 웃돈다. 6월 말 6·27 대출 규제 직후 104.2에서 하락해 7월 4주차 99.3까지 떨어졌던 지수가 한 달여만에 복귀됐다. 전문가들은 매수심리 반등의 가장 큰 배경으로 무엇보다 공급 부족을 꼽았다. 김지연 부동산R114 리서치팀 책임연구원은 “거래가 줄었는데도 수급지수가 100을 넘은 것은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방증"이라며 “서울의 당장 체감 가능한 신규 공급은 4000가구에 불과하다. 향후 입주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인식이 매수 심리를 되살렸다"고 분석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규제 이후 잠재 수요가 쌓이면서 거래량과 심리가 괴리된 상황"이라며 “공급대책은 발표 직후 바로 공급으로 이어질 수 없어 단기 시장 진정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금융 규제의 한계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은 “6·27 대출 규제는 단기적으로 구매력을 막지만 매수심리까지 꺾지는 못한다"며 “오히려 '규제가 더 강화되기 전에 사야 한다'는 조급함을 부추길 수 있다"고 했다. 김 책임연구원도 “금리나 총부채원리금상황비율(DSR) 규제가 강화돼도 장기적으로 서울 집값 상승 흐름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 핵심지 수요 쏠림은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는 “돈 있는 사람들은 강남·마용성을 반드시 사야 한다는 인식이 이미 굳어 있다"며 “8학군이 유지되는 한 강남 집값은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내년에 만약 종부세 인상으로 강남 매물이 나오면 오히려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한층 더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천덕꾸러기’ 새만금, RE100 메카로 키운다”

34년째 매립조차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오명을 안고 있는 새만금 간척지가 에너지 전환을 계기로 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에너지 소비량 대비 생산량을 200% 늘리는 국책 사업인 RE100(재생에너지 100%) 활성화의 선두에 서서 에너지·산업 신성장 거점으로 변모한다는 구상이다. 김의겸 새만금개발청장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만금을 국가 균형발전과 에너지 대전환의 중심지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새만금 활성화의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김 청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새만금이 첫 삽을 뜬 게 1991년이 흘렀다. 벌써 34년이 흘러 기다리다 못해 지치고 실망하고 있는 게 도민들의 마음이라고 알고 있다"며 “에너지 대전환 시대를 맞아 새만금도 새로운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재생에너지 메카로 세워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새만금청은 당초 6GW 규모로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했던 재생에너지 목표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김 청장은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리하는 농업용지 3000만 평 가운데 활용되지 않았거나 공항 인근 등 농업에 쓰기 어려운 부지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자고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에게 요청했다"고 말했다. 또, 새만금청은 첨단산업을 유치해 새만금 제1·2산업단지를 국내 최초 'RE100 특화 산업단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4차 산업혁명 중심지로 거듭나고자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해 2차전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기업을 유치한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새만금은 인근 군산에 화학산업 기반이 조성됐고 2022년 2차전지 특화단지로 지정됐다는 이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항만과 예정된 공항, 유리한 임대료 조건 등으로 입지 경쟁력이 높아 제2, 제3 산업단지 지정도 추진할 예정이다. 김 청장은 “2차전지와 전해질, 전고체 분야뿐 아니라 더 고도화해 셀·팩까지 생산할 수 있는 배터리 업체 및 관련 에너지 기업과 접촉해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중요한 건 RE100 산단 지정으로 지정된다는 목표로, 성사되면 첨단산업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김 청장은 “과거 분위기와 달리 미·중 갈등 경쟁으로 새만금도 2차전지와 관련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도 “반대로 미·중 갈등으로 생겨나는 틈새시장이 있어 이를 기회로 삼아 활로를 찾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물류 트라이포트의 핵심인 새만금 신공항 건설이 지난 11일 법원 1심 판결로 기본계획이 취소됐다는 점이다. 당초 국토교통부는 2029년 개항을 목표로 했으나, 법원 판결로 지연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이날 소식을 접한 김 청장은 “법원 판결 내용을 살펴보고, 그동안 해온 일을 어느 정도 선에서 조정할 수 있을지 국토부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기업 유입에 따른 정착 여건 마련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2028년 준공 계획인 새만금 스마트 수변도시는 총면적 6.25㎢, 계획인구 2만 명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올해 말에는 단독주택 용지와 근린생활용지 일부를 우선 분양한다. 김영일 새만금개발공사 사업계획처장은 “의료·교육 기반이 부족하면 도시 개발이 어려워, 대학과 협약을 맺고 건강검진센터와 병원 설립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2차전지 기업 다수가 중국 합작 법인으로, 국제학교 설립은 투자기업의 자녀 교육 수요를 충족시키는 방안이자 분양 성공에도 중요해 이를 반드시 성사하고자 한다"며 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새만금 2차전지 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 정부의 자원 안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새만금산업단지에서 만난 이재경 성일하이텍 부사장은 “우리나라는 원재료의 중국 의존도가 높고, 재활용 업체가 제조한 배터리 분말도 중국으로 유출되는 비중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보조금 정책으로 국내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돼 있다"며 “산업부와 기재부가 법인세 감면뿐 아니라 투자액에 대한 선제적 보조금 지급 등 세심한 성장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전북 숙원’ 동서횡단고속도로 새만금~전주 구간 11월 개통한다

전북의 숙원 사업인 새만금~포항 동서횡단고속도로의 새만금~전주 구간이 오는 11월 개통을 앞두고 있다. 도로 개통 시 소요 시간이 76분에서 33분으로 57% 줄어들어 연간 약 2018억원의 편익이 예상된다. 지난 11일 찾은 공사 현장은 대부분의 아스팔트 포장이 완료돼 일반 고속도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해당 사업은 김제시 진봉면에서 완주군 상관면까지 연결한다는 취지이다. △왕복 4차로 △설계속도 100km/h △총사업비 2조7424억 원 규모로 추진됐다. 개통 시 이동 거리는 기존 62.8㎞에서 55.1㎞로 12% 단축된다. 소요 시간도 76분에서 33분으로 57% 줄어들 예정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안희준 도로공사 1부장은 “현재 공정률이 97%로 개통 지연 사유가 없는 만큼, 11월 예정대로 안전하게 개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사업 기간이 2027년으로 잡힌 이유는 완주시에 하이패스 전용 IC 설치 공사가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안 부장은 덧붙였다. 해당 공사는 완주시 자체 예산으로 추진되면서 전체 사업 기간이 연장된 상태다. 구체적으로, 남광토건이 시공 중인 4공구(김제시 상동동~완주군 이서면 은교리, 10.4㎞)의 경우 공정률 97.5%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상준 남광토건 현장소장은 “전체 아스팔트 26만 톤 가운데 23만 톤이 시공을 마쳤고, 나머지 3만 톤도 9월 말까지 공사가 완료될 예정"이라며 “가드레일은 24㎞ 중 17㎞, 방음벽은 6.2㎞ 중 3.9㎞가 설치됐다"고 말했다. 이어 “표지판과 차선 도색도 10월 말까지 마무리해 11월 개통에 차질이 없다"고 강조했다. 새만금~전주 구간이 개통되면 동서횡단고속도로(298㎞) 미개통 구간은 대구~성주~무주(85㎞)만 남게 된다. 앞서 포항~대구(2004년), 익산~장수(2007년) 구간은 이미 개통된 바 있다. 전 구간이 연결되면 전주~포항 이동 시간이 150분으로 단축돼 현재보다 45분(23%)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연간 1509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 바 있다. 이로 인해 전북도는 대구~무주(85㎞) 구간을 포함한 고속도로·철도망·국도·국지도 건설 등 주요 SOC 사업을 국가계획에 반영하기 위한 작업에 최근 착수했다. 향후 예비타당성 조사를 조속히 통과시켜 공사에 빠르게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고급’ 아이콘 스카이브릿지…강남 재건축단지들 망설이는 이유는?

고급 아파트 단지의 대명사가 된 스카이브릿지 시설을 놓고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 의견의 분분하다. 스카이브릿지가 고급 아파트 단지로 인정받기 위한 보증수표로 떠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공사비 상승 및 개발 인허가 어려움 등으로 안 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13일 주택업계 등에 따르면 송파한양2차 조합은 최근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 설계안에서 스카이브릿지 시공을 제외했다. 다음 달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GS건설과 현대산업개발 등의 참여가 전망되는 가운데 조합이 스카이브릿지 시설을 짓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유는 스카이브릿지 설계가 인허가를 늦추고 있기 때문이었다. 최근 몇 년 간 서울시는 잠실 주공 5단지, 한남 4구역 등 주요 도시정비사업지들이 제출한 스카이브릿지 설계안을 우화감 조성 및 고도제한 규제 등을 이유로 반려시켜 사업 추진이 늦어지고 있었다. 결국 조합은 선제적으로 스카이브릿지 설계를 포기했다. 대신 조합은 스카이라운지 조성을 통해 스카이브릿지 시설을 상쇄하고, 중앙공원 등 조경 특화를 통해 커뮤니티 강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사업 추진에 장애가 될만한 요소는 과감히 들어내 재건축 사업에 가장 중요한 '속도'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형식'보다는 '실속'에 집중한 조합 행보에 대채적으로 내부에선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일부 조합원들은 스카이브릿지가 서울 강남 고급 단지를 대표하는 시설이 된 상황에서 아쉽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조합원은 “반포 원베일리나 잠실 르엘 등 강남 고급 단지를 대표하는 시설이 스카이브릿지인데 이를 포기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공사비는 어짜피 정해져 있는데 아직 시공사도 선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스카이브릿지 공사를 접기보다는 먼저 건설사와 시의 입장을 들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조합원은 “지자체로부터 스카이브릿지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아예 설계안이 반려되는 경우도 많고, 스카이브릿지를 넣어도 그 조건으로 커뮤니티 시설 개방 등 감수해야 될 것도 많다"며 “다른 시설을 더 강화하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스카이브릿지 시설을 둘러싼 또 다른 논란거리는 외부 공개 문제다. 앞서 2023년 8월 입주한 래미안 원베일리의 경우 스카이브릿지 시설을 넣는 대신 외부 공개를 조건부로 걸었다. 입주 후 주민들 사이에서 스카이브릿지 시설의 외부인 출입을 놓고 반대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외부 개방이 의무화 된 상황에서 현재도 원베일리 스카이브릿지는 외부인의 입장이 가능한 상황이다. 잠실 주공 5단지 재건축 시공 설계에서 스카이브릿지 시공이 빠진 것도 외부 공개를 할 바에 차라리 시설을 짓지 않겠다는 내부 의견이 우세했다는 후문이다. 래미안 원베일리 인근 한 부동산 공인중개소는 “원베일리가 스카이브릿지 시설을 인허가 받는 조건으로 외부에 공개하도록 했다"며 “당시엔 조합 내부에서도 반발이 심했지만, 생각보다 (원베일리 스카이브릿지) 이용하는 외부인이 얼마 없어 지금 와선 잘한 선택으로 칭찬받고 있다"고 전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현대건설, 새 먹거리로 ‘해외 전력 시장’ 개척 나서

현대건설이 기존 건설업 외 신사업 분야에서 집중할 새 일감으로 전력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현대건설은 해외 주요 국가에서 송변전 인프라를 구축해 전력 마켓을 선점하겠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12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송변전 사업 발굴을 위해 해외 시장 개척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현대건설은 호주 전력시장 진출을 위한 본격적인 채비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서울 계동 본사에서 양사 주요 경영진들이 참석한 가운데 호주 빅토리아주 최대 전력망 사업자인 오스넷(AusNet)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송변전 인프라 및 신재생에너지 관련 업무 협력을 공동 모색하기로 합의했다. 오스넷은 호주 빅토리아주(州)의 최대 에너지 네트워크 기업으로, 전기와 가스 그리고 송전 네트워크 관리를 통해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호주 시드니 지사를 설립하고, 남호주 주(州)정부와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및 주택 사업 분야 협력에 관한 포괄적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현지와 밀접하게 커뮤니케이션 가능한 전초기지를 마련하고 호주 및 주변 오세아니아 시장 진출을 위한 토대를 다져왔다. 현대건설은 1976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첫 송전선로 공사에 착수한 이래 약 50년간 전 세계 180건이 넘는 송변전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그 결과 현대건설은 미국 건설 전문지인 'ENR 2025 순위'에서 송변전 분야 10위를 차지했다. 국내 건설사 중에선 가장 높은 순위다. 현재 현대건설은 플랜트/뉴에너지 사업 부문 산하에 송변전 사업부를 놓고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해당 사업 부문엔 송변전 사업 외에도 석유화학, 가스처리, 원자력, 신재생 등 기존 건설업 외 현대건설의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책임지는 주요 사업부가 모여 있다. 특히 기존엔 현대건설의 해외 송변전 사업이 중동, 그 중에서도 사우디 지역에 치중돼 왔었지만, 이번 계기로 호주 등 신규 시장에 개척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송변전 산업은 데이터센터 등 미래 전력수요 확대에 따라 초고압 송전망 및 스마트 그리드구축이 가속화로 더욱 각광받는 분야"라며 “여기에 전력망 현대화와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한 필수 인프라로 송변전 인프라 구축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전환을 위한 대형 에너지 사업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호주의 대형 송변전 인프라 운영을 주도해온 오스넷의 노하우와 현대건설의 글로벌 경험과 기술력이 시너지를 낸다면 조만간 가시적인 사업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사퇴 압박 or 단순 질책’?…李대통령이 道公에 던진 돌 ‘일파만파’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한국도로공사를 강하게 비판하자 도공 안팎에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경기도 지사 시절 겪어 보니 도로 청소를 안 하고 말도 잘 안들었다는 '경험담' 성격이었지만 도로공사 사장이 하필 전 정권에서 임명된 함진규 전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일각에선 여당과 정부가 추진 중인 공기업 사장 임기를 대통령과 일치시키는 법안과 맞물려 함 사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14일 관가 취재를 종합하면 함 사장은 이 대통령의 공개적인 '질책'에도 불구하고 내년 2월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3년의 임기를 끝까지 채우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 당시인 2023년 2월 도로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함 사장은 지난 6월 정권이 바뀐 이후에도 여전히 도로공사를 이끌고 있다. 선거로 정권이 교체된 후 이전 정부에서 선임된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수장의 거취는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일부 인사들은 자진 사퇴하기도 했지만 임기를 채우기 위해 정부와 대립각에 서기도 했다. 국토교통부 산하 건설 관련 공기업과 기관 수장들도 상당수 윤석열 정부 당시 선임돼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자리를 지켰다. 새 정부 출범 시기부터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면서 현재까지 100일 동안 대출을 조인 6.27 대책과 주택공급에 주안점을 둔 9.7 대책이 연달아 발표됐을 정도로 임기 초부터 국토부와 산하 기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그러나 국토부 장관 인선이 늦어지고, 관련 공기업 리더십도 이전 정부에서 그대로 이어지면서 부동산 정책의 동력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김윤덕 국토부 장관 취임 후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자진 사퇴했다. 지난달 21일엔 한문희 코레일 사장이 경북 청도 철도 사고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이로써 현재 국토부 산하 4대 공기업 중 윤석열 정부가 선임한 사장이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은 도로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로 좁혀졌다. 특히 도로공사와 인국공 사장들은 앞서 이한준 LH 사장이나 한문희 코레일 사장과도 또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이한준 사장은 정부 산하 출연기관인 국토연구원 출신이고, 한문희 사장도 코레일에서 내부 승진한 케이스다. 나름 전문성을 인정받아 '낙하산' 소리를 듣지는 않았다. 반면 함진규 도로공사 사장과 이학재 인국공 사장은 현재 야당인 국민의힘 2선과 3선 출신의 중진 의원들이다. 전문성이 없는 당시 여당 소속 전직 의원들이 '자리 나눠갖기' 차원에서 공기업 수장에 앉게 된 셈이었다. 이런 와중에 이 대통령이 지난 9일 전국적으로 생중계 되는 국무회의 자리에서 고속도로 청소 미흡 사실을 거론했다. “도로공사가 죽어도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례적으로 강한 표현까지 써 가면서 도로공사를 작심 비판했다. 도로공사 안팎에선 그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가 나오고 있다. 단순 업무 비판이나 경험담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일각에선 함 사장을 향해 물러나라는 간접적 신호를 보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도로공사가 고속도로 관리라는 본연의 업무에 소홀히 한 데 대해 최고경영자인 함진규 사장이 사임 등 책임을 지라는 무언의 압박을 했다는 것이다. 함 사장이나 도로공사는 대통령의 '작심비판'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공사는 도로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함진규 사장도 임기까지 공사 사장으로서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대표 현장 행차에도…건설사 산재 안 끊기는 이유는

최근 건설사들이 신기술 적극 활용에 그치지 않고 대표들이 직접 현장을 찾아 안전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 사고는 여전히 끊이지 않는 모양새로, 안전 인력이 부족해 인재(人災) 사각지대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지하 공사 현장의 안전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인덕원-동탄 복선전철 12공구 현장을 대상으로 경영진 안전 점검을 실시했다. 점검에는 정경구 대표이사와 김영한 인프라본부장을 비롯한 임직원이 참여했다. 주요 점검 대상은 철도보호지구 내 차량기지 진입 선로 시공 구간의 터널 내부 작업 여건, 흙막이 가시설 상태 등이었다. 한화 건설부문은 외국인 근로자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지난 5일 한화포레나 천안아산역 공사현장에서 맞춤형 안전보건 교육을 실시했다. 외국인 안전문화 지도사가 전 현장을 대상으로 화상 교육도 진행했다. 또, ㈜한화 건설부문은 자체 HS2E 모바일 프로그램을 활용해 '근로자 안전신문고'를 운영 중이다. 안전모와 현수막에 QR코드를 부착해 근로자가 모국어(10개국 언어)로 위험 사항을 언제든지 접수할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롯데건설도 박현철 부회장 취임 이후 매월 전국 현장을 불시에 직접 방문해안전 점검을 시행하고 있다. 근로자 건강 상태 확인을 위한 '비접촉식 생체신호 측정 기술' 애플리케이션도 개발해 9월 중 전 현장에 적용할 예정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엄포를 놓은 만큼, 어느 업체든 대표를 비롯한 임원들이 회사에서 자리를 지키기보다 현장에 나가 안전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건설업에서는 여전히 사망자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달에만 벌써 네 곳의 건설현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9일 대우건설이 시공하는 경기도 시흥시 아파트 현장에서 50대 하청업체 근로자가 철제 계단에 부딪혀 숨졌다. 6일에는 롯데건설 경남 김해시 불암동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50대 근로자가 굴착기 버킷에 치여 사망했다. 지난 4일에도 대우건설 의 울산 LNG 터미널 현장에서 40대 근로자가 숨졌다. 건설업계는 고공 작업 등 업종 특성뿐 아니라 고령화로 인한 기저질환 증가, 외국인력 확충에 따른 소통 미비 등이 산업재해 발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업체별 현장 점검과 고용노동부의 불시 점검에도 불구하고, 소규모 현장은 안전 인력이 부족해 실효성이 반감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건설현장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일수록 관리 의지는 강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위에서 강조하는 수준으로 관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장 권한이 있기는 하나 전문성 있는 안전 인력이 부족한 인재(人災) 사각지대가 많다"고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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