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권력 없는 권력?”… KISO 허위매물 검증 ‘갑질’ 논란](http://www.ekn.kr/mnt/thum/202604/news-p.v1.20260407.c9d2125b587c45a7b3b5ea262e38acc2_T1.png)
공인중개업계 일각에서 민간 자율규제 기구인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의 허위매물 검증 방식을 둘러싼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정상 매물을 등록했음에도 사실 확인보다는 '허위매물 낙인'에 가까운 결론 유도형 조사가 이뤄지고, 그 과정에서 중개사의 영업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KISO는 해당 절차가 행정조사가 아닌 플랫폼 이용약관에 근거한 민간 자율규제이며, 허위매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검증이라고 맞서고 있다. 허위매물 근절이라는 공익적 명분과 민간기구의 실질적 제재 권한 사이에서 절차적 정당성과 균형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9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 A씨는 KISO의 허위매물 검증 과정에서 부당한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강남구의 한 하이엔드 오피스텔 매물을 네이버 부동산에 등록했다가 허위매물 신고를 당했다. 해당 매물은 분양대행사로부터 정식 의뢰를 받아 약 1년간 지속적으로 광고해온 물건이었지만, 이해관계자가 얽힌 신고 한 번으로 곧바로 검증 대상이 됐다는 게 A씨 측 설명이다. A씨에 따르면 이후 사무실을 찾은 KISO 클린관리센터 조사관은 사실관계를 차분히 확인하기보다 “왜 허위매물을 올렸느냐"는 식으로 몰아붙였고, 현장에서 즉시 의뢰인과 통화해 정상 매물임을 입증하라고 요구했다. A씨는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설명은 뒷전이고 허위매물임을 인정하라는 압박뿐이었다"며 “민간 단체임에도 관공서보다 더 무리한 요구를 했다"고 주장했다. 절차적 부당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A씨는 조사관이 사전 동의 없이 조사 내용을 녹취했고, 재방문을 약속하고도 예고 없이 나타나지 않는 등 행정적으로도 불성실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조사가 길어지자 네이버 매물 등록 협력업체를 통해 “경고 1회 수준으로 합의 보고 종결하자"는 취지의 제안까지 받았다고 했다. A씨는 “잘못이 없는데 왜 경고를 받아야 하느냐"며 “입증 책임은 전적으로 중개사에게만 지우고, 신고자는 뒤에 숨은 채 무분별하게 신고를 남발할 수 있는 구조 자체가 중개사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고 반발했다. 이 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KISO는 검증 절차의 법적 성격부터 다르다고 선을 긋고 있다. KISO는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사업자가 참여하는 민간 자율규제 기구로, 공정거래위원회 승인 아래 운영된다. 지난해 기준 허위매물 신고는 월평균 약 2800건, 연간 3만4528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하루 평균 100건 안팎의 신고를 처리하는 수준으로, 온라인 부동산 시장에서 일정한 감시·정화 기능을 수행하는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행정조사권이나 처벌 권한은 없고, 검증의 근거 역시 어디까지나 플랫폼 이용약관이라는 설명이다. 중개사는 매물 등록 과정에서 관련 약관에 동의하며, 검증 절차는 계약상 의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KISO 측은 “플랫폼 선택은 자율이며, 이용을 선택한 이상 약관에 따른 검증 절차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KISO 관계자는 “중개사가 매물을 등록할 때 자율 규제 절차에 이미 동의했으므로 이는 계약상 사실 확인 과정"이라며 “행정 처분과 달리 경고 제도는 플랫폼 이용 제한일 뿐 과태료나 법적 제재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된 '경고 1회 합의' 주장에 대해서도 KISO는 시스템상 연동된 참여사 등을 통해 절차가 안내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겼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현장 검증 일정이 어긋난 것 역시 다른 중개업소 확인 일정과 겹치며 발생한 실무상 혼선이라는 입장이다. 또 무단 녹취 의혹과 관련해서는 “내부 가이드라인상 허용되지 않는 행위이며, 민원이 제기될 경우 교육과 매뉴얼 준수를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KISO에 따르면 허위매물 검증은 이용자 신고 접수, 48시간 자율 시정, 유선 검증, 현장 검증의 순으로 이뤄진다. 초기 단계에서 상당수 매물이 자율적으로 정리되는 구조이며, 실제로 허위매물의 약 30~40%는 48시간 자율 시정 단계에서 해소된다고 한다. 유선 검증은 매물의 기본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이고, 여기서도 확인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현장 검증이 진행된다는 게 KISO 측 설명이다. 집주인이나 의뢰인과의 통화 연결 요청도 이 과정에서 실제 거래 가능 여부를 최종 확인하기 위한 통상 절차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 같은 단계적 절차가 실제로 제대로 작동하느냐를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중개업계에서는 유선 검증 없이 곧바로 판단이 내려지거나, 형식적 확인만으로 사실상 결론이 정해지는 사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현장 검증은 형식상 거부가 가능하지만, 이를 거부할 경우 약관 위반으로 간주돼 플랫폼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강제력이 있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제재는 과태료 같은 행정처분은 아니지만, 경고 누적 시 신규 매물 등록 제한 7일 또는 14일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중개업자 입장에서는 영업에 직접적인 타격이 된다는 것이다. 한 중개업자는 “매물 삭제 이상의 문제"라며 “경고가 누적되면 신뢰도 하락은 물론 신규 영업 기회 상실로 이어져 실질적 피해가 발생한다"고 토로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KISO 시스템이 '공권력 없는 권력'처럼 작동하며, 중개사를 잠재적 위반자로 전제한 채 사실상 사적 제재를 가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KISO는 오히려 자율규제가 중개업계를 보호하는 안전장치라고 주장한다. 관계자는 “허위매물을 방치해 국토교통부의 직접 조사를 받게 될 경우 500만원 이하 과태료 등 더 큰 행정 처분이 가능하다"며 “자율 규제는 일종의 사전 정화 장치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허위매물로 인해 이용자가 시간적·경제적 피해를 보는 만큼, 정직한 중개사들이 오히려 보호받을 수 있는 클린한 시장 환경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신고 시스템의 공정성에 대한 KISO 측 반론도 있다. KISO는 허위매물 신고가 단순 제보가 아니라 휴대폰 본인인증을 거친 실명 인증 기반으로만 이뤄진다고 설명한다. 신고 시에는 통화 기록, 메신저 대화 캡처, 중개업소 명함이나 간판 사진 등 구체적 증빙 자료 제출이 필수이며, 이를 바탕으로 1차 검증을 거친 뒤 중개사에게 소명 기회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신고 내용의 신뢰성이 현저히 낮을 경우 접수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 구조라고도 강조했다. 악의적 허위 신고를 막기 위한 장치도 있다는 게 KISO 측 입장이다. KISO에 따르면 특정인이 고의로 허위 신고를 남발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최소 14일에서 최대 6개월까지 신고권이 제한된다. 실제로 중개사가 허위 신고자를 상대로 경찰에 고소하는 사례도 있으며, 이 경우 압수수색 영장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사기관에 신고자 정보가 제공된다고 한다. KISO는 이를 근거로 시스템이 일방적인 '중개사 길들이기'가 아니라 이용자의 알 권리와 중개사의 영업권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한 상호 견제형 자율규제라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증빙이 있다고 해도 분양대행사, 시행사, 중개업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힌 시장에서는 신고 자체가 분쟁의 연장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핵심은 신고의 형식적 요건보다, 그 신고가 실제로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또 조사 과정에서 중개사에게 충분한 소명 기회와 절차적 보호가 보장되는지 여부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동호 디에이치엘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플랫폼 이용 과정에서 약관에 동의했다면 자율규제 절차 역시 계약상 수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사전에 고지된 프로세스에 따라 검증과 제재가 이뤄졌다면 이를 일률적으로 위법한 사적 제재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약관 동의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이 있었는지, 절차가 공정하게 진행됐는지는 별도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도 KISO의 법적 성격에 대해서는 공정위 승인 체계 아래 운영되는 민간 자율규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KISO는 공정위 표시광고법 제14조에 따라 설립된 자율심의기구로, 온라인 부동산 광고 자율규약 역시 공정위 승인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며 “실질적 관리·감독 권한은 공정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KISO의 현장 검증 역시 표시광고법과 자율규약에 따라 매물 클린관리센터를 두고 검증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다만 국토부는 개별적인 자율규제 과정까지 직접 통제하거나 개입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부는 자율시정 결과가 제대로 이행됐는지 인터넷광고재단을 통해 사후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지만, 조사 방식의 강제성이나 절차 위반 여부를 직접 컨트롤하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송파구 사례처럼 유선 통보 생략이나 강압적 조사 등 절차적 부당성 문제가 제기된 데 대해서는 “정상적인 프로세스라면 신고 접수 후 유선 검증을 거치고, 거기서도 소명이 안 될 때 현장 검증을 나가는 것이 맞다"며 “조사권 남용이나 권익 침해 여부는 공정위 측에 관련 사안을 전달해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KISO의 조사 방식 논란과 관련해 “KISO는 민간 자율규제 기구로, 법적 강제력을 수반한 단속권이나 사법적 권한을 보유한 기관은 아니다"라며 “자체적인 사실 확인 절차는 가능하더라도, 이를 공권력에 준하는 조사나 제재로 보는 것은 성격상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KISO가 공식적으로 규제하거나 제재할 수 있는 범위는 제한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약 현장에서 중개사가 주장하는 것처럼 강제 조사나 사실상의 제재가 이뤄졌다면 상당히 이례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사적 제재' 논란과 관련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협회 관계자는 “중개사가 주장하는 광고 제한 조치 등이 사실이라면 영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단순한 내부 절차로 볼 수 있을지 여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며 “현재로서는 상황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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