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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코인=1원 시대] 원화 스테이블코인, 은행업의 ‘게임체인저’ 될까

디지털자산 중심 결제 패러다임의 전환 조짐에 은행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제도화가 가시화되자, 금융권은 기회와 리스크를 동시에 점검하며 새로운 질서에 적응할 채비에 나섰다. 다만 견고한 기존 결제체계를 뒤흔들 수 있단 점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15일 정치권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을 비롯한 주요 시중은행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공동 발행을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준비에 나선 상태다. 컨소시엄은 오픈블록체인·DID협회 등과 협력해 자회사를 설립하고, 은행 공동 출자 방식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국회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고,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를 설립하는 내용을 포함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발의되는 등 급속한 전개가 이뤄진 게 배경이다. 은행권은 새 정부 집권 전부터 시범사업에 나서는 등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위한 기술적인 채비에 나서왔다. 일부 은행에선 '1원=1스테이블 코인' 구조로 실제 예금 기반 스테이블 코인 대출과 결제에 대한 실험 등을 실시 중이다. 예금을 토큰화해 결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테스트해보는 '프로젝트 한강'도 현재 진행 중인 예금토큰 실증사업 중 하나로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스테이블코인 발행 준비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즉시 사업에 진출할 수 있을 수준의 완성도 높은 내부적인 준비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은행권은 이번 법제화 움직임에 따라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즉각적인 시행에 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이미 시작된 전세계적이고 시대적인 흐름인데다 새 정부와 여당까지 '디지털자산'을 제도권 안으로 가져오려는 움직임이 강력해졌기에 해당 산업 진출 시기가 매우 앞당겨졌고, 현재는 뛰어드냐 마냐로 선택할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에선 우선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신사업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새로운 수익의 창구이기에 기회요인인 건 맞다"며 “원화기반 스테이블코인도 국내 시장에 자리잡으면 은행에서 담보대출에 활용하는 등 충분히 이용할 부분이 많아 긍정적 시각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화에 따라 코인을 은행권에서 직접 발행하고 운영하면 그로부터 수수료 등 각종 수익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은행은 특히 제도화 대응을 위해 기술·인프라 투자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블록체인 등 관련 기술 역량 강화부터 내부적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 리스크 관리 체계 마련 등 준비를 병행하고 있다. 다만 은행권 곳곳에선 우리나라에서의 첫 시도인 만큼 예측이 어려운 각종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어 점진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면 금융안정성을 뒤흔들 수 있다는 불안감도 적지 않다. 실제로 금융안정성 측면에서 은행권이 대비하지 못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는 점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무분별하게 허용했다가 대량 투매(코인런)가 발생할 경우 원화 지위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존에 중앙이 가졌던 통화주권이 한국은행(한은)이 아닌 민간으로 분산될 경우 통화와 관련된 일을 하는 은행도 큰 영향을 받을수 밖에 없다"며 “자본력을 비롯해 1금융권이 가지는 신뢰도가 있는데 기존 견고한 결제시스템을 가진 은행으로선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그 외에도 금융안정성에 혼동이 올 수 있고 민간의 무분별한 발행이 원화 지위도 흔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은행권에선 무엇보다 기존 금융 규제와 동일한 수준의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에 힘을 쏟고 있다는 입장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통용 이전 촘촘한 법령 정비를 요구하는 한편 내부적 시스템 정비와 리스크 테스트 등에 열중하겠단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금세탁방지(AML), 고객확인(KYC) 등 기존 금융 규제와 컴플라이언스 이슈에 버금가는 수준의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하려고 한다"며 “원래도 은행은 비은행권 대비 규제가 많아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데다 시장 혼란이나 보안 위험, 대규모 상환 요구에 따른 유동성 위기 등 일어날 수 있는 거의 모든 부분에 만반의 채비를 마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은행권에선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은행뿐 아니라 민간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이 함께 진입하는 데 대한 위기감과 경계심도 드러냈다. 현재 핀테크 업계에서도 발빠른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대비 중인 가운데 이를 지급 및 결제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 속속 나오는 상황이다. 이를테면 핀테크 플랫폼에서 코인에 예치이자를 지급하거나 입금과 이체를 사용하는 기능 도입 등을 구상 중이다. 특히 핀테크기업의 경우 은행권 대비 선진화된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인 발행이나 블록체인 거래를 위한 네트워크 개발, 간편 결제 방식 도입 등 편의와 구축 시간에서 앞서갈 수 있어서다. 스테이블코인에 수신기능이 강화되면 기존 은행 입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게 된다. 경쟁 문제를 떠나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이 미비한 영세 핀테크의 대거 진입 시 무분별한 발행에 따라 시장 혼란이나 위험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은행도 은행 나름의 리스크 대비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컨소시엄 중심의 단계적 발행으로 전체 금융시장에 혼동을 줄이고 위험도 최소화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1코인=1원 시대] 한은 “통화 주도권 흔들”…정부와 미묘한 신경전 이유는

이재명 정부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중앙은행 통제 밖에서 유통될 경우 통화정책 유효성이 떨어지고 금융안정, 지급결제시스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은은 스테이블코인 인가 과정에서 중앙은행이 실질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디지털자산에 대한 규제·감독 권한은 금융당국 몫인 경우가 많아 한은은 금융위원회와도 권한 조율을 두고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 4월 발표한 '2024년 지급결제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일반 가상자산과 달리 지급 수단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며 “이용이 확대되면 법정통화 수요를 대체해 통화주권을 침해하고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스테이블코인 도입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는 가운데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특히 외부 충격에 따라 코인런(대규모 코인 인출 사태)이 발생하면 리스크가 전통 금융시장으로 전이돼 금융안정과 지급결제시스템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원칙적으로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비은행 기관이 한은 통제를 벗어나 스테이블코인을 자유롭게 발행할 경우 통화정책 파급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한은은 기준금리 조정 등 통화정책을 이용해 통화량을 조절하고 물가안정 등 정책 목표를 달성해왔다. 하지만 민간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활발해지면 이 같은 통화정책 효과가 실물경제에 제대로 전달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중앙은행 통제 밖에서 발행·유통되기 때문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조정해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스테이블코인이 원화 수요를 일부 대체할 경우 통화정책 효과가 스테이블코인 사용자에게는 전파되기 어려운 것이다. 또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해 민간 기업이 준비자산으로 대규모의 국채 등을 보유하면 한은이 유동성을 조절하기 위한 자산이 줄어 통화정책 여력과 효과가 떨어진다. 은행, 카드사 중심의 기존 지급결제시스템을 벗어난 독립적인 블록체인 결제 인프라가 탄생하고, 규제 밖에서 대규모 자금 흐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중 하나다. 해외로 즉시 전송이 가능한 특성상 자본거래 규제를 우회하며 외환 거래 등이 이뤄지면 자금 유출도 발생할 수 있다. 이에 한은은 감독 범위 안에 있는 은행권부터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앙은행이 감독 가능한 범위 내에서 발행을 시작해 효과와 안정성을 확보한 후 점차 비은행권으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스테이블코인 인가 과정에 한은이 실질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인가 단계부터 한은이 개입해 중앙은행 정책 수행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이 총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사실상 화폐"라며 “화폐는 한은 본업에 해당하고, 이를 다른 기관이 정하게 하기에는 많은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디지털자산 규제 권한은 금융당국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인가권을 둘러싼 한은과 금융위의 주도권 갈등도 발생하고 있다. 금융위는 금융산업 전반을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근거로 인가 권한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 지난 10일 발의된 디지털자산기본법에서는 입법을 주도한 '금융위 인가'가 명시됐다. 한편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달아오르며 한은이 추진 중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CD)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분위기다. 이 가운데 CBDC와 스테이블코인은 공존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CBDC는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해 안정성과 신뢰성을 가진 국내의 디지털 법정화폐이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민간의 혁신 수단으로 해외 결제나 송금에서 민첩성과 편리성을 갖췄다. 두 디지털자산의 성격과 활용 영역이 달라 양립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한은 또한 두 자산이 양자택일 관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재 한은은 '프로젝트 한강'이란 이름으로 CBDC 실험을 진행 중인데, 핵심은 '예금토큰'이다. 예금토큰은 은행 예금과 연계해 시중은행에서 발행하는 토큰으로, 스테이블코인과 유사한 성격을 갖는다. 다만 중앙은행의 감독 안에서 이뤄진다는 점은 민간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다르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한은 창립 75주년 기념사에서 “CBDC와 예금토큰은 모든 참여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공통 결제 단위이자 기술표준의 중심"이라며 “프로젝트 한강은 올해 말 후속 테스트를 통해 예금토큰 편익을 점검하고, 상용화 단계로의 추진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핀테크 산업의 혁신에 기여하면서도 법정화폐 대체 기능이 있는 만큼 안정성과 유용성을 갖추는 동시에 외환시장 규제를 우회하지 않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1코인=1원 시대] 원화 스테이블코인 ‘금융 질서’ 흔든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원화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새 정부 출범 후 관련 입법이 본격화되며 디지털자산 기반 결제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상용화되면 국내 결제 시스템 변화는 물론 금융산업 전반에 구조적인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나 특정 자산 가치와 연동돼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가상자산(암호화폐)이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일반 가상자산은 가격 급등락이 심한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가치 저장 수단으로 설계됐다. 스테이블코인의 핵심은 '페깅(Pegging)'이다. 페깅은 자산 가격과 연동해 코인의 가치를 고정하는 것으로, 크게 지급 준비금 방식과 알고리즘 방식으로 구분된다. 지급 준비금 방식은 화폐, 국채, 가상자산 등 실제 자산을 준비금으로 보유하고 그만큼 코인을 발행하는 구조다. 예컨대 1코인을 발행하려면 1달러를 준비금으로 확보해야 한다. 알고리즘 방식은 별도의 담보 없이 수요와 공급을 조절해 가격을 1달러로 유지한다. 과거 테라·루나가 이 방식을 택했는데 대규모 투자자 피해가 발생하며 순수 알고리즘 방식은 시장에서 사실상 외면받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2014년 비트USD(BitUSD)를 시작으로 등장했으며, 이후 테더(USDT)가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며 대표 주자로 자리 잡았다. 현재 테더는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약 66%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 중이다. 2위는 미국 핀테크 기업 서클(Circle)이 발행한 USDC로 점유율은 약 28%에 달한다. 두 코인 모두 미국 달러에 1대1로 연동돼, 1코인마다 1달러를 준비금으로 보유한다. 국내에서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활발해진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스테이블코인 활성화 기조가 중요한 계기 중 하나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미국이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금지하고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주력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세계 경제 질서에서 달러 패권을 디지털자산으로 연장하려는 시도로, 한국도 이에 대응할 원화 기반 디지털자산을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대선 당시 “한국을 디지털자산 허브로 만들겠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등 활용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지나치게 종속되면 원화 수요 위축과 통화 주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실제 새 정부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일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발의하며 법적 기반 마련에 돌입했다. 해당 법안에서는 자기자본 5억원 이상을 충족하는 국내 기업은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아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력을 갖춘 민간 기업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 화폐처럼 유통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본격 도입되면 한국은행이 발행한 실물 화폐 중심의 결제 구조에서 벗어나 민간 발행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가 가능한 시대가 열린다. 게임, 콘텐츠, 이커머스 등 디지털 소비 환경은 물론, 일상적인 거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미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신흥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달러 대체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처럼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는 국가들은 자국 통화의 신뢰도가 낮아 스테이블코인을 생활 화폐처럼 사용한다. 반면 선진국에서는 금융 시스템 안정성과 규제 체계 등을 검토하며 제도화를 신중히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흐름 속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따른 수혜 업종으로 핀테크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토스 등 간편결제 사업자들은 이미 결제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원화 스테이블코인 범용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실제 카카오페이는 새 정부 출범 후 스테이블코인 기대감에 주가가 단기간 급등했다. 카카오페이 주가는 지난 5일 3만8100원에서 13일 6만400원까지 오르며 5영업일 동안 59% 상승했다. 다만 핀테크 업계는 스테이블코인의 직접 발행보다는 결제·송금 등 연계 서비스 강화에 관심을 두고 있다. 핀테크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핀테크 기업들은 결제, 중개, 송금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돼도 직접 코인을 발행하기 보다 코인을 활용하는 응용 서비스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이어 “크게 결제와 소액송금 서비스로 나눌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 허용 범위가 없고 법안도 마련되지 않아 상당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확산으로 금융산업 구조의 근본적인 재편도 이뤄질 수 있다. 은행, 카드사 중심의 결제망에서 벗어나 블록체인 기반의 독립적인 결제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은행 예금을 준비자산으로 보유하면, 예금이 은행에서 발행사로 이전돼 기존 은행의 유동성 공급 체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관련 법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발의된 법안도 보완이 필요하다"며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위해서는 복수의 법안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의 기대와 달리 도입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현대해상, 안전운전자 보험료 할인 늘린다

현대해상이 지속적으로 안전운전하는 고객의 자동차보험료를 5% 추가 할인해 주는 '월별 안전운전점수 할인 특약'을 업계 최초로 개발했다. 15일 현대해상에 따르면 이 특약은 다음달 1일 이후 효력이 발생하는 계약부터 적용되며, 현대자동차 블루링크, 기아 커넥트, 제네시스 커넥티드 서비스 이용 고객이 대상이다. 보험 가입 직전 1년 또는 보험기간 중 월 단위로 안전운전점수가 70점 이상인 달이 9회 이상인 경우 보험료의 5%가 낮아진다. 기존 운전습관연계보험(UBI)은 보험 가입 직전 누적된 안전운전점수만을 반영한 할인 혜택을 제공했으나, 이번 특약은 1년간의 지속적인 안전운전여부를 반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커넥티드카 할인 특약'(7%) 및 '스마트 안전운전(UBI) 할인 특약(최대 30.5%)'과 중복 적용도 가능하다. 자동차 제조사(현대차∙기아∙제네시스)에 의해 생성된 안전운전점수를 기준으로 할인을 적용 받는 경우 업계 최대 수준인 38.6%가 된다. 할인 방식에 따라 보험 가입시점에 미리 할인을 받거나 보험 만기시 환급을 통해 보험료를 돌려받을 수 있다. 할인 적용은 별도 서류 제출 없이 개인정보 제공 동의만으로 월별 안전운전점수를 확인하고 이뤄진다. 고객은 커넥티드 서비스 앱을 통해 본인의 안전운전점수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어 자발적인 안전운전 실천도 유도할 수 있다. 지속적인 안전운전을 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보험료 산출 프로세스와 관련 특허를 출원하고 심사도 진행 중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차량 운행량 증가로 사고와 손해율이 증가하고 있으나, 안전운전을 하는 운전자의 손해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안전운전하는 고객들에게 기존 할인에 추가적인 혜택으로 업계 최대 할인을 제공하는 이번 특약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금융당국, 서울 집값 과열에 긴장…은행권 긴급 소집

금융당국이 은행권을 긴급 소집한다. 기준금리 인하와 주택공급 부족 및 새정부 출범 등이 엮어 부동산 과열 양상이 또다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오는 16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가계대출 담당 부행장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한다.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현장점검도 실시한다. 최근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집값 상승이 강북권과 경기도 과천·분당으로 전이되면서 가계대출 증가 폭도 커지는 것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6% 올랐다. 이는 지난해 8월 넷째주 0.26%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당국은 월별·분기별 목표치를 상회하는 가계대출 취급, 공격적 주택담보대출 영업에 나선 은행들에 경고한다는 방침도 갖고 있다. 일부 은행이 주담대 만기를 30년에서 40년으로 연장하고, 서울에 한해 막았던 조건부 전세 대출도 다시금 취급한 영향이다. 금감원은 별도의 세부 관리 계획을 제출 받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우회 여부도 점검할 예정이다. 차주별 DSR 규제가 매년 갚아야 할 대출 원리금이 연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나, 미래 소득 증가를 비롯한 요소를 고려해 과도하게 소득을 인정했냐는 것이다. 고DSR 목표 비중을 지켰느냐도 점검한다. 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으면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수도권에만 70~80% 수준으로 내리는 방안, 은행권 주담대를 대상으로 자본 위험가중치를 높이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도 지난 12일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금융위·금감원이 참여하는 '부동산시장 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각 부처의 가용 수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KB국민카드 “야구하는 날, 소상공인 매출도 홈런”

한국프로야구(KBO)가 올해도 역대급 흥행을 이어가면서 주변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카드는 올해 야구 경기가 열린 날 △패스트푸드(치킨전문점 등) △편의점 △음식점(주점 포함) △커피·음료 △제과·제빵 업종의 매출은 경기가 없는 날 보다 90% 가까이 높았다고 15일 밝혔다. 이 중 패스트푸드의 매출 증가폭이 166%로 가장 높았고, 편의점도 122%에 달했다. 음식점과 커피·음료도 각각 76% 높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SSG랜더스의 홈구장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는 패스트푸드 매출이 1172%, 삼성라이온즈의 홈구장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도 889% 급증했다. 롯데자이언츠의 홈구장 부산사직야구장도 편의점 매출이 233% 불어났다. 일명 '더비 매치'가 열리면 주변 상인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두산베어스와 KIA타이거즈가 붙는 '단군매치'의 경우 잠실야구장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인근 상권 매출이 경기 없는 날 대비 42% 높았다. 삼성라이온즈와 롯데자이언츠의 '클래식시리즈'도 주변 상권에 33% 매출 증가를 안겼다. 잠실을 홈으로 쓰는 두 팀(두산베어스·LG트윈스)의 잠실 더비는 4% 증가했다. KB국민카드는 최근 4년간 야구장 인근 매출이 꾸준히 불어나는 등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야구가 소상공인들에게 힘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5대 업종에서 신용·체크카드로 결제한 141만명의 데이터 561만건을 보면 2022년 4월2일~6월11일 대비 2023년 4월1일~6월10일 경기일 전국 야구장 9곳 주변 상권 매출은 13%, 지난해 3월23일~6월1일은 25%, 올 3월22일~5월31일은 31% 확대됐다. 올해 경기 종료 후(평일 오후 9~12시, 주말·공휴일 5~12시 기준) 야구장 주변 상권 매출 증가가 가장 크게 나타난 곳은 한화이글스의 홈구장 대전한화생명 볼파크(46%)였다. 라이온즈파크(42%)와 사직야구장(20%) 등이 뒤를 이었고, 주중·주말 매출이 함께 늘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야구 경기가 열리면 주변 상권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것을 데이터로 확인했다"며 “앞으로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스포츠·문화 활동과 연계된 고객의 소비 성향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정권 초기부터 ‘가계부채 관리’ 비상...“빚 증가세 당분간 계속”

금융당국이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부터 가계부채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달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작년 9월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불어난 가운데 오는 7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당분간 가계대출 증가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이달 18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영업점장 우대금리를 0.15%포인트(p) 축소한다. 우대금리를 축소하면 실질적으로 주담대 금리는 올라간다. SC제일은행 측은 “가계대출 자율관리 방안의 일환"이라며 “가계부채 총량을 주의 깊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이달 4일부터 주택구입자금 용도에 한정해 비대면 주담대 금리를 0.17%포인트 인상했다. 선제적으로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한 목적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가계부채 관리에 여력이 있는 은행권은 주담대 규정을 일부 완화했다. 신한은행은 이달 4일부터 지역, 자금 용도와 무관하게 주담대 최장 만기를 기존 30년에서 40년으로 연장했다. 대출기간이 늘어나는 만큼 대출한도도 확대된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는 서울에서 대출 실행 당일 집주인이 바뀌는 조건의 전세대출을 내주지 않았는데, 이제는 지역 무관하게 서울도 가능하도록 규정을 완화했다. 신한은행 측은 “실수요자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기간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도 지난달 말부터 가계대출의 안정적인 관리와 실수요자 중심의 공급을 위해 한시적으로 감액했던 하나원큐아파트론, 하나원큐주택담보대출 대출한도를 원복했다. 비대면 상품인 하나원큐아파트론의 한도는 기존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늘었고, 하나원큐주택담보대출 한도는 기존 5억원에서 7억원으로 확대됐다. 문제는 은행권마다 자체적으로 주담대 관리를 강화하고 있음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6조원 늘어 전월(+5조3000억원) 대비 증가 폭이 커졌다. 특히 주담대는 지난달 5조6000억원 늘었다. 이 중 은행권(+3조7000억원→+4조2000억원)과 2금융권(+1조1000억원→+1조5000억원) 모두 전월 대비 증가폭이 커졌다. 금융당국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금융사의 주담대 취급 실태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나 이것만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안정될 지 미지수다.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스트레스 DSR 3단계 규제 전에 서둘러서 대출을 받겠다는 수요가 몰리고 있고, 집값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만연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은행권이 주담대 금리를 손본다고 해도,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는다면 대출 이자 부담보다 집값 상승으로 인한 차익이 더 크다는 계산이 나올 수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로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차주의 이자 부담은 완화되는 영향이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둘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26% 오르며 작년 8월 넷째주(8월 26일 기준, 0.26% 상승) 이후 약 9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올랐다. 금융권 관계자는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앞두고 대출 수요가 늘고 있다"며 “은행권 입장에서는 연말도 아닌데 대출을 중단할 수도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하될 경우 시장에 유동성이 풀리면서 상대적으로 시세가 낮거나 저평가된 지역으로 유동성이 풀릴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요즘 부동산은 투자재 성격이 강해지면서 금리나 통화량 같은 금융변수에 예민하게 움직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 진보정권 집값 급등의 학습효과를 차단하려면 과도한 통화량 팽창을 경계해야 한다"며 “공급부족 심리가 확산하지 않도록 확실한 공급계획 청사진을 수립해 조속히 실행하는 것도 필수"라고 밝혔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삼성생명, 퇴직연금 ‘실속있는 TDF’ 시리즈 출시

삼성생명이 퇴직연금 전용 '삼성생명 실속있는 TDF' 펀드 시리즈를 출시했다. 이는 은퇴 시점에 맞춰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투자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실적배당형 펀드상품이다. 15일 삼성생명에 따르면 이는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목적과 특성을 고려한 생애주기 자산배분 프로그램를 활용해 주식·채권·대체자산을 포함하는 글로벌 대표 자산ETF에 분산 투자하는 방식으로 자산을 운용한다. 이 시리즈는 △'TDF 2040' △'TDF 2050' △'TDF 2060' 세 가지 펀드상품으로 구성된다. 각 숫자는 은퇴 목표 시점을 의미하며 가입자는 본인의 퇴직 시기에 맞는 상품을 선택해 운용할 수 있다. 운용기간이 긴 퇴직연금의 특성을 고려해 운용보수를 연 0.38%로 낮춰 장기 투자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삼성생명은 오는 7월31일까지 온라인에서 출시 기념 이벤트를 진행한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OX퀴즈'와 '상품가입' 이벤트 두 가지로 구성되며, 추첨을 통해 총 700명의 참여자에게 경품을 지급한다. 상품 가입 이벤트의 경우 금액 매수 구간에 따라 스타벅스 모바일 상품권 1만원권(10만원 이상 100만원 미만·100명), 2만원권(100만원 이상 500만원 미만·100명), 3만원권(500만원 이상시·200명)에게 증정한다. 퀴즈를 맞춘 참여자 중 300명에게 스타벅스 커피 교환권을 제공한다. 다만, 두 이벤트의 중복지급은 불가능하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은퇴자산의 수익률과 안정성을 함께 고민하는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안성맞춤인 상품"이라며 “앞으로도 고객의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양질의 상품과 서비스를 지속 선보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손보업계, 하반기 전망도 ‘흐림’…반등 여력 낮다

지난해 빛나는 성과를 냈던 손해보험사들이 당분간 성장세를 이어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자연재해라는 변수를 제외해도 발목을 잡는 요소가 많다는 이유다. 지난 정부와 새 정부가 개화를 돕는 신사업이 있지만, 주력 사업에서 고전하는 것도 문제다.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 2분기 별도 기준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한화손해보험의 당기순이익 총합은 1조4077억원으로 예상된다. 4사 모두 실적이 하락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13.1% 가량 낮게 형성된다는 것이다. 영남 지방을 덮친 산불, 어린이 독감 환자 급증, 폭설에 의한 자동차사고 증가 등의 악재가 많았던 1분기보다는 나은 상황이지만, 자동차보험료 하락이 본격 적용된 것을 비롯해 향후 수익성을 저해하는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는 평가다. 하반기에도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를 포함한 올해 주요 보험사의 연간 당기순이익 전망치도 대부분 전년과 유사하거나 낮다. 일부 기업은 20% 수준의 하락도 점쳐진다. 일반보험의 경우 여름철 장마로 인한 농경지·주택가·차량 침수사고가 손해율을 높일 수 있다. 올해도 이번달 중순부터 약 한달 가량 장마가 예상되고, 보험금 청구는 3분기를 전후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경기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달말 기준금리를 내린 데 이어 하반기 추가 인하를 시사한 것도 악재다. 금리가 낮아지면 신규 채권의 이자수익 감소로 자산운용 수익성이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전체 실적에서 투자손익의 비중이 커진 만큼 과거보다 더욱 아프게 다가올 공산이 크다. 부채의 현재가치가 불어나 요구자본이 커지면 신지급여력비율(K-ICS·킥스)도 악영향을 받는다. 업계는 금융당국이 킥스 권고기준을 150%에서 130%로 낮췄으나, 사실상 금리 인하에 따른 비율 인하폭과 상쇄되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부담 완화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정부 차원에서 보험산업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가시적인 결실을 맺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이륜차 번호판 부착 의무화 △반려동물 치료비 경감을 위한 표준 수가제 도입 △사이버 보안 강화 등 새 정부의 공약을 보험사의 수익성에 일조할 요소로 꼽았다. 2023년 기준 51.8%에 머물렀던 이륜차 보험가입률을 끌어올리면 보험 수요도 커지면서 시장이 성장한다는 논리다. 임 연구위원은 보험가입률 100% 달성시 시장이 1조원 규모로 기존 대비 2배 가량 성장할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배달을 비롯한 유상운송의 보험료가 일반 이륜차 대비 대폭 높은 것은 걸림돌이다. 임 연구위원은 월 보험료 3만원, 가입률 50% 가정시 펫보험 신계약 시장이 1146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100%에 도달하면 연간 보장성 신계약 시장의 25% 수준의 성장 여력이 있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55만원에 달하는 연평균 보험료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가입률이 1.7%에 불과했던 까닭이다. '모럴해저드'가 발생했던 것도 보험료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았다는 방증이다. 지난 정부에서 반려동물 진료항목과 진료비 표준화에 나섰고 업계에서도 소액·단기상품을 출시하며 시장 확장에 나서고 있으나, 표준 수가가 정착되고 보험료가 낮아질 때까지 가입률 향상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비급여·실손보험 개혁도 시기의 문제일 뿐 방향성은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로서도 건강보험 악화를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는 실손보험 손해율 개선이 3~4세대 가입자가 5세대로 전환되는 내년 하반기부터 이뤄질 공산이 크고, 2028년을 전후로 2세대 후반 가입자들의 재가입 주기가 도래하면 이같은 효과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전환을 앞둔 계약자들의 보험료 청구가 급증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조단위 성과가 창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3~4세대 가입자는 1~2세대 보다 적지만 아직 보험료 조정이 덜 이뤄진 까닭에 손해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들을 중심으로 손실이 줄어들면 손익 개선도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성장률 둔화·내수경기 침체 등 비우호적인 매크로 환경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수익성 높은 신상품 개발을 필두로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고 있으나, 실적 향상이 녹록치 않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저축은행, 책무구조도 대비에 잰걸음…업계 “도입에 난항 예상”

저축은행업권이 책무구조도 도입을 위한 준비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금융지주와 은행에 이어 시행을 서둘러야 하지만 경영난과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해결에 집중할 여력도 부족한 상황이기에 타 업권대비 도입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업계는 최근 책무구조도 표준안 제정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TF에는 금융당국과 저축은행중앙회가 함께 소속되며, 업계에선 OK·웰컴·애큐온저축은행 등 대형사를 비롯해 하나·우리·NH저축은행 등 은행 지주계열사를 포함해 총 11개사가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이를 위해 앞서 79개 저축은행으로부터 TF 참여신청을 받은 바 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주요 업무에 대한 최종책임자를 사전 특정해두는 제도다. 금융사고가 빈번해지자 예방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지난해 7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금융사는 책무구조도를 제출한 이후부터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TF에서 협의한 결과 표준안 초안이 나오면 모든 저축은행이 표준안을 활용해 각사 사정에 맞도록 조정해 적용하게 된다. 이는 소규모 회사가 많은 저축은행 업권 특성상 표준안을 제시함으로써 개별 책무구조도 제출이 용이하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다. 앞서 금융지주와 은행은 지난해 말 시범운영 기간을 거쳐 올해 1월부터 시행 중이지만 저축은행권의 (책무구조도) 도입은 시행까지 1년여 시간이 남아있다. 저축은행 중 자산 7000억원 이상인 곳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대형 증권사·보험사와 함께 내년 7월 2일까지 책무구조도를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저축은행중앙회는 통합금융정보시스템(IFIS)에 지정맥 인증 등 바이오 인증을 도입하거나 정보보호 장비 및 소프트웨어를 고도화하는 등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에 착수했다.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책무구조도 도입을 위해 관련 컨설팅을 진행하고 시스템 구축을 위한 업체 선정에 들어가면서 올해 말까지 독자적으로 구축을 완료할 방침이다. 당국의 시범사업이 시행되기 전 미리 자체 시범운영에 나서는 등 선제적 대비에 나선 것이다. 일부 대형사를 위주로 구조도 제출 준비에 들어갔지만 업권에선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난항을 겪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소형사들의 경우 당국의 규제 방향에 맞추는 과정에서 신분 제재 등 일부 조항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또한 책무구조도 작성을 위해 법무법인 등 전문기관에 드는 자문비용과 운영을 위한 사내 시스템 구축 비용 등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현재 업권은 지속된 경영난과 PF 부실로 인한 건전성 관리에 여유자금을 투입하는 실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형 저축은행은 법무법인에 드는 자문료나 시스템 구축 비용 등 현실적인 지출문제도 있지만 추가적인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을 위한 인력문제 등을 해결해야 해 여력이 많지 않다"며 “내부통제 관리에 대한 의무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데 최고경영자(CEO)까지 제재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기에 난감한 입장"이라며 고 말했다. 이에 업계는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지원과 컨설팅 등 현실적인 지원책이 수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우선 새로 발족한 TF로부터 표준안과 설명회 개최 등 도움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업권을 비롯한 2금융권에 제도가 안착할 수 있도록 시행 전 다각적인 지원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비조치의견서를 의결해 책무구조도 시범 운영 중에는 금융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에 따른 책임을 면제해주기로 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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