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3만6855달러로 집계됐다. 2024년(3만6745달러)보다 0.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좀처럼 4만달러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3만6000달러대에 머문 가운데,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달러 기준 소득 증가세가 크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3만6855달러로 집계됐다. 2024년(3만6745달러)보다 0.3% 늘어나는 데 그쳤다. 다만 원화 기준으로 환산하면 5241만6000원으로 전년(5012만원)보다 4.6% 증가했다.
환율 영향이 컸다. 지난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이 전년 대비 4.3% 상승하면서 달러 기준 소득 증가폭이 크게 제한됐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원화 기준으로 2663조3000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4.2% 늘었지만, 달러로 환산한 GDP는 1조8727억달러로 0.1% 감소했다. 같은 경제 규모 확대에도 불구하고 환율 영향으로 달러 기준 성장률이 원화 기준보다 4.3%포인트 낮게 나타난 것이다.
우리나라의 달러 기준 1인당 GNI는 2014년 처음 3만달러를 돌파한 뒤 꾸준히 상승해 2021년에는 3만8000달러에 근접했다. 그러나 2022년 원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3만5000달러대로 후퇴했고, 이후 증가 폭이 제한되면서 2023년 이후 줄곧 3만6000달러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2023년 증가율이 2.7%였던 것과 달리 2024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1.5%, 0.3%로 둔화됐다.
다른 국가들과의 격차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은 대만의 경우 정보기술(IT) 제조업 비중이 한국보다 훨씬 높아 반도체 경기 호황의 수혜를 크게 받으면서 지난해 1인당 GNI가 4만585달러 수준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역시 기준연도 개편으로 경제 규모가 확대되면서 3만8000달러 초반대 수준을 기록해 한국보다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흐름을 고려하면 인구 5천만명 이상 국가 가운데 한국의 소득 순위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2024년 기준으로는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 6위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일본에 뒤처지며 7위로 내려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향후 소득 증가 속도는 환율 흐름에 상당 부분 좌우될 전망이다. 한은은 환율 영향이 없다는 가정 아래에서는 우리나라 1인당 GNI가 2027년 무렵 4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지난해 우리 경제의 실질 성장률은 1.0%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월 발표된 속보치와 동일한 수준이다. 다만 추가 통계가 반영되면서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기존 -0.3%에서 -0.2%로 소폭 상향 조정됐다.
한은은 산업활동과 국제수지, 재정 집행 등 지난해 12월 통계가 추가로 반영되면서 정부 소비와 건설 투자 관련 수치가 일부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연간 성장률은 1.0%로 유지됐지만 반올림 이전 기준으로는 0.97%에서 1.01%로 소폭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세부 부문을 보면 정부 소비는 1.3% 증가했고 건설투자는 3.5% 감소했다. 수출도 1.7%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이 1.5% 감소했고 서비스업은 0.6% 성장했다. 건설업은 4.5% 줄어 부진이 이어졌으며 농림어업은 4.7% 증가했다.
중동 정세 불안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평가다. 한은은 최근 이란 관련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성장률과 물가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충격이 단기간에 마무리된다면 올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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