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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발행 앞둔 한국콜마, 재무부담은 변수

회사채 발행을 앞둔 한국콜마에 대해 재무 건전성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안정적인 실적으로 신용평가사가 'A' 등급을 부여했지만 차입 부담 확대에 따른 부채비율 상승, 차입금 의존도 증가가 등급 유지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콜마는 오는 20일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해당 회사채는 2년물 300억원, 3년물 300억원 규모다. 시장 상황과 투자자 반응에 따라 최대 1000억원까지 증액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회사채 발행은 오는 28일로 예정됐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이번 회사채에 대해 최근 'A(안정적)' 등급을 부여했다. 한국콜마가 화장품과 의약품 부문에서 견조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으며,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돼 있어 안정적인 수익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K-뷰티'가 매년 글로벌 시장에서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만큼 한국콜마도 안정적으로 성장 중이다. 지난 2022년 영업이익 733억원에 불과했던 영업이익은 2023년 1361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뛰었다. 증권가에서는 2024년 한국콜마 영업이익 컨센서스를 2100억원, 2025년 2542억원으로 집계한 상태다. 올해 '트럼프 관세' 리스크가 존재함에도 한국콜마는 미국 현지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어 타 업체 대비 타격이 적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회사채 발행을 두고 한국콜마의 재무 구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2024년 3분기 말 기준 한국콜마의 부채비율은 107.6%로 업계 평균(약 60%) 대비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차입금 의존도는 36.9%에 달한다. 만일 600억원 규모 회사채가 예정대로 발행될 경우 부채비율은 111.7%, 차입금 의존도는 38.5%까지 증가하게 된다. 차입금 의존도가 높을수록 금융비용이 커져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으며, 통상 30% 이하를 안정적이라고 본다. 한국콜마는 올해 호실적과 별개로 자사주 취득 및 설비투자 부담으로 차입 부담이 확대된 바 있다. 우선 종속회사 연우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437억원어치 자기주식을 매입하고, 판교 R&D센터 신설로 추가적인 자금이 투입됐다. 이 여파로 2023년 말 기준 순차입금은 8226억원 규모였지만 작년 3분기 말 기준 9235억원, 순차입금 비율도 58.8%까지 올랐다. 이 상황에서 회사채가 발행될 경우 순차입금 규모는 약 1조원, 순차입금 비율이 62.9%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순차입금 비율은 기업의 실제 차입 부담을 반영하는 지표로, 현금성 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이 자본총계 대비 과도하게 증가할 경우 재무 건전성이 흔들릴 수 있다. 통상 기업의 순차입금 비율은 20% 이하를 적정 수준으로 본다. 한국콜마의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대비 총차입금 비율은 기존 4.7배에서 5.0배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이 비율이 5배를 초과하면 신용등급 하락 위험이 커진다. 신평사들은 EBITDA 대비 차입금 비율이 5배를 초과하지 않는 수준에서 유지될 경우 A등급을 방어할 수 있지만, 추가 차입이 발생할 경우 등급 하향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배성진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향후 제고된 현금창출력을 기반으로 차입 부담을 완화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향후 추가적인 지분투자로 인해 차입금 감축 시기가 지연될 가능성이 존재해, 차입금 감축을 통한 재무안정성 개선 여부에 대해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사업 확장을 위해 적절히 자금 운용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성우창 기자 suc@ekn.kr

부동산신탁사 4분기 실적 쇼크…증권사 자회사도 흔들

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으로 국내 부동산신탁사들의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다. 증권사를 모회사로 둔 신탁사도 실적 악화 흐름을 피하지 못하는 양상이다. 18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신탁사 14개사는 지난해 4분기 합산 기준 4055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실적 저하와 대규모 충당금 적립, 영업외비용 발생 등으로 적자를 키워갔다. 지난해 말 부채비율도 전 분기 말 69.3%에서 80.9%로 상승했고 차입부채 규모 역시 직전 분기 대비 5000억원 가량 늘어난 3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교보자산신탁의 영업 적자가 1426억원으로 가장 컸고 무궁화신탁도 850억원 적자로 뒤를 이었다. 당기순손실도 교보자산신탁이 1301억원, 무궁화신탁이 1033억원으로 가장 손실 규모가 컸다. 금융권 비은행계(증권사 계열) 신탁사들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적을 거두긴 했지만 실적 악화를 기록했다. 대신증권, 신영증권, 한국투자금융지주 등이 자회사로 두고 있는 부동산신탁사들도 일제히 실적 부진을 겪었다. 대신증권의 100% 자회사인 대신자산신탁은 지난해 4분기 251억원의 영업적자, 22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부진한 성적을 냈다. 대신자산신탁은 연간 기준으로도 적자를 기록했다. 신탁계정대여금 증가에 따라 자금조달 규모가 늘어나면서 차입부채도 늘어났다. 이에 대신자산신탁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149%로 14개 신탁사 중에서도 높은 편에 속했다. 영업용순자본비율(NCR)도 지난 2023년 3월 말 기준 1325.7%에서 774.4%로 급락하는 등 재무 안정성이 저하됐다. 한국투자금융지주의 한국투자부동산신탁도 실적이 낮아졌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3억원으로 적자는 면했으나 당기순손실은 14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부채비율이 168%로 무궁화신탁과 함께 가장 높게 나타났다. 부채비율이 100%를 상회하는 신탁사는 대신자산신탁과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을 포함해 무궁화신탁, 신한자산신탁, 대한토지신탁, kb부동산신탁 등 6곳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재무부담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신영증권이 최대주주인 신영부동산신탁은 영업이익 31억원, 당기순이익 24억원으로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금융계 신탁사는 독립계 신탁사에 비해 책임준공형 신탁 시 신용도가 높아 수주 실적이 좋은 편이지만 최근 건설 경기가 부진하면서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사업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책준형 신탁은 건설사가 약속한 기한 내에 공사를 마치지 못하면 일종의 보증을 선 신탁사가 금융비용 등 모든 책임을 떠안는 구조다. 건설경기가 위축되면서 책임준공을 지키지 못하는 건설사가 늘어나면서 신탁사의 부실 위험도 덩달아 높아진 것이다. 김선주 한기평 책임연구원은 “업계 전반적으로 수익 창출력이 약화된 만큼 향후 실적 대응력과 시장 지배력은 영업 네트워크와 수주 능력, 자본 여력에 따라 차별화될 것"이라며 “신탁계정대 급증과 자산건정성 저하로 대손 비용 부담이 지소고디고 있고 차입 조달 증가로 부채비율도 상승하고 있어 각 신탁사별 신용도도 추후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기령 기자 giryeong@ekn.kr

주식, AI에 묻고 웹툰으로 답 찾다…증권사, AI 활용 고도화

국내 증권사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혁신적인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투자자 친화적인 플랫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의 AI 활용이 로보어드바이저(자동화된 자산관리 서비스)를 통한 자산관리나 투자 포트폴리오 제안 등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고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전일 AI 기반 기술을 활용해 기업 분석리포트를 웹툰 형식으로 제공하는 '리포툰(Report + Webtoon) 서비스'를 출시했다. 분석리포트를 웹툰 형식으로 제공하는 것은 국내 증권업계 첫 사례다. 해외에서도 시각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으나 웹툰으로 낸 사례는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리포튼은 특히 텍스트 중심 리포트에서 벗어나 시각적이고 직관적인 정보 전달 방식을 도입한 혁신적인 방식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키움증권은 이를 통해 투자자들이 복잡한 금융 정보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목표다. 리포툰 서비스의 특징은 실제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의 애널리스트를 캐릭터로 제작해 웹툰 스토리에 등장시킨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Z세대를 비롯한 다양한 연령층의 투자자들이 금융 정보를 친숙하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키움증권은 앞으로 기업 리포트 외에도 초보 투자자들을 위한 금융 상식 및 금융 상품 팁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같은 날 한화투자증권은 AI 기술을 적극 활용한 새로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인 '한화투자증권 MTS'를 출시했다. 이 MTS의 핵심 기능인 'AI 토픽 검색'은 사용자가 입력한 키워드를 바탕으로 관련 투자 테마와 미국주식 종목의 실시간 정보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트럼프'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무역 전쟁으로 인한 방산 산업 정장'과 '소비재 산업의 변동성 증가' 섹터와 기간별 수익률, 관련 종목들이 자동으로 검색된다. 이는 기존에 MTS에서는 검색 시 분석보고서, 뉴스 등만 제시됐던 기능에서 한 단계 향상된 기능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이 기능을 자사 MTS에 도입할지 검토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MTS는 'AI 뉴스 요약' 기능도 제공한다. 이 기능은 기사 내용을 알기 쉽게 요약하고 해당 이슈가 특정 종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사용자의 의사결정을 돕는다. 또한 '해외 홈' 화면에서는 해외시장 최신 트렌드와 핵심 종목을 제시하며, '연금 홈'에서는 세액공제 현황과 예상 연금수령액 등을 손쉽게 조회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AI 활용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키움증권의 리포툰 서비스는 투자 정보의 접근성을 높이고 투자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향상시키는 혁신적인 서비스라는 평가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AI를 현업에 접목하는 데 많은 고민을 하는 만큼 투자자들이 이용하는 서비스도 고도화하는 추세"라며 “투자자들의 정보 접근성과 투자 편의성은 점진적으로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KB증권도 연내 AI 통합플랫폼 '캐비'를 출시할 예정이어서 어떤 서비스를 선보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인터뷰] “회계사에서 VC까지” 김창근 트랜스링크인베 이사의 변신

“(작은 스타트업이 공룡 기업을 이길 수 있는 비결은) 성공 방법을 알 수 없다는 것 아닐까 한다. 스타트업의 영역에는 양자역학이, 기존 금융업의 영역에는 뉴턴물리학이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퀀텀의 영역은 1+1이 2가 아니라 3이 될 수도, 나아가 10이나 심지어 100이 될 수도 있는 세계다. 성공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은 분명히 존재하나, 이는 시시각각 바뀔 뿐만 아니라 측정만으로도 결과를 바꿔버리는 양자역학의 세계에 속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알 수 없는 것이다." 김창근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이사의 말이다. 지난 14일 는 김 이사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재학 당시, 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이후 2014년까지 딜로이트 안진에 근무했다. 이후 그는 돌연 성균관대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2년간 법무법인에 적을 둔다. 하지만 여기서 그의 변신은 멈추지 않았다. 또 한 번 직업을 바꿨다. 사모펀드운용사(이하 PE) 임원으로 자리를 옮겨 투자은행(IB)업으로 전환한 것. 그리고 코로나19가 풀린 뒤엔 자산운용사 대표이사(CEO)를 역임하기도 헸다. 김 변호사는 “저는 업계의 다른 분들과 비교해 직업을 자주 바꾼 편에 속한다. 회계사에서 변호사로 바뀌기도 했다"면서 “이후 PE로 옮겨 펀드 관리업무를 하다가 자산운용사에서는 부동산금융 영업에 종사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창업투자회사(이하 VC)인 트랜스링크에 합류한다. VC에 합류한 배경에 키워드는 '도전'과 '재미'였다. 그는 “거대 자본이나 공룡 기업들은 늘 존재했고, 제도는 빡빡했으며, 경쟁은 늘 치열했다"면서 “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 어디에선가 훗날 네이버나 카카오에 필적할 만한 스타트업들이 자라나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저를 움직이는 키워드는 단연 '재미'"라면서 “새로운 일거리에 대한 호기심인데, 스타트업 쪽과 잘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타트업 업계에도 희망의 끈을 놓치 않았다. 김창근 이사는 “스타트업 세계에서 일반적인 성공방정식이란 없다"면서 “그렇다고 운으로 치부해 버릴 수는 없는 일이기에 우리는 정말 촉각을 곤두세우고, 유연한 마인드를 유지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세계의 유수 대기업들도 처음에는 스타트업이었고, 지금의 스타트업도 향후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음을 '양자'를 통해 설명했다. 변화의 흐름 속에서 수많은 에너지가 교차되며 응집될 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업이 그룹으로 급성장할 수 있음이 골자다. 김 회계사는 “광속의 한계로도 해명할 수 없는 속도의 일체성과 변혁성의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어마어마한 응집성과 폭발력이 뿜어 나올 수 있다는 것"면서 “하나하나를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나 통계와 확률에 근거할 때 이론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전문직 라이센스를 활용하는 방법도 변화하고 있음을 전했다. 그간 변호사 업무는 송무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으나, IB업무도 새로운 한 축으로 확연히 자리잡았다는 것이 골자다. 그는 “이스라엘의 약진에는 당연히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핵심 저력은 창업부터 투자 유치, 상장, 그 밖에 전반적인 법률과 회계, 세무 등 제반 시스템을 하나하나 글로벌화 해 나아간 것에 있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면서 “이스라엘인이 이스라엘에서 창업을 하면 향후에 미국의 거대 자본으로부터 투자를 받으려 할 경우 투자받기가 매우 용이하다"고 분석했다. 이어서 “이제는 과거와는 다르게 정의되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면서 “이미 투자업에 직·간접적으로 종사하시는 변호사들도 상당히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그와 인터뷰한 일문일답이다. 생생함을 전달하기 위해 격식체와 비격식체를 혼용해 사용할 예정이다.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과분한 인터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변호사 및 공인회계사 출신의 벤처캐피탈리스트 김창근이라고 합니다. ◆본인을 벤처캐피탈리스트라고 소개를 하셨어요. -제 업계에서 다른 분들과 비교하여 저는 직업을 자주 바꾼 편에 속합니다. 회계사에서 변호사로 바뀌었고요, 이후 사모펀드(PE)로 옮겨 펀드 관리업무를 하다가 자산운용사에서는 부동산금융 영업에 종사하였죠. 지금은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라는 창투사(VC)에 합류하여 딜을 발굴하고 자금을 유치하는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트랜스링크에 합류한 배경을 알고 싶습니다. -스타트업 비즈니스, 나아가 창업이라는 것이 제게는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있습니다. 저를 움직이는 키워드는 단연 '재미'거든요. 새로운 일거리에 대한 호기심인데, 스타트업 쪽과 잘 맞는 것 같아요. 제가 마음 속 멘토로 삼은 선배님이 한 분 계십니다. 물리적인 나이는 저보다 열 살은 더 위이신데도 저보다 훨씬 젊게 사세요. 정열적이고, 체계적이고, 끊임없이 확장하시죠. 관심사를 확장하고, 능력을 확장하고, 관계를 확장하고… 그러면서 어린이와 같은 면을 너무나도 많이 유지하고 있는, 신기한 분이에요. 게다가 철인3종까지 하신다니 말 다했죠. 저에게는 멘토이자 워너비, 그리고 이제는 그 누구보다 믿고 의지하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선배님 덕에 벤처 및 스타트업 업계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고, 지금은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와 함께 일할 수도 있게 되었네요. 그리고 벤처업계가 최근 많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세상을 바꾸는 이들은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흥미롭네요. 그렇다면 작은 스타트업이 공룡 기업을 이길 수 있는 비결은 뭘까요? -비결은 바로, 성공 방법을 알 수 없다는 것이 아닐까요? 정말입니다. 저는 물리학도는 아니지만 양자역학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이 있습니다. 저는 스타트업의 영역에는 양자역학이, 기존 금융업의 영역에는 뉴턴물리학이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제가 몸담고 있는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박희덕 대표님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양자, 즉 퀀텀의 영역은 1+1이 2가 아니라 3이 될 수도, 나아가 10이나 심지어 100이 될 수도 있는 세계에요. 반대로 0 내지는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죠. 정보가 전달되려면 매질(媒質, 물리적 작용을 공간적으로 전달하는 매개물)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양자의 세계에서는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광속의 한계로도 해명할 수 없는 속도의 일체성과 변혁성의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어마어마한 응집성과 폭발력이 뿜어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하나를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나 통계와 확률에 근거할 때 이론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성공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은 분명히 존재하나, 이는 시시각각 바뀔 뿐만 아니라 측정만으로도 결과를 바꿔버리는 양자역학의 세계에 속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알 수 없는 것입니다. 스타트업 세계에서 저는 일반적인 성공방정식이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렇다고 그냥 운에 치부해 버릴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정말 촉각을 곤두세우고, 유연한 마인드를 유지하려 노력해야 하는 것이겠죠.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는 창업자 앤드루 그로브의 정신을 망각하면서 인텔이 얼마나 빠르게 몰락중인지 우리는 지금 목도하고 있습니다. ◆관심이 있으시거나 유심히 지켜보고 있으신 분야는 어느 쪽일까요? -시대의 흐름입니다. 단연 AI죠. 지금 이 순간 모든 산업을 바꾸고 있고요. 게다가 개인적으로 무섭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그 동안은 전통적으로 공고한 벽이 존재하여 왔고 가장 나중에 바뀌는 분야라고 일반적으로 생각되어 왔던 법조계나 의료계 분야마저 빠르게 위협받고 있다는 거에요. 저는 아까 언급드린 미국 CES 박람회에 1주일 다녀왔는데요,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의 속도는 엄청났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2강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는 가운데 대만과 인도, 이스라엘 등의 약진이 눈에 띄었고, 대한민국은 자칫 그 물결에 올라타지 못하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우이길 바래야죠. ◆변호사로서 투자업을 검토, 수행한다는 것의 장단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최근 이스라엘 스타트업 업계가 미국 자본의 투자를 원활하게 유치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급성장하고 있는데요, 물론 미국 월스트리트가 친(親) 유태계인 것은 사실이나 그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스라엘의 약진에는 당연히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핵심 저력은 창업부터 투자 유치, 상장, 그 밖에 전반적인 법률과 회계, 세무 등 제반 시스템을 하나하나 글로벌화 해 간 것에 있다고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저도 전적으로 찬성하고요. 즉 이스라엘인이 이스라엘에서 창업을 하였는데 향후에 미국의 거대 자본으로부터 투자를 받으려 할 경우 투자받기가 매우 용이하다는 것이겠죠. 국내법인을 미국 법인으로 전환하는 것을 보통 플립(Flip)이라고 하는데, 그 자체는 그다지 복잡한 게 아님에도 우리나라의 경우 일단 절차적으로 외국환거래 신고부터 양도세 등 까다로운 절차, 그리고 기존 투자자들과의 마찰이라는 실질적 애로사항 등의 이슈가 존재합니다. 규제를 무조건적으로 축소하는 것은 자칫 부작용이나 이를 잠탈하는 범죄행위가 유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절대 바람직하지 않겠지만, 애초부터 시스템을 정교하게 고안하고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도록 계속 보완해 가는 것은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글로벌 표준이라 함은 아직까지는 아무래도 미국일 수밖에 없겠죠. 많은 실리콘밸리 회사들도 법인 설립 근거법령으로 캘리포니아가 아닌 델라웨어 주 상법을 따르는 것을 볼 때, 표준화를 따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현역 변호사 및 공인회계사로서 투자업을 병행하다 보니, 이러한 점에서 다른 분들보다 접근이 용이한 점이 있습니다. 투자를 진행하거나 또는 투자 유치를 연결드릴 때 회사 대표님과 이런 점에 관하여 상의를 하죠. 별도로 수임을 받아 법률자문이나 실사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고, 회사에 아예 비상근으로 합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법조인의 전문성이라는 것이 이제는 과거와는 다르게 정의되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봅니다. 이미 투자업에 직/간접적으로 종사하시는 변호사 분들도 상당히 많아졌고요. 단점이라 하면, 당연히 전문가로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패러다임이나 선입견에 자칫 함몰되기 쉽다는 점입니다. 저 자신도 사실은 상당히 고지식한 사람이에요. 시야가 넓지 못하고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저는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는 것을 재미있다고 저 자신을 세뇌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신기한 게, 그러다보면 정말 재미가 있어져요. 제가 직업적으로는 좌충우돌 변신을 거듭하면서도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도 인터뷰인데, 전통적인 의미로서 변호사님의 전문 영역은 어느 쪽이실지 자기 어필을 한번 하실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아무래도 M&A라 하죠? 인수합병 부분인 것 같아요. 일단은 협상이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가격이야 제가 곁에서 어떻게 도와드리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 외의 다양한 부가조건들을 활용하여 매도인 또는 매수인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유리하실지를 함께 고민하는 것은 지식과 경험의 영역이거든요. 법률과 회계, 세무가 아우러지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리고 특히 최근들어 신탁 업무의 문의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상속과 관련하여 정말 활용할 부분이 많기 때문인 것 같아요. 다들 잘 아시다시피 신탁법은 기본적인 우리나라 법체계와는 약간 상이해요. 조문이 많지 않고 그래서 판례도 아직은 별로 없죠. 그래서 신탁법을 잘 활용하면 의뢰인의 니즈에 맞추어 설계할 여지가 많습니다. 재산이 아주 많지는 않으시더라도 이제는 상속과 증여를 미리미리 구상하셔야 하는 시대입니다. 제가 자기자랑에는 좀 취약해서, 이 정도로만 말씀드릴께요(웃음). ◆마무리 -좋은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인터뷰를 읽으시는 독자분들 중에, '요즘 시대가 바뀌어서 이런 변호사도 있구나' 하는 정도만 느끼시더라도 저로서는 보람이 클 것 같네요. 몇 년 후에 또 다른 모습으로 활동하고 있는 제가 되기 위하여 노력하겠습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kn.kr

[특징주] 신풍제약, 창업주 2세 고발 소식에 급락

창업주 2세의 검찰 고발 소식에 신풍제약이 장 초반 약세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신풍제약은 전 거래일 대비 440원(4.70%) 하락한 892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 초반에는 8500원까지 떨어지면서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신풍제약은 전날에도 8.68% 하락한 데 이어 2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신풍제약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데는 설립자인 장용택 신풍제약 명예회장의 아들인 장원준 전 신풍제약 대표가 자본시장법상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금지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 조치된 소식 영향이다. 앞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지난 12일 정례회의를 열고 장 전 대표와 신풍제약 지주사 송암사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금지 위반으로 검찰 고발 조치를 의결했다. 증선위에 따르면 신풍제약 실소유주이자 최대주주인 장 전 대표는 코로나19 치료제 신약 개발 임상 결과를 미리 알고 주식을 처분해 약 369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비껴갔다. 장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4월 송암사가 보유한 신풍제약 주식을 블록딜 형태로 대량 매도했다. 당시 신풍제약은 임상을 진행하던 코로나19 치료제가 2상 임상에서 시험 주평가지표의 유효성 목표를 충족하지 못했는데 증선위는 장 전 대표가 이를 미리 알고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기령 기자 giryeong@ekn.kr

[특징주] ‘가스터빈 시장 수혜’...두산에너빌리티, 증권가 기대 확산에 강세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18일 장초반 강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40분 현재 두산에너빌리티는 전 거래일 대비 6.91% 오른 3만1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증권가의 목표주가 줄상향이 투심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NH투자증권은 이날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해 북미를 중심으로 늘어나는 가스터빈 시장에서 수혜를 누릴 전망이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2만6500원에서 3만3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동아시아 지역도 가스발전 수요가 증가해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수혜는 계속될 전망"이라며 “가스터빈 후발주자인 두산에너빌리티는 상대적으로 기준이 엄격한 북미, 유럽에서 수주할 기회를 갖게 된다"라고 평가했다. 이밖에도 이날 하나증권, 대신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이 두산에너빌리티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올려 잡았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특징주] 와이랩, 넷플릭스 콘텐츠 공급 소식에 16% 급등

와이랩이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공급한다는 소식에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 37분경 현재 와이랩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6.48% 오른 569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와이랩은 넷플릭스와 콘텐츠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기간은 오는 2026년 8월 31일까지다. 이번 계약으로 와이랩의 성장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성우창 기자 suc@ekn.kr

[특징주] ‘본업 증명+유럽 호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60만원 선 거뜬히 뚫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에서 패싱당한 유럽 각국의 정상들이 긴급회의까지 열고 방위력 강화를 논의하면서 유럽 방산주가 급등한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급등세를 시현하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시 28분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일 대비 9.88%오른 63만 4000원에 거래 중이다. 방산주가 급등하고 있다. 간밤에 유럽증시인 스톡스600에서 공우주 및 방위지수가 4.2% 상승했다. 유럽이 방위비를 크게 늘릴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스타머 영국 총리는 유럽 정상들과의 긴급 회담 후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비공식 정상회의는 유럽의 안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결정적인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토에서 미국의 이탈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없으나, 유럽 각국이 안보 분야에서 더욱 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할 시점"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한화그룹의 김동관 부회장 역시 적극적인 글로벌 방산 협력 행보를 이어갔다. 아랍에미리트에서 개최된 세계적 규모의 방산전시회 'IDEX 2025'에서 현지 주요 방산기업인 EDGE의 파이살 알 반나이 최고경영자와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방위산업과 우주, 조선해양 분야의 전략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증권가에서도 목표가를 일제히 높혔다. 최정환 LS증권 연구원은 “2025년 연결기준 매출액 29조6770억원(전년 동기 대비 146.0% 증가), 영업이익 2조8000억원(전년 동기 대비 54.7% 증가, 영업이익률 9.3%)"을 전망했다. 최 연구원은 “동사는 비방산 자회사인 정밀기계, 비전 분리와 함께 2025년 계열사로부터 한화오션 지분 인수를 통해 1분기부터 연결인식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국내 유일 육해공 전반의 역량을 갖춘 기업으로 탄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4년 지상방산 수주잔고는 약 32조4000억원, 항공우주 수주잔고는 약 29조원으로 추정되며, 비공개 공급계약까지 고려한다면 지상방산 수주잔고는 더 높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기범 기자 partner@ekn.kr

LIG넥스원, 글로벌 방산 특수에 질주…증권가 목표가 ‘줄상향’

LIG넥스원이 지난해 4분기 시장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며 주가가 고공행진 중이다. 최근 글로벌 방위산업 환경이 우호적으로 조성되면서 대규모 수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증권사들도 LIG넥스원의 목표주가를 잇따라 상향하고 나섰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IG넥스원에 대한 리포트를 낸 증권사 7곳(대신·삼성·메리츠·현대차·다올투자·유진투자·한화투자증권)은 LIG넥스원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우선 가장 높은 목표가를 제시한 증권사는 한화투자증권으로 기존 30만4000원에서 35만원으로 높였다. 대신증권(30만5000→33만원), 다올투자증권(31만→33만원), 삼성증권(30만→32만원), 메리츠증권(31만→33만원), 현대차증권(26만→33만원), 유진투자증권(24만3000→35만원) 등도 LIG넥스원 목표주가를 큰 폭으로 올렸다. LIG넥스원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1.8% 증가한 1조1686억원을, 영업이익은 69.9% 증가한 62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시장 컨센서스를 19% 상회한 수준이다. 순이익도 컨센서스를 125% 웃돌았다. 곽민정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해궁과 중어뢰 2차 양산 사업, TMMR 2차 등이 매출 증가에 기인했다"며 “최근 글로벌 국방비 지출 증가와 글로벌 방위산업의 우호적인 환경 속에 LIG넥스원의 수출 모멘텀이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수주 잔고 증가에 더불어 향후 수주 전망도 밝다는 점에서 투자 매력도가 높다고도 평가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팀장은 “LIG넥스원은 지난해 4분기에만 3조5000억원의 수주를 확보했는데 이는 지난해 연간 수주(4조6000억원)의 77% 수준"이라며 “최소 3조원 규모의 사우디 천궁 수출 수주는 올해 수주로 인식될 것으로 보여 연말 수주 잔고는 역대 최고 수준인 2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도 “규모가 작아 공시되지 않은 미공시 수주가 3조원에 육박하는 점을 고려했을 때 미래를 위한 다양한 개발 사업이 진행형임을 알 수 있다"며 “LIG넥스원의 중장기 체계 및 부체계 업체로서의 전망이 매우 밝다"고 말했다. 미래 전장에서 첨단무기가 중심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장기 투자에 적합한 종목이라고도 평가했다. 이지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천궁II에서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L-SAM)으로 이어지는 중동향 방공망 수출 파이프라인과 함께 연말과 내년 초 미국향 비궁 수출이 기대된다"며 “이에 따라 단기 실적보다는 수주 모멘텀과 미래 전장 기술 확보에 대한 기대감이 우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기령 기자 giryeong@ekn.kr

젬백스 前회장 김상재, 67억 채무면탈로 실형 전력 드러나…바이오빌, 채권 회수 가능성에 ‘주목’

젬백스앤카엘(이하 젬백스)의 최대주주이자 전 회장인 김상재 고문이 채무 면탈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17일 확인됐다. 김 고문이 여전히 영향력을 끼치는 젬백스가 채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담보물 변경을 신청하다 보니, 과연 바이오빌이 채권을 제대로 회수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젬백스와 바이오빌은 한국줄기세포뱅크 주식 매수를 두고 12년째 공방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 1심에서 젬백스가 일부 패소했다. 지난해 12월 젬백스는 바이오빌에 담보물 변경 신청을 했다. 신청 여부를 다투는 과정에서 김상재 고문이 과거 판결에 따른 채무를 면탈해 기소된 바 있음이 새롭게 확인됐다. 그는 과거 판결로 인해 발생한 채무 67억원을 정 모 씨에게 부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면탈해 기소돼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드러난 것이다. 다만 항소심 과정에서 합의를 통해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젬백스 관계자는 “위 사안은 회사와 관련되지 않은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김 고문은 작년 초 젬백스 경영진에서 물러났으나, 현재도 고문직을 맡아 회사에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젬백스의 최대주주 지위를 보유하고 있으며, 김 고문을 제외한 주요 이사진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또 퇴직위로금과 관련해 젬백스는 “지속적 유대강화를 위해 7억원을 지급한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그의 회사 내 영향력이 여전함을 시사한다. 이 같은 상황이다 보니 젬백스의 담보물 변경 신청은 그의 과거 전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 바이오빌과 젬백스 사이에 채권·채무 관계가 일어난 배경은 김 고문이 깊이 개입돼 있다. 지난해 11월 재판부는 젬백스 측에 175억원과 이자 108억원 포함해 총 283억원을 바이오빌에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김상재 고문이 바이오빌의 대표이사인 시절, 젬백스의 대표이기도 했다. 해당 거래가 있던 시기 원고 바이오빌과 피고 젬백스의 대표이사를 겸임 중이었다는 의미다. 2012년 바이오빌은 한국줄기세포뱅크 지분을 젬백스로부터 인수했다. 바이오빌은 인수 대가로 젬백스에게 전환사채(CB) 175억원을 지급했다. 그런데 해당 거래는 최대주주인 젬백스가 보유한 한국줄기세포뱅크 주식을 취득하는 것이기에 이사회 특별승인 사항이었다. 하지만 바이오빌은 요건을 만족하지 못했다. 2012년 6월 25일 이사회에서 이사 총 7명 중 4명(김상재, 김택근, 최영석, 이해청)만 출석해 주식양수도계약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피고 김상재 등은 바이오빌의 이사로서 상법 398조를 위반해 원고의 이사회에서 주식양수도계약 체결을 승인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강행규정을 위반한 거래는 무효다. 그렇기에 원상복구가 되어야 하는데 되돌아가야 할 CB가 없다보니 젬백스는 바이오빌에 그에 상당하는 금원을 지급해야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만약 그가 대표이사로서 주의했다면 일어나지 않을 사고로 인해 발생한 채무"라면서 “그의 부주의가 스노우볼이 돼 젬백스에 부담을 끼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서 그는 “김 고문이 회사에 영향력을 끼칠 개연성이 충분히 있고, 채무 면탈로 실형 선고도 받은 전력이 있는 인물"이라면서 “그렇기에 담보물 변경이 된다면 바이오빌이 채권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박기범 기자 partner@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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