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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파업이냐 상생이냐…노사협상 해법찾기 ‘내주 분수령’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진행 여부가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됐다.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대표 기업에서 잡음이 계속 새 나오면서 정계와 재계는 물론 일반시민들까지 삼성전자 노사협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노사간 대화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 근본 원인은 양측간 입장 차이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이런 와중에 가장 많은 노조원 수를 거느린 삼성전자의 최대 노조는 명분 없이 투쟁 깃발만 치켜들고 있다. 임단협 요구안을 상향 조정하며 계속 말을 바꾸거나 임직원간 갈등을 대놓고 조장하는 등 노사 양쪽에서 모두 신뢰를 잃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주주는 물론 일반국민들도 노조를 비판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측은 노조 눈치를 보는 모양새다.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회사가 입을 피해액이 천문학 수준이기 때문이다. 갈등이 지속되면 삼성전자 사업장을 넘어 우리 산업계와 국가 경쟁력까지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을 필두로 정치권이 총출동해 노사협상을 중재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까닭이다. 일각에서는 노조가 '파업' 카드를 자신들의 밥그릇만 챙기는 데는 쓰지 못하도록 이참에 제도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 일등기업 삼성이지만 노사 대화 '경험 전무'…노조 폭주 빌미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이 전 국민 관심사로 급부상한 것은 노사가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는 경험을 거의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등 기업' 직원과 경영자들이 임금 및 단체협약에는 서툰 탓에 일을 키웠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 시절부터 '무노조 경영'을 원칙으로 삼았다. 국면이 바뀐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대국민 사과에 나섰던 2020년이다. 삼성전자 노사가 첫 단체협약을 체결한 것은 창사 50여년만인 지난 2021년이다. 무노조 경영 철폐 선언 이후 삼성전자 내부의 노조 지형은 급격히 변해왔다. 한국노총 산하에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급격히 세력을 불렸다가 위축됐다. 이들은 2년 전 창사 이래 첫 파업을 주도한 조직이다. 최근 들어서는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가 부상하며 과반 노조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초기업노조가 몸집을 키운 방법이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 직원들이 '억대 성과급'을 받게 됐다는 사실이 일등기업 삼성전자 구성원의 자존심을 자극하면서 노조로 모여들었다. 집행부의 리더십이나 도덕성을 검증하지 못한 상황에서 조합원이 갑자기 불어났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한 직원은 “초기업노조 조합원들이 다른 가치는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성과급에만 집중하고 있다. (게시판 등에서) 도를 넘은 의견들도 자주 언급된다"고 귀띔했다. 8일 기준 초기업노조 조합원 수는 7만3135명이다. 대부분 디바이스솔루션(DS) 소속이다. 작년 말 기준 삼성전자 전체 직원 수는 12만8881명이다. 이 중 DS 소속은 7만8064명이다. 성과급을 위해 뭉친 초기업노조는 말 그대로 '폭주'하고 있다. 먼저 사측과 협상 과정에서 정당성을 잃었다. 협상을 시작하며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은 성과급 상한 폐지였다. 회사가 주던 기존 제도가 불투명하게 운영되는 만큼 이를 투명·제도화해 달라는 의견도 내놨다. 당시만 해도 성과급 지급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사측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컸다. 올해 1분기 실적이 발표된 이후 노조는 영업이익의 15~20%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말을 바꿨다. 역대급 실적에 맞게 특별포상도 내놓으라고 회사를 압박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300조~350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반도체 부문에서만 300조원 가까이 돈을 벌 것으로 관측된다. 단순 계산하면 DS 직원이 일인당 6억원 가까이 받아갈 수 있는 셈이다. 여론의 시선이 싸늘하게 식어간 것도 이 시점부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구개발(R&D)에 약 37조7000억원을 투입했다.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에게 배당한 금액은 9조8000억원이다. 평택 캠퍼스 등 공장을 짓고 장비를 사들이는 시설 투자에는 약 52조7000억원을 사용했다. 노조의 요구는 그간 삼성전자 성장에 기여한 지역사회 헌신, 정부의 지원, 주주들의 투자 등을 모두 부정하는 수준으로 해석된다. 초기업노조는 여기서 한 술 더 떴다. 파업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임직원간 갈등을 조장하는 선택을 내린 것이다. DS 직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소속이다. 가전·네트워크 등 일부 사업부의 경우 올해 이익이 급감하거나 영업적자를 낼 가능성도 있다. 초기업노조는 DX 직원들을 철저히 배제한 채 '반도체끼리 투쟁' 형식의 판을 깔고 있다. 반도체 직원들은 일인당 수억원씩 받아야 하는 반면, DX 직원들에게는 공통 영업이익에서 자사주 1주(약 25만원)조차 나눠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결국 노노(勞勞)간 갈등으로 불이 붙었다. 삼성전자 노조는 그동안 초기업노조, 전삼노, 동행노조 등 3개 단체가 공동투쟁본부(공투본)를 구성해 사측과 협상을 벌였다. DS 직원 위주로 세워진 초기업노조가 과반 지위를 확보하면서 DX 구성원이 많은 다른 조직들과 불화를 겪고 있다. DX 임직원 2300여명이 가입한 동행노조는 지난 4일 공투본에서 빠지기로 했다. 이들은 “과거 초기업노조는 과반 조합이라는 권한을 남용해 우리 노조의 의견을 고의로 무시·배제하거나 심지어 형법 제311조(모욕)에 해당하는 비하 등을 지속했다"고 강조하며 초기업노조 측에 사과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2대 조직인 전삼노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전삼노는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타 노조에 대한 경솔한 언행으로 대외적 신뢰를 실추시켰던 전례에 이어 이제는 내부의 정당한 목소리마저 '교섭 배제'라는 압박으로 입막음하려는 태도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또 과반 노조로서 특정 부문을 외면하거나 배제하지 말고 DS와 DX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초기업노조 내부에서는 DX 직원들 대부분이 탈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각종 커뮤니티 등에 '탈퇴 인증' 글을 남기면서 내부 갈등에 대한 걱정도 커졌다. 집행부가 부당하게 사익을 편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도 나온다. 파업 기간 스태프에게 활동비 최대 300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고 조합비 역시 기존 1만원에서 5만원으로 갑자기 올랐다는 이유에서다. 초기업노조를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는 중이다. 파업에 참가하지 않는 직원을 해고하겠다고 협박하거나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임직원 개인정보를 빼돌리려다 적발되는 등 '상식 밖' 행보가 지속되고 있다. 최 위원장이 총파업을 한달여 앞둔 상황에서 동남아시아로 장기 휴가를 떠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오며 조합원들이 술렁였다고 전해진다. 노조 영향력이 큰 한 제조업 기업 관계자는 “노조가 '협상 카드'로 무리한 요구를 내놓고 협상을 시작하는 경우가 있어도 대화 과정에서 의견을 맞추는 법"이라며 “(삼성전자 노사는) 서로를 인정하고 협상에서 '선'을 지키는 법을 아직 모르는 듯하다"고 일침했다. ◇ 삼성전자 '비상' 정치권도 노사 협상 중재 총력전 노조는 사측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이달 21일부터 오는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손실 금액이 '측정 불가' 수준이 될 것으로 본다. 증권가에서는 예상 손실액이 단기적으로 20조~30조원가량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조가 예고한 기간 파업이 벌어지고 이후 설비를 복구하는 시간을 계산한 금액이다. 영업이익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는 금액도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파업이 장기화하거나 설비를 고의로 고장 내는 등 예외적인 사건이 일어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파업이 장기화하면 손실액이 50조원을 넘길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실적 악화를 넘어 기업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수준"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라인은 한 번 멈추면 재가동 후 수율을 정상화하는 데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수주가 걸린다는 특징이 있다. 가동 중단 시 라인에 깔려 있던 수만 장의 웨이퍼를 전량 폐기해야 할 수도 있는데 이 비용도 상당하다. 고객사들이 삼성전자의 '공급 안전성'에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는 것도 핵심 포인트다. 당장은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경쟁사에 점유율을 뺏기는 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들은 비상이 걸렸다. 대부분 '책임 있는 대화'를 강조하며 노조에 손을 내밀고 있다. 삼성전자 대표이사인 전영현 부회장과 노태문 사장은 지난 7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임금협상으로) 미래 경쟁력이 손실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들은 “회사는 임직원 여러분과 미래 경쟁력, 사업 운영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안을 제시하고 노동조합과 대화를 통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했다"며 “아직 최종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안타깝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엄중한 글로벌 경영환경에서 미래 경쟁력을 상실하지 않도록 경영진 모두가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며 “임직원 여러분께서도 우리의 미래 경쟁력이 손실되지 않도록 각자 역할에 최선을 다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도 지난 5일 사내 게시판에 메시지를 올렸다. 신 의장은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노사 모두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막대한 파업 손실과 고객 이탈로 회사의 가치가 하락할 경우 주주, 투자자, 임직원, 지역사회에 심각한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어 “수백억달러의 수출과 수십조원의 세수가 감소하고 환율 상승 유발로 국내총생산(GDP)이 줄어드는 등 국가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지금은 회사가 직면한 무한경쟁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임직원 모두가 합심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정치권도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들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 부당한 요구를 해서 우리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게 되면 해당 노조뿐만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입히게 된다"며 삼성전자 노조를 에둘러 비판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삼성전자의 역대급 실적과 경쟁력이 노사만의 전유물이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결실"이라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삼성전자의 결실에는 수많은 인프라, 수많은 협력 기업, 400만명이 넘는 소액주주와 국민연금 등이 연결돼 있다"며 “현재 발생한 이익을 회사 내부 구성원들끼리만 나눠도 되는 이슈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난 7일 “오늘 삼성전자가 있기까지 수많은 협력업체의 노력, 정부의 지원, 연구개발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특히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막대한 전력 확보를 위한 지역 주민들의 협조가 있었다"며 “노사 간 교섭 테이블이 마련된다면 정부는 실질적인 교섭이 촉진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노사 일단 협상 테이블로…핵심쟁점 '성과급' 절충안 나올까 삼성전자 노사는 일단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는 방침이다. 김도형 고용노동부 경기지방고용노동청장이 8일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과 면담하는 등 노동 당국이 중재 노력에 나선 결과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삼성전자 노사를 상대로 사후조정 절차 참여를 타진했다. 사후조정은 조정이 종료된 뒤 노동쟁의 해결을 위해 노사 동의하에 다시 실시하는 협상이다. 중노위가 중재자 역할을 맡게 된다. 지난 2024년 7월 삼성전자 노조 첫 파업 때도 중노위가 사후조정에 들어갔었다. 초기업노조는 한 차례 결렬된 노사조정의 후속 절차로서 사후조정 절차에 돌입하기로 했다. 관련 대화는 오는 11일과 12일 집중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노사 간 견해 차이는 좁히기 쉽지 않아 보인다. 사측은 지난 3월 열린 집중 교섭에서 DS 직원들에게 업계 1위 달성 시 경쟁사 이상의 보상을 해주겠다고 제시했다.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성과급 재원으로 쓰겠다고 약속했다. '성과급 상한 유지'라는 주장도 한발 물러나 특별 포상을 통해 직원들에게 상한선 이상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구적인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지급 등을 주장하고 있다. 변수는 여론이다.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전 국민이 쳐다보고 있는 만큼 노사 모두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성돼 있다. 특히 주주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 경제 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목소리에 양측 모두 집중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정부 차원에서 '밸류업'을 통해 주주권 강화 운동을 벌이는 만큼 이번 성과급 논란에서도 '주인'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홍 광운대 명예교수는 지난 6일 '이해관계자 경영학회' 춘계 정기세미나에서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 관련 “주주의 잔여청구권 이론에 의하면 노조가 영업이익의 15%를 정률로 배분받는 것은 일종의 선배당을 받는 것"이라며 “이는 노조의 '준 주주화'를 의미하며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소액주주들도 단체를 만들어 현수막 시위를 열거나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일부 조직들은 노조원들이 단체행동을 벌이면 근처에서 '맞불 집회'를 여는 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7~28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9.3%는 삼성전자의 파업 관련 '무리한 요구 및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로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정당한 권리 행사 및 보상 요구로 적절하다'는 응답은 18.5%에 그쳤다. 조사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펼쳐졌다. 무선(100%) 임의전화걸기(RDD) 자동응답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4.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노사관계 균형 자체를 다시 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노조의 쟁의권은 강한데 기업의 대응 수단은 지나치게 제한돼 있다는 논리에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등 친노동 입법은 활발한데 사업장 불법 점거를 제한하는 등 회사 측 방어수단은 거의 없다"며 “파업이 벌어져도 대체인력 투입이나 외부 인원 활용 등이 어려운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짚었다. 학계 한 관계자는 “노조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게 가장 시급하다"며 “조합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고 감사 제도를 도입하는 등 거대 노조 선진화 작업을 거쳐야 한국 특유의 노사 갈등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정부, “중동 외 원유 운송비 차액 지원…8월까지 연장 검토”

정부가 중동 외 지역 원유에 대한 운송비 지원제를 8월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중동산 원유 수급 불확실성에 대비해 미주 등 타 지역으로의 원유 도입 다변화를 지속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8일 “당초 6월까지 다른 지역에서 들여온 원유는 중동산 대비 운임 차액 전액을 지원하기로 했는데 8월로 연장하는 안을 논의 중"이라며 “중동 전쟁 종료 후에도 원유 공급선 다변화를 계속해야 한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신학 산업부 차관도 전날 브리핑을 통해 “비중동산 원유 도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6월 종료 예정인 운송비 차액 지원 제도 연장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달 17일 4~6월 미주·아프리카·유럽 등 비중동 지역에서 원유를 도입하는 경우 중동산 대비 운임 차액을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당시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동산 원유 수급 차질이 빚어졌다. 이에 정부는 중동 외 지역에서 원유를 들여올 때 운송비가 더 커지는 점을 고려해 차액을 전액 보전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정부는 지난 2015년 '원유 도입선 다변화 지원제'를 도입했다. 비중동산 원유 도입 시 운송비 초과분을 지원하기 위해 운임 차액의 25%를 환급해 줬다. 70%에 가까운 중동산 원유 의존도에서 벗어나 원유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중동산 원유 공급선이 막히자 리터(ℓ)당 16원인 석유수입부과금 납부 한도 내에서 운송비 차액을 모두 환급해 주기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중동발 우회 항로를 이용한 선박과 항공 화물의 운임 상승분은 과세 대상에서 빼 주기로 했다. 중동 전쟁 이후 급등한 운임을 과세에 모두 반영하지 않고, 전쟁 이전 수준의 통상 운임만 과세 기준으로 적용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후 중동발 원유와 원자재 운송이 우회 항로로 몰리면서 국내 수입 기업들이 급등한 물류비, 운송비에 관세 부담도 커진 점을 고려한 조치다. 정부는 일반 운임과 함께 체선료와 운송 보험료도 특례를 적용해 전쟁 이전 수준으로 과세할 방침이다. 지원 대상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않는 중동발 우회 선박과 긴급 항공 운송, 전쟁 여파로 해협에 고립됐던 선박 등이다. 수입 기업은 우선 실제 운임으로 신고한 뒤 추후 통상 운임 기준으로 확정 신고할 수 있다. 이미 신고를 한 경우에도 환급 신청을 통해 차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관세청은 이날부터 '수입 운임 특례'를 시행한다. 특례는 올해 3월 1일 이후 수입 신고분부터 소급 적용된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구윤철 “조정지역 임대아파트 ‘양도세 중과 배제’ 검토 중”

정부가 오는 10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 시행을 앞두고 잠겨있는 매물이 나와 실거주자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조정대상지역 매입임대아파트 사업자에게 주는 양도세 중과배제 혜택도 과도하다는 지적에 따라 들여다보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조정대상지역의 매입임대아파트 사업자에게 영구히 주어지던 양도세 중과배제 혜택이 조세 형평 측면에서 과도하다는 지적에 대해 여러 가지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9일에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가 종료된다. 10일부터는 다주택자의 주택 양도차익에 가산된 세금이 부과된다. 현행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는 조정대상지역 내 기본세율 6∼45%에 2주택자는 20%포인트(p), 3주택 이상 소유자는 30%p를 가산해 과세한다. 지방소득세 10%까지 적용하면 3주택 이상 소유자 대상 실효세율은 최고 82.5%까지 부과된다. 구 부총리는 “최근 부동산 시장은 과거의 과열 양상에서 벗어나 실거주자 중심으로 새롭게 재편되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며 “(양도세 중과 시행) 9일 이후 매물잠김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나, 정부의 정책의지는 과거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잠겨있는 매물이 나오고 실거주자에게 돌아가도록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출규제와 토지거래허가제로 투기적 매수가 원천 차단돼 있고, 주택가격 상승 기대도 낮아지고 있으며, 투자 패러다임이 부동산에서 자본시장 등 생산적 부문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 부총리는 “공공 택지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한 토지보상법 등이 어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 공급을 늘리겠다"며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에 주력하는 한편 투기 수요는 차단하고 실거주를 위한 거래는 원활히 이뤄지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정부는 중동전쟁이 종료될 때까지 석유 최고가격제를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8일부터 2주간 시행되는 5차 석유 최고가격은 또다시 동결됐다. 물가 부담과 민생 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구 부총리는 “중동전쟁이 길어지면서 고유가와 공급망 충격 등 일부에서 경제부담도 늘어나고 있다"며 “불확실성의 파고가 완전히 잦아들 때까지 비상대응의 키를 단단히 잡겠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이 정도일 줄은”...해외 IB, 한국 성장률 줄줄이 올렸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다. 예상보다 강했던 1분기 성장률과 반도체 중심의 수출 회복세가 맞물리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기대치가 빠르게 높아지는 분위기다. 다만 중동 리스크에 따른 고유가와 물가 상승 압력은 변수로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JP모건·골드만삭스·씨티·HSBC 등 해외 주요 IB 8곳이 제시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지난 4월 말 기준 2.4%로 집계됐다. 지난 3월 말 평균치(2.1%)보다 한 달 만에 0.3%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IB들은 이미 올해 초부터 한국은행(1.8%)과 정부(2.0%) 전망치를 웃도는 성장률 전망을 내놨지만, 1분기 성장률 발표 이후 전망치를 추가로 상향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예상치를 크게 웃돈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분위기를 바꿨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은 올해 1분기 실질 GDP 성장률 속보치가 전분기 대비 1.7%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시장 예상치와 한은 전망치(0.9%)를 두 배 가까이 웃도는 수준이다. 민간 소비와 설비투자 회복 흐름에 더해 수출 증가세가 성장률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공격적으로 전망치를 높인 곳은 JP모건이다. JP모건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3.0%로 0.8%p 상향 조정했다. 씨티 역시 2.2%에서 2.9%로 전망치를 높였고, 골드만삭스는 1.9%에서 2.5%로 수정했다. 바클리는 2.0%에서 2.4%로, 노무라는 2.3%에서 2.4%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HSBC는 1.9%, UBS는 2.2%를 유지했다. IB들은 반도체 업황 회복이 한국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 등이 메모리 반도체 수출 개선으로 이어지면서 수출 경기 전반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3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49.8% 급증했다. 대외 건전성 지표도 뚜렷하게 개선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경상수지는 373억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상품수지 흑자 역시 350억7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수출은 943억2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56.9%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나타냈다. 한국은행은 당분간 양호한 수출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영환 한은 경제통계1국장은 “경상수지는 4월 이후에도 양호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 수출 호조와 중동 정세 전개 상황 등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물가 부담은 커지고 있다. 중동 지역 갈등 장기화로 국제유가 상승 우려가 확대되면서 해외 IB들의 물가 전망치도 함께 올라갔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월 말 평균 2.4%에서 4월 말 2.5%로 높아졌고, 내년 전망치 역시 2.0%에서 2.1%로 상향 조정됐다. 내년 성장률 전망도 소폭 개선됐다. IB 8곳의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평균 전망치는 2.1%로, 전달보다 0.1%p 올랐다. 씨티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4%로 높였고, JP모건도 1.9%에서 2.5%로 상향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기존 1.9%에서 1.7%로 낮추며 향후 경기 둔화 가능성을 일부 반영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반도체가 다 했다”...경상수지 54조 흑자 ‘사상 최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급증세가 이어지면서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상품수지가 큰 폭으로 개선된 데다 여행수지까지 흑자로 돌아서며 대외 거래 전반이 예상보다 강한 흐름을 나타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경상수지는 373억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원화 기준으로는 약 54조4000억원 규모다. 월간 기준 기존 최대치였던 지난 2월(231억9000만달러)을 크게 웃돌았으며 흑자 행진도 35개월째 이어졌다. 올해 1분기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737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8배 확대된 수준이다. 이번 흑자 확대는 상품수지가 사실상 견인했다. 3월 상품수지 흑자는 350억7000만달러로 집계되며 역대 최대 규모를 새로 썼다. 같은 기간 수출은 943억2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56.9% 늘어 역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IT 품목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통관 기준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49.8% 급증했고, 컴퓨터 주변기기도 167.5% 늘었다. 무선통신기기(13.1%), 석유제품(69.2%), 화공품(9.1%) 등도 증가 흐름을 나타냈다. 지역별로는 동남아시아와 중국향 수출 확대가 두드러졌다. 동남아 수출은 68.0%, 중국은 64.9% 증가했고 미국(47.3%), 일본(28.5%) 역시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반면 중동 지역 수출은 49.1% 감소했다. 수입도 증가세를 나타냈다. 3월 수입은 592억4000만달러로 지난해보다 17.4% 늘었다. 정보통신기기와 수송장비,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자본재 수입이 23.6% 증가했고, 원자재 수입 역시 화공품 수요 확대 영향으로 6개월 만에 증가 전환했다. 서비스수지는 12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지만 적자 폭은 눈에 띄게 줄었다. 특히 여행수지는 1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2014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흑자 전환했다. 김영환 한은 경제통계1국장은 “BTS 공연 등의 영향으로 입국자 수가 크게 늘었다"며 “3월 입국자 수가 처음 200만명을 넘었는데 현재로서는 입국자 수 증가세가 단발적인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본원소득수지 흑자도 확대됐다. 배당수입 증가 영향으로 2월 24억8000만달러였던 흑자 규모는 3월 35억8000만달러까지 커졌다. 배당소득수지 흑자 역시 27억달러로 증가했다. 다만 외국인 자금 흐름에는 변동성이 나타났다.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는 주식을 중심으로 340억4000만달러 감소했다. 이 가운데 주식 투자 감소 폭은 293억3000만달러로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컸다. 중동 리스크와 메모리 반도체 수요 둔화 우려 속에서 차익실현 매물이 겹친 영향이라는 게 한은 설명이다. 김 국장은 미국·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가 4월 교역에 일부 영향을 주긴 했지만 전체 흐름을 바꿀 정도는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향후에도 경상수지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반도체 수출 흐름과 중동 정세 전개는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5차 석유 최고가격도 ‘동결’…“물가 부담·민생 안정 고려”

정부가 5차 석유 최고가격도 동결하기로 했다. 3차 때부터 세 차례 동결이다. 가격 상한선은 리터(ℓ)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 등으로 유지된다. 5차 최고가격은 8일 0시부터 2주 간 적용된다. 산업통상부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국민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최고가격제 취지에 맞게 민생 안정을 최우선 고려해 이번 최고가격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월 27일 2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을 통해 1차 때(휘발유 1724원, 경유 1713원, 등유 1320원) 보다 모든 유종을 210원씩 올렸다. 이후 3차부터 5차까지 동결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대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유가의 불안정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합의에 근접했다는 소식에 6일(현지 시간) 치솟던 국제유가는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이날 ICE 선물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1.27달러로 전장보다 7.83% 하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종가도 배럴당 95.08달러로 전장보다 7.03% 내려갔다. 산업부는 그동안 4차례 최고가격 지정 과정에서 국제유가 인상분이 온전히 반영되지 못해 누적 인상 요인도 여전히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반영돼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실제 국내 주유소 가격은 국제유가 기준으로 통상 2~3주 시차를 두고 반영돼 당분간 오른 기름값이 유지될 전망이다. 최근 상승세가 확대된 소비자물가 흐름에 따라 가격 안정에 중점을 둔 것도 이번 동결 결정에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실제 석유류가 22% 가까이 뛴 4월 소비자물가는 2.6% 상승했다. 2024년 7월(2.6%) 이후 1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 상승이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월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1.9% 상승했다. 휘발유(21.1%), 경유(30.8%), 등유(18.7%) 등이 모두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유가 상승이 물류비 등 서비스와 생산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고유가로 어려움을 겪는 화물차 운전자, 택배기사, 농·어업인 등에게 추가적인 부담을 준다는 점을 각별히 고려했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정부, ‘수입 설탕’ 관세 낮춰 물가 관리…“4개월내 시장 풀어야”

정부가 물가 관리를 위해 관세를 낮춘 설탕의 시장 방출 기간을 최대 6개월에서 4개월로 앞당기기로 했다. 관세가 낮아진 수입물품을 창고에 쌓아두고, 가격이 오를 때까지 판매를 미루는 부당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할당관세 개선방안 후속 조치'를 발표했다. 할당관세란 물가를 낮추고, 원활한 수급을 위해 일정 수입 물량에 대해 관세를 낮추거나 면제하는 제도다. 중동 전쟁 이후 환율과 유가 상승이 고물가로 이어지자 정부는 설탕, 수입산 과일 등 할당관세 대상을 확대해왔다. 하지만 일부 수입업체 사이에서 보세구역에 물량을 장기간 보관하며 관세 인하 혜택만 받는 부당 행위가 발생했다. 수입 신고를 미루고, 시일이 지나 높은 가격에 판매하다 보니 시장 가격 인하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는 8월부터 할당관세 적용 품목인 설탕의 방출 의무 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4개월로 앞당기기로 했다. 냉동 고등어도 수입 수산물 유통이력 관리 대상에 추가한다. 기존 냉동 '갈치·명태·오징어'와 냉장 오징어에서 5개 품목으로 늘려 수입 후 도매·가공·소매까지 모든 단계의 유통 경로 관리를 강화한다. 설탕의 시중 방출 의무 기간을 단축하고, 수입 수산물의 유통 경로 추적도 강화해 신속 유통을 도모하는 동시에 낮아진 관세 혜택이 물가 인하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관세법 개정을 통해 수입 제품의 보세구역 반입 후 가산세 부과 기준도 현행 30일에서 20일로 단축하기로 했다. 공급이 시급한 경우에는 주무 부처 장관 요청에 따라 세관장이 화주 등에 대해 직접 반출을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 관계자는 “할당관세 적용 제품이 시장에 보다 신속하게 유통돼 물가를 빠르게 안정화하고, 시장 공급 지연 등 부정행위 차단을 강화하기 위해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연내 관세법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올해 연말까지 농축산물의 할당관세 적용 품목에 대해 수입·유통·판매 전 과정을 상시 점검할 수 있는 통합 관리체계도 구축할 예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이 같은 업무를 전담할 수 있도록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내 30명 규모의 할당관세 관리팀을 신설하는 방안을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등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는 중동 전쟁 이후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판매 기피 등 부정행위가 없도록 석유제품 매점매석 금지를 오는 7월까지 2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이슈&인사이트] 중금리 대출 확대와 국민경제의 선순환

최근 금융위원회는 중·저신용 계층을 위한 중금리 대출 공급을 대폭 확대하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이번 대책은 정책금융기관과 민간 금융회사의 협력을 기반으로 중금리 대출의 공급 기반을 확충하고, 보증 연계 및 인센티브 구조를 통해 금융회사의 참여를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신용평가체계의 고도화를 병행하여 기존의 정형화된 신용 평점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보다 정교한 위험 기반 접근을 도입하려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는 단순한 대출 확대 정책이 아니라, 제도권 금융 내에서 '중간 신용계층'을 흡수하고 금융시장 구조를 정상화하려는 전략적 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국민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중금리 대출 확대는 여러 긍정적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첫째, 가계의 이자 부담 완화를 통해 소비 여력을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다. 고금리 대출에 의존하던 차주들이 중금리 대출로 전환할 경우 평균 차입 비용이 하락하게 되고, 이는 고신용자 대비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중·저 신용 계층의 소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거시경제적으로 이는 내수 진작 및 경기 안정화에 기여하는 중요한 경로로 작용한다. 둘째, 금융 포용(financial inclusion)의 실질적 진전이다. 기존에는 신용도가 낮다는 이유로 제도권 금융 접근이 제한되었던 계층이 합리적인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면서, 금융의 분배적 기능과 사회적 안전망이 강화된다. 이는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경제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구조적 효과를 지닌다. 셋째, 비제도권 금융 및 불법 사금융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점도 중요한 성과로 평가된다. 중금리 대출 시장이 충분히 형성될 경우, 이는 고금리 대출과 저금리 대출 사이의 '완충지대(buffer zone)'로 기능하며, 금융 취약계층이 비제도적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것을 방지한다. 넷째, 금융산업의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금융회사는 보다 정교한 리스크 기반 가격결정(risk-based pricing)을 구현해야 하며, 이는 자연스럽게 신용평가모형, 데이터 활용, 핀테크 기술의 발전을 촉진한다. 미국 사례는 상기 중금리 대출 정책 방향의 타당성을 뒷받침하는 대표적 참고 사례이다. 미국에서는 커뮤니티 은행과 핀테크 기업이 협력하여 중금리 대출 시장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왔다. 특히, 렌딩과 같은 플랫폼 기반 금융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대안 데이터(예: 소득 흐름, 소비 패턴, 비금융 정보)를 활용한 신용평가가 활성화되었다. 이는 전통적 신용평가로 포착되지 않던 차주들의 상환 능력을 보다 정밀하게 반영하는 데 기여했다. 또한, 규제 측면에서도 과도한 금리 통제보다는 투명성 제고와 경쟁 촉진에 방점을 두었으며, 결국, 중금리 대출은 금융 포용을 확대하는 동시에 시장 기반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는 국내의 금융 정책 설계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물론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보완 과제가 병행되어야 한다. 우선, 중금리 대출의 금리 범위와 정책 기준을 시장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기준금리 및 조달 비용이 변동하는 환경에서 경직된 금리 기준은 금융회사의 참여를 제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중금리 대출의 금리 구간을 일정한 고정값이 아니라, 기준금리, 신용스프레드, 기대손실률 등을 반영한 '연동형 밴드'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기준금리 + 일정 스프레드 범위'와 같은 방식으로 상·하한을 조정하면 시장금리 변화에 자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리스크 기반 가격결정이 가능해져 공급 유인이 유지된다. 둘째, 신용평가 인프라의 획기적 개선이 요구된다. 비금융 데이터 및 대안 정보의 활용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데이터 결합 및 활용에 대한 규제 합리화를 통해 평가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 통신 요금 납부, 공과금, 플랫폼 거래내역, 소득 흐름, 고용 형태, 심지어는 사업자 매출 데이터와 같은 비금융·대안정보를 체계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데이터가 단편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표준화된 형태로 결합·분석되어 예측력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데이터 결합을 가로막는 과도한 규제를 합리적으로 정비하고, 안전한 데이터 결합을 지원하는 인프라(예: 데이터 전문기관, 가명정보 활용 체계)를 더욱 활성화시켜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금융당국의 중금리 대출 확대 정책은 단순한 서민금융 지원을 넘어 국민경제의 질적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 결정이다. 금융 접근성 개선은 소비 확대, 창업 및 경제활동 참여 증가로 이어지며, 이는 다시 경제 전반의 활력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것이다. 향후 금융당국은 중금리 대출의 공급 확대 뿐 아니라,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 혁신, 규제 체계의 정교화, 시장 참여 유인 설계 등을 통해 중금리 대출 시장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bienns@ekn.co.kr

4월 물가 2.6% 상승…“21개월 만에 최고·5월 더 오른다”

지난 달 석유류가 22% 가까이 뛰며 소비자물가가 2.6% 상승했다. 2024년 7월(2.6%) 이후 1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 상승이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는 국제유가 급등 영향이 본격화되며 5월 물가 상승폭은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데이터처가 6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 대비 2.6% 올랐다. 중동 전쟁 영향이 시작된 3월(2.2%)과 비교해도 0.4%포인트(p) 올랐다. 이는 석유류 물가가 21.9% 상승하며 전체 물가를 0.84%p 끌어올린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석유류만 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2022년 7월(35.2%)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휘발유는 21.1%, 경유는 30.8% 각각 올랐다. 등유도 18.7% 상승해 2023년 2월(27.1%) 이후 최대폭 상승했다. 석유류 급등에 공업제품도 3.8% 오르며 2023년 2월(4.8%) 이후 3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국제항공료와 엔진오일 교체료 등 일부 생활밀착형 서비스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며 유가 영향이 소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유가 상승에 따른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3월 국제항공료는 전월(0.8%) 대비 큰 폭으로 오른 15.9%를 기록했다. 해외단체여행비(11.5%), 엔진오일교체료(11.6%) 등도 크게 올랐고, 자동차수리비(4.8%)도 상승했다.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 재료를 사용하는 세탁료(8.9%)도 전월(6.7%)보다 올랐다. 이두원 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항공료에 이어 5월부터 국내항공료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중동 전쟁 영향으로 벽지와 바닥재, 페인트 등 주택수선 재료도 물가 오름폭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5월부터 물가 상방 압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국제유가 상승 영향이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로 전이될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3월 수입물가지수는 원화 약세와 유가 급등 영향으로 1년 전보다 16.1% 상승했다. 이는 1998년 1월(17.8%) 이후 28년 2개월 만에 최고 상승폭이다. 생산자물가도 전월 대비 1.6% 상승해 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유가 상승으로 정유와 화학, 운송 산업 전 분야에서 생산비, 물류비 등의 비용 증가로 이어진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통상 수입물가는 2~3개월, 생산자물가는 1~2개월 가량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5월 이후 공업제품은 물론 서비스 가격, 외식 물가 등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커 전체 소비자물가를 강하게 끌어올릴 것이란 분석이다. 정부도 석유류 가격 파급 효과 등을 들어 5월에는 물가 상승폭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물가상황점검회의에서 “향후 물가 경로상에는 중동 상황 전개양상과 이에 따른 유가 흐름, 석유류 이외 품목으로의 파급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석유류 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며 5월 물가 오름폭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정유사 공급가 상한선을 정한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등이 물가 상승 압력을 일정 부분 완화했다고 봤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과 유류세 인하로 4월 물가상승률이 1.2%p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보고했다. 앞서 정부가 지난달 24일 시행한 4차 석유 최고가격제로 휘발유는 리터(ℓ)당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으로 유지되고 있다. 유류세 인하율도 휘발유 15%, 경유 25%로 상향 조정됐다. 이 심의관은 “석유류 가격뿐만 아니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세를 일부 완화하는 효과가 있었다"며 “석유류가 더 크게 올랐다면 개인서비스·국제항공료 등의 상승 폭이 커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향후 물가 상승에 대비, 민생물가 태스크포스(TF) 등을 통해 석유류 가격을 최우선 대응하고, 민생 밀접 품목들도 집중 관리할 방침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중동전쟁 등 대외 변동성 확대에 따른 물가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범부처 차원의 물가 안정 기조를 더욱 공고히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4월 소비자물가상승률 2.6%…5월 더 오른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큰 폭으로 높아졌다. 중동전쟁으로 치솟은 기름값이 통계에 본격 반영되는 모양새다. 정부가 석유최고가격제 등 물가안정을 위한 대책을 펴고 있으나, 이후로도 고물가가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6%로 전월 대비 0.4%포인트(p) 증가했다. 농축수산물가격이 하락세(전년 동월 대비 -0.5%)를 보였으나, 석유류가격 인상폭(+21.9%)을 상쇄하지 못했다. 식료품과 에너지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상승률은 2.2%로 전월과 같았다. 국제항공료 인상 등으로 공공서비스 오름폭이 확대됐지만, 근원상품 상승폭이 축소된 영향이다. 생활물가상승률은 2.9%로 0.6%p 높아졌다. 한은은 이날 유상대 부총재 주재로 열린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5월에도 물가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류가격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농축수산물 가격 기저효과가 더해진다는 이유다. 한은 관계자는 “향후 물가 경로상에는 중동상황 전개양상과 이에 따른 유가흐름, 석유류 이외 품목으로의 파급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경계심을 갖고 물가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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