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기후 리포트] 호수 수위 낮아지는 파나마 운하…물류를 위협한다

세계 해상 물동량의 3~5%를 처리하는 파나마 운하가 기후변화와 강대국 갈등이라는 이중 위기에 흔들리고 있다. 2023년 기록적 가뭄으로 선박 통행량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데 이어,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갈등까지 겹치며 운하의 안정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 물동량 반토막…수치로 드러난 가뭄 충격 2023년 파나마 운하의 핵심인 가툰(Gatún) 호수 수위가 크게 내려가면서 심각한 상황이 벌어졌다. 파나마운하청(ACP)에 따르면 평상시 하루 36~38척이던 통과 선박이 2023년 12월에는 18척까지 줄었다. 통과 척수 축소는 단순한 물류 지연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에 직격탄이 됐다. 서울시 면적의 70% 수준인 가툰 호수는 배가 다니는 수로이면서 운하 갑문 작동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호수 수위가 낮아지면서 통상 50피트(15.24m)였던 선박 흘수 제한이 44피트(13.41m)로 강화됐고, 선박당 적재량은 10~15% 감소했다. 흘수(draft)는 선박이 물에 떠 있을 때 선체 바닥에서 수면까지의 수직 거리를 말한다. 선박은 흘수, 즉 물에 잠기는 깊이가 안전 수심보다 깊으면 바닥에 걸릴 위험이 있기 때문에 운하 당국은 최대 허용 흘수를 제한한다. 흘수가 얕아지면 선박이 실을 수 있는 화물의 무게도 줄어들어 적재량 감소가 불가피하다. 2021년 평균 3.1일이던 운하 진입 대기 시간도 2023년 8월에는 9.8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일부 선박은 통과 슬롯 확보를 위해 최대 400만 달러(약 55억 원)를 추가 지불해야 했다. 운하 전체 물동량은 2023회계연도 기준 5억 1100만 톤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전년 대비 7% 감소한 수치다. 운하 수입은 33억 달러(약 4조 5000억 원)로 파나마 국내총생산(GDP)의 약 3%를 차지한다. ◇ 21세기 말 '건조 운하' 현실화하나 과학자들은 이번 사태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노스이스턴대 연구팀은 최근 고해상도 기후모델로 파나마 운하를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지구물리학 연구 회보(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온실가스 고배출 시나리오(SSP5-8.5)에서 21세기 말 가툰 호수의 연간 최저 수위는 평균 25.2m로 떨어져, 과거(25.5~25.8m) 변동 범위를 벗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고배출 시나리에서는 특히 '10년에 한 번' 발생하던 저수위 극한 현상(수위 1m 이상 저하)의 발생 주기가 대폭 짧아질 전망이다. 반면 저배출 시나리오(SSP1-2.6)에서는 수위가 과거 수준을 대체로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온실가스 감축이 운하 운영의 안정성과 직결됨을 시사한다. ACP는 위기 대응책으로 기존 철도·도로를 활용하는 '건조 운하(dry canal)'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20억 달러(약 2조 6000억 원)를 들여 인디오 강에 신규 댐과 저수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는 수천 명 주민의 이주 문제와 생태계 파괴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또한 갑문 용수 재활용 시스템은 수위를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가툰 호수의 염도를 2020년 대비 7배 이상(0.05 → 0.35ppt) 높일 것으로 예상돼 식수 공급과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 미·중 갈등, 운하의 지정학 리스크 확대 기후 위기와 더불어 정치적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에서 당선된 직후 “중국이 운하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며 “파나마 운하를 미국에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는 1999년 미국에서 파나마로 운영권이 이양된 이후 최대 외교적 파장을 낳았다. 트럼프의 표적은 홍콩계 기업 CK허치슨이 운영하는 발보아·크리스토발 항만이다. 파나마 정부는 즉각 반발하며 “단 1㎡의 영토도 양보할 수 없다"고 맞섰고, 수도에서는 트럼프 얼굴을 불태우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후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CK허치슨의 항만 운영권 인수를 추진하면서 갈등은 일단락되는 듯하지만, 중국은 “해양 패권에 굴하지 말라"며 반발하고 있다. 운하가 미·중 신냉전의 전장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 한국 경제에도 파급효과 파나마 운하는 한국에도 중요한 물류 경로다. 전체 한국 해상 수출입 물량의 5~6%가 파나마 운하를 통과한다. 미국 동부와 남미로 향하는 자동차·철강 제품은 대부분 파나마 운하를 경유한다. 통행 제한이 장기화되면 대체 항로(남아메리카 최남단 우회)로 최대 2주 이상 운송 기간이 늘어나 물류비가 30~40% 상승할 수 있다.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LNG·원유 일부도 파나마 운하를 통한다. 통행 지연 시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벌크선과 컨테이너선 운임은 이미 2023년 가뭄 때 평균 20~30% 올랐고, 일부 구간은 2배 이상 치솟았다. 이는 한국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에 직접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물류 다변화 전략 수립을 제안하고 있다. 북극항로와 멕시코 횡단 철도, 미국 서부 항만 등 대체 루트 활용 가능성을 본격 검토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또한 장기 물류 계약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선사와 장기 운송 계약을 늘려 운임 급등 시 충격을 완화할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AI로 초단기·초정밀 기상예측…재난 피해 막고, 신사업 창출 기회

기상청이 인공지능(AI) 도입을 통해 기상예측 기간을 6시간 단위로 단축하고, 지역단위도 시·군·구보다 더 좁혀도 예측 정확도를 높게 유지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기후 재난 피해를 막고, 신사업 창출 기회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기상청은 24~26일 서귀포시 국립기상과학원에서 세계기상기구(WMO)와 함께 'AI 초단기예측 시범사업(AINPP) 세미나'를 열었다. 이재명 정부는 123대 국정과제에 'AI 3대 강국 도약'을 명시해 왔으며, 기상청·국립기상과학원도 이에 발맞춰 예보 전 과정에 AI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기상청은 초단기 예측 모델을 올해 5월부터 현업에 활용 중이며, 14일 이상을 내다보는 중기 AI 예측 모델은 2029년까지 개발을 추진한다. 초단기·단기 영역에서는 국지호우·돌발강풍 등 재난 기상을 조기에 포착해 대응 시간을 벌고, 중기 예측에서는 대기 순환·해수면온도 패턴을 학습한 AI가 전통 수치예보와 결합해 정확도 개선을 돕는 방향이다. 이번 포럼은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모두를 위한 조기경보(EW4ALL)' 이행을 뒷받침할 목적에서도 기획됐다. 유키 혼다 WMO 통합처리·예보시스템 과장은 기자회견에서 “AI 개발은 민·관·학의 협력 과제"라며 “각국 기상청은 '적시에 경보를 발령해 생명을 구한다'는 책무를 갖고 있고, 국제 협력의 원칙(제네바 합의)을 지키며 기술을 공유·확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국지성 호우가 잦아지며 단시간 내 정확한 기상 변화 예측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7일 전북 군산에서는 시간당 150㎜ 이상의 극한 호우가 관측돼 시간당 강수량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AI는 재난 대비를 넘어 데이터 기반 사업로도 이어지고 있다. AI를 통해서 시군구 단위의 평균 기상 예측이 아닌 좁은 지역에 대한 날씨 전망도 가능해질 수 있다. 데이비드 존 가네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 리더는 “미국에서도 최근 수년에 걸쳐 에너지 트레이더와 같은 인공지능(AI) 관련 기상산업 스타트업들이 굉장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며 “앞으로 AI를 활용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다“ 실제로 기상청과 기상산업기술원이 지난달 28일 부산에서 개최한 '기상기후산업대전'에서는 AI 관측·예측 장비로 특정 공사 현장의 열지수와 강풍 위험을 사전 경보해 작업자 안전을 높이거나, 태양광 발전소 인근 일사량 변화를 추적해 발전량을 예측하는 사례가 소개됐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CCTV 영상 AI를 통해 한 구(區)를 수십개 격자로 세분화해 '골목 단위' 농도를 실시간 지도 형태로 제공, 취약계층 이동 동선에 바로 반영하는 서비스도 가동 중이다. 화웨이, 엔비디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도 이번 세미나에서 각사의 AI 예보 모델을 소개하며 한국 기상청과의 협업 의지를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블루수소 외면, 수소경제의 선순환도 멈춘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수소 사용 강제 정책은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명분 면에서는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인프라 확충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아직 경제성이 취약한 상황에서 블루수소를 배제하고 그린수소만을 인정한다 해도, 수소 생태계의 성장은 지체되고 실질적 성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린수소와 블루수소를 인위적으로 구분해 차별하는 정책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더 나아가 이런 조치들이 결국 값싼 중국산 그린수소 수입을 위한 '레드카펫'을 까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 디젤 차량에 필수적인 요소수 공급이 중국 수출제한에 막혀 국가적 혼란을 겪었던 기억을 떠오른다. 어떠한 상품이든 성공하기 위해서는 생산–유통–활용을 아우르는 선순환 구조가 전제되어야 한다. 저탄소 경제 전환의 핵심 수단으로 주목받는 수소 역시 예외가 아니다. 충전소, 생산시설, 운송망 등 인프라가 갖춰져야 수소차와 연료전지의 수요가 늘어나고, 확대된 수요는 다시 민간 투자를 촉진하는 순환 고리를 형성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초기 투자비용은 막대하고 단기 수익성은 낮아 민간 기업의 자발적 참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른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딜레마를 풀기 위해, 탄소중립을 향한 과도기에서 블루수소는 반드시 거쳐야 할 가교적 대안이다. 재생에너지 기반의 그린수소가 충분히 확대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사실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천연 혹은 부생가스 개질에 CCUS(탄소포집·저장기술)를 접목한 블루수소로 공급을 늘리는 전략이 가장 현실적이다. 특히 한국처럼 제조업이 발달한 국가 입장에서, 제철·석유화학·정유 공정 등에서 부산물로 함께 발생하는 부생가스(by-product gas)는 정말 보물이나 다름없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수소가 각광받는 시대에서, 한국을 산유국 같은 자원 부국으로 만들어줄 유일한 수단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수소경제를 향한 마중물로서의 블루수소는 탄소배출을 크게 줄이면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 인프라 가동률을 높이는 가장 현실적 수단이다. 실제로 과거 정부도 2030년까지 국내외 탄소저장소 확보를 전제로 연간 75만 톤의 블루수소 생산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고, 주요 기업들은 정부를 믿고 대규모 플랜트를 추진해왔다. 물론 최종 목표는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수소 생산 방식이 좋지만, 지금 단계에서 그린수소만을 고집하는 것은 경제성을 맞추지 못해 국내 수소 연관산업 생태계의 싹을 잘라버릴 위험이 크다. 아직 생산 단가가 높은 그린수소에만 정책이 집중된다면 자연히 관련 민간 투자는 움츠러들고, 인프라 확장은 지체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국제 경쟁이다. 중국은 이미 막대한 재생에너지 설비를 바탕으로 값싼 그린수소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만약 한국이 과도기를 버티지 못한 채 성급히 정책적으로 그린수소만을 고집한다면, 결국 값싼 중국산 수소에 전면적으로 의존하게 될 것이고, 이는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안보와 산업 주권을 위협하는 심각한 위험으로 다가올 수 있다. 수소경제의 뿌리를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값싸고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절실하다. 이전 정부는 이러한 과제를 인식하고, 초기에는 석유화학 공정의 부생수소와 천연가스 개질 수소에 의존하되 민간의 대규모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노력이라도 했었다. 주요 기업들로부터 2030년까지 43조 원 규모의 투자 약속을 이끌어냈고, 정부는 연구개발 지원과 세제 혜택, 정책금융을 결합한 인센티브 패키지로 화답했다. 수소 기술을 신성장 산업으로 지정해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저리 융자와 보증을 제공했으며, 액화수소 플랜트 건설 지원과 안전기준 정비에도 나섰다.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정부가 공언한 수소충전소 구축 목표는 절반 수준에 그쳤고, 도심은 규제와 주민 반발로 설치가 거의 불가능했으며, 낮은 수요로 인한 만성 적자를 겪고 있다. 정부가 설치보조금과 운송 지원책을 내놨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2019년부터 추진한 개질 기반 생산기지 10곳 중 2021년까지 완공된 곳은 단 한 곳뿐이었고, 그마저도 후속 생태계 조성 미비로 기업들의 기존 투자가 모두 매몰비용으로 취착될 위기에 봉착했다. 정부가 발표한 대규모 투자 계획도 상당 부분은 선언적 수준에 머물렀으며, 산업 생태계는 자생력을 키우기보다 보조금에 연명하는 구조만 남겼다. 궁극적으로 에너지 산업의 실무자 관점에서 수소 인프라 투자는 철저히 정책 리스크와 경제성에 의해 좌우된다. 과거 정부의 경험은 분명하다. 초기 판을 정부가 깔아줄 수는 있지만, 민간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투자의 지속성은 담보되지 않는다. 앞으로 정부는 일관된 정책 신호와 보조금의 효율적 운용으로 민간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우선은 블루수소를 사용할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고, 운영비 지원 제도를 확충하며, 중국 의존 최소화를 위한 국내 자급률 목표 설정 등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수소경제가 단순한 구호를 넘어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유종민

[강찬수의 기후신호등] 글로벌 111개 기업의 기후 피해액 28조달러…기업 책임 묻는 시대 오나

공장 굴뚝에서 내뿜는 온실가스는 사방으로 흩어지지만, 기업의 책임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개별 기업이 수십 년 전에 배출한 온실가스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과거부터 배출해온 온실가스가 기후 재난을 악화시키고 사회·경제적 피해로 이어졌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규명되면서, 개별 기업이 그 피해에 책임을 져야 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등장한 새로운 과학적 방법론에 따라 기업별 배출이 특정 기후 재난과 경제적 손실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정량적으로 밝혀지기 시작하면서 법적·재정적 책임 논의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기업 배출, 어떻게 기후 재난으로 연결되나 새로운 과학적 접근은 '종단적 인과관계 분석(end-to-end attribution)'이라 불린다. 이 방식은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에서 시작해 기후 변화와 기후 재난, 그리고 경제적 피해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연결한다. 첫째, 각 기업의 배출량이 지구 평균 기온 상승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계산한다. 지난 4월 미국 다트머스대학 연구팀이 '네이처(Nature)'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방법이 소개됐다. 논문에서는 전 세계 111개 대기업을 선정해 100년 이상 축적된 배출량을 합산한 뒤, 기후모델을 통해 1850~2020년 사이 기후 요소에 미친 영향을 시뮬레이션했다. '만약 그 배출이 없었다면 어떻게 달라졌을까(but for)'라는 기준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둘째, 이렇게 추산된 온난화 기여도를 폭염과 같은 특정 재난에 연결했다. '감소된 복잡성 기후 모델(RCM)'을 활용해 기업별 배출이 1991~2020년 폭염 발생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고, 특히 연중 가장 더운 5일(Tx5d)의 기온 상승에 대한 기업별 기여도를 정밀하게 계산했다. 셋째, 재난의 사회·경제적 피해를 수치로 계산했다. 계량경제학적 분석을 통해 폭염이 초래한 소득 손실, 농업 수확량 감소, 사망률 증가, 국내총생산(GDP) 둔화 등을 추적했다. 다트머스대학 연구팀의 연구는 이런 과정을 거쳐 111개 화석연료 기업의 배출이 1991~2020년 전 세계 폭염과 국내총생산(GDP) 손실에 끼친 영향을 정량화했다. 연구팀은 “1850~2020년 사이 총 CO2 및 CH4 배출량에 기여도가 1%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1991~2020년 사이 극심한 더위로 인한 전 세계 경제 손실이 8340억달러(1169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1990~2020년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의 1%당 폭염으로 인한 세계 GDP 손실액은 약 5000억달러(약 701조원)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온실가스 1톤당 약 29.07달러(약 4만2000원)의 손실 책임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셰브론의 온실가스 배출이 1998년 인도 폭염에서만 19억달러 손실을 초래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 결과 111개 기업 배출로 인한 피해액은 28조달러(약 3경8864조원)에 달했고, 상위 5개 기업이 발생한 전체 피해의 35%를 차지했다. 상위 5대 배출 기업으로 인해 남미와 아프리카, 동남아시아에서 연간 GDP 감소가 1%를 넘어선 반면, 5개 기업의 본사가 있는 미국과 유럽은 극심한 더위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았다. 한편, 이 방법론의 등장은 기업의 기후 책임을 추상적으로 비난하는 데 그쳤던 수준에서 법정에서 다툴 수 있는 실증적 증거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네이처 논문이 드러낸 '기업 책임의 무게'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학 연구팀이 이달 초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는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연구팀은 180개의 '탄소 주요 기업(carbon majors)'을 대상으로 분석에 나섰다. 이 '탄소 주요 기업'에는 대형 화석 연료 및 시멘트 생산 기업뿐만 아니라 사우디 아람코, 가즈프롬과 같은 국영 기업, 중국의 석탄 생산 등과 같이 국가 단위의 생산 활동도 포함됐다. 연구진은 2000~2023년 발생한 213건 폭염을 분석한 결과, 약 25%는 '인간 배출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사건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요 에너지 기업들의 배출은 53건의 폭염 발생 가능성을 1만 배 이상 높였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이 연구는 '특정 기업의 배출이 특정 재난을 어떻게 심화시켰는가'를 구체적으로 밝혀낸 것이다. 4월 논문이 개별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이 초래한 구체적인 경제적 피해액을 산정하는 데 집중했다면, 9월에 발표된 이 논문은 개별 기업의 배출량이 특정 폭염의 발생 가능성과 강도에 미친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정량화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피해 액수보다는 폭염 발생 가능성을 얼마나 증가시켰느냐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취리히연방공대 연구팀은 향후 호수 산성화, 해수면 상승, 산불, 가뭄 등 다른 물리적 위험에 대해서도 유사한 프레임워크를 적용해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폭염만 기준으로도 엄청난 피해를 낸 것으로 추산됐는데, 홍수·가뭄·산불 등까지 포함하면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로 초래한 피해 규모는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1980년대부터 이미 온난화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무시하거나 정보를 은폐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기업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 기업도 계속 배출하다간 큰 코 다친다 한국 역시 이 논의에서 비켜갈 수 없다. 1990~2022년 한국의 누적 배출량은 약 203억톤으로 세계 12위를 차지했다. 기후솔루션은 4월 네이처 논문의 방법론을 한국에 적용했는데, 한국이 배출한 온실가스 때문에 발생한 폭염 피해액은 모두 5800억달러(약 78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기후솔루션은 국내 상위 10대 온실가스 배출 기업에 초점을 맞췄다. 2011~2023년 국내 10대 기업은 41억톤의 온실가스를 배출, 전체 배출량의 43.5%를 차지했다. 누적 배출량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업별 피해 유발 규모를 산출한 결과, 이들 기업로 인해 발생한 폭염 피해액은 1196억달러(약 161조원)로 추산됐다. 기후솔루션이 꼽은 국내 10대 주요 배출기업은 △주식회사 포스코 △한국남동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현대제철 주식회사 △삼성전자 주식회사 △쌍용C&E △포스코인터내셔널이다. 기업별로는 포스코가 281억달러(38조원), 한국전력공사 산하 5개 발전사가 합계로 729억달러(98조원)의 피해를 유발한 것으로 계산됐다. 더 큰 문제는 미래 전망이다. 현행 정책을 유지하는 시나리오(CurPol)대로면 2025~2050년 배출량은 178억톤, 피해액 5189억달러(7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반면, 탄소중립(Net-zero) 시나리오를 따른다면 108억톤의 배출량을 줄일 수 있고, 피해액 가운데 3142억달러(424조원)을 줄일 수 있다. 기후솔루션 임소연 연구원은 “이번 분석은 단순히 경각심을 주는 것을 넘어, 정책과 소송, 투자 판단의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다"면서 “이제는 배출량뿐 아니라 배출로 인해 발생한 피해도 기업의 책임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사법재판소(ICJ), 기업 책임 논의에 불을 붙이다 국제법적 차원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2025년 7월 국제사법재판소(ICJ)는 기후변화 대응을 모든 국가의 의무로 규정하면서, “국가는 자국 기업과 개인의 배출을 감독할 주의 의무가 있다"는 권고적 의견을 내놨다. 구속력은 없지만, 국제 사법기구가 기후변화에 대해 처음 내놓은 공식 견해라는 점에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이 권고는 각국 정부의 책임을 강화하는 동시에 기업 규제를 불가피하게 만든다. 국가가 감독 의무를 게을리하면 국제적 책임의 1차 피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과 투자자들은 이를 법적 리스크로 간주해, 감축 로드맵이 부실한 기업에는 자본 비용을 높이고 계약에서 명확한 감축 이행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소송 사례도 등장했다. 독일 RWE를 상대로 한 페루 농부의 배상 청구는 기각됐지만, 법원은 기업 배출이 피해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네덜란드 항소법원은 쉘(Shell)에 대해 구체적 감축 명령은 취소했으나, 대기업이 기후위기를 억제할 '사회적 주의 의무'를 진다고 판결했다. 기업 책임이 법적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 기후 재해가 누적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기후 관련 소송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이후 전 세계에서는 매년 100건 이상의 기후 소송이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오리건주의 한 카운티는 2021년 태평양 쪽 북서부 지역의 폭염과 그로 인한 경제 손실과 건강 비용을 증폭시켰다는 이유로 여러 화석 연료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시와 로드아일랜드주도 유사한 소송을 제기했다. 지금까지 주요 탄소 배출 기업을 상대로 한 기후 책임 소송에서 승소한 사례는 없다. 하지만 이런 식의 연구가 계속되고, 기후 재난에 대한 책임 소재를 따지는 연구가 점점 더 정교하고 치밀해진다면, 온실가스를 배출한 기업도 그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보상금을 내놓아야 할 때가 언젠가는 올 수도 있다. 새로 개발된 과학적 방법론에 따라 기업 배출의 흔적을 정밀하게 추적하고, 피해를 수치로 환산해 '오염자 부담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제사법재판소의 권고는 기후 책임 논의에 새로운 법적 동력을 부여했다. 이제 기후 대응은 단순한 환경적 의무가 아닌 기업 생존의 조건이다. 배출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다. 머지않아 그것이 법정에서 기업 책임을 묻는 증거로 쓰일 가능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는 그런 날을 대비해서 기업은 지금부터 최선을 다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한국 기업들 역시 예외가 아니며, 감축 정책의 성패에 따라 수백조 원 규모의 손실을 피하거나 떠안을 갈림길에 서 있다. 기후솔루션 조정호 연구원은 “특정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이 폭염 등 기후 피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이러한 연구는 국가 차원을 넘어 기업에게도 배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구조가 처음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산업계 “2035 온실가스감축목표에 기술·설비 못 따라와…투자 지속 가능성 의문”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주요 산업 협회 관계자들은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한 기술 개발과 설비 설치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 침체로 각 산업이 위기를 겪는 만큼 투자 지속성에도 의문을 제기하며, 목표의 사실상 하향을 요청했다. 정부는 26일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립을 위해 산업부문을 주제로 네번째 토론회를 열었다. 최민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센터장은 토론회에서 2035년 NDC 후보로 거론되는 '48%·53%·61%·65%' 등 4개 안을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산업 부문 배출을 지난해 2억5090만 톤에서 2035년까지 1억9300만~2억 1930만 톤 수준(감축률 21~30%)으로 줄이는 시나리오를 설명했다. 지금까지 산업 부문은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전체 배출량은 줄었지만, 생산량 단위당 배출량은 개선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산업 배출은 2018년 2억6080만 톤에서 지난해 2억4270만 톤으로 6.9% 감소했다. 생산량 단위당 배출량은 철강이 2022년 톤당 2.17톤에서 지난해 2.18톤으로 오히려 늘었고, 시멘트는 0.99톤에서 1.03톤으로 상승했다. 석유화학은 1.68톤에서 1.62톤으로 소폭 개선됐다. 철강과 시멘트는 경기 위축으로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톤당 배출이 되레 늘어난 셈이다. 부문별 감축 수단으로는 철강의 수소환원제철·저탄소 강재, 시멘트의 혼합재 확대·저탄소 시멘트, 석유화학의 전기·수소 등 무탄소 연료 전환과 생분해 플라스틱 활용 등이 꼽혔다. 토론회에서 각 협회는 2035년 NDC 달성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2035 NDC에서 제시한 최소치 48%도 사실상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남정임 한국철강협회 실장은 “철강의 경우 수소환원제철이 탈탄소 핵심 기술이지만, 250만톤 규모 실증설비가 실제 가동돼 감축 효과를 내는 시기는 2035년이 아니라 2037년으로 본다"며 “설비 건설에만 36개월이 걸리고,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공기를 단축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수소환원제철이 지연될 경우 전기로 전환이 대안이지만, 전기로 원료인 철스크랩은 국내 전량 조달이 어려워 약 20%를 해외에 의존한다"며 “철스크랩은 원한다고 곧바로 조달할 수 있는 품목이 아니고 주요 수출국들이 수출을 줄이고 있어, 정부의 안정적 조달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대웅 한국화학산업협회 본부장은 “2035년 감축 수단으로 제시된 납사의 바이오 전환과 폐플라스틱 원료 활용은 현재 기준으로 기술 상용화가 지연되고 경제성도 부족하다"며 “최근 배출 감소는 일시적 가동률 조정 등 외부 요인에 기인한 측면이 크며, 지속 가능한 구조적 감축이라 보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그는 “감축 기술의 상용화 시점과 한계를 고려해 단계적 감축 수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의철 한국시멘트협회 실장은 “시멘트의 혼합재 확대 역시 기술적으로 쉽게 극복할 과제가 아니다"라며 “시멘트 업계의 올해 내수 판매량은 상반기에만 20% 줄어,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낮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업계는 2021년부터 탄소중립을 위해 1조2000억 원을 투자해 연간 160만 톤의 온실가스를 줄였지만 앞으로가 문제"라며 “2035년 NDC의 48% 목표만 달성하는 데도 추가 설비 투자 2조2000억원과 연간 운영비 12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투자를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목표를 강력히 추진해 기업들이 스스로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저조한 상황에서는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환경부가 배출권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아,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도 늦어졌다는 분석이다. 권경락 플랜1.5 정책활동가는 “기업들이 시장 원리에 기반해 온실가스를 자발적으로 감축하도록 한 제도가 배출권거래제가 아닌가"라며 “정부가 목표를 강화해 배출권 가격이 톤당 10만~15만 원으로 정상화되면, 기업들은 그 가격 이하에서 가능한 모든 감축 수단을 발굴해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주말날씨] 일요일 전국 비…일교차 10도 안팎

일요일 전국에 비가 내리고 일교차가 10℃(도) 안팎으로 큰 날씨가 이어진다. 26일 기상청에 따르면 오는 28일 지역별 예상 강수량은 충청 10∼50㎜, 수도권·강원내륙·강원산지·호남·경북중부·경북북부 10∼40㎜, 제주 5∼40㎜, 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남부·울릉도·독도 5∼30㎜, 서해5도와 강원동해안 5∼20㎜이다. 26~27일에는 전남 해안 10~50mm, 제주도 10~60mm의 비가 내린다. 비가 오는 27일 서울 최고기온은 22도까지 내려가면서 서늘한 날씨가 나타난다. 29일부터는 우리나라가 찬 성질 고기압 영향권에 놓이면서 가을날씨가 펼쳐진다. 다음주 평일부터는 기온은 평년보다는 3도 안팎으로 높을 전망이다. 낮은 다소 덥고 밤에는 선선해진다. 오는 29일부터 서울 최고기온은 당분간 25~26도를 유지할 것으로 예보됐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에너지와 한식구’ 기상청, 햇빛·바람 예측서비스 본격 지원

기상청이 일주일 단위의 햇빛·바람 예측 정보를 제공해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안정적인 전력 생산을 지원한다. 기상예측 기술의 발전을 통해 더 정확한 일사량·풍속 예측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상청은 25일 '기후감시예측정보서비스' 누리집을 통해 매주 목요일마다 다음 1주간의 평균 일사량과 평균 풍속 예측 정보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일사량과 풍속이 평년값(1991~2020년 평균)과 비교해 많을(강할) 확률, 비슷할 확률, 적을(약할) 확률을 지도 형태로 제시한다. 전력당국은 이 같은 평균 일사량·풍속 자료를 활용해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예측하고 안정적인 전력 수급에 대비할 수 있다. 발전사업자도 1주간 예상 수익을 간략하게나마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하루전 입찰시장으로 운영된다. 전력 수요 등을 감안해 다음날 필요한 발전량을 미리 입찰로 모집하는 구조다. 그러나 최근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늘면서 하루전시장 운영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발전량 변동이 커 전날 예상 생산량과 실제 생산량 사이에 오차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재생에너지 누적 설비용량은 34기가와트(GW)로, 1GW급 원전 34기에 해당한다 오차 범위를 최대한 좁히는 것이 전력 당국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정확히 예측할수록 오차를 메우기 위한 화력발전, 수요관리(DR),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의 갑작스러운 가동·정지에 따른 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다. 제주도에선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비해 '재생에너지 입찰제도' 아래 실시간시장과 예비력시장을 시범 운영 중이다. 두 시장은 모두 당일 부족한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신속히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장치다. 이 제도의 육지 도입과 함께 재생에너지가 늘어날수록 기상청 예측정보의 활용 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당장은 기술적 한계로 1주일 단위의 햇빛·바람 정보를 제공하지만, 예측 기술이 발달할수록 제공 주기를 더 짧게 가져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이제는 과거의 기후자료만으로 태양광 및 풍력발전량을 예측하는 경우, 미래의 기후변화와 이상기후의 영향을 반영하기 어려워졌다"며 “탄소중립을 위한 재생에너지의 보급·확대를 지원하고자 맞춤형 기후예측 서비스를 확대·제공하는 등 탄소중립 사회 실현에 적극적으로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 외청인 기상청은 환경부가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전환됨에 따라 에너지기관들과 한 식구가 된다. 재생에너지는 기상에 따른 발전량 예측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기상청과 에너지기관들의 긴밀한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첫 단추

시작이 반이라 했다. 이재명 정부가 역주행하던 에너지 정책을 바로세우고 힘차게 전진할 수 있을지 여부는 정부 개편과 에너지 정책의 기본이 정해지는 올해 안에 판가름이 날 것이다. 10월 1일 출범하는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재명 정부 에너지 정책의 방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기후위기 시대 에너지 체제는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에너지가 중심이며 에너지 산업도 재생에너지 관련 산업에 비중을 두겠다는 것이다. 이미 세계적으로 신규 전력 투자에서 재생에너지가 선두로 올라선 상황에서 이제라도 뒤떨어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니 출발은 희망적이다. 첫 번째 시금석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수립할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이다. 2015년 세계는 파리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을 영으로 하는 감축 목표(넷제로)를 세웠다. 그리고 이에 따라 각국이 자발적인 감축목표를 세워 5년마다 총회에 제출하기로 하였다. 2009년 이명박 정부는 2020년까지 배출 전망치 대비 30%를 감축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국제사회에 제시하고 녹색기후기금(GCF)을 인천 송도에 유치했다. 2015년 박근혜 정부는 파리협정 체결을 앞두고 2030년까지 배출 전망치 대비 25.7% 감축을 목표로 하였으나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해외 감축분 11.3%를 추가하여 37%를 감축하겠다는 NDC를 총회에 제출했다. 파리협정의 본격 시행을 앞둔 2020년 문재인 정부는 2030년까지 2017년 배출량 대비 24.4%를 감축 목표로 하는 NDC를 총회에 제출했다. 한국은 '기후악당'이라는 비난을 받고 감축 목표를 상향하라는 국제사회에 압력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2021년 4월 한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을 2018년 총배출량의 40% 감축하는 것으로 NDC를 수정하여 총회에 재제출하였다. 이제 파리협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나 새로운 NDC를 작성하여 12월초 열리는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 제출하여야 한다. 이에 따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출범 이후 '2035 NDC 대국민 공개논의 토론회'를 한 달 간 총 7회 개최한 뒤 11월 중에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었으나, 일정을 고려해 환경부가 지난 19일 첫 대국민 공개논의 총괄토론회를 개최했다. 현재 논의에 오른 안은 산업계 요구를 반영한 48% 감축안에서 우리나라 누적감축량을 고려한 65%까지 4가지 안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 7월23일 국회와 정부에 전달한 '탄소중립·지속가능성 정책 수립을 위한 경제계 건의'에서 “RE100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RE100을 위한 재생에너지 보급에는 나몰라라 하고 있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다음에야 생존의 문제이니 도와달라고 하는 일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미 시범 실시되고 있는 탄소국경조정제도가 본격화된 뒤 또다시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감축목표를 세우고 이를 법제화하여 안정적으로 추진되도록 하여야 한다. 두 번째 시금석은 올해 산자부에서 수립하는 '제6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이다. 지난 19일 국민토론회에서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용량 100GW, 2035년 150~200GW를 목표로 태양광 발전시설 등을 보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 수단이니 다다익선이다. 혹자는 너무 많고 실제 보급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기도 하나 그래봤자 OECD 꼴찌에서 중위권으로 진입하는 정도이고 우리 경제 수준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문제는 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은 현대 산업사회를 이끈 규모의 경제로 풀 수 있는 산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태양에너지는 소량이 전국의 모든 곳에 골고루 주어진다. 1MW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하려면 2,000~3,000평의 토지나 지붕 혹은 옥상이 필요하다. 주택과 공장 등 모든 시설물과 유휴 부지에 태양광 발전이 들어서려면 500kW 이하의 소규모 발전사업자들이 대거 시장에 진입하여야 한다. 대규모 단지를 조성하여 시설을 하는 사업은 불필요한 규제만 제거해주면 많은 양이 필요한 RE100 관련 기업들과 전업 발전사업자들이 풀어 나갈 것이다. 정부에서 신경을 써야 할 곳은 전업 발전사업자가 아닌 부업이나 노후 연금으로 생각하며 참여하는 소생산자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것이다. 인허가를 간소화하고 매년 적정 수준으로 정한 기준 가격으로 한전에서 일괄 구매하는 방식으로 판매에 대한 번거로움과 걱정을 해소해주어야 한다.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하면 그냥 전력시장의 구매가격으로 사주면 될 일이다.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이미 이 수준에 이른 나라들도 있으니 말이다. 국제사회가 공감하는 감축 목표의 설정과 법제화 그리고 소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에 대한 지원책 정립, 두 가지를 보면 이재명 정부 에너지 정책의 성패가 보일 것이다. 신동한

[기후리포트] 온난화가 몰고온 하늘 길 삼중고…항공산업 부담 커진다

기후변화가 항공산업의 수익 구조를 뒤흔들고 있다. 기온 상승으로 더 긴 활주로가 필요해지고, 완만한 이륙으로 인해 소음 갈등은 늘어나고, 상공에서는 난기류까지 급증하는 바람에 항공사는 물론 공항 운영사와 정부 모두에 새로운 경제적 부담이 쌓이고 있다. 이러한 '삼중고(三重苦)'가 앞으로 항공업계의 수익성을 크게 악화시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승객을 줄일까, 활주로를 연장할까 항공기의 이륙 성능은 온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기온이 올라갈수록 공기 밀도가 낮아져 추력과 양력이 감소하기 때문에, 항공기는 더 긴 활주로와 더 많은 가속 시간이 필요하다. 영국 레딩대학 기상학과의 조니 윌리엄스 교수팀은 기후변화가 항공기 이륙 필요 거리(TODR)와 최대 이륙 질량(MTOM)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논문을 지난 4월 국제학술지 '항공우주(Aerospace)'에 발표했다. 논문은 2060년대 중반 유럽 30개 공항에서 이륙 거리가 50~100m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민항대학교 항공기상학과 연구팀은 중국 내 공항을 대상으로 비슷한 분석을 진행했고, 그 결과를 지난 2023년 1월 국제 저널인 '대기(Atmosphere)'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논문은 “2070년대 여름철 보잉 737-800은 113~222m 추가 활주로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활주로가 부족하면 항공사들은 탑재 중량을 줄여야 한다. 이는 곧 승객 감축이나 화물 축소로 이어지고,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유럽 연구에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가장 낙관적으로 가정해도 항공편당 평균 승객 5명분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쿤밍 공항은 연간 2일 수준이던 중량 제한이 2070년대에는 48일로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문제는 신공항 건설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현재 추진 중인 가덕도 신공항 활주로(3500m)가 장래 기후 조건에 충분할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활주로 연장은 사후에 시도하면 수천억 원의 추가 건설비용이 소요될 수 있고, 주변 지형·환경 규제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할 수도 있다. ◇ 늘어나는 소음 갈등, 커지는 보상 비용 기온 상승은 단순히 이륙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항공기가 낮은 각도로 천천히 상승하면 저고도 체류 시간이 길어지고, 그만큼 공항 주변의 소음 범위가 넓어진다. 영국 레딩대학 윌리엄스 교수팀은 지난 10일 '항공우주(Aerospace)'에 발표한 논문에서 유럽 30개 공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분석 결과, 21세기 중반 항공기의 평균 상승 각도가 1~3% 감소하고, 폭염 시에는 최대 7.5% 감소할 수 있다. 그 결과 소음 노출 인구는 최대 4%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런던 시티 공항만 보더라도 추가로 2,500명이 소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공항 운영기관의 소음 보상 비용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국내에서도 김포·김해 등 도심 인근 공항은 이미 매년 수백억 원대 보상 예산을 지출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소음 범위가 넓어지면 이 비용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저주파 소음의 증가는 주민 건강 악화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는 의료·사회적 비용까지 국가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 ◇ 예측 불가능한 난기류, 치솟는 운영 비용 상공에서의 청천 난기류(CAT) 증가는 항공사에 막대한 비용을 청구한다. 난기류로 인한 부상은 보험금과 법적 배상을 유발하고, 기체가 손상될 경우 정비·수리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지난달 레딩대학 연구팀은 '대기과학저널(Journal of the Atmospheric Sciences)'에 발표한 논문에서 26개 기후모델을 사용해 지구온난화가 항공기 순항 고도(약 3만5000피트, 약 1만668m)의 제트기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분석 결과, 2015~2100년 사이에 윈드 시어(wind shear, 바람의 방향이나 세기가 급격히 변하는 현상)가 16~27% 증가하고, 대기는 10~20% 더 불안정해질 것으로 예측됐다. CAT가 발생할 조건이 갖춰진다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심각하거나 그 이상' 수준의 CAT가 1979~2023년 사이 55% 증가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에 따르면 2009~2021년 난기류로 인해 승객 30명과 승무원 116명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미국 연구응용연구소(Research Applications Laboratory)에 따르면, 난기류로 인해 미국 항공사들은 연간 1억 5천만~5억 달러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난기류를 '항공 안전 핵심 리스크'로 지정했고, 일부 기후 모델은 CAT 발생이 갈수록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경고한다. 이는 곧 운항 스케줄 지연, 연료 추가 소모,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항공사 비용 구조를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기상청에 따르면 한반도 상공에서는 2만 피트(약 6km) 이상에서 항공장비로 관측한 난기류(EDR)가 2019~2024년 사이 13.3배 급증했다. 기내 서비스가 불가능할 정도인 '보통' 수준 이상의 난기류도 6배 늘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부터 현재까지 국내 항공사에서 난기류로 승객이나 승무원이 중상을 입은 사고는 총 5건이었다. 김정훈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연구팀이 2023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연구에서, 21세기 후반에는 난기류가 과거(1970~2014년)보다 최대 178% 늘어날 수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 한국 공항 정책, 경제적 리스크 간과 기후변화가 불러올 항공산업의 변화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곧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 활주로 연장은 건설비용 급증으로, 소음 범위 확대는 민원과 보상비 증가로, 난기류의 급증은 보험료·연료비·정비비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늘길의 삼중고는 단순히 환경문제가 아니라, 항공산업의 지속가능한 수익성과 국가 경제를 위협하는 구조적 위기다. 항공사와 공항은 ▶기후변화를 고려한 인프라 선제 투자 ▶저소음·고효율 항공기 개발 ▶정밀 난기류 예측 시스템 도입 ▶친환경 연료 전환을 통한 탄소 감축 등 경제적 리스크 관리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현재 지역 균형 발전과 관광 활성화를 명분으로 소규모 지방공항 신설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활주로 길이가 짧은 소형 공항은 기후변화 시대에 경제적 리스크가 가장 큰 시설이다. 예를 들어 2000~2500m 활주로를 가진 소규모 공항은 여름철 고온 조건에서 중형 항공기의 만재 이륙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는 노선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결국 해당 공항의 운영 적자와 국고 지원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애초에 기후변화 변수까지 고려한 장기 경제성 검토가 부족하다면, 수천억 원을 들여 지은 공항이 가까운 미래에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김승희 기상청 차장, 호우 피해 예방 위해 제주도 저류지 현장 방문

김승희 기상청 차장(가운데)이 24일 제주 오등동 한천 저류지를 방문했다. 김승희 기상청 차장은 24일 집중호우 및 태풍 등 위험기상으로 인한 침수 피해 예방을 위해 설치된 제주특별자치도 오등동 한천 저류지를 임장호 제주지방기상청장 직무대행과 방문했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홍수량 저감을 위해 도내에 343개소의 저류지를 운영하고 있다. 저류지는 제주도 산지 및 중산간에 내리는 많은 강수량을 일시적으로 가뒀다가 서서히 방류하거나 지하로 스며들게 해, 해안 주거 밀집지역의 피해 완화 역할을 하고 있다. 김승희 차장은 “제주지방기상청의 호우 위험기상 발생 가능성에 대한 신속한 기상정보 전달체계와 제주특별자치도의 저류지 시설, 자동음성통보시스템 등 위험기상 대응체계가 효과적으로 연계될 때 자연재해로부터 도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며 “올해 전국으로 확대되어 운영 중인 호우 긴급재난문자 서비스를 활용하여 관계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재난 대응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배너